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음운 규칙 발달

이기정   /   한양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



1. 서 론 

  어린아이들은 태어나자마자 소리를 내고, 첫 돌이 지날 무렵이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소리를 내며, 두 돌이 지날 무렵이면 간단한 문장을 만들어 내며, 다섯 살이 될 무렵이면 대부분의 어휘에 대한 정확한 발음을 할 수 있게 된다. 정확한 발음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그 나라의 모국어 음운론을 습득하였다는 것이다. 모국어의 음운론을 습득하였다는 것은 그 나라 언어의 음소(phonemes) 체계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는 음소 습득은 물론 목표음에 대한 정확한 발음 지식을 습득하는 음성 습득과 형태음소(morphophonemes)의 음운 교체형에 대한 습득을 의미한다. 
  이러한 언어 습득과 관련된 초기의 연구는 언어학자들과 언어 병리학자들에 의해서 이루어졌다. 언어학자들은 주로 어떤 음운 이론이 음소 습득 순서를 가장 잘 예측하고 설명할 수 있는가를 보여 주기 위해서 주로 음소 습득 순서와 음소 대립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Templin(1957)과 같은 언어 병리학자들은 음소 습득 시기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 이유는 습득 적정 연령에 도달해서도 그 해당 음소를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구별하여 치료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음소 습득 순서에 대한 강조는 Jakobson(1941)에서 비롯되었다. 여기서 음운 발달, 음운적 보편성(phonological universals), 실어증에서 비롯되는 음운 상실(phonological loss) 사이의 관계를 강조하였다. 또한 어린아이의 발성 단계를 옹아리(babbling) 단계와 의미 발화(meaningful speech) 단계로 나누었으며, 전자의 시기에 어린아이들이 만들어 내는 소리는 임의적인 것이어서 어떤 발전 단계의 유형을 보여 주지 못하지만, 후자의 시기 이후에는 음소 습득이 언어 보편적인 순서와 내재적 순서를 따른다고 주장하였다. 
  1970년대부터는 음운 발전에 대한 다양한 이론이 나왔다. 이 시기에는 음소 습득 단계에 대한 연구를 넘어서 보다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Locke(1983)와 Oller et al(1976)은 Jakobson의 주장에 반박해서 어린아이들의 옹아리가 그 다음 시기의 의미 발화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주장했다. Macken(1979)은 어린아이들은 자기 자신의 음운판(output templates)을 가지고 있어서 성인들의 소리를 자기 나름대로의 음운판에 맞게 발음하기도 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면, “첫번째 모음은 두 번째 모음 보다 고모음이다”, “가운데 자음은 성문 폐쇄음이다”, 혹은 “첫번째 자음은 양순음이고 두 번째 자음은 치경음이다”와 같은 음운판에 맞게 성인들의 말소리를 바꾸어 발음한다. 자연 음운론(Natural Phonology)에서는 어린아이들은 많은 자연 음성 제약에 지배되지만 성인의 경우에는 이러한 제약을 극복하여 보다 복잡한 모국어의 음운 체계를 습득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이 글은 언어 습득과 관련된 여러 가지 주제 중에서 음성‧음운 규칙 발달 측면을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Ingram(1976)을 중심으로 음성‧음운 규칙의 5가지 발달 단계를 살펴보고 Macken(1995)이 주장한 기저형과 음성‧음운 규칙 발달의 3가지 유형을 소개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영어를 습득하는 과정과 한국어를 습득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음성‧음운 규칙의 예를 제시하고 비교하고자 한다. 영어를 습득하는 경우에 나타나는 자료는 Grunwell(1982)과 Stoel-Gammon과 Dunn(1985)을 중심으로 하고 한국어를 습득하는 중에 나타나는 자료는 배소영(1987, 1996)과 엄정희(1987)를 참고하였다. 


2. 음성·음운 규칙 발달 단계

  음운 체계는 생리학적이며 인지적인 발달과 더불어 습득된다. Ingram (1976)은 이러한 관점에서 어린아이들의 음운 발달을 다섯 단계로 나누었다.
  첫째, 어린아이가 태어나서 첫 돌이 지날 무렵 처음 첫 단어를 발음하기 전에 자신에게 필요한 생리학적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울음, 웃음, 하품과 같은 여러 가지 다양한 음성적 활동을 하게 된다. 이 시기에 아이들은 일정한 소리들을 만들어 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소리들의 차이도 구별할 수 있다. 이 시기 어린아이들의 발성 활동이 자기 모국어의 음운 체계를 습득하는 것과 관계가 없다고 여겨 왔지만, 최근에는 상당한 유사점이 있다는 연구가 나오고 있다. 물론 이 시기에 어린아이들이 만들어 내는 소리들에는 그들이 나중에 습득하게 될 성인들의 음성 체계에 존재하지 않은 것들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들의 발성 기관을 이용하여 만들어 낼 수 있는 모든 소리들을 지어 내지는 않는다. 다시 말해서 어느 정도는 자연성의 원리에 의해서 제약을 받는다고 할 수 있다. 이 시기에 만들어 내는 소리는 일반적으로 ‘구구’하는 새 울음소리와 유사한 소리이거나 옹아리이다. 어린아이들은 태어나서 4개월 정도 지속적으로 ‘구구’하는 소리를 낸다. 이 소리는 대략 연구개음 혹은 경구개음과 모음이 어우러져서 만들어진다. 4개월이 지난 후부터 1살이 될 무렵까지는 옹아리 소리가 많다. 주로 양순음과 모음으로 구성되는 소리인데 ‘구구’ 소리보다는 음절 구분이 확실해진다. 이 시기의 어린아이들은 자신의 모국어 음운 체계와 관계없이 성문 울림 개시 시간(voice onset time)이나 기타 음향적인 요소들을 바탕으로 하여 범주적으로 어떤 소리를 구별한다. 예를 들면 한국어의 장애음은 모두 무성음이지만 영어의 경우는 유성음과 무성음의 구별이 있다. 따라서 한국어 모국어 화자는 장애음에 대한 유성과 무성의 차이를 알지 못한다. 그러나 이 시기의 한국 어린아이들은 미국 어린아이들과 마찬가지로 단지 음향 신호를 이용하여 유성음과 무성음을 구별할 수 있다. 이 시기의 어린아이들은 말하는 사람들의 입술 모양을 보고 모음의 차이를 파악하기도 한다(Kuhl and Meltzoff, 1984). 이러한 능력이 선천적인 것인지 아니면 아주 어린 시절에 습득되는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둘째, 태어나서 약 14개월 정도가 지날 무렵에 대략 50개 정도의 어휘를 익힌다. 이 시기의 어린아이들은 각 어휘를 분절음들의 연속체로 파악하는 것이 아니고 어휘 그 자체를 하나의 단위로 파악한다. 이 시기에 나타나는 음들은 파열음, 비음, 활음 등이며 음절 구조도 간단한 CV, CVC, CVCV 등으로 제한되어 있다. 
  셋째, 태어난 후 18개월에서 4세 사이에, 어린아이들의 언어에는 엄청난 변화가 일어난다. 즉 복잡한 구조를 가진 문장들이 나타나고, 사용하는 어휘 수가 급격히 늘어난다. 그러나 발달되지 못한 음성, 음운 체계를 지닌 채로 이 시기로 들어온다. 그래서 여러 가지 다양한 오류 형태가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파열음 계열이 비교적 일찍 습득되고, 마찰음은 비교적 늦게 습득된다. 마찰음과 파찰음의 구별은 다음 단계가 되어서야 구별이 된다. 중요한 점은 각각의 소리들이 임의적이며 독립적으로 습득되는 것이 아니고 체계적인 대조 체계로 습득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요 대조 단위는 이 시기에 대부분 습득된다. 이 시기에 음소 결합 구조가 점차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된다. 따라서 음절말 자음이 규칙적으로 나타난다. 몇몇 자음군이 습득되기는 하지만 완전한 형태를 띠지는 못한다. 음절 내에서 자음군의 위치와 자음군을 이루는 분절음들에 따라서 음성 형태가 다르게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초성에 나타나는 자음군의 첫 자음은 종종 생략된다(예, [krim] 'scream'). 혹은 마지막에 나오는 자음이 탈락되기도 한다(예, [hæn] 'hand'). 또한 활음과 유음의 관계에서처럼 성인들의 음소와 일대일 대응 관계를 보이며 나타나기도 한다(예, [fwɛʃ] 'fresh')
  넷째, 4세에서 7세 사이가 되면 실제 발음되는 음성형에 대한 미세한 차이점(대조)을 습득하게 된다. 예를 들면, 마찰음과 파찰음에 대한 차이와, 여러 가지 자음군의 결합에 대한 습득이 이루어진다. 따라서 이 시기가 지날 무렵이면 거의 성인과 유사한 발음을 하게 된다. 그러나 여전히 어떤 환경에서는 일관성 있게 발음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vegetable, thermometer, valentine, pneumonia와 같은 다음절어는 여전히 성인들의 발음과 일치하지 않는다. 이러한 단어들에서는 이전에 나타난 오류 유형이 다시 나타난다. 따라서 valentine, vegetable의 경우는 단어 초의 마찰음이 파열음으로 발음된다. vegetable과 같은 단어에서는 자음군 간소화 현상이 나타난다. pneumonia에서는 음운 도치나 초성 자음 탈락과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이 단계에서는 형태음소 체계에 대한 초보적 양상의 단계가 나타난다. 즉 형태소에 대한 다양한 음운 형태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러한 다양한 형태에 대한 지식을 단순히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원리를 지배하는 규칙에 대한 지식을 갖기 시작한다. 
  다섯째, 이 마지막 단계에서 문법적 요소(형태소)와 음운 교체에 대한 관계를 습득하게 된다. 또한 복합 명사와 명사구에 따라 강세의 차이를 알게 된다. 즉 어린아이들이 자기 모국어의 음성적 특성을 완전히 습득하기 전에 일반적으로 형태론과 형태음소론에 대한 지식을 얻게 된다. 예를 들면, 복수를 나타내거나, 3인칭 단수 어미인 /-s/의 발음은 유성음화 현상이 적용된다. 이와 같은 자연스러운 음운 현상들을 일찍 습득하게 되고 항상 정확한 음성 형태로 발음하게 된다. 그러나 선행하는 어간의 음절말 자음이 /s/ 혹은 /z/인 경우와 같은 경우는 접사의 발음이 [əz]로 되며 이러한 발음은 나중에 습득하게 된다. 특정한 형태소에 적용되는 규칙의 습득에는 많은 요인들이 서로 작용한다. 이러한 요소들에는 빈도수, 의미론 혹은 음운론적으로 조건들이 있다. 몇몇 빈번한 어휘에 기계적으로 적용되는 규칙들은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규칙보다 먼저 적용되지만, correct/correction, invade/invasion의 구개음화 현상과 같은 형태 음운 규칙들은 나중에 습득된다.


3. 기저형과 음성·음운 규칙 발달 

  어린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어휘의 기저형과 그 어휘의 음운 발달과 관련하여 3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Macken 1995). 유형1에 속하는 어휘들은 어느 시기에는 정확하게 발음되지만 다음 시기에는 잘못 발음되는 것들이다. 

(1)

a.

[tʃak](Time 1), [trak](Time 2) 'chalk' 
[tʃen](Time 1), [tren](Time 2) 'train'

b. 

[bræn](Time 1), [brænd](Time 2) 'bran'
[hæn](Time 1), [hænd](Time 2) 'hand'

  위의 예에서 보듯이 유형1에 속하는 어휘들은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2) 서로 다른 두 개의 분절음 x, y가 모두 y로 발음된다. 
(3) 몇 달 기간에 x의 변화형인 x'이 어린아이의 어휘 목록 속으로 천천히 들어간다. 
(4) 어휘 사이에 예외적인 것들이 일관성 있게 발견된다. 
(5) x'가 x가 나와야 하는 환경에서 정확하게 발음되지만, y 환경에서는 정확하지 않게 발음된다. 그 결과 y에 오류가 생긴다. 

  이러한 유형에 속하는 음운 발달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 Time 1(T1)에서 어린아이의 기저형을 표면형과 동일하게 설정한다. 따라서 이 단계에서는 중화 규칙이 필요하지 않다. 즉(1a)에서 성인의 /tr/이나 /tʃ/는 어린아이들에게는 기저형이 모두 /tʃ/이다. Time 2(T2)에서 [tʃ]-->[tr] 규칙이 서서히 적용되어 'train'에서는 정확하게 발음하고, 'chalk'와 같은 어휘에서는 틀리게 발음한다. (1b)에서도 어린아이는 성인의 종성 /n/이나 /nd/의 기저형을 /n/으로 인식한다. T2에서 종성 [n]-->[nd] 규칙이 적용되어 ‘bran'에서는 잘못된 발음을 하고, 'hand'에서는 정확한 발음을 만들어 낸다. 이러한 의미는 T1에서 어린아이들이 성인들의 적절한 대립 관계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음군(consonant clusters)과 같이 음운 구조가 복잡하거나, 음운적 대립을 파악하는 데 기음(aspiration)이나 경음(tension)과 같은 음향적 요인이 기여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2세가 지나서조차도 어느 정도의 지각적 학습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유형1의 변화는 2세에서 4세 사이에 발견되는 몇몇 음운 규칙들을 설명할 수 있다. 
  2세에서 4세 사이에는 유형2의 변화가 유형1의 변화 보다 자주 나타난다. 다음 예를 살펴보자. 

(6)

a. 

[bət](Time 1), [bəs](Time 2) 'bus'
[bət](Time 1), [bət](Time 2) 'but'

b.

[bɩdi](Time 1), [prɩdi](Time 2) 'pretty'
[bɩp](Time 1), [pɩp](Time 2) 'pip'

c.

[dein](Time 1), [rein](Time 2) 'rain'
[dɛn](Time 1), [dɛn](Time 2) 'den'

  유형1에 속하는 어휘들은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7) 서로 다른 두 개의 분절음 x, y가 모두 y로 발음된다.
(8) 몇 일 내에 x의 변화형인 x'이 어린아이의 어휘 목록 속으로 급속히 들어간다. 
(9) x'가 x가 나와야 하는 환경에서만 정확하게 발음된다. 
(10) 그 결과 y에 오류가 생기지 않는다.

  (7)-(10)에서처럼 변화형 x'이 올바른 환경에서만 나타난다는 것은 어린아이들이 T1과 T2에서 정확한 기저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T2 에서 습득한 것은 그 기저형의 분절음들을 정확하게 발음하는 법인 것이다. 예를 들어, (6a)에서 T1과 T2에서 'bus'의 기저형은 /bəs/이며, 조음상의 어려움으로 T1에서 [t]로 발음하던 것을 T2에서는 정확한 표면형으로 발음하게 된 것이다. (6b)에서 T1과 T2에서 ‘pretty'의 기저형은 /prɩdi/이다. 다만 T1에서 조음상의 어려움으로 초성의 자음군을 정확하게 발음할 수 없었지만 T2에서는 정확하게 발음하게 되었다. 이와 같이 음운 발달 중에서 조음상의 제약과 관련이 있는 것은 유형2로 설명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 유형1과 유형2로 설명할 수 없는 다른 현상이 있다. 첫째, 어린아이들은 모든 점에서 덜 발달되어 있어서 성인과 같은 조음을 할 때는, 많은 음성적 차이가 있다. 이러한 차이는 유형1과 유형2로 설명할 수 없다. 또한, 어떤 단어들은 오랜 기간 예외적으로 남아 있게 된다. 예를 들어 'take'와 같은 단어는 연구개 동화현상이 없어진 뒤에도 [keik]로 발음된다. 이러한 현상 역시 유형1과 유형2로 설명하지 못한다.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유형1이나 유형2보다 훨씬 복잡한 형태의 설명이 필요해진다. 아래 예를 살펴보자.

(11)

a. [pɩti](Time 1) 'pretty'
b. [ti](Time 1) 'tree'
c. [dɩŋk](Time 1) 'drink'
d. [kedəl](Time 1) 'cradle' 

  위와 같은 현상을 보이는 것은 유형3으로 설명할 수 있으며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니고 있다. 

(12) x, y, (z)가 서로 다른 분절음이다.
(13) x의 변화형 x'이 올바른 환경에서 어린아이의 어휘 목록 속으로 들어간다.
(14) 얼마 시간이 지난 후(일반적으로 몇 주가 지나서), y, (z)의 환경에서 예외없이 부정확하게 발음된다. 
(15) 결과로 y, (z)에 오류가 생긴다. 

  예를 들면, T1(1;6-1;10) 시기에, 어린아이들은 초성에 나오는 파열음+/r/로 구성되어 있는 자음군을 간소화시키기 위하여 /r/을 생략시킨다. T2(1;11)에서, 초성 /tr/과 /dr/이 [f]로 바뀐다(예: [fi] 'tree'; [fiŋkiŋ] 'drinking'). 이러한 이유는 이 자음군의 강한 기음과 /r/을 발음할 때의 입술의 둥글기 때문에 [f]가 나타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는 어느 정도는 유형1과 유형2와 관련이 있다. 그러나 만약 이와 같은 어휘가 유형1에 속한다면, 그 규칙을 습득하지 않은 시기에는, 나중에 진짜 /f/로 시작하는 어휘에 어느 정도 오류가 발생하리라 예측된다. 만약 유형2에 속하는 어휘라면, 아무런 오류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다음 발전 단계인 T3(2;0)에서는 이러한 규칙이 일반화되어 모든 무성파열 자음군에는 한꺼번에 적용되어, 이 세 개의 조음 위치 [p, t, k]의 대조가 없어지게 된다(예: [fɩti] 'pretty; [fi] 'tree'; [fedəl] 'cradle'). 따라서 음운 습득 적령기에 따라 정확하게 [p, t, k]를 발음하여야 할 무렵에 어린아이들의 음운 발달이 오히려 쇠퇴하게 된다. 
  이러한 [f]-규칙이 /tr/과 /dr/뿐만 아니라 /pr/과 /kr/에도 유형2와 유사하게 급속히 적용된다는 것은 이러한 변화가 서로 다른 기저형에 동일하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어린아이들은 /pr/과 /p/ 혹은 /kr/과 /k/가 서로 다른 기저형임을 알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f/-규칙이 /tr/과 /dr/에 적용된 후 단지 몇 주가 지나서 /pr/과 /kr/에도 예외 없이 적용되었다는 것은 어린아이들이 3개의 조음 장소- 양순, 치경, 연구개 -를 기저형에서 구별할 수 있다는 증거이며 따라서 /f/-규칙은 유형1의 규칙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조음상의 제약과 관련이 있는 유형2와도 관련이 없다. 즉 [tr]이 [f]로 바뀌는 것과 [pr]이 [f]로 바뀌는 것은 어느 정도 조음 음성학적으로 자연스럽게 설명할 수 있으나, [kr]이 [f]로 바뀌는 것은 드문 현상이다. 따라서 유형3이 의미하는 것은 어린아이들이 분절음들에 대한 자연 부류(natural classes)를 파악하고 있으며, 중간 단계의 음운 규칙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즉 어린아이들의 음운 발달 과정에는 음운론적으로는 발달되지만 음성학적으로는 발달이 늦은 시기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음운 습득에는 반드시 음운론적인 요소와 관련되어 있으며, 음성학적인 요인으로만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4. 음성 음운 규칙 유형 

  어린아이들의 음성‧음운 발달은 음운 과정(phonological processes)을 살펴봄으로써 알 수 있다. 즉 어린아이들의 발음에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오류들을 성인들의 발음과 비교하여 설명하는 것이다. 이러한 음운 과정을 통하여 어린아이들의 오류를 수정하는 유형을 기술할 수도 있다. 여기서는 한국어를 배우는 어린아이들과 영어를 배우는 어린아이들 사이에 많이 발견되는 오류 유형을 비교해 보고, 이러한 오류들을 어느 시기에 수정하며 음성‧음운 규칙을 습득하는가를 살펴보기로 한다. 
  어린아이들이 발음할 때 나타나는 오류 형태는 대략 3가지-- 음절 구조 과정, 대치 과정, 동화 과정--로 나누어 설명한다. 영어를 습득하면서 나타나는 자료는 주로 Stoel-Gammon 과 Dunn(1985), 국어를 습득하면서 나타나는 자료는 배소영(1987, 1996)과 엄정희(1987)를 참고하였다. 

4.1. 음절 구조 과정

  음절 구조 과정이라고 하는 것은 어린아이들이 말을 할 때에 음절을 줄여서 발음하거나, 자음이나 모음을 탈락시켜 발음하여 음절 구조를 수정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영어는 강세 중심 언어(stress-timed language)이며, 한국어는 음절 중심 언어(syllable-timed language)이다. 따라서 영어를 배우는 어린아이들은 강세에 대하여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러한 현상 중 하나가 비강세 음절 탈락 현상이다. 

(16)

a. [medo] 'tomato'
b. [tɛfon] 'telephone'
c. [ɛfənt] 'elephant'
d. [saɩd] 'beside'

  한국어에서는 강세와 관계없이 나타난다. 

(17)

a. [k'ok'o] /khok'ili/ '코끼리'
b. [hemi:k'ɔ] /heminik'ə/ '혜민이꺼'

  어린아이들의 음운 발달 과정 중에 음절 형태의 발달은 일반적으로 CV에서 시작한다. 따라서 CVC 형태의 음절은 어말 자음을 탈락시킴으로써 CV의 음절 형태를 유지하려고 한다. 

(18)

a. [da] 'dog'
b. [pa] 'park'
c. [maʋ] 'mouse'

  한국어에서도 CVC로 구성된 음절은 어말의 자음을 탈락시켜 CV 형태로 유지하려고 하거나, 2개 이상의 음절로 구성된 어휘에서는 각 음절 종성을 탈락시켜 CVCV의 음절 형태를 만들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3세가 될 무렵까지 나타난다.

(19)

a. [ya:ma] /yaŋmal/ '양말'
b. [cɔthɔ] /cənchəl/ '전철'
c. [cɔmemi] /sənsæŋnim/ '선생님'

  영어에서는 어말 자음을 탈락시키고 나머지 음절을 반복하는 형태가 많이 나타난다. 

(20)

a. [gogo] 'go'
b. [dada] 'dog'
c. [baba] 'ball'

  어린아이들이 한국어를 배우는 과정에서는 대략 2세 이전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21)

a. [t'et'e], [nene] /se/ '새'
b. [k'ɔk'ɔk'ɔ] /c'ak'ac'uŋ/ '짝짝꿍'

  그러나 이러한 음운 반복 현상은 동화 현상과는 구별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나무’를 [mamu]로 발음하거나, ‘누구’를 [nunu]로 발음하는 것은 음운 반복이 아니라 자음 동화 현상이라고 해야 한다. 
  영어에서 어떤 명사에 모음 [i]를 첨가하면 그 명사의 의미가 작아지거나 귀엽게 된다. 그 결과 어말에 자음을 피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현상이 어린아이의 어휘에 많이 발견된다. 

(22)

a. [kʌpi] 'cup'
b. [kodi] 'coat'
c. [egi] 'egg'

  또한 (23)에서처럼 어두에 자음군이 나오거나 (24)에서처럼 어말 유성 파열음 뒤에서 강세가 없는 모음 [ə]가 삽입되어 보다 자연스러운 음절 구조를 가지려고 한다. 

(23)

a. [bəlu] 'blue'
b. [gərin] 'green'

(24)

a. [bɩgə] 'big'
b. [bædə] 'bad'

  한국어와 달리 영어에서는 음절 초와 말에 자음군이 나올 수 있다. 이러한 자음군이 나오면 어린아이들은 (23)에서처럼 자음군 사이에 모음을 삽입하거나 (25)에서처럼 자음을 탈락시킨다. 

(25)

a. /gæs/ 'glass'
b. /kod/ 'cold'
c. /no/ 'snow'
d. /æt/ 'ant'

  한국어를 습득하는 과정에서는 어말에 자음이 나오면 의미론적인 이유 없이 모음을 삽입하거나 탈락시켜 자연스러운 음절 형태를 만들려고 한다. 

(26)

a. [iba] /pe/ '배'
b. [ɨɲe] /annyəŋ] '안녕'

 

4.2. 대치 과정 

  대치 과정이란 어떤 소리를 다른 소리로 바꾸어서 발음하는 현상을 말한다. 그러나 특정한 한 소리가 다른 소리로 바뀌는 경우는 거의 없고 반드시 조음 장소나 조음 방식에 있어서 동일한 특성을 지닌 자연 부류(natural class)에 속하는 소리들끼리 함께 행동한다. 
  조사 방법과 조사 대상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유음 /l/은 비교적 늦게 습득된다. Templin(1957)에 의하면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어린아이들은 파열음, 비음, 활음, 유음, 그리고 마찰음과 파찰음의 순서로 습득하며, 특히 이 소리를 75% 이상 숙달하게 되는 연령은 6세 무렵이었다. 엄정희(1996)는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는 어린아이들은 비음, 파열음, 유음 그리고 마찰음의 순서로 습득하고, 이 중에서 /s/, /s'/ 및 /l/이 제일 늦게 발달한다고 하였다. 일반적으로 유음은 활음으로 대치되는 경우가 많다. (27)의 경우에서처럼 영어에서는 /r/이 [w]로 대치되고, /l/은 [w]나 [y]로 대치된다. 

(27)

a. [wæbɩt] 'rabbit'
b. [mɛwi] 'merry'
c. [wʋk] 'look'
d. [yif] 'leaf'

  한국어를 배우는 어린아이들에게도 활음으로 대치되는 현상이 많이 나타난다. 

(28)

a. [powicha] /policha/ ‘보리차’
b. [pawiya] /paliya/ ‘발이야’
c. [t'ɨyɔk] /thɨlyək/ ‘트럭’
d. [ya:mɔn] /lamyən/ ‘라면’

  영어나 한국어에서 마찰음은 제일 늦은 시기에 습득된다. 영어의 마찰음들은 일반적으로 조음 장소보다는 조음 방법을 변화시켜 파열음이나 파찰음으로 대치된다. (29)는 영어에서 발견되는 마찰음의 파열음화 현상이다. 

(29)

a. [fit] ‘pit’
b. [nose] ‘nod’
c. [dus] ‘juice’

  한국어를 습득하는 과정에서도 마찰음이 파열음으로 바뀌는 조음 방식 대치 현상이 많이 발견된다. 

(30)

a. [k'ek'e] /sæ/ ‘새’
b. [thayam] /salam/ ‘사람’
c. [thul] /sul/ ‘술’

  이외에도 영어에서는 (31)에서처럼 경구개 마찰음을 치조 마찰음으로, 혹은 경구개 파찰음을 치조 파찰음으로 바꾸는 현상과 (32)와 같이 연구개음을 치경음으로 바꾸는 조음 장소 대치 현상이 발견된다. 

(31)

a. [sɩp] ‘ship’ 
b. [su] ‘shoe’
c. [tsin] ‘chin’
d. [wats] ‘watch’ 

(32)

a. [ti] ‘key’
b. [taʋ] ‘cow’
c. [bʋt] ‘book’

  한국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발견되는 조음 장소 대치 현상은(33)에서처럼 구개음이 치경음으로 바뀌는 현상이 일반적이다. 

(33)

a. [mo:da] /moca/ ‘모자’ 
b. [it'ok] /ic'ok/ ‘이쪽’ 
c. [kita] /kicha/ ‘기차’

 

4.3. 동화 과정 
  동화 과정이란 어떤 소리가 이웃한 소리의 영향을 받아 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동화 과정의 동화의 방향에 따라 순행 동화와 역행 동화로 구별된다. 순행 동화란 앞소리의 영향으로 뒷소리가 변하는 것이고 역행 동화란 뒷소리의 영향으로 앞소리가 변하는 것이다. 이러한 자음 동화는 어린아이의 언어의 독특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영어를 습득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것은 양순음 동화, 연구개음 동화, 비음 동화, 음절 반복 등이 있다. (34)에서 보여 주듯이 양순음 동화는 양순음이 아닌 것이 이웃한 양순음의 영향으로 양순음으로 바뀌는 것이다. 

(34)

a. [papəp] 'pocket'
b. [bɩp] 'zip' 
c. [bʌmp] 'jump'

  (35)는 연구개 동화, (36)는 비음 동화의 예이다. 

(35)

a. [kok] 'coat' 
b. [kɩk] 'kiss' 
c. [gak] 'rock'

(36)

a. [mʌni] 'bunny' 
b. [nʌn] 'done' 
c. [næni] 'candy'

  어떤 음절이 이웃한 음절에 동화되면 그 음절이 반복되어 첩어의 형태가 된다. 

(37)

a. [wawa] 'water'
b. [nunu] 'noodle'
c. [titi] 'kitty'

  (38)은 장애음(특히 파열음)이 모음 앞에서 유성음화되는 현상을 보여 주며 (39)는 어말에서 장애음이 무성음화되는 현상을 보여 준다. 

(38)

a. [baɩ] 'pie'
b. [toe] 'do'
c. [gɩk] 'kick'

(39)

a. [bæk] 'bag'
b. [bɩp] 'bib'
c. [nos] 'nose'

  한국어를 습득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가장 일반적인 동화 현상은 비음화 현상이다. (40)은 영어와 마찬가지로 장애음이 비음으로 발음되는 조음 방식의 동화이며, (41)은 조음 위치가 바뀌는 경우이다. 

(40)

a. [nunu] /nuku/ ‘누구’
b. [hanmɔn] /hanpən/ ‘한번’

(41)

a. [mamu] /namu/ ‘나무’
b. [sənyɛmi] /sənsæŋnim/ ‘선생님’


5. 결론 

  언어 습득 과정에서 나타난 음성‧음운 규칙의 발달과 습득 연령을 비교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 이유는 대부분의 연구가 한 명의 연구 대상자에 대한 추적적 연구이거나 많은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특정한 시기에 나타나는 현상을 연구하였기 때문이다. Stoel-Gammon과 Dunn(1985)에서는 대략 3세를 기준으로 하여 사라지는 음운 현상과 남아 있는 음운 현상을 비교하였다. 그들에 의하면, 3세에서 사라지는 현상에는 음절 구조 과정에 속하는 강세 없는 음절 탈락, 종성 자음 탈락, 음운 반복, 애칭화 등이 있고, 대치 과정에 속하는 것에는 치경음화가 있으며, 동화 현상에 속하는 것에는 자음 동화, 첩어, 유성음화 등이 있다. 3세 이후에도 남아 있는 현상에는 음절 구조 과정에 속하는 자음군 간소화, 음운 삽입이 있으며, 대치 과정에 속하는 활음화, 모음화, 탈구개음화 현상이 있고, 동화 과정에 속하는 어말 무성음화 등이 있다. 이를 정리하면 대략 음절 구조 과정과 동화 과정은 3세 이전에 사라지며, 대치 과정은 3세 이후에도 광범위하게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배소영(1996)은 한국어 습득 과정에서 나타나는 연령별 음운 발달 규칙을 기술하였다. 영어와 마찬가지로 대략 3세 이전에 사라지는 음운 현상에는 음절 구조 과정에 속하는 자음 탈락, 음절 탈락, 반복, 모음 첨가 등과, 동화 과정에 속하는 유성음화, 무성음화, 비음화, 구개음화, 양순음화 등이다. 그러나 3세 이후에도 존재하는 음운 현상은 주로 대치 과정으로 대기음화, 파열음화, 전설음화, 설단음화, 치음화 현상들이 있다.

 


참 고 문 헌

배소영(1987), “정상 말소리 발달(1)”, 아동의 조음장애 치료. 서울: 한국 언어병리학회.
배소영(1996), 정상 말소리의 발달(1): 1:4-3:11세의 아동: 서울: 한국 언어병리학회.
엄정희(1987), “3, 4, 5세 아동의 말소리 발달에 관한 연구: 자음을 중심으로”, 이화여자 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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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cken, M.A. (1995), "Phonological Aquisition. In John A. Goldsmith(ed.), The Handbook of Phonological Theory, pp. 671-696, Cambridge: Blackwell.
Oller, D. K., Wieman, L. A., Doyle, W. J. and Ross, C. (1976), "Infant Babbling and Speech", Journal of Child Language, 3:1-11.
Stoel-Gammon, C. and Dunn, C. (1985), Normal and Disordered Phonology in Children, Austin, Texas: Pro-ed.
Templin, M. C. (1957), Certain Language Skills in Children: Their Development and Interrelationships. Institute of Child Welfare Monographs, Vol. 26, Minneapolis: University of Minnesota 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