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북한의 국어사전]

북한의 방언과 사전

로스 킹 Ross King / SOAS 런던대 아시아-아프리카 대학 동아시아학과 교수


I. 들어가기

  이 논문의 주제는 어쩌면 지나치게 야심적일지도 모른다. 방언학과 사전학, 언어 계획 및 이들 각 분야에 대한 북한의 특수한 사정들이 모두 망라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차례의 보고서에서 이 모든 주제들을 제대로 다 다룰 수는 없는 일이므로, 필자는 다음과 같은 사항들에 대해서 다루고자 한다. 1) 언어 계획의 몇 가지 일반 개념을 소개하고, 2) 북한이 추진하는 언어 계획의 배경을 개괄하고, 3) 북한 사전의 이념적이고 규범적이며 통제적인 기능을 강조하고, 4) 북한에서 정력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말다듬기’ 사업에서 차지하고 있는 방언학의 역할을 소개, 예시하고, 5) 사전과 언어 계획 그리고 통일 한국에서 국립 국어 연구원이 수행해야 할 역할에 대한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II. 북한의 민족주의와 언어 계획

  이념화된 사회적, 정치적 통합 공동체로서의 민족주의는 세속 집단의 한 상징으로 언어를 필요로 한다. 자연스러운 사회적 동화(同化)가 흔히 강제적 동원보다 늦는 근대화 과정에 있는 공동체들에 있어서 집단의 응집력과 충성심을 구축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의사소통의 수단인 언어는 언어 계획을 필요로 한다.
  언어 계획은 ‘실용 언어학’, ‘응용 언어학’, ‘규범 언어학’, ‘언어 발달’, ‘언어 공학’등등의 몇 가지 이름들 가운데 어느 하나 아래로 들어가지만, 항상 동일한 가정과 목표를 가지고 있다. 언어 계획은, 언어가 그저 일개 수단이나 도구에 불과하기 때문에 다른 여타의 연장처럼 언어를 표준화하고, 평가하고, 변경시키고, 교정하고, 조정하고, 개량하며 그 구성 요소들을 다른 구성 요소들과 교체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말라야 대학 교수이며 말레이·인도네시아 어 발달에 관한 권위자인 S. 탁디르 알리스자흐바나 S. Takdir Alisjabana 는 다음과 같이 선언한 바 있다.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신생 국가들은 자국어의 음운과 형태 및 어휘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주조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 그런 관계로 그들의 언어는 사회의 통합력이 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현대 세계의 의사소통과 진보를 위한 적절한 도구가 되고 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기술 언어학이 아닌 규범 언어학이다.”
  구체적인 언어 정책 과업이 무엇이든 간에, 언어 계획의 입안자들은 언제나 언어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빅토르 타울리 Victor Tauli (1971:32)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강조하고 있다.
“언어는 여타의 다른 사회 현상들보다 변화에 강하게 저항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도적인 변화와 통제, 심지어는 급격한 변화에까지도 그만 순순히 따르고 만다.”
  하인츠 클로스 Heinz Kloss 는 Abstand 언어와 Ausbau 언어에 관한 자신의 초기 논문(1967)에서 다음과 같이 쓴 바 있다.
“개인에 의한 것이건, 아니면 (훨씬 더 빈번히 일어나는 일이지만) 집단에 의한 것이건, 혁신적인 언어 계획은 한 언어를 변화시키는 합법적이고 용인 가능한 (많은 경우에) 필요한 방법이다.”
  원리상으로 볼 때, 의도적으로 변경될 수 없는 언어 요소는 없으므로, 언어 계획은 한 언어가 가진 모든 영역의 문어와 구어 형태, 즉 음운, 형태, 통사, 어휘, 철자법 체계를 포함한다.
  그렇지만 언어 계획의 가장 광범위한 분야는 어휘 계획과 철자법이다. 대부분의 학자들이 언어의 ‘현대화’를 가리킬 때, 그들은 사실상 어휘의 팽창을 의미하고 있는 것이다. 한 언어의 어휘를 늘리는 방안은 외부 자료로부터 들여오는 대량 차용과 내부 자료에 근거한 신조어 사용의 두 가지이다. 앞으로 우리가 보게 되듯이, 북한의 언어학은 지난 40여 년을 넘도록 앞선 시기에 일어난 상당수의 대량 한자어를 추방하고 가능하면 그것들을 고유어 요소들로 바꾸는 데 엄청난 힘을 쏟아 오고 있다. 이러한 개혁에 나타난 고유어 요소들 중에서 방언 요소들이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2.1 언어 계획에 있어서의 언어 유형론과 언어관

  북한의 구체적인 상황을 언급하기에 앞서, 남북한 양쪽에서 취하고 있는 언어 정책을 알아볼 수 있는 한국어 언어 계획의 유형론과 언어관에 대해서 잠시 논의해 보는 것도 유익할 것이다.
  첫째, 유형론에 관해서 이야기해 보자. 세계 각국의 언어 계획에 관한 초창기 연구의 대부분은 언어적 상황과 그들이 이끌어내는 언어 계획적 반응에 대한 서로 다른 가능한 유형들을 정의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유용한 유형론 한 가지는 하인츠 클로스 Heinz Kloss가 제안한 바 있다.
  클로스 Kloss (1967)는 Abstand 언어와 Ausbau 언어를 구분한다. 전자가 본질적인 시간 거리에 의한 언어라면, 후자는 발달에 의한 언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범주에 속하는 언어들은 문학적 표현의 표준화된 연장이 되기 위하여 형체를 만들고 또 만들고 고치고 또 고치고 했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인식이 된다.
  예컨대 영어와 불어, 독일어처럼 하나의 언어는 동시에 Abstand 언어와 Ausbau 언어가 될 수 있다. 클로스 Kloss는 Ausbau 언어를 ‘다중심적 표준어’, 즉 동일하거나 유사한 방언들에 근거한 동일 표준어의 두 변이형이 존재하는 경우와 구분한다. 다중심적 표준어의 전형적인 예가 바로 몰다비아 어와 루마니아 어, 페르시아 어와 타지크 어 또는 세르보-크로아티아 어이다.
  클로스 Kloss의 술어를 따르면, 한국어 언어 계획 유형은 대단히 복잡하다. 광의의 술어로 본다면, 현대 한국어는 다중심적 표준 (남한과 북한)을 가진 Abstand 언어이다. 그런데 표준들 가운데 하나가 정력적이고도 끈질긴 언어 계획 프로그램을 통하여 Ausbau 언어로 발달하는 과정에서 다른 하나를 능가한 상태이다. 우리는 본 논문을 마무리하는 자리에서 다시 이 유형론이 통일 한국에서 갖게 되는 의미에 대해서 논의하게 될 것이다.
  다음으로 언어관을 보자. 어떤 사람이 언어에 대해 견지하고 있는 철학적 관점은 대체로 그 사람이 언어 계획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를 결정해 준다. 우리는 이미 앞서 언어 계획이 언어를 일개 연장으로 본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언어에 대한 이와 같은 공리적이고 기능적인 관점은 지난 세기 이래로 흐르고 있는 서구 언어학의 지성적 경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18세기와 19세기의 민주주의적 전통 속에서 활동한 민족주의적이고 낭만적인 언어 사상가들에게 있어서, 언어란 살아서 움직이는 그 무엇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언어관과 그에 따른 규범성에 대한 혐오감은 미국 구조주의의 주된 흐름이 되어 왔지만 (할 Hall(1950)의 제목인 ‘당신의 언어를 제발 혼자 있게 하라!’를 한번 보시라.), 유럽권, 특히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권에서는 점차로 거센 도전을 받게 되었다. 클로스 Kloss(1967)는 분리 독일에 대한 다음과 같은 일화를 보고하고 있는데, 필자도 그의 결론에 동의한다.
공산주의가 지배하는 동독에서는 언어가 상부로부터 조작을 당하고 있지만, ‘상부’로부터 내려오는 아무런 간섭도 받지 않고 화자들의 취향에 따라 언어가 성장하고 변화하는 자유 세계에서는 이러한 현상은 전혀 용납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1964년 초반 독일의 유력한 언어학자 한 사람이 공개된 강의에서 말했다. 그러나 상당히 낭만적인 이러한 견해는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요구를 제대로 다룰 수 없다.
  남한에서는 언어학자들이 미국 언어학의 낭만적인 자유방임적 태도를 물려받았기 때문에, 비무장 지대 너머에 있는 동포들보다 자기들의 언어에 훨씬 덜 개입했다. 북한에서는 언어학자들이 소련의 고문들로부터 언어에 관한 유물론적이고 기능적인 견해를 물려받았기 때문에, 곧 자기들의 언어에 독창적이고도 정교한 철학과 프로그램을 발달시키기 시작했다.


      2.2 북한의 언어 정책: 그 배경

  북한 언어 계획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날짜는 김일성이 ‘언어학자들과 한 담화’를 발간한 1964년 1월 3일과 1966년 5월 14일이다. 이 담화에서 김일성은 언어를 공산주의 투쟁 과정에서 쓰이는 연장 내지 무기로 보는 자신의 국어관을 피력했다. 하지만 한국어는 완전하지 않다.
물론 조선말에도 부족점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자기 나라말의 부족점들을 없애고 우리말을 더욱 정확하고 아름다운 것으로 발전시켜야 합니다.
  어휘의 문제로 돌아가서 김일성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쓰지 않을 한자어는 한어사전에만 올리고 조선말사전에서는 아예 빼 버려야 하겠습니다. 과학원에서 만들어낸 <조선말 사전>에도 한자어가 너무 많아서 마치 중국의 옥편 같습니다.
  김일성은 북한의 언어적 동원을 요구함으로써 그의 1964년 담화를 끝내고 있는데 이는 ‘국어를 정확하게 사용하는’ 습관을 확산시키려는 사회 운동을 제창하는 것이다.
  1966년 담화에서 김일성은 표준어 문제로 돌아가서 좀 더 자세하게 국어의 발전에서 언어학자들이 수행해야 할 역할에 대해서 정의를 내리고 있다.
공산주의자들인 우리는 우리말의 민족적특성을 살리고 그것을 더욱 발전시켜야 합니다. … 우리는 한자말과 외래어를 고유한 우리말로 고치고 체계적으로 발전시켜나가야 하겠습니다. … 그런데 《표준어》란 말은 다른말로 바꾸어야 하겠습니다. 《표준어》라고 하면 마치 서울말을 표준하는 것으로 그릇되게 리해될수 있으므로 그대로 쓸 필요가 없습니다. 사회주의를 건설하고있는 우리가 혁명의 수도인 평양말을 기준으로 하여 발전시킨 우리말을 《표준어》라고 하는 것보다 다른 이름으로 부르는 것이 옳습니다. 《문화어》란 말도 그리 좋은것은 못되지만 그래도 그렇게 고쳐쓰는것이 낫습니다.
  1964년과 1966년의 ‘언어학자들과 한 담화’에서 뽑은 위의 발췌문은 1966년 이래로 북한의 모든 언어 정책의 기반을 형성했다.


III. 언어 계획에서 차지하는 사전의 역할

  사전이 규범적일 수 있는가 또는 사전이 규범적이어야 하는가에 대하여 사전 편찬자들은 서로 다른 견해를 취한다. 영미의 전통 속에서 작업을 하는 사람들은 규범적 사전을 상당히 경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하여 사전 편찬학에 관한 개설적 논문에서 하트만 Hartman(1983:5)은 사전을 만드는 일이 “어떤 규범적이거나 지시적인 규정을 제시하기보다 용법을 기록하는 기술적 작업”이라고 쓰고 있다. 그는 거의 경멸적인 어조로 사전이 “규모가 적거나 문화적으로 발달이 덜 된 공동체에서 기울이는 언어 계획자들의 의도적인 노력과 유사하게 중요한 표준화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으면서도 “성문화된 용법이 중요하지만 사전의 주요한 목표는 아니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란다우 Landau(1984:32)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용법에 근거한 모든 사전들은 기술적이다. 물론 적절히 제작된 사전들은 모두 용법에 근거해야 한다. 규범이란 것은 취향과 구별하기가 곤란하다.” 웰즈 Wells (1973:7)는 “사전이 용법의 표준을 정한다는 허구”에 관하여 적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언어 사용을 개선하거나 교정하려는 모든 의도를 부인하는 사전 편찬자들의 견해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정통적인 전통’ (웰즈 Wells 1973)과 ‘사전의 힘’, 그리고 ‘사전의 Diktat’ (쿼크 Quirk 1974)에 대해서 말할 수 있다. 사전은 분명히 잠재적으로 볼 때 강력한 교범이다. 상당히 기능적인 방향성을 가진 전통 (프라그 학파) 속에서 작업하고 있는 사전 편찬학자인 즈구스타 Zgusta는 규범적 사전에 대하여 어느 정도 개방적이어서, 편찬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충고를 하고 있다.
사전이 만일 특별히 기록적인 성격을 갖지 않는다면, 가능한 한 균질적이어야 한다. 문학적이고 교양을 갖춘 구어는 담화어와 마찬가지로 한 언어에서 가장 중요한 변이형들이다. … 국가의 공식적 표준어 더하기 방언들을 포함하는 사전은 자료에다가 어떤 표시나 주석, 기타의 방법을 동원하여 그 차이점에 대한 꼬리표를 달아도, (한 가지만을 수록한) 균질한 사전과 동일한 정도로 규범적일 수 없다.

      3.1 북한의 사전들

&nbs0p; 북한의 사전에 관하여 남한에서 이루어진 최근의 연구는, 김일성의 두 번째 ‘언어학자들과 한 담화’와 ‘조선말규범집’이 출간된 1966년을 북한의 사전 편찬 역사상에서 어떤 새로운 시기, 즉 ‘통제 사전’의 개막을 알리는 이정표라는 점에 모두 의견을 함께 하고 있다. 그 이후로 나온 사전들은 다음과 같다.

  1969년: 현대조선말사전
  1973년: 조선문화어사전
  1981년: 현대조선말사전 (2판)
  1992년: 조선말대사전

  북한의 사전들은 상당수의 일반적인 방향에 있어서 남한의 사전들과 다르다. 박금자(1989)는 북한 사전의 이념적인 특징을 강조한 바 있다. ‘북한의 사전들은 기술적이지도 않고 역사적이지도 않다. 그 대신 규범적이고 통제적인 방향을 갖춘 교육적인 것이다.’ 남한의 사전들이 사적인 개인에 의한 개별적인 노력의 경향을 갖는 것과는 달리, 북한의 사전들은 정부가 조직한 집단적 노력의 산물이며, 따라서 북한의 사전 편집자들은 상업적인 이해 타산에 따른 제약을 받지 않는다.
  언어 계획의 통제적 양상은 북한의 언어학자들에게도 역시 솔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방언 연구 방법론’의 한 절에서 김영황 (1982:13)은 다음과 같은 김일성의 말로부터 인용한 구절로 시작하고 있다.
우리 언어를 세련되게 하는 일이 결코 쉬운 작업은 아닙니다. 여기서 우리는 엄청난 작업과 강력한 통제를 필요로 하게 됩니다.
  ‘현대조선말사전’(제2판:1981)이 가장 최근에 이루어진 가장 야심적인 ‘통제 사전’이라는 이유도 있고, 또한 현재의 필자가 이용할 수 있는 유일한 북한 사전인 관계로 필자는 이 논문에서 ‘현대조선말사전(1981)’로 논의를 국한시키기로 한다. 현대조선말사전(1981)의 머리말에서 편찬자들은 이 사전을 김일성의 70회 생일을 기념하여 바쳤고 그 사전이 ‘우리 말의 주체적발전과 우리 인민의 언어생활에서 길잡이’의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라는 의도를 표명하였다. 일러두기는 ‘이 사전은 사회생활의 여러 분야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13만여의 우리 말 문화어어휘를 기본으로 하여 올리고 과학적이며 규범적인 풀이를 준 중사전 규모의 우리 말 규범 사전’이라고 명백히 밝히고 있다.
  현대조선말사전(1981)은 다음과 같은 흥미 있는 특징을 가진다.

- 서울말, 방언, 고어를 올리지 않았다.
- 이전의 사전보다 한자어, 외래어가 더 적게 나타난다.
- 어원과 한자를 포함하지 않았다.
- 단어의 정치적 의미와 정치적 표현에 우선 순위가 주어졌다.
- 김일성 저작과 혁명 소설 등으로부터 예문을 많이 가져 왔다.
- 명언과 성구, 속담을 더 많이 포함하였다(차재은(1991)에 따르면 6,400개라고 하는데, 조선문화어사전(1973)에는 811개가 있었음)
- 모음의 길이를 표시하지 않았고 형태론적인 분석을 하지 않았다.
- 고유 명사를 수록하지 않았다.
- 이 사전의 높은 정치적 속성에도 불구하고 ‘정치’는 전문 분야에서 제외되었다.(와다 Wada:1989)
- ‘다듬은 말’에 우선이 주어졌다.
- ‘외래어’라는 이전의 술어가 ‘들어온말’이라는 고유어 술어로 대치되었다.
- 등등.

  언어 계획의 관점에서 가장 흥미 있는 특징은 ‘×’와 ‘→’와 ‘⇒’의 세 부호이다. 첫째 부호 ‘×’는 다듬은 말에 의하여 대치된 단어 옆에 나타나서 ‘나를 사용하지 말라!’는 뜻을 나타낸다. 둘째 부호 ‘→’는 사투리를 비롯한 비규범적인 올림말에 나타나 독자에게 수용 가능한 문화어 단어를 알려 준다. 셋째 부호 ‘⇒’는 ‘2중체계에 속하는 한자말’, 즉 고유어와 완전히 동등하게 좋은 한자어에 나타나서 독자에게 고유 문화어 대치형을 알려 준다. 다듬어 써야 할 올림말은 <<(다듬은 말로)>>라는 안내글과 함께 새로 다듬은 말을 보여 주었다.
  그리하여 현대조선말사전(1981)은 티이체 Tietze (1962)가 터키의 언어 개혁에서 나타난 사전학적 문제를 논하면서 ‘schizoglossia’라 부른 것의 좋은 보기이다.
새로 만들어진 단어나 표현들을 다루는 문제도 역시 어렵다. … 이러한 면에서 현재의 터키어 사전들은 매우 차이를 보인다. 어떤 것은 새로운 언어 재료를 모두 제외하였고, 어떤 것은 새로운 언어 재료를 지금은 거부되는 등가형에 굳게 연결시켜 주었다. 그리하여 사전에 schizoglossia 원칙을 도입하였다.

IV. 언어 계획에 봉사하는 방언학

  북한 언어 개혁의 ‘언어 순화’ 운동에서 새로운 단어와 표현의 한 원천은 방언이었다. 이 절에서 우리는 북한 언어 계획 사업이 북한 언어학에서의 방언학의 지위를 어떻게 재정의하였는지, 그리고 한국어를 풍부하게 하는 데 있어 방언 자료의 사용 뒤에 들어 있는 이론과 실제를 검토하고자 한다.
  첫째, 북한에서의 방언학은 역사 언어학과 한국어의 역사 연구와 우선적으로 관련되어 있었다. 단어 수집이 강조되었고 음운론적인 문제를 해명하는 것이 중시되었다. 1960년대 중반까지 북한 방언학은, 단순한 자료 수집과 음운론으로부터 더 체계 지향적이고 넓은 접근으로 옮겨 가려 노력하면서, 역사-비교 언어학적 문제를 주로 다루는 이러한 경향을 유지하였다. 그리하여 김병제(1965)는 더 이른 시기의 어형과의 비교로 가득 차 있으며, 방언학의 여러 중요성을 열거하는 가운데 역사-비교 언어학적 방법론을 맨 앞에 두고 있다.
  주요 전환점은 1964년과 1966년의 두 번의 김일성의 ‘언어학자들과 한 담화’가 발표되면서 나타난다. 공식적으로 발표된 방언학에 대한 모든 언급에서 김일성의 ‘언어학자들과 한 담화’에서의 다음 두 줄이 빠짐없이 인용되는 시기도 대략 이 시기부터이다.
방언에서도 좋은것들을 찾아내여 써야 합니다. … 우리가 방언들을 잘 조사해보면 지금도 쓸수있는 좋은 우리 말이 있을것입니다.
  이 간단한 두 줄이 북한에서의 방언학의 진로를 급격히 바꾸어 놓았다. 김병제(1975)는 이제 머리말에서 방언이 문화어에 사용될 가치가 있는 많은 좋은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다고 쓰고, 역사 언어학적 문제는 저 멀리 둘째 자리에 가 있다. 김일성은 방언학의 목적과 임무를 과격하게 재정의하는 혁명을 언어학에 일으킨 것이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께서 주체언어사상을 창시하심으로써 우리 언어학은 비로소 순수한 분석과 인식의 과학으로부터 언어발전에 관한 과학으로 전환되였으며 관조의 테두리에서 완전히 벗어나 언어를 사회주의, 공산주의의 건설의 합법칙적요구와 로동계급의 계급적지향에 맞게 발전시키는데 적극 이바지하는 혁명적인 언어과학으로 발전하게 되였다.
  언어학과 방언학에서의 주체 철학적 원리의 확립에 힘입어, 북한에서는 방언과 문화어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볼 수 없는 새로운 관계에 놓이게 되었다.
이렇듯 우리 나라에서는 문화어와 방언과의 호상관계가 낡은 사회에서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관계를 맺고 있다. 문화어는 방언 가운데서 아름답고 인민적인 요소들을 모조리 받아들여 자체를 더욱 풍부히하며 방언은 오래동안 자기 체계 안에 간직하여 온 아름답고 진보적이며 인민적인 언어 요소들을 문화어에 넘겨주면서 스스로 물러나는 그런 관계에 있다. (김병제 1980:8)
  김영황(1982:9)도 한국 방언의 역사적 발전에 대한 새로운 공식적 언급을 하고 있는데, 그것은 한국 민족 문화의 발전 등에 북쪽 요소의 중요성을 주장하는 북한 측 견해와 비슷한 관계에 있는 것이다.
이러한 모이기 과정의 기준으로 된 것은 고구려 수도였던 평양과 같은 방언 구역에 속하였던 개경지방의 말을 중심으로 한 북부방언이었다. 다시 말하여 고려어의 기초방언으로 된 북부방언은 력사적으로 볼 때 고구려어의 기초방언인 평양지방의 방언과 같은 방언구역에 속하는 방언이었던 만큼 고려어는 고구려어의 직접적인 계승발전으로 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종류의 추론은 새로운 표준어, 문화어에 북부 방언으로부터의 단어들을 승격시키는 데에 직접적인 민족주의적인 유인 동기를 부여했던 것이다.


V. 현대조선말사전(2판:1981) 검토

  필자는 연구의 많은 부분을 소비에트 한국어 방언의 연구에 투입하기 때문에 자연히 함경 방언과 다른 북한 방언이 문화어의 발달에 끼친 영향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1981년판 현대조선말사전(‘문화어학습’과 다른 북한 출판물에서의 목록이 보충된)을 훑어보면 놀랄 만큼 많은 방언 어휘가 나타난다. 아래에 제시된 대부분의 낱말은 서울 표준말 화자에게는 아주 생소한 것이지만 필자로서는 소비에트 한국어(고려말)로부터 잘 아는 것들이다.
  문화어에 흡수된 방언 어휘

  부사

    2 날래
    [부] 날래게 빨리. ∥ ~ 가 보시오. ~ 들어 오다
    WKS(우리말 큰 사전:이하 같음): → 빨리(경남, 평안, 함경)

    4 가지 (표준어) 갓
    [부] 금방 또는 처음으로. ∥ ~ 떠나다. 우리 직장에 ~ 온 동무를 소개합니다.
    WKS: → 갓(경상)

    8 지내 (표준어) 지나치게
    [부] 너무 지나치게. ∥ ~많다. ~크다. ~짜다

  명사

    자연 세계

    11. 잰내비 (표준어) 원숭이
    [명] (말체) = 원숭이
    ◇ 잰내비 밥짓듯 제대로 하지도 못 하면서 조심성이 없이 부산을 떨며 경솔하게 행동함을 비겨이르는 말. … ◇ 잰내비도 나무에서 떨어진다 나무에 잘 오르는 잰내비조차도 나무에서 떨어질수 있듯이 <<어떤 일에 아무리 능한 사람도 실수할 수 있음>>을 비겨이르는 말.
    WKS: → 원숭이(평북, 함북)

    12. 벌거지 (표준어) 벌레
    [명] = 벌레

    15. 둥글소 (표준어) 황소
    [-쏘] [명] 다 자란 수소.
    ‘황소’를 찾아보면 ‘큰 수소’라 되어 있다.
    WKS: → 황소(함남)

    16. 게사니 (표준어) 거위
    이 사전은 ‘거위’(goose)도 싣고 있지 않으며 다만 ‘거위’(roundworm)만 있다. ‘거위묵’에 대해서는 ‘게사니묵’으로 가라고 되어 있지만 ‘게사니묵’은 올라 있지 않다.

    17. 멀기 (표준어) 물결; (한자어) 파도
    [명] 바람에 의하여 일어났다가 바람이 멎은 뒤에도 그냥 남아있거나 또는 다른 곳에서 일어난 것이 밀려오는 마루가 미끈하고 파장이 비교적 길며 물매가 느린 바다의 큰 물결. 바다에서 배를 몹시 뒤흔든다. 군함이 멀기를 타고 넘을 때마다 배머리가 높이 치솟았다가 내려꽂혔다 하였다. ◇ 멀기(가) 치다 멀기가 일어 몹시 설레거나 움직이다. ∥ 고기배들은 사납게 멀기치는 바다를 가르며 나가다.
    한자어 ‘파도’를 찾아보면 이렇게 되어 있다.
    [명] ① ((해양)) ⇒ 물결. ② <<힘찬 기세로 일어나는 어떤 사회적 운동이나 투쟁>>을 비겨이르는 말. ∥ 혁명의 ~.
    WKS: → 물결(강원, 함경)

    18. 깍지 (표준어) 껍질
    [명] ① 꼬투리에서 알을 싸고 있는 껍대기. ∥ 완두콩 ~. 팥 ~. (같은말) 깍대기. ② 무엇의 겉을 싸고 있는 단단한 껍데기. ∥ 굴 ~. (같은말) 깍대기.
    WKS: → 껍데기(함남)

    19. 버덩이 (표준어) 뻐드렁니
    [-니] [명] = 벋이. ∥ 입술 새로 ~가 삐여나오다
    벋이 [번니] [명] 제대로 나지 않고 버드러져나온 앞이. (같은 말) 버덩이. ∥ 옥이와 ~
    ‘뻐드렁이’를 찾아보면 이렇게 되어 있다.
    뻐드렁이 [명] = 뻐덩이
    뻐덩이 [-니] [명] 밖으로 뻐드러진 앞이. [참고 버덩이] (같은말) 뻐드렁이
    ‘bucktooth’에 대해서 사실상 문화어는 네 가지 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22. 내굴 (표준어) 내, 연기
    [명] = 내. ∥ ~을 피우다
    내굴감 [-깜] [명] ((화학)) 작은 알갱이들이 내굴모양으로 대기중에 떠있게 하여 병해충을 없애는 약. 흔히 헥사클로란, 피레트린 등이 쓰인다. [× 연무제]
    내굴길 [-낄] [명] 내굴이 빠져나가는 길. [× 연관]
    내굴내 [명] 내굴의 냄새. ∥ ~가 나다. ~를 맡다. ~에 목구멍이 싸하다. (같은말) 내내.
    내굴다 (내구니, 내구오) [동] (자) = 내다.
    WKS: → 냅다(평안, 함경)
    내굴막 [명] 어떤 군사행동을 적이 보지 못하게 하기 위하여 피우는 짙은 내굴 [× 연막].
    내굴먼지 [명] 내굴과 먼지 또는 내굴처럼 일어나는 먼지
    내굴칸 [명] 증기기관차나 로 같은 데서 내굴이 모이는 칸. [× 연실].
    내굴뿌무개 [명] ((기계)) 액체를 아주 작은 방울로 만들어 내굴모양으로 내뿜는 기계. [× 연무기]
    내굴쏘임 [명] 연기를 피워서 그슬리는 것 또는 그 그슬린 연기 [× 훈연]
    내굴찜 [명] 고기나 물고기를 소금에 약간 절여서 내굴에 그슬려 오래 두고 먹을수 있게 만드는 것 또는 그러한 식료품. 내굴찜하다 [동] (타)
    내굴안개 [명] ① 내굴이나 먼지 같은 것이 공중에 많이 떠서 옅은 안개처럼 보이는것. ② ((기상)) 내굴처럼 옅은 안개. ∥ ~와 짙은 안개.
    내구럽다 (내구러우니, 내구러워) [동] 내가 눈이나 목구멍을 자극하여 숨막히게 맵고 싸하다. (같은말) 냅다.
    한자어 ‘연기’를 찾아보면 이렇게 되어 있다. 연기 [명] = 내. 내굴.
    WFS → 내(평안, 함경)

    24. 무지 (표준어) 무더기
    [명] ① 무더기로 쌓여있는 더미. ∥ 무연탄 ~. 거름 ~. ② 이름수의 단위로 쓰인다. ∥ 석탄 한 ~.

    집안 물건
    33. 채 (표준어) 체

    34. 열대 (표준어) 열쇠
    [명] [-때] = 열쇠

    35. 포단 (표준어) 포대기; 요
    [명] 요. 포대기
    WKS: → 요(평북, 함남, 황해) → 이불

    36. 풍안 (표준어) 안경
    [명] 바람과 티끌을 막기 위하여 쓰는 안경.
    풍안경 [명] = 풍안
    풍안집 [명] 풍안경을 넣어 두는 갑.
    ‘안경’은 그냥 남아 있다.
    [명] 시력을 돕거나 또는 눈을 보호하기 위하여 눈에 쓰게 만든 물건. ∥ ~을 쓰다. ~을 끼다.
    WKS ‘풍안’, ‘경’을 제시하고 있지만 ‘-집’은 제시 안 하고 있다.

    사람

    43. 엉치 (표준어) 엉덩이, 궁덩이
    [명] ① 엉덩이의 등뼈에 가까운 부분. ② ◇ 엉치 부러진 수캐 <<제 마음대로 활동할 수 없게 되여 기세가 꺾인 사람>>을 비웃어 이르는 말.
    WKS: → 엉덩이(함경)

    44. 아바이 (표준어) 할아버지
    [명] <<나이가 지긋한 남자>>를 친근하게 부르는 말. ∥ 반장 ~. 공산주의 ~.
    WKS: → 할아버지(함경) → 늙은이(함경)

    늙은 여자에 해당하는 함경도 방언형은 ‘아매’이다. 그러나 북한 언어 계획가들은 이 말을 문화어에 넣지 않았다.

    민속
    50. 찔게 (표준어) 반찬
    [명] 주로 밥에 곁들여먹기 위하여 간을 맞추어서 만든 음식. ∥ 밥과 ~. (같은말) 반찬. 찬.
    ‘반찬’을 보면 다음과 같이 되어 있다.
    ① <<주식물에 갖추어서 먹는, 고기나 남새, 물고기 같은것에 간을 맞추어 만든 음식>>을 통털어이르는 말. ∥ 고기 ~. 마른 ~. ② <<찔게>>를 달리 이르는 말.
    WKS: → 반찬(평북)

    51. 가두배추 (표준어) 양배추

    52. 부루 (표준어) 상추
    [명] … (같은말) 상추
    ‘상추’ 아래에 다음과 같이만 되어 있다.
    [명] = 부루

    56. 데지이
    [명] 이발이 없는 늙은이들을 위하여 무우 같은것을 데쳐서 담근 김치.

    57. 길금 (표준어) 엿기름
    [명] 보리나 밀 같은 겉낟알에 물을 주어서 싹을 틔워 자래운것 또는 그것을 말린것. 식혜나 엿을 만드는데 쓴다.
    ‘길금가루, 길금물, 길금죽, 길금콩’으로 쓰인다.

    58. 불개
    [명] (말체) <<밥을 붙게 하기 위하여 덧놓는 콩이나 팥 같은 낟알>>을 이르는 말.

    63. 진새 = 진사 [명] 지붕을 이을 때 산자를 엮고 그 우에 올리는 흙. … (같은말) 새우. 진새.

    70. 허재비 (표준어) 허수아비
    [명] = 허수아비
    ‘허수아비’에 대한 항목은 ‘(같은말) 허재비’로 끝난다.

    73. 달비 (표준어) 다리
    [명] <<민속>> (녀자들이 머리에 덧드리는) 꼭지를 맨 딴머리태. ∥ ~를 드리다. ~를 풀다. │ 그는 달비를 얻어 두루 뭉그려 머리를 쪽지고 짚신을 신었다. (총서 <<불멸의 력사>> 중에서 장편 소설<<1932년>>에서)

    그 밖의 것들

    77. 기르마 (표준어) 길마
  [명] = 길마

    78. 어방 (표준어) 어림
    [명] ① = 어림. ∥ ~도 없는 일. ② 가까이나 부근. 물소리는 분명히 선바위 어방에서 들려오는것 같았다.
    어방없다
    ① = 어림없다. ② 어림조차 할수 없게 굉장하거나 터무니 없다.
    어방없이, 어방없게
    ◇ 어방(을) 잡다 = 어림(을) 잡다. │ 앞이 캄캄하여 어방을 잡을수가 없는 흐린 밤이였으나 습격 조원들은 적지휘처를 향하여 걸음을 다그쳤다.
    어방대다 [동] (자, 타) 어림짐작으로 가늠잡다
    어방대중 [명] 어림 짐작으로 대중하는것
    어방대중하다 [동] (자, 타) │ 영호는 그저께밤에 찾아왔을 때 병철이네 처가집앞에 키큰 버드나무가 서있던 생각이 나서 어방대중하고 그쪽으로 달려 갔다.
    어방짐작 [명] = 어림 짐작
    어방치기 [명] 어방으로 대충 헤아리는것. │ 우리를 딱히 발견하지 못한채 어방치기로 사격을 하던 적들은 우리의 불의습격을 받고 무리로 너부러졌다.
    WKS: → 어림(평안)

    81. 발구 (표준어) 썰매
    [명] 부림소나 말에 메워 눈, 얼음, 언땅 우로 미끌면서 짐을 나르는 논기구. 긴 채가 있다. ∥ ~로 나무를 실어나르다.
    WKS: 북부 산간 지방에서 주로 마소에게 메워 물건을 실어 나르는 큰 썰매.

    87. 입뇌리
    [-임] [명] 앓거나 고달픈 때에 입술 가장자리에 물집이 생기거나 입술이 허는 것.

    90. 모재비
    [명] <<몸이 모로 떠돌린 상태 또는 모로 누운 상태>>를 이르는 말. ∥ ~로 눕다. ~로 나가 넘어지다
    모재비걸음 [명] 모로 걸어가는 걸음
    모재비헤염 [명] ((체육)) 모로 누워서 헤는 헤염. 한팔은 물우에 들고 한팔은 뒤, 우, 옆 방향으로 뽑아올리면서 저으며 다리는 엇바꾸어 흔든다. 주로 무엇을 나를 때 리용된다.

  동사

    95. 마스다 (표준어) 부수다
    (마스니, 마사) [동] (타) 못쓰게 되게 부시거나 깨뜨리다. ∥ 적 땅크를 ~
    마사먹다 [동] (타) 마사지게 하여 못쓰게 만들다
    마사지다 [동] (타) ① 부서지거나 깨져서 못쓰게 되다. ② 계획이나 바라던 일이 틀어져서 이루어질수 없게 되다
    WKS: → 바사지다(함북)
    마사뜨리다[동] (타) (말체) 마사지게 하다
    WKS: → 마다(함북)

    97. 일없다 (표준어) 괜찮다
    [-업] [형] 꺼리거나 걱정하거나 할 필요가 없다 │ <<상처가 좀 어떻소?>> <<이젠 일없습니다. 다 아물어갑니다>>
    WKS = 괜찮다

    99. 작아맞다
    [동] (자) (옷이나 신발, 모자 같은것이) 좀 작을사하게 겨우 들어 맞다
    또한; 커맞다

    103. 얘리얘리하다
    [형] 매우 연하고 만문하다 ∥ 얘리얘리한 처녀의 얼굴 [참고: 애리애리하다]

    107. 깊다 (표준어) 남다
    [동] [자] 먹거나 쓰거나 한 뒤에 나머지가 있게 되다. ∥ 그릇에 깊은 밥.

    108. 깊이다 (표준어) 남기다
    [-치] [동] <<깊다>>의 시킴형. ∥ 밥을 ~.

    113. 쇠리쇠리하다
    [형] ① (눈이) 시고도 부시다. 아침해볕에 눈이 ~. ② <판단이나 생각 같은것이> 알쑹달쑹하다. ∥ 기억이 ~.
    116. 쌔리다
    [동] [타] <마라체> = 싸리다
    싸리다 [동] <타> <말체> 아프게 때리거나 날카롭게 치다 <같은말> 쌔리다

    119. 가찹다 (표준어) 가깝다
    [형] = 가깝다

    또한 가차이 [부] = 가까이

    120. 배워주다 (표준어) 가르치다
    [동] <타> 배워서 알도록 가르쳐주다. ∥ 국어를 ~. 기술을 ~. 사업방법을 ~.

    122. 무지다
    [동] (타) (한군데에) 무더기로 모아쌓다 ∥ 석탄을 무져놓은 더미

    124. 떨구다 (표준어) 떨어뜨리다
    [동] <타> ① (물건을) 땅에 떨어지게 하다. ∥ 밤송이를 ~. 미국놈의 비행기를 ~. ② 사람을 남겨두다. ∥ 한 사람만 떨구고 나머지는 떠나다. ③ 경쟁자를 뒤에 떨어지게 하다. ∥ 다른 나라 선수를 멀리 떨구고 결승선에 들어선 우리 선수. ④ (원료, 자재, 식량 같은것이) 떨어지게 하다. ∥ 부속품을 떨구지 않고 제때에 기대옆에까지 날라다주다. ⑤ (값, 수준, 형세 등을) 낮추다. ∥ 물건 값을 떨구다. 지식수준을 떨구지 않고 끊임없이 높이다. 위신을 ~.

    125. 걸구다 (표준어) 걸우다
    [동] (타) (땅을) 걸게 하다. … (같은말) 걸우다

    126. 늘구다 (표준어) 늘리다
    [동] <<늘다>>의 시킴형. ∥ 생산을 ~. 수효를 ~.
    사전은 ‘늘리다’를 올리고 있지 않다.

    127. 절구다 (표준어) 절이다
    [동] <<절다>>의 시킴형. ∥ 소금에 ~. 배추를 ~.
    사전은 또한 ‘절이다’를 올리고 있다.
    절이다 [동] <<절다>>의 시킴형. ∥ 절인 생선. 배추를 ~.

    128. 얼구다 (표준어) 얼리다
    [동] <<얼다>>의 시킴형. ∥ 얼군 물고기. <<뉘가 소를 죽였는가?>> 낮고도 얼구는 목소리 그래도 대답은 없었다. (서사시 <<백두산>>에서)
    사전은 ‘얼리다’를 단지 1) to humor, play up to 2) bamboozle, hoodwink의 의미로만 올리고 있는데 그 수동형은 ‘얼리우다’의 방언형이다.

    129. 자래우다 (표준어) 기르다
    [동] <<자라다>>의 시킴형. ∥ 나무를 ~. 민족간부를 ~.

    130. 뜯기우다 (표준어) 뜯기다
    [동] ① <<뜯다>>의 입음형. ② <<뜯다>>의 시킴형.
    그러나 사전은 또한 이들 의미를 다 가지는 말로 ‘뜯기다’를 올리고 있다.

    131. 빨리우다 (표준어) 빨리다
    [동] ① <<빨다>>의 입음형. ② <<빨다>>의 시킴형.

    132. 생각키다 (표준어) 생각되다
    [동] <<생각하다>>의 입음형. ∥ 마음에 생각키는 바가 많다.

    133. 생각키우다 (표준어) 생각되다
    [동] <<생각하다>>의 입음형. │ 그는 아까 직장장 동무와 새 기술을 받아들일데 대하여 하던 이야기가 생각키웠다.


VII. 결론

  많은 방언 단어, 표현, 속담이 문화어에 편입이 되었지만, 이 사전은 그 출처를 밝히지 않고 있다. 이런 단어들이 사전에 들어 있다면 바로 그 사실 자체로 이미 표준어이고 더 이상 방언이 아니다. 북한의 표준어는 아마도 그렇기 때문에 더 풍부해졌다고 볼 수 있겠으나 앞으로 북한에서 나오는 옥스퍼드 영어 사전과 같이 방대하고 훌륭한 사전이 나올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북한의 언어 계획의 성공은 남한에도 심각한 도전을 한 것이다. 장래에 통일 한국은 아마도 북한에서 새로 만든 많은 말들을 받아들여야 하거나 결국은 새로운 말들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 주어야 할 것이다.
  이 연구는 남한에 대해 많은 교훈을 준다. 언어 계획 사업은 적어도 북한 체제의 엄격한 통제 속에서는 가능하다. 북한 사전 자체는 규범화 목적을 위해서는 규범 사전의 교과서적인 경우이다. 그러나 다른 목적을 위해서는 좋은 모델이 아니다. 또한 그것은 최근 사전학에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남한을 위해서도 정말로 필요한 모델이 아니다(참고: 연세 대학교의 ‘새 한국어 사전’ 사업, 최근의 한글 학회의 ‘우리말 큰 사전’). 추진되고 있는 국립 국어 연구원의 ‘종합 국어 대사전’은 북한이 만들어낸 언어 계획의 맥락 안에서 통일 한국의 사전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충분히 멀리 내다보아야 한다는 것이 나의 희망이요 견해이다.
  북한 사전을 둘러싼 전반적인 언어 계획의 노력은 교훈적이라고 본다. 신어를 찾아내고 표준어를 풍부하게 하는 수단으로 방언을 사용하는 특별한 경우에서 통일 한국을 내다보고 일하고 있는 남한 학자들은 북한이 행한 개혁을 되풀이하기 전에 비슷한 개혁을 한 바 있는 (예를 들어, 터키) 나라의 경험을 연구해 봐야 할 것이다.
  이 연구는 또한 언어 계획을 연구하는 학도들에게 많은 교훈을 제공한다. 언어 계획에 대한 광범위한 연구 속에는 몇 개의 “Great Mover” 언어(예를 들어, 노르웨이 어, 체코 어, 루마니아 어, 인도네시아 어, 터키 어, 히브리 어, 중국어(철자 개혁에 관해서만 두고 볼 때) 등의 언어)에 대한 수많은 논문들과 함께 많은 유명한 사례 연구가 있다. 단일한 것으로는 가장 성공적인 계획된 언어 변혁의 경우로서의 한국과 북한의 언어 상황의 유형론적인 의의에도 불구하고, 한국 - 북한과 남한 모두- 은 루빈, 제르누드 Rubin and Jernudd(1977)과 5권짜리의 포더와 하게주 Fodor and Hagège(1983)의 저작에 빠져 있다.
  북한의 언어 계획에 대해 남한 학자들이 연구한 것은 대부분 서구 언어들에 있어서의 대규모적인 언어 계획 관련 문헌을 도외시하고 있고 심지어 적대감, 의심에 치우쳐 있으며 북한의 많은 것을 무시하고 있다. 남한의 학자들과 언어 계획론자들은 특히 통일 한국의 맥락에서 외국(특히 터키와 노르웨이)의 경험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할 것이고 북한의 언어 계획 유산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북한이 만든 많은 것들이 유용하다는 것이 증명될 것이다.
  김진우(1981) ‘한국의 언어 정책의 분산’은 북한과 비교되는 남한의 언어 정책의 엉뚱한 면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방언학, 사전학, 신어 창조, 로마자 표기 등의 문제에 권위 있는 역할을 수행할 국가 기관(언어 연구소)의 설립을 제안한다. 이제 남한은 그 같은 기관을 가지고 있다. 미래의 통일 한국을 위해서 국립 국어 연구원은 다른 나라의 비슷한 기관의 경험에 대해 많이 연구하고 배워야 하며 중요하고도 여러 면에서 선구적인 역할을 할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그 일이 잘 되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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