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국어에 나타난 일본어의 언어적 간섭】

일본을 거쳐서 들어온 외래 어휘

서정수 / 한양 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우인헤 / 한양 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강사


들머리

  이 글은 일본을 거쳐서 들어온 외래 어휘의 실태를 조사 분석하여 일본 말이 우리말에 끼친 영향의 한 가닥을 밝혀 보는 데에 목표를 두었다. 여기 말하는 “외래 어휘”는 외래어, 외국어 및 외래풍의 일본식 조어 등을 통틀어 일컫는다. “곧 외래 어휘란 다음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1) 외래어: 우리말의 일부로 여길 만한 외래 귀화어이다. 이런 말은 우리말에 그 대응어가 없어서 쓰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런 외래어는 우리말에 버금가는 말로 인정된다.
(2) 외국어: 비록 일부에서 쓰고 있는 외국말이고 또 한글로 표기는 하지만 아직은 우리말의 일부로 여겨질 수 없는 어휘이다. 이런 말은 되도록 삼가고 우리말을 가려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한다.
(3) 외래풍의 일본식 조어: 주로 서구에서 들어온 외국어에 일본 사람들이 첨작을 하여 만들어 쓰는 독특한 트기말을 일컫는다. 이를테면, “델레비”, “에어곤”, “오도바이” 따위 말들이 그것이다. 이런 얼치기말은 비록 일부에서 지각 없이 쓰고들 있지만 외래어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들이다. 서구어도 아니고 일본 말도 아닌 트기말이므로 언어로서의 품위를 잃은 말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상과 같은 세 가지 갈래의 외래 어휘의 사용 실태를 살펴서 일본 말이 우리말에 끼친 영향이 얼마나 크다는 것을 드러내 보이고자 한다. 우리는 불행히도 서구의 외국말 특히 영어 어휘를 받아들여 쓰는 과정에서 원산지에서 직수입을 하지 못하고 일본어를 통하여 굴절되고 변질된 말들을 많이 물려 받아 쓰고 있다. 일본을 거쳐서 들어온 외래 어휘들은 그 발음이나 의미적으로 또는 용법상으로 원말과 거리가 생긴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 보기를 들어 보면 다음과 같다.
(1) 석유를 도라무 관에 부어라.
(2) 자네는 와이 샤쓰를 입었군.
(3) 경찰이 사이 가를 타고 나타났다.
(4) 인프레가 심해서 물가가 오른다.
(5) 열차가 흠에 들어오므로 뒤로 물러 나십시오.
(6) 그 사람이 정당의 보스와 충돌했다.
  (1)의 “도라무”는 본디 “drum”이므로 우리가 직수입하뎠더라면 “드럼”이라 하였을 것이다. 근래 이렇게 고쳐 부르기도 하지만 지금도 “도라무”라는 말이 더 흔히 쓰인다. (2)의 “와이 샤쓰”는 “white shirts”이므로 “와(화)잇 셔츠”로 발음했을 것이다. (3)의 “사이 가”는 흔히 경찰 백차와 같은 “모터 싸이클”의 한 가지로 이해하고 있는데 영어에서는 모터 싸이클 등의 옆에 붙인 보트 모양의 수레를 가리킨다. (4)의 “인프레”는 “inflation”을 일본식으로 축약한 것이다. (5)의 “홈”은 본디 “platform”이라는 영어 단어의 뒷 부분만 잘라서 만든 일본식 얼치기말이다. 우리가 직수입해서 썼다면 이렇게 엉뚱한 말을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6)의 “보스(boss)”는 영어에서 직장의 상사를 가리킬 때 쓰는 것인데 일본 사람들은 정치적 단체의 지도자를 가리키는 데에 주로 썼다. 이렇게 굴절된 의미가 우리말에도 그대로 전래되어 쓰인다.
  물론 광복 이후 우리가 직접 받아들여 써 오는 것들도 있지만 그 뿌리를 따져 보면 일본 사람들이 전해 준 것들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근래에 일본식 발음을 지양하고 원발음에 가깝도록 고쳐 말하고 있는 외래 어휘들이 늘어나고 있으나 그 대부분은 이미 일본 사람들이 끼쳐 준 것들이다.
  일본을 통해서 들어온 외래 어휘는 대체로 다음 몇 가지 특징을 가진 것들이다. 곧 아래와 같은 특징을 보이는 외래 어휘들은 일본을 통해 들어온 것으로 보아 거의 틀림이 없다고 할 만하다는 것이다.
(1) 외래 어휘의 일본식 변조어
(2) 일본식 발음으로 남아 있는 어휘
(3) 일본식과 고친 발음이 공존하는 어휘
(4) 원음에 가깝도록 고쳐 발음하는 어휘
(5) 일본식의 독특한 용례로 굳어진 어휘
(6) 원어와 무관한 일본식 외래풍의 조어
  (1)의 부류는 영어 등 외국어를 일본 사람들이 일부러 축약하여 변조시킨 것들이다. “데모”, “메모”와 같은 것이 그 보기이다. (2)의 부류는 아직도 일본식 발음으로 부르는 것들로서 “고무”, “마후라” 따위가 그 보기이다. (3)의 부류는 일본식 발음과 고친 발음이 공존하는 경우이다. 이를테면, “댄스/단스”, “레일/레루” 같은 것이 그 보기이다. (4)의 부류는 “카드(가-도)”, “무드(무-도)” 따위가 그 보기이다. 이들은 일본식으로는 괄호 안의 것처럼 발음되었던 것인데 근래 원음에 가깝도록 고쳐 쓰는 것이다. (5)의 부류는 일본의 용례가 원어의 뜻에서 벗어난 것들이다. 이를테면 “간닝구(cunning)” 같은 말은 본디 ‘교활하다’는 뜻인데 일본에서 일찍부터 원어의 뜻과 달리 ‘시험 부정 행위’로 쓰이게 되었으며 그대로 우리나라에도 전해져서 같은 뜻으로 쓰인다. (6) “리야가”나 “오도바이” 같은 말은 원어와 별 관계없이 일본에서 만들어 쓰는 외래풍의 어휘이다.
  위와 같은 특징들을 가진 외래 어휘 곧 주로 서구 어휘들은 일본을 거쳐 들어와서 우리나라에 퍼진 것이라 보아 틀림이 없다고 본다. 본론에서는 이런 특징을 가진 어휘들을 열거하고 그 유래나 용도 등을 살펴보기로 한다.


          1. 외래 어휘의 일본식 변조어

             1) 일본식 변조 어휘의 무비판적 차용 사례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일본에서는 외래 어휘 중에 다소 길거나 거추장스러운 것들은 앞뒤의 일부 형태를 잘라서 쓰는 일이 많다. 말하자면 외래 어휘를 거두절미하여 자기들의 편의에 따라 발음하는 경향이 일반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일은 언어학적으로나 언어 차용상의 일반 관례를 무시하는 일로서 매우 바람직스럽지 못한 외래 어휘 차용 방식이다. 그런데도 이런 비정상적인 언어 변조 차용 행위가 일본에서는 아무런 거리낌이나 제한이 없이 태연하게 벌어지고 있으며 오히려 당연하다는 듯이 여겨지고 있다.
  더욱 한심스러운 일은 이런 비정상적인 언어 변조 행위로 이루어진 일본식 변태 조어가 우리나라에 그대로 유입되어 쓰인다는 점이다. 뜻있는 식자들 사이에는 비정상적인 언어 도입 행위라고 규탄하고 있지만 일반 언중은 그 유래도 모르고 무비판적으로 그런 말들을 쓰고 있다. 편의주의에 젖은 언론이나 사업인들은 언어 문화적인 체통 같은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편하면 쓰는 것이라는 의식으로 덩달아 사용한다. 이런 행위야말로 막상 그런 말을 만들어 내는 일본 사람들보다 한술 더 뜨는 비신사적인 짓이라고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일본 사람들의 변태 외래 문화의 영향을 벗어나지 못하고도 아무런 거리낌이나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하는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식 변조 어휘를 도입하여 쓰는 우리나라의 언론이나 일반 언중은 그 발음을 일부 바꾸어 쓰는 사례가 있다. 본디 일본 사람들은 그들의 한정된 발음 제약 때문에 변조 어휘의 발음마저도 그들 식으로 어설프게 한다. 이를테면, “apartment”를 “apart”로 축약하여 말할 경우에 일본에서는 “아파-도(アハ-ト)”라 하게 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축약어를 들여다 쓰면서 그 발음을 원음에 가깝게 한답시고 “아파트”라고 한다. 이것은 우리 한글이 저들의 가타가나보다 표기 범위가 더 넓다는 것을 은근히 과시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사실은 2중적 변조 행위이다. 이는 마치 남이 만들어 쓰는 것을 모방하면서 그것을 마치 자기가 처음부터 만들어 쓰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행위와 다를 바가 없다. 그런데도 우리 일반 대중 아니 언론이나 지식인들까지도 그런 떳떳치 못한 “변조의 변조 차용” 행위를 아무 거리낌 없이 하고 있는 실정이다.


             2) 일본식 변조 어휘 차용의 실태

  일본식 변조 어휘들은 거의 우리나라에도 유입되어 쓰이고 있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더 많이 쓰는 경향이 있다고 할 만하다. 언어 표현을 간편하게 하고자 하는 것이 대중의 언어 심리라고는 하지만 거기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어야 마땅하다. 무릇 남의 것을 빌려 쓰는 행위에는 일정한 법도가 있듯이 남의 나라말을 차용하여 쓰는 데에도 지켜야 할 통상 관례가 있는 법이다. 그런데도 일본 사람들은 그런 법도를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들의 편의주의에 따라 남의 말을 마음대로 바꾸어 쓰는 것이다. 우리는 그런 비정상적인 일본의 차용어 행위를 편하다는 것만으로 적극적으로 모방하여 쓰는 것이다.
  외래풍의 일본식 변조 어휘는 그 발음 방식에 따라 다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가 있다.
(1) 일본식 발음과 유사하게 쓰는 변조 어휘
(2) 일본식 발음을 일부 고쳐 쓰는 변조 어휘
  (1)은 “데모,” “메모” 따위와 같이 일본식 발음과 우리말에서의 발음이 거의 같은 경우를 말한다. 이와는 달리 (2)는 “데파트([일]데바-도),” “노트([일]노-도)”와 같이 변조 어휘의 일부 발음이 일본 음운 체계의 제약으로 굴절된 것을 바로 잡는답시고 우리식으로 고쳐 발음하는 것들이다.
  여기에서 한 가지 일러둘 일은 가타가나로 적은 일본식 발음을 편의상 한글로 적도록 한 점이다. 본디 일본식 발음은 가타가나로 적어야 하나 가타가나를 잘 모르는 이들이 많으므로 한글로 적도록 한 것이다. 물론 한글로 적으면 가타가나 발음과 반드시 같지는 않지만 거기에 가까운 것이 될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1) 일본식 발음과 유사하게 쓰는 변조 어휘

  이 부류에 드는 변조 어휘로서 우리나라에도 흔히 쓰이는 것들을 예시하면 대체로 다음과 같다. 표제어는 우리말 발음으로 적었는데 이는 일본식 발음과 같거나 약간 다르다. 또 일본식 발음과 유사한 것으로서 거의 공존하는 변이음이 있는 것은 “/” 표를 하여 병기했다. 괄호 안에는 원어를 적어 놓았으며 일본어 표기는 생략하였다. 우리말 발음과 비슷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가) 공구리(concrete), 다이야(diagram), 다이아(diamond), 데모(demonstration), 데푸레 (deflation), 도란스(transformer), 메모(memorandum), 미스(mistake), 세멘(cement), 쎈치-하다 (sentimental), 시네마(cinematograph), 아마(amateur), 에로(erotic/eroticism), 인푸레(inflation), 파스(callipers), 푸로/프로(program), 푸로/프로(professional), 푸로(percent), 푸로/프로(proletaria), 푸로(propaganda), 하스/허스(husband), 호모(homosexuality)
(나) 미리(millimeter), 센찌/센지(centimeter), 키로/기로(kirogram/kiometer)
(다) 니스/리스(varnish), 밋숀(transmission), 호무(platform)
(라) 모랄(moral sense), 세비로(cevil clothes), 세루(cell motor), 오바(over coat), 체인(chain store), 파마/빠마(permanent wave), 파스(pas ball)
(마) 미싱(sewing machine), 파스(free pass)
(바) 리모곤(remote control), 스프([영]staple fiber 인조 섬유), 구레파스(cryon pastel:크레용과 파스텔의 특징을 따서 만든 일본식 조어)
(사) 레지(casher register: 다방 “레지” 등을 가리킨다)
(아) 데후(differential gear: 자동차 부속의 한 가지로 흔히 쓰인다), 하이야(hired taxi)
(자) (가라) 오께(から orchestra)
  (가)의 부류는 단어의 앞 부분만을 따서 만든 것들인데 이런 조어가 가장 많다. 대개 많이 쓰이는 것으로서 그 발음이 긴 것일 경우에 그런 생략이 일어난다. 특히 “푸로/프로”라는 형태는 각기 단어의 첫 부분을 따서 씀으로써 혼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많다. 각기 앞부분은 같지만 서로 다른 단어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percent”와 같이 그 앞 부분 표기가 전혀 다른 것까지도 “푸로”라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근래에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경우에는 “퍼센트”라고 쓰는 일이 많다. ("pro and con”의 경우에 그 앞의 “pro”는 본디 원어에서 쓰는 약자이므로 위와는 다른 것이다.)
  (나)의 것은 수량 단위를 나타낼 경우에 “meter”를 생략하는 것인데 이것도 일본에서 비롯되어 우리나라에도 널리 퍼져 있다. (다)의 경우는 원어의 끝부분만을 따고 나머지를 줄인 꼴인데 그 원어를 웬만해서는 알기 어렵다. 이런 불합리한 변조 어휘까지도 우리가 들여다 쓰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이런 말은 어느 것보다도 먼저 청산해야 할 변조어다.
  (라)의 것들은 일종의 합성적 결합의 앞 단어만을 표시한 것인데 이것도 비정상적인 것이다. 앞 단어는 대개 한정적인 기능을 가진 것 곧 수식어적 기능을 가진 것인데 그것을 명사처럼 쓰는 것은 문법적으로 문제가 있다. (마)의 것은 뒷 단어를 따서 쓰는 것으로서 (라)의 경우와는 반대이다. 이런 일은 일정한 기준이 없이 앞 부분 또는 뒷 부분을 임의로 선택하고 나머지를 줄여 버리는 변조 행위이다. 곧 어떤 원칙이나 일관성도 없이 마음 내키는 대로 남의 나라말을 멋대로 줄여서 쓰는 것이다.
  (바)의 것은 앞 단어와 뒷 단어의 일부 음을 조합해서 만들어 쓴 것이고 (사)의 경우는 앞 단어를 떼어 버릴 뿐 아니라 뒷 단어도 일부 음만 남겨서 조어를 하였다. 이런 조어법은 매우 기이한 것으로서 상식을 벗어난 일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런 것을 무비판적으로 들여다 쓰고 있으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아)의 경우는 앞 단어의 첫머리 몇 자를 따고 뒷 단어는 무시해 버린 것이다. 이것은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쓰이는 자동차 부품인데 그 어원을 알고 쓰는 이가 거의 없을 정도로 회한한 일본식 변조어이다. (자)는 일본어와 결합된 단어의 일부만을 따서 만든 것이다. 이런 단어가 우리나라에 널리 쓰일 뿐 아니라 그 얼치기 음악이 판을 치고 있는 실정이다(이 얼치기 용어와 음악은 중국의 연변 교포 사회에도 퍼져 있다). 이것이야말로 일본어 또는 일본 문화가 우리 언어문화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음을 말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2) 일본식 발음을 일부 고쳐 쓰는 변조 어휘

  이 부류는 일본식 변조 어휘들의 일부 발음을 고쳐서 쓰는 것들이다. 일본 사람들이 변조 단어를 만드는 과정에서 그들 음운 체계의 제약 때문에 영어 등의 발음을 제대로 표기하지 못한 것을 일부 기워서 발음하도록 한 것이다. 이런 발음의 개칭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일본에서 변조된 것임에는 다름이 없다. 따라서 이들도 물론 일본식 외래 어휘가 국어에 미친 영향인 것이다.
(가) 노트([일]노-도, notebook), 데바트([일]데바-도, department), 마이크([일]마이구, microphone), 빽([일]밧구, background), 빵꾸([일]팡구, puncture), 아파트([일]아바-도, apartment), 인테리([일]인데리, [로] intelligentsia), 콘도([일]곤도, condominium), 콤비([일] 곤비, combination), 텔리비/테레비([일]데레비, television), 항케치([일]한가지, handkerchief)
(나) 세일([일]세이루, bargain sale), 스탠드([일]스단도, lamp stand), 스피커([일]스피가, loud speaker), 스트로([일]스도로-, drinking straw), 카바/카버([일]가-바, book cover, seat cover), 콤프랙스([일]곤푸렛구스, inferiority complex), 포인토/포인트([일]포인도-, contact point:자동차 부속)
(다) 도큐멘타리([일]도규멘다리-, documentary drama/film), 뮤지칼([일]뮤지갈, musical comedy/play), 모닝([일]모닝구, morning coat), 벤치([일]벤지, bench coacher), 스탐프([일]스암푸, stamp ink), 스텐레스([일]스덴레스, stainless steel: 우리말에서는 “스텐 밥그릇”에서처럼 “스텐”으로만 줄여서 말하는 일이 있다), 스프링([일]스프링구, speing coat), 씽글([일]싱구루, single-breasted), 프론트([일]후론도, front desk), 콘사이스([일]곤사이스, concise dictionary), 크랏치([일]구랏지, clutch pedal), 후라시([일]후랏슈, flash bulb/light)
(라) 레미콘([일]레미곤, ready mixed concrete), 매스콤([일]마스고미, mass communication), 에어콘([일]에아곤, air conditioner), 크레파스([일]구레파스, creyon+pastel: 두 가지를 합해서 만든 일본 조어), 사이카([일]사이도 가, side car)
(마) 스파이크([일]스파이구, spiked shoes), 아이스 티([일]코피, iced tea/coffee), 하이힐([일]하이히루, highhilled shoes)
(바) 댄스파티([일]단스파디, dancing party), 스펠([일]스페루, spelling), 스케트([일]스케-도, skating), 스키([일]스기-, skiing), 프라이팬([일]후라이 판, frying pan), 해피엔드([일]핫피엔도, happy ending)
(사) 스테이트맨쉽([일]스데-도만십, statesmanship)에서 처럼 복수 표지 “-s”를 생략하는 수도 있다.). 테이블 맨너([일]데-부루 마나-, table manners), 함엔에그([일]하무엣구, ham and eggs)
(아) 가래 라이스([일]라이스 가래, curry and rice), 아프터 써비스([일]아후다-싸비스, after-sale service)
  이런 생략이나 탈락 현상은 일본에서 이루어진 것인데 우리나라에서도 그대로 도입되어 쓰이고 있는 실정이다.
  (가)의 부류는 자주 쓰이는 말로서 발음이 다소 길 경우에 앞 부분만 일부 따다가 만든 것이다. 그중에 “아파트”라는 말은 원어가 “apartment”인데 그 본디의 뜻과 달리 쓰인다. 구태여 말하자면 “apartment house”라고나 해야 할 것이다. 한 가구가 사는 부분은 “apartment”이고 여러 사람이 사는 부분들이 모인 것 곧 아파트 전체는 “apartments”라 하든가 “apartment house” 정도로 말해야 할 것이다. “데파트”는 “department”가 원어라기보다는 “department store”가 될 것이다. “콘도”는 “condominium”에서 온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말은 일본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확실한 증거가 없다. 일본식 조어를 유추하여 우리가 만든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튼 일본의 외래어 사전에는 안 나타나 있다. 텔리비/테레비는 너무나 많이 쓰이고 있는 말인데 이것은 티비(TV)라고 약해서 부르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마이크, 노트 등은 귀화어로 여길 만큼 많이 쓰인다. 빵꾸, 인테리라는 말도 일상 언어로 굳어져 있다고 할 것이다.
  (나)의 것들은 앞 단어를 생략한 채로 뒷 부분만 사용하는 것들이고 (다)의 것들은 앞 단어만을 택한 것들인데 이것은 관형어적 성격을 띤 것 말하자면 종속적인 부분을 가지고 그 단어를 대표하는 것으로서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중에서 “스텐레스”는 “스텐 밥그릇”에서처럼 “스텐”으로만 줄여서 말하는 일이 있는데 이것은 한국말에서 굴절된 부분인 듯하다. (라)의 것들은 두 단어 중 앞 단어와 뒷 단어의 일부를 조합해서 만들어 쓰는 얼치기 말이다. 이런 말이 우리나라에도 널리 쓰이고 있는 데에 문제가 있다.
  (마), (바), (사)의 부류는 문법 요소 등을 생략해 버린 것들이다. (마)의 “아이스 티/코피” 따위는 본디 와 같이 “iced tea/coffee”를 넣어야 “-ed”를 넣어야 원칙인데 일본식 외래어 표기에서 그런 것을 생략해 버린 것이다. 이런 일본식 생략형이 우리말에도 그대로 들어와 쓰이고 있다. (“아이스 케키”의 경우는 영어나 미국 영어에서도 그런 문법 요소를 언제나 생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의 스펠/스페루(spelling) 따위는 영어의 문법 요소 “-ing”를 탈락시키는 경우이다. 한편, (사)의 경우에는 복수 표지를 빠뜨리고 차용하였다. 의미 본위로 차용하는 마당에는 그런 문법 요소가 없이도 통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정상적인 차용 방식은 아니다. 한편으로 (아)의 부류는 접속 형태 등을 생략하는 경우이다. 이런 생략 현상으로 이루어진 일본식 조어들은 그대로 우리나라에 전해져 있다.
  이상에서 우리나라에서 쓰이고 있는 외래 어휘의 일본식 변조어를 살펴보았다. 이런 어휘들은 되도록 많이 예시하려고 하였으나 여러 가지 사정으로 총망라하지는 못하였다고 본다.
  이런 어휘들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 것인지 큰 문젯거리가 된다. 이들은 얼핏 보기에 외래 어휘처럼 느껴지지만 국적을 무시한 트기말이다. 일본 사람들이 자기들의 편의에 따라 어떤 원칙이나 기준도 없이 거두절미하여 만들어 낸 것이다. 이것들이 일본에만 쓰인다면 모르는데 불행히도 우리나라에까지 전해져서 널리 쓰이고 있으니 딱한 일이다. 결국 우리는 이런 비정식적인 어휘의 사용에서 일본의 영향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그런 쓰임이 편리하다고 할지라도 우리 언어 발전이나 외국어의 적절한 차용 문제에서 매우 꺼림칙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자라나는 세대들이 영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많은 회의와 갈등을 느낄 것이다. 실제로 이런 말들을 영어로 잘못 알고 외국에 가서 그대로 썼다가 말이 통하지 않아서 낭패를 당하거나 망신을 당한 일이 비일비재하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이런 비정상적인 외래어휘들은 하루빨리 정리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 국어 순화의 차원에서, 일본어의 영향을 청산한다는 의미에서, 바른 외국어 교육의 관점에서 그리고 언어 차용상의 질서를 지키는 뜻에서 위와 같은 얼치기 일본식 변조어들은 되도록 빨리 정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2. 일본식 발음으로 굳어진 외래 어휘

  위에서 일본식으로 변조된 낱말이나 표현에 관하여 살폈는데 그런 비정상적인 외래 어휘 이외에도 일본을 거쳐 들어온 것 중에는 발음상 문제가 있는 어휘들이 있다. 곧 원어를 줄이거나 변조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여 쓰고 있는 외래 어휘들인데도 일본을 거쳐 들어오는 동안에 그 음운 체계의 모자람 때문에 발음상 문제가 많은 것이다. 그런 어휘들 중에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일본식 발음으로 굳어진 것들이다.
  여기 특히 일본식 발음이라 함은 일본의 한정된 수의 음절 때문에 원음을 그대로 소리 내지 못하고 달리 발음하는 것들을 말한다. 이런 어휘들은 일찍부터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일반 대중의 입에 익어져 있다. 이들에 관해서는 국어사전 등에서 원음에 가깝도록 표기를 하고 있으나 일반 대중은 과거의 습관을 떨쳐 버리지 못하고 일본식 발음 그대로 쓰고 있다. 특히 이런 어휘는 나이가 많은 측에 더 흔히 쓰이고 있는 형편이다.
  아래 보기에서 첫째 표제는 아직도 일본식 발음을 그대로 표시한 것이다. 비록 한글로 발음을 표기하였지만 일본의 가타가나로 표기한 것과 별 다름이 없는 것이다. 물론 일본의 가타가나로 읽을 때와는 얼마쯤 차이가 있겠지만 그 가타가나 발음을 거의 그대로 한글로 표기한 것이다. 말하자면 일본식 발음을 한글로 적어서 발음하는 말들인 것이다. 이 표제어 옆에 “/” 표를 하고 적은 것은 일본식 발음을 바탕으로 한 것이지만 경음화 등으로 말미암은 변이음이다. 이를테면 “가스”를 “까스”라고 하는 따위이다. 그러나 이것은 일본식 발음을 탈피하려는 데서 나온 것이 아니고 한국어와 일본어의 음운 체계의 차이에서 나오는 것이므로 일본식 발음의 한국적인 변이 형태라 할 것이다.
가스/까스(gas), 고무(gomme, gum), 구리스(grease), 구라이다(glider), 낫도(nut), 노다지 (no-touch: 노다지 캔다고 할 때에 쓰이는 말이다), 노이로제([라띤]neurose), 뉴스(news), 도나 스(doughnuts), 도라무(drum), 도마도(tomato), (돈)가스/까스(pork cutlet), 라지에따(radiator), 레자(leather: 인공 가죽), 류구사꾸/니구사꾸(rucksack), 로타리(rotary), 마네깅(mannequin), 마운드(mount: 투수가 던지는 자리), 마후라(muffler 목도리 또는 소음기), 모루다루(mortar), 모타(motor), 마요네스(mayonnaise), 맛사지(massage), 바께쓰(bucket: 미국 영어인데 한때 많이 썼음. 우리말로는 양동이로 고쳐 쓴다), 바란스(balance), 바바리(burberry), 방가로(bungalow), 밤바(bumper), 밧데리/빳데리(battery), 보나스(bonus), 보당(button), 보루(가미)(board紙), 보루방([라띤] boor bank: 공작 기계의 한 가지), 복싱(boxing), 부레끼(brake), 비라([라띤]billa), 비푸 가스/까스(beef cutlet), 빠꾸(하다)(to back), 빳따(batter), 뻬빠(paper: 마찰지), 뽐푸(pump), 뿌라구(plague), 뿌롯지(broach), 사라다(salad), 싸라리(salary), 사보타지(sabotage), 사보도/사보로(supporter), 사이다(cider), 샷다(shutter), 세무(chamois 가죽), 소다(soda), 소세지/쏘세지(sausage), 쇼/쑈(soow), 스라부(slab), 스윗지(switch), 스테끼(stick), 아스(earth), 오무 라이스(omelette+rice로 된 일본식 조어), 오아시스(oasis), 쟈꾸(zipper의 일본식 조어), 잠바(jumper), 쥬부(tube), 타이야(tire), 포스타(poster), 핏차(ptcher), 하니문(honeymoon), 호무스판(homespan), 후라이 판(frypan), 후라시(flash), 후록구(fluke/flook: 후록구로 맞다, 곧 공 같은 것이 아무렇게나 맞는 것을 말한다), 휴스(fuse)
  위와 같은 어휘들은 일본식으로 굴절된 것이 우리나라에 고스란히 전해져서 그대로 통용되고 있는 것인데, 과연 이것을 외래어로 받아들여서 마땅한 것인지 의문이다. 특히 일본 말을 전혀 모르고 이런 말들을 배운 젊은 세대들은 그 원어와의 발음상 또는 의미상 괴리에 회의를 느끼고 과연 그렇게 발음해야 하는 것인지 갈등을 느낄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이런 어휘들은 되도록 빨리 원음에 가까운 발음의 것으로 바꾸든가 아니면 적절한 우리말로 대치하여 아예 그런 말을 외래어에서 제외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더구나 이것은 우리말의 순화 차원에서도 정리해야 할 대상이다. 이런 말들이 널리 쓰이고 있는 이상 일본어의 영향을 온전히 씻어 버리지 못하고 있음을 뚜렷이 드러내는 것이다.

  [새김] “구락부”는 일제 시대에 클럽(club)을 한자어로 俱樂部라고 한데서 유래된 것인데 요즈음은 거의 안 쓰인다. 젊은이들은 이것을 “동아리”라는 순수 우리말로 대치하여 쓰고 있다. 한편으로 “담배”는 스페인 어 tabaco, (영어의 tobacco)에서 “담바고” 등으로 전음되다가 정착된 것이다.


          3. 일본식 발음과 고친 발음이 공존하는 것

  이 부류는 일본식으로 발음하는 경우와 원음에 가깝도록 고쳐서 발음을 하는 경우가 공존하는 것들이다. 곧 동일한 외래 어휘에 대하여 일부에서는 일본식 발음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고 한편에서는 원음에 가깝도록 고쳐서 발음하는 것이다. 이것은 일본식 발음을 원음에 가깝도록 바꾸어 가는 과도적 현상이라 할 것이다. “/” 앞의 표제어는 고친 발음이고 그 뒤의 것은 일본식 발음의 잔존형이다.
개소린/가소린, 그램/구라무, 다뀨멘터리/다규만다리, 댄스/단스, 드라이버/도라이바. 라이터/라이타, 렛델/렛데루, 로맨스/로망스, 래디오/라지오, 레일/레루(rail), 리그(전)/리구(전), 마라톤/마라돈, 마이나스/마이너스, 매담/마다무, 매스게임/마스게-무, 매스미디어/마스미디아, 매스터 프랜/마스다 푸란, 마크/마-꾸, 맥시멈/마기시마무, 멧시지/멧세지, 몰핀/모루핀, 미터/메다/메도루, 바이러스/바이라스, 박테리아/바꾸데리아, 발브/바루부, 백찐/바구신, 밴드/반도, 뺏지/밧지, 보일러/보이라, 부로크/보로꾸, 비로드/비로도, 비아/비-루, 스타일/스다이루, 스포츠/스포쓰, 아이버리/아이보리, 알콜/아루고루, 에러/에라, 엔지니어/엔지니아, 에너지/에나지, 올갠/오루간, 죠크/죠구, 츄럭/도락구, 캬부렛다/갸부렛다, 코일/고이루, 타일/타이루, 탱크/당꾸, 프러스/푸라스, 홀몬/호루몬, 홈런/호무란, 후크/후꾸, 히터/히-다
  이런 외래 어휘들은 일본식 발음으로 일부 쓰이고 있지만 차차 원어 발음으로 자연스럽게 탈바꿈하고 있다. 곧 일제 시대부터 뭇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기 때문에 일본식 발음이 온전히 가시지 않고 있으나 이들은 얼마 안 있으면 온전한 정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젊은 세대들의 말씨에는 일본식 발음은 급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어떻든 비록 일본을 통하여 들어왔고 또 그들의 발음에 좇아왔기에 아직도 그 흔적이 남아 있으나 이것도 일본 찌꺼기의 일종임을 깨닫고 바로 잡는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4. 원음에 가깝도록 고쳐 발음하는 어휘

  일본을 통해서 들어온 외래 어휘 중에는 원음에 가깝도록 고쳐서 적는 것들이 점차 많아지게 되었다. 본디 일본 사람들을 거쳐 들어왔음이 분명한 것인데 일본식의 불완전한 발음을 원음에 가깝도록 고쳐서 쓰는 것이다. 이를테면, 일본 사람들이 “도아”로 발음하는 것을 “도어”로 고쳐서 말하는 경우처럼 모음 “아”를 “어”로 고쳐 발음한다든지, “무-도”를 “무드”로 하는 경우처럼 “오”를 “으”로 고쳐 발음하는 따위이다. 또 자음의 경우에도 일본 말에는 “ㅋ”이나 “ㅌ” 소리가 없어서 거센 소리를 못 적는 데서 오는 현상을 한글로 적어서 바로 잡는 따위이다. 이렇게 원음에 가깝도록 하려는 노력은 일본식 발음이 원어에서 너무 멀고 어색하므로 특히 젊은층에서 저항을 느끼기 때문이다. 일본 말을 모르는 신세대들은 원어의 발음을 찾아서 외래어 표기법에 맞다고 적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한 결과로 다음과 같이 일본식 발음을 고쳐 쓰고 있는 것이다.


1) 일본 말 외래어 표기의 모음 일부를 고쳐 발음하는 경우

        (1) <어 ← 아>
  일본어 외래어 표기에서 모음 “아”로 된 것을 “어”로 고쳐서 발음하는 것이다. 그 보기를 들면 다음과 같다.
다이어리([일]다이아리, diary), 더불([일]다부루, double), 도어([일]도아, door), 디너([일]디나, dinner), 라이벌([일]라이바루, rival), 런너([일]란나, runner), 모던 걸([일]모단 갈, modern girl), 도니터/모니타([일]모니다, monitor), 버스([일]바스, bus), 비어홀([일]비아홀, beer hall), 센터([일]센다, center), 써비스/서비스([일]사비스, service), 스피커([일]스피카, speaker), 시린더([일]시린다, cylinder), 에어([일]에아, air), 앨범([일] 알바무, album)

        (2) <으 ← 오/우>
  일본어 외래어 표기에서 모음 “오”나 “우”로 발음되도록 한 것을 “으”로 고쳐서 발음하는 것이다. 그 보기를 들면 다음과 같다.
글러브([일]구라부, glove), 다이아몬드([일]다이아몬도, diamond), 드라마([일]도라마, drama), 드라이([일]도라이, dry), 드레스([일]도레-스, dress), 라운드([일]라운도, round), 리바운드([일]리바운도, rebound), 모노로그([일]모노로구, monologue), 무드([일]무-도, mood), 밴드([일]반도, band) 볼트([일] 보루도, volt), 사운드([일]사운도, sound), 스카우트([일]스가우도, scout), 왓트([일]왓도, watt), 트럭([일]도락구, truck), 코드([일]고-도, code), 힛드([일]힛도, hit)

        (3) <애 ← 아>
  일본어 외래어 표기에서 모음 “아”로 발음되도록 한 것을 “애”로 고쳐서 발음하는 것이다. 그 보기를 들면 다음과 같다.
그래프([일]그라프, graph), 매너([일]마나, manner), 매네이저/매니저([일]마네이자, manager), 매스콤/매스컴([일]마스 고미, mass communication), 매직([일]마직, magic), 맹홀/맨홀([일]망호루, manhole), 택시([일]다구시, taxi), 핸들([일]한도루, handle)

             2) 일본 말 외래어 표기의 자음 일부를 고쳐서 발음하는 경우

        (1) <ㄹ ← 루>
  일본어 외래어 표기에서 “루”로 발음되도록 한 것을 “ㄹ”로 고쳐서 발음하는 것이다. 그 보기를 들면 다음과 같다.
다블/더블([일]다부루, double), 달라([일]도루, dollar), 레일([일]레루, rail), 룰:([일]루-루, rule), 드릴([일]드리루, 메달(메다루, medal), 모델([일]모데루, model), 모랄([일]모라루, moral), 몰핀([일]모루핀, morphine), 밀크([일]미루구, milk), 볼([일]보루, ball), 스릴([일]스리루, thrill), 알콜/알코홀([일]아루고루, alcohol), 앙콜([일]앙고루, [프]encore), 오일([일]오이루, oil), 카피털/캐피털([일]가피다루, capital), 코울타르([일]고루다루, coal tar), 호일([일]호이루, hoil), 호텔([일]호테루, hotel), 홀([일]호-루, hall), 빌라([일]비라, villa)

        (2) <ㅁ ← 무>
  일본어 외래어 표기에서 “무”로 발음되도록 한 것을 “ㅁ”으로 고쳐서 발음하는 것이다. 그 보기를 들면 다음과 같다.
껌([일]고무, gum), 매담/마담([일]마다무, madame), 매스게임([일]마스게-무, mass game), 맥시멈([일]마기시마무, maximum), 미니맘([일]미니마무, minimum), 타임([일]다이무, time), 프레미엄([일] 푸레미아무, premium), 홈런([일]호무란, home run)

        (3) 격음화 표기
  일본어 외래어 표기에 쓰인 “カ”나 “タ” 따위를 “카”나 “타” 따위로 격음화해서 발음하는 것이다. 영어 등의 “ka”나 “ta” 따위를 표기하는 데는 유기음의 정도가 낮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보기를 들면 다음과 같다.
넥타이([일]네구다이, necktie), 마케트([일]마-게도, market), 스타([일]스다, star), 스토리([일]스도리, story), 스키([일]스기, ski), 카드([일]가-도, card), 카레([일]가레, curry), 케이블([일]게-부루, cable), 케이스([일]게-스, case), 케이크([일]게-기, cake), 코너([일]고-나, corner), 콤비([일]곤비, combination), 크림([일]구리무, cream), 타일([일]다이루, tile), 타이어([일]다이아, tire), 타이밍([일]다이밍구, timing), 택시([일]다구시, taxi), 택스트([일]데기스도, text), 테니스([일]데니스, tennis), 테이프([일]데-푸, tape), 테이블([일]데-부루, table), 토스트([일]도스도, toast), 히트([일]힛도, hit)

  그런데 “스토리([일]스도리, story), 스타([일]스다, star), 스키([일]스기, ski)” 따위의 경우에는 격음화하지 않는 것이 원어 발음에 가깝다. “s” 다음에 나타나는 영어 파열음은 유기음이 약화되는 것이 상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는 일본식 발음이 원음에 가깝고 한국식 발음은 오히려 잘못된 것이다.


        (4) 경음화 표기
  일본어 외래 표기의 일부가 경음화되어 발음되는 수가 있다. 특히 라틴 말이나 프랑스 말 등이 원어일 경우에 그런 경향이 짙다. 이런 경우에는 원어 발음에 경음화가 원발음에 비교적 가깝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영어의 경우에는 그런 경음화가 원음에서 오히려 멀어진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가스떼라([일] 가스데라, [포르투갈]castella), 깝빠([일]갓바, [라틴]capa), 껌([일]고무, gum), 뎀뿌라([일]덴푸라, [포르투갈]tempero), 만또([일]만도, [라틴]manto), 빠꾸([일]밧구, back), 빠([일]바, bar), 빠다([일]바다, butter), 빠마([일]파마, permanent wave), 빤쓰([일]반쓰, pants), 빽미러([일]밧구미라, back mirror), 뻰찌([일]펜지, [프]pince, [영]pinchers), 뽀뿌라([일]포푸라, poplar), 뽀뿌링([일]포푸린, poplin), 빵([일]판, [스페인]pan), 빽/백([일]바구, bag), 삔또/핀트([일]핀도, [네]brandpunt), 빵빠레/팡파르([일]팡파루, [프]fanfare), 쑈/쇼([일]쇼-, show), 쏘스([일]소스, sauce/source), 쏘시지/소세지([일]소세지, sausage), 쏠로/솔로([일]소로, [이태리]solo)

        (5) <ㅌ ← ㅆ>
  일본어의 외래 표기에서 일부 “t”가 “w” 나 “s” 따위 앞에 나타날 때에는 “쓰” 음으로 표기하는 일이 있다.
투([일]쓰, two), 투어([일]쓰아, tour), 투이스트([일]쓰이스도, twist), 투피스([일]쓰-피스, two-piece), 트루스([일]쓰루-스, truth), 스포츠([일]스포쓰, sports)
  이런 표기법은 일본어 음운 체계의 한정성에서 나온 현상으로서 원음에서 멀리 벗어난 느낌을 준다.


        (6) <ㅍ ← ㅎ>
  영어의 “f” 발음은 일본어나 한국어에서 그 대응음을 찾을 수가 없다. 이 마찰음은 두 나라 말의 음운 체계에는 빠져 있는 것이다. 한국어에서는 이것을 대개 “p”계 음운 곧 “ㅍ”으로 표기하게 되는데 이는 원음과는 많은 차이를 빚는다. 일본어에서는 그것을 “h” 음운 계열의 “ㄱ” 계통의 음으로 표기한다. 이것도 원음을 제대로 적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캄프라쥬([일]가무후라-쥬, [프]camouflage), 코피([일] 코-히, coffee), 파울 볼([일]하루 보루, foul ball), 팬([일]한, fan), 포커스([일]호가-스, focus), 폼([일]호무, form), 포크([일]호-구, fork), 풋볼([일]후토 보루, football), 프레임([일]후레-무, flame), 프런트([일]후론도, front), 프로어([일]후로아, floor), 푸루츠([일]후루쓰, fruit)

          5. 일본식의 독특한 용례로 굳어진 어휘

  일본어에서 외래 어휘로 여겨지는 것들 중에는 그 의미나 쓰임이 원어와 다른 것들이 있음은 앞에서 지적하였다. 이를테면, 간닝구(컨닝, cunning)와 같은 말은 그 본래 뜻과 달리 일본어에서 통용되는 외래성 어휘인 것이다. 이런 일본식 독특한 의미나 용례를 가진 말들이 우리나라에도 그대로 전해져 쓰이는 일이 있다. 이것도 일본식으로 굴절된 언어문화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경우라 할 것이다.
  이런 외래성 어휘들은 다음 몇 가지로 나누어 볼 수가 있다.
1) 일본 통용 의미가 영미어 등 동일 형태의 원어와 다른 것
2) 미국 영어와 영국 영어에서 서로 달리 쓰이는 것
3) 그밖에 정확한 어원을 찾을 수 없는 어휘
  이런 어휘들은 일본 외래어 연구 등에서 논의되는 것들인데 우리나라에도 그대로 전래되고 있다(구리히로 1981 등 참조). 따라서 이들도 일본에서 비롯되어 우리나라에 전래된 것임이 확실하다.


        1) 일본 통용 의미가 영미어 등 동일 형태의 원어와 다른 것

  다음 보기에서 표제어는 우리나라에서 통용되는 표기를 나타내며 괄호 안에는 일본식 표기가 나타나 있다.

  (1) 아이스크림([일]아이스구리-무): 이 낱말의 원어는 ice cream으로 알려져 있는데 본래 식사 때의 후식으로 먹는 것을 가리킨다. 그런데 이것이 일본에서는 다과점 등에서 파는 빙과와 같은 음식으로 여겨지는 것이 보통이라 한다. 이런 사정은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는 일본과 생활 유형이 비슷한 우리나라에서 쉽사리 통용될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어떻든 이런 외래 어휘는 일본어의 영향을 확실히 반영하는 예가 될 것이다.
  (2) 스파게티([일]스파게디-): 이 말은 이태리 어의 spaghetti에서 유래된 것인데 일본이나 한국에서는 마카로니의 한 가지 곧 이태리식 면류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태리에서는 그보다는 먹는 야채의 일종을 가리키는 말이라 한다. 곧 이 말도 본래 용례에서 다소 벗어난 쓰임을 일본어에서 보이는 것인데 그것이 우리나라에도 통용되는 말 중의 하나가 된 것이다.
  (3) 스토브([일]스도-부): 이 말은 영어의 stove에서 유래된 것이기는 하나 원어에서의 용법과 달리 쓰인다. 이 말은 일본에서 난방용 난로로 쓰이고 있는데 영어의 경우에는 본디 취사용으로 쓰이는 작은 풍로를 가리킨다. 말하자면 영어의 스토브는 일본어의 “곤로(熴爐)” 정도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런 사정은 한국어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곧 한국어에서는 일본어에서와 같이 “스토브”는 난방용 난로이고 취사용 곤로와 다른 뜻으로 쓰인다는 것이다.
  (4) 함마/햄머([표]해머, [일]한마): 이 말은 영어의 hammer와 관련된 말이기는 하나 일본이나 한국에서의 용법은 다소 다르다. 영어에서는 이 말이 작은 쇠망치 정도를 가리키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한국어에서는 일본어의 용법에 따라 쇠매를 가리키는 것이 보통이다. 이런 뜻의 매는 영어에서는 sledge&hammer라 하고 hammer와는 구분한다고 한다.
  (5) 레저([일]레쟈-): 이 말은 영어의 leisure와 관련된 말인데 일본이나 한국에서는 흔히 ‘여가’ 정도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런 뜻(freedom for duty)도 있으나 외국에서는 돈을 써서 여가를 활용하는 의미로 많이 쓰이는 경향이 있다.
  (6) 제스츄어([일]제스챠-): 이 말은 영어의 gesture라는 말에서 유래된 것인데 일본어에서 “마음은 없으면서 제스츄어만 취한다.”라고 할 경우 등에 쓰인다. 곧 겉으로 보이기 위한 태도를 억지로 만들어 보이는 것을 의미하는 데에 쓰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영어에서 일반적으로 쓰이는 의미와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어에서는 마음을 몸가짐으로 나타내는 것 이를테면 friendly gesture와 같이 우정의 마음을 그 해동으로 보여 주는 경우에 쓰이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우리말에서도 이 말은 일본어에서와 같이 ‘겉보이기 행동’을 가리키는 뜻으로 흔히 쓰인다.
  (7) 스태끼([일]스뎃기): 이 말은 본디 stick라는 영어에서 유래된 것이다. 이 말은 “막대기”를 가리키는 것이 보통인데 일본 말에서는 막대기보다는 지팡이(杖)를 가리키는 경향이 짙었다. 우리말에서도 이런 뜻이 통용되는 일이 많았다. 이는 일본의 영향을 받은 것이 확실하다. 그런데 근래에 와서는 한국에서 ‘막대기’의 뜻을 가리킬 때에는 “스틱”라고 발음하여 지팡이와 구분하는 듯하다.
  (8) 보스([일]보스): 이 말은 영어의 boss와 관련된 것인데 일본이나 한국에서는 그 쓰임이 얼마쯤 달라져 있다. 영어에서는 보스는 단순히 ‘직장의 상사’를 가리키는 것이 보통인데 일본어나 한국어에서는 그 의미가 확대되어 쓰이는 경향이 있다. 권력층 등 정치적인 우두머리를 가리키는 경향이 농후한 것이다.
  (9) 나이프([일]나이후): 이 말은 영어의 knife와 관련되기는 하나 그 쓰임이 원어보다 한정되어 있다. 일본이나 한국에서는 이 말은 서양식의 식사용 작은 칼을 가리키는 것으로 한정되어 있다. 물론 이런 뜻은 일본에서 쓰는 용법에서 유래되어 한국에도 통용된 것이라 할 수가 있다.
  (10) 사이다([일]사이다): cider라는 원말의 본래 의미는 ‘사과 술’이었는데 일본에서 청량 음료수라는 의미로 널리 쓰이게 되었으며 한국에도 그대로 전해졌다.
  (11) 히프([일]히푸): 원말은 hip ‘엉덩이’를 가리키는데 일본이나 한국에서는 그 둘레의 치수를 가리키는 말로 전용되고 있다.
  (12) 맨숀([일]만숀): 원말 mansion은 고급 연립 주택이 아니고 콘도 정도의 일반 연립 주택을 가리키는 말인데 일본이나 한국에서는 매우 고급스런 연립 주택을 가리키게 되었다.
  (13) 데스크([일]데스구, desk): 본시 ‘책상’을 나타내는 말인데 일본의 신문사에서는 부장이나 부부장 등을 포괄적으로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이것이 우리나라에도 그대로 전해져서 신문 방송 등의 부장급을 가리킨다. 미국 영어에서는 “편집부”를 가리키는 말로 쓰는 사례가 있는데 일본에서는 그것을 더 구체적으로 전용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14) 핸들([일]한도루): 이 말은 본디 handle 곧 손잡이라는 뜻인데 일본에서는 자동차 운전대라는 뜻으로 쓰이는데 우리나라에도 그대로 전해져 있다. 영어에서는 steering wheel이라고 하는 것이다.
  (15) 싸인([일]사인): 원말 sign은 명사가 아니고 동사인데 일본이나 한국에서는 명사처럼 쓰이고 있다. 명사를 가리킬 때에는 signature라 하여야 한다. 따라서 원어대로 정확히 말하려면 “이 서류에는 필자의 씨그니처가 없군.”이라고 하여야 할 것이다. “싸인이 없다”라는 말은 일본식의 영향을 받은 말씨이다.


        2) 미국 영어와 영국 영어에서 서로 달리 쓰이는 것

  다음의 예들은 일본어에서 통용되는 외래어이고 그것이 한국에도 유입되어 있는데 미국 영어나 영국 영어에서 차이를 보인다. 이들 말이 일본에 유입된 것은 주로 영국 영어이므로 미국 영어에서는 그 쓰임이 없게 된 경우가 있다고 여겨진다.
  (1) 스빠나([일]스파나): 영국 영어 spanner에서 유래된 것인데 미국 영어에서는 monkey-wrench라고 한다.
  (2) 프레트폼([일]호무): 이 말은 영국 영어의 platform에서 유래된 것인데 일본어에서는 “호무”라고 축약해서 쓰이며 한국에도 그이 전래되었음은 앞에서 이미 예든 바가 있다. 그런데 미국 영어에서는 이것이 track이라 한다.
  (3) 비스케트([일]비스겟도): 이 말은 영국 영어 biscuit에서 유래된 말인데, 미국에서는 cracker라고 하는 것이다. 우리말에서는 물론 일본에서와 같이 비스케트 또는 비스켙이라 한다.
  (4) 핸드백([일]한도박구): 이 말은 handbag이라는 말에서 유래된 것으로서 일본이나 한국에서는 여자용 작은 가방을 가리킨다. 이는 영국 영어에서의 용법과 일치하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 영어에서는 여자용 지갑 purse(남자용은 wallet)를 가리킨다고 한다.
  (5) 로타리([일]로-다리-): 이것은 rotary라는 말에서 유래된 것으로서 일본이나 한국에서는 길이 4통 5달로 만나는 지점을 가리킨다. 그런데 이 말은 미국의 일부 지방에서만 같은 의미로 쓰이고 많은 지방에서는 그것이 무슨 말인지 모르는 이가 많으며 영국에서는 안 쓰인다. 미국에서는 traffic circle이라는 말이 널리 쓰이고 영국에서는 traffic roundabout라고 하는 것이 보통이다.
  (6) 카([일]가-): 이것은 일본어의 경우에 영어의 car에 해당하는 것들을 가리키는데 미국이나 영국에서의 쓰임이 얼마쯤 다르다. 미국 영어의 카는 자동차 automobile, 영국 영어에서는 motor car를 가리킨다. 또 이 말은 미국에서 전차 street car, 영국에서의 tram car를 가리키기도 한다. 또 일본에서는 유모차를 baby car(미국 영어의 baby buggy, 영국 영어 perambulator)라는 용어를 만들어 쓰는가 하면, 리야카(rear-car)라는 말도 만들어 쓰고 있다. 이런 조어들도 한국어에 거의 그대로 전해져서 쓰이는 형편이다.


          6. 원어와 무관한 일본식 외래풍의 조어

  영어 등의 외국어를 가지고 일본 사람들이 만들어 쓴 것들이 꽤 있다. 곧 영어 등에는 그런 표현이나 복합어가 없는데도 일본 사람들이 만들어 써서 외래어처럼 느끼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일본식 외래풍의 조어도 거의 한국에 전래되어 쓰인다.
  (1) 하이카라([일]하이가라): 이것은 high collar라는 영어 단어로 쓰고 있는데 정작 영미어에서는 그런 표현이 안 쓰인다. 더구나 일본어에서 쓰는 것과 같은 용법으로는 쓰이는 일이 없다. 이 말은 일본의 명치 시대부터 유행한 말로서 서양풍의 차림을 한 사람을 조속적으로 가리키는 말이었다. 이것이 우리나라에도 거의 같은 뜻으로 일제 시대부터 많이 쓰이고 있다. 그 어위적 의미는 ‘높은 카라’로서 가톨릭 신부들의 roman collar와 비슷한 것을 가리키는 말이라 보인다. 이런 카라를 한 사람은 서구적인 신사풍을 가진 멋쟁이라 여기고 그런 이들을 가리키는 말로 유행되었던 것이다.
  (2) 백미러([일]박구미라-): 이것은 영어로 나타나면 back-mirror라 할 것인데 일본이나 한국에서만 쓰이고 영미에서는 driver’s mirror/rear-view mirror로 통한다. 곧 이것은 일본에서 조어되어 쓰이는 것인데 한국에도 전해진 것이다.
  (3) 후론트 그라스([일]후론도 가라스): 이것은 차의 앞 유리를 가리키는 말로 영어로 직역하면 front glass가 될 것이다. 이것도 일본에서의 조어로서 한국에 전해진 것이다. 영미에서는 그런 말이 안 쓰이고 windshield/windscreen이라는 말이 통용되기 때문이다.
  (4) 오토바이([일]오도바이): 이것은 일본식 조어로서 ‘자동 자전차(auto-bicycle)’라는 뜻으로 통용된 듯하며 그것은 한국에서도 그대로 쓰이고 있다. 영미에서는 motorcycle/motorbike이라 하는 것이다. (베트남에서는 이런 차를 “혼다”라고 부르는 것을 보았다. 그곳에 일본 혼다(本田) 회사의 제품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일 것이다.)
  (5) 리야카([일]리아가-): rear-car라는 일본식 조어로서 영어처럼 들리나 영미어에는 그런 말이 없다. 영어로 설명한다면 bicycle-drawn cart라고 할 만한 것이다. 이 일본식 조어도 우리나라에 널리 쓰이는 말이 되었다. “리야카꾼”이라는 말이 우리의 귀에 생생하다.
  (6) 올드 미스([일]오-루도미스): 이것도 일본식 조어의 한 가지이다. 영어에는 그런 말이 없고 unmarried woman 또는 old maid로 해석될 뿐이다. 우리나라에도 전해져 널리 쓰였으며 한때 유행가 가사의 일부로 등장하기도 했다.
  (7) 나이타([일]나이다): 이것은 night game을 바탕으로 일본 사람들이 만들어 쓰는 조어이다. 이것도 야구 등 운동 관계자들을 통하여 우리나라에도 유입되어 쓰인다.
  (8) 자꾸([일]쟘구): 이것은 영어의 zipper를 가리키는 일본식 조어다. 이것은 한국어에 그대로 전래되어 쓰인다.
  (9) 노타이 샤쓰([일]노-다이): “no-tie”는 “no-necktie”라는 말을 상정하고 그것을 다시 줄여서 만든 말로 여겨진다. 위 두 말은 영어에는 없는 말이다. 이것이 우리나라에도 전해져서 “노타이 샤쓰”는 넥타이를 매지 않도록 되어 있는 셔츠를 가리키는 데에 쓰고 있다.
  (10) 오무 라이스: 이것은 omelette와 rice를 합쳐서 일본 사람들이 만든 말이다. 자연히 이것이 가리키는 음식도 일본식의 독특한 요리법으로 된 것이다. 이것이 한국에도 그대로 전해져 쓰인다.

  [새김] 루-베(류-베)라는 말은 본디 “立方米”(입방미터)를 일본음으로 발음한 데서 온 것으로서 외래어가 아니다. 영어로는 cubic metre가 될 것이다. 헤-배는 “平方米(평방미터)”를 나타내는 일본 말이다.
  한편으로 구두([일]구쓰, [몽고]gutul, gulxa)는 일본어에서 한국어로 건너온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어떻게 보면 우리말에서 일본어로 영향을 준 것이라 할 수도 있다. 이것은 앞으로 더 확실한 논구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


마무리

  위에서 일본을 통해서 들어온 외래 어휘 또는 외래풍의 어휘에 관하여 살펴보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쓰이고 있는 서구 외래 어휘는 대부분 일본을 거쳐서 왔으며 또 많은 경우 일본식으로 굴절되고 변조된 것이다. 그 발음 면에서도 일본식 불완전한 발음이 아직도 남아 있는 것들이 많다.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이런 일본식 외래 어휘들이 우리 외래 문화에 끼친 영향은 아직도 심각하며 우리는 그것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글에서 논의하여 밝힌 내용을 간추려 보기로 한다. 일본을 통해서 들어온 외래 어휘는 다음 여섯 가지로 나누어 볼 수가 있다.
(1) 외래 어휘의 일본식 변조어
(2) 일본식 발음으로 남아 있는 어휘
(3) 일본식과 고친 발음이 공존하는 어휘
(4) 원음에 가깝도록 고쳐 발음하는 어휘
(5) 일본식의 독특한 용례로 굳어진 어휘
(6) 원어와 무관한 일본식 외래풍의 조어
  (1)에 드는 외래풍의 어휘들은 가장 전형적인 일본식 변조 어휘들이다. 이들은 영어 등 외국어를 일본 사람들이 일부러 축약하거나 거두 절미하여 만들어 쓴 것들인데 우리나라에도 그대로 들어와 판을 치고 있다. “데모”, “텔레비”, “빽(background)”, “빵꾸(puncture)”, “아파트”, “인테리”, “에어콘”, “세루(cell motor)” 같은 것이 그 보기이다. 이런 말들은 서구어도 아니요 일본 말도 아닌 트기말이다. 언어 차용의 관례를 벗어난 비정상적인 일본식 조어라 할 수 있다. 이런 말들이 언어 차용의 관례를 벗어난 비정상적인 일본식 조어라 할 수 있다. 이런 말들이 거의 고스란히 우리나라에 들어와 쓰임은 어떻게 보면 매우 수치스러운 일이며 우리가 일본어의 영향 밑에 있음을 웅변하는 것이다.
  (2) 일본식 발음으로 왜곡되어 굳어진 것들로서 “고무”, “마후라” 따위가 그 보기이다. 뉴스(news), 도나스(doughnuts), 도라무(drum), 도마도(tomato), (돈)가스/까스(pork cutlet), 라지에따(radiator), 마후라(muffler) 따위이다. 이들은 원어의 발음이 일본 음운 체계의 결합 때문에 왜곡되어 발음되는 것인데 우리나라에 그대로 전해져서 쓰이고 있다. 마치 우리가 만들어 쓰는 것처럼 아무 거리낌도 없이 쓰고 있는 일본식 어휘들이다. 이것도 일본식 발음의 영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경우인 것이다.
  (3)의 부류는 일본식 발음과 고친 발음이 공존하는 경우이다. 이를테면 “댄스/단스”, “레일/레루”, “라이터/라이타”, “렛델/렛데루”, “로맨스/로망스”, “래디오/라지오”에서 각기 “/” 앞에 것은 원음에 가깝도록 고쳐서 발음하는 것이고, 그 뒷쪽은 일본식 발음을 그대로 쓰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전자와 같이 발음하지만 아직도 일부에서는 후자 곧 일본식 발음을 그대로 쓰고 있다. 이것은 원음에 가까운 우리말식 발음으로 바꾸어 가는 과정에 있다 할 것이다.
  (4)의 부류는 “카드([일]가-도, card)”, “무드([일]무-도, mood)”, “더불([일]다부루, double)”, “디너([일]디나, dinner)”, “라이벌([일]라이바루, rival)”, “모던 걸([일]모단 갈, modern girl)” 따위에서 보듯이 괄호 안의 일본식 발음을 지양하고 원음에 가까운 발음으로 거의 온전히 고쳐서 쓰는 경우이다. 그것은 일본식 발음이 너무 어색하고 원음에서 멀어져서 그대로 따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는 일본식 영향을 벗어나고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본디 이들도 일본식 발음으로 쓰였던 때가 있었으므로 이들도 일본을 거쳐서 들어온 것임은 거의 틀림이 없다.
  (5)의 부류는 일본의 용례가 원어의 뜻에서 벗어난 것들이다. 이를테면, “간닝구(cunning)” 같은 말은 본디 ‘교활하다’는 뜻인데 일본에서 일찍부터 ‘시험 부정 행위’로 쓰이게 되었으며 우리나라에도 전해져서 같은 뜻으로 쓰인다. “스토브(stove)” 같은 말도 원어에서의 용법과 달리 쓰인다. 곧 일본에서 난방용 난로로 쓰이고 있는데 영어에서는 취사용으로 쓰이는 작은 풍로를 가리킨다. 말하자면 영어의 스토브는 일본어의 “곤로(焜爐)” 정도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런 벗어난 쓰임이 한국어에서도 그대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원어와의 의미적인 괴리 현상도 일본에서 비롯되어 한국에 전해진 것으로 확인된다.
  (6) “리야가”나 “오도바이”는 각기 “rear car”, “autoby”와 같은 것으로 해석되고 있는데 이런 말은 원어와 별 관계없이 일본에서 만들어 쓴 외래풍의 어휘이다. “나이타”도 “night game”을 뜻하는 말로 일본 사람들이 만들어 쓰는 조어이다. 이것도 야구 등 운동 관계자들을 통하여 우리나라에도 유입되어 쓰인다. “자꾸”는 영어의 zipper를 가리키는 일본식 조어이고 “노타이 샤쓰”의 “no-tie”는 “no-necktie”라는 말(이것도 영어에 없음)을 줄여서 만든 일본식 조어이다. 이런 말들도 우리나라에 그대로 전해져서 쓰이고 있는 실정이다.
  요컨대, 우리나라의 서구 외래 어휘들은 거의 전부가 일본을 거쳐서 들어왔으며 일본식으로 왜곡되고 변조되었다. 또 아직도 일본식으로 어설프게 발음되는 것들이 많다. 다만 영어를 배운 젊은이들은 원어의 발음을 알고 직접 차용하려는 경향이 있어서 일본식 차용어들이 점차 조금씩 정리되고 있으며 앞으로 그런 경향이 짙어 가리라 전망된다. 특히 일본 음운 체계의 불완전성 때문에 원어와 멀어진 발음을 가진 외래 어휘들이 그 일차 대상이 될 것이다.
  그중에서도 제일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데모”, “아파트”, “텔레비”, “에어콘”과 같이 일상 쓰이는 말들이다. 이것들은 그 간편함 때문에 너무나 많이 쓰이고 있어서 그것을 정리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는 언어 차용의 관례나 국어 순화의 차원 그리고 교육적인 관점에서 볼 때에 점차 청산을 해야 할 일본 말의 잔재임에는 틀림이 없다. 당국자나 뜻 있는 이들부터 이런 얼치기말을 쓰지 않도록 노력하고 일반 대중을 계도하여 나간다면 그렇게 어려운 일만은 아니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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