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발음

효꽈적인 방뻡?

최혜원(崔惠媛) / 국립국어연구원

 

우리말에서 첫소리로 쓰는 자음 글자는 모두 19개다.

(1) ㄱ, ㄲ, ㄴ, ㄷ, ㄸ, ㄹ, ㅁ, ㅂ, ㅃ, ㅅ, ㅆ, ㅇ, ㅈ, ㅉ, ㅊ, ㅋ, ㅌ, ㅍ, ㅎ

이 가운데 겹글자 ‘ㄲ, ㄸ, ㅃ, ㅆ, ㅉ’은 고유어를 표기할 때 흔히 쓰이지만, 한자어에서는 ‘ㄲ, ㅆ’만이 일부 글자에 쓰일 뿐이다<끽(喫), 쌍(雙), 씨(氏) 등>. 대부분의 한자는 겹글자로 표기되지도 않고 그 자체로는 된소리로 발음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한자가 국어의 단어 내부에서 일정한 음운 규칙의 적용을 받게 되면서 된소리로 발음되는데, (2)는 ‘ㄱ, ㄷ, ㅂ’ 소리의 받침 뒤에서 ‘ㄱ, ㄷ, ㅂ, ㅅ, ㅈ’이 된소리로 발음되는 규칙이 적용된 것이고(「표준 발음법」 제23항), (3)은 단어 내부에서 받침 ‘ㄹ’ 뒤에 오는 ‘ㄷ, ㅅ, ㅈ’이 된소리화된 것이다(「표준 발음법」 제26항).

(2) 학교[학], 납득[납], 압박[압], 국사[국], 숙제[숙]

(3) 갈등[갈], 말살[말], 발전[발]

한자는 글자 하나하나가 일정한 뜻을 나타내는 표의문자이다. 그래서 한자어를 표기할 때는 한자 하나에 대응하는 우리말 표기를 정하고 환경에 따라 다소 음운 변동이 일어나더라도 대체로 그 표기를 유지하게 된다. ‘史蹟’을 ‘[사:적]’으로, ‘私的’을 ‘[사쩍]’으로 발음하더라도 이 둘을 한글로 표기할 때는 모두 ‘사적’으로 적어야 한다. 이런 이유로 (2), (3)과 같이 음운 규칙의 적용을 받아 된소리가 나는 것 외에 단어 내부에서 일정한 규칙 없이 나는 한자어의 된소리는 예측하기가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형태만으로 그 발음을 예측하기 어려운 한자어는 사전에 된소리 유무를 일일이 표시해 주어 화자들이 표준 발음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컨대 ‘0보다 크고 1보다 작은 수’는 ‘[소:수](小數)’로, ‘2, 3, 5처럼 1보다 크고, 1과 그 자체 외의 정수로는 나누어지지 않는 수’는 ‘[소쑤](素數)’로 발음되는 것과 ‘공기(空氣), 생기(生氣), 사기(士氣)’에서 ‘기’는 예사소리로, ‘경기(驚氣), 광기(狂氣), 인기(人氣)’에서는 된소리로 나는 것을 사전에서 구분해 주어야 한다.

그러나 표준어가 그렇듯이 표준 발음 또한 완전히 정립된 상태가 아니어서 일부 한자어의 발음 중 사전끼리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이와 관련하여 일반인들이 국립국어연구원에 적지 않은 문의를 해 오곤 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효과(效果)’의 발음에 관한 것이다. 요즘은 발음의 된소리화가 지나치게 진행되어 ‘건수(件數)’, ‘과사무실(科事務室)’ 등의 첫 음절에서까지 ‘[껀쑤]’, ‘[꽈사무실]’과 같이 된소리로 발음하는 것을 쉽게 들을 수 있다. 그래서인지 ‘[효:꽈]’로 발음하는 것이 귀에 익고 오히려 더 자연스럽게 들린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이는 비표준 발음이며 ‘[효:과]’로 발음하는 것이 옳다.

이 밖에 ‘등끼를 떼다’, ‘불뻡 과외가 성행하다’, ‘체쯩이 풀리다’, ‘방뻡이 잘못되다’ 등도 발음의 된소리화가 심해지면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대표적인 비표준 발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