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의 궁금증을 풀어 드립니다

 

 
물음 물음 저는 어느 회사의 부장으로 있습니다. 거래처의 과장이나 평사원에게 내 밑의 과장에 대해 얘기할 때 ‘은행에 가셨습니다’로 해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이것이 맞는지요? 그리고 만약 거래처의 부장에게 과장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면 이때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현우, 서울시 노원구 상계동)

   일반적으로 아랫사람에 관해 말할 때는 누구에게 말하는가에 관계없이 ‘-시-’를 넣지 않고 “김영희 씨, 김철수 씨 어디 갔어요?”라고 말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러나 아랫사람을 그보다 더 아랫사람에게 말할 때는 “김영희 씨, 김 과장 어디 가셨어요?”처럼 ‘-시-’를 넣어 말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것은 김과장이 비록 자기보다는 아랫사람이지만 그보다 더 아랫사람에게 말할 때는 그가 듣는 사람, 즉 청자보다 높으므로 그를 예우하는 뜻으로 ‘-시-’를 포함할 수 있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자기보다 직급이 낮은 거래처 사람에게 자기 밑에 있는 과장에 관해 말할 때도 그가 상대보다 높으므로 “은행에 가셨습니다”처럼 ‘-시-’를 넣어 말해야 합니다. 그리고 만약 거래처의 부장에게 과장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면 이때는 듣는 사람보다 그 대상이 낮으므로 “은행에 갔습니다”라고 말해야겠습니다. (양명희)

 

물음 ‘계모’와 ‘서모’가 다른 말입니까? 다른 말이라면 그 차이가 무엇인지 알고 싶습니다.
(김은식, 서울시 도봉구 창동)

   국어사전을 보면 ‘계모’와 ‘서모’가 다음과 같이 풀이되어 있습니다.

계모(繼母):아버지의 후처(後妻). 의붓어머니. 후모(後母).<국어대사전, 민중, 1994>
=의붓어머니. 의붓어머니:아버지의 후실. <우리말큰사전, 어문각, 1992>
서모(庶母):아버지의 첩(妾).<국어대사전, 민중, 1994>
아버지의 첩(妾).<우리말큰사전, 어문각, 1992>

국어사전의 풀이만 보아도 계모와 서모는 다른 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계모’는 어머니가 돌아가시거나 해서 새로 들어온 어머니를 가리키는데 이때는 정식으로 혼례를 하는 경우에 한합니다. 그리고 ‘서모’는 아버지의 첩으로 그 격이 아주 다릅니다. 많은 분들이 계모와 서모를 구분하지 못하고 사용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조선시대에는 그 구분이 아주 엄격했습니다. 정식으로 혼례를 거친 자신의 친어머니는 적모(嫡母)라고 하였으며 계모는 적모가 돌아가셨을 때 정식으로 혼례를 치른 경우에만 썼습니다. 계모에게서 난 자식은 따로 구별해 부르지 않으면서 서모에서 난 자식을 ‘서자’ 또는 ‘서출’이라고 구별하여 부르는 것도 주의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양명희)

 

물음 ‘영글다’는 잘못된 말입니까?
(장윤현, 서울시 송파구 잠실동)

   ‘영글다’를 사전에서 찾아 보면 방언으로 나와 있습니다. 즉 표준어가 아닌 비표준어라는 뜻입니다. 물론 방언은 그 지역 사람들끼리 사용하는 말로서 친근함을 표현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국민의 언어 생활을 원활하게 하기 위하여 표준이 되는 말, 즉 표준어를 정하여 사용하고 있으므로 이를 따라야 합니다. 
물론 방언 중에는 언중들에게 널리 퍼져 표준어로 승격하는 예도 있습니다. 1988년 고시된 표준어 규정 제3절 방언을 보면 방언이던 단어가 표준어보다 더 널리 쓰이게 된 것과(23항) 방언이던 단어가 표준어보다 더 널리 쓰이게 됨에 따라 표준어이던 단어가 안 쓰이게 된 것은(24항) 방언이던 단어를 표준어로 삼는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이 규정에 의해 ‘멍게, 물방개, 빈대떡, 생인손, 코주부’ 등의 방언이 표준어로 승격하였습니다.
‘영글다’는 잘못된 말이 아니라 특정 지역에서 사용되는 방언으로 현재는 표준어가 아닙니다. 그러므로 특히 공적인 자리에서는 ‘영글다’와 같은 비표준어는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영글다’는 잘못된 말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습니다. ‘영글다’ 대신에 이에 해당하는 표준어인 ‘여물다’를 사용하시면 좋겠습니다. (양명희)

 

물음 ‘터키탕은 맞는 말입니까?
(강태영, 경기도 안산시 성포동)

   증기탕이 맞습니다. 오늘날 우리 나라에서 터키탕이라고 하는 것은 터키에는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터키에서는 한국어에서 특정 목욕업을 가리키는 말로 터키 국명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항의를 제기해 왔습니다. 이에 우리 정부에서는 터키 정부의 항의를 이유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 터키탕을 증기탕으로 바꾸어 부르기로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터키탕이란 말은 바른 말이 아니므로 증기탕으로 바꾸어 불러야 하겠습니다.(김세중)

 

물음 스티로폼/ 스티로폴, 시솝/ 시삽, 듀폰/ 뒤퐁, 셋톱박스/ 세트톱박스의 표기에서 어느 쪽이 바른 외래어 표기입니까?
(유귀연, 서울시 중구 정동)

   ‘스티로폼’이 맞습니다. 종래에 외래어 표기 용례집에서는 독일어 Styropor에서 온 말로 보아 ‘스티로폴’이 올라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스티로폼도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또한 입말에서는 스치로폴로 쓰이고 있기도 합니다. 요컨대 ‘스티로폼, 스티로폴, 스치로폴’ 등으로 섞여 쓰이고 있는 것을 하나로 통일해야 하는데 정부언론외래어심의공동위원회에서는 이 외래어가 영어 ‘Styrofoam’에서 온 것으로 인식하는 언중의 경향을 반영하여 ‘스티로폼’을 표준으로 삼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따라서 스티로폼이 맞습니다.
그리고 ‘시솝’ 또는 ‘시삽’은 영어의 ‘system operator’에서 따서 쓴 말인데 권장할 만한 조어라 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시솝’ 또는 ‘시삽’ 대신에 ‘운영자’라는 우리말을 사용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또한 미국의 대기업 이름인 ‘Du Pont’은 창업자의 이름을 딴 것입니다. ‘Du Pont’은 미국으로 이주해 온 프랑스인 ‘Du Pont’이 창업한 회사인데 미국으로 이주해 온 지 이미 오래 되었기 때문에 ‘Du Pont’은 미국인으로 보아야 하고 ‘Du Pont’은 미국에서 영어식으로 발음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국어에서 외래어 표기를 할 때는 ‘Du Pont’을 영어에서 온 말로 간주하여 외래어 표기법을 적용해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프랑스어 발음에 따른 ‘뒤퐁’이 아닌 영어 발음에 따른 ‘듀폰’이 맞습니다. 철저히 영어식 발음을 따르자면 ‘듀폰트’가 됩니다만 ‘트’를 넣지 않는 관용을 고려하여 ‘듀폰’이라 합니다.
그리고 영어 ‘settop box’에서 온 말의 표기 문제인데, ‘settop[settɔp]’은 외래어 표기법을 적용하면 ‘세트톱’이 될 수도 있고 ‘셋톱’이 될 수도 있습니다. 즉 따로 설 수 있는 말의 합성으로 이루어진 말은 그것을 구성하고 있는 말이 단독으로 쓰일 때의 표기대로 적는다고 하면 ‘세트톱’이 되지만 합성어로 보지 않고 짧은 모음과 유음, 비음 이외의 자음 사이에 오는 무성 파열음은 받침으로 적는다는 규정을 적용하면 ‘셋톱’이 됩니다. 그런데 ‘세트톱’은 발음이 ‘셋톱’보다 거북하기 때문에 ‘셋톱’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정부언론외래어심의공동위원회는 ‘settop box’에서 온 말의 표기를 ‘셋톱’으로 결정하였습니다. 따라서 ‘셋톱박스’가 맞습니다. (김세중)

 

물음 훈민정음의 창제 원리에 대하여 설명하여 주십시오.
(장윤현, 서울시 송파구 잠실동)

   먼저 ‘훈민정음(訓民正音)’은 두 가지 뜻을 갖고 있습니다. 하나는 오늘날 우리가 ‘한글’이라고 고쳐 부르는 이름이고, 다른 하나는 책의 이름을 가리키며 흔히 ‘훈민정음 해례본’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훈민정음에 대한 내용은 이 해례본에 상세히 나타나 있습니다.
이 해례본은 다섯 가지 풀이와 한 가지의 실례로 되어 있는데, 제자해(制字解)·초성해(初聲解)·중성해(中聲解)·종성해(終聲解)·합자해(合字解)·용자례(用字例)가 그것이고, 맨끝은 정인지의 훈민정음 해례 서문으로 되어 있습니다. 훈민정음의 제자 원리는 이 중에서 제자해에 나와 있습니다.
여기에서 훈민정음의 제자 원리를 살펴보면 먼저 자음자(子音字)의 경우는 발음 기관(發音器官)의 모양을 본떠서 기본 다섯 자(ㄱ, ㄴ, ㅁ, ㅅ, ㅇ)를 만들고, 나머지 12개 자음자는 이것을 기본자(基本字)로 하여 획을 하나씩 더해 가는 가획(加劃)의 방식을 취하였습니다. 
ㄱ→ ㅋ, ㄴ→ ㄷ→ ㅌ (ㄷ → ㄹ), ㅁ→ ㅂ→ ㅍ, ㅅ→ ㅈ→ ㅊ(ㅅ→ㅿ), ㅇ→ㆆ →ㅎ(ㅇ→ ㆁ)
이처럼 획을 더하여 글자를 만든 근거는 획이 더 있는 글자들의 소리가 더 거센 소리들이라는 점이라고 하였습니다. 따라서 ‘ㅋ’은 ‘ㄱ’보다 거센 소리이며, ‘ㅂ’은 ‘ㅁ’보다 거센 소리이고 ‘ㅍ’은 ‘ㅂ’보다 거센 소리입니다. 이 거센 특성을 획을 더함으로써 나타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다만 ‘ㄹ’과 ‘ㅿ’은 그러한 근거 없이 획을 더한 예외적인 글자라고 하였습니다. 또한 ‘ㆁ’은 아음(牙音)인데도 ‘ㄱ’과 관련시켜 글자를 만들지 않고 후음(喉音)인 ‘ㅇ’에 꼭지를 달아 만들어 또하나의 예외적인 글자가 되었는데 이는 ‘ㅇ’과 ‘ㆁ’이 음성적으로 유사한 데에 근거한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한편, 모음자(母音字)는 하늘(ㆍ), 땅(ㅡ), 사람(ㅣ)의 모양을 본떠서 만든 상형(象形)의 원리에 의해 기본 석 자를 만들고, 나머지 8개 모음자는 ‘ㅣ’와 ‘ㆍ’, ‘ㅡ’와 ‘ㆍ’의 결합으로 만들었습니다. 따라서 오늘날에는 ‘ㅏ, ㅑ, ㅓ, ㅕ, ㅗ, ㅛ, ㅜ, ㅠ’처럼 쓰이는 모음 글자가 당시에는 ‘ㅣ, ㅑ, ㅓ, ㅕ, ㅡ, ㅛ, ㅜ, ㅠ’와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여기에서 ‘ㆍ’가 하나 있는 것은 단모음(單母音)임을 나타내고, ‘ㆍ’가 두 개 있는 것은 이중 모음(二重母音)임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 모음자도 넓게 보면 가획의 원리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나 그것이 만일 가획이라면 기본자의 하나를 가획의 획으로 삼았다는 점이 자음(子音) 글자의 경우와 다르다고 하겠습니다. (최용기)

 

물음 용언의 어미가 바뀌는 경우에 대하여 질문하겠습니다. 어간의 끝 ‘ㅂ’이 ‘ㅜ’로 바뀔 적에 어떤 경우는 ‘-워’를 쓰고, 어떤 경우에는 ‘-와’를 쓰는지 알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기본형이 ‘순조롭다’는 ‘순조로와’가 맞습니까, ‘순조로워’가 맞습니까?
(손호선, 국립수산진흥원 남해수산연구소)

   순조로워’가 맞습니다. 한글 맞춤법 제18항은 이런 용언들이 어미가 바뀔 경우에 대하여 그 어간이나 어미가 원칙에 벗어나면 벗어나는 대로 적는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모음조화의 규칙성에 따라 ‘ㅏ, ㅗ’에 붙은 ‘ㅂ’ 받침 뒤에 어미 ‘-아(았)’가 결합할 때는 모두 ‘와(왔)’로 적었으나, 현행 한글 맞춤법에서는 현실적인 발음 형태를 취하여 단음절 어간 뒤에서만 ‘와’로 적고, 그 밖의 경우는 모두 ‘워’로 적습니다. 질문하신 ‘순조롭다’도 일반적인 상황에 해당하며, 현실적인 발음 형태를 취하여 ‘순조로워’가 맞습니다. (최용기)

 

물음 초·중·고교 졸업식 때 행하는 ‘학교장 회고사’의 한자 ‘회고’는 ‘誨告’, ‘誨誥’, ‘回顧’ 어느 것이 옳은가요? 정년 퇴임이나 명예 퇴직 때 흔히들 ‘頌功’으로 쓰고 있는데, 雨田 辛鎬烈 先生께서는 ‘慰 致仕’가 더 정확한 표현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喜壽’, ‘米壽’, ‘白壽’처럼 80세를 ‘傘壽’, 90세를 ‘卒壽‘라고 하는 이도 있습니다. 이들 한자의 올바른 사용을 알고 싶습니다. 
(이삼지, 도봉정보산업고등학교 한문 교사)

   문의하신 ‘誨誥’나 ‘誨告’는 첫째, 字典이나 語彙集 詩文集 등의 문헌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없습니다. 둘째, 학교장이 말하는 ‘회고사’의 내용에는 일반적인 가르침을 담는 평소의 訓辭와는 달리 지난 학교 생활을 돌이켜 보며 졸업생들에게 새로운 교훈을 주려는 의도가 담겨 있습니다. 따라서 ‘회고’의 한자는 ‘回顧’가 정확하다고 판단됩니다. 
‘慰 致仕’에는 임금이 내리는 벼슬을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사양하고 물러남을 주위의 知人들이 위로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현대의 정년 퇴임에도 그 말을 원용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致仕’라는 용어는 역시 좀 거창한 느낌을 주지 않나 싶습니다. 정년 퇴임하는 분에게 “축하합니다”라는 인사도 널리 쓰이는 현실로 보아 ‘頌功’이 현대적인 퇴직 제도에 더 어울리는 말이라고 판단됩니다. 
77세를 ‘喜壽’로 말하거나 88세를 ‘米壽’, 99세를 ‘白壽’라고 하는 데에는 典據가 분명합니다. 그러나 80세를 ‘傘壽’라고 하거나 ‘90세’를 ‘卒壽’라고 하는 것은 전거를 찾을 수 없습니다. 좀 억지로 만들어 쓰는 말이 아니겠느냐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인 듯합니다. (이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