국어 어원
가시버시
조항범(趙恒範) / 충북대학교
번잡한 거리를
지나다가 무심히 고개를 들어 보면 수많은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읽기도 어렵고
뜻도 알 수 없는 외래어 내지 외국어 간판이 눈에 거슬리지만, 개중에는 우리말 간판도
눈에 띄어 신선한 느낌을 준다. ‘아가방’, ‘다사랑’, ‘맛자랑’ 등은 아주 반가운
우리말 간판들이다.
그런데 우리말 간판 중에는 우리말인 듯한데 그 의미가 잘 떠오르지 않아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것도 있다. ‘가시버시’라는 간판도 그러한 것 중의 하나가 아닌가
한다.
그러면 이 ‘가시버시’라는 단어의 의미는 무엇인가? 사전을 보면 ‘부부(夫婦)의 낮춤말’이라고 기술하고 있어 ‘부부(夫婦)’의 의미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단어는 일상의 언어 생활에서 잘 쓰이지 않는다. ‘부부(夫婦)’를 뜻하는 단어로는 한자어 ‘부부(夫婦)’가 단연 우세하게 쓰이며, 제한적으로 ‘부처(夫妻)’나 ‘이인(二人)’, ‘항배(伉配)’ 등과 같은 어려운 한자어들이 쓰인다. 이 ‘가시버시’라는 단어는 중세국어나 근대국어의 문헌에서 발견되지 않는다. 중세국어에는 ‘부부(夫婦)’를 뜻하는 단어로 ‘남진겨집’이 주로 쓰였으며, 이것이 ‘남진계집’으로 변하여 근대국어까지 이어졌다.
‘가시버시’라는
단어는 20세기를 넘어와서야 용례가 확인된다. 필자가 본 것으로 가장 이른 시기의
것은 20세기 초 소설인 『임꺽정』의 “같이 살면 가시버시지 어째 명색이 없느냐?”에
보이는 예이다. 문세영 저 『조선어사전』(1938)에도 ‘가시버시’가 표제어로 등재되어
있는데, 여기서는 ‘부부(夫婦)의 사투리’라 기술하고 있다.『조선어사전』(1938)보다
약간 늦게 출간된 『조선말큰사전』(1947)에는 사투리라는 지적은 없어지고 ‘부부(夫婦)’에
대한 낮춤말로 기술되어 있다. 이 사전에는 일음절이 된소리화한 ‘까시버시’라는
단어까지 제시하고 있다. 『조선어사전』(1938)에서 사투리로 규정된 ‘가시버시’가
『조선말큰사전』(1947)에는 비록 낮춤말이지만 ‘부부(夫婦)’를 뜻하는 표준어로
등재된 점은 주목할 만하다.
‘가시버시’라는 단어는 일단 ‘가시’와 ‘버시’로 나누어 이해할 수 있다. ‘가시’는 ‘가시어미’, ‘가시아비’, ‘가시할미’ 등에 보이는 ‘가시’를 연상하게 한다. ‘가시어미’류의 ‘가시’는 ‘갓’(妻)과 ‘- ’(속격조사)로 분석되는 ‘가 ’로부터 ‘가싀’를 거쳐 정착한 것이다. 그러니 ‘아내의’라는 의미이다.그런데 ‘가시버시’의 ‘가시’가 ‘가시어미’류의 ‘가시’와 관련된다 하더라도 똑같은 성격으로 파악되지는 않는다. ‘가시어미’류의 ‘가시’는 ‘아내의’라는 의미로 해석되지만, ‘가시버시’의 ‘가시’는 그러한 의미로 해석되지 않기 때문이다. 굳이 따진다면 ‘아내’라는 명사적 의미로 해석된다.
‘가시버시’의 ‘가시’를 ‘아내’라는 의미로 해석한다면, ‘가시’에 이러한 의미가 어떻게 결부되었는지가 궁금하다. ‘가시’가 ‘아내’라는 의미를 띠게 된 것은 ‘가시어미’류의 ‘가시’를 ‘아내’로 잘못 해석한 결과가 아닌가 한다. ‘가시어미’류의 ‘가시’를 ‘아내’를 뜻하는 명사로 오인한 뒤 ‘부부(夫婦)’를 뜻하는 단어를 만드는 데 ‘가시’를 ‘부(婦)’의 의미로 이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조선어사전』(1938)에서 ‘가시’가 ‘아내’라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는 사실을 보면, ‘가시’에 대한 오해의 정도를 짐작할 수 있다.
‘가시’의 정체는 ‘가시어미’류의 ‘가시’가 있어서 어렵지 않게 밝혀진 셈이다. 그러나 ‘버시’의 경우는 연계 가능한 단어가 쉽게 떠오르지 않아 그 정체 파악이 쉽지 않다. ‘버시’를 단순히 선행하는 ‘가시’에 운(韻)을 맞추기 위하여 대응된 첩어의 구성 요소로 이해하기도 하는데, 이는 그 해석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버시’의 해석에는 『조선어사전』(1938)에 나오는 ‘가시밧’이라는 단어가 실마리를 제공해 준다. 이 사전에서는 ‘가시밧’이라는 단어를 제시하고 ‘내외의 옛말’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같은 ‘부부(夫婦)’라는 의미인데, ‘가시버시’는 사투리로 규정하고 ‘가시밧’은 옛말이라고 기술한 점이 이채롭다.
‘가시밧’의 ‘밧’은 ‘밖’(外)의 또 다른 표기이다 ‘밖’은 단순히 ‘外’의 뜻말고도 바깥에서 활동하는 사람, 즉 ‘사내’, ‘남편’의 의미도 함축한다. ‘바깥양반’, ‘바깥주인’이라고 할 때의 ‘바깥’의 의미와 무관하지 않은 것이다. 『조선어사전』(1938)에는 ‘밖’에 ‘사내’의 의미를 정확히 부여하고 있다.
‘가시밧’의 ‘밧’이 ‘남편’을 지시한다면 ‘가시밧’이라는 단어는 ‘아내’를 뜻하는 ‘가시’와 ‘남편’을 뜻하는 ‘밧’이 결합된 합성어가 된다. 그러니 ‘婦夫’라는 의미로 해석된다.‘가시버시’의 ‘버시’는 바로 이 ‘밧’으로부터 변한 것이다. ‘밧’에 접미사 ‘-이’가 붙어 ‘바시’가 되었다가 이어서 ‘버시’로 변한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가시밧’의 ‘밧’이 ‘남편’의 의미이기에, ‘가시버시’의 ‘버시’도 ‘남편’의 의미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가시버시’도 ‘가시밧’과 같이 ‘婦夫’의 의미이다.
결국, ‘가시버시’라는 단어는 ‘가시밧’으로부터 ‘가시바시’를 거쳐 나타난 어형이며, ‘아내’를 뜻하는 ‘가시’와 ‘남편’을 뜻하는 ‘바시’의 결합체로 이해된다. 곧 ‘夫婦’가 아니라 ‘婦夫’의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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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배라먹다( ) / 비러먹다( )
11. 얽히고 설킨 인간 관계( ) / 얼키고 설킨 인간 관계( )
12. 알맞는 답을 고르시오.( ) / 알맞은 답을 고르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