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의와 응답 】

물음   문화재관리국이 관리하는 각 능·원의 도로변 입구에 관람객을 위한 안내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는바, 그 가운데 ‘헌인릉’에 대하여 관광객 일부가 능이 하나인 것처럼 잘못 인식할 수가 있다거나 표기가 잘못 되었다고 문의해 오는 사례가 있습니다. 이에 대한 표기는 ‘헌릉·인릉’, ‘헌·인릉’, 그리고 현행대로 ‘헌인릉’ 등 세 방법이 있을 듯한데 어느 것이 가장 바람직합니까?
(문화재관리국)

  결론부터 말하면 ‘헌인릉’의 표기는 현행 표기를 존속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원칙적으로 지명은 한 단어로 구성됩니다. 그러므로 ‘헌릉·인릉’은 두 단어로 되어 있고 또 이것이 가운뎃점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자연스럽지 못합니다. ‘헌·인릉’은 ‘헌릉·인릉’보다도 조어법상으로는 더 안정되지 못한 형태입니다. 뜻은 동일하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헌·인’릉인지 ‘헌릉·인릉’인지 구분이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한 단어가 가운뎃점을 가졌다는 것이 약점입니다. 이에 비하여 ‘헌인릉’은 지금까지 써 오던 표기이고 조어법상으로 제일 안정된 상태이면서 한 단어의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관람객이 능이 하나인 것처럼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정릉’, ‘서오릉’, ‘태강릉’, ‘선정릉’, ‘동구릉’, ‘서삼릉’ 등의 능에 대하여 어차피 능의 이름만으로는 그 주인공을 알 수 없는데 그것이 하나인지 둘인지 안다는 것이 큰 의미가 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

(전수태)


물음   현재 지하철 2호선 ‘선릉역’ 차내 안내 방송을 [설릉]으로 발음하여 방송하고 있는데 일부 이용 승객들이 [선능]으로 발음하여야 한다는 지적이 있어 혼란을 가져오고 있습니다. 어떻게 발음하는 것이 맞습니까?
(서울특별시 지하철공사)

  ‘선릉’의 표준 발음은 [설릉]이 맞습니다. 문교부 고시 제88-2호(1988. 9. 19.)로 되어 있는 표준어 규정의 표준 발음법 제20항에는 ‘ㄴ’은 ‘ㄹ’의 앞이나 뒤에서 [ㄹ]로 발음한다고 하여 ‘난로’, ‘신라’, ‘천리’, ‘광한루’, ‘대관령’, ‘칼날’, ‘물날리’, ‘줄넘기’ 등의 예를 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단서 조항을 달아 ‘의견란’, ‘임진란’, ‘생산량’ 등 몇 단어는 ‘ㄹ’을 [ㄴ]으로 발음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니까 [ㄹㄹ]로 발음하는 것이 대원칙입니다. ‘선릉’을 [선능]으로 발음하여야 한다는 주장은 일부 사람들의 말 사용 실태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발음하는 것으로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태릉’, ‘서오릉’을 [태능], [서오능]으로 발음하는 사람이 있다 하여 이를 표준 발음으로 삼을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선릉’의 표준 발음은 [설릉]일 수밖에 없습니다.

(전수태)


물음   한글 맞춤법 제49항에 따르면 “성명 이외의 고유 명사는 단어별로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하되, 단위별로 띄어 쓸 수 있다.”라고 되어 있으나, 제49항의 해설에서는 이 때의 고유 명사는 모든 고유 명사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어떤 체계를 가지는 구조물을 가리키는 고유 명사만을 지칭하는 것으로 되어 있어 혼란스럽습니다. 제49항의 내용에 대한 정확한 해석을 내려 주십시오.
(임다울, 경기도 고양시 일산3동)

  제49항에서 규정한 고유 명사는 모든 고유 명사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어떤 체계를 가지는 구조물을 가리키는 고유 명사(사실은 고유 명사구)만을 지칭한다고 보아야 합니다.
  첫째, 본문과 해설에 제시된 예들이 모두 어떤 체계를 가지는 구조물을 가리키는 고유 명사입니다. 해설에 따르면 본문에서 언급한 “단위”는 어떤 체계를 가지는 구조물에서 각각 하나의 독립적인 지시 대상물로 파악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서울 대학교 인문 대학 국어 국문학과”는 “서울 대학교 / 인문 대학 / 국어 국문학과”라는 세 단위로 나뉘고 “한국 상업 은행 재동 지점 대부계”는 “한국 상업 은행 / 재동 지점 / 대부계”라는 세 단위로 나뉘므로 각각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와 “한국상업은행 재동지점 대부계”로 띄어 쓸 수 있는 것입니다.
  둘째, 본문에서 언급한 대상이 해설에서 구체화한 예는 또 있습니다. 한글 맞춤법 제47항에 따르면 “보조 용언은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하되, 경우에 따라 붙여 씀도 허용한다.”라고 되어 있으나, 해설에 따르면 이 때의 보조 용언은 모든 보조 용언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아/-어’ 뒤에 연결되는 보조 용언과 의존 명사에 ‘-하다’나 ‘-싶다’가 붙어서 된 보조 용언만을 가리킵니다. 따라서 제49항의 본문 내용을 해설에서 구체화한 일은 그리 특이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한글 맞춤법에는 우리의 해석에 맞지 않는 규정도 있어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글 맞춤법 제11항의 [붙임 5]에는 “둘 이상의 단어로 이루어진 고유 명사를 붙여 쓰는 경우나 십진법에 따라 쓰는 수(數)도 붙임 4에 준하여 적는다.”라는 규정이 있는데, 이 때의 고유 명사는 어떤 체계를 가지는 구조물을 가리키는 고유 명사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 규정이 적용된 예로 제시된 “서울여관”, “신흥이발관” 따위는 모두 어떤 체계를 가지는 구조물을 가리킨다고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제49항에서 언급한 고유 명사의 범위와 제11항에서 언급한 고유 명사의 범위가 일치하지 않는다고 해석됩니다.
  그런데 만약 제49항의 내용이 모든 고유 명사를 대상으로 한 것이라면 “우랄 산맥” 따위의 지명도 모두 붙여 쓰는 것이 허용되어야 하나 이는 수용키 어렵습니다. 첫째, “우랄 산맥”이 어떤 “단위”를 나타낸다고 보기 어렵고, 둘째, 외래어 표기법 제4장 제3절 제1항을 준용하면 띄어 쓰게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외래어 표기법 제4장 제3절 제1항의 내용은 아래 질의·응답 참조.)
  이처럼 두 규정(제49항과 제11항)이 서로 모순되는 듯이 보일 때에는 어느 규정이 상위 규정인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49항은 “제5장 띄어쓰기”에 속한 조항이고 제11항은 “제3장 소리에 관한 것”에 속한 조항이라는 점에서 우리는 제49항과 그 해설의 내용을 상위 규정으로 판단하여 이를 표준으로 삼고자 합니다.
  제49항은 모든 고유 명사의 띄어쓰기에 관심을 둔 것이 아니라 “서울 대학교 인문 대학 국어 국문학과”나 “한국 방송 공사 경영 기획 본부 경영 평가실 경영 평가 분석부”류의 띄어쓰기에 주된 관심을 두었다고 생각합니다.(사실 이들 예는 전형적인 고유 명사라고 하기 어려운 것들입니다.) 제49항의 취지는 이처럼 복잡한 어떤 조직이나 기구를 가리킬 때 단어마다 띄어 쓰도록 하면 이것이 하나의 대상으로 파악되지 않는 단점이 있어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나 “한국방송공사 경영기획본부 경영평가실 경영평가분석부”로 띄어 쓸 수 있게 하려는 것이라고 판단됩니다.

(임동훈)


물음   표준 발음법 제7항의 해설에서는 “밟으오” 형태를 제시하고 표준 발음법 제10항의 본문에서는 “밟소” 형태를 제시하고 있는데, 이 두 형태가 모두 맞습니까? 아니라면 어느 형태가 표준입니까? 또 제12항과 제25항에서도 “훑소”, “닿소”, “많소”, “싫소” 따위를 제시하였으면서 제7항 해설에는 “안으오”, “물으오”, “미우오” 형태를 제시하고 있는데, 이 역시 두 형태 모두 맞습니까? 아니라면 어느 것이 표준입니까?
(정예진, 경기도 고양시 대화동)

  국어에서 ‘하오’할 자리에 쓰이는 ‘-오’와 ‘-소’는 “밟으오”, “밟소”처럼 함부로 바꿔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쓰이는 데 일정한 구별이 있습니다. 의문이나 평서를 나타내는 ‘하오’체 어미는 받침 없는 용언 어간이나 ‘ㄹ’ 받침으로 끝난 용언 어간 뒤에서는 ‘-오’ 형식으로 나타나고, 그 밖의 받침 있는 용언 어간 뒤에서는 ‘-소’ 형식으로 나타납니다.[예: 먹소(←먹-+-소), 가오(←가-+-오)] 그리고 명령을 나타내는 ‘하오’체 어미는 받침 없는 용언 어간이나 ‘ㄹ’ 받침으로 끝난 용언 어간 뒤에서는 ‘-오’ 형식으로 나타나고 그 밖의 받침 있는 용언 어간 뒤에서는 ‘-으오’ 형식으로 나타납니다.[예: 먹으오(←먹-+-으오), 가오(가-+-오)] 따라서 질문하신 형태가 모두 의문이나 평서를 나타낸 경우라면 “밟소”, “훑소”, “닿소”, “많소”, “싫소”, “안소”, “묻소”, “밉소”가 되어야 하며, 이들이 명령을 나타내는 경우라면 “밟으오”, “훑으오”, “닿으오”, “*많으오”, “*싫으오”, “안으오”, “물으오”, “*미우오”가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형용사인 “많다”, “싫다”, “밉다”는 명령을 나타내는 ‘-으오’가 붙을 수 없으므로 “많소”, “싫소”, “밉소” 따위만을 맞는 어형으로 보아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한글 맞춤법 제18항의 내용도 다소 수정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제18항에 제시되었던 “그럽니다”, “까맙니다” 따위는 1994년 12월 16일에 열린 국어 심의회에서 삭제하기로 하였습니다. 이는 ‘ㄹ’ 받침으로 끝난 용언 어간이나 받침 없는 용언 어간 뒤에서는 “-ㅂ니다”가 쓰이고 그 밖의 받침 있는 용언 어간 뒤에서는 “-습니다”가 쓰인다는 표준어 규정 제17항의 내용과 상충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 “까맣다”는 모두 ‘ㄹ’ 이외의 받침 있는 용언에 해당되므로 “-습니다”가 붙어야 하는데, “그러오”, “까마오”는 “그렇-”, “까맣-”에 “-ㅂ니다”가 결합한 형태이므로 잘못인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한글 맞춤법 제18항의 “그러오”, “까마오” 역시 삭제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 “까맣다”는 ‘ㄹ’ 이외의 받침 있는 용언 어간에 해당되고 형용사이므로 이에 ‘하게’할 자리에 쓰이는 평서나 의문의 어미가 붙은 형태는 “그러오(←그렇-+-오)”, “까마오(←까맣-+-오)”가 아니라 “그렇소(←그렇-+-소)”, “까맣소(←까맣-+소)”이기 때문입니다.

(임동훈)


물음   남한과 북한의 외래어 사용 실태를 알고 싶습니다. 특히 많이 쓰이는 외래어가 무엇인지 알고 싶습니다.
(김정옥, 울산시 중구 반구동 62-7)

  남북한에서 사용되고 있는 외래어를 국어 교과서를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여기에서 남북한의 초·중·고 국어 교과서를 대상으로 택한 것은 국어과 교육이 국어를 올바르게 익혀 일상적인 언어 생활을 원활히 하고, 인격을 형성하며, 국민 문화의 전승·창조와 국어 개선에 이바지하는 교육이기 때문입니다.
  남한의 국어 교과서에 쓰인 외래어 수는 266단어로 북한의 129단어보다 두 배가 조금 넘습니다. 그리고 고빈도 순위 33위까지 볼 때 남한의 국어 교과서에는 정보, 위락(慰樂), 통신과 스포츠 관련의 외래어가 많이 쓰임을 볼 수 있습니다. 즉 정보, 위락, 통신 관련어로 ‘텔레비전’, ‘라디오’, ‘컴퓨터’, ‘비디오’ 등이 있고, 스포츠 관련어로 ‘스케이트’, ‘서울올림픽’, ‘장애인올림픽’, ‘올림픽’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역시 고빈도 순위 33위까지의 북한 교과서의 외래어는 군사 관련 용어와, 이기(利器)나 건조(建造)·생산 관련 용어가 많이 쓰임을 볼 수 있습니다. 군사 관련 용어로 ‘땅크’, ‘빨찌산’, ‘삐라’ 등이 있고, 이기(利器)나 건조(建造)·생산 관련 용어로 ‘톤’, ‘뜨락또르’, ‘세멘트’, ‘아빠트’, ‘불도젤’, ‘콘베아’ 등을 들 수 있습니다.
  다음은 남북한 교과서에서 쓰인 외래어 빈도순 50내외와, 1990년대 남북한 신문·잡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한자·외래어 사용 실태 조사’, 1991·1992, ‘북한의 한자어·외래어 사용 실태 조사’, 1993, 국립국어연구원 참조)를 곁들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