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북한의 국어사전]

올림말의 관련 어휘 처리

김광해 / 강릉 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1. 도입

  이 글에서는 북한의 사전들에서 관련 어휘를 처리하고 있는 방식에 대하여 살핀다1). 여기서 말하는 ‘관련 어휘’란 ‘올림말로부터 출발하여 최대한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사전이 특별한 방법으로 제공하고 있는 모든 어휘’라는 다소 막연한 뜻으로 사용된다. 여기에서는 북한판 사전을 관찰하여 추출된 ‘동의어(유의어), 반의어, 부류어, 표준어, 다듬은 말, 성구의 관련어 지시’ 등을 중심으로 그 처리 양상을 검토한다.
  일반적으로 북한에서 출판된 정규 사전의 경우 등재 항목의 관계어는 다음과 같은 부호들에 의해서 표기되는 것을 전통으로 하고 있다. 그 부호들의 모습과 그 의미에 대한 기술은 역사적으로 변하여 왔음이 목격된다. 우리의 주제인 관계어 처리와 관련되는 사항들을 위의 세 사전에서 뽑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2).


          1) 조선말 사전(1962)

1. 동의어
=: 동일한 권내에서 동의어로 련락시키는 경우
2. 표준어
→: 표준적인 것에로 련락
3. 관련어
☞: 총괄적으로 주석한 단어나 성구의 주석이 올려 있는 단어에로 련락.

          2) 현대 조선말 사전(제2판:1981)

1. 동의어
= : 뜻이 같은 단어로 련계를 맺어주는 경우.
⇒: 2중체계의 부류에 속하는 말을 고유어나 다듬은 말에 보내주는 경우에.
2. 표준어 및 말다듬기 관련어
표준어

→:

비규범적인 것을 규범적인 것에 련계지어주는 경우에.
말다듬기 관련어
* : 고유한 우리 말로 바꾸어쓰거나 쉽게 풀어쓸 수 있는 단어 앞에.
x: 말다듬기와 관련하여 쓰지 말아야 할 한자말이나 외래어로 된 학술용어 앞에.

          3) 조선말대사전(1992)

1. 동의어
=: 뜻같은 말과 련계를 지어주는 경우에.
⊜: 뜻풀이란의 끝에 준 뜻같은말 앞에.
2. 반의어
↔: 뜻반대말 앞에
3. 부류어 <類語>
∆: 같은 부류의 단어묶음 앞에.
4. 표준어 및 말다듬기 관련어
표준어
→: 비규범적인 것을 규범적인 것에 보내주는 경우에.
말다듬기
⇒: 한자말이나 외래어를 고유어에 보내주는 경우에.
⊗: 지난날에 쓰이던 한자말이나 한문 투의 말에.
*: 고유한 우리 말로 다듬어썼거나 쉽게 풀어쓴 말 앞에.
x: 말다듬기와 관련하여 쓰지 말아야 할 한자말이나 외래어로 된 학술용어 앞에.
5. 속담 관련어
☞ : 속담에서 뜻풀이한 올림말에 련계지어주는 경우에.
  이들 대표적인 세 사전의 관련어 처리 상황을 살펴보면 북한에서는 역사적으로 관련 어휘를 통하여 사전의 정보를 더 충실하게 제공해 보고자 하는 노력이 점점 발전하여 왔다는 사실을 알 수가 있다. 이는 그 항목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내용상으로도 상당히 충실한 방향으로 발전하여 왔음을 뜻하는 것이다. 특히 조선말대사전(1992)에 이르러서는 반대어가 들어가는 것은 물론, 부류어의 소개까지 포함되어 있음을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작업은 남쪽에서는 아직 이루어진 적이 없는 일이다.
  여기서는 이 사전들 가운데서 마지막으로 나온 ‘조선말대사전’(1992)을 중심으로 북한 사전에서 관련어를 처리하고 있는 양상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2. ‘조선말대사전’(1992)의 관련 어휘 처리

      가. 동의어(유의어)

  사전에서 관련어를 연결시켜 주는 첫 번째의 항목은 동의어, 혹은 유의어가 될 것이다. ‘조선말대사전’(1992)에서도 이는 예외가 아니다. 그런데 이 ‘조선말대사전’(1992)에서는 이 부분의 처리에 있어서 기본적으로 동의어라는 개념에 충실한 편찬 태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편찬 태도는 북한, 또는 중국판 동의어 사전류에서도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현상이다. 그쪽에서 나온 두 개의 동의어 사전인 사회과학출판사 편(1990), ‘조선동의어사전’이라든가, 허동진, 박태영, 이국순, 최명식 편(1987), ‘조선말동의어사전’ 등을 볼 때, 책의 제목이 그러할 뿐만 아니라, 실제 그 모습이 거의 단어 하나에 동의어가 1:1 정도로 연결되어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에서는 아직 이 분야의 어휘 수집과 관련하여 ‘유의어’라는 개념까지 확대되어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조선말대사전의 표시
 
1) =: 뜻같은말과 련계를 지어주는 경우에.
동의어
2) : 뜻풀이란의 끝에 준 뜻같은말 앞에.
  이 항목에 해당하는 예로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1) =
공일날[명]=공일
기계단정[명]=모터뽀트.[機械端艇]
기계버짐[명]=기계좀.
높새바람[명]=휀바람
닦개질[명]=닦음질
돈변[명]=돈변리
반절본문[명]=가갸표
신파연극[명]=신파극
어의[명]=말뜻.
얼럭소[명]=얼룩소.
피끼[명]=딸꾹질.
   
2) ⊜
농사법[명] 영농법
농사소[명] 농우
농사철[명] 농기1. 농시. 농절. 영농기. 단신상(單身像)[명] 홑모습상3).
뒤뚱뒤뚱[명] 뒤퉁뒤퉁
루진소득세[명] 루진세. 루진적소득세.
몰년(沒年)[명] 졸년(卒年)
몰취미하다[명] 몰미하다. 무미하다. 무취미하다.
백양나무[명] 백양. 백양목.
보음(補陰)[명] 육음. 익음. 양음
보임말[명] 제시어
붉은색[명] 붉은빛
성조(聲調)[명] 소리가락.
  동의어 관련 표기는 두 가지이지만 사실은 동일한 내용을 담은 것이다. 단지 사전 편찬 기술상 어느 쪽에 주된 정의를 싣고 있느냐에 따라 방향만이 달라진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 표시는 그것이 붙은 말로 가서 자세한 정의를 살펴보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되며, 그곳에 가 보면 그 단어가 ⊜ 표시가 붙어서 뒤에 제시되어 있다.
  북한 사전에서는 이들 표시에 의해 동의어로 처리된 양이 상당히 많은데 자세히 살펴보면 역시 국어 어휘 체계의 중요한 특징인 고유어:한자어:외래어의 3원 체계를 중심으로 동의어 처리가 되고 있는 현상을 목격할 수 있다. 또한 규범적이라고 인정되는 두 개의 변이어들이 존재할 경우 이러한 표시하에 처리된다. 남쪽의 경우로 말한다면 복수 표준어 같은 것이다. 나아가 많은 경우에 있어서 동의어 쌍들은 이른바 ‘다듬은 말’과 관련하여 제공하고 있는 관련 어휘와 구별되지 않는다. 이를 거꾸로 보아 이야기한다면 북에서는 ‘다듬은 말’로 말미암아 상당한 양의 동의어가 발생되었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한편, 이 동의어는 개념상 너무나 엄격하여 그런 쌍이 과연 존재하는 것이냐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래서 흔히 ‘유의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이러한 개념을 수용하여 사전 편찬에 신경을 쓴다면 그 범위가 상당히 넓어지면서 단어의 활용, 어휘력의 증가라는 측면에서 생산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가 있게 된다.
  북한의 사전에 있어서 동의어의 폭을 넓게 잡아 유의어들까지 관련 어휘로 처리하려는 노력은 남쪽의 사전들이나 마찬가지로 거의 반영되어 있지가 않다. 가끔 매우 드물게 목격되는 예로서 앞에 제시한 ‘몰취미하다[형] ⊜ 몰미하다. 무미하다. 무취미하다.’의 경우와 같이 세 개 정도의 동의어가 등장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정확히 말한다면 유의어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를 본다면 이 사전에서 채택하고 있는 동의어의 개념이 반드시 엄격한 동의어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동의어, 유의어 부분이 이같이 단순히 처리된 대신에 다소 다른 방향이기는 하지만, 이 사전의 특색 중의 하나로서 뒤에 볼 바와 같이 이른바 ‘부류어’를 제공함으로써 유사한 기능을 제공하려는 노력은 높이 살 만하다.


      나. 반의어

조선말대사전의 표시
↔: 뜻반대말 앞에.
  이 표시는 이른바 반의어를 제공하기 위한 표시이다. 북한 사전에서 반의어 정보를 제공한 것은 ‘조선말대사전’(1992)이 처음이다. 따라서 아직 충분한 양의 반의어가 철저하게 수집되어 있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모습을 하고 있는 것으로 관찰된다.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근거는 그 출현이 불규칙하여 당연히 존재할만한 곳에 표시가 누락되어 있거나, 동일한 계열의 반의어가 어느 곳에는 표시가 되어 있는 반면 다른 곳에는 표시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항목에 해당하는 예로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게으름↔부지런
내리다↔오르다
넓다↔좁다
높다↔낮다
늦다↔이르다, 빠르다
더하다↔덜다
많다↔적다
메벼↔찰벼
무개승용차↔유개승용차
무기물↔유기물
무산자(無産者)↔유산자(有産者)4)
묵솜↔햇솜
방비1 구들비. ↔마당비.
신교(新敎)↔구교(舊敎)
신시가↔구시가
신화페↔구화페
좋다↔나쁘다, 고약하다5)
  반면에 당연히 반의어가 존재한다고 생각되는 다음과 같은 단어 쌍들에 반의어 표시가 되어 있지 않은 것이 발견된다.
어머니, 아버지, 아들, 딸
길다:짧다, 가다:오다, 주다:받다, 느리다:빠르다, 같다:다르다, 사다:팔다, 강하다:약하다, 곱하기:나누기, 더하기:빼기(덜기), 있다:없다, 무겁다:가볍다, 신형:구형, ….
  이렇게 처리된 이유가 무엇인지는 확실하지 않으나, 아마도 뜻반대말의 의미를 아주 좁게 규정하고 있든지, 아니면 특정한 기준, 가령 하나의 단어에 복수의 반의어가 존재할 수 있는 경우에는 싣지 않는다든지 하는 기준을 가지고 처리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어머니, 아버지, 아들, 딸’을 반의 관계하에 처리하지 않은 것은 그런 이유로 그렇게 되었다고 추정한다고 하더라도 ‘넓다↔좁다, 많다↔적다, 방비↔마당비, 메벼↔찰벼, …’ 등은 반의어로 처리하면서 ‘길다:짧다, 가다:오다’ 등 그 밖의 다른 많은 반의어 쌍들을 반의어로 처리하지 않은 것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 나아가 이 사전에서 ↔ 표시로 처리되어있는 반의어들을 찾아내는 일 자체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이 말은 그만큼 등록되어 있는 양이 적었다는 뜻이다.


      다. 부류어

조선말대사전의 표시
∆ : 같은 부류의 단어묶음 앞에.
  이 표시는 동일한 부류로 묶이는 단어의 무리를 제공하는 경우에 사용된다. 이른바 유어(類語)를 제공하는 기능이다. 이 항목에 해당하는 예로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고기[명]   ∆날∼. 매∼. 바다∼. 방자∼. 불∼. 사리∼. 살∼. 생∼. 잡∼. 장∼. 통∼.
구름[명]   ∆나비∼. 눈∼. 더미∼. 물∼. 버섯∼. 불∼. 비∼. 비행기∼. 소나기∼. 새털∼. 젖빛∼. 층∼. 채색∼. 타래∼. 떼∼. 안개∼. 얼음∼.
기름[명]   ∆가루∼. 가스∼. 기계∼. 덩지∼. 들∼. 등사∼. 머리∼. 물고기∼. 잡∼. 전∼. 콩∼. 호두∼. 깨∼. 쌀∼. 오소리∼. 인조∼. 애∼.
길[명]   ∆가시∼. 감탕∼. 고개∼. 구내∼. 기차∼. 돌너덜∼. 동구∼. 두메∼. 들∼. 령∼. 마을∼. 벼랑∼. 소로∼. 수림∼. 생∼. 진∼. 재등∼. /바다∼. 비행기∼. 배∼. 헤염∼. 떼∼. / 동냥∼. 마지막∼. 배움∼. 사지∼. 성공∼. 세상∼. 저승∼. 죽음∼. 진군∼. 싸움∼.
꽃[명]   ∆들∼. 산∼. 여름∼. 오이∼. /서리∼. 성에∼. 소금∼. 얼음∼. / 불∼. 쇠물∼.
꿈[명]   ∆단∼. 롱∼. 밤∼. 원앙∼.
눈1[명]   ∆가시∼. 가재미∼. 갈퀴∼. 독사∼. 거적∼. 개구리∼. 귀밀∼. 도끼∼. 매∼. 메밀∼. 뱁새∼. 세모∼. 자라∼. 쥐∼. 퉁방울∼. 흘게∼. 딱부리∼. 오목∼. 올빼미∼. 옴팍∼. 애꾸∼.
눈2[명]   ∆가랑∼. 가루∼. 마감∼. 복∼. 소낙∼. 숫∼. 자국∼. 풋∼. 함박∼. 떡∼. 싸락∼.
떡[명]   ∆가래∼. 감자∼. 고기∼. 귤∼. 병∼. 기름∼. 개피∼. 달∼. 막갈이∼. 상추∼. 술∼. 장∼. 줴기∼. 칡∼. 켜∼. 타래∼. 꼬장∼. 꽃∼. 꿀∼. 쑥∼. 웃기∼. 인신∼.
마을[명]   ∆농촌∼. 두메∼. 산간∼. 섬∼. 탄광∼. 안∼. 웃∼.
머리[명]   ∆낭자∼. 다박∼. 배내∼. 태∼. 까까∼. 뺀대∼. 쑥대∼. 오목∼. 외태∼.
바람[명]   ∆가을∼. 갑작∼. 건들∼. 고추∼. 골∼. 맞∼. 모래∼. 바다∼. 밤∼. 벌∼. 벼락∼. 산들∼. 살∼. 소소리∼. 새∼. 철∼. 칼∼. 하늬∼. 황소∼. 꽃샘∼.
발[명]   ∆마당∼. 몽맨∼. 버선∼. 병신∼. 생∼. 절름∼. 진∼. 쥐암∼. 평∼. 헛∼. 까치∼. 오리∼.
밥[명]   ∆가루∼. 감자∼. 국∼. 기름∼. 김∼. 닭알∼. 당콩∼. 밀∼. 매∼. 멥쌀∼. 보리∼. 보∼. 비빔∼. 섭조개∼. 조∼. 줴기∼. 척국∼. 초∼. 팥∼. 피∼. 떡∼. 약∼. 얼럭∼. 옥쌀∼. / 공∼. 곽∼. 나라∼. 낮∼. 눈치∼. 동냥∼. 사이∼. 새벽∼. / 가래∼. 도끼∼. 망∼. 바느질∼. 절삭∼. 연필∼.
손[명]   ∆갈구리∼. 번개∼. 보배∼. 선비∼. 조막∼. 쥐암∼. 터럭∼. 깍지∼. / 단∼. 동자∼. 혼자∼. 일∼. / 기계∼. 망∼. 물레∼. 흙∼. 씨아∼.
입[명]   ∆대구∼. 메기∼. 하마∼.
치마[명]   ∆가닥∼. 겹∼. 남∼. 다홍∼. 덧∼. 동강∼. 몽당∼. 무지개∼. 사동∼. 조선∼. 주름∼. 진솔∼. 양복∼. 통∼. 풀∼. 행주∼. 꼬리∼. 양산∼.
코[명]   ∆개발∼. 납작∼. 들창∼. 마늘∼. 매부리∼. 박죽∼. 발딱∼. 방울∼. 벌렁∼. 사자∼. 주독∼. 주먹∼. 칼치∼. 함실∼. 오똑∼.
  이처럼 부류어들을 중심이 되는 등재 항목의 주요 정보로서 제시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러한 면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던 남쪽의 사전들에 비교하여 볼 때 이 사전의 중요한 장점이 되는 것이다. 그 장점을 정리하여 말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이러한 관련어의 수록으로 말미암아 분류 사전이 담당할 수 있는 중요한 기능의 일부를 대신할 수 있다.
  둘째, 단어 형성에 있어서 중요한 성분 후치되는 국어의 특성으로 말미암아 역순 사전의 필요성은 재론할 필요도 없거니와, 이러한 부류어의 수록은 그 같은 역순 사전이 맡을 수 있는 기능의 일부를 제공하여 줄 수가 있다.
  이 같은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선말대사전’(1992)에서 부류어를 다루는 과정에는 아쉬운 점도 있다.   첫째, 그 부류어의 수집을 위한 기초적인 작업이 완벽하게 선행되어 있는 것 같지가 않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부류어로 더 등재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상당히 많은 단어들이 누락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음과 같은 예가 그것인데 , 이들을 보면 부류어의 수록이라면 마땅히 그 어휘소 전체를 대상으로 삼아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일부만 제시되어 있다는 느낌을 버리기 어렵다.
덩굴[명] ∆ 노박∼. 다래∼. 머루∼. 칡∼. 포도∼. 호박∼.
범벅[명] ∆ 겨∼. 나물∼. 밀∼. 생∼. 꿀∼. / 눈물∼. 피∼. 땀∼.
  사전 준비가 부족했다고 생각되는 이유는 마땅히 존재할 것으로 보이는 상당히 많은 부류어들이 해당 항목에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필자의 조사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항목들에서 부류어가 보이지 않는다.
운동, 학교, 문법, 문학, 문화, 사전, 사회, 사상, ……
  이에 관하여 어떤 항목에만 부류어를 싣고 어떤 항목에는 무슨 이유로 부류어를 싣지 않는다는 원칙 같은 것조차도 보이지 않는다. 이는 모든 단어들을 분류한다는 부류어에 관한 기본적인 인식에 혼선이 있었거나, 아니면 사전 준비가 부족했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사전에 부류어를 싣겠다는 기획이 있었다면 가급적이면 부류어는 모두 싣겠다는 자세로 준비 작업을 추진했어야 했을 것이라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둘째, 해당 어휘소가 붙어서 이루어진 새로운 합성 명사의 의미 분류가 완벽하지 않다. 다음과 같은 예가 그것인데, 여기서 ‘감물, 오디물’은 ‘물감’의 뜻으로 사용된 것이며, ‘김치물’은 ‘국물’, ‘녹두물, 마타리물, 메주물’ 등은 ‘액液)’, 일부는 ‘흐르는 물’, 유리물은 ‘액체 상태’ 등으로 그 상태에 따른 의미가 다 다른 것이다. 이들을 모두 한군데 쓸어 모아 놓은 것은 과학적인 편찬 태도라고 말하기 어렵다. 그러한 혼란은 ‘불’의 항목에 수집되어 있는 부류어들에서 마찬가지이다. 그 확인을 위하여 다음에 실제의 예들을 제시한다.
물[명]   ∆가시∼. 감∼. 고지랑∼. 골개∼. 기스락∼. 길금∼. 김치∼. 개수∼. 낟알∼. 날∼. 녹두∼. 덧∼. 돌∼. 마타리∼. 뭍∼. 메주∼. 박하∼. 삼치∼. 잣국∼. 오디∼. 유리∼.
불[명]   ∆가지∼. 난로∼. 등걸∼. 뒤∼. 밑∼. 벌∼. 벼락∼. 삭정∼. 산∼. 솔가리∼. 숯∼. 쥐∼. 탄∼. 향∼. 화로∼. 땅속∼. 싸리∼. 용접∼. 웃∼. 고콜∼. 등대∼. 등롱∼. 방등∼. 전등∼. 전지∼.
  셋째, 접사가 붙어서 생성된 말은 용례의 개념 속에서 처리하고 있는 것으로 관찰되는데, 이들을 잘 살펴보면 부류어로 수집하여 등재한 경우와 전체적인 통일성을 결여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 이 사전에서 주어진 항목의 용례는 ∥ 표시 다음에 나오게 되어 있는데, 항목 ‘집’의 경우를 보면 ‘집’의 다의적인 의미를 구분하여 기술한 뒤 다음과 같은 말들을 용례로 보이고 있다. 이런 방법은 문제점을 가질 수가 있다. 우선 위의 기준에 의하면 마땅히 부류어에 등재되어야 할 단어들임에도 누락되어 있는 것이 당장에 발견된다. 이는 즉, 부류어의 수집에 완벽을 기하지 못하였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 용례가 접사(덧붙이) 개념으로 처리된 것인지, 아니면 합성어의 개념으로 처리된 것인지를 명확히 알 수가 없다. 그 어느 쪽이라고 하더라도 이러한 단어들은 ∥ 같은 용례 표시하에 주어질 것이 아니라 해당 의미 항목의 부류어로 표시하여 주는 것이 더 좋았을 것이다. 그러한 대표적인 예를 ‘집’이라는 항목을 통하여 보이면 다음과 같다.

집[명]

4.∥거미∼. 벌∼.
5.∥칼∼. 안경∼. 권총∼.
9.∥평양∼. 학교∼. 배나무∼.
10.∥부산∼. 대구∼.
11.∥ 몸∼. 살∼.
∆ 곁∼. 고기국∼. 기생∼. 기윽자∼. 기와∼. 길가∼. 개미∼. 개∼. 귀틀∼. 나무∼. 남향∼. 널기와∼. 농막∼. 다락∼. 다층∼. 돌기와∼. 동네∼. 량반∼. 막∼. 만두국∼. 맥주∼. 반토굴∼. 벽돌∼. 북향∼. 산당∼. 작은∼. 큰∼. 토굴∼. 판자∼. 함석∼. 행랑∼. 까치∼. 우물∼. / 단도∼. 돋보기∼. 바늘∼. 수저∼. 칼∼. 안경∼.

      라. 말다듬기 관련 어휘

          1) 한자 말이나 외래어를 고유어에 보내주는 경우에.

조선말대사전의 표시: ⇒
  이러한 방향으로 관련어를 처리하는 것은 고유어, 한자어, 외래어의 세 계열을 이루고 있는 국어의 어휘 체계 가운데에서 고유어 쪽을 더 중시하고자 하는 사전 편찬자들의 태도를 읽을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다.
  이 항목에 해당하는 예로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군신(群神)[명] ⇒뭇귀신.
난돌[명] ⇒온돌방
담황빛[명] ⇒연노랑색.
대두(大豆)[명] ⇒콩.
동복1(冬服)[명] ⇒ 겨울옷.
레벨[명] ⇒1.수준. 2.수평
레인코트[명] ⇒비옷.
레프리[명] ⇒심판원.
루백(屢百)[명] ⇒여러 백.
루집(樓-)[명] ⇒다락집.
명성(明星)[명] ⇒새별.
밀크[명] ⇒우유.
부친(父親)[명] ⇒아버지.
부친님(父親)[명] ⇒아버님.
빙모[명] ⇒가시어머니.
장모[명] ⇒가시어머니.
혈액[명] ⇒피.
혈액형[명] ⇒피형.
혈흔[명] ⇒피자국.
  그러나 고유어 쪽을 지향하는 편찬 태도로 말미암아 필연적으로 봉착하지 않을 수 없는 고유어의 다의성 문제, 단어의 음절이 길어지는 문제 등에 대해서는 남쪽이나 마찬가지로 마땅한 해결책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음에 보이는 것과 같은 흥미로운 예들이 그러한 현실을 잘 말해 주고 있다.
사제(瀉劑)[명] ⇒설사약.
지사제(止瀉劑)[명] ⇒설사멎이약.
설사약[-싸-][명] 1.=설사멎이약. 2.설사를 시키기 위하여 먹는 약. ⊜설사내기약.
설사멎이약[-싸-][명] 설사를 멎게 하기 위하여 먹는 약. ⊜설사약1.
설사내기약[-싸-][명] =설사약2. [x 설하제]
  이러한 예를 볼 때, ‘설사약’이라는 단어가 남에서나 북에서나 사제(瀉劑)와 지사제(止瀉劑)의 두 가지 의미로 모두 사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시사해 주고 있는 점과 함께, 그러한 혼동을 피하면서 양자를 구별하기 위하여 북에서는 고심 끝에 ‘설사멎이약’과 ‘설사내기약’이라는 두 개의 단어를 만들어 냈다는 사실을 알 수가 있다. 첨언한다면 ‘설사(泄瀉)’라는 단어 자체가 한자어이지만 그 정도까지는 어떻게 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도 보여 주고 있는데. 이러한 점 역시 남에서나 북에서나 말다듬기 사업에 관련된 이상과 현실의 경계가 되는 지점이 아니겠는가 생각된다.
  또한 고유어와 한자어가 보통말과 공대말로 구별되어 사용되는 다음과 같은 경우에 있어서도 특별한 대책을 세워 가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관찰된다.
치아1[명]   [다듬은 말로] 이. 이발.
성명2[명]   1.⇒이름
성함[명]   존경하는 사람의 <<성과 이름>>을 높이여 이르는 말.
존함1[명]   존귀한 명함. ︳과학의 전당 김일성종합대학은 위대한 수령님의 존함을 모시고 있는 끝없는 영광과 더불어……
명함[명]   2.<<(사회적으로 특별히 존경하는 분의)이름>>을 높이여 이르는 말.
  이러한 예를 관찰하여 보면 이 사전의 편찬자들은 치아, 성명 같은 단어에 대하여서는 다듬어 쓰기를 바라면서도, ‘성함, 존함, 명함’ 같은 단어에 대해서는 그것이 ‘이름’이라는 단어에 대하여 경어 표현으로 사용되는 된다는 현실에 대하여 일관된 희망을 밝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일성수령님에 대하여 존함이라는 단어 대신에 이름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바로 아직까지 북에서도 국어의 어휘 체계와 관련하여 한자어에 부여되어 있는 기능들을 단번에 떨쳐 버리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말해 주고 있다.


          2) 비규범적인 것을 규범적인 것에 보내주는 경우에

조선말대사전의 표시: →
  표준어나 맞춤법에 틀리게 사용되는 말, 즉 비규범적인 발들을 규범적인 말 쪽으로 보내주는 경우에 사용된다. 이 항목에 해당하는 예로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겔러터지다[명] →게을러빠지다.
난쟁이바위솔[명] →돌바위솔.
난쟁이버들[명] →높은산버들.
레몬향풀[명] →귤향솔새.
로만스[명] →로맨스.
로맨틱[명] →랑만적.
물매암[명] →물매미.
수기목[명] →삼나무.
신다리[명] →넙적다리.
어사리[명] →큰꽃으아리.
어사리나무[명] →개나리.
청파리[명] →금파리.
초두부[명] →순두부.
  이상은 어휘 형태상으로 비표준적인 단어들을 표준적인 것 쪽으로 보낸 것이며,
넘짓하다[명] →남짓하다.
문문이[명] →만만이.
방구[명] →방귀.
솔깡[명] →솔광.
슬컨[명] →실컷.
시스럼[명] →스스럼.
실랑이[명] →실랭이.
어연번듯하다[명] →어여번듯하다.
어푸라지다[명] →어푸러지다.
피뜻피뜻[명] →피뜩피뜩.
  이상의 예는 어느 언어 사회에서나 발생할 수 있는 문제, 즉 음운이나 형태상으로 오용되기 쉬운 단어들을 표준적인 것 쪽으로 보내 준 예가 된다. 이상 표준화를 위한 표기에서 방언의 경우, 그 내용의 표시가 명확하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더 검토하여 보면 이 사전에서는 방언의 경우는 아예 다루지 않은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령, ‘오마니’ 같은 단어는 발견되지 않으며, ‘아바이’는 ‘<<나이가 지긋한 남자>>를 친근하게 부르는 말’로 정의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방언으로 취급하고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


          3) 지난날에 쓰이던 한자 말이나 한문 투의 말에.

조선말대사전의 표시:
  이 표시가 되어 있는 항목들은 남쪽의 사전에서도 상당한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 구식 한자어들로서 사전 편찬자들에 의하면 흔히 유령어(goast words)라고 불리는 예들이다. 그 대부분은 역시 남쪽에서도 사용되지 않는 것이다. 이 단어들은 또한 적절한 동의어나 유의어도 가지고 있지 않으며, 굳이 다듬을 필요도 없다. 이 같은 단어들은 현대 문장에서 거의 발견되지 않는 것으로서 이를 굳이 사전에 등록시켜 두어야만 하는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거니와, 이들은 엄격히 말하여 사어(死語) 또는 폐어(廢語)라 불러도 좋을 것으로 이러한 단어들의 수록으로 말미암아 공연히 사전의 부피만 커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남에서는 아직 활발히 사용되는 단어들 중에서 이러한 성격의 단어로 처리된 단어들을 뽑아 본 결과 다음과 같은 것들이 나타났는데, 이를 잘 관찰하여 보면 한자어들에 대한 남쪽과 북쪽의 인식 차이를 살펴볼 수가 있다.
멱(冪)[명] 루승.
멸문지화(滅門之禍)[명] 멸문을 당하는 큰 화.
무복(武服)[명] 무관의 옷.
병란(兵亂)[명] 전쟁으로 인하여 일어난 난리.
병략(兵略)[명] 군략.
부조(父祖)[명] 아버지와 할아버지.
성령(聖靈)[명] 거룩한 혼령.
한적(漢籍)[명] 한문으로 씌여진 책.
한촌(寒村)[명] 가난하고 쓸쓸한 마을.
호환(互換)[명] 서로 리해의 차가 없이 교환하는 것.
  이들은 남에서는 아직 생명이 끊어졌다고 보기가 어려운 단어들이지만 말하자면 북에서는 폐기하고 싶어하는 단어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태도는 남에서라고 하여 굳이 낯설 것이 없는 자세이다. 남북을 막론하고 한자어들을 어느 수준까지 인정하여 사전에 등록시키거나 아니면 제거하느냐 하는 결정은 편찬자가 자의적으로 행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다.
  반면에, 앞의 예들과는 대조적으로 구태의연한 한자어로 보이는 다음과 같은 단어들에는 ⊗가 붙어 있지 않은 것을 보면, 북에서도 한자어들이 여전히 상당량 사용된다는 사실을 짐작하게 한다6).
무주공산(無主空山), 무주공처(無主空處), 박절(迫切), 박토(薄土), 박직(樸直)하다, 박직(剝職)하다, 면면부절(綿綿不絶), 성벽(性癖), 호한(豪悍)하다, 촉풍(觸風), 천청색(淺靑色), 준협(峻狹)하다, 준절(峻截, 峻切)하다, ……

          4) 고유한 우리말로 다듬어 썼거나 쉽게 풀어 쓴 말 앞에.

조선말대사전의 표시: *
  이 표시가 되어있는 말들의 성격은 앞의 1), 2)에 제시된 내용과 특별히 구분되지 않는다. 그 예를 찾아내기가 극히 힘들 정도로 소량에만 이 표시가 사용되어 있다. 이 항목에 해당하는 예로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무미건조하다[형] * 메마르다. 슴슴하다. 재미없다.
전가(轉嫁)하다[동](타) * 뒤집어씌우다. 넘겨씌우다. 들씌우다.

          5) 말다듬기와 관련하여 쓰지 말아야 할 한자 말이나 외래어로 된 학술 용어 앞에.

조선말대사전의 표시: x
  이 표시는 저 앞에서 살펴본 1), 3)의 항목보다 더 강한 금지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항목에 해당하는 예로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두제곱[명] [x이승.자승]
맺음이야기[명] = 뒤이야기. [x에필로그]
메스껍기[명] 메스꺼운 증세가 일어나는 것. [x오심]
모양닮기[명] [x의태]
배게뿌리기[명] [x밀파]
배곧은살[명] [x복직근 ]
붉은피알[명] [x적혈구]
비구름[명] [x란운]
섞임씨앗[명] [x혼종]
젖색[명] [x유백색]
홑눈[명] [x단안]
흰무늬증[명] [x백반증]
  이러한 방향과 관련하여 남쪽에서 사용되는 단어 ‘홑소리, 닿소리, 이름씨, 그림씨…’ 등을 찾아보았지만 등록되어 있지 않았다. 이런 점으로 보아 통일이 된다면 말다듬기와 관련하여 남쪽과 북쪽의 우수작들을 모아 우리말을 더 다듬어 내는 성과를 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마. 속담 관련어

조선말대사전의 표시
☞: 속담에서 뜻풀이한 올림말에 련계지어주는 경우에.
  이 표시는 그야말로 ‘찾아가 보라’는 의미에 해당하는 지시에 불과하다. 속담의 뜻풀이가 되어 있지 않고 단지 제시만 되어 있는 경우에 사용되는데 그 속담의 뜻을 알고 싶으면 ☞가 되어 있는 단어로 찾아가 보라는 뜻이다. 따라서 해당 항목에서 뜻풀이를 한 속담에는 이러한 표시가 붙어 있지 않다. 가령 ‘밥’ 항목을 찾아보면 다음과 같은 속담이 보이는데,
가마가 검다고 밥도 검을가.☞가마.^
  이는 여기에서는 뜻풀이를 하지 않았으니 ‘가마’ 항목으로 가서 뜻풀이를 찾아보라는 뜻이다.
  이러한 방식의 관련어 제시는 친절한 사전으로서 바람직한 방향의 노력이다. 이런 방법으로 말미암아 동일한 속담이 몇 번씩 중복 출현할 가능성이 있으나, 어느 쪽에선가는 뜻풀이를 제공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할 때 독자가 그곳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해 주는 길잡이로서 중요하다. 가령, 다음과 같은 속담이 나왔다고 할 경우,
인왕산 차돌을 먹고 살기로 사돈의 밥을 먹으랴.☞인왕산.
  독자는 ‘인왕산, 차돌, 사돈,밥’ 중에서 어느 항목으로 가야 뜻풀이를 접할 수 있는지를 쉽게 알 수가 있게 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남쪽의 사전이나 마찬가지로 속담에 접근하는 방법은 역시 수동적이다7).


3. 정리

  우리는 이 글을 통하여 ‘조선말대사전’(1992)을 중심으로 이 사전에서 올림말의 관련 어휘를 처리한 양상을 살펴보았다. 그것은 주로 동의어(유의어), 반의어, 부류어, 말다듬기 관련 어휘, 속담 관련어 등 5 가지 유형으로 나타났다. 그 각각의 내용을 요약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동의어 (유의어)

  동의어의 처리에 있어서는 기본적으로 ‘동의어=의미가 같은 단어’라는 개념에 충실한 편찬 태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는 사전의 실제 모습이 거의 단어 하나에 동의어가 1:1로 연결되어 있음을 보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북한에서는 ‘유의어’라는 개념까지 확대되어 있지는 않다고 말할 수 있다. 북에서의 동의어는 ‘말다듬기 사업’과 관련하여 상당한 양이 발생되어 있다.


          2) 반의어

  반의어 정보를 제공한 것은 ‘조선말대사전’(1992)이 처음이다. 또한 아직 충분한 양의 반의어가 철저하게 수집 정리되어 있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모습을 하고 있다. 그 까닭은 반의어의 출현이 불규칙하여 당연히 존재할 만한 곳에 표시가 누락되어 있거나, 동일한 계열의 반의어가 출몰이 무상하기 때문이다. ↔ 표시로 처리되어 있는 반의어들을 찾아내는 일 자체가 힘들었는데, 이는 그만큼 등록되어 있는 반의어의 양이 적었음을 뜻한다.


          3) 부류어

  이 사전의 특색 중의 하나는 이른바 ‘부류어’를 제공한 것이다. 이른바 유어(類語)를 제공하는 기능이다. 이처럼 부류어들을 중심이 되는 등재 항목의 주요 정보로서 제시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점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던 남쪽의 사전들에 비교하여 볼 때 이 사전의 중요한 장점이 되는 것이다.
  이 같은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선말대사전’(1992)에서 부류어를 다루는 과정에는 아쉬운 점도 있다. 그것은 다음과 같다.
  첫째, 그 부류어의 수집을 위한 기초적인 작업이 완벽하게 선행되어 있는 것 같지가 않다. 둘째, 해당 어휘소가 붙어서 이루어진 새로운 합성 명사의 의미 분류가 완벽하지 않다. 셋째, 접사가 붙어서 생성된 말은 용례의 개념 속에서 처리하고 있는 것으로 관찰되는데, 이들을 잘 살펴보면 부류어로 수집하여 등재한 경우와 전체적인 통일성을 결여하고 경우가 있다.


          4) 말다듬기 관련 어휘

  이 사전의 또 다른 특색 중의 하나는 이른바 말다듬기 사업에 따라 그 관련 어휘를 상호 연락하여 주는 기능이 강조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 유형은 다음과 같은 3가지로 정리되는 바 이를 통하여 북한에서 지향하는 어휘 정리의 방향을 읽을 수가 있다.

     ㄱ. 한자 말이나 외래어보다 고유어를 중시한다.
  이는 국어의 어휘 체계 가운데에서 고유어 쪽을 더 중시하고자 하는 사전 편찬자들의 태도에서 기인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편찬 태도로 말미암아 필연적으로 봉착하지 않을 수 없는 고유어의 다의성 문제, 단어의 음절이 길어지는 문제 등에 대해서는 남쪽이나 마찬가지로 마땅한 해결책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러한 방향과 관련하여 남쪽에서 사용되는 단어 ‘홑소리, 닿소리, 이름씨, 그림씨…’ 등을 찾아보았지만 등록되어 있지 않았다. 이런 점으로 보아 통일이 된다면 말다듬기와 관련하여 남쪽과 북쪽의 우수작들을 모아 우리말을 더 다듬어 내는 성과를 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ㄴ. 비규범적인 것을 규범적인 것으로 보내 주고 있다.
  어느 언어 사회에서나 발생할 수 있는 문제, 즉 음운이나 형태상으로 오용되기 쉬운 단어들을 표준적인 것 쪽으로 보내 준 예가 된다. 이 경우에 있어서는 표준화를 위한 표기에서 방언의 내용 표시가 명확하지 않다.

     ㄷ. 한자 말이나 한문 투의 말을 배제하려 하고 있다.
  이는 현대어에서 사어(死語) 또는 폐어(廢語)라 부를 수 있을 만한 단어들을 정리하고자 하는 노력의 반영이다. 그러나 이를 잘 관찰하여 보면 한자어들에 대한 남쪽과 북쪽의 인식 차이를 살펴볼 수가 있다. 즉 같은 한자어라고 하더라도 단어마다 남과 북에서 각각 인식하는 수준이 다름을 알 수 있다. 이 사전에서 정리하기 위한 표시가 되어 있지 않은 어떤 한자어의 경우는 남에서 거의 출현 빈도가 높지 않은 것들도 많이 목격된다.


          5) 속담 관련어

  기계적인 연락을 위한 유일한 예로서 속담의 뜻풀이가 되어있는 항목을 찾아가도록 해 주는 기능을 하는 관련 어휘가 있다. 이러한 방식의 관련 어휘 제시는 친절한 사전으로서 바람직한 방향의 노력이다. 그러나 남쪽의 사전이나 마찬가지로 속담에 접근하는 방법은 역시 수동적인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참고 문헌

김광해(1987), 유의어 반의어 사전, 도서 출판 한샘.
김광해(1993), 국어 어휘론 개설, 집문당.
사회과학출판사 편(1990), 조선동의어사전, 평양.
전수태(1990), 반의어 사전, 한신 문화사.
조선말대사전(1992), 사회과학출판사.
조선말사전(1962), 과학원 언어문학연구소 사전연구실, 과학원출판사.
허동진·박태영·이국순[리국순]·최명식 편(1987), 조선말 동의어사전, 평양.
현대조선말사전(제2판:1981), 과학, 백과사전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