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선 /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1. 머리말
명사는 동사와 더불어 언어 문장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어느 언어에서나 낱말 가운데 명사는 가장 많은 수량을 보인다. 따라서 사전에서도 명사 낱말은 올림말의 분량 면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명사 올림말은 다른 낱말보다 뜻풀이나 용례 등에서 다루기가 상대적으로 쉽다고 생각되어 민감한 관심을 비교적 덜 받아 왔다. 낱말의 뜻이나 용법, 문법 기능 등이 비교적 선명하고 단위성도 뚜렷하여 사전적인 처리에서 그만큼 큰 문제가 적다고 생각되는 것이다. 그러나 명사의 수효가 많은 만큼 이를 다루는 데에는 크고 작은 문제점들이 적지 않다. 또한 명사적 성격을 갖거나 명사와 관련 있는 어구에 대해서도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여럿 있다.
사전에는 원칙적으로 낱말이 올림말로 오르는 것이지만, 대부분의 사전에서는 낱말 단위에 미치지 못하는 접사나 어근 또는 어미류도 실으며 또 낱말 단위 이상의 구절을 올림말의 범위에 포함한다. 명사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본고에서도 명사(대명사, 수사 포함) 낱말 외에 명사 상당 어구 역시 함께 논의하기로 한다. 명사 가운데에서도 사전 처리에서 문제가 크게 있지 아니한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을 생략하고, 의견이 엇갈리는 등 문제가 되는 사항들을 중심으로 고찰한다. 그리고 사전 편찬자나 집필자가 간과하기 쉬운 내용들, 기존 사전에서 처리한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는 점에 대해서도 몇 가지를 들어서 살펴본다.
논의를 해 나가면서, 최근에 나온 사전 가운데 대표적이라 할 만한
『국어대사전』(김민수 외 엮음, 1991[1996 증보판]), 『우리말큰사전』(한글학회 지음, 1992)과 북한에서 나온
『조선말대사전』(사회과학원 언어학연구소, 1992)을 주요 비교 대상으로 한다. 현재 진행 중인 국립국어연구원의 사전에 관해서는
『종합국어대사전 집필 지침』(국립국어연구원 사전편찬실, 1994.3.)과
『통합 교열 지침』(국립국어연구원 사전편찬실, 1997.7.30.)을 주로 참조한다. 사전의 이름을 들 때는 편의상
『국어대사전』은 『대사전1』, 『우리말큰사전』은 『큰사전』,
『조선말대사전』은 『대사전2』로 줄여 쓰며, 국립국어연구원에서 곧 출간할 예정인 대사전은
『표준사전』으로 쓴다.
2. 명사 올림말의 범위
대명사와 수사를 포함하는 일반적인 명사에 대해서는 사전에서 올림말 여부를 결정하는 데에 별로 큰 어려움이 없다. 사전의 규모에 따라 그 명사의 중요성이나 빈도성 등을 기준으로 범위를 정하여 고르면 된다. 조사가 이들 명사 뒤에 붙어 곡용을 한다고도 하지만, 명사 낱말에서 기본 형태를 가리는 일은 다른 품사에 비하면 훨씬 덜 복잡하다.
그러나 고유명사나 전문어 등은 범위 설정이 그리 간단하지 않다. 우선 사전에 고유명사를 실을 것인가부터 결정해야 한다. 판단은 그 언어 사전이 백과사전적인 요소를 어느 정도 가질 것인가에 달려 있다. 근래 들어 언어 대사전들이 백과사전적인 성격을 포괄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는 사전의 상업적인 출판과 무관하지 않다. 물론 언어 사전이 백과 사전의 기능을 함께 가지고 있으면 이용자들에게 적잖은 편의를 제공해 줄 수는 있지만, 여기에는 어차피 언어 사전으로서의 한계가 있다. 또한 순수한 언어 사전은 그것으로도 가치를 가진다.(1)
고유명사를 올림말에 넣을 경우에는 수록 범위와 풀이말 등을 위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 이제까지의 대사전에서는 대체로 고유명사를 지나치게 많이 넣어 올림말의 수를 늘려 왔다는 지적이 많다. 또 올림말 선정의 기준이 불명확하여 편찬자의 주관적 판단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도 많았다. 표준사전은 객관적인 기준을 세우려 노력하였으나 항목에 따라서는 모호한 부분도 적지 않다. 고유명사 가운데 대다수를 차지하는 인명과 지명을 담은 전문 사전이 잘 만들어지고 여기에 올림말 기준이 올바로 제시되면, 언어 사전 편찬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전문어의 수록 범위 설정은 해당 사전의 규모나 성격 등을 고려하여 결정한다. 일반적인 대사전에서는 대학의 교양 과정 교재에 나오는 전문 용어 정도를 최대의 한계로 삼을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고등학교 교과 과정에서 다룰 수 있는 정도의 전문어를 올림말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좋을 듯하다. 그 이상을 넘으면 해당 분야의 전문어 사전의 몫이라고 생각되는 것이다. 결국 고교 과정 정도의 전문어를 찾되, 현실어 코퍼스 등에 의해 이를 넘어선다면 대학의 교양 과정 교재까지를 한계로 하는 것이다.
이제까지의 국어대사전에서는, 실제로 쓰이지 않으면서 사전에서만 수록한 거짓 낱말이 많았다. 이러한 낱말은 명사 외에도 얼마든지 많이 있지만, 이들에는 한자어가 많으므로 거짓 낱말은 명사에 주로 분포되어 있다. 가령 대사전1에 나와 있는 ‘사(死), 사(社), 사(嗣)’ 등의 낱말은 현대 국어의 일반적인 낱말로 인정할 수가 없다.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와 같이 ‘사’가 쓰이기는 하지만 그것은 항상 ‘생과 사’라는 특이한 조건에서 ‘생사’를 풀어서 쓰는 것이므로, 이 때의 ‘사’를 정상적인 국어 낱말로 볼 수는 없다. ‘사의 예찬’처럼 일제 시대 이전에 사용된 말은 현대 국어의 영역에 넣지 않는 것이 좋다.(2) 또 한문투의 책에서 쓰인 말이나 어떤 특정한 경우에 만들어 쓴 말은 그것을 모두 올바른 국어라고 하지는 못한다.(예:단선(袒跣) 등) 대사전1과 큰사전에서 ‘ㄱ’항 첫째 쪽에 나와 있는 올림말 가운데에도 ‘가(加), 가(枷), 가(斝)’는 현대 국어의 낱말이라고 할 수 없다. ‘가(加)’는 접두사이거나 ‘가하다’의 어근이 아니라면, 낱말로서 사전에 오를 수가 없다. ‘가(枷)’는 현대 국어에서 쓰이지 않는 역사 부문 전문어로, ‘가(斝)’는 중국 역사에 나오는 중국어의 전문어 낱말로나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낱말은 이미 이전의 사전에서도 보인다. 새로운 사전을 편찬할 때에 베끼기를 자주 하다 보니 거짓 낱말을 계속 이어받는 수가 많다. 그래도 대사전1과 큰사전에 와서 이 같은 거짓 낱말은 많이 줄어들었으나 아직도 그 잔재는 적지 않다. 대사전2는 이러한 점을 잘 극복하였으나, 다듬은 말 가운데 언어 현실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 말까지 올림말에 넣어 또다른 거짓 낱말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명사 낱말들은 형태론적인 것은 물론 음운 규칙에 의한 축약형도 올림말에 넣어야 한다.(예:담(<다음), 새(<사이) 등) 그러나 굴절형에서 나타날 축약형을 모두 올리기는 어렵다. 가령 ‘나+의, 너+의’의 뜻을 가진 ‘내, 네’는 올림말로 등록되어 있다. 그런데 ‘나+는’을 줄여 ‘난’이라고 한다든가, ‘너+를’을 ‘널’이라고 하는 형태는 음운규칙 현상으로, 모음으로 끝나는 명사가 다 이에 해당하므로 이들까지 모두 올리려면 분량이 너무 넘치기는 한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대명사 정도는 수용해도 좋을 듯하다. ‘뭐, 뭘, 뭘로 …’ 등은 다 올라야 하는데, 이들을 제대로 수용한 사전이 아직 없다.
명사적 성격을 가진 어근을 처리하는 방식은 사전에 따라 달리 나타난다. ‘강력, 국제, 여류 …’ 등의 단어와 ‘용감, 찬란, 아른 …’ 등의 어구에 대한 처리이다.
‘강력’은 단독으로는 쓰이지 못하고, ‘강력성, 강력반, 강력하다 …’와 같이 접사가 붙어서 독립된 낱말로 기능하거나, ‘강력 범죄, 강력 저지, 강력 접착제 …’처럼 다른 명사와 더불어 명사 구절을 이룬다. 이 때 ‘강력’은 비록 단독으로 쓰이지는 못하지만 다른 명사의 앞에 놓여 명사구를 이루는 명사 낱말임에 틀림이 없으므로 당연히 사전에 올림말이 된다. 다만 풀이말에서 이 단어가 가지는 용법상 제약이나 특성을 설명해 주어야 한다. 그러나 이제까지의 사전에서는 이를 제대로 밝히지 못하였다. 대사전1과 큰사전에서는 품사 설정 없이 ‘강력하다’로 가라는 표시만 해 놓아, 이것을 낱말이 아니라고 잘못 보았다. 대사전2에서는 명사로서의 뜻풀이만 하였을 뿐 위와 같은 용법에 대한 설명이 없다.
‘용감’은 ‘용감성, 용감무쌍, 용감하다, 용감히’라는 단어 형성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그 자체가 독립적으로 쓰이거나 다른 낱말과 더불어 구절을 이루지 못한다. 따라서 ‘용감’은 명사적 의미나 기능성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하나의 낱말이 되지 못하는 어근일 뿐이다. ‘찬란’은 ‘찬란하다, 찬란히’만 가능한 어근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명사적 성격의 어근도 사전에 따라 달리 처리되었다. 대사전1과 큰사전에서는 올림말에 넣기는 하였지만 뜻풀이 없이 ‘용감하다, 찬란하다’로 가라는 화살표만 주었으며, 대사전2에서는 올림말로 싣고 뜻풀이를 하지 않은 채 ‘-하다’의 어근적 단어임을 밝혔다. 이전의 사전들에서는 이들의 실제 사용에 대한 언급이 없이 일반적인 명사 낱말처럼 그냥 뜻풀이만을 하기 일쑤였다. 표준사전에서는 올림말 ‘용감’에 “‘용감하다’의 어근”이라는 뜻풀이를 하고 ‘용감’의 부올림말 ‘용감하다’에서 자세한 뜻풀이를 하고 있다. 자립 낱말이, 낱말이 되지 못하는 어근의 부올림말로 된다는 것은 어색하다. 명사 낱말 ‘햇병아리’가 접사 ‘햇-’의 부올림말이 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럼 이들 명사성 어간을 올림말에 넣을 것인가. 사전에는 낱말이 못 되는 접사들도 올림말에 들어 있다. 생산성이 있는 접사들을 이해함으로써 그것을 포함하는 새로운 낱말이 만들어질 때 그 형태나 의미 등의 해석에 정보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접사는 올림말로서의 의의를 갖는다. 이러한 원리는 그대로 어근에게도 적용된다. 생산성이 있는 어근은 어근만으로도 올림말에 넣어, 새로운 낱말이 이루어질 때 의미값 이해를 위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단어 형성에 생산성이 높은 ‘용감-’과 ‘아른-’은 사전에 오를 것이며, 현재 생산성이 아주 낮은 ‘찬란-’은 올림말이 되기 어려울 것이다.(3)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감’과 마찬가지로 ‘찬란’도 의미가 있으므로 올림말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우쭐거리다, 우쭐대다, 우쭐하다, 우쭐우쭐’라는 단어 형성이 가능한 어근 ‘우쭐-’에도 일정한 뜻을 상정할 수 있어 사전에 올라야 하지만 이전의 어느 사전에도 이 말은 올림말에 없다. 한자어 어근은 고유어보다 속성상 그 의미가 더 뚜렷하게 인식되지만 그것이 사전에 오르는 기준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명사 구절도 대개의 사전에서 올림말로 삼는다. ‘사회 생활, 사회 봉사, 현대 건축’은 각각 두 개의 명사 낱말로 된 명사 구절이지만 대부분의 사전에 올라 있다. 큰사전에서는 원칙적으로 낱말 이하만 올림말로 삼았지만, ‘사회 생활’류는 ‘66사회생활’처럼 합성명사로 다루므로 하나의 낱말로서 올림말이 되었다. 대사전2에서도 역시 ‘사회생활’이란 합성 명사로 보아 올림말로 삼았다.(4) 대사전1에서는 명사구 올림말로 등재하였다. ‘사회’라는 올림말 아래에 놓이는 구절이 되어, 부올림말로 처리하는 사전도 있다. 낱말이 아닌 접사나 어근도 올림말이 되듯이, 결속력이 있는 구절도 자주 쓰이는 것이라면 사전에 올리는 것이 독자에게 사전 활용도를 높인다. 더구나 어떤 구절은 결속력에 대한 개인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합성어로 인정하기도 하는 예가 얼마든지 많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다만 부올림말보다는 주올림말로 올리는 것이 이용자를 편하게 한다. 만약 ‘사회 생활’을 주올림말 ‘사회’의 부올림말로 처리하면, ‘사회 생활’이 합성어인지 구절인지 뚜렷이 알지 못하는 이용자들은 단번에 이 말을 찾지 못하는 수가 많다.
위와 같은 명사구 올림말은 합성어 성격을 가진 어구에 한정된다. 가령 ‘밑 빠진 독’은 명사구이기는 하지만 합성어 성격을 갖기 어려우므로 올림말 ‘밑’ 아래에 놓이는 관용구로 부올림말이 된다. 그런데 문장에 가까운 한문(漢文) 구절이 오히려 국어의 낱말처럼 주올림말 자리에 놓이는 잘못된 예들이 있다. 한 예로 대사전1과 큰사전에 실린 ‘오십보 소백보(五十步笑百步)’는 한문 문장일 뿐이다. 국어 표현 가운데 이러한 어구를 쓰는 것은 인용의 성격으로 보아야 한다. ‘오십보 백보’ 정도까지가 고사성어로서 ‘국어’에 포용되는 한계가 될 것이다.
3. 명사 올림말의 분류 및 문법 정보
각각의 올림말에서는 품사 범주를 표시하는 등 그 낱말의 문법적인 정보를 나타내 준다. 이제까지의 사전에서는 거의가 품사를 밝히는 것으로 끝났다. 명사의 경우에는 고유명사나 의존명사 정도를 더 밝혀 주었을 뿐이다. 그러나 명사 범주 안에서도 용법과 의미에 따라 좀더 세분하여 체계화를 이룰 필요가 있다. 더구나 그 명사 올림말이 실제 문장에서 올바르게 사용되도록 안내하기 위해서는 좀더 많은 문법적인 정보를 필요로 한다. 가령 ‘땅’은 구체적인 물체이고 ‘육지’는 추상적인 개념이므로, 언어 표현에서 표현 분포가 다르다는 것을 뜻풀이 이전에 문법 정보항에서 명시적으로 알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또는 다같이 개념어로도 쓰이면서, ‘사람, 짐승, 나무’는 개수로 셀 수 있지만 ‘동물, 식물’은 개수로 나타내지 못한다는 것도 문법적인 정보화로 구분할 수 있으면 유용할 것이다. 이 밖에도 그 명사 낱말과 공기하는 어사의 용법 등을 사전에서 알려 준다면 한국어 학습자에게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이와 같은 내용들은 문법 항목에서 체계화하여 제공하거나, 뜻풀이 항목에서 괄호 등을 사용하여 적절한 정보로 나타낼 수 있다.
우리가 쓰는 말 가운데에는 주로 구어에서 쓰이거나 문어에서만 쓰이는 표현과 낱말이 간혹 있다. ‘깡소주, 깡추위’ 등은 주로 구어에서만 쓰인다. 대명사 ‘그, 그녀, 그대’는 구어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으며, 대명사 ‘이’는 구어에서 아주 제한적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내역도 나타내 주도록 한다. 이와 같이 구어나 문어 가운데 하나의 표현에 주로 쓰이는 말은 명사보다 다른 품사에서 더 많이 볼 수 있으므로(예:‘매우, 퍽’은 주로 문어에서 쓰임), 낱말에 따라서는 구어적 또는 문어적인 표현에 주로 쓰임을 구분해 줄 필요가 있다.
친족어나 신분, 직종을 나타내는 명사 가운데에는 호칭어로 사용되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이 있다. ‘아버지, 할머니, 교수, 젊은이 …’ 등은 지칭과 호칭에 두루 쓰이지만, ‘아들, 조모, 교사, 어린이 …’ 등은 호칭에는 쓰이지 못한다. 이러한 용법상의 차이를 사전에서도 나타내 주는 것이 좋다. 이러한 구별은 일상적인 언어 생활에서 필요한 정보지만, 이를 제대로 구분해 주는 사전은 아직 없다.
자립적인 명사로 쓰이면서 수량 단위의 의존명사로도 쓰이는 명사들은 모두 자립명사로 처리하자는 견해가 사전 편찬과 관련하여 최근에 제기되고 있다. ‘저쪽에서 사람이 나타났다.’와 ‘세 사람이 나타났다.’에서 두 문장에 나오는 ‘사람’은 같은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문법 범주로서의 의존명사는 통사적인 용법 외에도 의미적인 면이 강하다.
(1) 그가 이미 떠났다는 사실을 오늘서야 알았다.
(1)에서 보문명사 ‘사실’은 통사적으로는 내포 보문에 기대는 ‘의존어’이지만 문법 범주로는 ‘자립명사’로 본다. ‘것, 바, 수 …’ 등이 의존명사라 함은 그들의 통사 구조뿐만 아니라 의미 면에서도 의존적인 것이다. 자립적으로 쓰이면서 수량의 단위로도 가능한 수많은 명사들 ‘곳, 병, 책, 그릇, 꾸러미 …’ 등은 단위명사 외에 자립적으로도 고유한 뜻을 가지고 있으므로 모두 자립명사로 보아 좋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 올림말은 풀이말의 의미 내항에서 사용 용법상 구분하는 것으로 처리하게 된다.
전문어는 거의가 명사어이다. 이 전문어의 분류도 좀더 따져볼 일이다. 대사전1에서는 ‘사회 생활’을 사회학 전문어로 보고 ‘사회 질서’는 일반어로 보았는데, 큰사전에서는 정반대로 처리하였다. 설정하는 전문 분야도 변화 발전해 가는 현실을 충분히 고려해야 하겠는데, 이전 사전에서 분류했던 목록을 대충 답습하는 경향이 있다. 더욱 심각하게 재고해야 할 것은, 일반 언중들이 너무나 당연하게 일반어라고 생각하는 낱말을 전문어의 영역에 한정하는 처리 방식이다. 예를 들어, ‘소금’이나 ‘별’을 전문어라고 한다면 일반인의 언어적 인식과 너무 거리가 멀다. 그러나 대사전1에서는 이들이 모두 전문어로 되어 있다. ‘염화나트륨’은 처음부터 전문어로 다루겠지만 ‘소금’은 일반어의 뜻풀이로 시작해야 한다. 이들 낱말에게 전문어로서 정의를 내려야 할 내용이 있다면 일반적인 낱말로서 뜻풀이를 한 뒤에 다시 전문어적인 풀이말을 주는 것이 자연스럽다.
전문 분야의 외형 명칭인 ‘문학, 언어학 …’ 등도 논리상 일차적으로 전문어라고 하기 어렵다. 이들에게 접근하는 것은 우선 일반어로서이다. 그 다음에 문학이나 언어학의 전문 분야 안에 들어가서 다시금 전문적인 시각으로 개념을 정의할 필요가 있다면 이어서 전문 분야를 설정하여 뜻풀이를 주면 된다.
4. 명사 올림말의 뜻풀이
명사에는 백과 사전에서의 항목에 해당할 만한 올림말들이 종종 있다. 이들에 대해 얼마나 자세하게 뜻풀이를 할 것인가. 상업적인 사전에서는 대체로 언어 사전의 수준을 훨씬 넘는 정도의 설명을 보이고 있다. 대사전1에서 ‘레슬링’ 항을 보면, 기본적인 설명 외에도 각 체급의 일람표와 경기장 그리고 여러 가지 기법을 그림으로 소개하고 있어 거의 백과 사전의 수준에 이른다. ‘가구’나 ‘갑각류’ 등의 항목은 아예 천연색 화보 한 면씩을 마련하였다. 언어사전에 백과사전적 요소를 많이 들여와 효용성을 높일 수도 있겠지만, 언어사전으로서의 특성은 그것 나름으로 의의가 큰 것이다. 이런 점에서 큰사전은 좀더 언어사전답고, 대사전2는 이념 목적적인 요소만 제거하면 더욱 언어사전적이라 할 만하다. 표준사전은 정부 기관에서 주관하는 것이므로 지나치게 상업성에 기울지 말고 언어사전으로서의 대표성을 가질 수 있도록 편찬해야 할 것이다.
뜻풀이는 올림말보다 쉬운 수준으로 표현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명사 낱말 가운데에는 올림말보다 풀이말이 더 어려워, 사전을 찾은 본래 기능을 저버리는 경우가 가끔 있다. 사전에 나와 있는 ‘나라’의 뜻풀이를 본다.
(2) |
ㄱ. 사람들이 모여 주권을 가지고 삶을 영위해 가는 일정한 범위의 땅. 또는, 그것을 다스리는 통치 기구. <대사전1> |
(2)에서 보듯이 어느 사전에서나 ‘나라’의 뜻풀이는 올림말보다 훨씬 어렵다. 명사에서는 이와 같이 풀이말이 올림말보다 더 어려울 수밖에 없는 낱말들이 꽤 있지만, 이들도 정확한 개념 규정에서 어그러지지 않는 한 쉽게 풀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풀이말은 서로 관계 있는 표제어끼리 유사성과 변별력을 모두 함유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 언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 ‘돌’과 ‘바위’, ‘암석’은 이들 사이의 공통성을 잘 기술하면서도 각기 가지고 있는 특징을 잘 그려냄으로써 이들간의 현상적인 위상을 구별하고 어휘적인 체계를 세울 수 있는 것이다. 큰사전에서의 풀이말을 본다.
(3) |
돌:바위가 부서져서 된 광물질의 굳은 덩어리. |
보통 ‘바위’가 작게 부서지면 ‘돌’이 된다고 생각하고, 사전에서는 그 정도로 풀이말을 그쳤다. 다른 사전들도 뜻풀이가 이와 비슷하다. 그러나 이 세 낱말의 실제 쓰임은 위의 풀이말에 그치지 않는다. ‘돌산’을 ‘바위산’과 같은 뜻으로 쓰기도 하며 ‘암석 사막’을 ‘돌사막’이라고도 하듯이, 실제상에서 ‘돌’은 ‘바위’를 포함하는 총칭 개념으로도 쓰인다. 그러나 기존 사전에서는 ‘바위’가 잘게 부서진 ‘돌’이라는 기계적인 체계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다. 사전 편찬에서 이러한 틀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언어 말모둠(코퍼스)의 이용이 절대 필요하다.
명사어를 뜻풀이할 때는 일상 생활에서 효용성이 높은 정보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가령 ‘시리우스’라는 별의 이름에는 ‘큰개자리에 있는 일등성’이라는 설명과 함께 ‘우리 나라에서는 늦가을부터 봄 사이 밤하늘에서 가장 크게 보이는 흰빛 별’이라는 실생활 정보를 주는 것이다. 대사전1은 ‘시리우스’ 항목에서, 거리가 8.7광년이라는 전문적인 정보를 주면서도 우리 나라에선 언제 보이는지에 대해 언급이 없다. 큰사전에서도 시기에 대한 설명이 없어 큰개자리가 겨울 별자리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실수를 일으키게 한다. 대사전2에서는 ‘겨울 밤에 잘 보인다’라는 설명을 넣어 실생활에 접근하였다.
이와 같이 일상 생활에서 효용성을 높이는 정보의 한 예로, 물체를 나타내는 낱말일 경우 그것을 세는 단위를 밝히는 것을 들 수 있다. ‘이불’이란 올림말에서는 그것을 세는 단위가 ‘채’임을 풀이말에 넣는 것이다. 이것은 ‘이불’과 비슷한 ‘담요’가 ‘장’으로 세는 것과 비교되며, 올바른 언어 생활을 하기 위한 안내가 된다. 그러나 대사전1이나 큰사전, 대사전2 모두 ‘이불’과 ‘담요’를 세는 단위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대사전2에서는 ‘담요’에서만 용례로 ‘한 장밖에 없는 자신의 담요’를 넣어 주었는데, 이처럼 예문으로써라도 세는 단위를 보여야 할 것이다.
명사나 동사에는 그 낱말이 가진 원래의 의미 외에 파생적 또는 비유적으로 쓰이는 의미가 다양한 낱말이 많다. 이 가운데에서도 광범위하게 일반적으로 쓰이는 의미라면, 사전에서는 가급적 이들의 의미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인형같이 예쁘다, 인형같이 움직인다 …’ 등과 같은 널리 쓰이는 비유 표현이 있다. 여기에서 ‘인형’이 뜻하는 의미값을 사전에서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즉 ‘인형’에서는 ‘①아주 예쁘고 귀여운 아이 ②남의 조종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이라는 비유적인 뜻풀이가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기존의 사전은 이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세 사전에서 ‘인형’의 뜻풀이를 보아도 이러한 의미 정보가 너무 빈약하다. ‘인형같이’나 ‘인형같다’를 올림말로 넣을 수 있을 듯도 하다. 그러나 ‘인형처럼, 인형과 다름없이, 인형이 되고 말았다 …’ 등과 같이 같은 뜻을 가지며 다른 형태로 표현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처럼 여러 형태가 있으므로 관용어로 처리하기도 어렵고, 용례 설정으로도 이들을 다 소화하기 버겁다. 이처럼 어떤 의미가 이미 생산성을 크게 가졌다면 올림말(‘인형’)의 뜻풀이에서 그 의미 항목을 설정하여 해결하는 것이 가장 나을 것이다. 이와 같은 파생적 의미나 비유적인 뜻을 충실히 수집하기 위해서도 말모둠이 필수적이다.
앞에서 일반어인데 전문어로 처리하거나 전문적인 풀이말을 앞세우는 문제점을 언급한 적이 있다. 이제 그 한 예로써 ‘별’에 대한 뜻풀이를 보자.
(4) |
ㄱ. 별:(천) 스스로 빛과 열을 내는 우주상의 천체. 곧, 지구·달·행성을 제외한 천체를 가리키는 것으로, ‘태양’은 별에 속하나, 일반적으로는 밤하늘에 작은 점의 형태로 반짝이는 것을 가리킴. <대사전1> |
(5) |
별:밤하늘에 높이 떠서 점 모양으로 반짝이는 것. (천문) 항성과 행성의 총칭. …… |
(4)는 기존 사전의 뜻풀이이고 (5)는 일반인의 언어적 인식에 따라 다시 뜻풀이를 해 본 것이다. 언어 사전에서 ‘별’을 찾는 이용자에게 (4ㄱ)은 너무 어렵다. 일상어로서의 ‘별’의 뜻은 맨 뒤의 구절에서 겨우 이해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4ㄴ)도 만만한 해석은 아니다. ‘해, 달, 지구를 빼놓은’이란 구절은 문장 끝의 ‘천체’에 이어지는데, ‘별’ 항목을 찾은 독자에게 갑자기 이러한 구절이 뜻하는 의미 내용이 쉽게 와 닿을 수가 없다. 이에 반해 (5)는 ‘별’이란 낱말을 찾아보는 이용자에 맞게 일상적인 풀이말을 먼저 제공해 주었다. 그러나 사전은 이러한 손쉬운 뜻풀이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올림말 하나하나에 대하여 정확하고 뚜렷한 개념 정의를 또한 내려 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뒤이어 전문어로서 걸맞는 풀이말을 넣을 수 있을 것이다.
올림말 가운데에는 뜻풀이를 하지 않고 다른 올림말로 가서 보라는 표시나 등호 표시(=)를 하는 경우가 있다. 다른 낱말에 기대어 덧붙는 뜻만을 말하기도 한다. 방언이나 은어, 비속어, 오표기 등과 같은 비표준어나 어근, 구절 등에서는 가보라는 화살표를 하고, 동의어(유의어)에서는 등호 표시를 한다. 큰사전에서 ‘국가’를 보면 뜻풀이 없이 ‘나라’와 같다는 표시(=)만 되어 있을 뿐이다. 대사전1은 ‘유엔’에서 뜻풀이 없이 ‘국제 연합’과 같다는 등호를 보였다. 표준사전에서도 이럴 때에 등호를 사용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뜻풀이는 가능한 한 올림말마다 그때그때 하는 것이 좋다. 사전 이용자들이 찾고자 하는 올림말의 해석을, 한 번 찾기로 끝낼 수 있도록 하는 편의성에 배려를 높일 필요가 있다. 비표준어는 정당한 올림말이 아니지만, 독자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편의적으로 올린 말이므로 풀이말을 대지 않아도 된다는 논리가 선다. 그 비표준어에 대응하는 표준어를 찾아가도록 하는 것도 의의가 있다. 그러나 정당한 올림말이 줄인말이라던가 동의어라는 이유로 다시 다른 올림말을 찾아가도록 표시되어 있다면, 그만큼 이용자를 힘들게 하는 것이다. 동의어나 원어 표시는 풀이말이 끝난 후에 표시하면 된다.
5. 명사 올림말의 용례
각 올림말은 연어적인 쓰임이 있는 경우가 많고, 또 표현상 제약이 있기도 하다. 이러한 연어 관계는 용례를 통하여 넓고 분명하게 보여줄 수 있다. ‘말씀’과 ‘인사’는 동사 ‘드리다’와 어울리지만, ‘말’은 ‘드리다’나 ‘주다’와 어울리지 못한다. ‘재미’와 ‘흥미’는 낱말의 뜻이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르다. 이는 뜻풀이를 통해서 나타내야 하겠지만 그 분별이 그렇게 분명하게 인식되기 어렵다.(5) 그와 같은 한계는 용례를 통해 실제적으로 극복할 수도 있다. ‘재미’는 ‘~가 나다, ~를 갖다, ~를 보다 …’ 등으로 표현될 수 있다. 이러한 호응성을 나타내기 위해서 이들 모두를 예문으로 넣는다. 분량이 너무 많아지는 문제점을 줄이기 위해선, 이들 예문을 대부분 완전한 문장 형태를 갖추기보다 그냥 ‘~를 보다’ 정도의 구절만으로 표현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런데 위의 용례들 가운데 ‘~를 보다’는 ‘흥미’와 호응하지 못한다. 반면에 ‘흥미를 끌다’는 가능하나 ‘재미를 끌다’는 어색하다. 그러므로 ‘재미’에서는 용례에 ‘~를 보다’를 넣고, ‘흥미’에서는 ‘~를 끌다’를 넣음으로써 두 낱말이 가지는 의미의 차별성을 실제 표현을 통해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같이 명사와 동사가 호응하는 용법은 지금까지의 사전에서는 주로 동사에서 나타내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6) , 이러한 연어적 현상은 해당 명사에4서도 동시에 기술해 주어야 한다. 그럴 경우 한 가지 용법이 두 군데 이상에서 나오는 비경제적인 면이 있지만, 사용자에게 그때그때 제대로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는 장점이 더 크다.
많은 경우에 의미의 분별이 용례를 통하여 선명해지기도 한다. 그러므로 용례는 그 올림말이 그와 관련이 있는 낱말과 실제 사용에서 어떻게 구별되는가를 보여 주도록 노력해야 한다. ‘땅’은 ‘흙’과 같은 뜻으로 쓰이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 다른 조건에서 쓰이므로 이러한 차이를 드러내도록 유의한다. 가령 ‘과자를 땅에 떨어뜨려 흙이 묻었다’라는 예문을 넣는다면 두 낱말의 차이를 잘 나타내 줄 것이다.
6. 사전 집필의 실제
필자에게 원고 청탁을 하면서 참고 자료로 국어연구원에서 보내 온 「표준국어대사전」 원고의 올림말이 6개(‘관계, 깡통, 노래, 마을, 사이, 인사’)였다. 그런데 이 올림말에는 모두 집필 내용에 약간의 문제들이 있었다. 약술해 본다.
‘관계’:‘≪’관계로’ 꼴로 쓰여≫ 까닭으로. 때문에’라는 뜻풀이가 다섯 번째로 있다. 그러나 ‘관계’의 이러한 용법은 아직 올바른 표현이 아니다. 일본어의 영향인 듯한데, 현재 널리 쓰이고 있기는 하지만 좋은 표현이 못 된다. 그렇다면 이를 밝혀 주는 것이 표준사전으로서의 한 역할일 것이다.
‘깡통’:‘(속되게) 아는 것이 없이 머리가 텅 빈 사람을 이르는 말.’이라는 뜻풀이에서, 괄호 속의 ‘속되게’는 어색하다. (( ))는 풀기 어렵지만 ( )는 독자가 임의적으로 풀 것도 전제해야 하는데, ‘속되게 아는 것이 없이 …’로 오해할 수도 있다. 그냥 ‘…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 낫다. 더구나 앞의 올림말 ‘관계’의 뜻풀이 ‘(완곡한 표현으로) 남녀간의 성교를 맺음. 또는 그 성교’에서 사용한 괄호와 부호는 같지만 용법이 다르다. ‘완곡한 표현으로’는 단순한 괄호로 표시될 수 없다.
‘노래’:‘곡조를 붙여 표현하는 목소리’라는 뜻풀이가 잘못되었다. 그리하여 예문으로 든 ‘노래를 짓다, 노래를 흥얼거리다’는 뜻풀이 내용에 맞지 않는다.
‘마을’:뜻풀이 ‘여러 집이 모여 사는 곳. 주로 시골을 이르는 말이다.’에서 ‘시골을 이르는 말’은, ‘마을’이 ‘시골’이라는 뜻으로 잘못 해석된다.
‘사이’:뜻풀이 ‘이 곳에서 저 곳까지의, 또는 이 물건에서 저 물건까지의 공간’도 뜻풀이 낱말의 선택이 좋지 않다. ‘사이’가 과연 ‘이 곳’에서부터 가늠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물건’도 최소한 ‘물체’ 정도는 되어야 한다.
‘인사’:첫째 뜻풀이 다음에 ‘인사를 다하고 천명을 기다린다’라는 예문을 들었는데, 또 뒤에 관용 표현 부올림말로 ‘인사를 다하여 천명을 기다린다’를 넣고 뜻풀이를 하였다. 부올림말 구절이 상위 올림말의 예문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위와 같은 실수는 이미 출간되어 있는 이전의 사전에서도 다 발견된다. 필자는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소에서 진행 중인 국어 사전 편찬 일에 참여하고 있는데, 편찬원들이 집필한 사전의 원고에서 위와 같은 잘못들이 곳곳에 숨어 있는 것을 자주 본다. 집필자와 교열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발견하지 못한 이러한 문제들이 무척이나 많은 채 출판될 것이 예상되어 걱정이 크다. 사전 편찬은 수준 높은 편찬자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해 나가야 하며, 절대로 정해진 기간에 쫓기어 졸속을 범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7. 마무리
지금까지 국어 사전에서 명사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하여, 사전에 놓이는 정보 제공 순서에 따라 논의하였다. 체계적으로 살피지를 못하고, 논란될 만한 것들 가운데 대표적인 몇 가지만을 나열하면서 문제점과 해결 방안 등을 기술하였다. 이러한 과제들을 제대로 해결하려면 문제점과 장단점, 다른 문제와의 관계성 등에 대해서 좀더 광범위하면서도 치밀하게 접근해 들어가는 연구가 필요하다. 더 나은 사전을 편찬하기 위해서는 사전 편찬의 경험과 사전에 대한 연구 성과가 함께 결합하여 질적인 상승 작용을 일으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