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다 전화’ 질의응답

물음   ‘당부’라는 말을 윗사람에게 쓰면 안 됩니까?
(신지영, 서울시 강남구 개포동)

  언어 예절이 발달한 국어에서는 대화 상대나 대화 내용에 따라 달리 표현하거나 쓰지 말아야 하는 말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언어 예절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말을 듣는 상대의 기분을 거스를 수도 있고, 때로는 시비가 일기도 합니다. 주로 경어법과 관련된 문제이지만 어감 때문에 사용에 제약을 받는 말들도 있습니다. 가장 많이 거론되기로는 ‘수고하십시오’라는 말일 것입니다. 윗사람에게 고생을 하라고 말하는 것은 실례이니 이 말을 윗사람에게 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의례적인 인사말로 생각하고 거리낌 없이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우리 원에서는 화법 표준화 작업을 하면서 ‘수고하십시오’라는 인사말을 윗사람에게는 쓰지 않고, 동년배나 아랫사람에게는 ‘먼저 가네, 수고하게’처럼 쓸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그러면 ‘당부’라는 말의 경우는 어떤지 알아보기 위하여 먼저 사전적인 뜻풀이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어찌어찌할 것을 말로써) 단단히 부탁하는 것, 또는, 그 부탁(금성판 국어대사전)
  ‘당부’가 윗사람에게 써서는 안 될 말이라는 정보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국어사전에서 일반적으로 이러한 정보까지 제공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고려하면 좀 더 검토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사전적 풀이로 본다면 ‘당부’는 부탁의 정도가 강한 경우에 쓰는 말임을 알 수 있습니다. 부탁이라면 어떤 일을 해 달라고 청하는 것이니 상대편에서는 그만큼 부담이 되는 일입니다. 우리의 사고방식으로는 부담이 되는 일을 그것도 강하게 윗사람에게 요구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태도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당부’라는 말을 윗사람에게 쓰지 말아야 할 말이라고 보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실제로 ‘당부’가 사용된 문맥을 조사해 보면 윗사람이 아닌 사람이 상대가 되는 경우에 주로 쓰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조실록”에 따르면 여러 임금들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특히 양반들에게 종이를 아껴 쓸 것을 당부했다(서정범 외, “숨어사는 외톨박이 1”).

그는 자손들에게 “절대로 남에게 팔지 말 것”과 “돌 하나 계곡 한 구석 내 손길, 내 발자국 닿지 않은 곳이 없으니 하나도 상함이 없게 할 것”을 당부하였다고 한다(유흥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1”).

헌병 하나가 뮤직 박스로 다가가더니 홍 씨에게 음악을 멈춰 주도록 당부했다(조해일, “아메리카”).
  이들 예 외에도 ‘당부’가 사용되는 문맥은 당부를 받는 대상이 아랫사람이거나 적어도 대등한 위치에 있는 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지만 많지는 않아도 ‘당부’의 이러한 쓰임에서 어긋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예들도 있습니다.
또 형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사람을 쓰는 일입니다. (이문열, “황제를 위하여”).
그래 그는 경호가 자기를 의심하는 데도 불구하고 차마 경호의 비밀을 폭로해 주지 못했다. 그는 모친한테도 경호에게는 그 말을 말라고 당부하기까지 하였던 것이다(이기영, “고향”).
  그렇지만 이 예를 윗사람에게도 ‘당부’를 쓸 수 있는 근거로 삼자니 망설이게 됩니다. 형이나 모친이 대등한 관계에 있는 사람이거나 아랫사람은 아니지만 격식을 갖추어서 말을 해야 할 정도로 어려운 상대가 아닌 것으로 보면 부탁을 강하게 해도 용납될 수 있고, 그렇다면 윗사람이라 해도 친밀감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쓸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흔하지는 않지만 주부가 장관에게 쓴 편지 형식의 글에서 ‘당부’와 ‘드리다’라는 말이 함께 쓰인 다음의 예는 더욱 반증이 될 수 있는 예입니다.
주부로서 꼭 당부드리고 싶은 것은 다른 어떤 정책보다도 올해에는 물가 안정에 힘써 주십사는 것입니다. (여원 ’77년 1월 호)
  ‘드리다’라는 말은 윗사람을 대상으로 행동할 때 사용하는 말이므로 ‘당부’와 ‘드리다’가 함께 쓰였다는 것 자체가 윗사람에게도 ‘당부’를 쓸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당부’는 윗사람에게는 쓰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고 보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그리고 이 이유는 ‘당부’라는 말이 주는 어감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화기 이전의 글에서 사용된 ‘당부’의 문맥이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는 것을 보면 ‘당부’의 이러한 쓰임은 예전에도 마찬가지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예외로 보았던 문맥과 비슷한 문맥에서 ‘당부’가 쓰인 경우가 있다는 것까지도 같습니다.
부인이 헐 일 업셔 룡을 바리고 갈여 왈 이 실과를 먹고 안겻스라 하니 룡이 울며 한가지로 가자 거 죠혼 말노 달고 부인과 다라날 거름마다 도라보니 룡이 부모를 부르며 슈히 오라 당부는지라(“금방울전”)
  이에 비해 ‘부탁’에는 ‘당부’와 같은 제약이 없거나 훨씬 덜한 것으로 보입니다. 웟사람에게 사용하거나 ‘드리다’와 함께 사용한 문맥을 찾기가 비교적 쉽습니다
부친에게 부탁하여 셋방을 얻어 주고 생활비까지 대준 것도 역시 그런 정신에서였다(황순원. “움직이는 성”).

다시 말씀드리면, 본관의 방이 붙기 이전까지 나간 것은 조정의 방침이니 죄를 묻지 못하겠지만, 그 이후로 나가면 새로 문제가 된다는 사실을 그 분들께 잘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점 거듭 부탁드립니다(송기숙, “녹두장군”).

특히 세 분께 부탁드리고 것은 여기에 피신하시고 계시다가 뒷날 국군 선발대가 오면 어려운 저희 입장을 좀 변호해 주십사는 것입니다(이문열, “황제를 위하여”).

선생님께 부탁드리고 싶은 건 가능하다면 제 대신 선생님이 그 분을 한 번 만나달라는 거예요(이병주, 행복어 사전). (조남호)


물음   ‘맑다, 넓다, 밟다’ 등 특히 ‘ㄹ’로 시작되는 겹받침의 표준 발음에 대하여 알고 싶습니다.
(김익진, 서울시 종로구 수송동)

  겹받침 ‘ㄺ, ㄻ, ㄼ, ㄽ, ㄾ, ㄿ, ㅀ’의 발음에 대해서는 ‘표준 발음법’ 제10항~제12항, 제14항~제15항, 제18항에 걸쳐 다음과 같이 규정되어 있습니다.
  먼저 제10항에서는 ‘ㄼ, ㄽ, ㄾ’이 어말 또는 자음 앞에 올 경우 [ㄹ]로 발음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넓다, 넓고, 넓지’는 각각 [널따, 널꼬, 널찌]로, ‘외곬’은 [외골/웨골]로, ‘핥다, 핥고, 핥지, 핥는’은 각각 [할따, 할꼬, 할찌, 할른]으로 발음해야 합니다. 위에서 모음 ‘ㅚ’의 발음을 [외~/웨~]로 표시한 것은 ‘표준 발음법’ 제4항 [붙임]에서 모음 ‘ㅚ’의 발음에 대하여 원칙적으로 단모음 [외]로 발음해야 하나, 이중 모음 [웨]로 발음하는 것도 허용하고 있음을 반영한 것입니다. 그리고 ‘핥는’의 경우는 [할는→할른]의 중간 과정을 거친 것인데, 이 현상에 대해서는 ‘표준 발음법’ 제20항 [붙임]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주위에서 ‘짧게 말씀드리겠습니다’의 ‘짧게’를 흔히 [짭께]로 발음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만, 위의 규정에 따르면 [짤께]가 표준 발음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ㄼ’의 경우 위와는 달리 자음 앞에서 [ㅂ]으로 발음되는 두 가지 예외가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첫째는 ‘밟다’ 및 그 활용형의 발음은 자음 앞에서 [ㅂ]으로 발음하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이에 따라서 ‘밟다, 밟소, 밟지, 밟는, 밟게, 밟고’ 등은 각각 [밥:따, 밥:쏘, 밥:찌, 밥:는 →밤:는, 밥:께, 밥:꼬]로 발음해야 합니다(‘:’는 장음 표시임). 둘째는 ‘넓~’으로 표기되는 파생어나 합성어의 경우는 [넙~]으로 발음하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이에 따라서 ‘넓디넓은’은 [널띠널븐]이지만, ‘넓죽하다, 넓둥글다, 넓적하다’ 등은 각각 [넙쭈카다, 넙뚱글다, 넙쩌카다]로 발음해야 합니다. 이러한 환경에서의 ‘ㄼ’이 항상 [ㅂ]으로만 발음되므로 그 표기를 ‘넙죽하다, 넙둥글다, 넙적하다’로 적자는 의견도 있습니다만, ‘한글 맞춤법’에서는 이를 인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다음으로 제11항에서는 ‘ㄺ, ㄻ, ㄿ’이 어말 또는 자음 앞에 올 때 각각 [ㄱ,ㅁ,ㅂ]으로 발음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맑다, 읽는, 낡지’ 등은 각각 [막따, 익는 →잉는, 낙찌]로 발음해야 합니다. ‘읽는’을 [잉는]으로 발음하는 것에 대해서는 ‘표준 발음법’ 제18항에 자세히 규정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젊다, 읊다, 읊고’ 등은 각각 [점:따, 읍따, 읍꼬]로 발음해야 합니다.
  다만, 용언의 어간 말음 ‘ㄺ’은 ‘ㄱ’ 앞에서 [ㄹ]로 발음하도록 되어 있으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맑고, 읽거나, 낡거든’ 등의 발음은 각각 [말꼬, 일꺼나, 날꺼든]으로 발음해야 합니다.
  한편, 제14항에서는 위의 겹받침들(‘ㅀ’은 제외)이 모음으로 시작되는 조사나 어미, 접미사와 결합되는 경우에는 뒤의 자음만을 뒤 음절 첫소리로 옮겨 발음하되, ‘ㅅ’만은 된소리로 발음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닭을, 젊어, 넓어, 곬이, 핥아’는 각각 [달글, 절머, 널버, 골씨, 할타]로 발음해야 하는 것입니다. ‘닭을, 여덟이’ 등을 흔히 [다글, 여더리]로 발음하는 경향이 있으나, 이는 표준 발음법에 어긋나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다만, ‘닭 앞에’처럼 그 뒤에 조사나 어미가 아닌 실질 형태소가 오는 경우에는 [다가페]처럼 ‘ㄺ’이 먼저 [ㄱ]으로 대표음으로 바뀐 다음 이를 뒤 음절 첫소리로 옮겨 발음해야 하므로(제15항) ‘닭을’[달글]의 경우와 구별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ㅀ’의 발음에 대해서는 제12항에서 ① 그 뒤에 ‘ㄱ, ㄷ, ㅈ’이 올 때 ‘ㅎ’이 뒤 음절 첫소리와 합쳐 [ㅋ, ㅌ, ㅊ]으로 발음하도록 규정하고 있고(예: ‘닳고, 닳도록, 닳지’ [달코, 달토록, 달치]), ② 그 뒤에 ‘ㅅ’이 올 때는 ‘ㅎ’과 ‘ㅅ’을 합하여 [ㅆ]으로 발음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예: ‘싫소’[실쏘]), ③ 그 뒤에 ‘ㄴ’이나 모음으로 시작되는 어미나 접미사가 결합되는 경우에는 ‘ㅎ’을 발음하지 않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예: ‘뚫는, 뚫어’ [뚤는 →뚤른, 뚤어→뚜러]).
  이상의 설명 중에서 ‘ㄻ, ㄽ, ㄾ, ㄿ, ㅀ’ 등을 규정에 어긋나게 발음하는 사람은 드문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특히 ‘ㄺ, ㄼ’의 원칙 및 예외로 구분되어 있는 표준 발음에 특히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권인한)


물음   문장의 비유적 표현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다음과 같이 써도 되는지요.
빨간 모자! 이리 오세요.
노란 보퉁이! 저쪽으로 가세요.
(윤지윤, 경기도 안양시 박달동)

  물으신 두 문장은 엄격한 의미에서 타당성이 결여된 문장이라고 하겠습니다. 무생물에게 동작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위와 같은 문장을 들으면 빨간 모자를 쓴 사람이나 노란 보퉁이를 든 사람을 가리키는 말인 줄 이해합니다. 물론 이해한다고 해서 그 문장이 맞는 것은 아닙니다. 위의 문장은 문법적으로 틀림없이 문제가 있습니다. 그러나 수사학적인 면에서 맞습니다. 비유적 표현에서는 빨간 모자를 쓰고 있는 사람에게 그의 전체적인 특징 중 가장 두드러진 빨간 모자를 대표적으로 지적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그 사람의 특성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노란 보퉁이를 들고 있다는 사실이라면 그 ‘노란 보퉁이’가 그 사람을 대표할 수 있겠습니다. 즉 위의 문장들은 전체를 구성하고 있는 것의 일부로써 전체를 표현하는 비유적 수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문장은 연결되어 있는 사람의 연속적인 일부를 나타내고 두 번째 문장은 분리되어 있는 일부를 나타내는 것이 다릅니다. 앞의 것을 제유(提喩, synecdoche)라고 하고, 뒤의 것을 환유(換喩, Metonymy)라고 부릅니다.
  제유에 해당하는 다른 예로는 ‘왕눈이, 뻐드렁니, 이뿐이’ 등 신체의 특징으로 그 사람을 가리키는 경우가 있습니다. 즉 별명으로 부르는 경우들이 쉬운 예가 되겠습니다. 환유에 해당하는 예는 다음과 같은 문장을 들 수 있겠습니다.

① 그는 박경리를 읽기 좋아한다.
② 파리는 이번 시즌에 더 긴 스커트를 소개하고 있다.
③ 청와대는 이 사건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다.
④ 그는 김환기를 거실에 걸었다.
⑤ 오자와는 지난밤에 형편없는 연주회를 보여 주었다.
  위의 문장들은 엄격한 의미에서 일탈된 (deviated) 문장입니다. ①의 ‘박경리’는 ‘박경리가 쓴 책’이 생략된 표현이고, ②의 ‘파리’는 ‘파리의 패션계’의 생략 표현입니다. ③에서는 청와대와 대통령과의 관계가 떠오릅니다. ④도 역시 ‘김환기가 그린 그림을 거실에 걸었다’고 말해야 하는 것이지만 생산품과 생산자의 관계를 생략 표현으로 나타낸 예입니다. ⑤에서 ‘오자와’는 ‘오자와가 지휘하는 교향악단’의 생략 표현입니다. 그 교향악단과 오자와의 관계는 지휘자와 지휘받는 악단의 관계이므로 환유적 인접 관계가 성립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생산자-생산물’의 관계나 ‘생산지-생산물’의 관계, ‘기관에 대한 장소’의 관계, ‘회사와 회사 제품’과의 관계, ‘지휘자와 지휘되는 대상’과의 관계 등이 인접성의 원리로 묶여서 비유적 표현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나 물론 이 표현들은 일상 언어의 문법에 숙달한 뒤에 쓸 수 있는 수사적 표현으로 정확한 의미를 요구하는 공문서나 설명문에서는 피해야 할 것입니다. 다만, 보다 세련되고 함축적 표현인 것은 사실입니다. (김옥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