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외래어 표기법】

현행 일본어 표기법과 나의 의견

강인선 / 한국외국어대학교 강사


1. 들어가기

  우리말 어휘를 크게 세 부류로 나눌 때 고유어, 한자어, 외래어가 있는데, 어휘 체계의 안정성으로 보면 외래어는 이 중에서 가장 안정적이지 못하다. 신제품이 하루가 멀다하고 세계 시장에 쏟아져 나와 곧 우리에게 소개되는 세상에서 새로운 상품명, 새로운 개념이 우리의 어휘 체계로 들어오는 것은 막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가 오늘날 외국의 문물을 수입하였을 때 번역 차용을 하면 그 단어는 고유어나 한자어의 체계에 들게 되며, 그대로 발음을 한글로 적게 되면 외래어가 되고 만다. ‘전화기, 인쇄기, 복사기’ 등은 외래어라는 생각이 들지 않지만 ‘삐삐, 컴퓨터, 프린터, 팩스’ 등은 외래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붓, 고무, 구두, 냄비, 비단, 자주, 사탕, 성냥, 숭늉, 차례, 핑계, 시늉’처럼 그 수입 시기가 오래되거나 단어의 발음이 국어의 것과 일치되어 외국어라는 어원 의식이 약화되면 외래어로 생각되지 않는다. 그러면 이렇게 외국어로 생각되는 외래어와 그렇지 않은 것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인가? 그것은 국어화된 정도(程度)가 약한 것은 외국어 의식이 남게 되고 그 정도가 큰 것은 외국어 의식이 없어지게 된다. 결국 국어화의 정도와 외국어라는 어원 의식은 서로 반비례 관계에 놓인다.
  그렇다면 국어화의 기준은 무엇인가? 현행 외래어 표기법1) 의 기본 원칙에서 밝힌 대로 현행 24자모와 7개의 받침으로 적고 파열음에 된소리를 피하는 것은 외래어가 국어의 구조를 다치지 않는 범위에서 적어야 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외래어의 1음운은 1기호로 적는다고 한 것은 외국어의 발음뿐만 아니라 외국어의 음운 의식까지도 보장하려고 하여 외국어와의 대응을 의식시키려 하고 있다. 표기법의 원칙이 상반된 두 가지를 다 보장하려고 한 것이다. 조금 극단적으로 말하면 외국어를 우리의 표기법에 맞게 적으면 곧 외래어로 편입될 수 있는 길을 터 놓은 것이다. 영어의 ‘오소리, 이벤트, 모션, 에이전트’ 등. 그래서 마지막 항에서 이미 굳어진 외래어는 관용을 인정하되 그 범위와 용례는 따로 정한다고 천명하였다. 이는 현행 외래음을 중심으로 하는 표기만 되는 것을 경계하여 둔 조항이다. 그러나 국어연구소(1986, 1987, 1988)의 ‘외래어 표기 용례집’은 주로 유동적인 표기를 보일 수 있는 것들의 표준적 표기를 보인 것일 뿐이며, 정착된 외래어의 용례를 보인 국립국어연구원(1995a)의 ‘기본 외래어 용례집’에서 관용적 표기를 보인 것은 ‘빵, 삐라, 카메라’ 정도이다. 이는 한편으로 일본어 외래어에 관한 것은 제외한 것이기 때문이다.
  본고에서는 일본어 외래어에 관한 조항을 살펴보고 몇 가지 문제점과 그와 관련된 문제를 다루고자 한다.


2. 외래어 표기법의 원칙

  현행 외래어 표기법2) 은 제1장 표기의 기본 원칙, 제2장 표기 일람표, 제3장 표기 세칙, 제4장 인명·지명 표기의 원칙으로 이루어졌으며, 그 중 표기의 기본 원칙은 5개항3) 으로 되어 있다.


  2.1. 일본어 표기법

  표기 일람표 중에서 ‘일본어의 가나와 한글 대조표’ 가운데 논의에 관련되는 부분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
  
가 나 한 글
어 두 어 중·어 말
  カ キ ク ケ コ
  タ チ ツ テ ト
  ヤ イ ユ エ ヨ
  ワ (ヰ) ウ (ヱ) ヲ
  ン
  ガ ギ グ ゲ ゴ
  ザ ジ ズ ゼ ゾ
  ダ ヂ ヅ デ ド
  가  기  구   게  고 ① 
  다  지  쓰   데  도 ② 
  야  이  유   에  요 ③ 
  와 (이) 우  (에) 오 ④ 
                           ⑤ 
  가  기  구   게  고 ⑥ 
  자  지  즈   제  조 ⑦ 
  다  지  즈   데  도 ⑧
  카   키  쿠  케  코 
  타   치  쓰  테  토 
  야   이  유  에  요 
  와 (이) 우 (에) 오 
  ㄴ 
  가  기  구  게  고 
  자  지  즈  제  조 
  다  지  즈  데  도
  キャ キュ キョ
  ジャ ジュ ジョ
  チャ チュ チョ
  갸 규 교 ⑨ 
  자 주 조 ⑩ 
  자 주 조 ⑪
  캬 큐 쿄 
  자 주 조 
  차 추 초 

  우선 대조표에서 가나의 제시에 대해 두 가지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하나는 가나 난에 가타카나만이 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왜냐하면 일본어의 표기는 한자와 히라가나를 섞어 쓰는 것이고 가타카나는 외래어나 의성 의태어 따위를 적는 데에 쓰일 뿐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한글과 대조하여 보아야 할 것은 히라가나이고 가타카나는 부수적인 것이 되어야 한다. 아울러 세칙이나 용례집에 예를 보인 것들의 표기도 히라가나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는 가나의 항목에 현재 일본에서 쓰지 않는 음절이 불필요하게 들어 있는 점이다. ③의 ‘イ,エ(い,え)’와 ④의 ‘ウ(う)’는 일본어의 음절표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것들이다. 밑줄친 음절들은 표에서 삭제하여야 마땅하다. 그리고 ④의 ‘(ヰ)’와 ‘(ヱ)’, ⑧의 ‘ヂ’와 ‘ヅ’ 곧 히라가나로는 ‘ゐ、ゑ、ぢ、づ’는 소위 ‘역사적 철자법[歷史的仮名遣い]’에서 쓰였던 것으로 1946년 ‘현대 철자법[現代かなつかい]’ 이후에는 쓰이지 않던 문자이다(뒤에서 보일 일본의 외래어 표기에 쓰이는 가나와 부호표를 참조.). 한데 1986년 ‘改定現代仮名遣い’에서 철자법의 선택을 전문적인 작업을 하는 개인의 자유 의사에 맞겨 역사적 철자법도 쓸 수 있다고 하여 이들 문자가 지면에 다시 나타날 수 있게 되었다. ④의 ‘を(ヲ)’는 일본의 음절표에 나타나기는 하나 12세기에 이미 독자의 음가를 상실한 것인데 일본어의 목적격 조사 표기 기능으로만 쓰도록 현대 철자법에서 규정한 글자이다.
  일본어 외래어 표기법에 보이는 문제점을 몇 가지 들어 보자.
  
  문제점 1. ‘긴카쿠지’는 ‘金閣寺’인가 ‘銀閣寺’인가.
  기본 원칙의 제2항인 외래어 1음운은 1기호로 적는 것이 ①②⑨⑪에서 무너졌다. 일본어의 무성음은 어중에서는 유기음으로 적는데, 어두의 무성음은 유성음의 표기와 같아져서 ①의 어두 표기가 ⑥의 것과 같아졌다. 그래서 ‘긴카쿠지’는 京都에 있는 두 개의 다른 절을 다 나타내게 되었다. 일본어 표기에서 어두 무성음을 한글의 평음 ‘ㄱ, ㄷ, ㅂ, ㅈ’로 적는 것은 1940년 외래어 표기법 통일안에 있었고 그것이 1958년 문교부의 ‘로마자의 한글화 표기법’에서는 1음운 1문자의 정신에서 어중에서와 같이 한글의 유기음 ‘ㅋ, ㅌ, ㅍ, ㅊ’ 한 가지로 적도록 하였던 것인데 이후 각계의 반대와 불만에 따라 현행의 표기법에서 평음 표기로 돌아간 것이다. 일본어의 어두 무성음이 한국어의 유기음보다는 기음이 아주 적기 때문에 음성적으로 유사한 평음으로 적어도 된다고 본 것이다. 그 점을 설사 높이 평가한다 해도 기본 원칙에 예외를 만든 점, 또한 金閣寺를 ‘킨카쿠지’로 적으면 ‘긴카쿠지’와는 구별이 된다고 하는 변별력을 얻을 수 있는 이점을 버린 것은 이득보다 손실이 더 크다 하겠다. 더욱 결정적인 것은 일본어의 음상을 존중하여 처리하였다고 하나 일본어의 소위 撥音(ん,ン) ⑤의 경우 그 후행음의 조음점에 대응되는 비음이므로 saNma seNdai kiNki 등은 [삼마, 센다이, 깅키]처럼 한글의 음소로 존재하는 변이음 [ㅁ, ㄴ, ㅇ]으로 나타는데도, 곧 그와 같이 적을 수 있음에도 1문자를 고수하여 ‘산마, 센다이, 긴키’로 한 것과는 일관성을 잃은 형평이 맞지 않는 조처이다. 오히려 한 번의 예외를 둔다면 ⑤의 경우를 택하는 것이 훨씬 설득력이 있다. 한편으로 생각할 수 있는 점은, 악센트에 관한 것이다. 동경어의 경우 첫 음절과 둘째 음절의 높낮이는 ‘低高’ ‘高低’처럼 반드시 반대인데 수적으로 ‘저고형’이 압도적으로 많다. 한글 표기에서 기음은 평음보다 강하고 높게 발음되므로 어두에 기음을 쓰면 단어의 높낮이로 볼 때 ‘고저형’에 가깝기 때문에 일반적인 ‘저고형’에 어긋난다는 느낌을 준다. 그러므로 어두에 기음을 쓰는 것을 피하는 것은 단어의 높낮이에 맞춘 무의식적 고려일 수도 있다.
  어두 유성과 무성의 대립을 보이는 지명으로 현행 표기법으로 옮기면 똑 같아지는 것들이 있다. ‘とちゅう(途中, 시가현)’과 ‘どちゅう(土柱, 도쿠시마현)’는 ‘도추’로 되며, ‘どうじま(堂島, 오사카시)’와 ‘とじま(戶島, 에히메현)’는 ‘도지마’로 된다.
  외래어의 1음운을 1문자로 적는 원칙이 깨진 것은 대조표의 ⑦⑩⑪행의 것들인데, ‘자, 조’는 무려 3종의 가나를 표기하게 된다. 이것은 ⑩행 음절의 자음이 갖는 구개성이 ⑦행의 것과 다른 차별성이 문제되었다기보다는 국제 음성 기호의 유성 마찰음과 유성 파찰음 [ʣ, ʤ]을 ‘ㅈ’으로 표기하는 원칙에 국어의 ‘쟈, 죠, 쥬, 챠, 쳐, 쵸, 츄’가 ‘자, 조, 주, 차, 처, 초, 추’로 발음된다는 이유에서 표기가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일본어 ‘ざ, じゃ’의 발음이 [ʣɑ, ʤɑ]4) 이므로 둘 다 ‘ㅈ’이 된 것이다. 위 표 가나 음절표의 ⑨이하는 소위 拗音 음절로 윗 부분의 탁음 부호가 없는 음절들에 비해 2-3세기 가량 나중에 성립된 음절들이다. 이들 음절은 한자음의 표기에 주로 이용된 것들로서 한자의 음을 보다 변별적으로 적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소위 拗音節을 한글 ‘야, 유, 요’로 균일하게 옮길 수 있는 균질성을 파괴하면서까지 또 기본 원칙을 어기는 표기를 할 만한 충분한 이유는 되지 않는다. 오히려 표기법이 발달될수록 자세한 구별을 하는 것에 역행하는 것이라 하겠다.
  ⑩행의 한글 표기를 ‘쟈, 쥬, 죠’로 하면 위와 같은 동음 표기를 피할 수 있으며 아울러 일본의 가나로 분명히 구별하고 있는 것을 무시하여 옮기는 심리적 부담을 제거할 수 있다.
  
  문제점 2. ‘오노’는 ‘大野’인가 ‘小野’인가?
  표기 세칙의 일본어 표기에 관한 조항을 살펴 보자.
제1항   촉음(促音) 「ッ」는 ‘ㅅ’으로 통일하여 적는다.
   サッポロ 삿포로, トットリ 돗토리, ヨッカイチ 욧카이치
제2항   장모음은 따로 표기하지 않는다.
  キュウシュウ(九州)규슈, ニイガタ(新渴)니가타, トウキョウ(東京)도쿄, オオサカ(大阪)오사카
  문제가 되는 제2항의 경우를 보자. 장모음의 표기는 1958년의 표기법에서 같은 모음을 거듭 적기로 한 것, 즉 yard[ja:d]를 ‘야아드’로 적는 것이 표기상 불편하다는 지적 때문에 논의되면서 현행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일부 고유어나 한자어의 발음에 장단의 대립이 있으나 그 표기를 하지 않는 점에 비추어 외래어의 장모음 표기를 일체 없앴다. 그런데 여기에서 간과해서는 안 되는 문제가 있다. 1958년의 문교부 표기법에서는 국제 음성 기호와 한글 자모의 대응을 보였고 일본어의 경우 일본어를 로마자화하고 그것을 한글로 표기하는 방식이었다. 東京는 일본의 로마자 표기법에 의하면 ‘tôkyô’로 장모음은 모음 위에 ^를 쓰도록 되어 있는데 이것을 토대로 ‘토오쿄오’로 적으려면 2음절로 보이는 것, 또 한자 표기로는 2음절인 것을 4음절로 적는 심리적 부담이 있을 수 있다. 1음절 ‘strike’를 ‘스트라이크’로 늘여 적는 영어권의 자음군도 아니므로. 그러나 일본의 가나에 직접 대응시켜 적는다면 그러한 부담은 없어지게 되지 않을까. ‘とうきょう’는 4음절어이고 이를 4음절로 적는 것이 잘 맞아 떨어진다. 이것을 지금처럼 ‘도쿄’와 같은 표기를 하는 것은 로마자 표기에서 옮길 때에 적절한 방식일 것이며, 한자 의식에 근원하는 것일 수 있다고 지적할 수 있다. 장음을 적지 않으면 장단 대립이 있는 명칭이 변별력을 상실하는 결과가 생긴다. ‘오노 씨’라고 하면 ‘大野 씨’인지 ‘小野 씨’인지 알 수 없다. ‘おおの’와 ‘おの’장음을 표기하면 3음절어 ‘오오노’와 2음절어 ‘오노’가 된다. 또한 인명 지명의 경우 원어로 회복할 수 있는 복원력이 큰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위 예의 지명과 혼동될 것으로 ‘にがた(仁方, 히로시마현), 니가타’와 ‘おさか(小坂), 오사카’가 있다. 또 ‘こうやま(高山, 야마구치현)’와 ‘こやま(湖山, 돗토리현)이 있으니 문자의 수만큼 우리 한글 음절을 대응시키는 것이 좋지 않을까. 현대어의 장음 표기를 하지 않음으로 해서 사전에는 발음란에서 그 장음을 표시하여야 하는데 외래어 외국의 인명 지명의 발음까지 사전에 발음 표시를 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 온당한 것인지 문제가 있다.
  일본의 현대 철자법에서 일본어의 장음 표기는 같은 모음자 ‘あ,い,う,え,お’를 이어서 쓰도록 되어 있다. 그중 일본 한자음의 장음은 [e:], [o:] 두 가지인데 그 각각의 가나 표기는 ‘い,う’로 하고 있다. 우리의 현행 표기법에서는 후자의 것만을 장음으로 보아, [e:]에 해당하는 ei를 ‘에이’로 적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실은 동경어에는 이중모음 ‘에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영어 단어 ‘A-line’을 ‘エ-ライン(에에라인)’이라고 발음한다. 대표적으로 일본의 시대 명칭들은 모두 한자 2자로 되어 있는데 ‘平安(へいあん), 院政(いんせい), 大正(だいしょう), 明治(めいじ), 平成(へいせい)’ 등은 장음을 갖고 있어 4음절어 또는 3음절어이지만, 현행 표기법대로 적으면 ‘헤이안, 인세이, 다이쇼, 메이지, 헤이세이’가 되는데 이는 ‘에이’를 장음으로 보아 ‘헤안, 인세, 메지, 헤세’라고 하는 것보다는 실제의 발음과는 괴리가 있어도 음절을 확보하게 되어 오히려 더 나아 보인다. 일본어 외래어의 표기는 일본의 가나를 기준으로 해서 적는 것이 더 타당해 보이는 일면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편 1960년 이전의 사전에 올린 일본어의 표기형에 장음이 표기된 예는 없었다는 사실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고리까시(コウリカシ), 스모(スマフ), 아까보(アカボウ), 마짱(マ-ジャン)’ 등(문세영(1954)). 이것도 현재보다 한자에 친숙하여서 한자의 음절수에서 크게 벗어나고 싶어 하지 않는 심리적 동기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高利貸, 相僕, 赤帽, 麻雀’ 등.
  
  문제점 3. ‘돈까쓰’, ‘돈까쯔’, ‘돈카쓰’, ‘돈까스’, ‘돈가쓰’ 어느 것이 옳은 표기인가?
  이 낱말은 아직 우리의 국어대사전에 오르지 못한 말인데, 음식으로서 ‘포크커틀릿’이 일부 사전에 올라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음식점 메뉴에서 볼 수 있는 이 단어는 표기가 일정하지가 않다.
  우선 현행 외래어 표기법의 일본어의 표기에 따르면 ‘돈카쓰’, ‘돈가쓰’(豚+가쓰)가 맞으며, 1958년부터 1984년까지 쓰인 문교부 표기법에 의하면 ‘돈카쯔’(첫 음절을 한자어 ‘豚’으로 볼 때)이거나 ‘동카쯔’(첫 음절을 ‘とん’으로 볼 때)이며, 그 이전의 기준에 의하면 ‘돈까쓰’이다. 원어는 ‘豚カツ’로 이 낱말 표기의 첫음절이 ‘豚’의 음을 나타낸 것인지, ‘とん’을 표기한 것인지 분명하지는 않으나 아마 전자일 것으로 생각된다.
  이 말은 국어 순화 자료집의 순화 대상어로서 올라 있으나5) 만일 이 낱말을 사전에 올리려 한다면 어떻게 하여야 할까. 현행 외래어 표기법에 맞지 않는 표기가 있는지 조사하여, 굳어진 표기 관용이 있는지를 보아야 할 것이다. 몇 가지의 표기에서 시기적으로 오랜 어형을 택한다면 ‘돈까쓰’가 된다. 그러나 이것은 ‘파열음은 된소리를 쓰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외래어 표기 기본 원칙 4항)는 제한에 위배되는 것이다. ‘돈까스’는 된소리가 이어서 나는 것을 피한 어형이지만 ‘가스, 까스’와 연상이 되어 음식 이름으로 적절하지 않은 듯하다.
  관용어형의 선택에는 표기상의 문제뿐만 아니라 고려해야 할 다른 요소들도 있으므로 가능한 한 많은 전문가가 신중하고 또 꾸준하게 작업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신중해야 한다고 해서 그만 두는 것은 아니다. 외래어에 관하여 우리의 어문 규정은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외래어는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적는다(한글 맞춤법, 총칙 제3항).
  외래어는 따로 사정한다(표준어 규정, 표준어 사정 원칙, 총칙 제2항).
  이미 굳어진 외래어는 관용을 존중하되 그 범위와 용례는 따로 정한다(외래어 표기법, 기본 원칙 제5항).
  일본어 외래어의 경우는 일반 용어의 외래어 표기 용례집에서 다루어져 있지 않다. 용례집은 로마자로 된 원어와 한글 표기로 되어 있을 뿐이다.
  일본어는 우리와의 독특한 관계에 있어서, 서양 외래어의 수입과는 조금 다른 면모가 있음은 사실이다. 일제 식민지 기간에 일본어가 우리 민족의 공용어로 쓰였던 관계로 광복 이후 일본말 잔재를 청산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어 왔기 때문에 일본어를 외래어로 거론하기조차 어려웠던 바가 있었다. 일본어에 관한 한 구어에는 있지만 문어로서는 찾아보기 힘든 예들이 있었다. 한글 학회의 큰사전(1957)에 일본어 어원을 가진 일반어가 불과 20개였던 것이 한글 학회 우리말 큰사전(1992)에서 일본 한자어를 제외한 일본어 기원의 일반어 수가 90여 개에 이르게 된 것은 그간의 사정을 보이는 것이다. 이제 국어 순화 작업의 성과 위에서 일본어도 외래어로 정착된 것을 보일 수 있는 자신감이 표현된 것이며, 한층 성숙한 국어 사전의 면모를 갖춘 것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표제어의 표기에 대해서는 약간 논의할 바가 있다.
  
1) 큰사전(1957)에 실린 말: 가께수리, 가다꾸리, 가다방, 가마니, 가마보꼬, 구루마, 다꾸앙, 다마네기, 뎀뿌라, 스데끼, 오뎅, 우동, 유담뽀
2) 우리말 큰사전(1992)에서 제외된 말: 가다꾸리, 가다방, 뎀뿌라, 스데끼
3) 우리말 큰사전(1992)에 어형이 바뀌어 실린 말: 가마보꼬→가마보코, 유담뽀→유단뽀
  
  1)의 표기를 살펴 보면,
  어두 무성음은 평음(ㄱ, ㄷ, ㅅ 등)으로 적은 것: 가께수리, 가다꾸리, 가다방, 가마니, 가마보꼬, 구루마, 다꾸앙, 다마네기, 뎀뿌라, 스데끼
  어중 무성음은 된소리(ㄲ, ㅃ 등)로 적은 것: 가께수리, 가다꾸리, 가마보꼬, 다꾸앙, 뎀뿌라, 스데끼
  어중 무성음을 평음(ㄷ,ㅂ)으로 적은 것: 가다꾸리, 가다방
  撥音(ん)을 어말에서 ‘ㅇ’으로 적은 것: 가다방, 다꾸앙, 오뎅, 우동
  撥音(ん)을 어중에서 ‘ㅁ’으로 적은 것: 뎀뿌라, 유담뽀 등은 당시에 행했던 표기의 일단을 알 수 있다. 어중 무성음을 된소리로도 평음으로도 적은 것은 단어별로 관용 표기가 생긴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2)의 예들 가운데 ‘가다꾸리→녹말가루, 뎀뿌라→튀김6), 스데끼→지팡이, 가다방→비스킷, 건빵’처럼 순화되어서 삭제한 것인데, ‘가다방’의 뜻풀이 ‘①단단하게 구운 팡7). ②얽은 얼굴을 농으로 이르는 말.’에서 ②의 뜻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순화된 말이 그 뜻까지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3)의 예는 관용 표기를 고친 예이다. ‘가께수리, 다꾸앙’은 그대로 두면서 ‘가마보꼬’를 현행 외래어 표기로 고쳤고, ‘오뎅, 우동’ 따위는 그대로 두고 ‘유담뽀’를 고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나 관용 표기의 인정이 매우 어려운 작업임을 보이는 것이라 생각된다. 큰사전(1992)에 실린 90여 개의 항목8) 가운데 ‘가리방, 망가, 몸뻬, 뼁끼, 앙꼬, 오야붕, 하꼬방’을 올리면서 ‘단뽀뽀, 덴마선, 요칸, 인바이’형을 택한 것도 그러한 예이다. 또한 아쉬운 것은 ‘가다마에’는 관용 표기라면 ‘가다마이’를 택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도끼다시’ 같이 유성음을 된소리로 적은 어형을 관용으로 인정한 것은 매우 특이하다.
  외래어의 관용 표기는 기존의 것에 대한 추인 작업이지 앞서 가는 것은 아닐진데, 지금까지 하여 온 순화 작업과 맞물려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요즘 새롭게 많이 소개되고 있는 일본 우동 전문점의 음식 이름을 보자.   
  가쯔나베정식, 고모꾸우동, 구시까쯔, 니까께소바, 다누끼소바, 덴뿌라돈, 덴뿌라정식, 돈까쯔정식, 마구로사시미, 오고노미자루, 유도후, 자루소바 (기○○ 광고지)
  
  일본어를 그대로 한글 표기한 것인데, 이것을 보고 음식을 알 수 있는 한국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의문이다.
  우선 우리말로 번역, 순화할 수 있는 것을 바꾸는 노력을 하고,
  ‘가쯔나베정식→돈까쓰냄비정식, 구시까쯔→꼬치까쓰, 니까께소바→졸임고명온메밀, 다누끼소바→튀김우동, 덴뿌라돈→튀김덮밥, 덴뿌라정식→튀김정식, 마구로사시미→참치회, 유도후→두부탕, 자루소바→메밀국수’
  나머지는 현행 표기법에 맞추어 표기하여야 할 것이다.
  ‘고모꾸우동→고모쿠우동, 오고노미자루→오코노미메밀’
  또한 많이 눈에 띄는 것으로 ‘세꼬시, 데마끼’도 있다. 우선 관용 표기가 인정되는 것인지를 보아야 한다. 이 말들은 일본에서는 예전부터 있었던 것이나 우리 나라에 음식점의 메뉴로 소개된 것은 최근의 일이라고 생각되므로 그 표기를 그대로 인정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이처럼 외래어의 표기는 각 낱말마다 표기법에 따라 적을 것인지, 관용이 있는지, 있다면 어떠한 어형을 택할 것인지 자세한 조사와 심의를 거쳐서 정해져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작업은 어느 개인만의 작업으로는 어려운 것이며, 꾸준히 조사하거나 연구한 개인의 작업을 검증하고 또 풍부한 자료를 바탕으로 작업할 수 있는 기관의 노력이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기존의 국어 사전에서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이다.9) 앞으로 발간될 국립국어연구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이러한 노력과 연구의 성과가 집대성될 것을 기대하는 바이다.


  2.3. 일본의 외래어 표기

  일본의 어문 정책은 1946년의 한자 사용 제한, 철자법의 정비 등 강력한 개혁 이후 30여 년이 지나면서 1981년의 한자 사용의 완화, 1986년의 철자법의 제한 완화 등으로 전반적으로 느슨하여진 경향이다. 외래어 표기에 관한 것도 같은 경향에 있다. 1991년에 고시한 외래어 표기법의 몇 가지 특징을 말하면, 첫째, 일부 외래음 음절에 대해 두 종류의 표기법을 인정한 것은 과거의 기준에 비해 원음이나 원철자에 보다 가깝게 적을 필요가 있을 때에 사용하도록 한 것이다(표의 第2表). 기존의 음절표에 없던 문자 결합을 인정하게 되었다. 즉 小字 ‘ァ、ィ、ゥ、ェ、ォ’를 사용하게 되어서, /ti, di/, /kwa, kwi, kwe, kwo/ 등 다양한 음절을 나타내게 되었다. 이로써 비교적 자유롭게 외국어를 표기할 수 있게 되었다.10) 둘째, 관용이 있으면 그것을 인정하고, 표기 기준은 참고 사항일 뿐, 강제력이 없다. 과거의 표기를 부정하는 것도 아니며 고유 명사(인명, 회사명, 상품명 등)에서 반드시 지키라는 것은 아니다.
  
  참고로 일본의 ‘외래어 표기(1991년 고시)에 쓰이는 가나와 부호 표’와, 새로 정한 음절 표기에 관한 유의 사항에서 들고 있는 어례를 제시하고자 한다. 원문에는 어례의 원어가 없으나 참조의 편의를 위하여 덧붙인다.
  각 항에 제시한 어례는 각각의 가나 용법의 일례로 제시하는 것이며, 그 단어를 항상 그렇게 써야만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님을 고시에서 강조하고 있다.
  
  Ⅰ. 第1表 오른쪽에 제시된 ?シェ? 이하의 가나에 관한 것

1) 「シェ」 「ジェ」: (예) シェ-カ-(shaker) ジェットエンジン(jet engine) シェ-クスピア(人, Shakespeare) ミケランジェロ(人, Michaelangelo)
2) 「チェ」: (예) チェ-ン(chain) チェス(chess) マンチェスタ-(地, Manchester)
3) 「ツァ」 「ツェ」 「ツォ」: (예) コンツェルン(Konzern) カンツォ-ネ(can- zone) フィレンツェ(地, Firenze) モ-ツァルト(人, Mozart)
4) 「ティ」 「ディ」: (예) ティ-パ-ティ-(tea party) ディ-ゼルエンジン(diezel engine) アトランティックシティ-(地, Atlantic City) ドニゼッティ(人, Donizetti)
5) 「ファ」 「フィ」 「フェ」 「フォ」: (예) ファイル(file) フィ-ト(feet) フェンシング(fencing) フォ-クダンス(folk dance) バッファロ-(地, Buffalo) フィリピン(地, Phillipine) フォスタ-(人, Foster)
6) 「デュ」: デュエット(duette) プロデュ-サ-(producer) デュ-イ(人, Dewey)

  Ⅱ. 第2表에 제시된 가나에 관한 것

1) 「イェ」: (예) イェルサレム(地, Jerusalem) イェ-ツ(人, Yeats)
2) 「ウィ」 「ウェ」 「ウォ」: (예) ウィスキ-(whisky) ウェディングケ-キ(wedding cake) ストップウォッチ(stopwatch) ウィ-ン(地, Wien) スウェ-デン(地, Sweden)
3) 「クァ」 「クィ」 「クェ」 「クォ」: (예) クァルテット(quartet) クィンテット(quintet) クェスチョンマ-ク(question mark) クォ-タリ-(quarterly)
4) 「グァ」: (예) グァテマラ(地, Guatemala) パラグァイ(地, Paraguai)
5) 「ツィ」: (예) ソルジェニツィン(人, Solzenitsin)
6) 「トゥ」 「ドゥ」: (예) トゥ-ル-ズ(地, Toulouse) ヒンドゥ-敎(Hindu-敎)
7) 「ヴァ」 「ヴィ」 「ヴ」 「ヴェ」 「ヴォ」: (예) ヴァイオリン(vioin) ヴィ-ナス(Venus) ヴェ-ル(veil) ヴォルガ(地, Bolga) ヴィヴァルディ(人, Vivaldi) ヴォルテ-ル(人, Voltaire)
8) 「テュ」: (예) テュ-バ(樂器, tuba) テュニジア(地, Tunisia)
9) 「フュ」: (예) フュ-ジョン(fusion) ドレフュス(人, Drefuss)
10) 「ヴュ」: (예) インタヴュ-(interview) レヴュ-(review) ヴュイヤ-ル(人·畵家)

 

                                               第1表

ア   イ   ウ   エ   オ
カ   キ   ク   ケ   コ
サ   シ   ス   セ   ソ
タ   チ   ツ   テ   ト
ナ   ニ   ヌ   ネ   ノ
ハ   ヒ   フ   ヘ   ホ
マ   ミ   ム   メ   モ
ヤ        ユ        ヨ
ラ   リ   ル   レ   ロ

ガ   ギ   グ   ゲ   ゴ
ザ   ジ   ズ   ゼ   ゾ
ダ             デ   ド
バ   ビ   ブ   ベ   ボ
パ   ピ   プ   ペ   ポ
キャ      キュ      キョ
シャ      シュ      ショ
チャ      チュ      チョ
ニャ      ニュ      ニョ
ヒャ      ヒュ      ヒョ
ミャ      ミュ      ミョ
リャ      リュ      リョ
ギャ      ギュ      ギョ
ジャ      ジュ      ジョ
ビャ      ビュ      ビョ
ピャ      ピュ      ピョ
ン(撥音)
ッ(促音)
-(長音 符號)

 
            シェ
            チェ
ツァ              ツェ    ツォ
         ティ
ファ  フィ    フェ    フォ
           ジェ 
 ディ                 
デュ
 

 

第2表

 
  
                      イェ
          ウィ                 ウェ     ウォ
クァ  クィ              クェ     クォ
      ツィ                        
             トゥ          
グァ                                    
ドゥ
ヴァ    ヴィ     ヴ      ヴェ     ヴォ  
 テュ
  フュ
   ヴュ
 



3. 맺음말

  이상으로 간단하나마 현행 외래어 표기법의 일본어 부분에 대하여 살펴보고 필자가 생각한 문제점을 제시하였다. 주로 처리에 있어 불비한 점과 원칙과의 상충되는 점을 지적하고자 하였다. 관용 표기의 중요성과 작업의 어려움을 보았으며, 일본의 외래어 표기에 쓰이는 새로운 음절표를 소개하였다. 이외에 일본의 문헌을 번역할 때 생기는 문제도 다루었으면 했으나 다루지 못하였다.
  여기에서 외래어의 장음 표기나 파열음 표기에 관한 해묵은 논쟁을 다시 들춰내려고 한 것이 아니라, 일본의 인명과 지명의 표기에 외래어 표기법을 그대로 따라 장음을 무시할 때에 생기는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하였다. 여기에서 우리는 외래어 표기법에 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재벌 1세가 아닌 재벌 2세와 같은 여유를 갖고 우리 글을 부리어 쓰면 좋지 않겠는가. 무한히 가능한 우리 문자의 결합 가능성을 왜 궁색하게 한정하여야 하는가. 원음으로 환원이 손쉬운 표기를 필요로 하는 경우와 그러한 필요가 없는 경우를 인정하여 두면 좋겠다.
  끝으로 부언하고 싶은 것은 이 원고를 쓰는 동안 내내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았던 것은 표기에서 형태가 단순한 것일수록 좋은 것인가 하는 것과, 외래어 표기를 국어의 표기 체계 속에 맞추어 넣으려고 하는 노력은 그 원래의 목적인 국어의 구조를 유지하기 위한 것에 맞게 결실을 맺을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의구심이다. 굳이 일본과 비교하자면 일본어는 외래어 표기에 아예 가타카나라는 다른 문자를 쓰고 있어서 어떻게 표기를 하든 외래어라는 표지는 계속 지니게 된다. 문자가 따로 없는 우리의 경우 외래어 표기를 국어의 구조에 전부 맞춰 버리면 외래어라는 표지는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


참 고 문 헌

국립국어연구원(1995a), 기본 외래어 용례집.
______ (1995b), 한국 어문 규정집.
______ (1995c), 국어 순화 자료집.
문세영(1937/1954) 국어대사전.
분카쇼文化廳(1991), 國語審議會答申·建議集, 東京.
한글 학회(1957), 큰사전.
______ (1992), 우리말 큰사전.
강인선(1993), 일본의 언어정책, 세계의 언어정책, 태학사.
김완진(1991), 한국에서의 외래어 문제, 새국어생활1-4, 국립국어연구원.
박숙희·유동숙 편저(1995), 우리말의 나이를 아십니까, 서운관, 서울.
우메다 梅田博之(1991), 日本에서의 외래어 문제, 새국어생활1-4, 국립국어연구원.
이상억(1982), 외래어 표기법 문제의 종합 검토, 말, 연세대, 이상억(1994) 재록.
______ (1994), 국어 표기 4법 논의, 서울대학교출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