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북한의 국어사전]

북한 사전의 발음

송철의 / 단국 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1. 서론

  이 글은 북한에서 간행된 국어사전들에서의 발음 표시와 관련된 문제를 검토해 보려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사전에서의 발음 표시는 표제 항과 관련된 음운론적인 정보를 제공해 주는 것이므로 사전에서의 발음 표시 문제를 검토하려 한다는 것은 결국 사전에서 음운론적인 정보가 어떤 원칙에 의해서 어떤 방법으로 제시되고 있으며, 그것이 어느 정도의 체계성과 일관성을 가지고 있는가를 검토하려는 것이 되는 셈이다.
  그런데 이런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는 먼저 발음 표시와 관련하여 국어사전들이 갖는 몇 가지 특성을 언급해 둘 필요가 있다. 첫째 발음 사전과 같은 특수 사전이 아닌 일반 국어사전들은 전통적으로 발음 표시를 한글 자모로 해 주고 있다. 이는 국어사전들에서의 발음 표시가 음성 차원의 것이 아니라 음소 차원의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한글 자모는 국어의 음소에 대응되는 문자들이기 때문이다.
  둘째 한글 자모를 이용하여 음소 차원의 발음 표시를 해 주기 때문에 자연히 표기와 발음이 일치하는 경우가 생기게 되는 바, 그런 경우에는 발음 표시를 생략한다. 표기와 발음이 동일한 경우라면 굳이 발음 표시를 별도로 해 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표제 항에 대하여 발음 표시를 해 주는 것이 아니라 표기와 발음이 일치하지 않는 표제 항에 대해서만 발음 표시를 해 준다. 그것도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표시해 준다. 그리하여 표기와 발음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라도 그 발음이 지극히 규칙적인 음운   현상과 관련된 것일 때는 발음 표시를 생략한다. 예컨대 ‘ㄱ, ㄷ, ㅂ’ 다음에서의 경음화라든지 휴지와 자음 앞에서의 평음화와 같은 음운 현상이 관련될 때에 그러하다.
  셋째 일반 국어사전들은 규범 사전의 성격을 띠기 때문에 표준 발음으로 인정되는 것만 제시해 줄 뿐, 지방적인 변이형(각 방언에서의 발음)이나 수의적인 발음(예컨대 ‘감기’를[강기]로 발음하는 경우 등)은 제시해 주지 않으며 모음과 관련된 발음 표시가 별도로 주어지는 경우도 없었다. 또한 모든 곡용형이나 활용형이 사전에 다 반영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곡용상이나 활용상에서 나타나는 모든 음운 현상들이 사전에서 제시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언급해 둘 필요가 있다.
  이상에서 발음 표시와 관련하여 일반 국어사전들이 갖고 있는 특성을 언급하였는데, 이런 점에 있어서는 북한에서 간행된 국어사전들도 예외가 아니다. 발음 표시를 일체하지 않은 사전도 있기는 하였으나(후술 참조), 발음 표시를 해 주는 경우에 있어서는 그 전체적인 윤곽이 위에서 언급한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
  지금까지 북한에서 간행된 일반 국어사전으로는 ‘조선어소사전’(1956), ‘조선말사전’(1960~1962), ‘현대조선말사전’(1968), ‘조선문화어사전’(1973), ‘현대조선말사전’(제2판:1981), ‘조선말대사전’(1992) 등이 있다1). 그런데 이들 중 ‘현대조선말사전’(1968)과 ‘조선문화어사전’(1973)에는 발음 표시가 없다. ‘올림말의 발음은 1966년 6월에 발표된 ’조선말규범집‘의 발음법 규정을 그대로 따르게 되어 있으므로 발음을 따로 표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두 사전에서는 일체의 음운론적 정보가 배제되어 있다. 표제 항에 주어지던 음장 관련의 정보까지도 배제되어 버린 것이다. 그러나 발음 규범이 정해져 있다는 것과 사전에 발음 표시를 한다는 것은 별도의 문제일 수 있다. 발음 규범을 모르면서 사전을 찾아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또 사전의 발음 표시가 하는 역할을 발음 규범이 모두 대신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발음 규범이 정해져 있다고 해서 사전에서 일체의 음운론적 정보를 배제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현대조선말사전’(제2판:1981)부터 다시 발음을 표시해 주게 된 것은 이러한 사실을 인식했기 때문인 듯하다. 그러나 여기서도 음장 표시는 배제되고 있다. 그러다가 ‘조선말대사전’(1992)에 이르러서는 발음 표시는 물론이고 일부의 표제 항에 대해서만이기는 하지만 음장과 높낮이[高低]까지도 별도로 표시해 주기에 이른다. 따라서 본고의 관찰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은 발음 표시가 주어지고 있는 ‘조선어소사전’, ‘조선말사전’, ‘현대조선말사전’(제2판), ‘조선말대사전’에 국한될 수밖에 없는데, ‘조선어소사전’은 그 규모가 다른 사전들과 현격하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논의에서 제외하고자 한다. 그리고 음장과 고저에 대한 문제는 권인한(1993)에서 이미 자세히 검토된 바 있으므로 이 문제도 역시 본고의 논의 대상에서는 제외한다.
  북한에서는 국어의 발음 규정으로서 1966년에 ‘표준발음법’을 제정하였고 1987년에 이를 수정하여 ‘문화어발음법’을 제정하였다. 만약 어떤 사전이 규범성을 띠는 것이라면 그러한 사전에서의 발음 표시는 이러한 발음 규정과 결코 무관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본다면 ‘조선어소사전’과 ‘조선말사전’은 앞서 말한 발음 규정과는 상관없이 편찬된 것이고, ‘현대조선말사전’(제2판)은 ‘표준발음법’에 따라서, ‘조선말대사전’은 ‘문화어발음법’에 따라서 편찬된 것이 되는 셈이다. 따라서 북한 사전들에서의 발음 표시 문제를 고찰함에 있어서는 그러한 발음 규정들을 관련시켜 논의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이 글에서는 이상에서 언급한 내용들을 고려하면서 북한 사전들이 어떤 기준에 따라 어떻게 발음을 표시해 주고 있으며 그러한 발음 표시에 있어서 어떤 문제점을 안고 있는가 하는 것을 검토해 보고자 한다.


2. 발음 표시의 원칙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국어사전들은 전통적으로 모든 표제 항에 대하여 발음 표시를 해 주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 어떻게 발음 표시를 해 줄 것인가에 대한 원칙이 필요하였다. 그리하여 앞머리의 ‘일러두기’에서 발음 표시의 원칙들을 제시해 주곤 하였다. 이는 북한 사전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대개 발음 표시의 일반 원칙을 먼저 제시하고서 세부 규정들을 나열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발음 표시의 일반 원칙으로서는 ‘단어의 철자법이 그의 발음과 상당한 차이가 있어서, 발음을 그릇하기 쉬운 경우’(조선어소사전), ‘발음상 주의하여야 할 경우’(조선말사전), ‘문화어발음규범을 옳게 지키도록 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로서 올림말의 표기 형태와 차이 나게 발음되는 경우’(현대조선말사전(제2판)), ‘발음 규범을 바로 지키도록 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하여 발음상 주의하여야 할 경우’(조선말대사전) 등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표현은 각기 다르게 하고 있지만 실제의 내용은 큰 차이가 없다. ‘표기된 대로 발음되지 않아서 발음을 잘못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 발음 표시를 해 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내용들이라고 이해하면 크게 어긋나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다만 ‘표준발음법’이 제정된 이후에 편찬된 사전들에서는 발음의 규범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차이가 있기는 하나 이것이 발음 표시의 일반 원칙에 어떤 영향을 미친 것 같지는 않다. ‘표기된 대로 발음되지 않아서 발음을 잘못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발음 표시를 해 주어야 할 경우’로서는 각각 다음과 같은 예들을 들고 있다. 편의상 설명 부분은 생략하고 예어만 제시한다.


      조선말사전(1962)
ㄱ. 가을’일[-릴] 건설자[-짜] 검은’엿[-녓] 국제법[-뻡]
ㄴ. 감다[-따] 곪다[곰따] 논다[-따]
ㄷ. 갖옷[갇-] 겉어림[걷-]
ㄹ. 가위’날[-윈-] 격려문[경녀-] 국문[궁-]
ㅁ. 가을누에[-루-] 곤란[골란] 관리[괄-]
ㅂ. 국회[-쾨] 기다랗다[-타]
ㅅ. 가을걷이[-거지] 같이[-치]
ㅇ. 가렬하다[-열-] 금란[-난]
ㅈ. 갉작갉작[각-각-] 넓죽넓죽[넙중넙-]
* 첫소리에서 <ㄴ>, <ㄹ>음이 소리나지 않거나, <ㄹ>음이 <ㄴ>음으로 소리나는 경우는 발음 표시를 하지 않는다.
      현대조선말사전(제2판:1981)
ㄱ. 혁명[형-] 겉모양[걷-] 훈련[훌-] 굳이[구지] 안다[-따] 닮다[담따]
ㄴ. 덧이[던니] 짓이기다[진-] 해발[-빨] 배머리[밴-]
ㄷ. 흙[흑(흘기)] 돐[돌(돌시)]
ㄹ. 락하산[-카-] 밝히다[-키-] 곱하기[-파-]
ㅁ. 규률[-율] 비률[-율]
ㅂ. 옷안[옫-] 앞앞이[압-]
ㅅ. 옳바르다[올-] 닭울이때[닥-] 닭의란[달기-]
ㅇ. 9.9절[구구-] 3대혁명[삼-] 8시간로동제[여덥-] 1.4분기[일사-]
      조선말대사전(1992)
ㄱ. 검다[-따] 결정[-쩡] 그믐달[-딸] 교수법[-뻡] 노을빛[-삦]
ㄴ. 굳이[구지] 같이[가치] 붙임[부침] 가을누에[-루-] 들놀이[-롤-] 천리마[철-] 만며느리[만-] 곤난[골란]
ㄷ. 밭일[반닐] 덧이[던니] 배머리[밴머리] 짓이기다[진니-]
ㄹ. 곱하기[-파-] 담뿍하다[-카-] 노랗다[-타] 닫히다[-치-]
ㅁ. 대렬[-열] 규률[-율]
ㅂ. 옷안[옫-] 꽃잎[꼰닢] 겉어림[걷-] 앞앞이[압-]
ㅅ. 흙[흑(흘기)] 값[갑(갑시)]
ㅇ. 금속활자[-짜] 민족문화[-종-]
ㅈ. 9.9절[구구-] 3대혁명[삼-형-]
* 같은 말소리 조건에서도 오늘날 실제 언어생활에서 적은 대로 발음하는 것이 사회적 규범으로 되어 가고 있는 것은 그것을 바른 발음으로 인정하고 따로 발음 표시를 하지 않았다.
순량하다       순리
  이상이 세 사전에서 발음 표시의 원칙과 관련하여 제시한 예들의 전부인데, 세 사전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중심으로 발음 표시의 원칙들을 검토해 보기로 하겠다.
  우선 세 사전에서 공통적으로 발음 표시에 반영하고 있는 대표적인 음운 현상으로서는 동화 현상을 들 수 있다. 구개음화, 비음화, 유음화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와 관련하여 제시된 예들을 간추려 보면 다음과 같다.
구개음화: 가을걷이[-거지], 같이[-치] <조선말사전>
굳이[구지] <현대조선말사전(제2판)>
굳이[구지], 같이[가치], 붙임[부침] <조선말대사전>
비음화: 격려문[경녀-], 국문[궁-] <조선말사전>
혁명[형-], 겉모양[건-] <현대조선말사전(제2판)>
맏며느리[만-] <조선말대사전>
유음화: 가을누에[-루-], 관리[괄-], 곤난[골란] <조선말사전>
훈련[훌-] <현대조선말사전(제2판)>
가을누에[-루-], 들놀이[-롤-], 천리마[철-], 곤난[골란] <조선말대사전>
  위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구개음화의 예로서는 파생어들을 들고 있고 비음화나 유음화의 예로서는 대체로 한자어와 복합어들을 들고 있다. 곡용이나 활용상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일어날 수는 있겠으나 곡용형이나 활용형이 모두 표제 항으로 올려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곡용이나 활용상에서의 예를 제시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대조선말사전’(제2판)과 ‘조선말대사전’에는 ‘먹는물감[멍-], 먹는약[멍-]’ 등이 표제 항으로 실려 있으므로 활용상에서의 예를 전혀 제시할 수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한편, ‘곤난[골란]’을 ‘조선말사전’에서는 단순히 ‘잇닿은 두 <ㄴ>음이 모두 <ㄹ>로 발음되는 경우’로 처리하고 있어 별문제가 없으나 ‘조선말대사전’에서는 ‘소리닮기현상’[동화]으로 처리하고 있어서 문제가 있다2). ‘표준발음법’이나 ‘문화어발음법’에서는 ‘곤난[골란], 한나산[할라산]’과 같은 예들을 유음화에서 제외하고 있으며, ‘ㄴ+ㄴ’은 [ㄴㄴ]으로 발음되는 것이 원칙이되 위의 두 예만은 예외적인 것으로 인정한다고 되어 있다. 또한 ‘조선말규범집 해설’(p. 296)에서는 고유한 우리말에서는 ‘ㄴ+ㄴ’이 [ㄹㄹ]로 발음되는 경우가 없으며 또 그렇게 발음되어야 할 어음론적 근거도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곤난[골란]’ 같은 경우는 ‘동화’(유음화)의 예로 함께 제시할 것이 아니라 특수한 예로 처리하여 따로 제시하여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이 세 사전에서 공통적으로 발음 표시에 반영하고 있는 음운 현상은 유기음화와 용언 어간 말 ‘ㄴ, ㅁ’ 다음에서의 경음화이다. 이에 해당하는 예들을 간추려 보면 다음과 같다.
유기음화: 국회[-쾨], 가느다랗다[-타] <조선말사전>
락하산[-카-], 밝히다[-키-]3), 곱하기[-파-] <현대조선말사전(제2판)>
곱하기[-파-], 담뿍하다[-카-], 노랗다[-타], 닫히다[-치] <조선말대사전>
경음화(용언 어간말 ‘ㄴ, ㅁ’ 다음에서의)
감다[-따], 곪다[곰따], 논다[-따] <조선말사전>
안다[-따], 닮다[-따] <현대조선말사전(제2판)>
검다[-따] <조선말대사전>
  그 밖에 복합어의 내부 경계(단어 경계)에서의 평음화(옷안[옫-], 겉어림[걷-])와 접두 파생어에서의 평음화(갖옷[갇-])도 공통적으로 발음 표시에 반영하고 있는데, 후행하는 요소가 모음으로 시작되는 경우에 한해서만 발음 표시가 주어진다. 선행하는 요소의 받침이 그대로 연음되어 발음되는 것이 아님을 보이기 위한 조처인 것으로 해석된다. 그리고 한자어에서 선행 음절이 모음으로 끝나고 후행 음절이 ‘렬, 률’일 때, 후행 음절의 두음 ‘ㄹ’이 발음되지 않는 현상도 공통적으로 발음 표시를 해 주고 있다(가렬하다[-열-], 규률[-율], 비률[-율], 대렬[-열]). 남한에서는 이것을 표기법에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가열하다, 규율, 비율, 대열) 이와 관련된 발음 표시가 별도로 필요하지는 않은데, 북한의 경우는 이점에 있어서 우리와 표기법이 다르기 때문에 이러한 발음 규정이 필요한 것이다.
  발음 표시의 방법이 달라지는 첫 번째 경우로서는 어간 말 자음 군을 갖는 명사의 발음 표시를 들 수 있다. ‘조선말사전’에서는 이런 경우에 단독형으로 쓰일 때의 발음만 제시해 주고 있으나(흙[흑]), ‘현대조선말사전’(제2판)에서부터 주격 ‘-이’가 결합되었을 때의 발음을 병기해 주고 있는 것이다.(흙[흑(흘기)]), 어간 말 자음 군을 갖는 동사나 형용사에 대해서는 모음으로 시작되는 어미가 올 때의 발음을 병기해 주지 않으면서 명사에 대해서만 이렇게 발음 표시를 해 주는 이유는, 예컨대 동사 ‘읽다[익ㅡ]’의 경우에는 모음으로 시작되는 어미가 결합되었을 때(읽어, 읽으니), 이것을 [이거], [이그니]로 발음하는 경우가 없지만, 명사 ‘흙[흑]’의 경우에는 모음으로 시작되는 조사가 결합되었을 때(흙이, 흙을), 이것을 방언에 따라서는 [흐기], [흐글]로 발음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아닌가 생각된다. 말하자면 명사의 경우에는 표준 발음과 다르게 발음할 염려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되는 것이다.
  세 사전 사이에 발음 표시의 기준이 달라지는 또 하나의 예로서는 한자어에서 받침 ‘ㄱ, ㅂ, ㄴ, ㅁ, ㅇ’ 뒤에 오는 ‘ㄹ’의 발음과 관련된 경우를 들 수 있다. ‘조선말사전’에서는 ‘단어 내부에서 <ㄹ>음이 <ㄴ>음으로 발음되는 경우’에 발음 표시를 해 주도록 하면서 ‘금란[ㅡ난]’을 예로 들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기준에 따라서 ‘종류’에 대해서는 [ㅡ뉴]로, ‘독립’에 대해서는 [동닙]으로 발음을 표시해 주고 있다. 그러나 ‘현대조선말사전’(제2판)에서부터는 이러한 조항이 발견되지 않는다. 이는 1966년에 제정된 ‘표준발음법’에서 단어의 첫머리에 오는 ‘<ㄹ>은 모든 모음 앞에서 <ㄹ>로 발음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제5항)는 규정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4). 어두 위치에서 ‘ㄹ’이 발음될 수 있다면 다른 자음 뒤에서도 ‘ㄹ’이 발음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현대조선말사전’(제2판)에서부터는 ‘금란, 종류’ 등에 대해서는 발음 표시가 주어지지 않고 있으며, ‘독립’에 대해서는 [동ㅡ]으로만 발음 표시가 주어지고 있다. 이는 적어도 비음 ‘ㄴ, ㅁ, ㅇ’ 다음에서는 ‘ㄹ’이 제 음가대로 발음될 수 있다고 보는 셈이 되는데 이 문제는 자음 동화와도 관련이 있어서 그리 단순하게 처리될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즉, ‘독립’이 [동닙]으로 발음된다고 보는 경우에는 ‘ㄹ’이 ‘ㄱ’ 뒤에서 ‘ㄴ’으로 된 다음(독닙), 그 ‘ㄴ’에 의해서 다시 선행하는 ‘ㄱ’이 비음(ㅇ)으로 동화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비음화를 동화로 설명하는데 별문제를 제기하지 않지만, ‘독립’이 [동립]으로 발음된다고 보는 경우에는 비음화가 유음에 의해서도 일어난다고 보아야 하므로 비음화를 동화로 설명하는 데에 문제를 제기해 주는 것이다. 유음(ㄹ)에 의해서 순수 자음이 비음으로 동화된다고 하는 것은 음운론적으로 쉬게 설명되지 않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와 관련하여 ‘조선문화어문법’(1979:125)에서는 ‘표준발음법’이나 ‘문화어발음법’과는 다른 기술을 하고 있어서 흥미롭다. 즉, 한자음 <렬>, <률>은 발음이 복잡하다고 하면서, 모음이 앞에 올 때는 첫 <ㄹ>이 발음되지 않으며(대렬[대열]), 받침소리 <ㄴ, ㅁ, ㅇ>이 앞에 올 때는 첫 <ㄹ>이 <ㄴ>으로 바뀌어 발음되고 (선렬[선녈], 정렬[정녈]), 받침소리 <ㄹ>이 앞에 올 때는 첫 <ㄹ>이 제대로 발음되는데(일률적[일률쩍]), 받침소리 <ㄱ, ㅂ>이 앞에 올 때는 첫 <ㄹ>이 <ㄴ>으로 바뀌면서 받침소리 <ㄱ, ㅂ>이 <ㅇ, ㅁ>으로 변하게 된다(격렬하다[경녈하다], 법률[범뉼])고 기술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문화어문법’의 이러한 기술은 ‘조선말사전’의 발음 표시와 일치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표준발음법’이 제정된 이후의 문법서에서 이러한 기술을 하고 있다는 것은 표준 발음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한편, 두음 법칙과 관련된 내용도 ‘조선말사전’에는 언급되어 있으나 ‘현대조선말사전’(제2판)부터는 언급되지 않고 있다. ‘조선말사전’에서는 ‘첫소리에서 <ㄴ>, <ㄹ>음이 소리 나지 않거나, <ㄹ>음이 <ㄴ>음으로 소리 나는 경우는 발음 표시를 하지 않는다’고 되어 이어서 두음 법칙을 표기법이나 사전의 발음 표시에 반영하지는 않지만 실제의 발음상으로는 두음 법칙을 인정한 셈이 되는데,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표준발음법’에서는 실제의 발음상으로도 두음 법칙을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표준발음법’이 제정된 이후의 사전들에서는 두음 법칙과 관련한 언급이 일체 사라지게 된 것이다.
  발음 표시의 원칙과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사잇소리에 대한 해석에 있어서도 사전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우선 북한 문법에서는 복합어 형성 시에 첨가되는 사이시옷과 복합어나 접두 파생어에서 후행 요소가 ‘이’(또는 반모음 ‘ㅣ’)로 시작될 때 첨가되는 ‘ㄴ’을 모두 똑같은 사잇소리로 취급하고 있는 듯하다. 즉, ‘배머리→[밴머리]’에서의 ‘ㄴ’과 ‘밤일→[밤닐]’에서의 ‘ㄴ’을 모두 사잇소리의 첨가로 보는 셈이다. 이 점에 있어서는 세 사전이 차이가 없다. 그런데 ‘그믐달→[그믐딸]’에서의 경음화에 대해서는 해석이 다른 듯하다. 예가 풍부히 제시되어 있지 않아서 설명에 어려움이 있기는 하지만 ‘조선말사전’과 ‘현대조선말사전’(제2판)은 이 경우의 경음화를 사잇소리에 의한 것으로 보는데 반해서 ‘조선말대사전’은 사잇소리에 의한 경음화로 보지 않는 것으로 여겨진다. ‘조선말사전’과 ‘현대조선말사전’(제2판)은 사잇소리에 의한 경음화와 ‘안다[안따], 검다[감따])’에서의 경음화를 서로 다른 항목으로 다루고 있는데, ‘조선말대사전’은 이들을 모두 경음화 항목에 함께 묶어서 다루고 있다는 것이 이를 입증해 주는 사실이다. 만약 ‘그믐달’에서의 경음화를 사잇소리에 의한 것으로 해석한다면 특별한 설명 없이 ‘그믐달’과 ‘검다’를 한 항목에 묶어서 제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경음화의 기제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믐달’과 같은 예들에서의 경음화에 대한 해석이 ‘조선말대사전’에 와서 달라지게 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표준발음법’과 ‘문화어발음법’의 경음화 및 사잇소리에 관련된 조항을 비교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표준발음법’에서는 ‘그믐달’과 같은 예들을 ‘사이소리현상이 일어날 때의 발음’(제8장)5) 부분에 포함시켜 다루고 있는데, ‘문화어발음법’에서는 이들을 ‘사이소리현상과 관련한 발음’(제9장) 부분에서는 제외하고 ‘된소리현상과 관련한 발음’(제6장) 부분에서 다루고 있다. 즉, ‘표준발음법’은 ‘그믐달’에서의 경음화를 사잇소리가 들어가서 일어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는데6) ‘문화어발음법’에서는 이때의 경음화를 사잇소리와 관련 없이 일어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현대조선말사전’(제2판)은 ‘표준발음법’의 태도를 따르고 있는 셈이고, ‘조선말대사전’은 ‘문화어발음법’의 태도를 따르고 있는 셈이다.
  ‘현대조선말사전’(제2판)부터는 올림말에 숫자가 들어갈 때의 발음 표시 규정이 추가되었는데, 이는 그 이전의 사전들에서는 올림말에 숫자가 들어가는 경우가 없었으나 이 사전부터 올림말에 숫자가 들어가는 것을 허용했기 때문인 듯하며, 또한 숫자가 들어가는 경우에 그것을 어떤 때는 고유어 수사로 읽기도 하고 (8시간로동제[여덜-]) 어떤 때는 한자어 수사로 읽기도 하기(9.9절[구구-]) 때문인 듯하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조선말대사전’의 경우도 올림말의 숫자를 고유어 수사로 읽는 예를 하나쯤 제시해 주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남한의 국어사전들과 마찬가지로 북한의 국어사전들도 어떤 경우에 발음 표시를 하지 않는지에 대한 언급은 없다. ‘조선말사전’에서 두음 법칙과 관련된 경우(첫소리에서 <ㄹ>, <ㄴ>이 소리 나지 않거나 <ㄹ>이 <ㄴ>으로 소리 나는 경우)에는 발음을 표시하지 않는다고 언급한 것이 거의 유일한 것이다. 발음을 표시하지 않는 경우는 대체로 해당 음운 현상이 예외 없는 규칙성을 보이기 때문에 표기와 발음이 일치하지 않더라도 발음을 잘못할 우려가 없는 경우들이라 할 수 있다. 말하자면 발음을 굳이 표시해 줄 필요가 없는 경우들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폐쇄음 ‘ㄱ, ㄷ, ㅂ’ 다음에서의 경음화라든가, 어말이나 자음 앞에서의 평음화(‘ㄲ, ㅋ’이 [ㄱ]으로, ‘ㅅ, ㅆ, ㅈ, ㅊ, ㅌ’이 [ㄷ]으로, ‘ㅍ’이 [ㅂ]으로 발음되는 경우)라든가, 이중 모음 ‘ㅖ’가 [ㅔ]로 발음되는 경우(‘계, 례, 혜’가 각각 [게, 레, 헤]로 발음되는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하는 예들이다. 이들에 대하여 발음 표시를 생략한 것은 발음 표시를 최소화하여 사전 편찬에서의 경제성을 추구한 것이라(이병근 1989, 권인한 1993b) 할 수 있다. 따라서 그러한 경우의 발음 표시 생략은 그 나름대로 타당성을 갖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사전을 통해서 정확한 발음을 알고자 하는 사람이나 음운론적 정보를 얻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일러두기’에서 어떤 경우에 발음 표시를 하지 않는가를 밝혀 주기는 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꽃잎’에 대하여 [꼰닢]과 같이 발음 표시를 해 주더라도 오해의 소지가 없을 것이다. 현재의 국어사전들은 발음 표시를 하는 경우만 밝혀 주었을 뿐, 발음 표시를 하지 않는 경우는 밝혀 주지 않은 채, ‘꽃잎’에 대하여 [꼰닢]과 같이 발음 표시를 해 주고 있어서 이것의 실제 발음이 [꼰닙]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사전의 발음 표시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오해할 소지가 있고, 이것의 실제 발음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사람은 어간 발음을 [ㅍ]으로 발음해야 하는 것으로 오해할 소지가 있는 것이다.


3. 발음 표시의 실제

  본 장에서는 북한의 국어사전들이 ‘일러두기’에서 제시한 발음 표시의 원칙들과 관련하여 구체적으로 발음 표시를 어떻게 하고 있으며 발음 표시에 있어서 어느 정도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는가 하는 것을 중점적으로 검토해 보기로 하겠다.
  북한의 국어사전들에서도 남한의 국어사전들과 마찬가지로 어떤 표제 항에 대해서 발음 표시를 해 주는 경우에 그 표제 항의 모든 음절에 대하여 발음 표시를 해 주는 것이 아니라 해당 음절에 대해서만 발음 표시를 해 주고 있다. 예컨대 ‘감다’에 대해서라면 [감따]와 같이 발음 표시를 해 주는 것이 아니라 [-따]로만 발음 표시를 해 주고 ‘굶다’에 대해서는 [굼따]와 같이 발음 표시를 해 주고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발음 표시를 해 주는 경우라도 표기와 발음이 일치하는 음절은 발음 표시를 생략하고 표기와 발음이 일치하지 않는 음절에 대해서만 발음 표시를 해 주고 있는 것이다. 이는 표기와 발음이 일치하는 표제 항에 대해서는 발음 표시를 생략하는 것과 맥락을 같이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준이 일관성 있게 유지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동일한 조건에 있는 경우임에도 불구하고 발음 표시가 다르게 되어 있는 예들이 적지 않게 발견되기 때문이다.
  발음 표시가 일관성 없이 혼란스럽게 나타나는 대표적인 유형으로서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경우가 있다. 하나는 동일한 조건인데도 어떤 때는 발음 표시를 해 주고 어떤 때는 발음 표시를 해 주고 어떤 때는 발음 표시를 해 주지 않는 유형이다. ‘뭉턱하니’에 대해서는 [-카-]와 같이 발음 표시를 해 주면서 ‘머쓱하니’에 대해서는 발음 표시를 해 주지 않는다든가, ‘먹는약’에 대해서는 [멍-]과 같이 발음 표시를 해 주면서 ‘듣는신경’에 대해서는 발음 표시를 전혀 해 주지 않는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 다른 하나는 동일한 조건을 갖는 표제 항에 대해서 다 같이 발음 표시를 해 주기는 하는데, 어떤 때는 앞 뒤 두 음절을 표기해 주면서 어떤 때는 한 음절만 표기해 주는 경우이다. ‘밟히다’에 대해서는 [발피-]로 표기해 주면서 ‘밝히다’에 대해서는 [-키-]로만 표기해 준다든가, ‘앉히다’에 대해서는 [안치-]로 표기해 주면서 ‘얹히다’에 대해서는 [-치-]로만 표기해 주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이제 이상의 논의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발음 표시의 양상을 음운 현상별로 검토해 보기로 하자. 먼저 구개음화와 관련하여서는 다음과 같이 발음 표시를 해 주고 있다.
  <조>(1962) <형>(1981) <대>(1992)7)
굳이 [구지] [구지] [구지]
맏이 [마지] [마지] [마지]
같이 [-치] [가치] [가치]
붙이 [-치] [부치] [부치]
붙이다 [-치-] [부치-] [부치-]
굳히다 [-치-] [-치-] [-치-]
묻히다 [-치-] [-치-] [-치-]
  위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ㄷ, ㅌ’ 받침 뒤에 ‘이’가 와서 직접 구개음화가 일어나는 경우에는 연음화를 시키면서 두 음절을 모두 표시해 주는 것이 일반적이고, ‘ㄷ’ 받침 뒤에 ‘히’가 와서 유기음화를 거쳐 구개음화가 일어나는 경우에는 한 음절만 표시해 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조선말사전’에서는 받침이 ‘ㄷ’일 때는 두 음절을, ‘ㅌ’일 때는 한 음절만 표시해 주어서 불균형을 보이고 있으나 그 이후의 사전들에서는 이러한 불균형이 시정되었음을 볼 수 있다. 유기음화를 거쳐 구개음화가 일어나는 경우에 한 음절만 표시해 주는 것은 유기음화와 구개음화가 동시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계기적으로 적용된다는 해석이 밑바탕에 갈려 있기 때문인 것으로 이해된다. 즉, ‘굳히다’에 일단 유기음화만 적용된 단계에서 발음을 표시해 준다면 그것의 발음은 ‘잡히다[-피-]’에서처럼 한 음절만 표시가 될 것인데(굳히다[-티-]), 여기에 다시 구개음화가 적용되었다고 본다면 그것의 발음은 [-치-]로 표시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비음화 및 유음화와 관련된 발음 표시는 특별히 언급할 것이 없는데, 다만 한자어에서의 유음화에 있어서는 ‘조선말사전’과 그 이후의 사전들이 약간의 차이를 보이고 있어서 주목된다. 예컨대 ‘순리(順理), 순량(順良)’에 대하여 ‘조선말사전’에서는 [술-]과 같이 유음화가 적용된 발음을 제시해 주고 있는데, 그 이후의 사전들에서는 그러한 발음 표기가 사라진 것이다. 그렇다고 한자어에서 역행적 유음화가 전면적으로 부정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천리마, 신록’에 대해서는 여전히 [철-], [실-]과 같이 유음화가 적용된 발음을 표시해 주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조선말대사전’의 ‘일러두기’에서는 ‘같은 말소리 조건에서도 오늘날 실제 언어 생활에서 적은 대로 발음하는 것이 사회적 규범으로 되어 가고 있는 것은 그것을 바른 발음으로 인정하고 따로 발음 표시를 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 유음화가 적용되어 발음되고 어떤 경우에 적은 대로 발음되는지에 대한 기준은 제시되어 있지 않다. 아마 북한에서도 원래는 이런 경우에 모두 유음화를 적용시켜 발음하는 것이 표준 발음이었으나 두음법칙을 실제 발음에서 인정하지 않게 되면서부터 단어에 따라서는 유음화를 적용시키지 않는 발음이 표준 발음으로 정착되어 가고 있는 경우가 생기게 된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유기음화와 관련된 발음 표시는 가장 난맥상을 보여 주는 경우에 해당한다. 사전에 따라서 차이를 보이기도 하지만 같은 사전 내에서도 일관성을 보여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조>(1962) <현>(1962) <대>(1962)
놓다 [-타] [-타] [-타]
노랗다 [-타] [-타] [-타]
가느다랗다 [-타] [-라타] [-라타]
기다랗다 [-타] [-라타] [-타]
짧다랗다 [짤따-타] [짭-타] [짭-타]
끊다 [-타] [끈타] [-타]
끓다 [-타] [끌타] [-타]
잡히다 [-피-] [-피-] [-피-]
앉히다 [-치-] [안치-] [안치-]
얹히다 [언치-] [언치-] [-치-]
가라앉히다 [-안치-] [-안치-] [-치-]
들앉히다 [-안치-] [-안치-] [-치-]
주저앉히다 [-치-] [-안치-] [-치-]
긁히다 [글키-] [글키-] [글키-]
밝히다 [-키-] [발키-] [발키-]
밟히다 [발피-] [발피-] [발피-]
  ‘조선말사전’에서는 ‘ㅎ’이 선행할 때(놓다, 끊다)와 ‘ㅎ’이 후행하더라도 선행 음절의 말음이 단일 자음일 때(잡히다)에는 유기음화가 일어나는 해당 음절에 대해서만 발음을 표시해 주고 선행 음절의 발음이 자음 군일 때(얹히다, 긁히다)에는 유기음화가 일어나는 해당 음절은 물론이고 그 선행 음절까지 두 음절에 대해서 발음을 표시해 주는 것을 원칙으로 한 듯하다. 그러나 ‘앉히다[-치-]/얹히다[언치-]’, ‘긁히다[글키-]/밝히다[-키-]’ 등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같은 조건인데도 발음 표시를 달리해 주고 있다든가, 심지어는 같은 ‘앉히다’인데도 그 발음을 어떤 때는 [안치-]로, 어떤 때는 [-치-]로 표시해 주는 등의 난맥상을 보이고 있어서 발음 표시의 일관성이 유지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현대조선말사전’(제2판)에서는 ‘ㅎ’이 선행하든 후행하든 상관없이 선행 음절의 말음이 단일 자음일 때(놓다, 잡히다)에는 유기음화가 일어나는 해당 음절만 표시해 주고 자음 군일 때(끊다, 앉히다, 밝히다)에는 두 음절을 모두 표시해 주는 것을 원칙으로 한 듯하다. 말하자면 유기음화만 일어나는 경우에는 한 음절만, 유기음화와 자음군 단순화가 둘 다 일어나는 경우에는 두 음절을 표시하도록 원칙을 정한 셈이다. 다만 ‘-다랗다’가 결합된 경우에만은 [-라타]와 같이 두 음절을 표시해 주고 있어서 예외적이다. ‘놓다/노랗다’에 대해서는 [-타]와 같이 한 음절만 표시해 주면서 ‘-다랗다’ 파생어에 대해서만 특별히 두 음절을 표시해 준 이유가 무엇인지는 알 수가 없다. 현재로서는 발음 표시의 기준을 일관성 있게 적용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라고밖에는 볼 수 없다. ‘짧다랗다’에 대해서는 다시 [짭-타]와 같이 표시해 주고 있어서 더욱 그렇다.
  ‘조선말대사전’에서는 선행 음절의 발음이 ‘ㄺ, ㄼ’ 등 ‘ㄹ’계 자음 군일 때만 두 음절을 표시해 주고 나머지 경우는 모두 한 음절만 표시해 주는 것을 원칙으로 한 듯하다. 그랬을 경우 위에 제시된 예들 중에서는 두 개의 예외가 발견되다. ‘가느다랗다[-라타]’와 ‘앉히다[안치-]’가 그것이다. 다른 예들을 고려해 볼 때, 발음 표시의 일관성을 유지하려면 이들이 각각 [-타], [-치-]로 표시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된다 하더라도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어간 발음이 ‘ㄺ, ㄼ’일 때는 왜 두 음절을 표기해 주고, ‘’ 일 때는 왜 한 음절만 표시해 주는지 그 이유를 납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발음 표시의 기준이 일관성이 없다는 문제는 여전히 남는 것이다.
  이상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유기음화에 관한 한 세 사전은 모두 발음 표시의 기준에 있어서나 발음 표시의 실제에 있어서나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아마도 ‘일러두기’에서 발음 표시에 대한 세부적인 기준을 정확하게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닌가 여겨진다. ‘-다랗다’에 대해서 [-라타]로 표기하고 있는 것을 제외하면 세 사전 중에서 ‘현대조선말사전’(제2판)의 기준이 가장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이때 왜 ‘밟히다’에 대해서는 [발피-]와 같이 두 음절을 표시해 주고, ‘잡히다’에 대해서는 [-피-]와 같이 한 음절만 표시해 주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은 남는다. 표기와 발음이 일치하지 않는 음절은 모두 발음을 표시해 준다는 원칙에 따라 ‘밟히다’에 대해선 [발피-]로 ‘굳이’에 대해서는 [구지]로 발음을 표시해 주는 것이라면 ‘잡히다’에 대해서도 [자피-]와 같이 발음을 표시해 주어야 마땅할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의문은 ‘표준발음법’을 자세히 검토해 보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다. 우리는 지금껏 ‘잡히다’의 발음이 [자피다]라고만 생각을 해 왔는데, ‘표준발음법’에서는 이것의 발음을 [잡피다]로 제시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제21항). 표준 발음을 이와 같이 보게 되면 첫 번째 음절(‘잡[잡]’)은 표기와 발음이 일치하므로 굳이 발음을 표시해 줄 필요가 없다. 따라서 ‘잡히다’의 발음을 사전에서는 [-피-]로만 표시해 주면 되는 것이다. ‘맏형’의 발음도 [맏텽]으로 제시되고 있으므로 이것의 사전적 발음표시는 [-텽]으로 족하다8).   그런데 유기음화와 관련된 표기 발음이 ‘문화어발음법’에 와서는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여기에서는 ‘잡히다, 맏형’의 발음을 [자피다, 마텽]으로 제시해 주고 있다(제20항). 이는 유기음화에 대한 해석이 달라졌음을 의미한다. 다라서 이들의 발음을 이렇게 본다면 사전에서의 이들에 대한 발음 표시는 당연히 [자피-], [마텽]과 같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굳이’에 대하여 [구지]로 표시해 주는 것과 평행적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화어발음법’이 제정된 이후에 간행된 사전인 ‘조선말대사전’은 이를 따르지 않고 있다. 과거의 사전들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치-], [-텽]으로만 표시해 주고 있는 것이다. 이는 ‘조선말대사전’이 발음 표시에 있어 ‘문화어발음법’보다는 기존 사전들의 발음 표시의 전통을 존중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유기음화에 대한 해석이 달라졌음을 받아들이기는 하였으면서도 그에 대한 발음 표시 방법은 달라질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런데 사잇소리와 관련된 발음 표시에 있어서도 ‘문화어발음법’을 따르기보다는 기존 사전들의 발음 표시를 따른 경우가 있는 것을 감안하면(권인한 1993b 및 후술 참조), 전자의 가능성이 더 큰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조선말대사전’의 유기음화와 관련한 발음 표시 방법은 대체적으로 ‘조선말사전’과 가운데, 우연인지는 모르지만 ‘조선말대사전’에서 유기음화와 관련하여 예외적인 발음 표시를 하고 있는 두 예가 ‘현대조선말사전’(제2판)에서의 그것들의 발음 표시와 일치한다는 것이 흥미롭다.
  서론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폐쇄음 다음에서의 경음화는 발음 표시에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경음화와 관련하여 발음 표시가 주어지는 경우가 사잇소리가 관여하는 경우와 (한자어포함), 용언 어간 말음 ‘ㄴ, ㅁ’ 및 용언 어간 말 자음 군 ‘ㄵ, ㄻ, ㄾ’ 다음에서 경음화가 일어나는 경우 등에 국한된다. 여기서는 후자의 경우만 검토해 보기로 한다.
  <조>(1962) <현>(1981) <대>(1992)
검다 [-따] [-따] [-따]
안다 [-따] [-따] [-따]
닮다 [담따] [담따] [담따]
젊다 [점따] [점따] [점따]
앉다 [-따] [안따] [-따]
가라 앉다 --- [-안따] [-따]
돌앉다 [-안따] [-안따] [-따]
얹다 [언따] [언따] [-따]
핥다 [할따] [할따] [할따]
( ---는 해당 항목에 대한 발음 표시가 없는 경우임)
  경음화와 관련된 발음 표시는 유기음화의 경우와는 달리 매우 일관성 있게 나타난다. ‘조선말사전’에서 ‘앉다’의 발음 표시를 [안따]로 하지 않고 [-따]로만 하고 있다든지 ‘가라앉다’에 대해서는 발음 표시가 되어 있지 않다든지 하는 정도의 비체계성이 발견될 뿐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점이 그 이후의 두 사전에서는 시정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조선말대사전’은 유기음화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여기에서도 ‘ㄴ’계 자음 군과 ‘ㄹ’계 자음 군을 달리 취급하고 있는데, 이것이 무엇에 근거한 것인지는 여전히 알 수가 없다. 기준의 타당성과 일관성이이라는 점에서 본다면 경음화와 관련된 발음 표시에 있어서도 ‘현대조선말사전’(제2판)의 태도가 좀더 바람직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자음 군 단순화와 관련된 발음 표시 문제도 간단하지는 않은데,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어간 말 자음 군이 ‘ㄺ, ㄼ’일 때이므로 이들을 중심으로 발음 표시 문제를 검토해 보도록 하겠다. 어간 말 자음 군이 ‘ㄺ, ㄼ’일 때의 자음 군 단순화는 용언과 체언이 양상을 달리 한다. 따라서 용언의 경우와 체언의 경우를 나누어 살펴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북한의 발음 규정(‘표준발음법’과 ‘문화어발음법’)에서는 용언 어간 말 자음 군 ‘ㄺ, ㄼ’이 자음으로 시작되는 어미나 접미사와 결합하면 각각 [ㄱ], [ㅂ]으로 발음하고 [밝다[박따], 밟지[밥찌]), ‘ㄱ’으로 시작되는 어미나 접미사와 결합하면 두 경우 모두 [ㄹ]로 발음하도록(밝게[발께], 밟고[발꼬])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된 북한 사전들에서의 발음 표시를 보이면 다음과 같다.
  <조>(1962) <현>(1981) <대>(1992)
굵다 [국-] [국-] [국-]
긁다 [극-] [극-] [극-]
넓다 [넙-] [넙-] [넙-]
밟다 [밥-] [밥-] [밥-]
짧다 [짤따] [짭-] [짭-]
긁적긁적 [극-극-] [극-극-] [극-극-]
굵기 * [굴끼] [굴끼]
굵게께기 * [굴께-] [굴께-]
긁개 * [극-] [글깨]
지신밟기 [-밥-] [-밥-] [-밥끼]
(*는 해당 어휘 항목이 표제 항으로 올라 있지 않은 경우임)
  위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자음 군 단순화와 관련된 발음 표시도 완전히 체계적이지는 못하다. 그러나 이 문제에 관한 한 나중에 간행된 사전일수록 문제점이 점점 극복되어 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충분한 예가 제시된 것은 아니지만 위의 예들을 통해서 볼 때, ‘조선말사전’은 자음 군 단순화에 대한 어떤 뚜렷한 기준을 가지고 있지 못했던 것으로 보이며, ‘현대조선말사전’(제2판)은 ‘ㄱ’으로 시작되는 어미나 접미사와 결합될 때만 혼란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조선말대사전’의 [-밥끼]는 잘못된 표기이다. 사전 편찬자의 실수일 것이다. 이것은 [-발끼]나 [-밥-]으로 표기되어야 한다. 폐쇄음 다음에서의 경음화는 발음 표시에 반영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밥끼]와 같은 발음 표시는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이것이 [-발끼]로 표기해야 할 것을 잘못 표시한 것인지 [-밥-]으로만 표기해야 할 것을 경음화까지 포함시켜 잘못 표기한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아무튼 북한 사전들이 보여 주는 자음 군 단순화와 관련된 발음 표시의 혼란상은 사전 편찬자의 단순한 실수에 기인하는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즉, 발음 규정에서는 획일적으로 표준 발음을 정해 놓고 있지만 실제에 있어서는 표준 발음과는 다르게 발음되는 경우가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조선말사전’에서는 ‘짧다랗다’에 대해서도 [짤따-타]와 같이 표시해 주고 있는 바, 이것은 ‘짧다’에 대한 [짤따]라는 발음 표시가 사전 편찬자의 단순한 실수라고 보기는 어렵게 한다. 또한 ‘넓다’의 ‘넓-’과는 달리 ‘밟다’의 ‘밟-’은 뒤에 어떤 자음이 오든 [밥]으로만 발음되는 것이 아닌가 (자음 동화가 일어나는 경우(밟는[밤는])는 제외하고) 여겨진다. 이는 남한의 표준 발음과 일치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북한의 발음 규정이 자음 군 단순화와 관련된 표준 발음을 현실을 무시한 채 지나치게 획일화시켜 놓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9).
  체언에 있어서의 자음 군 단순화는 발음 표시에 있어 별문제가 없다.
  <조>(1962) <현>(1981) <대>(1992)
[넉] [넉(넉시)] [넉(넉시)]
[닥] [닥(달기)] [닥(달기)]
[칙] [칙(칠기)] [칙]
[흑] [흑(흘기)] [흑(흘기)]
여덟 [-덜] [-덜] [-덜]
[돌] [돌(돌시)] [돌(돌시)]
[값] [갑] [갑(갑시)]
  위에서 볼 수 있듯이 자음군 단순화 그 자체와 관련된 발음 표시는 세 사전 모두 일관성을 잘 유지하고 있다. 다만 ‘현대조선말사전’(제2판)에서부터는 주격 조사 ‘-이’가 결합되었을 때의 발음을 병기하도록 하고 있는데, 그것을 빠뜨린 경우가 있어서 이 점에서는 일관성을 잃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발음상의 문제는 아닌 듯하다. 사전 편찬자의 단순한 실수라고밖에는 볼 수 없다.   사잇소리와 관련된 발음 표시는 사전마다 차이가 있어서 혼란스럽다. 부분적으로는 사전 편찬자의 실수로 보이는 것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사잇소리가 들어가느냐 들어가지 않느냐의 해석에 있어서 차이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문화어발음법’은 이 부분을 대폭 수정하였는데, ‘조선말대사전’에서조차 그것을 수용하고 있지 않아서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하고 있다. 따라서 여기서는 주로 ‘문화어발음법’에서 제시한 예들을 중심으로 사잇소리와 발음 표시의 문제를 검토해 보기로 한다.
  <조>(1962) <현>(1981) <대>(1992) <발음법>
나라일 [-란닐] --- --- [나라일]
바다일 * * [-닐] [바다일]
베갯잇 [-갠닛] [-갠-] [-갠닛] [베갯잇]
개바닥 [-빠-] [-빠-] [-빠-] [개바닥]
노래소리 * [-쏘-] [-쏘-] [노래소리]
대잎 [댄닢] --- [댄닢] *
꽃잎 [꼰닢] [꼰닢] [꼰닢] [꼰닢]
나루가 [-까] [-까] [-까] [나루까]
  우선 ‘현대조선말사전’(제2판)의 ‘베개잇[-갠-]’과 ‘조선말대사전’의 ‘바다일[-닐]’은 발음 표시가 잘못되었다. 전자는 [-갠닛]으로, 후자는 [-단닐]로 표시되어야 한다. 이들의 환경은 ‘ㄴ’이 들어가면 반드시 두 개가 같이 들어가야 하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바다일’에 대하여 ‘표준발음법’에서는 [바단닐]로 발음을 제시해 준 바 있다. ‘현대조선말사전’(제2판)에서 ‘대잎’에 대하여 발음 표시를 생략한 것은 사전 편찬자의 실수일 것으로 판단된다. 나머지 두 사전을 참조할 때 사잇소리가 들어가야 하는 단어임에도 불구하고 발음 표시를 생략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위의 예들에서 한 가지 주목되는 사실은 ‘조선말대사전’의 발음 표시가 ‘문화어발음법’의 그것보다는 기존 사전들의 그것과 더 일치한다는 것이다. 특히 ‘문화어발음법’에서 사잇소리가 들어가지 않는 것으로 본 경우들에서 그러하다.
  이 부분은 ‘문화어발음법’이 ‘표준발음법’의 내용을 대폭 수정한 부분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사잇소리 문제에 관한 한 ‘조선말대사전’의 발음 표시는 수정된 발음법(문화어발음법)보다는 이전의 발음법(표준발음법)을 따르고 있는 셈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부분적으로 차이가 없지는 않지만 ‘조선말대사전’의 발음 표시는 ‘표준발음법’에 따라 편찬된 ‘현대조선말사전’(제2판)의 그것과 일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상에서 언급한 것 외에도 ‘현대조선말사전’(제2판)에서 발음 표시를 할 필요가 없는 ‘훑어가다’에 대해서 [훌-]과 같이 발음 표시를 해 주고 있다든가, ‘조선말대사전’에서 ‘공기’에 대해서는 아무런 발음 표시가 없으면서 ‘밥공기’에 대해서는 [-끼]와 같이 발음 표시를 해 준 경우가 있다는 등 소소하게 지적할 수 있는 것들이 적지 않으나 지면 관계상 여기서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는다.


4. 결론

  이상에서 북한의 국어사전들을 대상으로 발음 표시의 원칙과 실제에 대하여 검토하였다. 지금까지 북한에서는 여섯 차례에 걸친 보완된 국어사전을 간행하였는데, 그중 본고에서는 ‘조선말사전’(1962), ‘현대조선말사전’(제2판:1981), ‘조선말대사전’(1992)만을 대상으로 논의를 진행하였다.
  남한의 국어사전들과 마찬가지로 북한의 국어사전들도 한글 자모를 이용하여 발음 표시를 해 주기 때문에 결국은 표기와 발음이 일치하는 경우는 발음 표시를 생략하고, 표기와 발음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만 발음 표시를 해 주게 되는데, 표기와 발음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라도 그 발음이 예외 없이 규칙적인 경우는 발음 표시를 생략하였다. 그리하여 폐쇄음 ‘ㄱ, ㄷ, ㅂ’ 다음에서의 경음화라든가, 자음이나 휴지 앞에서의 평음화 등은 발음 표시에서 제외하였다. 그리고 발음 표시를 해 주는 경우라도 해당 항목의 모든 음절에 대하여 발음 표시를 해 주는 것이 아니라 발음이 달라지는 음절만 발음 표시를 해 주었다(감다[-따]). 이것은 사전 편찬에서의 경제성을 고려한 것인데, 국어사전들의 일반적인 전통이기도 하다.
  북한의 국어사전들이 ‘일러두기’에서 제시한 발음 표시의 원칙은 남한의 국어사전들의 그것에 비하면 비교적 자세한 편이다. 그러나 그것도 충분히 자세한 것은 아니었다. 예컨대 ‘앉히다’와 같은 경우에 발음 표시를 [안치-]로 해 줄 것인가, [-치-]로만 해 줄 것인가에 대한 분명한 기준은 제시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앉히다’에 대해서는 [안치-]로 표시해 주면서 ‘얹히다’에 대해서는 [-치-]로만 표시해주는 등의 혼란이 나타나게 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발음 표시의 원칙을 좀더 분명하고 자세하게 제시해 주어야만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전 이용자가 혼란을 일으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떤 경우에 발음 표시를 해 주지 않는가에 대해서도 분명히 밝혀 주어야만 할 것이다.
  발음 표시의 실제에 있어서는 발음 표시의 원칙에서 제시한 기준들이 일관성 있게 적용되지 못한 경우라든가, 사전 편찬자의 단순한 실수로 발음 표시가 잘못된 경우들이 적지 않게 발견되었다. 어간 말 자음 군을 갖는 체언에 대해서는 단독으로 발음될 때의 발음과 주격 조사가 결합될 때의 발음을 병기해 주도록 되어 있는데도 ‘값’에 대하여는 [갑]으로만, ‘칡’에 대하여는 [칙]으로만 표시해 준다든가(cf. 흙[흑](홀기)), ‘지신밟기’의 ‘밟기’에 대하여 [밥끼]로 표시해 준 예들이 이에 해당한다. 이런 것들도 역시 시정되어야 할 것이다.
  발음 규정이 제정된 이후에 규범성을 지향하는 어떤 사전이 편찬되었다면, 그 사전의 발음 표시는 철저히 그 발음 규정을 따라야 할 것으로 생각되는데, ‘문화어발음법’이 제정된 이후에 간행된 ‘조선말대사전’은 ‘문화어발음법’의 규정들을 제대로 따르고 있지 않음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사정이 그렇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는 분명치 않다. 다만 기존 사전들의 발음, 혹은 발음 표시의 전통을 중시한 결과가 아닌가 짐작될 뿐이다. 북한 사전들의 발음 문제를 제대로 다루려며는 북한 사전들이 지향하는 표준 발음은 어떤 성격의 것이며 북한에서 이루어진 음운론적 성과가 사전의 발음 표시에는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가 하는 것도 함께 다루었어야 할 것이나 본고는 거기까지 미치지는 못하였다.


참고 사전

과학원 조선어 및 조선 문학 연구소(1956), 조선어소사전, 과학원.
과학원 언어문학연구소 사전연구실(1960~1962), 조선말사전, 과학원출판사.
사회과학원 언어학연구소(1968), 현대조선말사전, 사회과학원출판사.
______(1973), 조선문화어사전, 사회과학출판사.
______(1981), 현대조선말사전(제2판), 과학, 백과사전출판사.
______(1992), 조선말대사전, 사회과학출판사.

참고 문헌

과학원 언어문학연구소(1961), 조선어 문법(어음론·형태론), 학우서방.
국어 연구소(1988), 한글 맞춤법 해설.
______(1988), 표준어 규정 해설.
국립 국어 연구원(1992), 북한의 국어사전 분석(Ⅰ).
權仁澣(1993a), ‘표준 발음법’과 ‘문화어발음법’ 규정, 새국어생활 3-1.
______(1993b), 북한 사전의 음운 정보, 北韓 國語辭典에 관한 國際 學術會議 발표 요지, 국립 국어 연구원.
박금자(1989), 북한의 국어사전 평설, 북한의 말과 글, 을유 문화사.
사회과학원 언어학연구소(1971), 조선말규범집 해설, 사회과학출판사.
이병근(1989), 국어사전과 음운론, 애산 학보 7.
______(1990), 북한의 국어사전과 사전학, 북한의 국어 국문학 연구(국어 국문학회 편), 지식 산업사.
______(1993), 南北韓의 사전 편찬 比較, 北韓 硏究 1993 가을 호.
이현복(1987), 국어사전에서의 발음 표시, 語學 硏究(서울대) 23-1.
전수태·최호철(1989), 남북한 언어 비교, 도서 출판 녹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어사정위원회(1988), 조선말규범집, 사회과학출판사.
조선문화어문법(1979), 과학, 백과사전출판사.
조재수(1988), 북한의 국어사전 편찬에 대한 고찰, 국어생활 15.
최명옥(1992), 북한의 어음 연구/방언론, 語學 硏究(서울대) 2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