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인 정태진과 방언 연구

이병근 /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1. 어떤 관심이 있었나

  이 글은 올해 10월의 문화인물로 선정된 석인(石人, 쇠돌) 정태진(丁泰鎭) 선생을 기리는 뜻에서 그가 관심을 가졌던 방언 자료 수집과 방언학에 관하여 간략히 소개·검토함을 목적으로 한다. 1903년에 경기도 서북부 지역인 파주시 금촌읍에서 태어난 정태진 선생은 1952년에 불의의 교통사고로 50년 간의 짧은 생애를 마감하였다. 돌아가기 6년 전인 1946년에 “시골말을 캐어 모으자”를   『한글』 11권3호에 발표하면서 그 2년 뒤인 1948년에 김병제(金炳濟)와 함께   『朝鮮古語方言辭典』을 내어 놓았다. 온통 국어사전 편찬을 위한 작업이었다. 김병제가 월북하여 북한에서 국어사전 편찬과 방언 연구를 행한 것을 생각하면 정태진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후학들을 안타깝게 한다. 
  정태진이 생각했던 국어학의 테두리를 그의 국어학개론(강의록)에서 보면 방언학의 위치를 알 수가 있다. ‘국어연구방법론’이라는 제목 아래에‘방언학’은 다음과 같이 분류되어 있다.1)


  여기서 방언학이란 정태진에게 순수 국어학에 들며 비교적 연구 방법론에 의한 연구 분야임을 알 수가 있다. 이렇게 보면 방언학은 방언(‘시골말’)을 독립적으로 보지 않고서 방언과 고어, 방언과 표준어 등을 비교 연구하는 분야가 될 것이다.
  정태진이 방언에 관심을 보였던 글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1946년

시골말을 캐어 모으자(一) 한글11-3

1947년

시골말 캐기(二) 한글12-1

1947년

시골말 캐기(三) 한글13-1

1948년

『朝鮮古語方言辭典』 일성당서점

유고

方言學槪論
(방언조사표)

   이들 업적들에서 주로 학생들이나 일반인들에게 의뢰하여 수집한 ‘시골말캐기’는   『조선고어방언사전』의 기초 자료가 될 수 있었던 것들이고 대학 강의록이었던 ‘방언학개론’은 이들 자료를 바탕으로 비교 연구 방법론에 따라 엮은 것이나 주로 자료 중심의 핸드아웃의 성격을 띠고 있다. 그밖의 글들 가운데에는 ‘옛말과 옛글’ ‘국어학개론’ ‘언어학개론’ ‘우리말의 어원’ 등에 방언과 부분적으로 관련 있는 곳들이 있다. 따라서 방언학에 관련된 가장 본격적인 것은 ‘시골말 캐기’,   『조선고어방언사전』의 <방언부> 그리고 ‘방언학개론’이라 할 수가 있다. 이들을 통해서 석인 정태진의 방언에 대한 관심을 이리저리 알아보자.

2. 왜 시골말에 관심이 있었는가

  방언 수집 및 연구를 행한 광복 이전의 우리 방언학의 연구 목적을 보면 흔히 역사적 연구와 향토성(provincialism, regionalism)에 있었다. 이러한 흐름은 60년대 이후의 기술적이거나 구조주의적인 방언학이 시작되기 이전까지 계속되었는데, 정태진의 경우도 이러한 흐름 속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광복 이듬해인 1946년에 “시골말을 캐어 모으자”란 글에 방언 발굴 및 수집의 필요성에 대한 정태진의 생각이 잘 나타나 있다. 
  

우리 言語科學에 있어서, 만일 우리가 古代語와 現代語를 比較하여 硏究하지 아니하고, 우리말과 姉妹語를 比較하여 硏究하지 아니하고, 표준말과 시골말을 比較하여 硏究하지 아니한다면, 到底히 客觀的 妥當性을 가진 言語科學의 法則은 成立될 수 없을 것이니, 이 점으로 보아 우리는 우리의 시골말을 될 수 있는 대로 많이 모아서, 우리 國語를 再建하는 데 큰 도움이 되도록 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여기서 보면 언어과학의 법칙을 세우기 위해서는 ①고대어와 현대어와의 비교 연구 ②국어와 자매어와의 비교 연구 ③표준말과 방언의 비교 연구가 필수적임을 강조하였음을 알 수가 있는데, 그가 말한 ‘법칙(法則)’이 무엇인지는 명확하지 않으나 당시에는 흔히 법칙이라 하면 ‘진화의 법칙’을 뜻하는 것이었다. 즉 역사적인 것이었고, 그것이 ‘과학’이었던 것이다(졸고 1979, “方言硏究의 흐름과 反省”, 方言 1). 
  이어서 방언 연구의 필요성에 대해서 

  

시골말은 그 시골 先民들이 끼친 鄕土 文化의 重要한 遺産의 한 가지가 되는 것이니, 鄕土의 文化財를 硏究하는 對象만으로도 소중한 材料가 아니되는 것은 아니지마는, 이보다도 더 重要한 점은 우리의 古語가 시골말 가운데 적지 않게 남아 있다는 것이다. 政治的 變遷과 文化的 接觸 또는 그 밖의 여러 가지 理由로 말미암아 中央地帶의 言語에는 急速한 變遷이 있었던 反面에, 比較的 中央에서 떨어져 있는 地方에 우리의 古語가 原形을 거의 그대로 保存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이니, 우리말을 硏究하려는 學徒들에게 이보다 더 큰 보배가 또한 어디 있으랴?


라 하여, 방언 속에 옛말의 원래 모습이 남아 있을 수 있음을 강조하고서, 그런데 “우리 國文으로 우리의 固有語를 時代에 따라서 記錄하여 놓은 文獻”이 대단히 적은 사실을 감안하여 “이런 文獻學的 缺點을 補充하는 意味”에 있어서 방언 수집은 중대한 사명을 띤다는 것이다. 고대어나 자매어와의 비교 연구에 큰 재료로 쓰기 위해서도 방언을 연구해야 되고, 또 표준어를 더 철저하게 알기 위해서도 방언을 연구해야 한다는 것인데, 여기서 표준어는 시골말 곧 방언과 대비되는 개념이었던 듯하다. 방언 표시는 항상 서울말과 대조하는 방식을 취하였다. 표준어 교육의 절대적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이렇게 방언 연구를 강조한 것은 현대어와의 연관성을 고려한 것이었다. 그의 역사관의 단면을 볼 수가 있는 다음과 같은 언급이 있다.

  우리가 과거를 연구한다는 것은 다만 사라져 없어진 옛 자취를 더듬어 본다는 것으로써 만족하는 것이 아님과 같이 옛말을 연구한다는 것도 옛말을 캐어 아는 것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현대어와의 연관성을 살펴본다는 것에 더욱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어떤 지방에서 쓰고 있는 사투리가 옛말 그대로임을 찾아낼 수도 있거니와, 또한 현재의 사투리에 의하여 옛말의 뜻을 바로 해결할 수도 있을 것이다.

- 『조선고어방언사전』의 머리말에서 



  즉 과거는 현재와의 연관성으로 의의가 있는 셈이다. 방언과 표준어를 포함한 현대어와 고어와의 비교 연구가 이리하여 의의가 있게 되는 것이다.
  나아가서 방언은 선인들이 남긴 향토 문화의 중요한 유산으로, 그 지방의 역사와 관계가 있는 것이며 그 지방의 풍속을 배경으로 생겨난 것이어서 역사·풍속·문화 각 방면의 지식을 넓히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하였다. 그리하여 정태진은 천문, 지리, 동물, 식물, 의식주, 인체 생리, 연중행사, 풍속, 습관, 관혼상제 등 여러 방면의 ‘어휘’를 몇 개씩 수첩에 적어 두었다가 그에 해당되는 방언형들을 조사해 볼 것을 권하곤 했던 것이다. 
  요컨대 방언에 대한 과학적 연구의 목적은 ①방언과 고어(문헌학적 결점의 보충) ②방언과 현대어 ③방언과 자매어 ④방언과 향토 문화 등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에 있다고 한 셈이다. 그 목표는 현대를 위한 것이었다.

3. 어떤 시골말을 캤는가



  정태진은 1946년에 <시골말을 캐어 모으자>라고 부르짖으면서 2년간에 걸쳐 방언을 수집하였는데,2)

그 (一)은 연희전문학교 문학부 학생에 의뢰하여 18개의 단어를 수집해서 서울·경기·제주를 제외한 12도로 나눠 정리한 것이다. 대상 단어는 다음과 같다.

벙어리[啞] 

귀머거리[聾]

대머리[禿頭]

가을[秋] 

겨울[冬]

새우[蝦]

달팽이[蝸牛]

무[蘿蔔]

달걀[鷄卵]

흙[土]

팥[小豆] 

오이[胡瓜]

고양이[猫]

게[蟹]

가위[鋏] 

턱[顎]

아우[弟]

냉이[薺]

  이 (一)을 정리·발표하면서 다시 20개 단어의 방언 수집을 일반인에게 공개적으로 요청하여 수집한 것을 정리하여 (二)로서 발표하였다. 이때에는 지역의 제한이 없이 전국을 대상으로 하였다. 20개의 대상 단어는 다음과 같다.

1. 감기(感氣)

2. 거울[鏡] 

3. 그네[鞦韆]

4. 누에[蠶]

5. 누이[姉] 

6. 다리미[熨斗]

7. 대야[盥]

8. 도마[俎]

9. 두부(豆腐)

10. 맨드라미[鷄冠花] 

11. 모기[蚊]

12. 바위[岩] 

13. 뺨[頰]

14. 벼룩[蚤]

15. 비누[石鹼]

16. 사닥다리[梯子]

17. 애꾸눈이[片目]

18. 여우[狐]

19. 언청이[缺口]

20. 파리[蠅]

  제3회의 ‘시골말 캐기’도 제2회와 마찬가지 방식으로 진행하였는바, 이도 (三)으로 정리하여 발표하였다. 20개의 대상 단어는 다음과 같다.

1. 가랑비[細雨] 

2. 강아지[犬子]

3. 거미[蜘蛛]

4. 기와집[瓦家]

5. 고구마[甘藷]

6. 노루[獐]

7. 나비[蝶] 

8. 도마뱀[蜥蝎] 

9. 뒷간[便所]

10. 모내기[移秧] 

11. 미끼[釣餌] 

12. 무릅[膝] 

13. 부엌[廚] 

14. 바둑[碁]

15. 바다[海]

16. 버섯[茸] 

17. 병아리[鷄雛]

18. 보늬[栗內皮]

19. 잠자리[蜻蜓] 

20. 토끼[兎]

 
  
 이렇게 정리된 방언형들은 정태진이 정리하여 『한글』에 각각 실렸었는데, 조사자들의 이름과 지역이 밝혀져 있다. 조사 항목을 보면 그 단어들은 역사성이 강한, 나아가서 方言量이 커서 다양한 방언형을 보이는 것들로서, 지금까지의 대부분의 방언자료집에 거의 다 수록되어 있는 조사항목들이다. 이를 보아도 그의 방언 연구의 목적이 역사적인 데에 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 밖에 “시골말 캐기”가 유고 중에 있는바, 여기에는

시골말 캐기(A) 1. 가깝다 ~ 100. 삼키다 (대표적인 방언형 나열)
<방언조사표> 씨 ~ 숫 (115개 도별 방언형 수록)
시골말 캐기 1. 성냥 ~ 100. 두부 (대표적인 방언형 나열)
시골말 캐기 1. 굴뚝 ~ 100. 상투 (대표적인 방언형 나열)

  들의 자료가 있다.

<시골말 캐기>는 예컨대

1. 성냥[燐寸] 

― 성내, 성나, 기화, 비지깨, 당황, 당왕

100. 두부(豆腐)

― 더버, 더부, 조푸, 도푸, 두비, 뜨부

167. 상투[髻]

― 상태기, 상토, 상튀, 상퉁이



  같은 방식으로 나열되어 있으며 <방언조사표>는 실은 제목은 없는 도별 분포표인데, 자료로는 가로로 각 항목이 나열되어 있고 세로로는 江, 忠北, 忠南, 慶北, 慶南, 全北, 全南, 濟州로 구별되면서 해당되는 대표적인 방언형을 표시한 표의 형식으로 되어 있다.
  이상의 방언 자료의 수집·정리는 그 항목이 비록 중복된 것들도 있으나 적은 수는 아니다. 이들 자료들 역시 역사적인 관점을 고려해서 선정된 듯하다. 이들 자료를 통해서 정태진이 관찰하려 했던 현상들은 그 대부분이 음운사적인 것이요 부분적으로는 형태사적인 것인데, 이는 후술할 바와 같이 <方言學槪論>의 강의록을 통해서 확인할 수가 있다.

4. 『朝鮮古語方言辭典』의 方言部는 어떤 성격인가

  고어와 방언을 한 책으로 엮은 것만 보아도 이 책의 목적이 고어 연구에 초점을 두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옛말을 연구하려면 모름지기 여러 지방의 사투리를 두루 캐어 모은다는 것이 옛말을 연구함에 있어서 중요한 과제의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김병제와 함께 엮은 『朝鮮古語方言辭典』(1948)은 古語部(34면), 吏讀部(47면) 및 方言部(160면) 세 부분으로 짜여져 있는데, 그렇다고 같은 단어를 비교하도록 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方言部>의 표제항은 방언형 9,400여 개나 되는데, 이들의 배열은 음절 단위의 자모 차례를 따랐다. 그리고 모음의 차례는 현대의 국어사전들과 같으나, 된소리(경음)의 순서는 평음에 섞음섞음 배열되어 있어서   『큰사전』과는 같게 되었고 딴 사전들과는 달리 되어 있다. 흔히 방언사전에서 볼 수 있듯이 각각의 방언형은 용언 활용형까지 포함하여 표준형으로 대치시켰고 일체의 용례는 제시되지 않아 장차 국어사전에서 표제어인 방언형을 표준형으로 대치시킬 준비가 되었던 셈이다.   『큰사전』에서부터 시작된 방식으로 방언과 표준어와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주장한 소이가 바로 여기에 있었던 것이다. <방언부>의 일부를 보아도 이 사전의 성격을 좀더 분명히 알 수가 있다.

가가(全南, 平南)

가게[店]

가가라(咸南)

가거라[去]

가갑다(咸南)

가볍다[輕]

가깝하다(平北)

심심하다[閒寂]

가갓방(咸南)

가게[店]

가개(咸南)

가까이[近]

가깨(咸南)

가까이[近]

가개비(濟)

개구리[跬]

가갭다(咸)

가볍다[輕]

가게서(全南)

가시어서[去]

가꽈서(慶北)

가꿔서

까꾸루(平南)

거꾸로[倒]

가꾸루(咸北)

거꾸로[倒]

까꾸베랑(平北)

가풀막[急傾斜]

 
  방언형과 표준형 사이에 대등관계를 대역사전과 같이 보인 이 <방언부>에서 둘 사이에는 분포지역이 표시되어 있는데, 도별의 분포지역 표시가 일반적이나, 강원도는 영동(嶺東)과 영서(嶺西)의 말이 서로 달라 강동(江東) 강서(江西)로 나누었고 삼남지방에서 공동으로 쓰이는 말은 삼남(三南)이라 묶어서 표시하였다. 제주도는 전남으로부터 분리시켰다. 그밖에도 ‘全, 咸’이니 ‘黃平, 慶忠, 慶咸北’이니 하여 지역을 변형시킨 경우도 있다.

달팽이(三南, 江, 咸南)

달팽이[蝸牛]

대리비(全, 慶南, 江東)

다리미[熨斗]

왜(慶咸北, 平北)

외(外)

웨(濟, 全南, 慶忠, 咸江東)

외(外)



  이상의 <方言部>는 표제항이 방언형으로 <시골말 캐기>에 포함된 것들은 모두 포함되었고, 여기에 실린 방언형들은 그 대부분이 조선어학회의 『큰사전』에도 표제어로 실리게 되었다.3)

이는 이 사전이 『큰사전』과 밀접한 관련 아래서 편찬되었음을 뜻한다. 정태진은 1941년부터 『큰사전』의 편찬에 참여하였으며, 광복이 되면서 다시금 『큰사전』 편찬을 시작하였다 한다. 그리고 이 무렵에 연희전문학교에서 한 강의 중에 『方言學槪論』이 있었던 것이다. 조선어학회에서 행한 방언수집이 『큰사전』의 편찬과 관련이 있었음을 『한글』 제3권 제8호(1935년 10월호) 9면에 실린 다음과 같은 광고문에서 확인할 수가 있다.

5. 『方言學槪論』에서는 무엇을 추구하였는가

  이 유고는 강의록으로 체계화되어 있는 글은 아니고 거의 메모 내지 핸드아웃에 가깝다. 그런데도 정태진의 방언학에 대한 생각을 엿볼 수는 있다. 우선 목차를 보면

Ⅰ. 

方言이란 무엇인가?

Ⅱ.

方言學의 發生

Ⅲ.

方言과 標準語는 어떻게 다른가?
1. 語源 다른 同音異義語 
2. 語源 같은 同音異義語
3. 語源 다른 異音同義語
4. 語源 같은 異音同義語
5. 特殊語
6. 音韻의 差異
7. 文法의 差異

Ⅳ.

方言과 古語와의 關係

Ⅴ.

方言과 姉妹語와의 關係


  이 내용에서 일부 수정 추가되었는데, 다음과 같다.

Ⅵ.

方言과 外來語와의 關係

Ⅶ.

方言과 隣接語와의 關係

Ⅷ.

方言에 나타난 音韻變遷相 
<母音現象으로 본 濟州島의 方言>
<子音脫落現象으로 본 濟州島의 方言>
<子音脫落現象으로 본 韓日兩語의 比較>


  이들에 이어 모음변화(A. 後舌母音의 稍前舌母音化, B. 稍前舌母音의 前舌母音化, C. 複母音의 單母音化, D. ㅣ音의 逆行同化, E. ㆍ音의 消失)를 분류하고 ‘1. 구유 2. 냉이 3. 가위 4. 여우 5. 시다 모래 7. 올챙이 9. 노루 닭 10. 가루 9. 모래 머루 도라지 10. 벌레 가을 가위, 흙 닭, 내, 개울, 바위’ 등 단어들을 중심으로 음운변천상을 여러 방식으로 시도하고 있다. ‘마름[菱]’의 경우를 보자.

즉 ‘밤’으로부터 여러 방언형에 이르는 ‘역사적·통시적’ 분화 과정을 도표화하기도 하였고 ‘지리적·공시적’인 관련을 도표화하기도 하였다. 상당히 합리적 해석을 꾀하려 하였음을 볼 수 있다.4)

모든 항목에 대하여 이러한 역사적·통시적 분화 과정과 지리적·공시적 분포를 밝힌 것은 아니나 전반적으로 방언형을 역사적으로 추구하려고 노력하였다.

6. 마무리를 지으면서

  정태진은 이상에서 훑어 본 바와 같이 조선어학회에서 『큰사전』을 편찬하면서 옛말 이외에 방언을 수집·정리하였는데, 역사적 관점에서 방언을 바라보면서도 현대어와의 관련을 강조하였다. 『방언학개론』이란 강의록은 무척 흥미로운 점이 많으나 서술이 전혀 없는 것이 안타깝다. 『큰사전』에 방언형을 표제어로 실림으로써 방언형을 싣지 않는 딴 나라 사전들과 이 점에서 차이를 보이게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