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한국어의 발음]

發音 敎育의 이모저모

李喆洙/인하대학교 교수·국어교육과

1. 序言

  발음이란 말은 넓은 뜻으로 pronunciation,즉 언어음을 발성하는 일로서, ‘발음이 좋다’라든가 ‘발음이 나쁘다’라 할 때 사용하며, 좁은 뜻으로의 발음은 구강(口腔), 비강(鼻腔), 후강(喉腔) 등의 음성 기관에 의하여 조음(articulation)됨을 이르는 말이다.
  ‘발음 교육’에서의 발음은 말의 순환성(循環性, speaking circuit)에 있어서 하나의 발성 작업(phonation)에 해당된다. 곧 뇌로부터의 신경 자극으로 생리적 반응을 일으켜 발음 기관으로 하여금 화자 A가 청자 B에게 전달하려는 음성 연쇄를 실현하도록 발음 기관에 의하여 말소리가 이루어지는 발성 작업을 말한다. 말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원을 제공해 주는 폐가 흉부 근육의 수축 운동으로 호기를 내몰면, 이것이 기관(氣管)을 통해서 올라가 후두에 이르는 성대를 거쳐서 구강과 비강에 오게 되는데, 발음은 입안의 조음부, 즉 입술, 이, 혀, 입천장 등의 상호 작용에 의해서 소기의 음성을 이루는 생리적 과정이다.
  말은 목소리를 통해서 발화(發話)되며, 발화는 발음을 통해서 가능하다. 소리를 통하여 발화된 말, 곧 음성언어는 문자라는 기호로 기록해 놓으면 문자 언어가 된다. 이것을 음성 언어로 다시 환원시켜 음미하거나 상대방에게 들려주기 위해서는 ‘발음’이라는 수단을 통해서 상대방의 청각에 자극을 주도록 해야 한다.
  그러므로 발음은 말하기의 측면과 읽기의 측면이 있다. 말을 할 때는 물론이지만 글을 소리내어 읽을 때는 올바른 발음으로 읽어야 한다. 올바른 발음이란 발화나 문장을 이루고 있는 음절이나 단어의 개별적인 발음도 중요하지만, 음절과 음절 사이, 단어와 단어 사이, 그리고 구절과 구절 사이의 조화로운 연결도 중요하다. 가령 모든 음절을 같은 간격으로 크기와 세기, 길이와 높이를 같게 소리 낸다면 극히 부자연스러울 뿐 아니라 말의 뜻이 모호하거나 전혀 알아듣지 못할 경우도 생길 것이다. 올바른 발음이란 단어를 이루고 있는 음절이나 형태소 간의 연성(連聲)이나 음절의 장단 등 상대적 관계를 가지며, 문장 내부에서의 단어 간의 지속과 휴지(休止),억양이 하나의 원칙을 가지면서 또한 가변성을 지니고 있는 정확하고 조화로운 발음인 것이다. 결국 올바른 발음이란 정확성과 자연성이라는 특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발음 교육은 표준어의 정확성과 자연성이 조화를 이루는 ‘올바른 발음’의 교육을 말한다. 우선 표준국어의 말소리의 특징인 자음과 모음의 체계, 음절 구조와 소리의 길이, 사잇소리 현상, 음운의 변동, 어감의 분화 등을 교육하며, 표준어 발음의 조건과 표준 발음법의 일반성을 학습하여 담화적 상황에 맞는 정확하고 자연스럽고 효과적으로 발음하는 말하기, 읽기의 체계적인 지도를 말한다.
  올바른 발음의 교육, 곧 표준 발음의 교육은 국어 생활을 바르고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하게 하는 국어과의 일반 목표이기도 하지만, 표준말의 발음은 원만하고 성공적인 사회 생활을 누리기 위하여 필요하고, 나아가 국가의 언어 정책의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문제다. 말의 발음이 바르지 않으면 의사소통에 장애가 생길 뿐 아니라 사람의 인품에도 손상을 입게 된다. 말을 바르게 한다는 것은 교양인의 필수 조건이다. 말을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하는 데는 올바른 발음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표준말을 정확하고 자연스럽게 발음하는 일이 교양인의 자격 요건이 되는 것이다.
  또한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정치적·사회적 문제로 등장하고 있는 지역 감정도 흔히 특정 지역의 사투리 말씨로 촉발되고 악화되는 일이 많으므로 표준 발음의 보급은 바로 지역 감정의 해소에도 큰 몫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오늘날 표준 발음의 교육과 보급이 시급함에도 불구하고 표준 발음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형편이다. 외국어는 표준 발음으로 배워야 한다고 하면서 모국어의 표준 발음과 그 교육에는 무관심하니 얼마나 한심스러운 일인가.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 교육에서는 올바른 발음의 교육을 위하여 얼마나 많은 시간과 정력을 경주하고 있는가. 정확한 악센트의 위치를 따지고, 고등학교와 대학의 입학시험에 출제되고 있지만, 국어 과목에서 발음 문제가 출제된 적이 있는가.
  벌써 오래 전의 일이다. 서울 S대학교 입학 전형 고사의 국어 시험에서 발음 문제가 출제된 적이 있었다. 그때에 각 지방의 고등학교 국어과 교사를 비롯한 관계자들이 상경하여 발음 문제 출제에 항의하며 시위한 적도 있었다. 얼마나 한심스러운 일인가. 외국어는 표준 발음으로 올바르게 말을 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하고, 모국어인 국어는 아무렇게나 멋대로 발음해도 되니 지도와 평가의 필요성이 없다는 말인가. 이것은 자기 것을 낮추고 외국의 것을 높이 받드는 언어의 사대성을 말하는 것이다.
  올바른 국어의 사용은 국민의 의무이며 동시에 책임이다. 올바른 국어의 사용은 올바른 표준 국어의 발음에서 시작된다. 이를 익히고 지도하고 사용하는 일은 바로 우리의 일이다.
  발음 교육은 우선 발음 교육의 당위성을 인식하고, 표준 발음의 조건과 일반 원리를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일이 중요하다.


2.標準 發音의 原理외 그 指導

  국어 정서법은 형태 음소적 원리에 근거하고 있다. 즉 형태소를 밝히어 적기 때문에 어떤 단어는 그 철자된 것만으로는 그 발음을 한결같이 낼 수 없고, 어떤 것은 발음은 한 가지인데 여러 가지로 달리 철자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발음 [낟] 하나로만 발음되는 것을 ‘낟(穀), 낫(鎌), 낮(晝), 낯(面), 낱(個)’과 같이 형태소를 각각 밝히어 적으며, 한편으로 ‘사과’라고 철자된 낱말은 그 발음에 따라 여러 가지의 동철이의어(同綴異義語)로 사용된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사과(沙果) [sagwa] 사과(謝過) [sa:gwa]
사과(赦過) [sa(:)gwa] 사과(史科,四科) [sa:k’wa]
  이와 같이 국어의 표준 발음은 철자식 발음이 되어서는 안 된다. 표준 표기는 한 가지의 발음이 여러 가지로 철자되기도 하므로, 표음적 표기법도 아님을 알아야 한다.
  15세기 옛 문헌에서는 현대 국어의 정서법과는 달리 발음을 철자화하고 있다. 이른바 방점 표시가 그것이다. 상성(上聲) 표시는 음절의 왼쪽에 두 점을 찍어 저조(低調)와 고조의 복합 성조를 나타냈으며, 거성(去聲)은 한 점을 찍어 고조(高調)를 나타냈고, 평성은 점을 찍지 않았으니 이것으로써 저조를 나타냈다. 예를 들어 현대 정서법에서는 ‘語, 馬, 斗, 藻, 末’등의 여러 뜻의 단어를 ‘말’ 하나로 철자하고 있어서 무슨 말인지를 분간할 수 없지만, 15세기 문헌에서는 이들을 각각 달리 철자하고 있음을 본다. ‘언어’를 뜻하는 말은 상성 표시를 한 [:말]로, ‘斗, 末, 말뚝’의 뜻을 가진 말은 거성 표시를 한 [·말]로, ‘勿’의 뜻을 가진 말은 평성 표시를 한 [말] 로, ‘마름(藻)’을 뜻하는 말은 아래아 거성 표시를 한 [·]로, ‘馬, 장기 말’의 뜻을 가진 말은 아래아 평성 표시를 한 []로 철자하고 있어서 발음이 반영된 철자를 보고 바로 무슨 말인지를 분별했다. 이러한 점에서 오늘날의 정서법은 발음의 철자화(綴字化)라는 면에서 엄청난 퇴보라 아니할 수 없다.
  문자로 기록된 표제어와 그 발음이 일치하지 않은 것은 운소적 자질에 의한 것과 음운 과정에 따른 것이 있다. ‘사과’라는 단어를 [sagwa] (沙果), [sa:gwa] (謝過), [sa:k’wa] (史科) 등으로 발음하여 의미가 분화되는 것은 운소적 자질에 의한 것이고, ‘낟(穀), 낫(鎌), 낮(晝), 낯(面), 낱(個)’등을 모두 [낟]이라고 발음하는 것은 음운 현상(中和)이라는 표준 발음의 일반 원리 때문이다.
  표준 발음의 일반 원리를 몇 가지 항으로 나누어 살펴보기로 한다.

    (1) 장단음에 따른 표준 발음

표준 국어는 음절을 발음하는 상대적 길이, 즉 음량(音量)에 따라 단어의 뜻을 분별하는 음장 언어(chrone language)에 속한다. 긴소리인 ‘:말’[ma:l]과 짧은소리의 ‘말’ [mal]은 서로 뜻이 다르다. 긴소리의 ‘:말’은 언어를 가리키는 말(言)이고, 짧은소리의 ‘말’은 타고 다니는 말(馬)이나 되는 말(斗)을 의미한다. 이러한 점에서 소리의 길이, 즉 음장(音長)은 자음이나 모음과 같은 기능을 한다고 말할 수 있다. 이와 같이 표준 국어에는 소리의 길이로 의미를 분화한다. 다음의 예는 장단음에 따라 뜻이 달라지는 동철이의어의 예들이다.

    긴소리        짧은소리   긴소리        짧은소리
    1음절어
  (특히 고유어   명사의 경우)
 :말(語)         말(馬)
 :눈(雪)        눈(目)
 :발(簾)         발(足)
 :벌(蜂)         벌(罰)
 :배(倍)         배(梨)
 :매(鷹)         매(磨石)
 :밤(栗)         밤(夜)
 :굴(窟)         굴(蠣)
 :장(醬)         장(市場)
 :손(損)         손(手) 
 :돌(石)         돌(生日)
 
  2음절어
 (주로 한자어   명사의 경우)
 :고적(古蹟)  고적(孤寂)
 :광주(廣州)  광주(光州)
 :부자(富者)  부자(父子)
 :방화(放火)  방화(防火)
 :유명(有名)  유명(幽明)
 :영리(怜悧)  영리(營利)
 :대전(大戰)  대전(大田)
 :사과(謝過)  사과(沙果)
 :이사(理事)  이사(移徙)
 
  용언의 경우
  (주로 고유어)

 

 :적다(小量)  적다(記錄)
 :갈다(耕)    갈다(代 )
 :곱다(麗)   곱다(추워서 손이 곱다)
 :걷다(步)    걷다(收)
 :묻다(問)    묻다(埋)
 :달다(火)    달다(甘)
 :말다(勿)    말다(卷)
 :잇다(續)    있다(有)

  그런데 표준말에 실현되는 긴소리에도 몇 가지의 일반적 원칙이 있다.

  1. 긴소리는 일반적으로 첫째 음절에서 나타나며, 본래 긴소리로 나타나는 단어도 둘째 음절 이하에 오면 짧게 발음된다. 예를 들면,

:말(言) [ma:l] 낱말 [nanmal]
:눈(雪) [nu:n] 흰눈 [hinnun]
:세상(世上) [se:saɳ] 말세(末世) [mals’e]
:성격(性格) [sə:ɳk’jʌɡ˚] 천성(天性) [cʰʌnsəɳ]

  2. 표준 국어에는 장모음과 단모음 외에 반장모음(半長母音)이 있다. 아주 길지도 짧지도 않은 모음을 반장모음이라고 한다. 반장음(半長音)의 표시는 [·] 로 표시한다. 국어에서 반장모음은, 첫째 음절에서 긴소리였던 것이 그 밖의 음성 환경에서 반장음으로 실현된다. 일반적으로 3음절의 한자어에서 실현된다.

:건물(建物) [ɡ˚ :ənmul] :가·건물(假建物) [ɡ˚:ɑgə·nmul]
:교육(敎育) [ɡ˚ jo:juɡ˚] :성·교육(性敎育) [sə:ɳ gjo·juɡ˚ ]
:대륙(大陸) [ɖ̥ɛ:rjuɡ˚] ·대륙(新大陸) [ʃind ɛ·rjuɡ˚]

  3. 긴소리로 발음되는 용언 중에는 다음과 같은 특성을 지닌 말이 있다.
  즉, 자음으로 시작되는 어미 앞에서 긴소리로 발음되는 용언 어간의 모음이, 피동이나 사동 접미사와 모음으로 시작되는 활용 어미를 만나면 짧은소리로 바뀌는 경향이 있다.

:남다 [:남따] [na:mt’a]
:남고 [:남꼬] [na:mk’o]
:남지 [:남찌] [na:mc’i]
남아 [나마] [nama]
남기다   [namgida]

  이와 같이 자음 어미 위에서는 긴소리이지만, 모음 어미나 피동·사동 접미사를 만나면 짧은소리로 바뀐다.
  그 용언의 예를 몇 가지 들면 다음과 같다.

:갈다, :감다, :개다, :깨다, :걸다, :검다, :겯다, :고다, :꼬다, :골다,
:곰다, :곱다, :괄다, :괴다, :꾀다, :굴다, :굼다, :꿰다, :긋다, :기다,
:끼다, :길다, :깁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용언은 동일한 경우에도 짧은소리로 바뀌지 않는다.

:굵다, :떫다, :없다, :벌다, :썰다, :얇다, :엷다, :작다, :적다 등

  4. 순 우리말,즉 고유어에 있어서 긴소리 발음의 통시적 변천 과정을 살펴보면, 체언이나 용언의 어두 음절이 옛 문헌에 상성(上聲)으로 나타나 있는 것은 현대 국어에서 일반적으로 긴소리로 발음된다.

체언 : :돌(石), :눈(雪:), :말(言), :범(虎), :곰(熊), :굴(窟), :게(蟹),
:발(簾), :밤(栗), :솔(刷), :사·람(人), :말·(語)      
용언 : :곱·다(麗), :걸·다(掛), :묻·다(問), :닮·다(染), :불·다(吹), :말·다(勿), :개·다(晴),
:긷·다(汲), :돕·다(助), :살·다(生), :울·다(泣), :웃·다 (笑), :쉬 ·다(休)

  5. 통시적 변화에 있어서나 현대 국어의 공시적 변이에 있어서 두 음절이 한 음절로 축약하면, 비음절화에 대한 보상 현상으로 보상적 장음화(補償的 長音化)가 이루어진다.

통시적 보상 장음화
·히(犬) :개 ·(耘) :김
·르(野) :들 ·다(眠) :졸다
··다(量尺) :재다 ··다(斬,伐) :베다
공시적 보상 장음화 
사이(間) :새 보아(見) :봐
다음(次) :담 꾸어(夢) :꿔
보이다(見) :뵈다 쪼이다(焙) :쬐다
빼앗다(奪) :뺏다 치이다 :치다
되었다 :됐다            

  6. 고유어 용언에서 ‘ㄱ’받침을 가진 첫째 음절의 어간 모음은 원칙적으로 짧은소리가 된다.

먹다, 삭다, 익다, 읽다, 깎다, 죽다, 낚다, 막다 등
(단,‘작다, 적다, 굵다’는 예외)

  7. ‘ㄷ, ㅂ, ㅅ’ 불규칙 용언의 어간 모음은 자음 어미 음절 두음 앞에서 대체로 긴소리로 발음된다.

‘ㄷ’불규칙
 :걷다(步), :긷다(汲), :묻다(問), :붇다(殖), :싣다(載), :눋다(焦) 등
‘ㅂ’불규칙
: 곱다(麗), :굽다(炙), :덥다(暑), :쉽다(易), :줍다(拾) 등
  (단, ‘맵다, 밉다, 춥다’는 예외)
‘ㅅ’불규칙
: 긋다(劃), :낫다(勝,療), :짓다(作), :잇다(續), :붓다(注,脹) 등

  이들은 옛 문헌에서 상성점이 찍혀 있는 것들이어서 전통적 전승 발음으로 본다.

  8. ‘ㅁ’받침을 가진 용언 어간 모음은 원칙적으로 자음 어미 앞에서 긴소리로 발음된다.

:검다(黑), :남다(餘), :넘다(越), :삼다(爲), :굶다(飢), :삶다(烹) 등

  9. ‘ㄴ’받침을 가진 용언 어간은 다음과 같이 긴소리로 발음된다.

:신다(履), :안다(抱)

  10. ‘ㄵ, ㄶ’받침을 가진 용언 어간은 짧은소리로 발음된다.

앉다(座), 얹다, 꼲다, 끊다 등 (단, ‘많다’는 긴소리임)

(2) 사잇소리 현상에 따른 표준 발음

  실제의 발음이 한글로 철자된 표제어와 일치하지 않은 것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이미 앞에서 논급한 긴소리, 즉 음장 운소(音長韻素) 외에 사잇소리 현상에 따른 발음이다.
  두 개의 형태소나 단어가 서로 어울려 하나의 단어나 어절을 이룰 때에 사이된소리나 사이덧소리를 수반하는 발음 현상이 있는데, 이와 같은 음운 현상을 사잇소리 현상이라 이른다. 사잇소리 현상에는 사이된소리와 사이덧소리로 소리가 첨가되는 두 가지의 발음 현상이 있다.

  ① 사이된소리의 발음

  두 개의 형태소 또는 단어가 서로 어울려 하나의 단어나 어절을 이룰 때에, 앞의 말의 끝소리가 유성음이고 뒷말의 첫소리가 무성음이면, 뒤의 예사소리가 된소리로 발음되는 일이 있다. 이 사이된소리 현상은, 두 개의 무성음이 서로 만나 된소리로 발음되는 필수적 경음화(硬音化) 현상(예컨대, ‘막다[막따], 묻다[묻따], 밥술[밥쑬]’ 등과 같은)과는 달리, 말에 따라서 일어나기도 하고 안 일어나기도 하는 수의적 변동이므로 각별히 발음에 유의해야 한다.

  1. 앞의 말의 끝소리가 ‘ㄴ, ㄹ, ㅁ, ㅇ’이고, 뒷말의 첫소리가 무성음 ‘ㄱ, ㄷ, ㅂ, ㅅ, ㅈ’이면, 뒤의 예사소리가 된소리로 발음되는 일이 많다. 그 실현되는 음성 환경을 중심으로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ㄱ[ɡ˚] → ㄲ[k’]  
<‘ㄴ’뒤에서> 문간(門~) [문깐], 눈길 [:눈낄], 산골(山~) [산꼴], 문고리(門~) [문꼬리]
<‘ㄹ’뒤에서> 길가 [길까], 밀가루 [밀까루], 물기(~氣) [물끼], 발거름 [발꺼름]
<‘ㅁ’뒤에서> 꿈결 [꿈껼], 남다 [:남따], 몸값 [몸깝], 밤거리 [밤꺼리]
<‘ㅇ’뒤에서> 강가(江~) [강까], 공것(空~) [공껃], 콩가루 [콩까루], 방고래(房~) [방꼬래]

ㄷ[d] → ㄸ[t’]  
<‘ㄴ’뒤에서> 눈대중 [눈때중], 눈동자 [눈똥자], 신다(履) [:신따], 손등 [손뜽]
<‘ㄹ’뒤에서> 갈대 [갈때], 물독 [물똑], 굴다리 [:굴따리], 말동무 [:말똥무]
<‘ㅁ’뒤에서> 남다 [:남따], 숨다 [:숨따], 금덩이(金) [금떵이], 굄돌 [:굄똘]
<‘ㅇ’뒤에서> 공돈(空~) [공똔], 땅덩이 [땅떵이], 장독(醬~) [:장똑], 콩대 [콩때]

ㅂ[b] → ㅃ[p’]  
<‘ㄴ’뒤에서> 눈병(~病) [눈뼝], 돈벌이 [:돈뻐리], 산불(山~) [산뿔], 문바람(門~) [문빠람]
<‘ㄹ’뒤에서> 달빛 [달삗], 말버릇 [:말뻐륻], 돌부리 [:돌뿌리], 일복 [:일뽁]
<‘ㅁ’뒤에서> 봄바람 [봄빠람], 밤비 [밤삐], 담벼락 [담뼈락], 거름발 [거름빨]
<‘ㅇ’뒤에서> 등불(燈~) [등뿔], 땅바닥 [땅빠닥], 공밥(空~) [공빱], 향불(香~) [향뿔]

ㅅ[s] → ㅆ[s’]  
<‘ㄴ’뒤에서> 눈시울 [눈씨울], 문소리(門~) [문쏘리], 산속 [산쏙], 안사람 [안싸람]
<‘ㄹ’뒤에서> 길손 [길쏜], 말소리 [:말쏘리],물새 [물쌔], 들소 [:들쏘]
<‘ㅁ’뒤에서> 가슴속 [가슴쏙], 꿈속 [꿈쏙], 구김살 [구김쌀], 밤새 [밤쌔]
<‘ㅇ’뒤에서> 공술(空~) [공쑬], 등살 [등쌀], 등솔기 [등쏠기], 풍경소리(風磬~) [풍경쏘리]

ㅈ[ɟ˙] → ㅉ[c’]  
<‘ㄴ’뒤에서> 눈짓 [눈찓], 눈자위 [눈짜위], 돈줄 [:돈쭐], 신지(신을~) [:신찌]
<‘ㄹ’뒤에서> 굴집 [:굴찝], 글줄 [글쭐], 팔죽지 [팔쭉지], 활집 [활찝]
<‘ㅁ’뒤에서> 밤잠 [밤짬], 움집 [:움찝], 힘줄 [힘쭐], 잠자리(~에 들다) [잠짜리]
<‘ㅇ’뒤에서> 땅줄기 [땅쭐기], 남향집(南向~) [남향찝], 동냥자루 [:동냥짜루], 콩주머니 [콩쭈머니]

  2. 앞의 말의 끝소리가 모음이고, 뒷말의 첫소리가 무성음 ‘ㄱ, ㄷ, ㅂ, ㅅ, ㅈ’일 때, 뒷말의 예사소리가 된소리 ‘ㄲ, ㄸ, ㅃ, ㅆ, ㅉ’으로 발음되는 일이 있다. 특히 고유어에 있어서 이처럼 사이된소리로 발음되는 경우, 국어 정서법에서는 사이된소리 표시 사이시옷 ‘ㅅ’을 앞 음절의 받침으로 받치어 적어 사이된소리로 발음됨을 나타낸다.(예: ‘차집[차찝]→찻집’, ‘바다가[바다까]→바닷가’ 등)

[ɡ] → ㄲ[k’]
 갯가(←개가)[개까], 갈빗국(←갈비국)[갈비꾹], 고갯길(←고개길)[고개낄], 고춧가루(←고추가루) [고추까루], 고깃국(←고기국)[고기꾹]
 
ㄷ[d] → ㄸ[t’]
 갈빗대(←갈비대)[갈비때], 갯돌(←개돌)[개똘], 곗돈(←契돈)[:게똔], 고랫 등 (←고래등)[고래뜽], 깃대(←기대)[기때]
 
ㅂ[b] → ㅃ[p’]
 가겟방(←가게房)[가게빵], 갯바람(←개바람)[개빠람], 갯벌(←개벌)[개뻘], 건넛방(←건너房)[:건너빵], 고깃배(←고기배)[고기빼], 구둣방(←구두房)[구두빵], 귓병(←귀병)[귀뼝], 귓밥(←귀밥)[귀빱], 깃발(←기발)[기빨]
 
ㅅ[s] → ㅆ[s’]
 가겟세(←가게세)[:가게쎄], 가짓수(←가지수)[가지쑤], 고갯심(←고개심)[고개씸], 구둣솔(←구두솔)[구두쏠], 귓속말(←귀속말)[귀쏭말]
 
ㅈ[ɟ] → ㅉ[c’]
 가겟집(←가게집)[:가게찝], 갯지렁이(←개지렁이) [개찌렁이], 건넛집(←건너집)[:건너찝], 고갯짓(←고개짇)[고개찓], 고갯장단(고개장단) [고개짱단], 고깃점(←고기點)[고기쩜], 기왓장(←기와張)[기와짱]

  그러나 앞에서도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이와 같은 사이된소리 현상은 예외가 많다. 동일한 음성 환경인데도 사이된소리로 발음하지 않는 경우가 있고, 말에 따라서 사이된소리 현상이 일어나기도 하고 안 일어나기도 한다. 그러나 표준 발음은 그중 하나만을 택하여 발음한다. (예: ‘김밥’을 [:김밥], [:김빱]으로도 발음하나, [:김밥] 하나만을 표준 발음으로 간주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사이된소리 현상이 있고 없음에 따라 뜻이 분화되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에는 두 가지 발음이 모두 표준 발음이 된다.

나무집 [namuɟib] (나무로 만든 집)
나뭇집(←나무집)[namuc’ib] (나무를 파는 집)

  한자말의 사이된소리

  한자말의 사이된소리 현상은 고유어에 비하여 불규칙적이다. 한자말에서는 사이된소리 현상의 조건이 음성환경뿐만 아니라 특수한 의미를 가진 한자의 위치와 용법에 따라 달리 발음된다. 몇 가지의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한자> <사이된소리의 예> <예사소리의 예>
가(價) 단가(單價) [단까]
대가(代價) [:대까]
건(件) 사건(事件) [:사껀] 물건(物件)
안건(案件) [:안껀]
격(格) 결격(缺格) [결껵] 가격(價格)
성격(性格) [:성껵] 골격(骨格)
과(果) 전과(戰果) [:전꽈] 결과(結果)
성과(成果) [성꽈] 실과(實果)
과(課) 교무과(敎務課) [:교무꽈] 일과(日課)
인사과(人事課) [인사꽈] :부과(賦課)
과(科) 문과(文科) [문꽈] 문과(文科,科擧)
국어과(國語科) [구어꽈] :소과(小科)
괘(卦) 점괘(占卦) [점꽤] 팔괘(八卦)
상괘(上卦) [:상꽤] 육십·사괘(六十四卦)
권(權) 공권(公權) [공꿘]
교권(敎權) [:교꿘]
권(券) 입장권(入場券) [입짱꿘]
상품권(商品券) [상품꿘]
급(級) 거물급(巨物級) [:거물끕] :상급(上級)
부장급(部長級) [부장끕] 계급(階級)
기(氣) 윤기(潤氣) [:윤끼] 공기(空氣)
인기(人氣) [인끼] :사기(士氣)
댁(宅) 삼촌택(三寸宅) [삼촌땍] 본댁(本宅)
사장댁(社長宅) [사장땍] 시댁(媤宅)
방(房) 금방(金房) [금빵] 다방(茶房)
세방(貰房) [:세빵] :냉방(冷房)
법(法) 문법(文法) [문뻡] 방법(方法)
헌법(憲法) [:헌뻡] 사법(司法)
병(病) 폐병(肺病) [:페뼝] 문병(問病)
전염병(傳染病) [저념뼝] 질병(疾病)
병(甁) 맥주병(麥酒甁) [맥쭈뼝] 화병(花甁)
소주병(燒酒甁) [소주뼝] 은병(銀甁)
복(福) 인복(人福) [인뽁] :오복(五福)
상복(賞福) [상뽁] 행복(幸福)
상(床) 제상(祭床) [:제쌍] 겸상(兼床)
조반상(朝飯床) [조반쌍] 평상(平床)
수(數) 근수(斤數) [근쑤] :산수(算數)
매수(枚數) [매쑤] :운수(運數)
자(字) 문자(文字) [문짜] :대자(大字)
수자(數字) [:수짜] :차자(借字)
장(帳) 일기장(日記帳) [일기짱] 기장(記帳)
수련장(修鍊帳) [수련짱] :모기장(~帳)
장(狀) 상장(賞狀) [상짱] 행장(行狀)
소환장(召還狀) [소환짱]
적(的) 단적(端的) [단쩍] 표적(標的)
사적(私的) [사쩍] 개인적(個人的)
점(點) 관점(觀點) [관쩜] :오점(五點)
채점(採點) [:채쩜] :누점(漏點)
조(調) 장조(長調) [장쪼] 음조(音調)
시비조(是非調) [:시비쪼] 성조(聲調)
죄(罪) 경범죄(輕犯罪) [경범쬐] 무죄(無罪)
사기죄(詐欺罪) [사기쬐] :사죄(謝罪)
증(證) 사증(査證) [사쯩] 논증(論證)
외출증(外出證) [:외출쯩] :보증(保證)
증(症) 광증(狂症) [:광쯩] :예증(例症)
실어증(失語症) [시러쯩] :이증(痢症)

  3. 국어의 표준 발음에서 사이된소리의 유무가 의미 변별에 중요한 구실을 한다.

<표제어> <예사소리> <사이된소리>
가구 [가구] (家口,家具) [:가꾸] (佳句)
간국 [간국] (幹局) [간꾹] (간물)
갈바람 [갈바람] (西風) [:갈빠람] (秋風)
감수 [:감수] (感受) [:감쑤] (減數)
강가 [강가] (姜哥) [강까] (江~)
강권 [:강권] (强勸) [강꿘] (强權)
강속 [강속] (强速) [강쏙] (江~)
강점 [강점] (强占) [강쩜] (强點)
개수 [개수] (개숫물) [개쑤] (箇數)
[:개수] (改修)
갱속 [:갱속] (更速) [갱쏙] (坑~)
건수 [건수] (乾水) [건쑤] (件數)
걸구 [걸구] (乞求) [걸꾸] (傑句)
결구 [결구] (結構) [결꾸] (結句)
결기 [결기] (決起) [결끼] (~氣)
경구 [경구] (耕具) [경꾸] (驚句)
[:경구] (敬具) [:경꾸] (警句)
경자 [경자] (庚子) [경짜] (庚字)
경조 [경조] (京造) [경쪼] (京調)
[:경조] (敬弔)
계돈 [게돈] (鷄豚) [:게똔)] (契~)
고가 [고가] (高架) [고까] (高價)
고자 [고자] (鼓子) [고짜] (鼓字)
공가 [공가] (公暇) [공까] (工價)
공과 [공과] (功過, 公課) [공꽈] (工科)
공권 [공권] (空拳) [공꿘] (公權)
공술 [공술] (公述) [공쑬] (空~)
[:공술](供述)
공적 [공적] (功績) [공쩍] (公的)
구가 [:구가] (舊家) [:구까] (舊價)
구격 [구격] (具格, 격식을 갖춤) [구껵] (具格,器具格)
구점 [구점] (龜占) [구쩜] (句點)
[:구점] (口占) [:구쩜] (灸點)
군자 [:군자] (~字) [:군짜] (郡字)
[군자] (君子) [군짜] (君字)
궁속 [궁속] (宮屬) [궁쏙] (宮~)
권수 [권수] (卷首) [권쑤] (卷數)
근수 [근수] (勤修) [근쑤] (斤數)
금구 [금구] (金口) [금꾸] (金句)
금방 [금방] (今方) [금빵] (金房)
기구 [기구] (器具) [기꾸] (起句)

  ② 사이덧소리의 발음

  두 개의 형태소 또는 단어가 서로 어울려 하나의 단어나 어절을 이룰 때, 어느 편에도 속하지 않는 음운을 첨가하여 강화(强化)된 소리를 내는 사잇소리 현상이 있다. 현행 정서법에서는 사이된소리의 경우와 같이, 만약에 앞 형태소의 끝 음절이 모음으로 끝나는 개음절(開音節)이면 사이시옷 ‘ㅅ’ 을 받치어 적어, 사잇소리 현상의 발음임을 나타내고 있다(예: 콧날( ← 코날)[콘날], 뱃노래( ←배노래 )[밴노래] 등).

 1. 두 형태소가 어울려 하나의 단어를 이룰 경우, 뒤 형태소의 첫소리가 [i]나 [j] 반모음 일 때는 두 형태소 사이에 [n] 소리가 첨가된다.

댓잎( ← 대입,竹葉) [댄닙] 아랫이( ← 아래이,下齒) [아랜니]
챗열( ← 채열,鞭穗) [챈녈] 베갯잇( ← 베개잇,枕衣) [베갠닏]
뒷일( ← 뒤일,後事) [:뒨닐] 농삿일( ← 농사일,農事) [농산닐]
뱃일( ← 배일,船事) [밴닐] 나뭇잎( ← 나무잎,樹葉) [나문닙]

  2. 앞의 1과 동일한 음성 환경이고, 다만 앞 형태소의 끝소리가 자음일 때에는 음운 첨가된 [n] 소리와 자음과의 사이에 자음 동화 현상이 이루어진다.

집일(家事) /집닐/ → [짐닐] 솔잎(松葉) /솔닢/ →[솔립]
물약 (水藥) /물냑/ → [물략] 쌀엿(米飴) /쌀녓/ →[쌀렫]
알약 /알냑/ → [알략] 속잎 /속닢/ → [:송닙]
밭일 /밭닐/ → [반닐] 가을일 /가을닐/ → [가을릴]

  3. 앞의 형태소가 모음으로 끝나고, 뒤 형태소의 첫소리가 [n] 이나 [m] 일 때, 자음의 반복으로 겹쳐 발음되는 일이 있다.1)

콧날( ← 코날) [콘날] 콧노래( ← 코노래) [콘노래]
뒷날( ← 뒤날) [:뒨날] 뱃놈( ← 배놈) [밴놈]
뒷문( ← 뒤문) [:뒴문/:뒨문] 뱃머리( ← 배머리) [뱀머리/밴머리]
봇물( ← 보물) [봄물/본물] 잇몸( ← 이몸) [임몸/인몸]

  4. 표준 국어에서 사이덧소리의 유무에 따라 의미를 분별하는 일이 있다. 몇 가지의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표제어> <사이덧소리> <예사소리>
공일 [공·닐] (空~) [공일] (空日, 쉬는 날)
날일 [날·릴] (날삯 일) [:나릴] (~日, 날일 변)
상일 [상·닐] (常~) [상일] (常日,祥日)
새문( → 샛문) [:샘문/:샌문] (사이 門) [새문] (새로운 門, 敦門)
선일 [선·닐] (서서 하는 일) [서닐] (先日)
재물 ( → 잿물) [잼물/잰물] (양잿물) [재물] (財物)
진일 [진·닐] (궂은일) [지닐] (辰日)
한입 [한닙] [:하닙] (恨入)

  사이덧소리에는 고유어 형태소끼리나, 고유어와 한자어끼리, 그리고 한자 형태소끼리 어울려 사이덧소리 현상으로 발음된다.

  한자말의 사이덧소리

  한자 형태소끼리 어울려 사이덧소리 현상으로 발음되는 예를 몇 가지 들면 다음과 같다.

간장염 (肝臟炎) [:간장념] 감광약(感光藥) [:감광냑]
개연율 (蓋然率) [:개연뉼] 갑상선염(甲狀腺炎) [갑쌍선념]
거담약 (祛痰藥) [:거담냑] 격몽요결(擊蒙要訣) [경몽뇨결]
결막염 (結膜炎) [결망념] 결심육력(結心戮力) [결씸늉녁]

3. 發音의 誤謬 傾向과 그 指導

  국어의 표준 발음은 표준어의 실제 발음을 따르되, 국어의 전통성과 합리성을 고려하여 정함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표준어의 실제 발음에 따라 표준 발음법을 정한다는 것은 표준어의 규정과 직접적인 관련을 갖는다. 표준어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로 정함을 원칙으로 한다. 이에 따라 표준 발음은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서울말의 발음’ 이라 할 수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표준어는 어휘적 요소와 음성적 요소가 있다. 국문으로 옳게 철자된 표준어와, 표준 발음으로 발음되는 표준어가 있다. 전자를 철자적 표준어라 하고, 후자를 음성적 표준어라고 한다. 우리가 기록할 때에는 철자 표준어로 표현되고, 말하거나 읽을 때에는 음성 표준어로 실현된다. ‘없다’ [:업따]와 ‘적다’ [:적따]는 철자와 발음이 다 옳은 것이며, ‘값어치’ [갑써치], ‘가치’ (價値)[:가치]는, 철자는 옳게 표기되었지만, 발음이 잘못된 것이다. [가버치], [가치]가 표준 발음이다. 한편 ‘돐’ [돌], ‘일군’ [:일꾼]에서는 발음은 표준 발음이지만, 철자가 잘못된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발음의 오류’ 는 위의 두 번째의 예와 같이, 어휘적 요소인 표제어는 표준어인데, 이를 잘못 발음하는 경우를 말한다. 발음의 오류란 글자 그대로 ‘잘못된 발음’ 을 말한다. 앞의 장에서 말한 ‘올바른 발음’ 의 상대적 발음이다. 즉 국어의 표준 발음법이라는 규준에 어긋난 발음을 말한다. 그러나 본고에서 제시하는 발음의 오류는 개인적인 오발음(誤發音)이 아니고 잘못 발음하는 경향, 즉 오발음의 발음 경향을 지적하여 올바른 발음으로 말하는 국어 생활에 일조하려는 것이며, 발음 교육의 자료로 삼고자 하는 것이다.


        (1) 發音 誤謬의 原因

  발음 오류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크게 외적 요인과 내적 요인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외적 요인은 발음의 혼란 내지 혼탁 현상으로서 발음 오류의 배경적 요인을 말하며, 내적 요인은 화자 자신의 개인적인 원인을 말한다.


    外的 要因

  국어의 본래어나 한자어 발음의 혼란 현상은, 개인인 화자의 발음 오류의 외적 요인이 된다. 이와 같은 발음의 혼란 현상의 주된 요인은 다음과 같다.
  첫째로, 훈민정음 제정 이후 임진란에 이르기까지는 정서법에서 특히 성조 표시를 하여 발음의 전범(典範)을 보였는데, 임진란과 병란을 겪은 후, 발음 표시의 규범이 무너지고 말았기 때문이다.
  둘째로, 지석영(池錫永)의 자전석요(字典釋要)를 비롯하여 현대어 국어사전의 발음 표시가 있으나, 각 사전마다 통일성이 없고, 현실 발음을 지나치게 외면한 것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지나치게 첨단적으로 앞서가는 발음을 따른 사전도 있고, 어떤 것은 편찬자의 출신 지역의 발음이 영향을 끼친 듯한 사전도 있으며, 철자style="mso-spacerun: yes">  발음에 치우친 경향이나 관념적으로 규칙화하려는 경향 등 여러 가지의 문제점을 지니고 있어서, 어느 것을 표준 발음으로 택하여 사용하고 교육해야 할지 어려운 형편에 있었다.
  셋째로, 1934년 표준어를 사정했던 당시, 긴소리나 사이된소리 등 표준 발음을 사정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국어 정서법이 형태소를 밝혀 적기 때문에 소리글자와 뜻글자의 장점을 고루 갖춘 훌륭한 점이 있는 반면에 발음을 누구나 한결같이 낼 수 없게 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표기되지 않은 단어간의 문법적 관계를 보이는 소리의 달라짐이나(예컨대, 된소리 발음 따위), 운소로서의 긴소리 같은 것은 그 글자의 모양만 보아서는 소리를 낼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36년에 나온 ‘표준말 모음’ 에 표준어의 발음을 정하지 않아 발음의 혼란을 방관하게 된 것이다.
  넷째로, 일제하 국어 교육의 부재로 인하여 전승 발음 교육의 기회가 없었고, 한편으로 일본 한자음의 영향을 받아, 전통 발음에 혼란을 가져왔다. 또한 8·15 광복과 6·25 사변으로 민족의 대이동이 있어, 특히 서울 지역어의 발음에 큰 혼란이 왔다.
  다섯째로, 지금까지의 국어 교육에 있어서 읽기, 쓰기 중심의 교육으로 말하기, 듣기의 교육이 소홀해서 발음 교육은 불모지대였다. 더구나 한글 전용 방향의 교육 때문에 한자 성조에 대한 인식이 결여되어 더욱 발음의 혼란을 가져왔다. 끝으로, 학교 교사나 정치인들, 그리고 라디오 TV 등의 방송 요원이나 출연 인사들의 잘못된 발음에 의한 오염이 발음 혼란의 원인이 된 것이다.


    內的 要因

  발음 오류의 내적 요인은, 개인적인 원인으로서 발음 오류의 직접적인 요인이 된다.
  첫째로, 화자 자신이 표준 발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거나 정확한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표준 발음으로 말하는 말하기의 습관은 어렸을 때부터 가정생활을 통해서 자연히 익혀지며, 학교 교육을 통해서 지도되는 것이지만, 이것이 불가능하거나 부족한 상황 속에서 어른이 된 우리는, 본인 스스로 표준 발음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힘써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 라디오나 TV에서 자주 듣는 잘못된 발음, 즉 발음의 오류는 거의가 이러한 요인 때문이다. ‘가치’ (價値)나 ‘같이’를 [:가치]로 발음하거나, ‘가정’ (家庭)을 [:가정]으로 잘못 발음하는 것을 자주 듣는데, 특히 이러한 장단음 발음의 잘못은 대부분 잘못 알고 있거나, 알고 있더라도 연습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둘째로, 발화자가 자라 온 출신 지역의 방언적 발음의 습관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사투리 발음을 쓰게 되는 경우를 말한다. 국어의 표준 발음은 서울을 중심으로 한 기전 지역어(畿甸地域語)의 음운 체계에 따른 발음이므로, 중부 지역 이외 지역의 방언 음운 체계 간에는 서로 다른 점이 많기 때문에 발음하기 힘든 소리가 있게 마련이다.
  우리의 주위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잘못된 발음 가운데 몇 가지의 예를 들면, ‘외국’ (外國)을 [:왜국]으로, ‘쇠고기’를 [:쇄고기]로 잘못 발음하는 경우를 자주 대하는데, 이렇게 잘못 발음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평안 방언의 원화자(原話者)들이고, ‘쌀’ (米)을 [살]로, ‘방법’ (方法)을 [방뻡]으로, ‘학생’을 [학썡]으로 발음하는 사람은 경상도 방언의 원화자들이 대부분이고, ‘과속’ (過速)을 [:가속]으로, ‘정치권’ (政治圈)을 [정치껀]으로, ‘확실히’를 [학씨리]로 잘못 발음하는 사람은 경상 방언 중에서도 부산을 중심으로 한 경남 방언의 원화자들이고, ‘나의’를 [나으]로, ‘사회의’를 [사회으]로, ‘군의관’ 을 [구느관]으로 잘못 발음하는 사람은 대부분은 전라, 경상 방언의 원화자들이다. 이와 같은 양상의 발음 오류는 그리 쉽게 고쳐지지는 않는다. 국민학교부터의 학교 교육을 통하여 서서히 극복되며, 그러한 교육을 받지 못한 성인들은 각자 스스로의 각고한 노력을 통하여 가능한 것이다.


        (2) 發音 誤謬의 影響

  언어는 자기의 생각을 상대방에게 알리는 전달 기능을 가진 음성 기호 체계다. 말이 가지고 있는 가장 중요한 구실이 바로 이 전달 기능, 즉 정보적 기능이다. 예를 들면, 음성 기호로 기호화된 [:과일]이라는 명칭은 청자에게 그에 상당하는 개념을 불러일으키며, 그 개념을 통하여 인식된 구체적인 과일들(사과, 배, 감 등)에 도달하게 된다.
  그런데 발음의 오류는 음성 기호로 잘못 기호화된 명칭이 되므로 인지 과정에 혼동이 생기게 마련이다. 만약에 [:과일]을 [:가일]이라고 잘못 발음했을 경우, ‘길일(吉日)을 맞는 반가운 날’ 의 뜻을 가진 ‘가일’ (佳日)이라는 단어로 인지된다. ‘지나치게 속도를 낸다’는 ‘과속’ (過速)[:과속]을 [:가속]이라고 잘못 발음하면 ‘속도를 더한다’는 ‘가속’ (加速)의 뜻으로 잘못 전달하게 된다. 또한 ‘불을 막는다’의 뜻인 ‘방화’ (防火)를 [:방화]라고 잘못 발음하면, 전혀 다른 반대의 뜻인 ‘불을 지른다’고 하는 ‘방화’(放火)의 뜻으로 잘못 전달된다. ‘쌀’을 [살]이라고 잘못 발음하면, ‘살’(肉)과 혼동되어 듣는 이를 당황하게 한다.
  다음으로, 발음의 오류는 말하는 이의 품위를 떨어뜨린다. 예로부터 사람의 인품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신언서판(身言書判)’이라 했다. 첫째는 몸가짐으로, 둘째는 말씨로, 셋째는 글씨로, 넷째는 판단력으로 사람의 교양, 인품, 지식 등 사람의 됨됨이를 평가했다. 그런데 이러한 평가 기준이 적용되었던 시대는 놀랍게도 언론의 자유가 봉쇄되었던 봉건 사회의 시대였다. 이러한 시대에도 옛 선인들은 말의 중요함을 깊이 깨달아 이를 높이 평가했다. 말씨를 품위 있게 하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으나, 올바른 발음은 가장 기본이 되는 조건이다. 우선 잘못된 발음으로는 효과적인 언어의 기능을 달성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품위를 떨어뜨려 듣는 이의 기분을 상하게 한다.
  셋째로, 발음의 오류는 교육적인 면에서 매우 큰 오류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라디오나 TV에서 사용하는 방송 말은 성인 교육의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특히 자라나는 어린 학생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끼치므로 순화된 표준말을 사용하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끝으로 방언적인 사투리는 가족이나 특정한 상황에서는 친화감을 갖게 하지만, 공식석상이나 공적인 말하기에서는 지방색을 돋보이게 하여 불필요한 지역 간의 편견과 위화감(違和感)이 생기는 원인이 된다.


        (3) 發音 誤謬의 여러 모습

  현대 국어의 잘못된 발음의 여러 가지 모습을 모음과 자음, 그리고 운소와 음운 현상 등 여러 가지의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겠으나, 지면 관계로 모음의 오발음에 대하여 항목만을 열거하고 다음 기회에 상술하기로 한다.

              단모음의 오발음
① ‘ㅔ’ [e] 와 ‘ㅐ’ [ ɛ ] 발음의 혼동

     지게[ ɟ˚ ige] → [ ɟ˚ ig ɛ]

② ‘ㅓ’ [ ʌ ] 와 ‘ㅓ’ [ ə ] 발음의 혼동

     :열 [jʌ:l] → [jə:l]

③ ‘ㅏ’ [a] 와 ‘ㅓ’ [ ʌ ] 또는 ‘ㅓ’ [ ə ] 발음의 혼동

     하다[hada] → [hʌda]

④ ‘ㅗ’ [o] 와 ‘ㅜ’ [u] 발음의 혼동

     일곱[ ilgob ] → [ ilgub ]

⑤ ‘ㅓ’ [ ʌ ] 또는 ‘ㅓ’ [ ə ]와 ‘ ㅡ’ [ ɯ ] 발음의 혼동

     :거지[ ɡ˚ə:ɟi] → [ ɡ˚:ɟi]

⑥ ‘ㅔ’ [e] 와 ‘ㅣ’ [i] 발음의 혼동

     네것[ negʌd ] → [ ɲigʌd ]

⑦ ‘ㅚ’ [ ø ] 발음의 혼란 : 괴물[ ɡ˚ø :mul ] → [ ɡ˚ w ɛ :mul ]
⑧ ‘ㅓ’ [ ʌ ] 또는 ‘ㅓ’ [ ə ]의 ‘ㅜ’ [u] 발음 경향

     :벌다[ bə:lda ] → [ bu:lda ]

⑨ ‘ㅐ’ [ ɛ ] → ‘ㅒ’ [ jɛ ]의 오발음

    학생[ haɡ˚s ’ɛɧ ] → [ haɡ˚ʃ’ɛɧ ]

              복모음의 오발음
① ‘ㅖ’ [ je ] → ‘ㅔ’ [ e ]의 오발음

     :예절[ je: ɟʌ l ] → [ e:ɟʌ l ]

② ‘ㅖ’ [ je ] → ‘ㅣ’ [ i ]의 오발음

     :계집[ ɡ˚ je ɟib ] → [ ɡ˚ i: ɟib ]

③ ‘ㅕ’ [ jʌ ] 또는 ‘ㅕ’ [ jə ] → ‘ㅣ’ [i]의 오발음

     :면장[ mjə:ɲɟaɳ ] → [ mi:ɲɟaɳ ]

④ ‘ㅕ’ [ jɑ ] → ‘ㅔ’ [e]의 오발음

     며칠[ mjʌchil ] → [ mecʰil ]

⑤ ‘ㅚ’ [ ɯj ] 발음의 혼동

     흰무리[ hinmuri ] → [ hɯjnmuri ]

⑥ [ jə ] → [ jɯ ]의 오발음

     :엷다[ jə:lta ] → [ jɯ:lt ’a ]

⑦ ‘ㅘ’ [wa] → ‘ㅏ’ [a]의 오발음

     :과속[ ɡ˚ wa:soɡ ] → [ ɡ˚a:soɡ ]



4. 結言

  지금까지 표준 발음의 일반 원리와 잘못 발음되는 일반적 경향을 중심으로 발음 교육의 이모저모를 살펴보았다.
  발음 교육의 목적은 국어 생활을 바르고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하게 하는 국어과 교육의 일반 목표이기도 하지만, 국어과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언어 정책이라는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과제이므로, 발음 교육의 당위성을 인식하고, 발음 교육의 실천을 위한 운동이 거국적으로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발음 교육은 일시적인 운동에서 그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우선 학교 교육의 면에서 국민학교부터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의 단계적인 지도를 위하여 연계성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국어과 교육 과정의 ‘말하기’ 나 ‘ 읽기 ’ 의 영역에서 다룰 것이 아니라, 별도의 교과로서 지도됨이 바람직하다.
  우선 과도적 방법으로, 국민학교 교사는 물론 중등학교 국어과 교사들의 연수부터 실시해야 한다. 국어과 교사 자신이 발음 교육에 자신 있게 참여할 수 있도록 연수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그리고 교육 대학을 비롯하여 사범 대학과 교육 대학원에 이르기까지 교원 양성 기관에 필수 교과로 ‘국어 발음학’과 같은 과목을 설강해서 발음 교육의 이론과 실제를 다루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학생들은 물론 교사들이 수시로 쉽게 참고할 수 있는 전범(典範)이 될 만한 ‘표준 발음 사전’을 국립국어연구원과 같은 권위 있는 기관에서 편찬 간행하여 저렴한 가격으로 보급하는 방법도 발음 교육의 활성화를 위하여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올바른 국어의 사용은 국민의 의무이며 동시에 책임인 것이다. 올바른 국어의 사용은 올바른 표준 국어의 발음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이를 익히고 지도하고 사용하는 일은 바로 우리의 일이다.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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