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미사의 사전적 처리

구본관 /  서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1. 머리말

  필자가 대학원 박사과정 진학을 앞두고 있던 90년 겨울, 한 출판사의 국어대사전 편찬을 도와 준 적이 있었다. 필자가 관여한 일은 주로 파생접미사, 조사, 어미 등 문법형태소 항목들이 그 때까지의 국어학적인 성과를 반영하고 있는지를 검토하고 적절하게 수정하는 일이었다. 짧은 기간 동안의 경험이었지만 그 때까지 나온 국어대사전들의 파생접미사, 조사, 어미에 대한 기술은 국어학적인 성과를 적절하게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 이후 몇 권의 국어대사전이 더 나오고 사전학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졌지만 이들 문법형태소에 대한 기술이 크게 나아지지는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최근까지 파생접미사에 대한 국어학의 성과가 다양하게 이루어졌다. 구조주의 방법론에 의하여 파생접미사의 설정 기준의 확립과 그 기준에 따른 파생접미사의 목록이 만들어졌고, 생성문법적인 방법론에 의해 파생규칙과 그 규칙에 적용되는 제약들이 자세하게 논의되었다.(1) 국어대사전은 이런 국어학적 성과들을 적절하게 선택하고 반영하여야 한다. 본고는 고영근(1973)에 제시된 파생접미사 목록을 중심으로 파생접미사가 사전에 적절하게 등재되고 기술되어 있는지를 검토해 볼 것이다. 현행 국어대사전류에 대한 검토는 비교적 최근에 편찬된 『국어대사전』(금성출판사, 1991)과 『우리말큰사전』(한글학회, 1992)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이런 논의를 통하여 본고는 풍부하고 정확한 언어 정보를 체계적이고 일관성 있게 수록한 확장형 국어대사전을 편찬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한다. 따라서 본고는 체계적인 사전 편찬을 위한 제안의 성격을 갖는다. 이를 위해 기존의 국어대사전류에서의 파생접미사에 대한 기술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대안을 제시할 것이다. 이런 작업을 진행함에 있어 국어사전에서의 파생어와 파생접미사의 등재에 대해 논의한 기존의 업적들도 참조할 것이다.(2)

2. 파생접미사의 거시 구조

2.1. 파생접미사의 표제어 등재

  사전이라는 전체 텍스트 구조에서 거시 구조는 표제어들의 배열로 나타난다. 표제어의 배열을 위해서 우선 표제어가 정해져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 후보가 되는 언어 요소의 형태론적인 분석이 요구된다.(3) 사전의 표제어가 될 수 있는 언어 단위는 무엇인가? 형태소인가 혹은 단어인가? 조재수(1989)에서는 국어사전은 모든 형태소의 목록이어야 하므로 모든 형태소가 표제어로 등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국어사전의 표제어에는 조사나 어미와 같은 문법형태소, 파생접사, 어근이나 어간을 포함한 어휘적 요소가 모두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표제어를 이루는 가장 일반적인 단위는 어휘소로서의 단어이다.
  그런데 사전의 표제어로 용언의 활용형이 쓰이기도 하고 심지어 관용화된 구가 쓰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사전의 표제어는 어휘적 형태소도 아니고 단어로 정의될 수 있는 단위도 아니다. 이렇게 보면 사전의 표제어는 언어학적인 관점에서 동질성을 갖는 단위가 아닌 독자적인 사전학적 처리 단위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홍재성 1989).
  사전학적 처리 단위로서 표제어가 될 수 있는 것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우선, 어근이나 어간과 같은 실질적인 어휘 요소가 있을 수 있을 것이다.(4) 다음으로 조사나 어미와 같이 통사 과정에 참여하는 통사 구성 요소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조사나 어미는 음운론적 혹은 형태론적인 의존성을 가지므로 문장에서 자립적으로 나타날 수 없지만 문장 형성에 쓰이므로 표제어로 등재되는 것이 당연하다. (5)
  파생접사의 표제어 등재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파생접사는 문장에서 자립적으로 쓰이지 못할 뿐 아니라 통사 구성 요소가 아니라 조어 구성 요소이어서 문장 형성에 직접적으로 쓰이지도 않는다. 따라서 파생접사를 표제어로 등재하지 않고 파생어를 등재하여 파생어의 항목에다 파생접사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수도 있다.
  이제, 구조주의적인 관점에서 파생접미사를 논의하고 그 목록을 제시한 고영근(1973)의 파생접미사들을 중심으로 파생접미사들을 표제어로 등재할 것인지에 대해 검토해 보자. 구조주의적인 관점에서 파생접미사로 분류한 것들을 다시 몇 가지 부류로 나누어 논의할 수 있다.
  구조주의적인 논의에서 파생접미사로 논의된 것들 중에서 조어 구성 요소가 아니라 통사 구성 요소로 볼 수 있는 것들도 있다. 
  복수를 표시하는 ‘-들’은 구조주의적인 관점의 논의에서 주로 파생접미사로 분류되어 왔으나 어기와 결합하여 새로운 파생어를 만들지 않는다. 더욱이 ‘-들’은 다음에서 볼 수 있듯이 어기로 단어뿐 아니라 구를 가질 수 있으므로(6) 통사 구성 요소로 보아야 한다.(7)

(1)

ㄱ. 우리집 정원에는 [[나무]들]이 많다.
ㄴ. [[정원에 있는 나무]들]이 눈꽃을 매달고 있다.

 
  ‘-들’을 통사 구성 요소로 볼 수 있다면 마땅히 사전에 표제어로 등재되어야 한다. 아울러 어기와 ‘-들’의 결합형은 파생어가 아니라 구이므로 결합형 전체가 사전에 등재될 필요가 없다. 실제로 사전에서 표제어로 등재된 ‘-들’ 결합형은 ‘우리들’, ‘너희들’ 정도에 불과한데 이들조차도 표제어로 등재하는 것이 적절하지 못하다고 생각된다.(8) 구조주의적인 관점에서 파생접미사로 분류되어 온 것들 중에서 구를 어기로 가져 통사 구성 요소로 볼 수 있는 것들은 ‘-들’을 제외하고도 제법 많다.(9)
  물론 구조주의적인 관점에서 파생접미사로 분류된 것들 중에는 조어 구성 요소로 볼 수 있는 것들이 더 많다. 그러면 이들은 사전에 표제어로 등재해야 할 것인가? 조어 구성 요소로 볼 수 있는 접미사는 직접 통사 과정에 참여하지 않고 파생어로만 존재한다. 파생어는 사전에 모두 등재되므로 이들 접미사를 따로 표제어로 등재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 접미사가 새로운 파생어를 만들 수 있으므로 새로운 단어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기술해 주기 위해서는 파생어뿐 아니라 접미사도 표제어로 등재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생각된다. 사전은 화자가 문장을 만들 수 있는 능력뿐 아니라 단어를 만들 수 있는 능력도 보여 줄 수 있어야 한다.
  파생접미사에는 공시적으로 생산성이 높은 것들과 그렇지 않은 것들이 있다. 명사를 어기로 형용사를 파생하는 형용사 형성 접미사에는 ‘-스럽-’, ‘-롭-’ 등이 있는데 이들은 생산성에서 차이가 난다. ‘-스럽-’과 같이 공시적으로 생산성이 높은 파생접미사는 화자의 조어 능력을 고려하여 표제어로 등재한다고 하더라도 ‘-롭-’과 같이 공시적으로 생산성이 높지 않는 파생접미사들을 표제어로 등재하느냐의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생산성이 거의 없는 파생접미사는 입장에 따라 표제어로 등재할 수도 있고 그렇게 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생산성이 거의 없다 하더라도 최소한의 생산성을 갖는다는 점을 고려하고 분석될 수 있는 모든 형태소는 표제어로 등재해야 된다는 입장을 갖는다면 비록 생산성이 거의 없더라도 표제어로 등재해야 할 것이다. 물론, 생산성이 없는 파생접미사는 새로운 단어를 만들지 못하고 그 접미사가 쓰인 파생어의 의미도 합성적으로 예측되지 않으므로 굳이 표제어로 등재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가질 수도 있다. 어떤 입장을 가지든 일관성과 체계성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10)

2.2. 파생접미사의 배열

  표제어로 쓰일 수 있는 파생접미사가 선정되고 나면 이들 파생접미사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배열하느냐의 문제가 남게 된다. 물론 표제어의 배열은 그 사전 특유의 방식에 따라 결정된다.(11) 따라서 파생접미사도 다른 어휘 항목과 마찬가지로 그 사전의 원칙에 따르면 될 것이다. 다만, 파생접미사의 배열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몇 가지를 지적해 보려 한다.
  첫째, 서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생각되는 파생접미사의 배열에 관한 것이다. 관련이 있는 파생접미사 중에서 음운론적으로 관련이 있는 파생접미사가 있을 수 있다. 즉 ‘-음/ㅁ’처럼 어기의 끝소리에 따라 매개모음을 갖거나 그렇지 않는 파생접미사가 있을 수 있는데, 둘 중에 하나를 기본형으로 정하여 풀이를 하고 나머지 하나는 어기의 음운론적인 조건만 기술해 주고 화살표 등으로 표시하여 사전 이용자가 기본형의 항목으로 찾아가게 하면 된다.(12) ‘-앙이/엉이’처럼 모음조화에 따라 다른 형태가 쓰이는 접미사가 있는데 이 경우도 하나를 기본형으로 정하고 나머지 하나는 어기의 음운론적인 조건만 기술해 주고 화살표를 이용하여 사전 이용자가 기본형의 항목으로 찾아가게 하면 된다.(13) 모음조화에 따른 이형태가 음성상징에 의해 의미 차이를 갖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는 각각을 따로 기술해 주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양자의 관계는 참고어휘란을 통해서 포착해 주어야 한다. ‘이, 히, 리, 기’ 등의 다양한 형태를 갖는 피동이나 사동 파생접미사들도 기본형을 정하여 설명하고 각각의 항목에는 용례만 제시하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생각된다.
  동의관계나 반의관계, 대조나 상관적인 처리가 필요한 것은 한 곳에서 묶어서 다룰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명사에 결합하여 형용사를 형성하는 파생접미사 ‘-롭-’과 ‘-답-’은 ‘-롭-’이 모음으로 끝나는 어기와 결합하는데 반해 ‘-답-’이 자음으로 끝나는 어기와 결합한다는 차이를 갖는다.(14) 그밖에 여러 가지 점에서 이들은 공통되므로 한 자리에서 비교·대조하여 설명하고 나머지 표제어는 화살표로 표시해 찾아가게 할 수 있을 것이다. 피동파생접미사와 사동파생접미사도 상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아 한 자리에서 기술할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둘째, 표제어가 될 수 있는 언어 단위가 여러 가지 의미 기능을 갖는 것으로 파악될 때 이를 다의어로 처리할 것인지 동형어로 처리할 것인지에 관한 것이다. 다의어로 처리한다면 단일한 표제어 아래에 여러 가지로 구분되는 의미를 통합하여 기술하면 되지만 동형어로 처리한다면 별개의 항목을 구성하는 표제어로 분할하여야 한다. 국어대사전류에서는 형용사와 동사를 어기로 명사를 만드는 ‘-이’, 형용사를 어기로 부사를 만드는 ‘-이’, 첩어성 명사에 결합하여 부사를 만드는 ‘-이’, 부사를 어기로 다시 부사를 만드는 ‘-이’ 등을 다의어로 처리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은 모두 동형어로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자세한 논의는 3.2. 참조).
  실제로 국어대사전류에서는 객관적인 기준을 가지고 다의어와 동형어를 구별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생각된다. 대부분 관례를 따르거나 사전 편찬자의 직관에 의존한 것으로 생각된다. 다의어와 동형어를 구별하기 위해서는 관례나 직관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일반적인 어휘에서 동형어와 다의어의 구별 기준으로 적용될 수 있는 것에는 어원적인 공통성, 품사의 차이, 통사적인 속성 등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공시적인 기능을 중시하는 언어 사전에서는 어원적인 공통성이 중요한 기준이 되기는 어렵다. 비록 어원적으로 동일하다 하더라도 공시적인 용법이 다르면 분할 배열하여 동형어로 처리하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다면 품사의 차이나 통사적인 속성의 차이 등이 동형어와 다의어의 구별 기준으로 선택될 수 있을 것이다.
  파생접미사의 경우는 일반적인 어휘보다도 이런 기준들을 적용하기가 더 어렵다.(15) 우선 통사 구성 요소가 아니므로 통사적인 속성의 차이를 적용하기도 어렵고 품사를 갖는 것이 아니므로 품사의 차이를 중요한 기준으로 보기도 어렵다. 다만 국어에서 파생어의 품사가 파생접미사에 의해 결정된다는 일반적인 조어규칙을 고려한다면 그 파생접미사가 결합되어 형성된 파생어의 품사의 차이가 파생접미사가 동형어인지 다의어인지를 구별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선행하는 어기의 품사나 파생접미사의 의미도 보조적인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16)

3. 파생접미사의 미시 구조

3.1. 파생접미사 미시 구조의 구성

  거시 구조로서 표제어와 그 표제어의 배열 순서가 결정되고 나면 이제 각 표제어의 미시 구조를 기술하게 된다. 이를 위해서 각각의 표제어에는 어떤 언어적인 정보가 들어가야 하는가와 그 언어적인 정보가 어떻게 배열되어야 하는가에 대해 논의해 보기로 하자.
  우리가 문제 삼는 파생접미사는 일반 어휘소들과는 다른 언어적인 정보를 담아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즉 파생접미사는 조어 구성 요소이므로 조어 구성에 관한 정보를 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조어 과정의 입력부로서의 어기와 파생접미사에 대한 정보, 조어 과정의 출력부로서의 파생어에 대한 정보, 조어 과정에서 나타나는 음운론적, 형태론적, 의미론적 제약 등을 담아야 한다. 즉 입력부인 어기의 통사 범주, 출력부인 파생어의 통사 범주, 파생 과정에 적용되는 음운론적, 형태론적, 의미론적 제약, 저지(blocking)와 같은 어휘적 제약, 이 파생규칙의 생산성 등이 적절하게 기술되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기존의 논의에서 파생접미사로 분류된 것이라도 통사 구성 요소로 쓰이는 것들은 조어 구성에 대한 정보가 아니라 통사 구성에 대한 정보를 담아야 할 것이다.
  이제 구체적으로 파생접미사가 어떤 정보를 담아야 할 것인지를 세부 항목을 중심으로 논의해 보자. 구체적인 논의를 위하여 국립국어연구원에서 편찬 중인 『표준국어대사전』의 표제어가 담고 있는 세부 항목들을 기준으로 논의해 보기로 하자.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하나의 표제어 항목이 ① 표제어 ② 발음란 ③ 원어표시 및 어원 표시 ④ 활용 정보 ⑤ 품사 및 어휘 영역 표시 ⑥ 뜻풀이와 용례 및 추가적인 정보 ⑦ 관련어휘 ⑧ 참고어휘 ⑨ 관용구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본고에서는 발음란을 제외한 나머지 항목들에 대해 파생접미사가 어떻게 기술되어야 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하기로 한다.
  표제어를 기술하기 위한 원칙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을 수 있다. 첫째, 표제어의 표기는 현행 한글 맞춤법 통일안에 따라 올린다. 둘째, 동형어를 구별하기 위해서 어깨번호를 붙인다. 셋째, 어미나 파생접미사와 같은 의존형태소는 ‘-’를 붙여서 표시한다. 넷째, 직접 구성 성분 분석의 결과는 ‘-’를 이용하여 표시한다. 단, 형태소 경계와 글자 경계가 일치하지 않으면 직접구성성분 분석을 하지 않는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대부분의 국어사전류는 표제어를 기술하기 위한 이러한 원칙들을 지키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17) 파생접미사 표제어에도 이런 원칙들은 별 문제없이 적용될 수 있다. 다만, 파생접미사와 파생어의 연관 관계를 적절하게 포착해 주기 위해서는 직접 구성 성분의 분석을 더 철저하게 하는 것이 좋으리라 생각된다. 예를 들어 ‘뻐꾸기’, ‘개구리’와 같은 파생어는 형태소 경계와 글자 경계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직접 구성 성분 분석을 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들 파생어가 파생접미사 ‘-이’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포착해 주지 못한다. 파생 관계를 포착해 주기 위해서는 표제어에 ‘뻐꾸기(뻐꾹-이)’와 같이 괄호를 이용하여 분석 결과를 표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원어 및 어원 표시는 공시적인 사전에서 필수적이지 않지만 통시적인 정보를 보완해 주는 성격을 갖는다. 원어 표시는 한자어나 차용어에 대한 정보를 주는 것으로 파생접미사의 경우도 일반적인 어휘와 다르지 않다. 어원 표시는 파생접미사의 형성과정을 기술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파랗-’, ‘노랗-’, ‘거멓-’ 등의 파생어는 공시적으로 ‘*팔-’, ‘*놀-’, ‘검-’과 ‘-앟/엏-’으로 분석되는데 어기가 대부분 공시적으로 존재하지 않아 적절한 설명이 필요하다. 사실 이 접미사 ‘-앟/엏-’은 통시적으로 보면 ‘라 -’, ‘거머 -’와 같은 통사 구성에서 온 것이다. 따라서 ‘-앟/엏-’이 어원적으로 ‘-아/어 -’에서 온 것임을 밝혀 주어야 한다.
  활용 정보는 공시적으로 통사 구성 요소로 쓰이는 용언에만 표시해 주면 된다. 따라서 파생접미사에 활용 정보를 표시할 필요가 없고 그 접미사에 의한 파생어에 표시해 주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미 파생된 파생어가 아니라 그 파생접미사에 의해 새로 파생될 가능어를 고려한다면 파생접미사에도 활용정보를 표시해 주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생각된다.
  파생접미사의 품사 혹은 통사범주는 ‘[접]’으로 표시하는데 경우에 따라 ‘[접미]’ 혹은 ‘[뒤]’로 표시하여 접두사와 접미사를 구별하기도 한다. 그러나 파생접두사와 파생접미사의 구별은 ‘-’ 표가 앞에 결합하느냐 뒤에 결합하느냐에 의해 가능하므로 굳이 구별하여 표시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국어 파생어들의 품사 내지 통사 범주는 파생접미사에 의해 예측 가능하므로 파생접미사의 품사 표시란에 ‘[접](명사화)’와 같이 이 접미사에 의해 파생되는 파생어의 품사를 밝혀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미 언급한 바 있는 구를 어기로 하는 접미사를 파생접미사에 포괄하여 다룬다면 ‘[접](형용사구화)’와 같이 어기가 구인지 단어인지를 품사란에서 밝혀 줄 수도 있을 것이다.(18) 물론 뜻풀이에서 ‘…에 결합하여 명사를 파생하는 말’과 같이 이 접미사에 의해 파생되는 파생어의 품사를 밝힌다면 품사 표시란에 이런 표시를 할 필요가 없다.
  뜻풀이가 매우 어려운 어휘 부류의 하나가 파생접미사일 것이다. 뜻풀이는 어휘 부류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19)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파생접미사는 조어 구성 요소이므로 조어과정, 즉 파생과정을 나타내 주는 뜻풀이가 적절할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파생과정에 참여하는 어기에 대한 정보, 파생의 결과 생겨난 파생어들이 공통적으로 갖게 되는 정보, 파생과정에 나타나는 각종 제약, 파생규칙의 생산성, 그 파생접미사가 갖는 기본 의미 등이 명시되어야 할 것이다.
  파생접미사의 뜻풀이는 그 파생접미사의 의미 특성과 관련하여 몇 가지로 유형화할 수 있다.

  -꾸러기 [뒤] 이름씨에 붙어서, ① ‘어떤 버릇이 심한 사람’을 홀하게 일컫는 말. 심술∼. 욕심∼. 잠∼. 장난∼. ② ‘어떤 좋지 않는 일을 버르집어 일으키는 사람’을 홀하게 이르는 말. 걱정∼. 말썽∼.

  -이1 [뒤] ① 풀이씨의 줄기에 붙어 이름씨를 만든다. 길∼. 높∼. 넓∼. 먹∼. 미닫∼. ② 그림씨의 줄기 및 ‘-하다’ 그림씨의 뿌리에 붙어 어찌씨를 만든다. 같∼. 굳∼. 길∼ 빛내다. ③ 첩어로 된 이름씨 뿌리에 붙어 어찌씨를 만든다. 낱낱∼. 샅샅∼. ④ 일부 어찌씨에 덧붙어 다른 어찌씨를 만들기도 한다. 더욱∼. 일찍∼.

  -스럽- [뒤] 이름씨 따위의 말 뿌리에 붙어, ‘그럴 만하다’의 뜻으로, 그림씨를 만든다. 고생∼다. 사랑∼다. 영광∼다. 좀∼다. 상∼다.

『우리말큰사전』(한글학회, 1992)


  첫째, ‘-꾸러기’와 같이 어휘적인 의미가 강한 파생접미사는 일반 어휘들과 마찬가지로 그 파생접미사의 의미를 기술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물론 이 때에도 파생규칙과 관련된 정보들이 포함되어야 한다. 『우리말큰사전』에서는 파생규칙과 관련된 정보는 어기가 이름씨라는 것이 전부이다. 따라서 이 파생규칙이 적용된 결과로서의 파생어의 품사, 이 파생규칙의 생산성, 각종 제약 등이 추가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이1’과 같이 어휘적인 의미를 파악하기 어려운 파생접미사는 그 파생규칙과 관련된 정보만을 기술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우리말큰사전』에서는 파생접미사의 기본 의미는 기술되어 있지 않고 파생규칙과 관련된 정보로서 어기의 품사와 파생규칙의 결과로서의 파생어의 품사만이 기록되어 있다. 물론 이 파생규칙의 생산성이나 각종 제약에 대한 정보가 더 추가되어야 할 것이다. ‘-스럽-’의 예는 『우리말큰사전』에서 ‘-꾸러기’와 ‘-이1’의 절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즉, 파생접미사의 기본적인 의미도 기술되어 있고 파생규칙과 관련된 정보로서 어기와 파생어의 품사도 기술되어 있다. ‘-스럽-’은 ‘-꾸러기’와 마찬가지로 어휘적인 의미가 강한 파생접미사이므로 『우리말큰사전』의 처리가 적절한 것으로 생각된다.
  표제어가 파생접미사인 경우 용례는 일반적인 어휘와는 달리 문장이 아닌 그 파생접미사에 의한 파생어를 제시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현행 사전에서는 파생어를 제시하기도 하고 그 파생어가 사용된 문장을 제시하기도 한다. 물론 문장을 제시하는 것이 파생접미사에 대한 이해에 도움을 줄 수도 있으나 파생어가 사용된 문장은 어디까지나 그 파생어에서 제시되어야 한다. 생산성이 거의 없는 파생접미사는 용례가 많지 않으므로 가능한 한 파생어 전부를 제시하고 생산성이 높은 파생어는 유형별로 대표적인 파생어를 제시하여 다른 파생어를 짐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20) 즉 파생접미사에 의한 파생어가 어4기의 종류에 따라 구별된다든지 의미상 나누어진다든지 하면 그 각각의 대표형을 제시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표제어가 파생접미사인 경우도 관련어휘나 참고어휘의 제시는 일반적인 어휘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관용구는 파생접미사 항목에서는 제시할 필요가 없고 해당 파생어에서 제시하면 될 것이다.

3.2. 파생접미사 미시 구조의 실제

  이제 지금까지의 논의를 바탕으로 파생접미사를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각각의 미시 구조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하자.
  먼저 구조주의적인 관점에서의 논의에서 파생접미사로 분류되었으나 통사 구성 요소로 볼 수 있는 접미사 ‘-들’을 살펴 보자. ‘-들’은 조어 구성 요소가 아니라 통사 구성 요소이므로 통사 구성에 관한 정보를 담아야 한다.

  들 [토] ①임자씨에 붙어, 그 사물의 수가 여럿임을 나타내는 도움토. 그∼. 저∼. 우리∼. 아이∼. 백성∼. 나무∼. ② 임자씨 이외에 붙어, 그 월의 임자말이 되는 사물이 여럿임을 나타낸다. 어서∼ 가시오. 이리∼ 오시오. 빨리∼ 걸어 봅시다. 어찌나 튼튼∼ 한지.

『우리말큰사전』(한글학회, 1992)

  들 I [명](의존) 두 개 이상의 사물을 벌여 말할 때, 맨 끝에 쓰이어 그 열거한 사물 모두를 가리키거나 그 밖에 같은 종류의 사물이 더 있음을 나타내는 말. 배·감·포도 들이 많다.
  II [접미] 셀 수 있는 명사나 대명사 아래에 쓰이어 그것이 복수임을 나타내는 말. 학생∼. 그∼. 우리∼. 서울에는 차∼이 많다.
  III [조] 주어 이외의 자리에 쓰이어 주어가 복수임을 나타내는 보조사. 셀 수 없는 명사에도 붙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부사나 어미 뒤에도 나타남. 그럼 말씀∼ 나누세요. 어서 밥∼ 먹어라. 여기∼ 기다리고 있어라.

『국어대사전』(금성판, 1991)


  『우리말큰사전』은 『국어대사전』과 달리 사물의 나열에 쓰이는 ‘-들’을 동형어로 처리하고 있다. 또한 『우리말큰사전』에서는 주어에 결합하는 용법과 주어를 제외한 성분에 결합하는 용법을 모두 토(조사)로 처리하고 있으나 『국어대사전』에서는 각각을 접미사와 조사로 구별하고 있다.
  ‘들’을 토로 보거나 (보)조사로 분류한 최근의 국어대사전들은 학교문법이나 구조주의적인 관점에서 파생접미사로 다루어 온 ‘들’이 통사 구성 요소의 속성을 가진다는 점에 주목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ꡔ국어대사전ꡕ에서 주어에 결합하는 용법의 ‘들’을 파생접미사로 보고 있는 것은 학교문법이나 구조주의적인 관점에서의 논의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들’이 주어에 결합되든 다른 성분에 결합되든 구를 어기로 갖는다는 점에서 마찬가지이므로 동일한 범주로 처리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생각된다. 사물의 나열에 쓰이는 ‘들’을 다의관계로 볼 것인지에 대해 우리는 명확한 입장을 갖고 있지 못하다. 이런 용법의 ‘들’이 의존명사로 분류된다는 점에서는 동형어로 처리할 법하지만 선행하는 어기인 구가 복수임을 나타낸다는 점에서 나머지 용법의 ‘들’과 다르지 않다.(21)
  또한 두 사전은 대표성을 가진 용례를 충분하게 제시하고 있지 않다. 우선, 주어에 결합하는 ‘들’의 용례로 구를 어기로 하는 예가 제시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작년에 왔던 제비]들]이 다시 왔다.’와 같이 구를 어기로 하는 용례가 제시되어야 한다. 또한 주어를 제외한 다른 성분과 결합하는 ‘들’의 용례로 ‘어서 먹어들 보시오’와 같이 활용형에 결합하는 예나 ‘어서 와요들’과 같이 문장 끝에 결합되는 예도 제시되어야 한다.
  조어 구성 요소로 볼 수 있는 파생접미사는 다시 공시적으로 생산성이 높은 경우와 생산성이 거의 없는 경우로 나누어 논의할 수 있다. 비교적 생산성이 높은 파생접미사의 예로 ‘-이’를 살펴보자.

-이1 [뒤] ① 풀이씨의 줄기에 붙어 이름씨를 만든다. 길∼. 높∼. 넓∼. 먹∼. 미닫∼. ② 그림씨의 줄기 및 ‘-하다’ 그림씨의 뿌리에 붙어 어찌씨를 만든다. 같∼. 굳∼. 길∼ 빛내다. ③ 첩어로 된 이름씨 뿌리에 붙어 어찌씨를 만든다. 낱낱∼. 샅샅∼. ④ 일부 어찌씨에 덧붙어 다른 어찌씨를 만들기도 한다. 더욱∼. 일찍∼.
-이3 [뒤] 닿소리로 끝나는 홀이름씨 뒤에 붙어 뒷가지스럽게 쓰인다.

『우리말큰사전』(한글학회, 1992)

-이1 [접미] ① 용언의 어간에 붙어 그것을 명사로 만드는 말. 높∼. ② 형용사의 어간에 붙어 그 말을 부사로 만드는 말. 굳∼, 깨끗∼. ③ 명사를 거듭 합친 끝에 붙어 부사로 만드는 말. 겹겹∼. ④ 사람·동물·사물을 나타내는 명사로 만드는 말. 식충∼. 바둑∼. ⑤ 자음으로 끝나는 사람의 이름 밑에 붙여 어조를 고르는 말. 영식∼. ⑥ 둘, 셋, 넷 등의 수사에 붙어 그 수의 사람을 나타내는 말.

『국어대사전』(금성판, 1991)


  2.2.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말큰사전』과 『국어대사전』은 ‘-이’를 다의어로 처리하고 있는데 어기의 품사, 파생규칙의 결과로서의 파생어의 품사, 파생접미사의 의미 기능 등을 고려할 때 대부분의 용법을 동형어로 처리해야 할 것이다. 또한 파생규칙에 적용되는 음운론적 제약이 적절하게 기술되지 못했고 파생접미사로 쓰이는 ‘-이’의 종류를 충분하게 보여 주지도 못하고 있다.
  첫째, 두 사전에서 ①로 뜻풀이한 ‘용언의 어간에 결합하여 명사를 만드는 말’은 다시 최소한 두 가지의 다른 접미사로 나누어져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즉 ‘길이’, ‘높이’, ‘넓이’ 등과 ‘먹이’, ‘미닫이’에 쓰인 ‘-이’는 다른 접미사로 분할하여야 한다. ‘길이’류에 쓰인 ‘-이’는 형용사에 결합하여 단위를 나타내는 명사를 만드는 말로서 어기가 자음으로 끝날 때 나타난다. 어기가 모음으로 끝날 때는 ‘빠르기’처럼 ‘-기’가 쓰이므로 참고어휘란에 ‘-기’를 이형태로 언급해 주어야 한다. ‘먹이’류에 쓰이는 ‘-이’는 주로 동사를 어기로 가지며 역시 자음으로 끝나는 어기와 결합한다.
  둘째, 두 사전에서 ②로 풀이한 형용사의 어간(혹은 ‘-하다’ 형용사의 어근)에 결합하여 부사를 파생하는 ‘-이’는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그가 소리도 없이 다가왔다.’와 같은 예문에서 구를 어기로 가질 수 있다. 물론 형용사를 어기로 하는 용법과 형용사구를 어기로 하는 용법을 구별하여 동형어로 처리할 수도 있다. 이런 용법의 ‘-이’ 역시 ‘-하다’ 형용사와의 결합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대체로 자음으로 끝나는 어기와 결합하는데, 이 점도 지적해 주어야 한다.(22) 또한 형용사를 어기로 부사를 파생하는 ‘-이’의 경우 생산성이 매우 높다는 점도 지적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두 사전에서 ③으로 뜻풀이한 ‘첩어 명사에 결합하여 부사를 만드는 말’ 역시 어기의 끝소리가 자음이라는 제약이 언급되어야 한다. 『국어대사전』에서는 언급되지 않았고 『우리말큰사전』에서 ④로 뜻풀이 된 ‘부사에 결합하여 부사를 만드는 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넷째, 『국어대사전』에서 ④로 뜻풀이된 ‘사람·동물·사물을 나타내는 명사로 만드는 말’은 어기의 품사가 언급되어 있지 않다. 위에서 제시된 ‘식충이’, ‘바둑이’를 제외하고도 ‘-이’가 결합되어 사람이나 동물을 나타내는 파생어에는 ‘홀쭉이’, ‘덜렁이’, ‘뻐꾸기’, ‘개구리’ 등이 있다. 이들 유형에 쓰인 ‘-이’가 동일한 파생접미사인지 명확하지는 않으나 명사, 불규칙적인 어근, 첩어, 의성어나 의태어의 일부 등에 결합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역시 자음으로 끝나는 어기와만 결합한다는 제약을 갖는다.(23)
  다섯째, 『국어대사전』에서 ⑤로 뜻풀이한 ‘자음으로 끝나는 사람 이름에 붙어 어조를 고르는 말’의 용법도 다시 고려해 보아야 한다. 이 ‘-이’는 적어도 친근한 사람 혹은 평칭에만 결합한다는 제약이 있으므로 단순히 어조를 고르는 기능을 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이광호 1986). 또한 이 ‘-이’는 새로운 단어를 만드는 파생접미사의 기능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통사 구성 요소에 가깝다(졸고 1997).
  여섯째, 『국어대사전』에서 ⑥으로 뜻풀이한 ‘수사에 붙어 그 수의 사람을 나타내는 말’의 용법도 자음으로 끝나는 어기와만 결합한다는 점이 지적되어야 한다. 이런 용법의 ‘-이’ 역시 새로운 단어를 만드는 기능을 갖지 않는다는 점에서 파생접미사라기보다는 통사 구성 요소에 가깝다(졸고 1997).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높지 않은 파생접미사의 예로는 명사를 어기로 형용사를 만드는 ‘-롭-’을 들 수 있다.

-롭- [뒤] 홀소리로 끝난 이름씨 따위의 말뿌리에 붙어, ‘그러하다’, ‘그럴 만 하다’의 뜻으로 그림씨를 만든다. 이∼다. 해∼다. 폐∼다. 향기∼다. 새∼다. 가소∼다. <참고> -스럽-.

『우리말큰사전』(한글학회, 1992)

-롭다 [접미] (ㅂ불규칙) <-로우니, -로워> ‘그러함’을 인정하거나 ‘그럴 만하다’의 뜻을 나타내는 형용사를 만드는 말. 이∼다. 수고∼다. 향기∼다. 번거∼다.

『국어대사전』(금성판, 1991)


  두 사전은 ‘-롭-’이 형용사를 만드는 파생접미사의 하나임을 보여 주고 있으며 ‘-롭-’이 가진 의미에 대해서 비슷하게 기술하고 있다. 다만,『우리말큰사전』이 ‘-롭-’의 어기가 명사류이고(24) 그 명사류가 모음으로 끝난다는 점과 ‘-스럽-’과 관련이 있는 어휘임을 밝혀 주고 있다는 점에서 더 정밀하게 기술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몇 가지 점에서 보완이 필요한 것으로 생각된다. 첫째, ‘-롭-’은 공시적으로 생산성이 높지 않다. 따라서 생산성이 높지 않음을 언급해 주어야 한다. 둘째, 2.2.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롭-’이 모음으로 끝나는 어기와 결합하고 있다는 점과 관련하여 비슷한 의미를 갖는 파생접미사로서 자음으로 끝나는 어미와 결합하는 ‘-답-’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참고어휘란 등을 통해서 ‘-답-’에 대해서 언급해 주어야 한다. 셋째, ‘-롭-’은 생산성이 높지 않는 파생접미사이므로 가능한 한 모든 파생어를 용례로 제시해 주는 것이 좋을 것이다.

4. 결론

  지금까지 파생접미사의 표제어 등재 여부, 배열 순서, 각 파생접미사 항목이 담아야 할 정보 등을 중심으로 국어사전에서 파생접미사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를 검토해 보았다. 논의를 진행함에 있어 구조주의 문법의 관점에서의 연구에서 생성문법적인 관점에서의 연구까지를 포함하여 가능한 한 최근까지의 국어 형태론의 연구를 사전이 반영해야 한다는 전제 아래 현행 국어대사전류의 기술을 비판적으로 검토했다.
  파생접미사는 통사 구성 요소가 아니라 조어 구성 요소이다. 파생접미사를 표제어로 등재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등재한다면 조어 구성에 대한 정보를 담아야 한다. 현행 국어대사전류는 이 점에서 소홀함이 있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본고에서는 국어사전류에서의 파생접미사 기술을 위한 이론적인 문제와 실제적인 문제를 동시에 논의하려 했다. 그러나 제한된 지면 사정으로 깊이 있는 논의가 되지 못했다. 또한 파생접미사는 그 파생접미사에 의한 파생어와의 관련 아래에서 논의되어야 하나 그러한 관련성이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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