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북한의 국어사전]

북한 국어사전에 관한 국제 학술회의 토론회

때:  1993년 10월 30일 오전 10시~12시 30분
곳:  國立 國語 硏究院 會議室
사회:  朴良圭(국립 국어 연구원)
토론자:  郭忠求(동덕 여자 대학교)
 金英培(동국 대학교)
 金興洙(국민 대학교)
 李基東(연세 대학교)
 林枝龍(경북 대학교)
 洪宗善(고려 대학교)


개회

  사회 오늘 회의의 사회를 맡은 국립 국어 연구원의 박양규입니다. 어제에 이어 오늘 교통도 좋지 않은 이곳까지 와 주셔서 깊이 감사합니다. 실은 인근 대학에서 좀 더 넓고 편한 자리를 구하는 것도 생각해 보았습니다만 저희 연구원처럼 다소 비좁은 자리에서 서로 부딪혀 가며 국제적이고도 가족적인 자리를 마련해 보는 것도 의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너그럽게 받아 주시기 바랍니다.
  지금부터 북한 국어사전에 관한 국제 학술회의 이틀째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오늘은 어제의 주제 발표에서 거론된 문제들을 다시 한 번 점검해 보는 토론회 자리입니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오늘 논평을 맡아 주실 여섯 분이 미리 지정되어 있습니다.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이 자리에 오신 모든 분들도 추가적인 질의를 하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오늘 다소 시간이 부족하리라 예상되므로 한 주제에 시간이 편중되어 다른 주제가 소홀해지는 것을 막기 위하여 진행 방법상 먼저 한 시간 동안 각 주제에 대하여 여섯 분 토론자의 논평을 모두 듣도록 하겠습니다. 5~10분 정도로 사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10분 휴식 후 각 질의에 관하여 한 주제씩 순서대로 주제 발표자의 답변과 추가적인 질의응답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 주제 발표는 大江 선생께서 북한에서 출판된 기존의 국어사전들과 비교해서 1992년 ‘조선말대사전’이 가지는 특징들을 개괄해 주시고 사용자들의 여러 필요에 부흥하기 위한 사전의 역할들을 천명하셨습니다. 이에 대한 논평들을 연세 대학교의 이기동 선생님께서 해 주시겠습니다.


사전 편찬은 사용자를 생각해야

李基東 사전의 역할에 대해서 말씀하시면서 특히 2章에서 ‘언어 사전과 그 역할’이라고 하셨는데, 제가 느낀 것은 역할을 이야기하기 전에 사전 사용자가 누구인가 하는 것이 먼저 결정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옛날같이 사전 만들기가 어려울 때는 한 사전을 모든 사람이 사용하였지마는 요즈음은 사용자에 따라서 얼마든지 다른 유의 사전을 만들 수가 있거든요. 예를 들어 외국 사람이 한국말을 배울 때 필요한 사전이 있을 수 있고, 그와는 성격이 다른 사전으로 모국어를 쓰는 사람, 특히 학생들이 쓰는 사전이 있을 수 있는데, 사전의 역할을 이야기할 때는 반드시 사전 사용자를 생각하고 이야기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였습니다. 그리고 사전의 역할에서 예문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셨는데, 連語 辭典(collocation dictionary)도 있고 活用 辭典도 있으니까 여하튼 중요한 것은 사전의 역할에 앞서 사용자들을 논의해야 하는 것입니다.
   다음은 예문 문제로 선생님께서는 8페이지에서 일본 말 예를 들면서 사전에 올리기에 적절치 못한 예문이라고 말씀하셨는데 북한에서 나온 ‘조선말대사전’에서는 어떠한지 궁금합니다. 또 ‘조선말대사전’에서 한자를 부활하기로 한 데 대하여 선생님께서는 ‘북한에서 한자를 부활해도 일반 언어생활 속에서 아무런 지장이 없는 단계에 도달했다는 자신을 나타내는 사실인지도 모른다.’라고 하셨는데 그 점에 대하여 좀더 상세하게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회 고맙습니다. 어제 두 번째 주제 발표는 송천식 선생님의 ‘조선말대사전의 성격’이었습니다. 북한의 1992년 ‘조선말대사전’이 표방했던 편찬의 기본 원칙들을 개관해 주셨고, 표제어 선정, 순화어 및 방언의 수용, 그리고 뜻풀이 등 여러 각도에서 ‘조선말대사전’이 가지는 성격을 발표해 주셨습니다. 여기에 대하여 고려 대학교의 홍종선 선생님께서 논평해 주시겠습니다.


‘대사전’은 편찬의 기본 원칙, 다듬은 말 수록 등에서 문제점 있어

洪宗善 송천식 선생님께서 ‘조선말대사전’이 가지는 성격 전반을 요약해서 두루 살피셨는데 선생님의 주제 발표를 통하여 ‘조선말대사전’의 특성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런데 ‘조선말대사전’의 여러 성격을 말씀하실 때마다 그 장단점과 문제점 등을 제시하시어 남과 북에서 한 걸음 비켜선 입장에서 선입견 없이 엄정하게 판단하신 견해를 좀 더 많이 나타내 주셨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대사전(조선말대사전)’에 대한 소개나 설명은 대개 ‘대사전’의 머리말이나 일러두기 등에서 주장하는 내용들과 비슷한데 이와 같은 지침을 대체로 수긍하고 계시는 것으로 판단하였습니다. 이러한 점에 대하여 저도 공감하는 바가 매우 많습니다만 간혹 그렇지 못한 점도 있었습니다. 이제 선생님의 논문이 ‘대사전’의 편찬 방침을 대체로 긍정적으로 설명하신 것 가운데서 한두 가지 제 개인적인 생각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우선 ‘대사전’의 편찬이 지니는 기본 원칙 다섯 가지는 그들의 인식이나 이념 아래에서 해석되어야 하겠지만 그렇더라도 네 번째 원칙 ‘과학성’ 문제만큼은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듯합니다. 과학성은 누가 뭐래도 시대와 장소를 초월하는 것이 기본 속성인데 ‘대사전’은 이 점에서 걸맞지 않은 점이 종종 있어 보입니다. 그것은 주로 사회주의 이념이나 주체 사상이 원인이 되는 것이겠지요. 또 뜻풀이에서도 비과학적인 요소들이 적지 않은 듯합니다.
   그리고 19세기 말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조선 어휘를 집대성하였다고 하였는데, 19세기 말에는 쓰였지만 현재에는 쓰이지 않는 말은 20세기 말인 작년에 편찬된 이 사전에 표제어로 등재되기 어렵지 않겠습니까? 예를 들어 (‘독일’이란 말 자체는 표제어에 없지만) ‘독일어, 독일인’은 표제어로 있는데 개화기에 쓰이던 ‘덕국(德國)’은 없습니다. 그러므로 이 사전의 일러두기에서 말한 ‘19세기 말부터’라는 언급은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으로 봅니다. 또한 10년 전에 쓰이다가 이미 사라져 버린 낱말을 현대어 사전인 이 사전에서 기대하는 것도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만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대사전’은 새로 다듬은 말을 대량으로 도입하였는데 이 신조어들이 실제로 일반 언중들에 의하여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지 않다면 문제일 것입니다. ‘현대조선말사전’ (제2판)에서 수록되었다가 ‘대사전’에서 뺀 낱말들에 대하여 15페이지에서 대체로 어색하게 다듬어졌거나 과학성에 충실치 못한 것이라고 하였는데 이것은 국어학자들이 특성 연구나 검토에서 가능한 것이고, 실제로 언중들에 의해서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 대사전에 싣기 곤란하지 않겠는가 하는 것입니다. 오히려 일반 언중들이 호응하지 않아 잘 사용되지 못하는 낱말들은 우선적으로 제외하여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불과 20년 정도의 짧은 기간동안 학자들이 모여 다듬은 말들이 5만, 또는 줄었다 하더라도 2만 6천인데 계획되고 통제된 사회주의 체제라 하더라도 언어가 가지는 속성상 이들 낱말들이 일반 대중에게 그렇게 쉽게 채택되고 잘 쓰이리라 보기는 어렵겠습니다. 물론 이것은 그들과 직접 접촉하지 못한 저로서는 막연한 추측에 불과합니다만 어느 정도 짐작할 수는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일부 지식인들이 일부러 문장 언어에서 좀 쓰고 있다고 해서 바로 사전에 올리기는 무리겠지요. 남한에서도 20여 년 전에 얼마 동안 여성 3인칭 대명사로 ‘그미’라는 말을 일부 작가나 사람들이 써 보았습니다만 지금은 옛이야기가 되어 버렸습니다. 아무리 북한의 사전 편찬이 주체 사상에 의한 언어 정책의 목표를 정착시키는 데 있다고 하지만 이러한 의도는 적절한 선에서 자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같은 목적은 학습용 중사전이나 소사전을 따로 만들어 해결해야 하고 대사전은 편찬 당시의 그 해당 언어의 어휘 사용의 실태를 보여 준다고 하는 대표성이 보다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현실적으로 정착되지 않은 의지적 지향 어휘인 다듬은 말이 그대로 대사전 안에 실릴 수는 없겠지요. 차라리 대사전은 어느 정도 보수적일 필요도 있다고 봅니다. 아직 정착성이 애매한 외래어나 신조어는 등재를 보류하는 한이 있더라도 현실 언어보다 앞서가는 대사전은 언어 사용을 계도하려는 강한 의도를 지닌 주체 사상의 사회주의 체제에서도 억제되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이상 송 선생님의 논문 가운데 북한 ‘조선말대사전’에 관하여 긍정적으로 평가하시는 일부 내용에 대하여 언급하여 보았습니다.

사회 세 번째 주제 발표는 권인한 선생님의 ‘북한 사전의 음운 정보’였습니다. ‘조선말대사전’에 표시된 고저, 장단의 정보가 가지는 자료적 특성을 말하고 이 자료를 통한 남북한 언어적 차이가 가지는 연구 가능성을 타진해 보았던 것으로 압니다. 여기에 대하여 동국 대학교의 김영배 선생님께서 논평하시겠습니다.


남한 사전도 고저 장단 표시에 관심을 기울여야

金英培 논평이라기보다는 제 느낌 정도로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선 ‘조선말대사전’의 음운 정보를 자세하게 검토 정리해 주신 데 대하여 감사합니다. 먼저 몇 가지 지엽적인 문제를 말씀드리고 아울러 우리는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 하는 점에 대하여 연구원 당국에 말씀드렸으면 합니다.
   발표지 2페이지의 (1)에 ‘조선말대사전’의 발음 표시 방법을 옮겨 놓았는데 이것은 우리의 ‘표준 발음법’과 크게 차이나는 것은 없지 않은가 생각하였습니다. 있다면 (1 가)의 ‘교수법[-뻡]’에 사이시옷을 붙이지 않은 정도이고 나머지는 우리 ‘표준 발음법’에도 다 해당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것은 별 문제가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3페이지에서도 ‘줄낚시[-띾-], 고개짓[-찟-], 해빛[-삧-], 풀잎[-맆]’에서 받침소리를 대표음으로 표시하지 않고 ‘ㄲ, ㅅ, ㅊ, ㅍ’으로 표시한 것에 대하여 철자식 발음을 하도록 하는 것으로 잘못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하고 언급하였습니다. 이는 대표음화 현상을 발음 표시에 반영하지 않았다고 했으니까 역시 자동 교체가 되는 것으로 보아 사전 편찬자가 별도로 언급하지 않은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다음에 4페이지에서는 고저 장단이 표시된 자료를 5,512 단어라고 하고, 8페이지에서는 고저가 표시된 5,450단어를 조사 대상으로 삼는다고 하였는데 그 수치상의 차이는 어떻게 된 것인지 궁금합니다. 8페이지에서는 1960-1975-1976-1992년 사전까지 고저를 비교하고 통계까지 제시해 주어 그 대강을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12페이지에서는 남북한의 차이, 합성어 형성 시의 고저 음가의 변화, 선행하는 또는 후행하는 음소적 환경에 따른 높낮이의 값의 분포 등 분석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하였는데 역시 우리도 이 같은 작업을 시도해서 어떤 차이가 나는지 연구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였습니다. 이러한 작업은 개인보다는 국가적인 기관에서 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장단(長短)에 있어서는 12~14페이지에 걸쳐 1962년 사전(조선말사전)에서는 장음이었다가 1992년 사전(조선말대사전)에서는 단음이 된 것을 제시하고 그 말들이 남한에서는 장음이라는 것을 보였는데, 제 생각에는 1962년이나 1992년 사전 모두에서 단음이고 남한만 장음이라면 문제가 되겠으나 1962년에는 장음이었다가 1992년에 단음이 된 것이므로 전체적인 숫자에 비한다면 큰 문제가 아니지 않을까 합니다. 14페이지 중간 이후에는 1962년 사전에서는 장음이었다가 1992년 사전에서 단음이 된 말들이 남한의 사전에서는 단음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사전(우리말 큰사전)에 따라서는 일부가 장음으로 나타나기도 한다는 것을 제시하였는데 역시 우려할 만한 것은 아닐 것으로 생각하였습니다. 마찬가지로 3.2.2에서 보인 단모음이 장모음으로 된 자료에서도 1962년 사전에서 단음이었다가 1992년 사전에서 장음으로 된 말들이 남한에서는 단음으로 되는데 1962년 사전과 남한의 사전이 결국 같은 셈이고 1992년에서 장음으로 표시되었다는 것일 뿐이므로 역시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16페이지에서 ‘가느스름하다’도 1962년 사전에서는 단음이고 1992년 사전에서는 ‘2333:21’로 장음인데 이는 역시 표현성 장음으로 남한에서도 그렇게 발음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것도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이렇게 본다면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고, 제가 말씀드린 것처럼 그런 차이는 그렇게 대수로운 것은 아니라고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다만 관점의 차이일 수는 있는데 저는 음운 면에서는 그렇게 큰 문제가 없지 않은가 하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장단은 우리 사전도 표시하는 것이나 북한은 대사전에 고저까지 표시했다는 것입니다. 이것에 우리가 어떻게 대처하느냐 하는 것이 문제가 됩니다. 그 방안으로는 장단은 비교적 언중에게 쉽게 인식되므로 새로 발간되는 사전(종합 국어 대사전)에는 장단은 표시하고 고저는 전문적인 발음 사전에 미루어 제외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다른 방안으로는 ‘조선말대사전’처럼 장단뿐만 아니라 고저까지 표시하도록 노력하는 방법입니다. 이 경우 다 표시할 수는 없으므로 북한 사전에서는 어떤 기준으로 단어들을 선택하였는지 참고할 수도 있겠습니다. 현재 국립 국어 연구원의 사전 편찬이 촉박한 형편이라고 하는데, 그렇더라도 북한이 사전에 고저까지 올리는데 우리가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만은 없으므로 다음 계획으로라도 표준 발음사전 발간을 추진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상입니다.

사회 다음 주제는 남기심 선생님의 ‘조선말대사전(1992)과 문법 정보’였습니다. 1992년도 ‘조선말대사전’에 등록된 단어들 가운데 몇 가지 단어, 특히 동사 ‘맞다’에 대한 뜻풀이 속에 들어 있는 문법 정보를 중심으로 ‘조선말대사전’의 문법 정보 표시 부분을 분석하시고 사전에서 문법 정보가 어떻게 다루어져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하여 거론하셨습니다. 여기에 대하여 국민 대학교의 김흥수 교수께서 논평하시겠습니다.


문법 요소를 사전에서 처리하는 방안은?

金興洙 평소에 사전에 직접 관여하거나 특별한 생각을 갖지 못하였던 저로서는 이번에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하고 앞으로 관심도 갖게 된 계기가 된 것에 대하여 감사드립니다. 먼저 제 생각을 조금 말씀드리고 제한된 시간 안에 몇 가지 질문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사전에서의 문법 정보는 크게 두 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고 보는데, 첫째는 남 선생님께서 발표해 주신 분야로서 동사나 명사를 중심으로 어휘의 뜻풀이와 관련지어서 그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형태 통사 특성과 관련된 문법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겠는데 여기에는 품사의 하위 분류, 필수적 논항, 수의적인 요소들의 문제, 동음이의어와 다의어를 구별하는 데 문법 정보가 어떻게 관련될 수 있겠는가 하는 문제 등등이 있겠습니다. 남 선생님께서는 특히 이 첫 번째 문제에 주안점을 두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두 번째로 문법 요소, 즉 조사라든가 어미를 사전에 등록하게 되는데 그것을 어떤 수준에서 어떤 방식으로 수록하고 설명할 것인가 하는 문제들도 역시 중요하리라 봅니다. 어떻게 보면 직접적으로 문법 정보를 전달하는 문제이고 그동안 북한에서의 문법론의 연구 성과가 자연스럽게 반영되는 것이기도 해서 남한과 북한의 문법에 대한 인식, 연구 성과 등이 직접 반영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문법 관계도 문법 요소인 조사, 어미를 놓고 설명하는 경우가 있고 문법적 개념들을 설명하는 경우도 있게 될 것입니다. 특히 북한 사전의 경우에 문법적 개념 설명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다가 그 용어 자체도 우리와 많이 다른 점이 있습니다. 이 두 번째 문제에 대해서는 남 선생님께서는 본 발표에서는 별로 다루시지 않았는데 이 부분에 대한 생각은 어떠하신지 듣고 싶습니다.
   다음으로, 먼저 선생님께서 ‘맞다’ 동사를 중심으로 기존 북한 사전이 충분한 문법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 점을 자료 분석을 통하여 매우 자세하게 보여 주신 것에 대하여 깊이 공감합니다. 저도 ‘생각하다, 보다’ 등의 동사를 찾아보니까 타동사 쪽으로만 역점이 가 있고 보문을 취할 수 있는 ‘~로 생각하다, ~라고 생각하다’ 등의 경우는 거의 언급되어 있지 않고 용례도 제대로 제시되어 있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좋다’의 경우를 찾아보더라도 ‘~하기가/하기에 좋다’라든가 ‘싫다’와 반대되는 경우, ‘나쁘다’와 반대되는 경우 등은 약간 제시되어 있으나 통사적인 정보는 거의 제시되어 있지 않아 선생님의 분석이 상당한 자극과 좋은 대안을 제시하여 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외 일반적인 문제에 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결국 이 문법적인 정보는 의미에 대한 뜻풀이와도 상당히 관련되는데 선생님께서는 ‘대사전’에서는 의미를 중심으로 하였기 때문에 문법적인 정보가 소홀히 다루어진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의미와 통사가 잘 일치하는 경우라면 문제가 없겠으나) 문법적인 정보를 중심으로 하여서 의미에 차질이 생길 때도 있을 수 있는데 그럴 경우 어떻게 하느냐 하는 문제가 있겠습니다. 다음으로 ‘맞다’의 경우 어떤 사전, 특히 남한 사전에서는 동음이의어로 ‘맞다1, 맞다2’로 처리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겠는데, 이와 같이 동음이의어와 다의어의 문제에서 해당 어휘를 문법적인 관점에서 어떻게 처리해야 할 것이지 궁금합니다. 현재 여기서는 다의어적인 관점에서 하나로 묶어 다루고 있고 저도 다의어라는 관점에서 생각하고는 있습니다만 역시 일반 문제로 제기될 수 있다고 봅니다. 북한 사전에서 아쉬운 점은 형태소 분석이 잘 반영되어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형태소 분석은 띄어쓰기라든가 맞춤법과 관련되는데 북한에서 이런 실용적인 면을 중요시하면서 왜 형태소 분석은 잘 안 되어 있는지 궁금합니다. 숙어와 관용어 설정 문제에서 문법적인 정보가 고려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북한에서도 쓰는지 몰라도) 우리가 흔히 쓰는 ‘바람맞다’와 같은 것은 저로서는 관용적인 표현이라 생각하는데 이런 것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 알고 싶습니다. 피동 사동의 경우에 ‘상토’라고 되어 있는데도 남한처럼 사전에 거의 반영됩니다. 그런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이상은 일반적인 문제들을 생각해 본 것입니다.
   구체적인 문제로는 먼저 24페이지에 ‘처음’과 ‘지금’의 예를 드시면서 품사가 명사일 경우와 부사일 경우가 구별될 수 있는데 명사 쪽으로 되어 있고 부사 쪽 용법에 대한 처리가 좀 미흡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金倉燮 선생님께서 이것은 원래 기본적으로 명사로서 거기에 조사 ‘에’나 ‘로’가 수의적으로 붙어 곡용형으로 나올 수도 있는데 그것이 어떤 이유에 의해 생략되거나 안 나오게 된 것이라고 하여 ‘의미 전이’라는 관점에서 본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점을 사전에 어떻게 반영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맞다’의 경우에는 용법 Ⅱ의 ⑥부터 ⑨까지는 ‘영입하다’라는 뜻인데 그것이 ①부터 ⑤까지와 하나의 용법으로 묶여 있습니다. 이것은 통사와 의미의 관련을 어떻게 처리하느냐 하는 것과 관련되는 것인데 ‘맞다1’과, ‘맞다2’의 구별에서도 더 고려될 수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어쨌든 ①부터 ⑤까지의 용법과 ⑥부터 ⑨까지의 용법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또 ‘맞다’의 타동사로서의 용법 Ⅱ의 ①(때림을 당하다), ②((주사나 침 같은 것을) 놓음을 당하다)는 의미상으로는 용법Ⅰ((쏘거나 던지거나 우에서 떨어지는 것 등이) 어떤 것에 가 닿거나 그런 것의 닿음을 받다)에 더 가깝게 느껴지는데 이같이 문법적인 기준과 의미상의 관련이 갈등을 일으키는 경우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누구를 며느리로 맞는다.’라는 재미있는 예문은 목적격 보어를 취하는 특이한 구문으로 문법적으로도 매우 중요하겠습니다만 의미상으로는 분명히 ‘무엇을 맞아들인다’는 맥락이어서 역시 의미를 더 중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는 문법과 의미의 관련이라는 면에서 일반적인 기준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 하는 문제를 제기하는 예가 되겠습니다. 다음으로 타동성과 관련해서는 ‘를’의 경우가 문제될 것 같습니다. 여기서는 ‘매를 맞다’에서처럼 목적격 표지로 봅니다만 그 외 ‘를’에 대한 현재 우리의 문법적인 논의들을 수용하는 것을 어떻게 고려할 것인지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주 지엽적인 문제로 28페이지 (1”)의 ‘철수가 불량배에게 머리를 돌에 맞았다.’라는 문장은 통사적 문법적 논의에서는 기술될 수 있을지 몰라도 사전에서는 상당히 부자연스러운 문장으로 보입니다. 사전에서는 ‘철수가 불량배가 던진 돌에 머리를 맞았다.’라는 자연스러운 문장이나 적어도 ‘불량배에 의해’ 정도로는 고쳐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전에서 이런 정도로 전문적으로 통사적 분석을 한 문장은 필요 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정도 말씀드리겠습니다.

사회 예, 감사합니다. 다음 주제로 넘어가겠습니다. 임홍빈 선생님께서 ‘북한 사전의 뜻풀이’라는 제목으로 1956년의 ‘조선어소사전’에서부터 1992년의 ‘조선말대사전’까지 각 사전이 내세운 뜻풀이의 원칙들을 조명하시고 그 가운데에서도 정확한 뜻풀이라는 관점에서 ‘조선말대사전’의 몇몇 예들에 대한 분석을 해 주셨습니다. 여기에 대하여 경북 대학교의 임지룡 선생님께서 논평해 주시겠습니다.


남북한 사전의 이질성 극복의 문제

林枝龍 임홍빈 선생님께서 1956년에서부터 1992년에 이르기까지 북한에서 출판된 여섯 종류의 조선말 사전을 대상으로 뜻풀이의 기본 원칙을 제시하여 주시고 뜻풀이의 실제로서 정확성의 문제, 정치성 또는 사상성의 문제, 동사와 형용사의 구분 문제에 대하여 진지하고도 유익한 발표를 해 주신 데 대하여 깊이 감사합니다. 저 자신은 평소 북한 사전에 대하여 소박한 관심을 갖고 있었을 뿐 깊이 있는 검토를 하지 못하였습니다. 이번 기회에 선생님의 발표를 들으면서 북한 사전에 나타나 있는 뜻풀이의 기본 원칙 및 그 실제적인 모습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뜻풀이의 기본 원칙을 통하여 북한 사전이 그동안 지향해 온 독자성, 이른바 주체성의 문제와 모든 뜻풀이 사전이 추구하는 일반성을 헤아릴 수 있었습니다. 또한 선생님께서는 뜻풀이의 실제를 통하여 북한 사전에 나타나 있는 정확성의 문제를 검토하시면서 구체적으로 ‘모자’, ‘가구’ 등과 같은 어휘의 뜻풀이에 나타나 있는 부정확성을 구체적으로 보여 주셨습니다. 이런 정확성의 원칙과 관련해서 정치성 또는 사상성의 문제가 상충되는 모습을 ‘사람’이라는 보기를 통해서 예증해 주셨으며 또 동사와 형용사의 구분 문제 역시 정확성의 원칙에 어긋남을 예증해 주셨으며 또 동사와 형용사의 구분 문제 역시 정확성의 원칙에 어긋남을 예증해 주셨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늙다’와 ‘젊다’와 같은 대립어에서 ‘늙다’는 동사로, ‘젊다’는 형용사로 처리하는 (46)의 기준은 사전의 문법 정보가 사전의 의미 정보 즉 사전의 뜻풀이를 정밀히 할 수 있는 좋은 잣대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북한의 사전의 뜻풀이에 대한 저의 소박한 생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북한 사전의 뜻풀이를 검토하는 참뜻의 하나는 안병희 원장님께서 말씀하셨듯이 우리 모두가 소망하고 기대하는 ‘종합 국어 대사전’ 편찬을 위한 기초 자료로 쓰고자 함에 있다고 볼 때 타산지석의 의의가 담겨 있다고 하겠습니다. 어제 발표 가운데에서 송천식 선생님과 로스 킹 선생님은 북한 사전의 긍정적인 측면을 부각하여 주셨고, 남기심 선생님과 임홍빈 선생님은 북한 사전의 부정적인 측면도 지적해 주셨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북한 사전을 보는 시각을 몇 가지로 생각해 본다면 먼저 사전의 성격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 사전은 규범 사전이면서 통제 사전의 전형이라고 생각하는데 앞으로 우리가 기대하고 바라는 사전은 기술 사전과 규범 사전의 그 양쪽 어디에 서야 될 것인가 하는 것이 고려되어야 할 것입니다. 두 번째로 사전의 구성 요소를 보면 낱말, 즉 어휘가 사전의 중심 요소가 되는데 어휘에는 음운 정보, 문법 정보, 의미 정보가 나타나 있고 그 가운데에서 의미 정보가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음운 정보나 문법 정보도 관계 있지만 사전의 경우에는 의미 정보를 위해서 기여하는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그 가운데에서 어휘 사전의 성격이 그러하듯이 북한 사전은 의미 정보에 초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그들은 이 사실을 일찍부터 느끼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또 북한 사전의 뜻풀이의 요체를 보면 다의어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다의어의 분류와 배열에 많은 관심을 기울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한 태도는 북한 사전의 장점으로 꼽을 수 있겠으며, 반대로 기본 뜻의 규정에 있어서 사회 정치적 의의가 크고 인민의 언어생활에서 구체적으로 쓰이는 어휘를 올림말로 먼저 놓는다라는 규정에서는 정치사상의 우월성, 다시 말해서 주체성의 원칙이 북한 사전의 올림말을 규정하는 어떤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데 이것은 북한 사전이 가지고 있는 한계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어쨌든 의미론적 원리를 활용하고 개발해 온 것은 북한 사전 또는 북한의 국어학의 장점으로 평가된다고 생각합니다. 어제 선생님께서는 북한 사전의 의미 정보 가운데에서 여러 가지 부정확한 점을 보여 주셨습니다. 또 남기심 선생님께서는 문법 정보 역시 품사 구분, 그 가운데에서도 자동사 또는 타동사 등의 문제에 있어서 불충분함을 보여 주셨는데, 33만 개의 방대한 어휘로 북한이 오랫동안 준비하고 계획해 온 대표적인 사전이라고 할 이 1992년의 사전 역시 어제 발표를 통해서 확인했듯이 불충분한 요소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도 북한 사전은 그 개선의 여지가 다소 소홀했던 것은 비판의 창구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사회과학원 언어학연구소가 가지는 권위 또는 김일성의 권위로 상징되는 그 폐쇄성 때문에 개선할 수 있는 여지마저도 개선되지 못하는 결과로 된 점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세 번째는 이 사전은 33만 개의 어휘를 제시하고 있는데 이 같은 사전의 양도 중요하지만 사전의 질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수치적으로 30만 개 또는 50만 개라는 것이 중요하다기보다는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이는 기초 어휘들이 적게는 5천 개 또는 5만 개 정도의 어휘가 잘 기술된 내용이 대사전 안에 용해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대사전이지만 그 가운데에서 빈도수를 고려하든지, 중요성을 고려하든지, 기초성을 고려하든지 간에 표제어 자체에 변별성을 줄 수도 있고 그 내용에 있어서도 여러 가지 문법 정보, 음운 정보, 의미 정보를 풍부하게 담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제 저는 북한 사전의 뜻풀이와 관련하여 말씀하신 것 가운데에서 평소 제가 가지고 있던 궁금한 점 몇 가지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이것은 북한 국어사전의 질에 대한 저의 궁금증이기도 합니다. 첫째로 표제어 선정이 제대로 되어 있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이것은 곧 동음어와 다의어의 구별이 북한 사전에는 제대로 규정되어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어제 남기심 선생님도 ‘맞다’의 경우 하나의 표제어로 잡아 놓았지만 그것이 문법적, 의미적 정보에 따라 여러 개로 나누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암시하셨는데 그러한 표제어가 사전에서 잘 규정되어 있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두 번째로 다의어 처리가 제대로 되어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이와 더불어 북한 사전의 이론서이면서 동시에 해설서라 할 수 있는 ‘사전편찬이론연구’(정순기·이기원, 1984)에서 제시된 바 있는 기본뜻과 본뜻, 기둥뜻과 뜻계열, 바탕뜻과 갈라진 뜻, 또는 옹긋뜻과 반뜻이 다의어의 풀이에 제대로 구현되어 있는가 하는 궁금증을 가졌습니다. 세 번째로 남북한 사전에 나타난 이질성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의미 측면에 국한하여 볼 때에도 형태는 동일하나 뜻이 다른 경우가 있고 형태가 변형되었거나 새롭게 만들어진 경우의 이질성이 북한 사전에 많이 나타나 있는데 장차 ‘종합 국어 대사전’을 편찬할 때 이러한 문제들을 어떻게 조율할 것인가 하는 궁금증을 갖고 있습니다. 끝으로 북한 사전의 뜻풀이와 관련해서 장차 우리가 해야 할 남은 문제들로는 어떤 것이 있는지에 대하여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사회 감사합니다. 어제 여섯 번째 주제는 로스 킹 선생님의 ‘북한의 방언과 사전’이었습니다. 북한에서 진행되고 있는 소위 ‘말다듬기’라고 하는 순화 사업과 관련해서 특히 1981년도 ‘현대조선말사전’(제2판)에서 문화어로 수용된 방언의 예들을 보여 주시고 남한에서도 북한의 이러한 노력을 통일 한국에 대비한 언어 정책 수립에서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것을 충고해 주셨습니다. 이에 대하여 동덕 여자 대학교의 곽충구 선생님께서 논평해 주시겠습니다.


방언은 문화어와 상당한 의미 차가 있기도

郭忠求 킹 선생님께서 무려 14시간에 걸쳐 한국에 오셨다는데 피곤하신 분에게 무리한 질문을 하는 것이 어떨까 해서 제가 질문하려고 생각했던 바를 참고 자료로 만들어 왔습니다. 이것을 중심으로 질문을 하겠습니다.
   북한 사전에 상당히 많은 방언들이 문화어로 편입되어 실려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제 송 선생님이나 킹 선생님께서도 강조하셨듯이 기존의 문화어와 의미가 같은 방언형을 순수 고유어라는 측면에서 문화어로 편입시켜 동의어가 되어 버렸다고 말씀하셨으며 흔히 그렇게들 생각하고 있는데 제가 보기에는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단순히 ‘조선말대사전’에 수록된 방언들이 북한의 특정 지역에서 통용되는 방언 어휘들인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몇 가지 자료를 검토해 보니까 상당히 많은 의미 차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의미가 같다라고만은 말하기 어려웠습니다. 두 번째는 문화어로 편입된 북한의 방언 어휘가 어느 지역에서 주로 쓰이는 방언 어휘인가 궁금하였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세 번째로 어떻게 북한 지역에서 통용되는 방언형으로서 문화어로 편입된 어휘들이 북한의 일반 주민들에게는 어떻게 의식되고 쓰이는가 하는 점을 보이기 위해 참고 자료를 마련했습니다. 거기에 보면 문화어로 편입된 북한의 방언과 분포 지역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분포 지역이란 제가 그동안 이러저러한 일로 수집했던 북한의 방언형들로 ‘K'로 표시하였습니다. 기왕에 나와 있는 사전들을 참고하기도 하였는데 ’KI'라고 한 것은 金履淶 선생님의 ‘平北 方言辭典’이고 ‘KT'라고 한 것은 金素均 선생님의 ‘咸北 方言辭典’이며, 'KP‘라고 한 것은 1980년에 나온 김병제 선생님의 ‘方言辭典’을 가리킵니다. 자료의 문화어는 제가 ‘조선말대사전’의 ‘가’ 부분만 가려 뽑은 것입니다.
   자료를 보면 세 번째 예에 ‘가다리’라는 방언형이 있는데 아주 오래된 고어로 우리에게 인식된 말입니다. 이 말은 평안도, 함경도, 강원도에서 모두 쓰입니다만 평안도에서는 ‘가닥, 갈래’이라는 뜻이고 함경도, 강원도에서는 ‘가랑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문화어에서는 평안도와 같은 ‘가닥, 갈래’라는 뜻입니다. 동일한 방언형들이 북한 전역에 분포하지만 의미가 서로 다른데 문화어에서는 평안 방언의 의미를 취했다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가시’, ‘가시아버지’라는 말이 있는데 이 예들 가운데 ‘가시아버지’의 ‘아버지’는 기존의 문화어인 ‘아버지’를 택한 것입니다. 실제로 북한의 호칭어는 ‘가시아바니, 가시아바이, 가시아방이’ 등이고 지칭어는 대개 ‘가새애비’입니다. ‘가시’라는 말에다가 방언형 대신 문화어인 ‘아버지’를 넣어 만든 말이 ‘가시아버지’입니다. 그런데 제가 ‘한국 언어 지도’를 제작할 때 함경도, 황해도, 강원 북부 지역을 담당해서 그 지역의 친족 명칭을 조사한 적이 있습니다만 그때 제보자들로부터 들은 이야기는 ‘가새애비’, ‘가시아바니’, ‘가시오마이’ 같은 말들은 대개 상류 계층이나 중류 계층에서는 쓰지 않고 중하류 계층 이하에서만 쓰며 또 호칭어보다는 주로 지칭어로 많이 쓴다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이렇게 ‘가시아버지’를 문화어로 등재하였는데 이것이 북한 주민들의 정서에 부합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시간상 간단하게 몇 가지 예만 대해서 이야기하겠습니다. 참고로, 여기의 자료들은 생소한 것들이 많은데 대부분 평안도, 황해도, 함경남도 남부 지역에 분포하는 방언형들입니다. 물론 함경북도나 육진 지역에 분포하는 어휘들도 상당수 있습니다만 역시 평안남북도 방언이 가장 많으며 다음으로 황해도 방언, 그리고 평안도와 황해도와 역사적 사회적으로 긴밀한 교섭 관계가 있었던 함경남도 남부 지역으로 정평, 함흥, 영흥, 고원, 문천 같은 지역들의 방언입니다. 참고 자료의 방언들은 대체로 이 지역의 방언형들입니다. 자료에서 ‘방언형이 문화어로 편입되면서 의미가 바뀐 것’이라는 제목 아래 제시된 예들은 방언들이 문화어로 편입되면서 표준어와 의미가 어떻게 바뀌었는가 하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 주는 예들입니다. 문화어의 ‘가대기, 후치, 연장, 보습, 겨리, 호리’는 북한 사전에 등재되어 있는 것들로 논이나 밭을 갈아엎는 데 쓰는 농기구를 지칭합니다. 그런데 ‘가대기’와 ‘후치’는 남한에서는 모두 방언으로 처리되고 ‘연장’은 보통 ‘도구’라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만 여기서는 밭을 갈아엎는 도구인 남한의 ‘쟁기’와 유사한 형태의 농기구입니다. ‘보습’은 남한에서는 쟁기 같은 농기구의 맨 밑에 붙어 흙을 파 올리는 삽날을 가리킵니다만 북한에서는 역시 쟁기와 유사한 형태의 농기구를 지칭합니다. ‘겨리, 호리’는 남북한 모두 있는 말로 농기구의 형태보다는 소 두 마리가 끄느냐 한 마리가 끄느냐 하는 차이에서 갈라지는 말인 듯합니다만 남북한의 뜻 차이는 없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보습’이 남한에서는 삽날을 가리키는 것과 달리 북한의 문화어에서는 쟁기 같은 농기구의 명칭으로 삼았기 때문에 남한의 ‘보습’에 해당하는 의미로는 다른 단어로 대치할 수밖에 없어 ‘가대기날’, ‘후치날’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만들었습니다. 또 ‘쟁기’라는 말은 북한에서는 ‘농기구, 연장’이라는 뜻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잠기’라는 말의 변화형이겠지요. 물론 남한에서도 강원도나 경상도 일부에는 농기구를 ‘쟁기’라고 하는 지역도 있기는 합니다. 어쨌든 이와 같이 농기구를 가리키는 말들의 의미가 엄청나게 달라져 버렸습니다. 그러니까 대체로 우리의 ‘쟁기’에 해당하는 말은 ‘보습, 연장’이 되고, ‘극젱이’에 해당하는 말은 ‘후치’ 정도가 되겠습니다. 그런데 이 같은 의미가 달라지는 것에 대하여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으리라 봅니다. 남한과 북한에서 쓰는 농기구 가운데 ‘쟁기’와 유사한 형태의 것이 상당히 많습니다. 여러 가지 형태, 용도, 기능적인 면에서 조금씩 다른데 북한에서는 일반 농민들이 쓰는 농기구들을 실제로 현장에 나가 정밀하게 관찰하고 그것을 문화어로 편입한 것입니다. 그런데 남한에서는 이러이러하게 생긴 것은 ‘쟁기’, 저러저러하게 생기고 산간 오지에서 쓰며 볏이 없는 것은 ‘후치’ 또는 ‘극젱이’ 하는 식으로 의미 정의가 북한에 비하여 훨씬 소홀하게 또는 소략하게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앞으로 북한 사전의 주석을 깊이 참고함이 어떨까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참고 자료의 수종(樹種)에 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나무 이름에 관심이 있어 조사한 것입니다. 북한 문화어에는 ‘가둑나무’라고 하는 방언형이 있습니다. 제가 방언 조사한 바로는 남한에서도 경기도 포천, 연천, 가평 이북 지역, 강원도 북부 지역, 함경도 남부, 황해도 등 많은 지역에서 이 ‘가둑나무’라는 말을 쓰는데 실제 언중들은 이 말의 뜻이 무엇인지는 모르고 있습니다. (실제로는 수종에 따라서 명칭이 조금씩 다른데도) 단순히 도토리나 상수리, 굴밤 같은 것이 달려 있으면 총칭하여 ‘가둑나무’라고 하고 있었습니다. 어쨌든 북한에서는 이 ‘가둑나무’를 문화어에 넣었습니다. 그런데 남한 사전에서는 ‘도토리나무’가 ‘떡갈나무’와 같은 것으로 표시해 놓았습니다. 북한에서는 ‘도토리나무’와 ‘떡갈나무’를 모두 사전(조선말대사전)에 올리되 전혀 다른 수종으로 구분하였고, ‘가둑나무’는 한반도 북부 지역에서 통용되는 것과 같이 참나무과의 총칭의 뜻으로 올려놓았습니다. 그리고 그 나무의 열매를 가리키는 말에 대한 의미 표시도 조금씩 다른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종합 국어 대사전’을 편찬할 때 단순히 어휘의 대응뿐만 아니라 체계적인 차이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 각 수종에 대한 설명도 모두 다르게 되어 있는데 자료에 제시한 예들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골뱅이’라고 하는 것이 있습니다. 서울 사람들은 대체로 우렁이를 골뱅이라고 합니다만 이 말은 방언이지요. 대체로 경상도, 강원도 태백산맥 이동 지역, 함경도 전역에서 쓰이는 방언형입니다. 지역에 따라 달팽이를 의미하기도 하고 달팽이와 우렁이를 포함하여 말하기도 하고 나아가 다슬기까지 포함하기도 하는 등 넓은 의미를 갖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북한에서는 이 ‘골뱅이’를 문화어로 등재하고 다슬기, 소라, 우렁이와 같은 갑각류를 아우르는 총칭으로 삼았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는 ‘다슬기’는 ‘골뱅이’에 따라 ‘토질골뱅이’로 이름을 고쳐 놓았습니다. ‘간질골뱅이, 게골뱅이’라는 말이 있는데 ‘조선말대사전’의 주석만으로는 정확히 무엇을 가리키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흔히 말하는 이질화된 말이라 할 만한 것으로 보이는데 아마 다듬은 말인 것 같습니다. 생물학자들이 주로 쓰는 말이어서 새로운 말로 다듬은 것일 텐데 ‘골뱅이’라는 말이 문화어가 되니까 그에 따라 다슬기나 소라 등의 갑각류를 다듬은 것이 아닌가 합니다. 다만 주석만으로는 정확히 알 수 없었습니다.
   그다음에 ‘보숭이’가 있는데 이 말은 원래는 평안도, 황해도 지역에서는 ‘고물’이라는 뜻입니다. ‘아이스크림’을 고유어로 바꾸면서 ‘얼음보숭이’가 되었는데 웬일인지 ‘조선말대사전’에서는 이 말이 빠지고 다시 ‘아이스크림’이 되었더군요. 어쨌든 ‘고물’이라는 문화어가 원래 있었는데 북부, 서부 지역에서 많이 쓰는 ‘보숭이’가 문화어로 오르면서 복수 문화어가 된 셈입니다.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어서 ‘보숭이’가 문화어가 되면서 의미가 달라졌습니다. 남한에서 ‘깨소금’은 깨를 빻은 것, 또는 깨에다가 소금을 넣어서 같이 빻은 것을 아울러 뜻하는데, 북한에서는 깨만을 빻은 것은 ‘깨보숭이’이고 깨에다가 소금을 넣은 것은 ‘깨소금’입니다. 그러니까 ‘보숭이’가 문화어로 편입되면서 그 의미 지시 영역이 축소되었다고 하겠습니다.

사회 예, 말씀 중에 대단히 죄송합니다. 선생님께서는 방언이 문화어로 다듬어지면서 지역 분포에 따른 의미 차 중에서 어느 것을 택하였는가 하는 것과 택하여진 방언형이 문화어에서 다른 의미로 선택된 경우에 대하여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 밖에도 음운론적, 형태론적인 문제들이 남아 있으실 것으로 압니다만 시간상의 제약으로 나중에 답변 시간에 로스 킹 선생께서 시간을 할애해 주신다면 보충하실 시간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약 10분간 휴식을 취하고 11시 40분부터 계속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휴식 후 재개) 토론자들께서 질문뿐만 아니라 우리 원이 앞으로 편찬할 ‘종합 국어 대사전’에 관한 조언까지 하여 주셨는데 답변하실 분들은 너무 구애받지 마시고 국어사전 편찬에 있어 나아갈 길이 어떠한 것인지 함께 생각한다는 차원에서 자유롭게 말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먼저 이기동 선생님의 논평에 대하여 大江 선생님께서 말씀해 주시겠습니다.


전자 대사전 편찬이 효율적일 듯

大江孝男 답변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생각한 바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첫 번째 문제는 사전 사용자가 누구인가에 따라서 편찬 방법을 달리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문제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발표를 하면서 머릿속에 둔 것은 연구원에서 ‘종합 국어 대사전’을 만드신다면 먼저 그 중심이 될 電子 大辭典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여러 목적으로 사용할 만한 자료를 다 갖추어 놓은 그런 전자 사전을 전산기 안에 만들어 두면 어떨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한다면 사전을 편찬하는 사람들이 목적에 따라 사용자를 생각해서 그 자료로 사전을 편찬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 것입니다. ‘종합 국어 대사전’은 충분히 잘 된 전자 대사전으로 만들어 두고 가능하면 이용자들에게 공개해 주시면 더욱 좋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전자 대사전을 만든다면 극단적으로 말하면 컴퓨터 속에만 들어 있어도 충분하고 책으로 만들지 않아도 된다는 말로 될 것 같아 뭔가 거북한 느낌을 갖고 발표를 했습니다만 제 생각은 그렇지는 않습니다. 틀린 점을 고치고 사전 자체를 다듬어 나가기 위해서는 책으로 찍어 내야 합니다. 그래서 목적에 따라 찍어 내면서 앞으로 이상적인 전자 사전이 될 수 있게 해 나가면 어떨까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첫 번째 문제에 대한 제 생각입니다.
   두 번째 문제는 예문에 대한 것인데 그 답은 간단합니다. 이유는 제가 한국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제 언어 감각에서 판단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일본에서 공부할 때는 사전에 나오는 예문에 대해 거기에 사는 교포들에게 물으면서 공부하였습니다. 예문이 이해가지 않는 것은 북한 사전만 국한된 것은 아니며 남한에서 나오는 사전도 마찬가지여서 교포 1세들도 이해하지 못하는 예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좀 더 신경을 써서 예문을 넣어 주었으면 좋겠다는 뜻으로 일본 말을 예로 들어 말씀드린 것입니다.
   세 번째 문제에 대하여 말씀드리자면, 제가 발표에서 ‘(북한이) 어휘 정리와 언어 교육을 착실히 실시해 온 결과, 한자를 부활해도 일반 언어생활 속에서 아무런 지장이 없는 단계에 벌써 도달했다는 자신감을 나타내는 사실인지도 모른다.’라고 했는데 단지 그러할까 하는 하나의 가능성으로 생각해 본 것입니다. 한자를 ‘대사전’에 넣은 까닭으로 생각할 수 있는 가능성의 하나는 한글 전용을 포기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용납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용납한다고 해도 학문이나 학문적 화제 등 국한된 분야에서만 쓰고 공문서, 일반 서류, 사적 문서, 편지 등에서는 한자를 안 써도 의사소통이 되는 상태가 되었을까 하는 하나의 가능성으로 예를 들어 보인 것일 뿐입니다.

李基東 궁금한 점이 풀렸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의 생각은 사전을 만드는 데 한 단어에 관련된 모든 정보를 컴퓨터 속에 넣어 두고 필요에 따라 여러 가지 종류의 사전을 만들자는 제안이신데 그렇더라도 역시 사용자를 생각하여야 할 것입니다. 낱말 풀이를 하더라도 그 모국어를 쓰는 사람이 사용할 사전과 한국어를 공부하는 외국인들이 사용하는 사전의 뜻풀이는 달라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예를 들어 요즘 롱맨(Longman)에서 나오는 사전들을 보면 어휘 2,000 단어를 중심으로 모든 단어의 뜻풀이를 해 주고 있거든요. 그것은 오로지 외국 사람들이 영어를 배우는 것을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사전도 데이터베이스로 만들더라도 사용자들을 생각하여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전자 사전을 만들더라도 컴퓨터가 자료 정리를 해 주고 분류해 주는 등 편리하게 해 주지만 역시 사람의 두뇌가 동원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조선말대사전’이 한자를 포함했다는 것은 이제까지 한자를 안 쓰니까 불편하였기 때문에 한자를 다시 넣은 것이 아닌가 하고 나름대로 생각하였습니다. 이상입니다.

大江孝男 첫 번째 문제는 사용자를 생각해서 사전을 만들자는 것인데 그것은 제 생각도 같습니다. 다만 그것은 사전 편찬자가 맡아서 할 일이라고 생각할 뿐입니다. 절대로 컴퓨터 속에 들어가 있는 자료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대로 찍어 낸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회 감사합니다. 제가 잠시 답변을 보충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기동 선생님께서는 사전 편찬자들이 일반적으로 이용자들의 사용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말씀해 주셨고, 大江 선생님은 이 모임이 우리 원의 사전 편찬과 관계된다는 점을 고려하여 국어 연구원의 입장을 고려하여 전자 사전의 편찬을 권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실은 국어 연구원의 사전 편찬 방향은 설정되어 있긴 합니다만 아직 가변적이고 계속하여 연구하고 있습니다. 다만 저희가 종합 사전이라는 거창한 목표를 설정했기 때문에 종합 사전이 어떤 특성을 가져야 하는가 하는 점에 대하여 계속하여 귀를 열고 듣고 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들은 바로는 출판계나 교육계에서는 남한만이라도 표준적인 규범을 정확히 보여 달라는 요구가 있었고 문필가들에게서는 어원을 풍부하게 제시해 달라는 요구가 있었습니다. 일반인들이나 행정 계통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전문어를 폭넓게 수용해서 쉽게 풀이해 달라는 요구도 있었습니다. 이런 요구들을 우리가 전부 수용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만, 두 분께서는 조금 각도가 다르셨다는 점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시간이 예정보다 많이 지났습니다. 다음은 홍종선 선생님의 논평에 대하여 송천식 선생님께서 답변해 주시겠습니다.


사전 편찬에서 다듬은 말을 수용하는 문제

宋天植 제기된 문제는 사전 편찬의 기본 원칙에서 나타난 문제입니다. 이 사전 편찬의 기본 원칙은 북한 사회에만 국한된 원칙입니다. 이 원칙은 남한에도 적용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적용되지 않습니다. 하나의 사전을 편찬함에 있어서 사전의 올림말, 뜻풀이, 용례, 체제, 형식 등 면에서 자체의 원칙들을 설정하면 그만이라고 봅니다. 다음은 ‘조선말대사전’의 과학성 문제인데 제가 보건대 일부 과학적인 면에서 성과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조선문화어사전’이나 ‘현대조선말사전’에 상대해서 이르는 말입니다. 제가 알고 있기로는 북한이 언어에서는 처음에는 모든 한자어를 버리고 고유어 방향으로 나가자고 하는 방침이었다고 봅니다. 이래서 말다듬기를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방언에서 적극적으로 끌어올렸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신문이나 방송, 혹은 언어생활에서는 제대로 성공할 수 없었습니다. 이래서 이번 ‘대사전’에서는 한자어를 올렸습니다. 다듬은 말이라고 하더라도 원래 말을 올리고 뒤에다가 다듬은 말을 표시하였습니다. 이것은 원래 말도 쓸 수 있다는 의미인 것입니다. 이렇게 본래 버렸던 한자어를 이번에 많이 올린 것입니다. 그런데 음이 같고 한자가 다르면 원래 두 한자어의 뜻이 서로 다른 법인데도 그전의 ‘조선문화어사전’이나 ‘현대조선말사전’에서는 하나의 표제어 밑에 그 뜻을 1, 2로 나누어 한 군데에 뭉뚱그리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대사전’에서는 한자를 달아 주었기 때문에 그 뜻을 다 갈라 주었습니다. 이것은 ‘현대조선말사전’이나 ‘조선문화어사전’에 비하여 과학성에서 진보한 점이라 봅니다. 다음으로 ‘대사전’은 주석(註釋) 면에서 ‘현대조선말사전’이나 ‘문화어사전’에 비하여 일부 객관적인 입장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러나 아직 많은 면에서 정치, 경제, 문화, 교육을 비롯한 일부 이념에서부터 새로운 문제들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제 발표 논문에서 제기한 예로 ‘담화’가 있습니다. ‘대사전’에는 ‘담화는 사람과의 사업의 기본형식이며 가장 효과적인 교양방법입니다.’로 되어 있습니다. 담화란 것은 서로 마주 앉아 주고받으면 담화이지 교양 방법이 담화인 것은 아닙니다. 이는 논리상에서 혼동한 것이라고 봅니다. ‘대사전’은 이 같은 새로운 문제들도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어느 사전이든 장점과 결함이 있기 마련입니다.
   다음은 19세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북한 언어의 집대성이라는 문제입니다. 몇 차례 접촉하는 가운데에서 이번 북한의 사전 편찬은 전투식이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수령의 탄생을 맞아 선물로 드리는 형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렇기 때문에 이번 ‘대사전’을 내놓을 때의 의도는 기존의 사전이 13만 개 안팎의 어휘로서 중형에 속하므로 ‘대사전’은 얼마나 크게 하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들도 처음에는 사전의 크기에 대하여 말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런데 그들도 남한의 국어사전을 더러 갖고 있는데 34만 또는 32만 단어가 수록된 이 남한의 사전을 초과하여야 하겠다는 분투 목표를 세우게 되었습니다. (좌중 웃음) 그래서 그들은 이번 ‘대사전’은 많은 어휘를 수록하기 위해 각 대학의 교원, 학생들을 전면적으로 동원하였습니다. 예문은 소위 고전적 노작이라는 작품들에서 젊은 학생들이 일일이 뽑아서 카드를 만들고 각 대학의 교원들을 조직해서 임무를 주어 일정 기한 내 결과가 올라오게 하는 형식으로 진행하였습니다. 그런데 19세기 그러니까 항일 전쟁 시기의 신문, 자료까지 모두 뒤졌습니다. 그러니까 김일성이 중국에서 항일을 하던 시기의 언어부터 수집해서 현재까지 북조선 소유의 사전, 교과서, 신문, 잡지에서 어휘를 선택하였던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이 사전은 북한 사회의 언어의 집대성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 이 사전은 북한 사회에서의 규범 사전입니다. 그러니까 이 사전에 있는 말은 다 써도 좋으며 없는 말은 아니 써도 좋다라는 뜻입니다. 즉 이 사전은 규범 사전이며 통제력을 지닌 사전입니다. 어느 때 어느 장소에든지 이 사전에 있는 말을 쓰면 틀리지 않습니다. 어제 일부 선생님들이 참고 사전과 규범 사전에 대하여 말씀하셨습니다만 이 사전은 모든 힘을 기울여 국가적으로 편찬한 것으로 이것이 곧 국가에서 표준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 사전입니다. 북한에서는 또 개인이 국어사전을 낼 수 없습니다. 이것은 중국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중국도 1964년 이전에는 중앙급의 출판사 이외에는 사전을 편찬할 수 없었습니다. 그 이후에 일부 성(省)까지 내려오고 또 주(州)까지 내려와서 이제는 개인도 사전을 출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지금도 개인이 사전을 내기가 어렵습니다. ‘한자말 사전’ 같은 것은 몇 분 선생님들이 모여서 했는데 이 분들도 과거 언어연구소의 선생님들입니다. 그 분들 이외에는 사전 편찬이 허용되지 않습니다.    그다음에 다듬은 말의 문제인데 처음에는 약 4만 개 정도 다듬어서 전국에 내보냈습니다. 후에 이것이 대중 속에서 이견이 있고 쓰라고 해도 잘 쓰지 않으니까 다시 재검토를 해서 약 2만 8천 개 안팎으로 줄였습니다. 이 가운데 단어화하지 못하고 사전의 올림말로 잡기 어려운 것을 제외하고 약 1만 5천 개 안팎이 이번 ‘대사전’에 올라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전 편찬을 하는 저도 이 다듬은 말에 대하여 어려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다듬은 말을 접수하는가 하지 않는가 하는 면에서 우리의 관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남북한에서 모두 공통적으로 다듬었거나 풀어 쓰는 말은 제 자신에게 접수되든 되지 않든 우선적으로 사전에 올렸습니다. 그러나 북한과 남한이 달리 다듬고 거기에다가 남한에서는 사전마다 달리 다듬은 경우 어느 것을 올려야 할지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신중하게 처리하여 누구나 그 다듬은 말이 달리 다듬어질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할 경우에만 올렸습니다. 그 이외는 일률로 사전에 올리지 않았습니다. 이전에는 우리가 한국과 문화 교류가 없다가 후에 이것이 열리면서 많은 문제에서 조선어는 하나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따라서 이번에 사전을 편찬하면서 남에서 쓰는 조선어가 다르고 북에서 쓰는 조선어가 다르고 중국에서 쓰는 조선어가 다르다 하는 식으로 조선어를 만들지 말아야 하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될수록 하나의 방향으로 통일하는 방향으로 나간다는 방향에서 다듬은 말, 방언을 처리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제 논문에서 일부 제기된 문제입니다. 또 ‘조선말대사전’에서 새로운 경향이 나타나는데, 즉 모음조화의 법칙이 파괴된 의성어, 의태어가 적지 않게 올랐습니다. 우리의 사전 편찬에서는 이러한 점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어떤 것은 방언적 현상이라고 볼 수도 있고 어떤 것은 만든 것 같은데 기존의 표준어와 모순되는 혼란을 일으키는 점이 있는 것 같아 우리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런 단어가 약 2만 개 안팎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 송 선생님께서 남북의 객관적인 입장에서 말씀해 달라는 요구는 기대 이상으로 견지해 주신 것으로 생각합니다. 추가 질문이 있으신 분은 질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洪宗善 북한에서 다듬은 말과 남한에서 순화한 말이 약 76% 정도가 거의 같거나 같다고 하는 논문을 본 적이 있으며 개인적으로도 다듬은 말에 대해서도 굳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순화된 말이든 무조건 다 사전에 올려야 한다는 생각은 조금 지나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회 예, 역시 홍 선생님의 말씀은 학습 사전이 아닌 대사전이니만큼 규범성을 가지느냐 하는 문제와 결부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추가적인 논평이 있으면 말씀해 주십시오.

金圭哲(육사) 북한에서 방언을 문화어로 승격시켰다는데 어느 정도 사용되고 있는지 궁금하며 또 평북 방언이든 함경 방언이든 어느 지역 방언을 선택하여 승격시킬 때 어떤 기준에서 선택하는지 궁금합니다. 혹시 국어사정위원회의 구성 위원들이 어느 지역 출신인가에 따라 영향을 받지는 않습니까?

사회 지금 말씀은 내각 직속의 국어사정위원회의 구성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사회과학원 언어학연구소 내에 사전 편찬 기구가 별도로 있는가, 또 언어학연구소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하는 서면 질의가 있었습니다. 혹시 자료가 있으시다면 이에 대하여 그 사정을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宋天植 북한이 문화어로 올린 방언 3,100개 중 많은 수가 평안도 방언과 함경도 방언입니다. 북조선 사회의 구성이 평안도와 함북 사람으로 많이 이루어져 있습니다. 지역적으로 보아도 그렇고 또 항일 전쟁 시기에 중국 일대에 와서 많이 활동하였습니다. 이러한 이유들로 이 3,100개 방언 가운데 많이는 평안도 방언, 함경도 방언이 위주가 된 것입니다. 우리가 사전을 편찬할 때 처음에는 이 방언들이 아주 잘 들어왔으며 잘 올려놓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나 후에 우리는 우리말의 내부 발달 법칙에 맞지 않는 일부 말들은 버렸습니다. 그리고 이 3,100개 방언 가운데에서 우리가 올린 것은 약 30~40% 가량입니다. 그런데 제 논문에서도 제기하였지만 현재 한국의 여러 사전에도 1962년 이전에는 방언으로 취급하던 단어들이 적지 않게 표준어로 올라 있습니다. 따라서 북에서만 방언을 표준어로 올린 것은 아니라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북한의 경우는 한꺼번에 3,100개가 문화어로 사전에 올랐는데 이는 숫자상으로 매우 놀랄 만한 것입니다. 방언과 표준어 사이에는 느리게나마 교체 현상이 있기는 하지만 3,100개라는 단어가 동시에 올랐다는 것은 매우 많은 숫자입니다. 물론 한 개의 사전 편찬 집단의 구성원의 정황에 의해서 그 방언이 더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중국의 사전 편찬 집단은 대부분 함경도 사람들이기 때문에 3,100개 방언 가운데 함경도 방언에 대해서는 아주 흥미 있어 합니다. 이와 같이 편찬자들의 출신 지역에 따라 사전에 오르는 방언이 달라질 가능성도 없지 않겠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아까 말씀드린 바와 같이 북한에서의 방언과 다듬은 말은 그들의 원칙에 의해서 진행된 작업입니다. 언어학연구소의 사전 편찬 집단과 국어사정위원회의 정황은 제가 북한 사람이 아니다 보니 답변하기 어렵습니다.

高永根(서울대) 제가 그 문제에 대하여 보충하겠습니다. 저번에 북경에 갔을 때 거기서 오신 심병호라는 분에게서 국어사정위원회는 우리 문화체육부의 국어심의회와 비슷하면서도 응답이나 교정도 하는 상당히 실무적인 기관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언어학연구소에는 12개 실이 있다고 합니다. 거기의 첫째 분과가 사전 편찬실인데 그 사전 편찬실장인 김동찬 씨를 만나서 거기에 대한 정보를 들었습니다. 우리 국어 연구원보다 훨씬 규모도 크고 많은 인원도 확보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덧붙여 국어사정위원회와 사전 편찬실은 성격이 다르고, 또 김동찬 씨는 함경도 필주 사람인가 하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사회 아직 미진한 점이 있을지 모르나 다음 주제로 넘어가겠습니다. 김영배 선생님의 논평에 대하여 권인한 선생님의 답변이 있겠습니다.


현재로서는 대사전에 고저를 반영하기 곤란

權仁澣 부족한 글을 긍정적으로 평가해 주셔서 매우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지적해 주신 세 가지 문제와 연구원에 건의해 주신 한 가지 문제에 대하여 제 개인적인 의견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첫 번째 북한 ‘조선말대사전’의 발음 표시 방법을 볼 때 큰 문제점은 없지 않은가 하셨는데, 거기서 제가 말씀드리고자 했던 것은 그 여러 가지 방법을 소개하고 그 결과로 발음 표시가 안 된 부분을 종합해 보면 이 발음 표시가 정확히 나타내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표준 발음법’이나 ‘문화어발음법’의 조항을 열심히 비교해 보지 않으면 알아내기 어려워 불편한 점이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자 한 것입니다. 그것은 사전 이용자의 문제와 밀접하게 관련됩니다. 사전 이용자들은 대부분 국어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그들 일반인의 입장에서 보면 이 사전의 발음 표시 방법은 좀 어렵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평가를 한 것입니다. 이러한 방법은 북한의 사전뿐만 아니라 1992년에 ‘금성판 국어대사전’이 나오기 이전에 남한 사전에서도 볼 수 있었던 일반적인 현황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음 표시의 받침의 표기 문제는 국민학교에서 발음을 지도하시는 선생님들로부터 ‘삶’의 ‘ㄻ' 받침 같은 것을 그대로 특별판 발음 교육 없이 두니까 철자식 발음으로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러한 우려를 각주에서 나타낸 것입니다. 전체적으로 제 생각은 대사전이라면 최대한 친절한 발음 표시가 있는 사전이 가장 좋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사전 편찬 과정의 여러 사정상 생략될 수 있는 정보는 있겠지만 기본적인 생각은 가장 친절한 사전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에서 그런 말씀을 드렸던 것입니다.
   두 번째 수치상의 불일치 문제에서 자세한 사정을 밝히지 않은 것에 대해 사과를 드립니다. 그것이 그렇게 된 이유는 제가 개인적으로 뽑은 총 목록이 5,512개였는데 그중에 62개 항목을 뺀 5,450개가 비교 분석에 들어간 것인데 6음절 이하에서 제외된 것이 좀 있고, 어제 임홍빈 선생님이 말씀하셨듯이 이 사전에서 오기, 오자를 꽤 발견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어떤 것은 2음절인데 3음절로 표시된 것, 4음절인데 숫자는 5음절로 나와 있는 경우도 있고 어떤 것은 출판 사정상 지워진 부분이 있습니다. 여러 개 복사본에서 확인을 하려 했으나 그 부분에서 잘 모르는 것도 있어 자료에서 제외시켰습니다. 제가 제시한 품사가 명사, 동사, 형용사, 부사, 관형사 5개여서 그 외의 수사, 대명사 등의 품사는 기타로 돌리려고 하다가 제외시켰기 때문에 숫자상의 불일치가 나타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사소한 것이지만 고쳐야 할 부분이 있는데 10페이지 각주 7의 세 번째 줄의 ‘가재걸음’은 ‘가재수염’의 잘못입니다.
   세 번째 음운론적인 면에서 큰 문제점이 없지 않느냐는 지적이신데 ’62년 사전은 표준어의 영향이 많이 반영된 사전이므로 북한의 언어 사정을 반영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62년 사전만 가지고 보면 장단의 차이가 없지만 ’92년 사전을 보면 저의 지적과 같은 차이가 많이 나타나게 되기 때문에 이러한 것이 일단은 남북한의 음운론적인 차이로 정리되어야 하겠다는 입장에서 조사를 하게 된 것입니다. 물론 사람들에 따라 서울 사람이라 하더라도 지방 사람들이 장단을 구분하지 못했을 때 지적하지 않고 넘어갈 수도 있지만 제 입장은 발음의 면에서 어떤 지역 출신이냐를 구분할 수 있는 것은 음소적인 발음보다는 음운론적인 요소에서 찾아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표준 발음 면에서도 장단이나 고저 차이가 잘 정리되어야 한다는 입장에서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62년 사전과 ’92년 사전 둘 다 단음으로 되어 있는데 남한 사전에서 장음으로 된 예가 있으면 가장 큰 차이의 예라는 지적을 하셨는데 저의 논의에서 이러한 예가 전혀 나타나지 않았던 것은 제 잘못입니다. 그것은 분석해야 할 예 중 가장 많은 양을 차지했고 시간적인 제약이 있어서 하지 못했지만 그중에서 한두 가지 예는 뽑아 보았습니다. ‘가’ 중심으로 보면 지금 ’90년 ‘표준어 모음’에서 ‘개나리’가 ‘개:나리’와 같이 장음으로 사정되었는데 북한은 ’62년 사전과 ’92년 사전에 모두 단음으로 되어 있고 ‘건너다, 건네다’ 등도 북한에서는 모두 단음으로 되어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이러한 예들이 양은 많지만 그중에서 차이를 뽑아 내면 그 차이는 그렇게 많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예들은 제가 제시한 자료들에서 남북한의 차이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우리 연구원에서 고저 장단 표시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대응 방안에 대해 선생님께서 제안해 주신 것을 다 수용해야 할 입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거기에서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하나는 사전의 성격을 어떻게 두느냐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그러한 작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어 있느냐 하는 두 가지 문제와 밀접히 관련이 되어 있습니다. 먼저 여건에 대해서 말씀드린다면 내년부터 소규모이기는 하지만 음성 분석실을 연구원에서 운영할 생각이고 우선 첫 사업으로 표준 발음이나 서울말 조사에 임할 생각입니다. 그래서 여건은 어느 정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만 ‘종합 국어 대사전’의 성격과 관련하여 생각할 때는 조금 더 생각해 보아야 할 여지가 있습니다. 저희들이 지금 생각하는 것은 철저한 규범 사전이 되어야 하겠다는 것이 제일 큰 목표입니다. 규범 사전에서 고저의 문제와 관련하여 ‘표준 발음법’과 가장 밀접히 관련되는 문제 중 하나가 장단에 대해서는 규정이 되어 있지만 고저는 지금 현재 규정이 없습니다. 따라서 규범 사전이라면 고저 문제는 반영하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단 연구원에서 어떤 계획이 있어서 기술적인 사전, 예를 들어 발음 사전 등에서는 밝힐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때쯤 음성 분석실 등 여건이 잘 확충이 되면 반영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사회 예, 감사합니다. 김 선생님, 어떻게 답변이 좀 되셨습니까?

金英培 예, 음성 분석실이 생긴다니까 그것만 해도 상당한 진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 혹시 권 선생님께서 너무 거창하게 말씀하시지 않았나 우려됩니다. (좌중 웃음) 다른 추가적인 논평이 있으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金慶漢(‘어문 춘추’ 발간회) 고저 장단을 사전에 분석한 것을 보면 따로따로 두 갈래로 이야기하고 그 관계에 대한 내용은 없었나 하는 궁금점이 생깁니다. 왜냐 하면 높은음이 꼭 긴소리로 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우리가 사전을 만드는 데 있어서도 고저와 장단의 관계가 어떻게 연관되는 것인가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인 것 같아서 혹 북한 사전에서 그에 관계되는 점이 없었는가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權仁澣 고저 장단의 관계는 밀접하게 관계되는 것으로 ‘문화어발음법’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긴소리는 낮고 짧은소리는 높다.’로 간단히 규정되어 있습니다. 다만, 어제도 잠깐 말씀드린 바와 같이 긴소리 중에서도 높은 소리가 있을 수 있어 그에 대하여 북한에서도 현재 비판이 있다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긴소리는 낮고 짧은소리는 높다는 결론은 이극로 선생님 이하 방언 등을 분석하면서 꽤 일찍부터 낸 결론입니다.

사회 감사합니다. 다음 주제로 ‘대사전’의 문법 정보에 대한 김흥수 선생님의 논평에 대하여 남기심 선생님께서 답변해 주시겠습니다.


사전은 이용자의 편의를 우선해야

南基心 첫 번째 질문이 문법 요소 즉 조사, 어미를 어디까지 실을 것이고 그 선별 기준은 무엇인가, 그리고 남북의 문법 개념이 다른 것들이 많은데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여기 문법 정보를 이야기한 것은 우리 어휘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명사, 동사의 쓰임을 옳게 계도하려면 이런 것들에 대한 정확한 문법 정보가 주어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아직은 동사까지만 생각하고 조사까지는 생각지 못하여 거기까지 진행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어쨌든 그런 뜻에서 이야기한 것인데 남북한의 문법 개념이 다른 것이 많은데 사전을 내는 쪽의 개념을 따라가는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북한은 북한의 문법 개념, 정의, 규범을 따르고 우리는 할 수 없이 남한의 문법 규범을 따르는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어차피 남북의 문법 개념의 통일은 따로 논의가 있어야 될 문제로 생각합니다. 조사는 단어로 취급하니까 사전에 안 실을 수 없다면 어미도 조사와의 형평상 역시 안 실을 수 없겠는데 사실 별도의 문법 사전에서 취급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러한 문제는 이기동 선생님께서도 지적하셨듯이 사전 편찬의 목적이 무엇인가, 대상이 누구인가, 어떤 목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인가 하는 문제와 두루 맞추어야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종합 사전에서는 다 들어가야 하겠지요. 종합 사전은 언어 규범에도 목적이 있고 또 우리의 모든 언어 유산을 일단 집대성해서 기록으로 남겨 둔다는 의미도 있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문법 형태소를 어느 수준까지, 어떻게 선별하여 실을 것인가 하는 문제는 별도의 토론회가 있어야 될 것을 생각합니다. 조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조사를 하나하나 설명하기는 대단히 힘듭니다. ‘에’가 ‘처소’를 나타낸다고 하기도 하고 ‘바람에 배가 간다’에서는 ‘도구’를 나타낸다고 하기도 하고, 또 로스 킹 선생님도 언급하였듯이 ‘명령에 따라’에서 ‘에’는 무엇인가 등 ‘에’의 의미는 무엇이라고 규정해야 할 것인지 등 수없이 복잡한 문제가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따르다’ 항목에 가 붙어서 설명되어야 할 것이지만 그 경우에는 ‘에’를 별도로 설명하기가 대단히 힘들 것 같기도 합니다. 이와 같이 조사도 대단히 문제가 많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도 별도의 대토론회가 있어야 될 것입니다. 한편 문법 정보와 의미 정의와의 관계에서 의미와 문법이 어긋날 경우가 문제됩니다. 문법을 중심으로 하면 똑같은 의미 풀이를 두 번 해야 하고, 반대로 의미를 중심으로 하면 똑같은 문법 풀이를 두 번 해야 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이 문제도 더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사회 선생님, 서면 질의가 하나 있습니다. ‘맞다’의 경우 다의어냐 동음어냐 어느 쪽이든 문제점이 있다고 하셨는데 선생님이시라면 어떻게 하시겠느냐 하는 질문입니다.

南基心 사전은 언어 이론이 아닙니다. 다의어인가 이의어인가 하는 것은 이론이고 제가 보기에는 그 이론은 끝이 안 납니다. 문제는 사전 이용자의 편의를 어떻게 돕느냐 하는 것입니다. 웨브스터 사전(Webster's Third New International Dictionary of the English Language Unabridged)은 이의어는 하나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다의어를 인정한 것도 아니어서 전부 올림말을 하나로 올려 풀이하였는데 풀이가 5인치가 넘으면 새로 번호를 붙이고는 하였습니다. 이것은 이론적으로 다의어냐 이의어 곧 동음어냐 하는 문제가 아니고 단지 보는 사람들의 편의를 위한 것입니다. 이것을 동음어로 처리하여 항목 수가 지나치게 많아지면 복잡해져 보는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게 됩니다. 이러한 것은 정책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북한 ‘대사전’은 대개 동음어를 인정하지 않는 쪽이라고 생각합니다. 왜 그런 정책적인 결정을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맞다’의 경우에도 ‘얻어맞다, 손님을 맞아들이다, 일치하다, 옳다' 등의 여러 가지 뜻이 있는데 제가 생각하기로는 나누어서 설명하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합니다. 국내의 사전은 대체로 나누어 설명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이 경우에도 다의어냐 동의어냐 하는 결론 없는 논의를 떠나 역시 사전 이용자들의 수준과 목적을 생각하여야 할 것이라 봅니다. 형태소 분석 착오는 예를 들지 않아서 잘 모르겠는데 남한에서도 그러한 경우가 많은데다가 형태론 전공자들도 잘못하니까 여기서는 문제 삼을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되도록이면 지나치게 세부적인 분석을 안 하는 것이 이용자들을 위하여 좋을 것 같습니다. 분석을 하다 보면 끝이 없는데 그 같은 목적 없는 분석, 현학적인 분석은 아무 의미도 없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숙어와 관용적인 표현은 어떻게 할 것인가 문제는 제가 발표에서는 다루지 않은 내용입니다. ‘미역국 먹다’는 두 가지 의미가 있는데 문자 그대로 진짜로 미역국을 먹는 경우가 있으면서 또 제삼의 의미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 ‘미역국 먹다’처럼 전연 ‘미역국’과 ‘먹다’의 어느 의미에서도 추출될 수 없는 제삼의 의미가 있는 것이 숙어라고 할 텐데 이것을 어디에다가 싣느냐 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제 생각에는 이것은 첫 단어에다가 싣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다음에 숙어는 아니지만 ‘~하기 때문에’는 ‘기’와 ‘때문에’가 항상 붙어 다닌다거나 ‘~에 불구하고’는 ‘불구하고’가 항상 ‘에’를 요구한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또 선택 제약의 문제가 있어 예를 들어 ‘눈을 감다’처럼 ‘감다’는 ‘눈’하고만 쓰인다거나 ‘다물다’는 ‘입’하고만, ‘마렵다’는 ‘똥오줌’하고만 쓰인다 하는 등의 문제점도 있습니다. 선택 제약은 별 문제가 없으나 앞의 문제는 양쪽에 다 올려 주는 것이 이용자들의 편의를 생각한 친절한 방법이 아니겠는가 생각합니다. 그런데 관용적인 표현은 한계가 대단히 모호해서 별별 예가 다 나오는데 어쩔 수 없이 사전 편찬자들의 직관과 일종의 독재가 작용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피사동의 ‘이, 히, 기, 리’는 사전에 반영해야 할 것인지 말 것인지 하는 문제는 접두사의 ‘짓’(짓이기다), ‘덧’(덧입다) 등을 올린다면 이것도 올릴 수 있는 문제이고, 또 ‘종합 국어 대사전’이라 하여 국어의 모든 언어 유산, 국어 자료를 다 수록한다는 의미라면 역시 수록해야 할 것입니다. 이것을 역시 조어론적인 문제에서 파생 접사로 보느냐 굴절 어미로 보느냐 하는 것은 사람마다 견해가 다르겠지만 만일 정상적인 굴절 어미로 본다 하더라도 다른 어미를 싣는 것과 보조를 맞추어 실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저로서는 일반 대중이 중고등학교 때 배워서 이것을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고 하더라도 이것을 다 분석해 주는 것이 과연 친절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처음’하고 ‘지금’은 명사, 부사에 대한 이야기인데 물론 처음에는 의미 전이였겠지요. 그런데 ‘그들 기계화초병들은 지금 기름진 농장벌을 불이 번쩍나게 갈아엎고있다.’에서 ‘지금’에 조사를 붙일 수 있을지, ‘처음’도 부사로 쓰일 때 주로 ‘으로’가 쓰이는데 이 ‘처음으로’를 굳이 분석해서 사전 이용자들에게 무슨 도움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처음으로’를 하나의 부사로 보아 ‘으로’ 없이 쓰이는 것으로도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밖에’는 ‘외부’의 뜻으로는 ‘밖에, 밖으로, 밖에서, 밖이’ 등으로 나가지만 ‘~밖에 없다’, ‘이밖에 또 뭐가 있느냐?’의 경우에도 굳이 ‘밖’과 ‘에’로 나누어 보아야 할 것인가, 그렇게 분석할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하는 점과 더불어 생각해야 될 것 같습니다. 그것은 우리 국어가 첨가어이기 때문에도 그렇고, 또 대개 그러한 문법 의식이 일반 대중에게도 있는 것은 틀림없지만 연구실에서 할 일과 사전이 할 일이 다르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에서입니다. 한편 ‘맞다’는 Ⅰ, Ⅱ, Ⅲ으로 나누었는데 당연히 그 이상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여기서 제가 지적하고자 한 것은 동사 표시 다음에 ‘자, 타’ 표시는 필요 없다는 것입니다. 저는 ‘자, 타’ 표시가 사전 이용자들에게 주는 정보가 아무 것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서양 문법을 흉내 낸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을 ‘를’과 ‘에’가 교체될 수 있는 경우, ‘를’만 쓰이는 경우, ‘에’만 쓰는 경우로 나누어 보면 앞의 Ⅱ번의 ①, ②도 Ⅰ로 넘어갈 수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이런 문법의 틀을 제가 강조한 것은 주어진 올림말의 의미가 분화되었다고 증명할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의 하나로도 이용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철수가 불량배에게 머리를 돌에 맞았다.’는 사전에 예로 올려야 한다는 것은 아니고 이런 논항들이 있다는 정보는 주어야 하지 않겠느냐 하는 것입니다. 또 ‘누구를 며느리로 맞는다’의 경우는 제가 잘 이해하지 못 했는데 다시 한 번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사회 미진한 부분에 대해서는 토론회가 끝난 후 나중에 따로 보충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임홍빈 선생님의 답변으로 넘어가겠습니다.


남북한 차이의 해결은 정확성에 근거하여야

任洪彬 제가 답을 해야 할 부분은 첫째 표제어 선정이 잘 되어 있는가, 둘째 다의어 처리가 잘 되어 있는가, 셋째 남북의 이질성 곧 언어 차이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겠는가, 넷째 북한 사전의 뜻풀이에 대해서 앞으로 할 일이 무엇인가 하는 네 가지로 요약해서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그 가운데 어떤 부분은 제가 말씀드리기 어려운 부분도 있고 해서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만 간단히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표제어 선정이 잘 되어 있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앞서 다듬은 말에 대하여 송천식 선생님께서 말씀하셨고 방언에 대해서는 킹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는데, 문법적인 표제어 선정, 가령 동의어와 이의어의 문제에서 ‘갈다’를 예로 들어 ‘갈다1, 갈다2, 갈다3, 갈다4’가 다 잘되어 있는가 하는 것과 같은 점을 물으신 것 같습니다. 그보다도 한 가지 우선 말씀드릴 것은 표제어 선정이 다 잘되어 있다 하더라도 북한 언어 사전은 백과전서적 사전과 우리말 뜻풀이 사전을 아주 엄격히 구분하려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남한의 사전이 백과사전적이라는 비판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엄격하게 언어학적 사전으로 국한하려 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경우 ‘서울’이란 단어가 수도(首都)라는 뜻으로만 되어 있지 경기도에 있는 이 지역을 가리키는 뜻은 아닙니다. 그런데 ‘서울’ 항목 밑에 ‘서울이 무섭다니까 남태령부터 긴다.’라는 속담이 나와 있는데 여기서 ‘서울’은 일반적 의미의 수도가 아니라 우리가 사는 남한의 수도를 의미하는데 이러한 것을 통하여 표제어 선정 원칙을 엄격하게 언어학적인 것으로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알 수 있습니다. 가령 ‘대사전’에는 ‘김일성, 김정일’이라는 말이 수도 없이 나옵니다. 그런데 ‘김일성, 김정일’을 표제어에서 찾을 수 없다면 한 사전이 자족적이 되기 위해서 언어학적 요소 이외에 백과사전적 요소가 얼마나 들어가야 하는지 큰 문제입니다. 원칙에는 충실했습니다만 결과적으로는 상당한 문제를 갖게 되었습니다. 또 합성어 문제가 이야기될 수 있겠는데 ‘기차다’도 북한 사전 가운데 어떤 사전에서는 한 단어로, 어떤 사전에서는 구(句)로 구별하고 표제어로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일 어려운 문제는 조금 전 쉬는 시간에 조재수 선생님께서도 지적하셨지만 기본 뜻, 갈라진 뜻, 혹은 ①, ②, ③, ④, ⑤로 나누는 문제 등의 핵심을 쥐고 있는 것은 ‘옹근뜻’과 ‘반뜻’을 설정하는 문제를 검토해 보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신기철·신용철 사전에 ‘㉠’밖에 없는 항목 풀이가 있고 또 다른 사전도 그런 모습이 보이는데 그것은 반뜻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어떤 단어에 기본적인 뜻이 있고 그 두 번째 갈래로 ②, ③, ④, ⑤가 있다고 할 때 처음과 끝은 분명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짖다’의 경우 개가 짖는 것을 서술한 것이 기본 뜻이고 사람이 짖는 경우는 맨 끝에 올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중간쯤에 오는 경우의 차례를 정확히 매기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문제로 보이는데 그와 같이 그 중간 뜻의 정확한 순서를 자신 있게 매길 수 없다면 반뜻을 설정하는 것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됩니다. 구체적인 예를 제가 다루어보지 않았습니다만 1962년 ‘조선말사전’과 1992년 ‘조선말대사전’을 비교해 보면 1962년 사전에 반뜻이 처음으로 등장하는데 한 단어에 있어서 반뜻이 상당히 많이 있습니다. 그 반뜻이라고 설정되었던 것이 1992년 사전에서는 옹근뜻에 포함된 것도 있고 -1962년 사전에 6개 단어가 반뜻이었다면 1992년 사전에서는 2개 정도만 반뜻으로 남습니다. - 어떤 것은 옹근뜻으로 승격된 것이 있기도 합니다. ①, ②, ③, ④, ⑤로 나누는데 매우 주저하고 자신 없어 하고 근거도 없어 하면서 거기에 또 반뜻을 설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로 보입니다. 또 다의어 처리가 잘 되어 있는가 하는 문제에 있어서는 다음과 같이 생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어 ‘짖다’를 하나만 풀이하고 나머지는 다 예로 처리할 수 있을 것도 같고, 또는 개 짖는 소리와 새 짖는 소리가 다르므로 나누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나누면 됩니다. 이것은 편의상의 처리일 가능성이 상당히 많이 있다고 하는 점입니다. 그래서 가령 무얼 그렇게까지 다섯 개씩이나 되도록 많이 나눌 필요가 있겠느냐 하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으나 북한 사전의 장점은 어휘의 용법을 총 망라하려고 했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짖다’가 개에 대하여 쓰이는 것, 사람에 대하여 쓰이는 것, 새에 대하여 쓰이는 것이 공통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들 각각을 달리 ①, ②, ③, ④, ⑤와 같이 나누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세 번째의 남북한 차이를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 네 번째 앞으로 북한 사전의 뜻풀이에 대하여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하여 한꺼번에 말씀드리겠습니다. 무엇보다도 정확성에 도달하는 작업을 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문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경우가 꽤 많은데 북한 사전은 주로 의미 중심의 처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법적인 정보가 중요하다고 하면 ‘맞다’의 경우 자동사적인 용법은 함께 묶고 타동사적인 것은 또 다른 표제어로 세우게 될 것입니다만    북한 사전의 중심적인 태도는 의미론적인 것입니다. 그래서 자동사·타동사 전부 다 한꺼번에, 그리고 부사·명사·동사로 쓰이는 것도 다 한꺼번에 다루고 그 설명 방법의 하나에 동사로도 쓰인다는 것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뜻풀이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 이렇게 한다는 것이 전제 조건으로 들어 있습니다만 그렇게 꼭 해야 하는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어떤 하나의 문제로 문법적인 문제가 있는데, 가령 (영원히 그치지 않을 문제 같습니다만) ‘학교를 간다’에서 ‘가다’는 북한에서는 전부 자동사입니다. 그리고 남한에서는 어떤 분들은 타동사일지도 모른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또 ‘밤길을 가다’에서도 자동사인가 하는 문제가 있는데 북한에서는 다 자동사입니다. 이 문제는 어떤 토론을 통해서 같이 해결을 모색해야 할 문제가 아닌가 합니다. 남북한의 정치 사회적 차이어나 북한 사전에만 있는 단어 등은 그대로 가져올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그 풀이까지 가져와야 되느냐 하는 문제는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결정해 준다고 생각합니다. 그 밖에 나머진 문제는 정확성이 핵심을 쥐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것은 세력 다툼밖에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 예, 죄송합니다만 추가적인 질문은 다음 주제까지 마친 후에 한꺼번에 받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곽충구 선생님의 논평에 대하여 로스 킹 선생님께서 답변해 주시겠습니다.


다른 나라의 언어 정책도 참조해야

Ross King 곽 선생님이 제시한 자료를 보니 어제 제가 방언에 대하여 발표한 것은 불도저 앞에서 삽질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며(좌중 웃음), 의미론적인 면에서는 좀 소홀히 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러나 다른 면에서는 제가 간단히 강조하고 싶은 어휘 개혁, 언어 개혁과 같은 사업은 남한만 하는 것도 아니고 북한만 하는 것도 아닙니다. 이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경험이 있는 사업인데 국가 차원에서 하는 이런 사업은 국립 국어 연구원에서도 다른 나라에서의 경험을 좀 공부해야 하지 않는가, 또 다른 나라에서도 남한의 경우와 특히 북한의 언어 정책에 관한 경험을 좀 공부해야 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회 지금 말씀하신 것과 관련하여 서면 질의가 있는데 혹시 기억나시는 것이 있다면 두 표준어를 통합시킨다는 노르웨이의 언어 정책과 관련하여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Ross King 제가 어제 두 가지를 말씀드렸습니다. 첫 번째 예는 터키입니다. 터키와 북한은 아주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1928년도에 터키에서 커다란 문자 개혁을 했지요. 아랍 문자를 포기하고 그로부터 아주 정열적으로 어휘 개혁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지금도 계속하고 있어 경험이 많이 쌓였습니다. 북한도 한자를 1949년도에 버리고 비슷한 어휘 개혁을 해 왔기 때문에 유사한 점이 있습니다.
   노르웨이 어는 방언을 많이 반영한 일종의 표준어로 100년 전에 생긴 란스몰(Landsmal, 고대 노르웨이의 지방어에서 온 니노르스크(Nynorsk)를 이어받아 19세기에 많은 학자들이 완성한 언어: 정리자 註)과 덴마크 표준어에 좀 더 가까운 文語(리크스몰(Riksmal) 또는 보크몰(Bokmal)로 덴마크 지배기부터 노르웨이 인들이 써온 민족어: 정리자 註)가 오랜 동안 경쟁하고 있었습니다. 아이네르 하우겐(Einar Haugen) 교수는 1966년도에 책도 내고 여러 가지 논문도 내었는데, ’60년대에 하우겐 교수가 연구할 때는 아직 결과적으로 두 말을 통합시키지 못하였습니다. 그 이후로 어떻게 발전하여 왔는지는 잘 모릅니다.

사회 감사합니다. 이제 조금은 이질적인 내용이긴 합니다만 마지막 두 주제에 대하여 추가 질의나 논평을 받겠습니다.

郭忠求 제가 아까 북한에서 문화어로 올린 방언형들이 북한에서 널리 통용되는 어휘들인가 하는 문제를 제기했었는데 제가 7, 8년 전에 우연히 백기행, 즉 白石의 시집을 보았는데 모르는 단어들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그때 제가 그 모르는 단어들 가운데 ‘가’ 부분만 비교해 보았는데 ‘조선말대사전’에 그때 몰랐던 어휘들이 전부 실려 있었습니다. 백석은 1912년도에 평안북도 정주에서 출생하여 오산학교를 마친 사람으로 제가 알기로는 약 18세까지 고향에 머물면서 언어 습득기를 보냈습니다. 따라서 백석의 시어들은 상당히 토속적인 중요한 방언 어휘들 같은데 이번에 ‘조선말대사전’에 실려 있었습니다. 그다음에 우리 국내의 一石 李熙昇 선생님의 ‘국어 대사전’과 신기철·신용철 선생님의 ‘새 우리말 큰사전’에 방언형들이 많이 제시되어 있는데 상당히 문제점이 많습니다. 가령 ‘아부재기’를 펴 보면 ‘겁쟁이’로 함경도 방언이라고 되어 있는데, 함경도에서 그 말을 쓰긴 합니다만 ‘겁쟁이’는 아니고 ‘아우성치다, 고함치다’라는 뜻입니다. 제가 금성판과 한글 학회 사전은 보지 못했습니다만 차라리 이럴 바에야 우리 국어사전에서 방언이라고 제시한 것들을 전부 빼 버리는 것이 어떨지 하고 생각해 봅니다.

高永根 두 가지만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가칭이긴 하지만 ‘종합 국어 대사전’ 이라는 이름을 조금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둘째로, 제가 얼마 전에 여러 가지 남북의 모든 국어 대사전을 중심으로 굴절 어미라든지 파생 접사 등을 검토해 본 적이 있습니다. 제 각각 다르더군요. 지금 임홍빈 선생님께서 크게 맡아서 하고 있다고 하니까 결실이 있으리라 기대합니다만 조만간 이 문제를 분명하게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우리말 큰사전’의 원칙이 비교적 온당하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회상법 내지 회상 시제라고 하는 ‘더’를 보더라도 남북의 어떤 사전도 이 ‘더’를 독립시켜 싣고 있지 않습니다. 단지 ‘금성판’ 사전만 ‘더’를 독립시켜 싣고 있습니다. 그것은 아마 학교 문법이 ‘더’를 따로 독립시켰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더’가 이렇게 독립된 항목으로 오르지 않는 것은 분포가 아주 제약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아까 남 선생님이 지나친 분석은 이로울 것이 없다라고 하였는데 그런 점과 관련하여 이 문제는 좀더 종합적, 거시적으로, 특히 ‘종합 국어 대사전’의 성격과 관련하여 활발하게 논의되었으면 합니다.


토론회를 마치며

사회 대단히 감사합니다. ‘종합 국어 대사전’의 명칭은 저희도 ‘표준 국어 대사전’이 옳지 않느냐 하는 등 여러 가지 의견이 있습니다. 작년에 이어서 금년에도 사전을 주제로 회의를 연 것은 다 아시는 바와 같이 저희가 추진 중인 ‘종합 국어 대사전’의 편찬 방향을 올바르게 설정해 나가는 데 여러분들의 의견을 참고하자는 것이 주된 계기였습니다. 물론 사전학 자체의 관심사로서도 의의 있는 일이겠지만 저희로서는 이 자리에서 거론된 문제들을 최대한 폭넓게 수용해서 좋은 사전을 만들고자 노력하겠습니다. 대체로 거론된 것을 보면 표제어 선정 부분에서 규범성, 즉 방언들의 표준어로서의 수용 문제에 대한 제안이 많으셨고 특히 북한에서의 노력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라는 킹 교수의 제안을 겸허하게 받아들일 생각입니다. 사실 저희가 종합 사전의 사업을 추진하던 초기부터 통일 대비 사전으로서의 성격을 표방했었는데 그 속에는 방언이나 북한어는 물론 해외 동포의 언어들까지 폭넓게 반영하겠다는 것 외에 사전 편찬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국내의 학자들의 협조와 참여는 물론 북한의 학자들도 가능하다면 자리를 함께 해서 협력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추진하겠다는 포부가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사정이 그것을 허용하지 않아서 오늘 이 자리에서도 북한 학자들을 모시지 못했습니다만 그 뜻은 잊지 않고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 또 한 가지는 뜻풀이와 문법 정보 부분의 정확성이 문제되었습니다만 저희가 이해하기로는 이것은 북한 사전의 문제일 뿐만 아니고 우리 남한의 기존 사전에서도 똑같이 어쩌면 그에 못지 않은 문제점이 내포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전 편찬실에서 어제 주제 발표를 듣고 우리는 사전을 만들 수 없다라는 걱정이 크게 나왔습니다만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 이것이 단지 사전 편찬의 문제점뿐만 아니고 또 국어 연구 자체의 수준을 사전 편찬이 더 넘어설 수는 없다고 볼 때 국어 연구원에 계시지 않더라도 지금 이 자리에 와 계신 분들은 어느 만큼은 공동 책임을 지셔야 되지 않겠는가 생각하여 앞으로 더 많은 지도 편달을 부탁드립니다. 또 한 가지는 大江 선생께서 강조하신 전자 사전의 필요성, 저희들도 인식하고 실은 사전 예산을 획득하는 과정에서도 그 필요성을 행정 부처로부터 거론받고 권유를 받았습니다. 다만 저희들의 인력이라든가 컴퓨터 프로그램을 다룰 수 있는 능력,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이번 사업에서는 전자 사업 편찬의 기틀을 만드는 데까지 목표를 두고 있고 정작 전자 사전의 출판까지에는 생각이 미치지 못하고 있음을 말씀드립니다. 지금까지 약속된 시간이 훨씬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자리를 해 주셔서 깊이 감사하며 이상으로 금년의 북한 사전을 주제로 한 국제 학술회의를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리 허철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