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철의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교수
1. 서론
자음 동화는 그 개념이 분명하고 국어에서 매우 잘 알려져 있는 음운 현상이기 때문에 일반인들도 그 내용을 대강은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자음 동화의 본질적인 성격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스러울 때가 적지 않다. 예컨대 '먹는→[멍는], 죽는→[중는]'과 같은 예들이 자음 동화의 예들이라는 것은 알면서도 'ㄱ'이 'ㄴ' 앞에서 'ㅇ'으로 바뀌는 것이 왜 동화인가, 무엇이 같아지기 때문에 동화인가, 'ㄱ'은 왜 'ㄴ'이나 'ㅁ'으로는 동화되지 않고 'ㅇ'으로만 동화되는가 등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이 글은 국어에서 나타나는 자음 동화의 본질적인 성격을 알기 쉽게 설명해 보려는 데에 일차적인 목적이 있다.
음운 현상은 음운 체계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며 이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음운 체계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지 않으면 음운 현상을 올바로 이해하기 어렵다. 자음 동화의 경우도 여기서 예외는 아니다. 따라서 자음 동화의 성격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국어의 자음 체계를 알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 위에서 제기해 본 의문들도 자음 동화를 자음 체계와 관련시켜 관찰하면 쉽게 설명될 수 있는 의문들이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먼저 국어의 자음 체계를 제시하고 그 자음 체계와 관련시켜서 국어의 자음 동화를 설명하고자 한다.
2. 자음 체계
자음 체계를 논의하려면 먼저 자음의 목록을 알아야 한다. 잘 아는 바와 같이 국어의 자음은 19개이고 그 목록은 다음과 같다.
(1) | ㄱ ㄴ ㄷ ㄹ ㅁ ㅂ ㅅ ㅇ ㅈ ㅊ ㅋ ㅌ ㅍ ㅎ ㄲ ㄸ ㅃ ㅆ ㅉ |
이들 자음들은 각각 차이점이 있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끼리끼리 공통점을 가지기도 한다. 자음들 사이의 이러한 차이점과 공통점은 자음의 분류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자음은 일반적으로 조음 위치와 조음 방법에 따라서 분류된다. 따라서 조음 위치와 조음 방법은 자음 분류의 중요한 두 가지 기준이 되는 셈이다. 국어의 자음들은 조음 위치에 따라서 '양순음, 치경음, 경구개음, 연구개음, 후음'으로 분류되기도 하고, 조음 방법에 따라서 '폐쇄음, 파찰음, 마찰음, 비음, 유음'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한편 음운들은 개별적으로 따로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공통점과 차이점을 바탕으로 서로 긴밀한 관계를 맺으면서 존재한다. 따라서 그러한 긴밀한 관계들을 종합해 보면 음운들이 전체적으로 하나의 체계를 구성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어의 자음들이 구성하는 체계, 즉 자음 체계를 제시해 보면 다음과 같다.
(4) 자음 체계 |
|||||
양순음 | 치경음 | 경구개음 | 연구개음 | 후음 | |
폐쇄음 | ㅂ | ㄷ | ㄱ | ||
ㅃ | ㄸ | ㄲ | |||
ㅍ | ㅌ | ㅋ | |||
파찰음 | ㅈ | ||||
ㅉ | |||||
ㅊ | |||||
마찰음 | ㅅ | ㅎ | |||
ㅆ | |||||
비음 | ㅁ | ㄴ | ㅇ | ||
유음 | ㄹ |
위의 자음 체계를 통해서 우리는 'ㅂ'과 'ㅁ', 'ㄷ'과 'ㄴ', 'ㄱ'과 'ㅇ', 등은 조음 위치는 같으면서 조음 방법이 달라서 구별되며, 'ㅂ, ㄷ, ㄱ'은 조음 방법은 같지만 조음 위치가 달라서 구별되는 음들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우리는 다음에서 이 자음 체계를 바탕으로 국어의 자음 동화 현상을 기술하고 설명하게 될 것이다. 이 자음 체계를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면 자음 동화 현상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해 둔다.
3. 자음 동화
3.1. 동화의 종류
이미 다 아는 바와 같이 동화란 성격이 다른 두 음운이 만났을 때 어느 한 쪽이 다른 한 쪽을 닮아서 같아지게 되는 현상이다. 그렇다면 자음과 자음이 만날 때 서로 다르던 것이 같아진다는 것은 무엇이 같아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가? 우리는 앞에서 자음을 구별시켜 주는(분류하는) 기준에는 조음 위치와 조음 방법이 있음을 말하였다. 이를 염두에 두고 생각해 보면 자음들이 같아진다는 것은 결국 조음 위치가 다르던 것들이 조음 위치가 같아지는 것이거나 조음 방법이 다르던 것들이 조음 방법이 같아지는 것이리라는 것을 추론해 낼 수 있다. 조음 위치가 같아지는 것을 흔히 위치 동화, 조음 방법이 같아지는 것을 흔히 방법 동화라 하는데 국어에서는 방법 동화가 더 일반적이다. 또한 국어에서 방법 동화는 필수적이지만 위치 동화는 수의적이다.
위에서 제시한 동화의 종류 외에 전통적으로 제시되어 왔던 동화의 종류로는 순행 동화/역행 동화(동화의 방향에 따른 분류), 직접 동화/간접 동화(동화음과 피동화음의 거리에 따른 분류), 완전 동화/부분 동화(동화의 정도에 따른 분류) 등이 있다.
3.2. 방법 동화
국어의 방법 동화에는 비음화(鼻音化)와 유음화(流音化)가 있다.
3.2.1. 비음화
비음화란 'ㄱ, ㄷ, ㅂ'과 같은 폐쇄음들이 비음(ㄴ, ㅁ)의 영향을 받아 비음으로 바뀌는 현상이다. 다음의 예들이 이에 해당한다.
(5) | 죽+는→[중는] 듣+는→[든는] 잡+는→[잠는] |
죽+느냐→[중느냐] 듣+느냐→[든느냐] 잡+느냐→[잠느냐] |
떡+만→[떵만] 옷+만→옫만→[온만] 밥+만→[밤만] |
위의 예들에서 관찰되는 비음화 현상을 간략하게 규칙으로 나타내 보면 다음과 같다.
(6) | ㄱ → ㅇ/ ㄴ, ㅁ ('ㄱ'은 'ㄴ, ㅁ' 앞에서 'ㅇ'으로
바뀐다.) ㄷ → ㄴ/ ㄴ, ㅁ ('ㄷ'은 'ㄴ, ㅁ' 앞에서 'ㄴ'으로 바뀐다.) ㅂ → ㅁ/ ㄴ, ㅁ ('ㅂ'은 'ㄴ, ㅁ' 앞에서 'ㅁ'으로 바뀐다.) |
앞에서 제시했던 자음 체계를 참조하면 'ㄱ'과 'ㅇ'은 조음 위치는 같으면서 조음 방법만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ㄱ'이 'ㅇ'으로 바뀌었다는 것은 조음 위치는 그대로이면서 조음 방법만 바뀐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음 방법이 바뀌어서 동화가 일어난 것이므로 이것은 방법 동화가 되는 것이다.
그러면 'ㄱ'이 'ㄴ'이나 'ㅁ'과 만났을 때 'ㅇ'으로 바뀌는 것이 왜 동화인가?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ㄱ, ㄷ, ㅂ'은 폐쇄음이고 'ㅇ, ㄴ, ㅁ'은 비음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러한 사실을 고려하면 'ㄱ'이 'ㄴ'이나 'ㅁ'을 만날 때 'ㅇ'으로 바뀌는 현상은 다음과 같이 나타내 볼 수 있을 것이다.
(7) | ㄱ [폐쇄음] |
+ | ㄴ, ㅁ [비음] |
→ | [ㅇ] [비음] |
[ㄴ, ㅁ] [비음] |
(7)을 보면 이것이 동화 현상이라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다. '[폐쇄음][비음]'이 '[비음][비음]'으로 되었으니 이것이 동화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ㅌ'이 'ㄴ, ㅁ' 앞에서 'ㄴ'으로 되는 경우나 'ㅂ'이 'ㄴ, ㅁ' 앞에서 'ㅁ'이 되는 경우도 (7)과 같은 방식으로 표시해 보면 모두 동일한 성격의 동화 현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음에는 비음화에서 'ㄱ'은 왜 'ㅇ'으로만 바뀌고 'ㄴ'이나 'ㅁ'으로는 바뀌지 않는가, 'ㄷ'은 왜 'ㄴ'으로만 바뀌고 'ㅇ'이나 'ㅁ'으로는 바뀌지 않는가 하는 문제를 생각해 보자. 이 문제 역시 비음화가 방법 동화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서 자음 체계와 관련시켜 관찰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자음 체계 중에서 비음화와 관련된 부분만 가져와 보자.
(8) | 폐쇄음 비음 |
양순음 ㅂ ↓ ㅁ |
치경음 ㄷ ↓ ㄴ |
연구개음 ㄱ ↓ ㅇ |
위에서 화살표의 방향은 변화의 방향을 나타내는데 화살표의 방향이 수직임을 알 수 있다. 이는 비음화가 조음 위치는 그대로인 채 조음 방법만 바뀌는 현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8)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연구개음 'ㄱ'이 조음 위치를 그대로 유지한 채 비음으로 바뀐다면 그것은 'ㅇ'이 될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ㅂ'은 'ㅁ'이 될 수밖에 없고 'ㄷ'은 'ㄴ'이 될 수밖에 없다. (8)과 같은 자음 체계를 가지고 비음화를 관찰하면 'ㄱ'은 왜 'ㅇ'이 되고, 'ㄷ'은 왜 'ㄴ'이 되며, 'ㅂ'은 왜 'ㅁ'이 되는가를 명료하게 이해할 수 있다.
비음화를 겪는 예로서는 (5)에 제시된 예들 외에 다음과 같은 예들도 있다.
(9) |
부엌+만→[부엉만] 밖+만→[방만] 깎+는→[깡는] 밭+만→[반만] 벗+만→[번만] 낮+만→[난만] 꽃+만→[꼰만] 맡+는→[만는] 웃+는→[운는] 있+는→[인는] 젖+는→[전는] 쫓+는→[쫀는] 앞+만→[암만] 갚+는→[감는] 낳+는→[난는] |
위에 제시된 결과만 가지고 보면
(10) | ㅋ, ㄲ→ㅇ ㅌ, ㅅ, ㅆ, ㅈ, ㅊ→ㄴ ㅍ→ㅁ ㅎ→ㄴ |
과 같이 화살표 왼쪽의 자음들이 곧바로 화살표 오른쪽의 자음(비음)으로 바뀌는 것처럼 생각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런 것이 아니고 화살표 왼쪽의 자음들이 중화라는 중간 과정을 거친 다음에 변화(동화)를 입는다. 이를 다시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중화 동화
(11) | ㅋ, ㄲ → ㄱ → ㅇ (부엌+만→부억만→[부엉만]) ㅌ, ㅅ, ㅆ, ㅈ, ㅊ → ㄷ → ㄴ (벗+만→벋만→[번만]) ㅍ → ㅂ → ㅁ (앞+만→압만→[암만]) ㅎ → ㄷ → ㄴ (낳+는→낟는→[난는]) |
따라서 'ㄱ, ㄷ, ㅂ' 이외의 자음(장애음)들은 'ㄱ, ㄷ, ㅂ'으로 중화된 다음 동화를 입게 되는 셈이다.
한편 이 비음 동화는 폐쇄음이 앞에 오고 비음이 뒤에 올 때에만 일어나므로 역행 동화이며 동화음과 피동화음 사이에 다른 자음을 개재시키지 않으므로 직접 동화이다.
3.2.2. 유음화
유음화란 비음 'ㄴ'이 유음 'ㄹ'에 동화되어 'ㄹ'로 바뀌는 현상이다. 'ㄴ'과 'ㄹ'은 조음 위치는 같고(치경음) 조음 방법만 다르므로 유음화도 역시 방법 동화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 유음화는 앞에서 살펴본 비음화와는 달리 그 성격이 단순하지 않은 일면이 있다. 먼저 용언 활용상에서의 유음화부터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3) | 앓+는→[알른] 앓+느냐→[알르냐] 끓+는→[끌른] 끓+느냐→[끌르냐] 핥+는→[할른] 핥+느냐→[할르냐] |
(14) | 울+는→[우는] 울+느냐→[우느냐] 불+는→[부는] 불+느냐→[부느냐] |
위의 (13), (14)의 예들을 통해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용언 활용상에서는 'ㄹ'과 'ㄴ'이 직접 만나면 'ㄹ'이 탈락하고, 다른 자음을 개재시키면서 만날 때에만 유음화가 일어난다. 흔히 유음화를 간접 동화라고 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밟+는→[밤는], 삶+는→[삼는]' 같은 예들은 (13)의 예들과 환경이 비슷하기는 하지만 두 받침 중에서 'ㄹ'이 탈락하기 때문에 유음화가 일어날 수 없다. 두 받침 중에서 'ㄹ'이 남고 다른 자음이 탈락할 때에만 유음화가 일어날 수 있다. 활용상에서의 유음화는 순행 동화만 나타난다. 'ㄹ'로 시작되는 어미가 없기 때문에 역행 동화도 가능한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한자어나 복합어에서는 역행 동화와 순행 동화가 다 나타난다.
(15) | 천리→[철리] 신라→[실라] 반란→[발란] 찰나→[찰라] 칼날→[칼랄] 줄넘기→[줄넘끼] |
한자어에서의 유음화와 관련하여서는 다음과 같은 예들이 문제가 된다.
(16) | ㄱ. 광한루→[광할루] 대관령→[대괄령] ㄴ. 의견란→[의견난] 결단력→[결단녁] |
(16ㄱ)은 'ㄴ'이 'ㄹ'로 동화된 경우이고(ㄴ+ㄹ→[ㄹㄹ], (16ㄴ)은 동일한 환경에서 'ㄹ'이 'ㄴ'으로 바뀐 경우인데(ㄴ+ㄹ→[ㄴㄴ]), 문제는 이 두 경우가 어떻게 구별되느냐 하는 것이다. 아직 이 두 경우를 구별할 뚜렷한 기준이 제시되지는 못하였지만 대체로는 다음과 같이 구별이 되는 듯하다. 즉 문제의 한자어를 두 부분으로 나누었을 때, 선행 성분이 독립성이 있으면 [ㄴㄴ]으로 되고, 독립성이 없으면 [ㄹㄹ] 된다는 것이 그것이다. (16ㄱ)의 예들은 '광한+루, 대관+령'으로 분석될 것인데 이들에서의 '광한'이나 '대관'은 독립성이 없다. 이에 비해 (16ㄴ)의 예들인 '의견란'의 '의견'이나 '결단력'의 '결단'은 독립성이 있다. 가끔 '실천력'을 [실철력]으로 발음하는 것이 옳은가 [실천녁]으로 발음하는 것이 옳은가를 묻는 경우가 있는데 앞서의 기준에 따르면 이것은 [실천녁]으로 발음하는 것이 옳다. '실천'은 독립성이 있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기준은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예외가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헌인릉' 같은 경우 선행 성분인 '헌인'이 독립성이 있는 요소가 아니므로 [헌일릉]으로 발음되어야 할텐데 실제로는 [헌인능]으로 발음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문제는 앞으로 좀더 면밀하게 연구되어야 할 과제가 아닌가 여겨진다.
3.3. 위치 동화
위치 동화란 조음 방법은 그대로이면서 조음 위치가 바뀌어서 동화가 이루어지는 경우를 말한다. 이 위치 동화에는 치경음이 연구개음과 만날 때에는 연구개음으로 동화되고 양순음과 만날 때에는 양순음으로 동화되는 경우와 양순음이 연구개음과 만날 때 연구개음으로 동화되는 경우가 있다.
(16) | ㄱ. 듣+고→[득꼬] 안+기다→[앵기다] ㄴ. 밭+보다→받보다→[밥뽀다] 돈+보다→[돔보다] 신문→[심문] |
(17) | 밥+그릇→밥그륻→[박끄륻] 감기→[강기] |
(16ㄱ, ㄴ)의 예들을 보면 치경음 'ㄷ, ㄴ'이 연구개음을 만나면 연구개음 'ㄱ, ㅇ'으로 동화되고 양순음을 만나면 양순음 'ㅂ, ㅁ'으로 동화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내용을 자음 체계 속에서 나타내 보면 다음과 같다.
(18) | 양순음 치경음 연구개음 폐쇄음 ㅂ ← ㄷ → ㄱ 비음 ㅁ ← ㄴ → ㅇ |
(17)의 예들을 보면 양순음 'ㅂ, ㅁ'이 연구개음을 만나면 연구개음 'ㄱ, ㅇ'으로 동화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내용을 자음 체계 속에서 나타내 보면 다음과 같다.
(19) | 양순음 연구개음 폐쇄음 ㅂ → ㄱ 비음 ㅁ → ㅇ |
(18), (19)를 보면 화살표의 방향이 수평적이다. 이는 조음 방법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조음 위치가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앞의 (8)과 비교해 볼 것). 조음 위치가 바뀌어서 동화가 일어나므로 위치 동화인 것이다.
한편 '감기→[강기]'와 같은 예에서 'ㅁ'이 'ㅇ'으로 바뀌는 현상이 왜 동화인가 하는 의문이 있을 수 있는데, 이 경우에도 변화의 내용을 다음과 같이 나타내 보면 이 현상이 동화 현상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20) | ㅁ + ㄱ → [ㅇ] [ㄱ] [양순음] [연구개음] [연구개음] [연구개음] |
이상에서 살펴본 위치 동화는 역행 동화이고 직접 동화인데 그 성격이 수의적인 것이어서 그러한 동화가 일어날 수도 있고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저 앞에서 살펴 보았던 방법 동화와는 달리(방법 동화는 필수적인 것이었다.) 위치 동화는 일반인들이 쉽게 인식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4. 맺음말
필자는 이 글에서 소략하게나마 국어의 자음 동화 현상을 자음 체계와 관련시켜 설명해 보려고 노력하였다. 자음 동화를 자음 체계와 관련시켜 설명해야만 그 본질적인 성격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고 자음 동화라는 현상 속에 내재되어 있는 체계 정연한 질서를 포착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면이 제한되어 있어서 충분하게 설명을 베풀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끝으로 자음 동화와 관련하여 동화 현상은 왜 일어나는가 하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겠는데, 이에 대해서는 '노력경제의 원리'를 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가 발음을 할 때 성격이 전혀 다른 음들을 연속해서 발음하는 것보다는 성격이 같거나 비슷한 음을 연속해서 발음하는 것이 노력이 덜 든다고 한다. 따라서 인접한 음을 비슷하게 동화시켜 발음하면 그만큼 발음하는 노력이 절약된다고 할 수 있다. 가능한 한 적은 노력으로 가능한 한 많은 효과를 얻으려는 인간 사회의 보편적인 원리가 언어 현상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