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文昌 / 인하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이 글은 문자와 그 표기에 대하여 상식적으로 해설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일반언중뿐만 아니라 지식인조차도 문자언어와 음성언어를 혼동하며, 표기법과 정서법의 차이점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 글은 전문적 깊이를 비켜서서 최대한 용이하고 간명하게 서술하고자 한다. 이러한 기술태도는 이 기획물을 연재하는 의도에도 부합되며 지면도 매우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의 목차는 문자의 개념과 특성, 문자의 기원과 발전과정, 문자의 종류, 표기법·정서법의 개념과 특성, 표기법·정서법의 하위 종류 등으로 나뉘어진다.
1. 문자의 개념과 특성
문자란 인간의 음성언어를 기록하기 위한 시각적 기호 체계이다. 넓은 의미로는 시각적 기호를 통하여 인간 상호 간에 의사를 소통하기 위한 관습적·규약적 모든 체계로서, 문자·부호나 여러 가지 상징기호들까지 문자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좁은 의미로는 음성언어와 결부되는 기호만을 문자로 인식하는 것이 일반적 견해이다. 광의이든 협의이든 이들 기호는 종이·가죽·나무·돌·쇠붙이·뼈·진흙 같은 물체의 표면에 기록되어 왔다.
사람의 소리말을 눈으로 볼 수 있도록 기록한 것이 문자인데, 많은 사람들이 이 소리말, 즉 음성언어와 글자말, 즉 문자언어를 혼동하고 있다. 이러한 혼란을 막기 위하여, 음성언어를 1차언어, 문자언어를 2차언어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음성언어와 문자언어의 특성 및 장단점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음성언어는 사람의 목소리와 귀를 통하여 의사소통을 담당하는 반면에, 문자언어는 기호와 눈을 통하여 생각을 교환한다는 것을 그 특징으로 한다. 음성언어는 입 밖으로 나온 순간 사라지고 마는 시간적 제약을 받으며, 멀리 전달할 수 없는 공간적 제약도 받는다. 이러한 음성언어의 특성은 분명히 단점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문자언어는 후세까지 오랫동안 전할 수 있으며, 공간적으로도 멀리 보낼 수 있다. 즉 문자언어는 음성언어가 가지는 시공상의 제약을 극복한다는 특성을 가진다는 점에서 이는 문자언어의 장점이라 하겠다. 정보의 교환 및 기억량에서, 음성언어는 정보량에 제약을 받으나 문자언어는 거의 무한한 정보량을 교환·저장할 수 있다는 특성을 지닌다.
2. 문자의 기원과 발전 과정
인류가 눈으로 볼 수 있는 기호의 필요성을 깨닫게 된 것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음성언어가 시간상 순간적으로 사라지며 공간상 멀리 전달할 수 없다는 약점을 발견하면서부터였던 것이다. 이렇게 하여 발명된 문자는 인간사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인간의 위대한 창조물이라 하겠다. 문자의 발명으로 인간사회는 선사시대에서 역사시대로 접어들게 되었다. 사람들은 문자를 지속적으로 개발·변형하여 왔는데 그 과정은 대체로 단어문자에서 음절문자로 다시 음소문자로 발전해 왔던 것이다.
기호 표시의 초기 단계에는 여러 가지 시각적 보조수단이 동원되었다. 5만여 년 전 구석기 중기에는 돌·뼈 등에 규칙적인 간격을 새겨 의사를 표시하였다. 그 뒤에 계산막대기·조개구슬·새끼매듭 등이 사용되었다. 새끼매듭은 결승문자라고 불릴 만큼 널리 알려진 방식이다. 고대 페루나 중국 등 세계 도처에서 이 결승문자가 사용되었다. ≪양서≫(梁書) <신라전>의 ‘무문자각목위신’(無文字刻木爲信)이란 기록을 통해 우리 신라시대에도 이것이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잉카제국은 10세기까지, 오키나와는 근래까지 이 결승문자를 사용하였다. 그러나 위의 모든 수단들은 아직 문자라 하기 어렵다.
좀더 편리하고 일반적인 수단은 그림이었다. 이 그림은 나무·바위·진흙·헝겊 등에 그렸다. 그림문자는 1만 4천년 전 선사인류 시대에 성행하기 시작했는데, 메소포타미아·이집트·수메르·마야·아메리칸 인디언·중국 등 전세계적으로 가장 보편적인 의사소통 수단이었다. 이것은 음성언어를 문자로 시각화하는 일과 대체로 일치한다.
이 그림을 그림문자 또는 회화문자라 부른다. 그러나 이 그림문자도 언어단위와 시각적 기호단위 사이에 1대1의 대응관계를 제대로 맺지 못하기 때문에 진정한 문자라 할 수 없다. 이집트의 그림문자는 추상화 단계를 거치며 5천여 년 전에 신성문자로 발전하였다. 이 신성문자는 상형문자로서 표의문자와 표음문자의 특성을 동시에 지녔다. 수메르의 그림문자는 쐐기모양의 설형문자로 발전하면서 페니키아·바빌로니아·아시리아 등으로 전파되었다. 그림문자·신성문자·설형문자 등은 모두 단어문자라고 할 수 있는데 페니키아 등지에서 이 단어문자를 표음문자로 발전시켜 갔다. 이 표음문자는 그리스로 전파되고 오늘날의 로마자로 발전하였다. 그런데 이집트의 단어문자나 페니키아의 음절문자는 오늘날 쓰이지 않는다. 반면에 위의 서양 문자사와는 대조적으로 동양에서 범세계적으로 3대 문자 체계인 단어문자(중국의 한자)나 음절문자(일본의 가나)는 오늘날까지도 변함없이 쓰이며, 우리 나라에는 가장 발전한 단계의 음소문자(한글)가 있다. 이 점은 동양 문자사에서만 볼 수 있는 매우 특기할 만한 현상이라 하겠다.
3. 문자의 종류
인류의 음성언어는 논자에 따라 3천 내지 5천여 종, 문자언어는 근 300종이라고 하는데 아직 명쾌하게 밝혀진 것은 아니다. 오늘날 사용되는 문자는 몇 십 종에 불과하다. 문자의 종류는 그 분류기준에 따라 몇 가지 유형으로 나뉠 수 있다.
첫째, 언어단위상 단어문자·음절문자·음소문자가 있다.
둘째, 언어음성상 단어음절문자(한자)·음절문자(가나)·자음문자(페니키아)·자모문자(로마자)·자질문자(한글)가 있다.
셋째, 문자 운용상 담화문자·형태소문자·음소문자가 있다.
1) 단어문자
단어문자는 표의문자라고도 한다. 단어문자란 문자 하나가 단어 하나와 대응하는 문자체계이다. 문자 발달사상 단어문자는 인류가 창안한 최초의 문자체계이다. 단어보다 더 큰 언어 단위인 구절·문장을 표기하는 문자란 상상하기 어렵다. 따라서 최초의 문자가 단어문자였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 하겠다. 단어문자의 최초 모습은 상형문자였다. 이는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의 형체를 간략한 그림 형태로 모사한 것이다. 5천여 년 전의 수메르 문자, 이집트의 신성문자, 3500여 년 전 시리아의 히타이트 문자와 중국의 갑골문자 등이 그것이다. 이들 상형문자는 각각 다른 지역에서 발생하였으나 그 발상법은 매우 비슷하다. 그런데 상형문자는 그림 그리는 데 시간도 걸리고 정확히 표현하기도 어려우며 추상개념을 표기하기는 더욱 난처하여 획의 모양이 점차 간략화되면서 문자 형태를 띠게 되었다.
2) 음절문자
음절문자는 글자 하나하나가 음절을 나타내므로 표음문자에 속한다. 문자 발달사상 음절문자의 탄생은 표음문자의 세계를 열었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의를 지닌다. 2600여 년 전의 키프로스 문자, 메소포타미아의 설형음절문자, 2200여 년 전 페니키아·헤브루·셈 등의 서셈족음절문자, 1100여 년 전 일본의 가나 등이 이에 속한다. 음절문자는 단어문자에 비하여 문자의 수가 대폭적으로 줄어들었다.
3) 음소문자
음절문자보다 더 발전한 것이 음소문자이다. 음소문자는 문자 하나하나가 자음과 모음을 따로 분절하여 표기하며, 의미는 없이 오로지 소리의 단위만을 나타내므로 표음문자 또는 자모문자라고도 한다. 이 음소문자는 문자발달사상 최종단계로서 더 이상 발전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음소는 언어음 단위 중 가장 기본적인 단위로서 언어마다 그 수가 매우 제한되어 있다. 그리스인은 처음으로 자음자와 모음자가 분리된 음소문자를 만들었다. 이것이 로마자로 이어지고 오늘날의 유럽 문자가 되었다. 위구르·몽고·만주 문자 및 한글도 음소문자에 속한다. 대부분의 문자들이 서로 다른 문자들을 빌려서 다듬고 개량하여 만들어졌는데, 우리 한글만은 유독히 독창적·체계적이라는 점에서 음소문자 중 가장 뛰어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4. 표기법
음성언어를 문자로 옮겨 기록하는 일을 표기라 한다. 표기상 문자를 운용하는 규칙이 표기법 또는 정서법이다. 정서법을 흔히 맞춤법이라고도 하는데 맞춤법은 정서법의 하위개념으로 보는 것이 온당할 것이다. 그런데 일반 언중은 물론 학계에서조차도 표기법과 정서법을 제대로 준별하지 않으므로, 잠정적으로 그 차이점을 국어의 경우를 중심으로 약술하기로 한다. 문자표기법상의 용어·개념·범위 등이 학계에서도 아직 제대로 정리되지 않아서 지금부터 기술되는 용어나 분류방식 등은 대부분 필자의 사견이므로 이점 여러분의 양해를 구하며 고견을 기다린다.
표기법이란 한 언어사회의 전통적·관습적인 언어규범이다. 즉 음성·문자·부호·서식(書式) 등을 올바로 발음하고 기록하는 언어 운용방법의 총칭이다. 정서법은, 표기법에서 다루는 서식을 제외하고 있으므로 그 내용이 다소 제한적이다. ‘표기법’은 고전적 용어요, ‘정서법’은 현대적 용어이다. 표기법은 한 개인에게조차 존재하나 정서법은 집단적 개념이다.
인류가 문자를 사용하면서부터 어떠한 방법으로든 기록상 관습·약속 등이 있었을 것이므로, 표기법의 역사는 유구하다. 이두·훈민정음 등의 표기법으로 미루어 그 역사의 오램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 월인천강지곡』·『 석보상절』·『 독립신문』, 주시경·최남선·김소월 등이 쓴 글의 표기법이나 문체가 서로 다른 것으로 보아 표기법은 개별적·집단적·시대별로 서로 달리 존재한다. 요컨대 표기법의 특성은, 자연발생적·관습적·개별적·불문법적(不文法的)·장기적(長期的)이다. 표기법의 하위종류에는, 공간서법·존비서법·자체법·정서법 등이 있다. 이렇게 보면 표기법은 상위개념이요 정서법은 하위개념이라 하겠다.
1) 공간서법
공간서법(空間書法)이란, 문자의 특성이나 기록 방향에 따라 어떻게 쓸 것인가를 규정하는 약속이다. 말소리는 시간과 함께 일직선으로 전개되지만, 문자는 공간에 의존하여 좌우상하 등 다양한 방향으로 전개된다. 공간서법의 종류에는, 횡서법·종서법·복합서법 등이 있다.
(1) 횡서법
횡서(橫書)는 가로쓰기·횡문이라고도 한다. 그 방법에 따라 아래와 같이 2가지 종류가 있다.
① 좌우서법
좌우서법(左右書法)이란, 문자표기가 왼쪽에서 시작하여 오른쪽으로 진행되며 행(行)은 밑으로 내려가는 표기방식이다. 이는 가장 보편적이다. 오늘날의 한글·일본의 가나·버마자·티베트문자·로마자 등이 이에 속한다.
② 우좌서법
우좌서법(右左書法)이란, 문자표기가 오른쪽에서 시작하여 왼쪽으로 진행하는 표시방식이다. 말레이·아라비아·페르시아·에티오피아·헤브루 등의 문자가 이러하다.
(2) 종서법
종서(縱書)는 세로쓰기·내리쓰기·종문이라고도 한다. 이에는 아래와 같이 2가지가 있다.
① 우하좌서법
우하좌서법(右下左書法)은 글씨를 오른쪽 위에서 시작하여 아래로 내리쓰면서 행은 왼쪽으로 진행되는 표기방식이다. 이는 지난날 한국·일본·중국 등의 일반적 표기방식이었다. 요즈음도 이들 나라의 일부 보수적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② 좌하우서법
좌하우서법(左下右書法)은 글씨를 왼쪽 위에서 시작하여 아래로 내리쓰면서 행은 오른쪽으로 진행되는 표기방식이다. 몽고·만주문자 등이 이에 속한다.
(3) 복합서법
복합서법(複合書法)이란 글자를 제일 아래 왼쪽에서 출발하여 오른쪽으로 진행하다가 위로 올라가면서 글자를 거꾸로 하여 왼쪽으로 써 나아가고, 왼쪽 끝에서 위로 올라가면서 글자를 다시 뒤집어서 오른쪽으로 진행하는데, 이런 방법을 교차하며 반복하는 표기방식이다. 이는 매우 특이한 방법인데, 신성성(神聖性)·은비성(隱秘性)을 위한 특수 표기법으로 알려져 있다. 남태평양 이스터섬의 롱고롱고 문자가 이에 속한다.
2) 존비서법
존비서법이란 신분의 상하·친소 관계 등을 문자의 크기·위치 등으로 표시하는 방식이다. 이는 문자의 시각적 효과에 관여하지 않고, 특수한 사회적 가치개념에 결부되는 표기법의 일종이다. 존비서법의 종류에는, 서명법·할서법·평출법·궐자법·대두법 등이 있다.
(1) 서명법
서명법(署名法)이란 공사문서·편지 등에서 상대편의 이름은 맨 위 또는 앞쪽에 비교적 크게 쓰고 자신의 이름은 제일 밑에 또는 뒤쪽에 상대적으로 작게 써서 예절을 나타내는 표기법이다.
(2) 할서법
할서법(割書法)은 협주법(夾註法)·세주법(細註法)이라고도 한다. 할서는 본문1행에 소문자 2행으로 표기한다. 이는 위의 서명법처럼 예절을 표시하거나, 요즈음의 각주처럼 해설이나 보충설명을 하기 위한 표기방식이다. 이처럼 복합적 목적을 위한 할서법은 자체법에도 관련된다.
(3) 평출법
평출법(平出法)이란 글의 각 행 첫 글자 위치를 똑같이 하여 가지런히 쓰는 방식이다.
(4) 궐자법
궐자법(闕字法)이란 글 속에 등장하는 최상급자 또는 그와 관련되는 존귀어에 경의를 표하고자, 그 어휘 바로 앞 한두 칸을 공란으로 비워 두거나 또는 그 존귀어부터 새로이 한 행을 잡아 평출법처럼 기록하는 방식이다.
(5) 대두법
대두법(擡頭法)이란 글 가운데 등장하는 존귀어로부터 그 이하의 내용을 아예 다음 행으로 옮겨 양옆의 평출자보다 몇 자 올려 쓰는 방식이다.
3) 자체법
자체법(字体法)이란 시각적·실용적·예술적 효과를 위하여 문자나 부호의 구조·크기·위치 등을 다양하게 변화시켜 기록하는 방식이다. 엄밀하게는 자체법과 서체법으로 양분되나, 아직도 일반적으로는 서체법이라고 통칭되고 있다. 서체법(書体法)이란 글자의 예술성 즉 체세미(体勢美)에 역점을 두는 표기법이다. 이는 표기법의 대상이라기보다는 미술의 대상으로서 서예(書藝)가 이에 해당되므로 여기서는 논외로 하겠다. 자체법의 하위종류에는, 자체구성법·대소자체법·태세자체법·자체위치법·활자자체법 등이 있다.
(1) 자체구성법
자체구성법(字体構成法)이란 문자 사용상의 효율성·합리성 등을 위한 표기법으로 모아쓰기법과 풀어쓰기법이 있다. 한글은 훈민정음 창제 당시부터 자음과 모음이 좌우상하로 어울려야 하나의 음절자를 이루는 모아쓰기법(합자법)을 지켜오고 있다. 이 모아쓰기법은 세계 문자사상 매우 독특한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2) 대소자체법
대소자체법(大小字体法)이란 로마자의 대문자·소문자처럼 용도와 위치에 따라 글자의 크기와 모양이 상대적으로 달리 쓰이는 표기방식이다. 한글은 자체가 오로지 한 가지 형태로만 고정되어 있어서 이 개념이 적용되기 곤란하다. 이에는 대문자·소문자 2종류가 있다.
(3) 태세자체법
태세자체법(太細字体法)이란 용도에 따라서 문자를 굵게 또는 가늘게 쓰는 방식이다. 이에는 굵은글자〔太文字〕·가는글자〔細文字〕가 있다.
(4) 자체위치법
자체위치법(字体位置法)이란 문자나 글이 용도와 위치에 따라서 크기·위치·명칭 등이 달리 표시되는 사용방식이다. 이에는 본문·각주·상하첨자 등 여러 가지가 있다. 본문(本文)은 일반적으로 모든 글을 뜻한다. 할서는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다. 각주는 본문 내용의 보충·해설용으로 본문의 각 페이지 밑에 쓰인다, 주석은 다시 내각주·외각주·후주 등이 있으나 생략한다. 상하첨자(上下添字)는 각 문자 또는 음절의 어깨 또는 아래에 작게 쓰는 글자이다.
(5) 활자자체법
활자자체법(活字字体法)이란 인쇄상 여러 가지 모양의 문자 사용법이다. 일반적으로 중국과 서양의 용어를 빌려서 그 종류를 송조체·명조체·청조체·고딕체·이탤릭체 등으로 나눈다.
5. 정서법
정서법은 그 대상 단위가 일반적으로 어휘에 국한되며, 이 어휘의 발음·구조·표기방법 등 실용적 사용법을 규정하는 일에 주력한다. 표기법보다 협의의 개념으로서 문자 운용에 역점을 두는 종개념이다. 국어 역사상 맞춤법이라는 명칭으로 정서법이 1933년에 최초로 제정되고 1988년에 개정되었으므로 그 역사는 표기법에 견주어 매우 짧다. 또한 정서법은 표기법처럼 개인적인 관습이나 취향을 허용하지 않고 집단적·명령적 특성을 지닌다. 따라서 정서법의 특성은, 인위적·집단적·성문법적(成文法的)·명령적·단기적(短期的)이다. 요컨대 정서법은 언어생활의 도량형과 같다.
정서법의 하위종류에는, 한글맞춤법·표준어 규정·외래어 표기법·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이 있다. 이들을 4대 정서법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이 정서법은 우리 국민에게 널리 알려져 있으므로 여기서는 새삼 소개할 필요가 없으리라 보아 생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