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국어에 나타난 일본어의 언어적 간섭】

건설·미술 분야의 일본어와 대응 양상

허철구 / 국립 국어 연구원 학예연구사


1. 서론

  1992년에 건설 용어와 미술 용어 순화 사업이 있었는데 그 내용을 정리한 죄(?)로 건설과 미술 분야에 들어온 일본어에 대하여 원고를 써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러나 일본어와 건설·미술 분야에 대하여 지극히 무지한 필자로서는 적이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부탁을 받아들이기는 하였지만 그 방면에 대한 자료와 지식이 거의 없다시피 하여 궁리한 끝에 다만 1992년 당시의 국어 순화 심의1) 결과를 바탕으로 소략하게 기술하기로 하였다.
  19세기 말부터 우리나라가 사회 각 분야에서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음으로써 언어에도 적지 않은 일본어의 간섭이 일어나게 되었다. 1900년부터 10년에 걸쳐 덕수궁 석조전(石造殿)을 지을 때 일인(日人)이 참여했다고 하니 건축 분야에서도 이미 이즈음 일본의 신기술이나 언어와의 접촉이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래도 광복 이후 50년이 지나면서 일상적인 어휘에서는 일본어가 많이 사라졌다. 물론 ‘입장(立場), 견습(見習), 낭만(浪漫), 과잉(過剩), 적자(赤字), 수당(手當), 호출(呼出)’ 따위의 많은 말들이 국어의 한자어로 굳어졌지만 적어도 ‘벤또, 스메키리, 가부시키’ 따위의 순수 일본어의 경우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계속 사라져 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 분야의 어휘는 일반 어휘와 사정이 같지는 않다. 신문물이 일본을 통하여 들어오면서 많은 일본어(투) 어휘가 함께 들어왔고 이를 미처 국어로 옮기지 못한 채 그대로 답습하였던 것이다. 이는 이들 용어가 전문어라는 데 크게 기인한다. 현장에서 빠르고 정확한 의미 전달이 필요하다 보니 생소한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 쓰거나, 그간 잊었던 우리말 용어를 되살려 쓸 여유가 없어 귀에 익은 용어를 계속 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따라서 현장에 새로 들어온 사람도 처음에는 일본식 용어를 모르다가도 선배를 통해 배우고 쓰는 일이 되풀이되었다. 한편 이와는 별도로 학계에서는 꾸준히 일본식 용어를 국어로 옮기는 작업을 진행하였고 상당히 많은 성과를 거두기도 하였다. 그 결과 전문 분야의 용어는 학술 분야의 용어와 현장에서 쓰는 용어가 별도로 존재하는 이원화 현상을 보이게 되었다.
  이와 같은 사정은 건설·미술 분야에서 잘 나타난다. 이 분야의 용어 역시 일본어의 영향을 심하게 받았고 그간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장에서 일본어가 적지 않게 쓰이고 있다. 거의 100여 년에 이르는 동안 지속적으로 간섭한 이들 일본어는 어떤 면에서는 거의 굳어져 버렸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면에서는 이 어휘들이 계속 사라지는 과정을 겪어 왔고 대응하는 우리말 용어도 지속적으로 생성되는 과정에 있다고 볼 때 여전히 과도기적 단계라고 볼 수도 있다. 따라서 단순히 그 현상을 살핀다는 의미보다도 앞으로의 흐름을 점검해 본다는 뜻에서도 그 실제를 고찰해 볼 필요가 있다.


2. 일본어 용어의 유입 양상

  국어가 외래어를 받아들이는 일반적인 양상과 마찬가지로 건설·미술 용어도 음역(音譯)과 차용(借用)의 방법을 취한다. 음역과 차용 모두 원래의 일본어가 그들 언어에서 고유어인지 한자어인지 구별 없이 자유롭게 이루어진다.
  아래의 예들은 일본어의 고유어(일본어의 和語)를 음역하여 받아들인 예들이다. 이는 ‘텔레비전(television)’, ‘호텔(hotel)’ 따위의 서구 외래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과 같은 경우이다.
가와스나(山砂) (강모래) 스에구치(末口) (목재의 끝마구리)
하시라(柱) (기둥) 마루타(丸太) (통나무)
와쿠(枠) (그림틀) 구치(口) (거푸집의 아가리)
  다음은 일본어에서 음독(音讀)하는 한자어(일본어의 漢語)들을 국어에서 음역한 예들이다. 중국식 한자어를 받아들일 때에는 보통 문자로 받아들여 우리의 한자음으로 어휘화한다. 그런데 일본어의 경우 한일합방 후 강제로 일본어를 공식어로 쓰게 되는2) 등 그 영향을 워낙 강하게 받다 보니 한자어라는 인식을 할 겨를도 없이 원음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겐바(現場) (현장) 도샤(土砂) (토사)
세키훈(石粉) (돌가루) 렌가(煉瓦) (벽돌)
혼시(本紙) (표구할 작품) 싱(芯) (조각의 주물 속을 채우는 흙 따위)
  음역의 특별한 경우로 일본식 발음의 외래어가 그대로 국어 속에 들어오기도 한다. 초기의 서구어 건설 용어들은 대체로 이와 같이 일본어를 거쳐 들어온 것을 수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위의 일본어 한자어와 마찬가지로 이 서구 외래어도 수용자들이 그 원어의 성격을 구분하여 이해하기보다는 마치 하나의 일본어로서 받아들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반네루(panel) 도롯푸 함마(drop hammer)
세멘(cement) 뺑끼(paint)
빠루(bar) 노기스((독)Nonius) (정밀 측정기)
  차용에도 이와 같은 상황이 섞여 있다. 다음은 한자로 표기하여 일본어로 훈독(訓讀)하는 말을 우리 한자음으로 받아들인 예들이다. 곧, 일본어의 소리가 아닌 표기를 우리말에서는 한자어로 어휘화한 것이다.
당초(唐草) (덩굴무늬) 환태(丸太) (통나무)
평가(平家) (단층집) 근석(根石) (밑돌)
  다음은 일본어에서 음독하는 한자어를 우리 한자음으로 받아들인 예들이다3).
근고버력(根固) (보호버력) 연와(煉瓦) (벽돌)
담가(擔架) (들것) 구배(勾配) (물배)
인부(人夫) (일꾼) 염료(染料) (염색 공예에 쓰는 물감)
  음역어와 차용어는 서로 혼용되어 있기도 한다. 위에서 든 ‘스에구치, 겐바, 렌가, 네이시, 마루타, 가와스나’ 등은 ‘말구, 현장, 연와, 근석, 환태, 천사’ 등과 뒤섞여 쓰인다. 그러나 특히 어느 한 쪽이 많이 쓰이기도 하여 ‘가이당’, ‘스에구치’, ‘후치이시’ 등은 ‘계단’, ‘구’, ‘연석’과 같이 차용되어 국어의 한자어로 굳어졌고, ‘마루타’나 ‘가와스나’는 현장에서 ‘환태’나 ‘천사’보다 더 널리 쓰여 음역어가 굳어진 경우이다.
  국어가 외래어를 받아들일 때 의역(意譯)하는 경우는 드물다. 강신항(1991)은 중국어에는 ‘鐵路, 母材(자본), 汽車(자동차)’ 따위처럼 의역의 경우가 많은 것에 비하여 국어에서 의역의 경우가 드문 것에 대하여 한자와 달리 한글이 음표(音標) 문자라는 점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건설·미술 용어 역시 이러한 우리 문자의 특성 때문에 일본어를 받아들이면서 곧바로 의역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 결과 먼저 일본어 용어를 음역하거나 차용한 다음 다시 이 음역 또는 차용한 어휘를 의역하는 경우가 보통이다. 언어의 이차적인 수용 과정이라 할 이러한 의역의 경우는 대체로 국어에서는 자연 발생적이 아니라 순화 등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등 인위적인 특성을 강하게 지닌다. 물론 ‘불도저’를 ‘땅차’라고 하듯 현장에서 언중에 의한 자연 발생적인 의역어가 없지는 않고 또 순화에서 이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기도 한다. 다만 현재로서는 그 여부를 하나하나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여하튼 이러한 의역어는 오랜 기간 동안 약간씩 변모하면서 국어의 어휘로 굳어지게 되는데, 어휘에 따라서 상당히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다음과 같은 경우를 그 예로 들 수 있다4).
(가) 통나무 아직 製材하지 않은 큰 原木.
둥글이[丸太] 木皮를 벗긴 채의 木材.
(나) 통나무 아직 제재하지 않은 둥근 원목. 껍질만 벗겨낸 목재.
둥굴이(圓形木) ① 껍데기를 벗긴 통나무.
② 둥글게 제재 또는 치목한 나무.
(다) 통나무 아직 제재하지 않은 둥근 원목.
(탈피만 한 것도 통나무임.)
둥글이 -
(라) 통나무 켜거나 짜개지 않은 통째의 나무.
둥글이(둥굴이) -
(마) 통나무 켜거나 짜개지 아니한 생긴 그대로의 둥근 나무.
둥글이 껍질만 벗긴 통나무.
  위에서 (가)는 ‘미술·고고학 용어집 건축 편’(국립 박물관 총서 갑제2, 1955), (나)는 ‘한국 건축 사전’(장기인, 1985), (다)는 ‘최신 건설 용어 대사전’(건설 연구사, 1991), (라)는 ‘금성판 국어 대사전’(금성 출판사, 1991), (마)는 ‘우리말 큰사전’(한글 학회, 1992)이다. ‘둥글이’는 일본어 ‘아시바’를 우리말로 바꾼 것이다. (가)에서는 ‘통나무’와 ‘둥글이’가 각각 별개의 의미로 분화되어 있었는데 (나)에서는 (표기는 ‘둥굴이’로 차이가 있지만) 이들이 어느 정도 의미를 공유하고 있음을 보이고 있다. (다)에서는 ‘통나무’가 (가)에서 분화되던 두 의미를 모두 지니게 되었고 ‘둥글이’는 표제어로 오르지 못하였다. 이는 (라)에서도 마찬가지이나, 특이하게 (마)는 다시 ‘둥글이’를 표제어로 올리고 있다. 이러한 점은 의역어 ‘둥글이’의 위치가 여전히 불안정함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 말은 현재 현장 속어로 일부 쓰고 있는 정도라고 한다.
  어쨌든 일본어 건설 용어는 이와 같이 의역어 등으로 일찍부터 정리되기 시작했고5), 대체로 최근에 이르기까지 안정된 체계를 보이고 있다. 미술 용어와 함께 그 과정과 양상은 따로 6장에서 언급하기로 한다.


3. 건설·미술 분야의 일본어들

        3.1. 건설 용어

  건설 용어는 건축 분야와 토목 분야에서 쓰는 용어를 가리킨다. 건설 용어 가운데 우리 언어생활에 들어온 일본어의 실태는 적지 않은 자료집에 제시되어 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으로 ‘미술·고고학 용어집 건축 편’은 고유의 건축 용어에 더하여 광복 이후 일본식 용어를 바꾼 우리말 용어를 일본식 용어와 함께 제시하였다. 강신항(1969)6) 는 이 자료집을 바탕으로 1960년대 말까지의 건축 분야에서의 어휘 사용 실태를 보이고 있다. ‘올바른 건설 현장 용어집’(건설 협회, 1983), ‘쉬운 말 사전’(한글 학회, 1984), ‘건설 표준 용어 사전’(건설 연구사, 1989), ‘최신 건설 용어 대사전’(건설 연구사, 1991), ‘현대 국어 어휘 사용의 양상’(강신항, 1991), ‘국어 순화 자료집’(국립 국어 연구원, 1992)은 우리말 건설 용어와 함께 8,90년대의 일본어 현장 용어의 실제를 보이고 있는 자료들이다. 이들 자료들은 건설 분야에 들어온 일본어의 현재의 실태와 특징은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자료들 가운데 ‘건설 표준 용어 사전’ 부록 편에 일본어투 현장 용어 280단어, ‘최신 건설 용어 대사전’ 부록 편에 475단어, ‘국어 순화 자료집’에 392단어가 수록되어 있는데, 중복된 것을 제외하면 전부 559단어에 이른다. 이 용어들에는 ‘쇼부(勝負), 단도리(段取)’와 같이 건설 전문 용어라기보다는 일상적인 어휘도 일부 포함되어 있지만 대체로 최근까지 현장에서 쓰이는 주요 일본어투 건설 용어들이라 할 만하다. 이 559단어 외에도 건설 현장에서는 ‘가라, 반카이, 아다리, 유도리, 곤조, 야지’ 등 일상적으로 널리 쓰이는 일본어는 거의 대부분 쓰이고 있으며, 전문 용어도 적지 않은 어휘가 쓰이고 있음이 조사 보고되어 있다. 그 예로 강신항(1991, pp. 377~394)에도 제시되어 있는 ‘히토리마에 (一人前)’(숙련 기술자), ‘이토노코(糸鋸)(제재소 재단톱), ’네코아시(猫足)‘(의자의 고양이 다리), ’이타메(板目)‘(지문 모양의 무늬목), ’메쓰부시(目潰)‘(틈새를 메움), ’미에가쿠레(見隱)‘(눈으로 볼 수 없는 면) 따위를 들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실로 적지 않은 일본어가 건설 용어에 간섭하였다고 볼 수 있다. 위에서 든 자료들을 참조하여 현장에서 쓰는 일본어 건설 용어의 예들을 들어 보면 아래와 같다7).
가리시메(假締め) 철골 부재를 조립할 때 임시로 죄는 것
다테와쿠(竪框) 창문틀의 양 옆 또는 중간에 세워 대는 부재
겐노다다키(玄能敲き) 돌의 거친 면을 메로 쳐서 다듬는 일
겐치이시(間知石) 석축을 쌓을 때 쓰는 앞면이 판판한 네모난 석재
고구치(小口) 벽돌에서 좁은 쪽의 면
메지(目地) 줄눈
고구치쓰미(小口積み) 벽돌의 마구리가 바깥으로 보이게 쌓는 것
가타와쿠(型枠) 거푸집
고테(鏝) 흙손
야스리(鑢)
구루마(車) 수레
가리고야(假小屋) 공사 중 사용하도록 임시로 설치한 가설 건물
한바(飯場) 현장의 노무자 숙식소
네리쓰미(練積み) 벽돌이나 돌을 콘크리트 따위를 채워 가며 쌓는 것
가라쓰미(空積み) 콘크리트 따위를 쓰지 않고 돌을 쌓는 것
데네리(手練り) 콘크리트 따위로서 사람이 직접 삽으로 비비는 것
가라네리(空練り) 콘크리트 따위를 물을 넣기 전에 삽으로 비비는 것
미즈네리(水練り) 콘크리트 따위를 물을 넣어 비비는 것
네이시(桹石) 석축의 가장 밑에 까는 돌
노키다카(軒高) 지표면에서 처마 도리 위까지의 높이
게아게(蹴上げ) 계단의 한 디딤단의 높이
고바이(勾配) 물매 또는 기울기
도구루마(戶車) 미닫이 따위의 밑에 다는 바퀴
스베리도메(滑り止め) 미끄러지지 않도록 홈을 낸 놋쇠 철제나 좁은 고무띠를 계단코에 대는 것
도기다시(硏出し) 석재나 인조석을 숫돌 따위로 갈아 마무리하는 것
무라토리(斑取り) 벽이나 바닥 따위의 얼룩을 빼는 일
사이(才) 목재의 체적 단위(1치×1치×112자)
마도다이(窓台) 창의 밑틀
사쿠리(副) 미닫이 창문틀 따위에 홈을 파는 것
스미다시(墨出し) 치수대로 먹줄을 치거나 먹긋기를 하는 것
스미키리(隅切り) 구조물의 모서리 없애는 것
아시바(足場) 높은 곳에서 작업을 하기 위하여 만든 발판
오사마리(納まり) 각 부재가 잘 맞아들어 가는 것
우치노리(內法) 두 기둥의 안쪽과 안쪽의 거리
자바라(蛇腹) 벽이나 천장 따위의 가장자리에 가로로 길게 돌려 댄 띠
간조(勘定) 품삯 셈
시로토(素人) 초보자
시마이(仕舞い) 마무리
지나라시(地均し) 지면을 평평하게 하는 것
하시라와리(柱割り) 기둥의 위치를 정해 보는 것
누노보리(布堀り) 도랑 모양으로 길게 기초를 파는 것
구이우치(杭打) 기초 말뚝을 박는 것
나와바리(繩張り) 현장에 말뚝을 박고 줄을 쳐 건물의 위치 등을 보는 것
누리카에(塗り替え) 칠을 다시 하는 것
노리비키(糊引き) 시멘트와 물을 섞은 시멘트풀을 솔이나 헝겊으로 바르는 미장 마무리
후키쓰게(吹き付げ) 미장이나 도장 재료를 압축 공기로 뿜어 바르는 것
데나오시(手直し) 시방서와 다른 곳을 재손질하는 것

        3.2. 미술 용어

  미술 분야는 구체적으로 한국화, 서양화, 조각, 도자기 공예, 목공예, 금속 공예, 염색 공예의 7개 분야로 나뉜다. 미술 분야도 일본어의 영향을 많이 받아 각 분야에는 많게 적게 일본어 용어가 남아 있다. 이를테면 금속 공예의 ‘세공(細工)’이나 염색 공예의 ‘날염(捺染), 염료(染料)’ 따위는 일본어에서 들어와 거의 굳어져 버린 한자어들이다.
  한국화 분야는 물론 전통적인 한자어 용어가 많이 쓰이지만 특히 표구 분야에서는 일본어가 적지 않게 쓰인다.
가쿠부치(額緣) 틀 또는 액자
노리바케(糊刷毛) 풀귀얄
돈스(緞子) 비단
바이타(場板) 작업대
우와스리(上擦り) 구슬 따위로 밀어 종이를 부드럽게 하는 일
시아게(仕上) 마무리
다테(縱) 비단을 길이로 붙이는 작업
지쿠봉(軸棒) 족자의 밑에 끼우는 대
시타바리(下張り) 초벌 배접
우키치(浮地) 작품을 보호하기 위해 종이와 종이를 뜨게 하는 작업
사키(先) 족자 아래위의 대 끝에 끼우는 두겁
  서양화는 다른 분야에 비하여 일본어 용어보다는 ‘캔버스, 팝 아트(대중 예술), 에스키스(초벌 그림), 비엔날레’처럼 영어·프랑스 어·이탈리아 어 등의 서구 외래어들을 많이 쓴다. 그러나 일부 연장 이름 등에서 일본어의 영향을 받았음을 보이기도 한다.
와쿠(枠) 캔버스를 씌우는 틀
와쿠바리(枠張り) 캔버스 틀에 천을 씌우는 작업
스기와쿠(杉枠) 삼나무로 만든 틀
아사천(麻) 삼베로 만든 천으로 캔버스 재료의 하나
  조각 분야는 일본어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특히 공구 이름 따위에서 많은 일본어의 영향이 나타난다.
가타(型) 거푸집
구치(口) 쇳물을 부어 넣는 거푸집의 구멍
기레파시(切れ端) 쓰다 남은 조각
보카시(暈し) 작품에 칠한 색을 주변의 색과 부드럽게 어울리게 하는 기법, 곧 바림
샤쿠(杓) 쇳물을 담는 작은 도가니
이바리(鑄張り) 거푸집 사이로 쇳물이 흘러나와 생긴 쪽
미가키(磨き) 작품 겉면을 닦아 윤을 내는 것
곳파(木端) 조각 작품의 재료에서 떼어낸 양
  도자기 분야는 공예 분야 가운데 일본어가 덜 쓰이는 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이 공구 이름이나 기법을 가리키는 말 따위에서 일본어의 영향이 보인다.
마루칼(丸-) 그릇의 안쪽을 긁는 데 쓰는 칼
스카시칼(透かし-) 흙판이나 기물을 가르고 새기는 데 쓰는 칼
오시코미(押し込み) 점토를 석고틀에 눌러 작품을 제작하는 방법
오코미(鑄込み) 흙물을 석고틀에 부어서 작품을 대량 제작하는 방법
  염색 공예도 일본어보다는 서구 외래어가 많이 쓰이는 편이다. 서구 외래어라 하더라도 일부 용어는 ‘스데키(←stick), 가루키(←(네)kalk)’ 따위와 같이 일본식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다음은 일본어의 예이다.
데가키(手畵き) 손그림
사라시(晒) 색을 바래는 것
  목공예 분야는 일본어 용어가 많이 쓰인다. 분야의 특성상 건축 분야에서 소목(小木)이 쓰는 용어와 같은 것이 적지 않다. 유사한 전문 분야에 일본어가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쳤음을 보인다.
가가토(踵) 그릇의 받침
가키다시(搔き出し) 작품의 속을 파내는 작업
다이(臺) 받침대
나라시(均し) 재료 따위를 편편하게 펴는 것
나미(並) 2㎜ 두께의 보통 유리
단스(簞笥) 옷장
가쿠목(角木) 각목
고바이(勾配) 기울기
데모토(手許) 조수
다치바(立場) 건물이나 천장의 높이
데코(梃子) 지렛대
마가리(曲がり) 끝부분을 꼬부리는 작업
모쿠리(木里) 나뭇결
사쿠리(副) 가구 제작에서 홈을 파는 작업
오사마리(治まり) 마무리
이타메(板目) 목재의 무늬결
구사비(楔) 쐐기
  금속 공예는 특히 일본어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한 예로, 필자는 1992년에 종로의 한 반지 공예소를 찾아가 사용 어휘들을 조사한 적이 있는데 당시 종사자들은 아래 예의 ‘가타, 우데’와 같은 일본어는 잘 알고 있어도 이에 대한 우리말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가타(肩) 반지의 고리와 보조 보석의 자리를 연결해 주는 부분
우데(腕) 반지의 고리 부분
가카기리(肩切) 금속선을 끊거나 금속 표면을 긁는 데 쓰는 정
기즈미(疪見) 보석을 감정할 때 쓰는 확대기
신추(眞鍮) 놋쇠
사보리(絞り) 선반으로 둥근 기물을 가공하는 작업
아오쿠(靑) 광약
다마반지(玉-) 보석을 물린 반지
이레반지(入れ-) 윗부분이 둥글고 두툼한 반지
헤리(減り) 가공에 의해 생기는 재료의 손실량

4. 일본어 용어의 특징

  앞서 2장에서 언급했듯이 일본어 건설·미술 용어를 ‘겐바(現場)’나 ‘빠루(bar)’처럼 우리 한자음으로 읽을 수 있는 일본어나 서구어까지 그대로 일본음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마치 또 하나의 국어를 받아들인다고 할 정도로 거의 전면적으로 일본어의 영향을 받은 데에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았다. 일본어의 영향을 강하게 받다 보니 해당하는 우리말이 있는데도 유입된 일본어가 적지 않다. 이러한 현상은 다른 전문 분야의 용어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이것은 곧 전문 분야의 새로운 개념을 나타낼 알맞은 우리말이 없어 외래어가 유입된다는 일반적인 성향과는 다른 점이다. 이와 같은 어휘들은 일상적인 생활 어휘로서는 오래 전에 거의 소멸하였는데도 아직 전문 용어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아 전문 용어가 받은 일본어의 간섭이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 주기도 한다.
스나(砂) (모래) 자리(砂利) (자갈)
가베(壁) (벽) 구기(釘) (못)
노키(軒) (처마) 하시라(柱) (기둥)
돈스(緞子) (표구에 쓰는 비단) 야나기(柳) (목공예에서 버드나무를 이름)
  이러한 일본어의 간섭도 분야에 따라서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앞에서 미술 용어의 경우 서양화 분야에 비하여 목공예, 금속 공예 분야에서 일본어 용어가 훨씬 많이 쓰인다고 하였다. 건설 용어의 경우 강신항(1991)에서 지적된 바와 같이 건축 재료, 기능공 및 공구 등에 있어서는 일본어의 침투가 많으나 전통 가옥의 구조, 의장 및 장식 등에 있어서는 일본어의 침투가 드물다. 그러나 건축 구조 및 부분 명칭에 있어서 다음과 같이 일부 일본어의 침투가 있음을 강신항(1991)은 지적하고 있기도 하다.
方椽 → 다루키 長山 → 네다(根太)
  역시 강신항(1991, p.556)에서 지적한 바 있지만 건축의 치수 용어는 일본어가 많이 쓰인다. 이는 미술을 비롯한 다른 많은 분야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 현상이다. 미술 분야(조각)에서 ‘이치부(一分), 니부(二分), 산부(三分), 욘부(四分), 고부(五分)’ 등은 널리 쓰이는 치수 용어이다. 금속 공예에서 ‘3부 다이아’ 따위와 같이 쓰는 ‘부’도 일본어 치수 용어가 간섭한 흔적이다. 아래는 건설 현장에서 흔히 쓰는 일본어 치수 용어의 예들이다.
잇슨가쿠(一寸角) (한치 각재) 니슨가쿠(二寸角) (두치 각재)
산부이타(三分板) (삼푼널) 욘부이타(四分板) (사푼널)
사부로쿠(三六) (3尺×6尺 합판) 사하치(四八) (4尺×8尺 합판)
  음운론적 특징으로 일본어에서 차용한 어휘들은 ‘가쿠>가꾸’처럼 된소리화되거나 ‘도칸>노깡, 도가타>노가다’처럼 ‘t’음이 ‘n’으로 바뀌거나 ‘신마에>신마이’처럼 ‘e’음이 ‘i’로 바뀌는 등 변화를 보인다. 미술 용어도 마찬가지로 ‘아오쿠>아오꾸’처럼 된소리화 현상을 보이기도 하고, ‘미즈바케>미즈바끼, 노리바케>노리바끼, 나데바케>나데바끼’ 등처럼 ‘e’가 ‘i’로 바뀌는 것을 볼 수 있다. 강신항(1991, pp.356~364, pp.552~553)에 건설 용어를 비롯한 일본어 차용어의 음운론적 특징에 대하여 잘 언급되어 있어 참조할 수 있다8). 형태론적 특징으로 특히 건설 용어에서 단일어뿐만 아니라 합성어도 자유로이 수용하는 점을 들 수 있다. ‘다테구가나모노(建具鐵物)(창호 철물), 진조세 키아라이다시(人造石洗ひ出し)(인조석을 씻는 일)’나 ‘겐바우치곤쿠리토구이(현장에서 콘크리트 말뚝을 박는 일)’와 같이 세 단어 이상이 결합한 말까지 널리 쓰이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일본어 합성어는 일본어에서 그대로 받아들인 것으로 우리말에서 따로 생성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다음과 같이 다양한 성분의 합성어가 있다. 다만, 합성어라 할지라도 ‘일어+한자어’, ‘일어+서구어’, ‘일어+고유어’9) 의 경우는 드물고 ‘일어+일어’의 경우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일어 + 일어 → 구미타테아시바(組立足場), 메쓰부시자리(めつぶし砂利)10) , 시아게야스리.
일어 + 서구어 → 스리가라스(摺glas)11) , 이치부 베니아(一分 veneer)
일어 + 한자어 → 가쿠목(角木), 문하시라(門柱)12) , 산슨각(三寸角), 하코방(箱房), 지쿠봉(軸棒)
일어 + 고유어 → 겐치돌(間知-), 다마정(玉-)13) , 마루칼(丸-), 아사천(麻-), 마키자(券-)
  특히 다음과 같은 어휘들은 일본어와 우리말 접사가 결합하여 파생어까지 만들어 내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야질(失-) (조각에서) 쐐기를 박아 재료를 쪼개는 일
나데질(撫-) (표구에서) 배접하는 종이를 문질러 주는 작업
정와쿠(正枠) (서양화에서) 정식 액자
  의미론적 특징으로는 해당 어휘의 의미가 확대되거나 축소, 혼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을 들 수 있다14). 특히 행위 따위의 동사적 의미와 대상이나 도구 따위의 명사적 의미가 혼용되어 쓰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15).
  건설 용어를 예로 들어 보면, 원래 일본어에서는 몸 가까이에 있는 것을 뜻하는 ‘데모토(手許)’가 ‘조수’의 의미로 쓰이는 것은 의미가 확대된 경우라고 할 수 있다.(강신항:1991, p.365)
  의미가 다른 뜻으로 확대되면 두세 가지 뜻으로 혼용되기도 한다. ‘노리(法)’는 절토 등의 사선을 의미하기도 하고 기둥이 아래로부터 차차 가늘어지는 형상을 의미하기도 한다. ‘사깡(左官)’은 미장하는 일을 의미하기도 하고 일하는 사람 미장이를 뜻하기도 한다. ‘누노보리(布掘)’는 집을 지을 때 기초를 길게 도랑 모양으로 파는 행위를 뜻하는 한편 그러한 작업을 위하여 판 구덩이의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 ‘게비키(罫引)’는 금 긋는 연장 또는 금을 긋는 행위, ‘호네구미(骨組)’는 뼈대 골조 또는 이를 짜 맞추는 행위, ‘호리가타(掘方)’는 터를 파는 행위 또는 그로써 생긴 구덩이를 각각 뜻하는 말로 쓰인다. ‘가베(壁)’는 벽 또는 벽을 붙이는 일, ‘한마(半枚)’는 벽돌 반 장 또는 반 장을 쌓는 일, ‘네코(猫)’는 무엇을 괴는 데 쓰이는 재료 또는 괴는 행위, ‘하리시바(張芝)’는 평떼 또는 이를 붙이는 행위, ‘하리이시(張石)’는 돌 붙이는 행위 또는 그에 쓰이는 돌을 각각 뜻한다. 또 ‘데즈라(出面)’는 일터에 나온 일꾼들의 수를 가리키는 말인데 일하러 나오는 행위 자체를 가리키는 뜻으로 확대되어 쓰이기도 한다. ‘구리이시(栗石)’는 의미가 변한 경우이다. 원래 조약돌처럼 작은 돌을 가리키던 말인데 요즘은 지름 2,30㎝의 호박돌을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미술 용어에서 ‘노리바케(糊刷毛)’는 액자나 병풍 등의 모서리를 다듬는 데 쓰는 귀얄을 가리키는데 때때로 모서리를 다듬는 행위 자체를 가리키기도 한다. ‘훗키(吹)’는 조각 작품에 칠을 뿜는 작업을 가리키기도 하고 도구인 분무기를 뜻하기도 한다.


5. 국어사전의 처리

  고유 명사를 제외한다면 현행 국어사전16) 에는 일본어 또는 일본식 발음의 외래어가 거의 올라 있지 않다. 이는 건설 용어뿐만 아니라 다른 전문 분야, 일반 용어에 이르기까지 마찬가지이다. 이는 실제 국어 생활에서 쓰이고 있는 대부분의 일본어를 표준적인 어휘로 보지 않고 비표준적인 어휘로 보는 한편, 앞으로 우리말에서 곧 사라질 어휘로서 굳이 국어로 정착한 외래어로 보지 않는 사전 편찬자의 입장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현실적으로는 널리 쓰이는 건설 용어라 할지라도 국어사전에는 반영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 비록 비표준적이라고 할지라도 국어의 일부로 인정한다면 표제어로 올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규범 사전의 성격을 지니는 사전도 국어의 일부인 방언을 적극적으로 올리고 표준형을 제시하여 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어는 이와 같은 점에서도 예외이다. 일본어 건설 용어 가운데 이와 같이 표제어로 오른 경우는 매우 드물다. 미술 용어의 경우 ‘금성판 국어 대사전’과 ‘우리말 큰사전’이 일본어를 표제어로 올린 경우는 없다. 아래의 예들은 현행 국어사전에 건설 용어라 할 만한 일본어(또는 일본식 발음의 외래어) 표제어들이다. 극히 소수에 불과함을 보이고 있다.
구루마 kuruma →짐수레
노가다 <dokata 토목 공사에서 막벌이하는 일꾼
노가다-판 <dokata- 막벌이하는 일꾼들이 일하는 공사장
노가다-패 <dokata- 노가다의 패
노깡 <dokan →토관02
도끼다시 tokidasi →갈닦이
도땅 <totan →함석
도땅판 <totan- →함석
메지 meji →사춤01
세끼이따 sekiita →거푸집널
시가라 sigara →모래막이
시가라미 sigarami →모래막이
하꼬방 hako- →판잣집

(이상 “우리말 큰사전”)

   
구루마 →짐수레
구루마꾼 →짐수레꾼
노가다 토목 공사에서 일하는 막벌이꾼
메지 벽돌이나 석재를 쌓아 이을 때에 서로 닿아 이어지는 부분
세키이타 콘크리트를 부어 넣고, 단단해질 때까지 양 옆에 세워서 흘러나오지 않게 하는 널빤지
함바 →밥집

(이상 “금성판 국어 대사전”)

  그런데 이 소수의 예들은 건설 용어의 규범성에 대한 인식이 일정하지 않음을 보이고 있다. ‘노가다’는 두 사전 모두 규범어로 처리하고 있으나 ‘메지’와 ‘세키이타’는 금성판에서는 규범어로 처리하고 “우리말큰사전”에서는 비규범어로 처리하고 있는 점이 대조된다. 금성판 사전이 다른 수많은 건설 용어와는 달리 유독 이 어휘들을 규범적 표제어로 처리하고 있는 기준은 명확하지 않다. 이러한 사전의 처리는 사전이 일본어 건설 용어를 대체로 국어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큰 원칙에서는 일치하나 세부적인 문제, 곧 어떤 어휘를 규범화한 외래어로 인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는 아직 일치된 결론에 이르지 못했음을 보여 준다.
  이와 같은 문제는 일본식 한자어에도 있다. 아래에 든 건설·미술 표제어들 가운데 불일치를 보이는 예들은 한자어 건설 용어에 대한 수용 기준 역시 불안정함을 보이는 것이다.
표제어 금성판 우리말 큰사전
(가) 구배(句配) × (→물매·기울기) × (→기울기 비탈 물매)
(나) 근고버력(根痼) × (→보호버력)
담가(擔架) ○ (=들 것) × (→들것)
당초(唐草) × (→덩굴무늬)
연와(煉瓦) ○ (=벽돌) × (→벽돌)
평가(平家) ○ (=평집) × (→단층집)
당초회(唐草會) ○ (=만달) × (→만달)
(다) 근석(根石) - × (→밑돌)
맹벽(盲壁) - × (→온벽)
아연즙(亞鉛葺) - × (→함석지붕)
유회(油繪) - × (→유화)
유회구(油繪具) - × (→유화구)
말구(末口) ○ (=끝동부리) -
(참고)○:규범어, ×:비규범어, -:표제어 없음
  한자어 처리에 있어 나타나는 이러한 불일치는 사전에 따라 일본어 어원에 대한 판단이 다른 데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두 사전 모두 일본어 어원이라고 판단하여 그 어원을 밝힌 한자어는 비규범적인 표제어로 처리한다는 점에서는 크게 다를 바 없다고 하겠다. 위에서 (가)는 두 사전 모두 일본어 어원의 어휘로 본 것이지만 (나)는 서로 다르게 본 것이다. (다)는 어느 한 사전에는 표제어로 올라 있지 않는 경우이다. 표제어로 올리지 않은 이유는 어휘 수집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일 수 도 있다. 그러나 ‘근석, 맹벽, 아연즙’을 표제어로 올리지 않은 금성판도 대응하는 우리말 ‘밑돌, 온벽, 함석지붕’을 표제어로 올리고 있는 것으로 보아 비규범적인 어휘로 판단하여 올리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큰사전이 ‘말구’를 표제어로 올리지 않은 것도 같은 까닭으로 볼 수 있다. 만일 그렇다면 ‘말구’의 경우는 두 사전이 규범성의 판단에 있어서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된다. 이러한 한자어의 어원에 대한 판단과 그에 따른 일본어 한자어 용어에 대한 수용 기준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앞의 순수 일본어를 비규범적으로 처리하는 사전 편찬자의 입장에 따라 대부분 일본식 발음의 서구 외래어는 서구어 원음대로 처리하고 있다. 즉 일본어투 발음은 인정하지 않는다. ‘칸델라, 너트, 콘크리트, 드롭 해머, 패널, 팬’으로 등재하고 ‘간데라, 낫도, 공구리, 도롯푸 함마, 반네루, 후앙’과 같은 일본식 어휘는 규범어로 등재하지는 않는다. 현실적으로도 이와 같은 경향으로 어휘가 변하고 있다고 하겠다.
  일본식 건설 용어에 대응하는 우리말은 사전에서 표제어로 많이 올리고 있다. ‘기둥나누기, 막쌓기, 처마높이, 밑돌’ 따위는 건설 분야에서 순화한 용어가 정착되어 사전에 오른 예들이다. 미술 용어의 경우에는 전통적인 한자어 및 고유어 어휘를 제외하고 일본어 용어에 대응하여 새로 만든 어휘들을 표제어로 올린 경우는 드물다. 이는 건설 용어와 달리 미술 용어는 일본어 용어에 대한 순화 작업이 좀 더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한 데 있지 않나 추측된다.
  그런데 사전이 이러한 우리말들, 특히 건설 용어들을 표제어로 올리는 데도 문제가 없지 않다.
  첫째, 실제로 통용되는 우리말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경우가 있다. 건설 용어의 경우 금성판, 큰사전 모두 ‘말구(末口)’의 우리말로 널리 쓰이는 ‘끝마무리’(쉬운 말 사전(1984), 건설 표준 용어 사전(1989)는 올리지 않고 ‘끝동부리’만 올리고 있다. 특히 금성판의 경우 ‘호박돌’(다마이시), ‘수평보기’(미즈모리), ‘땅고르기’(지나라시), ‘줄쳐보기’(나와바리), ‘돌가루’(세키훈) 등은 8,90년대 건설 분야에서 널리 굳어진 낱말인데(6장 참조) 오히려 50년대에 제시된 형태인 ‘알돌’, ‘물올림’, ‘땅고름’, ‘줄띄기’만 올리고 있고 ‘돌가루’는 아예 한자어 ‘석분’만 올리고 있다.
  둘째, 현장에서 실제로 쓰이는 말과 거리가 있는 낱말을 올리는 예가 있다. 특히 큰사전은 ‘갯솜벽돌’(輕量벽돌)이나 ‘길귀’(路肩)처럼 편찬자 고유의 순화어를 많이 올리고 있다. 건설 분야에서 널리 쓰는 ‘틈막이자갈(메쓰부시자리)’과 함께 거의 쓰임이 확인되지 않은 ‘땜자갈’도 올리고 있다. 또 일본어에 대응하는 말은 아니지만 미술 용어의 경우에도 ‘그림분필’(파스텔)17) , ‘그림자홧법’(음영화법), ‘사람모델’(인체모델) 등의 편찬자 고유의 순화어가 일부 등재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낱말들이 실제로는 거의 쓰이지 않는다면 이들을 순화어라는 구분 표시도 없이 표제어로 등재하는 것에 대해 재고할 필요가 있다.
  셋째, 표준어형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건설 용어의 경우 금성판의 ‘사벽질’과 큰사전의 ‘새벽질’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는 사전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표준어 사정의 문제라고도 하겠다.
  이와 같이 일본어에 대응하는 우리말을 사전에서 올리는 데 약간의 문제점이 있다. 우리말 용어를 완전히 정착시키고 다듬어 나가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점을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6. 일본어 건설 용어에 대한 국어의 대응 양상

        6.1. 건설 용어

  서론에서 언급했듯이 광복 이후 일본어 건설 용어를 국어화하는 작업은 일찍부터 진행되어 지속되었다. 일례로 1948년 정부에서 간행한 ‘우리말 도로 찾기’도 ‘우와누리(上塗)’(덧칠(하다)), ‘시다누리(下塗)’(밑칠), ‘겐깡(玄關)’(문간), ‘가이당(階段)’(층대, 층층대), ‘도다이(土台)’(지대), ‘데이보(堤防)’(방축 뚝), ‘세끼고오(石工)’(석수 석수장), ‘오꾸유끼(奧行)’(안기장) 등의 토목 건축 용어를 순화하여 싣고 있다. 또 ‘미술·고고학 용어집 건축 편’은 고유어 및 한자어를 비롯하여 원래 우리말 용어가 있으면 그를 찾아 쓰고, 그렇지 않으면, 즉 전혀 새로운 개념의 일본어가 들어왔을 경우 우리말 용어를 새로 지어 싣고 있다. 해당 용어가 비록 일본에서 왔다고 하더라도 일반 어휘에서 우리 음으로 널리 쓰이는 한자어라면 그대로 우리 한자음으로 받아들이기도 하였다. 이와 같이 일본어 건설 용어를 국어화하는 대응 양상을 8,90년대의 수용 양상을 위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점을 들 수 있다.
  첫째, 우리말 용어는 대체로 안정된 형태를 이루고 있다. 아래의 (가)는 완전히 일치된 형태를 보이고 있고, (나) 역시 일부 다양한 형태가 덧붙기도 하지만 기본적인 형태는 유지하며 복수 어형으로 안정되거나, 초기와는 달라져도 이후 안정된 어형으로 굳어져 있음을 보이고 있다.
(가) 무라나오시(斑直し) -(A), 고름질(B, C, D, E, F)
미즈네리(水練り) -(A, C), 물비빔(B, D, E, F)
미즈시메(水締め) -(A), 물다짐(B, C, D, E, F)
도도메(土止め) -(A), 흙막이(B, C, D, E, F)
메도메(目止め) -(A), 눈먹임(B, C, D, E, F)
마도다이(窓台) -(A), 창대(B, C, D, E, F)
(참고) - : 해당 용어 없음
 
(나) 나와바리(繩張り) 줄띄기(A), 줄쳐보기(B, C, D, E), 줄쳐보기·줄치기(F)
다마이시(玉石) 알돌(A), 호박돌(B, C, D, E, F)
미즈모리(水盛り) 물올림(A), 수평보기(B, D, E, F), 수평보기·물올림(C)
란쓰미(亂積み) 허트려쌓기(A), 막쌓기(B, C, E). 막쌓기·허튼쌓기(F), -(D)
야리가타(遣方) 표준틀(A), 기준틀(B), 규준틀(C, D, E, F)

A:미술·고고학 용어집 건축 편(1955)
B:쉬운 말 사전(1984)
C:한국 건축 사전(1985)
D:건설 표준 용어 사전(1989)
E:최신 건설 용어 대사전(1991)
G:국어 순화 자료집(1992)
  둘째, 일부 어휘는 일치하지 않고 불안정한 형태를 보이기도 한다.
기리이시(切石) 가른돌(A), 다듬은돌(B, E), 가름돌·가듬돌(C), 다듬돌(C), 마름돌 절석(F)
도도리(土取り) -(A, C), 흙뜨기·채토(B), 객토(D), 토취(E), 취토(F)
도도리바(土取場) -(A), 채토장(B, C), 토취장(D, E), 취토장(F)
데네리(手練り) -(A, C), 인력비비기·삽비비기(B, E), 삽비비기(D), 손비비기(F)
네리나오시(練直し) -(A, C), 거듭비비기(B, E), 다시비빔(D), 고쳐비비기(F)
한바(飯場) -(A, C), 노무자 숙식소(B, E), 가처소(D), 현장 식당(F)
  위의 예들은 새로 만든 말이 많다 보니 매우 생경하게 느껴져 쉽게 정착하지 못하고 다양한 형태로 변모하면서 안정되지 못하였음을 보여 준다. 위에서 ‘도도리바’의 한자어 ‘土取場’은 우리식 한자어 어순이 아니므로 ‘국어 순화 자료집(1992)’은 이를 ‘取土場’으로 바꾼 것이다. ‘客土, 捨土場’과 같은 예를 참조할 수 있다. ‘네리나오시’는 고쳐 비비는 것이므로 의미를 명확히 전달하기 위하여 ‘고쳐비비기’라고 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거듭비비기’를 많이 쓰기도 하는데 이는 ‘네리가에시(練返し)’를 가리키는 ‘되비비기’와 혼동의 우려가 있으므로 분명하게 고쳐 표현한 것이다.
  셋째, 건축과 토목 분야에 따라 분리되기도 한다.
가라쓰미(空積) 메쌓기<토목> 건성쌓기<건축>(B, C, E, F)
가사네쓰기테(重ね繼手) 겹이음<토목> 겹침이음<건축>(E, F)
네리쓰미(練積) 찰쌓기<토목> 사춤쌓기<건축>(B, C, E, F)
  넷째, 가능하면 우리식 한자음으로 그대로 수용하기보다는 고유어를 찾아 쓰려는 경향이 있다. 아래에서 ‘심묵’ 대신 고유어를 결합하여 ‘심먹’이라고 쓰거나, ‘권척, 석분’이라는 한자어 대신 ‘줄자, 돌가루’라는 고유어를 쓰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신즈미(芯墨) 심먹(A, B, C, D, E, F)
와리이시(割石) 깬돌(A, B, D, E, F), -(C)
마키자쿠(捲尺) 줄자(B, F), 줄자·권척(C), 권척(E), -(A,D)
세키훈(石粉) 돌가루(B, D), 돌가루·석분(E, F), 석분(C), -(A)
  다섯째 한자어를 그대로 쓰는 경우도 적지 않다.
구게키(空隙) 공극(D), 공극·빈틈(E, F), 빈틈(B), -(A, C)
긴초기(緊場器) 긴장기(E, F), 죄개(B), -(A, C, D)
세키산(積算) 적산(B, C, D, E, F), -(A)
후치이시(緣石) 연석(E, F), 연석·갓돌·변두리돌(C), 갓돌(B), -(A, D)
스테이시(捨石) 사석(D, E, F), 사석·베풂돌(B), -(A, C)
  위의 한자어가 그대로 쓰이는 까닭은 ‘공극’처럼 이미 국어로서 굳어진 경우, ‘죄개’, ‘베풂돌’처럼 새로운 우리말 용어로 통용되지 못한 경우, ‘적산’처럼 마땅한 고유어를 찾지 못한 경우 등에서 찾을 수 있다. 위에서 특히 ‘후치이시’는 전통적으로 ‘연석’을 써 왔고 그를 그대로 인정한 것이다. ‘연석’은 일본식 한자어로 이전에 건설 분야에서 ‘변석(邊石)’과 같은 우리말 한자어가 ‘갓돌’, ‘변두리돌’과 같은 고유어를 사용하기도 하였으나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계속 ‘연석’이 통용되어 온 것이다. 특히 국어 심의회 심의 당시에도 고유어 ‘갓돌’이 제시되었으나 ‘笠石’을 가리키는 말이어서 (비록 장단음의 차이는 있으나) 혼동할 우려가 있어 그대로 둔 것이다. 북한도 ‘가녁돌’로 다듬어 썼으나 정착하지 않아 ‘조선말대사전(1992)에는 도로 ’연석‘을 표제어로 올리고 있음을 비교해 볼 수 있다.
  여섯째, 일부 어휘는 서구 외래어로 쓰기도 한다.
훗고(覆工) 라이닝(lining)(D, E, F), 뿜어붙이기(B), -(A, C)
아테반(當て盤) 버커(bucker)(D, E), 리벳홀더(rivet holder)(F), 받침판(B), -(A, C)
  일곱째, 짧게 하려는 경향이 있다.
노미기리(鑿切り) 정다듬(C, D, E, F), 정다듬기(B), -(A)
겐노다다키(玄能敲き) 메다듬(C, D, E, F), 메다듬이 (B), -(A)
도노코즈리(砥の粉摺) 토분먹임(C, D, E, F), 토분먹이기(B), -(A)
나라시(均し) 고르기(C, E), 고르기·고르놓기(B), -(A, D, F)
쓰리아시바(弔足場) 달비계(C, D, E, F), 달비계·매단비계(B), -(A)
기리이시(切石) 다듬돌(D), 다듬돌·가름돌(C), 다듬은돌(B,E), 가른돌(A), 절석·마름돌(F)
  위의 예들은 짧은 말을 더 선호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정다듬기, 메다듬이, 토분먹이기18), 다듬은돌, 고르놓기, 매단비계’보다는 ‘정다듬, 메다듬, 토분먹임, 다듬돌, 고르기, 달비계’와 같이 음절 수가 적은 말이 널리 수용되고 있다. 특히 ‘다듬돌’은 음절을 줄이기 위하여 동사 어간에 명사를 결합하고 있기도 하다.
  여덟째, 고유어라 하더라도 새로 만들어 생소하거나, 현재 잘 쓰이지 않은 말보다는 일반적이고 잘 알려진 어휘를 수용하는 경향이 있다. 아래의 예들은 일반 어중이 ‘사춤’, ‘벼르다’ 따위의 고유어를 잘 인식하지 못하므로 ‘줄눈’, ‘나누다’ 따위의 보다 일반적인 어휘를 선택함을 보여 준다.
다테메지(竪目地) 세로줄눈(C, E, F), 세로사춤(B), -(A, D)
렌가와리(煉瓦割り) 벽돌나누기(C, D, E, F), 벽돌나누기 벼름(B), -(A)
메지고테(目地こて) 줄눈흙손(C, E, F), 줄눈흙손·사춤인두(B), -(A, D)
메지보(目地棒) 줄눈대(E, F), 줄눈대·사춤대(B), -(A, D)
하시라와리(柱割り) 기둥나누기(C, E, F), 기둥나누기·기둥벼르기(B), -(A, D)
  아홉째, 일부 어휘는 방언, 오용의 형태 등이 쓰이기도 하였으며 이 가운데 일부는 그대로 굳어지기도 하였다.
오사마리(納り) 아무림(C, D, E, F), 맞물림(B), -(A)
기레쓰(龜裂) 갈램·균열(C, F), 균열(B, D, E), -(A)
  방언의 형태가 전문어에 수용되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19). 건설 용어 가운데 위의 예들은 거의 굳어진 형태이다. 그러나 그 밖에 ‘허트려쌓기’나 ‘돌음계단(돌은계단)’ 따위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스에구치(未口)’를 ‘끝마무리’라고도 하였으나(올바른 건설 현장 용어집, 최신 건설 용어 대사전) ‘마무리’는 추상적 개념을 표현하는 말로서 물체의 한 부분을 가리키는 말로써는 적당치 않기에 ‘끝마구리’로 바로잡히기도 하였다20). 위에서 ‘아무림’은 ‘마무르다’의 방언형 ‘아무르다’가 쓰인 것이다. ‘갈램(목재가 건조되면서 거죽 면이나 내부에서 생기는 갈라진 틈서리>은 국어에 존재하지 않는 어간 ‘갈래-’에서 파생시킨 것이다. 1955년의 ‘미술 고고학 용어집 건축 편’은 이와 유사한 의미를 가리키는 것으로 ‘터짐’(제재 후 건조로 말미암아 터져 생긴 홈)을 올리고 있으나 ‘갈램’은 나타나지 않는 점으로 보아 그 이후 만들어진 말로 보인다. 국어 심의회(1992년 4월 30일 국어 순화 분과 회의)는 이 말을 인정하였다.
  열 번째 , 뜻이 달라져 대응 용어가 나누어지기도 한다.
데스리(手摺) 돌란대(A), 돌란대·난간(C), 난간(B, D, F), 난간·손잡이(E)
구리이시(栗石) 조약돌(C, E), 조약돌·밤자갈(B), 막돌·호박돌(F), -(A, D)
기리이시(切石) 가른돌(A), 다듬은돌(B, E), 가름돌·다듬돌(C), 다듬돌(D), 마름돌·절석(F)
  ‘데스리’는 난간을 가리키기도 하고 난간의 윗부분에 빙 둘러 댄 나무 부재 따위를 가리키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말 대응 용어는 ‘돌난대’와 ‘난간’으로 나뉘게 되었다. ‘구리이시’는 원래 일본에서는 밤톨만한 돌을 뜻하는 말이다. 건축 분야의 전문가에 따르면 건설 초창기에 ‘율석(栗石)’이라는 말을 썼다고 하는데 보통 조약돌만 한 것을 가리켰다고 한다. 그러다가 현재에는 의미가 변하여 지름 15~30㎝의 두 손으로 움킬 만한 돌을 가리키게 되었다. 따라서 ‘국어 순화 자료집(1992)’은 ‘호박돌, 막돌’로 바꾼 것이다. 이와 같이 의미가 달라진 것에 ‘할률석(割栗石)’도 있다. 일본에서는 지름 약 20㎝의 돌을 가리키나21)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작게 깨인 자갈돌(미술·고고학 용어집 건축 편) 또는 밤톨만 한 자갈(금성판)을 가리킨다. 건설 분야에서는 ‘마름돌’은 채석장에서 대강 크기로 떠낸 돌, ‘가름돌’은 큰 덩어리의 돌에서 알맞은 치수로 쪼개낸 돌, ‘다듬돌’은 떠낸 돌을 갈아 다듬은 돌로 구분한다. 위에서 보듯 최근의 자료들은 ‘기리이시’의 우리말로 ‘다듬(은)돌’을 제시하고 있다. ‘기리이시’는 현재 다듬은 돌로 거의 뜻이 굳어진 것 같다. 그런데 ‘미술 고고학 용어집 건축 편’(1955)에 따르면 꼭 다듬은 돌보다는 쪼개낸 돌을 가리키는 뜻이었던 것 같다. ‘마름돌’은 그러한 원래의 의미를 고려한 것으로 보이는데 재고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이상과 같이 일본어 건설 용어에 대응하는 국어화의 양상은 다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부 어휘가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앞에서 말했듯이 전반적으로 건설 용어에 대한 국어화는 어느 정도는 통일된 형태, 안정된 체계를 이루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6.2. 미술 용어

  미술 용어는 분야가 다양하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건설 분야에 비하여 일본어 용어를 국어화하는 데 있어 체계적이지 못한 느낌이 있다. 한국 미술 진흥 협회가 1여 년 동안 수집하여 1992년 문화부(당시)에 심의 의뢰한 미술 용어 순화안을 보더라도 전문가들의 의견이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음이 이를 반증한다. 한 예를 들면 ‘우키바리(浮張)’에 대해 ‘뜰종이붙임, 보호배접, 중간배접, 뜬배접, 뜰배접’ 등으로 매우 다양한 의견이 나타나고 있다. 기타 다른 용어들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우리말 미술 용어가 안정되어 있다면 이와 같은 양상은 나타나기 어렵다. 따라서 건설 용어처럼 미술 용어의 우리말 대응 과정의 흐름을 살펴보기는 어렵다. 다만 1992년 국어 심의회(1992년 5월 7일 국어 심의회 국어 순화 분과 회의) 심의 결과를 바탕으로 일본어 미술 용어의 순화의 특징을 보면 다음과 같다.
  고유어를 적극적으로 만들거나 찾아 쓰고 있다. 아래에서 ‘당초’나 ‘애관’은 널리 쓰는 한자어이긴 하나 일본식 한자어이므로 ‘덩굴집게’, ‘사기대롱’과 같이 우리말을 만들어 쓰도록 한 것이다. ‘스사’는 짚 따위를 반복하여 조각 작품의 빈 곳에 채워 넣는 물질인데 지붕을 이는 이엉이나 흙벽을 칠 때 섞는 짚을 가리키는 ‘새’를 끌어다가 ‘반죽새’라는 고유어를 만들어 쓰고 있다. ‘이바리’는 주물의 틀에서 비져 나온 쇳조각을 가리키는데 역시 ‘비짐이’라는 새 고유어로 만들어 순화하였다.
가라쿠사집게(唐草) 덩굴집게
가이칸(碍管) 사기대롱
스사(寸莎) 반죽새
이바리(鑄張り) 비짐이
  방언이라도 고유어를 찾아 쓰는 의미에서 수용하기도 하였다. 아래에서 한자어 ‘사포’와 더불어 고유어 방언인 ‘속새’를 찾아 쓰고 있다22).
샌드뻬빠(sand paper) 속새·사포
  해당 서구 외래어를 수용하더라도 우리말 용어를 경쟁시키거나 우리말만 제시하기도 하였다. 아래에서 특히 ‘빠데’(조각 작품의 표면에 파인 곳을 메우는 풀 종료)는 서구 외래어로 ‘퍼티’를 인정할 수도 있으나 ‘메움밥’이라는 우리말을 만들어 쓰도록 한 것이다.
기즈미(疪見) 흠찾개·루페
도리루(drill) 돌개(송곳)·드릴
빠데(putty) 메움밥
  어형을 짧게 만들고자 했다. 아래의 목공예 용어들은 음절 수를 줄이고자 ‘동사 어근 + 명사’의 조어를 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23).
엔마(えんま) 뽑집게
사시코미(差翔込) 꽂쇠·꽂이쇠
  좀 더 정확한 의미를 나타내는 어휘를 찾아 수용하였다. 아래의 ‘미즈바케, 사키’ 등에 대하여 미술 전문가의 의견으로 ‘물솔, 귀마개’ 등이 있었으나 ‘귀얄, 두겁’ 등 보다 정확히 뜻을 표현할 수 있는 고유어를 찾아 썼다.
미즈바케(水刷毛) 물귀얄
사키(先) 귀두겁
  실제 현장에서 쓰는 말을 존중하여 받아들였다. ‘덴’은 병풍의 윗부분에 붙이는 천인데 흔히 ‘저고리’라고 하므로 이를 살려 쓴 것이다.
덴(天) (병풍)저고리
지(地) (병풍)치마

7. 결론

  건축 토목 분야를 비롯한 전문 분야에 일본어가 깊이 침투되어 있다는 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 지적되어 왔고 그 현황도 여러 차례 조사 보고되었다. 이와 같은 앞서의 조사 연구를 바탕으로 본고는 지금까지 건설 미술 분야에 들어온 일본어의 모습을 다시 한번 살펴보았다. 본고가 굳이 의미를 두고자 하는 것은 이들 분야에 간섭한 일본어의 실태를 단순히 소개하는 데보다는 이를 통하여 이들 분야에서 여전히 일본어가 널리 쓰이는 현실이 조금이나마 개선되기를 바라는 데 있다. 이에는 학술적인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실천적인 문제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본고에서 언급하였듯이 학계와 현장에서 이원화되어 있는 언어 사용의 차이가 관심을 쏟아야 할 문제라고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점은 앞선 연구에서도 지적한 바 있어 이현복(1984, “기술 분야 용어의 현황과 문제점”)24) 은 건축, 영화, 출판 등 기술 분야 용어의 실태를 논하면서 전문 용어의 문제점으로 출판물의 용어는 한자어나 서구 외래어로 되어 있는데 반하여 작업장이나 공장에서 쓰는 용어는 모두 일본어 차용어로 되어 있음을 들고 있다. 물론 이러한 문제점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음은 사실이다. 또 현재 현장에서도 우리말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가고 있고, 해당 분야의 종사자들도 보다 전문적인 지식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아 출판물을 통한 학습이 불가피해져 가는 현실을 감안할 때 더욱 나아지리라 전망할 수 있다. 그러나 관련 학계의 끊임없는 노력도 역시 필요하다. 본고에서 확인하였지만 일부 정착하지 못한 우리말 용어에 대한 정비와 그 보급의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또 어휘의 결집체라 할 국어사전도 표준적인 전문어를 폭넓게 반영하여 해당 분야의 이용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전문 분야의 용어는 그 특성상 드러나지 않은 경우도 많다. 건설 미술 분야는 그 실태가 충분히 조사 보고된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그밖에 본격적인 손길이 미치지 않은 분야도 있다. 이들 분야에 남아 있는 일본어의 간섭을 찾아 정리 손질하는 것도 또 다른 과제라 할 것이다.


참고 사전

건설 연구사(1989), 건설 표준 용어 사전.
건설 연구사(1991), 최신 건설 용어 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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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 출판사(1991), 금성판 국어 대사전.
대한민국 예술원(1985), 한국 미술 사전.
문세영(1954), 국어 대사전, 영창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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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학회(1972), 쉬운 말 사전, 정음사.
한글 학회(1984), 고치고 더한 쉬운 말 사전, 한글 학회.
한글 학회(1992), 우리말 큰사전, 어문각.
森協哲男 外(978), 建築材料用語事典, 東京:オ-ム社書店.

참고 문헌

강신항(1991), 현대 국어 어휘 사용의 양상, 태학사.
건축 협회(1983), 올바른 건설 현장 용어집.
국립 국어 연구원(1992), 국어 순화 자료집.
국립박물관(1955), 미술·고고학 용어집 건축 편(국립 박물관 고고학 총서 갑제2), 을유 문화사.
대한 건축학회(1958), 건축 용어집.
한국 교열 기자회(1982), 국어 순화의 이론과 실제, 일지사.
한국 정신문화 연구원(1984), 국어 순화 교육원, 고려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