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다 전화’ 질의응답

물음   다음 단어들의 의미가 어떻게 다른지 알려 주십시오.
(한은정,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동)

   국어에는 의미가 비슷한 단어들이 다수 존재합니다. 의미가 비슷한 말들을 비교해 보면 어느 정도 의미가 같기는 하지만 상호간에 의미 차이가 없지 않습니다. 또 단어마다 비슷한 정도에 차이가 있습니다. 거의 의미 차이를 알기 힘들 정도로 의미가 비슷한 경우도 있으며, 의미 차이가 쉽게 느껴질 정도로 의미상에 거리가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학계에서는 단어 사이의 이런 관계를 동의 관계(同意關係)라고 하기도 하나, 보통 유의 관계(類義關係)라고 합니다.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단어 사이에는 모든 문맥에서 완전히 대체될 수 있을 정도로 의미가 같은 경우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유의 관계를 맺고 있는 단어 사이의 의미 차이를 잘 파악하여 적절한 문맥에서 적절한 단어를 골라 사용한다면 언어생활이 훨씬 풍요롭게 되겠지만, 실제 언어생활에서는 오히려 비슷한 의미를 가진 단어들을 구분해서 사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한자어의 경우는 한자어의 특성상 의미도 비슷할 뿐만 아니라 발음도 비슷한 단어들이 존재하여 이들이 어떻게 의미가 다른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지금 질문하신 단어들이 대표적인 예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의어를 모아 그 의미 차이를 자세히 밝혀 주는 사전이 나오면 도움이 될 텐데, 아직 국어에 대해서는 그런 사전이 나와 있지 않습니다.
  의미 차이를 알기 어려운 경우 그 단어들이 사용되는 문맥을 비교해 보면 의미 차이를 훨씬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어떤 문맥에서는 유의 관계에 있는 다른 단어로 바꾸어도 의미 차이를 거의 못 느낀다 하더라도, 다른 문맥을 비교해 보면 한 단어만 올 수 있는 문맥이거나 다른 단어로 바꿀 때 의미 차이가 드러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먼저 ‘운영’과 ‘운용’을 보면 ‘운영’은 ‘학교, 당, 기업, 상점, 학회, 대회’ 등과 어울려 사용되지만 ‘운용’은 ‘기금, 예산, 물품’ 등과 어울려 사용됩니다. 두 단어 사이의 의미 차이 때문에 이처럼 사용되는 문맥이 다른 것입니다. 이러한 문맥상의 차이에 근거하여 의미를 생각해 보면 둘 다 무엇인가를 움직여 나간다는 점에서 의미가 공통적이지만, ‘운영’은 조직이나 기구 등의 대상을 관리하면서 움직여 감을 의미하는 데 비해 ‘운용’은 대상을 움직여 가면서 사용함을 의미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보존’과 ‘보전’의 경우는 각각 홀로 쓰이는 문맥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그만큼 의미 차이도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일례로 최근 들어 환경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환경을 잘 지키고 가꾸어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되는데 환경을 ‘보존’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하고, ‘보전’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문맥이 다른 경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경우 ‘영토’는 ‘보전’해야 한다고 말하고, ‘문화재’는 ‘보존’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영토’는 그냥 놔 두어도 훼손될 우려가 적지만, ‘문화재’는 그냥 놔 두면 훼손될 우려가 높다는 점이 이러한 차이를 드러내는 한 이유라고 생각됩니다. 다른 면으로 보면 영토를 보전한다는 말에는 앞으로도 현재와 같은 상태에 있게 한다는 의미가 있지만, 문화재를 보존한다는 말에는 앞으로의 상태에 대한 관심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점을 고려하면, ‘보존’과 ‘보전’이 무엇을 지킨다는 의미를 지녔다는 점에서 공통적이지만, ‘보존’에는 그냥 놔 두면 훼손될 우려가 있는 대상을 지켜야 한다는 의미가 있고, ‘보전’은 현재의 상태를 지켜서 앞으로도 같은 상태에 있게 한다는 의미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개발’과 ‘계발’은 국어사전에 다음과 같이 풀이되어 있습니다.

개발: (1) (토지나 삼림 등을) 개척하여 유용하게 만드는 것.
(2) (지식이나 능력 등을) 더 나아가게 하는 것.
(3) (산업이나 경제 등을 ) 흥하도록 발전시키는 것.
계발: (슬기와 재능 등을) 일깨워 주는 것.

물음   ‘벌에 쏘였다’가 옳습니까? “벌에 쐬었다”가 옳습니까?
(정우택, 충북 청주시 신봉동)

   ‘한글 맞춤법’ 제38항에는 “‘ㅏ, ㅗ, ㅜ, ㅡ’ 뒤에 ‘-이어’가 어울려 줄어질 적에는 준 대로 적는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쏘이어’의 준말로 ‘쐬어’, ‘쏘여’ 두 가지 모두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피동 접미사인 ‘-이-’가 앞 음절에 올라 붙으면서 줄어지기도 하고(‘쐬어’), 뒤(어미) 음절에 내리 이어지면서 줄어지기도 하는 것(‘쏘여’)을 모두 반영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벌에 쏘이었다/쐬었다/쏘였다’와 같이 세 가지 모두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쐬여’, ‘쐬였다’는 ‘쐬다’에 ‘-어’, ‘-었다’가 붙은 것이므로 ‘한글 맞춤법’ 제15항에는 따라 ‘쐬어’, ‘쐬었다’로 적어야 합니다.
  이와 같은 말에는 ‘싸이어(쌔어/싸여), 보이어(뵈어/보여), 누이어(뉘어/누여)’ 등이 있습니다. (정호성)


물음   ‘아무튼’이 맞습니까? ‘아뭏든’이 맞습니까?
(조미자, 서울 영등포구 도림1동)

   ‘아무튼’이 맞습니다. 이것은 이전의 맞춤법에서 ‘아뭏든, 하옇든’으로 쓰던 것을 현행 맞춤법에서 ‘아무튼, 하여튼’으로 고쳐 적기로 한 것입니다. 그 이유는 ‘아뭏-, 하옇-’가 다른 어미와 결합하지 못하고 ‘아뭏-든, 하옇-든’의 형태로만 쓰이고 있고, 또한 용언의 활용형이 아니라 부사로 전성되어 사용되기 때문에 원래의 형태와 연결시킬 필요가 없으므로 소리나는 대로 적는 것입니다.
(‘한글 맞춤법’ 제40항 [붙임 3]) (×표는 잘못된 어형)

×아뭏다, ×아뭏고, ×아뭏지, ×아뭏게… ○아무튼(아뭏-든)
×하옇다, ×하옇고, ×하옇지, ×하옇게… ○하여튼(하옇-든)
  그러나 ‘이렇든(지), 저렇든(지), 그렇든(지), 어떻든(지), 아무렇든(지)’와 같은 것들은 ‘이렇다, 저렇다, 그렇다, 어떻다, 아무렇다’에 결합되는 다양한 어미들 중의 하나인 ‘-든(지)’가 결합되어 부사로 전성된 것이므로, 소리나는 대로 적는 것이 아니라(×이러튼, ×저러튼) 원형을 밝혀 ‘-든(지)’로 적습니다. (정호성)


물음   ‘어쨋든’과 ‘어쨌든’ 중 어느 것이 옳은 표기입니까?
(성현경, 서울 성동구 자양동)

   어쨌든’으로 적어야 합니다. 이는 ‘어찌했든(어찌하였든)’의 준말로서, ‘어찌하다’의 활용형 ‘어찌해’, ‘어찌했든’ 등의 ‘ㅎ’이 줄어들어 ‘어째, 어쨌든’으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어쨌든’의 경우 발음은 [어짿뜬]이지만 온전한 말이 줄어질 적에는 그 원말의 형태를 밝혀 적는 것을 한글 맞춤법의 기본 원칙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어짿든’이나 ‘어쨋든’이 아니라 ‘어쨌든’으로 적어야 합니다. 이와 비슷한 것에는 ‘그랬든(그리했든)’, 이랬든(이러했든)‘ 등이 있습니다. (정호성)


물음   가끔씩 공문서 따위에서 “……하시압.”과 같은 표현을 볼 수가 있는데, 그 뜻은 무엇입니까?
(김재화,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이 형태는 원래 존칭을 나타내는 선어말 어미 ‘시’와 겸양을 나타내는 선어말 어미 ‘압(옵)’이 결합된 것으로서 뒤에 ‘소서’가 생략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형태는 대체로 어떤 정보나 소식을 알리는 글 등에는 다수의 사람들에게 어떤 일을 요청하는 뜻을 나타내는 종결 어미로 쓰입니다. 그리고 이 형태는 개화기에 광고 등에 많이 쓰였으나 그 이후로 점차 자취를 감추기 시작하여 지금은 거의 쓰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 보이는 형태는 따라서 일종의 의고적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정우)


물음   ‘문민’과 ‘민간’의 뜻은 어떻게 다릅니까?
(최윤기, 서울시 관악구 봉천동)

   우선 국어사전의 뜻풀이를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문민(文民): 직업 군인이 아닌 일반 국민.
<참고> 문민 정치: 문민이 행하는 정치. 군부 정치에 대립되는 말로 쓰임.
민간(民間): 관청 또는 정부 기관에 속하지 않은 서민의 사회.
  위의 뜻풀이에서 알 수 있듯이, ‘문민’이라는 말은 ‘군부’에 대응되어 사용되는 용법을 가지고 있고, ‘민간’이라는 말은 국가 기관에 대응되어 사용되는 용법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그 차이를 정리해 볼 수 있습니다. (김정우)


물음   ‘하얗다’의 과거 시제형은 어떻게 표기해야 합니까?
(김영순, 부산시 북구 구포 2동)

    질문하신 ‘하얗다’라는 형용사는 이른바 ‘ㅎ’ 불규칙 용언입니다. 그래서 다른 용언들과 사뭇 다른 활용 형태를 보이는데 이것은 이 용언의 어간 말음 ‘ㅎ’의 특수성에 기인합니다. 즉 이 ‘ㅎ’은 기원적으로 ‘하다’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며, 따라서 그 활용형도 ‘하다’의 활용형과 비슷한 모습을 보이게 됩니다. 아래에 그 과정을 보이겠습니다.

  ‘하얗-’+‘-아/어(지다)’는 ‘하얗-’+‘-애(지다)’>‘하얘(지다)’가 됩니다. (이것은 (‘하-’+‘-아도’>‘하-’+‘-애도’>‘해도’처럼 어미의 변칙성을 보이는 ‘하다’의 활용을 생각하시면 됩니다.)‘하얘지다’에서 둘째 음절의 모음이 ‘얘’가 된 것은 어간에 있던 ‘야’의 영향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문의하신 ‘하얗다’의 과거형은 ‘하얬다’가 됩니다.

hayah-+a(cita)
haya-ay(cita) 모음 사이의 ‘ㅎ’탈락
hayay(cita)
hayɛ(cita) 단모음화
(* 발음 부호 /ɛ/는 /애/의 음가를 표시하므로 /yɛ/=/얘/가 된다)
(김정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