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북한의 국어사전]

북한 사전의 뜻풀이

任洪彬 /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1. 서론

  본고는 해방 이후 북한에서 출간된 일련의 우리말 사전에 나타난 뜻풀이의 주요 특징을, 주로 그 내용적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 검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여기서 검토의 대상이 되는 사전은 다음과 같다. 편의상 책의 이름은 띄어쓰기를 하지 않기로 하며, 인용도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우리의 맞춤법에 따라 하기로 한다.


      (1) 북한의 사전

가. 과학원 조선어 및 조선 문학 연구소(1956), 조선어소사전, 과학원.
나. 과학원 언어문학연구소 사전연구실(1960~1962), 조선말사전, 과학원출판사.
다. 사회과학원 언어학연구소(1968), 현대조선말사전, 사회과학원출판사.
라. 사회과학원 언어학연구소(1973), 조선문화어사전, 사회과학출판사.
마. 사회과학원 언어학연구소(1981), 현대조선말사전: 제2판, 과학, 백과사전출판사.
바. 사회과학원 언어학연구소(1992), 조선말대사전, 사회과학출판사.
  위의 사전을 언급할 때에는 편찬자와 출판 연도에 의한 지시가 번거로우므로, 각각 사전 이름과 함께 그 출판 연도를 대괄호 속에 넣어 표시하기로 한다. 가령 (1가)와 같으면, ‘조선어소사전[1956]’과 같은 형식으로 제시하기로 한다.
  (1)의 사전들은 넓은 의미에서 우리가 전통적으로 불러 온 ‘국어사전’이라는 부류에 포함시킬 수 있다. 여기서 넓은 의미라고 한 것은, ‘국어’라고 하는 것을 ‘한민족의 언어’와 같이 확대하는 경우이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논리적으로 ‘국어사전’에 고어사전이나 어원사전이나 방언사전이나 한자어 사전이나 발음 사전이나 유의어 사전, 반대어 사전, 분류 사전, 은어 사전 등이 포함되지 못할 이유는 없으나, 국어의 특정한 한 단면만을 다룬 사전은 그 국면에 특유한 이름을 가지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고, (1)은 그 다루는 범위가 크게 보아 국어 일반이며, 어느 특정한 부면을 대상으로 하는 사전이 아니므로, 전통적 명칭인 ‘국어사전’이라는 이름에 크게 어그러지지 않는다. 우리의 ‘국어사전’과 달리 북한의 사전이 계급적 편향성을 크게 띠고 있다는 점, 따라서 북한 사전이 포괄하는 단어의 부류, 즉 그들이 말하는 사전의 ‘어휘 구성’이 우리의 ‘국어사전’과는 다소 많은 부분이 이질적이라는 점 등이 북한의 ‘조선말 사전’을 우리의 ‘국어사전’과 완전히 동질적인 것으로는 보기 어렵게 하는 점이 있기는 하다.
  (1)의 사전들이 가지는 수록 어휘나 뜻풀이에 있어서의 정치 사상적인 편향성, 단어의 이질성 등을 제외한다고 할 때, (1)은 우리의 국어사전이 가지는 몇 가지 성격적인 특성들을 그대로 가지는 것이 된다. 즉 (1)은 이응백(1989:6)에서의1) ‘일반어 사전’의 성격을 가지는 것이 되며, 이병근(1986:9)에서의 ‘단일어 사전’, 이용주(1986)에서의 ‘모어 사전, 단일 언어 사전, 일반 사전’의 성격을 가지는 것이 된다. 그리고 또 김광해(1993)에 오면, (1)의 사전들은 ‘정규 사전’이라는 이름을 가지는 것이 된다2).
  북한에서의 사전 분류 방식은 우리와 다르며 그 나름대로 특이성을 가지고 있다. 사전을 수록되는 어휘의 양이나 사전의 크기를 중심으로 하는 대사전, 중사전, 소사전과 같은 분류 방식 외에, 어떠한 입장, 어떠한 원칙하에 사전을 편찬하는가 하는 기본적인 성격의 문제에 따른 김수경(1965)에서의 분류는 다음과 같다.


      (2) 김수경(1965)에서의 사전 분류

가. 백과전서적 사전
나. 언어학적 사전
ㄱ. 대역사전
ㄴ. 주석 사전
a. 통제 사전
b. 참고 사전
  김수경(1965)는 (2) 외에도 사전에서 단어를 의미-개념적 범주에 따라 배열하는 類合 또는 訓蒙字會식의 ‘개념 사전’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1)의 사전들은 (2나 ㄴ)의 주석 사전의 범주에 든다3). (2나 ㄴ a)의 통제 사전은 규범화된 표준어의 어휘를 체계로서 반영하는 사전이며, 언어 사용을 규범화하고 통제하는 성격을 가진 사전을 말한다. 이에 대하여 (2나 ㄴ b)의 참고 사전은 모르는 것을 찾아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사전이며, 시간과 공간의 제한을 받지 않는 비체계적인 사전이란 성격을 가지는 것으로 구별하고 있다.
  신구현(1956)에서는 ‘고어사전, 어원사전, 주해 사전’과 같은 이름이 나타나며, 박의성(1966)에서 주석 사전은 ‘규범 주석 사전’과 ‘참고 주석 사전’으로 나뉜다. 김수경(1965)의 구분을 술어만 달리한 것이다. 정순기·이기원(1984)에서 순수 어학 사전, 즉 주석 사전은 새롭게 ‘우리말 뜻풀이 사전’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우리말 뜻풀이 사전은 인명 사전이나 지명 사전과 같은 전문 이름 사전, 또는 백과 사전 등과 구별되는 것이며, 부문별 전문 사전과도 구별되는 것이다.
  이동빈·양하석(1986:129)에서는 사전을 크게 언어학적 뜻풀이 사전과 백과 전서적 사전으로 나누고 있으며, 백과 전서적 사전의 하나로 부문별 사전을 두고 있다. 부문별 사전은 특수 전문 사전이나 전문 사전이란 이름으로도 불린다고 한다.
  따라서, 우리가 여기서 검토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1)의 사전은 우리의 술어에 의하면, 우리말로 된 단일어 사전, 즉 국어사전이며, 신구현(1956)적인 의미에서는 ‘주해 사전’이고, 김수경(1965) 및 박의성(1966)적인 의미에서는 ‘주석 사전’이며 정순기·이기원(1984) 또는 이동빈·양하석(1986)적인 의미에서는 우리말 또는 언어학적 ‘뜻풀이 사전’이다.
  뜻풀이 사전이라고 하여, 주어진 어휘 항목 또는 표제 항에 대한 뜻풀이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북한 사전도 이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발음 표시가 있고, 문법적인 범주 표시가 있고, 주어진 표제 항이 쓰이는 문맥적인 정보와 통사적인 특징에 대한 기술이 있고, 문제의 어휘 항목의 쓰임을 보인 예문 및 ‘예구’와 같은 것들이 있다. 관용구나 단어들의 관용적 결합, 속담 등에 대해서도 이른바 뜻풀이가 행해지고 있으며, 문법적인 요소에 대한 뜻풀이도 행해지고 있는 것이 (1)이나 국어사전의 일반적인 관행이라고 할 때, 뜻풀이의 문제는 발음 표시를 제외한 모든 사전적 기술의 문제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여기서는 북한에서의 사전적인 논의와 함께 몇 가지 예를 중심으로 그 기술에 포함되는 원칙적인 문제 및 기타 뜻풀이에 영향을 미치는 몇 가지 문제를 검토하는 데에 논의를 한정하고자 한다. 북한에서 나온 모든 사전의 모든 항목을 중심으로 하는 논의에는 필자의 힘이 미치지 못한다.


2. 뜻풀이의 기본 원칙

  북한 사전들이 그 ‘머리말’이나 ‘일러두기’를 통하여 천명하고 있는 뜻풀이의 기본 원칙이나 사전 편찬의 기본 방향과 관련된 언급은 다음과 같다. 단어 자체를 바꾸지 않는 범위 안에서 여기서도 맞춤법은 우리의 맞춤법을 따르도록 한다. 때로 특별한 경우 원래의 표기를 대괄호 속에 표시하였다.


      (3) 조선어소사전[1956]에서의 관련 사항

가. ‘조선어소사전’을 편찬함에 있어서는 언어학에 관한 마르크스-레닌주의의 기본 명제들에 의거하면서 과거 조선 언어학자들의 적지 않은 사전 편찬의 경험을 많이 도입하기에 노력하였다. (머리말)
나. 이 사전에서는 단어 수록이나 그의 주석에 있어서 조선어 표준어의 상태를 되도록 완전하고도 정확하게 반영하기에 힘을 기울이었다. 따라서, 특히 8·15 해방 이후에 전 인민적으로 널리 쓰이게 된 단어와 표현들을 광범하게 수록하였다. 이와 함께 어휘 구성으로부터 빠져나간 소극적이며, 낡은 단어들은 이 사전으로부터 제외되었다. (머리말)
[참고 1] 수록되지 않는 단어(범례 제2항 참조)
a. 각종 유형의 고유 명사 - 즉, 인명, 지명, 종족명, 기관명 등.
b. 과학 및 기술의 개별적 부문에서만 사용되는 좁은 직업적이며, 특수한 전문어.
c. 표준어의 어휘 구성 가운데서 광범히 사용되지 않는 지역적인 단어나 통용어.
d. 조야성의 의미 뉘앙스[뉴안쓰]가 특히 명백한 단어.
e. 현대 언어로부터 빠져나간 낡은 단어.
f. 합성어, 파생어, 합성 약어들 중에서 그 구성 요소로 된 단어나 형태부들의 의&미에 비해서, 새로운 의미 뉘앙스[뉴안쓰]가 별로 없거나, 그것이 비교적 좁은 범위를 넘지 못하는 것.
g. 방언적 현상이거나 좁은 범위에서밖에는 사용되지 않는 의성-의태어.
다. 이 사전에서는 단어 자체와 언어 행위에 있어서의 그의 사용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간략한 정의로써 단어의 의미를 밝히어 놓는다. 이때 하나 또는 몇 가지의 의미를 가진 단어에 대한 간략한 정의는 표준어에서 견고한 것으로 되어 있는 의미와 의미적 뉘앙스[뉴안쓰]만을 포괄한다. 다의어에서 개별적 의미는 아라비아 숫자를 동그라미 속에 넣어서 구별한다. (예 생략) (범례 제31항)
라. 언어 행위의 각이한 문체 가운데서 달리 사용될 수 있는 단어들에 대해서는 약어[략어] ‘(속어), (비유)’ 등을 사용해서 그의 특성을 규정한다. (이하 생략) (범례 제35항)
마. 단어의 의미 특성을 특별히 강조하기 위하여 필요하다면, 그 단어 사용의 범위를 한정하는 전체적 표현을 주석 앞에 붙일 수 있다. 이런 전체적 표현에는 ‘관료 통치 하에서:, 낡은 사회에서:, 봉건 사회에서:, 계급 사회에서:’ 등이 있다. 이때 이런 전제적 표현 뒤에는 두 점 ‘:’을 둔다. (예 생략) (범례 제36항)

      (4) 조선말사전[1962]에서의 관련 사항

가. 이 사전을 편찬함에 있어서는 해방 전후를 통하여 조선 언어학이 달성한 성과들과 함께 소련을 비롯한 선진 국가들에서의 성과들을 적극 도입하기에 노력하였다. (머리말)
나. 이 사전은 현대 조선어 발전에서 주요한 의의를 가지는 19세기 말의 ‘언문 일치 운동’ 시기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현대 조선어 어휘 구성의 상태를 비교적 상세하게 보여 주기 위하여 힘썼다. (머리말)
다. 단어의 의미나 의미 색채의 주석은 어디까지나 간결하게 함을 원칙으로 한다. 그러나 사회 정치 용어를 비롯한 일부 전문 용어는 어느 정도 상세하게 주석한다. (일러두기 21)
[참고 1] 사회적 요구의 실정을 참작하여 널리 쓰이는 각종의 역사어와 일부 고어, 방언들도 수록한다. (일러두기 2)
[참고 2] 8·15 해방 이후 공화국 남반부에서 쓰이게 된 단어로서 공화국 북반부에 흔히 나오는 것들도 그 일부를 수록한다. (일러두기 3)
라. 단어의 의미 주석에 있어서는 원칙적으로 동의어로 대처하는 방식을 쓰지 않는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동의어를 쓰기로 한다5). ( ‘1) 기본적 의미와 함께 의미 색채도 완전히 같은 동의어에 대해서는 그중 하나에 주석을 하고, 딴 단어들은 주석 대신에 이미 주석한 동의어로 보낸다. 2) 낡, 낡투, 글체, 말체, 3) 방언, 4) 비표준적인 단어, 5) 동의어 보충, 6) 의성-의태어’에 관한 것 등 6가지의 예가 있음). (일러두기 22)
마. 다의어에서 개별적 의미는 아라비아 숫자를 부호 속에 넣어서 구별한다.
이때 의미는 기본적인 의미에서 보다 파생적인 의미의 순서로 배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정치 사상적으로 중요한 의미는 앞에 놓는다. 의미적 색채는 해당한 의미 주석 다음에 배열하되, D부호로 구별한다. 의미적 색채가 여러 개 있는 경우라도 D안에 아라비아 숫자를 넣지 않는다. 의미 체계가 복잡한 단어에서 몇 개의 중심적 의미를 갈라낼 수 있을 때에는, 로마 숫자 Ⅰ, Ⅱ, Ⅲ 등으로 구별한다. (일러두기 23)
바. 이 ‘조선말사전’에서는 (낡), (낡투). (글체), (말체) 등의 약호 등을 통하여 해당한 문체론적 특성을 표시한다. 이때 문체론적 표식을 나타내는 약호가 둘 겹칠 수 있되 (낡), (낡투)가 앞선다. (일러두기 31)
사. 일부 단어나 의미의 주석에 있어서 무엇무엇을 ‘얕잡아 이르는 말’, ‘높이어 이르는 말’, ‘농으로 이르는 말’, ‘비유하여 이르는 말’, ‘낮보는 뜻으로 이르는 말’ 등과 같은 표현을 통하여 매개 단어나 의미가 가지는 각이한 특성들을 나타낸다. (일러두기 33)
아. 단어나 또는 개별적 의미가 일정한 시기 또는 일정한 부문에서만 제한되는 경우에는, ‘낡은 사회에서:’, ‘봉건 사회에서:’, ‘종교적 관념에서:’, ‘해방 전에:’, ‘민속에서:’, ‘괴뢰 통치 하의 남반부에서:’ 등과 같은 전제를 붙인다. (일러두기 34)
딴 단어와의 결합 관계를 비롯하여 단어의 문법적 사용을 밝히는 데 도움을 주는 각종 서술은 주석의 앞에 괄호 ( )안에 넣기로 한다. (일러두기 37)

      (5) 현대조선말사전[1968]에서의 관련 사항

가. 이 사전은 우리말을 주체성 있게 발전시키는 데 적극 이바지하여 근로자들의 언어 생활에서 옳은 기풍을 세우는 데 직접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만들기에 힘썼다. 그리하여 어휘 정리에서 잘라 버리게 된 한자말과 외래어들을 올리지 않고 고유어를 널리 찾아서 실었으며 뜻풀이에서는 우리 나라에서 실지로 쓰이고 있는 뜻을 옳게 반영하도록 하였다. (머리말)
나. 단어의 뜻은 현대 조선말 문화어에서 작용하고 있는 것만을 주고 이미 낡아 버린 뜻은 주지 않았다./ 뜻풀이는 이 사전의 성격에 맞게 가장 일반적인 뜻을 쉬운 말로 간결하게 주는 것을 기본으로 하였다. 따라서 자세한 학술적인 설명은 되도록 피하였다./ 일부 사회 정치적 성격을 띤 올림말에는 ★ 표를 하고 김일성 동지의 교시를 앉히었다. 그리고 ‘당성’, ‘기업적 방법’ 등의 일부 올림말에 대해서는 김일성 동지의 교시만을 앉히고 따로 뜻풀이를 하지 않았다. (일러두기 (12))
다. 한 올림말이 여러 가지 뜻으로 쓰이는 경우에는 부호 D로 갈라서 구분하였다. 이때 기본적인 뜻이나 또는 정치 사상적으로 중요한 뜻을 앞에 놓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다./ 뜻의 색채는 부호로 갈라서 따로 주었다./ 뜻갈래가 복잡한 단어에서 몇 개의 중심적인 뜻이 갈라질 때에는 Ⅰ, Ⅱ 등으로 갈랐다./ 단어의 뜻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예구와 예문을 주었다.(이하 생략) (일러두기 (13))
라. 말체나 글체에서 주로 쓰이는 단어들은 각각 (말체) 또는 (글체)로 해당한 문체론적 특성을 밝히었다. (예 생략) (일러두기 (14))
마. 단어나 그 개별적인 뜻이 일정한 역사적 시기나 사회 제도, 또는 일정한 분야에서만 제한되어 쓰이는 것을 가리키는 경우에는 ‘낡은 사회에서:’, ‘착취 사회에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봉건 사회에서:’, ‘전설에서:’, ‘불교에서:’, ‘(지난날에)’ 등과 같이 필요한 전제를 붙인다. (일러두기 (16))

      (6) 조선문화어사전[1973]에서의 관련 사항

가. 단어의 뜻은 오늘 문화어에서 작용하고 있는 것만을 정확히 반영하여 뜻풀이하였으며, 이미 낡아 버린 뜻은 뜻풀이하지 않았다. (일러두기 (1))
나. 단어의 뜻풀이에서는 경애하는 수령 김일성 동지의 교시에 철저히 의거하여 당성, 노동 계급성의 원칙을 철저히 지키었다. (일러두기 (2))
다. 뜻풀이는 이 사전의 성격에 맞게 일반적인 뜻을 쉬운 말로 간결하게 주는 것을 기본적으로 하였으며 필요한 전문적인 설명을 줄 때에도 되도록 간결하게 하여 주었다. (일러두기 (3))
라. 한 올림말에 여러 가지 뜻이 있을 경우에는 ①②③…으로 갈라 주었다. 이 때 기본적인 뜻이나 정치 사상적으로 중요한 뜻을 앞에 놓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다. 뜻갈래가 복잡한 단어에서 몇 개의 중심적인 뜻이 갈라질 때에는 Ⅰ, Ⅱ 등으로 갈랐다. (일러두기 (4))
마. 단어나 그 개별적인 뜻이 일정한 역사적 시기나 사회 제도 또는 일정한 분야에서만 제한되어 쓰이는 것을 가리키는 경우에는 ‘낡은 사회에서:’, ‘착취 사회에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낡은 생활 양식에서:’, ‘(지난날에)’ 등과 같이 필요한 전제를 달아 주었다. (일러두기 (8))

      (7) 현대조선말사전[1981]에서의 관련 사항

가. 경애하는 수령 김일성 동지께서 개념이나 본질 또는 어휘적 뜻을 정식화하여 주신 올림말의 풀이는 위대한 수령님의 교시를 정중히 모시고 그에 기초하여 뜻풀이를 하였다. (일러두기 ‘3. 사전의 풀이’ 중 1) 뜻풀이의 기본 원칙과 일반적 준칙 ①)
나. 올림말의 뜻과 개념은 영생 불멸의 주체 사상에 기초하여 사물 현상의 본질을 정확히 규정하고 당성, 노동 계급성의 원칙에 철저히 서서 풀이를 하였다. (위와 같음, ②)
다. 뜻풀이에는 문화어의 뜻규범을 정확히 반영하기 위하여 힘썼으며, 낡은 뜻은 그 정도에 따라 일정하게 한정하는 전제를 주도록 하였다. (위와 같음, ③)
라. 모든 뜻풀이는 될수록 간결하고 쉽게 하였다. (위와 같음, ④)
마. 정치 용어를 비롯한 일부 전문 과학 술어는 개념을 정확하게 풀어주는 것을 기본으로 하였다. (위와 같음, ⑤)
바. 성구 속담은 원뜻을 밝혀 주고, 성구 속담적 뜻을 풀어 주면서 쓰임의 특성까지도 밝혀 주도록 힘썼다. (위와 같음, ⑥)
사. 한 올림말에 여러 가지 뜻이 있을 경우에는 오늘날 우리 인민의 언어 생활에서 많이 쓰이는 적극적인 뜻을 기본 뜻으로 하면서 의미 발전의 과정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차례로 풀이를 주었다. (위와 같음, ⑦)
아. 한 올림말에 사회 역사적 배경을 달리하는 두 가지 뜻이 있을 때에는 우리 나라, 우리 사회 제도를 반영하는 뜻을 기본 뜻으로 하여 풀이를 주고 그 밖의 뜻은 계급적 본질을 정확히 밝혀 주는 원칙을 지켰다. (위와 같음, ⑧)
자. 어휘적 뜻의 풀이는 뜻의 기본 표식을 잡아 직접적인 설명을 주는 것을 기본으로 하였다. (일러두기 ‘3. 사전의 풀이’ 중 2) 뜻풀이의 방식 ①)
차. 합침말의 풀이에는 내적인 구조를 풀어 주는 방식을 이용하기도 하였다. (위와 같음, ②))
카. 뜻같은 말이나 뜻비슷한 말로 풀이를 대치시키는 방식은 되도록 피하면서 미세한 뜻의 차이나 유종 관계를 밝혀 주기 위하여 필요한 설명을 달아 주는 방식을 이용하였다. (위와 같음, ③)
타. 뜻의 묶음이 다르거나 문법적으로 다른 부류에 속하는 뜻은 Ⅰ, Ⅱ, Ⅲ, Ⅳ로 크게 갈라 주는 방식을 이용(위와 같음, ⑤)
파. 옹근뜻으로까지는 되지 못하나 사용상 특성을 가지면서 ‘뜻빛갈’로 규정할 수 있는 경우에는 옹근뜻의 풀이 번호 안에서 D로 갈라 밝혀 주는 방식을 썼다. (위와 같음, ⑥)

      (8) 조선말대사전[1992]에서의 관련 사항

가. 경애하는 수령 김일성 동지와 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 동지께서 개념이나 본질 또는 어휘적 뜻을 정식화하여 주신 올림말의 풀이는 위대한 수령님과 친애하는 지도자 동지의 명제를 정중히 모시고6) 그에 기초하여 뜻풀이를 하였다.
(일러두기 ‘5. 뜻풀이’ 중 1) 뜻풀이의 기본 원칙과 일반 준칙 ①)
나. 모든 올림말의 뜻풀이는 위대한 주체 사상의 원리에 철저히 기초하여 주었다. (위와 같음, ②)
다. 올림말에 대한 뜻풀이는 간결하고 알기 쉽게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다. 그러나, 올림말의 성격에 따라 일부는 어느 정도 상세하게 풀이하도록 하였다. (위와 같음, ③)
라. 뜻풀이에는 문화어의 뜻 체계를 정확히 반영하도록 하였으며, 대사전의 특성에 따라 오늘날 쓰이지 않는 낡은 뜻도 일정한 전제 밑에 다 밝혀 주도록 하였다. (위와 같음,)
마. 사회 정치 용어와 일부 과학 기술 용어들은 그 본질적 내용 또는 개념을 정확히 풀이한 뒤에 필요한 보충 풀이를 덧붙여 주었다. (위와 같음, ⑤)
라. 고사와 유래가 있는 한자 성어와 숙어 및 성구, 속담은 그 고사, 유래의 의미적 근거를 밝혀 주면서 그 뜻을 풀이하였다. (위와 같음, ⑥)
바. 한 올림말에 여러 가지 뜻이 있는 경우에는 오늘날 우리 인민의 언어생활에서 많이 쓰이는 적극적인 뜻을 기본으로 하면서 의미 발전의 과정도 정확히 알 수 있도록 차례로 뜻배열을 하였다. (위와 같음, ⑦)
사. 올림말에 대한 풀이는 원칙적으로 뜻같은 말로 대치하는 방식을 쓰지 않고 뜻의 기본 표식을 잡아 직접 풀이를 주도록 하였다. (일러두기 ‘5. 뜻풀이’ 중 2) 뜻풀이의 방식 ①)
아. 한 단어 안의 여러 뜻은 숫자를 부호 안에 넣어서 갈라 주었으며, 아직 옹근뜻으로까지 갈라지지 않은 뜻은 같은 번호 안에서 D로 갈라서 주는 방식을 썼다. (위와 같음, ②)
자. 단어의 뜻과 쓰임을 정확히 알도록 하기 위하여 올림말이나 개별적인 뜻이 일정한 시기 또는 일정한 부문에만 한정되거나 일정한 문체론적 특징을 가지는 경우에는 필요한 전제 또는 특성을 풀이의 앞과 뒤에 달아 주었다. 원시사회에서:/ 봉건사회에서:/ 낡은 사회에서:/ 고구려때:/ 일제때:/ 유교적 관념에서:/ 동의학에서:/ ‘…’을 높여 이르는 말./ ‘…’을 농으로 이르는 말./ ‘…’을 비겨 이르는 말./ ‘…’을 얕잡아 이르는 말./…. (위와 같음, ③)
  위와 같은 몇 가지 사항들의 비교를 통하여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다음과 같은 사실이다.
  첫째, 북한에서의 우리말 뜻풀이 사전 편찬이 과거의 사전 편찬의 경험 또는 국어 연구의 과거적인 전통에 맥이 닿아 있음을 언급하고 있는 것은 조선어소사전[1956]의 (3가)와 조선말사전[1962]의 (4가)이다. 조선말사전[1962]까지는 남북한 사이의 국어 연구 또는 사전 편찬의 원칙이나 방법론에는 적어도 그 의식에 있어서는 동질성이 유지되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비록 (3가)에서 마르크스-레닌주의가 언급되고7) (4가)에서 소련 등의 선진국에서의 성과들을 적극 도입한다는 언급이 있다고 하더라도, 인정될 수 있는 사실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태에 급격한 변화를 초래하게 된 것은 1964년 1월 3일의 김일성 담화라고 할 수 있다. 김일성(1964)에서의 사전 관련 언급은 (1나)의 조선말사전[1962]를 표적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그 관련 내용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9) 가. 조선말사전은 한자어가 너무 많아서 마치 중국의 옥편을 보는 것과 같다.
나. 계속 써야 할 한자어가 얼마나 되고 버릴 것이 얼마나 되는가를 조사하여 버려야 할 것은 대담하게 사전에서도 빼 버리는 것이 좋다.
  (9가)에 따라 현대조선말사전[1968]에서 그 제2판에 이어지는 일련의 북한 사전에는 한자어의 경우에도 한자가 실리지 않게 되었으며, (9나)에 따라 그들이 말하는 이른바 어휘 구성에서 낡은 한자어들을 빼 버리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8). 김수경(1965)는 (9)에 대한 언어학적인 뒷받침의 성격을 가진다. 조선말사전[1962]에 대한 극도의 혐오감은 (4다)의 [참고 1]의 ‘역사어’나 김수경(1965)가 ‘시대어’라고 부른 것이 너무도 많은 데도 그 원인의 일단이 있었다고도 할 수 있으나, 당시 그들의 기본 태도가 ‘조선어 표준어’라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 ‘서울말’이었던 것과도 관련되는 것으로 추측된다. (4다)의 [참고 2]나 필자 미상(1958)의 (10가)와 같은 언급이나 김수경(1965)의 (10나)와 같은, 서울말에 대한 경계는 이러한 사정을 말해 주는 것으로 생각된다.
(10) 가. 물론 조선말 표준어의 발달 과정에 대하여 서울말이 논 역할은 매우 크다.
[…] 방언의 처지로부터 표준어의 위치에까지 올라선 단어들에 대하여 특별한 주의를 돌린다. (필자 미상(1958:34) 참조)
나. 남반부의 모든 어휘와 그 의미를 새로운 조선말 사전에 수록될 어휘 체계 안에 넣을 수 없다. (김수경(1965:13) 참조)
  (10가)는 조선말의 표준어의 형성에서의 서울말의 중요성을 전제로 하고 있는 입장인 것으로 이해된다. 뜻풀이의 기술적 세부에는 그들이 의식했든 못했든 큰사전[1947~57]의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큰사전[1947~57]에서의 ‘해석의 방식’ 중 첫째 조항을 보이기로 한다.


      (11) 큰 사전[1947~57]의 ‘해석의 방식’ 중 1.

어휘의 해석은, 막연하게 뜻이 비슷한 다른 어휘를 여러 개 늘어놓는 방식을 취하지 아니하고, 아무쪼록 독립적 개념을 잡아, 쉬운 말로 분명한 정의(正義)를 내는 방법을 취하여, 각 어휘의 같고 다른 점을 엄정히 밝히도록 힘썼음.
  (11)의 첫 구절은 뜻풀이에 있어서 동의어 또는 유의어 대치의 방식을 쓰지 않음을 말한 것이다. 유사한 원칙이 (4라)에도 나타나고, (7카)에도 나타나고, (8사)에도 나타난다. 초기의 사전이나 북한 말의 배타성을 강조하는 사전에서만 이 같은 언급이 나타나지 않는다. 어느 측면 이는 매우 일반적이며, 당연한 뜻풀이의 원칙으로 그것이 어떤 사전에 어떠한 방식으로 언급되든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것은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큰 사전[1947~57]의 영향과 무관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 원칙은 조선말사전[1962]에 처음 나타나는 것이며, 거기에는 (4가)와 같은 전제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입장을 정면으로 거부하고 있는 것이 (9)나 (10나)와 같은 입장이고, 같은 취지에 의하여 편찬된 사전이 현대조선말사전[1968]이다. (5가)는 그 취지의 단적인 표현이다. 어휘 정리에서 잘라 버린 한자 말이나 외래어를 싣지 않기로 한 것이다. ‘가축’ 대신에 ‘집짐승’을 올리고, ‘치차’ 대신에 ‘이바퀴’를 올리고, ‘인력’ 대신에 ‘끌힘’을 올린 것은 말다듬기의 결과를 반영하는 것이나, ‘강냉이’를 올리고, ‘옥수수’를 올리지 않은 것, ‘먼지’ 대신에 ‘몬지’를 올린 것 등은 서울말의 영향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의 한 극단이라고 할 수 있다. 국어사전을 완전한 ‘통제 사전’으로 만들려고 한 것이다. 사전이 ‘옥수수’라는 말은 쓰지 말 것이며, ‘강냉이’라는 말만을 써야 한다는 강제의 수단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옥수수’라는 말은 알아서도 안 된다는 무지의 강제라고 할 수 있다. 완전한 통제 사전이 가능하려면, 원리적으로 사용 가능한 미래의 모든 단어까지를 사전에 올려야 한다. 그러나 사전이 미래의 변화까지를 예측할 수는 없는 일이다. 현실적으로는 모든 사람이 사전을 들고 다니면서 어떤 말이 사전에 있으며 어떤 말을 쓸 수 있는가를 확인해 가면서 써야 하는 부담이 따르게 된다.
  둘째, 뜻풀이에 대한 일반적 원칙의 천명에서 김일성의 말이 중요성을 띠기 시작하는 것은 현대조선말사전[1968]에서부터이다. (5나)는 ‘일부 사회 정치적 성격을 띤 올림말에는 김일성의 교시’를 앉힌다는 것, 또 일부의 말에 대해서는 그 뜻풀이조차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인 것이다. 어떤 말에 대해서는 김일성의 말이 뜻풀이를 대신한다. 이러한 입장은 조선문화어사전[1973]에서는 (6나)와 같이 ‘김일성 교시에 철저히 의거하여 당성, 노동 계급성의 원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과 방식으로 좀더 강화되고, 현대조선말사전[1981]에서는 이것이 뜻풀이의 제1의 원칙이 되고, 조선말대사전[1992]에 와서는 (8가)에서와 같이 이에 김정일에 대한 언급이 다시 추가된다.
  얼른 생각하기에는 이러한 조치가 다만 정치적인 것일 뿐, 단어의 기본적인 뜻 자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이 점에 대해서는 절을 달리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셋째, 뜻풀이의 실제적인 원칙이 나타나 있는 것은 (3나, 다), (4다), (5가, 나), (6가, 다), (7나, 다), (8다, 라, 마)와 같은 범례나 일러두기 항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은 두 가지 내용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대략 정확성의 원칙이라 할 수 있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대중성의 원칙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정확성의 원칙이 큰 사전[1947~57]의 (11)과 같이 ‘독립적인 개념’이나 ‘분명한 정의’와 같은 것으로 표현되어 있지 않은 것도 주목된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정확성의 의미와 가장 근접한 것은 (3다)의 ‘단어 자체와 언어 행위에 있어서의 그의 사용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는 원칙 정도라고 할 수 있다. (3가)의 “주석에 있어서 조선어 표준어의 상태를 되도록 완전하고도 정확하게 반영”한다는 원칙도, 뜻풀이에 있어서의 사회성의 반영이라는 의미로 이해된다. 그러나 사회성이라는 것이 존재적인 것이라기보다는 당위적인 것일 때, 그것은 정확성을 해치게 된다. (5가)에서의 “뜻풀이에서는 우리 나라에서 실지로 쓰이고 있는 뜻을 옳게 반영하도록 하였다.”는 원칙도 존재적이라기보다는 당위적인 사회성의 반영이라는 의미와의 관련이 더 많은 것으로 이해되는 것이며, (6가)나 (7다)나 (8라)도 그 성격이 같은 것으로 여겨진다.
  대중성의 원칙도 그 내용은 두 가지로 나뉠 수 있다. 하나는 간결성의 원칙이며, 다른 하나는 ‘알기 쉽게’의 원칙이다. 간결성의 원칙은 (3다), (4다), (5나), (6다), (8다)에서 볼 수 있는 것이며, ‘알기 쉽게’의 원칙은 (5나), (6다), (8다)에서 볼 수 있다. 간결성 내지 간략성에 대한 언급이 더 많은 것이 특징이다. 사전의 뜻풀이가 ‘알기 쉽게’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것은 모든 사전이 이상으로 가지는 것인 만큼 북한의 사전이라고 특별한 것일 수는 없고, 그것이 범례나 일러두기에 명시적으로 표현되지 않았다고 하여, 국어사전의 뜻풀이가 ‘어렵게’를 기본으로 하는 것일 수는 없다. ‘알기 쉽게’의 원칙은 (11)에 보인 큰 사전[1947~57]의 범례에도 나타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동일한 것이라고 하여도, 우리 사전의 ‘알기 쉽게’는 순수히 이해의 목적을 위한 것이나, 북한 사전의 ‘알기 쉽게’는 인민성이나 계급성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가진다.
  참고로 북한에 있어서의 사전에 관한 논의에서 언급되고 있는 뜻풀이의 원칙을 가져와 보면 다음과 같다9).


      (12) 박승희(1957)의 예

가. 똑바르게
ㄱ. 주석에서의 사상성
ㄴ. 주석에서의 과학성
ㄷ. 주석의 계통성
나. 알기 쉽게
다. 짧게

      (13) 황부영(1958)의 예

가. 의미 체계의 정확한 반영
나. 정치성, 과학성에 대한 제고

      (14) 김남수(1961)의 예

“전문 용어 주석에서 다음과 같은 원칙을 세울 수가 있다. 곧 ‘최대한 정확히 주석하되 최대한 쉽게 풀이하자’는 원칙이다.”
가. ‘정확히’ - 용어가 가지는 전문 과학의 의미를 정확히 반영하는 것을 말한다.
나. ‘쉽게’ - 주석문을 일반 대중이 읽고 알도록 하는 문제다.

      (15) 김수경(1965)의 예

가. 당성
나. 과학성
다. 인민성

      (16) 정순기·이기원(1984)의 예

가. 주체성의 원칙
나. 당성, 노동 계급성, 인민성의 원칙
다. 현대성의 원칙
라. <과학성과 규범성의 원칙/td>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정확성의 원칙은 (12), (13), (15), (16)의 ‘과학성’이나 그 원칙에 해당하는 것으로 여겨진다10). 그것이 제1원칙이 되는 일은 거의 없다. 언제나 사상성이나 정치성, 또는 당성 다음에 놓인다. 우리가 가진 정확성의 개념과 일치하는 것은 전문 용어 풀이에 대한 김남수(1961)적인 의미이다. ‘알기 쉽게’의 원칙 또는 그 관련 원칙이 나타나 있는 것은 (12나), (15다), (14나)이며, 간결성의 원칙이 직접적으로 나타나 있는 것은 (12다)이다.
  정확성이나 ‘알기 쉽게’의 원칙 및 간결성의 원칙은 원리상 상호 배타적인 성격을 가진다. 정확성을 기하려다가 자칫 간결성을 잃기 쉽고, ‘알기 쉽게’의 원칙을 지키려다가 자칫 정확성을 잃기 쉽다. 이들이 구체적으로 뜻풀이에 어떻게 반영되어 있는가는 구체적인 예의 검토를 필요로 한다.
  넷째, (3)~(8)을 통해 볼 때, 뜻풀이에 대한 기술적 도구들은 조선말소사전[1956]을 거쳐 조선말사전[1962]에 이르는 동안 거의 다 갖추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조선어소사전[1956]의 (3라)에서는 풀이 앞에 정순기·이기원(1984)적인 의미에서의 사회 역사적 전제를 나타내는 방식이 도입된다. 이 방식은 이후 규정 내용에 다소의 변개가 가해질 뿐, 기본적으로는 동일한 방식이 (4아), (5마), (6마), (8자)에서 표명되고 있다. (7)의 현대조선말사전[1981]에서는 일러두기에 언급되어 있지는 않으나 풀이의 실제에서는 동일한 방식이 적용된다. (3마)에서는 표현 문체적 차이 및 뜻빛깔에 대한 약호 표시의 방법이 도입되고 있다. ‘(비유)’는 표현 문체적인 차이에 해당하는 것이며, ‘속어’는 뜻빛깔에 해당되는 것이다. ‘(말체), (글체)’와 같은 문체적 차이에 대한 약호 표시법은 이후까지도 이어지는 것이나, 표현적 차이는 이후 보충적 풀이 방식으로 바뀌게 된다. ‘(낡), (낡투)’와 같은 표시법이 조선말사전[1962]에서 (4바)와 같이 도입되었다가는 이후 쓰이지 않게 된다. 김수경(1965)의 비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생각된다11). 조선말사전[1962]의 (4마)에서는 정치성 우위의 원칙과 함께 ‘의미의 색채’에 대한 표시의 방법이 도입되고, 중심적 의미에 대한 Ⅰ,Ⅱ,Ⅲ 등의 표시법이 도입된다. 표시는 정순기·이기원(1984)적인 의미에서 ‘반뜻’에 해당되고, ‘중심적 의미’는 하나의 단어가 가지는 몇 가지 ‘뜻계열’에 대한 ‘기둥뜻’에 해당한다. 의미의 색채는 이후 ‘뜻빛갈’이라는 술어로 바뀌나, 정순기·이기원(1984)에서는 ‘뜻빛갈’과 ‘반뜻’은 구별된다. 표시법은 이후의 사전에서도 계속 적용된다. (5다), (7파), (8아)에 나타나 있는 바와 같다12). 기둥뜻에 대한 구분도 조선말대사전[1992]에 이르기까지 계속된다. (4마)에서는 기본적인 의미 또는 기본 뜻과 파생적인 뜻에 대한 배열 관계가 언급되어 있으며, 이것도 (8사)에 이르기까지 거의 그대로 이어진다. (8사)에서는 적극적인 뜻을 기본 뜻으로 한다는 언급이 추가되었을 뿐이다. (4자)의 ‘딴 단어와의 결합 관계를 비롯하여 단어의 문법적 사용을 밝히는’ 보충적 설명의 방식도 (8)의 조선말대사전[1992]에 이르기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뜻풀이의 기본적인 도구가 마련되는 것은 (4)의 조선말사전[1962]에서이나, 뜻풀이의 방식이 정제되는 것은 (7)의 현대조선말사전[1981]의 편찬을 즈음해서인 것으로 여겨진다. 이전의 사전에서와는 달리 이들 사전에 와서, 그 일러두기에서 ‘뜻풀이의 기본 원칙과 일반 준칙’이라는 것과 ‘뜻풀이의 방식’에 대한 기술이 분리됨을 보이기 때문이다. 정순기·이기원(1984)의 사전 편찬 이론서가 이 시기에 나오고 조선말대사전[1992]의 뜻풀이 방식이 이에 의존하고 있는 것과도 관련된다. 그러나 이 모든 장치의 기초가 마련된 것은 조선말사전[1962]에서라고 할 수 있다.


3. 뜻풀이의 실제

  사전 편찬에는 본질적인 문제도 있고, 주변적인 문제도 있다. 어느 하나 중요치 않은 것이 없으나, 여기서는 주로 사전의 뜻풀이가 가지는 정확성의 문제를 중심으로 북한 사전이 가지는 몇 가지 문제를 검토하기로 한다. 우리 사전이 가장 큰 문제의 하나가 정확성의 주변에 얽혀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알기 쉽게’의 문제 또는 뜻갈래와 같은 문제에 대해서는 관련 예의 검토에서 문제가 되는 경우에만 단편적으로 언급하기로 한다. 뜻풀이 자체의 문제뿐 아니라, 뜻풀이와 관련되는 문제도 부분적으로 다루어 보기로 한다13).


          3.1 정확성의 문제

  일반적으로 말하면, 사전 뜻풀이에서의 정확성은 사전 편찬자가 문제의 단어의 뜻을 알고 있을 것을 요구한다. 문제의 단어의 뜻을 모르는 경우에는 정확성 이전의 문제가 발생한다.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정확성을 기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조차 확실치 않게 된다. 실례로 ‘감결(甘結)’과 ‘갈필(渴筆)’의 경우를 보기로 하자14).


      (17) 조선말사전[1962]의 경우

가. 감결(甘結)[명] 봉건 사회에서: 상급 관아에서 하급 관아에 내리는 공문.
나. 갈필(渴筆)[명] 그림을 그리는 데 쓰는 빳빳한 털로 맨 붓.

      (18) 조선말대사전[1992]의 경우

가. 감결[명] (역사) 봉건 사회에서: ① 상급 관청에서 하급 관청에 내리는 공문. ② 행정 처분이나 법적 심판을 받고 관청에 내는 맹세하는 글.[甘結]
나. 갈필[명] ① (다듬은 말로) 마른붓. ② (다듬은 말로) 마른붓질. ③ 빳빳한 털로 맨 그림붓.[渴筆]
다. 마른붓질 [명] 물기가 적은 붓으로 그리는 조선화 기법. 흔히 묘사 대상의 입체감, 질감을 나타낼 때와 필치의 힘과 속도를 강하게 보여 주는 데 효과적으로 쓰인다.
  ‘감결’의 뜻을 모르는 사람이 그 의미를 풀이하기 위해서는 일종의 고행을 필요로 한다. 어디서든 그 뜻을 알아내야 하고, 그것이 쓰인 예를 최소한 하나 정도는 찾을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할 때에는 이미 있는 사전 풀이를 그대로 가져오는 수밖에 없다. 그것도 풀이에 쓰인 단어를 마음대로 바꾸는 일조차 허용되지 않는다. (17가)에 대한 최시학(1961)의 비판은 ‘감결’이 (17가)와 같은 뜻이 아니라, ‘행정적 처분이나 혹은 사법 심판을 받고 관청에 대하여 맹세하는 글’이라는 것이었다. (18가)의 ②는 이를 반영한 것으로, 그의 비판에 나타난 글을 거의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최시학(1961)의 비판이 옳은 것이라면, (18가)의 ①, 즉 (17가)는 포함되지 않았어야 한다. 그러나 (18가)에서는 이 두 가지 뜻을 하나의 표제어로 올리고 있다15). 이는 (17가)나 (18가)의 ② 가운데에서 정확한 뜻을 가려낼 수 있는 근거나 기준이 없었음을 뜻한다.
&bnsp; (17나)의 ‘갈필’의 경우는 (17가)의 경우보다는 그래도 사정이 낫다. 역사어나 시대어가 아니므로, 부지런히 탐문하면 그 쓰임이 확인될 수 있는 단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최시학(1961)의 비판은 ‘갈필’의 뜻이 (17나)와 같은 것이 아니라, ‘붓이 말라서 먹이 결핍된 것을 이르는 말’이라는 것이었다. 그것은 (18나)의 ③과는 다르다. 따라서 만약 최시학(1961)의 비판이 옳은 것이라면, (18나)의 ③의 뜻이 그대로 살아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 (18나)의 ①도 다듬은 말로만 옮긴 것이므로, 그 뜻이 무엇인가는 ‘마른붓’ 항에서 찾아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마른붓’이란 표제어는 없다. 단지 (18다)와 같은, ‘마른붓질’이란 표제어만이 있을 뿐이다. ‘마른붓질’의 풀이를 참고하면, ‘마른붓’의 뜻이 무엇인가는 어렴풋이 유추할 수 있는 것이나, 그 정확한 뜻은 아직 풀이되지 않은 것이라고 보아야 옳다. (17가)에 대하여 (18가)의 ①은 또 다른 문제를 제기한다. 고제도와 관련되는 풀이를 고대적인 용어를 사용해서 해야 하는가 아니면 현대적인 용어로 바꾸어서 해도 무관한가 하는 것이다. (17가)의 ‘관아’를 (18가)의 ①에서는 ‘관청’이란 말로 바꾸고 있으나, ‘관아’와 ‘관청’의 내용에 차이가 있는 것이라면, 과거의 제도를 현대적 의미의 ‘관청’으로 바꾸는 것은 부정확성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이에는 매우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도 그 내용을 아주 잘 알고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고대의 용어를 그대로 쓰는 것만 같지 못하다. ‘알기 쉽게’의 원칙이 ‘정확성’의 원칙을 뛰어넘는 것은 아니다.
  정확성과 관련하여 (17)은 극단적인 예일 뿐이라고 할지 모른다. 현대어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것이므로, (17가,나) 특히 (17가)에서와 같은, 판단 불능의 상태에 빠지는 일은 그렇게 많지 않다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실제는 이와 다르다. 우리가 그 뜻을 아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모자’의 예를 보기로 하자.


      (19) 조선어소사전[1956]의 경우

  [명] 예의와 또는 추위와 더위를 막기 위하여 머리에 쓰는 물건의 한 가지.


      (20) 조선말사전(1962]의 경우

가. 모자(帽子)[명] ① (예의를 갖추거나 추위, 더위 등을 막거나 기타의 필요에 의하여) 머리에 쓰도록 만든 현대적 형식의 쓰개. ∥ 대학생 ~. 어린이 ~. 여름 ~. ~를 쓰다. ~벗다. 갓, 두건, 탕건, 사모 등과 같은 재래식의 쓰개는 ~라 하지 않는다. ② 갓모자.
나. 쓰개[명] ‘머리에 쓰는 물건’을 통털어 이르는 말. (예문 생략)
다. 갓모자[명] = 갈모

      (21) 현대조선말사전[1981]의 경우

[명] ① 머리에 쓰도록 만든 물건. ∥ 학생 ~. 여름 ~. 털 ~. ② (일정한 단어 함께 쓰이어) 부당하게 뒤집어쓰는 책임이나 누명. 일정하게 지은 죄과. ③ ‘(일정한 단어와 함께 쓰이어) 어떤 사물이나 내용이나 본질을 가리우기 위하여 겉으로 내건 명목’을 비겨 이르는 말.

      (22) 조선말대사전[1992]의 경우

[명] ① (예의를 갖추거나 추위, 더위 등을 막거나 그 밖의 필요에 따라) 머리에 쓰도록 만든 물건. ∥ 학생 ~. 여름 ~. 털 ~. ② (일정한 단어와 함께 쓰이어) ‘부당하게 뒤집어쓰는 책임이나 누명’을 비겨 이르는 말. 일정하게 지은 죄과. ③ ‘(일정한 단어와 함께 쓰이어) 어떤 사물이나 내용이나 본질을 가리우기 위하여 겉으로 내건 명목’을 비겨 이르는 말. △고깔 ~. 맥고 ~. 사각 ~. 족두리 ~. 초물 ~16). 꼴~17). 안전 ~. 야영 ~. [帽子](97)(이하 ‘모자를 벗기다’에 대한 설명 생략)
  북한 사전의 ‘모자’의 ‘기본 뜻’에 대한 풀이는 모두 일치하며, 직접적 풀이의 방식을 취하고 있는 점에 있어서도 같다. 그러나, 그 세부에는 미묘한 차이들이 있음이 눈에 띈다.
  (19)는 ‘모자’를 ‘기본 뜻’ 하나만으로 풀이하고 있어 가장 간단하다. ‘누명’에 대한 뜻이 없는 만큼, 당시까지는 ‘누명’을 ‘모자’라고 부르는 관습은 없었거나 적어서 그것이 일반적인 용법의 지위를 가지지는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바둑에서 ‘모자를 씌우다’와 같은 용법은 사전에 올릴 만한 것으로 생각되는데, 이는 어느 사전에도 반영되어 있지 않다18). (19)는 또 그 풀이말에 결함을 가진다. ‘예의’와 그 뒤에 이어지는 ‘위하여’를 관련시켜 ‘예의를 위하여’ 모자를 쓴다는 내용으로 이해하는 것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나, (19)에서와 같은 문맥은 역시 어색하다. 또 나머지 부분에 대한 문맥은 ‘더위를 막기 위하여’ 모자를 쓴다는 문맥이 되는데, 이 또한 어색한 표현이다. ‘햇볕’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해야 된다고 생각된다. 그 내용에 있어 모자가 정말로 ‘예의’를 지키기 위해서 쓰는 것인가도 반성해 보지 않으면 안 된다. 예의와 관련된 ‘모자?’는 ‘의관을 정제한다’와 같은 전통적인 관습에 나타나는 ‘冠’의 개념이다. 머리에 쓰는 것을 모두 ‘모자’로 이해한다면 모르거니와 그렇지 않다면, 예의의 목적을 위하여 ‘모자?’를 쓴다는 것은 이미 우리 시대의 관념은 아닌 것이다. 따라서 ‘예의’에 대한 언급은 제외되었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결함의 대부분은 최근의 조선말대사전[1992]의 (22)의 ①에 이르기까지 그대로 이어진다. (19)에서는 또 “예의와 또는 추위나 더위를 막기 위하여’ 머리에 쓰는 물건”이 모두 ‘모자’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 유개념을 ‘물건의 한 가지’로 제한하고 있으나, 이러한 한정은 풀이의 부정확성의 일면일 따름이다.
  (20가)는 뜻풀이의 정확성을 추구한 고민을 볼 수 있다. ①의 ‘예의를 갖추거나’와 같은 표현은 (19)와 같은 풀이말의 어색함을 고친 것이며, 보충적 풀이에 ‘기타의 필요에 의하여’를 보충한 것은 모자를 쓰는 목적을 보다 융통성 있게 하기 위한 조치이다. 위에서 보았듯이 모자를 쓰는 목적은 비단 ‘예의?, 더위, 추위’에만 관련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령 제복을 입는 사람들이 쓰는 모자는 위의 세 가지의 어느 것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20가)에서 주목되는 것은 ‘현대적 형식의 쓰개’라는 부분이다. 그 예문에 보인 바와 같이 ‘갓, 두건, 탕건, 사모’와 같은, 예전의 쓰개는 ‘모자’라고 부르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현대적 형식의 쓰개’라고 하여 군인들이 쓰는 ‘철모’가 ‘모자’에 포함되는 일은 없거나 드물다. 그렇다면 우리말에서의 ‘모자’의 정확한 ‘기본 뜻’은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 그것은 (20), (22)와 같이 ‘모자’의 용도만을 정의 부분에 포함시켜서는 부족하다고 생각된다. ‘주로 천으로 만든 물건’이라는 그 재료에 대한 언급을 필요로 한다고 할 수 있다19). 그렇게 되면 ‘철모’나 ‘머리에 쓰는 망’을 ‘모자’에서 제외할 수 있을 것이다. 주목되는 것은 ‘모자’의 ‘기본 뜻’으로는 (21)의 ①과 같은 ‘기본 뜻’이 가장 거칠다는 것이다. (21)의 사전이 문화어 운동, 주체성 운동의 결과 나온 사전이라는 점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20)의 ②는 ‘모자’의 뜻갈래 또는 ‘갈라진 뜻’의 하나로 ‘갓모자’를 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갓모자’를 풀이하는 방식으로 그 뜻을 보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21)이나 (22)에서 ‘갓모자’와 같은 풀이가 없어지게 된 것은 (20)의 ②와 같은 풀이에 상당한 책임이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만약 ‘갓모자’라는 것을 ‘다른 물건 위에 씌워서 비 따위를 맞지 않게 하는 물건’이라고 했다면, ‘모자’의 뜻갈래의 하나로서의 자격을 그렇게 쉽게는 잃지 않았을 것이다.
  (21)이나 (22)의 ②에서는 ‘모자’의 ‘갈라진 뜻’의 하나로 ‘부당하게 뒤집어쓰는 책임이나 누명’을 세우고 있다. 이것이 북한 사회에서 일반화된 비유라면 뜻갈래의 하나의 자격을 가진다. 그러나 이에도 모호성은 많다. 우선은 괄호 속에 보인 ‘일정한 단어’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 어렵다. ‘반동 분자라는 모자’ 정도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나, ‘그 사람은 이번 숙청 때 모자를 많이 썼어’와 같은 표현도 가능할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반드시 ‘일정한 단어’와 함께 쓰여야 하는지 궁금하다. 또 그것의 ‘반뜻’으로 상정된 ‘일정하게 지은 죄과’라는 표현도 아주 애매하다. ‘죄과’를 조선말사전[1962]에 따라 ‘죄가 될 만한 허물’이라고 할 때, 그 구성은 ‘허물을 짓는다’는 표현이 되는데 ‘죄’는 ‘짓는’ 것이지만 ‘허물’은 일반적으로 ‘짓는다’고 표현하지 않기 때문에 자연스럽지 못하다20). ‘어떤 일과 관련하여 쓰게 된 죄명’과 같은 정도의 뜻은 아닐까 추측해 볼 수 있다21). 이와 같은 뜻이 아니라면, 그것은 (21)이나 (22)의 ②에 대한 ‘반뜻’이 되기 어렵다. 풀이된 대로의 뜻이라면, 그것은 다른 뜻갈래로 설정되어야 한다. 그 옹근뜻은 ‘누명’에 의한 것이고, 그 반뜻은 ‘누명’에 의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21)이나 (22)에서 그 ②나 ③의 뜻에 대한 ‘예구’나 예문이 없는 것도 결함의 하나이다. (22)에는 뜻갈래에 대한 풀이가 모두 끝난 뒤에 그 ①에 대한 ‘예구’ 비슷한 것을 나열하고 있다. 이들은 분명 ②나 ③과는 무관하다. 그런데도 그 관련 위치가 명시되지 않아, 관련 항이 모호해지는 결함이 있다. 독자는 이러한 예들에서도 ②나 ③의 뜻에 대한 용법이 있는 것은 아닐까 기대하게 만드는 폐단이 있다.
  사전의 뜻풀이가 가지는 사회적 측면으로는 ‘모자’라는 것이 ‘누명’의 뜻을 가지게 된 것과, 그것이 문화어 운동이 벌어진 시기라는 것과의 관련성이다. 이 사전의 뜻풀이는 당시에 어떤 일이 많이 일어났는지를 어느 정도 추측하게 한다.


      (23) 조선어소사전[1956]의 경우

[명] 의롱, 뒤주, 책상 들과 같은 종류의 세간.

      (24) 조선말사전[1962]의 경우

[명] 살림살이에 쓰는 세간. 주로 의장, 책상, 의자, 책장 따위. ∥ ~공장, ~ 상점, ~ 제작소. 경공업성과 각도 인민 위원회에서는 산하 공장들에게 인민 생활에 필요한 많은 일용품, 공구, ~ 등을 대량적으로 생산 공급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25) 조선문화어사전[1973]의 경우

[명] 주로 살림집에 갖추어 놓고 쓰는, 옷장, 이불장, 농짝, 찬장, 책장, 책상, 걸상, 밥상, 침대, 냉동고, 세탁기와 같은 세간 ∥ ~ 공장, ~ 상점.

      (26) 현대조선말사전[1981]의 경우

[명] 살림살이에 쓰는 세간. 옷장, 이불장, 찬장, 책장, 책상, 걸상, 침대, 냉동고, 세탁기와 같은 것을 이른다. ∥ ~ 상점. ~를 그쯘히22) 갖추다.

      (27) 조선말대사전[1992]의 경우

[명] 살림집에 쓰는, 옷장, 이불장, 찬장, 책장, 책상, 밥상, 걸상, 침대, 냉동고, 세탁기와 같은 세간. ∥ ~ 상점. ~를 그쯘히 갖춘 방. 질좋은 여러 가지 ~를 생산하다. 깨끗이 정돈된 가구들에는 갖가지 꽃문양이 새겨진 이불보와 책상보, 꽃병받치개, 탁상등받치개들이 씌워졌거나 받쳐져 있다.
  (23)은 種差로 ‘가구’에 속하는 종개념적 대상을 예시한 정의의 형식을 보인다. 사용적인 측면에서 뜻풀이의 정확성에 도달하려는 노력의 일단이다. ‘가구’의 예인 ‘의롱, 뒤주, 책상’은 당시 사회상의 한 반영이 된다. (24)에서 풀이말은 두 문장으로 되어 있다. 그 외연적 대상은 보충적 풀이로 나열된다. (23)에서는 ‘의롱’이 ‘의장’과 같은 말로 바뀐 것과 함께, ‘뒤주’가 빠지고, ‘책장, 의자’가 더 보충된다. ‘예구’와 함께 예문도 등장한다. (25)에서는 풀이말이 (23)과 같이 하나의 문장으로 되고, ‘의롱, 의장’과 같은 어려운 말이 ‘옷장’으로 바뀌고 ‘의자’가 ‘걸상’으로 바뀌는 한편, 전에 없던 ‘이불장, 농짝, 찬장, 밥상, 침대, 냉동고, 세탁기’ 등이 등장한다. (26)에서는 (24)와 같이 풀이말이 다시 두 문장으로 되고, 그 종류는 (25)와 같은 것이 되나, ‘농짝, 밥상’이 빠진다. (27)에 와서는 풀이말이 다시 한 문장으로 되고, (26)에서 빠졌던 ‘밥상’이 다시 살아난다. 그러나 ‘농짝’은 다시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26), (27)에서 ‘농짝’이 빠진 것은 생활상의 변화로 이해된다. 우리에게 가장 이상한 것은 ‘가구’에 ‘냉장고, 세탁기’가 포함된 것이다. 우리의 ‘가구’에 대한 일반적인 관념은, 집안 살림살이에 쓰이는, 주로 목재로 만들어진 세간으로23) 그 크기는 밥상보다는 큰 물건이다24). ‘냉장고, 세탁기’가 ‘가구’에 포함되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이다. ‘살림, 살림살이, 세간, 세간살이, 가재도구’라고 할 때에는 이들이 포함되나 적어도 일반적으로는 이들은 ‘가구’에 포함되려면, 그 외장을 목재로 아주 근사하게 차려야 한다. 필자의 직관으로는 ‘교자상’은 몰라도 소반(小盤) 정도의 작은 ‘밥상’은 가구에 포함되지 않는다. ‘밥상’이 (25)에는 포함되었다가 (26)에서는 빠지고 다시 (27)에 포함된 것은 아마도 그것이 가구와 가구 아닌 것의 중간 영역에 있는 대상이기 때문일 가능성이 많다. (25)~(27)에 모두 ‘냉동고, 세탁기’가 포함되어 있으나 이는 아마도 실제와는 다를 것이란 추측을 해 볼 수 있다. (25)~(27)의 ‘예구’에 나타나는 ‘가구 상점’이나 ‘가구 공장’과 같은 예가 그것을 암시한다. ‘가구 상점’에서 ‘냉동고, 세탁기’를 파는 일이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된다. 사후 서비스의 차원이 전혀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가구 공장’에서 ‘냉동고, 세탁기’를 생산한다는 일도 상상하기 어렵다. (25)~(27)에 ‘냉동고, 세탁기’가 포함된 것은 사회의 일반적인 관념을 반영한 것이라기보다는 이상적인 상태를 가정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만큼 정확성은 손상을 입게 된다. 그러나, 그들의 뜻풀이가 종개념적 대상의 나열로 그 개념의 적용 범위를 한정하려 한 것은 의의 있는 노력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 않을 경우, 개념의 범위는 단지 추상적인 차원에만 머물게 될 뿐이며, 시대상의 변모나 같은 단어에 대한 남북한의 의미 차이는 다룰 수 없게 된다.
  (24)~(27) 중에서는 (27)에만 유일하게 예문이 있다. 그러나 이 예문은 적합성에도 문제가 있고, 내용에도 결함이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적합성 문제는 의미의 초점이 ‘가구’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가구의 부속물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점이다. 가구에 대한 예문으로서는 그만큼 결함을 가진다. ‘이불보’라는 것이 ‘가구’와 관련된다는 것을 우리는 이해할 수 없다. ‘이불보’는 ‘이불’을 덮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불장’ 속의 ‘이불’을 다시 ‘이불보’로 덮어 놓는 것일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은 ‘가구’와는 무관하다. 적어도 우리의 관습에 의하면, ‘이불보’는 ‘이불장’이 없는 경우 이불에 씌워 놓는 것이다. 다시, 예문에서 ‘책상보’는 책상에 ‘씌워져’ 있는 것이므로 그에 대한 서술어의 호응이 제대로 이루어져 있다고 할 수 있으나, ‘꽃병받치개’나 ‘탁상등받치개’에 대해서는 그에 해당 서술어가 마땅치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이들은 ‘씌우거나 받쳐져’ 있는 것이라기보다는 ‘놓여져’ 있는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것이 ‘받쳐져’ 있으려면, ‘꽃병’이나 ‘탁상등’도 ‘가구’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적어도 ‘꽃병’은 ‘가구’라고 보기 어렵다. 장식품의 성격이 강하다.
  사전의 뜻풀이가 그 적용 대상을 열거하는 것일 때 위와 같은 장점을 가지는 반면, ‘기본 뜻’의 온전한 파악이라는 측면에서는 결함을 가질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짖다’에 대한 풀이를 보기로 한다.


      (28) 조선어소사전[1956]의 경우

[자]①개가 멍멍 소리를 크게 내다. ②까막까치가 시끄럽게 울다.

      (29) 조선말사전[1962]의 경우

[동](자)①개가 멍멍 소리를 크게 내다.개들은 앞내 다리를 바라보고 뒷걸음질을 치며 짖는다. ②(까막까치가) 시끄럽게 울다. 까치 한 마리가 저 편에서 나무를 향하여 날아오며 깍깍 짖는다.

      (30) 조선문화어사전[1973]의 경우

[동](자) 개가 멍멍 소리를 크게 내다.

      (31) 현대조선말사전(1981)의 경우

[동](자) 개가 멍멍 소리를 크게 내다. 사방에서 개짖는 소리가 온동네를 뒤집다.

      (32) 조선말대사전[1992]의 경우

[동](자)①개가 입을 벌려 소리를 내다. 사방에서 개짖는 소리가 온동네를 뒤집다. ②‘(증오의 대상자가) 말하다’를 욕으로 이르는 말. ③(까막까치가) 시끄럽게 울다. 까치 한 마리가 아침부터 깍깍 짖는다.(74)
  (28)~(32)의 ‘기본 뜻’에는 ‘짖다’의 관련 대상으로 ‘개’만이 포함된다. ‘개’ 외의 다른 네 발 짐승은 거의 ‘짖는’ 일이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늑대’ 따위가 개와 비슷한 소리를 내는 경우 어떨까 생각해 볼 수 있으나, 실제로 짖는 소리를 들어 보기도 어려운 일이며,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쓰임을 확인하기도 어려운 일이다. ‘짖는’ 동물이 개밖에 없다면, ‘짖다’에 있어 ‘개’는 그 본질적인 의미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그것은 ‘짖다’ 구성에 ‘개’를 주어로 쓰는 것은 잉여적임을 의미한다. (28)~(32)의 뜻풀이에는 이러한 판단이 깔려 있다. ‘개가 멍멍 소리를 크게 내다’나 ‘개가 입을 벌려 소리를 내다’의 주어 ‘개가’에 괄호를 하지 않은 것은, 보충적 풀이를 위한 괄호 사용법에 대한 정순기, 이기원(1984:154)적인 설명법을 역으로 적용시키면, ‘짖다’의 ‘기본 뜻’에 ‘개’의 의미가 본질적으로 포함되는 것으로 본 것으로 해석되는 것이다. 그러나 ‘짖는’ 동물이 비단 개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30)과 (31)만을 제외하면, ‘짖는’ 대상은 개 외에도 ‘까막까치’가 있다. 또 우리말에서 ‘짖는’ 주체를 밝히지 않는 ‘멀리서 짖는 소리가 들린다.’와 같은 표현은 온전한 표현이 되지 못한다. 아직은 ‘짖는’ 주체로서의 개는 잉여적인 정보가 되지 못한다. 따라서 (28) 이후의 북한 사전의 논리에 의하면, 그 ‘기본 뜻’의 풀이말에 나타나는 주어에는 괄호 표시를 했어야 한다25).
  사전 뜻풀이에서 어떤 개념 내용의 정확성에 도달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는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하나는 (28)~(32)과 같은 여러 사전 편찬 과정에서도 ‘짖는’ 대상에 ‘개’와 ‘까막까치’ 정도만이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이 ‘새짖는 소리’를 듣지 못했는지 궁금하다. (28)~(32)에는 ‘까막까치’라고 관련 대상을 명시하여 풀이하고 있으므로, ‘새’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28)~(32)의 뜻풀이는 원칙적으로 결함을 가진다. 기술적으로는 문제의 대상을 꼭 집어서 풀이를 했기 때문에, 뜻풀이의 적용 폭이 그만큼 제약된다고 할 수 있다. 이외에도, 사람이 동물처럼 소리를 지르며 큰 소리로 우는 뜻의 ‘울부짖다’의 ‘-짖다’나, 사람이 동물처럼 큰 소리를 내는 뜻의 ‘부르짖다’의 ‘-짖다’도 고려의 대상이 되었어야 한다.
  일단 ‘새’가 ‘짖는’ 대상에 포함되면, ‘짖다’의 ‘기본 뜻’에 대한 검증의 필요성은 더욱 높아진다. ‘새’는 지저귈 수도 있기 때문에, 지저귐과 짖음과의 차이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까막까치’가 지저귀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이러한 비교에 의하여 확실해진다. ‘지저귀는 것’이26) 사람에게 정다운 느낌을 주는 비교적 작은 지절거림과 같은 소리라면, ‘짖는 것’은 그와 반대되는 소리이다. 시끄러울 정도로 큰 소리를 내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까치’ 우는 소리에 반가움을 느끼는 사람이 ‘오늘 아침에도 까치가 짖었다. 반가운 손님이 오시려나 보다.’고 말하는 것은 적합한 것이 되지 못한다. 그 시끄러움을 느끼는 것은 사람임에 틀림없다. 거기에는 무슨 요구나 경계가 들어 있다. 그것은 적어도 다른 대상이나 사람에 대하여 ‘짖는’ 것이다. 자기들끼리의 통신을 위한 소리는 ‘짖는다’고 하지 않는다. ‘늑대’의 우는 소리를 ‘짖는다’고 하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이러한 검토가 반드시 ‘새’가 ‘짖는’ 관련 대상에 포함되어야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개’ 자체만 보더라도, ‘개’는 울 수도 있고, 끙끙거릴 수도 있고, 으르렁거릴 수도 있고, 깨깽거릴 수도 있다. 이러한 소리들이 ‘짖는 것’에 포함되지 않는다면, (28)~(32)에서의 ‘개가 멍멍 소리를 크게 내다’와 같은 풀이는 어느 정도 정곡을 얻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에게는 ‘개가 낯선 사람에 대하여 듣기에 시끄러울 정도로 멍멍 소리를 내다’ 정도가 그 ‘기본 뜻’에 해당되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입장에 설 때, (28)~(32)에서는 가장 나중에 나온 (32)의 ①의 뜻풀이가 가장 어설프다. ‘개가 입을 벌려’ 내는 소리에는 여러 가지 소리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소한 큰 소리의 뜻이 포함되지 않는다면, ‘울부짖다’나 ‘부르짖다’의 ‘~짖다’는 설명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32)의 ①에서는 당시까지의 일반적인 풀이 방식을 따르지 않은 것일까. 한 가지 추측을 해 본다면, ‘개가 멍멍 소리를 크게 내다’와 같은 풀이가 ‘멍멍’ 항의 풀이와 관련하여 뜻풀이가 순환될 것을 염려했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조선말대사전[1992]에서 ‘멍멍’은 ‘개가 짖는 소리를 나타내는 말.’로 풀이되어 있다. 종래의 방식대로라면 순환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 순환은 ‘멍멍’ 항을 다시 풀이하여 피할 수도 있고, ‘멍멍’ 항과 ‘짖다’ 항에 대한 풀이말에 그 내용에 대한 언급을 포함한다면 순환에서는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이는 ‘짖다’와 ‘멍멍’의 풀이말이 상당 부분 겹치게 되는 결과를 빚게 된다. 이를 사전 기술의 불필요한 잉여성으로 판단할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정도의 잉여성은 독자를 위한 배려라고 할 수 있다. 사전 기술이 어떠한 측면에 있어서든 절대적으로 잉여성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하는 것은 다소 지나친 요구가 아닐 수 없다.
  다른 측면에서 (32)의 뜻풀이는 우리에게 뜻갈래의 배열에 관한 문제를 제기한다. 특히 그 뜻갈래 ②와 ③이 문제이다. 우리 사전의 관례에 의하면, 비유적인 뜻은 대체로 뒤에 놓인다. ‘사람이 말하는 것’을 ‘짖는다’고 하는 것은 분명히 비유적인 용법이므로, 관습대로라면 ②와 ③의 위치가 바뀌었어야 한다. 그러나 (32)와 같이 된 것은 ②의 뜻을, 말과 관련되는 어떤 사람을 ‘개’로 취급하는 표현법이라고 생각한 데 그 원인이 있다. 그것은 ①의 뜻과 더 가깝다. ②의 뜻을 ③ 다음이 아니라 ① 다음에 놓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사람이 말하다’에 쓰이는 ‘짖다’의 뜻을 ‘시끄럽게 자꾸 듣기 싫은 소리를 하다’와 같은 것으로 이해한다면, 그것은 ③의 뜻과도 관련된다. 그것은 ‘사람 같지도 않은 사람이 이야기하는 것’이라는 함축을 가진다.
  실제로 이러한 용법이 반드시 ‘욕’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②의 보충적 뜻풀이가 가지는 약점이 있다. “이 일로 사장이 계속 짖는다”와 같은 표현을 쓰는 일도 아주 없는 것은 아닐 것이지만, 이상하게 느껴진다. 그보다는 “너는 짖어라, 나는 밥을 먹는다.”나 “우리가 짖는다고 그 사람이 눈 하나 깜짝할 줄 아느냐?”와 같은 쓰임이 더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겨진다. 이와 같은 예에서 ‘너’나 ‘우리’를 ‘증오의 대상자’라고 하는 것은 한편으로는 지나치고 다른 한편으로는 정확하지 못하다. “너는 짖어라, 나는 밥을 먹는다.”와 같은 예에서 ‘너’와 ‘나’는 인간과 동물의 관계와 같은 것으로 상정된다. ‘너’의 말이 시끄럽기는 하지만 나는 관심을 두지 않겠다는 뜻이다. “우리가 짖는다고 …”에서는 ‘우리’가 하는 말이 그들의 귀에는 사람의 말로 들리지 않는 것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역시 ‘개’보다는 ‘동물’이 의미의 핵심이다. 적어도 (32)에서 ②와 ③은 전통적인 방식을 따랐어야 한다고 할 수 있다.
  ‘증오의 대상자’라는 (32)의 ②의 보충적 풀이가 가지는 다른 문제의 하나는 그것이 너무 어렵게 표현되어 있다는 것이다. ‘증오’보다는 ‘미워하는 사람이’가 더 쉽다. (32) ③의 ‘까막까치’도 어려운 말이다. ‘까마귀나 까치’라고 풀이를 하는 것만 같지 못하다. 이러한 말을 잘 들어 보지 못한 독자는 다시 사전의 관련 항에서 그 말의 뜻을 확인해야 한다. 또 만약 ‘까막까치’라는 것이 ‘까마귀와 까치’를 뜻하는 것이라면, 역시 정확성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까마귀와 까치가 함께 우는 것을 뜻할지 모른다.”는 오해를 가지기 쉽다. 문제는 정확성이 우선한다고 할 수 있다. 뜻풀이가 정확하지도 않고, 풀이말도 어려운 것일 때, 그 부적성은 이중의 것이 된다. 그 보충적 풀이는 우선은 ‘(사람 같지도 않은 사람이)’와 같은 것으로 표현되어야 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문제의 예들에 정확하게 적용될 수 있는가를 검증해야 한다.
  (32)의 ②가 가지는 다른 결함의 하나는, 위에서도 이미 암시한 것이지만, “‘…’을 욕으로 이르는 말”과 같은 뜻빛깔을 나타내는 보충적 풀이가 그것이 왜 ‘욕’이 되는지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인식적인 목적을 위해서도 그러한 풀이는 필요하다. ‘욕’으로 쓰는 경우에도 무조건 외어서 욕으로 쓰라는 것보다는, 그것이 무슨 뜻을 가지고 있으니까 어느 정도의 욕이 되는지를 알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희승(1961:1965:5판)에서 (32)의 ②에 해당하는 뜻은 “‘지껄이다’를 농으로 이르는 말”로 풀이되어 있다27). 그러나 단순한 ‘농’이라고만 할 수도 없다. 아주 가까운 친구에게 이 말을 쓰면, 혹 ‘농’으로 받아들일 수는 있을 것이다. 따라서, 사람에게 ‘짖는다’를 쓸 때에는 그것이 어떤 뜻을 띠는가를 명시하고 더 나아가 그것이 어떤 쓰임에서 ‘욕’이 되는지 혹은 ‘농’이 되는지를 알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뜻빛깔을 나타내는 말로 정순기·이기원(1984:162)에 소개되고 있는 것에 “낮잡아 이르는 말, 얕잡아 이르는 말, 홀하게 이르는 말”과 같은 예가 있다. 앞의 것은 ‘장사치’와 같은 말에 대한 “낮추 대하면서 만만히 여기는 뜻빛갈”이며, 가운뎃것은 ‘꼬락서니’와 같은 말에 대한 “낮추 대하면서 깔보는 뜻빛갈”이며, 마지막 것은 ‘꼬맹이, 풋내기’와 같은 말에 대한 “대상을 보잘것없는 것으로 업수이 여기어 대수롭지 않게 대하는 뜻빛갈”이다. 내용에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주관적인 풀이의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32)의 ②가 가지는 결함이 왜 이렇게 커진 것인가도 분명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는 예의 뜻풀이가 북한 사전에서는 처음으로 ‘갈라진 뜻’ 혹은 뜻갈래로 올라간 것이라는 사실과 관련된다. 그것은 문제의 뜻풀이가 의심의 대상이 되고, 검토를 받고, 새로운 자료에 의하여 검증될 기회가 별로 없었음을 의미한다. 이전의 사전에 이미 등재되어 있었다면, ‘정말 그럴까?’와 같은 의심을 해 보았을 것이다.
  이제까지 우리는 정치적인 문제와는 전혀 관련되지 않거나 비교적 덜 관련되는 일련의 단어의 뜻풀이를 보아 왔다. 이 경우 남북한 사전의 차이는 단지 뜻풀이나 부수적인 문제의 차이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정치성과 관련되는 사항에서 사정은 전혀 달라진다. 이는 다음 절에서 보기로 한다.


          3.2 정치성 또는 사상성의 문제

  사전의 뜻풀이에서 시대적인 전제의 반영은 어느 정도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때에도 사전 기술의 제1원리는 역시 정확성의 원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뜻풀이에 있어서의 정치사상성 우위의 원칙은 이미 앞 장에서 살펴본 바와 같다. 대체로 정확성이라는 것은 당성이나 사상성 또는 정치성보다 뒤에 오는 것이다. (4마)에서는 의미의 배열에서도 ‘기본적인 의미에서 보다 파생적인 의미의 순서로 배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정치 사상적으로 중요한 의미는 앞에 놓는다.’고 하여 정치사상성과 관련되는 풀이의 우위성을 언급하고 있다.
  이러한 태도가 사전의 뜻풀이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적지 않다. 구체적인 예로 ‘사람’이라는 단어의 풀이를 보기로 한다. 정치성의 반영이라는 측면에만 주목하기로 한다.


      (33) 조선어소사전[1956]의 ‘사람’

① 사유와 언어 행위의 재능을 가지며, 도구를 창조하며, 사회적 노동 과정에서 그것을 이용할 능력을 가지고 있는 동물. ② → 남2②. ~-답다 [형]. ~-되다 [자].

      (34) 조선말사전[1962]의 ‘사람’

① 사유와 언어를 가지며, 생산 도구를 만들어 사회적 노동을 하는 동물. ∥ ~과 짐승. 노동은 ~을 창조하였으며 ~은 도구를 창조하였다. ②일정한 지역에 살며 그 사회를 이루는 구성 성원. ∥ 조선 ~. 평양 ~. 조선은 조선 ~의 것이다. D 아이들 이외의 사회 성원 곧 어른이나 어른의 나이에 이른 대상을 이르는 말. 당신들은 안세환이란 ~을 아시오?/ 두어 ~만 있으면 모레까지는 넉넉히 끝내겠습니다. ③ 응당한 자격을 갖춘 사회적 성원. ∥ ~을 만들다. ~이 되다. 명식이가 과연 ~은 ~이야. ④ 일정한 문맥 속에서 ‘상대자’의 뜻을 나타낸다. ~을 모욕해도 분수가 있지, 그래서야 되나? ⑤ (대명사 ‘이’ 다음에 쓰이어) 친근한 상대자를 부를 때 쓰인다. 이 ~, 요새 무얼 하는가? / 이 ~아, 내일 우리 집에 놀러 오게./ 예끼, 이 ~! 그것도 말이라고 하나, 동지들의 저 불 같은 성의를 느낄 줄은 모르고….

      (35) 현대조선말사전[1968]의 ‘사람’

① 사유 활동을 하고 언어를 가지며 생산 도구를 만들어 노동을 하는 사회적 동물. ∥ ~과 짐승. ② 일정한 지역에 살며 그 사회를 이루는 구성 성원. D ‘주로 아이가 아닌 사회 성원, 곧 어른’을 가리켜 이르는 말. ③ 마땅한 자격을 갖춘 사회적 성원. ∥ ~을 만들다. ④ (대명사 ‘이’ 다음에 쓰이어) 친근한 상대자를 부를 때 쓰인다. 이 ~아, 자네 언제 돌아왔나?

      (36) 조선문화어사전[1973]의 ‘사람’

① 사유 활동과 말을 하고 생산 도구를 만들어 노동을 하며 사회를 이루고 살고 있는, 세상에서 가장 귀중하고 힘있는 존재.
“세상에서 가장 귀중한 것은 사람이며 가장 힘있는 존재도 사람입니다.”(김일성 “우리 당의 주체 사상과 공화국 정부의 대내외 정책의 몇 가지 문제에 대하여” 13페이지)
(중략: 김일성의 말 두 구절 더 있음)
D “일정한 나라나 지역 출신의 사회 성원”을 이르는 말. ∥ 조선 ~. 강원도 ~. 조선은 조선 ~의 것이다. D “아이가 아닌 사회 성원, 곧 어른”을 가리켜 이르는 말. ② 마땅한 자격을 갖춘 사회적 성원. ∥ ~을 만들다. ⑤(대명사 ‘이’ 다음에 쓰이어) 친근한 상대자를 부를 수 쓰인다. (이하 생략)

      (37) 현대조선말사전[1981]의 ‘사람’

① “사람은 자주성과 창조성을 가진 사회적 존재입니다. 사람은 목적 의식적이며 능동적인 활동을 통하여 세계를 자기의 의사와 요구에 맞게 개조해 나가는 가장 발전되고 힘있는 존재입니다. 자연과 사회를 개조하는 것도 사람이며 과학과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도 사람입니다. 그러므로 사람은 세계를 지배하는 주인으로 되며 모든 것을 결정하는 요인으로 됩니다.”(김일성 ‘외국 기자들이 제기한 질문에 대한 대답’ 2권 243페지)
자연과 사회의 주인으로서 자주성과 창조성을 가지고 있으며 세상에서 가장 발전되고 힘있는 사회적 존재. 사상 의식을 가지고 있으며 목적 의식적이며 능동적인 활동을 통하여 세계를 자기의 의사와 요구에 맞게 개조해 나간다. ② 일정한 지역에 살며 어떤 사회를 이루는 구성 성원. ∥ 조선 ~. 옛날 ~. 조선은 조선 사람의 것이다. ③ ‘주로 아이가 아닌 사회 성원 곧 어른’을 이르는 말. 여러 사람이 와서 도와 주는 바람에 반나절 동안에 다 해 치웠다. ④ 마땅한 자격을 갖춘 자주적인 사회적 성원. ∥ ~을 만들다. ~이 되다. ⑤ (말체) 친근한 상대자를 가리키거나 부를 때 쓰이는 말. 사람두 부지런두 하지./ 이 사람, 오래간만일세, 어서 들어오게. (이하 생략)

      (38) 조선말대사전[1992]의 ‘사람’

① “사람은 자주성과 창조성, 의식성을 가진 사회적 존재입니다.” (김일성 ‘외국 기자들이 제기한 질문에 대한 대답’ 3권 358페이지)
자연과 사회의 주인으로서 자주성과 창조성, 의식성을 가지고 있으며 세상에서 가장 발전하고 힘있는 사회적 존재. ② 일정한 지역에 살며 어떤 사회를 이루는 구성 성원. ∥ 조선 ~. 옛날 ~. 조선은 조선 사람의 것이다. ③ ‘주로 아이가 아닌 사회 성원 곧 어른’을 이르는 말. ∣여러 사람이 와서 도와 주는 바람에 반나절 동안에 다 해 치웠다. ④ 마땅한 자격을 갖춘 자주적인 사회적 성원. ∥ ~을 만들다. ~이 되다. ~구실을 하다. ⑤ (말체) 친근한 상대자를 가리키거나 부를 때 쓰이는 말. 사람두 부지런두 하지./ 이 사람, 오래간만일세, 어서 들어오게. ⑥ 자기가 아닌 ‘남’을 이르는 말. 사람들이 모두 그렇게 말해요.
(이하 생략)
  우리는 ‘사람’이 특별히 정치성이나 사상성과 관련되는 단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북한 사전에서의 ‘사람’은 매우 특별한 취급을 받고 있다. 얼른 보아서는 아무런 정치적인 색채가 없는 듯이 보이는 (33)의 ①자체도 ‘사람’에 대한 평범한 정의라고 할 수 없다. ‘사람’에 대한 정의에 ‘노동’에 관한 언급이 포함되고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큰 사전[1947~57]에서의 풀이를 가져와 보기로 한다.


      (39) 큰 사전[1947~57]의 ‘사람’

땅에 두발로 꼿꼿이 서서 다니고, 말과 글과 기구(器具) 따위를 만들어 쓰는 가장 진화(進化)하고 가장 이지적(理智的)이고, 모든 도덕 관념을 갖춘 동물. (옛말: [이는 ‘사’의 잘못임: 필자])
  (39)가 ‘사람’에 대한 가장 이상적인 정의가 된다고는 할 수 없다. ‘글’에 대한 언급은 본질적인 것이라기보다는 비본질적인 것에 대한 언급으로 여겨지고, ‘모든 도덕 관념을 갖추었다’는 것은 현실적이라기보다는 이상적인 것이며, 너무 어렵게 정의된 흠도 있다. 그러나 (39)에는 사람이 직립 보행한다는 것, 말을 쓴다는 것, 정신적인 존재라는 것 등이 지적되어 있다. 전혀 ‘노동’에 관한 언급은 들어 있지 않다. 반면 ‘노동’에 대한 언급은 초창기에는 북한에서 나온 사전에는 모두 나타난다. (33)의 ①에도 나타나고, (34)의 ①에도 나타나고, (35)의 ①에도 나타나고, (36)의 ①에도 나타나고, (37)의 ①에도 나타난다. 마르크스-레닌적인 유물론적 세계관의 반영으로 이해된다.
  정치성에 의한 간섭이 행해지기 시작하는 것은 (36)에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36)의 ①에서 “세상에서 가장 귀중하고 힘있는 존재”라는 정의의 일부는 김일성의 말에서 온 것이다. 이 부분은 (33)~(35)의 ①에서는 볼 수 없었던 풀이말이다. 정순기, 이기원(1984)에 의하면, 이는 사전의 인식 교양적 기능과 관련된다. 이러한 풀이가 사전 뜻풀이의 정확성을 높인다고는 보기 어렵다. 이는 단지 ‘사람’에 대한 주관적인 평가이며, 그들 사회에서의 이상적인 인간상의 제시일 뿐이다.
  ‘사람’에 대한 사전적 정의에서 ‘사람’이 가진 동물적인 속성이 거의 제거된 것은 (37)의 ①에 와서이다. 이 사전을 보아서는 인간이 동물인지 아닌지조차 알 수 없게 되어 있다. 두 발로 서서 다니는지도 모르게 되어 있으며, 도구를 만들어 일을 하는지도 모르게 되어 있고, 말을 할 수 있는지 어떤지도 알 수 없게 되어 있다. 이는 사전에 사전 이상의 역할을 강요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일반적으로 사전에 반영되는 시대적인 전제는 집필자나 편찬자의 의도적인 소산이라기보다는 무의식적인 혹은 비의도적인 소산으로 나중에 어떤 단어의 뜻풀이에 포함된 단어들의 함축을 분석하여 얻어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 사전에 반영된 정치성 혹은 사상성은 의도적이며 목적 의식적이다. 그것은 뜻풀이의 정확성을 해칠 뿐만 아니라, 그것으로 하여 사전은 이미 뜻풀이 사전의 성격을 떠나게 된다.
  이 밖에도 정치성, 사상성, 시대성을 띤 단어들과 관련하여 그들의 정치적 입장이나 사상적 입장을 강조하고 반대 체제를 비방하는 헐뜯는 풀이를 가진 많은 단어들이 있다. 그러나, 필자는 이들에게 전혀 흥미가 없다. 한 가지 주목되는 것은 김일성의 말이 가장 많이 인용된 사전이 1973년의 조선문화어사전이라는 것이다. 당시가 ‘주체 사상 운동, 문화어 운동’이 극에 달했던 시기라 할 수 있다. 1981년에는 한 구절만이 인용되고 있다. 문화어 운동이 좀 수그러들었음을 의미한다. 1992년의 조선말대사전에 와서는 아주 짧은 한 구절만이 인용되어 있다. 김정일 세력의 확대를 의미한다.


          3.3 동사와 형용사의 구분 문제

  뜻풀이의 정확성과 관련하여 흔히 지적되는 것은 풀이말이 되도록이면 표제어와 동일한 문법적 기능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28). 이와 관련하여 우리에게 특별히 주목되는 것은 동사와 형용사의 구별 문제이다. 이는 자동사와 타동사의 구별 문제보다도 더 기본적인 것으로 보인다. 동사와 형용사의 구별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동사를 형용사로 풀이하게 되고, 반대로 형용사는 동사로 풀이하게 될 위험이 있다. 이에 반하여 자동사와 타동사의 경우에는 그 구별이 잘못된다고 해도 그 풀이말은 적어도 동사라는 동일한 범주적 성격을 가지게 된다29).
  조선말대사전[1992]에서 문제가 되는 단어의 뜻풀이나 기타의 사항을 예 들어 보기로 한다. 자·타동사의 구분과 관련되는 예 하나를 포함시키기로 한다.


      (40) 조선말대사전[1992]의 ‘튕기다’

[동](자) ⑤ (팽팽히 켕긴 줄 같은 것을) 당겼다 놓다. ∥ 기타줄을 ~. […]Ⅱ(타) ① 튀게 하다. ∥ 탁구공을 ~. 불꽃을 ~. 콩을 ~. 가야금줄을 ~. […]

      (41) 조선말대사전[1992]의 ‘쏘다’

[동](자) ① 무엇이 찌르고 쑤시는 것처럼 아프다. ∥ 뼈마디가 ~. 골이 ~.

      (42) 조선말대사전[1992]의 ‘알맞다’

[형]① 일정한 정도나 조건, 시간 등에 모자람이 없이 맞다. ∥ 대상에 알맞게 분공을 주다. 틀에 알맞게 짠 문짝. 시대에 알맞는 옷차림. 알맞는 시간에 오다. ② 어느 한쪽도 기울지 않게 어울리다. ∥ 짝이 ~. 알맞는 대상자.

      (43) 조선말대사전[1992]의 ‘비다’

[형]① (그릇 속에) 들어 있는 것이 없다. ∥ 물독이 ~.

      (44) 조선말대사전[1992]의 ‘헐다’

[형]① (물건이) 만든 지 오래거나 많이 써서 낡다. ② (동사로 쓰이어) 상처 가 덧나거나 염증이 생겨 살이 진물진물하게 되다. ∥ 머리가 ~. 코안이 ~.
  우리 사전에서는 매우 찾기 어려운 단어가 (40)의 ‘튕기다’이다. 북한 사전에서는 이 단어가 자동사와 타동사로 정식으로 등재되고 있다. (40)은 자동사에 대한 뜻풀이를 보인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40)의 괄호 속에 있는 보충적 풀이와 ‘예구’는 분명히 타동사 구성이다. 이러한 예가 이전 사전에는 상당수 있었던 것이나, 1992년에는 많은 오류가 고쳐지고 있다30). (40)을 단순히 착오라고 하기는 어렵다. 그 잘못이라고 생각되는 것이 두 군데서 행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그 밑에 ‘가야금줄을 튕기다’와 같은 예는 타동사 용법 속에 있는 것이기 때문에 ‘가야금줄’에 대한 뜻풀이인 ‘튀게 하다’와 ‘기타줄’에 대한 ‘당겼다 놓다’를 의미상 혹은 문법상 다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품사 분류가 문법적 기능보다는 ‘일반화된 의미’를 중시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라 생각된다. 분명, (40)과 같은 풀이도 적지 않은 문제를 가진다. 그러나 (40)에서 직접적 풀이 자체만을 본다면, 그것이 동사로 되어 있으므로, 올림말과 풀이말의 품사 소속상의 상위는 생겨나지 않는다.
  (41)은 ‘쏘다’가 동사인데, 그 풀이말의 서술어는 ‘아프다’와 같이 된 경우이다. ‘아프다’의 일반적인 용법이 형용사적인 것이므로, 이는 표제어와 풀이말의 품사상의 상위를 초래한다. ‘아프다’의 예외적인 용법에 동사적인 것이 있으므로, 이때는 그 의미가 작용하게 된다고도 할 수 있을지 모른다. 정순기·이기원(1984:181-2)적인 ‘있다’ 논리가 적용될 수도 있다고 보는 것이다. ‘있다’는 동사이고 ‘없다’는 형용사이나, ‘있다’가 동사와 형용사적 특성을 함께 가지고 있으므로, ‘없다’와 반대되는 풀이에도 이용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지배적인 성격이 동사이므로, ‘있다’나 ‘아프다’와 같은 단어를 편리하게 이곳 저곳에 쓸 수는 없는 일이다.
  (42)는 ‘알맞다’도 형용사이고, ‘맞다’도 형용사라면, ①의 풀이에는 결함이 없다. 그러나 ①과 같은 전제를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②의 풀이에는 문제가 있다. ‘어울리다’는 동사라고 생각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구에 나타난 ‘알맞는’이란 형식도 형용사로는 알맞지 않은 것이다. 이는 ‘걸맞다’에 대한 이전 사전들의 예구에 나타나는 ‘걸맞는’과 같은 형식이 조선말대사전[1992]에 와서 모두 ‘걸맞은’과 같이 바뀌는 것과는 다른 현상이다. 형용사로도 쓰이고 동사로도 쓰인다면 그 두 쓰임을 모두 인정해야 한다.
  (43)은 ‘비다’의 예를 보인 것이다. 대부분의 사전이 ‘비다’를 기본적으로는 형용사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동사이다. 구어에서 기본형 자체로 쓰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늙다, 낡다’가 동사인 것과 같은 현상이다.
  (44)에서도 (42)와 같은 결함이 보인다. ‘헐다’도 형용사이고, 풀이말 ①의 서술어 ‘낡다’도 형용사라면 풀이말의 품사적인 결함은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역설적인 것은 ‘헐다’도 동사이고, ‘낡다’도 동사이므로 이들은 우연히 뜻풀이의 원칙에 충실한 것이 되었다.
  북한의 사전 논의 가운데 일찍이 이 문제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은 사전연구실(1958)의 조선말사전[1962] 편찬 계획이다. 사전연구실(1958)은 ‘가상(嘉尙)하다, 가스러지다, 감사하다, 값지다, 건드러지다’ 등 68개 단어에 대한, 큰 사전[1947~57], 문세영의 조선어 사전[1938], 이윤제·김병제의 표준조선말사전[1947], 조선어소사전[1956]에서의 형용사, 동사의 구분을 표로 비교해 보이고 있다. 다음은 거기에 제시된 예 가운데 몇 가지를 빼고, 동사, 형용사 표시가 잘못된 것은 고치고, 또 필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몇 단어를 포함시키고, 다시 조선말소사전[1956] 이후에 북한에서 편찬된 일련의 사전에서의 품사 처리를 도표로 보인 것이다31).

                        사전명
              
단어        












(초)




(2)


감사하다(感謝~)
값지다
건드러지다
걸맞다
격하다(激~)
겸허하다(謙虛~)
경건하다(敬虔~)
경사지다(傾斜~)
과년하다(過年~)
구비하다(具備~)
구존하다(俱存~)
기막히다
기민하다(機敏~)



















































































X
























기울다
기차다
낡다
누지다
늙다
당하다(當~)
대취하다(大醉~)
도드라/러지다 
두드러지다
못나다























































X

























못되다
못살다
못생기다
무르녹다
밀집하다(密集~)
벙긋하다
부랑하다(浮浪~)
불효하다(不孝~)
붉다
비다
살지다
설다
성하다(盛~)
소란하다(騷亂~)
속상하다 
잘나다
지나치다
청결하다(淸潔~)
해이하다(解弛~)      































































 








































X

















X








































  위의 표에 사용된 부호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동사, 자동사로 된 것과 타동사로 된 것이 있으나, 무시하였다. △ 형용사.
기본적으로 동사이며, 형용사적으로도(또는 형용사로도) 쓰인다는 기술이 있는 항목.
기본적으로 형용사이며, 동사적으로도(또는 동사로도) 쓰인다는 기술이 있는 항목.
동사와 형용사의 두 가지 용법을 설정한 것, 동사와 형용사 표제어를 따로 설정한 것이나, 한 항목에 동사, 형용사 품사 표시가 둘이 있는 것을 같이 표시하였다. 후자의 경우 동사, 형용사의 표시 순서도 의미가 있을 것이나 여기서는 일단 무시하였다.
X 표제어가 구의 형태로 올라 있는 것. 품사 표시가 없는 것이다.
표제어로 나타나지 않는 것. 여기서도 다른 항목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 있고 없는 것이 있으나 무시하였다. 역시 품사 표시는 되어 있지 않다.
이름씨로 표시된 것. 오식일 것으로 생각된다.

  특별히 지적할 수 있는 것은 ‘늙다’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사전이 동사적인 특성을 지배적인 것으로 파악한 반면, ‘낡다’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사전이 형용사적인 특성을 지배적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못나다, 못되다, 못생기다,’에 대해서는 판단이 엇갈리고 있다. ‘못나다, 못되다’는 형용사로 판단한 사전이 많고, ‘못생기다’에 대해서는 그 숫자가 엇비슷하다. ‘두드러지다’와 ‘도드라지다’는 그 성격이 유사한데, 그 품사를 다르게 판단한 것이 기이한 느낌을 준다.
  동사, 형용사에 대한 판단이 이같이 엇갈리고 있는 것은 일반화된 어휘적 의미라는 것을 중시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문법적인 고려로 정순기·이기원(1984:181~2)에서 지적되고 있는 것은, 현재형이 ‘-는다’와 같이 되는가, 기본형으로 되는가, 명령법이 가능한가, 기본형 어간이 ‘-구나, -군, -구려’ 등의 어미를 가지는가 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준이 기본적인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그 구분이 미묘한 단어들에 있어서는 이러한 기준만으로 동사와 형용사를 구분하기란 실제로 어렵다. 현재형이 ‘-는다’로 되는가 안 되는가 하는 기준은 기본적인 것이나 그 적용의 단계에서 진단자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폐단이 있다. ‘과년하다’와 같이 기본형으로는 거의 쓰이지 않는 예들도 있고 집필을 하는 경우에는 의미에 이끌리고, 발화적인 장면을 잘 상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 기준을 좀더 정밀화하면 다음과 같은 것이 된다.
(46) 가. 구체적인 담화 장면에서 기본형으로 쓰일 수 있는가? 자연스럽게 쓰일수 있다면 형용사이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기준에 의한 검토를 필요로 한다.
나. 현재형으로 ‘-는다’형이 쓰일 수 있는가? 자연스럽게 쓰일 수 있다면 동사이다.
다. 현재의 상태를 나타내는 데 과거형을 쓰는가? 그렇다면 동사이다. 과거형으로 과거의 뜻을 나타내는 데 결함을 가지는가? 그렇다면 동사이다.
라. 과거 관형사형 어미 ‘-은’에 의한 검증은 크게 의존할 바가 못 된다.
  (46)의 기준에 의하여 ‘늙다’의 경우를 검토해 보기로 하자. ‘늙다’는 그 자체로 실제의 발화에 쓰일 수 없다. 앞에 ‘참’과 같은 부사를 함께 써 보는 것이 효과적이다. ‘참 늙다, 참 젊다’를 비교해 보면 ‘늙다’가 이상을 가진다. 이번에는 ‘늙는다, 젊는다’를 검토해 본다. 이번에는 ‘젊다’가 이상을 보인다. ‘늙다’는 동사이며, ‘젊다’는 형용사임이 분명해진다. ‘그 사람 참 늙었다’의 의미를 검토해 보아 그것이 어떤 사람의 현재의 상태를 나타내는 것인가를 검토해 본다. ‘늙었다’ 형은 과거의 상태를 나타낸다기보다는 현재의 상태를 나타낸다. 다시 ‘그 사람이 어제는 늙었다’와 같은 예를 검토해 본다. 이상을 가진다. 동사임이 확실하다. 북한 사전에서는 ‘늙은 호박’과 같은 예에서 ‘늙은’과 같은 예를 형용사 또는 형용사적으로 쓰이는 것으로 보는 일이 많으나, 이러한 기준은 크게 효과적이지 못하다. 동사의 ‘-은’ 관형사형이 현재의 상태를 나타내는 것은 당연한 용법의 하나라고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준에 의하면, ‘못나다, 못생기다, 못되다, 못살다’ 등은 모두 동사가 된다. 문제가 되는 것은 그 용법을 전혀 몰라서 (46)의 기준을 아무 것도 적용할 수 없는 경우이다. 가장 곤혹스런 경우이다. 용법을 아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 다른 문제의 하나는 (46)의 기준을 부분적으로 다 성립시키는 경우이다. 이 때에는 동사와 형용사를 모두 설정할 수도 있고, 어떤 것을 기본적으로 하여 다른 품사로 쓰일 수 있음을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북한 사전이 일반적으로 취하고 있는 방식은 이러한 것이다. ‘동사적으로도 쓰인다’, ‘형용사적으로도 쓰인다’와 같은 사전 기술이 많아지게 된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이 뜻풀이의 성격을 가지게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적어도 다른 뜻풀이와는 동질적인 것이 아니다. 그러나, 북한 사전은 이를 뜻갈래의 하나로 설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예들은 단지 품사 분류상의 상위이거나 잘못이라고 판단되는 것이다. 그러나, ‘청결하다’와 같은 예는 북한의 용법이 우리와는 다른 것으로 여겨된다. 모든 사전에 ‘청결’과 ‘청소’를 동의적인 관계로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해이하다’도 이 같은 성격을 가지는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필자의 직관으로는 형용사인데, 형용사로 혹은 형용사로만 분류한 사전은 우리의 사전에서도 드물다. 한자의 뜻에 견인된 결과일 것으로 추측된다.
  이러한 단어들의 품사 소속을 정확히 밝히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이들이 다른 단어의 풀이에 쓰이는 경우, 그 풀이말의 품사상 일치는 체계적으로 어그러지는 것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4. 맺음말

  사전은 한 나라의 어휘의 보고인 동시에 문제의 보고라고도 할 수 있다. 본고는 그러한 많은 문제 중의 뜻풀이의 정확성이라는 측면에서 극히 일부만을 다루어 본 것이다. 북한 사전의 체계 자체가 우리와는 이질적인 측면을 많이 가지고 있으며, 그 모든 측면이 일일이 검토되었어야 할 것이나, 필자의 힘이 많은 부분에까지 미칠 수 없었다.
  이 글을 시작할 때에는 뜻기둥의 문제, 반뜻과 옹근뜻에 관한 문제, 뜻풀이의 배열 문제, 사동과 피동의 문제, 풀이말이 가지는 유의어 대치의 문제 등을 다룰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나, 문제의 모든 측면을 면밀하게 검토할 수 있는 지면도 여력도 없었음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필자가 다룬 것이 얼마 되지 않는 예들이나, 그것이 전형성에 있어서 북한 사전의 핵심적인 측면을 부각시키는 것이었다면,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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