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다 전화’ 질의응답

물음   폴란드의 정치가 Gomułka, Wałęsa와 도시 Gdańęsk, Kraków는 한글로 어떻게 적습니까? 또 체코의 도시 Plzeň과 체코슬로바키아의 정치가인 Dubček는 한글로 어떻게 적습니까?
(이문희, 서울특별시 강남구 반포동)

   폴란드의 정치가 Gomułka는 그동안 흔히‘고물카’라고 한 경우가 많았습니다만 1992년 11월 27일에 고시된 폴란드 어를 비롯한 동구의 5개 언어의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고무우카’로 표기하는 것이 옳습니다. 폴란드 어의 철자 ł는[w]이기 때문에 한글로 적을 때는 ‘우’로 적도록 되어 있습니다. 또 Wałęsa는 ‘바웬사’가 표기법에 맞게 표기한 것입니다. 폴란드 어의 w는 [v]이므로 한글로는 ‘ㅂ’이고 ł는 ‘우’입니다. ę는 뒤따르는 자음의 조음 위치에 따라 [em], [en], [eŋ]으로 발음되지만 한글로는 ‘엥’으로 통일해서 적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Wałęsa는 ‘바웽사’로 적은 것이 표기법을 따르는 것이 되지만, 이미 원음에 가깝게 ‘바웬사’로 적는 것이 굳어져 있으므로 굳어진 대로 ‘바웬사’로 적습니다. 관용형을 보여 주는 용례집은 1993년 3월에 외래어 표기 용례집(동구권지명·인명)으로 간행되었습니다. 폴란드의 도시 Gdańsk는 흔히 ‘그다니스크’로 표기되었습니다만 이번에 고시된 표기법에 따라 ‘그단스크’로 적는 것이 맞습니다. 폴란드 어의 ń가 자음 앞이나 어말에 올 때에는 받침 ‘ㄴ’으로 적도록 규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폴란드의 도시 Kraków는 흔히 ‘크라코프’로 적어 오던 것이었습니다만 폴란드 어의 ó는[u]이기 때문에 ‘크라쿠프’로 적는 것이 맞습니다.
  체코의 도시 Plzeň은 ‘플젠’으로 적는 것이 표기법에 맞게 적는 것입니다. 체코 어의 ň은 자음 앞이나 어말에 올 때 받침 ‘ㄴ’으로 적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체코스로바키아의 정치가인 Dubček는 ‘둡체코’로 적어야 합니다. 체코 어의 유성 장애음은 어말에서나 뒤에 무성음이 올 때 무성화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래서 Dubček의 첫 음절 끝의 b는 무성음인 č앞에서 무성화하기 때문에 받침으로 적습니다. č는 ‘ㅊ’이고 k는 어말에서 ‘크’입니다. 따라서 ‘두브체크’나 ‘둡첵’ , ‘두브첵’이 아닌 ‘둡체크’가 표기법에 맞습니다. (김세중)


물음   슬로베니아의 수도 Ljubljana, 보스니아의 수도 Sarajevo, 마케도니아의 수도 Skopje와 구 유고슬라비아의 정치학자 Ɖilas는 한글로 어떻게 적습니까?
(김규식,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남가좌동)

   구 유고슬라비아는 유고슬라비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마케도니아의 다섯 나라로 갈라졌습니다. 그러나 다섯 나라의 지명, 인명은 세르보크로아트 어의 표기법에 따라 적는 것이 원칙입니다. 슬로베니아의 수도 Ljubljana는 ‘류블랴나’로 적는 것이 표기법에 맞게 적는 것입니다. 세르보크로아트 어의 lj는 모음 앞에서는 ‘리’로 적되 뒤따르는 모음과 합쳐서 적기 때문입니다. 보스니아의 수도 Sarajevo는 ‘사라예보’입니다. 마케도니아의 수도 Skopje는 ‘스코페’입니다. j가 ‘이’이기 때문에 세르보크로아트 어의 자모와 한글 대조표에 따라 한글로 옮기면 ‘스코폐’가 됩니다만 자음에 ‘예’가 결합되는 경우는 자음이 ‘ㅅ’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에’로 적도록 함에 따라 ‘스코페’입니다. 구 유고슬라비아의 학자인 Ɖilas는 đ라는 글자가 일반적이지 않기 때문에 Ɖilas로 적는데 ‘질라스’로 적어야 합니다. đ는 ‘ㅈ’으로 옮기도록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김세중)


물음   루마니아의 도시 Bucureşti, Timişoara와 정치가 Ceauşescu는 한글로 어떻게 적습니까? 또 헝가리의 도시 Pécs, Gyö ngyös와 음악가 Liszt, Kodály는 한글로 어떻게 적습니까?
(장용수, 부산직할시 금정구 구서동)

   루마니아의 수도인 Bucureşti는 ‘부쿠레슈티’입니다. 루마니아 어의 c는 i[i], e[e] 앞이 아닌 경우에는 [k]여서 ‘ㅋ’으로 적습니다. 루마니아 어의 ş [ʃ]는 프랑스 어나 독일어의 경우와 같이 자음 앞이나 어말에서 모두 ‘슈’로 적습니다. 따라서 ‘부쿠레슈티’가 됩니다. ‘부카레스트’라고 것은 적이 있었습니다만 ‘부카레스트’는 영어 Bucharest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원지음에 따라 ‘부쿠레슈티’로 적는 것이 맞습니다. Timiş oara는 ‘티미쇼아라’가 맞습니다. 모음 앞의 ş[ʃ]는 ‘시’로 적되 뒤따르는 모음과 합쳐서 한 음절로 적기 때문에 ‘티미쇼아라’가 됩니다. 루마니아의 Ceauşescu는 표기법을 적용하면 ‘체아우셰스쿠’입니다마는 ‘차우셰스쿠’로 굳어져 쓰이고 있으므로 관용을 인정해서 ‘차우셰스쿠’로 적습니다.
  헝가리의 도시 Pécs는 ‘페치’입니다. 헝가리 어는 장단의 대립이 체계적인 언어입니다. a, e, i, o, u, ö, ü는 짧은 모음으로서 ‘어’, ‘에’, ‘이’, ‘오’, ‘우’, ‘외’, ‘위’로 옮깁니다. á, é, í, ó, ú, ö, ü는 대응하는 긴 모음인데 한글로 옮길 때에는 ‘아’, ‘에’, ‘이’, ‘오’, ‘우’, ‘외’, ‘위’로 옮깁니다. a와 á만‘어’와 ‘아’로 다르고 다른 모음은 같습니다. 헝가리 어의 cs는 ‘치’로 옮깁니다. 따라서 Pécs는 ‘페치’가 됩니다. 도시 Gyöngyös는 ‘죈죄시’입니다. 모음 앞의 gy는 ‘ㅈ’으로 옮기도록 되어 있고 s는 [ʃ]인데 어말에 올 때에는 영어의 경우와 같이 ‘시’로 옮기도록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헝가리의 음악가 Liszt는 ‘리스트’로 옮깁니다. 헝가리의 sz는 [s]이므로 모음 앞에서는 ‘ㅅ’, 자음 앞에서는 ‘스’로 옮기도록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헝가리 어의 특이한 사항으로 ly는 ‘이’로 옮기도록 되어 있음은 주목할 만한 점입니다. 따라서 음악가 Kodály는 ‘코달리’가 아닌 ‘코다이’가 맞습니다. (김세중)


물음   우리가 흔히 ‘날으는(날으는 슈퍼우먼), 울으셔요(아버님이 울으셔요)’와 같이 말하는 것을 들을 수 있는데, 어법에 맞는 것입니까?
(이영희, 서울특별시 강남구 대치동)

   루마니아의 수도인 Bucureşti는 ‘부쿠레슈티’입니다. 루마니아 어의 c는 i[i], e[e] 앞이 아닌 경우에는 [k]여서 ‘ㅋ’으로 적습니다. 루마니아 어의 ş [ʃ]는 프랑스 어나 독일어의 경우와 같이 자음 앞이나 어말에서 모두 ‘슈’로 적습니다. 따라서 ‘부쿠레슈티’가 됩니다. ‘부카레스트’라고 것은 적이 있었습니다만 ‘부카레스트’는 영어 Bucharest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원지음에 따라 ‘부쿠레슈티’로 적는 것이 맞습니다. Timiş oara는 ‘티미쇼아라’가 맞습니다. 모음 앞의 ş[ʃ]는 ‘시’로 적되 뒤따르는 모음과 합쳐서 한 음절로 적기 때문에 ‘티미쇼아라’가 됩니다. 루마니아의 Ceauşescu는 표기법을 적용하면 ‘체아우셰스쿠’입니다마는 ‘차우셰스쿠’로 굳어져 쓰이고 있으므로 관용을 인정해서 ‘차우셰스쿠’로 적습니다.
  ‘날다’와 ‘울다’는 소위 ‘ㄹ불규칙 동사’로 뒤에 오는 어미에 따라 ‘날-/나-’, ‘울-/우-’로 교체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어미 ‘-고, -면, -아서’가 후속하는 경우는 ‘날-, 울-’로, 어미(선어말 어미 포함) ‘ -는, -니, -시-’가 후속하는 경우는 ㄹ이 탈락하여 ‘나-, 우-’로 각각 교체됩니다. 문의하신 경우는 후자에 속하는 것으로 ‘날으는, 울으셔요’대신에 ‘나는, 우셔요’와 같이 표현하는 것이 어법에 맞는 것입니다.
  현대 국어 구어체에서는 ‘ㄹ불규칙 동사’들이 ㄹ탈락의 환경에서 ㄹ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나타나서, 문의하신 대로 ‘날으는, 울으셔요’와 같은 표현이 흔히 나타납니다. 다시 말해 ‘-(으)는, -(으)니, -(으)시-’ 어미 앞에서도 ‘날-, 울-’로 활용하여 ‘날으는, 울으니, 울으셔요’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일반적으로 언어가 되도록이면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규칙에 따르려는 경향, 즉 불규칙 활용에서 정칙 활용으로 나아가려는 경향을 보여 주는 것입니다. 즉 동사 ‘날다, 울다’에서 ‘-으-’를 포함하고 있는 어미 앞에서 ㄹ탈락이 일어나지 않게 된 것은 일반 정칙 동사의 활용(먹으니, 먹으면, 먹으시니)에서 ‘-으’가 유지되는 것에 유추되어 ‘날다, 울다’에서 ‘-으’를 유지하려는 경향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국어의 구어체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문법 일탈 경향은 매우 일반적인 것이기는 하지만, 현대 국어의 어법에 맞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구어체는 문법보다 진보성을 띠고 있어, 문법이 구어체의 어법을 제대로 다 반영할 수 없다는 한계를 보여 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직은 이 환경에서 ‘ㄹ’의 탈락이 보다 우세한 경향을 보이고 있고, 새로운 경향이 보편적이라고 하더라도 문법의 테두리 안에서 인정될 때까지는 그 현상을 문법적으로 올바른 것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조현숙)


물음   인명(李御寧)과 지명(會寧)에서 한자 ‘寧’을 ‘령’으로 발음하는데, 타당한 발음입니까?
(이혁신, 광주직할시 화정동)

   한자 ‘寧’의 발음은 그 출현 환경에 따라 우선 크게 두 갈래로 갈라집니다. 위의 한자가 단어의 첫머리에 오면, 즉 ‘寧日, 寧越郡’의 경우에는 ‘영’으로 발음됩니다. 그러나 ‘安寧’이나 인명 ‘李崇寧’의 경우, 즉 단어의 첫머리가 아닌 경우는 ‘안녕, 이숭녕’에서 보는 바와 같이 본음 ‘녕’으로 표기하고 또 그렇게 발음합니다. 그런데 문의하신 바와 같이 ‘會寧, 李御寧’에서와 같이 령’으로 발음되기도 하는데 이것은 본음 ‘녕’을 벗어나 있는 것이므로 좀 더 설명이 필요합니다.
  위의 예들과 관련되는 음운 현상은 우선 두음 법칙입니다. 1988년에 고시된 ‘한글 맞춤법’에서 두음 법칙과 관련된 규정은 제10항, 제11항, 제12항,의 세 항목인데, 이 중 위의 질문들과 관련되는 것은 제10항입니다. 맞춤법 제0항은 “한자음 ‘녀, 뇨, 뉴, 니’가 단어 첫머리에 올 적에는 두음 법칙에 따라 ‘여, 요, 유, 이’로 적는다. ”라고 하여 ‘寧’이 어두에서는 ‘영’으로 발음되어야 함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安寧’과 ‘李崇寧’의 발음이 본음인 ‘안녕, 이숭녕’이 되는 것은 맞춤법 제0항 [불임 1](단어의 첫머리 이외의 경우에는 본음대로 적는다)이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한글 맞춤법 안에서 두음 법칙 규정을 적용하면 문의하신 ‘會寧, 李御寧’의 경우는 ‘이어녕, 회녕’으로 표기하고 또 그렇게 읽어야 하며 ‘이어령, 회령’으로 발음하고 표기하는 것은 옳은 것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한글 맞춤법의 규정들을 좀 더 면밀하게 살펴보면 이 문제는 두음 법칙의 규정으로 풀어야 할 것이 아니라 한자의 本音 및 俗音의 문제와 관련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한글 맞춤법 제52항(한자어에서 본음으로도 나고 속음으로도 나는 것은 각각 그 소리에 따라 적는다)의 규정이 바로 이 문제 해결의 근거가 됩니다. 즉 속음은 한자의 본음을 제치고 널리 사용되는 익은 소리(습관음)이므로, 속음으로 된 발음 형태를 표준어로 삼게 되고, 따라서 맞춤법에서도 속음에 따라 적을 수 있다고 한 것입니다. 우리 국어에서 본음과 속음의 관계로, 같은 한자이면서 달리 발음되는 경우가 있습니다(한글 맞춤법 제52항 참조).


본음으로 나는 것              속음으로 나는 것
승낙(承諾) 수락(受諾), 쾌락(快樂), 허락(許諾)
만난(萬難) 곤란(困難), 논란(論難)
안녕(安寧) 의령(宜寧), 회령(會寧)
분노(忿怒) 대로(大怒), 희로애락(喜怒哀樂)
토론(討論) 의논(議論)
      오륙십(五六十) 오뉴월(五六月), 유월(六月)
목재(木材) 모과(木瓜)
십일(十日) 시방정토(十方淨土), 시왕(十王), 시월(十月)
팔일(八日) 초파일(初八日)

  이 밖에도 불교 용어인 ‘보리(菩提), 도량(道場), 보시(布施)’등에서 한자 본음 ‘제, 장, 포’로 적지 않고 속음으로 표기한다든지, 본댁(本宅), 모란(牧丹), 사탕(砂糖) 등과 같이 속음으로 적는 단어가 많이 있습니다.
  위의 규정과 용례에 따라 ‘會寧’은 용례에서 보는 바와 같이 ‘회령’으로 표기 · 발음할 수 있고, 인명인 ‘李御寧’도 위의 규정을 근거로 하여 ‘이어령’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조현숙)

물음   ‘병식이가 집에 ○○’라고 할 때 ‘간데’라고 해야 하는지, ‘간대’라고 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덧불여 ‘-데’와 ‘ -대’의 차이점을 자세히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김미경, 서울특별시 마포구 아현3동)

   ‘-데’와 ‘-대’는 잘 구별하여 써야 할 종결 어미들입니다. ‘-데’는 ‘하게’할 자리에 쓰이어 경험한 지난 일을 돌이켜 말할 때 쓰는, 곧 회상을 나타내는 종결 어미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데’에서 ‘더’라는 형태소가 분석되는데 이 형태소는 옛부터 회상을 나타내는 문법 요소(선어말 어미)였고 그 기능이 그대로 ‘-데’에 반영된 것입니다. ‘-데’가 회상을 나타낸다는 것은 다음과 같은 예들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1)

가. 그가 그런 말을 하데.
나. 경치가 과연 좋데.
다. 신부가 예쁘데?

  (1가)는 ‘그가 그런 말을 하더라’라는 의미이고, (1나)는 ‘경치가 과연 좋더라’라는 의미로 각각 화자가 자신이 직접 체험한 사실을 회상하여 청자에게 말하는 것입니다. 이 ‘-데’는 (1다)에서처럼 의문문에 쓰이기도 합니다. ‘신부가 예쁘데?’하면 결혼식에 가 신부를 직접 본 사람에게 신부가 예쁘더냐고 물어보는 말이 됩니다. 경어법 등급상의 약간의 차이를 제외하면 ‘-던가’와 같은 뜻입니다. 다만, ‘-던가’는 표준어인데 반해 ‘-데’도 표준어로 인정할 것인지는 아직 남아있는 문제입니다. 참고로, ‘오늘 날씨 참 시원한데. ’, ‘두 사람이 아주 잘 어울리는데. ’ , ‘기분 좋은데.’ 등에서 보듯 ‘-ㄴ데, -는데, -은데, 던데’ 등의 종결 어미들도 있습니다. 이 어미들에도 ‘데’가 보이긴 하지만 스스로 감탄하는 뜻을 나타내며 보통 다른 사람의 의견이 어떠한지 묻는 의도를 내포하기도 하는 것으로 ‘-데’와는 뜻이 다릅니다.
  한편, ‘-대’는 ‘다(고) 해’의 준말입니다. ‘다(고)’에서 ‘고’가 탈락하고 남은 ‘다’에서 ‘해’에서 ‘ㅎ’이 탈락한 ‘ㅐ’가 합쳐진 말입니다. 다음의 예들에서 보듯이 ‘-대’는 형용사 및 동사의 어간 다음과 동사 및 지정사의 시제 형태소 ‘ㄴ, 는, 었, 겠’등에 연결되어 ‘-대, -ㄴ대, -는대, -었대, -겠대’ 등의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납니다.

(2)

가. 그 여자 예쁘대(예쁘다고 해).
나. 그 사람 오늘 떠난대(떠난다고 해).
다. 그 여자는 책만 읽는대(읽는다고 해).
라. 그 사람은 학생이 아니었대(아니었다고 해).
마. 집에 있겠대(있겠다고 해).
바. 범인을 보았대(보았다고 해)?

  위 예들은 모두 괄호 속에 보이듯이 ‘○○대’가 ‘○○다고 해’의 뜻을 갖는 것들입니다. 곧 ‘ -대’는 화자가문장 속의 주어를 포함한 다른 사람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청자에게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 너 오래’ 등과 같이 명령형이나 계사 뒤에서 쓰이는 ‘-래’는 ‘-라고 해’에서 줄어진 말로 ‘-대’와 같은 뜻을 가진 또 다른 형태소입니다.
  ‘-데’와 ‘-대’의 차이점을 다음과 같은 예로 요약하여 설명할 수 있습니다.

(3)

가. 그 영화 참 재미있데.
나. 그 영화 참 재미있대.

  (3가)는 화자가 직접 그 영화를 보고 ‘그 영화 참 재미있더라’라는 뜻으로 말하는 것이고, (3나)는 화자가 그 영화를 보지 못하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들은 대로 ‘그 영화 참 재미있다고 하더라’라는 뜻으로 말하는 것입니다. 질문하신 내용은 ‘병식이가 집에 간다고 해’의 의미이므로 ‘-대’를 써서 ‘간대’라고 해야 합니다. (허철구)


물음   저는 씨름에서 쓰는 말 ‘밭다리’를 ‘밧다리’로 써야 하는 줄로 알고 있었습니다. 왜 ‘밧다리’가 아닌 ‘밭다리’로 쓰는지 모르겠습니다.
(문재선, 경삼남도 남해군 상주면)

   ‘밭다리’는 ‘바깥-다리’가 줄어진 말입니다. ‘한글 맞춤법’ (제32항)은 단어의 끝모음이 줄어지고 자음만 남은 것은 그 앞의 음절에 받침으로 받쳐 적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곧 실질 형태소가 줄어진 경우에는 줄여진 형태를 밝히어 적는 것으로 ‘어제 그저께’에서 ‘어제’의 ‘ㅔ’가 준 형태는 ‘엊’으로 적어 그 준말의 형태는 ‘엊그저께’가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줄어지는 음절의 첫소리 자음의 올라붙지 않고 받침소리가 올라붙는 경우가 있습니다. ‘바둑-장기’가 ‘박장기’로, ‘어긋-매끼다’가 ‘엇매끼다’로 줄어지는 것입니다. ‘바깥-’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밭’으로 줄어집니다.
  그런데 이 ‘밭’은 [받]으로 소리납니다. 이 경우 이를 어떻게 적을지가 문제입니다. ‘밭/받/밧’의 세 형태가 그 후보들입니다. ‘한글 맞춤법’ 제7항은 ‘ㄷ’소리로 나는 받침 중에서 ‘ㄷ’으로 적을 근거가 없는 것은 ‘ㅅ’으로 적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걷잡다(거두어붙잡다)’ , ‘곧장(똑바로 곧게)’ 등은 본디 그 형태소가 ‘ㄷ’을 가지고 있던 것이므로 ‘ㄷ’으로 적고, ‘갓-스물’ , ‘풋-고추’, ‘햇-곡식’등은 그와 같은 근거가 없으므로 관용에 따라 ‘ㅅ’으로 적는다는 것입니다. 이 규정을 유추 해석하여 ‘바깥-’을 굳어진 말 ‘밭’에 적용하면 ‘밭’은 윈래 형태소가 ‘ㅌ’을 가지고 있던 것이므로 그 형태를 밝혀 ‘밭’으로 적습니다. 그럼으로써 ‘바깥’과의 연관성을 나타내 보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밭다리’가 올바른 표기입니다. 그 밖에 ‘밭벽, 밭부모, 밭사돈, 밭상제, 밭어버이, 밭쪽’ 등이 이와 같은 예들입니다. (허철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