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 언어학과 현대문학
− 문학적 커뮤니케이션의 대체성 원리를 중심으로 −
1. 들어가기
문학 텍스트를 언어학의 테두리 안에서 탐색하는 일은 별로 낯설지 않게 되었다. 그것은 언어학이 그 동안 인지심리학, 사회학, 철학 그리고 인공지능 등과 같은 인접 학문과의 연계 속에서 텍스트와 담화의 과학을 성숙시켜 왔기 때문이며, 또한 20세기 후반은 인문과학의 지적 관심이 모든 지적 현상에 대한 담화·언어학적 탐색으로 집중되는 시대적 요청이 있기 때문이다.2. 현대문학의 텍스트 언어학적 고찰
2.1. 현대문학 텍스트의 특성
현대의 중요한 지적 관심사는 뿔뿔이 흩어진 인간사의 단편들을 어떻게 하나의 총체로 상호 관련시키는가 하는 문제다. 각 부분들을 감싸 안고 그 전체의 의미를 결정하는 총체성의 상실이 현대의 위기이며 또한 현대 담론의 특징이기도 하다. ‘현대 담론의 잠세(潛勢)’라는 저서에서 핀레이(1990)는 현대 담론의 특징으로 다음 세 가지를 들고 있다:종래의 습관적 사고 패턴의 교란(habit disturbance), 모든 제약에서 풀려난 무한히 자유로운 상호개입 작용, 그리고 모든 의미, 진리, 실재성의 상대성, 맥락 의존성, 불확정성 등이다. 즉 이 모든 특징들은 전체성의 결여를 의미하며, 이러한 현대에서 진리를 추구하는 과정은 오로지 언어적, 특히 텍스트와 담화론적 규명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지적한다. 그것은 현대에서 지식이란 특정 언어 사용자들의 언어 행위 또는 특수 분야에서 각기 행해지는 언어 놀이(language game)로 보며, 지식과 진리에 대해서 분야마다 각기 다른 조리(條理)공간을 마련하여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현대의 핵심적 위기는 다양하고 복합적인 수많은 삶의 단편들이 각기 독립적으로 무엇을 추구하고 있을 뿐 그 총체적 의의가 상실돼 있다는 뜻이다. 현대에서 이러한 담론의 중요성은 사물이나 사상(事象)에 대한 새로운 의미 부여가 담론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데에 있다. 파카는 그의 “담론의 역동성”(Parker 1992: 70)에서 담론 이외의 진정한 탐색은 있을 수 없으며, 따라서 담화 분석만이 우리가 가지는 진리의 유일한 탐색 방법이되, 그러한 담론의 비평적 관점의 근거는 오로지 자체의 표현 방식에 대한 메타 언어적 성찰(reflexivity)일 뿐이다라는 결론에 이른다. 이 세상 모든 대상을 광범한 추론의 대상으로 보고자 하는 시각이다.2.2. 문학 텍스트의 대체성 원리와 시적 효과
문학 텍스트는 그러므로 텍스트 언어학적으로 대체성 원리(principle of alternativity)에 입각한 텍스트 행위다. 독자들은 작품을 통해서 또 다른 하나의 대체적 세계를 구상하든지 통찰하고자 한다. 즉 텍스트에 재현된 세계 표상은 사회적으로 이미 구축된 현실 세계 모델의 대안을 의미하거나 표상한다(보그란데 1983: 83). 현실 세계는 객관적으로 주어진 것으로서가 아니라, 사회적 인지 작용, 상호 작용, 절충 작용으로부터 전개된 것으로 파악하며, 텍스트가 표상하는 대체적 세계는 현실 세계나 마찬가지로 일련의 대상과 사상(事象)의 구성체이되, 이는 구체적 현실의 기록물에서 비롯해 공상물에 이르는 하나의 지속대의 어느 중간에 자리한다고 볼 수 있다. 작품 텍스트가 도출하는 그러한 세계는 정보성 차원에서 현실과 흥미롭게 관련되어 있고(놀라움이나 참신성을 지님으로써) 또한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현실 세계를 새로운 관점에서 조명할 수 있게 한다. 문학 텍스트 세계는 이처럼 흔히 생각되는 바처럼 전적인 픽션만도 아니요, 언어 형식의 일탈로만 설명될 수도 없으며, 더욱 내용의 문제만도 아니다. 이 사회에서 현실적으로 수용된 바 세계란 실은 여러 잠재적 관련 국면이나 가능한 관점들이 선택되지 않거나 거부된 결과이며, 현실 세계에서 도외시된, 그리고 텍스트에 미처 실현되지 않은 그러한 여타 국면들을 제시하고 전개시키는 하나의 제도적 장치가 곧 문학적 행위인 것이다.3. 텍스트와 배경 지식
텍스트는 표현들이 이루는 언어적 구성체라기보다는 통화자가 주체적으로 활용하는 인지적 구성체다. 텍스트는 언제나 추론을 통해서만 이해의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고 정보의 흐름이 안정성을 회복한다. 즉, 텍스트는 그 자체만으로는 하나의 미완성체이며 수용자의 머리에 비축된 경험 내용 및 배경 지식과의 상호관련 속에서만 처리되고 이해된다.3.1. 텍스트 대 문장
‘텍스트’의 성격은 ‘문장’과의 대비 속에서 가장 쉽게 포착된다. 추상적으로 대비되는 그들의 대표적 국면은 다음과 같다.텍스트 | 문 장 |
1. 구체적인 실현 체계인 글이나 말 | 앞으로 실현 또는 동원될 잠재 체계 |
2. 문법성은 기준치일 뿐 필수요건이 아니고 용인성(acceptability)이 중요함 | 순수한 문법성에 의존하며 용인성은 논외의 문제임 |
3. 발화 상황에서 적합한 형식과 내용을 갖추어야함 | 상황에 무관하며 따라서 화용과 무관한 이론적 단위 |
4. 하나의 의도와 목표를 지닌 언어행위 | 행위가 아닌 추상적 단위 |
5. 지식, 감정, 사회적 상태의 변화를 도모 하는 과정적 요인 | 정(靜)적 공시성을 지니는 언어 체계적 요소 |
6. 전제(前提)가 되는 것은 공적, 개인적 경험 안에 있는 여타 텍스트 | 텍스트가 아닌 여타 문장을 전제로 함 |
7. 문법 지식과 경험 지식 모두에 의존함 | 문법 지식에만 의존 |
8. 학제적 종합적 성격 | 순수한 언어 체계에 국한 |
9. 구체적인 유형을 띠고 이에 상응하는 기능을 실현함 | 텍스트 유형과 무관하며 화행과 문장 유형이 있음 |
3.2. 텍스트의 언어와 배경 지식의 상호작용
텍스트 어사(語辭)들의 개념 및 개념 관계들은 활동 기억 장치(active storage)라고 불리우는 우리의 정신 작업 공간 안에서 어사들에 의해 활성화된다. 여기에 활용되는 우리의 지식은 전국적(global) 인지 패턴의 모습을 띠고 맥락에서 적절히 동원되는데, 즉 발화체(말·글)는 다만 단서가 되어 필요한 인지 패턴들을 당면 과제에 따라 동원, 통합, 수용하면서 주제나 텍스트 세계의 구성을 성립시킨다. 더욱 우리 지식의 어떤 항목이 활성화되면 기억 장치 안에서 그 항목과 밀접히 연결돼 있는 다른 항목들도 활성화되는데(확대 활성화) 이들은 모두 전국적 인지 패턴들의 여러 유형들로서 동일한 기본 지식을 서로 다른 관점에서 공유할 수 있는 속성을 지닌다.프레임(frame) : | 어떤 중심 개념에 관한 상식적 지식의 기술 |
스키마(schema) : | 프레임에 포함되는 어떤 항목들이 전형적으로 어떤 순서로 실행되거나 언급되는가, 즉 시간적 인접성과 인과관계로 맺어진 사상과 상태의 배열 순서 |
플 랜(plan) : | 의도된 목표를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사상과 상태 |
스크립트(script) : | 참여자들의 역할과 기대로 그들의 행위를 명시하기 위해 빈번히 호출되는 전형적 플랜(사전에 전형화된 절차가 있음) |
4. 텍스트성과 문학 텍스트
보그란데·드레슬러가 제시하는 인지적 구성체로서의 텍스트, 즉 사고의 언어(표현의 언어만이 아닌)로서 지니는 텍스트를 이루는 요인들은 표층의 순차적 연결성을 이루는 결속 구조(cohesion), 심리적 요인으로서의 화자가 지향하는 의도성(intention), 청자 측의 텍스트 수용 태도인 용인성(acceptability), 사회적 요인으로서의 상황성(situationality), 정보의 예측성에 관여하는 정보성(informativity), 그리고 총체적으로 모든 텍스트에 전제되는 상호 텍스트성(intertextuality)과 이 모든 기준의 주도적 요인으로서 텍스트 내용의 개념적 연결성을 기하는 결속성(coherence)이 있다.4.1. 결속 구조와 도상성
결속 구조는 발화체의 연속 기능을 실현하는 표층적 요인으로서 통사 구조를 언어 사용의 측면에서 포착하되, 여타 기준들과 상호작용하는 인지적 측면이 강조된다. 결속 구조에는 1) 구, 절, 문장 각 내부의 문법적 의존 관계와 2) 이들 사이에서 긴 폭의 텍스트 표층에 걸쳐 텍스트 세계를 이루는 사상(事象)과 상황의 내적 상호관계를 명시하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이미 사용된 구조나 패턴을 재활용하고 수정·생략·압축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후자의 결속 관계는 정보 처리상 안정성과 경제성, 효율성을 높이는데 기여하는 수법이며, 문법성의 경우와 달리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 1 하늘은 날더러 구름이 되라 하고 2 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네 3 청룡 흑룡 흩어진 비 개인 나루 4 잡초나 일깨우는 잔 바람이 되라네 5 뱃길이라 서울 사흘 목계나루에 6 아흐레 나흘 찾아 박가분 파는 7 가을볕도 서러운 방물장수 되라네 8 산은 날더러 들꽃이 되라 하고 9 강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10 산서리 맵차거든 풀 속에 얼굴 묻고 11 물여울 모질거든 바위 뒤에 붙으라네 12 민물새우 끓어 넘는 토방 툇마루 13 석삼 년에 한 이레쯤 천치로 변해 14 짐부리고 앉아 쉬는 떠돌이가 되라네 15 하늘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고 16 산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
4.2. 결속성과 맥락 함축
4.2.1. 결속성
결속 구조(cohesion)가 텍스트 표층의 순차적 연결성을 다루는 기준이라면 결속성(coherence)은 텍스트 사용자의 마음 속에서 타협적으로 전개되는 의미와 의의(sense)의 개념적 연결성을 가리킨다. 국부적, 또는 전국적인 결속성이 어울려 주제 실현을 이루게 되는데, 이 때 의미와 의의(sense)는 폭넓은 과제들 속에서 지식을 활용하는 절차라는 관점에서 다루어지며, 의의의 연속성, 활성화, 의의 간의 연결 관계의 강도, 관련 의의의 상속, 확대 활성화 등이 결속성을 가져 오는 기제들이다. 여기서 의의라 함은 하나의 텍스트에서 표현들에 의해서 실현적으로 전달되는 지식을 말한다(보그란데·드레슬러 1995: 128). 보통 “의미가 있다”거나 “무의미한” 텍스트라면 활성화된 지식 간에 아무 연속성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를 말하며, 텍스트의 결속성은 여러 지식 개념들과 그들 간의 관계들이 발화체를 이룰 수 있을 정도로 서로 적합하게, 일관성 있게 관여할 수 있다는 뜻이다(129). 이러한 결속성의 발견은 새로운 자아 발견을 통한 미적 경험을 맛보이게 한다(레이코프·죤슨 1980:35, 235). 이 때 그 텍스트 세계는 우리가 경험하는 현실 세계와 일치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이는 표층 표현들이 끌어들이는 의의 이상이 포함되는 인지 세계로서 우리의 인지 과정에서 기대나 경험을 바탕으로 동원되는 전국적 인지 패턴(본문 3.2 참조)들의 관여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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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2. 맥락 함축과 해석
문학 텍스트에서 결속성은 이와 같이 중의적이며 다차원적이고, 지시성이 불명확하다. 읽기 과정에 있어 1) 우선은 텍스트 자체가 제공하는 명제들을 지각해서 담화 처리한 다음 2) 독자의 배경 지식에서 오는 맥락 정보 속에서 새로운 명제들이 창출되기 때문이다. 텍스트 자체가 제공하는 명시 의미(explicature)와 독자가 제공하는 맥락 정보와의 합성은 새로운 맥락 함축(implicature)을 낳고 이들은 작품 해석에 당연히 동원되어 새로운 작품의 결속성을 탐색·경험케 한다. ‘목계장터’의 두 시행에서 얻어지는 명시 의미와 맥락 함축을 가려 보자. 본문 명제(=명시 의미) (전제1) |
하늘은 날더러 구름이 되라 하고 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네 |
맥락 정보 : (독자 제공) (전제2) |
구름과 자연은 무위자연의 정처없이 떠도는 거리칠 데 없는 자연물이다. |
맥락 함축 : (결론) |
그러므로 우주는 날더러 이 세상 모든 인연에서 풀려나 집착을 버리고 무애(無碍)의 경지에 들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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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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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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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변모 권고 주체 |
자연계 | 인간계 | (환언) |
하늘 | 구름(1) | 방물장사(7) | 바람 |
땅 | 바람(2) | ||
잔바람(4) | |||
산 | 들꽃(8) | 천치(13) 떠돌이(14) |
잔돌 |
강 | 잔돌(9) |
③ | 청룡(같은 청회색 구름) 흑룡(같은 먹구름)들이 말끔히 가신 비 개인 나루 |
④ | (하찮은) 잡초나 (흔들어) 일(으켜)깨우는 잔바람이 되라네 |
⑤ 뱃길이라 서울({ | 부터 에서 |
}) 사흘(이나 걸려 온) 목계나루에 |
⑥ 아흐레({ | 나 를 |
}묵어 가며) 나흘(째나 고객을) 찾아(다니며) 박가(가 만들어 파는 화장품)분(을) 파는 |
⑦ { | 희미한 따가운 |
} 가을볕(마저)도 (나로 하여금) 서러운 (신세타령이 나오게 하는) 방물장사(가) 되라네 |
⑧ | 산(속) 서리(가) 맵(고 몹시) 차거든 풀 속에 얼굴(을) 묻고 |
⑪ | 물(이) 여울(목에서) 모질(게 구비쳐 흐르)거든 바위 뒤에 붙(어 의지해 있)으라네. |
⑫ | 민물새우(찌개가) 끓어 넘는 (냄비를 놓고 둘러앉은 기와집 대청마루가 아닌 좁은) 토방 툇마루(에서) |
③ | 혼란스러운 사회상이나 어떤 심각한 사건이 진정된 후 |
④ | 하찮은 인생의 자디잔 일거리나 직능을 가져 보라지만 그것 역시 매우 가치가 있을 수 있는 일이 아닌가 |
⑦ | 가을볕이 서러운 것은 이제 곧 겨울이 가까이 오고 있음을 알리는 계절이기 때문인가; 엷은 햇볕이 으스스 추운, 아니면 따가운 가을볕 때문인가 |
4.3. 의도성과 용인성
의도성과 용인성은 화자와 청자의 태도와 관련된 텍스트 기준이다.4.3.1. 의도성
말이란 어떤 목표를 지닌 화자의 의도 표명이다. 의사 소통에는 반드시 의도와 관련된 화자의 태도가 비쳐지게 마련이며, 이는 두 차원에서 논의될 수 있다. 우선은 모든 요건을 최소한 다 갖춘 텍스트를 성립시키겠다는 의도로서, 표층 차원에서나 내용 면에서 발화의 일관성이 기해진 텍스트를 의도한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의도성은 텍스트 전체가 화자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사용되는 모든 방식에서 찾아진다.[의도/플랜] | ||
약방 아줌마: | 워디가 워치게 아픈디? | (상황 점검) |
[환자들의 끝없는 주절거림] | (약을 지어 받기 위한 환자들의 플랜) | |
약방 아줌마: | i) 이거 갖다 먹어 봐 | (환자의 주절거림을 한마디로 끝내기 위한 상황 관리) |
환자: |
ii) 병원에 가 봐야 쓰겠구만 아이고 아줌씨, 존일로 우리 쪼까 살려주새오이. |
(조제를 거절하는 상황 관리) (병원 출입을 피하기 위한 상황 점검) |
4.3.2. 용인성
어떤 말이나 글이 외적으로 불충분한 형식을 취했거나, 내용의 명확성이 없을지라도 청·독자의 입장에서는 완전한 텍스트로 용인코자 하는 긍정적 마음가짐이 작용한다. 텍스트 이해에 있어 사소한 불연속성이나 장애 요소가 있어도 문제해결 능력 또는 추론 능력을 동원해 비문법성, 생략 부분, 불합리성 등을 해결하고 정상으로 회복하려는 수용자의 측면이 있다. 텍스트의 생산과 수용은 하나의 개연적 조작이며 문법이란 퍼지(fuzzy)한 일련의 지침일 뿐, 문법성도 어디까지나 정도의 문제이니, 실제로 중요한 것은 어떤 한 문장을 성립시키게 되는 그 맥락이다. 따라서 ‘문법성’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다른 요인들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성립시키는 용인성의 한 부분일 뿐이다. 문장을 넘어서 구체적 상황 맥락 안에서 생산되는 텍스트에서 용인성은 더욱 그 개념이 명확해진다.4.4. 상황성 및 상황 점검과 상황 관리
상황성은 하나의 텍스트를 현재의 담화 상황 또는 복원 가능한 상황에 적절히 관련지어 주는 요인을 말한다(보그란데·드레슬러 1995: 243). 담화자들은 텍스트를 사용해서 중간 조정(상황 점검 또는 관리)을 함으로써 담화 목적을 이루고자 하는데 목적을 위해 대상이나 사건에 대한 단순한 기술을 할 수도 있고 또는 물음을 던지고 이에 답함으로써 상황이나 사태를 점검하는 것을 상황 점검이라 한다(situation monitoring). 가령 “고욤나무”의 첫머리는 다음과 같은 상황 점검으로 시작된다:4.5. 정보성의 격하와 격상
수용자에게 제시된 텍스트 정보는 매우 새롭거나 의외의 신정보일 수도 있고, 이미 알려진 구정보이거나 충분히 예측 가능한 것일 수도 있다. 내용 면에서는 물론이려니와 언어 체계의 모든 층위에서 정보성을 논의할 수 있으니 어떤 표현이 음운이나 통사·어휘층에서 수용자에게 얼마만한 주의 집중 대상이 되는가에 따라 정보성의 부차적 요인이 될 수 있다.손님: | 아줌씨, 아줌씨 |
약방 아줌마: | 워디가 워치게 아픈디? |
4.6. 상호텍스트성 및 텍스트 유형과 구성 스키마
4.6.1. 상호텍스트성
모든 텍스트는 이를 생산하고 수용하는 과정에서 텍스트 사용자가 이미 지니고 있는 사전 지식에 의존한다. 이는 에피소드어(語)처럼 사연이 있는 어휘 한 마디와 관련된 문제일 수도 있고 텍스트 인유(引諭)처럼 잘 알려진 기존 텍스트 전체를 통해 당면 과제를 산출·처리할 수도 있다. 또한 여러 텍스트가 일정한 전형적 특성을 공동으로 지니고 있으면 하나의 텍스트 유형을 이루면서 동일한 생산·수용 책략에 관여한다.4.6.2. 텍스트 유형
일정한 전형적 특성을 공유하면서 동일한 생산·수용 책략에 관여하는 텍스트 유형들은 기능적 노선에서 규정되는 바, 기술적 텍스트(descriptive text)는 대상물이나 상황의 지식 공간을 풍부하게 하는데 기여하며, 속성, 상태, 사례, 특정화의 개념 관계가 활발하다.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인지 패턴은 프레임이 우세하다. 화술 텍스트(narrative text)는 행위와 사건이 각별한 순서로 배열된 텍스트로서 원인, 이유, 목적, 실행 가능화, 시간의 인접성 등의 개념 관계가 주가 되며, 지식패턴은 스키마가 활발한 경향을 보인다. 쟁론 텍스트(argumentative text)는 어떤 신념이나 아이디어의 진위성 또는 긍정·부정적 수용·평가에 주로 관여하되 이유, 의미, 의욕, 가치, 대립 등의 개념 관계와 플랜과 같은 지식 패턴이 활발히 사용된다(보그란데·드레슬러 1995: 278).4.6.3. 문학 텍스트와 구성 스키마
문학 텍스트는 이상의 여러 텍스트 유형이 혼합된 특수 장르로서 제2장에서 논의된 바와 같이 현실 세계와 일정한 원리를 바탕으로 대체성 관계에 있는 텍스트 세계를 가지며, 여타 스키마의 상위에서 작용하는 구성 스키마(constitutive schema)의 통어를 받는다. 보그란데에 의하면(1987: 56) 문학은 1) 상위의 구성 스키마가 하위 스키마의 선택, 활성화 및 그 구성을 좌우하는 하나의 의사 소통 이벤트이며, 2) 이러한 상위 구성 스키마는 인간의 의사 소통에서 핵심 기능을 갖는 정보처리 스키마로서, 문학에서 가장 강력한 상위 스키마는 대체성 원리(principle of alternativity)라고 말한다. 즉 독자는 텍스트를 통해, 이미 수용된 현실이 아닌 또 하나의 대체 세계를 자유로이 또는 기꺼이 연상하고 구축한다. 더욱 시텍스트는 텍스트 언어 자체의 타협성, 대체성을 받아들여야 하는 문학 텍스트의 하위 장르로서 면밀한 표층 텍스트 구성을 통하여 대체성 원리를 바탕으로 하는 심미적 경험을 가능케 한다.5. 맺는 말
문학 매재로서의 언어 연구에 필요한 것은 텍스트 이론과 추론 이론의 종합이다. 언어의 연구는 통화의 연구로, 텍스트 자체만의 연구에서 텍스트와 컨텍스트의 상관성의 연구로, 그리고 좁은 의미의 언어 능력이 아닌 인간의 총체적 능력을 의미하는 텍스트 사용 능력을 규명하는 학제적 방향으로 옮겨가고 있다. 그리하여 원초적, 사회적, 공적 경험이 어떻게 개인적이고 사적인 기술(description) 속에 융합되는가, 그리고 시대 정신과 더불어 갱신되는 심미적 기준은 어떻게 적용될 것인가를 밝혀야 한다.강성 함축: | ||
1) | 대청마루와는 달리 툇마루는 옹색한 자리다. | |
2) | 그러나 오히려 다정하기 짝이 없는 자리이며 비싸지 않은 민물새우찌개 냄새가 구수하게 난다. | |
3) | 툇마루는 우리 모두가 즐겨 앉았던 전통 가옥의 열려 있는 자리다. |
약성 함축: | ||
4) | 이는 자연계와 인간계를 접속시키는 연결 공간이다. | |
5) | 이는 좁은 공간을 심리적으로 넓게 지각케 하는 집안 공간이다. | |
6) | 즉 자연을 수렴할 수 있는 공간이다. | |
7) | 툇마루의 색깔은 왠지 회색의 으스럼이요 으스럼 정서를 자아낸다. | |
7ㄱ) | 그 으스럼 속에서 근심, 걱정, 한(恨) 따위 정념을 투영·승화시키는 공간이 툇마루다. | |
7ㄴ) | 고로 가정생활에서 말다툼이 손찌검으로 잘못 발전하는 것은 승화 공간인 툇마루가 없기 때문이다. | |
8) | 툇마루는 한 마을에서 이웃간에 정을 다지는 인간적 연결 공간이다. | |
8ㄱ) | 지금 우리가 이웃과 친할 수 없는 것은 툇마루 같은 연결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등등. (이규태 코너: ‘툇마루’ 조선일보 1996. 2. 9. 참조) |
<참 고 문 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