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 방언

이기갑 목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1. 글 머리에



  서남 방언은 한반도의 서남부 일대에서 사용되는 방언을 말한다. 대체로 전라남북도 지방과 일치하므로 전라도 방언 또는 호남 방언이라고도 불린다. 그러나 행정 구역과 방언권이 항상 일치하지는 않으므로 학계에서는 객관적인 방위를 따서 서남 방언으로 부르는 것이 보통이다.
  방언권은 한반도 전역을 방언에 따라 몇 개의 권역으로 나눈 결과이다. 그러나 방언은 칼로 베듯이 확연하게 그 경계를 그을 수는 없다. 지리적으로 이웃해 있는 지역은 서로 말이 닮기 마련이므로 다른 조건이 같다면 방언적 차이는 두 지역 사이의 거리에 비례할 것이다. 즉 거리가 멀수록 방언도 달라지게 된다. 
  한반도의 여러 방언을 보면 대체로 동서의 차이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동부의 함경도 방언과 경상도 방언은 공유하는 점이 많은 반면 중부 방언과 서남 방언 역시 비슷한 면이 많다. 서남 방언은 북쪽으로 중부 방언과 접해 있고, 동쪽으로 동남 방언과 이웃해 있다. 중부 방언은 충청도, 경기도, 강원도, 황해도 일대를 포괄하는 한반도의 중부 지역에서 사용되는 방언이지만, 그 권역이 넓고 한반도의 동서를 모두 포함하기 때문에 중부 방언 안에서도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서남 방언은 중부 방언 가운데서도 이웃한 충청도 방언과 상당히 닮아 있다. 
  이 글은 서남 방언의 특징을 일반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간략하게 쓴 것이다. 방언의 여러 특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언어학의 전문적인 개념이나 술어를 이해하는 것이 앞서야 하나, 일반 독자에게 이러한 지식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글쓴이 나름대로 가능한 쉽게 설명하려고 한다.


2. 소리의 특징


  서남 방언을 표준말과 비교해 보면 몇 가지 규칙적인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예를 들어 이 방언에서는 '셋:'을 '싯:'으로 말하는데 표준어의 /ㅔ/가 서남 방언에서 /ㅣ/로 대응하는 낱말은 이에 한정되지 않고 '시:상(=세상), 기:(=게), 띠(=떼), 닛:(=넷)' 등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이러한 규칙적 대응은 서남 방언도 원래는 표준말처럼 /ㅔ/로 소리가 났었으나, 나중에 이것이 /ㅣ/로 바뀌었기 때문에 생겨난 결과이다. 그러나 모든 /ㅔ/가 /ㅣ/로 바뀐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옷감을 뜻하는 '베'는 '비'로 되지는 않는다. 대체로 /ㅔ/가 /ㅣ/로 바뀐 것들은 모음이 긴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긴 모음은 /ㅣ/로 변하고 짧은 모음은 /ㅔ/로 남아 있게 된다. 그런데 짧은 모음의 /ㅔ/는 다시 /ㅐ/와 합쳐져서 하나의 소리로 합류하였다. 그래서 '베'는 서남 방언에서 '배'와 소리로 구별되지 않는 것이다.
  현대 한국어는 체계적으로 /ㄲ, ㄸ, ㅃ, ㅆ, ㅉ/의 된소리를 갖는다. 이런 소리는 한국의 어느 방언에서도 나타난다. 그런데 같은 낱말이 방언에 따라 예사소리로 나타나기도 하고, 된소리를 보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 채소의 하나인 '가지'는 서남 방언에서는 '까:지'로 실현된다. 이처럼 표준어와 서남 방언이 예사소리와 된소리의 대립을 보이는 예는 수없이 많다.

  까죽(=가죽), 깔앙그다(=가라앉다), 깝깝허다(=갑갑하다), 깟난애기(=갓난아기), 깨구락지(=개구리), 또랑(=도랑), 딲다(=닦다), 따독거리다(=다독거리다), 따듬독(=다듬잇돌), 떠듬떠듬허다(=더듬거리다), 때롱(=대롱), 빤:허다(=번하다), 빤듯허다(=반듯하다), 뽀시레기(=부스러기), 뽀:짝(=바싹), 뽁:쥐(=박쥐), 뽄뜨다(=본받다), ... 

  서남 방언 안에서도 남쪽으로 갈수록 된소리로 발음하는 경향은 심해진다. 그래서 '부지땡이'는 남해안에 이르면 소리가 변해서 '비:땅'이 되거나 심지어 된소리인 '삐:땅'으로 실현되기도 한다.
  된소리뿐 아니라 거센소리로 변하는 예도 이 방언에는 심심치 않게 보인다. 예를 들어 '카마니(=가만히), 클씨(=글쎄), 타레박(=두레박), 탐박질(=달음박질), 토막(=도막), 펭풍(=병풍), 폴쎄(=벌써/진즉), 팜나(=밤낮), 포도시(=빠듯이/겨우), 찰잘하다(=자잘하다), 차꼬(=자꾸), 참시(=잠시), 혼차(=혼자), 몬차(=먼저)' 등은 이러한 경향을 보이는 예이다.
  둘째 음절 이하의 /ㅎ/가 약화되거나 탈락되어 나타나는 것이 서남 방언의 커다란 특징이다. 예를 들어 '고향, 전화'는 각각 [고양], [저나]로 발음되는 것이 보통이다. 한편 앞 음절의 끝소리가 /ㄱ, ㄷ, ㅂ/일 경우, 뒤따르는 음절의 첫소리 /ㅎ/와 결합하여 거센소리로 되는 것이 표준말의 경우라면, 이 방언에서는 /ㅎ/가 탈락되는 탓으로 거센소리로의 결합이 보이지 않는다. 예를 들어 '육학년'은 표준말에서는 [유캉년]으로 발음되지만 서남 방언에서는 /ㅎ/이 약화되어 소리가 나지 않으므로 단지 [유강년]으로 발음된다.


3. 문법의 특징


3.1. 부정

  부정문을 만들 때 표준말은 두 가지 방식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갔다'의 부정문은 '안 갔다'처럼 부사 '안'을 앞세우거나 아니면 '가지 않았다'처럼 '-지 않-'과 같은 구성을 사용한다. 그런데 서남 방언에서는 부사 '안'을 앞세우는 방식이 주로 쓰이고, '-지 않-'와 같은 구성을 사용할 경우에는 어미 '-지' 대신 '-도'나 '-든' 또는 '-들'을 사용해서 '가도 안했다'나 '가든 안했다'처럼 만든다. 이러한 방식은 중세어에서도 볼 수 있었던 것인데, 서남 방언에는 일상적인 용법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또한 예에서도 본 바와 같이 '않다'를 이 방언에서는 '안 했다'처럼 말하기도 한다. 본디 '않다'는 '아니하다'의 준말이다. '아니'가 '안'으로 줄어든 것은 일반적인 것이며, '하-'의 모음 /ㅏ/가 줄어든 것은 '않다' 외에도 '점잖다'나 '귀찮다' 등에서도 볼 수 있다. 그런데 서남 방언에서는 '하-'의 모음 /ㅏ/가 줄어들지 않고 원래의 모습을 비교적 잘 간직한 탓에 '안 하-'로 쓰이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점잖다'는 이 방언에서 '점잔허다'로, '귀찮다'는 '귀찬허다' 등으로 쓰인다. 이런 범주에 속하는 예로는 '삘:허다(=빨갛다), 만허다(=많다), 신:찬허다(=시원찮다)' 등을 들 수 있다.
  표준말에서 '있다'의 부정은 흔히 '없다'로 쓰이는데, 서남 방언에서는 '있도 없다'와 같은 형식이 쓰이기도 한다. 이 경우의 '없다'는 '않다'와 기능이 같은 것이다. 마찬가지로 '알다'의 부정은 흔히 '모르다'로 쓰이지만 서남 방언에서는 '알도 몰르다'와 같은 형식이 쓰이는데, 그 구성 방식은 '있도 없다'와 동일한 것이다.
  표준어에서 재차 확인하는 물음으로 '-잖아?'가 쓰인다. 예를 들어 '내가 말했잖아?'는 '내가 말했음'을 강조하는 말일 뿐 대답을 구하는 전형적인 의문문은 아니다. 서남 방언에서도 부분적으로 이러한 형식이 쓰인다. 예를 들어 전라북도나 전라남도의 북부 지역에서는 '-잔히여?'처럼 쓰인다. 예를 들어 '내가 말했잔히여?'처럼 쓰인다는 것이다. 이 지역에서는 '해'를 '히여'로 말하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재확인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서남 방언에서는 또다른 표현 '안'을 쓰기도 한다. '안'은 물론 부정의 부사인데, 이 경우는 기능이 달라져서 재확인으로 쓰인다. 예를 들어 '내가 안 갔냐?'는 표준말의 '내가 갔잖아?'와 같은 뜻을 갖는다. 쓰여진 대로만 보면 '내가 안 갔냐?'는 두 가지의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첫째는 '내가 가지 않았니?'로 번역할 만한 뜻으로서 정상적인 부정의 의문이고 나머지 다른 하나의 의미가 바로 '내가 갔잖아?'인 것이다. 그런데 이 두 의미는 표기상으로는 구별되지 않지만 실제 말로 할 때에는 분명히 구별된다. 즉 전자처럼 부정의 의문으로 쓰일 때에는 '안'이 뒤따르는 동사 '갔냐'에 이어 소리난다. 즉 '안 갔냐'가 하나의 소리 단위를 이루게 되는 것이다. 반면 재확인의 뜻을 가질 때에는 '안'과 뒤따르는 동사 사이에 약간의 쉼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안 갔냐'는 하나의 소리 단위가 아니라 두 개의 단위로 읽히게 된다. 이런 점에서 재확인의 '안'은 부정의 '안'과 구별되어야 한다. 재확인의 '안'은 문장 내의 모든 어절 다음에 올 수도 있고 심지어는 문장의 맨 앞에 올 수가 있다. 그래서 '우리가 안 항꾼에 안 거그 안 갔다고?(=우리가 함께 거기 갔잖아?)'처럼 문장 중간에서 여러 차례 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임의 기능을 하는 조사 '-요'와 유사한 분포를 보여준다.
새국어생활 제8권 제4호('98년 겨울)

3.2. 조사 

  서남 방언의 조사 가운데 아주 흥미로운 것은 '할라'이다. 이것은 표준말의 '조차'와 흡사한 의미를 갖는다. 예를 들어 '혈압할라 높은디 멋 허로 술을 마셔 쌓냐?'는 '혈압조차 높은데 무엇 때문에 술을 마셔 대니?'로 번역될 만한 문장이다. 이 경우의 '할라'는 이 방언에서 '할차'로도 쓰인다. '할차'는 아마도 '할라'와 '조차'가 합쳐져서 생겨난 말일 것이다. 마치 영어에서 smoke(연기)와 fog(안개)가 합쳐져서 smog(매연)라는 새로운 낱말을 만들듯이.
  조사 '가'도 서남 방언에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예이다. 이것은 처격의 '에' 다음에 나타나 '에가' 형태로 실현된다. 예를 들어 '우리 고향에가 밤나무가 많다'처럼 쓰이므로 이 '에가'는 표준말의 '에서'와 거의 같은 뜻이라고 할 수 있다. '에가'의 '가'는 원래 동사 '가-'[去]가 변한 것이다. '에가'의 '에'는 생략될 수 있는데 이 때 자음 뒤에서는 '까'로 실현되는 것이 보통이다. 예를 들어 '우리 아들은 서울까 살아라우'(=우리 아들은 서울에서 살아요)처럼 쓰인다.
  조사 '라우'는 표준말의 '요'처럼 높임의 기능을 한다. '내가라우, 어지께라우, 서울 갔는디라우, 거그서라우, 친구를 만났어라우.(=내가요, 어제요, 서울 갔는데요, 거기서요, 친구를, 만났어요)처럼 대부분의 어절 다음에 나타난다. 그러나 어떤 점에서는 '라우'는 '요'와 다른 면을 보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 표준말로 '누구세요?'처럼 물을 때 이를 서남 방언으로 옮긴 '누구세라우?'는 불가능한 문장이 되기 때문이다. '라우'는 반말의 '-어'나 '-지' 다음에 쓰일 수 있으나, 의문사가 있는 전형적인 설명의문문에 쓰이지 않는다.

3.3. 어미 

  어미 가운데 서남 방언의 가장 특징적인 것으로는 '-소'를 들 수 있다. 이것은 표준말의 '-게'에 대응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서 오소'는 표준말로 '어서 오게'에 해당하는 말이다. 우리말에서 명령의 어미 '-소'와 '-게'는 중앙어의 역사에서도 쉽게 찾아지는데, 그 선후는 '-소'가 16세기 경에 먼저 나타나고 18세기 이후에 '-게'가 출현하였다. 현재는 표준말에서 '-소'는 사용되지 않고 '-게'만 사용되나 서남 방언에서는 대체로 원래의 '-소'를 간직하여 쓰고 있다. 다만 전라남도의 남부 섬 지역에서 일부 '-게'가 쓰이고 있음이 눈에 띤다.
  서남 방언의 어미 '-간디'는 표준말의 '-관대'에 대응한다. 예를 들어 '누가 오간디 조롷게 난리데?'는 '누가 오기에 저렇게 난리다니?'의 의미를 갖는다. 표준말의 '-관대'는 현대의 구어에서는 더 이상 쓰이지 않는 어미이지만 서남 방언의 '-간디'는 오늘날에도 활발하게 쓰이는 살아있는 어미이다. '-간디'는 때때로 '-가니'나 '-간'으로 쓰이기도 한다.
  어미 '-으까미'는 표준어로 옮긴다면 '-을까봐'에 해당할 것이다. 예를 들어 '누가 죽이까미 그냐?'는 표준어로 '누가 죽일까봐 그러니?'로 옮겨야 한다. 이 '-으까미'는 '-을까 봐'에서 변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봐'의 /ㅂ/이 /ㅁ/으로 바뀌어 생겨난 것이다. '-으까미'는 때로 '-으깨미'나 '-으까마니' 등으로 쓰이기도 한다.
  어미 '-구만'은 표준말의 '-건만'에 대응한다. 예를 들어 '비도 오구만 멋허로 나가냐?'는 '비도 오건만 무엇하러 나가니?'로 옮길 수 있다. 일반적으로 표준말의 '-건만'은 문어적 성격이 강하지만 서남 방언의 '-구만'은 구어로 당당히 쓰이는 어형이다.


4. 어휘적 특징

4.1. 명사 파생 

  접미사 '-가심'은 표준말 '-감'과 어원을 같이하며 의미적으로는 접미사 '-거리'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 접미사는 표준말 '-감'에서 불가능한 형태소 결합이 많이 나타난다. '짓가심(=김치용 채소), 맷가심(=매를 맞아 마땅한 사람), 주먹가심(=한 주먹이면 능히 대적할만한 상대), 골칫가심(=골칫거리)' 등이 이에 속한다.
  '-거리'는 표준말의 '-거리'와 같은 뜻을 갖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땔:거리(=땔감), 짐칫거리(=김칫감), 샛거리(=곁두리), 처진거리(=쓰고 남은 것)' 등이 이에 해당한다. 
  한편 단순히 낱말 형성에 참여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거리'가 있는데, 이 때는 비하적인 의미를 포함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의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짓'에 대한 '짓거리'가 전자의 예이라면 '등거리(=등), 밑둥거리(=밑둥)' 등은 후자에 해당한다. 단순히 낱말 형성에 참여하는 '-거리'는 지역에 따라 '-어리'로 실현되기도 한다.(예:짓거리/짓어리, 등거리/등어리)
  접미사 '-데기'는 이 방언에서 '-뎅이'로도 실현되는데, 비하의 뜻을 표현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 접미사는 특히 신체의 일부분을 가리키는 데에 쓰이는 수가 많다.(예:발목데기/뎅이(=발모가지), 손목데기/뎅이(=손모가지), 빰데기/뎅이/떼기(=뺨따귀), 귓데기(=귀때기)) 그 밖에 일반 명사에도 붙는 경우가 있다.(예:보촛데기(=보추), 소락데기(=소리), 뽄떼기(=본보기), 구석데기(=구석)) '-데기'의 변이형으로 '-아데기'가 쓰이기도 한다.(예:빰아데기/뎅이(=뺨따귀), 가심아데기(=가슴패기))
  사람을 가리키는 또다른 접미사로 '-보'가 있다. '-보'는 표준말에도 있지만 이 방언에는 표준말에는 불가능한 예가 많이 나타난다. '-보'가 결합한 낱말을 어간을 따라 분류하면, 우선 어간에 직접 결합하는 예가 있고(예:쩨:보(=얼챙이), 먹보(=귀머거리), 귀먹보(=귀머거리), 꼴:보(=자주 토라지는 아이))1)

, 명사에 결합되는 예가 있는가 하면(예:잠보(=잠꾸러기), 띠보(=떼를 잘 쓰는 아이), 데갈보(=머리가 유난히 큰 사람), 배보(=배가 유난히 큰 사람)), 부사에 결합하는 경우도 있어 흥미롭다.(예:빡:보(=곰보), 할딱보(=대머리)) 앞의 예에서 '빡:보'는 심하게 얽는 모양을 수식하는 이 방언의 부사로 '빡빡'이 쓰이는데 이 부사의 일부에 '-보'가 결합된 것으로 보이며, '할딱보' 역시 머리가 심하게 벗겨진 모양을 형용하는 부사 '할딱(=훌렁)'에 접미사 '-보'가 결합된 것이다.
  사람을 가리키는 또다른 접미사로 '-쟁이'가 있는데, 이는 표준말에서와 마찬가지로 명사 다음에 올 수 있지만(예:띠쟁이(=떼를 잘 부리는 아이), 외꼬쟁이(=애꾸), 쌈:쟁이(=싸움보)), 그밖에 동사 어간이나(예:철업쟁이(=철없는 사람), 싸납쟁이(=성질이 사나운 사람), 귀먹쟁이(=귀머거리)), 어근에 붙는 수도 있다.(예:야발쟁이(=수다장이), 뽈딱쟁이(=몸이 날랜 사람), 꼬꼽쟁이(=노랭이), 꼬시락쟁이(=곱슬머리를 한 사람))2)   접미사 '-쟁이'는 사람 외에 곤충을 가리키기도 하며(예:쉼발쟁이(=그리마), 징금쟁이(=소금쟁이), 이 방언의 '오금쟁이(=오금)'처럼 신체의 일부를 가리키는 데도 쓰인다. 그밖에 무생물을 가리키는 데도 나타난다.(예:까시쟁이(=가시덤불), 딱쟁이(=상처의 딱지), 때쟁이(=때깔), 발목쟁이(=발모가지))
  사람을 나타내는 접미사로 이 방언에는 '-배기' 또는 '-뱅이'가 있다. 이 접미사는 명사나 어근에 결합한다.(예:허천배기(=먹을 것을 탐하는 사람), 껄떡배기(=먹을 것을 탐하는 사람), 더듬뱅이(=말더듬이) 세짤배기(=혀가 짧은 사람)) '허천배기'는 이 방언에서 '허천나다, 허천병'과 같은 낱말에서 '허천'이라는 어근이 나타나는데, '게걸스럽게 먹거나 먹기를 탐하는 것'을 가리킨다. '껄떡배기' 역시 '허천배기'와 같은 뜻을 갖는데, '껄떡거리다'(=먹을 것을 탐하다)와 같은 낱말의 어근에 '-배기'가 결합한 것이다. '세짧배기'는 '세짤룹다'(=혀짧다)라는 낱말의 어간의 일부에 '-배기'가 결합한 것으로 독특한 면을 보인다.
  접미사 '-배기'는 사람 이외의 사물을 가리킬 때에도 쓰인다. '동그라미'를 뜻하는 이 방언의 '똥글배기'가 이에 해당한다.

4.2. 형용사 파생 

  접미사 '-우룸-'은 표준말의 '-으레'에 대응한다. 예를 들어 표준말 '물그레하다'나 '불그레하다'는 이 방언에서 각각 '물구룸허다'와 '뿔구룸허다'로 나타나 여기서 접미사 '-으레-'와 '-우룸-'의 대립을 확인할 수 있다. 이때 쓰이는 '-우룸-'은 그 정도가 약간 낮은 상태임을 뜻한다. '묽다'보다는 '물그룸허다'가 덜 묽은 상태임을 의미하며, '붉다' 또는 '빨갛다'보다는 '뿔구룸허다'가 덜 붉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우룸-'과 같은 뜻으로 '-구룸-' 또는 '-고롬-'이 쓰이기도 하는데 이 접미사는 표준말의 '-금-'이나 '-곰-'에 대응한다. 서남 방언에 나타나는 '시구룸허다(=시금하다), 세고롬허다(=새곰하다)'에서 그 대응을 찾을 수 있다. 같은 접미사가 '쎙고롬허다/쎙구룸허다(=날씨가 차고 흐리다), 멩고롬허다(=날씨가 차고 흐리다)'에서도 보이는데, '쎙고롬허다'의 어근 '쎙'은 '쎄:허다(=날씨가 아주 차고 흐리다)'의 어근 '쎄-'와 어원을 같이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멩고롬허다' 역시 현재로는 확인되지 않는 형용사 '*메:허다'의 어근과 같았을 것으로 보인다.3)
  접미사 '-옵/웁-'은 전형적으로 '쓰리다'와 '씨롭다'의 대립에서 찾을 수 있다. 표준말의 '쓰리다'에 대해 서남 방언은 '씨롭다'를 쓰고 있는데, 이 두 대립쌍을 비교하면 이 방언이 '-옵-'을 첨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서남 방언형은 표준말의 형에 접미사가 첨가된 어형인 것이다. 이러한 범주에 드는 것으로는 '시롭다(=시리다)'를 추가할 수 있다.
  한편 서남 방언 내부에서도 '따시다(=따뜻하다)'와 '따숩다'가 대립하고 있는데, 전자는 경남과 접한 동부 지역에서 쓰이고, 후자는 서부에서 나타난다. 이 대립을 통해서 접미사 '-웁-'에 의한 '따숩다'의 형성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러한 지역적 분포를 보이는 것으로 '호시다/호숩다(=(흔들리는 것을 타면서) 재미있다), 꼬시다/꼬숩다(=고소하다)' 등의 대립을 더할 수 있다.
  접미사 '-시롭-'은 표준말의 '-스럽-'에 대응하는 것으로서 표준말에 나타나는 여러 낱말들, 예를 들어 '어른스럽다' 등은 이 방언에서도 그대로 쓰인다. 그런데 서남 방언은 표준말에 비해 훨씬 생산적인 모습을 보여 표준말에서 불가능한 여러 낱말들이 이 접사를 사용하고 있다. 우선 표준말에서 어근에 접미사 '-하-'가 붙어 형성된 낱말이 서남 방언에서는 '-시롭-'이 붙는 경우가 많다.(예:미안시롭다(=미안하다), 어색시롭다(=어색하다), 귀찬시롭다(=귀찮다), 깨깟시롭다(=깨끗하다)) 이 외에 표준말의 '-롭-'에 대응하는 경우도 있다.(예:까다락시롭다/까닥시롭다(=까다롭다), 까:탈시롭다(=까다롭다)) '재미시롭다(=재미있다)'는 '있-'에 '-시롭-'이 대응하는 경우인데, 이 방언의 '꾀시롭다(=꾀가 많다)'도 같은 범주에 드는 것이다. 그밖에 어근을 아예 달리하는 경우도 있다.(예:어:시롭다(=어색하다), 몰쌍시롭다(=매몰차다), 거판시롭다(=성대하다), 끄척시롭다(=엉뚱하다)) 마지막으로 '궁상시롭다(=궁상맞다), 성가시롭다(=성가시다), 까시롭다(=까다롭다)'처럼 대응하는 형태가 각각인 경우도 있다.
  표준말 '달짝지근하다'는 어근 '달-'에 접미사 '-짝지근-'이 첨가된 것인데, 이러한 접사는 서남 방언에서도 쉽게 발견되며, 표준말에서 불가능한 여러 예가 추가로 확인 가능하기 때문에 표준말보다는 더 생산적으로 쓰인다.(예:껄쩍지근허다(=꺼림칙하다), 노적지근허다(=노작지근하다), 멘작지근허다(=미지근하다), 미적지근허다(=미지근하다), 민작지근허다(=미지근하다), 뻑적지근허다(=성대하다. 요란하다), 왁작지근허다(=왁자하다) 등
  그런데 '-짝지근/쩍지근-'과 달리 단지 '-지근-'만이 나타나는 예가 있다. 표준말의 '미지근하다, 뜨뜻미지근하다'가 대표적인 예이고, 서남 방언 일부에서도 '나리지근허다(=나른하다), 후덥지근허다(=후텁지근하다)'와 같은 예가 보이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짝지근/쩍지근-'이 붙은 예에서도 '-짝/쩍-'은 '-지근-'과 분리된다고 보아야 할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뻑적지근허다, 왁작지근허다'의 경우 '뻑적'은 표준말 '북적'과 어원을 같이하는 것으로 보이며, '왁작'은 의성어로서 하나의 어근임이 분명하다. '멘작지근허다(=미지근하다)'의 경우 서남 방언에서는 '방부닥이 한나도 멘작도 안 허다(=방바닥이 하나도 미지근하지도 않다)'처럼 '멘작'이 분리될 수 있기 때문에 이 경우도 독립된 단위로 분석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렇다면 표준말 '달짝지근하다'도 결국 '달짝'이 독자적인 단위를 형성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이 경우의 '-짝-'은 다시 '달-'에 붙은 또다른 접사로 보아야 할 것이다.
  전남의 서남 해안 지역인 진도나 완도 지역에서는 '징합다, 독합다, 중합다'와 같은 낱말이 쓰인다. '징합다'는 전남의 다른 지역에서 '징하다(=징그럽다)'로 나타나며, 나머지 낱말들도 '독하다. 중하다'와 같이 표준말과 같은 어형을 보인다. 그런데 유독 서남 해안 지역에서만 이들 낱말들이 '-합다'형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이들과의 대립을 통하여 접미사 '-합-'을 분석해 낼 수 있다. 즉 진도나 완도 지역은 접미사 '-하-'에 대응하는 '-합-'을 갖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ㅂ-'의 첨가 현상은 아마도 접미사 '-옵/웁-'이나 '-시롭-' 등에 의한 유추의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

4.3. 부사 파생 

  서남 방언에서 생산적인 부사 파생 접미사로 많이 쓰이는 것은 '-허니'를 들 수 있다. 이 접사는 접미사 '-허-'가 붙을 수 있는 모든 형용사에서 가능하다.(예:깨깟허니(=깨끗하게), 미안허니(=미안하게), 누러니(=누 렇게) 등) '-허-'가 아닌 경우에 '-니'가 올 수 있는 예로는 '올바르니(=올바르게)'를 들 수 있다.
  일부 부사에는 접미사 '-이'가 잉여적으로 첨가되는 수가 있다. 예를 들어 '오직이(=오죽), 으레이(=으레)' 등이 이에 해당하고, 씨끝 '-을수록'도 이 방언에서는 '-을수락이'로 나타나 접미사 '-이'가 특별한 뜻없이 덧붙고 있다.

4.4. 어근의 분리 가능성

  서남 방언의 특징 가운데 흥미로운 것은 복합어의 내부, 좀더 정확히 말하면 어근과 접사 또는 다른 어근이 분리될 수 있다는 점이다. 어근이 분리될 경우 중간에 개재되는 요소는 부정의 '안'이나 보조사가 대부분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부사까지도 개재될 수가 있다. 예를 들어 '깨끗시롭다(=깨끗하다)'의 부정 표현으로서 '깨끗 안 시롭다'가 가능하고, '깨끗도 시롭다'처럼 중간에 보조사가 개입될 수도 있다. '엿보다'와 같은 복합어는 '엿 안 보다', '엿만 보다'는 물론 가능하며 여기에 덧붙여 '엿을 쬐까 보다(=조금 엿보다)'와 같이 부사가 중간에 개재되기까지 한다. '미안허다'는 '미안 안 허다'와 '미안만 허다'와 같은 어근 분리가 가능하지만, '삙허다(=빨갛다)'는 오직 '삙 안 허다'처럼 부정의 분리만 가능할 뿐 '*삙도 허다'와 같이 보조사가 개입되지는 않는다. 이상을 보면 낱말에 따라 어근 분리의 가능성이 달라짐을 알 수 있다. 표준말 '목매달다'는 어원적으로 '목'과 '매달다'의 합성어인데, 서남 방언에서는 이 합성어가 '목매-달다'로 잘못 분석되는 수가 있다. 실제 담화 자료에서 '그 큰애기가 목매를 달아서 죽었다네.(=그 처녀가 목을 매달아서 죽었다네.)'와 같은 예가 찾아진다. 이러한 잘못 분석된 예에서도 어근 분리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