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훈 / 국립국어연구원 학예연구사
1. 서론
어미를 사전에서 어떻게 처리하느냐 하는 일은 다음 세 가지 문제를 포함한다. 첫째, 사전의 등재 단위가 되는 어미의 범위를 어떻게 잡을 것인가? 이 문제는 어미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 어미를 식별하는 기준이 무엇인가 하는 문제로 나뉜다. 둘째, 각 어미들 간의 문법적 관계를 어떻게 사전에 반영할 것인가? 이는 이형태 관계나 준말 관계 등에 대한 정보를 어떤 방식으로 사전에 반영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셋째, 각 어미에 대한 결합정보(선후행 환경에 대한 제약)를 어떻게 제시하며, 어떤 뜻풀이 방식을 채택하고 어떤 뜻풀이 용어를 사용할 것인가?
본고는 위에서 제기한 세 가지 문제에 대해 각각의 장을 마련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2. 표제어의 범위와 성격
본장에서는 그동안 어떤 어미들이 사전 표제어로 등재되었는가 살펴보고 이러한 처리가 적절한 것이었는지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여기서는 논의의 편의상 어미들을 몇 개의 부류로 나누었는데, 각 어미 부류는 하나의 어미로 볼 것인가 아니면 둘 이상의 어미가 결합된 형식으로 볼 것인가 하는 문제와 표제어로 삼을 만한가 아니면 표제어에서 삭제되어야 하는가, 그리고 다른 표제어들과 균형이 맞는가 하는 문제에 중점을 두고 나눈 것이다.
2.1. 단일어미와 복합어미
국어사전에서 ‘어미’라는 품사정보가 제시되는 표제어에는 더 이상 분석되지 않는 하나의 어미로 된 것도 있고 둘 이상의 어미가 결합된 것도 있다. 예컨대 ‘-었-’, ‘-으니’ 등은 더 이상 분석되지 않는 하나의 어미이나 ‘-느냐’, ‘-습니다’, ‘-는다니까’, ‘-옵니다’ 등은 각각 ‘-느-+-냐’, ‘-습니-+-다’, ‘-는-+-다+-니까’, ‘-오-+-ㅂ니-+-다’로 분석되는 어미들이다. 본고에서는 편의상 전자의 어미들을 단일어미라 하고 후자의 어미들을 복합어미라 하여 이를 구별하고자 한다.
‘-느냐’를 하나의 어미로 볼 것인가 두 어미의 복합형으로 볼 것인가 하는 데에는 학자들의 견해가 일치하지 않는다.(1) 따라서 어떤 표제어가 단일어미인지 복합어미인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어미에 대한 정의와 그 판별 기준을 세울 필요가 있다.
전통적으로 어미는 용언에서 활용 기능을 담당하는 허사를 가리켜 왔다. 즉 ‘먹었겠구나’에서 어미는 ‘-었겠구나’를 지시하기도 하고 ‘-었-, -겠-, -구나’ 각각을 지시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어미가 활용 기능에 의해 정의되는 이상, 어미를 판별하는 손쉬운 방법은 그 어미가 보이는 활용상의 계열관계와 통합관계를 살펴보는 것일 것이다. 이에 따르면 ‘-느냐’는 하나의 어미로 보기 어렵다. 왜냐하면 ‘-느냐’는 ‘달리느냐/예쁘냐’에서 보듯이 ‘-느-’ 없이 ‘-냐’ 형식만으로 쓰일 수 있고, ‘달리느냐/달리더냐’에서 보듯이 ‘-느-’ 대신 ‘-더-’가 들어간 ‘-더냐’ 형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전에서 ‘-느냐’를 두 개의 어미로 나누는 일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 첫째, 사전에는 아래 (1ㄱ)에서 보듯이 ‘-느-’로 시작하는 많은 어미들이 있는데, 이들이 모두 활용상의 계열관계와 통합관계에 의해 분석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느니1, -느니2, -느니3, -느니만, -느니만치, -느니만큼, -느라(고), -는지고, -는지라’는 ‘-느-’ 대신 ‘-더-’가 들어간 형식이 존재하지 않으며, ‘-느니3, -느라(고)’는 ‘-느-’ 없이 쓰일 수 없다. 둘째, ‘-느-’는 후행하는 어미에 따라 그 모습을 달리하기도 한다. (1ㄴ)은 ‘-느-’ 대신 ‘-는-’이 쓰이는 예이고 (1ㄷ)은 선행하는 어간의 받침 유무에 따라 ‘-ㄴ-’과 ‘-는-’이 쓰이는 예이다.
(1) | ㄱ. -느냐, -느냐니,(2) -느뇨, -느니1, -느니2, -느니3,(3) -느니라, -느니만, -느니만치, -느니만큼, -느라(고), -는, -는가, -는감, -는걸, -는고, -는과니, -는데, -는바, -는지, -는지고, -는지라 |
ㄴ. -는구나, -는구려, -는구먼, -는군 | |
ㄷ. -는다, -는다고, -는다나, -는다네, -는다느니, -는다니, -는다니까, -는다며, -는다면, -는다면서, -는다손, -는다오, -는다지, -는단다, -는담, -는답니까, -는답니다, -는답시고, -는대, -는대요 |
사전의 어미 표제어를 철저하게 계열관계와 통합관계에 따라 정립한다면 (1)의 ‘-느냐’류는 두 개의 어미로 나누기 어려운 예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사전 표제어가 국어 문법에 대한 정보를 충실히 반영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느냐’를 ‘-느-’와 ‘-냐’로 나누어 표제어화하는 일도 필요하다. 왜냐하면 ‘-느-’를 표제어화하지 않고 ‘-느냐’류만 표제어화한다면 ‘-느-’의 기능에 대한 체계적인 정보를 제공할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본고는 ‘-느-’와 ‘-느냐’, ‘-냐’를 모두 표제어화하는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4) 물론 표제어로 등재되는 ‘-느-’는 계열관계나 통합관계 어느것에 의해서도 판별되기 어려운 것까지 포함하진 않는다(예컨대 ‘-느니3’, ‘-느라고’의 ‘-느-’는 표제어화하는 ‘-느-’에서 제외된다). ‘-느-’를 표제어화하면 ‘-느-’의 기능과 ‘-느-’가 결합하는 후행어미들을 체계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뿐더러 ‘-느-’와 ‘-는-’, ‘-ㄴ-/-는-’이 맺는 관계에 대한 정보도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냐-’를 표제어화하는 것 역시 ‘-냐’의 기능과 ‘-냐’의 선행 환경을 체계적으로 설명해 주는 장점이 있다.
결국 본고의 방안은 사전 표제어의 이중적 구성을 주장하는 셈이다. 하나는 비교적 선후행 어미와의 관계가 자유로워 독자적인 결합력을 지닌 어미들이고, 또 하나는 선후행 어미와의 관계가 자유롭지 못하여 독자적인 결합력을 지닌다고 보기 어려우나 그 기능이 사전 기술에 필요한 어미들이다.
아래 (2)는 이상의 논의를 바탕으로 표제어화한 ‘-느-’, ‘-느냐’, ‘-냐’에 대한 사전 정보를 제시해 본 것이다.
(2) |
ㄱ. |
-느- 「어미」 ((동사 어간, ‘있다, 없다, 계시다’의 어간이나 어미 ‘-었-’, ‘-겠-’ 뒤에 붙어)) 어떤 상황이 현재 이루어지고 있거나 그러한 상황을 화자가 현재 인식하였음을 표시하는 선어말어미. 뒤에는 ‘-냐, -냐니, -뇨, -니1, -니2, -니라, -니만, -니만치, -니만큼, -ㄴ, -ㄴ가, -ㄴ감, -ㄴ걸, -ㄴ고, -ㄴ과니, -ㄴ데, -ㄴ바, -ㄴ지, -ㄴ지고, -ㄴ지라’가 온다. ꃫ -는1-. -는2-. -ㄴ-. |
ㄴ. |
-느냐 「어미」 ((동사 어간, ‘있다, 없다, 계시다’의 어간이나 어미 ‘-었-’, ‘-겠-’ 뒤에 붙어)) ‘해라’할 자리나 간접인용절에 쓰여, 어떤 상황이 현재 이루어지고 있거나 그러한 상황을 화자가 현재 인식하였음을 표시하면서 물음을 나타내는 종결어미. 때로 명사절을 이끌기도 한다. ¶무엇을 「하느냐」? / 너도 동생이 「있느냐」? / 무엇을 「느꼈느냐고」 물었다. / 무엇을 「택하느냐에」 달려있다. ꃫ -냐. -더냐. -으냐. |
|
ㄷ. |
-냐 「어미」 ① ((‘이다’의 어간이나 형용사의 받침 없는 어간 뒤에 붙어)) ‘해라’할 자리나 간접인용절에 쓰여, 물음을 나타내는 종결어미. 때로 명사절을 이끌기도 한다. ¶그렇게 「예쁘냐」? / 그게 「무엇이냐」? / 영희는 내게 하늘이 「푸르냐고」 물었다. / 이번 일의 성공은 그가 경제에 얼마나 「박식하냐에」 달려있다. ② ((어미 ‘-느-, -더-’ 뒤에 붙어)) 물음을 나타내는 종결어미. ꃫ -느냐. -더냐. -으냐. |
‘-느-’에 대한 처리 방식은 ‘-더-’계 어미나 ‘-도-’계 어미, ‘-리-’계 어미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도다’의 ‘-도-’는 평서형 종결어미 ‘-다’와만 결합한다는 점에서 ‘-는다’의 ‘-는-’과 유사하며, ‘-더-’와 ‘-리-’는 후행하는 어미의 수에서 다소의 차이가 있지만 독자적인 결합력이 미약하다는 점에서는 ‘-느-’와 유사하다. ‘-더-’계, ‘-도-’계, ‘-리-’계 어미의 목록을 제시하면 아래 (3)과 같다.
(3) |
ㄱ. |
‘-더-’계 어미:-더구나, -더구려, -더구먼, -더군, -더냐, -더뇨, -더니1, -더니2,(5) -더니만, -더니라, -더라, -더라고, -더면, -더이까, -던1, -던2,(6) - |
ㄴ. |
‘-도-’계 어미:-도다 |
|
ㄷ. |
‘-리-’계 어미: -리라, -리니, -리로다, -리다, -리까, -리니까, -리오 |
2.2. 환원형 복합어미와 비환원형 복합어미
기존 사전의 어미 표제어 중에는 둘 이상의 문법단위가 규칙적으로 결합한 것이어서 표제어에서 삭제해도 될 만한 것이 꽤 있다.
(4) | ㄱ. |
-느냐고, -느냐는/-느냔, -는다는/-는단, -는다니까는/-는다니깐, -는다마는/-는다만 |
ㄴ. |
-느냘, -는다느냐, -는달, -는답디까, -는답디다, -는대도, -는대서, -는대서야, -는대야, -는댔자 |
|
ㄷ. |
-는다고, -는다네, -는다니, -는다니까, -는다며, -는다면서, -는다오, -는다지, -는단다, -는답니까, -는답니다, -는답시고, -는대, -는대요 |
(4ㄱ)은 어미에 조사가 결합한 표제어들이다. ‘-느냐고’는 ‘-느냐’에 인용절 뒤에 붙어 인용동사와의 관계를 표시해 주는 부사격조사 ‘고’가 결합한 것이고, ‘-느냐는/-느냔, -는다는/-는단, -는다니까는/-는다니깐’은 ‘-느냐, -는다, -는다니까’에 종결어미 뒤에 붙어 후행하는 체언과의 관계를 표시해 주는 관형격조사 ‘는/ㄴ’이 결합한 것이며, ‘-는다마는/-는다만’은 ‘-는다’에 종결어미 뒤에 붙어 앞절의 내용을 긍정하면서 한편으로 그에 어긋나는 내용을 덧붙일 때 쓰이는 조사 ‘마는/만’이 결합한 것이다.(8) 따라서 (4ㄱ)의 표제어들은 모두 삭제하고 이러한 결합이 가능하다는 정보는 ‘고’, ‘는, ㄴ’, ‘마는, 만’ 표제어에서 제시해 주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4ㄴ)은 ‘X-다(고)#하-Y’, ‘X-냐(고)#하-Y’ 등의 구성에서 ‘(고) 하-’가 생략되어 ‘X-다-Y’, ‘X-냐-Y’로 형성된 예들이다. 이들 형식들은 별다른 의미 변화 없이 ‘X-다(고)#하-Y’ 구성 등으로 환원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원형 복합어미라고 할 만하다. 기존 사전에서는 이러한 환원형 복합어미들을 대거 표제어화하고 있으나, ‘X-다(고)#하-Y’ 등의 구성에서 ‘(고) 하-’가 생략되는 현상은 매우 일반적이어서 표제어화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된다. 만약 ‘느냐 할’, ‘느냐 하는’으로 환원될 수 있는 ‘느냘’, ‘느냐는’ 등을 표제어화한다면 ‘느냐 해’, ‘느냐 해도’에서 ‘(고) 하-’가 생략된 ‘느냬’, ‘느냬도’도 표제어화하여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9) 물론 기존 사전에서도 이러한 어미들은 표제어에서 제외하였다. ‘-느냬’, ‘-느냬도’를 표제어화하면 이와 동일한 과정을 거쳐 형성된 ‘느냬서(<느냐 해서), 느냬요(<느냐 해요)’ 따위도 표제어화하여야 하고, 그렇게 하다 보면 아주 많은 복합어미들이 제약 없이 등재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4ㄴ)류의 환원형 복합어미들은 사전 표제어로 적절치 못하다.
(4ㄷ)의 복합어미들은 환원형의 용법과 비환원형의 용법을 모두 가지는 표제어들이다.(10) 예컨대 ‘-는다네’에 대한 기존 사전들의 처리를 보면 다음과 같다.
(5) |
ㄱ. |
『금성판 국어대사전』 |
ㄴ. |
『우리말큰사전』 |
위에서 『금성판 국어대사전』의 ‘-는다네2’와 『우리말큰사전』의 ‘-는다네①’이 환원형의 용법이고 나머지가 비환원형의 용법이다. 그러나 (4ㄴ)에 대한 논의에서 살펴보았듯이 환원형 복합어미를 모두 찾아 표제어화하는 것은 비경제적일뿐더러 뜻풀이를 ‘X-다(고)#하-Y’ 구성으로 대신하는 외에 별다른 사전 정보를 제공하지도 못하므로 표제어에서 삭제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우리의 방안에 따르면 (5ㄱ)의 ‘-는다네2’와 (5ㄴ)의 ①이 사전에서 빠지게 된다.(11)
기존 사전에 등재되어 있는 복합어미 중에서 논의하지 않은 것에는 ‘-습니다’류와 ‘-리다’류, ‘-사옵니다’류가 있다. ‘-습니다’류는 ‘가겠습니다/가겠다’에서 보듯이 ‘-습니-’가 ‘-다’와 분리될 수 있으나 ‘-습니다’와 동일한 유형인 ‘-습니까’에서는 ‘-습니-’가 ‘-까’와 분리되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이 부류는 앞에서 논의한 ‘-는다’류처럼 ‘-습니-’와 ‘-습니다’를 모두 표제어화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리다’는 통시적으로 ‘-리이다<-리다’에서 변한 것이다. 이는 ‘-리까’가 통시적으로 ‘-리이까<-리가’에서 변한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런 점에서 ‘-리다’는 ‘-습니다’류와 달리 ‘-리-’와 ‘-다’로 쪼개기 어렵다. 이때의 ‘-리-’는 ‘-리라’에서의 ‘-리-’와 달리 ‘-리-+-이-’의 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표제어를 ‘-리1-’과 ‘-리2-’로 나누어 ‘-리2-’에 ‘-리다, -리까’의 ‘-리-’를 제시할 수도 있으나 ‘-습니다, -습니까’의 ‘-습니-’와 달리 ‘-리2-’는 양태 기능과 청자경어 기능이 섞여 있어 표제어화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된다.
반면에 ‘-사옵니다’류는 ‘-습니다’류, ‘-리다’류와 달리 삭제되어야 할 것이다. ‘-사옵니다’류에 들어가 있는 ‘-사오-’는 ‘-었-’이나 ‘-겠-’과 같이 규칙적으로 쓰이는 선어말어미이기 때문이다.
‘-사오-’계는 화자가 자신의 진술을 겸양하여 나타낼 때 쓰이는 어미로서 종결어미뿐만 아니라 연결어미 앞에도 나타나는, 매우 분포가 넓은 어미다. 모음어미(매개모음어미 포함) 앞에서는 ‘-(으)오-’, ‘-사오-’, ‘-자오-’가 쓰이고, 자음어미 앞에서는 ‘-(으)옵-’, ‘-삽-’, ‘-사옵-’, ‘-잡-’, ‘-자옵-’이 쓰인다. ‘먹으오니, 먹으옵고’처럼 ‘-으오-’, ‘-으옵-’이 받침 있는 어간 뒤에 온 경우는 어색한데, 이 경우는 보통 ‘먹사오니, 먹사옵고’처럼 ‘-사오-’, ‘-사옵-’이 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자오-’, ‘-잡-’, ‘-자옵-’은 중세국어와 달리 ‘묻-, 듣-’ 따위와 같은 ‘ㄷ’ 받침으로 끝나는 일부 용언 뒤에서만 자연스럽게 쓰이고, 이때에도 ‘-사오-’, ‘-삽-’, ‘-사옵-’이 그 자리에 쓰일 수 있다. 따라서 현대국어에서는 선행 어간이 받침 있는 경우는 ‘-사오-’ 계열로, 그렇지 않은 경우는 ‘-오-’ 계열로 정립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 ‘-사옵-’, ‘-자옵-’은 각각 ‘-사오-’, ‘-삽-’ 및 ‘-자오-’, ‘-잡-’의 혼합형으로서 ‘-삽-’, ‘-잡-’에 비해 겸양의 정도가 더 강한 느낌을 준다.(12)
2.3. 표제어의 통합과 분할
국어사전에 제시되는 어미의 종류에는 종결어미, 연결어미, 전성어미, 선어말어미가 있다. 어미는 흔히 어말어미와 선어말어미로 나뉘고, 어말어미는 다시 종결어미와 비종결어미로 나뉘며, 비종결어미는 다시 연결어미와 전성어미로 나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어미 표제어가 두 가지 이상의 어미 기능을 가질 때의 사전 처리는 어떠해야 하는가?
기존 사전에서는 어떤 어미 표제어가 두 가지 이상의 어미 기능을 가질 때 표제어를 분할하지 않고 하나의 표제어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거니’가 바로 그런 예이다. 기존 사전에서는 모두 ‘-거니’를 단일 표제어화하여 ‘-거니’의 여러 기능(즉 연결어미 용법과 종결어미 용법, 그리고 보조사 용법)을 함께 기술하였는데, 우리는 기능별로 표제어를 분할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래 (6)은 우리의 주장대로 ‘-거니’를 분할하여 제시해 본 것이다.
(6) |
ㄱ. |
-거니1 「어미」 ① ((어간이나 어미 ‘-었-’, ‘-겠-’ 뒤에 붙어)) (예스러운 표현으로) 어떤 사실을 인정하면서 그것이 다른 판단의 전제나 이유가 됨을 나타내는 연결어미. 흔히 뒤에는 의문 형식이 온다. ¶산천이 「어둡거니」 일월을 어찌 보랴. / 나는 「젊었거니」 돌인들 무거우랴. ② ((동사 어간 뒤에 붙어)) ((‘-거니 -거니’ 구성으로 쓰여)) 대립적인 두 동작이 되풀이됨을 나타내는 연결어미. 뒤에는 주로 ‘하다’가 온다.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밤이 늦도록 마셨다. |
ㄴ. |
-거니2 「어미」 ((어간이나 어미 ‘-었-’ 뒤에 붙어)) 마땅한 사실로 인정하거나 미루어 짐작한 사실임을 나타내는 종결어미. 흔히 속으로 하는 말에 쓰인다. ¶핏줄의 정이란 다 「그러하거니」. / 나도 어렸을 때 어머니에게 저런 말을 들어 「봤거니」. / 그저 내 「집이거니」 생각하고 마음 편하게 지내라. |
|
ㄷ. |
거니3 「조」 ((종결어미 ‘-다’, ‘-으라’, ‘-자’ 뒤에 붙어)), ((‘…거니 …거니’ 구성으로 쓰여)) 간접인용절에 붙어, 서로 대립되는 견해가 반복적으로 주장됨을 나타내는 보조사. ¶내가 「옳다거니」 네가 「옳다거니」 말다툼은 끝날 줄을 몰랐다. / 동물들은 박쥐가 「새라거니」 「짐승이라거니」 옥신각신하였습니다. / 바쁜 사람을 붙들고 「오라거니」 「가라거니」 뭐하는 거요? / 아이들은 산으로 「가자거니」 바다로 「가자거니」 서로 고집을 세웠다. |
3. 표제어 간의 문법적 관계
3.1. 이형태 관계
일부 어미 표제어는 선후행 환경에 따라 그 모습을 달리한다. 따라서 사전에서는 어미들의 이러한 이형태 관계를 어떻게 제시할 것인지가 하나의 과제이다. 여러 이형태 각각에 뜻풀이를 할 것인가, 아니면 기본형으로 판단되는 표제어에만 뜻풀이를 할 것인가, 그리고 기본형에만 뜻풀이를 한다면 어떤 기준에 의해 기본형을 잡을 것인가 하는 것이 그러한 과제의 일부이다.
어미 표제어의 이형태 관계에는 음운론적인 것과 형태론적인 것이 있다. 예컨대 ‘-았-’과 ‘-었-’, ‘-으니’와 ‘-니’의 관계는 전자에 속하고, ‘-었-’과 ‘-였-’의 관계는 후자에 속한다. 음운론적 이형태에 대해서는 기존 사전의 처리가 일치하지 않는다.
『우리말큰사전』, 『새우리말사전』에서는 대체로 이형태 중에서 기본 표제어를 잡아 그곳에서만 뜻풀이를 하고 나머지 이형태들은 기본 표제어의 뜻을 참조하게 하였으나,
『금성판 국어대사전』에서는 모든 이형태에 각각 뜻풀이를 하였다. 반면에 형태론적 이형태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사전이 기본 표제어의 뜻풀이를 참조하게 하는 방식을 택하였다.
어떤 표제어들이 이형태 관계에 있다는 것은 그 표제어들의 뜻이 같음을 전제하므로 동일한 뜻풀이를 여러 표제어에 반복하는 것은 매우 비경제적일 것이다. 그러나 이형태 관계를 기술하려면 그 표제어의 선후행 환경을 명시해 줘야 하고, 나아가 그 표제어가 쓰이는 용례들을 충분히 제시해 줘야 하기 때문에 어떤 표제어의 뜻풀이를 기본 표제어로 돌리는 방식의 사전 처리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된다.
이런 점에서 본고는 형태론적으로 이형태 관계에 있는 표제어들을 제외한 모든 이형태 표제어들은 각각 뜻풀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13) 여기서 형태론적으로 이형태 관계에 있다는 말은 그 용법이 완전히 동일한 경우만을 지칭한다. 예컨대 연결어미 ‘-아서’와 ‘-라서’의 관계는 형태론적인 이형태 관계로 볼 수 없다. 비록 ‘-라서’가 ‘이다, 아니다’의 어간 뒤에서 ‘-아서’와 동일한 뜻으로 쓰이나 ‘-라서’가 ‘-아서’의 모든 용법을 가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즉 ‘-아서’가 동사 어간 바로 뒤에 올 적에는 시간적 선후 관계를 나타내기도 하는데, ‘-라서’는 동사 어간 뒤에 올 수 없어 이런 용법을 가질 수 없다.
다만 각각의 이형태마다 뜻풀이를 하더라도 표제어들이 이형태 관계에 있음을 밝히기 위해서는 문법 설명란을 별도로 마련하거나 아니면 추가 뜻풀이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예컨대 ‘-니’ 표제어의 뜻풀이 뒤에 “받침 있는 어간이나 어미 ‘-었-’, ‘-겠-’ 뒤에서는 ‘-으니’가 쓰인다”와 같은 뜻풀이를 추가하는 것이다.
이상의 논의를 바탕으로 어미 ‘-었-’과 그 이형태에 대한 뜻풀이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7) |
ㄱ. |
-었- 「어미」 ((끝음절 모음이 ‘ㅏ, ㅗ’가 아닌 어간에 붙어)), ((다른 어미 앞에 붙어)) ① 말하는 시점에서 볼 때 선행 용언이 나타내는 사건이 이미 일어났음을 나타내는 어미. 끝음절 모음이 ‘ㅏ, ㅗ’일 때에는 ‘-았-’이 쓰인다. … ꃫ -였-. |
ㄴ. |
-았- 「어미」 ((끝음절 모음이 ‘ㅏ, ㅗ’인 어간에 붙어)), ((다른 어미 앞에 붙어)) ① 말하는 시점에서 볼 때 선행 용언이 나타내는 사건이 이미 일어났음을 나타내는 어미. 끝음절 모음이 ‘ㅏ, ㅗ’가 아닐 때에는 ‘-었-’이 쓰인다. … ꃫ -였-. |
|
ㄷ. |
-였- 「어미」 ‘하다’의 어간이나 접사 ‘-하-’가 붙은 말 뒤에 붙는, ‘-었-’의 이형태. |
3.2. 준말 관계 새국어생활 제8권 제1호(’98년 봄)
기존 사전에서 준말로 처리한 유형 중 재검토할 만한 것은 다음 세 가지로 파악된다. 첫째, 본말에서 한 음절이 탈락된 경우. 둘째, 두 음절이 한 음절로 줄어든 경우. 셋째, 한 음절 내부에서 자음이나 모음이 탈락된 경우.
(8) |
ㄱ. -다며(‘-다면서’의 준말), -다(‘-다가’의 준말) |
기존 사전들에서는 (8ㄱ)의 ‘-다며, -다’를 각기 ‘-다면서, -다가’에서 ‘ㄴ서, 가’가 줄어든 형태로 보고, (8ㄴ)의 ‘-나, -군’을 각기 ‘-는가, -구나/-구먼’에서 ‘ㄱ, ㄱ/ㅏ’가 줄어든 형태로 보며, (8ㄷ)의 ‘-다니깐, -곤’을 ‘-다니까는, -고는’에서 ‘느’가 줄어든 형태로 본다.
그러나 (8ㄱ)은 ‘-다며’가 ‘-다면서’에서 줄어들었다기보다 오히려 ‘-며’에 ‘ㄴ서’가 붙어 ‘-면서’가 형성됐다고 볼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런 점에서 ‘-다며’는 ‘-다면서’의 동의어로 처리하는 것이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어미 표제어는 형식적인 기능이나 그 문법적 차이에 대한 설명 차원에서 문장 용례를 충실히 보여줄 필요가 있어 단순한 동의어 처리만으로는 그 뜻풀이가 미흡할 때가 많다. 이런 사정을 고려할 때 ‘-다며’와 ‘-다면서’는 동의어로 처리하되 뜻풀이는 양쪽 모두에 하는 방식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한
다.(14)
(8ㄱ)의 ‘-다/-다가’는 ‘-다며/-다면서’와 달리 준말 관계로 제시하는 것이 합당해 보인다. 다만 이때에도 ‘-다’와 ‘-다가’의 미묘한 쓰임차가 존재하므로 두 표제어 간의 준말 관계를 인정하더라도 뜻풀이는 양쪽 모두에서 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다/-다가’가 쓰이는 문맥 중에는 ‘-다’를 선호하는 것과 ‘-다가’를 선호하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보다 못해’는 ‘보다가 못해’로 잘 안 쓰이고, “여태까지는 연구생이었다가 올봄부터 강사가 되었다”에서 ‘연구생이었다가’는 ‘연구생이었다’로 잘 안 쓰인다.
(8ㄴ)의 ‘-나’와 ‘-군’은 (8ㄱ)에서 제시한 어미들과 달리 그 본말인 ‘-는가’나 ‘-구나, -구먼’과 약간의 의미차를 보이므로 각각 뜻풀이하되, 두 표제어 간의 준말 관계는 뜻풀이난이 아니라 어원란을 통해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나’의 용례 중 ‘-나’가 보조용언 앞에 쓰인 “이제 가을이 되었나 보다”는 ‘-는가’가 쓰이면 어색하고, ‘-는가’의 용례 중 ‘-는가’가 명사절을 이끄는 “그것은 네가 얼마나 열심히 공부하는가에 달려있다”는 ‘-나’가 쓰이기 어렵다. 그리고 ‘-구나’, ‘-구먼’ 역시 ‘-군’과 적지 않은 통사상, 의미상의 차이가 있다. 예컨대 ‘-구나’가 쓰인 “경치가 참 아름답구나!”와 ‘-군’이 쓰인 “경치가 참 아름답군!”은 그 의미가 같지 않다. 전자는 “경치가 참
아름답구나! 그렇지!”와 같은 부가의문문을 형성할 수 있으나 후자는 “*경치가 참 아름답군!
그렇지!”와 같은 부가의문문을 형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구먼’도 ‘-군’과 그 용법이 꼭 같지는 않다. ‘-구먼’이 쓰인 “달이 밝구먼!”은 혼자말 외에 옆 사람에게 말할 때도 쓰일 수 있으나 ‘-군’이 쓰인 “달이 밝군!”은 거의 혼자말로만 쓰이는 듯하다. 따라서 (8ㄴ)의 어미들은 한 표제어에서만 뜻풀이하지 않고 두 표제어 모두에 뜻풀이하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8ㄷ)의 ‘-다니깐/-다니까는’, ‘-곤/-고는’은 ‘-다니깐, -곤’이 ‘-다니까는/-고는’에서 줄어들었다기보다 통시적으로는 오히려 전자에서 후자가 형성된 것으로 판단된다.(15) 따라서 이 경우도 ‘-다니깐, -곤’과 ‘-다니까는, -고는’을 모두 뜻풀이하고, 두 표제어 간의 관계는 어원란을 통해 제시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4. 뜻풀이 방식과 실제
4.1. 어말어미
어미 표제어의 뜻풀이에는 그 뜻과 기능뿐만 아니라 선후행 환경의 제약, 통사상의 특징, 유사한 어미들과의 미세한 문법적 차이 등이 잘 제시되어야 한다. 아래에서는 대표적인 어말어미들을 중심으로 이러한 사전 정보에 대해 살펴보겠다.
(9) |
ㄱ. |
-거라 「어미」 ((‘가다’, ‘자다’, ‘일어나다’ 등의 일부 동사 뒤에 붙어)) ‘해라’할 자리에 쓰여, 명령의 뜻을 나타내는 종결어미. ‘-어라’에 비해 예스럽고 권위적인 느낌을 준다. ¶어서 「가거라」. / 그만 「자거라」. / 어서 「일어나거라」. / 잘 「있거라」. |
ㄴ. |
-어라 「어미」 ((끝음절 모음이 ‘ㅏ, ㅗ’가 아닌 동사 어간에 붙어)) ‘해라’할 자리에 쓰여, 명령의 뜻을 나타내는 종결어미. 끝음절 모음이 ‘ㅏ, ㅗ’일 때에는 ‘-아라’가 쓰인다. ¶천천히 「먹어라」. / 어서 「줘라」. ꃫ -거라. -으라. |
|
ㄷ. |
-라 「어미」 ((받침이 없거나 ‘ㄹ’ 받침으로 끝나는 동사 어간에 붙어)) ① 특정되지 않은 다수의 청자나 발화 현장에 없는 청자에게 간접적으로 명령하는 종결어미. 예스러운 글말에 주로 쓰인다. ‘ㄹ’ 이외의 받침 있는 어간 뒤에는 ‘-으라’가 쓰인다. ¶다음 질문에 「답하라」. / 너 자신을 「알라」. / 「기대하시라」, 개봉박두! ꃫ -어라. ② 간접인용절 안의 명령 표시에 쓰이는 종결어미. ¶어서 집으로 「들어오라는」 전갈이 왔다. |
(9)는 명령형어미 ‘-거라, -어라, -라’에 대한 사전 정보를 제시해 본 것이다. 기존 사전에서는 ‘-거라’를 ‘-어라’의 형태론적 이형태로 기술하였는데, ‘-거라’는 ‘-어라’의 이형태라고 하기 어렵다. ‘-거라’형이 자연스러운 일부 동사들도 ‘-어라’형이 어색하지 않으며,(16) 나아가 예스럽고 권위적인 문맥이라면 ‘-거라’는 거의 모든 동사 어간 뒤에 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거라’의 뜻풀이는 (9ㄱ)에서 보듯이 ‘-어라’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라’는 기존 사전에서 “예스럽거나 막연하게 시키는”(『민중 국어대사전』), “명령의 뜻을 예스럽게 나타내는”(『금성판 국어대사전』), “‘시킴’을 나타내되, 예스런 글말에 잘 쓰이는”(『우리말큰사전』)과 같이 기술된 어미이다. 그러나 이러한 뜻풀이만으로는 “다음 질문에 답하라”와 같은 예를 설명키 어렵다. 이런 점에서 본고는 ‘-라’의 정보를 (9ㄷ)처럼 제시해 보았다.
(10) |
ㄱ. |
『민중 국어대사전』 |
ㄴ. |
『새우리말사전』 |
|
ㄷ. |
『금성판 국어대사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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ㄹ. |
『우리말큰사전』 |
(10)은 기존 사전에서 대표적으로 잘못 풀이한 예이다. ‘-데’는 과거 어느 때에 경험하여 알게 된 사실을 현재 말하는 장면으로 옮겨 와서 이야기할 때 쓰이는 어미로서 명령문이나 감탄문으로만 쓰일 뿐 의문문으로는 쓰이지 않는데, (10ㄱ, ㄷ)에서는 ‘-데’의 의문문 용법을 인정하였기 때문이다. ‘-데’와 흡사한 의미를 지니면서 의문문으로만 쓰이는 어미로는 ‘-디’가 있는데, (10ㄱ, ㄷ)에서 제시된 ‘-데’의 의문문 용법은 모두 ‘-디’ 표제어로 돌려야 옳을 것이다.(17)
다음은 어미 표제어가 가지는 문법적 제약이 사전상에서 어떻게 제시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11) |
ㄱ. |
-을걸 「어미」 ① ((‘ㄹ’ 이외의 받침 있는 동사 어간에 붙어)) 지나간 일에 대해 뉘우치거나 아쉬워하는 뜻을 나타내는 종결어미. ‘-을 것을’에서 형성된 말이다. 받침이 없거나 ‘ㄹ’ 받침으로 끝나는 어간 뒤에는 ‘-ㄹ걸’이 붙는다. ¶좀더 「참을걸」. / 이럴 줄 알았으면 집에 「있을걸」 그랬지? ② ((‘ㄹ’ 이외의 받침 있는 어간이나 어미 ‘-었-’ 뒤에 붙어)) ‘해’할 자리에 쓰여, 앞말이 가리키는 동작이나 상태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큼을 나타내는 종결어미. 상대가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거나 잘못 알고 있는 사실에 대해 이를 일깨워 주는 뜻이 있다. 받침이 없거나 ‘ㄹ’ 받침으로 끝나는 어간 뒤에는 ‘-ㄹ걸’이 붙는다. ¶그렇게 서두르다가는 피라미 한 마리도 못 「낚을걸」. / 그 사람은 벌써 「떠났을걸」. / 그 집은 파티를 하기에 마당이 너무 「좁을걸」. / 그 여자도 한때는 「예뻤을걸」. ꃫ -는걸. |
ㄴ. |
-는걸 「어미」 ① ((동사 어간에 붙어)) 혼자말처럼 쓰여, 알고 있는 바와 다른 사실을 발견하고서 좀더 일찍이 어떤 조치를 취하지 못했음을 아쉬워하는 뜻을 나타내는 종결어미. ‘-는 것을’에서 형성된 말이다. ¶ 이렇게 밥을 잘 「먹는걸」. 진작에 보약을 해 먹일걸 그랬다. ② ((동사 어간이나 어미 ‘-었-’, ‘-겠-’ 뒤에 붙어)) ‘해’할 자리나 혼자말에 쓰여, 새로이 발견한 사실이 알고 있는 바나 기대와 다름을 나타내거나 어떤 사실에 대해 미루어 짐작하는 뜻을 나타내는 종결어미. 가벼운 감탄의 뜻이 있다. ¶덩지는 작으면서도 굉장히 「먹는걸」! / 밖에 눈이 많이 「왔는걸」. / 관중이 꽤나 많겠는걸. ꃫ -ㄴ걸. |
‘-을걸’은 ‘-을 것을’에서 형성되어 지나간 일을 후회하는 뜻으로 쓰이는 것과 추측을 나타내는 것이 있는데, 전자는 동사 어간에 직접 붙는다는 제약이 있고 후자는 동사, 형용사에 두루 붙고 어간과 ‘-을걸’ 사이에 ‘-었-’이 올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18) 그리고 ‘-는걸’ 역시 동사 어간에 직접 붙어 다소 아쉬워하는 뜻으로 쓰이는 것과 동사 어간에 붙되 그 앞에 선어말어미 ‘-었-’, ‘-겠-’이 올 때에는 형용사에도 결합하는 것이 있다.(19) 전자와 후자의 뜻 차이는 대체로 ‘-을걸’의 경우와 유사하다. 그런데 기존 사전에서는 ‘-을걸’과 ‘-는걸’을 구별하여 ‘-을걸’에만 후회의 뜻을 인정하고 ‘-는걸’에는 이러한 의미를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 또 기존 사전은 뜻풀이에서도 매우 추상적인데, ‘-을걸’의 ②는 “추측을 나타내는” 정도로 기술되었고 ‘-는걸’의 ②는 “자기의 생각이나 느낌을 나타내는”식으로만 기술되었다. ‘-을걸’이 “추측을 나타내는” 어미라면 ‘-리-’나 ‘-겠-’ 등과 동의어인 것으로 오해될 수 있고, ‘-는걸’이 “자기의 생각이나 느낌을 나타내는” 어미라면 어말어미의 상당수와 그 뜻이 구별되지 않는다.
4.2. 선어말어미
‘선어말어미’란 말은 사전상의 용어로 쓰이기에 적절치 않은 듯하다. 선어말어미란 용어는 그것의 위치가 어말어미 앞이라는 뜻으로 해석되는데, 이는 선어말어미가 다른 선어말어미 앞에 오기도 하는 사실을 제대로 드러내주지 못한다. 선어말어미들 간의 배열 제약은 국어 어미의 문법 기술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본고는 선어말어미의 사전 기술에서 선어말어미란 용어를 사용하기보다 ‘((다른 어미 앞에 붙어))’ 방식의 기술을 제안하고자 한다. ‘다른 어미 앞에서’라고 기술하면 첫째, 어말어미뿐만 아니라 선어말어미 앞에 올 때를 모두 포괄할 수 있고 둘째, 후행 환경이 제약될 때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리니, -리라’ 형식으로만 쓰이는 선어말어미 ‘-리-’는 ‘「어미」(선어말)」’ 방식이 아니라 ‘「어미」 ((어미 ‘-니, -라’ 앞에 붙어))’ 방식으로 기술된다.
(12) |
ㄱ. |
-시- 「어미」 ((받침이 없거나 ‘ㄹ’ 받침으로 끝나는 어간 뒤에 붙어)), ((다른 어미 앞에 붙어)) 주어로 오는 인물이 화자에게 사회적인 상위자로 인식될 때 그와 관련된 동작이나 상태를 나타내는 서술어에 붙어 그 동작이나 상태가 사회적인 상위자와 관련됨을 유표적으로 가리키는 어미. ‘ㄹ’ 이외의 받침 있는 어간 뒤에는 ‘-으시-’가 붙는다. ¶아버님께서 「오시었다」. / 선생님은 키가 「크시다」. / 충무공은 훌륭한 「장군이셨다」. |
ㄴ. |
-겠- 「어미」 ((다른 어미 앞에 붙어)) ① ((용언 어간이나 어미 ‘-었-’ 뒤에 붙어)) 어떤 상황을 바탕으로 그 다음에 일어날 상황을 미루어 짐작함을 나타내는 어미. ¶철수가 아프니 청소는 또 내가 「하겠구나」. / 말하는 걸 보니 신부가 참 「착하겠더라」. / 자네가 하는 일이니 “그게 옳은 「일이겠거니」.”하고 믿었네. / 아기가 배가 얼마나 「고팠겠니」? / 그 사람도 그 일을 잊어 「버렸었겠지」. / 너는 공부를 좀더 열심히 「해야겠다」. ② ((어떤 행위를 나타내는 동사 어간 뒤에 붙어)) 화자와 동일한 1인칭 주어의 의지를 나타내는 어미. 의문문에서는 청자와 동일한 2인칭 주어의 의지를 나타낸다. ¶나도 내일은 꼭 일찍 「오겠다」. / 너도 같이 「가겠니」? ③ ((어떤 행위를 나타내는 동사 어간 뒤에 붙어)) 어떤 일이 행위 주체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음을 나타내는 어미. ¶조용히 말해라. 아버지 「들으시겠다」. / 설명을 들으니 이제 좀 「알겠어」. / 통증이 가라앉으니 이제 뭘 좀 「먹겠구나」. / 아무래도 답답해서 못 「견디겠는」 모양이야. / 부주의가 이번 사고의 원인이라고 「하겠다」. / 내가 말해도 「되겠니」? ④ ((용언의 어간 뒤에 붙어)) 현실로 되었거나 곧 현실이 되는 일에 대하여 완곡하게 말하는 태도를 나타내는 어미. ¶1에 2를 더하면 3이 「되겠습니다」. / 잠시 후 정오가 「되겠습니다」. / 자, 이제 여러분이 노래를 「부르겠어요」. / 네가 와 주면 「고맙겠구나」. / 별 사람을 다 「보겠다」. / 처음 「뵙겠습니다」. ꃫ -으리-. -을. |
(12)는 대표적인 선어말어미 ‘-시-’와 ‘-겠-’에 대한 사전 정보를 제시해본 것이다. ‘-시-’는 기존 사전에서 “화자가 주체를 존경하는”(『금성판 국어대사전』,
『조선말사전』, 『조선말대사전』), “존대하는 뜻”(『우리말큰사전』), “존경하는 뜻”(『민중 국어대사전』), “높이는 뜻”(『새우리말사전』)으로 기술되었다.(20)
일부 사전에서 ‘-시-’의 뜻풀이에 ‘화자’와 ‘주체’라는 개념을 도입한 점은 진전된 것이라 할 수 있지만 아직도 이것만으로는 ‘-시-’의 쓰임을 설명하기에 매우 불충분하다고 판단된다. (12ㄱ)은 ‘-시-’를 사회적인 지시(deixis)의 관점에서 기술하고 ‘-시-’의 기능을 ‘-시-’가 없을 때와 비교하였다는 점에서 기존 사전보다 진전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겠-’은 『민중 국어대사전』에서 “미래”와 “추측”의 뜻으로 기술되다가
『새우리말사전』, 『금성판 국어대사전』에서 “가능성”의 뜻이 추가되었으며,
『우리말큰사전』, 『동아 새국어사전』, 『조선말사전』,
『조선말대사전』에서는 “의지”의 뜻이 추가되어 “미래, 추측, 의지, 가능성”으로 기술되었다. 그러나 ‘-겠-’은 현재나 과거 상황에도 쓰이므로 “미래”의 뜻은 인정하기 어렵다. 또 ‘-겠-’이 ‘-었-’ 뒤에 쓰일 때에는 항상 “추측”으로만 해석되는데, 이러한 제약에 대한 설명은
『동아 새국어사전』을 제외하면 제시된 바가 없다.
(12ㄴ)은 ‘-겠-’을 “추정”, “의지”, “가능성”, “예정”으로 기술한 것으로 각각의 뜻풀이에 대해 통사상의 제약과 구체적인 의미를 제시하려 하였다. ‘-겠-’이 “의지, 가능성”의 뜻일 때에는 항상 동사 어간 뒤에 바로 붙고, “완곡한 예정 표현”에서는 항상 동사, 형용사 어간 뒤에 바로 붙으나, ‘-겠-’이 “추정”의 뜻으로 쓰일 때에는 동사, 형용사 어간 뒤나 ‘-었-’ 뒤에 옴을 밝혔다. 또 예정(“…하게 되어 있음”)의 뜻으로 쓰이는 ‘-겠-’은 일정한 스케줄과 관련되는 일을 나타내거나 또는 일정한 스케줄과 관련되는 듯이 표현하고자 할 때 쓰임을 밝혀 ‘-겠-’이 완곡한 표현에 쓰이는 현상을 기술코자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