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 방언

곽충구 서강대학교 국어국문학과교수 





1. 머리말



  동북 방언이라 함은 흔히 咸南 정평 이북의 咸鏡道1) 지방에서 말해지는 방언을 일컫는다. 일찍이 小倉進平은 이 방언을 '咸鏡道方言'이라 명명한 바 있다. 
  동북 방언은 그 하위 방언권을 '육진 방언'과 육진 지역을 제외한 함경도 지역의 방언(편의상 '함경 방언'이라 부르기로 한다)으로 나누기도 한다. 육진 방언은 두만강이 에워싸고 있는 국토의 동북단 지역 방언을 일컫는다.2) 이 방언은 음운 면에서 볼 때 아주 保守的이고, 종결어미나 어휘 면에서도 함경 방언과 다른 점이 많다. 한편, 함남 정평 남쪽의 영흥·고원·문천·안변은 동북 방언과 중부 방언의 특징을 공유하고 있어 전이방언권의 성격을 지니지만 보통 중부 방언권에 포함시킨다.3)
  동북 방언권의 형성은 자연 지리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동으로는 동해와 접해 있고 북으로는 압록강과 두만강이 중국 및 러시아와 국경을 이루고 있다. 서쪽에는 狼林山脈이 남북으로 길게 뻗어 平安南北道와 경계를 이루고 있다. 옛부터 關北으로 통하는 주요한 교통로는 추가령지구곡과 함남 남부의 안변 또는 문천을 잇는 곳으로 발달하였다. 이렇게 삼면이 고립되고 또 정치·문화의 중심지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 동북 방언은 자연 보수적인 성격을 띠게 되었다. 함경도 사람들은 이러한 지정학적인 환경 속에서 그들의 역사와 문화를 일구어 왔다. 그 속에서 동북 방언이라는 독특한 방언이 형성 발전해 온 것이다. 
  함경도는 남다른 역사를 가지고 있다. 고구려와 발해의 멸망 이후에 그에 복속되었던 말갈족의 일파가 남진함에 따라, 고려 시대에는 정평 이북 지방이 여진족의 독무대가 되었다. 그런 까닭으로 지금도 함경도에는 '두만강'의 '두만'을 비롯하여 '나단(산)', '주을', '아오지', '백안(수소)', '쌍개'와 같은 여진말에서 유래한 소지명이 남아 있다. ꡔ高麗史ꡕ, ꡔ龍飛御天歌ꡕ, ꡔ世宗實錄地理志ꡕ, ꡔ東國輿地勝覽ꡕ 등의 문헌 사료에 의하면, 고려 시대에는 몽고의 침략을 전후해서 고려의 통치가 미치지 않던 이 곳으로 적지 않은 유이민이 옮겨 와 살았던 것으로 보인다. 穆祖 李安社가 전라도 전주를 떠나 함경도 지역으로 집단 이주했던 사실이 그 한 예이다. 때문에 여말 선초에는 이미 상당수의 고려인이 함북의 두만강 하류 지방(당시의 慶源府)에 거주하게 되었다. 그래서 조선조 태조 때에는 이 지역이 왕조가 발원한 '肇基之地'라 하여 돌보고 여진 지명을 현재의 지명으로 바꾸기도 하였다. 조선 초기에는 오도리(斡朶里), 우디거(兀狄哈), 오랑캐(丌良哈)와 같은 여진족과 마찰이 잦았는데, 세종이 그들을 제압하고 두만강 유역에 육진을 설치하였다. 함경도가 명실공히 국토의 일부가 된 것은 이 때부터다. '동북 방언권', 즉 정평 이북 지방은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으나 고려 시대에는 평북 의주와 함남 정평 부근의 도련포를 잇는 千里長城의 북쪽에 위치했던 곳이다. 그리고 '육진 방언권'은 바로 세종 때에 개척되고 관의 사민정책에 따라 길주 이남의 함경도인과 하삼도 주민이 대거 이주한 곳이다.
  동북 방언의 특징을 음운·형태·통사·어휘 면에서 간단히 살펴보기로 한다.  



2. 동북 방언의 특징


2.1. 음운 특징

2.1.1. 음운 체계
1) 모음 체계 

  현대 국어의 모음 체계는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동북 방언도 그 예외는 아니다. 해방 전에 조사된 자료4)

에 의하면, 동북 방언 중 함경 방언은 10모음 체계, 육진 방언은 전설 원순모음 'ㅚ'와 'ㅟ'가 없는 8모음 체계였다. 현재 남한에 거주하고 있는 함경 방언 화자들도 대체로 10모음 체계를 보여준다.5)
  그런데 필자가 귀순자를 제보자로 하여 조사한 바에 의하면, 함남 함주 출신의 50대 제보자는 불안정한 8모음 체계였다. 그리고 중국에 거주하는 전통적인 육진 방언 화자는 9모음 체계, 함북 명천 방언 화자는 8모음 체계였다. 육진 방언은 'ㅟ'가 새로 등장한 반면, 함경 방언은 'ㅟ'와 'ㅚ'의 비음운화('ㅟ'는 [i] 또는 [wi]로, 'ㅚ'는 [e]로 변화)로 10모음 체계에서 8모음 체계로 줄었다. 
  북한 학자들이 조사·연구한 육진 방언의 모음 체계를 보면, 'ㅣ'와 'ㅡ' 사이에 고모음이 하나 더 있다(북한 학자들은 이 음을 '+'로 轉寫). 20세기초에 러시아에서 간행된 문헌 자료도 역시 같다. 그러나 필자는 남한의 실향민이나 중국 조선족의 육진 방언 화자들로부터 이 음성을 들을 수 없었다. 이는 음절 부음의 과도가 아주 짧은 하강 이중모음 [ɨy] 또는 과도음이 탈락된 [ï]이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더 관심을 두고 살펴볼 문제이다.
  한편, 중국에 거주하는 육진 방언 화자들은 주로 치음과 경구개음 뒤의 'ㅟ'를 [ü]로 발음하였다. 육진 방언에 단모음 'ㅟ'가 새롭게 등장한 것이다. 그러나 'ㅚ([ö])'는 여전히 들을 수 없었다. 그것은 'ㅚ'가 기원적으로 이중모음 [oy]에서 발달한 것인데, 이 [oy]가 이미 'ㅙ([wɛ])'로 변화하여 [ö]로 변화할 수 있는 길이 막혀 버린 때문이다. 예), 왜(오이), 쇄(쇠), 왜우다(외우다), 꽤꼬리(꾀꼬리), 왜클아바니(외할아버지). 그런데 예가 아주 적기는 하지만 'ㅣ' 모음 역행동화에 의하여 생성된 'ㅚ'가 발견되기도 한다. 예), 괴기(고기), 푀기(포기). 체계에는 /ö/가 존재하지 않지만 음운 규칙에 의하여 [ö]가 새로 생겨난 것이다.
  함경 방언의 모음 체계와 관련하여 한 가지 지적해 둘 것은 'ㅡ'와 'ㅜ' 및 'ㅓ'와 'ㅗ'의 조음역이 중부 방언과는 다르다는 점이다. 이들은 [원순성] 자질에 의하여 대립되는 후설모음들인데, 대립 모음들의 조음역이 근접해 있다. 중부 방언의 'ㅓ'는 그 조음역이 꽤 넓은 편인데, 이 방언에서는 중부 방언의 그것보다 다소 고설 위치에서 조음된다. 그리고 'ㅗ'의 원순성 약화가 인상적으로 느껴진다. 때문에 'ㅗ'와 'ㅓ'의 대립이 점차 상실되어 가고 있다. 이러한 조음상의 특징은 젊은 세대로 내려갈수록 현저하다.
   咸南 함흥에서 거주하다가 귀순한 50대의 여자 제보자는 'ㅗ'와 'ㅓ' 그리고 'ㅡ'와 'ㅜ'가 평상적인 발화에서는 거의 구별되지 않았다. 그러나 철자식 발음이나 주의를 기울이면서 하는 발화에서는 양자가 구분되었다. 이것은 8모음에서 6모음으로 옮아가는 과도기적 현상으로, 머지않아 두 음소의 합류가 이루어질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금세기에 들어서서 함경 방언은 다음과 같이 10→8→6의 체계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ㅣ ㅟ ㅡ ㅜ
ㅔ ㅚ ㅓ ㅗ
ㅐ     ㅏ


ㅣ ㅡ ㅜ
ㅔ ㅓ ㅗ
ㅐ ㅏ


ㅣ (ㅡ ㅜ)
ㅔ (ㅓ ㅗ)
ㅐ    ㅏ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것은 동북 방언의 모음 체계는 평남 방언의 모음 체계처럼 6모음 체계를 지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필자가 최근에 월남한 평남 출신의 귀순자(여)를 대상으로 하여 조사한 바에 의하면 제보자는 완전한 6모음 체계를 보여 주었다. 예), 우리우리하다(으리으리하다), 우뜸(으뜸)
  북한의 모음 체계가 전반적으로 계열 모음이 합류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이는 남한 방언의 모음 체계가 폐구조화의 경향(서열상의 대립의 축소)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과 대조적이다(남한은 동남 방언의 경우 'ㅔ'와 'ㅐ' 및 'ㅡ'와 'ㅓ'의 합류가 완료되었고, 각 방언에서 'ㅔ'와 'ㅐ'의 합류가 진행되고 있다). 국어 모음 체계의 변화가 남과 북에서 상이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2) 이중모음
  함경 방언에서 상승 이중모음은 자음이 선행하지 않는 경우에만 그 실현이 가능하다. 구개음화의 결과로 'ㄷ, ㄸ, ㅌ' 아래에서는 연결되지 않는 제약을 가진다. 그리고 순수 고유어에서는 'ㅂ, ㄱ, ㅎ' 등의 변자음과 이중모음의 연결이 자유롭지 못하다. 구개음화 혹은 'ㅕ>ㅔ' 변화를 겪었기 때문이다. 예), 혀[舌]>헤~세(띠), 베리기(벼룩), 저실~저울(겨울), 귀게(구경). 그런데 한자어의 경우, 주로 咸南에서는 구개음화를 겪지 않고 'ㅛ>ㅚ, ㅠ>ㅟ'와 같이 단모음화하였다. 예), 교실(敎室)>괴실, 규칙(規則)>귀칙. 자음이 없는 경우에도 '야장이(冶匠-)>얘재:', '이[戴]+어라>여:라>예:라~에:라'와 같이 실현된다.
  함경 방언과는 달리 육진 방언에서는 자음과 이중모음의 연결이 자유로워서 '댜, 뎌, 됴, 듀'나 '냐, 녀, 뇨, 뉴'와 같은 음절 구조를 볼 수 있다. 예), '땨르다(짧다), 둏다(좋다), 뎌것(저것), 녠치~넨치~년치(연세), 냬:기(이야기)'. 그런데 육진 방언권의 일부(會寧·鐘城·穩城)에서는 '둏다>돟다', '뎐깃불(電氣-)>던깃불'과 같이 이중모음의 음절 부음 'ㅣ[y]'가 탈락하여 서북방언과 같은 변화를 겪은 곳도 있다.
  하강 이중모음 'ㅢ'는 대체로 'ㅣ'로 단모음화하였다.
   'ㅘ, ㅝ, ㅞ, ㅙ'와 같은 이중모음도 자음 아래에서는 점차 'ㅏ, ㅓ, ㅔ, ㅐ'로 단모음화하고 있다.


3) 자음체계
  자음은 육진 방언의 파찰음 'ㅈ', 'ㅊ', 'ㅉ'이 특이하다. 서북 방언처럼 치음으로 발음되나 점차 설배적인 경구개음으로 변화하고 있다. 


4) 운소체계
  동북 방언의 색채를 인상적으로 드러내 주는 것 중의 하나가 聲調이다. 단음절 명사의 성조를 중세국어의 그것과 비교해 보면, 동북 방언의 성조는 중세국어에 규칙적으로 대응된다. 가령, 중세국어의 ':말(言, 상성)'은 지역에 따라 상승조 혹은 고조, '·말(斗, 거성)'은 고조, '말(<[馬], 평성)은 저조로 실현된다. 또한 활용 어간의 성조 교체 유형도 중세국어와 동일하다. 지역을 나누어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가) 咸北의 길주·성진·단천 지역에서 중세국어의 거성은 '고조', 평성은 '저조', 상성은 '상승조'로 실현된다. (나) 그밖의 지역에서는 '거성'과 '상성'은 '고조'로 실현되고 평성은 '저조'로 실현된다. 다만, (가)지역의 북쪽 외곽에 위치한 함북 명천은 '상성'이 고조 또는 고장조로 실현된다. (가) 지역의 聲調素는 중세국어의 그것과 일치하는 셈이다. 長音이 있기는 하나 시차적 기능은 없다. 예), 쇄:지(송아지), 해:미(반찬), 왜:지(<오얒, 자두). 이 밖에 동북 방언은 발화의 첫 음절에 강세가 놓이며 발화 속도가 다른 방언에 비해서 빠른 특징을 가진다. 


2.1.2. 음운의 변화와 변동 
  동북 방언의 음운 변화 및 음운 변동의 예를 몇 가지만 소개한다.
  1) 어중 자음의 유지. 후기 중세국어 또는 그 이전 시기의 ', , ㅇ(<ㄱ)'이 'ㅅ, ㅂ, ㄱ'으로 반사되어 있다([*]는 재구형). 
    (1) 구시(구유), 가슬하다(가을하다), 그시다(기이다), 나시(냉이), 다심(다음), 무순둘레(민들레), 어시(부모), 여서보다(엿보다).6)

    (2) 거부지(거웃), 기불다(기울다), 누부리(노을), 느불메기(율모기), 대비다(뒤지다), 달비(다리[髢]), 뚜베(뚜껑, 참고:눈뚜베, 가매뚜베), 어불다(어우르다), 오분(온[全]), 치비(추위), 하분자~호분자(혼자), 호박(확)7)
    (3) 술기(<*술귀>술위>수레)8) , 굴기~구리(<*글귀>굴위, 그네), 멀기~멀귀(<*멀귀>멀위>머루), 몰개~모새(모래). 사피동 접사의 'ㄱ'이 그대로 남아 있다. 예), 살구다(<*살고다>살오다>살리다), 알구다(<*알고다>알오다>알리다), 울기다(*울기다>울이다>울리다).
  2) 구개음화. 함경 방언은 'ㄷ, ㄱ, ㅎ' 구개음화가 왕성하게 이루어졌으나, 육진 방언은 ㅎ구개음화만을 겪었다.
  3) 원순모음화. 보름(바람), 볼써(벌써), 볼(벌[件]), 볿다(밟다), 폴(팔), 몰(말[馬]), 뽈다(빨다[吸着]). 이들은 순자음 아래에서 ''가 'ㅗ'로 변화한 원순모음화 예이다. 이 변화는 함남 북부 압록강변의 삼수·갑산·혜산 및 함북 북부 두만강변의 회령·종성·온성 지역어에서 볼 수 있다. 그러나 '볿다', '볼'은 함경도의 넓은 지역에 분포한다. 
  4) 비원순모음화. 육진 방언에서는 형태소의 내부에서 '느비(<*누븨, 누이)', '늡다(<눕다)', '드비(<두부)', '느부리(<누부리, 노을)' 따위와 같이 순자음 'ㅂ' 앞에서 원순모음 'ㅜ'가 'ㅡ'로 변화하였다. 이화작용에 의한 변화이다.
  5) 모음조화. 단어의 첫 음절 모음이 'ㅏ, ㅗ, ㅐ'의 양모음일 때, 부사형 어미는 '-아'가 결합된다. 예), 맵+아→[매바], 배우+아→[배와], 바꾸+아→[바꽈], 아름답+아→[아름다바]
  6) 비모음화. (1) 모음 사이 또는 단어의 끝에 'ㅇ'이 놓이거나, (2) 'ㅣ' 모음 앞에 'ㄴ'이 놓일 때, 선행모음이 콧소리로 발음되나 약화되어 거의 들리지 않는다. 예), 배리(<뱅우리, 병아리), 콩+이→[코], 게사(게사니, 거위), 고사(고생), 그야(그냥), 손+이→[소], 안까(<안깐이, 아낙), 새워이(<생원이, 시동생). 단, 육진 방언에서는 (1)의 환경에서만 비모음화가 일어난다.
  7) 경음화. 함북 방언에서는 말자음이 'ㄴ, ㅁ'인 활용 어간에 자음 어미가 연결되어도 경음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예), (신을) [신다], [신고], [신지]. (산을) [넘다], [넘고], [넘지].

 

2.2. 형태론적 특징

2.2.1. 정칙 활용 
   'ㅅ' 및 'ㅂ' 변칙 용언들이 대체로 함남의 중부 이북 지역에서는 정칙 활용을 한다. 예), 칩다(춥다), [치버서], [치부니]. 잇다(繼, 육진 방언은 '닛다'), [이서서], [이스니].


2.2.2. 특수 교체 어간
  명사와 용언에서 특이한 어간 교체를 보이는 일군의 어사들이 있다. 그 교체 방식은 중세국어와 일치한다. 이들 중 명사는 주격형 혹은 대격형으로 점차 단일화하고 있다.

(1) 나무/-:냉기(주격), 낭그(대격, 속격), 낭게(처격), 낭글르(조격), 낭그느(-는, 보조사). 나무가(공동격), 나무처르(나무처럼), 나무아채기~나무아지(나뭇가지).
(2) 여스[狐]/엮-:여끼~예끼(주격), 여끄(대격, 속격), 여끄느(-는). 여스새끼(여우 새끼), 여스가(여우와).
(3) 자르[柄]/잙-:잘기(주격), 잘그(대격, 속격), 잘게다(-에다), 자르두(-도)
(4) 마르[裁斷]/맑-:말가라(마르-아라), 마르니(마르-으니), 마르고(마르-고)
(참고, 마르[瘦, 乾]-/말ㄹ-:말라라(마르-아라), 마르니, 마르고)


 
2.2.3. 단독형 명사에 '이'가 결합되는 현상
  동북 방언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모음이나 'ㅇ'으로 끝난 명사에 '이'가 결합되어 어간의 일부로 녹아든 예들이 많다. 예), 치매(치마), 장개(장가), 장시(장수[商人]), 염튀(염통), 오구래(오구랑+이, 새알심, 참고:오구랑죽(팥죽)). 육진 방언은 '댱개~당개', '댱시~당시', '념튀~넘튀'. 이런 이유로 전통적인 동북 방언 어휘 중에서 개음절 명사는 전설 모음으로 끝나는 형태소 구조 제약을 가진다.


2.2.4. 피사동사 형성 접사 '-기-', '-구-', '-우-'
  'ㅂ, ㄱ, ㅈ'을 제외한 자음으로 끝난 어기에는 대체로 '-기-'가 결합된다. 예), 알기다(알아진다, 알 수 있다), 짤기다(짤리다), 놀기다(놀리다), 알구다~알쿠다(알리다), 날구다(날리다), 넘구다(넘기다), 닫기다(닫히다), 갇기다(갇히다), 묻기다(묻히다, 埋), 듣기다(들리다), 씿기다(씻기다), 안기다, 굶기다 ....
  피사동 어간에 다시 '-우'를 결합시키는 경우가 있다. 가령, '놀라다'의 사동형 '놀래다'에 '-우-'를 결합하여 '놀래우다'라 하는 것이 그 예이다. '딸기다(쫓기다), 딸기우다', '자래우다[養育]', '갈치우다[指, 敎]'도 그런 예이다. 그러나 다음 예에서는 '-우-'가 일정한 문법적 기능을 가진다. 얼리다[誘, 欺](타동)~얼리우다(피동), 속이다(사동)~속이우다(속히우다, 피동), 엡히우다(사동)~엡히다(피동), 빠지다(자동)~빠지우다(빠뜨리다, 사동) 



2.3. 문법 형태 및 통사적 특징

2.3.1. 격조사 및 보조사
  1) 주격조사 '-이', '-이가':대체로 주격조사가 '-이' 하나 뿐이나 '-이가'가 점차 세력을 넓혀가는 추세에 있다. 
  2) 대격조사 '-으/르':모음으로 끝난 명사에는 '-르', 자음으로 끝난 명사에는 '-으'가 결합된다. 함남의 문천 이북 지역에서 쓰이지만, 강원도의 삼척·명주 등지에서도 쓰인다.
  3) 속격조사 '-으':여끄 새끼(여우의 새끼), 남우 쉐르(남의 소를) 
  4) 공동격 조사 '-가'(<과):모음으로 끝난 명사에도 '-가'가 결합된다. 여스가 승냬(여우-와 승냥이), 내가 같이 가자(나와 같이 가자).
  5) 여격 '-께(-끼)', '으게':아아덜께(아이들에게), 자식덜께(자식들에게), 사람덜끼(사람들에게), 우리게(우리에게). 예에서 보듯 '-께'는 존칭 여격이 아니다.
  6) '-라서느', '-라메', '-을래'와 같이 문법화한 보조사들이 쓰인다. 
      질이 나서니 소낙비라서느 어떻게나 쏟아붓는지(길에 나서니 소나기가 어떻게나 쏟아붓는지, 함남).
      친구라메 언니라메 나그내 동새르 시애끼라 하압데(친구며 언니며 등이 남편의 동생을 시애끼라 하데요).
      동삼에 나무밭으르 낭글래 가셔(겨울에 숲으로 나무를 하러 갔어).

2.3.2. 어미 
  1) 연결어미:'-길래', '-자구', '-래르'와 같은 어미가 쓰이는데, '-길래'는 중부 방언과 의미차를 보인다. 예), 밭으 매야 하길래 일찍 오나라(-하니까), 밭이랑은 숭궈 먹길래 갈아 놓은 거구(심어 먹기 위해서). '-자구'는 '-려고', '-래르'는 '-도록'과 가까운 의미를 지닌다.
  2) 종결어미:동북 방언의 청자존대법은 3등급으로 비교적 단조롭다. 지역에 따라 어미가 다르나 몇 가지만 아래에 보인다. 어미 중 일부는 억양에 따라 다른 서법을 나타낼 수 있다.

(1)
육진,
함경,
평서(존대//평대//하대)
-읍/습꾸마, -읍/습꿔니 // -오/소 // -다 
 -음/슴메다, -우/수다, -오/소다 // -음/슴메, 오/소 // -음/슴, -다
(2)
육진,
함경,
의문(존대//평대//하대)
-음/슴둥(두)// -오/소 // -니, -냐, -은냐 
-음/슴메다 // -음/슴메, -오/소 // -니, -냐
(3)
육진,
함경,
명령(존대//평대//하대)
-읍/습쇼 // -오/소 // -아/어라∽나라∽가라
-읍/습소세, -읍/습소, -우/수다 // -오/소 // -으라이, -아/어라∽나라∽가라
(참고:오-나라, 가-가라)
(4)
육진,
함경,
청유(존대//평대//하대)
-깁:소, -겝소 // -기오, -게오 // -쟈(자)
-읍/습세다, -지오다 // -읍/습세, -기오 // -자


  함북 방언의 '-오/소'는 중부 방언에서 '하오', '하게', '반말'할 자리에서도 쓰인다. 그리고 함남에서는 평대의 평서, 의문, 청유법 어미 '-지비', 함남북에서는 보고법 어미 '-읍/습데' 따위가 널리 쓰인다. 예) 하지비, 합지비, 했습지비. 하압데, 먹습데.

2.3.2. 통사적 특징

1) 대격 중출문:'~에게 ~를 주다' 구문이 '~를 ~를 주다'와 같이 쓰인다.
아아르 떡으 주오(아이에게 떡을 주오). 
가르 보애르 조라(그 아이에게 팽이를 주어라).
2)  부정부사의 위치:'아이(육진:아니)', '못'의 위치가 특이하다.
떠두 못 나고(떠나지 못하고). 술기도 넘어 못 가오(수레도 못 넘어가오). 
궁기 뚧어 아이 진다(구멍이 안 뚫어진다).
먹어 아이 보았소(먹어 보지 않았소). 


2.4. 어휘적 특징 

동북 방언의 어휘적 특징을 몇 가지로 나누어 소개한다. 

2.4.1. 동북 방언에만 분포하는 방언형
  가매치(누룽지), 겡게(감자, 함북), 동삼(겨울), 불술기(기차), 배짜개(질경이), 산디쌀(찹쌀), 쉐투리(씀바귀), 아슴채이오(고맙소, 육진:아슴턔니오), 아지~아채기(가지[枝]), 안깐이~안까(아낙), 안질(눈[眼]의 존대어), 자란이~자라(어른), 짜구배(트기), 푸숭개(허파), 행불(감기) ....

2.4.2. 고어의 잔재
  중세국어 또는 근대국어 시기에 쓰이다가 지금은 동북 방언권에 잔존해 있는 어휘.
  간대르사(설마), 기티다(남기다), 나조(저녁), 널:다(씹다), 드티우다(건드리다), 무리(우박), 슷다(물기를 수건 따위로 닦다), 신다리(허벅지), 얻어보다(찾다), 우뿌다(우습다), 자개미(겨드랑), 쯤(틈), 허튀(종아리).

2.4.3. 어휘 의미
  중부 방언과는 의미차를 보이는 예들이 많다. 몇 예만 보인다. '어지럽다'는 [亂], [繁]의 의미를 가진다. [眩]의 의미일 때에는 '어립다'라는 말을 쓴다. '어렵다'는 '어른 앞에서 담배 피우기 어렵다' 또는 '어찌할 수 없게 되다'라는 뜻을 가지며, '문제 풀기가 어렵다'의 '어렵다'는 '바쁘다'라고 한다. 또 '맞다[正, 是]'는 언제나 '옳다'라고 한다. '밭'은 '풀밭', '모래밭' 외에도 '나무밭(숲)', '양목밭(목초지)'에서 보듯 지시 범위가 넓다. 그리고 육진 방언에서 '돝'은 '成豚', '돼지'는 '돼지새끼'라는 뜻을 가진다.

2.4.4. 중부 방언과 형태는 같고 뜻이 다른 말
  닦다(볶다), 마누래(천연두), 바쁘다(어렵다, 힘들다), 분주하다(시끄럽다), 삐치다(참견하다), 소나기(우레), 싸다(사다[買]), 지껄이다(집적거리다), 한심하다(위태롭다).

2.4.5. 친족 명칭
  부계친과 모계친의 구별이 없다는 체계적 특징을 가진다. 가령, 육진 방언에서 '맏(몯)아바니'는 '伯父' 또는 '外叔'(어머니 손위)을 가리킨다. '아재'는 '고모'(아버지 손아래), '이모'(어머니 손아래)를 가리킨다. 개별 친족 명칭도 특이하다. '祖父'는 '아바니, 큰(클)아배, 큰(클)아바니, 한아바니, 한애비'라 하고, '祖母'는 '아매(혹은 우매), 아마이, 큰(클)아매'라 한다. 함북에서는 '父'를 '제애바', '母'를 '제에마'(호칭어)라 한다. 이처럼 개별 친족 명칭은 지역적 차이를 보이지만 부계친과 모계친을 구별하지 않는다는 점은 같다. 그리고 '조부모' 지·호칭어에 접두요소가 없다는 점도 특이하고, 평북·경북 일부 방언에서 볼 수 있는 접두요소 '큰'이 나타난다는 점도 특징적이다. 

2.4.6. 차용어
  지리적으로 이웃한 중국 및 러시아와 접촉이 잦아지면서 그쪽의 언어를 차용하여 쓰게 되었다. 널리 쓰이는 몇 예를 보기로 한다.

  1) 중국어 
  광차(鋼鍤):삽[農具]. 다두배채(大頭白菜):양배추. 마우재(毛子):러시아인. 여기서 파생된 '얼마우재'는, 서양 사람을 흉내내며 경망스럽게 구는 사람을 일컫는다. 만튀(饅頭):만두. 밀가루에 물을 넣어 반죽하고 이긴 다음, 발효시켜 부풀어 오르면 속을 두지 않고 익혀서 잘라 먹는다. 벤세(匾食):멥쌀가루에 더운 물을 넣어서 반죽하고 이겨서 둥그렇게 만든 다음, 돼지고기·부추·양배추 따위로 속을 만들어 넣어 쩌서 먹는 음식. 빙고(氷車):썰매. 싸아재(瞎子):사팔뜨기. 재앵교(自行車):자전거. 줄루재(酒漏子):깔때기. 차재(汊子):포크. 食事 제구 또는 거름을 낼 때 사용하는 농기구. 촨(船):배. 커우대(口袋):부대[袋]. 탄재(毯子):담요. 퉁재(筒子):물통. 
  2) 러시아어
  가름다시(karandaša):연필. 거르마니~거르망(karman):호주머니. 마선(mašina):재봉틀. '손마선', '발마선'. 본디 '기계'를 뜻하는 말이다. 여기서 생겨난 혼종어가 여럿 있다. 이발기는 '마선가새', 새끼를 꼬는 틀은 '새끼마선', '탈곡기'는 '벳마선'이라 한다. '말마선'은 말을 거침없이 잘 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메드레(viedro):바께쓰. 러시아어로 '물통'을 뜻한다. 물라깨(bulavka):안전핀(옷핀). 버미돌(pomidor):토마토. '일령감'이라 하기도 한다. 비지깨(spičhika):성냥. 삭개(šapka):모자. 골로시(kološa):고무신. 사바귀(sapog):구두. 

  3) 여진어, 만주어
  '도로기(소가죽으로 만든 신)', '마우래, 마우래기'(방한용 모자), '야래'(두만강에 서식하는 고기 이름), '오로시(가죽신)', '재비[渡船]', '쿠리매'(외투), '탄'(새 그물)이 여진어 혹은 만주어에서 차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3. 맺음말 

  동북 방언은 다른 방언에 비해 보수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특히 함북 북부의 육진 방언은 음성 및 음운 특징이 중세국어와 가깝다. 반면 문법 형태나 통사적 특징에서는 다른 방언에서 발견할 수 없는 이질적인 면을 많이 가지고 있다. 격형태가 다른 방언과는 사뭇 다르고 또 대격 중출문이 자주 쓰이며 부정 부사의 위치가 특이하다. 어휘에는 고어의 잔재가 많이 남아 있으며 친족 명칭이 특이하고 중국어나 러시아어로부터 차용한 말이 많이 쓰인다. 이는 남다른 역사적 배경과 지정학적인 조건 속에서 함경도 지역의 방언이 독자적으로 발전해 온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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