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신문 기사의 제목
신문에 나타나는 굵은 줄의 종류
신문 기사의 머리 부분에 나타나는 굵은 글씨로 된 글줄을 제목1) 이라 부르기로 한다. 큰 기사에는 굵기가 다른 제목이 둘 이상이 나타날 수가 있다. 우리는 이들을 큰 제목, 작은 제목으로 불러 구별하기로 한다. 기사가 길 때에는 또 몇 군데 가는 줄 사이에 굵은 글줄이 나타날 수 있으며, 우리는 이것을 사잇줄이라고 부를 수 있다. 외국의 신문에서는 제목의 바로 아래 또는 위에 기사의 처음 부분을 굵은 글씨로 써서 눈에 잘 띄도록 하는 수가 있는데, 우리는 이것을 돋보기줄이라고 부르기로 하자. 우리는 제목과 사잇줄을 합쳐 굵은 줄이라 부르고, 기사 안의 잔 글씨로 된 부분을 잔줄이라 부르기로 한다. 돋보기줄은 그 성격으로 보아 잔줄에 포함시키는 것이 옳다.2. 제목의 크기와 모양새
외국의 순수한 가로쓰기 신문의 제목에는 변화가 많지 않다. 제목이 둘 이상일 때 큰 것과 작은 것을 구별하기 위해 굵기를 조절하거나 줄을 갈아 쓰는 것밖에 다른 방법을 써서 변화를 주는 일은 흔치 않다. 한국의 신문에서처럼 제목의 한 문장 안에서 글자의 체나 굵기가 바뀌는 일이 없다. 도이치의 프랑크푸르트 일반 신문은 제목의 일부를 아직도 이른바 “도이치 문자”로 쓰고 있지만 그 신문에서도 한 줄 안에서 그것을 라틴 문자와 섞어 쓰는 법은 거의 없다.(1) | 6共비자금內査착수 검찰 계좌有無 여부·차명전환의혹 관련 동화銀 수사자료등 정밀검토 |
(2) | 孔외무 “通商교섭 외무부 소관” “통산부 뉴욕서 밝혀 <車협상不和> 계속될 조짐 |
(3) | 애국선열4位 묘소 찾았다 桂奉瑀·崔以鵬·姜鍊翔·姜相震 선생 러·카자흐서 ......봉환 현지단장 검토 |
(1') | 검찰이 육공의 비자금에 대하여 계좌의 유무 및 차명으로의 전환 여부를 둘러싼 의혹과 관련하여 동화은행 수사 자료를 정밀 검토하는 등 내사에 착수했다.7) |
(2') | 공 외무가 뉴욕에서 통상 교섭은 외무부 소관이며 통산부가 WT0를 회피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밝혀 車 협상으로 시작된 不和가 계속될 조짐이 보인다 . |
(3') | 애국선열 4位, 桂奉瑀·崔以鵬·姜鍊翔. 姜相震 선생의 묘소를 러시아와 카자흐서 찾았다. 국가 보훈처는 봉환하거나 현지에서 단장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
(4) | “盧씨 비자금 4,000億 있다” 朴啓東의윈 주장 100億씩 40개계좌 분산예치 百億 차명입금된 예금조회표 증거제시 野, 國調權요구 政街파문 供부총리 “실명법의거 현재로는 조치 못 취해” |
(5) | “노씨, 4천억 분산예치” 대통령 퇴임직전 이원조 씨 시켜 40개 차명계좌로 박계동의윈 1백28억 예금조회표 제시 홍 부총리 “명의인 동의땐 조사 가능” |
(6) | “신한은행 간부명의 4~5억원씩 실명화” 박계동 의원 주장 (한겨레신문 ’95. 10. 22.) |
(7) | “기아自 생산 전 차종 / 수출비중 45% 높여” 김선흥 회장 (중앙일보 ’95. 10. 26.) |
3. 제목의 어휘
원칙적으로 신문의 어휘가 일반 국민의 어휘와 다를 수가 없고, 제목의 어휘가 기사의 어휘와 다를 수가 없다. 그러나 우리말에서는 신문에서만 쓰이는 낱말이 많고, 신문에서도 특히 제목에만 쓰이는 낱말이 많다. 이것은 전통적으로 한국의 편집 기자가 짧은 제목으로 많은 것을 표현하기 위해서 어휘의 규칙을 무시해 왔기 때문이다.3.1. 제목에만 쓰이는 준말과 한자 말
신문 기사의 제목에는 여러 가지 준말이 쓰인다. 특히 나라 이름은 제목에서 한 글자 줄어 나타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다. 예컨대 기사 안에서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로 쓰이는 것이 제목에서는 각각 미, 일, 중, 러로 된다. 이탈리아는 伊로, 이스라엘은 이로, 프랑스는 프 또는 佛로 되고, 인도네시아는 두 자로 줄어 印尼로, 크로아티아는 석 자로 줄어 크로아로 된다. 이렇게 길이가 줄어든 낱말은 홀로 떨어져 나타나기도 하지만 예컨대 미장교, 프군, 프제품, 러人, 訪러 같이 합성어를 이루기도 한다. 세르비아 계통은 줄어서 세系 또는 ‘세’계로 되고, 크로아티아 군대는 크로아軍으로 된다.3.2. 어휘를 파괴하는 준말
낱말의 뜻은 그것을 쓰는 사람들 사이의 약속으로 결정되며, 이 약속을 정리, 기록해 놓는 것이 사전이다. 낱말에는 그것을 이루는 조각의 수에 따라 홑과 겹의 구별이 있는데. 여러 조각으로 된 겹말의 뜻은 그 조각들이 붙어 있는 방식에 의해 겉으로 나타나지만, 한 조각으로 된 홑말에는 그 뜻을 드러내는 장치가 없다. 그러니까 예컨대 밥과 쌀 같은 홑말의 뜻은 외워야 하지만, 이들을 붙여 만든 밥쌀, 쌀밥 같은 겹말의 뜻은 그 조각들의 뜻만 알면 자연히 알게 되는 것이다.4. 제목의 문법
신문에서만 아니라 누가 어디서 말을 하고 글을 쓰던 문장이 반듯해야 한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미국과 유럽 신문의 제목에는 완전한 문장을 이루는 것도 있고, 문장에서 덜 중요한 부분, 특히 문법적인 낱말 등이 생략된 것도 있으며, 명사구 하나로 된 것도 있으나, 이들은 다 문법에 맞게, 반듯하게 만들어져야 하고, 그 홀로 뜻이 통해야 한다.4.1. 제목에서의 문법 파괴
그러나 한국 신문의 제목에서는 어떤 규칙도 제대로 지켜지는 것이 없다. 완전한 문장이 드물다. 띄어쓰기와 구두점에 관한 규칙들이 지켜지지 않으며, 격토를 비롯하여 문법적인 관계를 나타내는 요소가 다 빠져 버린다13) 예나 이제나 띄어쓰기 규칙이 지켜지지 않는다. (11), (12)에서 보듯이 제목 한 줄을 한 낱말처럼 다 붙여 쓰기도 하지만, 띄어쓰기는 하되 한글 맞춤법을 무시하고 이따금 아무 데서나 멋대로 띄는 것이 1990년대 제목의 문법이다.(11) | 導入肥料價格改定法案難航不免 兵役法改正案不日通過 國會,來年初休會는決定的 (조선일보 1957. 7. 28.) |
(12) | “美검사만난것은사실 신중처리요청했을뿐” 玄 전駐美대사 (동아일보 1995. 10. 29.) |
4.2. 잔줄에서의 문법 파괴
제목의 깨진 문법은 잔줄의 문법까지 좀먹고 있다. 위에서 살펴본 문법 파괴의 여러 유형들은 모두 기사 안에서도 발견되는 것이다.5. 제목과 잔줄
장꾼이 간판을 보고 가게를 찾아 들어가듯이, 신문을 읽는 이는 제목을 보고 기사를 찾아 읽는다. 그러니까 신문 기사의 제목은 가게의 간판과 같은 역할을 하는 셈이다. 그러나 편집 기자들은 모든 사람이 모든 기사를 다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기사의 내용을 될 수 있는 대로 많이 노출시키기 위해 제목을 길게 붙이는 것은 바로 그 까닭이다. 시간이 없어서 기사를 못 읽는 이들도 제목을 훑어보고 필요한 정보를 다 찾아낼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다.(28) | “30년간 김밥팔아 모은 50億 제 땀-눈물밴 全財産이에요” |
(30) | “칼슘 첨가됐다” 선전식품 절반이 평균보다 함량미달 ‘뻥이야’(한겨레신문 ’95. 10. 26.) |
6, 맺는말: 평가와 제언
한국의 신문과 웬만큼 비교가 되는 것은 일본 신문이다. 겉으로는 체재가 거의 같아 보인다. 기사가 짧고 제목이 많이 붙는 것도 그렇고, 한자와 로마자, 아라비아 숫자가 아무 데나 마구 섞여 나타나는 것도 그렇다. 일본 신문에도 제목의 어휘, 제목의 문법이 따로 있다. 제목에서 줄어든 나라 이름이 잔줄에서 원래의 길이로 풀리는 것도, 제목에서 격토나 그 밖의 낱말이 생략되는 것도 우리 신문에서와 같다.22) 그러나 일본 신문의 기사 제목에서는 격토의 생략이 필수적이 아니다. 가, 를도 제목에 자주 나타나며, 의는 생략되는 경우가 없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