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국어에 나타난 일본어의 언어적 간섭】

법령에서 쓰이고 있는 일본식 표기 용어의 정비

신각철 / 법제처 법제 연구관


1. 일본식 표기 용어 사용 배경

        가. 일본 문화 침투와 용어 표기 문제

  지금부터 약 6년 전의 일로 기억된다. 일본의 ○○대학 법률학과 교수 일행 3명이 우리나라에 왔었다. 이 대학에서는 일본 정부로부터 상당한 액수의 연구 용역비를 지급 받고, 한국·중국에서 ‘법률·행정 용어의 사용 실태’에 관한 조사·연구를 착수하였다고 한다. 우선 가까운 한국에서부터 법률 용어의 사용 실태를 조사하고, 며칠 후에는 대만과 중국으로 갈 계획이라고 하였다.
  이들 일본 법률학 교수 일행이 한국과 중국에서 법률·행정 분야에 관한 용어 사용 실태를 조사·연구하게 된 배경을 그들의 주장 그대로 옮기면 다음과 같다.
……앞으로 세계는 서로 협력하고, 긴밀한 교류를 통하여 번영하고 발전하게 된다.
세계 모든 나라가 서로 공통적으로 법률·행정·통상 분야의 용어들을 사용하면 더욱 좋겠지만 우선 아시아권에서라도 이들 분야에서 용어의 통일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이미 한국과 중국은 그동안 신학문 분야에서는 일본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아 일본식 용어가 관용화되어 쓰이고 있다. 한국 정부에서 일본식 법령·행정 용어를 정비하여 바꿔 쓸 필요가 있겠는가. 그대로 쓰는 편이 좋을 듯하다.……
  이들 교수 일행은 우리나라 국민 감정을 전혀 알지 못하고 그럴 듯한 논리로 자기들의 주장이 합리적인 것처럼 말하고 있었다. 그들의 주장을 바꾸어 말하면 일본 법률 문화가 아시아권에서 제일 앞서고 있으니 일본 법률 용어를 표준으로 통일하자는 주장이다. 또한 한국과 중국은 신학문 분야에서 이미 일본 문화를 받아들여 상당히 정착된 상태인데 그대로 사용하라는 것이지 무엇 때문에 일본식 표현 용어라는 이유로 바꾸려고 하는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필자 역시 그들이 대학 교수 신분으로 순수한 학문적 입장에서 나온 발언이라고 받아들이고 싶었지만, 일본 정부로부터 많은 액수의 연구비를 지급 받고 국가적 차원에서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 주요 국가를 상대로 조사·연구한다면 그들의 속셈을 다르게 해석할 수밖에 없다.
  일본은 이미 세계 제일의 경제 강국으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여러 나라들이 일본의 경제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극단적인 표현을 한다면 일본 경제에 예속되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닌 실정이다. 일본에서 남은 문제는 아시아 여러 나라들을 상대로 문화적 침투를 집요하게 추진하여 일본의 문화권에 들어가 새로운 ‘대동아공영’(大東亞共榮)이라는 엉뚱한 야망을 실현시켜 보는 데 있다.
  앞으로 세계는 초고속 정보 통신 시대로 진입하게 된다. 멀티미디어 등 첨단의 영상 정보를 비롯한 수많은 정보들이 홍수처럼 정보 통신망을 통하여, 미국·일본 등 세계 각국의 정보가 우리 안방에까지 들어오게 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우려되고 있는 것은 법령, 행정, 경제, 그 밖에 문화 분야에서 일본 사람들이 만들어 낸 신조어(新造語) 또는 번역어들이 무분별하게 유입되어 마구잡이로 쓰일 경우 언어상의 혼란이 올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또한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일본 문화에 빠져 들어 우리의 전통문화와 민족혼이 퇴색되는 ‘문화의 예속화’도 우려된다.
  그동안 우리나라 법령·행정 분야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일본식 표기 용어가 국민 감정이나 시대성에 맞지 아니하며 법의 생활화, 행정의 민주화 등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도 많이 있었다. 따라서 법제처에서는 법령 용어 등의 순화·정비 기준을 마련하여 일본식 표기 용어의 정비 등을 오래전부터 추진하여 왔으나 아직까지도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 원인과 배경을 살펴보기로 한다.


        나. 일본어식 법률·행정 용어 사용 배경

            (1) 일제 식민지 통치 기간

  일제 식민 통치 35년간 우리는 생명과 재산을 빼앗기고 많은 문화를 훼손·약탈당하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혹독했던 것은 우리말과 글자를 못쓰게 했고 심지어 성과 이름까지 바꾸게 하였으니, 그들이 우리를 통치하는데 기초가 되는 법률·행정 용어도 두말할 필요 없이 일본 말 그대로 옮겨 쓰게 되었다.
  따라서 오늘날 우리가 아직까지 쓰고 있는 법률과 행정 분야에서의 일본식 표기 용어를 조사하기 위해서는 당시의 법령 제정 및 시행 등 그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우리나라가 일제에 강제로 합병되어 35년간 식민지 통치 과정에서 그들의 통치 수단으로 사용하였던 법률과 행정을 어떻게 시행·운영하여 왔는가를 살펴보고자 한다.
  일제는 1910년 8월 22일 소위 ‘한일합병’이란 조약을 강제로 체결하였고 그해 8월 29일에 공포하였다. 이들은 약삭빠르게도 같은 날에 ‘조선에 시행할 법령에 관한 건’이란 칙령(勅令)을 제324호로 발표하였다. ‘칙령’이라 함은 일본 천황이 일본 국회(제국의회)의 협찬을 얻어서 제정 공포하는 것인데 법률이나 다름없는 효력을 지닌다1).
  이와 같이 치밀하게 계획하여 우리나라를 강탈하고, 우리나라에서 법률·행정상의 공백 상태를 없애고 빈틈 없이 통치하기 위하여 합병 조약 공포와 함께 같은 날에 ‘칙령’을 발효시켜 식민지 통치의 도구로 삼았다.
  위의 ‘朝鮮에 施行할 法令에 關한 件’(이하 ‘칙령 324호’라 약칭함)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2).
  첫째, 조선에는 일본 법률의 전부 또는 일부를 그대로 적용, 시행할 수 있다.
  종전에 우리나라(대한제국)에서 제정·시행되고 있는 법령은 1910년 8월 29일부터 일부만 시행되고, 우리나라에는 일본 법률의 전부 또는 일부가 적용 ·시행된다는 내용이다.
  둘째, 앞으로 조선에서 법률로 정하여야 할 입법 사항은 조선 총독부의 명령, 즉 제령(制令)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하였다.
  조선 총독부의 총독 명령을 ‘제령’(制令)이라 하여 법률과 같은 효력을 지닐 수 있게 하였다. 일본 천황이 ‘칙령’으로 법령의 제정·시행에 관한 모든 권한을 조선 총독에게 위임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선 총독은 일본 법령을 그대로 옮겨서 통치할 수도 있고, 식민지 통치에 알맞게 강화해서 제령(制令)이란 형식으로 명령을 발포하여 통치할 수도 있게 하였다. 위의 칙령 324호를 근거로 조선 총독이 제정·시행하는 법령의 내용은 물론 그 표기 형식과 용어의 ·사용 등 모두가 일본식 그대로였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다시 말하면, 일제 식민 통치 35년간은 법령 문장의 표기 형식, 법령 용어의 사용이 일본 법조문과 같았다. 이를 바탕으로 대학에서 법률학 교육, 법원에서 판사의 판결문, 변호사의 변론문 등 법조계 모두가 일본 법령 용어 사용으로 철저하게 굳어 버렸다. 따라서 법령을 근거로 조직 편제되는 행정 조직, 행정 명령이나 공문서 등 행정 활동 전반도 마찬가지로 일본어가 통용되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행정 분야에서 가장 대표적인 공문서의 작성과 처리의 기준이 되는 공문서 규정으로 일제는 ‘조선총독부공문서규정’을 1912년 4월 1일부터 제정·시행하게 되었는바 모두 일본어로 표기하고 그 형식도 일본 공문서 규정과 동일하였다3).


            (2) 미군정 시대의 법령 효력

  1945년 8월 15일 일본이 제2차 세계 대전에서 패망하고 우리나라는 해방을 맞이하였다. 우리 말과 글자를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었으나, 법령·행정 분야에서는 어쩔 수 없이 종전 일본 통치 시대 것을 대부분 존속시킬 수밖에 없었다.
  미군정에서는 우리나라에서 법령의 공백 상태를 메우기 위하여 1945년 11월 2일 미군정 법령 제21호로 ‘法律諸命令의 存續’이라는 명령을 발포하였다4). 미군정 법령 21호는 “모든 법률 및 조선군정부가 발포하고 법률적 효력을 갖는 규칙·명령·고시 기타 문서로서 1945년 8월 9일 시행 중인 것은 그동안 이미 폐지된 것을 제외하고 조선군정부(미군정)의 특수 명령으로 폐지할 때까지 효력을 가지고 존속한다”(동 법령 제1호)라고 규정하였다.
  위의 명령으로 광복 후 상당 기간 실제로는 일본 법령이 그대로 존속하였다5).


            (3) 제1공화국 수립 직후의 법령 시행

  1948년 7월 17일 ‘대한민국 헌법’이 공포되었고, 같은 해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었으나 국회에서 법률을 제정할 때까지는 법령의 공백 기간을 메우기 위하여 ‘헌법’에 경과 규정을 두지 않을 수 없었다.
  즉 우리 정부가 수립되었으나, 법령은 종전의 구법령(조선 총독부 및 군정 시대 법령)이 당분간 효력을 갖도록 ‘제헌 헌법’ 부칙에서 다음과 같이 규정하였다.
  ‘現行法令은 이 憲法에 抵觸되지 아니하는 限 效力을 가진다’(부칙 100조). 여기서 ‘現行法令’이라 함은 미군정 시대에 통용되던 법령을 의미한다. 앞에서 밝힌 바 있거니와 미군정 시대의 통용된 법령은 일본 총독부 시대의 법령을 계속 통용시키고 있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정부 수립 직후 현행 법령은 주로 일제 식민지 통치 시대의 법령과 군정 법령으로 볼 수 있다. 물론 대한민국 헌법에 저촉되는 것은 당연히 헌법 부칙 100조의 규정에 의하여 무효가 되었다. 그러나 국민 생활과 직접 관련이 있는 ‘민법’, ‘상법’, ‘형법’ 등을 비롯한 많은 법령이 상당 기간 동안 소위 ‘의용민법(依用民法)’ 또는 ‘의용상법’이란 명칭으로 일제 통치 시대의 민법전과 상법전을 그대로 의용하였다6).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국회와 정부·법원 등 국가 기관에서 우선 시급한 사업으로 구법령을 정비하고자 준비는 하고 있었으나, ‘정부조직법’을 비롯한 국가 조직 및 예산 등을 위한 법령·제도의 마련에 시간이 없었고 그 많은 법령을 정비하고 적절한 인재를 찾는 데 어려움도 컸었다.
  이는 광복 직후 법률학을 전공한 적임자뿐만 아니라, 우리말 어법 등 입법 기술에 관한 전문가를 찾기도 보통 문제가 아니었다. 이에 관한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우리나라 헌법과 정부 조직법 초안을 입안하였고, 초대 법제처장을 역임하였던 고 유진오 박사의 회고록을 참고로 소개하고자 한다7).
‘…그 때 나로서는 용어법(用語法), 용어(用語)의 통일, 기타 세세한 점에 관하여 좀 더 세밀한 검토를 하여야 할 필요를 느끼면서도 나 자신 그것을 할 시간도 없고 또 그런 일을 맡아 보아 줄 적당한 사람도 없어서 내심 적지 않게 걱정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낯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두꺼운 투서가 들어왔다. 개봉해 보니 그것은 바로 내가 걱정하면서도 하지 못하고 있던 헌법 초안에 대한 세밀한 자구 검토였다. 보아 내려가는 동안에 나는 그 필자의 성의와 치밀한 성격에 감복하였다. 법이론에 관하여 그가 얼마나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인지는 미지수였으나 언제나 세심한 자구 검토(字句檢討)를 반드시 하여야 할 법제처에 그는 꼭 있어야 할 인물이었다. 그리하여 나는 생면부지의 그 분을 초빙하기로 결심하였다. 그분이 바로 韓○○ 씨였던 것이다. ……’
  위의 회고록에서와 같이 광복 직후에는 용어법, 용어의 통일 등 법령 문장에서 우리말로 알맞게 정비하여 표기할 수 있는 전문가조차 찾기가 힘들었다. 따라서 우선 급한 대로 일본 법령 문장에서 ‘토’만을 한글로 옮기는 형태, 즉 일종의 일본 법령 조문을 번역하는 것과 다름없이 우리 법령 문장을 표기하게 되었다.


            (4) 제1공화국 수립 직후 행정 용어 표기

  앞에서 밝힌 바와 같이 해방 직후 미군정 시대의 행정 조직은 일제 식민 통치 시대의 조직 그대로였고, 역시 행정 분야에서도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하여 일제 식민 통치 시대의 제도와 관행을 그대로 실시하여 왔었다.
  특히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아울러 친일 반역자를 처벌하기 위하여 제헌헌법 부칙 101조에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도록 하였고, 이를 근거로 ‘반민족행위처벌법’을 1948년 9월 22일 제정하여 강력히 시행함으로써 일제의 잔재를 청산하려 하였으나 정치 환경의 변동 등 여러 가지 요인으로 시행을 못하였다. 이로 인하여 행정·법조·치안 등 각 분야에 일제 시대의 관료들이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어 이들이 몸에 밴 일본식 용어를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점차로 행정 분야에서 뿌리 깊게 굳어져 버렸던 것도 사실이다.
  정부 수립 직후에 제정된 ‘政府處務規程‘(1949. 7. 15. 대통령 훈령 제1호)은 우리나라 행정 기관의 사무 집행 절차와 방법을 정한 대통령 훈령 제1호로서 최초의 공문서 규정에 해당한다. 이 처무 규정 역시 순 한자 말로 되어 있고 토씨 정도만 한글로 표기되었다. 또한 문장 형식, 용어 사용 역시 일본어식 표기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음은 ‘정부처무규정’ 중 원문 일부를 옮겨 놓은 것이다.
第四條 長官 不在時에는 次官이 그 事務를 代決한다. 長官, 次官 同時 不在時에는 主務局長이 이를 代決한다. 國務院 事務局에 있어서는 前二項의 境遇에 首席國 務案員의 職務를 行하는 國務案員이 決裁한다. 局長 不在時에는 主務課長이 이를 代決한다. 課長 不在時에는 課內 上席者가 이를 代決한다.
第五條 重要한 案件이라고 認定되는 것은, 미리 그 處分의 方針을 指示한 것 以外에는 代決하지 못한다.
第六條 第四條에 依하여 代決한 事項은, 代決者가 그 文書에 ‘後閱’의 印을 찍어 長官, 次官, 局長 또는 課長 登廳後 곧 閱覽에 供하여야 한다. 但 輕微한 事項은 後閱 手續을 取하지 않을 수 있다.
  이 규정은 이 글 체제상 가로쓰기로 바꾸었으나, 원문은 세로쓰기이다. 代決, 不在時, 境遇, 行하는, 供하여, 手續, 取하여 등 모두가 한자식, 일본어식 표기 용어이며, 한글의 표기는 토씨 정도에 불과함을 알 수 있다.
  또한 공문 작성의 형식도 일본 식민 통치 시대 ‘총독부 공문서 규정’에서 토씨를 한글로 바꾸어 놓은 정도에 불과하였다.
國事人第三六號
檀紀四二九○年一月十日
國務員 事務局長
財務部 長官 貴下
四二九○年度 國家公務員 豫算定員에 關한 件 照會
首題의 件 事務處理上 必要하오니 四二九○年度 國家公務員 豫
算定員을 別紙書式에 依하여 今月二十日까지 回報하여 주심을 敬望하나이다
(別紙書式 略)
財豫 第三二號
檀紀四二九○年二月一日
財務部 長官
   
國務院 事務局長 貴下
對 (四二九○年一月十日字
國事人第三六號)
首題의 件 ‘四二九○年度 豫算槪要를 送付하오니 同書 該當部
分을 參考로 하심을 務望하나이다.
  위의 공문서 문장 내용 중에 ‘首題의 件’, ‘衣하여’, ‘敬望’, ‘務望’ 등의 용어가 일본 공문서에서 그대로 따온 용어들이다. 이러한 용어들이 행정 기관의 공문서에 상용되어 왔고, 또한 행정 집행 과정에서 일본식 표기 용어뿐만 아니라 일본어(예컨대, 간조(품삯), 구루마(수레), 한바집(식당) 등)가 공공연하게 사용되어 왔다.


            (5) ‘한글전용에관한법률’과 ‘구법령’ 정리 사업

  8·15해방을 맞은 다음 새 정부의 수립과 함께 우리 민족 고유의 글자인 ‘한글’을 전용하여야 한다는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었다.
  이러한 국민적 여망에 따라 제정된 법률이 ‘한글전용에관한법률’(1949. 10. 9 법률 제6호)이다. 정부 수립과 함께 가장 시급한 법률이 ‘정부조직법’(1948. 7. 17. 법률 제1호)이었고, 조국의 광복과 정부 수립에 맞추어 억울하게 감옥에 수감되어 있는 동포들을 사면하여 조국 광복의 기쁨을 맞게 하고자 2번째로 시급히 제정된 법률이 ‘사면법’(1949. 8. 30 법 제2호)이다. 그 다음 반민족행위처벌법, 연호에관한법률, 국회법에 이어 6번째로 제정된 법률이 ‘한글전용에관한법률’이었으니, 이 법률은 국민들이 해방의 기쁨과 함께 우리 글자를 써야 한다는 국민적 여망에 따라 제정되었음을 실감하게 한다.
  이 법률의 제정 취지를 보면 다음과 같다8).
‘한 나라의 국어에는 그 나라의 국민 정신이 흐르고 있고 민족 정기가 내포되어 있으므로 신생 독립 국가인 우리 나라에서도 한글을 전용함으로써 자주독립의 정신을 내외에 과시하려는 것이다.
  위와 같이 ‘한글전용에관한법률’의 제정 취지는 국어를 사랑하고 자주 독립 정신을 키우는 데 있었다. 단서 규정으로 오늘날까지 한글 전용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 단서 규정은 다음과 같다.
  ‘대한민국의 공용 문서는 한글로 쓴다. 다문 얼마 동안 필요한 때에는 한자를 병용할 수 있다’라는 한자 병용의 길을 터 놓음으로써, 광복 직후 법령 정리 사업도 한자식 또는 일본식 용어를 바로 고치는 데 크게 효과를 보지 못하였다.
  참고로 이 법률이 공포되어 시행된 직후에 새로 제정된 법률을 보면 다음과 같이 ‘한글전용에관한법률’이 아무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였다.
°地方行政에關한臨時措置法(1948. 11. 17. 法律 第8號)
(이 법률은 ‘한글전용에관한법률’이 1948년 8월 30일 법률 제6호로 제정·시행된 다음 불과 3개월 후인 1948년 11월 17일 법률 제8호로 제정된 법률이다.)
‘第1條 地方行政의 組織에 關하여는 憲法, 政府組織法 其他의 法律에 特別한 規定이 있는 것을 除外하고는 本法의 定하는 바에 依한다.
第2條 地方行政機關에는 그 所管事務를 分掌하기 爲하여 必要한 때에는 大統領令의 定하는 바에 依하여 遠隔地에 出場所 또는 支署를 둘 수 있다.
第3條 地方行政機關에는 그 所管事務의 範圍內에서 必要한 때에는 大統領令의 定하는 바에 依하여 博物館, 圖書館, 試驗所, 硏究所 등의 文化施設 病院, 療養院, 孤兒院, 職業紹介所 等의 公共福利施設과 審議會, 委員會 等의 諮問 或은 調査의 機關을 設置할 수 있다.
第4條 本法에 規定된 各 機關의 職制, 公務員의 種類, 定員과 報酬에 關한 事項은 大統領令으로써 定한다.’
  순전히 한자투성이고 ‘토’만을 한글로 하였으며, 그 용어는 거의 일본식 표기 용어임을 알 수 있다.
  위의 법률 문장 표기를 보고 다음과 같이 지적할 수 있다.
  ① 국어 문장은 띄어쓰기를 하도록 되었으나 전혀 띄어 쓰지 아니하였다. 이는 일본어 문장이나 일본 법령 문장이 띄어 쓰지 아니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법령 문장은 띄어 쓰지 않기로 하였다. 광복 직후 1963년 사이에 제정된 법령은 거의 띄어쓰기를 하지 아니하였고, 현재와 같이 법령 문장을 띄어쓰기 시작한 것은 1963년 8월 26일 ‘정부조직법중개정법률’이후부터이다9). 이와 같이 법령에서 띄어쓰기를 하지 아니한 것은 일본 법령 문장 표기 원칙을 답습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② 법령 문장에 쓰이는 용어들이 대부분 한자로 되었고, ‘토’만을 한글로 표기하였다. 이는 앞에서 밝힌 바와 같이 ‘한글전용에관한법률’을 공표, 시행한 직후 제정된 법률로서 입법 과정에서 한글 사용에 관한 인식이 전혀 반영되지 아니하였음을 증명한다.
  ③ 법률에서 표기하고 있는 용어들 중에 상당수가 일본식 표기 용어임을 알 수 있다.
  예컨대, 법률 조문에서, ‘關하여’, ‘本法’, ‘依한다’, ‘爲하여’, ‘或은’, ‘定한다’ 등의 용어는 일본 법령에서 거의 공통적으로 표기하고 있는 용어들이다.
  또한 ‘遠隔地’, ‘分掌’, ‘措處’ 등의 용어도 일본 법령에서 쓰이던 것을 그대로 받아들여 오늘날까지 굳어져 있는 용어이다.
  위와 같이 우리 법령을 우리 국어 어법에 따라서 표기하지 못한 배경은 그 당시 시대적 상황에 따라 어쩔 수 없었다고 보겠으나 지금까지도 잘 지켜지지 않는 데는 우리의 연구와 노력이 부족하였다고도 볼 수 있다.


2. 일본식 표기 용어의 정비 기준과 사례

        가. 일본식 표기 용어 정비의 기준

  일본식 표기 법령 용어를 정비하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어떤 용어가 구체적으로 일본식 표기 용어에 해당되는가 그 어휘를 법령 조문에서 찾아내는 데 있다. 갑오경장 이후 외국에 대한 문호 개방과 함께 일본에서 번역되었거나 신조어(新造語)가 쏟아져 들어왔고, 일제 식민지 통치 과정에서 이들 용어가 상용어처럼 굳어졌기 때문이다10).
  예를 들면, ‘가(假)’의 경우는 ‘임시’ 또는 ‘거짓’, ‘가짜’ 등의 뜻으로 쓰인다. 대표적인 일본식 표기 글자로 특히 ‘임시’의 뜻으로 쓰이는 것은 국어학계에서 모두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가등기(假登記)→임시등기, 가압류(假押留)→임시압류, 가주소(假住所)→임시주소, 가집행(假執行)→임시집행 등 법령에서 ‘假’자가 앞에 붙어 쓰이는 것은 그 밖에도 많이 있다. 이들 용어를 모두 정비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하여 법률학자, 법조계에서는 반대가 심하다.
  그 이유는 우선 ‘가등기’, ‘가압류’ 등 법률 용어는 학설·판례 등을 통하여 이미 정착되어 왔고, 국민 모두가 쓰고 있는 용어이다. 또 한편으로는 ‘가’(假)자가 ‘임시’의 뜻 또는 ‘거짓’의 뜻만을 가진 것이 아니다. 예컨대, ‘가등기’(假登記)의 경우 임시로 하는 등기(登記)의 뜻만 가진 것이 아니라 현재는 요건을 갖추고 있지 않지만 앞으로 법적 요건이 갖추어질 경우 본등기(本登記)로 바뀌고, 그 순위를 보전(保全)하는 예비 등기(豫備登記)의 성격을 가진다. 즉 미리 등기해 두는 뜻도 있다.
  ‘가압류’(假押留)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앞에서도 밝힌 바 있지만, 법령 용어는 거의 대부분이 일본에서 번역된 용어 또는 신조어를 쓰고 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예컨대 자유(自由), 권리(權利), 주의(主義), 의무(義務) 등의 용어는 우리가 법령 용어로서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용어로서도 쓰이고 있다.
  이와 같이 일본에서 만들어졌거나 번역되어 유입된 용어를 모두 일본식 표기 용어로 볼 수는 없고, 일정한 기준에 따라서 선별해야 한다. 따라서 그 기준을 법령 용어 순화 과정에서 내부적으로 다음과 같이 정하고 있다.
  첫째, 일본에서 훈독(訓讀)하고 있는 용어들을 그대로 한자로 바꾸어 사용할 경우 정비 대상으로 한다. 예컨대, ‘看做한다’(미나스)는 일본에서 훈독(訓讀)하는 것을 우리나라에서 한자음으로 ‘간주한다’로 읽고 법령 용어로 많이 쓰고 있다. ‘본다’로 정비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둘째, 일본에서 관용어로 널리 쓰이고 있는 용어를 정비한다. 이들 용어들을 우리말로 적절히 표기하는 것이 오히려 의미 전달이 명확하다. 예컨대 ‘本法’, ‘本條’와 같은 법령 용어를 들 수 있다. 본법(本法)은 ‘ 이 법률’, 본조(本條)는 ‘이 조문’으로 바꾸어 쓰는 것이 오히려 의미 전달이 명확하다. 本法의 경우 ‘본래의 법률’ 또는 ‘모법(母法)’과 의미상 혼란을 가져올 우려도 있다.
  셋째, 일본에서 약식으로 한자식 표기를 하고 있는 것을 우리가 그대로 받아들여 사용하는 경우 정비한다. 예컨대, ‘供하다, ’‘經하다’, ‘承하여’ 등을 들 수 있다.
  ‘供하여’는 ‘제공하여’로 ‘承하여’는 ‘승낙을 받아’로 정비하는 것이 이해가 빠르다.
  그 밖에 국어학계, 언론계 등에서 일본식 표기 용어를 될 수 있는 대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지적되는 용어가 있다. 예컨대, ‘수속(手續), 지불(支拂), 불하(佛下), 수순(手順)’ 등의 용어는 ‘절차, 지급, 팔아버림, 순서’ 등으로 정비한다.
  위와 같은 기준에 따라 법령에서 쓰이고 있는 일본식 표기 용어를 찾아내어 정비하되 법제처에서는 다음과 같이 신중한 절차를 거치고 있다.
  ① 제1단계로 정비의 필요성이 있는 용어들을 국회·법원과 중앙 부처 등 관련 기관으로부터 의견을 접수한다.
  ② 제2단계로 국어학계, 법조계 등 각계 전문가의 의견과 국립 국어 연구원 등 연구 기관의 자문을 받는다.
  ③ 제3단계로 법제처 내에 설치된 ‘법령 용어 심의회’의 심의와 정부(총무처)에 설치한 ‘행정 용어 순화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관보에 공고하고 최종 확정한다.
  다음에 소개하는 법령·행정 분야에 쓰인 일본식 표기 용어 또는 한자식 용어는 위와 같은 절차를 거쳐 확정·발표한 ‘법령 용어 순화 편람’(1994년 12월 22일 법제처 발간)의 내용 중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나. 일본식 및 한자식 표기 용어 정비 사례

  일본 말은 음으로 읽는 것이 있고(音讀), 뜻으로 읽는 것이 있다(訓讀), 일본 사람들이 한자로 적고 그들 말로 읽는 것(訓讀)을 우리는 그대로 옮겨서 쓰기 때문에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법령 용어 중에 상당한 부분이 그대로 통용되고 있으며, 대표적인 사례는 다음과 같다.


    ◦假(かり):임시, 거짓, 일시적, 가짜
-뜻으로 읽는 것(訓讀)을 한자음으로 바꾸어 그대로 쓰고 있다.
  일본 말 현행 용어 정비된 용어
  假橋(かりはし) 假植(かりうえ) 假處分(かりしょぶん)
  가교(假橋) 가식(假植) 가처분(假處分)
  임시 다리 임시 심기, 한때 심기 임시 처분

   -법령에서 ‘임시’ 또는 ‘거짓’의 뜻으로 ‘가’(假)를 쓰는 사례는 너무나 많다.
·가납(假納) →임시 납부 (형사소송법 §334) ·가도(假道) →임시 도로 (도시계획법 §5)
·가병(假病) →꾀병 (군형법 §41) ·가사용(假使用) →임시 사용 (주차장령 §10)
·가수금(假受金) →임시 받은 돈 (기업예산회계령 §2) ·가승계(假承繼) →임시 승계 (공무원직무발명보상규정 §7)
  -사용 예: 가납(假納) (형사소송법 §334①)
…科學 또는 追徵에 相當한 金額의 ‘假納’을 命할 수 있다.

  -위의 사용 예에서 ‘相當한’은 일본 법령에서 많이 쓰고 있다.
  우리 법령에서는 ‘해당하는’으로 고치고, ‘命할 수 있다’도 일본 법령에서 대표적으로 쓰이는 용어이다. 우리 법령에서는 ‘하게 할 수 있다’로 바꾸었다.


    ◦看【みる(訓), かん(音)】:보다
  법령에서 많이 쓰이고 있는 ‘간주(看做)하다’가 일본식 용어일 뿐만 아니라 어려운 한자 용어이다. 일본에서는 훈독(訓讀)으로 ‘미나스’(みなす): (보다, 가정하다)로 쓰인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한자음으로 바꾸어 음독으로 ‘간주하다’로 쓰기 때문에 적절한 표기가 아니다.
일본 말 현행 용어 정비된 용어
看做す(みなす) 간주(看做)하다 (유실물법 §2) …로 보다, 여기다
看過(かんか) 간과(看過) (민사소송법 §126) 보아넘김
看病(かんびょう) 간병(看病) (행형령 §102) 병간호, 병구완
  -사용 예: 간주(看做)하다(유실물법 §2③)
③ 賣却費用을 控除한 賣却代金의 殘額은 拾得物로 ‘看做’하여 이를 保管한다.

  -‘控除’한, ‘拾得物’ 모두 일본식 표기 용어이다. ‘뺀’, ‘주운 물건’으로 정비하였다.


    ◦見【みる(訓), けん(音)】:보다, 보살피다
  일본에서 ‘みる’로서 대부분 훈독(訓讀)으로 쓰이고 있으나, 우리말에서는 모두 한자음으로 읽고 표기한다.
일본 말 현행 용어 정비된 용어
見本(みほん) 견본(見本)(주제법 §44) 본, 보기
見樣(みよう) 견양(見樣)(국채사무처리규칙 §10) 서식, 보기, 본보기
見地(けんち) 견지(見地)(국토이용관리법 §2) 관점, 살피는 처지
-사용 예: 견지(見地)(국토이용관리법 §2)
第2條 …國土의 綜合的인 이용·管理에 관한 ‘見地에서’ 土地를 그 機能과 適性에 따라 가장 적합하게 이용·管理하기 위한 ……


    ◦揭【かかげる(訓), けい(音)】:내걸다, 게양하다, 싣다
  -일본식 법령 용어로 ‘揭’자가 많이 쓰이고 있다. 특히 ‘偈記’는 대표적인 일본식 표기 용어인데 법령, 행정 분야에서 크게 통용되고 있다.
일본 말 현행 용어 정비된 용어
게기(けいき) 게기(揭記)하다 (회사정리법 §228) 적어 놓다, 규정하다, 싣다
게양(けいよう) 게양(揭揚)하다 (해군기지법 §9) 달다, 올리다
-사용 예: 게기(揭記 (공장저당법 §39①)
① 工場財團에 關하여 所有權 保存의 登記를 申請하는 境遇에는 不動産登記法 第40條 第1項에 ‘揭記한’ 書面外에 工場財團登錄을 提出하여야 한다.
-‘關하여’는 일본 법령에서 가장 많이 쓰인다. 될 수 있는 대로 사용하지 않고 한글로 표기한다.


    ◦經【たつ(訓), きよう(音)】:(기간, 때가)지나다
  -일본식 법령 용어로 たつ(지나다)로 표기된 것을 우리 법령에서 그대로 받아들여 ‘經하다, 經하여’로 표기하고 있다.
·經하다 → 거치다
(たつ)
·經하여 → 거치어
-사용 예: 경(經)하다(귀속재산처리령 §9. 2.)
2. …賣却當時의 時價로서 적어도 2個以上의 金融機關의 鑑定에 依하여 管財委員會의 審査決議를 經하며 管財廳長이 이를 決定한다.


    ◦供【そなえる(訓), くう, きょう(音)】:바치다, 올리다
  -일본식 용어는 そなえる(바치다, 제공하다)의 뜻으로 쓰이는 것을 우리 법령에서 그대로 쓰고 있다.
   …에 供한(供え), …에 供하다(供える) 등 대표적인 일본식 법령 용어에 해당된다. 일본 법령에서는 ‘供하여, 承하여, 經하여, 請하여’ 등 한자 약어가 많이 쓰인다.
·供하다 → 제공하다
(そなえる)
·供한 → 제공한
-사용 예: 공(供)하다(민법 §100①)
① 物件의 所有者가 그 物件의 常用에 ‘供하기’ 爲하여 自己所有인 다른 物件을 이에 附屬하게 한 때에는 그 附屬物은 從物이다.


    ◦課【かする(音)】:부과하다, 매기다, 시키다
  -일본 법령에서 ‘세금 따위를 매겨서 내게 하다’의 뜻으로 ‘課する’라고 표기하는 것을 그대로 한자로 옮겨서 우리 법령에서 ‘課하다’로 쓰고 있다.
·課하다 → 매기다
(かする)
·課하는 → 매기는
-사용 예: 과(課)하다(군행형규칙 §23)
제23조(작업의 종류) 수형자에 대하여는 작업을 ‘과하되’, 작업의 종류는 당해 군참모총장의 승인을 얻어 소장이 정한다.
(이하 생략)


    ◦校【あぜ(訓), きょう(音)】:바로 잡다
  -校(きょう)는 ‘바로 잡을 교’로 쓰이며, 법령에는 ‘校合’(きょうごう)(교합)이란 용어가 종종 쓰이고 있으나 우리나라 국어사전에 표제어로 수록도 되어 있지 않고 있다. 우리말이 아니고 일본 말이다.
校合→ (원본, 사돈 등) 대조·확인
-사용 예: 국세징수법시행규칙 ‘별지 제30호~42호’(최근 별지 서식 개정으로 ‘대조·확인’으로 정비했음)


    ◦基【もとい(訓), き(音)】:토대, 기초, 기본
  -일본 법령에서 ‘의거하다, 기인하다’ 등을 표기할 경우 基(もとづく)로 쓰인다. 이를 그대로 우리 법령에서 옮기어 ‘基한’으로 표기하고 있다.
·基하다 → 의하다
(もとづく) (가등기담보법 §4)
·基한 → 따른, 바탕으로 한
-사용 예: 기(基)한 (가등기담보법 §4①)
② …擔保假登記가 經了된 경우에는 淸算期間이 경과하여야 그 假登記에 ‘基한’ 本登記를 請求할 수 있다.
  -위의 사용 예에서 ‘經了된’은 우리나라 국어사전에도 없는 용어이다

  일본 법령에서 어떠한 절차를 마치었을 때 사용하는 용어이다. 우리 법령에서는 ‘…를 마친’으로 정비하여 쓰인다.


3. 맺음말: 법령 용어의 한글화를 통한 일본식 표기 용어 정비

  법령이나 행정 분야에서 일본식 표기 용어를 정비하는데 가장 빠른 길은 모든 법령을 한글로 표기하는 데 있다. 앞의 사용 예에서 밝힌바 있거니와 일본식 표기 용어는 거의 한자어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시행하고 있는 법령 중에 대통령령, 부령은 완전히 한글로 표기하고 있다. 그러나 법률의 경우는 한자를 병용하게 되어 있고 특정 법률의 경우 그 정도가 지나치게 한자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예컨대, ‘通信秘密保護法’은 1993년 12월 27일 제정된 법률이다. 국민 일반에게 통신의 비밀 보호와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법률로서 국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하는 바, 그 사용된 용어는 순전히 어려운 한자 용어들이다. 이 법률 제2조 제6호·7호만을 참고로 소개한다.
‘6. “檢閱”이라 함은 郵便物에 대하여 當事者의 同意 없이 이를 開封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그 내용을 知得 또는 採錄하거나 留置하는 것을 말한다.
7. “監廳”이라 함은 電氣通信에 대하여 當事者의 同意 없이 電子裝置·機械裝置 등을 사용하여 通信의 音響·文言·符號·影像·共讀하여 그 내용을 知得 또는 採錄하거나 電氣通信의 送·受信을 방해하는 것을 말한다.’
  위의 용어 중에서 ‘知得’, ‘共讀’ 등의 용어는 일본 법령에서 쓰이는 용어이다. ‘알거나’, ‘함께 읽거나’ 등으로 풀어 쓰는 것이 적절하다.
  ‘법령의 한글화’에 관한 노력은 정부 수립 이후 오늘날까지 법제처에서 계속 추진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공용 문서는 한글로 쓴다”라고 규정한 <한글전용에관한법률> (1948. 10. 9. 법률 제6호)이 있고, “문서는 쉽고 간명하게 한글로 작성하되…… 한글 맞춤법에 따라 가로로 쓴다.”라고 규정한 <사무관리규정> (1991. 6. 19. 대통령령 제13,390호)이 있다.
  또한, 법령은 법규 문서(헌법·법률·대통령령·부령 등)로서 ‘공문서’에 해당한다(사무관리규정 제7조), 위 대통령령에서 공문서는 ‘한글로 써야 한다’(단서 조항도 없음)라고 규정하고 ‘법령은 공문서이다’라고 규정했다면, 당연히 법령은 모두 한글로 표기하여야 법 규정에 맞는다.
  그런데 오늘날 현실은 어떤가? 국민 모두가 느끼는 바와 같이, 국회에서 새로 제정된 법률이 관보나 신문에 발표되는 것을 보면, 토씨만 빼고 거의 한자 표기로 되어 있음을 위의 ‘통신비밀보호법’ 조문에서 알 수 있다.
  법령의 한글화 기준을 법제처에서는 다음과 같이 정하여 추진 중에 있다.

  첫째, 일상생활 용어로서 한자로 표기하지 아니하여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용어는 한글로 적는다.
    보기: 共通, 交際, 感謝, 模樣(공통, 교제, 감사, 모양)

  둘째, 상용한자(1,800자)가 아니거나, 보통 쓰이지 아니하는 어려운 한자 용어는 사용하지 아니한다.
    보기: 擁護, 紐帶, 顚覆, 綻露(옹호, 유대, 전복, 탄로)

  셋째, 동사·형용사·부사로 쓰이는 용어 가운데 한자 표기가 적절하지 아니한 용어는 한글로 적는다.
    보기: 卓越한, 急激히, 粗雜한, 惹起한(탁월한, 급격히, 조잡한, 야기한)

  넷째, 헌법이나 다른 법률에서 이미 한글로 표기한 용어는 한글로 적는다.
    보기: 健全, 繼續, 基礎, 緊急, 圖謀(건전, 계속, 기초, 긴급, 도모)

  위와 같은 기준에 따라, 일차적으로 법령에서 쓰이는 어려운 한자식 용어를 쉬운 말로 순화·정비하고, 다음 단계에서 일본식 표기 용어를 가려 내어 정비한다면 앞으로 법령이나 행정 분야에서 통용되고 있는 용어들이 너무 어렵다거나 국민 감정에 어긋난다는 지적은 줄어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