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외솔 최현배 선생의 학문과 인간]

‘우리말본’의 씨갈

徐泰龍 /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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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우리말본’은 처음 간행된 지 반 세기가 넘은 지금까지도1) 문법론의 주제를 다룰 때에 한번은 자세히 검토해 볼 만한 국어 문법의 고전이다. 특히 ‘우리말본’의 씨갈 [品詞論]2) 은 단순히 품사 분류만을 다룬 것이 아니라 통사론은 물론 형태론 전반에 관한 현상을 분류하여 서술하고 있기 때문에 오늘날까지도 문법론 각 분야의 연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문법론의 주제별 연구사 서술이 ‘우리말본’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 것은 그 영향이 그만큼 크다는 증거이다.
  ‘우리말본’은 말소리갈 [音聲學], 씨갈[品詞論], 월갈[文章論]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으나 품사론(pp.143~732)이 전체의 약 2/3(총 590/892 페이지)를 차지할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한다. ‘우리말본’의 중심은 품사론이고, 품사론 가운데 용언에 관한 서술에 중점을 두고 있다. 품사론의 내용은 품사 분류의 기준을 제시한 ‘씨의 가름’과 명사, 대명사, 수사, 동사, 형용사, 지정사, 관형사, 부사, 감동사, 조사 등 10품사에 대한 품사 각론과 파생어를 다룬 ‘씨가지 [接辭]’, 복합어를 다룬 ‘겹씨 [複合語]’, 품사의 전성 등을 다룬 ‘씨의 바꿈[品詞의 轉變]’ 등 열네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가운데 동사, 형용사, 지정사 곧 용언을 다룬 분량(총 341페이지)이 품사론의 1/2 이상, 책 전체의 1/3 이상을 차지한다. 명사, 대명사, 수사와 조사 곧 체언과 관련된 분량(총 87 페이지)의 약 4배를 용언에 관하여 서술하고 있다.
  ‘우리말본’의 품사론은 분류 위주의 서술로 오늘날까지도 학교 문법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우리말본’은 자료에 문제점3) 이 있는 것은 물론이고 그 분류의 구체적인 기준과 내용에도 많은 문제점이 있다. 그 분류의 문제점을 들추어내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대부분의 분류는 그 기준을 형식이나 의미에 근거를 두고 있다. 그러나 형식과 의미보다 통합 관계나 통사적 기능을 분류의 기준으로 삼은 경우에 동일한 문법 단위를 여러 가지 문법 범주로 분류하는 등 국어의 올바른 이해에 걸림돌로 작용한 측면도 적지 않다.
  이 글은 ‘우리말본’의 품사론에서 제시한 여러 가지 분류가 그 기준에는 어떤 문제점이 있고 그 이후의 문법론, 특히 현행 학교 문법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1.1. ‘우리말본’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이유 중의 하나는 그 이전의 문법서들과는 달리 품사 분류의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것이다(남기심, 1974;44~47, 김석득, 1983;334~338, 安秉禧, 1985;96~99). 품사의 분류는 “그 말본에서의 구실 [職能]을 주장[主]으로 삼고, 그에 따르는 꼴[形式]과 뜻[意義]을 딸림[從]으로 삼아서, 이 세 가지가 서로 관계하는 상태를 대종[標準]으로 삼아, 결정하여야 하느니라. ”(p.1534)) 고 하여 내세운 기준은 비교적 타당한 것이었음을 알 수 있다. 자주 인용되는 그 품사 분류의 일람표를 용어까지 그대로 보이면 다음과 같다.


  분류된 품사 가운데 조사를 제외하고 ‘우리말본’ 이후 품사 설정에서 논의의 대상이 된 것은 그 ‘꼴 [形式]’을 내세운 ‘꼴임자씨 (대명사,수사)’와 ‘꼴풀이씨 (지정사)’이다. 이들의 분류 근거로 형식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의미를 기준으로 하였기 때문에 문제가 되었다. 명사와 대명사, 수사를 분류한 기준은 그 의미를 근거로 한 것이며 동사와 형용사, 지정사를 분류한 기준도 의미를 주된 근거로 하고 어미 활용의 차이를 부차적인 근거로 삼고 있다. 품사 분류에서 기능이나 형태가 아닌 의미를 주된 기준으로 삼아서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한 것이다. 그렇다고 이 품사 분류가 잘못된 것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품사란 것이 언어학적으로 쉽게 정의하기 어려운 단어를 규범적인 목적이나 문법 기술의 편의를 위하여 분류하는 것이므로 일정한 기준만 있으면 그 타당성을 인정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동사와 형용사, 지정사는 그 활용 방식에서 어느 정도 차이를 보이므로 독립된 품사로 인정할 만한 것이다.
  조사에 대해서는 조사를 품사로 인정하기 어려운 점으로 다른 품사와 달리 두음법칙의 적용을 받지 않고, 어간에 따른 이형태가 있고, 자립성이 없고, 접미사에 해당하는 ‘종속적 부분’이라는 등의 5항을 먼저 든 다음에 조사를 품사로 인정하는 까닭으로 영어의 관사나 전치사도 종속적인 요소이지만 품사로 인정을 받고 있고, 어미와 비교하면 조사는 분리성과 독립성이 있고, 표기법에서 실용적인 장점이 있는 것 등의 8항을 들었다. 그리고는 독립성의 정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품사로 지정사와 조사를 들었다(pp.197~204).
  조사와 어미를 독립된 품사로 인정한 견해를 분석적 체계 (分析的 體系)라고 한다면, ‘우리말본’은 조사만 독립된 품사로 인정하고 어미는 독립된 품사로 인정하지 않은 종합적 체계(綜合的 體系)5) 를 세웠다는 점에서 그 이전의 문법보다 한 걸음 발전한 것이었다는 평가(남기심,1980;8~16, 김석득,1983;338~342, 安秉禧, 1985;96~97)는 다시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러한 평가는 구조주의 언어학 이론의 영향을 받은 평가였다. 구조주의 언어학에서는 문법 단위로서 문장보다 단어를 중시한다. 단어를 구성하는 차원에서 자립 형식인 체언 어간 등에 결합하는 조사와, 의존 형식인 용언 어간에만 결합하는 어미는 다르게 인식되기 마련이다. 조사는 체언 어간 등에서 분리할 수 있지만 어미는 용언 어간에서 분리할 수 없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게 한 것은 ‘우리말본’과 그 이후의 학교 문법의 영향이다.   그러나 확대 표준 이론의 영향을 받아 INFL 또는 COMP로 설정되는 용언의 어미는 그 지배 영역이 어간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선행 동사구나 문장 전체로 인식되면서 분리 가능한 단위로 기술되는 것을 고려하면 조사와 어미를 모두 분석하여 독립된 품사로 인정하였던 ‘우리말본’ 이전의 분석적 체계(分析的 體系)가 오히려 타당한 것이었다는 평가를 받아야 하고 결국 ‘우리말본’과 그 영향을 받은 학교 문법은 국어 통사 구조에 대한 이해에 걸림돌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2

  2.0.명사, 대명사, 수사는 ‘임자씨’로 분류된 예들이다.

  2.1.명사는 보통 명사와 고유 명사 두 가지로 분류하고 영어에서와 같은 집합 명사, 물질 명사, 추상 명사, 구체 명사는 국어에서 분류할 필요가 없다고 하였다(pp. 212~216). 또한 인구어처럼 문법적인 성(性)과 수(數)의 구별이 국어에는 없다는 차이도 서술하였다. 그러나 자연적인 성(性)을 나타내는 접두사 ‘암 -, 수-’와 어휘 ‘아버지 :어머니,사내:계집’ 등의 예를 들고, 복수를 나타내는 방법으로 접미사 ‘-들’과 첩어를 들었다. 오늘날 ‘-들’은 학교 문법에서 복수 표지의 접사로 기술되고 있을 정도로 국어에서 단수와 복수의 구별을 전적으로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명사의 분류에서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영문법을 참고하였다. 그러나 고유 명사의 예로 든 ‘가마 메 [白頭山], 얄루 가람[鴨綠江], 배 물[浿水]’ 등과 같은 고유어는 실제로는 쓰이지 않으므로 규범적인 성격의 문법이 보일 수 있는 강요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의미를 기준으로 한 명사 분류에 관심을 가졌으면서도 국어 문법 현상에 관여하는 유정 명사와 무정 명사, 존칭 명사와 평칭 명사를 분류하는 데에까지는 이르지 못하였다.
  다만 독립성의 유무에 따라서 (1) 완전 명사, (2) 불완전 명사를 분류하고 불완전 명사는 다시 ㉠ 부사성 불완전 명사(양, 척, 체, 듯, 둥:대로, 채), ㉡ 보통 불완전 명사(것, 바, 줄, 이[人], 데, 이(것):터, 따름, 나름, 뿐, 때문), ㉢ 수 단위 불완전 명사(자, 치, 푼:섬, 말, 되, 홉 등)로 나누었다(pp.219~223). 현행 학교 문법에서는 의존 명사라는 명칭으로 부르면서 관형어나 조사와의 통합에서 나타나는 제약을 근거로 보편성, 주어성, 서술성, 부사성, 단위성 의존 명사로 분류하고 있다. 이 불완전 명사는 의존 명사 외에도 형식 명사, 보문 명사 등의 명칭으로 불리면서 그 분포의 제약 및 의미 특성을 밝히기 위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2.2.대명사는 ‘사람 대명사[人代名詞]’와 ‘몬 대명사 [物代名詞]’두 가지로 분류하고 이들을 다시 제일 인칭(나, 저, 우리, 저희 등), 제이 인칭(너, 자네, 그대, 당신), 제삼 인칭(당신, 이분, 그분, 저분, 이, 그, 저 등), 통칭(저, 남)으로 분류하였다. 제삼 인칭은 정칭(당신, 이, 그, 저)과 부정칭(누구, 아무:무엇, 어디 등)으로 나누고 정칭은 다시 근칭, 중칭, 원칭으로 나누었다. 그리고 ‘인대명사’는 말 높임의 정도에 따라 아주 낮춤 [極卑稱], 예사 낮춤[普通卑稱], 예사 높임[普通尊稱], 아주 높임[極尊稱]으로 분류하였는데 용언의 마침법[終止法]의 등급에는 이 분류를 그대로 적용하고 반말(등외)만을 추가하였다. ‘물 대명사’는 가리키는 대상에 따라 사물 (이것, 그것, 저것, 어느 것 등), 처소(여기, 거기, 저기, 어데 등), 방향(이리, 그리, 저리, 어느 쪽 등) 대명사로 나누었다(pp.226~243).
  그러나 높임의 정도에 따른 등급의 구별은 오늘날의 경어법 기술에도 사용되는 경우가 많은데 과연 국어 경어법에서 낮춤 [卑稱]을 인정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대명사에는 ‘이, 그, 저, 어느, 아무, 어떤, 다른’ 등의 관형사와 ‘이, 분, 것, 곳, 데, 쪽’등의 명사로 이루어진 예들이 많은데 이 예들을 두 단어로 볼 것인지 복합어로 볼 것인지도 문제이다. 재귀 대명사를 따로 설정하지 않고 통칭의 ‘인대명사’에 ‘저, 남, 자기, 다른 이, 당신’을 포함한 것도 문제이다.
  ‘우리말본’의 대명사에 대한 서술은 사람만을 가리키는 국어의 ‘인대명사’와 사람과 함께 제삼 인칭이 사물까지도 가리키는 서양의 인칭 대명사는 차이가 있다는 등 국어의 특수성을 강조하고 “가리킴 [指示]”은 대명사의 일반적인 특성이므로 지시 대명사라는 용어는 옳지 못하다고 하였으나, ‘인대명사’와 ‘물대명사’ 대신에 인칭 대명사와 지시 대명사라는 용어가 현행 학교 문법에서도 쓰일 정도로 더 일반화되었다. 대명사는 언어의 보편성을 강조한 언어학 이론을 수용하는 일차적인 대상이 되어 왔다. 대명사는 독립된 품사로 설정하는 문제가 논의되다가 변형 문법의 도입 이후에 대명사화 현상이 관심의 대상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자연히 독립된 문법 단위로 인정을 받았고 최근에는 담화를 중시하는 화용론의 대상으로 ‘이, 그, 저’의 용법 등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인구어나 국어에서 동일하게 어휘로 실현되면서 통사론과 화용론의 현상에 관여하는 범주가 대명사이다.

  2.3.수사는 (1) 원수사(하나, 둘, 셋 등:일, 이, 삼 등)와 (2) 서수사(첫째, 두째, 세째 등:제일, 제이, 제삼 등)로 분류하고 이들을 다시 ㉠정수(하나, 둘, 셋 등:첫째, 두째, 세째 등)와 ㉡부정 수(한둘, 두셋, 서넛 등:한두째, 두세째, 서너째 등)로 분류하였다(pp.250~252). 또한 그 어원을 고려하여 한자어와 고유어로 된 것도 분류하고 수사와 수 관형사의 관계를 서술하였다. 이 수사의 분류는 원수사(原數詞)를 양수사(量數詞)라는 명칭으로 바꾸어 현행 학교 문법에서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런데 수사와 수 관형사를 구별하는 기준이 아직도 문제로 남아 있다. 수사와 수 관형사가 달리 나타나는 ‘하나 :한,둘:두,셋:세,스물:스무 등’은 쉽게 구별된다. 그러나 기능만을 중시하면 ‘다섯, 여섯, 일곱 등’은 체언과 관형어의 기능을 함께 보이므로 수사로도 분류하고 관형사로도 분류할 수 있지만 (남기심·고영근, 1985;167), 그 형태상의 특징을 중시하면 이들은 격조사를 취할 수 있으므로 관형사로는 분류할 수 없다(李翊燮,1967;40). 품사 분류의 기준에서 기능과 형태 중에 어느 쪽을 더 중시해야 하느냐가 문제이다.
  수사에 대한 논의는 수 관형사와 함께 수량사라는 범주의 명칭으로 다루어졌고 최근에는 명사, 수량사, 분류사(단위성 의존 명사) 상호 간의 어순에 관한 문제도 논의되고 있다.


3

  3.0.동사, 형용사, 지정사는 ‘풀이씨’로 분류된 예들이다.

  3.1.동사는 독립해서 ‘풀이씨’로 쓰일 수 있느냐의 여부에 따라 주동사와 보조 동사로 나누고 그 성질에 따라 자동사와 타동사로 나누었다(pp.254~261).
  동사의 활용은 종지법, 자격법, 접속법으로 나누었는데 이 분류는 그 이후에 활용 어미를 종결 어미, 전성 어미, 연결 어미로 나누는 견해와 일치한다.
  마침법[終止法]은 청자를 높이는 정도에 따라 (1)해라(아주 낮춤), (2)하게(예사 낮춤), (3)하오(예사 높임), (4)합쇼(아주 높임)와 (5)반말(등외)로 ‘마침법의 등분’을 나누었는데(pp.262~264) 하오체에는 ‘-어요,-지요’와 함께 ‘-(읍)시다’를 포함하고 있어 문제점을 드러낸다. 그리고 화자와 청자의 관계를 기준으로 종결 어미를 (1) 서술형, (2) 의문형, (3) 명령형, (4) 청유형 네 가지로 나누고 감동형과 약속형은 서술형에 포함하였다(pp.265~279). 간접 인용에서는 이 네 형식만 나타난다는 것을 근거로 이 종결 어미의 분류가 높이 평가되기도 하였지만(남기심, 1974;49~51), 약속형 ‘-으마’는 간접 인용에서 반드시 ‘-겠다’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도 나타난다. 또한 약속형은 동사에만 결합하고 형용사나 지정사에는 결합하지 못하는 차이를 보이므로 독립된 활용형으로 인정할 만하다. ‘-음’을 서술형의 하나로 볼 수 있다는 언급을 하였는데 (p.271) 그 이후에 ‘-음’을 명사형으로만 설명하려고 한 것은 오히려 현상에 대한 관찰에서부터 편견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마침법의 뜻바꿈’이라는 현상으로 어조 (語調)에 의한 질문, 반어법인 의문 등과 함께 의문형이 명령, 요청을 나타낼 수 있다는 사실을 서술하고 있다(pp. 280~281). 활용 어미 가운데 종결 어미는 문장뿐만 아니라 담화에도 관여하는 요소이므로 하나의 종결 어미가 여러 가지 화행을 나타내는 현상을 관찰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오늘날 이 현상은 화행 이론의 적정 조건으로 다루어지기도 한다.
  감목법[資格法]은 문장의 서술어가 되면서 그 자격을 바꾸는 (1)부사형, (2)관형사형, (3)명사형 세 가지로 나누고 각각은 의미를 부여하여 다시 하위 분류를 하였다(pp.281~290). 부사형은 상태(狀態)와 실질(實質)을 나타내는 ‘-아/어’, 장연(將然)을 나타내는 ‘-게’, 부정(否定)을 나타내는 ‘-지’, 소원(所願)과 진행(進行)을 나타내는 ‘-고’를 들었는데 부정, 소원, 진행이라는 의미는 부사형 자체의 의미가 아니라 후행 보조동사의 의미이다. 이 부사형 어미는 연결 어미와 유사한 특성이 있기 때문에 현행 학교 문법에서는 보조적 연결 어미라는 범주로 분류하고 있지만 반말인 종결 어미와의 관련성도 논의되고 있다. 관형사형은 현재의 ‘-을’, 현재 진행의 ‘-는’, 미래의 ‘-을’, 과거의 ‘-은’을 들었는데 이 의미는 그 이후 관형사 절의 시제에 대한 논의에 큰 영향을 미치기는 하였지만 이들의 의미 차이도 실제로는 시제 범주의 차이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명사형은 지시(指示)의 ‘-음’과 진행 (進行)이나 과정(過程)의 ‘-기’를 들었는데 이들의 의미 차이는 ‘-음’이 결정(決定) 또는 지속(持續), ‘-기’가 미정 (未定)이나 예정(豫定)을 나타내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한편, 이들 전성 어미가 파생어도 형성하는 것으로 보았는데 부사형 어미가 부사를 파생하는 예들에는 ‘-아/어’와 ‘-고’뿐만 아니라 ‘-오/우’나 ‘-이’가 결합한 예들까지도 포함하고 있어 (p.290) 파생 접사와 활용 어미를 구별하지 못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음법[接續法]은 (1)구속형, (2)방임형, (3)나열형, (4)설명형, (5)비교형, (6)선택형, (7)연발형, (8)중지형, (9)첨가형, (10)익심형, (11)의도형, (12)목적형, (13)도급형, (14)반복형 열 네 가지로 나누었다(pp.295~323). 이 분류는 선행절과 후행절의 의미 관계를 토대로 한 것이지만 구속형이나 방임형의 경우 ‘구속’이나 ‘방임’이라는 의미 관계가 모호하고 조건, 인과, 양보 관계를 나타내는 예들을 서로 중복되게 분류해 놓았다는 문제점이 발견된다. 나열형의 경우 종속 접속과 대등 접속의 어미로 크게 구별하기도 하는 시간적 나열형과 공간적 나열형을 모두 포함하여 의미 차이가 큰 어미들을 하나의 범주로 분류했다는 문제점이 있고 그와 반대로 의도형과 목적형의 경우 의미 차이가 거의 없는 어미를 두 범주로 분류했다는 문제점이 있다. 접속법에 포함되는 어미의 종류가 많기 때문에 그 분류가 쉽게 이루어지기는 어렵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는 하나의 형식이 여러 가지 의미를 나타내고, 여러 가지 형식이 하나의 의미를 나타내는 것으로 분류했다는 것과 ‘-을 것 같으면’과 같은 예를 포함하고 있을 정도로 그 형식의 분석에도 철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한 ‘하다’에 내포되는 어미 ‘-어야, -거나, -고자, -자, -으락’ 등을 접속법에 포함한 것도 문제이다.
  변형 문법에 의한 복합문 기술에서 자격법의 부사형, 관형사형, 명사형은 내포문 가운데 동사구 보문이나 부사절, 관형사 절, 명사절을 구성하는 요소로 기술되고 접속법의 연결 어미는 접속문을 구성하는 요소로 기술되고 있다. 연결 어미는 대등 접속과 종속 접속의 어미로 분류하여 기술되기도 하지만 그 구별이 어미의 형식과 의미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신중할 필요가 있다.
  활용에서 종지법, 자격법, 접속법의 분류는 활용의 체계화를 이루었다는 평가(安秉禧,1985;99)와 그 범주의 명칭이 조금씩 달라지기는 했지만 그 이후의 통사론 기술에서도 비교적 올바른 것이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그러나 이 분류는 통사적 기능만을 중시하여 활용 어미 전체를 체계화하는 데에는 걸림돌로 작용한 측면도 있다. 동일 형식인 어미가 종지법, 자격법, 접속법 모두에 포함되거나 둘 이상의 범주에 포함된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말본’에서 인정한 예만도 ‘-다, -라, -으오, -소, -아/어, -지, -아요/어요, -지요, -자, -게, -고, -며, -을, -거든, -음, -나, -니, -나니, -구려’ 19개에 달한다(pp.326~330). 이처럼 하나의 어미를 여러 가지 범주로 분류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 분류에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음을 드러내는 것으로 통사적 기능이나 피상적인 의미를 지나치게 중시하였기 때문이다.
  동사의 변칙 활용은 어간 말음이 탈락하는 (1)‘ㄹ’, (2)‘ㅅ’, (3)‘으’, (4)‘우’ 변칙, 어간 말음이 바뀌는 (5)‘ㄷ’, (6)‘ㅂ’ 변칙, 어미가 달라지는 (7)‘여’, (8)‘러’, (9)‘거라’, (10)‘너라’ 변칙, 어간과 어미가 함께 달라지는 (11)‘르’ 변칙 열한 가지를 제시하였다(pp.330~348). 이들 가운데 ‘ㄹ’, ‘으’, ‘우’ 변칙은 음운 규칙으로 설명될 수 있기 때문에 현행 학교 문법에서는 ‘ㅅ’, ‘ㄷ’, ‘ㅂ’, ‘르’, ‘여’, ‘러’, ‘거라’, ‘너라’ 변칙과 ‘ㅎ’ 변칙을 불규칙 용언으로 인정하고 있지만, ‘거라’, ‘너라’ 변칙도 어미의 기본형 자체가 다른 것으로 설명될 수 있다. 이 불규칙 용언은 오늘날 형태 음소론의 과제가 되어, 추상적인 기저형을 설정하거나 역사적 사실이나 방언 현상을 근거로 하여 규칙적인 현상으로 설명하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보조 어간을 정밀하게 분석하여 독자적인 문법 범주로 설정한 것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만 그것을 어미가 아닌 어간의 일부로 다루어서 활용에서 제외한 것은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安秉禧,1985;100~101). 그 의미를 기준으로 (1)사동(이, 리, 우, 기, 히), (2)피동(히, 기), (3)겸비(읍, 잡, 삽, 습 등), (4)존경(으시), (5)시간(는/ㄴ:겠, 리:았/었:더), (6)가능(겠), (7)추량(겠, 렷), (8)확인(것), (9)습관(것), (10)강세(치, 뜨리, 트리) 보조 어간으로 나누었는데 이들이 일정한 통합 서열이 있다는 현상을 밝히고, 이들과 어미의 결합 가능성 여부를 도표로 자세히 제시하였다(pp.349~390). 그러나 이들의 통합 서열을 일곱 단계로 설정하면서 ‘-는/ㄴ-’이 ‘-느-’의 이형태로 ‘-더-’와 같은 단계의 서열인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겠-’이나 ‘-ㅂ/읍-’, ‘-더-’보다 앞 서열로 설정하고 ‘-겠-’의 서열을 이중으로 설정한 것은 잘못된 것이다.
  오늘날은 이 보조 어간 가운데 사동, 피동, 강세 보조 어간은 파생 접사로 기술되고 나머지 예들은 그 통합 위치를 중시하여 선어말 어미로 기술되고 있다. ‘-ㅂ/읍-’의 분석은, 별 의미가 없다는 평가(남기심,1974;52)와 함께 현행 학교 문법에서도 받아들이지 않지만 오히려 정당한 것이었다는 평가를 받아야 될 것이다. ‘-겠-’은 미래, 가능, 추량의 의미를, ‘-것-’은 확인, 습관의 의미를 인정하였는데 오늘날은 이들의 의미를 하나로 설명하려는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 범주는 그 통합적 특징이 어간이 아닌 어미 곧 굴절 접사이므로 그 명칭을 보조 어간 대신에 선어말 어미로 부르는 것이 일반화되었지만, 선어말 어미라는 명칭도 교착어인 국어의 특성에는 어색한 것이다. 국어의 어미는 어간 다음에 일정한 순서에 따라서 결합한다는 것만 인정하면 선어말 어미는 어말 어미와 구별하지 않고도 기술할 수 있다.
  보조 동사는 선행 용언 (동사·형용사·지정사 )에 따른 분포와 선행 어미(부사형·명사형·관형사형·구속형 )에 따른 분포를 제시하고 그 의미에 따라 열세 가지로 분류하였다. (1) 부정(아니하다, 못하다, 말다), (2) 사동(하다, 만들다), (3) 피동(지다, 되다), (4) 진행(오다, 가다), (5) 종결(나다, 내다, 버리다), (6) 봉사(주다, 드리다, 바치다), (7) 시행(보다), (8) 강세(쌓다, 대다), (9) 당위(-어야 하다), (10) 시인적 대용(-기는 하다), (11) 가식(-은/는 체하다, 척하다, 양하다), (12) 과기(-을 번하다), (13) 보유(놓다, 두다, 가지다, 닥다) 보조 동사가 그것이다(pp.397~408). 이 가운데 동일 형식인 ‘하다’가 선행 요소의 차이 때문에 사동, 당위, 시인적 대용, 가식, 과기 보조 동사나 그 구성 요소로 분류되었는데 사동, 당위, 시인적 대용, 가식, 과기라는 의미는 ‘하다’의 의미가 아니라 ‘하다’에 선행하는 요소의 의미라는 문제점이 있다. 그러므로 이들 ‘하다’의 일부는 대동사로 기술될 가능성도 있다. 현행 학교 문법에서는 관형사형 어미가 선행하는 가식 보조 동사와 과기 보조 동사를 제외하고 ‘보이다’라는 짐작 보조 동사를 추가로 인정하고 있다.
  보조 사에 대한 논의에서 부사형 ‘-아/어’와 ‘-고’ 다음의 예들을 보조 동사로 인정하는 것에는 이견이 거의 없지만 그 구체적인 예들이나 나머지 명사형, 관형사형, 구속형 다음의 예들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접속이라는 통사론적 구성과 복합 동사라는 형태론적 구성의 중간적인 특성 때문에 오늘날까지도 보조 동사를 구별할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바꾸힌 움직씨[變動詞]’에서는 사동법과 피동법을 다루었다. 사동법은 사동 접사 ‘-이, -리, -우, -기, -히, -후, -키, -구’에 의한 사동, ‘하다’를 ‘시키다’로 바꾼 사동, ‘-게 하다’에 의한 사동 세 가지 유형을 들고 사동사의 목적어는 본동사의 주어라는 서술도 하였다(pp.410~420). 피동법은 피동 접사 ‘-히, -기’에 의한 피동, ‘되다, 받다, 당하다’에 의한 피동, ‘-아 지다’에 의한 피동 세 가지 유형을 들었다 (pp.420~434). 사동법과 피동법도 그 범주에 접사와 보조 동사에 의한 유형은 물론 ‘시키다’와 ‘되다, 받다, 당하다’라는 어휘에 의한 유형까지 포함하여   의미에 기준을 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동 접사는 발음대로의 형식을 거의 그대로 인정하였지만 피동 접사는 ‘-히,-기’만을 인정하여 ‘보이다 :보히다, 알리다:알히다’ 등처럼 접사에 의한 사동사와 피동사를 의도적으로 구별하고, ‘얻 [得]히다, 믿[信]히다, 주[與]히다, 사[買]히다, 치[打]히다 등’처럼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피동사도 만들어 써야 한다고 주장하였는데 그것은 바로 규범적인 태도의 결과이다 (남기심, 1980;19~21). 한편, 피동법의 의미로 이해(利害) 피동, 가능적(可能的) 피동과 함께 든 자연적(自然的) 피동은 국어 피동법의 의미에서 나타나는 특수성을 올바르게 파악한 것이다. 그러나 국어의 피동이 늘 사람을 중심 삼는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李翊燮, 1967;42). 그 밖에 사동사와 피동사가 어휘화하여 본동사와 능동사의 의미에서 멀어진 예들을 ‘변동사의 본동사화’라는 현상으로 제시하였다 (pp.434~443).
  동사의 시제는 말하는 때를 기준으로 하는 직접 시제와 과거에 겪은 때를 기준으로 하는 회상 시제로 분류하였다. 직접 시제와 회상 시제 각각은 현재, 과거, 미래 시제로 나누고 그것을 원시, 완료시, 진행시, 진행 완료시로 나누어 다음과 같이 12시제를 설정하였다.
  원시 완료시 진행시 진행 완료시
현재 -다 -았다/었다 -고 있다(-는/ㄴ다) -고 있었다
과거 -았다/었다 -았었다/었었다 -고 있었다 -고 있었었다
미래 -겠다 -았겠다/었겠다 -고 있겠다 -고 있었겠다
  이 12시제는 종지법의 서술형과 의문형은 물론이고 자격법의 관형사형과 명사형, 접속법의 경우에는 ‘-었-’과 ‘-겠-’의 통합이 가능한 구속형, 방임형, 나열형 등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도표로 제시하였다(pp.444~478). 이 시제에 대한 분류도, 그 형식과 의미의 관계에서 ‘-았/었-’이 과거와 현재완료를, ‘-고 있었-’이 과거 진행과 현재 진행 완료를 나타내는 것으로 나누는 등, 오늘날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이 분류는 언어 현실을 반영한 것이 아니라 먼저 12시제 범주를 미리 설정해 놓고 거기에 형태를 맞추어 넣은 논리적인 틀(남기심, 1974;54~55 및 1980;17~-19)을 중심으로 한 전체의 관계를 지나치게 중시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시제에 대한 분류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아 왔지만, 적어도 기준시를 인식하였다는 것과 그 기준시를 직접 시제와 회상 시제를 나눈 것은 결과적으로 발화시와 지각시를 기준시로 삼은 것이므로 긍정적인 측면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3.2.형용사는 그 의미를 기준으로 (1) 실질 형용사, (2) 형식 형용사로 분류하고 실질 형용사는 ㉠ 성상, ㉡ 존재(있다, 계시다, 없다), ㉢ 비교(같다, 다르다, 비슷하다, 못하다) 형용사로 나누고 형식 형용사는 ㉠ 수량(적다, 많다, 크다, 작다 등), ㉡ 지시(이러하다, 그러하다, 저러하다, 어떠하다, 아무러하다) 형용사로 나누었다. 형용사 가운데 중심인 성상 형용사는 다시 감각적인 것과 정의적인 것으로 나누었다(pp. 482~488).
  의미를 기준으로 분류된 형용사 가운데 존재 형용사는 그 후에 존재사 (存在詞)라는 품사로 독립시켜야 한다는 견해가 제시되기도 하였다. 비교 형용사는 조사 ‘-와/과’에 대한 논의에서 주목을 받았지만 형용사의 중심인 성상 형용사의 하위 분류는 통사적인 차이를 보이지 않기 때문인지 문법론보다는 주로 어휘론의 대상이 되었다. 다만 ‘기쁘다, 슬프다, 즐겁다 등’의 심리 형용사는 심리 동사라고도 불리면서 ‘-어 하다’가 결합한 동사문, 주격 중출문을 만드는 특성 등이 논의되었다.
  형용사의 활용은 동사의 활용과 차이를 보인다. 동사의 활용과 달리 종지법에는 명령형과 청유형이 없고, 자격법에는 부사형 ‘-고’와 관형사형‘-는’이 없고, 접속법에는 시간적 나열형과 목적형이 없는 대신에 강세형 ‘-으나, -디, -고’가 있는 것이 형용사의 활용에서 나타나는 차이점으로 서술되었다 (pp.490~515).   그 밖에 형용사의 활용형과 차이가 있는 것으로 제시한 동사의 활용형 ‘-느니라, -느냐, -노니, -는, -는지라, -는데, -는바, -느니’ 등에서 ‘-느-’를 분석하면 동사와 형용사의 차이를 보이는 활용형은 훨씬 줄어들 것이다. 형용사의 부사형에 ‘-이’를 포함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파생 접사인 ‘-이’를 ‘-게’가 축약된 것으로 보고 활용 어미에 포함한 것은 (pp.502~503) 문제가 있지만, ‘-이’와 ‘-게’의 관계를 인식하고 ‘-이’의 예로 제시한 문장은 부사가 아닌 부사절이라는 통사론적 구성을 지배 영역으로 하는 것이므로 ‘-이’의 특수한 성격을 인식했던 것으로 보인다.
  형용사의 변칙 활용은 (1)‘ㄹ’, (2)‘ㅅ’, (3)‘ㅎ’, (4)‘으’, (5)‘ㅂ’, (6)‘여’, (7)‘러’, (8)‘르’ 변칙을 들었는데 동사의 변칙 활용과 달리 ‘ㄷ’, ‘거라’, ‘너라’ 변칙이 없고 ‘ㅎ’ 변칙이 있다는 차이를 서술하였다(pp.515~524).
  형용사의 보조 어간은 동사의 경우와 달리 사동 (이, 리, 우, 기, 히), 피동(히, 기), 현재 진행(는/ㄴ), 가능(겠), 강세(치, 트리, 뜨리) 보조 어간이 없다는 차이를 서술하였다(pp.524~525). 그러나 사동과 피동의 접사 ‘-이’와 ‘-히’나 선어말 어미 ‘-겠-’이 형용사 다음에 통합할 수 없는 것은 아니므로 이 차이도 보조 어간에 잘못 부여한 의미만을 기준으로 삼은 결과이다.
  보조 형용사는 (1) 희망(싶다, 지다), (2) 부정(아니하다, 못하다), (3) 추량(듯하다, 듯싶다, 법하다, 보다, 싶다), (4) 시인(-기는/기도 하다), (5)가치(-을 만하다, -음 직하다), (6)상태(-아 있다, -고 있다) 보조 형용사 여섯 가지를 들었는데(pp.530~537) 현행 학교 문법에서는 가치 보조 형용사를 제외하였지만 보조 동사의 경우처럼   보조 형용사를 구별하는 객관적인 기준을 오늘날까지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형용사의 시제는 직접 시제와 회상 시제로 분류하였지만 기본적인 현재, 과거, 미래만 인정하고 진행, 완료, 완료 진행을 인정하지 않아서 동사의 시제와 다르게 서술되었다(pp.538~548). 동사와 형용사의 시제를 구별해서 기술하고, 관형사 절과 같은 내포문과 주문장의 시제를 구별해서 기술하는 것은 ‘우리말본’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지만 그 결과는 하나의 형식이 두 가지 이상의 시제를 나타내는 것을 인정하거나 두 가지 이상의 다른 형식이 하나의 시제를 나타내는 것을 인정하게 되는 문제점이 있다. 따라서 시제나 상을 나타내는 형식을 형태소 단위로 분석하여 그것의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3.3. 지정사는 ‘우리말본’의 특징을 나타내는 품사라고 할 수 있다. 지정사로 설정한 ‘이다’와 ‘아니다’의 활용에서 명령형, 청유형이 없고 ‘-느-’의 통합형 어미가 결합할 수 없는 것 등을 동사보다는 형용사와 유사한 특징으로 들었다. 그 밖에 지정사의 활용이 동사나 형용사의 활용과 다른 점으로 서술형 ‘-라, -로다, -로구나, -ㄹ세, -올시다’가 쓰이는 것, 부사형 ‘-게, -지, -고’가 쓰이지 못하는 것, 접속법의 의도형, 도급형, 반복형, 강세형이 쓰이지 못하는 것 등을 들었다(pp.550~568).
  ‘이다’와 ‘아니다’를 독립된 품사로 인정하느냐의 문제는 오랫동안의 우여곡절 끝에 현행 학교 문법에서 ‘이다’는 서술격 조사, ‘아니다’는 형용사로 분류하고 있다. ‘이다’는 의존 형식이고 ‘아니다’는 자립 형식이라는 차이를 중시한 결과이지만 학교 문법에서는 조사도 단어이므로 결국은 둘 다 단어로 인정하고도 다른 품사로 나누어 놓은 셈이다.
  ‘아니다’는 형용사이건 지정사이건 용언으로 인정을 받아 왔는데 문제는 ‘이다’이다. ‘이다’에 관한 현상 가운데 가장 비중을 두어야 할 것은 그 부정문이 ‘아니다’로 나타나고 그것이 활용을 한다는 사실이므로 ‘이다’를 ‘아니다’와 함께 용언의 하나로 기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지 않으면 체언의 활용이나 현행 학교 문법처럼 조사의 활용을 인정해야 하므로 활용 체계의 기술에 무리가 따른다.
  ‘이다’를 용언으로 기술하는 방법은 지정사라는 별도의 품사로 설정하는 방법 외에도 ‘아니다’에 묶어 형용사로 분류하거나, 형용사를 만드는 파생 접사로 처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느 방법이나 문제점을 가지고 있을 만큼 ‘이다’는 특수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우리말본’이 밝혀 놓은 ‘이다’와 ‘아니다’의 활용상의 특징과 서술어가 체언인 긍정문과 부정문의 관계를 중시한다면 이들은 용언으로서 동사나 형용사와 구별되는 독립된 품사로 인정할 만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4

  4.0. 관형사, 부사, 감동사는 ‘꾸밈씨’로 분류된 예들이다. 그러나 감동사를 ‘꾸밈씨’로 분류한 것은 ‘임자씨’가 세 품사, ‘풀이씨’가 세 품사인 것에 맞추어 ‘꾸밈씨’도 세 품사를 설정하여 균형을 맞추기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李翊燮,1967;42)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4.1.관형사는 그 뒤의 체언을 꾸미는 품사로 정의하였다. 관형어와 관형사의 차이, 접두사와 관형사의 차이를 서술하고 관형사의 수식을 받는 것은 체언뿐이라는 특징을 서술하였다. 그리고 관형사는 활용하지 않는다는 형태상의 특징을 언급하였다(pp.574~578).
  관형사는 그 의미를 기준으로 (1)성상 관형사, (2)수량 관형사, (3)지시 관형사로 분류하였다(pp.578~586). 이 분류는 현행 학교 문법에서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성상 관형사는, 고유어로 ‘새, 헌, 외’를 들었는데 ‘외’는 단어가 아니라 접두사이고, 한자어로 진(鎭), 가(假), 공(公), 사(私), 순(純), 잡(雜), 급(急), 생(生), 신(新), 구(舊), 대(大), 소(小), 장(長), 단(短), 고(高), 저(低), 주(主), 정(正), 부(副), 준(準), 이(異), 동(同) 등을 들었는데 그 예들의 대부분은 관형사라는 독립된 단어가 아니라 복합어의 어기일 가능성이 크다. 수량 관형사는 수사에서 온 수(數)를 나타내는 것(한, 두, 세, 네, 닷, 엿, 일곱 등)과 명사에서 온 양(量)을 나타내는 것(온, 반, 숱한, 약간, 소수, 다수)으로 나누었다. 그러나 ‘약간, 소수, 다수’는 격조사를 취할 수 있으므로 명사이다. 지시 관형사는 ‘이, 그, 저, 요, 고, 조, 다른 : 아무, 어느, 무슨, 웬’등과 한자어의 예들을 제시하였다.
  이 관형사에 포함된 예들은 체언인 명사, 대명사, 수사와 구별할 수 있는 기준이 전체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명사는 스스로 다른 체언을 꾸미는 관형어의 기능을 가질 수 있고, ‘이, 그, 저’는 대명사와 관형사의 기능을 함께 가지며, ‘다섯, 여섯, 일곱’ 등도 수사와 관형사의 기능을 함께 가지기 때문이다.

  4.2.부사는 그 뒤의 용언을 꾸미는 품사로 정의하였다. 부사어와 부사의 차이, 접두사와 부사의 차이를 서술하고 부사는 용언 외에도 관형사, 부사, 명사를 꾸미기도 하고 문장을 꾸미기도 한다는 특징을 서술하였다. 그리고 부사는 활용하지 않는다는 형태상의 특징을 언급하였다(pp.587~594).
  부사는 그 의미를 기준으로 (1) 시간 부사, (2) 처소 부사, (3) 상태 부사, (4) 정도 부사, (5) 화식 부사, (6)접속 부사로 분류하였다(pp.594~604). 시간 부사의 예 가운데 ‘어제, 오늘, 내일 등’은 명사로도 분류되고, 처소 부사의 예 가운데 ‘여기, 저기, 거기 등’은 대명사로도 분류되는데 그 기능을 중시하여 두 품사를 모두 인정할 것인지, 형태상의 특징을 중시하여 부사에서는 제외할 것인지가 문제가 된다. 어휘 의미를 기준으로 한 분류는 부사에 대한 연구에서 전통이 되어 그 이후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다만 현행 학교 문법에서는 문장의 한 성분을 꾸미는 성분 부사는 성상 부사(의성 부사, 의태 부사 포함), 지시 부사, 부정 부사로 나누고 문장 전체를 꾸미는 문장 부사는 양태 부사, 접속 부사로 나누고 있다.
  ‘우리말본’의 화식 부사와 접속 부사가 문장 부사에 해당하는 것이다. 화식 부사(진술 부사, 말재 어찌씨)는 ㉠ 단정을 요구하는 것(과연, 진실로, 물론, 단연코, 꼭, 반드시, 마치, 천연, 결코, 조금도), ㉡ 의혹이나 가설을 요구하는 것(왜, 어찌, 아마, 글쎄, 만약, 만일), ㉢ 바람[願望]을 요구하는 것(제발, 아무쪼록, 부디)으로 분류하였는데 이들은 화자의 태도를 표시하는 양태 부사라고 불리기도 한다. 접속 부사에 대해서는 앞 문장과 뒷 문장의 중간에 서서 그 둘을 잇는 중립적인 존재로 보아 인구어처럼 접속사를 독립시키려는 의견(남기심, 1974;47~48)도 있었으나 접속사는 독립된 품사로 인정하지 않고 뒤 문장의 구성 요소로 문장 전체를 꾸미는 문장 부사의 하나로 분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부사의 분류는 형태론적 구성에 따라서 단일어인 본래 부사와 파생이나 복합에 의한 전성 부사를 구별하거나, 통사론적인 수식 범위에 따라서 문장 부사와 성분 부사를 구별하는 형태론과 통사론 차원의 논의가 함께 이루어지고 있다.

  4.3.감동사는 절이나 문장 앞에서 그것을 꾸미는 품사로 정의하였다. 감동사를 ‘꾸밈씨’로 분류하였으나 문장의 조직에는 큰 관계가 없는 독립적인 성분임을 언급하고 있어 그 분류에 문제점이 있음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 어미나 조사 그리고 어조에 의한 느낌을 나타내는 것은 감동사가 아니라고 하면서도 체언인 ‘이놈, 요놈, 저놈, 그놈’ 등과 용언인 ‘옳다, 옳지, 좋다, 잘한다, 버텨라, 뽐내라’ 등을 감동사에 포함한 것은 잘못된 것이다(李翊燮, 1967;40). 그 밖에 ‘왜, 정말, 글쎄, 어디’등은 부사로도 분류되는 것이다.
  감동사는 놀람, 기쁨 같은 순연한 감정을 나타내는 감정적 감동사와 꾀임, 부름 같은 의지의 앞머리를 나타내는 의지적 감동사로 분류하였다. 현행 학교 문법에서도 감탄사는 감정 감탄사와 의지 감탄사로 분류하고 있다. 그러나 그 의미를 기준으로 감정적 감동사는 기쁨, 성냄, 슬픔, 걱정, 한숨 등 25가지로 분류하고 의지적 감동사는 단념, 주의, 부름, 대답 등 9가지로 분류한 것은(pp.607~610) 의미를 기준으로 한 분류의 극단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5

  5.0.조사는 ‘걸림씨’로 분류된 것이다. 조사는 체언, 용언, 수식어에 붙어서 그들의 문법적 관계를 보이거나 뜻을 더하는 품사로 정의하였다. 이 조사를 독립된 품사로 인정한 것은 ‘우리말본’을 대표할 만한 중요한 특징이다.

  5.1.조사는 그 구실에 따라 격조사, 접속 조사, 보조사, 감동 조사로 분류하였다. 격조사는 통사적 기능에 따른 문장 성분과 관련하여 (1) 주격(이/가, 은/는,에서, 께서, 께옵서), (2) 관형격(의), (3) 부사격, (4) 목적격(을/를), (5) 호격(아/야, 여/이여), (6) 보조격(이/가) 조사로 분류하였는데, 부사격 조사는 그 하위 분류로 ㉠ 처소격(에, 에게, 한테, 더러, 께, 에서, 로, 안에, 밖에 등), ㉡ 기구격(로, 로써), ㉢ 자격격(로, 로서), ㉣ 비교격(와/과, 하고, 처럼, 같이, 만큼, 보다), ㉤ 여동격(와/과, 하고), ㉥변성격(이/가, 로), ㉦ 인용격(라, 라고, 고) 조사로 나누었다(pp.612~635). 이 분류는 구체적인 예들에서는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서술격 조사를 추가한 것을 제외하면 현행 학교 문법에서도 거의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다만 오늘날 ‘-은/는’은 격조사로 분류되지 않으며 ‘안에’, ‘밖에’는 명사와 처소격 조사로 분석하여 기술된다.
  이 격조사의 분류는 통사적 기능을 중시한 분류라고 할 수 있다. ‘-이/가’를 주격, 보조격, 변성격 조사로, ‘-로’를 처소격, 기구격, 자격격, 변성격 조사로, ‘-와/과’를 비교격, 여동격 조사로 분류하여 그 형식보다는 통사적 기능이나 피상적인 의미를 중시하고 있다. 이러한 분류는 형식보다는 기능 또는 형태보다는 의미를 중시한 것으로 이해되어 왔으나 사실은 의미를 잘못 이해한 결과이다. 왜냐하면 이 분류에서 기준으로 삼은 의미란 격조사에 선행하는 체언의 의미나 후행하는 용언의 의미에 의한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또한 ‘되다’ 앞의 보어는 제외하고 ‘아니다’ 앞의 보어만을 위하여 보조격 조사를 설정한 것은 그 명칭도 문제거니와 보어에 대한 이해에 문제점이 있음을 드러낸다.
  보조사는 그 의미에 따라 (1) 상이(은/는), (2) 동일(도), (3) 단독(만,뿐), (4) 일양(마다, 씩), (5) 시작(부터), (6) 도급(까지), (7) 특별(이야, 이야말로), (8) 역동(인들, 이라도), (9) 선택(이나, 이든지), (10) 개산(이나), (11) 첨가(조차), (12) 종결(마저), (13) 불만(이나마), (14) 고사(커녕), (15) 혼동(서껀) 보조사 열 다섯 가지로 분류하였다(pp.638~647).
  보조사는 특수 조사, 한정 조사, 후치사 등의 명칭으로도 불리는데 그 분포가 체언, 부사는 물론 격조사,연결 어미 다음에도 결합하기 때문에 격조사나 용언의 어미와 구별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현재 ‘-은/는, -도, -만, -야, -라도, -조차, -마저, -나, -나마, -부터, -까지’정도가 별 이견이 없이 보조사로 인정되는 예들이지만 이 가운데에도 ‘-야, -라도, -나, -나마’는 자음 다음에는 ‘-이야, -이라도, -이나, -이나마’로 실현되므로 지정사 ‘이다’의 활용형일 가능성이 높다.
  문법적 관계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의미를 더해 주는 보조사에 대한 연구는 보조사 각각의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보조사는 담화에 관련된 요소를 전제하는 공통점이 있고 주제와도 관련이 있는 요소이므로 화용론에서 관심의 대상이 될 만한 범주이다.
  접속 조사와 감동 조사를 별개의 범주로 설정한 것은 문제가 있다. 현행 학교 문법에서 인정하는 접속 조사는 (1) 단어 접속 조사(와/과, 이고, 이며, 이랑, 하고, 하며, 에), (2) 문 접속 조사(마는, 시피)로 분류하였지만(pp.647~650), 단어 접속 조사 가운데 ‘-와/과, -이랑’은 비교격 및 여동격 조사와 동일 형식이고 ‘-에’는 처소격 조사와 동일 형식이며 ‘-이고, -이며, -하고, -하며’는 연결 어미 ‘-고’나 ‘-며’가 들어 있는 형식으로 이들은 그 의미도 연결 어미 ‘-고’나 ‘-며’와 관련이 있다. 문 접속 조사 가운데 ‘-마는’은 보조사 ‘-만’과 관련이 있고 ‘시피’는 보조 형용사 ‘싶 -’과 접사 ‘-이’가 통합한 것이다.
  감동 조사는 체언 뒤의 ‘-도, -이나’, 용언 뒤의 ‘그려’, 분포가 자유로운 ‘-요, 말이야’를 그 예로 제시하였는데 (pp.650~651) 체언 뒤의 ‘-도, -이나’는 보조사로 분류되는 것과 그 형식과 의미가 동일한 것이다. ‘그려, 말이야’의 ‘그래, 말인데’로의 변화도 가능한 자립 형식이므로 조사로 보기는 어렵다.
  조사 끝 부분에 서술된 내용 (pp.653~656)은 신중히 검토해 볼 만한 것이다. 조사 ‘-이나, -이나마, -인들, -이며’와 어미 ‘-으나, -으나마, -은들, -으며’를 그 형식이 다른 것으로 구별하고 있지만 조사의 ‘이’가 지정사라면 이들은 동일 형식의 어미일 가능성이 크다. 또한 동일 형식인 조사가 여러 가지 의미로 쓰이는 ‘-나/이나, -와/과, -하고, -로/으로, -이/가, -도, -은/는’을 들었는데 이들 각각을 하나의 의미로 기술하려는 노력이 그 이후에 계속되고 있다.


6

  6.0.조어법은 파생어, 복합어, 품사의 전성으로 나눈 결과가 되었지만 형태론의 기본인 형태소나 단어, 파생과 굴절 등의 개념을 분명히 인식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많은 문제점이 드러난다. 품사의 전성은 별도로 나누지 않고 파생어나 복합어에서 다루어도 좋을 내용이다.

  6.1.‘씨가지 [接辭]’에서 다룬 내용은 파생어를 형성하는 파생 접사에 관한 것이다.
  단어는 ‘홑씨 [單一語]’와 ‘겹씨 [複合語]’로 나누었는데, ‘가락지, 맨손, 형님’과 같은 파생어를 단일어로 나눈 것은 (p.658)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받아들일 수 없다.
  접사는 그 위치에 따라서 ‘앞가지 [接頭辭]’, ‘뒷가지 [接尾辭]’, ‘속가지 [揷入辭]’로 나누었다. 그러나 접두사와 관형사를 구별하면서 ‘귀(貴), 전(全), 온[全], 반(半), 외[孤]’를 관형사로 본 것 (p.667)은 잘못이다. 한자어 접두사로 제시한 예들도 파생 접사인지 복합어의 어기인지를 구별할 수 있는 기준이 없다. 접미사 ‘-하다’가 결합한 ‘폐 (廢), 동(動), 막연, 태연, 당연, 생생, 적적, 분분’을 명사로 분석하고 접미사 ‘-히’가 결합한 ‘도도, 분분, 서서, 속, 급, 심, 쾌, 정’을 명사로 분석한 것 (pp.674~675)도 잘못이다. 더구나 ‘잇몸’의 ‘ㅅ’과 ‘좁쌀’의 ‘ㅂ’을 삽입사 (infix)로 인정한 것(p.681)도 받아들일 수 없다.
  접사를 그 기능에 따라서는 ‘뜻 더하는 [加意的] 접사’, ‘말 만드는 [造語的] 접사’, 소리 고루는 [調音的] 접사’로 나누었다. 그러나 용언의 보조 어간으로 분류한 예들을 모두 ‘뜻 더하는 접사’로 분류한 것 (p.672)과, 형용사를 명사로 만드는 ‘기쁨, 슬픔, 아픔’의 ‘-음’과  형용사를 관형사로 만드는 ‘헌, 오른, 다른, 바른, 갖은, 모든’의 ‘-은’을 품사의 자격을 바꾸는 접미사로 따로 분류해 놓고도 자격법의 모든 어미를 여기에 포함하여 ‘가기, 오기, 놀기 등’의 ‘-기’, ‘노는, 가는, 노래하는’의 ‘-는’, ‘간, 잡은, 큰, 적은’의 ‘-은’을 제시한 것은 (p.680), 파생과 굴절의 구별 기준이 분명하지 않았음을 보여 준다. 그 밖에 ‘쇠돌이’의 ‘이’, 조사 ‘-은, -을, -으로’와 어미 ‘-으니, -으면, -으니까, -음, -은, -을’의 ‘으’를 ‘소리 고루는 접사’로 인정한 것 (pp.672~673)도 받아들일 수 없다.

  6.2. ‘겹씨 [複合語]’는 ‘뜻과 꼴이 둘 더 되는 낱말’로 정의하였다. 복합어와 구(句)를 구별하는 문제를 인식하기는 하였으나 언어 습관에 따른 언어 의식이 결정하는 것이라고 하여(pp.687~688)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하지는 못하였다.
  복합어는 그 구성 요소의 의미 관계를 기준으로 그 구성 요소가 의미를 잃고 새 의미를 나타내는 ‘녹은[融合] 겹씨’, 두 구성 요소가 주종 관계를 이루는 ‘가진 [有屬] 겹씨’, 두 구성 요소가 그 의미를 유지하는 ‘벌린 [竝列]겹씨’로 나누고 각각에 해당하는 예들을 품사별로 제시하였다 (pp.688~705). 첩어(疊語)는 ‘벌린 겹씨’에 포함하였다. 조사와 조사가 결합한 것을 ‘벌린 겹씨’에 포함하여 그 구성 요소가 둘로 이루어진 예들만을 제시하였으나 조사와 조사의 결합은 셋 이상도 가능한 통사론적인 구성이고 병렬 관계도 아니다. 조사를 단어로 인정하였기 때문에 단어 구성의 차원에서 복합 조사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겠지만 조사는 단어가 아닌 명사구의 구성 요소이고 복합 조사를 인정하면 조사의 목록이 많아져서 조사의 기술에는 부담이 되므로 가능한 한 복합 조사는 인정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표준어와 맞춤법에서 문제가 되는 복합어에서 나타나는 음운 현상은 ‘겹씨의 소리됨’에서 서술하고 있어 (pp.705~718) 규범적인 성격을 나타내고 있다.

  6.3. ‘씨의 바꿈[品詞의 轉變]’에서는 아무것도 더하지 않고 품사가 달라지는 경우, 접사를 더해서 품사가 달라지는 경우, 복합어가 되어서 품사가 달라지는 경우를 ‘씨의 몸바꿈 [品詞의 轉成]’이라고 하였다. 아무것도 더하지 않고 품사가 달라지는 경우로는 ‘정말, 참, 참말, 어제, 오늘, 내일 등’(명사 ⇒ 부사), ‘한가지:한가지다, 풀:푸르다’(명사 ⇒ 형용사), ‘여기, 저기, 거기, 언제, 이리, 그리, 저리’(대명사 ⇒ 부사), ‘다, 모두, 조금, 스스로, 서로, 오래’(부사 ⇒ 명사), ‘이, 그, 저’(관형사 ⇒ 대명사), ‘가물다:가물, 신다:신, 누비다:누비, 품다:품, 배다:배’(동사 ⇒ 명사), ‘크다, 돋다, 붉다, 길다’(형용사 ⇒ 동사) 등을 들었는데(p.720) 명사나 대명사가 부사로 쓰이는 것과, 부사가 관형사로, 관형사가 대명사로 쓰이는 것은 하나의 단어가 여러 품사의 기능을 가지는 ‘품사의 통용’(남기심·고영근, 1985:180~182)으로 기술되기도 하는 것이다. 접사를 더해서 품사가 달라지는 예로는 파생 접미사 ‘-음, -아/어, -은, -하다, -지다, -답, -스럽, -롭, -이, -거리다, -ㅂ, -브’ 등에 의한 파생어를 들었다. 복합어가 되어서 품사가 달라지는 예로는 ‘맛나다, 빛나다’(명사+동사 ⇒ 형용사 ), ‘밤낮’(명사+명사 ⇒ 부사), ‘천 년, 만 년’(수사+명사 ⇒ 부사), ‘때때로’(명사+명사+조사 ⇒ 부사), ‘나날이, 다달이, 곳곳이’(명사+명사+접미사 ⇒ 부사 ) 등을 들었다(pp.724~725).
  ‘씨의 뜻바꿈[品詞의 轉義]’에서는 다의 현상을 ‘뜻바꿈’으로 이해하여 ‘먹다’가 ‘마시다, 피우다, 세우다, 취득하다, 해치다, 얻다, 침입하다’ 등 22가지의 뜻을 나타낸다는 예를 들었다(p.726). 자음 교체에 의한 뜻바꿈으로는 평음인 ‘밑말’의 자음을 경음으로 바꾼 ‘센말’과 유기음으로 바꾼 ‘거센말’의 짝으로 ‘감감하다 /깜깜하다/캄캄하다’, ‘당당 /땅땅/탕탕’등을 들고, 모음 교체에 의한 뜻바꿈으로는 ‘밑말’과 ‘작은말’의 짝으로 ‘땅땅 /땡땡’, ‘펄펄/팔팔’, ‘저렇다 /조렇다’, ‘벙글벙글 /빙글빙글’, ‘출렁출렁 /찰랑찰랑’, ‘둥둥 /덩덩’, ‘줄줄 /졸졸’, ‘그득하다 /가득하다’, ‘그렇다 /고렇다’, ‘지글지글 /자글자글’, ‘빙빙 /뱅뱅’등을 들었다(pp.727~731). 오늘날 모음 교체에 의한 어감의 차이는 ‘밑말’과 ‘작은말’이 아니라 ‘큰말’과 ‘작은말’의 대립으로 기술되고 ‘빙글빙글’이 ‘벙글벙글’보다는 어감이 크다.


7

  7.0. 언어 단위의 분류는 형식과 의미에 기준을 두어야 한다. 형식과 의미가 동일한 문법 단위는 하나의 문법 범주로 분류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바람직하다. 문법 단위의 분류에서 형식과 의미보다 통합 관계나 통사적 기능이 더 중요한 기준은 아니다. 이 글은 ‘우리말본’의 품사론에서 제시한 여러 가지 분류 가운데 형식이나 의미를 기준으로 한 것은 그 이후에 기준이 더욱 분명해지고 정리되기는 하였지만 현행 학교 문법에서도 거의 그대로 받아들일 정도로 규범 문법에 미친 영향이 크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그 분류 가운데   통합 관계나 통사적 기능을 일차적인 기준으로 한 것은 문제점이 드러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글은 그러한 문제점을 들추어내기 위하여 ‘우리말본’과 현행 학교 문법을 함께 살펴보았다.
  품사 분류에서 기준을 형태나 기능 가운데 어느 것에 두느냐에 따라서 ‘우리말본’은 물론 그 이후 오늘날까지도 형식과 의미가 동일한 단어를 두 가지 이상의 품사로 분류하는 예들이 있다.
(1) 어제, 오늘, 내일, 지금 등: 명사 ⇔ 부사 ⇔ 관형사
(2) 여기, 거기, 저기 등: 대명사 ⇔ 부사
(3) 이, 그, 저 등: 대명사 ⇔ 관형사
(4) 다섯, 여섯, 일곱, 열, 백 등: 수사 ⇔ 관형사
(5) 왜, 정말, 글쎄, 어디 등: 부사 ⇔ 감탄사
(6) 신, 빗, 배, 품, 누비 등: 명사 ⇔ 동사
(7) 크다, 늙다, 붉다 등: 동사 ⇔ 형용사
  이 예들은 형식과 의미를 기준으로 하면 하나의 품사로 분류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활용하는 단어인지의 여부와 활용 방식에 따른 형태상의 특징이나 그 기능을 기준으로 하면 두 가지 이상의 품사로 분류된다. 이 가운데 (1-5)는 품사의 통용으로 기술되기도 하고 (6-7)은 영접사 파생으로 기술되기도 하지만 아직도 이들의 품사 분류가 올바른 결론에 도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문장 성분을 주어, 서술어, 목적어, 관형어, 부사어 등으로 분류하는 단계에서는 그 기능을 중시하고 품사를 분류하는 단계에서는 형태상의 특징을 중시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판단되기는 하지만 이들 전반을 대상으로 품사 분류의 기준을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품사 분류뿐만 아니라 형태소 단위인 복합어의 어기, 관형사, 부사, 활용 어미로 분류된 예들에는 파생 접사와 그 형식이 동일한 예들이 많이 있어 그것을 구별하는 기준도 앞으로 논의해야 할 과제이다.
  명사, 대명사, 수사, 동사, 형용사, 관형사, 부사 등의 어휘는 그 의미를 기준으로 하위 범주를 분류하는 경우가 많다. 의미를 기준으로 한 어휘의 분류는 그 기준이 다양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말본’의 분류도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그 이후의 분류에 크게 영향을 미치기도 하였다.
  그러나 조사, 어미 등의 문법 형태소는 그것이 통합하는 위치에 따라서 다양한 통사적 기능과 의미를 나타내므로 그 분류가 쉽지 않다. 어휘보다 문법적 관계를 나타내는 조사와 어미 등의 문법 형태소를 분류하여 기술하는 문제가 국어 문법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조사와 어미의 분류에서도 통합 관계와 통사적 기능이나 형식과 의미 가운데 어느 것을 중시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진다. ‘우리말본’은 물론 그 이후의 학교 문법은 형식과 의미보다는 통합 관계와 통사적 기능을 중시한 분류를 해 왔다. 그 결과 형식과 의미가 동일한 조사나 어미를 여러 가지 하위 범주로 분류하고 있다.
(1) ‘-이나,-이나마,-이야,-이라도,-인들’: 보조사 ⇔ ‘이다’의 활용형
(2) ‘-이고,-이며’: 접속 조사 ⇔ ‘이다’의 활용형
(3) ‘-이/가’: 주격 조사 ⇔ 보격 조사
(4) ‘-와/과’: 여동격 조사 ⇔ 접속 조사
(5) ‘-으로’: 처소격 조사 ⇔ 자격격 조사 ⇔ 기구격 조사
(6) ‘-아/어,-지’: 종결 어미 ⇔ 종속적 연결 어미 ⇔ 보조적 연결 어미
(7) ‘-고’: 인용 조사 ⇔ 대등적 연결어미 ⇔ 종속적 연결 어미 ⇔ 보조적 연결 어미
  이 예들은 조사나 어미의 하위 범주를 분류한 내용 가운데 오늘날까지도 둘 이상의 범주에 포함되는 예들의 극히 일부분이다. 통합 관계와 통사적 기능을 일차적인 기준으로 하위 범주를 분류한 다음에 그 하위 범주를 다시 피상적인 의미를 기준으로 분류한 결과이다. 그러나 형식과 의미를 일차적인 기준으로 분류를 하면  동일한 조사나 어미가 여러 가지 하위 범주로 분류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말본’과 그 이후의 학교 문법이 품사 분류에서 조사와 어미를 구별하여 국어 문법을 서술한 것은 더욱 큰 문제가 있다. 조사와 어미는 단어뿐만 아니라 구, 절, 문장이라는 모든 문법 단위의 구성 요소로 쓰일 수 있으므로 동등한 자격을 가지는 것으로 분류되고 기술되어야 한다.
  이 글은 ‘우리말본’의 품사론이 제시한 분류에서 문제점을 제기하는 데에만 관심을 두었고 그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에는 관심을 두지 못하였다. 이 글에서 제기한 여러 가지 문제점을 해결하여 이 글이 우리의 규범 문법을 올바르게 확립하고 그것을 가르치는 데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참고 문헌

國語硏究會 編(1990), 國語 硏究 어디까지 왔나, 東亞 出版社.
김계곤, ‘우리말본’, 초간책과 수정책과의 비교, 나라 사랑 제14집.
김석득(1983), 우리말 연구사, 정음 문화사.
남기심, ‘우리말본’의 씨갈에 대하여, 나라 사랑 제14집.
남기심(1980), 국어 문법 연구사에서 본 ‘우리말본’, 東方 學志 25집.
남기심·고영근 (1985), 표준 국어 문법론, 탑 출판사.
安秉禧(1985), 崔鉉培, 金完鎭·安秉禧·李秉根 共著, 국어 연구의 발자취(1), 서울 大學校 出版部.
李翊燮(1967), ‘우리말본’ 硏究, 論文集(全北大) 第九輯.
최현배(1971), 우리말본(네 번째 고침 펴냄), 정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