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성 /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 교수
1. 머리말
우리는 이 글에서 국립국어연구원이 편찬 작업 중에 있는 새로운 대규모 한국어 사전에서의 동사 및 형용사 어휘 기술에 대하여, 현재까지 작성되어 있는 바대로의 항목 구성을 보완·개선하는 방향으로 재검토하는 데에 고려해 볼 수 있는 원론적 또는 실제적·세부적 사항을 몇 가지 간략히 정리해 보고자 한다. 여기서 검토의 대상이 되는 자료는 연구원 사전 편찬실에서 1997년 7월 30일자로 작성한
『통합 교열지침』 중에서 「일반어 교열지침」의 관련되는 내용과 우리가 접해 볼 수 있었던, 완성본 상태는 아닌 일부 동사·형용사 항목의 기술 표본에 한정된다.(여기에는
가다, 싸우다, 다짐하다, 다르다, 다름없다,
다정하다, 괴롭다, 있다/없다 등 동사·형용사 항목과
서로/함께, 이다 등 다른 어휘 범주의 항목이 포함된다.) 지면 관계상, 기술 표본을 직접 인용하여 구체적으로 분석하는 것은 삼가고, 용례의 인용이 필요한 경우도 가능한 한 완전문이 아닌 예구의 제시로 대치할 것이다. 또한 동사 항목의 기술에 대해서는 우리가 그동안 별도의 글에서 피력한 바와 같은 생각을 지금도 여전히 견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 글에서 가능한 한 되풀이하는 것을 피하고자 한다.
2. 예비적 논의
구체적인 논의에 들어가기 전에, 그 배경으로서 우리가 강조해 두고 싶은 점을 한두 가지 지적해 본다면 다음과 같다.
그동안 우리가 이용해 온 여러 기간 현대 한국어 사전은 대체로 언어 사전과 일반 백과사전을 절충·통합한 사전이었다고 특징 지을 수 있다. 이러한 유형의 사전이 그 나름대로 일반 사전 독자들 사이에서 유용하게 쓰여져 왔고, 앞으로도 그 쓰임새가 감소되지는 않을 것이다. 또 사전편찬 활동의 역사가 오래되고, 여러 모로 그 수준이 앞선 다른 나라의 경우에도 절충형 사전은 하나의 확고한 유형으로 자리잡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어 언어사전 편찬의 영역에서는 그것이 너무나 지배적이고 독점적인 지위를 누려 왔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다른 유형의 언어사전 개발이 지체된 측면이 있는데, 이러한 상황은 결코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다. 시급히 다양한 유형의 언어사전이 만들어져야 하리라 생각되며, 그 중에서도 특히 표제어를 핵심적인 일반 어휘로 제한하여 깊이 있게 기술한 언어사전의 구축이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이제 언어사전은 사전 독자들의 어휘 지식의 공백을 간헐적으로 메꾸어 줌으로써 언어 지식을 확충해 주는 단순한 교육 텍스트로서의 참고서에 머물지 않고, 언어학, 심리학, 전산학, 인지과학 또는 역사학, 사회학 등 다양한 인간과학의 연구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하나의 과학적인 연구 대상, 또는 연구 자료의 지위를 갖고 학제적인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으며, 또한 언어공학이나 언어산업과 같은 이른바 첨단과학 기술이나 산업의 발전에 필수적인 요소로 기능하기도 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양하게 기능하게 되는 바람직한 언어사전의 구축은 그것이 산출되는 사회·문화공동체의 역량을 가늠할 수 있는 하나의 중요한 문화적 대상의 지위를 갖는다고도 하겠다.
이렇게 사전에 대한 의식이 획기적으로 바뀌고 그 가치가 새롭게 평가될 뿐만 아니라, 어휘 중심 언어학의 전개, 전산기술의 비약적 발전, 사전학의 정립 등으로 사전편찬의 환경이 크게 변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국립국어연구원을 비롯한 몇 군데의 기관에서 진행하고 있는 새로운 한국어 사전의 편찬작업은 그 성과가 자못 궁금하게 기다려지는 뜻깊은 일이라 하겠다. 그런데 연구원에서 준비하고 있는 사전은, 현재까지 작성된 대로라면, 어휘사용의 면에서 국어생활의 표준과 규범을 제시하려는 엄격한 의미에서 선별형 규범적 사전―프랑스 한림원이 편찬해 온 것과 유사한―도 아니고, 순수한 확장형 기술적 언어사전도 아니며, 절충형 사전편찬의 전통을 충실히 그대로 이어받으면서 언어사전 부분을 일종의 한국어 백과사전으로 특징지을 수 있도록―현대의 표준 한국어 일반 어휘뿐만 아니라 상당수의 고어, 비표준어, 북한어 어휘를 기술 대상으로 삼아, 공시적, 통시적 양면에서 한국어 어휘의 총체적 모습을 담고자 했다는 점에서― 구성한, 호의적으로 봐서 한국어 문화사전(?)이라고나 할 수 있을 듯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사전 설계에 대한 평가는 다른 기회로 미루고, 우리의 직접적인 관심사인 현대 표준 한국어 일반 어휘의 기술에 대해서만 우선적으로 지적을 한다면, 그것이 한 마디로 전문어를 기술한 백과사전 부분에 비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미비하고 미진하지나 않을까 우려되는 것이다.
텍스트로서의 언어사전은 언어를 기술하고 표상하는 점에서 언어학자의 저서나 논문 또는 문법서와 같은 메타언어적(또는 메타기호적) 텍스트이기는 하나, 언어학 논저와 같은 과학적 텍스트는 아니다. 사전 편찬 활동과 언어 연구는 서로 다른 독자적인 목표와 방법을 갖고 있는 별개의 지적 활동이다. 그러므로 사전 텍스트의 작성에 적용되는 사전 편찬의 원칙이 모두 언어학적 원칙으로 환원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Geeraert 1989).
사전 편찬자는 개발하고자 하는 사전의 유형이나 기능, 규모, 표적이 되는 잠재적 독자의 성격이나 요구 등등의 변수를 고려하여 사전을 설계하고 구축한다. 그는 기간 사전이나, 체계적으로 구축된 말뭉치, 개별적인 언어학 연구 성과, 또는 편찬자 자신의 어휘 기술의 결과 등을 사전에 수록될 언어 정보의 원천으로 삼아, 다음과 같은 작업을 수행하는 것이다. i)설계된 사전의 성격에 알맞게, 양적으로도 적절히 표제어를 선별·분석·배열하여 사전의 거시 구조를 구성한다. ii)역시 동일한 관점에서 적절히, 필요한 유형의 어휘정보를 선별하고, 이들 정보를 설계된 미시 구조의 모형에 따라, 달리 표현하면 사전의 사용자인 독자가 용이하고 신속하게 찾아볼 수 있도록 또 가능한 한 언어학적 원칙을 위배하지 않거나 또는 적극적으로 그것을 지켜 나가면서 체계화·조직화하고 사전 텍스트 특유의 메타언어를 사용하여 표상하는데, 이것이 바로 사전의 항목을 기술하는 작업이다.
이렇게 볼 때, 사전 텍스트의 구성은 두 가지 면을 구별할 수 있는데, 그 하나는 사전에 수록되는 언어 정보, 언어적 사실의 면이요, 또 하나는 언어 정보를 선별하여 제시·기술하는 면이다. 사전 텍스트의 이 양면은 어느 한 쪽을 소홀히 할 수 없는 본질적인 측면인데, 사전이라고 하는 텍스트의 기능적 성격―사전은 언어학 논저의 독자인 언어학도가 아닌 일반 언어 사용자를 위한 교육적 텍스트이다―이나 사전 텍스트의 산출을 조건짓는 기본적 여건―제한된 지면에 정보를 운명적으로 선별·표상해야 하거나 잠정적 가설의 제시나 단편적인 표본의 분석이나 기술로도 가치를 가질 수 있는 과학적 연구와 달리 제한된 시간 내에 모든 어휘를 일관성 있게 기술해 내야 하는 등의 여건…―을 고려하면 특히 언어 정보의 선별·제시의 측면에 작용하는 실천적이고 실용적인 사전학적 원칙이 설정될 수 있다.
언어사전은 기본적으로 보편적 언어 능력으로서의 생물학적 대상이나 인지적 대상이라기보다는 역사적 변화의 산물이며 사회·문화적 대상으로서의 한 언어를 어휘의 면에서 총체적 또는 부분적으로 표상한 지적 구축물의 하나인데, 순수한 과학적 원칙에만 입각한, 그런 의미에서 이론적인 표상은 아니고, 기술 대상이 된 언어요소 하나하나와 관련된 다양한 언어사실을 언어사용자나 학습자의 언어 지식을 확충하고 풍부하게 하기 위한 언어 정보의 형태로 전달하는 교육적 텍스트의 성격이 두드러진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볼 때, 선별된 언어속성을 기술·표상하는 도구인 사전적 메타언어는, 실천적 사전학적 원칙에 알맞게 일반 사전 독자에게 접근이 용이해야 하며, 전체적으로 사전 인쇄 공간의 구성―항목 구성 요소의 배치나 활자, 약호, 기호 또는 삽화나 도표와 같은 비언어적 기호의 사용을 포함하여―은 신속하고 효율적일 뿐 아니라 쾌적한 정보검색의 상황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기본적으로 중요한 것은 과학적 사실로서의 기술된 내용의 중요성, 정확성이나 효용성일 것이다. 이 점은 전적으로 언어학적 원칙에 의해 확보되며, 또 언어학적 원칙은 사전정보를 선별하고 배열·조직하는 과정에도 깊이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높은 수준의 언어사전의 개발은 반드시 기술 대상이 되는 언어에 대한 어떤 유형의 언어학적 연구 성과가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다(이러한 점은 G. Gross 1981, Berganholz & Mugdan 1985, Lemmens & Wekker 1986, Atkins et al. 1998, Levin 1991 등에서도 많이 논의되었다).
우리는 연구원의 성격이나 기능, 준비 중인 사전의 규모나, 그 작업에 대한 지적·시간적·재정적 투자에 걸맞는, 기간 국어사전에 비해 현저하게 개선된 언어사전 부분을 기대하고 있다. 그것은 최신의 언어학/국어학 연구 성과를 충분히 활용하고 외국의 새로운 언어사전 편찬의 추세나 앞선 사전학적 논의에 발맞추어 25,000 또는 그 미만이 될 수도 있는 핵심적인 일반 한국어 어휘가 기능하는 양상을 전문가의 식견과 기량으로 깊이 있고 치밀하게 기술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우리는 바로 이 부분이 후대에 하나의 문화재로 남을 한국어의 보고(寶庫)를 구축하는 연구원의 대기획에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리라 생각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사전구축의 실제를 다루자면, 다의어 표제어의 의미구별과 배열·조직 및 뜻풀이, 문법정보, 다양한 어휘관계 정보, 연어 및 관용표현, 용례의 선별 등등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굵직한 문제들이 검토의 대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글에서는 동사·형용사 항목을 대상으로 비교적 용이하게 보완·개선될 수 있는 사항에 국한하여, 문형 정보와 용례의 선별에 대해서, 그리고 그 외의 몇 가지 세부적 주제에 대해서만 문제를 제기하는 수준으로 언급해 보고자 한다.
3. 동사·형용사의 사전적 처리
3.1. 문형 정보
동사·형용사는 술어성 어휘 범주이므로 그것이 지배하는 의미 논항이 단문 구조내에서 통사적으로 실현되는 양상을 언어 사전에서 기술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것이다. 이와 관련된 언어 속성은 문형, 격틀 또는 구문 정보 등의 지칭 하에 요즈음의 한국어 사전에서도 반드시 수록되는 추세에 있다. 우리는 이미 이 문제에 대해, 특히 동사 항목과 관련하여, 여러 번 의견을 제시해 본 바가 있기 때문에(홍재성 1987b,c, 1989;홍재성·김현권외 1997) 이 자리에서는 간략히 한두 가지 점만 지적해 두고자 한다.
―자동사/타동사 용법의 구분
연구원 사전은 동사 기술에서 자동사/타동사 용법의 구별이라는 대하위 범주 속성을 명시적으로 표시하지 않는 방침을 택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생각은 이러한 선택이 크게 긍정적인 의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물론 -를의 정체성 문제(격조사인가 양태조사인가의 문제)나, 구체적으로는 동족보어 구문이나 기능동사 구문, 또는 이동동사 구문 등이 제기하는 경계 문제(이들 유형의 동사 구문에 실현되는 -를 명사구의 통사적 지위가 보어인지 첨어인지, 또는 목적어인지 비목적어인지 불분명한 국면이 있다) 등 선행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어려운 점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타동성 범주의 설정은 범언어적으로 의의가 있는 것이며, 이 점에서 한국어도 예외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한국어에서 -를의 분포가 광범위하고 다양해서 자·타동사 용법 구분의 의의에 대해 부정적인 지적이 있을 수도 있겠으나, -를의 사용이 언어학적으로 체계화하기 어려울 정도로 자의적인 것은 아니라고 여겨진다.
여기서 자·타동사 용법 구분의 사전기술적 의의에 대해 자세히 논할 수는 없으므로, 우리의 제안만을 간단히 되풀이해 본다.
자·타동사 용법은 동사 하나하나에 대하여 세밀히 구분하여 명시적으로 표시하고, 단일 표제어로 선택한 동사가 두 가지 용법을 보이는 이중적 성격을 갖는 경우에는 그 자·타 용법 사이의 관계를 명시적으로, 경우에 따라서는 용례를 통해 암시적으로라도 항목 내에서 표상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타동 용법 사이의 다양한 관계를 유형화하는 체계를 고안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체계는 한 동사의 실현 가능한 구문 사이의 규칙적인 대응을 유형화하는 더 큰 체계의 일부가 될 것이다. 물론 이러한 대응의 가능성 역시 어떠한 방식으로든지 동사 항목 기술에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또 한편 다의어 동사의 의미를 구별하고, 또 구별되는 의미를 배열하거나 조직화하는 데에 이와 같은 체계를 활용한다면, 동사 항목을 좀 더 언어학적 원칙에 근거하여 구성하는 방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이 점은 형용사 처리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자·타용법 사이의 대응 관계는 다음과 같은 의미적 변수와 분포·구조적 변수를 교차시켜 분류해 볼 수 있다(인용한 실례의 유형은 총망라한 것이 아니다).
(가) |
ㄱ. |
자·타 구문에서 동사의 의미가 동일한 경우: |
ㄴ. |
자·타 구문에서 동사의 의미가 서로 무관하지는 않으나 불규칙적으로 상이한 경우: |
|
ㄷ. |
자·타 구문의 의미가 상이하지만 규칙적으로 대응되는 경우: |
|
(나) |
ㄱ. |
-를 명사구의 삭제 또는 첨가에 의한 대응: |
ㄴ. |
격조사 교체에 의한 대응: |
|
ㄷ. |
위의 두 경우보다 더 복합적인 성격의 대응: |
―앞에서 잠시 언급한 구문 사이의 규칙적 대응과 관련하여, 여러 가지 제안하고 싶은 점이 있으나, 다음의 두 가지만 지적해 둔다.
상을 치우다/상에서 빈 그릇을 치우다 |
특히 동족보어의 성격을 띄는 도구 명사의 분포에 의해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대응 구문이 가능한데, 이러한 속성은 매우 제한된 것 같기는 하지만 한국어 동사가 보여 주는 흥미 있는 양상이다.
빗을 빗다/빗으로 머리를 빗다 |
이들 도구명사는 피동구문에서 규칙적으로 주어 위치에 분포될 수 있다(이 경우 도구명사구는 주어가 아닌 주제로 분석될 가능성도 있다).
이 빗은 잘 빗어지지 않는다 |
우리는 이와 같은 도구명사 구문의 행태 역시 동사 구문 기술에서 일관성 있게 기록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 우리는 홍재성(1987)에서 서로의 상호성 해석은 술어의 통사·의미적 특성에 따라 조건 지워지며, 그 유형은 크게 두 가지의 경우로 구별될 수 있음을 지적하였다.
서로는 모든 술어와 양립 가능하지 않으며, 더구나 상호성의 해석은 일부 제한된 동사나 형용사 구문에서만 얻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 중 한 유형은
서로가 삭제되어도(또는 영형태와 교체되어도) 내재적으로 상호적 상황이 표상될 수 있는
헤어지다, 결혼하다 등의 대칭동사나 같다,
다르다, 비슷하다 등의 대칭형용사 구문이 된다. 또 한 유형은
서로가 필수적으로 실현되어야만 상호성의 의미 해석이 성립되는 상호동사 구문이 된다(상호형용사 구문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와 같은 현상은 범언어적으로 일반적인 것이며 동사의 중요한 의미·통사적 속성의 하나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사전 기술에서 표제어 동사가 대칭동사나 상호동사의 용법을 지닐 수 있는 속성을 체계적으로 일관성 있게 기록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대칭동사(또는 대칭형용사)에 대한 국어학적 관심은 근래에 몇몇 연구(홍재성 1987, 유현경 1996, 남지순 1996, 김종명 1998)를 통해 많이 표출이 되었다고 하겠는데, 이 자리에서는 특히 상호동사의 경우를 거론하고자 한다.
상호동사의 용법은 다음의 믿다와 의지하다 동사의 쓰임새가 보여 주듯이 i) 반드시 주어를 포함하는 두 개의 논항(-를 명사구/-에게 명사구)에 인물명사의 필수적 분포, ii)
서로가 필수적인 -와 보어 구문, iii) 복수 주어 구문에서 서로 다음에, 대응되는 비상호동사 용법을 특징짓는 격조사(-를 또는 -에게)의 수의적 사용, iv) 복수 주어 구문에서
서로-가의 삽입 가능성 등으로 특징지어진다.
(1) |
ㄱ. 찬우는 진혜를 믿었다. |
(2) |
ㄱ. 찬우는 진혜와 (서로+*E) 믿었다. |
(3) |
ㄱ. 찬우와 진혜는 서로-(를+E) 믿었다. |
(4) |
ㄱ. 그들은 서로가 서로를 굳게 믿었다. |
대칭동사의 경우에는 (3) ㄷ에서 보듯이 서로가 수의적이며, (3)의 ㄷ에서 보듯이 위의 iii)의 속성을 갖고 있지 않다. 또 대칭구문의 성립에는 i)의 조건이 요구되지 않는다.
(5) |
ㄱ. 이 방은 저 방과 (서로+E) 통한다. |
상호동사 용법을 대칭동사 용법과 이와 같이 대조적으로 특징을 지을 때, 상호 구문만이 가능한 내재적 상호동사는 없고(헤어지다나
결혼하다는 대칭용법만 갖는 내재적 대칭동사이다), 일부 자동사나 타동사가 보이는 의미·통사적 속성의 하나로 기술될 수 있다.
믿다, 때리다, 미워하다, 증오하다,
생각하다, 아끼다, 쳐다보다 등 -를 명사구 하나만 보어로 선택하거나,
(편지를) 쓰다, 약속하다, 다짐하다 또는
밀고하다 등 -를 명사구(또는 보문)와 -에게 명사구 둘을 보어로 선택하는 타동사 및
의지하다, 속다, 반하다 등 -에게 명사구 하나만을 보어로 선택하는 자동사만이 상호동사 용법을 갖는다.
이러한 관점에서 상호 구문의 가능성은 동사의 사전 기술에서 적극적으로 고려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기서 참고로 서로에 대해 한두 가지 언급을 해둘까 한다.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서로는 기본적으로 헤어지다나 믿다와 같은 동사구문에서 상호적 관계나 상황을 표현하는 상호사reciprocal marker로 기능하는데, 어휘 범주로 보면 대명사적 성격(기존 기술에서는 명사로 기술되어 있다)과 부사적 성격을 아울러 갖고 있는 이중 범주적(또는 다범주적) 어휘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기존의 사전 기술에서 고려되지 않은 것은,
서로가 ‘관계를 이루는 둘 이상의 대상 사이에서 각각 그 상대에 대하여’와 같이 풀이되는 상호사의 기본적 의미에 포괄시킬 수 없는 여러 의미를 나타낼 수 있다는 점이다. 대칭 구문이나 상호 구문의 서로가 상호적 의미의 두 하위 유형을 표현한다고 보고, 우리는 이 기본적 의미와 상관이 되는 다음의 몇 가지 의미를 구분할 수 있을 듯하다.
· 경쟁적 의미(=앞을 다투어, 경쟁적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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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
ㄱ. 영서는 지혜와 서로 먼저 가려고 했다 |
|
· 연쇄적 의미(=차례로, 번갈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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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
그들은 자전거 한 대를 가지고 서로 한 시간씩 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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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분적 의미(=각자, 각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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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
그들은 서로 자기가 이기리라고 생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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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반·협력의 의미(=함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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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
ㄱ. 영서는 지혜와 서로 한 반에서 공부했다 |
이러한 구분은 서로의 수의성/필수성, 서로와 괄호 안에 예시한 유의 표현과의 대치/양립 가능성, 주어 명사의 의미 특성(의미 자질이나 의미 역할), -려고
하다나·겠다고 또는 -씩과 같은 특정한 언어적 맥락의 표지, 동사의 의미적 유형, 강세와 같은 음운적 특성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하여 이루어질 수 있다. 한 가지 더 흥미있는 것은, 한국어 상호사의 다의성이나 그 의미 변이의 범위가 유형론적 관점에서 범언어적으로 전혀 예외적이거나 자의적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는 이와 같은
서로의 쓰임새가 사전 기술에서 충실히 기록되어야 하리라 생각된다.
3.2. 용례
사전에 선별·수록되는 용례는 출처에 따라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실제로 쓰여진 글에서 직접 인용하는 자연 용례이고, 또 하나는 사전 항목의 작성자가 필요에 따라 만들어 낸 인공(또는 가공) 예문이다. 또 용례는 그 언어적 성격에 따라, 문장으로서 문법적 구성을 갖춘 예문과 문장의 일부를 이루는 예구의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연구원 사전의 경우, 대체로 따로 구축한 말뭉치에서 자연 용례를 예문으로 인용하는 방침을 따르고 있는데, 여기에는 몇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흔히 풍부한 용례의 수록을 바람직한 언어사전의 장점으로 이야기한다. 그러나 풍부하다는 것이 단순히 수적으로 많고 막연히 다양한 것은 아닐 것이다. 용례 역시 사전의 규모에 따라 신축성 있게 선별이 되어야 할 터인데, 선택이 되는 용례는 기본적으로 용례로서 기능하기에 적절한 것이어야 할 것이다. 그 기능의 적절성을 크게 두 가지 면에서 지적해 보자.
하나는 그 기능의 내재적 면으로서 사전 텍스트 내에서의 정보성과 관련된다. 용례가 갖는 다음의 기준이 그것이다.
· 명시적으로 기술되어 있는 문법 정보의 예시(활용 정보, 문형 정보 등) |
이러한 정보성의 관점에서 볼 때 적절하지 못한 ― 정보성이 미약하거나, 잉여적인 경우― 용례의 선별은 엄격히 제한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용례의 출처를 말뭉치의 자연 용례에만 국한하게 되면, 말뭉치의 규모가 아무리 크다 할지라도 그것이 지닌 용례의 과부족이라는 내재적 한계― 정보성이 낮은 용례는 불필요하게 너무나 수가 많고, 반대로 정보성의 관점에서 꼭 필요하고 적절한 용례는 수가 적거나 찾아지지 않는 현상―때문에 불편한 점이 생기기 마련이다. 또한 말뭉치의 자연 용례만을 활용하다 보면 자연히 과도하게 긴 완전문 용례를 인용하는 경우가 빈번해서 아까운 인쇄 공간을 낭비하게 될 수도 있다. 연구원 사전의 표본 기술에서도 이와 같은 문제점을 보여 주는 항목을 발견할 수 있으나, 구체적인 사례의 인용은 생략하겠다.
따라서 긴 완전문 용례가 부적절한 경우에는 부분적인 가공의 필요성이 있고―이 경우, 여러 가지 면에서 저작권의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기는 하지만―, 보완책으로 예구를 용례로 활용하거나, 부분적으로 인공 용례를 사용하는 방법도 강구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용례 선별의 기준은 표제어의 어휘 범주나 그 언어적 성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위의 지적은 동사·형용사 항목, 특히 명사 항목의 기술에 알맞은 것이다. 그러나 부사 표제어의 경우, 특히 문장부사(다행히)나 발화부사(솔직히), 또는 접속부사(그러니까,
그래서, 그러므로), 간투사/감탄사(그래)의 기술을 위해서는 완전문 인용이 필수적이고, 더 나아가서 둘 이상의 완전문의 연쇄나 대화의 단편을 인용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유형의 표제어 항목 구성에는 말뭉치에서 인용되는 자연 용례의 활용이 오히려 필수적일 수 있다.
용례 선별에 고려할 또 하나의 측면은 용례의 외재적 기능이다. 사전 텍스트는 지식 산출의 현장을 보여 주는 과학적 텍스트가 아니라, 이미 확립된 (언어)지식을 표상하고 전달하는, 넓은 의미의 교육적 텍스트이다. 그러면서도, 그 지식이 사전 독자인 언어 사용자의 언어 사용 행위의 규범과 지침으로 기능하는 한, 법률 텍스트와 같은 성격의 규범적 텍스트의 면도 있다. 사전에 인용된 용례 역시 이중적 지위를 갖고 있다. 그것은 메타언어적(기호적) 교육 텍스트의 구성 요소로서 항목에 기술된 언어 정보를 구체적 사례로 예시하거나, 또는 독자적으로 부수적 언어 정보를 전달하기도 하지만, 또 한편 그것이 담고 있는 자율적인 의미 때문에 그 자체로서 하나의 자연적 담화나 텍스트의 성격을 갖고 기능한다. 용례는 그 의미 내용이 직접적으로 자율적으로 사전 독자에게 전달될 수 있다. 극단적인 경우는 용례의 총체가 사전 텍스트 내의 독자적인 하위 텍스트로 읽힐 수가 있다. 인용된 용례만을 흥미 있게 읽는 독자도 있을 수 있지 않은가? 이 때 용례는 사전 전체가 규범적 텍스트로 기능하는 데에 힘 입어 일종의 권위적 담화(텍스트)―영향력 많은 문인이나, 사상가, 학자의 글, 특히 그들의 자주 인용되는 경구처럼―의 성격을 가질 수 있다.
또 한편 사전이 사고의 도구요 의사소통 수단의 도구인 언어를 객관적으로 기술하고 있기 때문에 이데올로기에 대해 무관하거나 중립적이리라고 잘못 생각하기 쉬우나, 어떤 관점에서 보면 하나의 텍스트인 점에서 사전이 산출이 된 사회·문화권의 지배적인 이데올로기의 작용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 사전은 분명 하나의 이데올로기적 텍스트로 기능하는 것이다. 더구나 일반 언어 사용자들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는 권위적 담화의 성격을 함께 갖고서 말이다.
사전의 이와 같은 국면이 잘 드러나는 부분은 표제어 총체로서의 거시 구조 ―금기어가 처리되는 표제어 선별 과정의 결과인―, 뜻풀이 그리고 용례 부분이다. 용례는 특히 이데올로기가 용이하게 작용할 수 있는 사전의 부위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그 선택에 각별히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구체적으로 지적하고자 하는 바는, 적어도 우리가 철저한 반성적 의식을 가지고 경계하고 배격해야 하는 부정적인 이데올로기―성차별주의나 국수주의를 포함하는 인종차별주의 등등―를 유지시키고 매개하는 것으로 분석될 수 있는 용례가 사전에 인용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가려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이다.
우리가 살펴본 일부에 지나지 않는 기술 표본에서도 이와 같은 관점에서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느껴지므로, 연구원 사전 편찬의 마지막 단계에서, 물론 먼저 언급한 기준을 함께 고려하여, 용례들을 일관성 있게 재검토하는 작업을 권고해 본다.
3.3. 기타 문제
이 밖에도 동사·형용사 어휘 부류의 사전 항목 구성을 위해서, 총망라하는 것은 아니고 일부만 지적하자면, 다음과 같은 문제들이 있을 수 있는데, 모두 국어학 연구의 성과에 바탕을 두고, 또는 개별 어휘나 표현 하나하나를 언어학적으로 세밀하게 기술하는 국어 어휘 연구의 방법을 활용하여 철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는 것들이다.
― 품사 범주의 부여 문제:
(답이) 맞다, 못나다, 두드러지다, 굵다,
산재하다 등등이 동사인가 형용사인가? 또는 이중범주화가 가능한 어휘인가? (한송화 1998참조).
한국어 형용사는 유형론적 관점에서 특징짓는다면, 라틴어나 불어처럼 형용사가 형태·통사론적 관점에서 명사와 유사한 언어(형용사-명사 언어)와 대척적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한국어에서는 형용사가 동사와 유사한 것이다(형용사-동사 언어). 한국어에서는 형용사와 동사는 거의 동일하게 활용하며 그 통사적 기능양상 역시 아주 비슷한 것이다. 또 형용사/동사의 동형어(쓰다,
달다, 치다, 무리하다, 마르다, 적다,
상당하다 등등)가 많이 존재하고, 밝다, 굳다,
크다와 같이 하나의 단어로 분석되면서 형용사/동사의 이중적 용법을 보이는 예들도 있으며, 특히 형용사/동사의 구별이 불분명한 요소들이 여럿 존재한다(이러한 요소들은 몇 가지 유형으로 나뉠 수 있는데, 사전 기술을 위해서는 그 하나하나의 쓰임새를 정밀히 관찰해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동일한 의미로 형용사/동사의 쌍이 존재하는가 하면(모자라다/부족하다), 의미상으로는 완벽한 상태표상의 술어이지만 활용상으로는 동사로 분류될 수밖에 없는 어휘―(재력이)
딸리다, (장판이) 울다, 값나가다―도 있다. 이러한 현상은 모두 형용사-동사 언어로서의 한국어 어휘 범주의 유형론적 특성을 반영하는 사실로 해석할 수 있겠는데, 한국어 사전에서는 이러한 국면의 기술을 소홀히 할 수 없을 것이다.
― 제한된 동사·형용사 활용형으로 구성되는 관형 표현의 처리 문제:
~에 비추어(*~에 비춘다),
~과 관련해서(*~과 관련한다) 등의 표현을 어떻게 어느 부위에서 어느 정도까지 기술할 것인가? (홍재성 1998 참조).
― X-있다/X-없다/X-이다로 구성되는 연쇄의 처리 문제:
이들 연쇄를 복합어로 분석해서 표제어 지위를 부여할 것인가? 표제어 지위를 갖는다면 주표제어로 기술할 것인가 또는 표제어 X에 대해 부표제어로 기술할 것인가? 이러한 선택 다음에는, 어느 정도까지 이들 표현을 기술할 것인가의 문제도 제기된다. 예컨대 X-없다형 표현의 경우, X-있다와의 대응 가능성 여부(재미없다,
재미있다; *난데있다, *터무니있다), X+조사
없다와 같은 분리 표현의 가능성 여부(터무니가 없다; *난데가
없다; *턱이 없다, 턱도 없다) 있다 수사의문문에서의 X의 분포가능성(*어림있다,
어림이나 있겠어?), 활용상의 제약(*정처없다,
정처없는, 정처없이), X의 분포 및 범주(유일
분포:느닷없이, 난데없이; 복합표현:물샐틈없이,
온데간데없이) 등등의 관점에서 적절한 기술이 필요할 것이다.
예를 하나 더 들어서 살펴본다면, 형용사로 범주화되는
다름없다의 항목 기술에서, 이 형용사는 -와/-나가 뒤따르는 명사구보어를 선택하며(진짜와
다름없다/예전이나 다름없다), 보어 위치에는
것 보문(또는 형식명사 것을 핵으로 하는 명사구)이 분포될 수 있는 점이 명시적인 문형 정보로 선별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게 활용형의 존재, -이형 부사의 존재뿐 아니라,
다름이 없다(또는 다름은 없지만)와 같은 분리 표현의 가능성―이러한 가능성은 용례로 보이는 것으로 충분하다― *다름있다의 대응 불가능성 등이 지적되어야 할 것이다.
― 형용사(또는 명사) 항목에서 부표제어로 기술되는 -이/-히형 부사 및, 표제어 지위를 받지 못한 -게 부사적 활용형의 기술 문제:
이 점은 부사 어휘의 사전 기술 문제를 다루는 테두리 안에서 함께 별도의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부사를 하위분류하여, 그 부류에 따라 적절한 모형으로 기술하는 것이 바람직할 터인데, 두 가지 점만 급히 지적한다면, -게형 표현이 부사분류체계의 관점에서 동질적이 아니므로―무섭게
많이에서와 같은 정도부사에서부터 다행스럽게도,
이상하게도, 야릇하게도 등 -도와 결합하여 문장부사로 기능하는 경우까지 다양하다― 부표제어로 주소를 부여하고 그 쓰임새를 기술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또 부사 항목에서 기록이 될 중요한 언어 정보 역시 여러 가지 다양하다고 생각하는데, 특히 문장부사나
그러니까, 그래서 등의 접속부사의 경우는 반드시 최근의 의미론이나 화용론 연구 성과를 받아들여 의미를 구분하고, 뜻풀이를 붙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 제한된 관형형 형용사 용법의 기술 문제:
상당수의 한국어 형용사는 활용이 자유로워, 종결어미나 연결어미와 규칙적으로 결합하여 문장 구성의 중심 역할을 할 뿐 아니라, 관형형 어미와 결합하여 후행 명사를 수식하는 기능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동사도 마찬가지이지만, 활용에 불구성을 보이는 형용사가 존재하는데, 특히 관형형으로만 그 용법이 제한된 형용사의 사전 기술 문제는 별도의 고려가 필요할 것이다(동사의 경우도 ,
광주 가는 표 두 장, 바다에
면한 / 면해 있는 지형, 산적한 /
산적해 있는 과제와 같은 표현에서 유사한 문제를 볼 수 있다. 또
X-적이다 표현 중 단적인 예나 전적인 책임 같은 표현의
X-적이다 역시 동일한 제약을 보인다).
문제가 되는 형용사에는 다음과 같은 여러 유형이 있다.
· 공연하다, 진정하다. 우연하다.
참답다. 엄연하다 (‘아무도 부인할 수 없는’의 의미) 등 관형형이나 -히형 부사 또는 경우에 따라 -게 활용형만 가능하며, 의미 해석은 투명한 경우,
-공연한 일, 참다운 삶, 진정한
의미, 엄연한 사실, 우연한 기회에
· 졸린 눈, 괴로운 표정,
지친 얼굴 등과 같은 결합에 나타나는 형용사. 의미 해석은 투명한데, 피수식 명사가, 단문에서 주어로 나타날 수 있는 제1논항으로 분석되지 않는 특징을 갖는다.
· 새빨간 거짓말이나 새카만
후배, 뾰족한 수, 따가운 질책에서와 같이 직설적/기본적 의미로는 자유 활용을 보이는 형용사가 특정명사와 결합하여 연어 표현을 구성하는 경우.
· 식은땀을 흘리다. 따끔한
맛을 보여 주다와 같이 , 명사구 전체가 동사와 결합하여 숙어 구문을 이룰 때 삽입된 형용사.
대체로 활용형이 제한되면 명사와의 결합 폭에 제약이 가해지고, 의미해석도 달라지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인 듯한데(유현경 1997), 형용사 용법의 이와 같은 국면은 대규모 언어사전에서 철저히 기술되어야 할 것이다. 이때에는 범주 부여의 문제도 제기된다.
몹쓸, 허튼, 갖은, 하고한, 하고많은,
막다른, 때아닌, 별다른, 괜한, 주된,
이렇다할, 해묵은, 동떨어진, 머나먼 등등의 어휘를 관형사로 분석할 것인지 또는 형용사로 분석할 것인지가 문제인 것이다.
4. 맺는 말
지금까지 국립국어연구원이 개발하고 있는 대규모 한국어 사전에서의 동사·형용사 항목 처리 문제와 관련하여 몇 가지 생각을 적어 보았다. 항목 기술을 보완하고 개선하기 위한 실용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이나 처방을 내놓았다기보다는 몇몇 문제를 거론하는 데에 그쳤고, 오히려 평소에 이 사전 기획에 걸어 온 기대와 그에 대한 요구를 이 기회에 다시 한번 피력한 셈이다. 연구원의 항목 기술 담당자들이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중요한 핵심 한국어 어휘―예컨대 앞에서 언급한 서로와 같은―에 대한 국어학적 분석이나 기술이 아직 미진하고, 숙달된 전문 편찬 인력이 부족하며, 또 이 두 가지 기본적인 문제를 해결해 가면서 사전을 완성시키기에는 시간이 너무나 모자라리라는 점을 잘 알고 있기에 우리의 요구가 무리이며 비현실적이기까지 한 면이 없지 않을 것이다.
어쨌든 연구원이 완성본을 상재하기까지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 제한된 핵심 표제어 어휘 기술의 면에서도 당분간 필적할 만한, 그것에 대치할 만한 또 다른 사전이 나올 수 없는, 독보적인 언어사전 부분을 내포한 성공적인 사전을 만들어내기를 바라고, 또 성원을 보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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