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신문·방송 언어】

언어 규범으로서의 방송 어휘

박갑수 / 서울 대학교 국어 교육과 교수


1. 방송과 언어 규범

      1.1. 방송과 언어의 교육적 기능

  우리나라의 방송은 1927년 2월 16일 사단 법인 경성방송국에 의해 정식으로 송출되기 시작하였다. 그리하여 우리의 방송은 그간 회갑을 맞게 되었고, 공중파 방송 외에 유선 방송 시대를 열었는가 하면 위성 방송의 시대도 눈앞에 두게 되었다. 이러한 발전에 따라 우리의 방송은 신문과 더불어 현대인에게는 필수적인 대중매체가 되어 있다.
  우리는 방송을 통하여 정보를 얻고, 교양을 쌓으며, 즐거움을 맛본다. 이것은 방송이 보도의 기능, 논평 ·해설이 기능, 교육·교양이 기능, 오락 기능, 광고의 기능 등의 다양한 기능을 지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송의 기능은 이러한 내용적 기능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방송의 중요한 수단의 하나인 언어가 직접 간접으로 교육적 기능을 지닌다는 것이다. 그것은 방송이 공시성(公示性), 교육성(敎育性)을 지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방송에 의한 교육은 학교 교육과 구별되는 사회 교육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국어가 오늘날 이 만큼의 통일을 보게 된 것은 학교 교육과 이러한 방송 언어의 교육적 기능 때문이라 하겠다.
  방송 언어의 특질은 여러 가지를 든다. 필자는 일찍이 이러한 특질로 다음과 같은 네 가지를 든 바 있다(박갑수, 1982).
(1) 표준어이어야 한다.
(2) 구두어이어야 한다.
(3) 쉬운 말이어야 한다.
(4) 순화된 말이어야 한다.
  이러한 특질 가운데 (1), (4)는 언어의 교육적 기능과 관련된다.
  방송 언어의 교육적 기능은 바람직한 방송을 위한 지침이라 할 ‘방송 심의에 관한 규정’에서도 높이 사고 있다 하겠다. 그것은 언어 사용에 대한 규정을 명문화하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개정된 방송 심의에 관한 규정’(1994)에는 일반 방송에 관한 규정으로 세 조항, 광고 방송에 관한 규정으로 한 조항이 설정되어 있다. 먼저 일반 방송에 관한 규정을 보면 다음과 같다.
  제18조(바른 언어생활) 방송은 바른 말을 사용하여 국민의 바른 언어생활에 이바지하여야 한다.
  제60조(잡담, 사담 등) 방송은 공공의 질서와 선량한 풍속을 해칠 우려가 있는 잡담이나, 공중에게 유의하지 않은 사담을 하지 않도록 유의하여야 한다.
  제63조(언어생활) ① 방송은 바른 언어생활을 해치는 억양·어조 및 비속어·은어·유행어·조어·반발 등을 사용하여서는 아니 되며, 사투리나 외국어 또는 외래어를 사용할 때에는 국어 순화의 차원에서 신중하여야 한다.
② 방송 언어는 원칙적으로 표준어를 사용하고, 특히 고정 진행자는 표준어를 사용하여야 하며, 사투리를 사용하는 인물의 고정 유형을 조성하여서는 아니 된다.
  이렇게 방송에서는 바른 말을 사용하고, “바른 언어생활을 해치는 억양·어조 및 비속어·은어·유행어·조어·반발 등”을 사용하지 말며, “사투리나 외국어 또는 외래어”는 사용할 때 국어 순화의 차원에서 신중을 기하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사투리를 사용하는 인물의 고정 유형을 조정하지 않도록 하였다. 이 밖에 공익에 벗어난 잡담이나, 사담을 금한다.
  광고에 관한 규정은 다음과 같이 되어 있다.
제91조(언어) ① 광고는 우리말의 표준어를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한글 맞춤법 및 외래어 표기법을 준수하여야 한다.
② 광고는 바른 언어생활을 해치는 비속어·은어· 조어를 사용하여서는 아니 된다.
③ 광고는 불필요한 외국어를 사용하거나, 외국어 및 외국인 어투를 남용하여서는 아니 된다.
④ 광고는 그 화면에 상품명 및 기업명(기업 표어 포함)을 외국어로 표현할 때에는 전체적으로 균형을 맞추어 한글을 병기하여야 한다.
  이렇게 광고 언어도 반복성으로 말미암아 시청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일반 방송 포로그램의 언어와 비슷하게 규제하고 있다.
  방송 언어는 그 특질로 보나, 규정으로 보나 이렇게 바르고 순화된 표준어를 쓰게 되어 있다. 그러나 방송 언어의 현실은 이와 다르다. 바람직하지 않은 비표준어가 난무하고, 외래어 비속어 등 순화되지 않은 말이 남용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비난의 소리가 높다. 이러한 사정은 최근의 방송 언어에 대한 신문의 평언 몇 개만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방송인 표준말 훈련 시급 <동아 8. 30.>
100% 사투리 방송 논란 <중앙 9. 2.>
“언어 오용 막자” KBS 노력
전문 아나운서 프로 진행 맹활약 <조선 9. 16.>
‘고도의 개그’인가 ‘언어 폭력’인가 <문화 10. 3.>
  이는 일반 출연자는 말할 것도 없고, 전문 방송인마저 표준어 훈련을 받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오용이 심한가 하면, 사투리를 유형화하는 방송이 꾀해지고 있고, 연예 오락 프로에서는 순화되지 않은 거친 말이 횡행하고 있음을 고발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1965년 프랑스의 퐁피두 수상이 ‘불어 순화 및 전파 위원회’를 설립하기 위한 ‘조직 위원회’의 개회식에서 행한 연설을 상기하게 한다. 그는 순화 운동과 관련지어 특히 O.R.T.F(프랑스 라디오·텔레비전 방송국)의 교육적 사명에 관하여 중요한 언급을 한 바 있다.
  그는 방송국에서 현재 사용하고 있는 낱말들이 국민들에 의해 올바르게 수용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만일 텔레비전의 아나운서나 기자들이 계속해서 우리말의 구문과 단어를 변질시켜 나간다면, 현재 국가가 막대한 예산을 교육에 투자하고 있는데, 이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학교 교사들의 노력이나, 학부모들의 선의가 이들의 무성의로 인하여 무력해지고 용기를 잃게 될 것이다.” 이렇게 말하고 그는 ‘조직 위원회’가 “방송국에 의해 타락되는 불어” 문제를 다루기 위해 방송 당국과 긴밀한 대화의 길을 모색하도록 제언하였다(정지영, 1978). 이러한 상황은 오늘날의 우리 처지와 마찬가지라 하겠다. 우리 방송사들은 언어 교육적 차원에서 뼈 아픈 반성을 해야 할 것이다.


      1.2. 규범으로서의 방송 어휘

  언어는 구조적인 면에서 음운과 어휘 구분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고, 이의 운용으로서 화용이 고찰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방송 언어도 이러한 영역에 따라 살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 가운데 방송 언어의 어휘만을 살펴보기로 한다.
  일본 NHK의 종합 방송 문화 연구소에서 펴낸 ‘방송용어론’에는 어휘 면에서 주의해야 할 것으로 다음과 같은 것을 들고 있다(NHK 종합 방송 문화 연구소, 1975:31-32).
1) 어휘 선택 분야 (주로 이해의 면에서 )
① 어려운 한자어를 피한다.
② 어려운 말에는 설명을 붙인다.
③ 동음어·유음어에 주의한다.
④ 말의 변화에는 약간 보수적으로
⑤ 공통성이 높은 말을 고른다.
⑥ 일상의 용어에서 벗어나는 경우도 있다.
⑦ 약어는 가능한 한 피한다.
⑧ 문어조·한문조·번역조를 피한다.
⑨ 피동형을 남용하지 않는다.
⑩ 알기 어려운 외래어는 가능한 한 피한다.
⑪ 외래어도 국어의 일부로 생각하여 사용한다.
⑫ 외래어, 외국 지명, 인명의 발음 표기는 가능한 한 통일한다.

2) 어휘 선택의 분야 (주로 어감의 면에서 )
① 아름다운 말을 쓴다.
② 바른 말을 쑨다.
③ 말의 동요도 인정한다.
④ 속어적인 뉘앙스를 피한다.
⑤ 강요하기 마땅찮은 표현을 피한다.
⑥ 관용 표현을 피한다.
⑦ 경어에 주의한다.
⑧ 방언은 존중하나 신중하게 쓴다.
  이러한 방송 어휘에 관한 사항은 바람직한 방송을 위한 주의 사항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말을 바꾸면 이는 방송 어휘의 규범이라 하여 좋을 것이다. 이들은 ‘바른 말을 쓴다.’는 협의의 언어 규범과는 구별되는 것이다.
  S.W. Hyde도 그의 ‘Television and Radio Announcing, 1979’의 ‘미국 영어 용법(American English usage)’이란 장에서 언어의 용법에 대해 다음과 같은 사항을 들어 언급하고 있다.
변말과 유행어(Jargon and vogue word)
군말 (Redundancies)
상투어 (Cliche’s)
라틴 어와 희랍어의 복수(Latin and Greek plurals)
거리의 표현(Street expressions)
문법 위반(solecisms)
자주 오용되는 단어(Words often missused)
  이들도 미국 영어의 용법이라 했지만 방송 언어의 용법을 다룬 것으로, 언어 규범으로서의 용법만을 다룬 것이 아니다. 이들 가운데 언어 규범으로서의 어휘와 관련을 갖는 것은 ‘자주 오용되는 단어’이다. ‘문법 위반’은 부분적으로 관련을 가질 것이다.
  규범으로서의 방송 어휘는 방송 규범으로서의 어휘와, 언어 규범으로서의 어휘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방송 규범으로서의 어휘는 앞에서 살펴본 ‘난해어, 동음어·유음어, 약어, 외래어·외국어, 사투리·방언, 비속어, 은어, 유행어, 신조어, 관용어·상투어, 군말(반복어), 비문법어, 오용어, 경어, 반말’ 등 방송 언어 전반을 가리킨다. 언어 규범으로서의 방송 어휘는 우리의 경우 표준어 규정, 맞춤법, 외래어 표기법, 로마자 표기법 등 4대 어문 정책과 관련되는 것이다. 따라서 언어 규범으로서의 어휘보다 방송 규범으로서의 어휘가 좀 더 넓은 영역을 가리킨다. 우리의 주제는 언어 규범으로서의 방송 어휘이므로 언어 규범으로서의 어휘를 한정적으로 살피게 될 것이다.
  언어 규범으로서의 방송 어휘는 낱말의 형태와 그 의미가 주된 고찰의 대상이 되고 이의 운용이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형태는 음운 및 표기와 관련을 갖고, 낱말의 운용은 문법 및 표현과 관련을 가져 증폭되게 마련이다. 따라서 여기서는 발음 및 변화사(變化辭)의 활용 등 문법적인 면도 다소 고찰의 대상이 될 것이다.


2. 언어 규범으로서의 방송 어휘

      2.1. 방송 언어와 바른 말

  언어 규범으로서의 어휘란 문자 그대로 ‘바른 말’을 의미한다. 방송 언어가 ‘바른 말, 고운 말, 쉬운 말, 입말’을 쓰는 것이라 한다면, 언어 규범으로서의 방송 어휘란 이 가운데 ‘바른 말’을 써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바른 말의 사용은 4대 어문 규범을 지킴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4대 어문 규범이란 ‘한글 맞춤법(1988)’, ‘표준어 규정(1988)’, ‘외래어 표기법(1985)’, ‘로마자 표기법(1985)’을 가리킨다. 이들은 방송에서의 문자 언어와 음성 언어에 제대로 적용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것은 규범에서 어긋나게 된다.
  바른 말의 사용은 한 마디로 광의의 표준어의 사용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왜 표준어를 사용해야 하는가? 언어 규범으로서의 방송 언어를 논의하기 위하여는 방송 언어가 ‘바른 말’, 말을 바꾸면 표준어이어야 한다는 준거가 분명하지 않으면 안 된다. 따라서 그 이유를 간단히 살펴보기로 한다(박갑수, 1987).
  첫째, 방송 언어는 보편성을 지녀야 하기 때문이다.
  방송 언어의 제1차적 목적은 정보 전달에 있다. 방송 언어는 통달성을 지녀야 한다. 따라서 이는 어떤 특이한 성질을 지니는 말이기보다 평범성, 일반성을 지니는 말이어야 한다. 그것은 방송이 한정된 지역이나, 특수한 사회적 계층의 국부적 시청자를 상대로 하는 것이 아니요, 사회 전반의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역이나 계층의 구애 없이 누구나 알 수 있는 공용어를 사용하여야 한다. 특정 지역의 방언을 사용하면 그 지역 이외의 사람에게는 잘 이해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편성을 지니는 말을 사용하여야 하는데 그것이 표준어이다.
  둘째, 방송 언어는 교육성을 지니기 때문이다.
  방송은 공공성을 지닌다. 그래서 방송에서 언급된 것은 사실로 받아들인다. 방송 언어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시청자들은 이를 보고 배운다. 잘못된 말까지 바른 것으로 수용한다. 문제가 될 때 “방송에서 그러더라”고 방송을 방패막이로 삼는 것이 그 단적인 증거이다. 방송은 광범성(universality)을 지니는가 하면, 직접성, 현실성, 공공성, 교육성을 지녀 그 영향력이 막대하다. 따라서 방송 언어는 신중히 선택, 사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여기에 표준어를 사용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비표준어를 사용하였을 때 국민의 언어생활에 미치는 해독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이는 가정이나 학교에서의 잘못된 교육에 비할 것이 아니다. 방송의 역기능은 표준어 보급이라는 국가적 시책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것으로, 퐁피두 수상의 염려가 그대로 현실화하게 되기 때문이다. 방송 언어의 이러한 교육성을 고려할 때 방송 언어는 표준어를 사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
  셋째, 표준어는 민족적 결속과 국빈 총화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민족과 민족어가 필연적인 관계를 지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밀접한 관계를 지니는 것만은 사실이다. 민족어는 민족을 결속하는 거멀못이 된다. 이는 방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민족어가 여러 방언으로 분화하게 되면 방언 사이에 위화감이 생기고, 원만한 의사소통에 방해를 받게 된다. 이러한 폐해는 다민족 국가에서 언어 문제가 끊임없이 분쟁의 불씨가 되는 것을 볼 때 쉽게 이해된다. 그러기에 한 나라는 공통어로서의 표준어의 제정을 필요로 한다. 전국을 상대로 하는 방송은 민족적 결속을 꾀하고, 지역 방언 사용자 사이에 이질감·위화감이 조성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오늘날의 우리 현실과 같이 지역 감정이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일찍이 조사된 우리의 한 언어 의식 조사(이정민 외, 1981)에 의하면 표준말 아닌 지역 방언에 대해 ‘듣기 싫다’는 반응과, 특정 지역 방언에 대해 ‘듣기 싫다’는 반응이 높게 나타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언어에 의한 지역 감정은 공통어를 씀으로 해소될 수 있다. 따라서 방송 언어는 방언 화자들 사이에 위화감, 지역 감정을 조성하지 아니하고, 국민의 총화를 다지기 위해서도 중간항(中間項)인 표준어를 써야 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방송 언어는 표준어를 사용하여야 한다. 그래서 4대 어문 규범을 지켜야 한다. 규범이 잘 지켜진 방송 언어는 바람직한 언어 규범으로서의 국민 언어가 될 것이다. 영국의 BBC 영어나, 일본의 NHK 일본어가 높이 평가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2.2 형태 면에서 본 방송 어휘

  방송 어휘는 원칙적으로 표준어이어야 한다. 그런데 방송에는 이와는 달리 비표준어가 많이 쓰이고 있다. 이러한 비표준어는 발음 및 표기 과정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변동이 생겼거나, 지역 방언을 사용하였기 때문이다. 다음에는 이들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2.2.1 비표준 발음에 의한 형태의 변동

  잘못된 발음으로 말미암아 형태적인 변화를 보이는 것으로는 음운 변동 및 말소리의 장단에 의한 것을 들 수 있다.
  음운 변동에 의한 형태적 변화의 대표적인 예로는 우선 자생적 변동(自生的 變動)으로 모음의 경우 ① ‘ㅐ-ㅔ’의 혼란과 ② ‘ㅗ>ㅜ’화를 들 수 있다. ‘ㅐ-ㅔ’의 혼란은 “가게>가개, 가운데>가운대, 남세스럽다> 남새스럽다, 메마른>매마른, 여드레>여드래, 우세>우새, 자네>자내, 지게>지개, 집게>집개”와 “뜨개질>뜨게질, 서재>서제, 찌개>찌게” 같은 것이 그 예이다. ‘ㅗ>ㅜ’의 변화는 구어에서 아주 일반화된 것이다. “그리고>그리구, 놀고서>놀구서, 바로>바루, 갈고리>갈구리, 꽁초>꽁추, 부조>부주, 사족>사죽, 삼촌>삼춘, 어디로>어디루, 저고리>저구리, 퉁소>퉁수, 하고>하구” 같은 것이 그것이다. 이 밖에 대표적인 것으로 ③ ‘ㅔ>ㅣ’화 및 ④ ‘ㅖ>ㅣ’화가 보이는데 이는 방언의 영향을 받은 것이 다. ‘ㅔ>ㅣ’화의 보기로는 “네(汝)>니, 데다>디다, 떼다>띠다, 메다>미다, 베다>비다, 세다>시다, 제(自己)>지” 따위가 있고, ‘ㅖ>ㅣ’화의 보기로는 “계시다>기시다, 계집애>기집애, 폐백>피백”과 같은 것이 있다. 이들은 물론 규범에 벗어난 것으로, 용인되지 않는 것이다.
  자음의 자생적 변동으로는 ① 된소리되기와 ② 거센소리되기를 들 수 있다. 된소리되기는 어두의 예사소리가 된소리로 되는 것과, 낱말 안에서 예사소리가 된소리로 되는 것의 두 가지가 있다. 어두의 된소리는 “감다(洗髮)>깜다, 거꾸로>꺼꾸로, 곶감>꽂감, 과(科)>꽈, 닦다>딲다, 달리다(不足)>딸리다, 동그라미>똥그라미, 반듯하다>빤둣하다, 벌거숭이>뻘거숭이, 부러지다>뿌러지다, 부수다>뿌수다, 삯>싻, 삶다>쌂다, 소나기>쏘내기, 소주>쏘주, 작다>짝다, 자르다>짜르다, 조금>쪼금, 족집게>쪽집게”와 같이 일일이 매거하기가 힘들 정도이다. 어중의 된소리되기는 근자에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이의 대표적인 예로는 “간단히>간딴히, 고가도로>고까도로, 관건>관껀, 교과서>교꽈서, 김밥>김빱, 등기>등끼, 불볕더위>불뼡더위, 양담배>양땀배, 참고서>참꼬서, 창고>창꼬, 창구>창꾸, 체증>체쯩” 같은 것이 있다. 거센소리되기의 대표적인 예로는 “도끼>도키, 싣고>실코, 병풍>평풍, 폭발>폭팔, 서슴지>서슴치, 깨끗이>깨끄치” 같은 것이 있다. 이 밖에 요사이 문제가 되는 것에 ③ 유성음화가 있다. 이는 된소리되기가 시비의 대상이 되자 당연히 무성음을 내야 할 자리에서 유성음을 내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예로 “본격적, 안간힘, 사건, 주가(株價), 한자(漢字)” 같은 말은 [본껵쩍, 안깐힘, 사껀, 주까, 한짜]와 같이 발음하는 것인데 이들 낱말에서 “격, 간, 건, 가, 자”를 유성음으로 발음하여 다른 형태의 말로 오인하게 하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음운의 결합적 변동(結合的 變動)에 의해 형태적 변동이 생기는 것도 있다. 음운의 결합적 변동으로 문제가 되는 것에는 종성 규칙, 동화 현상, 이화 현상, 첨가 현상, 탈락 현상 따위가 있다.
  첫째, 종성 규칙에 ① 연음 법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오해가 빚어지고 있다. 종래의 7종성 표기로 말미암아 본래의 음가가 드러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이러한 발음은 지양되어야 한다. “들녘에서>들녀게서, 삯을>싸글, 흙을>흐글, 값이>가비, 젖을>저슬, 윷이>유시, 숱을>수슬, 무릎에>무르베”와 같은 것이 그것이다. ② 절음 법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도 문제이다. 특히 겹받침 ‘ㄺ, ㄼ’이 제대로 발음되지 않는다. ‘ㄼ’은 원칙적으로 ‘ㄱ’으로 발음하고, ‘ㄱ’ 소리 앞에서만 ‘ㄹ’로 발음한다. 예를 들면 용언 ‘밝다’의 경우 [박따, 박찌, 박씀니다]와 [발께, 발꼬, 발끼]라 발음하는 것이다. 이것이 [발따, 발찌, 발씀니다], [박께, 박꼬, 박끼]가 되면 의미가 바뀌거나 무의미한 말이다. ‘ㄼ’은 원칙적으로 ‘ㄹ’로 발음한다. 다만 ‘밟다’의 경우는 예외적으로 ‘ㅂ’으로 발음한다. 예를 들어 ‘떫다’의 경우 [떨따, 떨께, 떨꼬, 떨끼, 떨찌, 떨슴니다] 라 발음한다.
  둘째, 동화 현상은 모음 동화 현상과 자음 동화 현상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모음 동화 현상에는 ① ‘ㅣ’ 모음 동화 현상과 ② 전설 모음화 현상, ③ 원순 모음화 현상, 모음조화 현상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어휘의 형태와 관계가 있는 것은 앞의 세 가지다.

  ① ‘ㅣ’ 모음 동화는 원칙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그럼에도 방송에는 ‘ㅣ’ 모음 동화한 말이 비일비재하게 쓰이고 있다.
  ‘표준어 규정’에서 예외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것은 “-내기(서울-, 시골-, 신출-, 풋-), 냄비, 동댕이치다” 와 기술자 아닌 경우에 쓰이는 ‘-쟁이’이다. “멋쟁이, 소금쟁이, 담쟁이-덩굴, 골목쟁이, 발목쟁이”가 그것이다. 이 밖에 다음과 같은 말들도 변하여 굳어진 것을 표준어로 본다.
  “가난뱅이, 내리다, 도깨비, 비렁뱅이, 새기다, 새끼, 수수께끼 올챙이, 재미, 채비”
  그러나 다음과 같은 말은 ‘ㅣ’ 모음 동화가 실현되면 그것은 비표준어가 된다.
  “가랑이>가랭이, 가자미>가재미, 곰팡이>곰팽이, 구덩이>구뎅이, 구렁이>구렝이, 달이다>대리다, 맡기다> 매끼다, 먹이다>메기다, 벗기다>베끼다, 섞이다>세끼다, 속이다>쇠기다, 손잡이>손재비, 쓰르라미>쓰르래미, 아기>애기, 아비>애비, 어미>에미, 오라비>오래비, 잠방이>잠뱅이, 잡히다>재피다, 죽이다>쥐기다, 지팡이> 지팽이, 지푸라기>지푸래기, 차리다>채리다, 피라미>피래미, 칼잡이>칼재비, 하필이면>해필이면, 후비다>휘 비다”
  이러한 보기는 혼란이 심해 어떠한 것이 바른 형태인지 구별하기조차 힘든 것이다.
  이 밖에 ‘ㅣ’ 모음의 순행 동화도 원칙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다만 ‘되여/피여’와 ‘이요/아니요’만은 허용하기로 하였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보기는 다 비표준 발음이 된다.
  “기어>기여, 미어지다>미여지다, -시오>-시요, -이어>-이여, ―이었다>-이였다, 지어>지여, -지오>지요”

  ② 전설 모음화 현상도 표준 발음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 전설 모음화한 형태는 본래의 표준 형태보다 더 세력을 지니고 있다. 그리하여 어떤 형태가 바른 형태인지 구별을 힘들게 한다. 이러한 변동 형태를 몇 개 보이면 다음과 같다.
  “가슬사슬하다>가실가실하다, 갖은>가진, 까슬까슬>까실까실, 나즈막하다>나&지막하다, 메스껍다>메시껍다, 메슥메슥>메식메식, 바스대다>바시대다, 바스락바스락>바시락바시락, 보슬보슬>보실 보실, 복슬복슬>복실복실, 부수다>부시다, 부스스>부시시, 부슬부슬>부실부실, 요즈음>요지음, 으스대다>으시 대다, 으스스>으시시, 으슬으슬하다>으실으실하다, 즉사>직사, 측은하다>칙은하다, 층층시하>칭칭시하, 푸슬푸슬>푸실부실”
  이들은 전설 자음 ‘ㅅ, ㅈ, ㅊ’에 동화되어 후설 모음 ‘ㅡ’가 전설 모음 ‘ㅣ’로 바뀐 것이다. 이 밖에 “고추>꼬치, 수줍다>수집다, 어줍잖다>어집잖다”는 후설 모음 ‘ㅜ’가 동화되어 전설 모음화한 것이다.

  ③ 원순음화 현상도 표준 발음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이는 ‘ㅁ, ㅂ,ㅃ,ㅍ’ 아래의 비원순음이 원순음 ‘ㅜ’로 바뀌는 것이다. 이러한 동화의 보기로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가쁘다>가뿌다, 고프다>고푸다, 밟으니>발부니, 슬프다>슬푸다, 읊은>을푼, 내버리다>내부리다, 아버지> 아부지, 할아버지>할아부지”
  자음 동화는 받침으로 쓰이는 자음과 이어지는 첫소리 사이에 동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러한 것에는 비음화 현상, 측음화 현상, 구개음화 현상, 유성음화 현상, 연구개음화 현상 및 양순음화 현상 같은 것이 있다. 이들 가운데 비음화, 측음화, 구개음화, 유성음화 현상은 필수적인 변동을 하는 것으로 별문제가 없다. 문제가 되는 것은 수의적인 변동을 하는 ① 연구개음화와 ② 양순음화하는 것으로, 이들은 비표준 발음으로 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① 연구개음화 현상은 연구개음 아닌 소리(ㄷ, ㅂ: ㄴ, ㅁ)가 연구개음(ㄱ, ㄲ, ㅋ)에 동화되어 연구개음(ㄱ:ㅇ)이 되는 현상으로 발음의 편의에 따른 것이다. 대부분의 방송인은 본인도 의식하지 못하는 가운데 이러한 연구개음화 현상을 드러내고 있다. 이것은 물론 잘못된 현상이다. 이러한 현상에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 [t’]의 [k’]화: 뒷공론>뒥꽁논, 뜯기다>뜩끼다, 맡기다>막끼다, 숟갈>숙깔, 익었구나>익억꾸나, 젖가슴>적까슴, 홑겹>혹꼅
  * [p’]의 [k’]화: 갑갑하다>각깝하다, 덮고>덕꼬, 밥그릇>박끄릇, 밞고>박꼬, 집게>찍게, 첩경>척꼉, 합격>학껵, 협공>혁꽁
  * [n]의 [ŋ]화 : 건강>겅강, 단골집>당골찝, 둔갑>둥갑, 문구>뭉구, 손가&락>송까락, 앉게>앙께, 않고>앙코, 친구>칭구, 한강>항강
  * [m]의 [ŋ]화 : 감기>강기, 곪기다>공기다, 곰곰이>공고미, 담그다>당구다, 심각>싱각, 잠기다>장기다, 캄캄하다>캉캄하다, 함께>항께

  ② 양순음화 현상은 양순음 아닌 소리(ㄷ, ㄴ)가 양순음(ㅂ, ㅍ, ㅁ)에 동화되어 양순음(ㅂ, ㅁ)이 되는 현상으로 연구개음화와 마찬가지로 발음의 편의를 따른 것이다.
  * [t]의 [p]화 : 겉보리>겁뽀리, 꽃바구니>꼽빠구니, 덧버선>덥뻐선, 맛보기>맙뽀기, 샅바>삽빠, 젓비린내>접삐린내, 핫바지>합빠지
  * [t]의 [m]화 : 꽃말>꼼말, 낮말>남말, 냇물>냄물, 닷말>담말, 밭머리>밤머리, 숯먹>숨먹, 젖먹이>점머기, 팥물>팜물, 홑몸>홈몸
  * [n]의 [m]화 : 건물>검물, 견본>겸본, 난방>남방, 단백질>담백찔, 반말>밤말, 산보>삼뽀, 신문>심문, 안방>암빵, 찬물>참물, 현품>혐품

  셋째, 이화 현상(異化 現象)은 앞 형태소의 말음과 뒤 형태소의 두음이 동류일 때 그 하나를 바꾸는 현상인데 이는 흔히 경음화 현상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이러한 이화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곧 모음이나, 설측음 및 비음과 같은 유성음 아래에서 ‘ㄱ, ㄷ, ㅂ, ㅅ, ㅈ’이 경음화하는 경향을 지니는데, 이와는 달리 유성음화하는 것이 그 예이다. 이러한 경향은 심한 것은 아니다. 예를 몇 개 보이면 다음과 같다. “교과(敎枓), 기법(技法), 사건, 헌법, 문고리, 반값, 손도끼, 안간힘, 곰국”의 둘째 음절 첫소리를 유성음의 첫소리로 내는 것이 그것이다.
  넷째, 음운의 축약 및 첨가 현상에서는 특히 첨가 현상이 문제이다. 이러한 것의 대표적인 것으로는 ‘ㅑ, ㅕ, ㅛ, ㅠ, ㅣ ’ 안에 ‘ㄹ, ㄴ’이 잘못 첨가되는 것과, ‘-려고>-ㄹ려고’, ‘르’ 불규칙 활용을 하는 용언에 ‘ㄹ’이 첨가되는 것이 그것이다. “굴욕>굴룍, 활용>활룡, 강요>강뇨, 육이오>육니오, 가려고>갈려고, 하려고>할려고, 다르다)달르다, 벼르다>별르다, 흐르다>흘르다”와 같은 것이 그 예이다. 이 밖에 ‘개이다, 메이다, 설레이다, 채이다, 패이다’와 같이 ‘이’가 첨가되는 현상도 있다.
  이 밖에 발음에 따라 형태상의 변동이 일어나는 대표적인 것에 말소리의 장단이 있다. “간신(奸臣)―간:신(諫臣), 감상(鑑賞)-감:상(感想), 군민(軍民)-군:&민(郡民), 난민(難民)-난:민(亂民), 명복(冥福)-명:복(命福), 방화(防火)-방:화(放火), 성인(成人)-성:인(聖人), 정상(頂上)-정:상(正常)” 및 “갓(笠)―갓:(邊), 눈(眼)-눈:(雪), 걷다(捲)-걷:다(步), 말(馬)-말:(言), 묻다(埋)-묻:다(問), 밤(夜)-밤:(栗), 버리다(捨)-벌:이다(展), 새집(新屋)―새:집(巢), 쇠다(老)-쇠:다 (記念), 업다(負)-없:다(無), 패다(出穗)-패:다(折)”와 같이 음의 장단에 따라 의미가 구분되거나 무의미해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장단이 무시된 발음이 많이 자행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발음의 문제만이 아니요, 어형을 바꾸어 놓는 것이 되니 주의하여야 한다.


            2.2.2. 잘못된 표기에 의한 형태의 변동

  방송은 음성 언어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텔레비전에는 자막이 나오고, 차트가 화면에 비쳐진다. 따라서 문자 언어에 대해서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방송의 문자 언어, 말을 바꾸면 표기도 음성 언어만큼이나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이러한 표기상의 문제는 고유어, 한자어, 외래어 등 언어 전반에 걸쳐 나타난다. 한글 맞춤법과 외래어 표기법은 각각 1988년과 1985년에 개정 고시되었다. 이들 두 규범은 종래의 표기법과 달라진 것도 적지 않다. 따라서 이들 규범을 잘 익혀 방송에 반영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잘못된 형태의 표기가 된다.
  그럼에도 방송 현실은 이러한 규범이 바뀐 사실을 모르는지 아니면 그 내용에 대한 숙지도가 낮아서인지 잘못된 표기가 많이 드러나고 있다. 예를 들면 “가까와, 괴로와했다, 오뚜기, 딱다구리, 일찌기, 솔직이, 갈께, 싫증날이만큼, 마춤 와이셔츠”라고 표기하거나, “테라우찌 총독, 타나카 수상, 오오쯔카”와 같이 표기하는 것이 그것이다. 이들은 “가까워, 괴로워했다, 오뚝이, 딱따구리, 일찍이, 솔직히, 갈게, 싫증나리만큼, 맞춤 와이셔츠” 및 “데라우치 총독, 다나카 수상, 오쓰카”라 표기해야 한다.
  그리고 1988년에는 ‘표준어 규정’이 새로 마련되어 표준어에도 변화가 생기게 되었다. 예를 들면 “강남콩, 두째, 암케, 수케, 쌍동이, 남비, 아지랭이, 멋장이, 좋구료, 미싯가루, 상치, 기음, 무우, 꼭둑각시, 생안손”과 같이 종전의 표준어를 쓰면 이것은 잘못된 것이 된다. “강낭콩, 둘째, 암게, 수게, 쌍둥이, 냄비, 아지랑이, 멋쟁이, 좋구려, 미숫가루, 상추, 김, 무, 꼭두각시, 생인손”이라 써야 한다.
  이러한 잘못된 표기의 형태에는 또 생략 및 절단에 의한 표기라 할 것이 있다(박갑수, 1994). 이러한 표기는 신문의 표제에 많이 나타나는 것이나, 좁은 TV 화면에도 간결하게 표현하고자 하여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는 의존 형태인 어근을 자립 형태처럼 표기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한자어와 고유어에 다같이 나타난다. 한자어는 “극심, 급급, 대범, 분분, 분주, 생생, 성급, 소중, 침침, 한심” 같이 접사 ‘―하다’가 생략된 것이다. 고유어도 “개운, 거뜬, 괘씸, 궁금, 끔찍, 느긋, 느슨, 떳떳, 뚜렷, 마땅, 비롯, 비슷, 빠듯, 수두룩, 시들, 시큰둥, 쌀쌀, 씁쓸, 잔잔, 짭짤, 찜찜, 캄캄, 탄탄, 허술”과 같이 접사 ‘-하다’가 생략된 것이 많다. 그러나 이 밖에 “득실, 술렁, 울먹, 주춤, 허덕, 허우적, 흔들”과 같이 접사 ‘―거리다’가 생략되었거나, 첩어의 한 형태소가 생략된 것이 있고, “시끌”과 같이 첩어의 한 형태소만을 생략한 것, “혼쭐”과 같이 “-나다”가 생략된 것 따위가 있다. 이 밖에 고유어에는 서술어에 어근이 형식 명사라고 보아야 할 것도 많이 쓰인다. 그것은 “듯, 만, 직”으로 문장을 마친 것으로, 접사 ‘-하다’가 생략된 것이다. 이러한 예를 몇 개 보이면 다음과 같다.
· 평화 이미지 高揚 노린듯
· 事故때 보상 싸고 분쟁 클듯
· 부담 없는 경기로 무승부 노릴만
· 비문화재와 교환 바람직
  의존 형태의 이러한 자립 형태로의 전용은 매스컴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할 때 이해는 되나 바람직한 용법이 못 된다 하겠다. 그것은 규범에 벗어난 오용일 뿐 아니라, 매스컴의 공시성, 교육성 때문에 올바른 것으로 오인되어 확산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것이야말로 매스컴의 역기능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 덧붙일 것은 외래어의 표기 및 발음이다. 우리의 외래어 표기법은 원음주의를 택해 현실어와 많은 차이가 있다. 따라서 외래어를 사용할 때는 주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문제가 되는 대표적인 것은 자음의 경우는 된소리되기, f 음을 [ㅎ]으로 발음하거나 표기하는 것이다. 모음의 경우는 “ㅓ>ㅏ, ㅣ>ㅔ, ㅐ> ㅑ, ㅐ>ㅏ, ㅡ>ㅣ, ㅓ>ㅗ, ㅡ>ㅜ”화 같은 변동이 그 대표적인 것이다. 몇 개의 예를 들어 보면 다음과 같다(괄호 안이 바른 것임).
칼라[컬러], 디지탈[디지털]: 초코렛[초콜릿], 타아겟[타깃]: 캬라멜[캐러멜], 샷시[새시]: 악세사리[액세 서리], 사라다[샐러드]: 비지니스[비즈니스]: 콤퓨터[컴퓨터], 콘트롤[컨트롤]ː 푸러스[플러스], 쩜푸[점 프]
  이 밖에 축약 및 생략과 첨가에 의한 문제가 따른다. “스텐레스[스테인리스], 알미늄[알루미늄], 리모콘[리모트 콘트롤]: 로케트[로켓], 로이얄[로열], 멧세이지[메시지]가 이러한 예이다.


            2.2.3. 지역 방언에 의한 형태의 변동

  방송 어휘에는 변동이라기보다 이미 굳어진 형태의 표준어가 아닌 지역 방언도 쓰인다. 이것은 흔히 사투리라 일러지는 것이다. 이러한 사투리는 “방송 심의에 관한 규정”에서 “국어 순화의 차원에서 신중”을 기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제63조). 그것은 방송에서는 “바른 말을 사용”하고(제18조), “원칙적으로 표준어를 사용”(제63조)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사투리의 사용은 이와 같이 쓰면 안 된다는 것은 아니다. 쓸 때에는 신중을 기하라는 것이다. 사투리가 쓰이는 경우는 두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그 하나는 방송인이 자질이 부족하거나, 몰라서 잘못 쓰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방송 효과를 드러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사용하는 경우이다. 비의도적인 경우는 기자, 리포터의 방송에 많이 나타난다. 이러한 보도에서 사투리를 사용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방송인은 언어 규범을 익힌 뒤에 마이크를 잡도록 해야 한다. 의도적인 경우는 연예 오락 프로그램에 많이 쓰이게 되는데 이때에는 그 사용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지역 방언은 극에서 인물의 성격을 창조하는 데 쓰인다. 그러나 단순히 등장인물을 유형화하거나, 흥미 위주로 사용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그것은 국민의 언어생활을 해칠 뿐 아니라, 국민 간의 거부감 내지 위화감을 빚어낼 위험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 사투리 사용과 관련하여 하나 덧붙일 것은 각자가 잘못 지역 방언을 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오늘날 방송에서 “어디 가냐?, 밥 먹었냐?, 좋냐?” 등의 ‘-냐?’ 종결형이 남용되고 있고, 이것은 마침내 전 국민에게 확산되고 있는데 이는 바로 방송 작가에 말미암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냐’는 받침 없는 형용사와 ‘이다’ 아래에만 직접 붙어 쓰이는 말이다. 동사나 받침 있는 형용사 아래에 쓰이는 것은 잘못된 것으로, 이는 호남 방언의 특징인 것이다. 그러니 작가의 무지가 방송 언어를 망치고, 마침내 전국 시청자의 언어를 혼란스럽게 하여 놓은 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어떤 말이 어떻게 잘못 쓰이고 있는가? 이것은 바른 말과 달리 ① 전통형을 쓰는 경우, 바른 말에서 변화된 ② 개신형을 쓰는 경우, ③ 이형태 가운데 잘못된 특정 형태를 쓰는 경우로 나누어 볼 수 있다(괄호 안이 표준어임).

  ① 전통형을 쓰는 경우
  전통형의 낱말이란 오늘날의 표준어로 볼 때 옛 형태의 말이라 추정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오늘날의 표준어형을 빚어낸 고어형에 해당한 것으로, 어느 정도 그 변화 과정이 설명될 수 있는 말을 가리킨다. “도로혀, 모밀, 안해, 영글다, 이쁘다”와 같은 말이 이러한 유형에 해당된다. 이제 이러한 유형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예를 들어 보면 다음과 같다.

  가개(>가게), 기음(>김), 나리다(>내리다), 뒤안(>뒤꼍), 도로혀(>도리어), 모두다(>모으다), 모밀(>메밀 ), 벼개(>베개), 부비다(>비비다), 부스럼(>부럼), 수케(>수게), 쉬흔(>쉰), 아옥(>아욱 葵), 안해(>아내), 암케(>암게), 얼기빗(>얼레빗), 여닐곱(>예닐곱), 영글다(>여물다), 음달(>응달), 이쁘다(>예쁘다), 업수이 여기다(>업신여기다), 이즈러지다(>이지러지다), 자내(>자네), 자블음(>졸음), 줏다(>줍다), 하욤없다(>하염 없다)

  이러한 보기들은 특정 방송인에 의해 쓰인다기보다 많은 방송인에 의해 쓰이는 일반적인 것이다. 이제 이들의 구체적인 예를 들어 보면 다음과 같다.
·우리말을 업수이 여기기 때문이다.(K―lTV)
·쉬흔 여덟 살 (M-TV)
·알알이 영근 포도(K-1TV)
·이쁜 거 사셨네요.(M-TV)
·가자 돈 줏으러 (K-lTV)
  이 밖에 다음과 같은 것들도 이러한 예이다.

  구시(>구유), 내중(>나중), 다리다(>데리다), 딴족치다(>딴죽치다), 뒤안(>두&꼍), 드레박(>두레박), 몬지(>먼지), 부헝이(>부엉이), 음달(>응달)

  다음 보기들은 1988년의 개정 이전의 형태를 쓰고 있는 것이다.
·암케, 수케 (K-lTV)
·깡총깡총 깡깡총(깡충깡충 깡깡충)(M-TV)
·꼭둑각시(꼭두각시) 노릇 (K-lTV)
·난장이(난쟁이) 나라 요정 (K-lTV)
·거리의 멋장이(멋쟁이) (K-lTV)
·상치(상추)가 올랐습니다.(M-TV)
·숫송아지(수송아지) 값 (K-R)

  ② 개신형을 쓰는 경우
  개신형이란 오늘날의 표준어보다 새롭게 변한 형태라 보이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개신형 가운데도 “개이다, 담다(沈), 되어지다, 바램, 수집다, 으시대다”와 같이 매우 일반적인 형태의 것이 많다. 그리하여 많은 방송인에 의해 이러한 개신형의 낱말이 쓰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을 보면 다음과 같다.

  가진(<갖은), 개이다(<개다), 계자(<겨자), 담다(<담그다), 되어지다(<되다), 들리다(<들르다), 디립다 (<들입다), 메이다(<메다), 바램(<바람), 발꼬락(<발가락), 벼라별 (<별의별), 삼가하다(<삼가다), 설레이다 (<설레다), 수집다(<수줍다), 시금자(<흑임자), 시지부지(<흐지부지), 비끼다(<비키다), 애기(<아기), 엄청(<엄청나게), 여나뭇(<여남은), 와(<야), 우큼(<움큼), 으시대다(<으스대다), 으시시(<으스스), 이면수 (<임연수어), 찝개(<집게), 칼치(<갈치), 푸르르다(<푸르다), 푸르름(푸름), 풍요롭다(<풍요하다), 황새기젓 (<황석어젓)

  이들의 구체적인 예를 들어 보면 다음과 같다.
·비 개인 아침(K-lTV)
·왜 자꾸만 우리집에 들리시는 거예요?(K-2TV)
·우리 모두의 바램도 전해졌으면(K-2TV)
·삼가해야 할 음식이 있다면은요.(K-2TV)
·설레이는 가슴(M-TV)
·생선값이 엄청 올랐다고 합니다.(M-R)
·와, 대단합니다.(M-TV)
·어쩐지 으시시한 기분이 드는데(M-TV)
·우리도 으시댈 만하다구(M-TV)
·그 푸르름을 더해 가고 있습니다.(M-TV)
·풍요로운 음의 제전(K―lTV)
  이 밖에 많은 지역 방언의 개신형이 쓰인다. 이들은 일일이 거례하기 힘들 정도이다. 다음에 몇 개의 용례만을 보이기로 한다.
·만들기는 간딴함니다(간단합니다).(M-TV)
·야권 통합의 관껀(관건) (C-R)
·간심(관심)과 기대(K-lTV)
·때를 깨끗히(깨끗이) 빼낼 수 있다고 합니다.(M―TV)
·꼭까루(꽃가루)라든지(K-lR)
·꾸둑꾸둑한(꾸덕꾸덕한) 거(M-TV)
·흥미의 나래(날개)를 펴는 현장(K-2TV)
.메아리쳤던(메아리졌던)(K-1TV)
·어떤 분이 뫼이셔서(모이셔서)(K-2TV)
·얼굴이 부시시해서(부스스해서) 부시맨이라고(K-1TV)
·불뻡(불법) 주차 단속(K-1R)
·앙징맞은(앙증맞은) 게 예뻐요.(M-TV)
·살을 에이는 추위(K-lTV)
·점망(전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M-TV)
·짤라서(잘라서) 먹잖아요.(K-lTV)
·민박 창꾸(창구)(K-2TV)
·극심한 교통 체쯩(체증)(M-R)
·불을 키고(켜고)(K-lTV)
·티각태각거리며 싸우잖아요.(M-R)
·배꼽잡는 푼수(분수) 모녀(K-2TV)
·공중 폭팔하면서(폭발하면서) 추락해(C-R)

  ③ 특정한 이형태를 쓰는 경우
  특정한 이형태의 말을 사용한다는 것은 두 개 이상의 같거나 비슷한 뜻을 나타내는 이형태 가운데 표준어 아닌 이형태를 쓰는 것을 가리킨다. 이러한 이형태 가운데는 매우 일반적으로 쓰이는 것이 있어 방송에도 흔히 혼란이 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대표적인 것에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걸거치다(거치적거리다), 검지(집게손가락), 까끄럽다(깔끄럽다), 까끌까끌하다(깔끔깔끔하다), 까치(개비), 내음(냄새), 메꾸다(메우다), 새악시(새색시), 싸가지없다(소갈머리없다), 잎새(잎), 어스름달(으스름달), 열적다(열없다), 켠(편)

  이들의 구체적인 예를 들어 보면 다음과 같다.
·손가락 가운데도 검지손가락이요.(K-2TV)
·잃은 돈을 메꾸려고 또 손을 대어(K-lTV)
·풋풋한 흙 내음(K-1TV)
·나무 잎새가 다르군요.(M-TV)
·한 켠에는 장독이 놓여 있다.(M-TV)
  이 밖의 특정 이형태를 취해 잘못이 빚어진 경우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오늘 나락(벼) 베실거에요?(K-lTV)
·여섯살 난(된) 어린이(K-lTV)
·배드민턴을 치는(하는) 모습(K-lTV)

      2.3 의미 면에서 본 방송 어휘

  방송 어휘는 형태적으로도 올발라야 하지만 의미 또한 정확하게 쓰여야 한다. 그것은 방송의 공정성(公正性)을 운위하기에 앞서 문장이 지녀야 할 기본 요건이다. 그럼에도 방송 언어의 현실을 보면 어휘가 바로 쓰이지 않는가 하면, 그 사용에 혼란이 빚어지는 경우가 많다.
  방송 어휘는 우선 단일어로서 의미가 적절하게 쓰여야 하며, 낱말 상호간에 의미 호응이 제대로 되어야 한다. 그리고 동의 반복이나, 관용 표현 또는 생략에 의한 의미 혼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예를 들면 방송에서 자주 혼용되는 ‘시간’과 ‘시각’은 구별해서 사용되어야 한다. ‘시간’은 “어떤 시각에서 어떤 시각과의 사이”를 뜻하는 말이고, ‘시각’은 “시간의 어떤 순간에서의 시점”을 뜻하는 말이다. 따라서 “이 시간 이후의 방송은……”과 같은 말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이 시각 이후의……”라고 해야 한다. ‘이전’, ‘이후’라는 말도 그 의미를 바로 알고 써야 한다. “4월 1일 이전 출생자”, 또는 “4월 1일 이후 출생자”라고 했을 때 4월 1일 출생자의 포함 여부가 문제다. 이 경우는 가산점을 포함하므로 양쪽에 다 포함된다. ‘이내’도 위에 오는 수량을 포함한다. 이에 대해 ‘이외’는 위에 오는 것을 포함하지 않는다. ‘미만’도 마찬가지다. ‘이상’, ‘이하’는 위에 오는 것을 포함한다. 포함하지 않을 때는,‘미만’이라 한다. 이토록 말은 그 의미가 복잡한 것이다. 따라서 그 의미를 바로 알고 정확하게 쓰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의미의 혼란은 몇 가지로 유형화해 볼 수 있다. 그것은 비슷한 뜻의 말을 혼용하는 것, 비슷한 형태의 말을 혼용하는 것, 부적절한 단어를 사용하는 것, 동의어를 반복 사용하는 것이 그것이다. 이러한 유형에 따라 혼동되는 대표적인 말과 용례를 제시해 보면 다음과 같다.

  ① 비슷한 뜻의 말의 혼용
  가격-요금, 값-삯, 걷다-거두다, 껍질-껍데기, 너무너무-매우, 느리다-늦다. 다르다-틀리다, 돋우다- 돋구다, 되다-이다, 두껍다-두텁다, 목-몫, 빠르다-이르다, 시각-시간, 싣다-태우다, 실랑이-승강이, 아빠-아버지, 애매하다-모호하다, 엄마-어머니, 에-에게, 잃어버리다-잊어버리다, 있다-계시다, 작다-적다, 조금도- 하나도, 조짐-빌미, 태우다-싣다, 토-음, 햇볕-햇빛, 홀몸-홑몸

  이러한 혼용의 예를 보면 다음과 같다.
·기차값(기차 요금)이나 우표값(M-R)
·보통 지도보다 틀리네요(다르네요).(K-lTV)
·가을 미각을 돋굴(돋울) 것 같습니다.(K-lTV)
·좀더 두터운(두꺼운) 구름(M-TV)
·목욕값(목욕료)이 올랐다.(K-lTV)
·너무너무(매우) 예쁜데요.(S-TV)
·이발소 몫(목)이 괜찮습니까?(M-TV)
·이 시간(시각) 현재 전국의 고속도로 상황.(S-TV)
·쏘련에게(에) 화를 냈습니다.(K-lR)
·가격(요금)은 어떻게 되나요?(K-2TV)
·말씀이 계셨는데요(있었는데요).(K-lTV)
·여전히 사태 해결의 빌미(조짐)는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K-lTV)
·아침에 아이들을 실고(태우고) 떠나간 배(M-TV)
·햇빛(햇볕)이 따가와서 (K-2TV)

  ② 비슷한 형태의 말의 혼용
  가르치다(敎)-가리키다(指), 까불다-까부르다, 넘보다-넘겨다보다, 늘리다(增)―늘이다(廷), 맞추다-맞히 다, 부수다(碎)부시다(洗), 부치다-붙이다, 어스름-으스름, 엉기다-엉키다, 여의다-여위다, 지새다-지새우다, 째-채, 한참-한창
  이러한 혼용의 예로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기본적인 것을 가리켜(가르쳐) 줘요.(K-2TV)
·심지어 외국환 업무까지 넘보고(넘겨다보고) 있습니다.(K-lTV)
·재산을 늘이고자(늘리고자) 하는 회사 (M―TV)
·문제를 맞춘(맞힌) 학생 (M-TV)
·안테나가 부시어졌습니다(부수어졌습니다).(K-2TV)
·감격으로 지샌(지새운) 고국의 첫 밤(K-lTV)
·회사를 통채(째) 먹으려고 했다.(K-2TV)
·산머루들이 한참(한창) 익어가는 계절이죠.(K-lTV)

  ③ 부적절한 말의 사용
  같다-이다, 귀국-내한, 독불장군없다고-독불장군이라고, 되겠습니다-입니다, 반팔-반소매옷, 아빠-남편, 안절부절하다-안절부절 못하다, 우연찮게-우연히, 장본인-당사자, 토-음, 한글-국어 이러한 오용의 구체적인 예로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북한 말은 순수한 한글(국어)로 된 것이 많아요.(TBC)
·미국으로 들어갈(나갈) 때 (M-TV)
·19만여 대 빠져나가(떠나가)(K-lTV)
·반팔(반소매옷)만으로 외출해도 좋을 정돕니다.(K-2TV)
·우연찮게도(우연히도) 아까…… (K-2TV)
·다음은 전국의 투표율이 되겠습니다(입니다). (K-lTV)
·카페라면 분위기가 있다고(좋다고) 할까 (K-lR)
·허 대장은 안절부절이다.(M-TV)

  ④ 동의어의 반복 사용
  가로수 나뭇잎, 가장 최고, 갑자기 돌변, 결론을 맺다, 결실을 맺다, 결연을 맺다. 고배의 잔, 과반수가 넘는, 그때 당시, 나머지 잔금, 나의 사견, 낙엽이 지다, 넓은 광장, 남은 여생, 느낀 소감, 늘 상주하고 있다, 늙은 노인, 돌이켜 회고하건대, 다시 복직, 더 가산, 더 추가, 따뜻한 온정, 만족감을 느끼다, 맡은 바 소임, 매회마다, 먼저 선취점을 얻다, 모든 준비에 만전을 기하다, 모래 사장, 미리 예고하다, 박수를 치다, 방학 기간 동안, 배에 승선, 범행을 저지르다, 봉변을 당하다, 부채를 지다, 분명히 밝히다, 사동 아이, 새 신랑, 생존해 있는, 서로 상봉, 선수촌에 입촌하다, 순찰을 돌다, 스스로 자인하다, 시끄러운 소음, 시월달, 십오일 날, 아쉬운 석별의 정, 아직 미정이다, 앞으로 전진, 약 10만 명 가량, 어려운 난국, 어린 치어, 여운을 남기다, 여지가 남다, 역전 앞, 오랜 숙원 사업, 원단 새 아침, 유산을 남기다, 유품을 남기다, 유언을 남기다, 인수 받다, 잔존해 있는, 저무는 세모, 전선 줄, 접수 받다, 주시해 보다, 지나간 과거, 지나가는 과객, 진입해 들어가다, 타고 가던 승객, 푸른 창공, 피해를 당하다(입다), 현안 문제, 해변가, 혼담 말, 혼자 독식, 회의를 품다

  이들의 구체적인 예를 몇 개 들어 보면 다음과 같다.
·결연을 맞아(결연해) 가지고 (K-2TV)
·부채를(빚을) 져야 되고(K-1TV)
·17일날(17일) 모짜르트의 전곡을 공연합니다.(K-2TV)
·결실을(열매를) 맺게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S-TV)
·낙엽(잎) 지는 계절은 아직 멀었지만 (M-TV)
·승객들이 얼마나 피해를(해를) 입었는지(K-lTV)
·한미 항공 현안 문제(현안) 타결 (K-1TV)

      2.4 운용 면에서 본 방송 어휘

  언어 표현은 1어문(一語文)이 없는 것은 아니나, 대부분의 경우 두 개 이상의 낱말이 결합되어 하나의 문장을 이루어 수행된다. 이때 낱말은 하나의 구성 성분으로서 통사 및 의미론적 제약을 받는다. ‘이기다’와 ‘지다’가 각각 ‘을’과 ‘에’를 지배하는 것이 그 대표적인 경우이다. 따라서 언어 규범으로서의 어휘를 살핌에 있어서는 이러한 어휘의 운용이 마땅히 고찰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어휘의 운용 면에서 고찰되어야 할 것은 우선 문법 통사적인 면이다. 이러한 것의 대표적인 것으로는 용언의 활용이 있겠고, 의존 형태소의 자립 형태소로의 전용, 기타 문법적인 면에서의 오용 등이 있겠다.
  용언의 활용에서 문제가 되는 대표적인 것은 “-냐” 어미의 남용이다. “어디 가냐? 밥 먹었냐? 왜 우냐?”는 동사에 ‘-냐’ 어미를 잘못 쓴 것이다. ‘냐?’ 어미는 받침 없는 형용사와 서술격 조사 ‘이다’ 아래에만 직접 이어지는 것이다. ‘거라’ 불규칙 활용의 일반화와, ‘르’ 불규칙 활용어에 불필요한 ‘ㄹ’이 첨가되는 것도 활용상 문제가 되는 대표적인 예에 속하는 것이다. “받거라, 먹거라, 섰거라, 오거라, 줍거라, 있거라”는 전자의 예요, “편을 갈르다, 물건을 날르는 사람, 몰르는 사람, 불르는 것이 값이다, 불을 질르다” 같은 것은 후자의 예이다. 또 “치르다, 잠그다, 담그다”와 같은 ‘ㅡ’ 불규칙 활용을 “치루어, 잠궈, 담궈”로 활용하는 것도 문제다. 형용사에 명령형 및 청유형이 쓰이는 것도 문제다. “건강하십시오, 조국이여 영원하라”, “조용하자”가 이러한 예이다.
  의존 형태소의 자립 형태소로의 전용은 안에서 살펴본 “개운, 거뜬, 괘씸……”과 같은 것 외에, “나름대로, 때문에” 같은 말이 있다. “나름, 때문”은 의존 명사이기 때문에 관형어 없이 쓰는 것은 바람직한 것이 못 된다.
  문법적인 면에서 문제가 되는 대표적인 것은 ‘-하다’ 따위 타동사가 사동으로 쓰이는 것도 아닌데 마구 ‘-하다’ 대신 ‘-시키다’로 갈아 끼우는 것, 피동사에 다시 피동 접사를 붙이는 것 따위이다. “교육시키다, 소개시키다, 수립시키다, 함락시키다” 따위는 전자의 예이다. 이에 대해 “되어지다, 보여지다, 쓰여지다” 따위는 이중 피동을 만들어 쓰고 있는 것이다. 이 밖에 통사적인 구성에 있어 성분 간의 호응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도 문제이다. 이러한 것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수식 구성의 ‘-ㄹ 전망이다’와, 보술 구성의 ‘―이(-가) 예상된다’와 같은 표현이다. “내일 발표할 전망이다.”, “기온은 최고 15도가 예상됩니다.”가 그 예이다. 이들은 ‘-ㄹ 것으로 전망된다/전망한다’, ‘-ㄹ 것으로 예상된다/한다’와 같은 통사적 제약을 깨뜨린 것으로 바람직한 표현이 못 된다. 이 밖의 문법적인 오용으로는 조사의 오남용, 시제, 대우법 등의 오용을 들 수 있다. 운용상 문제되는 것들의 구체적인 예를 들어 보면 다음과 같다.
·올해도 건강하세요(건강하시기 바랍니다).(M-TV)
·상당 기간 계속될 (계속될 것으로) 전망입니다(전망됩니다).(C―R)
·영장을 기각시켰습니다(기각했습니다).(K-lTV)
·할 수 있겠다라는(는) 자신감(K-2TV)
·내노라(내로라) 하는 수험생(K-lTV)
·어멈 들었냐(들었느냐)?(K-2TV)
·가슴이 메입니다(멥니다).(K-1TV)
·성공이 함께 하길 바라겠습니다(바랍니다).(M-TV)
·행복한 저녁 되세요(보내세요).(TBC)
·서슴치(서슴지) 않고 있어서(M-TV)
·배추를 실고(싣고) 가던 차(M-R)
·대전 지방 아직은 햇살이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않습니다).(K-lR)
·목축에 알맞는(알맞은) 지대(K-lTV)
·강암은 욕심 없이 사는 자연에게(에) 부끄러움을 느낀다고 했다.(K-1TV).
·대통령에(에게) 용기 줘야(M-TV)
·기업체에게는(에는) 1조원의 지원(K-lTV)
·삼성 라이온스가 이글스에게(를) 이겼습니다.(C-R)
·빙그레 이글스가 삼성한테(을) 이겼죠.(K-2TV)
·영하의 추운 날씨가 예상되고 있습니다(될 것으로 예상됩니다).(K-lTV)
·항상 건강하세요(장수하세요).(K-lTV)
·MBC와 함께 풍요로운(풍요한) 주말 되시기 바랍니다.(M-TV)
·행복하십시요(행복하시기 바랍니다).(S-TV)
·통제 시스템 허술(허술하다)(S-TV)
  의미론적인 면에서 문제가 되는 대표적인 것은 의미 호응이다. “노고를 치하했습니다”는 이러한 것의 대표적인 예이다. “즐거운 주말 되십시오”, “행복한 저녁 되십시오”는 우선 주술 구성이 문제된다 하겠으나, 의미 호응도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 밖에 의미상 바람직하지 않은 많은 관용적 표현이 있다. 이들의 구체적 예를 들어 보면 다음과 같다.
·걸핏하면 통화가 연결되지(되지) 않는다는 겁니다.(K-lTV)
·이재민들은 입을 모았습니다(모아 말했습니다).(M-TV)
·종아리를(바지를) 걷어 올려라.(K-lTV)
·범인이 숨진 채(숨져 있는 것이) 발견됐습니다.(S-TV)
·좋은 성적이(성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됩니다.(S-TV)
·손에 손에 선물 꾸러미를 들고(선물을 들고)(M-TV)
·누구도(아무도) 흉내낼 수 없는 맛(카레 광고)
·저희 나라(우리나라) 식품 검사(M-TV)
·미군의 폭행에 유감을(유감의 뜻을) 표하고(S-TV)
·침수 예정(위험) 지역입니다.(K-lTV)
·지도와 자문을 받아(해) 가지고서(M―TV)
·방금(조금) 전에 영장이 발부되었는데(K-lTV)
·하나도(조금도) 안 피로해요.(M-TV)
·어서 종아리(바지)를 걷어라.(K-lTV)
·튀겨 주시면(튀기시면) 되지요.(M-TV)
·정치인들에 대해서도 한마디 던졌습니다(했습니다).(K-lTV)

3. 맺는말

  이상 우리는 규범으로서의 방송 어휘에 대해 살펴보았다. 방송에 의해 우리 국어는 많이 순화 통일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방송의 역기능으로 말미암아 오염되고, 혼란이 빚어지게 된 것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방송 어휘는 그 자체로서 문제가 되는 것과, 발음과 관련하여 문제가 되는 것, 구문 및 화용상 문제가 되는 것들이 있다. 이러한 것들은 방송의 교육성을 고려할 때 개선하지 않으면 안 된다. 방송의 어휘는 언어 규범이 잘 지켜져야 하고, 그렇게 하므로 국민의 언어 규범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국어 교육이 바로 꾀해져야 하겠고, 방송인의 올바른 방송 언어 사용에 대한 각성이 있어야 하겠다.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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