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사전의 다듬은 말
Ⅰ. 머리말
말은 자체의 자율성에 따라 움직이면서도 시대와 사회의 조건을 벗어날 수 없다. 또한 말은 언중의 무의식적이고 자연스러운 언어 의식과 감각에서 우러나오는 것 못지 않게 언중의 의도와 계획에 따라 만들어지기도 한다. 특히 외래 요소의 간섭과 영향을 크게 받고 있는 국어의 처지에서 언어 외적 조건과 언중의 자각, 지향성은 더 강조될 수밖에 없다. 기관, 단체에서 전개해 온 국어 순화의 노력은 그 두드러진 움직임이었다 할 수 있다.Ⅱ. 어휘 정리와 말다듬기
1. 어휘 정리, 버리기, 말다듬기
북한에서는 언어가 객관적인 내적 법칙 못지 않게 언어 주체의 목적의식에 의해 발전한다고 본다. 그래서 국어 발전의 이상은 ‘사회주의민족어’를 주체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며, 문화어는 그 집약적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외래적요소와 낡은 요소를 가셔내고’ 민족적 고유 요소를 살리는 것은 중요한 과제가 된다.어휘정리[명] | ((언어)) 어휘구성안에 있는 낡고 쓸데없는 어휘들을 빼버리고 어렵고 까다로운 외래적요소들과 비문화적요소들을 정리함으로써 단어체계를 고유어에 기초하여 하나의 체계로 바로잡아나가는것. 언어의 민족적 특성을 살리고 현대의 요구에 맞게 발전시키는데서 나서는 가장 중요한 사업이다. |
말다듬기[명] | ((언어)) 한 민족어의 어휘구성속에 들어온 필요없는 외래적요소와 시대의 요구에 맞지 않는 낡은 요소를 가셔버리고 고유어를 기본으로 하여 단어들을 하나의 체계로 발전시키는 일. 민족어를 구체적으로 발전시키며 인민들에게 자주적이며 창조적인 언어생활을 마련해주기 위한 중요한 사업이다. |
2. 어휘 정리의 대상
어휘 정리의 주 대상은 낡고 난해한 한자 요소와 외래적 요소이며2), 대상을 선정하는 데는 여러 기준이 고려될 수 있다.3. 말다듬기의 과정11)과 추이
1964년 설치된 국어사정위원회는 어휘 정리 사업과 언어생활의 지도와 통제를 담당하는 전문 기관으로서 말다듬기 작업과 다듬은 말의 보급, 통제를 총괄한다. 그 안에 부문별로 설치된 분과 위원회는 학술·전문 용어 다듬기를 수행한다. 보급은 교육, 출판 보도 부문을 중심으로 추진하되 지상 토론을 벌여 언중의 참여를 유도하고 언중의 요구, 지향, ‘창발적의견’을 반영한다. 다듬은 말은 분야에 따라 또는 종합적으로 자료집에 정리되고 약간 걸러져 사전에 수록된다.Ⅲ. 사전에 반영된 다듬은 말의 양상
1. 사전에서의 다듬은 말 처리
‘다듬은 말’은 ‘대사전’에 다음과 같이 풀이되고 있다.ㄱ. | ‘이미 다듬어쓰고있는 말’ 마방 [명] (다듬은 말로) 말칸. 마다라스 [명] (다듬은 말로) 침대깔개. |
ㄴ. | ‘전날에 쓰던 말이 아직도 일부 그대로 쓰이고있는것’ 강성기초 [명] ((건설)) 육중하고 튼튼한 기초. [다듬은 말로 : 억센기초] |
ㄷ. | ‘마땅히 고유어로 다듬어써야 할 말’18) 마도석 [명] ⇒ 숫돌. 마령서 [명] ⇒ 감자. |
‘지난날에 쓰이던 한자말이나 한문투의 말’ | |
마고채 [명] ⓧ 표고나물. 마두출령 [명]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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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규범적인것을 규범적인것에 보내주는 경우에’19) | |
강타기 → 얼음지치기. 강태3 → 이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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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한 우리 말로 다듬어썼거나 쉽게 풀어쓴 말앞에’ | |
간과1 [명] ① … ② … [看過] 간과하다 [동](타) … *보아넘기다. 넘겨버리다. | |
‘말다듬기와 관련하여 쓰지 말아야 할 한자말이나 외래어로 된 학술용어 앞에’ | |
가는관 [명] 직경이 가는관. [x세관3] |
2. 사전에 나타나는 다듬은 말의 추이
‘현대사전’과 ‘대사전’은 다듬은 말의 목록과 내용, 본래말의 처리, 본래말과 다듬은 말의 관계 표시 등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여 준다. 이들 차이는 말다듬기의 대상과 방식에 대한 세부적 조정, 다듬은 말의 정착 과정을 어느 정도 반영할 것이라는 점에서 다듬은 말의 실태와 추이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서는23) 특히 다듬은 말의 진전 또는 약화, 정착 과정에 초점을 맞추어 차이를 살펴본다.<현대조선말사전> (제2판) | <조선말대사전> | ||
ꠏꠏꠏꠏꠏ | 잠망 | (잠학) | (다듬은 말로) 누에그물. |
ꠏꠏꠏꠏꠏ | 목교 | (다듬은 말로) 나무다리1. | |
ꠏꠏꠏꠏꠏ | 랏치 | (기계) | (다듬은 말로) 걸톱. |
ꠏꠏꠏꠏꠏ | 하향채굴 | (광업) | (다듬은 말로) 내리캐기. |
ꠏꠏꠏꠏꠏ | 두발 | ⇒ 머리털. | |
ꠏꠏꠏꠏꠏ | 드라이클리닝 | ⇒ 마른빨래. | |
ꠏꠏꠏꠏꠏ | 데파트 | ⇒ 백화점. | |
ꠏꠏꠏꠏꠏ | 록화테프 | = 록화띠. | |
ꠏꠏꠏꠏꠏ | 련성단 | (천문) | = 련별떼. |
<현> | <조> | ||
목기 | … | 목기3 | (다듬은 말로) 나무그릇. |
나무그릇 | … | 나무그릇 | … [x 목기3] |
벽촌 | … | 벽촌 | ⇒ 두메마을. 산골마을. 외진마을. |
두메마을 | … | 두메마을 | … [x 벽촌] |
산골마을 | … | 산골마을 | … |
외진마을 | … | 외진마을 | … [x 벽촌] |
랭수 | … | 랭수 | ⇒ 찬물. |
찬물 | … | 찬물1 | … |
광증 | … | 광증 | = 미친증. |
친증 | … | 미친증 | … |
<현> | <조> | ||
근해 | (다듬은 말로) 가까운 바다. | ||
가까운바다 | … [x 근해] | ||
승모근 | (다듬은 말로) 고깔살. | ||
고깔살 | (생리) … [x 승모근] | ||
코나 | (들어온말) (체육) | 코너 | (다듬은 말로) 구석. 모서리. |
(다듬은 말로) 구석. 모서리. | [corner「영」] | ||
구석 | ① … ② … | 구석 | ① … [x 코나] ② … |
모서리 | ① … ② … | 모서리 | ① … ② … [x 코너] |
가옥 | ⇒ 집 | ||
집 | … | ||
결실 | ① … [다듬은 말로: 여물기.열매맺이] | ||
열매맺이 | … [x 결과] | ||
고기압 | (기상) … [다듬은 말로: 높은기압] |
<현> | <조> | ||
간작 | (농학) ⇒ 사이그루. | 간작 | (농학) (다듬은 말로) 사이그루. |
사이그루 | (농학) … | 사이그루 | … [x 간작] |
대질 | ⇒ 무릎맞춤. | 대질 | (다듬은 말로) 무릎맞춤. |
무릎맞춤 | … [x 대질] | 무릎맞춤 | … [x 대질] |
건현 | (해양) … [다듬은 말로: 물우배전] | 건현 | (다듬은 말로) 물우배전. |
물우배전 | (해양) … [x 건현] | ||
오바로크 | (들어온말) (다듬은 말로) | 오바로크 | ⇒ 감침재봉기. [overlock「영」] |
감침재봉기. | 감침재봉 | … [x 오바로크] | |
감침재봉기 | … | 감침재봉기 | … ⊜ 톱날재봉기. |
수검 | … (다듬은 말로) 검사받기. | 수검 | (다듬은 말로) 검사받기. |
검사받기 | … [x 수검] |
<현> | <조> | ||
복리2 | (다듬은 말로) 겹리자. | 복리2 | … ⊜ 복변리 |
겹리자 | … [x 복리] | 겹리자 | = 복리2 |
공명 | ① (물리) (다듬은 말로) 껴울림. | 공명 | ① (물리) = 껴울림① |
껴울림 | (물리) … [x 공명] | 껴울림 | … |
기프스 | (들어온말) (의약) (다듬은 | 기프스 | (의학) = 석고붕대. [Gips |
말로) 석고붕대. | 「독」] | ||
석고붕대 | (의약) … [x 기프스] | 석고붕대 | (의학) … ⊜ 기프스 |
습곡 | (지질) (다듬은 말로) 땅주름. | 습곡 | ((지질)) … |
땅주름 | (지질) … [x 습곡] | 땅주름 | … |
안마2 | (체육) (다듬은 말로) 고리틀. | 안마2 | ① … ② … (체육) … |
고리틀 | (체육) … [x 안마] | 고리틀 | (체육) … |
개간 | (다듬은 말로) 땅일구기. | 개간1 | … |
땅일구기 | (농학) … | 땅일구기 | (농학) … |
구릉 | (지리) [다듬은 말로: 언덕] | 구릉 | (지리) … |
언덕 | … | 언덕 | … |
<현> | <조> | ||
대퇴신경 | (생리) (다듬은 말로) | ꠏꠏꠏꠏꠏ | |
넙적다리신경. | |||
넙적다리신경 | (생리) … | 넙적다리신경 | (생리) … |
전분가 | … | 전분가 | … |
농마값 | … [x 전분가] | ꠏꠏꠏꠏꠏ |
<현> | <조> | ||
분기선 | (운수) (다듬은 말로) 갈림줄. | 분기선 | (운수) … |
길림길 | (운수) … [x 분기선] | ꠏꠏꠏꠏꠏ | |
연마재 | (다듬은 말로) 갈이감. | 연마재 | = 연마재료. |
갈이감 | … [x 연마재] | 연마재료 | (기계) …⊜ 연마재. |
갑상선 | (생리) (다듬은 말로) 방패샘. | 갑상선 | (생리) … |
방패샘 | (생리) … [x 갑상선] | ꠏꠏꠏꠏꠏ | |
메스시린더 | (들어온말)(다듬은 말로) 눈금통. | 메스실린더 | (화학)…[messcylinder「영」] |
ꠏꠏꠏꠏꠏ | |||
리마 | (들어온말) (다듬은 말로) 다듬송곳. | 리마 | (기계) … [←reamer「영」] |
다듬송곳 | (기계) … [x 리마] | ꠏꠏꠏꠏꠏ | |
모작 | … [다듬은 말로: 본따짓기] | 모작 | … |
독후감 | … [다듬은 말로: 읽은느낌] | 독후감 | … |
망각하다 | *잊어버리다. 잊다. | 망각하다 | ꠏꠏꠏꠏꠏ |
<현> | <조> | ||
근사치 | (수학) (다듬은 말로) 가까운값. | 근사치 | (수학) (다듬은 말로) 근사값. |
가까운값 | (수학) … [x 근사치] | 근사값 | (수학) … [x 근사치] |
림간 | ⇒ 숲사이. | 림간 | ⇒ 숲속. |
식균 | … [다듬은 말로: 균먹기] | 식균 | (다듬은 말로) 균먹이. |
균먹이 | (생물) … [x 식균] | ||
관모1 | (생물) ① … [다듬은 말로: 우산털] | 관모2 | ① (생물) (다듬은말로) 우산갓. |
우산털 | (생물) … [x 관모1] | 우산갓 | (생물) … [x 관모2] |
교대2 | … [다듬은 말로: (다리) 끝기둥] | 교대2 | ⇒ 다리턱1.(橋臺) |
다리턱1 | … | ||
개방현 | (음악) (다듬은 말로) 놓은줄. | 개방현 | (음악) … ⊜ 빈줄. |
놓은줄 | (음악) … [x 개방현] | 빈줄 | = 개방현. |
개대황 | → 들대황. | 개대황 | → 긴잎송구지. |
들대황 | … | 긴잎송구지 | … [x 들대황] |
<현> | <조> | ||
개면기 | (경공업) … | 개면기 | (다듬은 말로) 솜헤침기. |
솜헤침기 | (방직) … [x 개면기] | ||
동음어 | (언어) = 동음이의어. | 동음어 | ⇒ 소리같은 말. |
동음이의어 | (언어) … | 동음이의어 | ⇒ 소리같은 말. |
소리같은말 | (언어) … | ||
ꠏꠏꠏꠏꠏ | 준숙림 | (다듬은 말로) 거의자란숲. | |
거의자란숲 | (림학) … [x 준숙림 ] | ||
ꠏꠏꠏꠏꠏ | 대어 | ⇒ 큰 물고기26) | |
ꠏꠏꠏꠏꠏ | 라스트 | ⇒ 마지막. |
<현> | <조> | ||
데리끼 | [명] (다듬은 말로) 기둥기중기. | 데리크 | [명] (기계) 기중기팔이 수직기둥의 두리를 돌면서 일하도록 만든 기중기. 크게 수직기둥, 팔, 회전원판 등으로 되여있다. … ⊜ 데리크 기중기. [derrick「영」] |
기둥기중기 | [명] 고정된 기둥에 팔이 달려있는 기중기.[x 데리끼] | 기둥기중기 | (건설) 고정된 기둥에 팔이 달려있는 기중기. |
락엽수 | [명] (다듬은 말로) 잎지는 나무. | 락엽수 | [명] 가을에 잎이 떨어지는 나무. 참나무, 황철나무, 사시나무, 봇나무와 같은 넓은잎나무들과 이깔나무, 수삼나무와 같은 일부 바늘잎나무들이 이에 속한다. ∥ ~와 상록수.[落葉樹] |
잎지는 나무 | [명] (생물) 해마다 추위나 건조가 닥쳐올 때 잎이 말라죽거나 떨어지는 나무. | 잎지는나무 | [명] (생물) 해마다 추위나 … |
<현> | <조> | ||
동선 | [명] 구리줄. | 동선 | [명] ⇒ 구리줄. [銅線] |
고포 | [명] 누데기. 헌천. 낡은천. | 고포 | [명] (다듬은 말로) 누데기. 헌천. 낡은천. [古布](2) |
로라 | [명] (들어온말) 굴대. 굴개. (같은말) 로르. | 로라 | [명] ① ⇒ 굴개2 ② ⇒ 굴대1 [roller「영」](6) |
람루하다 | [형] 어지럽다. 더럽다. | 람루하다 | [형] 어지럽거나 더럽다. ∥의복이 ~. [襤@褸-] *어지럽다. 더럽다. 해지다. |
Ⅳ. 말다듬기의 방법론과 실제
1. 말다듬기의 방식
말다듬기의 방식은 어떤 감(재료)을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크게 네 형태로 나눈다. (최완호‧문영호 1980:61~70).2. 실머리의 선택
한 사물, 개념에 대해 조성된 단어에는 그 사물, 개념을 특징짓는 어떤 계기 ‘실머리’가 있다. 말다듬기에서는 특히 실머리를 꼭 들어맞게 잡아야 파악성이 있고 언중에 ‘안겨올’ 수 있어서 쉽게 ‘접수’, 수용될 수 있다.3. 단어 만들기감과 결합 방식
실머리를 잡아 의미의 기본, 핵심이 정해지면 어떤 ‘만들기감’을 어떤 방식으로 결합해 의미를 구체화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따른다. 여기서도 고유 요소를 적극적으로 찾고 활용하는 것은 전제가 되며 다만 개념의 전문성, 정확성을 위해 필요에 따라 한자 요소를 고려한다.4. 체계성과 간결성
단어들은 어휘 체계 안에서 서로 의미, 형식상의 관련을 지닌다. 따라서 다듬은 말에서도 본래말의 체계성에 따라 같거나 비슷한 계열, 의미장의 어휘는 정연하고 일관된 체계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체계성은 크게 의미와 형식의 두 측면에서 생각할 수 있으며, 의미의 체계성은 주로 실머리의 일관성과, 형식의 체계성은 만들기감, 결합 방식의 일관성과 맞물린다.5. 의미 영역과 어휘 체계의 변화
단어는 다의성을 띠기 때문에 뜻이 같거나 비슷한 단어라도 의미의 폭에서는 차이가 나게 마련이다. 더구나 한자 말, 외래어와 국어 고유어 사이에는 그런 차이가 더 클 수밖에 없고 따라서 다듬는 과정에서도 의미의 폭과 어휘 체계 면에서 변화가 나타나게 된다.V. 맺음말
지금까지 <조선말대사전>의 다듬은 말을 중심으로 북한 말다듬기의 이론과 실제를 살폈다. 그래서 말다듬기의 대상 선정 기준과, 방법론에서 실머리와 단어 만들기감의 문제, 어휘 체계의 변화를 어느 정도 개관할 수 있었다. 아울러 <조선말대사전>의 다듬은 말의 양상이 <현대조선말사전>(제2판)과 달라진 점에 유의하여 그 변화의 추이를 살폈다. 그 결과 언중의 요구와 실제 쓰임을 더 신중하게 고려하게 된 점, 다듬은 말의 전개 양상이 진전, 정착, 약화, 폐기 등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는 점을 짚어 낼 수 있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학술‧전문 용어의 다듬기와 고유 토착어 살려 쓰기이다. 그 풍부한 사례와 의의 있는 시행착오는 남한의 여러 분야에서 퍼져가고 있는 자생적 움직임과 공공 기관의 작업에도 적지 않은 참조가 될 것이다.참고 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