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다 전화’ 질의응답

물음   현충일에 ‘근조(謹弔)’라는 말을 쓸 수 있는지요? ‘추념(追念)’이 더 적절하지 않을까요?
(주인식, 대구직할시 북구 대현1동)

   돌아간 사람을 생각하는 뜻으로의 ‘추념’은 ‘근조’보다 더 ‘시간적으로 앞선’ 일에 대하여 쓰입니다. 그리고 ‘근조’는 삼가 조의를 표한다는 뜻이므로 일반적으로 상을 당한 사람이 상중에 있을 때 사용합니다.
   ‘현충일’은 특별한 경우로서 ‘추념’이라고 하면 다소 소홀한 것 같고 또 관념적인 느낌을 주어 ‘근조’라는 말을 쓰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상을 당한 사람에게 개인적으로 일 년이나 한 달 정도가 지난 뒤에 ‘근조’라는 화환을 보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근조’ 대신 ‘추념’이나 ‘거룩한 넋을 기림’이라는 말을 현충일에 쓰는 것이 좋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다만 실제로 현충일에 ‘근조’를 쓰는 것은 순국 선열에 대한 절박한 느낌을 나타내고자 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김희진)


물음   한국 동란을 가리키는 말로 ‘6.25’와 ‘6·25’ 중 어느 것이 맞습니까?
(김진희, 충청북도 청주시 율양동)

   ‘6·25’가 맞습니다. ‘6.25’는 ‘6월 25일’이라는 말에서 ‘월’이 점으로 대치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6월 25일’이라는 날짜에 주안점을 두고자 한다면 ‘6.25’로 써야 제대로 된 것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는 이 특정한 역사적인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쓰이므로, 가운뎃점을 사용해서 ‘6·25’로 표기해야 할 것입니다. 이와 비슷한 예로 ‘3·1운동’, ‘8·15광복’ 등이 있습니다. (김희진)


물음   ‘주최(主催)’와 ‘주관(主管)’ 및 ‘후원(後援)’과 ‘협찬(協贊)’이 각각 어떻게 다른지 그 차이를 알고 싶습니다.
(김원식, 충북 충주시 교현동)

   국어사전에서는 이들 단어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풀이하고 있습니다.

주최: 주창하여 개최함.
주관: 주장하여 관리함.
후원: 뒤에서 도와줌.
협찬: 협력하여 도움.
   그러나 위의 풀이만으로 ‘주최’와 ‘주관’, ‘후원’과 ‘협찬’ 간의 차이가 분명히 드러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들 단어가 실제로 어떤 경우에 쓰이는가를 살펴보면 참고가 될 것입니다. 대체로 ‘주최’는 ‘어떤 일 또는 행사에 대하여 최종 결정을 하며 이에 따르는 책임을 질 때’ 쓰이는 데 대하여, ‘주관’은 ‘어떤 일 또는 행사에 대하여 집행(실무 처리)할 때’ 쓰입니다. 그리고 ‘후원’은 ‘상업적인 목적이나 금전을 매개로 하지 않는 도움을 줄 때’ 쓰이는 데 대하여, ‘협찬’은 ‘금전적인 면에서 도움을 줄 때’ 쓰이고 있습니다. (김희진)

물음   ‘한글 맞춤법 해설’(국어 연구소, 1988) p.94에는 ‘언덕빼기’로 표기하도록 해설되어 있으나, ‘표준어 규정’의 제1부 ‘표준어 사정 원칙’ 제26항에서는 ‘언덕바지’의 복수 표준어로 ‘언덕배기’를 예시하고 있습니다. 어느 것이 옳은 표기입니까?
(채정선, 경기도 광명시 광명2동)

   어문 규범 상호간에 모순이 되는 부분이 있으면 우리의 언어생활에서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어문 규정 또는 그에 대한 해설서에서 다루어지는 어휘 하나 하나에 매우 세심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때늦은 감이 없지는 않으나 우리의 어문 규범에 서로 맞지 않는 부분이 보일 때는 어느 것이 옳은 것인지를 정확하게 가려 보다 완전한 어문 규범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지적하신 문제점을 중심으로 우리 어문 규범에 나타난 몇 가지 실수를 인정하고 이를 바로잡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지적하신 ‘언덕빼기’가 옳으냐, ‘언덕배기’가 옳으냐 하는 문제는 표기의 문제에 관한 한 ‘한글 맞춤법’이 ‘표준어 규정’에 앞서기 때문에 ‘한글 맞춤법’ 제54항의 해설에 따라 ‘언덕배기’를 ‘언덕빼기’로 적어야 합니다. 혹시나 ‘한글 맞춤법’ 제5항에서 “다만, ‘ㄱ, ㅂ’ 받침 뒤에서 나는 된소리는, 같은 음절이나 비슷한 음절이 겹쳐나는 경우가 아니면 된소리로 적지 아니한다.”고 한 규정을 적용하여 ‘언덕배기’가 옳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으나, 제5항의 규정은 한 형태소 내부인 경우에 적용된다는 점에서 ‘언덕빼기’가 올바른 표기입니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뚝배기, 학배기’ 등과 같이 ‘뚝’과 ‘배기’, ‘학’과 ‘배기’로 나누어 해야 나, ‘곱-빼기, 과녁-빼기, 억척-빼기’ 등과 같이 형태소끼리의 결합인 경우에는 제54항의 규정에 따라 ‘-빼기’로 적어야 옳은 것입니다.
   둘째로 지적될 수 있는 것은 ‘한글 맞춤법 해설’ p.21의 두음 법칙에 관한 해설 부분에 지시된 ‘숫-용’[雌龍]이 ‘표준어 사정 원칙’ 제7항의 규정에 위배되지 않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표준어 사정 원칙’ 제7항에서는 수컷을 가리키는 접두사를 ‘수-’로 통일하되, ‘숫양, 숫염소, 숫쥐’의 경우에만 ‘숫-’으로 한다고 규정되어 있으므로 위의 ‘숫-용’은 ‘수-용’의 잘못입니다. 물론 이 경우 현실 발음이 거의 대부분 [수용]이 아니라 [순뇽]이기 때문에 ‘숫용’이 옳지 않느냐고 지적할 수는 있겠으나, 현행 표준어 규정을 바꾸지 않는 한 ‘수용’이 옳은 표기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단순한 실수로 보이는 것으로 ‘표준어 규정’ 제2부 ‘표준 발음법’의 일부 규정에 나타난 발음 표시의 잘못을 들 수 있습니다. 제15항의 예시어 ‘맛없다’의 발음 표시 [마덥다]와 제18항의 예시어 ‘옷맵시’의 발음 표시 [옷맵시]는 제23항에 규정된 경음화 현상을 반영하여 각각 [마덥따]와 [온맵씨]로 고쳐야 합니다. (권인한)


물음   ‘짧게’를 [짧께]로, ‘밟는’을 [발:른]으로, ‘맑게’를 [막께]로, ‘읊고’를 [을꼬]로 발음하는 등 사람에 따라서 ‘ㄹ’로 시작되는 일부 겹받침의 발음에 혼란이 있는 듯합니다. 이들의 정확한 표준 발음법을 알려 주십시오.
(박지애, 경기도 고양시 성사동)

   ‘ㄺ,ㄼ,ㄽ,ㄾ,ㄿ’등의 겹받침의 발음은 지방에 따라서 그 발음이 다르게 나타나므로 그 발음에 특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들에 대한 ‘표준 발음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ㄼ,ㄽ,ㄾ’의 경우는 ‘표준 발음법’ 제10항에 어말 또는 자음 앞에서 [ㄹ]로 발음하도록 규정되어있습니다. 예를 들면 ‘여덟, 넓다’는 [여덜, 널따]로, ‘외곬’은 [외골]로, ‘핥다’는 [할따]로 발음하도록 예시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두 가지의 예외가 있으므로 주의를 해야 합니다. 즉, 동사 ‘밟-’의 경우는 ‘밟고, 밟다, 밟소, 밟지’ 등과 같이 자음 앞에서 [밥:꼬, 밥:따, 밥:쏘, 밥:찌]로, 형용사 ‘넓-’의 경우는 ‘넓죽하다, 넓둥글다’의 경우에 [넙쭈카다, 넙뚱글다]로 발음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에 따라, ‘짧게’는 자음 앞이고 또 위의 예외에 해당되지 않으므로 [짤게]로 발음해야 하나, ‘밟는’은 위의 예외에 해당되고 또 ‘ㅂ’ 소리가 ‘ㄴ, ㅁ’ 앞에서 [ㅁ]으로 발음되므로 (‘표준 발음법’ 제18항 참조) [밥:는 →밤:는]으로 발음해야 합니다.
   둘째로 ‘ㄺ, ㄿ’의 경우는 ‘표준 발음법’ 제11항에 어말 또는 자음 앞에서 각각 [ㄱ, ㅂ]으로 발음하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닭, 맑다, 늙지’는 [닥, 막따, 늑찌]로, ‘읊다’는 [읍따]로 발음하도록 예시되어있습니다. 그런데 ‘’의 경우에는 ‘ㄱ’ 앞에서 예외적으로 [ㄹ]로 발음하도록 규정되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이에 따라, ‘읊고’는 [읍꼬]로 발음해야 하고, ‘맑게’는 ‘ㄱ’ 앞이므로 [말께]로 발음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들 겹받침이 모음으로 시작된 조사나 어미, 접미사와 결합하는 경우의 발음에 대해서는 ‘표준 발음법’ 제14항에서 뒤에 있는 자음을 뒤 음절 첫소리로 옮겨 발음하되, ‘ㅅ’의 경우는 된소리로 발음하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즉, ‘닭을, 맑아, 여덟이, 넓어, 핥아, 읊어’ 등을 각각 [달글, 말가, 여덜비, 널버, 할타, 을퍼] 등으로 발음하되, ‘외곬이, 넋이, 값을, 없어’ 등과 같이 뒤의 받침이 ‘ㅅ’일 때는 각각 [외골씨, 넉씨, 갑쓸, 업:써] 등과 같이 된소리로 발음해야 합니다. (권인한)


물음   ‘아니오’로 써야 하는지, ‘아니요’로 써야 하는지 알려 주십시오.
(이균범, 대구시 남구 대명동)

   ‘아니오’나 ‘아니요’ 중 어느 하나가 맞고 다른 하나는 틀렸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아니오’를 써야 할 때가 따로 있고 ‘아니요’를 써야 할 때가 따로 있습니다.
   먼저 ‘아니오’를 써야 할 경우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오’는 동사, 형용사의 어간 뒤나 선어말어미 뒤에 붙는 어미입니다. 따라서 이때에는 ‘-오’가 없으면 온전한 문장이 되지 않습니다.

(1) 철수가 산에 가오.
(2) 어서 오시오.
(3) 그것은 내 잘못이 아니오.
   위의 (1), (2)에서 ‘-오’를 빼고 보면 ‘철수가 산에 가-’나 ‘어서 오시-’처럼 온전한 문장이 되지를 않습니다. 이런 경우에 대해 한글 맞춤법 15항의 [붙임 2]에서는 비록 그 발음이 앞의 ‘ㅣ’모음 때문에 ‘요’로 나더라도 ‘오’로 적도록 규정해 놓고 있습니다. (3)도 ‘-오’를 빼고 보면 ‘그것은 내 잘못이 아니-’가 되어 역시 온전한 문장이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여기에서도 ‘-오’로 적어야 합니다. 이 경우의 ‘아니오’는 형용사 ‘아니다’의 어간 ‘아니-’에 종결 어미 ‘-오’가 붙은 것입니다.
   위의 (3)과는 달리 ‘아니요’로 써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요’의 성격을 생각해 보면 ‘아니오’를 써야를 할 경우와 차이를 알 수 있습니다. ‘요’는 (4)에서처럼 자체로 문장 성분을 이룰 수 있는 단어나 구의 뒤에, 또는 (5), (6)에서의 ‘-아/어’나 ‘-지’와 같은 종결 어미 다음에 붙는 조사입니다. (4)~(6)에서는 ‘요’가 들어가지 않더라도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쓰는 말이 됩니다. 다만 ‘요’가 있는 문장은 말을 듣는 상대방을 높여 주지만 ‘요’가 없는 문장은 그렇지 않다는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4) 철수가(요) 어제(요) 참외 서리를(요) 했어(요).
(5) 여기 좀 앉아(요).
(6) 내 그림 멋있지(요)?
   이제 ‘아니요’를 써야 하는 경우가 어떤 경우인지 분명해졌습니다. ‘요’ 없이 ‘아니’만으로도 쓸 수 있기는 하지만 그렇게 쓰면 버릇없다고 꾸중을 듣게 될 경우에 쓰는 것입니다. 바로 (7)과 같은 때입니다.
(7) 심부름 갔다 왔나?
    아니(요), 아직 못 갔다 왔습니다. (이현우)


물음   표준어 규정 14항을 보면 준말이 ‘온갖’을 표준어로 인정하고 본말인 ‘온가지’를 비표준어로 규정하고 있는데 한글 맞춤법 32항에서는 ‘온가지’, ‘온갖’을 둘 다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것은 모순이 아닙니까?
(신성민, 서울시 송파구 가락동)

   이것은 한글 맞춤법 32항의 해석에 생기는 문제입니다. 여기에 32항을 옮겨 보겠습니다. “단어의 끝 모음이 줄어지고 자음만 남은 것은 그 앞의 음절에 받침으로 적는다.” 여기서 문제되는 것은 본말을 인정하느냐의 문제입니다. 이것을 확인하기 위해서 보기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보기에서는 먼저 본말을 보여 주고 옆에 그 준말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여기 보기에 나온 것들을 보면 ‘가지고, 가지지’와 ‘갖고, 갖지’처럼 본말과 준말을 다 사용하는 것과 ‘기러기야’의 ‘기럭아’처럼 준말만 사용할 듯한 것이 들어 있습니다. 따라서 이 규정이 본말을 인정한다, 아니면 인정하지 않는다 둘 중 어느 하나라고 분명히 답변해 드릴 수 없습니다. 이러한 사정은 준말을 규정하고 있는 한글 맞춤법 제5절의 32항~40항 모두에 걸쳐 있는 문제입니다. 이런 문제가 생긴 것은 준말에 관하여 규정해 놓고 있는 5절이 준말과 본말 중 어느 하나를 인정하고 있는 규정이 아니라 어떤 말에 대하여 준말이 생겼을 때 이를 어떻게 적어야 하는지를 이야기해 놓은 규정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여기에 보여 주고 있는 준말은 분명히 인정되고 있는 것들이지만 본말의 경우는 대부분의 것은 인정되고 있다 하더라도 정확한 것은 다른 조항의 규정에 따라야 합니다.
   따라서 한글 맞춤법 32항에서 ‘온가지’가 ‘온갖’의 본말로서 제시된 것일 뿐이므로 ‘온가지’와 ‘온갖’에 대해서 한글 맞춤법과 표준어 규정이 모순되는 것이 아닙니다. 결국 표준어 규정에 따라 ‘온갖’만 인정되고 ‘온가지’는 인정되지 않는 것입니다. (이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