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다 전화’ 질의응답
물음 ‘당부’라는 말을 윗사람에게 쓰면 안 됩니까? (신지영, 서울시 강남구 개포동) |
답 언어 예절이 발달한 국어에서는 대화 상대나 대화 내용에 따라 달리 표현하거나 쓰지 말아야 하는 말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언어 예절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말을 듣는 상대의 기분을 거스를 수도 있고, 때로는 시비가 일기도 합니다. 주로 경어법과 관련된 문제이지만 어감 때문에 사용에 제약을 받는 말들도 있습니다. 가장 많이 거론되기로는 ‘수고하십시오’라는 말일 것입니다. 윗사람에게 고생을 하라고 말하는 것은 실례이니 이 말을 윗사람에게 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의례적인 인사말로 생각하고 거리낌 없이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우리 원에서는 화법 표준화 작업을 하면서 ‘수고하십시오’라는 인사말을 윗사람에게는 쓰지 않고, 동년배나 아랫사람에게는 ‘먼저 가네, 수고하게’처럼 쓸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그러면 ‘당부’라는 말의 경우는 어떤지 알아보기 위하여 먼저 사전적인 뜻풀이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물음 ‘맑다, 넓다, 밟다’ 등 특히 ‘ㄹ’로 시작되는 겹받침의 표준 발음에 대하여 알고 싶습니다. (김익진, 서울시 종로구 수송동) |
답 겹받침 ‘ㄺ, ㄻ, ㄼ, ㄽ, ㄾ, ㄿ, ㅀ’의 발음에 대해서는 ‘표준 발음법’ 제10항~제12항, 제14항~제15항, 제18항에 걸쳐 다음과 같이 규정되어 있습니다.
먼저 제10항에서는 ‘ㄼ, ㄽ, ㄾ’이 어말 또는 자음 앞에 올 경우 [ㄹ]로 발음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넓다, 넓고, 넓지’는 각각 [널따, 널꼬, 널찌]로, ‘외곬’은 [외골/웨골]로, ‘핥다, 핥고, 핥지, 핥는’은 각각 [할따, 할꼬, 할찌, 할른]으로 발음해야 합니다. 위에서 모음 ‘ㅚ’의 발음을 [외~/웨~]로 표시한 것은 ‘표준 발음법’ 제4항 [붙임]에서 모음 ‘ㅚ’의 발음에 대하여 원칙적으로 단모음 [외]로 발음해야 하나, 이중 모음 [웨]로 발음하는 것도 허용하고 있음을 반영한 것입니다. 그리고 ‘핥는’의 경우는 [할는→할른]의 중간 과정을 거친 것인데, 이 현상에 대해서는 ‘표준 발음법’ 제20항 [붙임]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주위에서 ‘짧게 말씀드리겠습니다’의 ‘짧게’를 흔히 [짭께]로 발음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만, 위의 규정에 따르면 [짤께]가 표준 발음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ㄼ’의 경우 위와는 달리 자음 앞에서 [ㅂ]으로 발음되는 두 가지 예외가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첫째는 ‘밟다’ 및 그 활용형의 발음은 자음 앞에서 [ㅂ]으로 발음하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이에 따라서 ‘밟다, 밟소, 밟지, 밟는, 밟게, 밟고’ 등은 각각 [밥:따, 밥:쏘, 밥:찌, 밥:는 →밤:는, 밥:께, 밥:꼬]로 발음해야 합니다(‘:’는 장음 표시임). 둘째는 ‘넓~’으로 표기되는 파생어나 합성어의 경우는 [넙~]으로 발음하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이에 따라서 ‘넓디넓은’은 [널띠널븐]이지만, ‘넓죽하다, 넓둥글다, 넓적하다’ 등은 각각 [넙쭈카다, 넙뚱글다, 넙쩌카다]로 발음해야 합니다. 이러한 환경에서의 ‘ㄼ’이 항상 [ㅂ]으로만 발음되므로 그 표기를 ‘넙죽하다, 넙둥글다, 넙적하다’로 적자는 의견도 있습니다만, ‘한글 맞춤법’에서는 이를 인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다음으로 제11항에서는 ‘ㄺ, ㄻ, ㄿ’이 어말 또는 자음 앞에 올 때 각각 [ㄱ,ㅁ,ㅂ]으로 발음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맑다, 읽는, 낡지’ 등은 각각 [막따, 익는 →잉는, 낙찌]로 발음해야 합니다. ‘읽는’을 [잉는]으로 발음하는 것에 대해서는 ‘표준 발음법’ 제18항에 자세히 규정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젊다, 읊다, 읊고’ 등은 각각 [점:따, 읍따, 읍꼬]로 발음해야 합니다.
다만, 용언의 어간 말음 ‘ㄺ’은 ‘ㄱ’ 앞에서 [ㄹ]로 발음하도록 되어 있으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맑고, 읽거나, 낡거든’ 등의 발음은 각각 [말꼬, 일꺼나, 날꺼든]으로 발음해야 합니다.
한편, 제14항에서는 위의 겹받침들(‘ㅀ’은 제외)이 모음으로 시작되는 조사나 어미, 접미사와 결합되는 경우에는 뒤의 자음만을 뒤 음절 첫소리로 옮겨 발음하되, ‘ㅅ’만은 된소리로 발음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닭을, 젊어, 넓어, 곬이, 핥아’는 각각 [달글, 절머, 널버, 골씨, 할타]로 발음해야 하는 것입니다. ‘닭을, 여덟이’ 등을 흔히 [다글, 여더리]로 발음하는 경향이 있으나, 이는 표준 발음법에 어긋나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다만, ‘닭 앞에’처럼 그 뒤에 조사나 어미가 아닌 실질 형태소가 오는 경우에는 [다가페]처럼 ‘ㄺ’이 먼저 [ㄱ]으로 대표음으로 바뀐 다음 이를 뒤 음절 첫소리로 옮겨 발음해야 하므로(제15항) ‘닭을’[달글]의 경우와 구별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ㅀ’의 발음에 대해서는 제12항에서 ① 그 뒤에 ‘ㄱ, ㄷ, ㅈ’이 올 때 ‘ㅎ’이 뒤 음절 첫소리와 합쳐 [ㅋ, ㅌ, ㅊ]으로 발음하도록 규정하고 있고(예: ‘닳고, 닳도록, 닳지’ [달코, 달토록, 달치]), ② 그 뒤에 ‘ㅅ’이 올 때는 ‘ㅎ’과 ‘ㅅ’을 합하여 [ㅆ]으로 발음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예: ‘싫소’[실쏘]), ③ 그 뒤에 ‘ㄴ’이나 모음으로 시작되는 어미나 접미사가 결합되는 경우에는 ‘ㅎ’을 발음하지 않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예: ‘뚫는, 뚫어’ [뚤는 →뚤른, 뚤어→뚜러]).
이상의 설명 중에서 ‘ㄻ, ㄽ, ㄾ, ㄿ, ㅀ’ 등을 규정에 어긋나게 발음하는 사람은 드문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특히 ‘ㄺ, ㄼ’의 원칙 및 예외로 구분되어 있는 표준 발음에 특히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권인한)
물음 문장의 비유적 표현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다음과 같이 써도 되는지요.
|
답 물으신 두 문장은 엄격한 의미에서 타당성이 결여된 문장이라고 하겠습니다. 무생물에게 동작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위와 같은 문장을 들으면 빨간 모자를 쓴 사람이나 노란 보퉁이를 든 사람을 가리키는 말인 줄 이해합니다. 물론 이해한다고 해서 그 문장이 맞는 것은 아닙니다. 위의 문장은 문법적으로 틀림없이 문제가 있습니다. 그러나 수사학적인 면에서 맞습니다. 비유적 표현에서는 빨간 모자를 쓰고 있는 사람에게 그의 전체적인 특징 중 가장 두드러진 빨간 모자를 대표적으로 지적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그 사람의 특성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노란 보퉁이를 들고 있다는 사실이라면 그 ‘노란 보퉁이’가 그 사람을 대표할 수 있겠습니다. 즉 위의 문장들은 전체를 구성하고 있는 것의 일부로써 전체를 표현하는 비유적 수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문장은 연결되어 있는 사람의 연속적인 일부를 나타내고 두 번째 문장은 분리되어 있는 일부를 나타내는 것이 다릅니다. 앞의 것을 제유(提喩, synecdoche)라고 하고, 뒤의 것을 환유(換喩, Metonymy)라고 부릅니다.
제유에 해당하는 다른 예로는 ‘왕눈이, 뻐드렁니, 이뿐이’ 등 신체의 특징으로 그 사람을 가리키는 경우가 있습니다. 즉 별명으로 부르는 경우들이 쉬운 예가 되겠습니다. 환유에 해당하는 예는 다음과 같은 문장을 들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