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존명사의 사전적 처리

채  완 /  동덕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1. 서론

  사전에서 의존명사를 기술할 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문법 정보, 즉 품사를 결정하여 표시해 주는 일일 것이다. 실제로 기존 사전들을 비교해 보면 의존명사의 품사 처리가 상당히 차이가 나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편찬 중인 국립국어연구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서도 역시 이것이 어려운 문제 중의 하나가 되고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은 국가 기관에서 펴내는 규범적 사전이므로 권위를 가지고 분명한 기준을 제시해 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여기서는 기존의 사전들 중 한글학회에서 펴낸 『우리말큰사전』(이하 <한글>로 부름)과 금성출판사에서 펴낸 『국어대사전』(이하 <금성>으로 부름)을 중심으로 의존명사의 문법 정보 처리에서 있을 수 있는 문제점들을 검토하여, 현재 편찬 중인 사전 작업에 하나의 참고 자료로 제시하고자 한다.

2. 품사의 판단

2.1. 자립명사가 의존적 기능을 하는 경우

  의존명사의 품사를 판단하는 문제의 어려움은 <한글>과 <금성>에 각각 등재된 의존명사의 수를 비교해 보아도 엿볼 수 있다. <한글>에는 740여 개, <금성>에는 940여 개 정도의 의존명사가 실려 있는데, 이는 <한글> 쪽의 수록 어휘 수가 더 많은 점을 감안하면 표면적인 차이보다도 더 크게 해석될 수 있는 차이이다. 이처럼 의존명사의 어휘 항목 수가 차이나는 주된 이유는, <금성>에서는 자립명사가 환경에 따라 의존명사로 기능하는 항목에 대해 의존명사라는 품사를 따로 준 데 반해, <한글>에서는 그러한 경우에도 의존명사라는 품사 정보를 따로 주지 않고 자립명사 속에서 기술하였기 때문이다.
  자립명사가 의존명사의 용법을 갖는 것은 다음과 같은 분류사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1)

ㄱ. 사발1에 밥을 퍼서 밥상에 놓았다. 
ㄴ. 밥을 한 사발2 퍼서 밥상에 놓았다. 
ㄷ. 사발1을 열 개 샀다. 
ㄹ. *사발1을 열 사발2 샀다.
ㅁ. 김 씨는 한때 가난했지만 지금은 밥 사발2이나 먹고 살지.

 
  (1)에서 ‘사발1’은 그릇의 한 가지를 나타내는 자립명사이고, ‘사발2’는 ‘사발에 담긴 분량’을 수량 단위화해서 나타내는 분류사로서 반드시 앞에 수량 표현이 와야 하므로 의존적이다. ‘사발’ 자체가 셈의 대상이 될 때는 (1ㄷ,ㄹ)과 같이 분류사 ‘사발’을 쓰지 못하고 다른 분류사 ‘개’를 필요로 하고, 사발에 담을 수 있는 액체나 고체 상태의 사물(주로 음식물)을 셈의 대상으로 삼을 때는 분류사 ‘사발’이 필요하다. 즉 자립명사로서의 ‘사발’과 분류사로서의 ‘사발’은 그 의미 기능과 출현 환경이 구별된다. 
  그런데 (1ㅁ)처럼 분류사가 수량 표현을 앞세우지 않고도 쓰일 수 있는 경우가 있다. 분류사는 본래 의존적인 환경에서만 나타나지만 몇몇 분류사는 <명사-분류사+이나>와 같은 관용적 표현에서 관형어의 수식이 없이도 나타날 수 있다. 예:돈 냥(푼)이나, 밥 숟갈이나, 술 잔이나, 쌀 섬이나. 그러나 <명사-분류사+이나> 구성을 허용하는 분류사가 몇 개에 지나지 않고, 분류사 앞에 반드시 셈의 대상이 되는 명사가 있어야 하며 서술어도 역시 한정되어 ‘돈 냥이나/쌀 섬이나 없앴다; 술 잔이나/밥 숟갈이나 먹는다’와 같은 굳어진 구성으로만 쓰이므로 완전히 자립적인 용법으로 볼 수는 없다.
  이같은 특성을 가진 분류사에 대해 <한글>과 <금성>의 처리 방식이 서로 달라서, 예컨대 <금성>에 의존명사로 등재된 ‘가구(家口)’가 <한글>에는 다음과 같이 자립명사로서만 뜻풀이되어 있다. <금성>에는 자립과 의존으로, <한글>에는 자립으로만 실린 표제어를 사전에 등재된 순서대로 몇 예만 들어 비교해 보기로 한다(본고의 전개에 필요한 부분만 발췌하여 인용함).

(자료 1)
  <금성>
  가구(家口) 「명」1(자립) ① 집안 식구. ② 집안의 사람 수효. ③ <법> (생략) ∥~수 / ~별. 2(의존) ③을 세는 단위로 이르는 말. ∥이 동(洞)에는 몇 ~가 삽니까?
   가닥 「명」1(자립) ① 한 군데에 딸린 낱낱의 줄. ∥여러 ~으로 꼰 동아줄. ② ‘줄기’의 뜻을 나타내는 말. ∥한 ~의 희망 / 한 ~의 빛 / 한 ~의 물줄기. 2(의존) 가닥의 수효를 셀 때에 쓰는 말. ∥두 ~으로 땋은 머리.
   가락 「명」1(자립) ① 물레로 실을 자을 때, 고치솜에서 풀려 나오는 실을 감는 쇠꼬챙이. ② 가느스름하고 기름하게 토막진 물건의 낱개. ∥~국수 / ~이 굵다. 2(의존) 기름하게 토막진 물건의 낱개를 세는 단위. ∥엿 두 ~.
<한글>
   가구 「이」 ① 집안 식구 ② 한 대문 안이나 일정한 범위 안에서 각살림을 하는 집의 수효. (H)두 ~. 세 ~. 한 이십 ~ 남짓한 마을. (家口)
   가닥 「이」 ① 한 군데에 딸린 각 줄. (H)~이 나다(지다). 여러 ~으로 꼰 참바. ② ‘①’의 수를 세는 단위. (H)한 ~. 두 ~. ③ 빛이나 물흐름 따위의 줄기. (H)한 ~의 햇살. 한 ~의 희망.
   가락 「이」 ① 물레로 실을 자을 때, 실이 감기는 데에 꽂는 쇠꼬챙이. 또는, 그렇게 하여 실이 감긴 뭉치. ② 가느스름하고 기름하게 토막진 물건의 낱개. (H)~이 굵다. ~이 길다. 엿의 ~. ③ ‘②’의 수를 나타내는 단위. (H)엿 한 ~. 무명실 두 ~. 숟가락 세 ~. (ㄱ)이 말을 단위로 쓰는 이름씨 뒤에 쓰이어, ‘약간 수의 그것’을 나타낸다. (H)엿 ~이나 사 가지고.


  가구’의 <한글> 뜻풀이 중에 ②가 분류사 용법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번 자립명사이면 의존명사일 수 없다는 기준 때문에 ‘한 대문 안이나 일정한 범위 안에서 각살림을 하는 집의 수효’라는 이상한 뜻풀이를 하게 되었다. ‘가구’는 ‘수효’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수효를 세는 단위’인 것이다. ‘가닥’과 ‘가락’도 <한글>에서는 자립명사로만 문법 정보를 주고 뜻풀이를 ‘~의 수를 세는 단위’로 하는 편을 선택하였음을 볼 수 있다. 
  가구’처럼 자립명사라 하더라도 분류사로 기능하는 경우에는 ‘의존’이라는 문법 정보를 주는 편이 낫지 않은가 생각된다. 앞서도 지적했듯이 분류사로 쓰이려면 앞에 관형어로서 수량 표현이 있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게 했을 때도 문제는 있어서, 원칙적으로 무엇을 담을 수 있는 ‘용기(容器)’는 모두 도량분류사(度量分類詞)가 될 수 있어 그 범위를 한정짓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릇’이나, 그릇처럼 무엇인가를 담을 수 있는 것은 모두 도량분류사가 될 수 있다. 예:감자 두 광주리, 물 두 양동이, 설탕 두 스푼, 팥떡 두 시루. 그러나 <금성>에도 ‘광주리, 양동이, 스푼, 시루’는 의존명사로 올라 있지도, 분류사로서의 용례가 제시되어 있지도 않다. 
  원칙적으로 모든 ‘용기’는 문맥만 주어지면 도량분류사가 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엇인가를 담을 수 있는 것을 모두 분류사로 인정하기는 어렵다. 예컨대, ‘멍석’이나 ‘보자기’에도 물건을 담을 수는 있지만 분류사로는 어색하다. 예:?벼 두 멍석/멍석에 벼를 널다; ?선물 두 보자기/선물을 보자기에 싸다. 그 경계가 모호하기는 하지만 ‘그릇, 잔, 접시, 대접’ 같은 전통적인 도량 단위와, ‘양동이, 스푼, (맥주 두) 컵, (연탄 두) 트럭, (모래 두) 차(車)’ 같이 현대 사회에 와서 새롭게 사용되게 된 도량 단위에 대해서는 그것이 어떤 사물의 도량 단위로 쓰일 수 있다는 정보를 용례로라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자립명사가 의존명사의 용법을 갖는 것은 분류사만이 아니다. 역시 두 사전을 비교해 보기로 한다.

(자료 2)
   <금성>
  (法) 「명」1(자립) ① <법> 국가의 강제력을 수반하는 사회 규범. (이하 자립명사 뜻풀이 생략) 2(의존) ①((어미 ‘-는’ 아래에 쓰여)) 방식이나 방법. ∥ 글씨 쓰는 ~을 배우다. ②((어미 ‘-는’ 아래에 쓰여)) 도리나 정해진 이치. ∥ 네 마음대로 하는 ~이 어디 있어 ③((어미 ‘-는’ 아래에 쓰여)) 행동 습성의 예(例)를 이르는 말. ∥ 그는 아무리 급해도 서두르는 ~이 없다 ④((어미 ‘-는’, ‘-ㄴ’ 아래에 쓰여)) 선행하는 용언의 동작이나 상태가 당연함을 나타내는 말. ∥ 겨울은 춥고 여름은 더운 ~입니다 ⑤((‘-ㄹ법하다’의 꼴로 쓰여)) 어떤 일이 그럴 듯싶다는 뜻을 나타내는 말. ∥ 듣고 보니, 그럴 ~하다 
   마당 「명」 1(자립) 집 앞이나 뒤에 딸린 빈터. ∥앞[뒷]~/~을 쓸다. 2(의존) ① ((‘-ㄴ(-는, -은) 마당에’의 꼴로 쓰이어)) 어떤 일이 이루어지는 판이나 상황을 이르는 말. ∥사람이 다 죽게 된 ~에 돈이 무슨 소용이냐? ③ 판소리를 세는 단위. ∥판소리 열두 ~. ③ 탈춤·산대 놀음 등 민속극의 단락을 세는 단위. 
   <한글>
   「이」 ① 나라에서 국민 모두가 좇아 지키도록 정한 온갖 규칙 (H)~을 제정(공포)하다. ② 움직씨의 ‘-는’ 매김꼴 아래에 쓰이어, ‘방법’의 뜻. (H)음식 만드는 ~. ③ 풀이씨의 ‘-ㄴ/-는’ 매김꼴 아래에 쓰이어, ‘이치나 도리’의 뜻. (H)바다의 아침은 일찍 오는 ~이다. ④ 움직씨의 ‘-는’ 매김꼴 아래에 쓰이어, ‘필연적인 사실’을 나타냄. (H)기회란 언제나 오는 ~이 아니다. ⑤ 움직씨의 ‘-는’ 매김꼴 다음에 주로 ‘없다’와 함께 쓰이어, ‘태도나 버릇’ 따위를 나타냄. (H)그는 좀체로 서두르는 ~이 없다. ⑥ 움직씨의 ‘-ㄴ/-는’ 매김꼴 다음에 ‘하다’와 함께 쓰이어, ‘그렇게 한 것 같음’의 뜻을 나타냄. (H)언젠가 그 말을 들은 ~도 하다. ⑦ 풀이씨의 ‘-ㄹ/-을’ 매김꼴 다음에 주로 ‘하다’와 함께 쓰이어, ‘추측이나 가능성’을 나타냄. (H)듣고 보니 그럴 ~도 하오. (⑧ 이하는 불교, 언어학 전문어로 생략) (法)
   마당 「이」 ① 집 안팎에 평평하게 닦아 놓은 땅. (H)~에서 줄넘기를 하다. ②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곳. (H)씨름판이 벌어진 ~. ③ 어떠한 판이나 장면. (H)급한 ~에 뒤돌아볼 틈이 없었다. ④ 판소리를 세는 단위. (H)판소리 열 두 ~.


  (자료 2)에서 볼 수 있듯이 ‘법’과 ‘마당’의 경우도 자립명사이면서 의존명사로 기능하는데, 다음과 같이 두 경우가 분명히 구별되므로 의존명사라는 문법 정보를 별도로 준 <금성> 편이 타당하다고 본다. 

(2)

ㄱ. 이 법은 국민 모두가 지켜야 할 법이다.
ㄴ. 법이라면 구체적으로 무슨 법을 말합니까? (자립)

(3)

ㄱ. 겨울은 춥고 여름은 더운 법입니다.
ㄴ. *법은 겨울은 춥고 여름은 덥습니다. (의존)

(4)

ㄱ. 마당에서 줄넘기를 한다.
ㄴ. 어렸을 때 줄넘기를 하던 마당. (자립)

(5)

ㄱ. 사람이 다 죽게 된 마당에 돈이 무슨 소용이냐?
ㄴ. *마당에 사람이 다 죽게 되었다. (의존)

  
2.2. 품사 판단이 애매한 경우

  기존 사전의 ‘의존명사’ 중에는 접미사나 어근, 또는 자립명사로 보아야 할 것들이 있다.

(자료 3)
   <금성>
   거사(居士) 「명」1(자립)① 숨어 살며 벼슬을 하지 않는 선비. ② <불> 출가(出家)하지 않은 사람으로서, 법명(法名)을 가진 남자. ③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놀고 지내는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 2(의존) 당호(堂號) 따위에 붙여, 처사의 뜻을 나타내는 칭호. ∥죽림(竹林) ~.
  <한글>
   가마리 「이」(매이) ‘걱정, 매, 욕’ 따위의 아래에 뒷가지처럼 쓰이어, ‘늘 그 일을 당하여 마땅한 사람’의 뜻. (H)걱정 ~. 맷 ~. 욕 ~. 
  (國) 「이」(매이) ‘나라<1>’의 뜻. (H)4개~ 정상회담. 
  (紀) 「이」(매이) <지> 지질시대를 나눈 단위의 하나. 대(代)를 나눈 것이다. 중생대를 삼첩기, 쥐라기, 백악기로 나눈 것 따위. 


  (자료 3)에 인용한 몇 예만을 보아도 의존명사의 범주적 경계가 때로는 매우 모호함을 알 수 있다. 위의 항목 중 ‘가마리’는 접미사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가마리’는 특정한 서너 개의 명사와만 결합해서 일정한 뜻을 더해 주며, 동사의 관형형의 수식을 받는 일도 없고 명사와의 사이를 띄어야 할 이유도 없다. <명사-가마리> 구성이 통사적 구성이라고 볼 근거는 희박하며 그보다는 <어기+접사>의 어휘적 구성으로 판단된다. <한글>의 뜻풀이에서 ‘뒷가지처럼 쓰이어’라고 했는데 뒷가지처럼 쓰이었지만 뒷가지가 아니라고 볼 아무런 이유나 용례도 제시되어 있지 않다. <금성>에는 ‘가마리’가 접미사로 실려 있다.
  거사(居士)’는 별 이유 없이 <금성>에 의존명사로 되어 있는데, 자립명사로 판단된다. ‘죽림 거사’의 ‘거사’는 ‘율곡 선생’의 ‘선생’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한글>에는 ‘거사’가 자립명사로 등재되어 있다. 
  국(國)’은 국어에서 단독으로 문장에 나타나는 일이 없으니까 단어는 아니고, ‘국가(國歌, 國家)’와 같이 단어의 첫음절에 나타나므로 접미사도 아니다. ‘국’은 고유의 의미를 가지고 국어 단어 형성에 참여하는 의존 형식인 어근이다. 또 <한글>에 용례로 제시된 ‘4개국’은 ‘4 개 국’이나 ‘4개 국’이 아니라 ‘4 개국’으로 띄어 써야 할 것이다. ‘4 개국’ 쪽이 ‘4 개월, 4 개년, 4 개소(個所), 4 개조(個條), 4 개항(個項)’ 등과 비교해 볼 때 타당하며, ‘개국’은 ‘개월, 개년, 개소, 개조, 개항’과 같은 의존명사이다. 
  기(紀)’는 ‘기전체(紀傳體)’와 같이 단어의 첫머리에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에 접미사는 아니고, ‘공룡이 무슨 기에 살았지?; 선사 시대를 기 별로 나누어 설명하다’ 등의 표현에서 자립적 용법이 가능하므로 명사이다. <금성>에는 ‘기’가 명사로 등재되어 있다.
  한자어 ‘내(內), 외(外), 중(中), 측(側), 하(下)’ 따위의 문법 범주를 결정하는 일도 어려운 문제에 속한다. 

(자료 4)
   <금성>
  (內) Ⅰ「명」 (의존) (무엇의) 안.∥범위 ~/ 이 구역 ~에 들어오지 마시오. Ⅱ「접두」 ‘안’의 뜻. ∥~분비/ ~출혈/ ~호흡.
  (外) 「명」 (의존) 밖. ∥전공 ~의 교양 과목/ 그 ~에도 할 일이 많다.
  (中) 「명」 1 (자립) ① 상·중·하의 등급에서 가운데 등급. ∥ 성적이 ~은 된다. ② ‘중등(中等)’의 준말. ∥ ~학생. ③ 장기판의 끝에서 둘째 줄. ∥ 포를 ~으로 옮기다. ④ <지> ‘중국’을 줄이어 이르는 말. ∥ 한(韓) ~ 친선. 2 (의존) ① 여럿의 가운데. ∥ 꽃 ~의 꽃 ② 무엇을 하는 동안. ∥ 회의 ~/ 책을 읽고 있는 ~이다.
   -측(側) 「접미」 어떤 명사 뒤에 쓰여, ‘그 쪽’의 뜻을 나타내는 말. ∥ 아군~, 상대~.
   -하(下) 「접미」 한자로 된 일부 명사에 붙어, ‘그러한 조건이나 환경 아래에서’의 뜻을 나타냄. ∥ 단장의 인솔~에 출발하다.
   <한글>
   「이」 = 안1②. (H)금주 ~에. 교실 ~. 범위 ~. (內) 
   「이」 = 밖③. (H)예상 ~로 힘이 든다. 이 계획 ~에도 다른 것이 있다. (外)
   「이」 ① 등급, 수준, 차례 따위의 중간 정도. (H)성적이 ~은 되었다. ② 여럿 가운데. (H)많은 사람들 ~에 뛰어난 사람. ③ 장기판에서 끝으로부터 둘째 가로줄. ④ ‘진행되고 있는 동안이나 과정’의 뜻. (H)근무 ~. 회의 ~이다. 공부를 하고 있는 ~이다. (中)
   「이」(매이) 어떠한 동아리의 한쪽을 상대적으로 가리켜 일컫는 말. (H)학교 ~보다도 학부형 ~이 더 열심이다. (側)
   「이」 ① 아래 또는 아래쪽. ② 좋지 못하거나 낮은 품질이나 등급. ③ 일부 한자말 이름씨 아래에 쓰이어 ‘처지, 조건’ 따위의 뜻. (H)악조건 ~에서. 그러한 상황 ~에. (下)


  위의 예들 중 <금성>에 접미사로 등재된 ‘측’과 ‘하’를 보면, 우선 ‘측’은 의존명사로 처리하는 것이 옳지 않은가 한다. ‘학부형 측, 일본 측, 우리 측, 이 법안에 반대하는 측’ 등과 같은 용례로 보아 의존명사임을 알 수 있다. 
  ‘하’는 ‘*단장이 인솔하는 하에’와 같이 동사의 관형형의 수식을 받는 경우가 없고, ‘일부 한자말 이름씨 아래’라는 제한된 분포를 가지며, 그 의미가 자립명사의 의미와 상당히 멀어졌으므로 접미사로 다루는 편이 나을 듯하고 다만 새 단어를 만들지는 못하는 활용성 접미사이다. 
  ‘내(內), 외(外)’는 (6)과 같은 예문으로 보아 자립명사로 다루기는 어렵고 의존명사로 보인다. ‘중’은 (7)과 같은 표현이 불가능하므로 <한글>에서 자립명사로만 처리한 것은 부적절하다. 자립명사와 의존명사로 나누어 문법 정보를 주어야 할 것이다.

(6)

ㄱ. *내에 있는 사람이 누구냐? 
ㄴ. *외가 내보다 더 따뜻하다.

(7)

ㄱ. *중에 그치지 말고 시작했으면 끝을 보아야지.
ㄴ. *중에 있는 사람이 누구지?

 
  ‘양측(兩側), 좌측(左側), 실내(室內), 내신(內申), 열외(列外), 외근(外勤), 은연중(隱然中), 한밤중(--中), 중도(中途)’ 따위는 복합어이므로 이같은 용례를 구성하는 ‘측, 내, 외, 중’은 사전에 별도의 항목으로 올릴 필요가 없다.

3. 다의어와 동음어의 판단

  하나의 표제어가 자립명사와 의존명사로 뜻풀이된 예들 중에는 그것이 한 표제항 속에서 뜻풀이되는 다의어인지, 아니면 별도의 표제어로 실어야 할 동음어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예컨대 ‘바람’은 <금성>에서는 다의어로, <한글>에서는 동음어로 처리했는데, 아래 (자료 5)의 뜻풀이를 보면 자립명사와 의존명사의 의미의 관련성을 확신하기 어렵지 않은가 한다. <금성>의 의존명사 ‘바람’의 두 가지 뜻조차도 하나로 묶어야 할지 의심스러울 정도인 것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무리하게 하나로 묶을 것이 아니라 별도의 표제어로 등재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생각된다.
  반면에 ‘수’는 <금성>과 <한글>에서 모두 동음어로 보아 별도의 표제어로 싣고 있지만, 두 가지 ‘수’가 분명하게 구별되는 것 같지는 않다. 편의상 ‘수Ⅰ’(일반어)과 ‘수Ⅱ’(바둑 용어)로 구별해 볼 때, <금성>의 ‘수Ⅰ’①의 용례는 ‘수Ⅱ’에서도 쓸 수 있는 표현이다. <한글>의 ‘수Ⅰ’(「이」)의 용례 역시 ‘수Ⅱ’에서도 쓸 수 있다. (단, 용례 중 ‘새 수가 생기다’는 일반어와 바둑 용어로 모두 성립이 의심스럽다. ) 또 <한글>의 ‘수Ⅱ’의 용례 중 ‘수가 익다’는 일반어로는 가능하지만 바둑에서는 일반적으로 쓰지 않는 표현이다. 즉 사전의 뜻풀이에 나타난 ‘수Ⅰ’과 ‘수Ⅱ’의 의미상의 경계가 그리 뚜렷하지 않은 것이다. 필자의 추측으로는 바둑 용어 ‘수를 내다, 수가 나다, 수를 보다’ 따위에서 ‘무슨 좋은 수가 없을까?’ ‘좋은 수가 있다’ ‘무슨 수를 내야겠다’ ‘뾰족한 수’ 따위의 일상어로 발달했을 가능성도 있다. 어쨌든 <금성>의 자립명사 ‘바람’과 의존명사 ‘바람’의 의미 관련성보다는 ‘수Ⅰ’과 ‘수Ⅱ’ 쪽이 의미상으로 훨씬 가깝다. 이처럼 사전에서 동음어와 다의어의 경계를 설정하는 것도 어려운 문제의 하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자료 5)
   <금성>
   바람 「명」1 (자립) ① (기압의 변화 또는 사람·기계가 일으키는) 공기의 움직임. ∥ 강~/ 산들~/ 회오리~/ ~이 불다/ ~이 일다. (이하 자립명사 뜻풀이 생략) 2 (의존) ① ((‘-는 바람에’의 꼴로 쓰이어)) 뒤에 오는 말의 계기나 원인이 됨을 나타내는 말. ∥ 길이 막히는 ~에 그만 늦었다. ② 차릴 것을 차리지 않고 나서는 차림새임을 나타내는 말. ∥ 잠옷 ~으로 밖엘 나오다.
   수Ⅰ 「명」 (의존) ① ((‘-ㄹ(-ㄴ)수 있다[없다]’의 꼴로 쓰이어)) 어떤 일을 해결하거나 처리하는 도리나 방법. ∥ 신통한 ~가 없다/ 뾰족한 ~가 없다/ 무슨 좋은 ~가 없을까? ② 어떤 일을 할 만한 힘. ∥ 지쳐서 빨리 달릴 ~가 없다. 
   수Ⅱ(手) 「명」 1 (자립) ① 바둑·장기 따위에서 두는 기술. ∥ ~가 높다/ 솜씨가 한 ~ 아래다. ② 남과 겨룰 때 나타내는 수완·재간. ∥ ~를 쓰다. 2 (의존) 바둑·장기 등에서 한 번씩 번갈아 두는 번수. ∥ 다섯 ~ 앞은 봐야 한다. 
   <한글>
   바람 「이」 ① 기압의 변화로 일어나는 공기의 흐름. (이하 생략)
   바람 「이」(매이) ① 어떤 일에 더불어 일어나는 기세. (H)술 ~에 할말을 다했다. ② 풀이씨의 매김꼴 ‘-ㄴ(은), -는’ 다음에 쓰이어 ‘원인’이나 ‘근거’ 들을 나타내는 말. (H)모두 웃는 ~에 잠시 어리둥절했다. ③ 어떤 기세나 기운이 일어나는 짧은 동안. (H)단 ~으로 집에까지 달려왔다. ④ 몸에 차려야 할 것을 다 차리지 않고 있는 행색. (H)저고리 ~으로 나들이를 할 수는 없소. 
   수Ⅰ 「이」 일을 처리하는 데의 좋은 방법이나 도리. (H)좋은 ~가 있다. 새 ~가 생기다. -- (매이) 가능성이나 능력을 나타냄. -ㄹ 수 밖에 없다 ~는 이외 다른 도리가 없다. (H)그는 떠날 ~ 밖에 없었다. 수가 나다 좋은 방법이 생기다. (H) 무슨 수가 나올 리도 없었다. 수가 익다 손에 익거나 익숙하여지다.
   수Ⅱ 「이」 ① 바둑, 장기 따위를 두는 기술. (H)~가 높다. ~가 익다. ~를 읽다. ② 장기나 바둑 따위를 두는 번수를 나타내는 말. (H)몇 ~를 앞서 본다. 이 한 ~에 죽고 사는 것이 판가름 되는 순간이었다. (手)

 

4. 결론

  지금까지 검토해 본 바와 같이 사전에서 의존명사의 항목을 설정하고 적절한 뜻풀이를 하는 데에는 어려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원칙적으로는 항목 하나하나를 검토해야 하겠으나 900이 넘는 어휘 항목을 일일이 따져볼 수 없어서 문제점 별로 몇몇 항목들을 살펴보았다. 편의상 <금성>과 <한글>을 중심으로 보았는데 두 사전이 불일치를 보이는 항목이 너무 많아서, 이런 경우 두 사전 중 한 군데가 부적절하게 기술되었다고 본다면 문제는 상당히 심각하다. 그 중에서도 자립명사가 의존적 기능을 할 때 의존명사라는 문법 정보를 따로 줄 것인가, 품사 판단에 잘못된 점은 없는가, 표제어는 어느 정도의 의미 범위에서 분할해야 하는가 등이 우선 두드러지는 문제인 듯한데, 본고에서는 해결보다는 문제점의 제시에 머무르고 말았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이러한 모든 문제점이 충분히 검토되고 해결되어, 맞춤법 규정이나 문법서를 일일이 찾지 않고 사전만으로도 정확한 국어 생활을 할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한다. 

참 고 문 헌

국립국어연구원 사전편찬실 편(1997). 『일반어 교열 지침』.
김민수 외 편(1997). 『국어대사전』. 서울:금성출판사.
임동훈(1991). 「현대국어 형식명사 연구」. 『국어연구』 103.
채 완(1990). 「국어 분류사의 기능과 의미」. 『진단학보』 70.
한글학회 편(1992). 『우리말큰사전』. 서울:어문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