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어

‘양복장이’도 되고 ‘양복쟁이’도 되고

김희진(金希珍) / 국립국어연구원

국어사전은 ‘-장이’를 ‘일부 명사 뒤에 붙어 그것과 관련된 기술을 가진 사람’으로, ‘-쟁이’를 ‘일부 명사 뒤에 붙어 그것이 나타내는 속성을 많이 가진 사람’으로 풀이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장이’가 ‘-쟁이’와 뒤섞여 쓰여 어느 쪽을 택해야 할지 어려움을 느낄 때가 있다.

「표준어 규정」 제9항 붙임 2에서는 “기술자에게는 ‘-장이’, 그 외에는 ‘-쟁이’가 붙는 형태를 표준어로 삼는다”고 규정하고, 기술자(미장이·유기장이), 기술자가 아닌 사람(멋쟁이)을 예시하였다. 제25항과 제26항에서도 ‘상투쟁이’, ‘심술쟁이’, ‘욕심쟁이’, ‘파자쟁이’, ‘해자쟁이’를 제시하였다.

고심(苦心)을 거듭한 표준어 개정안들

‘-장이’, ‘-쟁이’를 두고 어떤 쪽을 택할 것인가 고심한 흔적은 「사정한 조선어 표준말 모음」(1936)에서부터 나타난다. 여기에서는 ‘난장이’, ‘멋장이’, ‘미장이’, ‘놋갓장이[鍮器工]’, ‘고리장이[柳器匠]’, ‘옥사장이[獄鎖匠]’, ‘욕장이[辱者]’, ‘잔말장이[恒例冗言者]’를 들며 어떤 뜻을 지니든 ‘-장이’ 쪽을 택하였다.

현행 「표준어 규정」(1988년 고시) 이전에 작성되었던 몇몇 시안도 일관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문교부안」(1979)은 「사정한 조선어 표준말 모음」이 정했던 ‘-장이’를 ‘-쟁이’로 하고 ‘가살쟁이’, ‘가짓말쟁이’, ‘간살쟁이’, ‘갓쟁이’를 예시한 후 ‘(이하 생략)’이라고 함으로써 ‘-장이’가 붙을 수 있는 모든 말을 ‘-쟁이’로 바꾼다는 의도를 보였다. 이는 변화한 현실 언어를 반영한 결과였다. 「학술원안」(1984)에는 ‘-장이’, ‘-쟁이’가 함께 나타난다. ‘상투-’, ‘파자-’, ‘해자-’는 ‘-장이’로, ‘발목-’, ‘심술-’, ‘-욕심’은 ‘-쟁이’로 하였는데 ‘-장이’, ‘-쟁이’ 구분에 무엇을 기준 삼았는지 명시하지 못하였다. 「국어연구소안」(1987)을 작성할 때에도 ‘-장이’ 쪽을 고수하려는 측과 ‘-쟁이’ 쪽을 주장하는 측 간의 대립이 첨예화하여 논란을 거듭하여 계속 유보 상태로 두었다가 가까스로 ‘-쟁이’ 쪽을 취하는 방향으로 결정하였다.

‘-장이’,‘-쟁이’를 구분하는 기준은 기술자냐 아니냐에 따라

국어심의회(1987)에서도 그동안 구체화하여 밝히지 못한 ‘-장이’와 ‘-쟁이’ 건(件)을 거론하여 이 둘을 구별해서 사용할 것을 명문화하였던바 이것이 바로 현행 규정이다. 그러니까 이 규정은 대립되는 두 입장을 절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장이’가 되는 요건은 ‘기술자’이므로 ‘미장이’, ‘유기장이’는 물론, ‘석공’(石工)이나 ‘옥(玉)바치’ 그리고 ‘유기공’(柳器工)은 ‘돌장이’, ‘옥장이’, ‘고리장이’가 된다. 마찬가지로 안경을 쓰거나 양복을 입는 사람은 ‘안경쟁이’, ‘양복쟁이’이지만, 안경이나 양복을 만드는 이는 ‘안경장이’, ‘양복장이’가 된다. 행태나 성질을 나타내는 ‘개구-’, ‘겁-’이 ‘개구쟁이’, ‘겁쟁이’가 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