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한결 김윤경 선생의 학문과 인간】

한결 김윤경의 문법론

유구상 / 한남 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1. 머리말

  이 글은 김윤경의 말본에 대한 내용과 업적을 고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김윤경의 말본은 주시경의 “조선어문법”(1913)과 김두봉의 “깁더 조선말본”(1922)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아 그것을 바탕으로 하였으며, 최현배 등이 쓴 이전의 말본책과 연구 결과를 참고로 하여 나름대로의 말본으로 발전시켜 펴낸 값진 것이다.
  문법론이라면 형태론과 통사론이 주를 이루고 있으나, 이 책의 특집 차례에 음운론이 따로 설정되어 있지 않고, “나라말본”에서도 음운론을 포함하고 있어 음운론도 함께 살펴보기로 한다.
  그리고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나라말본”의 내용을 가급적 도표로 총정리하면서 고찰하기로 한다.


2. 김윤경이 펴낸 문법서

  김윤경이 펴낸 문법서는 7가지가 있다. 그 책의 이름과 벼리(목차) 내용을 표로 간추려 보이면 다음과 같다.

책 이름  연도 벼리 내용
1. 조선말본1) 1925 말과 글의 값, 우리글의 변천, 이제 쓰는 말과 글의 그릇된 것 바로 잡아 나아갈 점, 어찌하여 우리글이 나아가게 할까
2. 조선말본 1932 소리갈, 씨갈, 월갈
3. 한글말본 1946 소리갈, 씨갈, 월갈
4. 고급용 나라말본 1948 총론, 소리갈, 씨갈, 월갈
5. 초급용 중등말본 1948 총론, 소리갈, 씨갈, 월갈
6. 고등 나라말본 1957 총론, 소리갈, 씨갈, 월갈, 붙임말, 갈말
7. 중등 나라말본 1957 총론, 소리갈, 씨갈, 월갈, 갈말

  위 표에서 1은 필사본으로 벼리 내용으로 보아 문법서라고 보기 어렵다. 2는 문법서의 틀을 갖췄다고 볼 수 있고, 3은 책 이름만 바꿨을 뿐 내용은 2와 꼭 같다. 4는 김윤경의 말본의 절정을 이루고 있고, 5는 4의 내용과 같으나, 초급용에 맞도록 간추렸다2). 6은 4의 내용과 같으나, 문교부의 통일 문법 용어를 쓰고 있는 점이 다르고, 7은 6의 내용을 간추린 것이나 5와 꼭 같고 통일된 용어를 쓰고 있는 것이 다르다3).
  김윤경의 펴낸 7권의 말본책 중에서 저자가 가장 심혈을 기울여 말본의 절정을 이룬 것은 “고급용 나라말본”이라 할 수 있다.
  그의 “고등 나라말본”(1948) 붙임말 서두에
이 책은 4281(1948)년 5월 15일에 내어 놓은 “고급용 나라말본”을 깎고, 고치고, 더한 것이다. 그것에는 잘못된 곳이 여러 곳이 있어서 바룸표라도 붙이라고 하였고…….
라는 말이 있다. 이 말로만 본다면, 김윤경의 말본의 결정판은 “고등 나라말본”(1957)인 것처럼 보인다. 이 말을 어떻게 해석해야 옳은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간다. 그러나 두 말본의 세부 내용을 비교해 보면, “고급용 나라말본”의 내용을 “고등 나라말본”에서 거의 그대로 따르고 있고, 별 필요가 없는 내용을 43쪽 정도 줄이고 있으며, 첨가한 것은 “실사끼리와 실사와 허사의 이음소리” 2쪽, “어간의 바꿈” 2쪽뿐이며, 앞뒤의 차례를 바꾼 때매김이 있고, 문교부의 검인정을 받기 위해 통일된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 이외는 다른 점이 없다. 이런 내용으로 볼 때 “……“고급용 나라말본”을 깎고 고치고 더한 것……”이라고 한 것은 개정판을 내는 정도이지 말본의 이론이나 체계는 전혀 바뀌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본다면, 김윤경이 가장 심혈을 기울여 펴낸 말본은 “고등 나라말본”(1957)이라고 보는 것보다는 “고급용 나라말본”(1948)이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4).

3. 김윤경 말본의 체계

  바로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김윤경의 말본의 결정판은 “고급용 나라말본”(1948)이다. 그러나 본고에서 고찰하려고 하는 내용은 결정판에 대한 것이 아니라 김윤경의 말본에 관한 것이므로, 결정판인 “고급용 나라말본”과 이것을 미세하게나마 깎고 고치고, 더한 “고등 나라말본”(1957)의 내용을 합쳐 종합적으로 고찰하는 것이 김윤경 말본론을 가장 정확하게 파악하는 길이라 생각되어, 전자를 근간으로 하되 후자의 내용도 덧붙여 두 이름을 합쳐 “나라말본”이란 이름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김윤경 말본의 체제는 “총론, 소리갈(음학)5), 씨갈(단어학)6), 월갈(문장학)”로 소리갈, 씨갈, 월갈을 서로 동등하게 상위 분류하고 있다7). 이런 분류는 그 당시 문법서 대부분이 하고 있으며, 다른 문법서들과 그 틀을 같이 하고 있는 것이며, 오늘날 학교 문법에서 그 틀을 그대로 이어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틀은 다시 하위 분류하여 자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앞에서 김윤경의 말본은 주시경(1913) “조선어문법”(1914), “말의 소리”와 김두봉(1922) “깁더 조선말본”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다고 말하였다8). 이에 대하여 좀 살펴보기로 한다.
  주시경(1913) “조선어문법”의 체제는 “조선문의 소리(음성학), 씨난갈(품사론), 짬듬갈(구문론), 씨갈래의 난틀(품사 하위 분류), 씨몸박굼(품사 전성), 씨몸헴(품사 복합), 씨뜻박굼(품사 의미 변성)”을 동등하게 상위 분류한 것으로 되어 있다.
  음성학, 품사론, 구문론(문장론)의 상위 분류와 차례는 일반적인 것이나, 품사 분류, 품사 전성, 품사 복합, 품사 의미를 동등 위치에서 상위 분류한 점, 그리고 이들을 구문론 뒤에서 기술하고 있는 점이 특이하다.
  이에 대하여 주시경은 “조선어문법” 말미의 “이온글의 잡이”에서
① “이 글은 과목을 밝게 난호지 못하고 그남아도 갖호지 못함이 많으나, 그 일은 어서 펴게 하고자 하여 이러한 대로 박음이라”
② “듬난을 씨난갈의 사이에 둠은 이러하게 하여야 그 뜻을 알기가 쉽겠다 함이라”
라 적고 있다. 이 내용은 그 당시로서는 인쇄술이 발달하지 못하여, 빨리 책을 출간하기 위하여 책의 체제를 저자의 뜻에 맞추지 못하고 그대로 출간함을 말하고, 책의 체제를 위와 같이 특이하게 늘어놓은 것은 독자들에게 이해하고 암기하기 쉽도록 한 것이다.
  김두봉(1922) “깁더 조선말본”의 체제는 “머리말‧알기, 얽말(총론), 소리, 씨, 월, 붙임 벼리”의 차례로 되어 있다. 이 말본의 핵심적인 것을 보면, 소리는 음성학(음운론), 씨는 품사론, 월은 문장론(통사론)을 각각 뜻하는 것이다.
  “깁더 조선말본”은 주시경의 “조선어문법”과는 달리 음운론, 품사론, 문장론을 대등하게 놓고 상위 분류하였다.
  이와 같은 점으로 볼 때, 김윤경의 말본의 기술 방법은 “조선어문법”(1913) 보다는 “깁더 조선말본”의 영향을 더 많이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세부 목차를 비교해 보면, “깁더 조선말본”의 내용 체제를 삼분의 이 이상을 그대로 쓰고 있는 점으로 보나, 말본 용어의 아주 유사함으로 보나 “깁더 조선말본”의 내용, 체제, 용어, 기술 면에서 상당한 영향을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4. 음운론(소리갈)9)

  우리말의 소리에 관한 연구는 주시경(1914) “말의 소리”에서 그 틀을 잡고10) 김두봉(1922) “깁더 조선말본”과 최현배(1937) “우리말본”으로 이어지면서 발전을 거듭했다. 김윤경도 그 흐름의 영향을 받아 더욱 발전시켜 “고급용 나라말본”에서 필자 나름대로의 소리갈을 이루어 냈다.
  소리갈에서 소리의 고룸(바꿈) 즉 음운 변화까지 다루고 있어, 실제는 음성과 음운을 소리갈에서 두루 다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4.1. 소리갈의 정의

  김윤경의 소리갈에 관한 똑 떨어지는 정의를 내리지 않았다. 다음과 같은 소리의 정의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① 몬(물체)이 움즉이어 떨리거나 맞부딪으면, 그 언저리의 공기가 밀리어 움즉이게 되고, 그 밀리어 움즉임이 공기의 결이 되어, 우아래와 사방으로 퍼지어 나아가게 된다.
② 이 공기의 결이 우리의 귀청(고막)을 울리어 듣는 신경을 찌르면, 우리는 한 감각을 일으키게 되는데 이 감각을 우리는 소리(음, 음향)이라 한다. ③ 우리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를 목소리(음성) 또는 이를 줄여서 소리라 한다11).
  위에서 ①은 음파, ②는 소리(음, 음향), ③은 목소리(음성)에 대한 정의를 내린 것이다. 음파, 음, 목소리의 순서로, 폭이 넓은 데에서부터 폭이 좁은 목소리로 정의를 좁혀 나간 것으로 보면, 소리갈은 목소리에 대한 연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4.2. 목(말)소리의 갈래

  목(말)소리는 그 나는 바탕의 다름에 따라 홀소리와 닿소리로 나누었는데 그 자세한 비교는 다음과 같다.

홀소리  닿소리 
모두 울림소리
악음
입으로 소리 냄
길게 소리 낼 수 있음
홀로 소리 남
낱내(음절)를 이룸 
안울림소리와 울림소리 2가지
조음
입 또는 코로 소리 내는 2가지
길게 또는 짧게 소리 낼 수 있는 2가지
홀소리와 어울려야 소리 남
낱내를 이루지 못함 


            4.2.1. 닿소리의 갈래

  닿소리는 막음의 자리(폐쇄 위치)와 소리 내는 방법과 목청의 울림을 기준으로 하여 자세히 나누었다.
  다음 표를 보면, 소리 내는 방법의 분류에서 파찰음(터짐갈이소리)인 ㅈ, ㅉ, ㅊ를 파열음(헤침소리)에 소속시켰는데, 이 점은 소리 내는 처음과 진행과 끝을 정확하게 살피지 못한 데서 온 결과를 보인 것이다.
  막음자리(조음 위치)의 분류에서는 혀끝과 윗잇몸에서 소리 나는 ㄷ, ㄸ, ㅌ를 혀끝과 윗니에서 소리나는 것으로, ㅅ, ㅆ을 혀끝과 윗잇몸에서, ㅎ, ᅙᅙ을 혀뿌리와 목젖에서 나는 소리로 처리하였는데, 이런 점은 오늘날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음을 보여 준다.

*헤침소리: 파열음, 혀굴림소리: 설전음
  입술과 입술 혀끝과 윗니 혀끝과 윗잇몸 혀몸과 
센입천장
혀뿌리와 
여린입천장
혀뿌리와 
목젖
목청
있음 없음 있음 없음 있음 없음 있음 없음 있음 없음 있음 없음 있음 없음
헤침
소리
예사                  
                   
                   
콧소리                      
갈이소리



   

 
   
ᅙᅙ
 
혀굴림소리                          
혀 옆소리                          

  그리고 현재는 쓰이지 않고, 옛날에만 쓰였던 , ᄬ, ᅗ, , ㅇ , ᅙ들을 분류하고 있고, 반모음인 w, j에 해당하는 ㅗ, ㅜ, ㅣ와 ㅡ를 자음에서 분류하고 있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고 보여진다.
  이와 같은 점으로 볼 때, “나라말본”의 닿소리의 분류는 과도기적인 성격을 띠고 있으며, 어느 누구의 분류를 그대로 따른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 뚜렷한 주관을 가지고 분류한 것이다.
  이 밖에 거듭닿소리를 섞임거듭, 덧거듭, 쌍거듭의 셋으로 분류하였다.
섞임거듭: ㅊ, ㅋ, ㅌ, ㅍ
덧거듭: ㄺ, ㄻ, ㄼ, ᄙ, ㄳ, ㅄ …
쌍거듭: ㄲ, ㄸ, ㅃ, ㅆ, ㅉ
  이 분류에서 ㅊ, ㅋ, ㅌ, ㅍ를 섞임거듭으로 처리한 것은 글자로 따져 본 것이 아니라 음성학적인 세밀한 관찰에서 비롯된 것이다.


            4.2.2. 홀소리의 갈래

  홀소리를 입의 열고 닫음(혀의 높고 낮음)과 혀의 앞뒤 자리와 입술의 꼴을 기준으로 세 가지로 나누고 있는데, 이런 점은 오늘날 모음을 분류하는 것과 유사할 정도로 완벽한 것이다.

*거진닫음(폐모음), 조금닫음(반폐모음), 조금열음(반개모음), 아주열음(개모음), 앞(전설 모음), 가운데 (중설 모음), 뒤(후설 모음), 높음(고모음), 조금높음(반고모음), 조금낮음(반저모음), 낮음(저모음)
         

  우리말 홀소리의 틀을 삼각형으로 나타냈는데, 이것을 삼각형으로 그리느냐 사각형으로 그리느냐 하는 것은 지금까지도 학자들마다 견해 차이가 있는 것이며, 입의 열고 닫음 곧 혀의 높고 낮음을 3단계로 나누느냐 4단계로 나누느냐 하는 것과 앞과 뒤로 나누느냐, 앞, 가운데, 뒤로 나누느냐 하는 것도 아직 일관된 결론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문제이다.
  입술꼴로 본 홀소리의 갈래를 둥글음의 소리(ㅜ, ㅗ, ‧), 넙적함의 소리(ㅡ, ㅣ, ㅔ), 예사소리(ㅏ, ㅓ, ㅐ)의 셋으로 나눈 것은 요즈음 원순 모음과 평순 모음 둘로 가르고 있는 것과는 색다르다.
  기본 모음을 아래아를 포함해서 9개로 잡고 있는 점이 지금과 다르다. 그러나 요즈음 기본 모음으로 다루고 있는 ㅚ, ㅟ에 대하여, 홑홀소리(단모음)도 되고, 거듭홀소리(중모음)로 될 때도 있음을 지적하고 있는데, 이 점은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겹홀소리에 대한 것을 앞에서 뒤로 옮기는 거듭과 뒤에서 앞으로 옮기는 거듭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는데, 이것은 과도음에 대한 설명이다.


        4.3. 소리의 고룸(소리의 바꿈)

  이것은 음운 변화에 관한 것이다. 이에 대하여 낱낱의 소리가 서로 잇달아서 말을 이룰 때에는 소리가 여러 가지로 바꿈(변화)을 일으킨다고 보고, 소리의 길고 짧음(장단), 소리 내는 힘의 세고 여림(강약), 소리의 높고 낮음(고저), 소리의 닮음(동화)과 닿소리의 힘(형세), 소리의 줄음(생략)으로 나누어 기술하였다. 그 내용을 간추려서 표로 만들어 보이면 다음과 같다.

         
1. ____친 부분의 용어는 “나라말본”에서 내용 설명만 있고 용어는 없어서 내용에 맞는 것을 필자가 적어 넣어 분류한 것임.
2. ( ) 속의 용어는 “고등 나라말본”에서 쓴 것임.
3. ①은 자음 접변, ②는 구개음화, ③은 받침 법칙(중화, 중간 자음 연결), ④는 모음 동음 생략, ⑤는 음절 축약을 뜻함.

  위 표를 보면, “소리의 힘의 세고 여림. 소리의 높고 낮음”은 음성에 관한 것이고, “소리의 길고 짧음”은 덧음소에 관한 것이며, 나머지는 음소에 관한 것으로 음성과 음운을 구분하지 않고 함께 다루고 있어 체계 면에 약간의 문제점이 있고, “소리의 줄임”에서 탈락과 축약을 혼돈하고 있는 것이 결정이다. 그러나 음운 변화에 대한 기술은 비교적 논리적이고 자세하여 오늘날과 다를 바가 없다.
  이상에서 “나라말본”의 소리갈에 대하여 살펴보았는데, 이런 소리갈은 “조선어문법”(1913), “말의 소리”(1914), “깁더 조선말본”, “우리말본”(1937)으로 이어지는 영향을 가장 많이 받고 있으면서 기존의 문법서를 참고하여 저자 나름대로 체계를 갖추어 세밀하게 기술하고 있어 현대 음운론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5. “나라말본”12) 과 형태론

  형태론이란 뜻을 지닌 가장 작은 단위인 형태소에서부터 그 형태소가 결합하여 이루어진 단위인 낱말까지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그러나 국어의 초기 문법 대부분이 그렇듯이 “나라말본”에 나타난 형태론은 그 기준이 오늘날 우리가 연구하는 것과는 다르다. 형태소라는 용어는 말본책 어디서도 찾아볼 수가 없을 뿐만 아니라, 낱말의 정의도 요즈음과는 다르다.
  그 이유는, 김윤경은 언어관을 “말은 종합적에서 분석적으로 발전한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뜻을 지닌 최소의 단위인 형태소 자체를 낱말로 처리하고 있다. 그 결과 형태소와 형태소가 결합하여 완전한 뜻을 지닌 최소 단위를 낱말로 인정하지 않고, 이에 대한 설명도 없다. 단지 월갈에서 “월의 감은 한 씨로 된 것도 있고, 생각씨와 토씨가 짜이어 된 것도 있고 한 마디로 된 것도 있다”고하여, 요즈음의 낱말이 월의 감(성분)의 한 부류어 속하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을 뿐이다. 이와 같이 본다면, 형태소=낱말로 되어 형태론에서는 별로 다룰 내용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나라말본”에서는 씨의 갈래, 바꿈(전성), 어우름(합성), 높임과 낮훔(존비) 등을 다루고 있어 그 나름대로 체계를 세우고 있기 때문에 형태소=낱말에 국한되는 형태론에 대한 면모를 살펴볼 수가 있다.


        5.1. 낱말관(단어관)

  한 문법가의 언어관은 그의 문법의 모든 면을 결정한다. 아울러 낱말관은 형태론의 모든 면을 결정한다. 그렇다면 김윤경의 형태론을 고찰하기에 앞서 그의 낱말관을 살펴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낱말에 대해서는 지금까지도 그 정의, 한계, 내용, 분류 등이 문제가 돼 있을 정도로 어렵고 복잡한 것이다. 그러나 “고급용 나라말본”이 출간될 당시에는 국어 전통 문법에 적용된 낱말관들이 있었다. 이런 낱말관에 의해 각각 문법서가 출간됐다.
  김윤경의 문법관에 대해서는 그가 발표한 “씨가름을 어떻게 함이 옳은가?”(연희춘추 4,5호, 1952), “말은 종합적에서 분석적으로 발전한다”(한글 110,111호), “고등 나라말본” 붙임말(1957), “말의 발달의 방향과 씨가름”13) (한글 125호, 1959)이란 글에 잘 나타나 있다.
  김윤경은 위의 글에서 분석적, 절충적, 종합적 씨의 체계에 대하여 논하면서, 현대의 모든 과학은 원소까지 분석하여 연구하기 때문에 낱말도 분석적인 면에서 보아 분석적 체계를 주장하고 있다14). 곧 조사와 어미까지도 낱말(씨)로 인정하는 것이다15). 이런 분석적 체계는 절충적 체계와 종합적 체계가 나타나면서 계승 발전하지 못하였는데, 현대 언어학에서 그 타당성과 가치가 나타나고 있는 것은 다행한 일라 생각된다.
  우리 국어학계가 우리의 과거 연구 태도를 계승 발전시키려 하지 않고, 별비판과 반성 없이 미국 언어학계의 새로운 이론을 받아들여 말본의 전체적 체계를 갖추지 못한 채 유행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이 시점에서 반성해야 할 과제이다.


        5.2. 씨가름의 기준

  씨는 낱말을 그 뜻이나 구실의 공통성을 보아 갈라 놓은 것이라 정의하고, 낱말을 한 생각이나 한 법칙을 보이는 말로서 더 가를 수 없는 것으로 정의하였다. 이런 낱말의 정의는 구조 문법의 형태소 정의와 같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우리말은 첫째, 생각을 보이는 생각씨(실사, 개념어) 둘째, 법칙이나 관계를 보이는 토씨(허사, 형식어), 생각씨와 토씨로 가를 수 없이 굳어 붙은 모임씨(실사, 허사 결합어)로 분류하고16), 그 기준에 맞춰 하위 분류하였다. 이후에 나오는 도표의 ( ) 속의 한글 명칭은 “고등 나라말본”(1957)의 것이다.

         

  이와 같은 씨가름의 기준은 의미, 기능, 형태를 중시한 것이며, 실사와 허사가 독립되지 못한 종합적인 것으로부터 그들이 분리 독립되는 분석적 체계의 씨가름을 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와 같은 씨가름의 입장은 “조선어문법”에서 “깁더 조선말본”을 거쳐 “나라말본”으로 이어지고 있다.


            5.2.1. 임씨(명사, 임자씨)

  임씨는 월에서의 공통적인 특성을 고려하여 기능적인 분류를 하였으므로, 이름씨, 대이름씨, 셈씨를 한데 묶어 임씨의 범주에 넣고 하위 분류에서 이들을 쪼갈라 설명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이름씨, 대이름씨, 셈씨를 임씨로 묶은 것은 구조주의 이후 명사류어로 보는 것과 같은 것이기도 한다.

         
1. 매임은 “고급용 나라말본”에만 분류되어 있고, “고등 나라말본”에서는 제외됨.
2. ( ) 속의 이름은 “고등 나라말본”의 것임.

  여기서 이름씨, 대이름씨, 셈씨를 기능 면으로 보아 함께 묶어 처리한 것은 이해가 되지만, 셈씨와 매임(의존 명사)을 대이름씨에 넣어 처리한 것은 뜻의 모호성을 기준으로 한 것 같이 보이는데,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분류라고 할 수 있다.


            5.2.2. 얻씨(형용사, 그림씨)

  그림씨를 낱말의 의미를 중심으로 바탕얻씨, 꼴얻씨, 때얻씨, 셈얻씨, 가리침얻씨의 5가지로 나누고 있다.
┌ 바탕얻씨 : 어질, 착하, 맵
│ 꼴얻씨 : 날래, 크, 높
얻씨(그림씨) ┼ 때얻씨 : 이르, 늦, 오라
│ 셈얻씨 : 많, 적, 흔하
└ 가리침얻씨 : 이러하, 어떠하, 아무렇
  이 밖에 잡이에서 절얻씨(매임그림씨)와 한문에서 전성된 한문얻씨(한문그림씨)를 논하고, 본없는 얻씨(불규칙 형용사)에 대해 따로 기술하고 있다.
  위 표의 분류는 성질, 모양, 때, 수량, 지시를 근거로 한 것인데, 분류 기준이 논리적으로 잘 되었다고 보기는 힘들다.


            5.2.3. 움씨(동사, 움직씨)

  움씨는 낱말이 월에서 수행하는 기능에 따라 제움(자동)과 남움(타동)으로 크게 나누었다.

         

  그리고 얻씨에서처럼 절움(매임그림씨), 한문움씨를 잡이에서 설명하고, 또 본없는 움씨(불규칙 동사)를 따로 기술하고 있다. 움직씨의 분류 역시 동작과 작용, 기능과 형태, 시킴과 입음 등 여러 가지를 기준삼을 수 있는 것에 비하면, 그 분류가 미약한 점이 있으나, 논리적인 결함은 없다고 하겠다.


            5.2.4. 겻씨

  겻씨를 어떠한 으뜸씨로 하여금 임자(주어)나 꾸밈(수식어)이 되게 하는 토의 한 갈래라고 기능에 따른 정의를 내리고 있다.
         
*“고등 나라말본”에서는 “도움겻”을 독립시켜 임자겻, 꾸밈겻과 나란히 분류하고 있다.

  이와 같은 분류는 분석적 체계로 보아 기능적인 면을 중심으로 했기 때문에 조사와 관형사형 어미, 부사형 어미까지 낱말(씨)로 처리한 데에 기인된 것이다. 그렇다고 치더라도 부름의 겻(호격 조사)을 임자겻에서 처리하는 것은 이해가 잘 안 된다.


            5.2.5. 잇씨(접속사, 이음씨)

  잇씨는 그 기능에 따라 분류했는데, 이와 같은 분류도 분석적 체계 안에서 가능한 것이다.

         
*“고등 나라말본”에서는 움씨잇까지는 같고, 엇ㆍ움씨잇 이하는 제외했고, 구실로 본 갈래를 덧붙였다.

  조사나 어미가 본래 복잡하지만, 잇씨의 분류 방법은 너무 복잡하고 분류 기준에 문제가 있다.


            5.2.6. 맺씨(종지사, 맺음씨)

  맺씨도 분석적 입장에서 분류된 것으로 한 월을 끝맺는 종결 어미를 이른다.
┌ 홀로맺(홀로맺음) : 이로다, 로다, 도다, 고나(구나), ㄹ까나
맺씨(맺음씨) ┼ 이름맺(베풂맺음) : 올씨다, 다, 이다, ㄴ다, 는다
│ 물음맺(물음맺음) : 요, 입니까, 읍니까, 냐, 이냐, 으냐, 느냐
└ 시킴맺(시킴맺음) : 어라, 아라, 여라, 거라, 너라
*홀로맺: 감탄종지사, 이름맺: 서술종지사, 진술종지사
  물음맺: 의문종지사, 시킴맺: 명령종지사
  이 분류는 다른 사람들이 5에서 6가지로 나누는 데 비해 적은 분류를 했다. 여기서는 청유, 응락(허락)을 시킴맺으로 처리한 것 같다. 이 맺씨는 뒤 월갈의 월의 갈래에서 다시 논하고 있다.


            5.2.7. 언씨(관형사, 매김씨)

  언씨를 임씨 위에서 임씨를 꾸미는 것이라 하고, 꾸밈감(수식어)과 다름을 지적하고 있는데, 그 분류는 네 가지로 하였다.
┌ 바탕언(바탕매김) : 날, 풋, 돌, 을, 좀 새, 외
언씨(매김씨) ┼ 셈언(셈매김) : 한, 두, 세, 서, 석, 여러, 온, 첫, 모든
│ 가리침언(가리킴매김) : 이, 그, 저, 요, 고, 조
└ 모름언(어림매김) : 어느, 웬, 무슨, 아무
*바탕: 사물의 성질
  언씨의 분류는 지금의 분류와 큰 차이가 없이 유사하다.


            5.2.8. 억씨(부사, 어찌씨)

  억씨를 얻씨나 움씨나 다른 억씨를 꾸미는 낱말이라 하고, 형태, 기능, 의미, 소리, 시간 등에 따라 복잡하게 분류하여 체계 면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 짓꼴억 : 천천히, 공손히, 밝히, 실룩실룩
│ 소리억 : 탕탕, 솔솔, 꾀꼴꾀꼴, 쾅쾅
│ 몬꼴억 : 반들반들, 울퉁불퉁, 삐죽삐죽
│ 빛깔억 : 얼룩얼룩, 번쩍번쩍, 욹웃붉웃
│ 때억 : 일찍, 이미, 차차, 얼핏, 늘, 가끔
│ 곳억 : 이리, 저리, 그리, 멀리, 곳곳이
억씨(어찌씨) ┼ 견줌억 : 잘, 가장, 매우, 훨씬, 좀
│ 여김억 : 참, 꼭, 반드시, 꽉, 똑
│ 막음억 : 못, 아니, 도무지
│ 시킴억 : 제발, 아무쪼록, 부디
│ 모름억 : 왜, 어찌, 설마, 아마, 글쎄
└ 이음억 : 또, 및, 곧, 그러나, 하물며
짓꼴억: 동모(動貌) 부사, 소리억: 의성 부사, 몬꼴억: 물모(物貌) 부사.
빛깔억: 색태(色態) 부사, 때억: 시간 부사, 곳억: 처소 부사.
견줌억: 비교 부사, 여김억: 긍정 부사, 막음억: 부정 부사.
시킴억: 명령 부사, 모름억: 의문 부사, 이음억: 저속 부사

            5.2.9. 늑씨(감탄사, 느낌씨)

  늑씨를 한 월을 꾸미거나 홀로 월갈로 쓰이는 모임씨라 하고, 늑씨를 다음과 같이 나누었는데, 인간의 감정을 기준으로 하여 세밀하게 나누고, 부르는 말과 대답하는 말로 나누었다. 이 분류도 기준점이 모호하여 체계가 덜 서고 복잡하여 혼란스럽다.
┌ 깃븜늑 : 허허, 히히, 하하
│ 놀람늑 : 아이구, 에구, 이키
│ 성남늑 : 엥, 에, 응, 앵
│ 슬픔늑 : 아이고, 에구, 어이구
│ 걱정늑 : 허, 허허, 어허
│ 뉘우침늑 : 어뿔싸, 아차, 아이구
│ 여김늑 : 암, 글세, 아무렴
늑씨(느낌씨) ┼ 막음늑 : 어디, 웬걸, 어찌
│ 빈정거림늑 : 에따, 아주, 애개개
│ 코웃음늑 : 피, 푸, 흥
│ 아양늑 : 아이, 애, 으응
│ 말림늑 : 쉬, 쉬쉬, 에라
│ 조임늑 : 웅, 그래, 자
│ 힘씀늑 : 이여차, 에훠리, 영치기
│ 부름늑 : 여보, 워리, 구구, 아나
└ 대답늑 : 녜, 오냐, 그래, 응, 왜

여김늑: 긍정 감탄사, 막음늑: 부정 감탄사 
말림늑: 금지 감탄사, 조임늑: 재촉 감탄사
  이상에서 “나라말본”의 품사 분류에 관한 살펴보았다. 그 결과 품사마다 분류 기준이 일정하지 않아 품사 전체의 체계 면에 문제가 있고 씨에 따라서는 너무 복잡하여 논리적인 이해에 어려움이 있음을 보았다. 그리고 분석적인 면에서의 품사 분류이므로, 토씨 곧 겻씨, 잇씨, 맺씨를 각각 품사로 분류하여 더욱 복잡함을 보았다. 그러나 당시의 문법으로서는 그래도 다른 문법서보다 체계를 세워 질서 정연하게 문법 이론을 전개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나라말본”의 씨가름은 소리갈에서와는 달리 “조선어문법”을 이어받아 “깁더 조선말본”에서 더 발전시켰고, 그 “깁더 조선말본”을 이어받아 분석적 체계의 품사 분류를 체계를 갖춰 논리적으로 나름대로 총정리했다는 점은 높은 찬사를 받아 마땅한 것이다.
  다만 아쉬움이 남는 것은 분석적 체계의 문법이 더 계승 발전하지 못하고, 절충적 체계의 문법과 종합적 체계의 문법에 밀려 “나라말본”으로 끝막음을 했다는 점이다.


        5.3. 조어론

  “나라말본”에서 조어론에 해당하는 것은 각 씨마다 설명한 씨의 어우름과 씨가름 맨 뒤에 붙여 설명한 더음(접사, 가지)에서 그 면모를 알 수 있다. 임씨, 얻씨, 움씨에서 설명된 뜻바꿈은 의미 변화에 중점을 두었고, 몸바꿈은 품사 전성에 중점을 두고 있으므로 저자는 조어론적인 파생법으로 생각하지 않은 것으로 보일 뿐 아니라, 이런 것들의 구성이 씨의 어우름과 더음에서 자세히 설명되고 있는 점으로 알 수 있다.


            5.3.1. 씨의 어우름(복합법)

1) 임씨(이름씨)의 어우름
임씨+임씨 → 임씨 : 짚신, 솜옷, 부손, 서넛, 네댓
임씨+움씨 → 임씨 : 가락찌, 볼끼, 씨앗, 발막, 맘씨, 부넘기
움씨+임씨 → 임씨 : 묵밭, 돌띠, 열쇠, 낚대, 빅수
얻씨+임씨 → 임씨 : 늦벼, 넙치, 북밭

2) 얻씨(그림씨)의 어우름
얻씨+얻씨 → 얻씨 : 검붉, 재바르, 굳세
임씨+얻씨 → 얻씨 : 힘차, 숨차, 힘세
임씨+움씨 → 얻씨 : 살지, 뼈지, 틀지
억씨+움씨 → 얻씨 : 얼룩얼룩하, 똘똘하

3) 움씨(움직씨)의 어우름
움씨+움씨 → 움씨 : 빼닫, 지새, 나들, 여닫, 드새, 묵삭이, 우짖, 오르나리
임씨+움씨 → 움씨 : 일하, 바느질하, 공부하, 밥먹, 잠자, 꽃피, 달돋
얻씨+움씨 → 움씨 : 낮보, 설삶, 무르녹, 늦심, 숙보
억씨+움씨 → 움씨 : 잘하, 아니하, 못하, 펄럭대

4) 겻씨(조사)의 어우름
겻씨+겻씨 → 겻씨 : 만은, 만이, 만을, 만도, 만이야, 만이라도, 만이나
잇씨+겻씨 → 겻씨 : 만과, 까지와, 만치와, 마다와, 께서와, 께와
겻씨+잇씨 → 겻씨 : 낮보, 설삶, 무르녹, 늦심, 숙보
맺씨+겻씨 → 겻씨 : 느냐가, 느냐는, 느냐도, 느냐부터, 더라고, 이라고
겻씨+맺씨 → 겻씨 : 만이다, 만이냐, 만이로고나, 께다, 께냐, 께로고나

5) 잇씨(접속사, 이음씨)의 어우름
잇씨+잇씨 → 잇씨 : 과요, 하고요
잇씨+겻씨 → 잇씨 : 와는, 다가는, 면서도
겻씨+잇씨 → 잇씨 : 까지와, 께서와, 에서라면
잇씨+맺씨 → 잇씨 : 와도, 하고다, 거나다, 든지다

6) 맺씨(종지사, 맺음씨)의 어우름
맺씨+맺씨 → 맺씨 : 읍니다그려, 읍니다요
겻씨+맺씨 → 맺씨 : 만이다, 에게냐, 에게외다
맺씨+겻씨 → 맺씨 : 느냐가, 더라고, 으라고
잇씨+맺씨 → 맺씨 : 와다, 하고 ㅂ니다, 든지다

  위에서 보듯이 씨의 어우름을 임씨, 얻씨, 움씨, 겻씨, 잇씨, 맺씨의 6가지 씨에서만 논의했을 뿐 그 이외의 언씨, 억씨 등은 제외시키고 있는데 그것은 신경을 덜 쓴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언씨에도, “몇몇, 한두, 온갖, 몹쓸, 여남은” 등, 억씨에도 “죄다, 제각기, 한참, 밤낮, 어느덧, 앞서” 등이 있기 때문이다.


            5.3.2. 더음(접사, 가지) - 파생법

  더음별 뜻‧소리 씨의 위‧밑 보기
더음
(가지)
머리 더음 
(앞가지)
뜻더함











어필, 귀국, 맨몸, 개살구
얄궂, 새파랗, 시르죽
짓밞, 처먹, 엿보
맨먼저
시는, 었는, 겠는
시니, 시고, 었고, 겠으며
시도다, 시오, 었다, 겠소
소리 고름



이여, 이ㄴ, 으시면, 으ㄹ
이니, 이며, 으니, 으며
이다, 이냐, 으오, 으냐
꼬리 더음 
(끝까지)
뜻더함





임금님, 너희, 아기네
검에, 높다랗, 낮보
먹이, 먹히, 밀치, 웃기
더욱, 더군다나, 넙죽이
씨몸 바꿈







시름없, 사람답, 내ㅂ
높이, 맞후, 되우
놀음, 믿브, 넘우, 붙어
새롭, 외롭, 메지
얼룩얼룩하, 출렁거리(대)

허리더음

사이시옷만 인정

내ㅅ가, 코ㅅ등, 이ㅅ새
  이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더음을 “머리더음(접두 파생), 꼬리더음(접미 파생), 허리더음(접요 파생)”으로 분류했는데, 허리더음만큼은 훈민정음에서부터 관행적으로 쓰여 온 사이시옷만을 인정하고 있다. 여기서도 겻, 잇, 맺씨들의 더음을 인정하고 있는 것은 분석적인 관점에서 온 결과이며, “시, 었, 겠”과 같은 것을 접두사로, 또 “이여, 이니, 으니, 으오” 등에서 “이”와 “으”를 소리 고르는 조음적인 요소로 처리한 것은 특이하다.


            5.3.3. 씨의 몸바꿈(씨바꿈) - 품사 전성

에서 으로 보기 비고
임씨 (이름씨) 얻씨(그림씨)
움씨(움직씨)

언씨(매김씨)
억씨(어찌씨)
사람-답, 슬기-롭
신→신(다), 띠→띠(다)
일-하, 말리-암
가을-달, 한글-날
먼저, 내일, 그러께
그대로
더하여
얻씨 (그림씨) 임씨
(이름씨)


움씨
(움직씨)


언씨(매김씨)

억씨(어찌씨)
가물
넓-이, 길-이, 크-기
무게, 파란

크, 붉, 굽
잦-히, 늦어-지, 좁아-지
키우, 고루, 물리

늦(벼), 북(밭)

얼룩얼룩하, 똘똘하
그대로
더하여
덜고 더하여

그대로
더하여
덜고 더하여



움씨 (움직씨) 임씨(이름씨)



얻씨(그림씨)



억씨(어찌씨)
돌다→돌, 신, 띠
남-어지, 먹-기, 봄, 입음
갈래, 숨

벋(다), 맞(適), 크
놀랍, 믿브, 깃브
즐겁, 고프, 아프

비로소, 너무
그대로
더하여
덜고 더하여

그대로
더하여
덜고 더하여

  위 표는 씨가름의 임씨, 얻씨, 움씨에 나타나 있는 몸바꿈(품사 전성, 씨바꿈)의 설명 내용이다. 이것들은 논의의 흐름으로 볼 때, 조어론적인 인식보다는 품사 전성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대로”는 내적 파생을 뜻하고, “더하여 ”는 접사 파생을 뜻하며, “덜고 더하여 ”는 부분적으로 없어지고 접사가 덧붙는 접사 파생법으로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상에서 “나라말본”의 조어법에 대해 살펴보았다. “나라말본”에는 조어론을 따로 세워 기술하지 않고 각씨와 더음에서 논의하였다. 그러므로 체계 면에서는 문제가 있다고 하겠으나, 내용 면에서는 요즈음의 조어론과 거의 같음을 알 수 있다.
  이 조어론도 “깁더 조선말본”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6. “나라말본”과 통사론

  월(문장)은 여러 가지 씨를 모아서 한 생각을 다 나타낸 것이고 씨는 낱낱으로 따로 떨어진 말임에 대하여 월은 짜인 말이다. 월갈은 여러 씨를 모아 월을 짜는 말본을 연구함을 이른다고 뜻풀이하고 있다.
  월을 이루는 각 조각을 월의 감(성분)이라 하고, 월의 감은 한 씨로 된 것도 있고, 생각씨와 토씨가 짜이어 된 것도 있고 한 마디로 된 것도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6.1. 감(성분)의 갈래

  월의 감을 그 짜임으로 보아 으뜸감과 붙음감으로 나누었다. 다시 으뜸감은 임자감(주어), 풀이감(설명어)으로 나누고, 붙음감은 꾸밈감(수식어)의 하나이며, 임자감과 풀이감은 각각 8가지로 하위 분류했고, 꾸밈감은 임씨꾸밈과 움씨꾸밈으로 나누고 다시 각각 4가지씩으로 하위 분류하였다.17)
  *1. “고등 나라말본”에는 “홋”을 “홑”으로 표기를 하였다.
   2. 으뜸감: 근간 성분, 붙음감: 부속 성분(지엽 성분)

  이 표의 내용을 보면 월을 크게 임자감(주어)과 풀이감(서술어)으로 나누고 다른 성분은 모두 임자감과 풀이감을 꾸미는 것으로 처리하였다. 오늘날의 목적어, 보어, 독립어들을 붙음감에 소속시키고, 서술어를 수식하는 꾸밈감으로 처리하고 있는 점이 색다르다. 보어는 요즈음도 문제가 많은 성분이다. 그러나 목적어와 독립어18) 를 꾸밈감(수식어)으로 처리한 것은 잘 이해되지 않는다.
  그런데 여기서 눈여겨볼 만한 것은 오늘날 문제가 되고 있는 중주어(주격 중출)에 대한 것을 큰임자, 작은 임자, 으뜸임자, 붙음임자로 처리하고 있는 점이다.


        6.2. 감의 벌임(어순, 성분 배열)

  월의 감(성분)이 바로 벌이는 것을 바로 벌임(정치), 뒤바꿔 벌이는 것을 거꾸로 벌임(도치)으로 보았다.
바로 벌임 거꾸로 벌임
1)물이 깊다.
뫼가 높다.
어머니가 나를 못 보고 돌아가심은 철천의 한이다  
깊다, 물이.
높다, 뫼가.
철천의 한이다, 어머니가 나를 못 보고 돌아가심은
2)참 곱다
금강산을 보았다.
밝게 비친다
되도록 힘쓰게
곱다, 참.
보았다, 금강산을.
비친다, 밝게.
힘쓰게, 되도록.
  성분이 바뀌는 이유를 말을 힘 있게 나타내기 위함(강조)이라고 하였다.


        6.3. 월의 마디(절)와 갈래

  월의 으뜸감 곧 임자감과 풀이감을 갖추고도 한 월을 이루지 못하고 월의 한 조각(부분) 노릇을 하는 것을 월의 마디라 뜻풀이하고 다음과 같이 분류하였다.
마디 보기
임자마디(주어절)
풀이마디(설명어절)
꾸밈마디(수식어절)
같은마디(동등절)
뜻이 굳기가 돌과 같다.
저 달은 빛이 밝다.
나는 끝이 없는 바다를 좋아한다.
ㄱ. 뫼는 높고 물은 맑다.
ㄴ. 바람이 불면 배가 가오.
  마디를 위와 같이 나눈 것은 월의 감을 임자감, 풀이감, 꾸밈감 셋으로 분류하기 때문에 마디에서도 그것에 맞춰 분류한 때문이다. 그러므로 목적어절, 보어절 등은 꾸밈마디로 처리하였다.


        6.4. 높임과 낮춤(존비법, 경어법)

  “나라말본”에서의 경어법은 두 곳에서 논의하고 있다. 그 하나는 씨가름에서 각씨 곧 임씨, 움씨, 토씨(겻씨, 맺씨)에서 각각 논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월갈에서 월의 감의 높임의 맞섬(대응)이란 소제목으로 논의한 것이다. 논의하는 곳이 다를 뿐이지 내용은 거의 같다.


            6.4.1. 임자높임(주체 존칭)

  높임의 임자말과 동작을 높이는 “시”와 맞서게 되는 존칭이다.
선생님께서 오시ㄴ다.
아버지께서 가시ㄴ다.

            6.4.2. 부림말높임(객체 존칭)

  높임의 부림말(목적어)과 특별한 높임의 움씨 “사뢰, 여쭙, 드리, 바치, 뵙, 모시, 섬기, 받들, 올리, 아뢰” 따위와 맞서게 되는 존칭이다.
선생님을 뵙는다.
진지를 어버이드리ㄴ다.
편지를 그 어른올리ㄴ다.
  이와 같은 것을 객체 존대로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는 한번 생각해 볼 만한 점이다.


            6.4.3. 상대 경어법

  “나라말본”에는 상대 경어법이라는 용어를 쓴 것이 없다. 그러나 맺씨(맺음씨)에서 그와 같은 내용을 기술하고 있다.
등급 보기
합쇼(기껏높임)
하오(낮음높임)
하게(좀낮춤)
해라(아주낮춤)
반말
읍니다, 읍니까, 십시오, 으십시오
오. 으오(소), ㅂ시다, 읍시다, 요, 이요
나, 네, 게, 데, 이데, 에, 으에
ㄴ다, 는다, 니, 어라, 아라, 자
지, 아, 어
  이 표에서는 “하소서”체가 없다. 언어 현실을 감안한 것 같다. “하소서체, 합쇼체, 반말”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분류는 달리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아이가 어른에게, 어른이 아이에게, 지위 낮은 이가 높은 이에게, 지위 같은 이에게, 낮은 항렬이 높은 항렬에게”라 하여 상대 경어법의 요인을 사회적 지위, 친족, 친소 관계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6.5. 때매김(시제)

  “나라말본”에서는 겻씨, 잇씨, 맺씨, 곧 토씨에서 때마김을 하고 있다. 그런데 때매김은 통사론적인 과제이므로 씨갈에서 월갈로 옮겨 살펴본다.
  “나라말본”에서 때매김을 할 때 기준으로 삼은 시점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말하는 때를 기준으로 이제, 지난적, 올적으로, 둘째는 말하는 때보다 지나간 때를 기준으로 회상의 때로, 셋째는 행동의 진행을 기준으로 나아감(진행)으로 나누었다.

1) 직접의 때매김과 회상의 때매김

                                                씨

때매김

겻씨  잇씨 맺씨
임씨 아래 얻씨 아래 움씨 아래
 이제(현재)     는  이음씨만으로 표시 맺음씨만으로 표시
지난적(과거)
올적(미래)
지난적의 올적(과거 미래)
올적의 지난적(미래 과거)
지난적의 지난적(과거의 과거)
지난적의 지난적의 올적(과거의 과거의 미래)
회상의 이제(회상 현재)
회상의 지난적(회상 과거)
회상의 올적(회상 미래)
회상의 지난적의 지난적(회상 과거의 과거)
회상의 지난적의 올적(회상 과거의 미래)
회상의 올적의 지난적(회상 미래 과거)
ㄴ 었는
ㄹ 겠는
었을 었겠는
겠었는
었었는
었었을


었던
겠던
었었던

었겠던

겠었던


었겠
겠었
었었
었었겠


었더
겄더
었었더

었겠더

겠었더


2) 나아감의 때매김

이제 나아감 : -고 있다(-는 중이다)

직접때

지난적 나아감 : -고 있었다(-는 중이었다)
올적 나아감 : -고 있겠다(-는 중이겠다)

이제 나아감 : -고 있더라(는 중이더라)

회상때

지난적 나아감 : -고 있었더라(-는 중이었더라)
올적 나아감 : -고 있겠더라(-는 중이겠더라)
  이런 때매김은 시와 상을 합하여 나눈 것으로 너무 복잡하여 사람들이 이해하기가 곤란한 것이다.


        6.6. 월의 갈래

  짜임, 임자몸, 풀이몸, 여김과 막음(지움), 풀이빛을 기준으로 월을 나누었다.
  월의 종류를 논리적이면서도 체계를 갖춰 아주 세밀하게 나누었다. 그런데 붙음마디월과 겹마디월은 모두 포유문인데 꾸밈을 기준으로 다르게 나눈 것은 특색이 있다.


        6.7. 월의 그림풀이(문의 도해)

월의 기본 그림풀이틀월의 그림풀이는 초기 문법에서부터 현대 문법에 이르기까지 문법관과 기준에 따라 여러 가지로 나타난다. “나라말본”의 그림풀이는 초기 문법에 해당되는 것으로 다음과 같은 월의 기본 그림풀이틀을 기준으로 하여 훗월과 거듭월의 그림풀이를 하고 있다.
월의 기본 그림풀이틀
      1. 굵은 가로줄 밑: 으뜸감(근간 성분)
      1. 굵은 가로줄 위: 꾸밈감(수식어, 지엽 성분)
      2. 가는 세로줄 왼쪽: 임자감(주어)
      3. 가는 가로줄 위: 임자몸(주어 어간)
      4. 가는 가로줄 밑: 임자빛(주격 조사)
      5. 가는 가로줄 위: 풀이몸(설명어 어간)
      5. 가는 가로줄 밑: 풀이빛(설명어 종지사, 서술형 어미)
      6. 9. 짧은 굵은 가로줄: 꾸밈감과 꾸밈감의 경계
      7. 가는 세로꼬불줄 왼쪽: 임자꾸밈감(주어 수식 성분)
      8. 가는 가로줄 위: 꾸밈몸(수식어 어간)
      8. 가는 가로줄 밑: 꾸밈빛(수식어토)
      10. 세로 꼬불 두 줄 왼쪽: 풀이꾸밈감(설명어 수식 성분)
      11. 가는 가로줄 위: 꾸밈몸(수식어 어간)
      11. 가는 가로줄 밑: 꾸밈빛(수식어토)


(1) 훗월(단문)

  1) 사람은 동물이다.
  2) 어린 아기가 어머니의 젖을 빨아 먹는다.


(2) 같은 마디월(동등절 복문)-중문‧등위 복문

  3) 나는 것은 비행기요 닫는 것은 기차다.
4) 꽃은 희고 잎은 푸르고 줄기는 붉다.
(3) 덧마디월(첨가절 복문)-연합문‧종위 복문^ 5) 봄이 왔으나 꽃은 안 핀다.
6) 의사가 있었던들 그 아이는 죽지 않았겠다.
(4) 붙음마디월(부속절 복문)-포유문‧성분 복문^ 7) 뜻이 굳은 사람이 성공한다.
8) 가늘은 비가 소리도 없이 나린다.
(5) 겹마디월(포합절 복문)-포유문‧성분 복문^ 9) 저 사람이 힘이 세다.

  위의 그림풀이들은 월의 기본 그림풀이를 기준으로 그림풀이 한 것이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임자감과 풀이감만을 으뜸감(근간 성분)으로 보아, 굵은 줄 밑에 놓고 나머지 관형어, 부사어, 목적어, 보어들은 으뜸감을 꾸미는 것으로 보고, 꾸미는 말들은 굵은 줄 위로, 곧 꾸밈을 받는 말 위로 계속 그려 올라간 것을 알 수 있다.
  이상에서 월갈을 살펴보았는데 월갈은 감(성분)을 기본으로 월(문장)을 연구하는 것이므로 분석적 문법 체계와는 별 관계가 없을 듯하나 그림 속에서 분석적인 면이 잘 드러나고 있다.
  이와 같은 월갈은 대부분 “깁더 조선말본”을 참고로 저자 나름대로 체계를 갖춰 발전시킨 것이다. 그러나 그림풀이 방법은 “조선어문법”과 더 연관이 있음을 알 수 있다.


7. 맺음말

  지금까지 한결 김윤경이 가장 심혈을 기울여 펴낸 “나라말본”에 대해 살펴보았다.
  “나라말본”은 주시경의 “조선어문법”, “말의 소리”와 김두봉의 “깁더 조선말본”을 중심으로 최현배의 “우리말본”과 기타의 문법을 참고로 하여 나름대로의 분명한 언어관과 체계를 갖춰 분석적 문법 이론을 집대성‧마무리하고 있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아야 할 것이다.
  “나라말본”은 연구를 목적으로 펴냈다기보다는 교육 현장에 봉직하면서 교육적이고도 실용적인 면을 목적으로 펴낸 것이므로 독자의 이해를 위해 간단 명료하게 기술하고 있다.
  내용에 따라서는 일관성의 결여로 간혹 복잡성을 띠고 있는 것이 있기는 하나, 대부분은 관점이 정확하고 체제와 기술이 논리적이어서 후대에 많은 영향을 끼쳤음이 분명하다.
  “나라말본”의 분석적인 문법 체계가 계속적으로 유지, 보완되면서 발전하지 못하고, 국어학계에서 “나라말본”을 끝으로 막을 내린 점은 참으로 아쉬운 점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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