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한국어의 발음]

모음의 발음

李丞宰/성심여대 교수·국어국문학과

Ⅰ. 序論

  이 글은 국어 모음의 발음을 논의하는 데에 목적을 둔다. 이 글에서 국어라고 지칭한 것은 현재에 사용되고 있는 표준어를 가리킨다. 이를 구체적으로 말하면 국어는 1988년 1월 19일에 문교부 고시 제88-2호로 공표된 표준어 규정에 합당한 언어가 될 것이다. 이 규정에는 표준어 사정 원칙뿐만 아니라 표준 발음법도 서술되어 있는데, 표준 발음법에는 여러 단모음과 이중 모음이 열거되어 있지만 이들의 음가와 정확한 발음법에 대해서는 규정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 글은 표준어 모음의 음가와 그 발음법을 논의하는 데에 목적을 둔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하여 이 글에서 논의하는 모음의 음가와 그 발음법이 국가적으로 공인된 것이라고 오해해서는 안 된다. 이 글은 어디까지나 필자가 개인이 합당하다고 판단하는 표준어 모음의 음가와 그 발음법을 논의하는 것일 뿐이므로, 국가 혹은 학술 단체에 의해 공인된 음가와 발음법을 논의하는 것이 아니는 점을 분명히 밝혀둔다.
  표준어 모음의 음가를 논의할 때에는 비교의 기준이 되는 모음을 전제하는 것이 이해에 도움이 된다. 대표적인 기준은 국제음성협회의 기본 모음(Cardinal Vowel, 이하 C.V.로 약칭)이라 할 수 있지만 이것만으로 설명이 부족할 때에는 세계 주요 언어의 모음 그리고 우리나라의 여러 방언에서 쓰이고 있는 모음 등도 참고하게 될 것이다. 국제음성협회의 기본 모음과 외국어의 발음을 잘 모르는 일반인들에게는 우리의 방언에서 사용되는 모음들을 예로 들어 표준 모음을 설명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표준어 모음의 음가와 발음법을 설명할 때 방언 모음을 끌어들여 설명하는 예가 많아지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1)


Ⅱ. 單母音

표준 발음법 제2장 제3항에서 표준어의 모음은 다음의 21개라 하였다.

(1) ㅏ ㅐ ㅑ ㅒ ㅓ ㅔ ㅕ ㅖ ㅗ ㅘ ㅙ ㅚ ㅛ ㅜ ㅝ ㅞ ㅟ ㅠ ㅡ ㅢ ㅣ
  그런데 제4항에서 ‘ㅏ, ㅐ,ㅓ, ㅔ, ㅗ, ㅚ, ㅜ, ㅟ, ㅢ, ㅣ’는 單母音으로 발음한다고 함으로써 10개의 모음을 늘어놓고 있다. 제4항의 ‘붙임’에서는 다시 ‘ㅚ, ㅟ’를 이중 모음으로 발음할 수도 있다고 하였는데, 이것은 표준어의 단모음을 8개로 인식할 수도 있음을 뜻한다.2) 이것은 표준 발음법이 공표되기 전에는 9개   모음이라 해 오던 것을 수정한 것으로서 이 수정은 바람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에 ‘ㅚ’를 단모음으로 인식하면서 ‘ㅟ’를 이중 모음으로 분류해 온 것은 음성학적으로나 음운론적으로 불합리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서울과 서울 남쪽의 경기도 발음을 조사해 보면 ‘ㅚ’를 단모음으로 발음하는 것보다 ‘ㅟ’를 단모음으로 발음하는 경향이 더 많음을 알 수 있다(李丞宰 1990 참조).
(2) ㄱ. čü > č wi ()     č ʰüɦ anda > č ʰwiɦanda (취한다)
        t  ̓ünda > t  ̓winda (뛴다)     nü:nda > nwi:nda (뉜다)
    ㄴ. čö : < č we ()     č ʰöga, č ʰwega (崔哥)
        t ö, twe (되)   n ö < nwe (腦)3)
  (2)의 예들은 대개 ‘ㅚ, ㅟ’ 앞에 中子音([-grave])이 온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ㅚ, ㅟ’등이 ‘ㅈ, ㅊ, ㅉ’ 다음에서 단모음으로 발음되는 경향이 가장 강하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4)
  (한편 표준어의 ‘ㅚ’와 ‘ㅟ’는 모두 원순성을 가지는 모음인데 원순성은 모음의 높이가 높을수록 보다 선명해진다. 원순성을 가지는 低母音의 예는 아주 드물지만 원순성을 가지는 高母音의 예들은 세계 여러 나라의 언어에서 얼마든지 찾아 볼 수 있는 것이다. 예컨대 [u] 모음을 가지고 있으면서 [o] 모음이 없는 언어는 존재하지만, [u] 모음을 가지지 않으면서 [o] 모음만을 가지고 있는 언어는 찾아보기 어렵다. 따라서 中母音인 ‘ㅚ’가 원순성을 가지는 단모음이라고 하면서 ‘ㅟ’를 단모음에서 제외한 것은 원순 모음의 음운론적 보편성을 무시한 것이다.5) 이 점에서 새로이 단모음을 10개 혹은 8 개라고 한 것은 큰 발전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10개의 모음을 기본으로 하면서 8개의 모음도 허용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1)에 제시된 것처럼 ‘ㅚ’는 [ö]와 [we]로 ‘ㅟ’는 [ü ]와[wi]로 발음됨으로써, 현실적으로 두 가지 발음이 모두 존재하기 때문이다. ‘ㅚ’를 [ö ]로 ‘ㅟ’를 [ü]로 발음하면 단모음이 10개가 되고, [we]와 [wi]로 발음하면 단모음이8개가  된다. 10모음과 8모음의 차이는 세대 간의 차이에서 가장 뚜렷이드러난다. 서울에 사는 교양 있는 사람이라도, 70세 이상의 화자들은 單母音 [ö ][ü]를 곧잘 발음하는 데에 반해, 40세 이하의 연령층에서는 이들을 단모음으로 발음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20대의 젊은이들은 거의 대부분 이들을 二重 母音으로 발음한다고 하여도 틀린 말이 아니다.   (‘ㅟ, ㅚ’의 음가와 발음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전에 ‘ㅣ, ㅔ, ㅐ’의 음가와 발음법을 먼저 설명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ㅣ’는 [i]의 음가를 가지는데, 혀의 앞부분을 경구개 쪽으로 바짝 올린 상태에서 입술을 펴고 발음한다. 이것을 전문적으로 말하여 ‘前舌 平脣 高母音’이라 하는데 ‘前舌 平脣 閉母音’이라고도 한다. 혀가 올라가는 정도에 따라서 아래턱도 비례적으로 움직이므로, 입이 좁아지는 것을 강조하면 고모음 대신 폐모음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된다. 그런데 표준어의 [i]는 C.V.와 중국어의 [i]처럼 전설성이 강하지도 않고 극단적으로 높은 데에서 발음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면서도 일본어의 [i]보다는 전설성이 강하고 높이가 높다.
  (‘ㅔ’는 [e]의 음가를 가지는데 젊은이들은 이 발음을 잘 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테(두리)’는 [t ʰe] 혹은 [t ʰE]로 발음하고 ‘(안경)테’는 [t ʰE]로 발음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제2음절 이하에서는 [e]를 [ɛ]와 거의 구별하지 못하고 둘의 중간 발음이라고 할 수 있는 [E]로 발음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영어의 ‘standbar’를 ‘스탠드 바’로도 적지만 ‘스텐드 바’로 적은 간판이 더 많다는 사실도 좋은 예가 된다. 표준어의 ‘ㅔ’ 즉 [e]는 혀의 앞부분을 반 정도 올리고 입술을 편 상태에서 발음한다. 즉 ‘前舌 平脣 半閉母音’이라 할 수 있는데, C.V.의 [e]와 높이가 거의 같으며6) 그보다 조금 뒤쪽에서 발음하는 것이 원칙이다. 일본어의 ‘工’ 즉 [E]처럼 발음하면 올바른 [e]가 되지 않으므로, 이 발음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은 혀를 더 높여서 (즉, 開口度를 보다 줄여서) 발음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ㅐ’는 [ɛ ]의 음가를 가진다. 입을 제법 벌린 상태에서 혀를 아래턱에 붙이고 혀의 앞부분을 조금만 높여 발음하면 [ɛ]가 된다. [ɛ ]는 C.V.의 3번 모음과 거의 같은 높이에서 혹은 약간 위에서 발음된다고 한다. 이것은 입을 벌리고 입술을 편 상태에서 발음하는 바 ‘前舌 平脣 半開母音’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전남의 일부 지역과 경상도의 다수 지역에서는 [e]와 [ɛ ]를 구별하지 못하고 그 중간음이라 할 수 있는 [E]로 발음한다.
(3) ㄱ. 베(布) [pE] ㄴ. 떼(群) [t  ̓E] ㄷ. 삼베 [sambE]
    배(船, 梨) [pE] 때(時) [t  ̓E] 담배 [tambE]
            배(倍) [pE:]
  따라서 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e]와 [ɛ ]를 정확하게 발음하고 이 둘을 구별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즉 반폐모음과 반개모음의 차이를 인식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半閉母音’ ‘半開母音’등의 술어를 사용한 것은 표준어 모음의 높이를 4단계로 나누어 인식하기 때문이다. 음운론적으로는 ‘ㅐ’와 ‘ㅏ’는 같은 低母音에 속한다. 그러나 음성학적으로는 ‘ㅐ’ 즉 [ɛ]는 ‘ㅏ’즉 [a]에 비해 모음의 위치가 높다. 따라서 이 차이를 강조하고 후술할 ‘ㅓ’ 즉 [з]의 높이를 감안하여 모음의 높이를 4단계로 나누는 것이다.
(4)                        ㄱ. 모음 음성도

ㄴ. 모음 체계도

  전설 모음 후설 모음
  평순 원순 평순 원순
폐 모 음
반폐모음
반개모음
개 모 음



(ㅟ)
(ㅚ)

  ㅡ





  전설 모음 후설 모음
  평순 원순 평순 원순
고모음
중모음
저모음



(ㅟ)
(ㅚ)







  8모음을 음운론적 대립과 음운 규칙 등을 감안하여 음운론적으로 그려보면 (4.ㄴ)과 같은 모음 체계도가 된다.7)
(5)  A    B     B   A   B
  ㄱ. ㅡ    끓인다  --  끼린다   쓰리다 --  씨리다
    ㄴ. ㅓ   어미 --  에미   업힌다 --  엡힌다
    ㄷ. ㅏ   아기  --  애기   가린다 --  개린다
    ㄹ. ㅜ   죽인다 --  쥑인다   숙인다 --  쉭인다
    ㅁ. ㅗ   고기 --  괴기   옮긴다 --  욍긴다
    (5)의 A와 B의 대립에서 ‘ ㅡ : ㅣ’ ‘ㅔ : ㅓ’ ‘ ㅐ : ㅏ’ ‘ㅟ : ㅜ’ ‘ㅚ : ㅗ’가 각각 ‘후설 모음 : 전설 모음’의 대립을 이루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것을 강조하면 (4.ㄴ)과 같은 모음 체계도가 음운론적 타당성을 가진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발음되는 모음 음성도는 (4.ㄱ)이라고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ㅏ’는 ‘ㅐ’나 ‘ㅓ’ 보다 더 낮은 데에서 발음되고 ‘ㅓ’는 ‘ㅔ’나 ‘ㅗ’ 보다 낮은 데에서 발음되는 것이 음성학적 현실인 것이다. 이것을 강조하면 (4.ㄱ)과 같은 모음 음성도가 음성학적 타당성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이 글은 모음 체계를 논의하는 것이 아니고 모음의 발음 즉 모음의 음성학적 음가를 논의하는 글이므로 모음의 높이를 4단계로 나누어 인식하는 태도를 취하는 것이다.
  단모음 ‘ㅚ’ 즉 [ö]와, ‘ㅟ’ 즉 [ü ]는 각각 [e], [i]와 같은 위치에서 발음하는데, 입술을 둥그렇게 하면서 앞으로 내민 상태에서 발음한다는 점이 [e], [i]와 다르다. 따라서 이들을 각각 ‘前舌 圓脣 半閉 母音’과 ‘前舌 圓脣 閉母音’이라 부른다. 즉, [i]는 혀의 앞부분을 경구개 쪽으로 바짝 올린 상태에서 입술을 펴고 발음하게 되는데, 바로 그 상태에서 입술을 둥그렇게 하고 동시에 앞으로 내밀게 되면 [ü] 발음이 되는 것이다. [ö]와 [e]의 관계도 이와 같다.
  그런데 원순 모음 [ö]와 [ü]를 발음할 때 처음에는 입술을 둥그렇게 하고 앞으로 내밀다가 나중에 입술을 펴 버리면 [we], [wi]와 같은 이중 모음이 된다는 사실을 강조해 둔다. 즉, ‘ㅚ, ㅟ’를 발음할 때 발음의 마지막 상태가 입술이 펴진 상태라면 그것은 [we], [wi]라는 이중 모음을 발음한 것이 되고, 끝까지 입술이 펴지지 않았다면 단모음 [ö], [ü]를 발음한 것이 된다.
  표준어의 전설 원순 모음 [ö]와 [ü]는 후설의 [o]와 [u]보다 원순성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그러나 소백산맥 서쪽 접경 지역의 [ö]와 [ü]는 원순성이 제법 강하여 독일어의 [ö]와 [ü]와 거의 비슷하게 발음된다.
 (6) ㄱ.  (설을) 쇤다 [sö :nda] 쇠 [sö]    
         (불을) 쬔다 [č’ö :nda] 꾀 [k’ö]   
    ㄴ. 뛴다 [t’ü nda] 쥐 [čü]   
        쉰다 [sü:nda] 귀 [kü ] (구례 지역어의 예)
  따라서 소백산맥의 서쪽 접경 지역은 전설 원순 모음 [ö]와 [ü]를 가장 정확하게 발음하는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ㅜ’는 [u]의 음가를 가지는데 혀의 뒷부분을 연구개에 닿을 만큼 올려서 발음한다. 입술을 오므리고 앞으로 내밀어서 발음하는 대표적인 원순 모음이다. ‘ㅜ’는 C.V.의 [u]보다는 약간 아래쪽에서 그리고 약간 안쪽에서 발음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後舌 圓脣 閉母音’이라 하여도 무방하다. ‘ㅜ’는 원순성의 정도가 중국어보다는 약하고 일본어보다는 강하다.
  ‘ㅗ’는 [o]로 발음하는데, 혀의 뒷부분을 ‘ㅜ’보다 내린 상태에서 입술을 오므리고 앞으로 내밀면서 발음한다. ‘ㅗ’는 C.V.의 [o]와 거의 비슷하거나 약간 낮은 발음으로서 C.V.의 [o]보다 약간 앞쪽에서 발음된다. ‘ㅗ’는 ‘後舌 圓脣 半閉母音’이라고 부를 수 있다.
  ‘ㅏ’는 [a]의 음가를 가지는데, 입을 크게 벌리고 혀를 아래턱에 붙여서 발음한다. ‘ㅏ’는 C.V.의 [a]도 아니고 [ɑ]도 아니라는 점에 주의하여야 한다. C.V.의 [a]는 전설 평순 개모음이고 [ɑ]는 후설 평순 개모음인데, 표준어의 ‘ㅏ’는 엄격히 말하면 ‘中舌 平脣 開母音’이기 때문이다. 즉, ‘ㅏ’는 음운론적으로 (4.ㄱ)에서처럼 후설 모음으로 분류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음성학적으로는 중설 모음에 가까운 모음이다.이 점을 감안하여 (4.ㄱ)에서 ‘ㅏ’를 ‘ㅜ’나 ‘ㅗ’보다 앞쪽으로 당겨 놓은 바 있다. 모음 음성도를 그릴 때 모음 4각도나 3각도를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ㅏ’가 중설에 가깝다는 특징을 강조하려면 국어의 모음 음성도는 3각도를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표준어 ‘ㅡ’의 음가는 [ɨ]인데, ‘ㅜ’즉 [u]를 발음하면서 입술을 평평하게 펴서 발음하면 [ɨ]가 된다. 따라서 이 ‘ㅡ’는 ‘後舌 平脣 閉母音’이라 할 수 있다. ‘ㅡ’의 발음 위치가 ‘ㅜ’보다 약간 앞쪽이라는 차이를 일부 학자들이 강조하는 경우도 있으나 ‘ㅡ’와 ‘ㅜ’의 발음 위치가 같다고 하여도 큰 잘못은 아니다.
  그런데 경상도의 일부 지역에서는 ‘ㅡ’ 즉 [ɨ]를 정확하게 발음하지 못하고 후술할 [ə]로 발음한다.
(7) 틀 [tʰəl] 글 [kəl] 銀馬 [əmma]   隱語 [ənə]  音韻 [əmun] 
    털 [tʰəl]  걸 [kəl]   엄마 [əmma]  言語 [ənə]   語文 [əmun] 
  이 지역에서 ‘ㅡ’와 ‘ㅓ’가 중화된 모음을 [∃]로 기술하기도 하나, 필자는 이 모음이 남부 방언에 일반적인 [ə]인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표준어의 ‘ㅓ’는 ‘ㅗ’를 발음할 때보다 혀의 위치가 전체적으로 낮아진다. 혀의 뒷부분이 ‘ㅗ’보다는 낮고 ‘ㅏ’보다는 높은 상태에서 입술을 펴고 발음하면 ‘ㅓ’를 제대로 발음한 것이 된다.8) 따라서 ‘ㅓ’는 ‘後舌 平脣 半開母音’이고 그 음가는 [з]라고 할 수 있다. [з]는 C.V.의 [∧]에 가까운 것인데 여기서는 전설 모음 발음 기호와 후설 모음 발음 기호의 대칭을 취하여 [з]를 택하기로 한다.
  평안도의 ‘ㅓ’ 발음은 자못 특징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안도의 ‘ㅓ’는 표준 발음과는 달리 상당히 원순성이 강해서 ‘ㅗ’와 잘 구분이 되지 않기 때문인데, 대표적인 예로 [ŏmani](어머니)를 들 수 있다. 이때의 ‘ㅓ’는 ‘ㅗ’와 원순성에서 크게 차이가 나지 않으면서 ‘ㅗ’보다 약간 아래쪽에서 발음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런데 평안도의 ‘ㅡ’도 원순성이 제법 강화되어서 젊은이들은 ‘ㅡ’를 [ŭ]에 가깝게 발음한다고 한다. ‘[kŭrɛyo](그래요), [s’ŭgu](쓰고) 등의 예를 들 수 있는데, 이러한 현상은 평안도의 후설 모음 ‘ㅓ’ 와 ‘ㅡ’는 타지역의 발음에 비해 원순성이 강한 것임을 뜻한다.
  한편, 표준어의 ‘ㅓ’는 남부 지방의 ‘ㅓ’와 제법 차이가 난다. 남부 방언의 ‘ㅓ’는 혀의 뒷부분이 ‘ㅗ’ 즉 [o] 정도의 높이까지 올라가고 입술이 펴진다. 또한 표준어의 ‘ㅓ’가 완전한 후설 모음이라고 한다면, 남부 방언의 ‘ㅓ’는 혀를 약간 앞쪽으로 내밀면서 발음하는 경향이 강한 바 중설 모음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특징들을 감안하면 남부 방언의 ‘ㅓ’는 후설 평순 반폐모음이고 그 음가는 [ə]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표준어의 ‘ㅓ’가 ‘후설 평순 반개모음’ [з]인데 비해, 남부 방언의 ‘ㅓ’는 ‘후설(혹은 중설) 평순 반폐모음’ [ə]라는 차이가 나는 것이다.
(8)   ㄱ. 표준어  ㄴ. 남부 방언 
  털 : [tʰзl]   [tʰəl] 
  엄마 : [зmma]  [əmma] 
  거미 : [kзmi]  [kəmi] 혹은 [kəmu] 
  넝쿨 : [nзŋkʰul]  [nəŋkʰul] 혹은 [nənčʰul] 
  멍에 : [mзŋe]   [məŋe] 혹은 [məŋE] 
  그렇다고 하여 표준어의 ‘ㅓ’가 항상 [з]로 발음되는 것은 아니다. 이 [з]는 제1음절 위치에서 정확하게 발음되고 제2음절 이하의 위치에서는 [ə]로 바뀌어 발음되는 예가 아주 많은 것이다. 예컨대 ‘어머니’와 ‘멍텅구리’는 각각 [зmзɲi]와 [mзŋtʰзŋguri]로 발음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зməɲi]와 [mзŋtʰəŋguri]로 발음하는 경우도 많은 것이다. 이처럼 제2음절 이하의 위치에서 제 음가대로 발음되지 않고 약간 다른 음가로 발음되는 현상은 ‘ㅓ’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음성학적으로 정확하게 관찰해 보면 제2음절 이하의 모든 모음은 발음의 변동이 매우 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표준어의 長母音 ‘ㅓ’는 短母音 ‘ㅓ’와 아주 큰 차이가 난다. 장모음 ‘ㅓ’는 단모음의 ‘ㅓ’보다 조음 위치가 높아져서 ‘ㅡ’의 장모음과 비슷하게 발음되는 바 그 음가는 [:]라고 할 수 있다.9) 표준 발음법 제4항의 해설에서는 “긴소리로서의 [ㅓ]는 [ㅡ]와 짧은 [ㅓ]와의 중간 모음인 올린 ‘ㅓ’로 하는 발음이 교양 있는 서울말의 발음”이라고 하면서 다음의 첫 번째 모음을 그 예로 들었다.
(9) ㄱ. 걸다 더럽다 덥다 멀다 번지다 썰다 얻다 얼다 적다 절다 젊다 헐다
      ㄴ. 거리(距離) 거머리 널 덜 번민 벌(蜂) 설 섬(島) 얼 전화 헌법 헝겊
  長母音 ‘ㅓ’의 음가 [ɨ:]는 (10.ㄱ)의 표기가 종종 눈에 띈다는 사실에서 ‘ㅡ’의 장모음 즉 [ɨ:]와 거의 비슷한 것임을 알 수 있다.10)
(10) ㄱ. 드럽다 슨무당 그짓말 증말 들 슬날 읎다(웂다)
      ㄴ. 더럽다 선무당 거짓말 정말 덜 설날 없다
  서울말의 현실 발음을 반영한 소설에서 (10.ㄱ)과 같은 표기가 의도적으로 사용된다는 것은 ‘ㅓ’의 장모음이 ‘ㅡ’ 장모음의 높이에까지 올라간다는 사실을 잘 증명해 준다.
  이처럼 장모음의 경우에 모음의 높이가 올라가는 것은 ‘ㅔ’에도 부분적으로 적용된다.
(11) ㄱ. 시다(세다, 算) 디다(데다) 띠다(떼다) 비다(베다)
      ㄴ. *기(게) *미기(메기) *시상(세상) *닛(넷)
  위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장모음 ‘ㅔ’가 ‘ㅣ’로 올라가서 발음되는 현상은 주로 동사류 단어에서 발견되고 명사류 단어에서는 찾기가 어렵다. ‘게’와 ‘세상’을 각각 ‘기’와 ‘시상’으로 발음하는 경우도 없지 않으나 그것은 원래의 서울말이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장모음 ‘ㅔ’가 ‘ㅣ’로 올라가서 발음되는 현상을 표준 발음법 해설에서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은 오히려 적절한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부분적으로만 나타나는 현상을 전체적인 것으로 확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Ⅲ. 二重 母音

  二重 母音은 單母音의 앞이나 뒤에 半母音 [y] 혹은 [w]가 기생하여 복합적으로 발음되는 모음을 가리킨다. 單母音 즉 主母音 앞에 반모음이 온 것은 상승적 이중 모음, 뒤에 온 것은 하강적 이중 모음이라 하여 구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반모음 [y]가 들어 있는 이중 모음을 Y계 이중 모음, [w]가 들어 있는 것을 W계 이중 모음이라 하여 분류하기도 한다.
  표준 발음법 제 5항에서는 ‘ㅑ,ㅒ, ㅕ, ㅖ, ㅘ, ㅙ, ㅛ, ㅝ, ㅞ, ㅠ, ㅢ’의 11개를 이중 모음으로 발음한다고 규정하였다. ‘ㅚ, ㅟ’를 이중 모음으로 발음하는 것도 허용되므로 최대 13개의 이중 모음이 있는 셈이다. ‘ㅑ, ㅒ, ㅕ, ㅖ, ㅛ, ㅠ’는 각각 ‘ㅏ, ㅐ, ㅓ, ㅔ, ㅗ, ㅜ’의 앞에 [y]가 온 상승적 이중 모음이고 ‘ㅢ’는 ‘ㅡ’ 뒤에 [y]가 온 하강적 이중 모음이다. 半母音이 主母音의 뒤에 온 것으로는 ‘ㅢ’가 유일한 것이다. ‘ㅘ, ㅙ, ㅝ, ㅞ’는 각각 ‘ㅏ, ㅐ, ㅓ, ㅔ’의 앞에 반모음 [w]가 온 것이다.

  Y계 상승적 이중 모음은 ‘y + 모음’의 음가를 가진다. 예컨대 ‘ㅑ’는 [ya]로 ‘ㅛ’는 [yo]로 발음한다. 이때 반모음 [y]는 모음 [i]와 거의 같은 방법으로 발음하나 스스로 독립하지 못한다는 특징을 가진다. 즉, 반모음 [y]는 非成節的([-syllabic])이라는 점에서만 [i]와 차이가 날 뿐이라고 하여도 틀린 말은 아니다. 이것은 국어에 [yi]와 같은 이중 모음이 존재하지 않는 데에서 잘 확인된다. 반모음 [y]는 뒤에 오는 모음을 약간씩 앞으로 잡아당기고 위로 끌어올리는 힘을 가진다. 예컨대 이중 모음 [ya]의 [a]는 단모음 [a]보다 조음 위치가 약간 앞쪽으로 당겨지고 위로 올라간다. 이것은 앞에 오는 [y]에 뒤에 오는 모음이 동화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은 [y]와 [i]의 음성학적 기능이 거의 같은 것임을 뜻한다.
  Y계 상승적 이중 모음은 앞에 오는 자음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국어 전반에 걸치는 현상도 있고 일부 방언에 국한되어 나타나는 것도 있다.
  첫째, 구개음 ‘ㅈ, ㅉ, ㅊ’ 다음에는 Y계 상승적 이중 모음이 오지 못한다. 이 제약을 표준 발음법 제5항 다만 1에서 “용언의 활용형에 나타나는 ‘져, 쪄, 쳐’는 [저, 쩌, 처]로 발음한다”고 규정한 바 있다.
(12) 가지어 → 가져[가저]              찌어 → 쪄[쩌]
      다치어 → 다쳐[다처]
  이 규정에서 ‘용언의 활용형에 나타나는’이라는 수식어를 넣은 것은 한글 맞춤법에 따르면 용언의 활용형에만 ‘ㅈ, ㅉ, ㅊ’등의 구개음 다음에 Y계 이중 모음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한글 맞춤법에서 ‘가져, 다쳐’같은 표기를 허용한 것은 이들이 각각 ‘가지어, 다치어’의 준말이라는 문법적 사실을 보이기 위한 것으로서   음성학적 혹은 음운론적 근거에서 허용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구개음 다음에 Y계 이중 모음을 적은 표기를 가끔 보게 된다. ‘챠트(chart), 져널리즘(journalism), 죠크(joke), 쥬스(juice)’ 등의 ‘챠, 져, 죠, 쥬’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는데, 이들은 대개 외래어로 국한될 뿐만 아니라 그 표기는 잘못된 것임(외래어 표기법 제3장 제1절 해설 참조)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위의 예들은 각각 ‘차트, 저널리즘, 조크, 주스’등으로 적어야 한다. 순수 국어에서는 용언이든 체언이든 ‘챠:차, 져:저, 죠:조,쥬:주’ 등이 음운론적 대립을 이루지 못하는 바, ‘ㅈ, ㅉ, ㅊ’의 구개음 다음에 Y계 이중 모음이 오는 예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둘째, 표준 발음법 제5항 다만 2에서는 ‘예, 례’ 이외의 ‘ㅖ’는 [ㅔ]로도 발음한다고 하였다. ‘ㅖ’는 본음대로 이중 모음 [ye]로 발음하여야 하지만, ‘ㄹ’이외의 자음 다음에서 이중 모음 ‘ㅖ’를 발음하기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따라서 ‘ㅖ’ 즉 [ye]를 단모음 ‘ㅔ’ 즉 [e]로 발음하는 것도 허용하게 된 것이다.
(13)  계집[계:집/게:집]  계시다[계:시다/게:시다] 
    시계[시계/시게](時計)   연계[연계/연게](連繫) 
    몌별[몌별/메별](袂別)   개폐[개폐/개페](開閉) 
    혜택[혜택/헤택](惠澤)   지혜[지혜/지헤](知慧) 
  그런데 ‘계집’의 ‘ㅖ’를 과연 이중 모음 [ye]로 발음하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의문을 품게 된다. ‘계’를 제 음가대로 발음하는 것이 어렵긴 하지만 결코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정확하게 발음하려고 노력하면 ‘계집’과 ‘계시다’의 ‘ㅖ’를 제 음가대로 발음할 수 있는데, 이것은 제1음절에 온 것으로서 장모음으로 발음되는 ‘ㅖ’는 다른 환경의 ‘ㅖ’에 비해 제 음가대로 발음하기가 쉬움을 뜻할 것이다. 경상도와 소백산맥에 인접한 전라도 지역에서 ‘센다, 선생님’을 각각 [še:nda]와 [sənšEŋɲim]으로 발음하는 것을 이따금 들을 수 있는데, 이들은 ‘ㅅ’ 다음에서도 ‘ㅖ’와 ‘ㅒ’를 제 음가대로 발음할 수 있음을 확인해 준다.
  셋째, 남부 지역의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ㅂ, ㅁ’ 등의 脣音과 ‘ㄱ, ㅇ’ 등의 軟口蓋音 뒤에 [y]가 오지 못한다는 제약이 발견된다. ‘ㅕ’의 예만 들어 본다.
(14)  ㄱ.  벼락 > 베락, 배락       뼈 > 뻬,빼       병 > 벵, 빙 
        편다 > 펜다, 팬다, 핀다nbsp;     며칠 > 메칠, 매칠
       비비 + 어 → 비벼 → 비베, 비비 
        꾸미 + 었다 → > 뀌몄다 → 뀌멨다, 끼밌다 
    ㄴ.  경상도 > 겡상도, 갱상도, 정상도, 증상도 
        구경 > 귀겡,기갱 
        겨우 > 게우, 게오, 제우      상여 > 생에, 생애
        깎이 + 어 → 깪여 → 깪에, 깪애 
        동이 + 었다 → 됭였다 → 됭엤다, 뎅엤다, 댕있다 
  이 밖에도 많은 지역에서 ‘ㄷ, ㄸ, ㅌ, ㄴ’과 ‘ㅅ, ㅆ, ㅈ, ㅉ, ㅊ’다음의 ‘ㅕ’를 제 음가대로 발음하지 못한다. 이 현상은 ‘ㅕ’에서만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ㅑ, ㅛ, ㅠ’ 등의 이중 모음에서도 발견되므로, Y계 상승적 이중 모음은 앞에 자음이 오지 않을 때 가장 정확하게 발음된다고 일반화할 수 있다.
  Y계 상승적 이중 모음이 長母音으로 발음될 때에는 短母音으로 발음할 때의 음가를 대체적으로 유지한다. 그러나 ‘ㅓ’의 장모음이 [:]로 발음되듯이 ‘ㅕ’의 장모음은 [yз :]가 아니라 [y:]로 발음된다는 사실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표준 발음법 제5항의 해설에서도 “‘ㅕ’가 긴소리인 경우에는 긴소리의 ‘ㅓ’를 올린 ‘ㅓ’로 발음하는 경우에 준해서 올린 ‘ㅕ’로 발음하는 것이 교양 있는 서울말의 발음”이라고 하면서 다음의 예를 들었다.
(15) 견본 겯다 별(星) 연(軟)하다 열쇠 영감(令監) 염주(念珠) 편지 현대
  Y계 하강적 이중 모음에는 ‘ㅢ’밖에 없다. 중세 국어에서는 ‘ㅐ, ㅔ, ㅚ’등도 하강적 이중 모음이었으나 이들은 역사적 변화를 거쳐 단모음으로 굳어져 버렸다(李崇寧 1949, 허웅 1952 참조). 다만 충청도의 일부 지역에서는 아직도 ‘ㅟ’를 [uy]로 발음함으로써 표준어와 달리 두 개의 하강적 이중 모음을 가지고 있다(郭忠求 1982 참조).
(16]  ㄱ. 바위[pauy]  사위[sauy]  귀[kuy]  바퀴[pakʰuy]
    ㄴ. 희망[hɨymaŋ]  희한하다[hɨyanɦada] 기차[kɨʰa]
  이 방언을 제외하면 둘 이상의 하강적 이중 모음을 가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특히 경상도와 전라도 지역에서는 아예 하강적 이중 모음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여도 틀린 말은 아니다. 이 지역에서는 ‘ㅢ’를 정확하게 [ɨy]로 발음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Y계 하강적 이중 모음 ‘ㅢ’의 가장 정확한 음가는 [ɨ̯y]이다. 이와는 달리 ‘ㅢ’를 [ɨ̯i]로 발음하는 사람도 있다. 이것은 앞에 온 [ɨ̯]를 副音으로 뒤에 온 [ɨ̯i]를 主音으로 발음하는 것인데, 이에 충실하려면 반모음 [ɨ̯]를 인정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태도는 대체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반모음 [ɨ̯]를 인정하면 [w]의 전설적 짝인 반모음 [ɥ]를 부정할 수 있는 근거가 없어질 뿐만 아니라, 반모음 [ɨ̯]는 다른 반모음과는 달리 [i] 앞에만 올 수 있다는 설명을 달아 주어야만 하는 부담이 따른다. 또한 이중 모음 [uy]나 [oy]를 가지고 있는 방언과 음운의 역사적 발달 과정을 고려하더라도 ‘ㅢ’를 [ɨy]로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환경에 따라서는 이것을 정확하게 발음하는 것이 쉽지 않다. 표준 발음법 제5항 다만 3에서 자음을 첫소리로 가지고 있는 음절의 ‘ㅢ’는 [ㅣ]로 발음한다고 한 것은 이러한 현실을 감안한 것이다.
  (17) 늴리리 닁큼 무늬 띄어쓰기 씌어 틔어 희어 희떱다 희망 유희
  그러나 자음을 첫소리로 가지지 않은 ‘ㅢ’는 제 음가대로 발음하여야 한다. 예컨대, 전라도 방언에서 ‘의사(義士)’를 ‘으사’로, 경상도 방언에서 ‘의대(醫大)’를 ‘이대’로 발음하는 것은 표준 발음법에서 크게 어긋난다. 이들은 [의사]와 [의대]로 발음할 수 있고 발음해야만 하는 것이다.
  제2음절 이하의 ‘ㅢ’를 제 음가대로 정확하게 발음하는 것도 역시 어렵다. 표준 발음법 제5항 다만 4에서 단어의 첫 음절 이외의 ‘의’는 [ㅣ]로, 조사 ‘의’는 [ㅔ]로 발음함도 허용한다고 한 것은 발음상의 어려움을 고려한 것이다.
  (18) 주의[주의/주이] 협의[혀븨/혀비] 우리의[우리의/우리에] 강의의[강:의의/강:이에] (민주)주의의 의의[주이의 의이/주이에 의이]
  그런데 관형격 조사 ‘의’의 발음을 [ㅔ]로 해도 된다고 허용한 것은 논란의 대상이 된다. ‘의’로 표기해 놓고서 그 본음과는 엄청난 차이를 가지는 [ㅔ]로 발음하는 것은 일반적 관행과 너무나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제5항 다만 4의 해설 참조). 조사의 ‘의’는 다음에 휴지가 온다는 점에서 제 음가대로 발음하는 것이 어렵지 않은 편이다. 예컨대, ‘강의의’의 첫 번째 ‘의’는 [의]로 발음하기가 어렵지만, 두 번째 즉 조사의 ‘의’는 [의]로 발음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강:의의]를 제대로 발음하기는 어렵지만 [강:이의]를 발음하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조사의 ‘의’는 제 음가대로 발음하도록 규정을 고쳤으면 하는 것이 필자의 견해이다.
  Y계 상승적 이중 모음을 정확하게 발음하려면 두 음절 ‘ㅣ$ 모음’의 연속체를 하나의 음절로 발음해 보는 것이 좋다. 예컨대 ‘겨’를 두 음절 ‘ki$з’로 발음하다가 점점 빠른 속도로 한 음절로 붙여서 발음하면 ‘kiз’를 거쳐 [kyз]에 이르게 된다. 마찬가지로 Y계 하강적 이중 모음 ‘ㅢ’도 ‘ㅡ’를 두 음절로 발음하다가 이를 빠른 속도로 한 음절로 붙여서 발음하게 되면 정확한 [ɨ̯y]가 된다.   W계 이중 모음에는 하강적 이중 모음은 존재하지 않고 상승적 이중 모음만 존재한다. 즉 W계에는 [w]가 모음의 앞에 오는 ‘ㅘ, ㅙ, ㅝ, ㅞ, (ㅚ, ㅟ)’등이 존재할 뿐이다. 이들은 ‘ w + 모음’의 음가를 가지는데, [w]는 후설성과 원순성을 가진다는 점에서 모음 [u]와 같고 비성절적([-syllabic])이라는 점에서만 차이가 난다. 즉, W계 이중 모음은 음절을 이루지 못하는 [w]가 모음 앞에 기생하는 이중 모음인 것이다.
  ‘ㅚ, ㅟ’를 이중 모음으로 발음할 때에는 각각 [we]와 [wi]가 된다. 그런데 ‘ㅚ’를 [wɛ]로 발음하는 사람도 없지 않은데, 그들은 대개 ‘ㅔ’와 ‘ㅐ’를 잘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ㅟ’를 이중 모음으로 발음하는 경우는 [wi]와 [uy]의 두 가지가 있다. [wi]와 [uy]는 처음에는 입술이 둥그렇다가 나중에는 펴지는 이중 모음이라는 점에서는 같지만, [wi]는 음절의 핵이 뒤쪽에 오고 [uy]는 앞쪽에 온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경기도의 중·북부 지역에서 주로 들리는 [wi]의 [w]는 엄격하게 말하면 불어의 [ɥ ]에 가까운 것으로서 전설적인 속성을 갖는다.
  경상도 지역에서는 W계 이중 모음을 잘 발음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앞에 자음이 왔을 때 반모음 [w]를 탈락시켜 발음하기 때문인데, 이 현상은 경남의 동남 지역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예컨대, ‘확실히, 관광, 괜히, 돼지, 뭐, 궤도’등을 ‘학실히, 강강, 갠히, 대지, 머, 게도’등으로 발음하는 것이다. 경남의 동남 방언에서는 자음 뒤에 Y계 이중 모음도 오지 못하므로, 이 방언에는 “자음 뒤에는 이중 모음이 오지 못한다”는 제약이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11)

Ⅳ. 結論

  지금까지 모음의 음가와 그 발음법을 소박하게 논의하여 보았다. 이들을 간단히 요약 · 정리하여 결론으로 삼는다.
  單母音에는 ‘ㅏ[a], ㅐ[ɛ], ㅓ[з], ㅔ[e], ㅗ[o], ㅚ[ö], ㅜ[u], ㅟ[ü], ㅡ[ɨ], ㅣ[i]’의 10개가 있는데, ‘ㅚ, ㅟ’는 이중 모음으로도 발음한다. 이들의 발음 위치를 그려 보이면 다음과 같다.

(19)     
   ㅣ (ㅟ)                 ㅡ ㅜ 
      ㅔ (ㅚ)            ㅗ
          ㅐ          ㅓ
                    ㅏ
  이 글은 모음의 음성학적 높이를 4단계로 나누었는데, 이것은 모음의 높이를 3단계로 보는 음운론적 인식 방법과 크게 다르다. 음성학적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려면 4단계의 높이를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나아가서 표준어 ‘ㅓ’의 발음이 남부 방언의 그것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할 때에도 이 방법이 효과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4각도, 3각도, 타원도 등의 여러 방법으로 모음 음성도를 그리고 있으나 국어의 모음도에는 3각도가 가장 적합한 것이 아닐까 한다. ‘ㅣ, ㅜ,ㅏ’의 세 모음을 3각도의 정점으로 하고 그 선상에 나머지의 모음이 자리를 잡는다고 하여도 크게 어긋날 것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二重 母音은 Y계 이중 모음 ‘ㅑ[ya], ㅒ[yɛ], ㅕ[yз], ㅖ[ye], ㅛ[yo], ㅠ[yu], ㅢ[y]’와 W계 이중 모음 `ㅘ[wa], ㅙ[wɛ], ㅝ[wз], ㅞ[we], (ㅚ[we]) (ㅟ[wi])’로 나누어 기술하였다. ‘ㅢ’를 제외하면 모두 상승적 이중 모음이다. 이들은 제 음가대로 발음하는 것이 원칙이나 앞에 자음이 오면 제 음가대로 발음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표준 발음법 제5항 다만 2와 3은 바로 이 환경에서의 발음 현실을 고려한 것이었다.
  자음 뒤에 오는 이중 모음을 제 음가대로 발음하지 못하는 현상은 남부 방언에서 두드러진다. 이것은 남부 방언 특유의 음운 규칙을 반영한 결과로서 방언 특징을 드러내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된다. 특히 경남의 동남 지역에서는 “자음 뒤에서는 이중 모음을 전혀 발음하지 못한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이중 모음에 대한 제약이 강한 편이다.
  새로이 표준 발음법을 제정한 것은 발음도 표준화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표준 발음에 익숙하지 않은 방언 화자들은 표준 발음을 익혀서 정확하게 구사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특히 모음의 발음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표준 발음법이 공표된 뒤부터는 - 역설적 표현이긴 하지만 - 표준 발음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교양 있는 사람”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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