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어·의태어의 개념과 정의
1. 서: 시작에 앞서
어떤 의미로든 우리말에 의성어와 의태어가 많다는 점은 전문적, 비전문적 견해로서 널리 피력되는 바이다. 여러 외국어의 경우와 서로 비교하는 전문적인 통계까지 빌리지 않더라도,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몇몇 외국어를 생각해 보면 이는 쉽게 납득될 수 있는 견해이다. 특히 의태어는 그 존재 자체가 이미 우리말의 자못 특이한 부분으로 지적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의성어와 의태어에 덧붙여 의성 의태어라는 범주도 있다.
의성어와 의태어의 사용은 특정 대상을 묘사하는 경우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들이 우리의 일상 언어생활에 널리 그리고 깊이 관여되어 있음은 우리 주변을 조금만 유심히 둘러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우리의 아이들은 ‘하나, 둘, 셋, 넷’ 대신에 ‘칙칙 폭폭’이나 ‘참새 - 짹짹, 오리 - 꽥꽥’에 발을 맞추어 소풍을 가며, ‘멍멍이’와 놀고 ‘꼬꼬’를 쫓는다. ‘꿀꿀이’ 저금통을 아끼며, ‘아야야’하여 병원에 가서 ‘콕’을 맞고, 열심히 ‘냠냠’을 잘하고 착하게 ‘코’ 자면서 ‘짝짜꿍’과 ‘곤지곤지’를 배우다 보면 ‘뒤뚱뒤뚱’하던 아기가 어느덧 ‘아장아장’을 거쳐 ‘성큼성큼’ 걷게 된다. 이와 같은 예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한없이 그것도 매우 쉽게 찾아내거나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역사적으로 의성어와 의태어가 어떠했었는지 생각해 보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가장 오랜 노래 중의 하나인 유리왕의 황조가(黃鳥歌)의 첫 구절로부터 유산가의 물소리와 새소리, 바늘을 잃은 유씨 부인의 한탄에 이르는 고금의 수많은 작품, 특히 한글 작품에 들어있는 다종 다양한 의성어와 의태어들은 일일이 예거할 수가 없을 정도이다. 이리하여 훈민정음의 정인지 서에 새로 만든 글자로는 온갖 소리를 다 적을 수 있다는 것이 특기할 만한 사실로 부각되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이 글에서도 이제까지 그랬듯이, 의성어·의태어라는 용어가 별다른 정의 없이 쓰여 왔다는 점에 주목하고자 한다.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특별히 정의를 제시하지 않았어도 논의를 계속하고 의사를 교환하는 데에 물론 지장이 없었을 터인데, 이는 이들 용어의 개념이 매우 분명하거나 우리 모두가 이 용어의 사용에 익숙하기 때문일 것이다. 용어로 지칭하는 범주 자체가 여타의 범주와 혼동의 여지가 없거나, 언중들이 어렴풋하게나마 알고 있는 범주가 대체로 일치하며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그다지 문제되지 않거나의 문제인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이 두 가지가 모두 관련이 있다고 본다. 즉, 의성어와 의태어가 지칭하는 바(그리고 지칭한다고 생각되는 바)의 가장 분명한 부분을 언중들이 두루 알고 있다고 생각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까지 의성어·의태어에 대한 연구는 그리 많지 않았다. 이제까지 나온 수많은 국어 문법 관련 논저에 의성어·의태어에 관한 언급은 빠짐없이 등장하나, 대체로 ‘우리말본’의 “우리말에는 우랄 알타이 말 겨레에 두루 있는 홀소리 어울림이 소리시늉말과 짓시늉말에 아직 여전히 남아 있다”는 수준을 넘지 않으며, 이에 대한 내·외국인의 연구는 의성어·의태어의 개념적 접근이라기보다는 음운론적 접근으로서 주로 모음조화, 음운 교체, 음성 상징의 면에서 다루거나 상징부사로 제시한 후 하위 분류를 시도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한 예로 현행 고등학교 문법 교과서에서 의성어·의태어에 관한 부분을 보면, 품사론의 ‘부사’ 항에서(p.40)
“5-(라), (마)의 ‘철썩철썩, 데굴데굴’은 사물의 소리와 모양을 본뜬 말이다. 5-(라)의 ‘철썩철썩’과 같은 말을 의성 부사(擬聲 副詞), 5-(마)의 ‘데굴데굴 ’과 같은 말을 의태 부사(擬態 副詞)라 한다. ”
는 기술이 있고, ‘어감의 분화’를 설명하는 가운데(p.167),
“모음과 자음의 차이가 기본적인 의미는 그대로 두고, 단어의 어감만을 다르게 하는 일이 있다. 주로 의성 부사와 의태 부사에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것은 우리말의 특징 중의 하나이다.”라는 기술이 있는 정도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글에서 의성어·의태어에 관하여 전혀 새로운 정의를 내리려는 것은 아니다. 이 글에서는 이 ‘두루알고 있(다고 생각되)는 바’를 재점검하고 ‘기타 나머지 부분’에 대한 검토를 하고자 한다. 한국어라는 덩어리에서 의성어·의태어가 어디에 어떻게 자리잡고 있으며 우리는 이들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는지, 나아가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겠다는 것이다. 정의라는 것이 일반적으로 ‘익히 아는 대상을 생경한 언어로 바꾸는 작업(!)’이기도 하려니와, 이 글의 끝 부분쯤에 가면 적어도 가장 기본적인 질문인 <‘의성어·의태어’란 무엇인가?>, 그리고 조금 성격이 다른 질문인 <‘삐약삐약’이 의성어라면 ‘삐약거리다’도 의성어인가? (이는 ‘멍멍’과 ‘멍멍이’의 경우도 포함한다.)> 혹은 <‘굽다’가 의태어인 ‘구불구불’에서 왔다면 ‘굽다’도 의태어인가?> 등과 같은 질문들에 해답을 낼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2. 의성어·의태어에 관한 몇 가지 논의
의성어나 의태어는 어느 언어에서나 어쩌면 당연시되어 있는 부류이다. 그러나 과연 의성어·의태어는 자명하며 혼동의 여지가 없는 범주인가? 그렇다면 의성어·의태어로 분류되는 하위 단위들은 어떠한 기준으로 파악되는가? 다시 말해서,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동일 범주로 인정받게 하였는가? 범주 논의에서 나아가 의성어와 의태어가 낱말 혹은 어휘라는 점에도 이견이 없는 듯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들을 독립된 품사로 분류하지는 않는다. 이렇게 볼 때 의성어와 의태어란 문법적 범주인가 그렇지 않은가?
그리고 보다 근본적으로, 이 글에서와 같이 의성어와 의태어를 (의성 의태어까지도) 하나인 양 다룰 수 있는 것인가?
이러한 일련의 질문들은 독립적이면서도 상관성이 높은 질문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앞서 제기한 질문들과도 맥을 같이 하는데, 이들은 기묘하게 맞물려 있어서 순차적으로 해결하거나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님을 일단 말해두고자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어느 한 질문의 답이 다른 한 질문을 해결하기 위한 전제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건 이 질문들은 정의의 필수 요소인 상위 범주와 종차를 식별하는데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할 수 있으므로 의성어와 의태어의 정의를 논의함에 있어서 중요한 출발점이 된다.
이제까지 제기한 일련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이제부터는 제한적으로나마 ‘이른바’ 의성어와 의태어가 어떤 식으로 존재하는지부터 알아보고자 한다.
의성어·의태어에 관한 논의는 언어의 자의성으로부터 시작할 수 있다. 자의성이 signifiant과 signifié의 무연성을 바탕으로 하는 개념이라면, 적어도 ‘사물의 소리를 본뜬 말(금성 국어 대사전, 1992)’이라는 의성어는 자의성에 대한 반증 내지는 예외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물의 모양이나 짓을 흉내내어 만든 말(같은 책)’인 의태어 역시 시각 자극을 보다 직접적이고 충실하게 소리로 옮기고자 했다는 점에서 자의성의 문제를 논하게 된다. 이는 소리와 모양을 두루 나타낸다는 의성 의태어의 경우에도 해당된다.
그런데 언어의 자의성에 대한 반증이 되려면 의성어와 의태어가 정말로 ‘소리나 모양을 있는 그대로’ 나타내야 할 텐데, 개가 ‘bowwow’하고 짖는다고 느끼는 영어 화자가 ‘멍멍’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과연 개 짖는 소리를 말로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할 것인가? 우리말에 익숙지 못한 사람이 ‘산들산들’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 의미를 우선적으로 산(山)과 들(野)에 연결시켜 생각해 보려고하지 않을까? 우리말의 ‘꼬끼오’와 프랑스 어의 ‘cocorico’가 알고 보면 청각적으로 비슷하기도 하다지만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이들이 ‘같은 뜻(?)’으로 들릴까?
여기서, 논의를 진행시키기에 앞서, 의성어·의태어의 정의와 설명에 언제나 사용되는 ‘본뜨다’와 ‘흉내내다’를 잠시 사전에서 찾아보자. 위의 ‘금성 대사전’은
본뜨다: ② 이미 있는 말을 본으로 삼아 그같이 만들다.
흉내내다: 남이 하는 행동이나 말을 그대로 옮겨서 하다.
와 같이 되어 있다. 이에 따르면 의성어·의태어는 소리건 모양이건 대상을 본으로 삼거나 그대로 옮기되 소리나 행동이 아닌 ‘말’로, 좀 더 정밀하게 말하면, ‘분절음으로 바꾸어 표현한’ 것이다. 그러니까 이른바 성대모사는 의성어·의태어가 아니다. 그런데 소리나 모양 등의 대상을 인식하여 ‘말’로 바꾼 결과가, 달리 말해서 encoding의 과정과 결과가 언어에 따라 다르고 그렇기 때문에 decoding의 결과가 encoding의 input과 다르다는 것이 관심의 대상이 될 만하다. 즉 의성어와 의태어의 이해 혹은 해석을 위해서는 언어의 자의성도 자의성이지만 언어의 사회성이 고려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한편 우리는 언젠가 방송에서 “집에 가면 그 어린 깜돌이가 ‘왈왈’하며 반겨주지요. ”라고 했을 때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처음 듣는 ‘왈왈’로부터 깜돌이가 강아지라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이해했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소리나 모양으로부터 유래한 수많은 유행어 역시 마찬가지의 경우이다. 즉, 모어 화자의 직관이 여기서도 발휘된다고 보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의성어·의태어로 분류되는 항목들이 그렇지 않은 항목들과 언어의 특성 면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잠정적인 소결로 삼을 수 있겠다.
이어서 살펴볼 것은 의성·의태의 출현 양상이다. 여기서 ‘의성어·의태어’, ‘형태소-낱말-어휘’나 ‘형태적 구조, 조어법상의 특징’등의 용어를 쓰지 못하는 것은 어디까지를 의성어·의태어로 볼 것인지가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단 우리는 ‘의성·의태’가 관련된 어휘들이 세 가지 유형으로 범주화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첫째는 “병아리가 삐약삐약 소리를 내며 모여들었다.”, “태극기가 펄럭펄럭 날리고 있었다.”에서 보듯이 ‘삐약삐약’ , ‘펄럭펄럭’이 자립 형식으로 관찰되는 것이고, 둘째는 이들이 어근이 되어 “병아리가 삐약거리며 모여들었다.” ,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었다.”에서 보듯이 ‘삐약+거리다’, ‘펄럭+(이)다’와 같이 접사를 취하되 ‘삐약삐약’, ‘펄럭펄럭’의 형태와 의미가 상당한 정도로 남아 있는 경우이다. 이 두 번째 유형은 종래에 의성어 의태어를 기저로 형성된 단어군으로서 넓게 보아 ‘멍멍이’에서 나아가 ‘더듬이’, ‘개구리’, ‘소쩍새’, ‘굴렁쇠’, ‘딸꾹질’류도 포함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굽다(←구불구불?)’, ‘지저귀다(←지지배배?) ’, ‘기울다(←기우뚱?)’, ‘재채기(←에취?) 등과 같이 소리나 모양과의 관련은 보이되 이를 분명히 분석해 내기는 어려운 경우를 보이는 유형을 들 수 있다. 그리고 ‘코맹맹이 소리’의 ‘코맹맹이’처럼 ‘코가 막혀서 내는 소리를 본뜬’ 것인지 ‘코가 막힌’의 ‘막힌’이 ‘코’에 붙어 변한 것인지 공시적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몇몇 사례들이 소속 불명으로 남는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이제까지 우리말에서는 첫 번째 유형만을 의성어·의태어로 보는데, 영어의 ‘splash’나 프랑스어의 ‘craquer’는 의성어의 범주에서 다룬다. 의성어·의태어가 범언어적 범주라는 점을 근거로 드는 우를 범하지 않고서도, 세 번째 유형은 몰라도 두 번째 유형에 속하는 어휘들을 의성어 ·의태어로 보지 말아야 할 이유가 있는가?
여기에 이어질 수 있는 것이 의성어·의태어의 품사에 관한 논의이다. 의성어·의태어는 대체로 부사로 분류되고 있으며 개중에는 명사나 감탄사로 분류되는 것들이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의성어·의태어의 품사에 관한 보편적인 논의는 바로 위의 질문이 해결된 연후에 가능한 것이므로 여기서는 의성어·의태어의 품사 문제는 구체적으로 다루지 않기로 한다.
3. 의성어·의태어에 관한 몇 가지 정의
의성어·의태어의 정의를 내리는 작업은, 그 자체로서 독립된 논저를 이루지는 않았더라도 이미 시도되었고, 어떤 의미로는 이미 공인된 결과로 완결되었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여기서는 사전류와 몇몇 논저에 등재된 의성어·의태어의 정의를 있는 그대로 살펴보기로 하겠다.
우선 어휘 사전에서 제시한 정의를 보면, 앞서도 인용한 ‘금성 국어 대사전’은, 의성어를 ‘사물의 소리를 본뜬 말’로 의태어를 ‘사물의 모양이나 짓을 흉내내어 만든 말’로 정의하였다. 이는 다른 출판사의 국어사전들에도 공통되는 정의이다. 이어서 우리나라 밖에서 나온 사전들을 살펴보면, 영어권의 사전으로,
‘The Oxford English Dictionary(2nd ed., vol X,1989, Clarendon Press)’의,
“Onomatopoeia: 1. The formation of a name or word by an imitation of the sound associated with the thing or action designated: this principle as a force in the formation of words in a language ……b. A word formed by this process; a word imitating the sound of the thing or action which it signifies.
(의성어: 1. 지시하는 사물이나 행동과 연합된 고리를 모방한 명칭이나 단어의 형성: 이와 같은, 개별 언어의 조어 원칙 …… (중략)……b.이러한 과정을 거쳐 형성된 단어: 나타내고자 하는 사물이나 행동의 소리를 모방한 단어.)”와
‘The Random House Dictionary of the English Language (Random House Inc.1990)’의
“onomatopoeia 1. the formation of a word, as cuckoo or boom, by imitation of a sound made by or associated with its referent. 2. a word so formed.
(의성어 1. cuckoo(뻐꾸기 소리)나 boom(폭발하는 소리)과 같이 지시 대상과 연합되거나 지시 대상이 내는 소리를 모방한 단어의 형성. 2. 이와 같이 형성된 단어.)”를 들 수 있는데, 두 사전 중 어느 것도 어떤 식으로도 의태어에 관한 언급은 없다. 이러한 점은 프랑스 어권에서 나온 사전류를 프랑스 어 어휘 사전의 대표격이라 할 Larousse와 Robert의 경우를 중심으로 보면, 특히 ‘Grand Larousse de la langue française (en sept volumes Librairie Larousse, 1976)’의 경우에 대형 사전의 양단 조판 2면을 의성어에 할애하고 있으나, 그 설명의 내용이나 제시 방식이 위 영어 사전류와 혹사하여 별도로 인용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이는 의태어에 대한 입장에서도 그러하다.
한편 어휘 사전류보다 좀 더 전문적이라 할 수 있는 언어학 사전과 국어 국문학 사전, 및 영어학 사전은 의성어·의태어의 정의에 약간의 설명을 덧붙이고 있다. 우선 언어학 사전(이정민, 배영남 편, 한신 문화사, 1982)은 ‘onomatopoeia(의성어)’항에 “사물의 소리를 흉내내는 말. ‘졸졸’, ‘딸랑딸랑’등. 영어의 ‘cockoo’는 독어의 ‘kuckkuck’, 불어의 ‘coucou’와 비슷하다. 이와 같이 의성어는 언어 기호의 자의성(arbitrariness)에 대하여 예외적이나, 언어 체계의 단어 형태 중 의성어가 차지하는 비율은 극히 작다. ”고 하였고 의태어에 대해서는 별항을 지정하지 않았다. 이는 앞으로 볼 몇몇 사전·논저류에서도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현상이다. 이는 한편으로는 의성어·의태어가 갖는 공통성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들 사전·논저류에 주류를 이루는 이론들이 의태어라는 범주가 없는 언어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같은 맥락에서 ‘국어국문학 사전(신구 문화사, 1982)’는, 의성어를
“넓은 의미로는 언어 기호의 음성 형식과 그 의미 내용과의 사이에 필연적인 관계가 성립하는 일군(一群)의 단어를 총칭하며(이를 象徵語라고도 한다), 좁은 의미로는 사물의 소리를 흉내낸 말을 가리킨다. ”
하고 정의하고, 의성어와 의태어의 관계에 대해,
“좁은 의미의 의성어 (onomatopoeia)는 사물(事物)의 모양이나 태도 등의 양태를 묘사한 의태어(expressive word)에 대립된다. 국어에서는 흔히 좁은 의미로 사용된다. 그러나 의성어와 의태어의 차이는 음성 형식과 의미 표상(意味 表象)과의 관계가 직접 모방인가 간접 모방인가, 혹은 제1차적인 유연 관계(有緣 關係)인가, 제2차적인 유연 관계인가 하는 정도의 문제이기 때문에 그 구별을 엄격히 하려고 하면 할수록 그 작업은 어려워진다. 더욱이 그 둘은 형태론적으로나 통사론적으로는 거의 동일한 구성과 기능을 가지므로 여기서는 함께 다루기로 한다. ”
하고 전제한 후, 의성어·의태어를 음절수에 따라 7종류( ① 단음절 ② 2음절 ③ 3음절 ④ 4음절 ⑤ 5음절 ⑥ 6음절 ⑦ 8음절)로 분류한 후 각 항에 예를 제시하고, 마지막으로 ‘이들 예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의성어·의태어에는 한자 기원 어휘가 없다는 것’을 덧붙였다. 그래도 이 사전은 한국어를 다루는 사전인 만큼 ‘의태어’의 항을 별도로 두고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별도의 정의나 설명을 가한 것은 아니고 ‘의태어 →의성어’와 같이 간단히 처리하였다.
같은 부류의 사전으로 영어학 사전(조성식 편, 신아사, 1990)은,
“자연계의 음을 흉내내어 인간의 말소리와 같이 재현 또는 암시하는 과정을 말하며, 또 그렇게 하여 형성된 말을 가리키기도 한다. 따라서 의성어에 있어서는 그 음과 의미 사이에 상당한 관련성을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의성은 어형성, 특히 어근 창조(root creation)에 크게 작용하므로 의성설(onomatopoeic theory)은 언어의 기원에 관한 강력한 주장이 되고 있다. 한편 자연음에서 받는 느낌을 말소리로 표현하는 것을 음성 상징(sound symbolism)이라고도 하는데, 이것과 의성과의 차이는 명확히 구별하기 힘들다. 의성어는 자연의 음을 모방한 것이지만, 실제로 그 음을 표기하는 방법은 언어에 따라 각양각색이다. 닭의 울음소리를 한국인은 꼬끼오, 영미인은 cock-a-doodle-doo, 프랑스 인은 cocorico/coquerico로 표현하며, 개가 짖는 소리를 한국인은 멍멍, 일본인은 왕왕, 영미인은 bowwow라고 한다.
이와 같이 각 언어마다 표기법이 다르다는 것은 각 언어 사용자의 청각의 차이 탓이기도 하겠지만, 의성이 결코 자연음 그 자체가 아니라 다음과 같이 그 형성 단계를 달리하는 한 언어 체계의 일부임을 의미한다. 의성어의 형성에는 다음 4단계가 있다.
(1) 가령 작가가 뱃전을 때리는 파도 소리를 clop-clop, 비 내리는 소리를 hish-hish로 표현했을 때, 그는 아직 어근 창조에는 이르지 못한 것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음은 고립된 상태에서는 이해되기 어려우며 오직 문맥 속에서만 이해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음형성은 그때그때 임기응변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으로서 반복적으로 사용되지 못하므로 따라서 언어의 정상적인 요소로 인정되기 어렵고 사전에도 수록되지 않는다.
(2) 의성의 제2단계는 bowwow, cock-a-doodle-doo와 같은 단어다. 영어 화자들에게는 누구에게나 이해되며 사전에도 올라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의성어를 쓰지 않고 a dog barks, a cock crows와 같은 정상적인 문장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3) 제3단계는 bang, crack, crash, splash와 같은 단어로서, 이미 일반적인 어휘로 확립되어 있으면서 분명히 자연의 음을 모방하는 것임을 의식힐 수 있다.
(4) 제4단계는 bark, bleat, crow, thunder, whisper 등의 단어로서 이들은 자연음과의 관계가 거의 희박하여, 때로는 음운 변화에 의하여 자연음과의 관계가 파괴되기도 한다. (3)과 (4)는 음성상징에 속한다.<申相淳> ”
와 같이 의성어에 상당한 지면을 할애하여 의성어를 정의로서 설명할 뿐 아니라 그 형성까지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의태어에 대해서는 별다른 논급이 없다.
위에서 어휘 사전으로서 영어권의 사전을 소개하였으므로 여기서는 프랑스에서 나온 언어학 사전을 잠깐 살펴보자. J. Dubois 등이 편집한 ‘Dictionnaire de Linguistique(Librairie Larousse, 1973)’ 의성어를 다음과 같이, 그리고 앞서와 같이 다루고 있다. 이 사전에는,
“On appelle onomatopée une unité lexicale créée par imitation d'un bruit naturel: tic-tac, visant reproduire le son du réveil; cocorico, imitant le chant du coq, sont des onomatopées.
(자연의 소리를 모방하여 만들어진 어휘 항목을 의성어라 부른다.: 시계 바늘 소리를 재현하려는 tic-tac이나 수탉 우는 소리를 흉내낸 cocorico 등이 의성어에 속한다.) ”
는 의성어의 정의에 이어 간명하고도 유용한 설명을 덧붙이고 있다. 지면 관계상 원문 인용은 생략하기로 하고, 이 사전의 설명에 따르면,
의성어는, 일단 자연의 소리를 거의 완벽하게 재현해 내는 성대 모사와는 다르다. 의성어의 음의 연쇄가 한 언어의 여타의 단어 내지 어휘들이 보이는 일반적인 음의 결합 방식과 다소 다르다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해당 언어의 음운 체계에 따라야 하며, 이런 점에서 tic-tac이나 cocorico는 프랑스 어인 것이다. 의성어는 하나의 언어학적 단위로서 해당 언어의 분포와 표지를 수용하여 여타의 단어 내지 어휘들과 같은 방식으로 기능함으로써, ‘des cocoricos(꼬끼오 하는 소리들)’ , ‘cocoriquer(꼬끼오 하는 소리를 내다) ’ 같은 표현이 가능하며 프랑스어 화자들은 이런 표현을 쉽게 이해한다. 그러나 프랑스 어에는 영어와 같은 다른 언어보다 의성어가 적은 편이다. 의성어로 보이는 단어나 어휘의 상당수는 음운 변이의 결과인 경우가 많은데, 일찍이 Saussure가 의성에 의한 신조어 형성은 예외적이란 지적을 했거니와, 현대에 와서 인간 언어의 의성어 기원설은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는 의성어 기원설이 언어의 자의성에 관한 이론에 근본적으로 배치되기 때문이기도 하다.(p.346) ”는 것이다.
이번에는 국어 문법 관련 논저를 살펴보기로 하자. 국어 문법 관련 논저에 의성어·의태어가 언급된 것은 ‘우리말본’으로 소급된다. 대부분의 국어학 개론류와 국어 문법론 류에 빠짐없이 그러나 매우 간단하게 등장하고 있는 의성어와 의태어는 그 설명의 내용과 방식 면에서 이미 논의한 바와 크게 다르지 않으며 논자와 논저에 따른 차이도 거의 없다. 여기서는 대표적으로 ‘표준 국어 문법론(고영근·남기심, 탑 출판사,1987) ’을 보겠는데, 이 책은 의성어·의태어를 ‘부사’에 포함시켜,
“3.(라) ① 땡땡 (울린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한다), 까옥까옥 (운다)……
② 데굴데굴 (구른다), 사뿐사뿐 (걷는다), 깡충깡충 (뛴다) ……
3의 예는 성상 부사이다. 성상 부사란 주로 용언의 내용을 실질적으로 꾸미는 것이다. …… (중략)……3(라)는 사물의 소리와 움직이는 모양을 모방한 것이다. ①은 소리를 모방한 것이라고 하여 의성 부사(擬聲 副詞), ②는 움직이는 모양을 모방한 것이라고 하여 의태 부사(擬態 副詞)라고 하며 두 가지를 합하여 상징 부사(象徵 副詞)라 일컫기도 한다(pp.170-171).”
라 하였으며, ‘음성 상징’ , ‘어감’ , ‘첩어’ 등과 관련하여,
“7.(다) ① 찰삭찰삭, 왈가닥달가닥, ② 고불고불, 뒤죽박죽, ③ 딸랑딸랑, 사박사박 …… (중략)…… (다)의 예들은 의성 부사와 의태 부사이다, 이들은 같은 또는 비슷한 소리가 되풀이되어 있기는 하나 그 자체가 자립성이 있는 단어는 아니다(p.213).”
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은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고등학교 문법 교과서의 설명과 궤를 같이 한다.
끝으로 ‘조선문화어문법(과학, 백과사전출판사, 평양, 1979 / 탑 출판사: 1989)’에는,
“……례를 들면 <<똑똑 두드리다>>, <<빵긋 웃다>>에서의 <<빵긋>>, <<똑똑>>은 소리나 모양을 본딴 부사이며 (p.214) ...(중략)... 상징부사란 소리나 모양을 본떠서 나타내는 부사이다(p.215). ”
라고 되어 있음을 부연한다.
4. 정리된 문제와 남은 문제들
의성어·의태어에 대하여 이제까지 제시·소개된 바를 ‘정의’에 한하여 요약 정리하면, 결국 맨 처음의 논의로 돌아가게 되는데, 그것은 ‘의성어란소리를 본뜬 (흉내낸, 모방한) 말’이고 ‘의태어란 모습을 흉내낸 말’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말’은 의성어·의태어의 상위 개념이 되며 ‘소리를 본뜬/ 모습을 흉내낸’은 각각 의성어와 의태어의 종차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정의라 하더라도 타당한 정의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앞서 부분적으로 지적하기도 했지만, 몇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들이 있다.
첫째는 유개념으로 제시된 ‘말’이 과연 의성어·의태어의 직접적인 상위 개념인가 하는 점이다. ‘말’과 의성어·의태어 사이에 상하의 관계를 이루는 다른 범주들은 없는가? 즉 ‘말’이라고 하기보다 좀 더 작은 그리고 직접적으로 의성어·의태어에 관련된 범주는 없는가 하는 점이다.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낱말, 어휘, 단어, 형태소, 언어 형식, 언어 단위……’ 등과 같은 용어를 ‘말’의 자리에 써야 하는 것이 아닌가?
둘째는 ‘본뜬, 흉내낸, 모방한 ……’등 정확하게 무슨 의미인지 알아야 하겠다는 것이다. 소리를 정말로 똑같이 재현하는 성대모사가 의성어가 아님은 이미 수차례 지적되었거니와, 의성어와 성대모사의 차이는 무엇으로 규정할 수 있는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누군가가 소리나 모습을 본떠서 말했을 때, 다른 사람들이 그 소리를 그 소리로 (그 말을 그 뜻으로?) 알아들어 주느냐의 문제이다.
위 질문들은 다루고 있는 명제의 성격상 정답을 낼 수 있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 각각의 질문을 검토해 보자.
첫 번째 질문은 의성어·의태어를 어디까지로 보는가의 문제, 다시 말해서, ‘구불구불’만인지 ‘구불거리다’까지인지 ‘굽다’조차도 포함할 것인지의 문제와도 관련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일단은 ‘구불’에 착안하여 다루기로 하자. 우선, ‘말’이라고 하면 그로 인하여 ‘언어의 제 특성’이 당연히 포함되므로 두 번째와 세 번째 질문에 저절로 해결되는 점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말’의 하위 개념을 쓰는 경우에도 이러한 점은 유지된다. 어떤 경우에도 ‘말’이란 너무나 크고 따라서 모호한 개념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마치 ‘시계란 시간을 알려 주는 물건’이라고 하는 경우와도 같다. 결론부터 말해서 의성어·의태어에 관련된 현상과 사례를 바탕으로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첫 번째 질문에 잠정적인 답을 제시한다면, ‘말’보다는 ‘낱말’이 보다 적절한 어사가 아닐까 한다. ‘형태소’라 할 때 조어법과 관련하여 설명하기 쉬워지는 부분도 있으나 ‘낱말’만으로도 이미 의성어·의태어가 언어학적 단위로 기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질문은 자연의 소리와 말의 소리가 어떻게 구별되는가의 문제로 볼 수 있다. 이는 주지하는 바와 같이 ‘비분절음’과 ‘분절음’의 차이이다. 엄밀히 말해서 ‘본뜬, 흉내낸, 모방한 ……’은 일단 ‘본떠서 만든, 흉내내어 만든, 모방하여 만든……’이라는 편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여기서 ‘만든’이란 결국 ‘바꾸어 놓은 ’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이 논리에 따르자면, 의성이란 ‘자연의 소리를 사람의 말소리로 바꾸어 놓은 것’, 그러니까 ‘비분절음을 분절음으로 바꾸어 놓은 것’이며, 의태란 ‘시각 영상을 청각 영상으로, 그리고 그 청각 영상을 사람의 말소리로 바꾸어 놓은 것’이 되는 셈이다. 이를 첫 번째 질문의 답에 연합시키면, ‘의성어란 비분절음을 분절음으로 나타냄으로써 만들어진 낱말’이며 ‘의태어란 시각 영상을 청각 영상으로, 그리고 그 청각 영상을 분절음으로 바꾸어 나타냄으로써 만들어진 낱말’이다.
마지막 질문은, 의성어와 의태어가 ‘언어’의 범주에 들기 위해서는 그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쉽게 말해 ‘뜻이 통해야’ 하는데 과연 그런가 하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여기서는 일단 소리나 모습을 나타낸 분절음이 화자와 청자가 사용하는 언어의 음운 체계에 속해 있어야 한다는 점이 기본적인 전제가 된다. 즉 물이 흐르는 소리이건 사람이 걷는 모습이건 이를 나타내는 소리가 우리말의 자모로 구성되어 있어야 한다는 뜻이고 나아가 이를 그 언어의 일반적 문자 체계, 우리의 경우에는 한글 자모로 적을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렇듯 표현(혹은 표출)된 결과가 해당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두루 이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특정 시기에 특정인에 의해 쓰이기 시작한 의성어·의태어가 사회성을 획득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여기에 덧붙일 것은, 언어 사용자의 직관의 면이다. 일련의 소리를 듣고 특정 언어에서 그와 같은 음의 연쇄가 성립되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가려내는 것이 모어 화자 판별의 주요한 기준이기도 하려니와, 들리는 소리를 자모로 바꾸는 데에는 청자의 청각이 일종의 체 내지 틀의 역할을 함은 경험적으로도 알 수 있는 바이다. 외국어 학습에서 학습자의 모어에 따라 잘못 듣는 소리와 구별하지 못하는 소리, 혼동의 유형이 상당히 일정하다는 것은 외국어 교수 학습의 기본 지식인 것이다. 따라서 어떤 소리를 들었을 때 그것을 분절음으로 바꾼 결과는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라면 각기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보다 비슷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으며 마찬가지로 어떤 소리를 들었을 때 그 원음, 나아가 원래의 모습을 연상하는 것이 동일 언어권 내에서는 비교적 용이할 수 있다. 이는 새로운 의성어·의태어가 만들어지고 새로 만들어진 의성어·의태어가 언중에게 비교적 쉽게 이해됨으로써 사회성을 획득하는 데에 크게 기여하는 점이기도 하다. 마지막 질문은 ‘의성어·의태어의 형성과 사용이 말하는 이와 듣는 이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언어의 음운 체계를 존중하고 해당 언어 사회의 계약에 따를 것’을 전제로 한다. 이는 의성어·의태어라고 해서 ‘자의성’이 없는 것이 아님을 확인하는 것이다.
이제까지의 논의를 종합하여 정리·요약하면, 의성어·의태어의 정의에 포함되어야 할 사항은,
① | 의성어·의태어는 낱말이다. |
② | 의성어는 자연의 소리를 본떠서 만들어진 것이다. |
의태어는 대상의 모습을 본떠서 만들어진 것이다. | |
③ | 의성어·의태어는 해당 언어의 음운 체계에 따르는 분절음으로 표현되어야 한다. |
④ | 의성어·의태어 역시 언어의 자의성과 사회성을 바탕으로 한다. |
참고 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