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한국어의 의성어·의태어]

의성어·의태어의 통사와 의미

채완 / 동덕여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Ⅰ. 서론

  국어의 의성어와 의태어는 국어학 연구의 변두리에서 흥미 있는 하나의 ‘현상’ 으로서의 관심 이상은 받아 본 적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자어투성이의 어휘 체계 내에서 거의 유일하게 고유어가 영역을 지키고 있는 부류이며, 거의 붕괴되고 있는 모음조화를 아직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기도 하고, 모음 교체와 자음 교체에 의해 기본 의미의 변화를 가져오지 않고 그 모습을 다양하게 바꿀 수 있는 점 등, 일반 어휘가 갖지 않는 특성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이 의성어 · 의태어이다.
  의성어 · 의태어에 대한 초기의 관심은 이극로(1938), 정인승(1938), 장성균(1938)등에서 볼 수 있다. 이극로(1938)에서는 사전 편찬에 있어서 말의 뜻을 더도 덜도 아니하게 꽉 잡아내는 일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면서, 의성어 · 의태어의 미세한 차이를 설명하고 있다. 정인승(1938)은 음성 상징론과 관련한 연구들에서 자주 인용되는 업적으로서, ‘모음 상대 법칙’ 에 의해 큰 어감(예: 덜렁)과 작은 어감(예: 달랑)이 표현되며, ‘자음 가세 법칙’에 의해 예사 어감 (예: 감감), 센 어감(예: 깜깜), 거센 어감(예: 캄캄)이 표현된다고 하였다. 장성균(1938)도 앞의 두 연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예들을 통해 국어의 풍부성을 보이고 있다.
  유창돈(1980)에서는 의성어 · 의태어를 포괄하는 의미로 ‘상징 부사’를 설정하고, 상징 부사를 시각적 감각부사(예: 움직움직), 청각적 감각 부사(예: 땅땅), 촉각적 감각 부사(예: 매끈매끈), 심각적(心覺的) 감각 부사(예: 답답)로 나누었다.
  Fabre(1967)에서는 일반 부사와 의성어 · 의태어의 차이를 몇 가지로 정리하였다. 즉 반복형이 많으며, 혼효(예: 울긋울긋+불긋불긋>울긋불긋)가 가능하고, 접미사를 붙여서 다른 품사로 전성될 수 있는 등(예: 활활-활개, 알랑알랑-알랑쇠), 주로 형태론적 특성과 함께 음성 상징에 대하여 고찰하였다.
  휜들링그(1985)에서는 의성 의태어의 음성 상징이 깊은 생각 없이 받아들여져 온 것을 반성하고, 결론적으로 음성 상징의 증거를 찾기가 어렵다고 하였다.
  김성옥(1984)와 이건식(1988)에서는 반복어의 조어법상의 특징을 잘 정리하고 있는데, 다루어진 자료들이 대부분 의성어 · 의태어에 속한다. 최호철(1984)와 박동근(1991)에서는 의성어 · 의태어의 의미 자질 분석에 관심을 보였다. 박동근(1991)에서는 ‘간실, 굽실, 넘실……’에서의 ‘실’과 같이 상징어를 구성하는 데 공통적으로 참여하는 형태를 ‘상징소’로 설정하여 독특한 분석 방법을 제시하였다.
  채완(1986)에서는 반복어의 구성 방식을 다루었는데, 다루어진 반복어의 대부분이 의성어 · 의태어의 예들이다. 특히 ‘실룩샐룩, 허둥지둥’ 같은 유음 반복어가 의미상의 유연성에 의해 구성되는 것이 아니고, 앞뒤 형태의 첫 음절 모음, 자음이 일정한 순서를 이루도록 배열되는 것임을 밝혔다. 즉 ‘실룩샐룩’과 같은 모음 교체형은 앞뒤 형태의 첫 음절 모음이 폐모음-개모음의 배열을 이루며, ‘허둥지둥, 울퉁불퉁’과 같은 음절 교체형과 자음 교체형은 앞뒤 형태의 첫 음절 자음이 장애성이 큰 쪽이 뒤로 가도록 배열된다는 것이다. 채완(1987)에서는 음성 상징이라는 것이 국어에서 현실성이 있는 문제인가를 검토하였다.
  이상과 같이 살펴본 것처럼, 앞서의 연구들은 의성어 · 의태어의 조어 방식에 초점을 둔 형태적 측면과, 자음 교체와 모음 교체에 따른 음성 상징의 문제에 특히 관심을 두고, 의성어 · 의태어가 우리말을 풍부하게 해 주는 하나의 자원이라는 측면을 강조한 연구가 많았다. 최근에는 의성어 · 의태어의 의미 자질을 분석하려는 시도도 눈에 뜨인다.
  본고에서는 앞서의 연구들에서 다루어지지 않았던 부분에 중점을 두고 고찰하고자 한다. 통사론적 측면에서는 의성어 · 의태어가 문장에서 구체적으로 담당하는 기능이라든지, 반복형과 단독형의 통사적 차이에 대해서 검토하고자 하며, 의미론적 측면에 있어서는 반복의 표현적 효과와 의성어 · 의태어가 구체적으로 사용되는 문맥의 문체적 특성에 대하여 고찰하고자 한다.


Ⅱ. 의성어 · 의태어의 범위

  의성어 · 의태어에 대해 첫 번째로 부딪치는 문제는 그 개념과 범위가 모호한 점이다. 우선 사전류의 취급 태도를 보기로 하자. ‘우리말 분류 사전(2)’에서는 의성어만이 독립된 항목으로 다루어지고, 의태어는 별도의 항목이 없이 동사화 접미사가 결합된 형태로서 동사의 하위 부류 속에 여기저기 흩어져 섞여 있다. 예를 들면, ‘오글보글하-’는 ‘물, 액체’항목에 포함되고, ‘강종강종하-’는 ‘이동, 이사, 나들이, 돌아다님’항목에 포함되는 식이다.
  이에 비해 ‘우리말 갈래 사전’에서는 의태어와 의성어가 각각 독립된 항목을 이루고 있는데, 의태어를 다시 의미 기능에 따라 형용 의태와 동작 의태로 하위 분류하였다.
  조선말 의성 의태어 사전’ 에서는 용어에서도 의성어와 의태어를 굳이 구별하지 않고 있으며, 사전에 실린 말들도 의성어와 의태어가 구별되지 않고 섞여 실려 있다.
  국어의 의성어와 의태어에 대해서 가장 세밀하게 관찰하여 정리한 자료로는 ‘조선말 의성 의태어 분류 사전’을 꼽을 수 있다. 이 사전에서는 의성어와 의태어를 가르고, 다시 의성어와 의태어를 각각 소리와 모양을 만들어 내는 주체에 따라 사람, 동물, 고체, 액체, 기체 등으로 분류하였다. 의성어와 의태어를 그 의미자질에 의해 설명하고자 한다면, 이 사전보다 더 자세히 나누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사전류를 제외한 연구 논저들에서도 의성어 · 의태어의 용어와 범위에 대해서는 통일된 기준을 찾기가 어렵다. 유창돈(1980)의 ‘상징 부사’에는 의성어 · 의태어가 아닌 ‘답답, 아리숭, 아득’같은 예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의성어 · 의태어보다 넓은 개념으로 쓰였다. 휜들링그(1985)에서는 ‘의성 의태어’와 ‘상징어’ 를 구별 없이 같이 쓰고 있으며, 최호철(1984)과 박동근(1991)에서는 ‘상징어’라는 용어를 쓰고 있는데, 다루고 있는 자료는 의성어 · 의태어이므로 같은 뜻으로 쓴 것으로 이해된다.
  기준을 나름대로 제시한 경우는 박동근(1991)에서 볼 수 있는데, ‘상징어의 기준’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p.10). 첫째, 자연계의 소리를 모방한 의성어, 둘째, 일반 어휘에서 파생된 것은 직관적으로 음성 상징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되고, 자음 가세나 모음조화에 의해 어감상의 차이만을 가지는 것을 자료로 삼는다고 하였다. 이러한 기준에 의하면 ‘들락날락, 오락가락’은 상징어가 아니다. 그러나 이 예들은 ‘우리말 갈래 사전’, ‘조선말 의성 의태어 분류 사전’에는 의태어로 실려 있다. ‘조선말 의성 의태어 사전’에는 이들이 실려 있지 않지만, ‘옥신각신, 올씬갈씬’은 실려 있다. 이럴 때 ‘오락가락’ 과 ‘옥신각신’ 의 차이를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구별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 같다. 이때 본래 어근이 가진 의미가 얼마나 추상화되었는가 하는 정도를 기준으로 삼기도 어려운데, ‘오락가락’쪽이 보다 본래 동사의 의미에 가깝다고 할 수 있더라도 “비가 오락가락한다.”고 했을 때 실제로 ‘비가 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 모음 교체나 자음 교체의 짝을 갖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다.
  ‘오락가락’이 ‘오다, 가다’와의 연관성이 분명해서 의태어가 아니라면 ‘굽실굽실<굽다’, ‘들썩들썩<들다’도 의태어가 아니다. 즉 의성어 · 의태어라는 용어가 있지만 그 개념은 한정적으로 규정하기 어려우며, 실제 언어 자료를 대할 때 그것이 의성어 · 의태어인가를 결정하기 어려운 때가 많다.
  이처럼 의성어 · 의태어의 범위를 한정 짓기가 어려운 것은 의성어 · 의태어의 정의 자체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의성어의 경우 소리를 음성으로 모방한다는 점에서 비교적 분명하지만, 의태어의 경우 소리가 아닌 것을 소리로 모방하는 것이라고 볼 때, 어디까지를 모방이라고 할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 사물의 모양이나, 태도, 행동 등을 ‘모방’한 것이 의태어라면 ‘싱숭생숭’은 무엇을 모방한 것인가. 또 모방의 개념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서는 극단적으로 말해서 모든 동사와 형용사가 의태어가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의태어라는 범주가 따로 필요한 것인지 의심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본고에서는 잠정적으로 기존의 자료를 근거로 해서, ‘우리말 갈래 사전’의 ‘의성어’, ‘의태어’항목에서 자료를 취하고, 그 의미기능은 ‘조선말 의성 의태어 분류 사전’과 ‘조선말 의성 의태어 사전’을 함께 참조하기로 한다.
  아울러 의성어와 의태어의 구별도 언제나 분명한 것은 아니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병이 덜컥 났다:자물쇠가 덜컥 소리를 내고 잠겼다:문을 덜컥 잠그고 보니 열쇠가 없었다” 에서 ‘덜컥’ 은 의성어인가, 의태어인가, 문맥에 따라 다른가. 요컨대 우리는 하나하나의 형태에 대하여 의성어인가 의태어인가를 판가름하는 일이 쉽지도 않거니와 필연성도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특별히 둘을 구별할 필요가 없을 때는 의성어 · 의태어로서 통칭하며, 일일이 나누어 기술하지 않으려고 한다.


Ⅲ. 통사론적 특성

    1.통사 기능

  종래의 연구들에서 의성어 · 의태어는 부사에 속한다는 점만이 지적되었을 뿐, 그 구체적인 통사 기능에 대해서는 검토된 적이 없었던 듯하다. 또 의성어 · 의태어의 형태상의 특질 중 하나인 반복에 대해서도, 그것이 통사적으로 어떤 기능과 연관될 가능성은 별로 고려된 적이 없었다. 그리하여 본 절에서는 의성어 · 의태어가 문장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통사적 기능을 하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의성어 · 의태어의 품사는 부사이고, 기능상으로는 문장 부사가 아니라 성분 부사이다. 성분 부사는 동사, 형용사, 부사, 명사 등을 수식하는데, 의성어 · 의태어는 이제까지 동사나 형용사를 수식하는 기능으로서만 주로 인식되어 왔다. 우선 의성어 · 의태어의 전형적인 용례를 들어 보자.

(1) 파도가 철썩 절벽에 부딪친다.
(2) 시냇물이 졸졸 흐른다.
(3) 아기가 스르르 잠이 들었다.
(4) 몸살이 나서 온몸이 새큰새큰 아프다.
  위의 예들에서 ‘철썩, 졸졸, 스르르’는 각각 동사 ‘부딪친다, 흐른다, 들었다’를 수식하고, ‘새큰새큰’은 형용사 ‘아프다’를 수식하여, 성분 부사로서의 전형적인 용법을 보여 주고 있다. 일반 부사에 비해 의성어 · 의태어는 형용사를 수식하는 예가 드물고, 동사를 수식하는 경우가 압도적이다. 우인혜(1990)에서 용언과의 공기 관계를 정리했는데, 거의 모든 의성어 · 의태어가 동작 동사와 어울리는 것을 보여 준다.
  그러나 의성어 · 의태어가 위의 예와 같이 동사, 형용사 수식어로서만 기능하는 것은 아니며, 실제 용례를 살펴볼 때 훨씬 다양한 기능을 수행함을 알 수 있다.
(5) 철수는 문을 쾅 소리가 나게 닫았다.
(6) 철수는 따르릉 소리에 잠을 깨었다.
(7) 철수는 자명종 소리에 잠을 깨었다.
  (5)에서 ‘쾅’은 명사 ‘소리’를 수식하는 관형어의 위치에 쓰였다. 그런데 의성어 · 의태어의 전형적인 기능이 동사 수식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는, ‘쾅’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 ‘나게’나 ‘닫았다’를 수식한다고 볼 수도 있다. ‘쾅’ 은 동사 앞으로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어순 상으로 ‘쾅’이 명사 앞에 위치하더라도 기능상으로는 동사를 수식하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5a) 철수는 문을 소리가 나게 쾅 닫았다.
(5b) 철수는 문을 소리가 쾅 나게 닫았다.
  그러나 (6)의 ‘따르릉’은 ‘소리’이외의 다른 성분, 즉 동사를 수식한다고 보기 어렵다. 다음과 같이 ‘따르릉’을 동사 앞으로 이동시키면 비문이 되기 때문이다.
(6a) *철수는 소리에 잠을 따르릉 깨었다.
  그리하여 (6)의 ‘따르릉 소리’를 (7)의 ‘자명종 소리’와 같은 구성으로 보아서, 부사인 ‘따르릉’이 관형어로 기능하는 것으로 보고자 한다. 즉 의성어가 기능상으로 반드시 부사어로만 쓰이는 것은 아니며, (5), (6)처럼 명사를 수식하는 관형어로 기능하기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지극히 한정된 명사와 한정된 의성어가 짝이 될 수 있을 뿐이며, 다음 예에서 보듯이 ‘콜록콜록’이 명사를 수식하기도 하고 동사를 수식하기도 하지만, 필자의 직관으로는 a보다는 b, c가 더 자연스럽다.
(8a) 아기의 콜록콜록 기침 소리를 듣고 잠이 깨었다.
(8b) 아기가 콜록콜록 기침하는 소리를 듣고 잠이 깨었다.
(8c) 아기가 기침을 콜록콜록 하는 소리를 듣고 잠이 깨었다.
  그런데 의성어와는 달리 의태어가 관형어의 기능을 하는 예는 잘 찾아지지 않는다.
  앞의 예들에서 볼 수 있듯이 의성어는 어순에 있어 다소 융통성이 있지만 문두로는 자유롭게 이동시킬 수 없는데, 이는 의성어가 문장 전체를 수식하는 문장 부사로서는 쓰일 수 없음을 보여 준다.
(5c) *쾅 철수는 문을 소리가 나게 닫았다.
  그러나 다음과 같이 문두에서라도 휴지를 동반하여 독립어로 쓰일 때는, 문두에 나타나서 문장의 특정 성분과 직접 관련되지 않고 쓰이기도 한다.
(9) 쾅, 철수는 문을 소리가 나게 닫았다.
(10) 따르릉, 전화벨이 울렸다.
  의성어 · 의태어가 문두에서 쓰이는 경우는 문학적 표현에서 자주 볼 수 있는데, 이는 문체상의 효과를 위해 어순이 도치되는 경우로서, 휴지를 동반하지 않고도 가능하다. 이때도 의성어 · 의태어는 문장 전체를 수식하는 것이 아니라 동사를 수식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11) 수양버들이 하늘하늘 춤춘다.
(11a) 하늘하늘 수양버들 춤추는 길에.
(12) 뜸부기가 논에서 뜸북뜸북 운다.
(12a) 뜸북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부사의 기능 중 또 하나는 부사를 수식하는 것인데, 의성어 · 의태어도 마찬가지로 부사를 수식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13) 산봉우리가 매우 높이 솟았다.
(13a) 산봉우리가 우뚝우뚝 높이 솟았다.
(14) 철수가 아주 급히 달려갔다.
(14a) 철수가 허둥지둥 급히 달려갔다.
  그러나 이때 의태어는 바로 뒤에 오는 부사보다는 동사와 직접적 관련을 갖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부사 ‘높이, 급히’가 없어도 문법적이며, 문맥도 자연스럽고, 또한 ‘우뚝우뚝, 허둥지둥’이 없어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즉 부사와 의성어 · 의태어는 상호 간에 수식 -피수식 관계를 갖는 것이 아니라 각자 동사를 수식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13b) 산봉우리가 우뚝우뚝 솟았다.
(13c) 산봉우리가 높이 솟았다.
(14b) 철수가 허둥지둥 달려갔다.
(14c) 철수가 급히 달려갔다.
  이러한 해석은 (13), (14)에서 부사 ‘매우, 아주’의 수식을 받는 ‘높이, 급히’를 생략하면 비문이 되는 사실에 의해 뒷받침된다.
(13d) *산봉우리가 매우 솟았다.
(14d) *철수가 아주 달려갔다.
  위의 자료들을 볼 때, 의성어 · 의태어는 일반 부사와 달리 부사를 수식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추측되는데, 보다 많은 예를 검토해 보기 전에는 단언할 수는 없다.
  일반 부사가 서술어로 기능하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지만, 의성어 · 의태어는 수식하는 동사 없이 단독으로 서술어의 자리에 나타나기도 한다.
(15) 철수는 매우 잘 달린다.
(15a) *철수는 매우 잘.
(16) 철수는 공부를 아주 열심히 한다.
(16a) *철수는 공부를 아주.
(17) 하늘에는 번개가 번쩍번쩍 빛나고, 천둥소리가 우르릉 울린다.
(17a) 하늘에는 번개가 번쩍번쩍, 천둥소리가 우르릉.
  (15a), (16a)에서 볼 때, 동사를 생략시키고 부사가 동사의 기능을 대신하는 것은 일반 부사에서는 찾기 힘들다. 그러나 (17a)에서 보면 의성어 · 의태어는 서술어의 자리를 대신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일반 부사가 피수식어의 선택 대상이 광범위하기 때문에 피수식어가 생략될 경우 그것을 회복시키기 어려운 데 비해, 의성어 · 의태어는 한정된 부류의 피수식어만을 선택하므로, 구체적인 문맥이 주어졌을 때 어떤 서술어가 생략된 것인지 쉽게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의성어 · 의태어가 동사나 동사화 접미사가 생략된 채로 바로 서술어로 쓰이면 독특한 리듬감을 주면서 압축된 느낌을 준다. 다음과 같은 예들에서 서술 동사를 그대로 살리면 그 맛이 사뭇 달라질 것이다.
(18)람이 불랴지 나모 치 누웃누웃
      비 오려지 구름이 머흘머흘
      저 임이 내품에 들려지 눈을 금젹금젹 더라
                          (작자 미상, ‘악부 고대본’)

(19) 녹수 청산 깊은 골에 청룡 황룡이 꿈뜰꿈뜰
                          (‘탈춤 대사집’, p. 210)
(20) 햇볕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
  의성어 · 의태어의 독특한 기능 중의 하나는, 의성어 · 의태어만으로도 마치 독립된 문장처럼 (물론 통사론적으로 주어-술어는 갖추지 못하였으나) 기능할 수 있는 점이다. 다음 예에서 ‘따르릉따르릉’ 은 어떤 요소도 수식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쓰였다. 이러한 용법은 앞서의 예 (9), (10)과 같은 경우로 볼 수도 있겠으나, (9), (10)에서는 바로 뒤의 문장 속에 의성어가 수식할 수 있는 동사가 존재하여, 문장 안으로 이동시키면 바로 성분 부사의 기능을 갖게 되지만, (21)의 ‘따르릉따르릉’은 인접한 곳에서 피수식어를 찾기 어렵다.
(21) 따르릉따르릉, 비켜나세요. 자전거가 나갑니다, 따르르르릉.
  이 같은 기능을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한 예를 (22)에서 볼 수 있다. (22)에서 피수식 동사를 ‘쳐라’로 볼 수도 있지만, 예의 의성어 · 의태어는 치는 모양 (소리)뿐 아니라, 매맞는 모양(소리), 매맞은 상태 등을 뒤섞어서 표현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문맥의 의도에 가까울 것으로 생각된다.
(22) “괘씸한 놈, 양기가 몽땅 입에만 모였구나……쳐라.”
      두둥뚝딱
      좌르르르르르르 느끈능청 느끈능청 딱 피르르르르르르 딱 두둥뚝딱
      “ 아이고-, 하느님이 아버지면 어머니는 어디 있노오오오-?”
                                                    (‘대설 남’p. 136)


    2. 단독형과 반복형의 차이

  의성어 · 의태어의 특징 중 하나는 대부분 반복형을 구성할 수 있는 점인데, 반복형은 복수성, 계속성, 반복성 등 의미론적으로 증대의 기능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채완, 1986). 즉 ‘꾹 누른다’가 일회적 동작이라면, ‘꾹꾹 누른다’ 는 반복적 동작을 가리키며, ‘꾹 참아라’ 보다는 ‘꾹꾹 참아라’ 가 참는 정도가 더 심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단독형과 반복형이 증대의 의미 이상의 차이를 가지고 서로 다른 문맥에서 쓰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한 차이가 혹시 의성어와 의태어에 따른 차이가 아닌가 살펴보자.

(23a) 바람에 문이 {덜컥, 덜컥덜컥} 소리를 냈다.
(23b) 철수는 교통사고에 놀라서 병이 {덜컥, *덜컥덜컥} 났다.
(24a) 홍도의 눈에서 눈물이 {뚝, 뚝뚝} 떨어졌다.
(24b) 홍도야, 울지 말고 {뚝, *뚝뚝} 그쳐.
(25a) 햇볕이 {?쨍, 쨍쨍} 내리쬐인다.
(25b) {쨍, *쨍쨍 } 하고 해뜰 날 돌아온단다.
(25c) 놋그릇이 {쨍, *쨍쨍 } 소리를 내며 부딪쳤다.
  (23a, b) (24a, b)를 보면, 하나의 형태가 의성어로 쓰일 때는 반복형과 단독형이 모두 허용되어 반복형이 복수성, 반복성의 의미를 나타내고, 의태어로 쓰일 때는 반복형이 쓰이지 못함을 알 수 있다. 그러나 (25a)와 (25b)에서는 모두 의태어이면서도 동사에 따라 단독형과 반복형이 달리 선택되었고, (25c)에서는 의성어인데도 반복형이 어색하다. 여기서 의성어인가 의태어인가에 따라 단독형과 반복형이 선택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의성어 · 의태어에는 단독형이 있고 그 반복형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아예 단독형으로는 자립성이 없고 반드시 반복형으로만 문장에 나타날 수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유음 반복을 이루는 의성어 · 의태어는 어느 한 쪽의 의미가 불분명하거나 (예: 오목조목, 알록달록), 양쪽 다 의미가 불분명한 경우가 많다(예: 싱숭생숭, 오순도순). 유음 반복어의 이 같은 특성에 대해서는 채완(1986)에서 충분히 논의되었으므로, 여기서는 동음 반복이면서도 단독형의 쓰임이 자유롭지 않은 경우에 대해서만 간단히 지적하고자 한다.
(26) 순이는 친구들과 {*도란,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며 밤을 새웠다.
(27) 철수는 나무를 하며 {*흥얼, 흥얼흥얼} 콧노래를 불렀다.
(28) 순이는 목을 놓아 {*엉, 엉엉} 울었다.
(29) 군중들이 {*와글, 와글와글) 시끄럽게 떠들었다.
  위의 예들에서 동사 자체가 순간성, 일회성을 갖기 어렵고, 지속성, 반복성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으며, 그에 따라 의성어 · 의태어도 반복형만이 쓰이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의성어 · 의태어는 일반적으로 특정한 동사와 밀접하게 호응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반복적 의미의 동사와 호응하는 의성어 · 의태어도 관용적으로 반복의 용법으로만 굳어진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대부분의 동음 반복형 의성어 · 의태어는 단독형도 자립성을 갖는데, 동사의 상적 특성에 따라 선택되어 쓰인다. 다음과 같이 일회적, 순간적인 행위이면서 반복적 행위가 가능한 경우에는, 필요에 따라 단독형과 반복형이 모두 허용된다.
(30) 철수가 화가 나서 소리를 {꽥, 꽥꽥} 질렀다.
(31) 순이는 침을 {꿀꺽, 꿀꺽꿀꺽} 삼켰다.
  동사가 일회적 순간적 행위이면서 반복을 허용하지 않는 의미일 때는 단독형이 선택되고, 반복이 가능한 문맥일 때는 반복형이 선택된다.
(32) 철수는 순이와 소식을 {딱, *딱딱 } 끊었다.
(32a) 추위 때문에 이가 {?딱, 딱딱} 부딪치도록 떨린다.
(33) 그는 마침내 숨이 {뚝, *뚝뚝} 끊어지며 세상을 하직했다.
(33a) 산불이 나서 나무들이 { ?뚝, 뚝뚝} 부러지며 탄다.
  이처럼 동사의 의미 자질에 의해 단독형과 반복형이 선택되는 것으로 보면, (23), (25)의 경우도 설명이 가능하다. 눈물은 계속 뚝뚝 떨어질 수도 있고 한 방울만 뚝 떨어질 수도 있지만, 그치는 것은 단번에 뚝 그치는 것이다.
  동물의 울음에서도 일회적인 발성이면서 반복도 가능한 ‘음매, 야옹, 뻐꾹’은 단독형과 반복형이 모두 쓰이며, ‘꼬끼오’ 는 수탉 한 마리가 휴지 없이 ‘꿀꿀’ 처럼 우는 일은 없으므로 반복형이 잘 안 쓰인다. 이에 비해 일회적인 발성이 곤란한 ‘꿀꿀, 개굴개굴, 맴맴, 짹짹’은 단독형이 자립성이 없다.
(34) 고양이가 아랫목에서 {야옹, 야옹야옹} 운다.
(35) 참새가 전깃줄에 앉아 {*짹, 짹짹} 노래한다.
  그러나 참새도 죽을 때는 단독형으로 ‘짹’ 하고 죽는다.


Ⅳ. 의미론적 특성

    1. 반복의 표현적 효과

  의성어 · 의태어는 사람, 동물, 기계, 악기, 기구, 기체, 액체, 식물, 공간, 시간, 날씨, 불, 빛, 상태, 현상 등 자연에 있는 모든 것을 표현하지만, 그중에서도 사람에 관련된 의성어 · 의태어가 가장 많다. (‘조선말 의성 의태어 분류 사전’목차 참조.) 그러나 의성어 · 의태어는 어떤 하나의 대상만을 나타내기보다는 다른 대상에 대해서도 확대되어 사용될 때가 많다. 예를 들면 ‘우두둑우두둑’ 은 단단한 나무 따위가 부러지는 소리지만 사람이나 동물에 대해서도 쓸 수 있으며, 단단한 물체가 떨어져 부딪치는 소리도 나타낼 수 있다. ‘살금살금’ 도 사람이나 동물의 움직임을 묘사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보다 확대된 용법으로도 쓸 수 있다.

(1a) 철수가 사탕을 우두둑우두둑 씹어 먹었다.
(1b) 개가 뼈를 우두둑우두둑 씹어 먹었다.
(1c) 우박이 지붕 위에 우두둑우두둑 떨어진다.
(1d) 태풍에 가로수 가지가 우두둑우두둑 부러진다.
(2a) 철수가 살금살금 고양이에게 다가갔다.
(2b) 고양이가 살금살금 철수에게 다가갔다.
(2c) 어느새 어둠이 살금살금 다가와 산골 마을을 덮었다.
(2d) 파도가 살금살금 밀려와 발목을 간지른다.
  그런데 유음 반복형 의태어 중에는 오직 사람에 관해서만 쓸 수 있는 형태가 많은 점이 눈에 띈다. 교체 유형에 따라 몇 예씩 들어 보면, ‘는실난실, 싱숭생숭, 으밀아밀, 티격태격, 물끄럼말끄럼, 흥뚱항뚱, 흥이야항이야, 희룽해룽’등 모음 교체형, ‘아근바근, 아둥바둥, 아득바득, 알뜰살뜰, 오순도순, 푸르락누르락, 어정버정’등 자음 교체형, ‘갈팡질팡, 미주알고주알, 붉으락푸르락, 애면글면, 옥신각신, 왕배덕배, 왜틀비틀, 쥐락펴락, 천산지산, 허둥지둥, 흐리마리, 흐지부지, 흥청망청’등 음절 교체형 의태어들은 사물은 물론 동물에 대해서도 쓰지 못한다. 이들은 ‘알뜰살뜰, 오순도순’정도를 제외하고는 다소 경멸적인 의미를 수반하는 특징이 있다. 어떤 사람의 행위나 태도를 과장하고, 조금은 부정적인 함축을 포함시키면서 묘사하는 데 쓰이는 표현들이다. 어떤 사실을 객관적으로 전달하는 문맥에서는 잘 쓰이지 않고, 무엇보다도 경어법을 써야 하는 대상에게는 쓰기 어렵다.
(3) *아버지께서는 흥청망청 돈을 쓰신다.
(4) *선생님께서는 학생에게 미주알고주알 물으신다.
(5) *어머니께서 철수를 물끄럼말끄럼 바라보신다.
  의성어 · 의태어가 본래 감정적이고 수사적인 장면에 적합한 표현이라는 점은 Ullmann(1961:121)에서도 지적한 적이 있는데, 그러한 의미 특성을 특히 두드러지게 표현하는 것이 유음 반복어이다. Marchand(1969:437)에서도 복합법이나 접두사, 접미사가 그 일차적 목적을 지적인 메시지의 기호화에 둔다면, 유음 반복은 감정과 유희의 기호화에 그 목적을 둔다고 하여, 유음 반복어가 특별히 감정적 동기를 크게 가지는 표현 형식임을 지적하였다.
  유사한 의미나 유사한 음운 구조를 가진 단어나 구, 문장 따위를 반복하는 것은 일종의 말장난으로서 해학적인 효과를 준다. 그 같은 표현 기법은 풍자와 해학의 대표적인 양식 중 하나인 탈춤 대사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탈춤 대사집’참조)
(6) 곳불인지 행불인지(a) 해해년년이 다달이 나날이 시시때때로(b) 감돌아들고 풀돌아든다(a)(p. 115).
(7) 동개골 서구월 남지이 북향산 방방곡곡이 모래 짬짬이 바위 틈틈이 가랑잎 새새 삼나무 겹겹이 다 찾아다녀도 찾을 길이 없어(p. 161).
(8) 원통하고 절통하고 내가 살아있을 때는 얌전하고 똑똑하고 인정많고 사정많고 불쌍한 사람 알아보는 내 아니시냐, 쳐라(p. 57).
(9) 니 얼굴이 얼굴이냐 덜굴이냐? 얽구 검구 검구 얽구 푸르구 붉구 붉구 푸르구 …… 멍석 덕석 방석 같구 자판에 콩엿 호두엿 같구(p. 196).
(10)  미나리 김치 숭덩숭덩 썰어 지글지글 이글이글 부친 젬벵이다(p. 197).
(11) 우리집 샌님인지 댄님인지 졸님인지 하는 저런 녀석이 날 부르기를 말뚝아, 꼴뚝아, 메뚝아, 깍뚝아 하고 오뉴월 장마통에 나막신 찾듯이(p. 216).
  다소 장황하게 예를 늘어놓은 이유는 위의 예들에서 반복어의 형성 동기와 과정을 엿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6b)에는 시간을 나타내는 네 개의 반복형 부사가 나열되어 있다. 즉 반복어를 반복한 구조로서, 의미상 ‘언제나’라는 하나의 단어로 대치될 수 있는 데도 이와 같이 번거롭게 말하는 것은, 유사한 형태를 반복함으로써 리듬감, 해학성을 얻기 위해서이다. (6a)는 각각 운(rime)을 맞추어 반복되고 있다.
  (7)에서는, 방방곡곡 샅샅이 찾아다녔다는 의미를 과장해서 표현하기 위해, ‘모래, 바위, 가랑잎, 삼나무’처럼 실제 사람이 숨을 수 없는 곳만을 나열하면서 각각 반복어를 덧붙이고 있는데, (6b)와 마찬가지로 반복적 표현을 반복하는 이중의 반복 기법이라고 할 수 있다.
  (8)에서, 비록 사전에는 실려 있지 않지만 ‘인정사정, 원통절통’같은 음절 교체형 유음 반복어를 형성하는 데 직관적으로 저항감이 없으며, 실제 구어에서는 그 같은 표현을 흔히 쓰고 있다. (9)~(11)도 비슷한 경우로, 밑줄 친 부분은 모두 음절 교체형 유음 반복어와 같이 운을 맞춘 조합을 이루고 있다. 운을 맞추기 위해 꼭 기존의 단어나 형태소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6a)에서 ‘행불, 풀돌아든다’는 각각 ‘곳불(고뿔), 감돌아들고’와 운을 맞추기 위한 무의미 형태들이다. 또한 (9)에서도 ‘얼굴’에 대해 ‘덜굴’이라는 무의미 형태를 짝지은 데서, 유음 반복어의 상당수가 의미론적 유연성을 갖지 못하는 이유를 볼 수 있어서 흥미롭다. 유음 반복형 의성어 · 의태어의 상당수가 이미 존재하는 형태소끼리를 복합시킨 것이 아니라, 운을 맞추기 위해 무의미 형태를 인위적으로 만들어 짝을 맞춘 것이기 때문에, 그 형성 동기부터가 언어 유희적이다. 또한 (9)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붉으락푸르락’과 같은 반복어는 이미 형성되어 있고, (10)에서 ‘이글지글’ 같은 자음 교체형 반복어가 만들어진다고 해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것으로 생각된다.
  이상과 같은 예들을 볼 때, 반복은 개념적 의미의 전달보다는 표현적 가치를 위해서 사용됨을 알 수 있다. 더구나 의성어 · 의태어는 그 자체가 문장의 필수 요소가 아니며, 정보 전달보다는 말해지는 장면과 화자의 감정을 표현하는 부수적 요소이다. 많은 경우 의성어 · 의태어를 빼 버려도 그 중심적 의사소통에는 지장을 주지 않는다. 예컨대 예문 Ⅳ(1)~(2) 의 여덟 문장에서 의성어 · 의태어를 빼도 문장의 성립에 문제가 없으며 중심 의미에도 별 손상을 주지 않는다.
  중심 의미와 크게 관련되지 않는 의성어 · 의태어의 사용은 문체상으로 독특한 표현적 가치를 가지며, 그러한 특성이 반복의 표현적 가치와 합해져서 그 효과를 상승시킨다. 의성어 · 의태어에 유난히 반복형이 많고 유음 반복어가 많은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 요컨대 반복, 특히 유음 반복은 말장난이며 허튼 소리이고 수다이다. 그리고 울음보다는 웃음의 감정을 담고, 객관적 사실보다는 주관적 판단과 관련되며, 긴박하고 심각한 장면보다는 한가하고 여유 있는 장면에 어울린다.
  그러므로 의성어 · 의태어는 사용될 수 있는 문맥이 어느 정도 제한된다. 앞서 ((3)~(5)참조) 유음 반복어가 경어법을 써야 하는 대상에게는 쓰기 곤란하다는 점을 지적했는데, 그것은 의성어 · 의태어의 일반적 특성으로 생각된다. Ullmann(1961:121)은 의성어 · 의태어가 동화, 구어, 대중적 말, 방언, 속어와 같은 자생적이고 단순하고 표현적인 형식에 적합하여, 시인과 작가가 이 자원을 충분히 이용할 줄 알 것이며, 한편 과학자, 외교관, 관리, 실업가들은 의성어 · 의태어를 사용할 여유가 없는, 보다 억제되고 중립적인 언어를 사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은 의성어 · 의태어의 문체적 특성을 잘 나타내고 있는데, 국어에 대해서도 크게 다름없이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2. 문체적 특성

  앞서 우리는 의성어 · 의태어의 표현적 가치에 대해서, 특히 반복어를 형성하는 측면에서 고찰하고, 그러한 특성 때문에 사실상 의성어 · 의태어가 쓰일 수 있는 문맥이 한정 되리라는 것을 지적하였다. 본 절에서는 국어의 의성어 · 의태어가 사용되는 문맥을 실제로 살펴보고,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은 문체적 특성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검토하고자 한다.
  의성어 · 의태어를 학술 논문이라든지, 법조문, 정부 담화문, 신문 기사, 과학 교과서 등에서 만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구체적인 대화의 장면에 있어서도, 국제 전화라든지 전보와 같이 짤막하게 요점만을 전달할 때 의성어 · 의태어가 끼어들 자리를 마련하기는 어렵다. 좀 더 실증적인 연구가 뒷받침되어야 하겠지만, 세대나 성별에 따라 사용 양상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필자의 경우 사전에 실린 의성어 · 의태어 중 그 의미를 알지 못하는 예가 많고, 젊은 층으로 갈수록 의성어 · 의태어를 덜 쓰고 의미도 잘 모르는 것을 경험하였다. 현대 국어에서 적극적으로 사용되는 의성어 · 의태어의 수와 빈도는 점차 떨어져 가고 있으며, 많은 예들이 사용되는 어휘가 아니라 학습되는 어휘로 변해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의성어 · 의태어를 가장 풍부하게 만날 수 있는 곳은 동시와 동요일 것이다.

(12) 봄비는 파뜩파뜩 눈을 뜨는 비
      새싹이 파릇파릇 돋아나는 비
      봄비는 무럭무럭 키가 크는 비
      애들이 보슬보슬 맞고 가는 비
        (윤석중, <봄비> 2, 3연)
  (12)에서 봄비의 이미지는 네 개의 의태어에 압축되어 있다. 이 동시는 새로운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봄비를 대하는 작자의 희망과 기쁨, 봄비에 새롭게 돋아나는 새싹 같은 아이들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다. 이 시에서 의태어를 모두 빼어 버려도 문장의 성립에는 지장을 주지 않겠지만, 작자의 정서를 표현하기는 대단히 어려울 것이다.
  기본적으로 동시와 같은 성격을 지닌 동요도 의성어 · 의태어의 창고라고 할 만하다.
(13) 송알송알 싸리잎에 은구슬
       조롱조롱 거미줄에 옥구슬
       대롱대롱 풀잎마다 총총
       방긋 웃는 꽃잎마다 송송송
        <구슬비>

(14) 큰북을 울려라 둥둥둥, 작은북을 울려라 동동동
       캐스터네츠 짝짝짝, 탬버린은 찰찰찰, 트라이앵글은 칭칭칭
       너도 나도 다 같이 흥겹게 쳐 보자
       쿵따리 쿵따리 쿵쿵쿵 쿵따리리 쿵따리리 쿵쿵쿵
        <리듬 악기 노래>
  (13)은 구슬비가 싸리잎, 거미줄, 풀잎, 꽃잎에 맺혀 있는 모양을 단 하나의 동사도 없이 의성어 · 의태어로만 표현하고 있다. 이들을 일일이 동사로 나타냈다면 압축된 어휘 사용에서 오는 상징성, 반복되는 이응 받침에서 오는 리듬감, 음악성 등은 표현할 길이 없었을 것이다. (14)에서도 다른 어휘가 대신할 수 없는 의성어만의 표현 영역을 볼 수 있다. 말 자체가 가락이고 리듬인 것이다. 국민학교 3학년 음악 교과서에는 애국가와 같은 행사용 노래를 제외하고 모두 33곡의 노래가 실려 있는데, 그중 19곡이 노랫말에 의성어 · 의태어를 포함하고 있으며, <퐁당퐁당>은 제목부터 의성어이다.
  어린 아기들이 사용하는 유아어에서도 의성어 · 의태어를 많이 만날 수 있다. ‘짝짜꿍, 곤지곤지, 섬마섬마, 잼잼’ 등을 비롯해서, 의성어 · 의태어를 그대로 또는 접미사를 붙여서 사물이나 동물의 이름으로 쓴다. 예: 꼬꼬, 꿀꿀이, 멍멍이, 야옹이, 음메, 어흥, 띠띠빵빵, 칙칙폭폭 등. 의성어 · 의태어가 아기와 어린이에게 적합한 표현 수단이 되는 이유는, 그 본질상 심각한 개념적 의미를 담기보다는 감정과 정서를 직접적으로 나타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어린이말과 전혀 다른 측면에서, 표현의 직접성 때문에 의성어 · 의태어가 선호되는 한 분야가 은어와 속어이다. 은어와 속어에서는 의성어 의태어에 접미사가 결합된 형태가 많이 쓰이는데, 의성어 의태어가 갖는 경멸적인 색채가 보다 강조되어 쓰이는 특징이 있다. 강신항(1991)에서 몇 예를 인용해 보면 다음과 같다.
(15) 군대 은어-빌빌이(비실거리는 자), 뺀질이(서울 경기 출신 군인)
      우범자 은어-딸딸이(자전거), 통통이(오토바이), 똑때기(시계)
      학생 은어-으악카/꽥카(놀랄 정도로 못생긴 여자)
  은어, 속어가 아니더라도, 의성어 · 의태어 또는 의성어 의태어에 명사가 결합된 형태에 접미사 ‘이’가 결합하여 명사를 파생시키는 조어 방식이 있다. ‘깍두기, 누더기, 오똑이’처럼 사물 명사를 만들기도 하지만 유정 명사가 파생되기도 하는데, 주로 동물 이름을 만들며, 사람을 나타낼 경우 장애자를 나타내거나 별명으로 쓰이는 특징이 있다. 이것도 의성어 의태어가 경어법을 써야 하는 대상에게는 쓰기 곤란한 점과 연관이 있다.
(16) 사람- 절름발이, 넓죽이, 덜렁이, 배불뚝이, 비실이, 비뚤이, 코납작이
      동물- 개구리, 꾀꼬리, 뻐꾸기, 맹꽁이, 따오기, 뜸부기, 매미
  의성어 · 의태어의 적절한 사용으로 해학성을 돋보인 예들은 앞서 ‘탈춤 대사집’에서 들어 보였다. 비슷한 문체적 환경에서 의성어 · 의태어를 다양하게 사용한 작품으로 ‘대설 남’을 들 수 있다. ‘대설 남’은 판소리 양식에 가까운 작품인데, 작자가 새로 만들어 낸 의성어 · 의태어도 다수 나타난다.
(17) 오른쪽엔 영암 월출산 아산 아슴아슴 뾰족뾰족(p. 32).
(18) 시장안 굉장망장 으리으리 왼갖 잡화 갖은 물건 천야만야 쌓아 놓은 것을 보니 아가리가 딱딱 벌어진다(p. 41).
(19) 도투마리에 모시 넣고 빙아올 사올 올락낼락 이짝저짝 북을 넣어 찰캉찰캉 내오는 까끌섬섬 모시전(p. 49).
  다음 시조도 의성어 · 의태어가 담고 있는 해학성을 압축해서 표현해 낸 점에서 빠질 수 없는 작품이라고 하겠다.
(20) 반 여든에 첫 계집을 니 어렷두렷 우벅주벅 주글번번  다가
      와당탕 드리  라 이리져리니 노도령의  음 흥글항글
      진실로 이 자미 아돗던들 긜 적브터  랏다
       (작자 미상, ‘청구영언 진본’)


Ⅴ. 결론

  본고에서는 의성어 · 의태어에 대하여 통사론적 특성과 의미론적 특성을 중심으로 고찰하였다. 본고에서 논의된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의성어 · 의태어는 문장에서 성분 부사로 기능한다. 수식 대상은 동사일 때가 가장 많으며, 형용사를 수식하기도 한다. 의성어는 명사를 수식하는 관형어로서 기능하기도 하지만 보편적인 용법은 아니다.
  의성어 · 의태어는 부사에 속하지만 일반 부사와는 그 기능이 다른 점도 있다. 부사를 수식하는 예를 찾기 어렵다든지, 동사 없이 서술어의 기능을 대신할 수 있는 점은 일반 부사에서는 보기 힘든 의성어 · 의태어의 특징이다.
  의성어 · 의태어의 형태적 특성 중의 하나는 반복형을 구성하는 점인데, 동사에 따라 단독형과 반복형이 선택된다. 그러나 복수성, 반복성을 띤 동사와 주로 호응하는 의성어 · 의태어중에는 단독형이 자립성이 없는 경우도 있다.
  의성어 · 의태어는 개념적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 그 일차적 목적이 아니라, 감정적이고 수사적인 장면을 유희적으로 표현하는 데 주된 기능이 있다. 의성어 · 의태어의 대부분이 반복형을 구성하는데 , 반복형의 구성 동기도 개념적이기보다는 표현적인 것이다. 의성어 · 의태어의 언어 유희적 특성은 반복의 표현적 가치와 상승되어, 반복형 의성어 · 의태어는 주관적이고, 한가하고, 유희적이고, 해학적인 문맥에 어울린다. 반면에 심각하고 객관적이고 긴박한 장면에서는 쓰일 기회가 적고, 경어법을 써야 하는 대상에 대해서는 사용하기 어렵다.
  의성어 · 의태어는 그 문체적 특성 때문에 실제로 사용되는 문맥이 제한된다. 유아어나 동요, 동시에서 의성어 · 의태어를 자주 만날 수 있는 것은 의성어 · 의태어가 감정과 정서를 직접적으로 표현하기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은어와 속어에도 의성어 · 의태어가 자주 쓰이는데, 표현의 직접성과 함께 특히 경멸적인 색채가 강조되는 특징이 있다. 의성어 · 의태어에 접사가 결합되어 사람에게 쓰일 때 장애자를 나타내거나 별명으로 사용되는 것도 의성어 · 의태어의 문체적 특성과 관련된다.
  의성어 · 의태어 중에서 특히 해학적 측면이 두드러진 것은 유음 반복어인데, 주로 사람의 태도나 행위를 과장적으로, 조금은 경멸적으로 묘사한다. 이 같은 특성을 가장 잘 활용한 경우가 탈춤 대사가 아닌가 한다. 탈춤의 대사는 개념적 정보 전달보다는 풍자와 해학, 야유에 중점이 주어지므로, 유음 반복어가 쓰이기에 가장 적합한 문맥일 것이다. 시조 중에서도 의성어 · 의태어의 절묘한 용례를 찾기 어렵지 않다. 비슷한 경우를 판소리에서도 기대할 수 있는데 본고에서는 거기까지는 힘이 미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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