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습득과 화용 규칙

이정민   /    서울대 언어학과 및 인지과학 협동과정



1. 서 론

  여기서는 언어의 습득을 화용론적인 측면에서 살펴보기로 한다. 어린아이 언어의 화용론적인 발달을 연구하는 ‘발달 화용론’(developmental pragmatics)이라는 분야가 대체로는 발달심리학자들의 분야로 되어 있고, 언어학에서도 기능주의 입장에 서는 즉 ‘아동 언어’(child language)를 다루는 이들의 연구 분야로 되어 있지만, 필자는 그러한 입장에 매이지는 않고 좀더 넓은 시야로 언어 이론과 인지 이론에 기여가 되는 관심사를 점검하기로 한다. 생성문법 이론에 입각하여 자료 자체보다도 언어 이론 문제에 관계되는 한도 내에서 논의하려 할 때에는 대개 언어 습득(language acquisition)이라 하고, 모국어를 제1 언어 그리고 그 후에 습득하는 언어를 제2 언어라 한다. 언어의 습득을 언어의 쓰임 또는 언어와 사회적 상호작용의 측면에서 연구하는 분야를 ‘화용론상의 습득’ 분야라 할 수 있다.
  연속성(continuity) 가설에는 두 판이한 입장이 있으므로 주의가 요망된다. 즉 하나는 언어 전의 아이들의 신체 동작/발성 등의 의사소통 체계가 언어로 이어진다는 입장이고, 다른 하나는 아이들의 초기 언어는 보편문법에 의해 개별언어에 지정된 요소가 연속된다는 생성문법의 입장이다. 상호작용설과 일반 문제 풀이(general problem solving) 가설에 입각한 전자는 언어와 인지 발달의 개별적인 단원성(modularity)을 믿지 않고 인지 발달의 부분으로서의 언어 발달을 믿으나, 후자는 언어는 인지와 별도로 습득된다고 보아 단원성을 굳게 믿고 있다. 후자의 입장에서 인지발달의 미진아가 언어만 별도로 놀랍게 습득한 경우가 관찰되었다는 이른바 언어 통달자(linguistic savant)의 존재를 주장하게 된다. 
  이 글에서는 언어 이전의 발달과 한 단어 단계 이후의 화용론적 특징에 대해 지금까지의 여러 갈래의 연구 상황과 필자가 진행하고 있는 연구의 일단을 보이고자 한다. 
  발화 이전과 발화가 시작될 무렵에 이미 이이들은 여러 가지 수행문적(perfor- mative)인 의사소통을 하는 것으로 연구되었으므로(Bates et al, 1975, 1979) 이를 검토하고, 언어 이후의 언표내적 행위와 문장 유형 및 양상(modality)이 어떻게 습득되는지 주로 우리말 자료를 가지고 개관한다(Lee, 1993).
  10-12개월에는 첫 한-단어 발화가 나타나는데, 이에 대한 해석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맥락에서의 쓰임이 중요하게 된다. 19개월 무렵부터는 발화하는 단어 수가 폭발적으로 느는데 이때 뇌세포 수가 크게 증가한다. 이후 두-단어 발화 시기가 오고, 문장과의 관계가 더욱 문제된다. 일찍이 Gruber(1967)도 논했던 어린아이의 화제-논평 구조는 주어-술어 구조와 어떻게 관계되는가? 지시(reference)는 어떻게 확립되는가? 주의 끌기(attention drawing) 기능은 어떠한가?
  그밖에 대화자로서의 어린아이의 역할로 말차례-맡기(turn-taking)와 화제의 선택-유지가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또 이야기를 어떻게 꾸려 나가는지를 연구하기도 한다.



2. 언어 이전의 의사소통 발달과 상호작용

  주로 피아제(Piaget) 이론의 영향으로 생후 처음 시기의 아이들은 정신적인 혼돈(chaos) 상태에 있게 된다는 것이 수십년 동안의 발달 심리학자들의 지론이었다. 이들은 발달 단계에 관심을 기울였으나, 관찰이 늦었던 자기 딸 아이의 인지 및 언어 발달에 입각한 피아제의 이론 때문에 그나마 단계들이 지나치게 늦추 잡혀 있었다. 그 후 오랜만에 실험 방법들이 발달하여 영유아들의 지각 및 인지 능력을 훨씬 더 면밀히 알게 되면서부터 그러한 지론은 폐기되었다. 
  어린아이는 태어날 때 이미 시간을 조직하는 능력을 보여, 젖빨기 사이사이 얼마 동안씩 기다리면 신나는 여자의 노래 소리가 나는지 알게 된다(DeCasper & Spencer, 1991). 보이는 물건을 잡으려고 손을 내뻗치게 되고, 실제로는 모태 때 벌써 듣는 능력이 있고, 생후 소리나는 쪽으로 머리를 돌리고, 다른 사람의 얼굴 표정을 흉내내기도 한다. 생후 몇 주 되면서부터 세계관을 구성할 수 있는 기본 자격을 갖춘다(Ninio & Snow, 1996). 영아들의 인지적 성숙은 사회적 상호작용면에서 특히 두드러져, 울고, 사회적인 미소를 짓고, 사람의 얼굴 쪽을 보기를 좋아하고, 다른 움직임보다 사람의 움직임을 좋아하는 등 사회적으로 의의있는 행동과 성향을 많이 보인다.
  이러한 조숙한 사회적 이해 때문에 영아들은 언어 훨씬 이전에 의도적인 의사소통의 신호를 발하고, 사회적인 신호, 행동, 사건의 의의를 이해하게 된다고 보며, 나아가 의사소통의 취지를 갖고 또 남의 취지를 이해하는 것은 보편적이고도 생물학적으로 주어진 특질이 되는 인간의 기본 능력이라고까지 주장하는 학자들이 있다(Dore, 1985; Miller, 1970). 
  3개월 때까지 벌써 사람의 목소리를 다른 소리와 구별할 뿐 아니라 인간 언어의 보편적 음성 자질을 구별해 듣는 것으로 실험되었다(즉 일본 아이의 경우 [l]와 [r]도 구별). 필자의 딸 아이의 경우, 3개월 무렵에, 끝이 올라가는 여부(판별) 의문문 발화에는 ‘응’ 하는 반응을 보이고, 끝이 내려가는 다른 문장들의 발화에는 반응을 보이지 않는 규칙성을 나타냄으로써, 반응요구 발화의 억양을 인지하고 반응하는 억양상의 상호작용이 가능했다. 4-6개월까지는 옹알이(babbling), 즉 이 때까지에는 울음과 달리, 음조와 음색에 있어 아이의 감정 상태(예: 놀라움, 좌절, 친한 이를 보았을 때의 기쁨)나 (누굴 부르거나 물건을 요구할 때와 같은) 소통적 취지에 특유한 발성을 한다. 이 옹알이는 정상적으로 발달하는 아이의 것이면 녹음된 것도 어느 어머니나 그 상황을 알아낼 정도로 공통된 것이다. 자폐증 아이의 것은 그 아이의 어머니만 알아듣는다. 7-9개월에는 사회화와 더불어 더 어릴 때 잘 하던 음성자질의 듣기 구별이 모국어 음운 체계에 의해 제약되는 것으로 나타난다(예: 일본 아이의 [l]와 [r] 구별의 감소/상실, Werker & Tees, 1984a,b 참조). 이러한 실험은 일반성이 있을 가능성이 높으며, 한국 아이의 경우 생후 2, 3개월에는 초두 자음의 유무성을 구별해 지각하다가 7, 8, 9개월이 되면서 구별 못 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안타깝게도 이 실험을 해 보았다는 보고가 아직 없다. 이는 유성시발시간(VOT) 차이 지각 여부로 쉽게 실험된다. 그렇게 되어 모국어의 음운체계에 따른 구별만을 쉽게 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언어도 문화의 한 요소라 할 때, 문화 중 가장 민감한 차이가 나는 부분이 언어음이라고 필자는 믿는다. 발음하는 것을 보고 타민족 여부를 가려 살해했던 일은 관동 대지진 사건 때 뿐 아니라, 기원전 1100여 년 경 구약(사사기 12장 6절) 시대에도 있던 일이다. 옹알이 때 물론 리듬과 억양의 차이를 이해하고, 인사말을 제스처와 연관지어 이해한다. 
  8 내지 10개월 된 아이의 의도적인 소통 능력에 대해서는 체계적인 연구 결과가 거의 없고 다만 아이가 의사소통 목적을 위해 사물을 가리키기, 시선 보내기, 주기 등의 의도적인 동작과 발성을 쓴다는 것이 알려졌다. Bates(1975)는 어른의 주의를 끌려는 위와 같은 동작을 단언의 선구자격인 원시 서술문(proto- declarative)이라고 부른다. 이것은 대체로 영어나 한국어에서 10, 11, 12개월 무렵의 한단어 시기에 ‘꼬’(꽃), 'Doggie'라 하는 이름 부르기(labelling) 발화로 발전하고, 그 후의 서술문 단언으로 이어진다는, 즉 언어 전의 의사소통 체계와 언어 후의 체계가 연속선상에 있다는 연속성 가설에 입각한 주장이다. 찡얼거리는 소리와 함께 물건을 가리켜 바라는 것을 얻거나 도움을 이끌어내는 행위인 요청의 전단계는 원시명령문(proto-imperative)이라 부른다. 이에 반해, Dore(1978)는 언어 전의 의사소통 행위에는 문법적 요소가 없으므로 이를 언표내적(illocutionary) 행위와는 구별해야 하며, 언어 전 의사소통 취지의 발달과 언어 자체의 발달을 구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불연속성 가설을 편다.



3. 한-단어 시기의 화용론 

  3.1. 1973년(Antinucci & Parisi)부터 대개 한 단어로 된 아이들의 최초 발화에 대한 연구가 광범하게 이루어졌으나, 최초 발화에 대한 연구자들 사이의 합의점은 도출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Ninio & Snow(1996)의 평가다. 한-단어 발화 시기에 아이는 이미 상당히 많은 한 단어가 넘는 길이의 발화를 알아듣는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하며, 아이가 비록 한 단어로만 발화할지라도 거기에는 뚜렷한 의사소통의 취지가 담겨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연구자들 사이의 차이는 방법론상으로 화행 유형의 범주를 가르는데 서로 크게 범위를 달리하는 데서 온다. 예컨대, 물건을 줄 때의 here나 there를 ‘주기’(Giving)라 하는 학자가 있는가 하면 더 넓게 ‘행동에 따르는 말’(Verbal Accompaniment to Behavior)로 잡아 ‘표출’(Expressive) 행위에 넣는 경우도 있다. 의미 있는 소통행위 유형으로 보는 데 문제를 느끼는 것들로는 이름 붙이기와 그밖의 ‘말 연습’ 발화, 아이가 자신에게 하는 말, 놀이 속의 ‘까꿍’과 같은 발화(영어에서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가 떼면서 ‘peekaboo’ 하는 숨박꼭질 때의 boo라는 발화)나 ‘야옹’ 하는 의성어적 흉내말, 놀람을 나타내는 eh! 하는 표출적 감탄, 이해 못하고 따라 하는 자발적이지 않은 반복이나 모방의 발화 등이 있다. 이런 것들을 범주 가르기에서 아예 빼버리는 학자가 있는가 하면 넣는 학자도 있어 혼란스럽다.
  이런 발화들의 특징은 그 자체가 언표내적이라기보다는 사회적 의미를 지녀 비지시적 놀이성의 의식에 속하는 말 쓰임이라는 것이므로, 지나치게 이상적인 기준을 써 제외하다 보면 남는 것이 없다는 문제점이 생긴다. 또 요청 등의 화용론적인 의미의 사용에 있어서도 통사론적인 결합이 없는 고립된 기호나 아주 일반적인 대용 단어나 장소 가리킴말 등이 동원됨에 유의해야 한다. 다시 말해, 이 단계의 언어에 대해서는 통사론적으로보다는 화용론적으로 또는 인지적으로 접근해야 소득이 있게 된다.

3.2. 최초 시기의 습득 과정 예를 살펴보기로 하자.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혁이의 경우(노경희 기록 습득일기에서), 10개월 때까지 ‘짝짝궁’, ‘만세’, ‘빠이빠이’, ‘잼잼’을 알아듣고, ‘마마마’, ‘아따’, ‘나나’, ‘하’, ‘가가가’ 등의 발성을 한다. 11개월 때, 엄마가 기저귀를 가리키면서 ‘혁아, 그 기저귀 엄마한테 가져와’라고 세 번쯤 반복해 말하니까, 엄마와 기저귀를 번갈아 보더니 기저귀를 집어 엄마에게 내밀면서 다가와 준다. 13개월에, ‘엄마’라고 정확히 부르고, ‘혁이 코할까?’ 하면 고개를 젓는 등, 거절의 의도를 고개젓기로 나타낸다. 이 때까지 알아듣기로는 ‘혁아, 밖에 나가자/나갈래?/나갈까?’ 하면 문으로 가서 그것을 만지고, ‘코하자’ 하면 코골며 자는 시늉을 하고, ‘우유 먹을래?’ 또는 ‘쥬스 먹자’ 하면, 부엌에 가서 냉장고를 가리키고, ‘엄마 뽀뽀해 줘’ 하면 엄마에게 다가와서 뽀뽀하거나 거절의 의미로 고개를 젓는다. ‘엄마 어디 있어? ’ 하면 다가와 손가락으로 엄마를 짚는다. 그런데 ‘코끼리 타지 그러니’ 하면 코끼리를 타는데, 시험삼아 ‘코끼리 가져와’ 해도 가서 올라타는 것으로 보아, 코끼리라는 핵심어와 연관된 습관화된 행위 쪽으로 해석해 받아들이고 반응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책/기저귀 가져와’ 하면 책/기저귀를 가져오므로, 가져올 수 없는 코끼리의 경우 그와 같이 반응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책의 작은 꽃 그림을 보고 ‘꼬’라고 이름 붙이기를 시작한다. 1주일 뒤 꽃가게의 실물 꽃을 보고도 ‘꼬’라고 이름 부른다. 13개월만의 혁이의 발화는 ‘엄마,’ ‘머머’(멈멍), ‘꼬,’ ‘아녀’(안녕), ‘바바’(빠이빠이)였다. 즉 수행적(performative)인 인사말과, 부름말, 이름 붙이기 종류였다. 산책 중에 꽃을 보고 ‘꼬’ 하더니, 파란 풀을 보고서 또 나중에 파란 나뭇잎을 보고서도 ‘꼬’하는 과잉 확대 적용(overextension)을 나타낸다.
  15개월 될 때 방으로 들어와 엄마 손을 잡아 끌며 ‘엄마, 빠’ 하는데 이는 거실에 있는 아빠한테 가자는 요청/청유의 발화이다. 즉 아빠라는 명사 한 단어로 목표격(Goal)과 관련된 이동 행위의 제의를 하는 것이다. 그 뒤에 나타난 것은, 종이에 그림 그리기를 ‘방긋방긋’이라 해 주고 있는데 ‘신문 위에는 방긋방긋하는 것 아니야(손으로 저으면서)’라고 한 뒤 얼마 뒤에 볼펜을 쥐고 식탁 위의 ‘(신문을 손으로 가리키며) 아이야(손을 저으며)’ 한다. 손으로 가리켜 대상물과 관련된 긍정의 대상 명제를 제시하고 그것을 부정하는 순서를 취하고 있는데 여기서의 궁극적인 언표내적 효력은 금지이고 그것의 기저에는 명제의 부정이 들어 있음이 드러난다. ‘마’(말), ‘기’(귀)(말의 귀에도 자연스럽게 적용)를 발화한다. 엄마 신을 가리키며 ‘엄마,’ 아빠 옷을 가리키며 ‘아빠,’ 엄마한테 우유 달라는 것도 ‘엄마’라 하면서 제한된 어휘와 한-단어 구조를 가지고 다분히 [소유주->소유물], [행위자->요청] 등 환유적(metonymic)으로 확대시켜 널리 적용한다. 1년 4개월에, 뜨거운 빵 조각을 집다가 ‘앗 뜨’하며 엄마를 보다가, 다시 집으면서 안 뜨겁다는 듯 ‘아~ 뜨’(머리 저으며) 한다. 곰인형을 ‘곰’이라 하고 각각의 동물 이름을 부르다가 책 속의 여러 여자 인형들을 보고 ‘인형’ 이라 하더니, 곰인형 등 장난감 동물들을 보고 ‘인형인형’ 한다. ‘앉어’ 하는 요청의 말을 많이 듣고 이제 혼자 앉으면서도 ‘안즈’라 한다. 요청을 듣고 의지가 발동되므로 ‘앉고 있어,’ ‘앉을꺼야’ 등의 단언 유형으로 확대해 쓰는 것으로 해석된다. ‘만~나’(많아), ‘엄마 거’(엄마 옷을 가리켜 처음으로) 발화. 엄마가 혁이 보고 ‘어어? 약 발라야겠네’ 하니까, 엉덩이 아픈 데를 가리키며 ‘아야’라 한다. 인과관계를 설명하는 발화이다. 아픈 발을 만지며 ‘엄마, 아프’라 한다. 여기 ‘아프’를 반드시 동사 원형으로 보아 굴절이 안 일어난 형태를 썼다는 해석을 내릴 필요가 있을까 싶다(Whitman 등처럼). 생산적이지 않은 발음의 변이형으로 보인다. 예컨대 먼저 나온 ‘만~아’가 ‘-으’로 끝나지 않는다.
  서경이의 경우(필자 기록 습득 일기에서): 5개월 무렵 ‘어부-바’, 그 뒤 ‘밥바’, ‘맘마’, ‘엄마’, ‘뻐뻐’(삐약삐약), ‘무’(물), ‘부’(불), 물건을 받을 때 ‘고맙습니다’ 하고 고개를 숙이면서 받으라고 하니까 받을 때 고개를 끄덕하는데 남에게 줄 때도 고개를 끄덕한다. ‘맘마’에는 밥뿐 아니라 반찬, 과일, 과자, 우유 등 음식 일반이 들어가 확대 적용의 예가 된다. 알아듣고 따라 행동하는 말: ‘아빠 줘’(갖다 줌), ‘엎드려’(엎드림), ‘양말,’ ‘할머니,’ ‘할아버지,’ ‘이리 와,’ ‘이쁘다,’ ‘코자’ 등. 10개월: ‘때’(책) 발화. 1년 무렵 ‘댔다’ 발화(달성될 때 OK의 뜻; 과거형은 아직 분석적이기보다 덩이(chunk)로 받아들인 듯); 물건을 달라고 할 때와 일반적으로 무엇이든 해달라고 요청할 때 ‘내 좀’(‘나 좀’으로 고쳐주면 ‘나 좀’으로 고쳐 발화한다)이라 발화한다. 어른이 감탄사나 강조의 리듬과 억양(‘마--ㄴ히’등)을 나타내면 그 때마다 ‘흐흐흐’ 하고 크게 웃는다. 11개월: ‘어흐’(어흥), ‘머머’(멍멍), ‘빠빠’(빵빵), ‘이거’(손가락으로 베란다 쪽을 가리키며 그 쪽으로 올려 달라고), 산에서 ‘마나’(나무), ‘꼬’(꽃), ‘바우’(별), ‘져바’(줘봐)를 산출. 서경이를 가리켜 ‘곰’ 하니까, 일어나서 장난감 곰을 찾아가 가리킨다. 12개월: ‘이거 좀’(요청). 13개월 무렵: 소를 ‘움머’라고 하는데, 택시 타고 지나다가 이상하고 촌스럽게 생긴 사람을 보고 ‘움머’하고, 또 얼마 뒤 음식점에서 만난 약간 험상궂어 보이는 아빠 선배에게 ‘움머’ 하는 것이었다. 동물과 사람을 구별 못한다거나 또는 두 가지를 같은 범주에 포함시킨다기보다는 경험의 상이한 영역(소와 사람) 사이에서 여러 유사점을 지각해 나타내는 은유적인 확대 적용이라 할 것이다. 14개월: ‘쉬’(쉬할 때). 15개월: ‘바’(발, 그림책의 발을 가리키며), ‘머’(머리), 가진 것을 남에게 주면서 ‘다’(자), 방에 떨어져 있는 사인펜을 가리키며 ‘저것 좀 줘’ 하니 집어준다. 현관의 신발도 ‘바’(발)라고. ‘다’(산토끼, 노래에 따라 손을 머리에 얹으면서). ‘이모야,’ ‘아프다’(문장 어미와 함께), ‘엄마, 이이와’(이리와). 16개월: ‘하지마’ 하면 금지의 취지를 알아듣고 싫어한다. ‘브다’(없다) 발화. ‘나 좀’ 해서 ‘뭐?’ 하고 물으면 저도 ‘머’ 하고, ‘이거?’ 해서 바라는 것이 아니면, ‘애’ 하면서 어깨를 옆으로 젓는다. 이렇게 반복하다가, 바라는 것을 주면, 좋다고 ‘아아’ 또는 ‘댔다’ 한다. ‘손 털어’ 하면 털고, ‘앉어’ 하면 앉는다. ‘바보야’를 남발(아빠나 할아버지가 신문만 본다든지 하고 제게 관심을 안 보이면). 
  ‘발’ 하면서 아침에 문간에 가 앉아 나가자고 청하다가 아빠가 ‘신발 없어’ 하면서 안 데리고 나가니까, ‘바보야’ 하면서 들어가 버린다. 한 단어의 발화로 그와 연관된 일련의 동작으로 이루어지는 행위를 제의하는 청유의 언표내적 행위를 수행하는 것이다. 이것은 통사/의미/화용론상으로 환유에 의해 부분이 일련의 행동으로 된 행위와 그 개념 및 구조를 나타내게 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Gibbs (1994)는 간접 화행을 환유적 해석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암시했으나, 간접 화행이 아니더라도 이처럼 단편적 발화로 목적하는 언표내적 행위를 수행할 수 있는 것은 환유적 확대로 가능하다고 하겠다. ‘조/도타’(좋다), ‘버’(별) 발화. 
  ‘어부바’ 같은 말은 아기말(baby talk)로서 엄마 입장에서는 등에 업히라는 요청이고, 아기 입장에서는 업어 달라는 차이가 나는 요청인데 그런 뜻으로 쓰던 서경이가 나중에 그림책에서 꼬끼오가 사과를 업고 있는 것을 보고 ‘어부바’/‘업어 줘’라는 발화를 했는데, 이는 위의 요청의 언표내적 힘을 갖지 않고, 똑같은 표현을 가지고 서술을 위한 단언적 언표내적 행위를 한 것이다. 이 모든 언표내적 힘의 다양성은 제한된 표현의 자원을 가지고 맥락과 상황에 따라 다르게 쓸 수 있게 한 화용론적 유연성 때문이라 하겠고 이러한 능력은 우리의 뇌에 설계된 데 따라 자료에 접하고 남과 상호작용하면서 발전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준규의 경우: 1년째 ‘으냐’(야옹), ‘이바’, ‘으응?’ ‘어어’?(무어을 가리키며 무엇이냐고), ‘엄마’, ‘아빠’, ‘부’(불), ‘맘마’, ‘바빠(밥)’, 1년 2개월째 ‘아푸’, ‘저’, ‘비’, ‘아부바’, ‘또’, ‘이리와’, 1년 3개월 ‘무이’(물), ‘띠’, ‘떠’, ‘됐다’, 1년 5개월째 ‘파리’, ‘(불) 이떠’(있어), ‘뿡’, ‘했어(말했어)’, ‘더이’(저기), ‘여이(여기)’, ‘암무이’(할머니), ‘아부이’(할아버지), ‘굴’(귤), ‘야야’(사과). 첫 30개 단어의 발화.
  서경이의 ‘이거 줘’ 같은 발화는 세 단어, ‘이리 와’(준규도), 준규의 ‘이바’는 두 단어로 된 발화로서 어른의 온전한 발화와 차이가 없고, 문장으로서도 어말 어미를 갖춘 온전한 명령문이다. 그러므로 한-단어 시기에 온통 한-단어 발화만 일정한 기간 한다고 보기 어렵고, 두 단어 세 단어의 친숙한 발화가 조금씩 나오다가 더욱 확대되고 빈도가 커진다고 하겠다. 다만 이 발화들이 가리킴말과 같이 결합된 상태로 빈도 높게 쓰이는 것들이므로 아이들이 이를 분석적으로보다 하나의 덩이로 받아들여 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던질 수 있다. 그러나 이 단계에서 이미 아이들은 ‘이거’를 따로 쓰고, ‘오다’나 ‘주다’ ‘보다’ 동사를 알고 있기 때문에 분석적 의미를 모른다고 하기도 어렵다. 한-단어 발화는 그것대로 유용하게 계속 쓰이면서 상황에 따라 어른의 발화에서도 비슷하게 나오게 된다.
  한-단어 발화는 정보 구조상에서 보면, 논평(Comment)으로 나타나는 경향이 크다. 이미 알려진 부분은 화제(Topic)로서 생략되어 안 나타나는 것이라 하겠다. 그러므로, 이 단계의 어린아이의 발화는 어린아이와 많은 가정을 공유하고 있는 엄마와 그밖에 같이 생활하는 가족들이 가장 잘 이해할 것이다. 아울러, 호격 발화나 가리킴말 발화를 통해 상대의 주의를 끄는 경향이 있다.



4. 한-단어 시기 이후의 화용론

  혁이의 경우
  1년 5개월: 엄마 옷을 처음 ‘엄마 옷’이라 하고, ‘아가곰,’ ‘엄마 의자’ 등의 발화. ‘엄마’->‘엄마거’->‘엄마옷’의 발전을 보인다. 일어나서 팬티 입혀 달라고 ‘패~’ 해서 ‘팬티 거실에 있잖아. 가져 와 입혀 줄게’ 하니, 거실로 뛰어나가더니 그냥 돌아와 없다는 뜻으로 고개를 저으며 ‘아~이야’라 한다.
  요청의 일반적 발화로 ‘엄마 해 줘’ 하더니, 1년 7개월에 ‘엄마가 해 줘,’ ‘지차가 푸 그래’(기차)라고 주격 표지를 붙여 말하기 시작한다. 또 아빠가 한 대 때린 것을 와서 알리며, ‘아빠 때려’ 한다. 피해자(Patient)인 자기가 빠지고 행위자가 나타났는데, 물론 여기서 행위자가 더 새 정보임에 틀림 없다. 
  과거 시제 ‘-었’의 출현: 빵빵이(차)를 가지고 놀다가 또 다른 차를 찾으러 방으로 들어 갔다가 찾아 손에 쥐고 나와 보여 주면서 ‘빵빵이 찾았어’ 한다(1년 7개월). ‘형아덜 찾으’(찾아/찾자) 하며 현재형으로만 쓰고 있었다. 마르라고 말에 걸어 놓았던 양말들을 지나다가 보고 ‘말렀어’ 하고 걷어 가져온다. 하늘에 떠 있는 달을 보고 ‘달 떴(모음: 뜨)어 하늘에’라고 발화. 신문의 쿠폰을 남기려고 ‘너 찢지마’ 했는데 귀퉁이를 찢어가지고 엄마 보고 ‘찢었어요’라고. 변기 뚜껑을 닫으면서 ‘닫아요’ 하더니 닫고 나서는 바로 ‘닫았어요’라고. 앉으라고 하니 ‘아니야’ 하며 안 앉다가 설득 끝에 앉더니 그 순간 ‘앉았(모음:으)어’라고 한다. 막 마친 동작에 적용한다. 혁이는 또한 이 때(1년 7개월) 엄마에게 공손형 어미 ‘-요’를 쓰고 있음을 보게 된다.
  다음에서 존재 구문의 출현(1가,나), 요청 발화(1다,라), 과거 시제 발화(1마-냐), 첫 인용 발화(1아), 부정 발화(1랴), 의문 발화(1샤), 심리술어 발화(1야, 쟈)를 살펴보자.

(1)

가. ‘꼬깍 쩌 있다 꼬까가’(시계 저기) (식탁 위의 자명종 시계를 보며) 
나. ‘우유 없어 우유가’(다 먹고 비운 빈 컵을 들면서)
다. ‘이거 또 줘’(바나나를 가리키며)
라. ‘엄마가 해 줘’(퍼즐을 들고 오면서) 
마. ‘닫어’(혁이가 변기 뚜껑 열린 것을 보고) ‘닫었어’(스스로 닫아 놓고) 
바. ‘눌렀어’(엄마가 전화기의 off를 ‘눌러 봐’ 하니까) 
사. ‘멍멍이 탔어’(장난감 멍멍이를 기차에 앉혀 놓고) ‘기차 탔어’
아. ‘갔어’(비행기가 건물 뒤로 날아가 버려 안 보이게 되니까)
자. ‘탔어’(자전거를 타고 와서 내리면서)
차. ‘아야 했어’(책에서 코끼리 코가 찢어진 것을 보고) 
파. ‘잠겄어’(문 손잡이를 돌리면서 엄마가 ‘안 열리네’ 하니까; 결과 상태 뜻)
타. ‘찢었어 엄마가’(광고에서 전화번호 페이지를 찢으니까)
카. ‘아빠 안경 썼어’(사진을 가리키며)
하. ‘찢었어’(찢어진 책을 펴서 만지고 가리키며; 자기가 찢었다기보다 상태) 
갸. ‘엄마 먹었어 수박’(그림의 수박을 달래서 먹는 시늉을 하니) 
냐. ‘빠나 먹었어’(유아원에서 돌아오는 버스에서 ‘혁이 점심에 뭐 먹었니?’ 하니까) 
댜. ‘아 뜨, 엄마가’ (다리미를 보면서; 며칠 전 다리미질하는데 혁이가 닥아 와 ‘아 뜨거’ 하니 만지지 말라고 한 것을 회상해 인용한 것으로 보임)
랴. ‘안 나와’(전화 받다가 상대방이 끊으니까) ‘안 나와’(잠긴 수도 꼭지를 보고도) 
샤. ‘이거 뭐야?’(유아원 벽의 나비 그림 가리키며)
야. ‘졸려요’(저녁에 눈 비비며)
쟈. ‘토끼가 무서워’(토끼 있는 장면에서 그냥 넘기려 해서 ‘혁아 너 무서워?’ 하니)

 
  존재구문 긍정 부정 발화에 주어가 주격 조사를 달고 나타났다. 필자는 주격 조사에 비해 화제(Topic)격 또는 대조(Contrast)의 조사 ‘-는’은 좀더 후기에 나타날 것으로 보아 왔는데, 혁이의 경우도 대조의 뜻으로 쓰인 ‘-는’이 3개월 뒤인 1년 10개월(22개월)만에 나타난다(엄마 발과 제 발을 맞대면서 ‘엄마 거는 커, 혁이 거는 작어’라고). 요청은 구체적인 물건을 달라는 요청과 무엇을 해 달라는 요청 두 가지가 다 나온다. 여기서 ‘해 줘’는 원래 경동사이다가 대동사처럼 두루 쓰일 수 있게 된 ‘하다’와 수혜의 보조동사 ‘주다’가 결합한 것이다. (1마-냐)의 과거 시제는 상태 변화를 일으키는 타동사나 장소이동을 가져오는 동사 등 다양한 동사들에 적용되어 대개 완료를 뜻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반드시 비대격동사나 달성(achievement)동사에만 붙지는 않았다. (1댜)는 피인용문이 먼저 나오고 말한이가 주어로만 뒤에 나타나는 인용문으로서 상위문의 말하기 동사가 빠진 형태다. 부정과 의문사 의문문을 쓰고, 심리술어를 경험주 하나만 있는 경우와 대상이 나오는 2항 술어의 경우 모두 발화하고 있다. 



5. 서법(Mood)/양상 표지의 습득

  5.1. 인구어의 습득에 있어서는 서법(mood) 표지에 해당하는 양상소(modal)뿐 아니라 다른 모든 굴절 요소가 뒤늦게 습득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Radford, 1990). 이에 반해, 한국어의 습득에 있어서는 인식 양상(epistemic modality)을 포함한 다양한 양상 차이의 문장 어미들이 비교적 일찍이 발달한다. 다양한 양상 차이를 보이는 서법표지의 습득을 분석하고 어떠한 양상 또는 서법이 먼저 습득되고 어떤 것이 나중에 습득되는가 또 기능 범주(functional category)는 어린아이 문법에 없는 것인가 또는 보편문법 속에 들어 있어 어린아이 문법에도 잠재적으로 나타난다고 보아야 하는가 하는 문제도 생각해 보기로 한다.
  각종 서법 표지가 대체로 생후 1년에서 2년 반 사이의 이른 시기에 습득됨을 볼 수 있으며, 한 아이는 1년 3개월, 다른 아이는 1년 만에 요청의 ‘-어’가 맨 먼저 나타났다(각각 ‘줘바,’ ‘이바’). 그 다음 평서문의 ‘-어’가 1년 4개월(또는 1년 10개월) 만에 나타났다. 그 뒤 굳은 표현으로 단언의 ‘-다’가 나오고, 1년 9개월부터 생산적인 ‘-다’가 나온다. 요청은 아이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수단이 되는 언표내적 행위로서 맨 먼저 습득됨이 자연스럽다. 그 뒤 단언 계열, 그 다음 제의(청유) ‘-자’(1;9-11), 그 다음 정보를 구하는 의문의 ‘-어?’(1;11-2;0)가 나타난다. 이 순서는 의의 있으며, 이 과정에서 좀 늦게 ‘-ㄹ께,’ ‘-ㄹ꺼야,’ ‘하지 마’ 등등의 양상 관련 어미들이 나타나나, 화자인 아이 입장의 의도 아닌 상대방의 것을 뜻하기도 하는 등 시각의 뒤바꿈이 나타나기도 한다. 일찍이 인용의 행위가 나오며, 이는 보문소의 문제를 제기한다. 이 기간에 대체로 16종의 서법표지가 나타난다. 주어 공손의 ‘-요’가 나타나기 시작하고, 부정(negation)이 요청과 쓰이되, ‘안 가!,’ ‘하지 마!’가 섞여 나온다. ‘하다’의 쓰임이 본동사, 경동사 현상을 보이고, 감탄의 ‘-구나,’ 당장의 지각 표출인 ‘-네’의 발달이 지각, 인지의 표현 발달을 엿보게 한다. 상대대우(공손)의 ‘-요’에 비해 주체 대우의 ‘-시-’의 출현은 상당히 뒤늦은 편이다. 
  5.1 Radford(1990)는 영어의 습득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영어의 초기 어린아이 문법은 어휘적 범주 체계(lexical category system) 및 그와 관련된 문법적 속성의 습득이며, 기능적 범주 체계 및 그와 관련된 문법적 속성의 미습득이라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일반화했다. 즉 1년에서 1년 반 사이의 아이의 경우, 그 영어가 아직 범주적이지 못하여 복수 -s나 동명사 -ing 등의 굴절이 없고 생산적인 구절 또는 절 구조가 없고 의문사 의문에 대해 제대로 응답하지 못하는 바와 같이 어른의 문장을 분석(parse)하지 못할 뿐 아니라, 한정사(D), 보문소(C), 굴절소(I) 체계가 결여되어 있고, 20개월 무렵부터 범주적으로 발전하되, 이 시기의 초기에는 어휘적 범주(명사, 동사, 형용사, 전치사)에 국한되고, 20-23개월까지도 기능적 범주 체계는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음의 예를 살펴보자.

(2)

a.

(Mommy won't fit in the refrigerator에 대한 반응으로)
Mommy fit refrigerator (Claire 24-25) (양상소 결여)

b.

기타 한정 굴절(-d/-s), do-받침, 계사 be, 진행 be, 완료 have 결여, 술부 앞 부정(Radford 1990 참조)


  이 분석은 기능적 범주의 하나인 굴절소 체계에 양상 조동사를 비롯해 부정법 to, 위 (2b), 주격표시, 빈 범주가 속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한국어에서는 서술문, 의문문, 명령문, 청유문과 같은 문장 유형을 갈라 주는, 문장 어미로 표시되는 서법(mood)에 해당하는 형태통사론적인 범주가 있음에도 위의 분석으로는 이에 대한 고려가 없게 되고, 같은 서술형 안에서도 인식 양상의 차이에 따른 문장 어미의 차이가 나타나는 현상에 대해 설명할 길이 없게 된다. 통사론적인 고찰로도 새로운 시야가 필요하고, 또 서법은 언표내적 행위나 힘 및 양상(modality)과의 관계하에 의미-화용론적인 접근을 하지 않고서는 그 자체나 그 습득의 분석이 어렵다고 본다.

5.2. 그러면, 서법 표지를 개략적인 습득 순서에 따라 열거해 보자. 

(3)

A.

-어 [요청], -어 [주장], -다 [서술], -자 [청유] 
-어 [의문], -구나 [감탄], -네 [놀라움]

B.

-지 [추단], -(ㅡ)ㄴ데 [(덜) 맺음]
-(ㅡ)ㄹ께 [약속], -(ㅡ)ㄹ래 [의지], -(ㅡ)ㄹ꺼야 [추정],
-(ㅡ)ㄹ 테야 [의도], -어야 돼 [의무] 

C.

-요 [공손], -대 [인용] 


  여기서 같은 형태의 ‘-어’라도 언표내적 기능이 완연히 구별되는 요청, 단언, 의문의 문장 어미를 각각 별도의 것으로 잡았으며, B의 것 모두와 C의 ‘-대’는 어떤 면에서(특히 화계상) 단언의 ‘-어’와 통해 묶을 수 있으나, 양상 의미 등의 차이가 나타나는 각기 다른 문장 어미이므로 여기서는 각각 구별하는 입장을 취하기로 한다. 

  5.3. 위 (3A)의 문장 어미들은 기본적인 문장 유형/서법과 관련되는 것들로서, 다른 것들과 비교해 비교적 이른 시기에 습득된다. 이들 중 ‘-다’와 ‘-자’는 성인 문법의 내포 보문 어미로도 나오는 형태이고, ‘-구나’는 문장 형태로 굳어진 감탄문의 어미이며, ‘-네’는 기존 문법에서의 취급이 극히 소홀하면서도 일상 대화에서 대단히 중요한 문장 어미로 자리잡은 형태이다. ‘-어’는 원래 기존 문법에서는 경어체계의 분류에서도 열외에 둘 정도로 얼치기(속칭 ‘반말’)로 취급받아 왔으나, 일상 언어 생활에서 가장 생산적으로 많이 쓰는 문장 어미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같은 분절음으로 된 ‘-어’가 맥락과 억양에 따라, 우선 요청/단언/의문의 세 가지 서법에 쓰임은 주목할 일이며, 이 세 가지가 모두 이른 시기의 국어에 나타남은 더욱 주목할 일이다.
  그럼 제일 먼저 습득되는 것으로 나타난 요청의 ‘-어’의 출현을 살펴보자.

(4)

서경이 [요청 ‘-어’] 
1; 2.28 줘 봐 
1; 4.6 엄마, 이리 와 
1; 10.6 아빠 줘 [엄마한테 요구르트 하나를 가리키며]
1; 10.9 빵 줘 [목적어 구문] 
1; 10.19 밤 궈 줘
1; 10.22 놔 둬
1; 11.1 놔 봐 
1; 11.5 안아 줘 [엄마 팔이 제가 집으려는 김치를 가린다고]
1; 11.9 깎어 [ ‘수염, 수염’ 하고 나서]
1; 11.25 꼬깜 가져 와. 사과 사 와 [목적어 구문]
아빠 앉어 [밥상에 먼저 앉아]
1; 11.29 줘 [뭐 해달라는 뜻으로, ‘엄마 챙피해’ 다음에]
2; 0.5 하지 마 [부정 명령/금지]
2; 0.14 약 발 [오른 팔을 걷고 약 발라 달라고]
2; 1.8 저거 하지 마
2; 2.0 아빠, 책 보지 마
2; 5.8 아빠, 학교 안 가! [부정소+동사의 명령형] [‘가지 마’의 뜻]

(5)

준규 [요청 ‘-어’]
1; 0.4 이 봐 [벽의 노래하는 조화를 가리키며]
1; 0.12 이 봐. 엄마, 이 봐 [발목의 양말 자국 가리키며 걱정스럽게]
1; 2.5 이리 와
1; 3.20 여봐, 여봐
1; 9.25 아빠 가. 아빠 코자
1; 10.18 여 와 [이리 와]. 비 저 [비켜 줘]. 비커 [비켜]
1; 10.23 베껴 줘. 내려 줘
2; 0.16 가지 마 [부정 명령] 
2; 1.18 안 불 꺼요! [불 끈다고][부정소+동사의 부정 명령형]
2; 2.11 아빠 코자지 마요 [공손형의 부정 명령]

 
  한 단어 발화의 시기인 만 한 살 때에 이미 ‘이 봐’(준규), 1; 2에 ‘이리 와’(준규), 1; 4에 ‘줘 봐’(서경) 등 요청의 ‘-어’가 나타난다. 윤정이의 경우, 1; 1에 ‘빨리 와’[요청]가 나타나고, 그 이전 11개월 무렵 거의 동시에 ‘아푸다,’ ‘깡’[물라고], ‘아떠’[아, 뜨거워], ‘좋다’가 나타난다. 이 경우 한 단어 발화 시기에 나타난 이들 감각어 종류는 단어 수준으로 취급해야 할지도 모르나, ‘-다’가 붙은 형태가 맨 먼저 나타나, 다른 두 아이와 대조를 보이고 있다. 문장 어미들이 동사와 덩이가 되어 습득된 것이 아닌가 생각할 수 있고, 초기의 ‘댔다’나 가리킴말과의 결합 등은 그렇게 볼 수 있는 여지가 전혀 없지 않지만, 생산적인 결합관계로 보아 모두 다 그렇게 보기는 힘들다.

  5.4. 요청의 ‘-어’ 다음으로 주장의 ‘-어’가 나타난다. 대체로 1년 4개월만에 처음 나타났다. 먼저 자료를 살펴보자.

(6)

서경이 [단언 ‘-어’]
1; 4.23 바보야 [제게 관심을 보이지 않고 신문만 보고 있으면]
1; 7.21 바보야 아빠
1; 8.2 맞어 [반달을 가리키며 ‘달’ 해놓고, 고개를 끄덕이며]
1; 8.18 아퍼
1; 9.5 엄마 바보야, 아빠 바보야 
1; 10.3 업어 줘 [꼬끼오가 사과 업은 그림 보고]
1; 10.15 무거워
1; 10.25 아냐 [부정]
1; 11.3 뺐어
1; 11.7 묻어
1; 11.10 아빠가 바보야 [문장, 주격]
1; 11.16 아 떠 [뜨거워]
1; 11.25 꼬깜 좋아. 배불러
1; 11.29 엄마, 챙피해
2; 0.4 몰라
2; 0.7 떡 먹었어. 배불러 -- 서경이 배불러. 엄마 먹어 [얼마 전에 떡을 먹으면서 걷다가 ‘배불러 엄마꺼’하고 준 일을 전화로 할머니께 차례로 서술]
2; 0.19 엄마 잡었어 [엄마를 뛰어가 잡고]
2; 0.20 올라 가 [종래 ‘올라’ 하다가, 컴퓨터 치기 위해 의자에]
2; 0.25 밥 싫어. 엄마 뱃속에 -- 서경이 동생 있어, -- 베이비 있어 
2; 1.7 불 --- 어두워
2; 1.9 넘어져 --- 미끌
2; 1.13 차거워 [수도물에 손 씻기는데]. 뜨거워 [뜨거워지니까]
2; 1.14 따거워 [아빠 수염 닿으니까]
2; 1.19 아빠 딸 아니야. 
2; 1.17 (바보야 같이)
2; 2.0 재미 없어 [TV에 독일 심리극이 나오니까]
2; 2.16 마크스했어 [우유 배달이 마스크한 것을 보고]
2; 2.20 아줌마 사 줬어 [월드컵 운동화를 신으면서] 

(7)

준규
1; 1.24 아푸
1; 4.16 아 떠 [뜨거워]
1; 4.24 아퍼, 아퍼 [기저귀에 싸 놓고 불편하다고]
1; 5.8 불 이떠 [있어], 불 이떠 
1; 6.23 엄마, 요 붕 애떠 [했어] [방귀 뀌어 놓고]. 아빠 요 애떠
[‘안녕히 가(계)세요’ 등의 인사말] 
1; 7.4 인너 [인형=애기] 우어떠 [울었어], 인너 우어떠
1; 7.14 아빠 약 -뻐렸어 [서경이가 아빠 약병을 뒤틀고 있으니까]
2; 1.4 엄마, 안 비가 와. 말 안 해 [부정]


  한편, 윤정이는 1; 2.20에 ‘아, 션내’(시원해), ‘하버지꺼야’, 1; 3.19에 ‘챙피해’ 등의 발화를 하고, 1; 3.20에 부정 의지의 ‘안 해’, ‘안 먹어’, ‘안 가’를 발화해, 위의 두 아이들보다 빠름을 알 수 있다.
  단언의 ‘-어’는 화자가 마음 속에 이미 받아 들여 감지하고 있는 일의 상태를 주장하는 언표내적 행위에 쓰므로, 특히 준규에게서 보듯이 상대에게 알리기 위해, 또는 지난 일을 기술하는 데에 잘 쓰인다. 다만 술어의 상(aspect)적 구분에 따라, 감각/심리적인 것은 현재의 상태를 상대에게 알리는 기능이 두드러지므로, 현재 시제로 많이 나타남을 볼 수 있다. ‘아 떠’ 같은 발화는 ‘아 뜨겁다’보다 형태가 짧아 급히 쓰기에 적합하므로 굳어진 형으로서 돌보는 이의 위험 경고용으로나 실제 뜨거운 것을 만졌을 때의 위급한 발화로 잘 쓰인다. 정체 밝히기(예: ‘바보야’), 부정(‘아니야’), 화자의 (부정적) 의지 표명(‘안 먹어’), 소유 주장(‘내꺼야’)에도 이 어미가 쓰임은 당연하다.

  5.5. 서술의 ‘-다’는 원래 서술형 문장의 기본적인 문장 어미이지만, 그 기능이 이미 살펴본 단언의 ‘-어’와 같은 다른 서술문 어미들의 기능과 분화되어 나타나고 있다. 먼저 자료를 살펴보자.

(8)

서경이 [서술형 ‘-다’] 
1; 4.0 아프다 
1; 4.6 브다 [없다] 
1; 4.12 댔다 [‘나 좀’ 해서 바라는 것을 주면]
1; 5.1 좋다
1; 10.5 없다
1; 11.7 왔다 [엄마 찾으며 울다가 밖에서 문 열고 들어 오는 소리 나니까]
2; 0.17 많다. 크다
2; 0.23 크다
2; 0.26 무우다, 무우지
2; 1.17 재밌다 [컴퓨터를 치면서]
2; 1.18 야, 돈 많다 [돈을 여러 장 만지면서]
2; 3.7 서경이 반지 여기 있다 [지갑에서 제 반지를 찾아 내고] 
서경이 반지 예쁘다/. 너무 예쁘다/

(9)

준규 [서술형 ‘-다’] 
1; 4.16 댔다 [볼펜 뚜껑을 맞춰 끼우고 나서]
1; 8.19 나무 있다. 또 나무 있다 [화초를 하나씩 가리키며]
1; 8.26 상 있다. 곰 있다
1; 9.1 움머 궁디 있다
1; 9.18 퇴끼 있다 [토끼 무늬 보고]
1; 9.25 엄마 불 있다. 불, 불, 불 많다 [밤에 창밖을 내다 보고 동네 전기 불이 많으니까] 
1; 10.23 아우뜨 맛있다 [요구르트]
1; 10.24 창문 떼브다 [예쁘다]
2; 0.12 택시 온다 [오니까]
2; 1.3 넘어졌다 [계단에서 넘어져서]


  서술문 어미 ‘-다’는 사실의 발견을 바로 표출하는 어미다. 예기했던 또는 가능한 일이 사실로 맞아 떨어질 때의 판단을 나타내는 어미다. 따라서, 존재 여부, 도래, 외관, 달성의 서술에 주로 쓰게 된다. 대부분 현재의 존재/제시 구문으로 되어 있다. 감각/심리 술어도 ‘맛있다’, ‘재밌다’, ‘좋다’와 같이 긍정적이고 바람직한 것을 표출하는 것으로서, 화자가 자족하는 상태를 나타내나, ‘아퍼’ 등은 상대에게 호소하는 여운을 남기게 된다. ‘-어’가 약간 먼저 나타나는 것이 자연스러운 순서인 듯하나, 거의 동시적이거나 또는 ‘-다’가 먼저 나타나는 수도 있다. ‘-다’가 먼저 나타나는 경우는 경상도/남쪽 방언의 입력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초기에 서경이가 ‘-다’ 발화가 준규보다 많은데, 초기에 서경이가 준규보다 외할아버지 댁에서 더 자주 지내면서 경상 방언의 입력 영향을 다소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이 점은 외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영향을 입은 윤정이의 초기 발화에서 더 두드러진다. 11개월 때, ‘아푸다’, ‘아 떠’, ‘좋다’, 1년 1개월에 ‘아 좋다’, ‘잔다’, ‘엄마 왔다’와 더불어 ‘빨리 와’가 나오는가 하면, ‘뭐 하노?’, ‘밥무라’ 등 방언 표현의 흉내가 나온다. 일반적으로 경상 방언에서는 ‘-다’/‘-습니다’체가 주도적이고, 여성어로 ‘-어예’가 쓰이므로, ‘-어’/‘-어요’체가 빈도가 낮아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중부 방언에서 ’-어‘/’-어요’가 남녀노소 관계 없이 발달해 있다. 
  한편, 최순자(1991)는 독립적으로 문장 어미들의 인식 양상에 관해 좋은 관찰과 분석을 했으나, 인식 양상이 마음-묶기(deontic) 양상보다 먼저 습득된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요청의 힘을 가진 발화가 맨 먼저 나오고 어미의 경우에도 요청 내지 주의 끌기 힘을 가진 ‘-어’의 발화가 주장의 그것보다 다소 앞서기 때문이다. 다만 서법과 관계 없이 복잡하게 발달하는 마음-묶기 양상소의 습득이 오류도 많고 습득시기도 약간 늦은 편이다(뒤의 5.10 참조). 또한 어미의 억양이 올라가는 ‘-다’를 의문형으로 취급한 것은 정확치 않아 보인다(경상 방언의 영향일 가능성이 있다고도 한다). 예컨대, 서경이의 발화 ‘서경이 반지 예쁘다/, 너무 예쁘다/’는 억양이 올라가게 마련인데, 이는 질문이 아니고, 화자가 자신과 관련된 일의 상태나 사건에 대해, 대개 자랑하는 마음으로 자신 있게 단언을 하되, 상대의 반응을 기대하는 심리 상태이므로 억양이 올라가는 것이다. 이와 같은 아이들 발화의 재미있는 기능은 ‘-어’를 가지고는 결코 수행할 수 없다. ‘-어’의 억양이 안 올라가면, 주장을 전달할 뿐이고, 억양이 올라가면, 질문의 행위가 될 뿐이다. 
  그러나 이 서술형 어미 ‘-다’는 뒤에 논할 ‘-네’와도 기능을 달리 하고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5.6. 제의(청유)형 어미 ‘-자’의 습득 과정을 보자. 상대의 행동을 유도하는 점에서 요청과 통하나, 화자가 청자에게 같이 행동할 것을 제의하는 언표내적 행위로서, 한국어에서는 별도의 문장 어미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인구어의 사정과 다르다. 자료를 보자.

(10)

서경이 [제의형 ‘-자’]
1; 11.16 보자
1; 11.17 책 좀 보자 [‘책 좀’ 따로 ‘보자’ 따로 하다가]
2; 0.14 가자. 아빠 가
2; 2.23 지하실 갔다 오자
2; 2.26 아빠 낙성대 가자
2; 2.27 보자, 보자, 나도 보자 [아빠가 쥐고 보는 통장을 뺏으며]

(11)

준규 [제의형 ‘-자’]
1; 8.14 가자 [엄마가 건조대로 가려니까 앞장 서서 달리면서]
1; 8.28 빵 빵 가자
2; 0.20 보자, 한번 보자 [보고 있던 카드를 서경이가 뺏으니까, 얼른 잡아당기며]


  화자가 공동의 행위를 제의하는 상황에서 주로 쓰이지만, 준규의 마지막 발화에서 보듯이, 자신의 행위가 가능토록 허용 또는 협조하라는 파생적인 요청의 언표내적 행위로 확대 사용된다. 이는 어른들의 제의 형식의 발화에서 더욱 확실해진다(버스에서 ‘내립시다’ 하면서 혼자 내리는 경우). 또한, ‘발’ 하는 명사 단어의 발화로 신발 신고 나가자는 제의의 언표내적 행위를 수행하기도 한다.

  5.7. 놀라움의 문장 어미 ‘-네’는 대체로 제의의 ‘-자’보다는 약간 늦게 습득된다. 준규가 1년 9개월, 서경이가 2년 1개월 무렵에 나타난다. 그러나, 윤정이의 경우에는 1년 2개월 4일만에 ‘없네’(엄마가 종이를 감추니까 손바닥을 펴 보고서)라고 발화한다. 
  ‘-네’는 예기치 않았던 또는 예기했던 것과 다른 일의 상태나 사건을 즉각 지각하면서 이 인지적 상태를 놀라움으로 나타내는 양상 어미이다. 그러므로 억양도 약간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 자료를 살펴보기로 하자.

(12)

서경이 [놀라움 ‘-네’]
2; 1.24 어 없네 [물건을 찾다가 없으면]
없어졌네 [찾는 시늉하다가]
가 버렸네 [그 다음에]
2; 2.7 깜짝 놀랐네 [우유 배달이 벨을 울리니까]
2; 2.7 잘하네
2; 3.4 아빠 가 버렸네 -- 바보 같이 [‘아빠 앉으서요’ 해서 그 말을 쓰려고 큰 방으로 들어가니까]
2; 3.11 쪼끔 있네 [(국수) ‘다 먹었어?’ 하니까]
2; 3.13 여깄네. 안 나왔네 [풍선 달린 나팔을 아빠에게 줘 부는 시늉을 했으나 소리가 안 나니까] 
2; 3.19 아이 비 엠 없네, --- 없어 --- [Time 뒤적이며]

(13)

준규 [놀라움 ‘-네’]
1; 9.18 아빠 꺼이 [아이스크림] 읎네
2; 1.16 여기 불 켰네 [불 켜 있는 것을 보고]
2; 1.18 아빠 밥바 잘 먹네, 김치하구


  서경이의 경우, 2년 1개월에 ‘-네’ 문장을 발화한 것으로 나왔으나, 이 때 이미 매우 생산적인 점으로 미루어 보아, 그 이전 한두 달 전부터 발화했을 가능성이 높다. 윤정이의 1년 2개월은 대단히 빠른 것이다(‘없네’, ‘안 보이네’, ‘엄마 왔네’, 그 뒤 <1;10>‘아, 어디 갔지? 이상하네’, ‘아, 안 나오네’, <1; 11>‘볼이 빨개졌네’, ‘눈꼽이 안 떨어졌네’ 등의 예). 대체로 1년 2개월에서 2년 사이에 습득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 쓰임의 맥락은 찾다가 없을 때, 계속 있어야 할 것이 없어졌을 때, 의외의 완료적 또는 진행 상태를 목격했을 때 등으로 일관성이 있고 잘 정의되어, 확고한 인식 양상임을 알 수 있다.

  5.7. 감탄문 어미 ‘-구나’는 두 아이 뿐 아니라 윤정이까지 모두 1년 11개월 때에 나타났다. 나타나는 빈도는 높지 않은 편이다. 자료를 보자.

(14)

서경이 [감탄형 ‘-구나’]
1; 11.25 열쇠 --- 있구나
2; 1.11 더거 --- 있구나
2; 3.13 이 쪽 발렀구나 [가려운데 약 발랐더니]
2; 3.19 응, 깼구나

(15)

준규 [감탄형 ‘-구나’]
1; 11.22 아, 있구나 [엄마를 부르며 찾다가 방에서 나오니까]
2; 0.1 나왔구나 [커튼 속에 숨었다가 나와서는] 
Cf. 윤정이
1; 11.15 얼음통 여기 있구나


  문장 어미 ‘-네’가 예기치 않았던 또는 예기했던 것과 다른 일의 상태를 당장 발견하면서 발하는 것인 데 반해, 감탄문 어미 ‘-구나’는 예기했던 또는 긍정적인 사실을 발견하면서 즉각 발하는 문자 그대로 감탄을 나타내는 발화에 쓰인다. 찾던 것을 발견했을 때 많이 나타남을 볼 수 있다.

  5.8. 의문의 문장 어미 ‘-어?’의 습득 과정을 보기로 하자. 의문의 어미 ‘-어?’는 요청의 ‘-어’나 단언의 ‘-어’ 및 서술문 어미 ‘-다’보다는 상당히 늦게 나타나는 것으로 기록되었다. 자료를 보자.

(16)

서경이 [의문 ‘-어?’]
2; 0.23 어딨어? [세면 도구]
2; 1.2 아빠야 어디 있어? [몰래 나가니까]
2; 1.17 되잖아? [<-을 눌러 왼편에 ]이 나오는 것을 보고][수사적]
Cf. 2; 04 너 왜 우니? [그림 장면] [꼬끼오가 사과를 보고] 
2; 2.5 이거 어딨나?

(17)

준규 [의문 ‘-어?’]
1; 9.18 뭐야? 뭐야?
1; 10.26 엄마 밥바 다 먹었어?
1; 11.0 상 어딨어?
1; 11.3 엄마, 두 개 아 뜨거? [가스렌지 양쪽의 끓는 것]
Cf. 윤정이
1; 1.? <뭐 하노?> [외할아버지 흉내]
1; 2.0 이 닦아?
1; 2.15 (방에?) [방에 들어 갈까?]
1; 3.12 학교 가? 
1; 4.14 지금 몇 시야? 다섯시다.
1; 4.19 재밌어?
1; 4.21 (언니, 공부?) [언니가 책을 옆에 끼고 있는 것을 보고]
1; 5.20 누구야?
1; 6.17 <맛 있니?>
1; 7.14 (아빠, 이거 뭐?) [그림들 가리키면서]
1; 9.8 티비 안 나오잖아? [수사적 의문문]

  의문 서법의 어미 ‘-어? ’는 요청과 주장의 경우와 달리 억양이 올라감으로써 분명히 구별되기 때문에 서법상으로도 쉽게 분류할 수 있다. 준규의 이 의문문이 1년 9개월에, 서경이의 것이 2년 갓 넘어 나타난 것으로 기록되었으나, 1년 반 이후에 가서 자리잡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윤정이나 서경이가 일찍부터 수사적 의문문(rhetorical question)을 쓰게 된 것은 놀라운 일이다. 단언, 주장의 서술문이 먼저 습득되고 의문문이 나중에 습득됨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명제 내용의 사실 여부나 명제 속의 모르는 부분에 대해 정보를 구하는 것이 의문문이기 때문에 서술문과 닮은 명제에 대한 지식이 선행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 밖에 다른 어미의 의문문도 발생한다. 윤정이의 경우 1년 1, 2개월에 모방으로 ‘뭐 하노?’, ‘알았지?’, ‘맘마해까?’(맘마 해 줄까?) 등이 나오고 <1; 3.18>부터는 ‘맞지?’에서 시작하여 ‘어디 있지?’<1; 3.25> 등 어미 ‘-지?’의 의문형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그러다가 <1; 6.17>에 ‘맛있니?’의 ‘-니?’의문형이 출현한다. ‘-니?’ 의문형은 어른이 아이에게 또는 또래들끼리 쓰는 형인데도, 경상 방언 영향의 윤정이에게서는 <1; 7.12>에‘안 했니?’, ‘했니?’ ‘뭐 먹니?’가 나오는 등 실제로 쓰였고, 서경이의 경우에는 그림 보는 상황에서만 나타났다.
  서경이와 준규는 의문사 의문이 먼저 기록되었고 여부 의문이 먼저 나타난 것으로 기록되었다. 여부 의문이 먼저 습득될 것으로 예상되나, 의문사 의문문과의 습득 순서가 바뀔 수도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시차가 별로 없는 듯하다.

  5.9. 그러면, (3B)에 보인 추단(supposition)의 어미 ‘-지’와 그 밖에 양상의 어미들 그리고 덜 맺음의 문장 어미 ‘-ㄴ데’의 습득 과정을 살펴보기로 한다.
  추단의 어미 ‘-지’와 덜 맺음의 어미 ‘-ㄴ데’. 추단의 양상을 나타내는 어미 ‘-지’는 두 살(2;0) 경에 나타난다.
  서경이의 경우, 이모를 부를 때마다 어른들처럼 ‘혜선아’ 하니까, 엄마가 ‘‘혜선아’가 뭐야? 이모지’라고 고쳐준 다음부터 ‘이모지’를 되뇌이고 있었다(2;0.15). 그러다가 인형을 주니까, ‘크지’ 하고 어울리지 않게 말하여 아빠가 잘 못 알아들으니까, ‘크다’라고 크게 말하는 것이었다. 또 아빠가 ‘어제 낙성대 갔었니?’ 하고 물으니까, ‘물 봤지’ 하고 대답한다(2;2.19). 또 아빠가 넥타이를 매고 있으니까, ‘아빠 학교 가지’ 한다(2;2.19). 못 알아 들으니까 ‘크다’라고 고쳐 말한 데서 볼 수 있 듯이 대체로 서술형 문장 어미로 넓게 쓰기 시작함으로써, ‘크지’에서 보듯 맥락에 잘 맞지 않는, 즉 양상적인 의미가 실리지 않은 상태로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빠에게 새 정보를 알리는 상황에서 ‘물 봤지’라고 말한 것도 잘 맞지 않고, 끝의 사용 예도 의문의 ‘-지?’가 아니므로 잘 맞지 않으나, 약간씩 나아지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준규는 의문의 ‘-지’부터 시작한다. ‘아빠 어딨어? 으응, 아빠 어딨지?’ [아빠의 지갑 속을 뒤적거리면서](2;0.28) 이와 같은 의문사 의문문의 ‘-지’는 화자가 내가 알아야 하는데 좀 도와 달라는 제의의 인상 또는 필요한 답을 같이 구하자는 제의의 인상을 주면서 청자와 좀더 상호작용이고 유화적이라고 할 수 있다. 준규의 다른 사용 예는 서술형이다. ‘‘‘여보’ 뭐야? ‘엄마’ 그래야지’(엄마에게 엄마라고 해야지, 여보가 뭐냐고.)(2;1.0). 여기서 특히 ‘-지’가 선행하는 ‘-어야’라는 의무(deontic) 양상에 붙어 있다. ‘-어야’는 양조건적(biconditional)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본다. 준규의 이들 발화는 적절하며 이때 이 어미가 이미 확립된 것으로 보인다. 윤정이의 경우 엄마의 ‘알았지?’ 하는 발화를 1;1.20에 이미 따라 되풀이하고 그 뒤 1개월 후에는 ‘덥지?’ 하는 발화를 독자적으로 한다. ‘-지’를 수반한 여부 의문문은 동의를 구하는 부가 의문문의 성격을 지녔다. 화자가 이미 해당 명제에 대해 참 쪽으로 추단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윤정이는 이어 ‘재미있지요?’(1;5.12), ‘엄마 달걀 먹었지?’(1;6.24) 등을 발화한다. 다른 여부 의문문은 문미에서 억양이 바로 올라가나, ‘-지’ 여부 의문문은 끝이 약간만 올라가서 유지되는 억양을 보인다. 물론 ‘-지’에 ‘-요’가 덧붙으면 오름 억양이 그 끝으로 옮겨 간다. 대체로 습득에 있어서 의문의 ‘-지?’가 서술의 ‘-지’보다 다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엄마 등 주변의 말에 전자가 많이 나와 주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일찍 나타난 윤정이의 것은 모두 의문형이고 준규의 것은 의문이 기록상 며칠 앞선 것으로 나타났고, 서경이의 경우만 서술의 ‘-지’가 그것도 잘 맞지 않게 먼저 나타났다. 
  미완의 생각을 나타내는 문장 어미 ‘-ㄴ데’도 두 살 때 나타난다. 준규가 ‘아빠 껀데!’ 한다 [종이를 달라고 해 엄마가 아빠의 편지지를 내주면서 괜찮다고 해도]. 서경이는 제 모자를 보면서 ‘정말 예쁜데!’라고 말한다. 윤정이는 엄마에게 언제 가느냐고 묻고 좀 있다가 간다고 하니까 ‘어디 가는 건데?’ 하고 다시 묻는다. 연결 어미이던 것이 문장 종결 어미로 쓰이면서도 마치 연결 어미처럼 이어질 말이 있는 듯한 여운을 남기면서 상대방의 의향을 떠보듯 맺는 특징이 있다.

  5.10. 마음 묶기(deontic) 양상. 마음 묶기 양상 표지들을 발화 예에서 살펴보기로 하자. 의지 표현들이 어떻게 쓰이나 살펴보자. 

(18)

 -ㄹ께
서경 2;0.5 안 할께 
준규 2;0.28 엄마, 준규 하께 
윤정 1;6.13 하나만 주께 

(19)

-ㄹ꺼야
서경 2;0.9 아빠 엄마 갈꺼야 
준규 2;0.26 엄마, 선풍기 끝났어 또 할꺼야
윤정 1;7.1 앉을꺼야
1;7.16 집에 갈꺼야?

(20)

-ㄹ래
서경 2;3.13 끊어 버려, 나갈래 
준규 2;2.9 엄마, 아무 것두 먹을래 
윤정 1;11.18 국민학교 갈래

(21)

-ㄹ테야
서경 2;4.25 사탕 먹을 테야, 나는 

(22)

-어야 돼
서경 3;2.11 빨아야 돼

(23)

안 돼
윤정 1;4.18 안 돼 

(24)

서경 2;4.25 닫아겠다 
서경 2;2.7 맛있겠다 
준규 2;2.9 무서워 죽겠다. 


  서경이의 초기 ‘-ㄹ께’는 상대의 의지에도 적용된 듯 ‘안 할께’가 금지의 뜻으로 ‘하지 마’와 비슷하게도 쓰였다. 상호작용적 의미가 있어 상대에게 다짐하는 양상으로서 나중에 약속 상황에서만 쓰이게 되었다. 이에 비하면 ‘-ㄹ꺼야’는 상호작용적이지 않다. 화자가 자신의 장차 행위에 대해 초연하기 때문에 차츰 미래의 뜻이 생기고 묶는(deontic) 힘이 약화했다. 따라서 3인칭과 쓰이면 짐작의 인식 양상을 띈다. 아이들은 1인칭에 계획을 나타내기 위해 주로 쓴다(Gee & Salvasir 참조). 
  (20), (21) 두 형태가 모두 화자의 의지를 나타내나, (20)의 것(‘-ㄹ래’)은 사랑스럽고 어린아이다운 표현으로서, 상대방의 승인을 구하는 듯한, 애교 섞인 인상을 준다. 이에 반해, (21)의 것(‘-ㄹ테야’)은 상대방의 의견에 관계 없이 화자의 결의를 나타내는 형태로서 어린아이의 발화에는 흔히는 나타나지 않는다. 의문문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형태들이면서도, (20)의 의문문 형태조차 초기 어린아이 말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20)의 서술문 형태는 주로 아이가 어른에게(또는 간혹 또래에게) 사용하나, 어른이 아이에게 쓰지는 않는다. 그 의문문은 거꾸로 어른이 어린아이에게 쓰지만, 아이가 어른에게 쓰는 일은 드물다. 이는 자연스러운 추세로서, (20)의 의문문은 (21)의 의문문보다는 더 친밀감을 주는 형식이다. 
  그 밖의 양상 표지들도 마음 묶기 양상의 의무, 금지의 뜻으로 쓰이고, 짐작의 인식 양상 ‘-겠-’과 상대의 의견을 묻는 ‘-ㄹ까? ’와 같은 양상이 나타난다.

  5.11. 습득 과정에서 어른의 발화와는 달리 오류가 종종 발생한다. 혼합 양상의 현상, 인칭 뒤바뀜 등의 오류 및 확대 적용, 개념상의 오류를 살펴보기로 한다. 

(25) 뒤섞인 양상: 서경 2;3 넘어지겔라[‘-겠’과 어른이 아이에게 경고로 쓰는 ‘-ㄹ라’] 준규 2;2 엄마, 저거 먹구싶을래 

(26)

인칭 잘못 적용: 서경 안 할께 [‘하지 마’의 뜻]
2;1 배불러 내일 또 주께 [-또 줘] 
2;3 무거워 아빠가 들으께 
준규 2;1 엄마 하께 [아빠가 도와주겠다고 하니까 엄마에게로 가면서]
2;0 엄마 할래
2;1 누나 하께 [누나에게]
2;2 준규 사 주께 [아빠가 아이스바를 산 뒤]

(27) 과잉 확대: 서경 2;0 크지 [곰을 주니까]
(28) 어휘 개념 오류: 혁이 2;9 말이 떨어졌어 [넘어졌어] 
(29) 어휘화 오류: 서경 2;5 아빠 안 가! [가지 마]



6. 끝맺기

  주체존대는 상대에 대한 공손과 겹치는 것(명령형의 ‘-세요’) 외에는 즉 3인칭 존대는 습득이 비교적 늦은 편이다. 다만 전화놀이에서는 일찍 나타나기도 한다. 부정은 명제의 부정이라는 기저적 개념에 어울리게 우리말에서는 술부 앞에 부정이 놓이는 습득 단계가 있고, 금지 즉 부정명령도 부정과 명령이 분석적으로 나타나는 단계가 있을 뿐 아니라, ‘비가 와’와 같은 분명한 비대격 구문의 부정은 문장 전체(술부로 분석할 수도) 앞에 부정이 나타나는 재미있는 현상을 보인다(‘안 비가 와’). 또 부정소 ‘안’과 명령형이 나와(‘안 가!’) ‘-지 마’를 대신하는 시기가 있음도 기저 개념을 반영한다. 
  양상과 관련해서는 문장 유형을 보이는 서법 범주가 우리말에서는 인구어의 굴절 체계보다 일찍 습득될 뿐 아니라, 같은 서술문 안에서도 어말 어미에 따른 상이한 인식 양상들이 일찍 습득되므로 이에 대한 주의가 요구된다. 그 후 생후 2년 쯤부터 습득되는 다양한 마음-묶기 양상을 나타내는 양상소들이 습득되므로 이에 대한 철저한 연구가 요구된다. 이는 기존 기능 범주 분석 방식만으로는 불충분하며, 의미-화용론적, 인지적 연구 성과를 수용할 수 있는 통합적인 문법 또는 최소한 계면(interface) 문법이 서야 할 것으로 본다.
  다음과 같은 순서의 문장 어미의 중첩은 허용되나, 그 반대의 순서는 허용되지 않는 것은 위에서 설명한 어미들의 특성 때문이며 기존 문법에서 설명되지 않았다. 이러한 설명이 포함되지 않고서는 좋은 문법이나 언어 이론이 될 수 없을 것이다. 화제-초점, 지시, 생략 등에 관한 화용론은 별도로 다루기로 한다.

(30)

a. 서경 2;3.19 아이 비 엠 없네 ---없어 [*없어, 없네]
b. 윤정 2;4.20 잘했다 잘 했어 [*잘 했어, 잘 했다]
c. 어른의 노래:잘 했군 잘 했어 [*잘 했어, 잘 했군]

  이상 우리말에서 제한된 언어 표현의 자원을 가지고 환유적 확장 등을 통해 맥락에 따라 다양한 소용적 취지를 전달하는 과정과 서법과 양상이 기본 틀을 갖추면서 놀랍게 발달하는 과정을 살펴보았다.
  화용론적인 습득 원리의 연구 분야가 아직은 그리 발달되지 못한 상태이나, 언어학, 심리학, 인지과학 제 분야에서 상호작용의 인지적 원리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으므로 앞으로의 연구 성과에 기대를 걸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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