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한국어의 발음]
쉽게 쓴 국어 음성학
이상억 /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1. 서론
 ‘쉽게 쓴 국어 음성학’이란 제목으로 글을 쓰되, 이번 특집의 다른 글들과 내용이 겹치지 않도록 하려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되어야 할 듯 싶다.
 우선 음성학의 여러 부문 중 일반인들이 어렵다고 느끼는 분야를 다뤄야 ‘쉽게 쓴’ 다는 전제가 성립될 것이다. 자 · 모음 등의 분절음(分節音) 및 장단 · 억양 등의 초분절적(超分節的) 요소들을 다른 글들에서도 자세히 다룰 것이나, 어느 만큼 어려운 내용들을 담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런 채로 여기서는 일반인이나 국어학을 하는 학자들 사이에서도 평소 소원하게 느끼는 분야, 이를테면 실험 음성학이나 음향 음성학적 분야를 중점적으로 소개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조음 음성학적 방법론은 비교적 국내 학계에도 일찍이 자리잡아 별로 생소하다고 인식되지 않는다. 반면 청음(聽音) 음성학은 청신경 조직의 연구 등에 필요한 의학적 협업이 아직 잘 이루어지고 있지 않아서 국어에 대한 음성학적 보고에서 내놓을 만한 축적이 없는 것으로 안다.
 1.1.우리나라에서 음성학의 기틀은 세종조 때 훈민정음 창제의 원리로서 자리잡았던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훈민정음은 조음 음성학적으로 거의 현대적 개념과 다름없는 기반 위에 서 있는 것이다. 훈민정음 해례에 나타나 있는 음성학적 해설은 한 군데를 빼고는 완벽하다고 할 수 있다. 어금닛소리(牙音ㄱ, )는 혀뿌리가 목구멍을 닫는 꼴을 취한다고 했는데, 사실 목구멍을 닫는 것이 아니라 연구개 폐쇄를 이루는 것이다. 세종 당년에는 입속에서 일어나는 동작을 명확히 짚어낼 수 있는 방법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에 연구개에서 일어나는 폐쇄를 목구멍을 막는 것으로 인식한 것이다. 목구멍을 인두(咽頭)로 정의하는 한 혀뿌리가 접근해 완전 폐쇄를 이룰 수는 없는 일이다. 당시의 용어로서 목구멍은 연구개 언저리 이후 정말 목구멍까지를 다 말한 것이며 혀뿌리도 후설(後舌) 부분부터 그 뒷부분까지를 지칭한 것이었다고 가정해야 세종의 해설이 잘 납득될 것이다. 결국 현대 음성학적 정의를 조정해서야 납득이 된다는 말이다(이상억 1992 a 참조).
2. 본론
 이 글에서는 세종조 이후 현재까지 출간된 국어 음성학 관계 논문들 중에서 특히 실험 음성학이나 음향 음성학에 바탕을 둔 것들을 몇 편 살펴보기로 한다. 본격적이며 현대적인 실험 음성학적 방법을 국어에 비로소 적용한 예라 할 수 있는 Mieko S.Han의 논문들이 60년대에 왕성하게 발표되었다.
 2.1 Han(1963)의 Acoustic Phonetics of Korean(UCLA, Technical report 1)은 국어 모음 음소의 분석 결과를 107페이지 정도로 보고한 것이다. 아직 정확한 음성학적 연구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던 국어에 대해, 우선 모음의 스펙트로그램(spectrogram)1)을 여러 가지로 작성하였다. 특히 ㅓ 모음을 [ɔ]와 [ə]로 구별하여 후자는 길게 나기도 한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tɔpTa](to cover)≠[təpTa](hot).
 또한 ㅟ모음과 ㅚ모음이 어두(語頭)나 뒤에서 [ü]와 [ø]대신 [wi]와 [we]로 되기 쉽다 하였다. 한편 ㅡ모음을 [w]로 잡아 후설 비원순 모음으로 도표(p. 16)에 표시한 것은 잘못이다. 왜냐하면 그녀 자신이 /ə/를 중설 비원순 모음으로 규정하였었기 때문이다. 또 차라리 /ɯ/ 대신 /ɨ/를 설정하여 중설 모음에 다음 표와 같이 배열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이현복(1971), 우메다 히로유키(梅田博之 1983)등의 실험을 보아도, ɯ도 걸치지만 좀 더 중설 쪽의 ɨ 에서 ㅡ모음이 난다고 보고하였다. Han(p. 94)도ɯ 에는 중설에서 나는 이음(異音)이 있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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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
Central (Unrounded) |
Back (Rounded) |
Unrounded |
Rounded |
High |
I |
ü |
ɨ |
u |
Mid-high |
e |
ø |
ə |
o |
Mid-low |
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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ɔ |
Low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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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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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위의 도표가 대칭적 동형성(pattern congruity)을 보이지 못하여 a를 한 단계 위로 잡고 싶은 유혹이 일어날 수도 있으나 그래도 어차피 æ 같은 전설 원순모음이 ø 밑에 있지 않으므로 완전한 좌우 동형성은 이루지 못하게 마련이다. 그보다는 ɔ 대신 ʌ라는 후설 비원순 모음을 설정해야 옳다는 생각을 해 볼 만하다. Martin(1951)에도 ɔ가 음절 말 자음 앞에서는 이음 ʌ로 된다고 하였다. 이렇게 ʌ로 하고 a는 홀로 맨 밑에 두는 것이 사실은 음성학적 실제에 가장 맞는 것이라 하겠다.
ㅢ모음에 대한 발음 기술에서 어두에는 [i], 어중에는 [e]로 난다고 한 구절은 각각 [ɨ], [i]로 잡고, 소유격 ㅢ가 [e]로 난다고 고쳐야 할 것이다.
이 논문에서는 과거 실험을 거치지 않고 주장된 많은 학설들을 비교한 끝에 서로 다른 점들을 포착하여, 다음과 같은 문제점들을 조사해 놓고 있다.
우선 [e]와 [ɛ]에 대한 서울말에서의 구별인데, 실험 결과 어두와 어중에서는 별개 음소로 잘 구별되지만 어말에서는 중화되는 경우가 많다. 어말에서의 음가는 [e]에 좀더 가깝게 실현된다.
ㅓ모음은 [ɔ]와 [ə]라는 두 발음으로 나는데, 실제는 [o]도 이중 [ɔ]음에 아주 흡사한 음가를 가짐이 입증되었다. 포먼트2) F2에서 약간 차이를 보이지만 많이 중복된 영역에 나타난다. 한편 [ɔ]는 항상 짧고 [ə]는 항상 길게 발음된다는 가설은 옳지 않고, 다만 [ə]의 F3와 F4가 좀 더 강하게 나타나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서울의 남성은 특히 이 두 발음을 거의 두 음소 /ɔ/와 /ə/인 것처럼 구별해 낸다.
[ɯ]는 [u]와 흡사해서 비음 앞에서는 구별하기가 극히 어렵다. 어두에서 [ɯ]의 F2가 미약하기 때문이다. Han(p. 94)은 ɯ 가 후설과 중설 비원순의 두 이음(異音)을 가졌다고 인정하여 앞서(p. 16) 후설만 있는 듯한 정의를 바꾸었다. 그러나 다음 표13(p. 68)을 보면 ɯ는 정작 중설에만 분포된 것으로 나타나 결국 ɨ로 보자는 필자의 제안을 뒷받침한다. 그리고 u가 ɯ의 영역으로 넘쳐 나와 구별을 어렵게 하고 있음도 보여 준다. 즉 ɯ가 후설 쪽에서 실현되는 것이 아니라, u가 오히려 중설 쪽에서 실현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ø]는 어두에서 [we]로 이중 모음화되고, [p]나 [m] 뒤에서는 흔히 [wø]로, [h]나 [k] 뒤에서는 [wø]로 되기 쉽다. 기타[t, n, č, s, pʰ, tʰ, čʰ, kʰ] 뒤에서는 [ø] 그대로 난다.
Fig. 13 Relative Qualities of the Eleven Vowels(Expt. 4. Informant 3)
The phonetic symbols are placed on the average figures of each vow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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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ü]도 어두나 단독 발음의 경우 [wi]로 이중 모음화되고 [k] 뒤에서도 마찬가지나, [c, s] 뒤에선 [ü]로 그냥 난다.
음장(音長)에 대해서, 유기 무성자음 뒤에서는 가장 짧고, 무성 마찰음 뒤에서는 다음쯤 짧고, 무기 정지음 · 비음 뒤에서는 보통 길게 된다고 보고하였다.
2.2 Han(1964)의 Duration of Korean Vowels, Studies in the Phonology of Asian Languages Ⅱ는 166페이지에 달하는 실험 결과 보고서다. 보통 한국인은 30~40개의 음장에 의한 최소 대립어를 가지고 있으나, 형태 · 통사적 환경에 따라 그 길이가 바뀐다. [pam](night) :[pa:m](chestnut) cf.[ku:nbam](broiled-chestnut)
경음(fortis), 격음(aspirated) 뒤에 오는 모음은 대개 짧고, 무성 정지음 앞에 오는 모음도 짧다. 개음절일 때의 모음 음장은 장단 대조가 극히 애매해진다. 2음절어에서는 장단 대립은 첫 음절에서만 일어난다. 이러한 음소 배열론적 조건 외에 모음 각개의 본질적(inherent)인 길이의 차이도 있다. 중저모음 [a], [ɛ], [ɔ], [o]는 고모음 [i], [ɯ], [u]보다 더 길고 공명도 크다.
형태 · 통사적 환경에 따라 음장이 바뀌는 실험을 해 본 결과, 어떤 음은 다른 음보다 더 길게 되어서, 단어 전체의 길이에 비례해서 장단음화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또 [na](Ⅰ), [nam](south), [sam](three) 각각에서 [a]모음의 실제 길이는 다 다르다. [s] 뒤의 [a]는 특히 짧다. 이런 음소 배열적 효과는 많은 언어에서 확인되는 바이다.
[a]는 단독 고립형으로 발음하면 가장 긴 모음이 되어 (30.8 centiseconds), CVC음절 속의 [a]보다 2.4배, CV속보다 1.16배가 길다. 또 개음절에서의 [a]는 폐음절에서보다 2배 길며, 연음(連音, 평음 lenis)이나 비음 뒤에서의 [a]도 아주 길다. 단음절어에서의 모음 음장은 흔히 길어지며, 대개 장단모음 간의 차이는 2.51배가 평균치다.
문장 끝에서 발음되는 단어의 모음은 보통 10~20%의 길이가 짧아지며, 문장 벽두에서는 30~40% 짧아진다. 자음의 길이는 더 짧아지기 쉬워서 단어 중간의 자음 길이가 단독형 때보다 60%나 줄어든다. 자음의 연구도 따라서 중요하다며, 다음과 같은 세 보고서들이 뒤이어 발표되었다.
2.3 Han, Mieko and Raymond Weitzman(1965) Acoustic Characteristics of Korean Stop Consonants, Studies in the Phonology of Asian Languages Ⅲ, USC.는 165페이지의 실험 보고서로서 /pʰ, p, P, tʰ, t, T, kʰ, k, K/라는 9자음들이 대립되는 변별적 자질과 청취 특질(cues)을 스펙트로 그래프로 분석하였다. 경음성 ·기식성(氣息性aspiration) ·조음 위치 등을 기준으로 3,500장 가량의 스펙트로그램을 작성하였다.
어두의 ㅍ,ㅌ,ㅋ에서의 기식성은 대부분의 화자에게서 14-15 centiseconds 지속되고, 어중 부분에서는 그 절반쯤 된다. 연음 ㅂ,ㄷ,ㄱ는 어두에서 2-6 centiseconds의 약한 기식성이 있으나 어중에서는 없어진다. 이 기식성의 장단이 두 가지 소리를 구별하는 기준임이 청취 실험에서 입증되었다. 두 종류 사이에는 약 8 centiseconds의 차이가 경계를 이루며, 기식성의 에너지 분포도 다르다.
경음 · 연음이 대립에 대해서는 (1) 포먼트의 전이(轉移 transition)3) 과정에서, (2) 포먼트 1의 모양에서, (3) 폐쇄음 개방 뒤에 모음이 시작되는 시간에서 각기 음향적 특징이 관측된다. 이 특징들은 진폭이 상승하는 시간 차의 원인이 되며, 이 차가 경음 ·연음 구별의 일관성 있는 특질이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음절 초에 연음이 올 때 경음이 올 때보다 진폭 상승이 지연된다. 경음 · 연음 구별에서 또 중요한 점은 폐쇄 뒤에 파열의 상대적 강도(强度)다.
양순 · 치조 ·연구개 폐쇄음 간의 구별은 앞뒤에 붙는 모음의 포먼트 2의 전이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전이의 차이는 경음과 전설모음 간에 뚜렷하여 ㅃ은 850cps(초당 주파수), ㄸ은 1750cps, ㄲ은 2350cps에 나타나며 후설 모음과는 불명확하다. 일반적으로 어두에서 연음과 격음(유기음 有氣音)의 포먼트2 전이는 경음의 경우와 일치한다. 폐쇄 후 파열도 역시 연음 ·격음에서의 조음 위치를 확인하는 특질로 작용한다.
2.4 Han, Mieko and Raymond Weitzman(1967) Acoustic Features in the Manner-Differentiation of Korean Stop Consonants, Studies in the Phonology of Asian Languages Ⅴ, USC.는 51페이지의 짧은 보고서로서 역시 9개의 폐쇄음에 대한 조음 방식의 차이에 관한 음향 자질을 연구하였다. 테이프를 저며 붙이는 음성 합성법 등으로 많은 데이터를 다루었다.
격음은 연음보다 성대 진동 시점(始點 voice onset time: VOT)4)이 2.4 내지 5.3배 길며, 경음보다는 한층 더 길다. 연음과 경음 간의 차이에 관한 특질은 (1) 폐쇄 개방 뒤 성대 진동이 시작되어 몇 centiseconds 사이에 긴장이 형성되는데 경음보다 연음이 느리다. (2) 성대 진동의 첫 주기 중 가장 높은 진폭에 차이가 있다. 그 올라가는 경사가 급격하면 경음, 완만하면 연음으로 들리는 것이다.
2.5 Han, Mieko and Stephen Ross(1968) Korean Afficates, Studies Phonology of Asian Languages Ⅶ, USC.는 124페이지의 실험 보고서로서 ㅈ,ㅊ,ㅉ의 3파찰음에 대한 진폭 및 승강 표시(contour display)를 조사하였다. 테이프를 저며 붙이거나 (slicing) 스펙트로그램 사진 확대하는 음성 합성 방법으로 더 많은 증거를 얻었다.
/ čʰ/의 마찰 부분이 /č/나 /Č/의 그것보다 시간이 길며, ㅈ의 마찰 시간은 ㅉ보다 약간만 길 뿐이다. /čʰ/의 이음[t š:]는 어떤 모음 앞에서 기식성이 동화되어 버린 것이다. /Č/뒤에서는 흔히 모음의 길이가 길어진다.
강세에 대한 연구는 조음 방법과 진폭 간의 상관관계를 보인다. /čʰ/나 /č/에 비해 /Č/의 마찰 부분의 진폭은 전설 고모음 앞에서는 낮아지나 후설 저모음 앞에서는 높아진다. 분명히 /Č/뒤에서는 더 많은 에너지가 생긴다. 혀가 낮아지면서 후설 저모음이 기대될 때 마찰을 통해 더 많은 에너지가 나오지만, 혀가 낮아지지 않으면서 설첨(舌尖) 긴장이 아주 좁은 마찰의 틈만 만들어서 에너지는 현저하게 방해를 받는다. 유사하게 진폭 읽기와 사진 확대를 이용해 /čh/의 조음이 /č/보다 덜 긴장된다고 알려졌다.
파찰음은 세 가지 다른 조음 방법에서 생겨나는 음장과 강세에 의해 분명히 구별할 수 있다.
2.6 Han, Mieko and Raymond Weitzman(1970) “Acoustic features of Korean /P, T, K/, /p, t, k/ and /pʰ, tʰ, kʰ/,”Phonetica 22, 112-128은 국어 파열음의 3조음 방식에 따른 음향 자질을 구명하려는 논문이다. 본래 경음 · 격음은 이음을 거의 갖지 않는다.
세 파열음은 경음:연음:격음=3:10: 25로 VOT가 측정되며 후 2자 구별은 쉽게 된다. VOT가 격음을 다른 2파열음과 구별하는 데는 유효하나 경음 ·연음을 구별짓는 데는 효과가 적다. 성대 진동이 시작될 때의 음질은 연음과 경음 구별의 실마리가 된다.
격음 · 경음 뒤에 오는 시점(始點 onset)의 기본 주파수가 연음 뒤의 그것보다 각기 1, 1/4배 크다. 보통 격음 뒤에 오는 시점의 기본 주파수가 경음 뒤보다 높다. 또 연음과 격음에 성분음이 따를 때의 강도는 경음보다 크다.
음성 합성 실험과 청취 지각 실험은 폐쇄 개방 직후 강도 형성이 점차적인 것은 연음, 급격한 것은 경음이라는 사실을 밝혀 주기도 한다.
2.7 60년대 후반에 국어 실험 음성학에 큰 기여를 한 학자는 김진우(Kim Chin-Wu)로서 Kim(1965)의 “On the autonomy of the tensity feature in stop classification (with special reference to Korean stops)”, Word 21.3, 339-359는 특히 Chomsky and Halle(1968)의 Sound Pattern of English, Harper & Row.의 315-329페이지에도 반영되어 폐쇄음 분류에 기준이 되었다. 한국 학자의 음성학적 보고가 세계적 이론 형성에 구체적으로 영향을 끼친 첫 예가 아닌가 싶다(이상억 1992b 참조).
우선 과거 학자들 중 Jones, Ladefoged, Pike, Lisker, Abramson 등이 tense/lax의 분류를 쓰지 않고도 폐쇄음들을 구별할 수 있다고 한 주장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여 긴장성(tensity) 자질은 독자적으로 필요한 분류 기준이라고 주장하였다. 이 자질은 유성성(有聲性, voicing) 자질과 함께 폐쇄음 분류에서 꼭 필요하며, 특히 국어 폐쇄음 분류에서 두 자질이 있어야 완벽한 기술을 이룬다는 사실을 보였다.
Martin(1951)의 “Korean Phonemics” 에서 경음은 성문음화가 되었다 했는데 성문이 긴장되어 폐쇄에 이르면 구강의 압력이 줄어들게 된다는 셈이다. 그러나 Kim(p.350)의 표4를 보면 경음(t*)에서 다른 것보다 더 큰 압력 증가를 보인다.(↔ 로 표시)
- Fig. 4. Recofdings of oral air pressure during the closure of stops in three Korean words meaning ‘to burn’, ‘to touch’, and ‘to set afire’ respectively. The duration of in-creased pressure is longer and the relative amplitude greater in 〔t*〕 and 〔tʰ 〕 than in 〔t〕.
영어를 차용 표기할 때 유성음 golf를 경음 꼴프로 쓰는 것은 결코 국어 경음에 유성성이 있어서가 아니라 영어 어두(및 어말)/b,d,g/가 무성화하기 때문이라고 Kim(1965)은 밝히고 있다. 또 경음은 VOT가 유성음에 가장 가깝게 잡혀 있지만, 연음 ㅂ,ㄷ,ㄱ만이 유성음화할 수 있다. 경음과 격음은 유성음 사이에서도 유성음화 될 수 없다.
Lisker, L. and A.S.Abramson(1964)은 “A cross-language study of voicing in initial stops: acoustical measurements, ” Word 20, 385-387에서 주로 VOT의 차이로 국어 폐쇄음도 분류하려 하였으나, 다음 표 1에서 볼 수 있듯이 경음 ·연음 · 격음 간에는 VOT의 수치가 서로 겹치는 영역이 있다.
- Fig 1.Distribution of the lengh of aspiraion(voicing lag) in Korean stops. Here, aspiration is defined as the time interval between the release of the stop and the onset of vi-bration of vocal cords for the following vowel. The figure is drawn from some 800 tokens. The numbers were rounded off to the nearest 5 msec. The ordinate indi-cates the frequency of occurrences.
표 1은 기식성(성대 진동 지연 기간 voicing lag)의 길이 분포를 보이는데, 기식성은 겨기선 폐쇄음의 개방과 후속 모음을 위한 성대 진동 개시 사이의 (무성) 기간으로서 정의한다. 세로축 숫자는 발생 빈도를 800예 중에서 산출한 것이다.
이렇게 서로 VOT 수치만으로는 혼동될(검게 빗금친) 부분이 있음에도 실제는 세 부류의 음들을 잘 구별하는 까닭이 무엇일까? 그것은 스펙트로그램, 파형, 공기 압력, 공기흐름, 구개 사진(palatography), 근전도(筋電圖 electromyography, EMG) 등을 두루 실험해 본 결과, 연음(평음) 계열이 경음 · 격음과 구별되는 어떤 자질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자질을 긴장성(tensity)이라 할 수 있겠다.
연음이 기식을 내는 기간 동안 파열의 강도가 낮고, 에너지 분포도 적음이 스펙트로그램에서 관찰된다. 또 후속 모음의 첫 부분 파형의 성대 진동 비율과 진폭이 낮다. 공기 압력의 증가가 느리고 지속되지 않거나 압력의 폭이 낮다. 연음은 개방 시에 기류량이 적다. 구개도의 연음 폐쇄 시에 혀와 입천장의 접촉이 더 적다. 근전도에서는 연음의 입술 근육 활동이 더 많다.
이를 정리하면 다음 표와 같이 되며, 왜 /p, t, k/가 유성 변이음을 갖는지 쉽게 설명된다. /p, t, k/는 /p*, t*, k*/와 /pʰ, tʰ, kʰ/에 대해 유성성이 아니라 긴장성에 의해 대립되기 때문이다. 국어 정지음에서는 긴장성이 1차, 유성성 즉 VOT가 2차 자질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따라서 /p, t, k/는 아래 표에서 성대 진동 지연(voicing lag)의 축을 따라 움직여서 [b,d,g]라는 이음을 얻을 수 있으나 긴장성의 축을 넘나들 수는 없다.
그런데 이 긴장성을 자질로 독립시킬 때의 문제점은 tense/lax를 물리적으로 정의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상대적 정도의 차를 보이는 것이기 때문이며, 근육 활동 등을 통해 정의해 볼 수 있을 듯은 하다. 영어에서는 강도 높은 파열은 항상 기식성과 함께, 낮은 파열은 유성성과 함께 인지되어 긴장성과 유성성을 구별할 필요가 없으나, 베트남 어 · 자바 어 등은 긴장성이 필요한 언어다.
2.8 Chin-W.Kim(1967)의 “ Cineradiographic Study of Korean Stops and a Note on ‘ Aspiration ’”, Quarterly Progress Report(MIT)86, 259-272는 국어 파열음의 X레이 사진 촬영 분석을 통한 ‘기식’ 의 정의를 위하여 인두의 폭, 성문의 상대적 높이, 성문 개방의 정도를 측정하였다. 인두폭은 다섯 단계로 나눠 1) 폐쇄 전에 좁아지고 2) 폐쇄 전반기에는 다소 넓어지며 3) 이를 유지하거나 넓어지다가 4) 성대 진동 시작 전에 다시 좁아지고 5) 결국 평평해지거나 다시 넓어진다고 측정된다.
성문 개방 정도는 기식의 정도에 직접 관련이 있어 보인다. 성문이 좁으면 기식화될 수 없고 넓으면 반드시 기식화된다. 기식에 대해 종래에 성문 마찰이라 해 왔으나 기식 많을수록 오히려 더 열린다. 마찰을 위해 수축이 일어나는 곳은 성문이 아니라 후속 모음의 조음점이다. 기식을, 공기가 차단되어 압력을 받다가 확 몰려나오는 방출(puff)로 본 Heffner(1950) General Phonetics(p. 120)의 견해도 잘못이다. 경음은 연음보다 압력이 크지만 무기음이고 오히려 연음만 약간 기식화된다.
2.9 위 논문은 Kim(1970)의 “ A Theory of Aspiration", Phonetica 21. 107-116보다 더 긴축된 모습으로 그 주장을 뚜렷이 하고 있어 겹쳐지는 나머지 요점은 1970년 논문에서 이제부터 소개하기로 한다.
앞서의 논문에서 보았듯이 기식의 정의는 ‘방출’ 혹은 ‘성대 진동 지연’(Lisker & Abramson 1964) 등으로 내렸었으나, 이 논문에서는 ‘폐쇄의 개방시의 성문의 열림’을 기준으로 하였다. 국어 파열음을 모두 무성이며 기식의 정도만 각기 무기음(경음) 10, 약유기음(연음) 35, 강유기음(격음) 90msec로 달라진다.
성문의 열린 정도 즉 두 성대 사이의 거리(d, Fig. 3의 Ⅲ.참조)를 시간축(X축의 O가 개방 순간) 위에 나타난 그래프(Fig. 2)와 개방 순간에 각 계열 파열음의 전형적인 성대 모습(Fig. 3)을 보면 경음이 가장 좁고, 격음이 가장 넓음을 알 수 있다.
표 2를 보면 성문의 열린 정도와 기식의 정도 사이에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어, 기식의 길이는 성대가 닫히는 데 걸리는 시간인 듯하며 성문이 좁을수록 성대 진동이 빨리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Lisker and Abramson(1964) 및 (1967)은 성대 진동 지연 기간의 길이를 기식으로 보고 후두 근육의 통제를 받는 것이 성문 폐쇄 시간이라 했으나, 사실은 성문의 크기가 더 통제와 관련이 있다.
- Fig.2. Distance of glottal opening at the narrowest point along the axis d indicat-ed in figure 3. The top graph is for labial stops, the middle, dentals, and the bottom, velars. Solid line indicates type Ⅰ stop, dashed line, type Ⅱ stop, and dotted line, type Ⅲ stop. All curves are aligned with reference to the time of release as O. The synchronization error is less than ± 10 msec. Vertical bars before O indicate the time of oral closure, and those after the release indicate the time of voicing onset.
Fig.3. Tracings of a typical fold shape of each type of stop at the time of rele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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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식의 길이가 다른 두 파열음에서 성문의 크기가 같아도 성문 폐쇄 시간이 다를 경우도 있을 수 있어 정의를 확실히 해야 한다. 모든 무성 파열음은 성문 폐쇄 명령이 개방 순간에 동시에 내려지므로 기식의 길이는 성문의 열린 정도와 직접 함수 관계에 있다고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는 주장이다.
이 견해를 가지고 잘 설명할 수 있는 음성학적 현상을 몇 가지 예로 들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국어 및 몇 언어에서 무기음 /p/와 독립적 /h/가 인접했을 때 왜 [pʰ] 소리가 나는가? 성문이 크게 열리는 /h/를 예상해서 /p/ 폐쇄 기간 중 이미 성문이 열리는 동시 조음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 ‘방출’ 로 본다면 /h/ 앞에서 폐쇄음의 압력 증가를 설명할 수 없다.
둘째, 영어의 파열음들은 왜 /s/뒤에서 무기음이 되어 기식화하지 않는가? 종래에는 음성학적 설명을 하지 못하고 단지 음운론적 잉여 자질이므로 기식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Kozhevnikov and Chistovich(1965)의 가정에 의하면 운동 근육이 신경의 최소 명령 단위가 음운이 아니라 음절이라서 /sp/발음시 /p/의 정보가 /s/발음 시작과 함께 조음 기관에 예비되어 있다는 것이다. 즉 /s/을 발음하는 동안 /p/를 위한 성문의 움직임이 시작되어 열리고, /p/ 폐쇄 중 이미 성문이 닫히기 시작해 /p/가 개방될 때는 성문이 닫혀져 후속 모음의 성대 진동이 곧 시작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s/ 다음의 /p/는 성문 열림이 작은 무기음이 될 수밖에 없다.
또 /s는 무성이므로 성문이 닫힐 필요가 없다. 따라서 /p/를 위한 성문의 열림이 /s가 발음된 후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s/의 구강 조음과 동시에 진행된다. 이러한 동시적 양립성이 여기서 매우 중요한 개념이 된다.
끝으로 한국어에서 /p’/, /p/, /pʰ/의 중화가 어말이나 다른 자음 앞에서 왜 일어나는가? 성대 진동 지연(voicing lag)의 길이는 파열음의 개방부터 후속 모음의 성대 진동 시점(onset)까지의 시간이므로 두 기준점 중 하나나 둘 모두가 없으면 그 길이를 측정할 수 없다. 국어 파열음은 모두 무성이라 성대 진동이 중화를 막지 못하므로 진동 지연의 차가 3계열 파열음 인식에 아주 중요하다. 영어나 불어라면 어말 파열음이 폐쇄 기간 중의 성대 진동으로 구별된다.
2.10. Kim(1972)의 “Directionality of Voicing and Aspiration in Initial Posi-tion, ”in A.Rigault and R.Charbonneau eds., Proceedings of the Seventh International Congress of Phonetic Sciences. Mouton, 338-343은 발화의 산출에서 많은 근육이 움직이며 독립적 조절 능력을 가진다는 것이다. 후두 근육은 성대 진동을 시작하게 하는 성대 폐쇄를 조절한다. 신경 전달의 지연이 일어나면 발화 시작 위치의 유성음이 부분적으로 무성화된다. 언어 습득 과정에선 이러한 무성화를 없애는 방법도 배우게 된다고 가정할 수 있다.
Kim(1970)은 폐쇄음 조음시 구강 폐쇄의 개방 순간에 성문이 많이 열릴수록 기식성이 큰 것으로 보았다. 후두 근육에 신경 전달이 늦어지면, 성대는 열린 상태로 오래 지속될 것이고 후행 모음의 성대 진동이 지연되고 이에 따라 유성 폐쇄음이 무성화되고 무기 폐쇄음은 유기화하게 된다.
ㄱ 위의 가설에 대한 역사적 증거로 어두 위치에서 [b] → [p] → [pʰ]의 변화 방향이 있고, 언어 습득상의 증거로 h 같은 음을 낼 때 아동들이 성문 접근 능력을 후천적으로 습득함이 있다.
2.11 Kim, Chin-W. and Sohn Han(1979)의 “A Complementary Relationship Between Lip and Jaw Movements During Articulation, ” Proceedings of the 9th International Congress of Phonetic Sciences, Copenhagen은 Kim(1967, 1970)과 Sohn(1976)을 근거로 한 짧은 논문이다. 아래턱과 입술의 위치를 측정하되 두 부분의 움직임이 관계가 있느냐 독립적이냐를 살펴보니, 상보적인 관계에 있음을 알 수 있다. 가령 V1 C V2라는 음절에서 두 기관의 움직임은 다음과 같다.
|
V1 |
C |
V2 |
Lip |
Moving |
Stable |
Moving |
Jaw |
Stable |
Moving |
Stable |
위의 도식적 관계를 보면 V1 발음 때에 턱은 전혀 수동적인 것처럼 보일지 모르나, 사실은 모음의 개구도를 정하는 기관이 혀보다는 턱이다.
2.12 이제까지 Mieko Han과 김진우 교수의 업적을 중심으로 훑어 보는 데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였기로, 나머지 분량에서는 다른 몇 음성학자들의 업적을 뽑아서 살펴보는 수밖에 없겠다. 우선 Hardcastle, W.J(1973)의 “Some Observations on the tense-lax Distinction in Initial Stops in Korean”, Journal of Phonetics 1,263-272은 국어 어두 폐쇄음의 음향학적 ·기체 역학적 자질을 관찰할 목적으로 행한 실험이다. 성대와 인두에서 같은 크기(isometric)의 근육 긴장이 증가된다는 관점에서 정의된 음성 자질 ‘긴장성(tensity)’ 이, 위의 자질들을 설명하는 데 유용함을 제안하였다.
tense-lax(또는 fortis-lenis)의 구분에 관한 논란 중에는 1) 독립된 조음 방식 자질로서 중요시하는 입장과 2) 그 독립적 지위에 의문을 품는 입장이 있다. 전자는 근육 긴장의 정도, 주변적 혀의 위치, 인두의 폭, 후두 위치, 구강내 압력, 포먼트 구조의 변별적 예민성, 지속 기간 등 음향학적 ·생리학적요인들과 관계가 있다고 보는 입장이다. 후자는 ‘긴장성’ 을 잉여 자질로 보고 VOT가 가장 효과적 측정 수단이라고 보는 Lisker and Abramson(1964, 1971) 같은 견해다.
영어 폐쇄음의 경우 긴장성과 VOT간에 높은 상관성으로 중복됨을 주장할 만한 몇 가지 근거가 있다. 즉 유성성으로 생각되는 조음 자질이 긴장성에도 관여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즉 무성 폐쇄음은 tense, 유성 폐쇄음은 lax로 기술되기도 한다.
영어는 유성성과 유기성(또는 기식성)의 자질로 충분히 기술되지만 국어는 긴장성 자질이 있어야 음향학적 · 생리학적 차이를 설명할 수 있다는 실험적 증거를 제시한다. 측정의 대상은 성대 진동 시점, 어두 파열 직후 시점(onset)에서의 성분 진동 주파수, 폐쇄음 개방 기간의 기류 비율 최대치 등이다. 이 논문에서는 앞선 논문들과 비슷하게 연음이 경음보다 3~5배, 격음이 연음보다 2~3.5배의 VOT가 지연되는 결과를 보고한다. 또 연구개 폐쇄음의 VOT가 치조 또는 양순 폐쇄음보다 항상 같다. 그 이유는 1) 혀 뒷부분이 혀끝보다 천천히 움직이기 때문에 성대 진동을 일으키는 성문 상하 압력 차이가 늦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2) 연구개 협착시 성문과의 사이에 생기는 공명강이 작아, 개방 초기에 응축된 큰 공기압이 생기므로, 성대 진동에 필요한 성문 윗부분이 압력 강하에 걸리는 시간이 길어진다. 이와 함께 Lisker and Abramson(1964), Han and Weitzman(1970)에는 치조가 양순보다 큰 VOT를 가졌다는 보고가 있었으므로, 연구개>치조>양순음의 순으로 길다고 할 수 있다.
Kim(1965)의 논문이 800개의 실험 자료를 조사한 데 비해 이 논문은 126개 정도만 다뤘기 때문에 VOT가 겹치는 부분(김진우 1965 표1 빗금 부분)은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런 부분이 나오는 것은 틀림없고 이 점이 VOT를 기본적 변별 자질로 보기 어렵게 하는 이유다. Han and Weitzman(1970)의 연구에서 격음의 기식 부분을 저며내고 청각 실험을 한 결과 경음으로 인식하지는 않았다는 점도 ‘긴장성’이란 자질이 필요한 이유가 된다.
긴장성과 관계되는 음성적 특징들로서 모음의 성대 진동 시점에서 성문 주기의 기간(ms)을 보면 연음(평음)이 뚜렷이 길고 다음은 격음이 경음보다 약간 긴 정도다. 격음과 경음 다음의 성대 진동 시점에서 높은 주파수를 보이는 것은 성대가 경직되어 더 빨리 진동하기 때문이다. 또 모음 시작시의 음향학적 성질을 보면, 연음의 뒤의 경우 6~7번째 주기까지는 이중 정점(double peak)이 나타나지 않는다. 연음보다 경음 · 격음 뒤에서 포먼트 구조도 더 명확하고 긴장성도 성문만이 아니라 인두 및 그 나머지 성도 (聖道 vocal tract)에 나타난다. 폐쇄음 개방 시 기류의 양/ 속도 (l/s)비율은 경음<연음<격음으로서 성문이 넓을수록 흐름이 빠르다. 격음은 호흡 근육이 넓게 열린 성문을 통해 공기를 밀어낸다고 생각된다.
폐쇄음 발음시의 생리학적 조절 작용을 토의해 보자. 경음은 폐쇄 이전 성대 · 인두 근육이 경직되어 성문이 팽팽하게 내전(內轉 adduct)5)되며 그 아래의 압력이 증가되어 있다. 폐쇄 기간 중 후두가 급강하하여 성문 위쪽 압력을 감소시킨다. 성문 근육 긴장으로 진동이 일어나지 않고 경직된 성대 아래에 압력이 형성되는 것은 여전하다. 폐쇄 개방 시에는 성문 상하의 압력 차가 급증하며 성대가 급히 열리게 된다. 근육 경직으로 초기 성문 주기는 매우 빠르므로 모음 시작 때의 성대 진동도 빠르게 된다.
다음 연음에서는 폐쇄 전에 성대가 약간 외전(外轉, abduct)되며 이완되었다가, 폐쇄 중에는 후두 하강이 일어나지 않아 경음 때보다 성문 위쪽 압력이 더 높다. 개방 시에는 성문 상하 압력차가 경음보다 작다. 성문 위의 공간도 작아 진동에 필요한 압력 차를 얻는 데 긴 시간(VOT)이 소요된다. 경직되지 않은 성대는 경음 때보다 폐쇄를 느리게 한다.
끝으로 격음에서 폐쇄 전에는 성대는 넓게 외전된 채 성대 · 인두가 경직되었고, 폐쇄 단계에는 성문이 넓게 열려 성문 상하의 압력 차가 거의 없다. 개방 단계에선 성문 상하의 압력 차가 연음보다 더 작다. 단 성문 아랫부분이 압력이 격음보다 더 클 것인데, 열린 성문으로 더 많은 기류가 통과함을 뜻한다. 성문 폐쇄와 VOT는 격음이 가장 길다. 또 개방 시 기류의 속도가 빠르므로 성대의 경직 여부에 관계없이 높은 진동이 시작될 것임을 알 수 있다.
결론은 긴장성이 국어 어두 폐쇄음 설명에 음향학적 · 기체 역학적 자질 설명에 유용하다는 것이다. 앞으로 후두 근육의 전위(電位), 성문 상하의 공기압 변화, 폐쇄음 발성시 성문의 상태와 위치를 더 연구할 필요가 있다.
2.13 Hirose, Haime, Charles Lee, and Tatsujiro Ushijima(1974)의 “Laryngeal Control in Korean Stop Production, ” (1973)Haskins Laboratories Status Report on Speech Research SR-34, 191-201; Journal of Phonetics 2, 145-152는 국어의 9파열음 발음시 후두 근육의 움직임을 근전도로, 성문의 모습을 내시경(fiber-scope)으로 관찰하여 음향적 · 생리적 자질을 밝히려는 것이다.
이 연구는 Lisker and Abramson(1964, 1972), Kim(1965, 1970), Han and Weitzman(1970)의 논문들을 참고하하며, Kagaya(1971)에서 내시경을 이용해 후두 움직임을 연구하여, 세 가지 파열음이 시간 경과에 따라 성문 폭과 이웃 모음의 성대 상태에 차이가 있고, 경음의 성대 조정이 나머지와 근본적으로 다름을 밝힌 것도 참조하였다. Lee and Smith(1971)가 파열음 산출시 구강내 압력과 성문 아래의 압력을 동시에 측정하였고, 격음의 성문 아래 압력이 가장 크고 개방 직전 급증한다는 것을 밝혔다고 했다. Haskins연구소 팀도 후두 근육의 근전도를 연구하여 그 상호 작용을 밝힌 바 있다.
먼저 근전도(EMG) 실험에서 전극을 성대 및 그 주변에 삽입했고 내시경 관찰에선 초당 60매의 사진을 찍었다. 경음과 연음에서 성문은 개방 이전에 닫히기 시작하는데 경음이 더 빨리 완전히 닫힌다. 격음은 개방시까지 활짝 열려 있어 세 계열은 성문의 넓이에 큰 차를 보인다. 후두 근육의 상호 작용으로 세 파열음들의 특징을 이룸을 알 수 있다.
격음은 후두의 내전 근육이 개방 직전에 수축되었다가 성문 폐쇄로 후두 근육 활용이 급증하게 된다. 피열 연골간(披裂軟骨間 inter-arytenoid) 근육은 성문의 내전으로 그 넓이를 결정짓고, 후륜상 피열근(後輪狀披裂筋 posterior cricoaryte-oid)은 성문의 외전에 관여하여 내전과 상호 작용한다. 긴장음을 산출하는 데 두 근육이 다 관여된다고 가정된다. 피열 연골 간 근육의 활동은 경음 · 연음에선 거의 같으나, 유성음에서 증가되고 무성음에선 뚜렷이 억제된다. 그러나 성대 근육(vo-calis)과 외측 륜상 피열근(外側輪狀披裂筋 lateral cricoarytenoid)은 그 기능이 내전이긴 하나, 이와 달리 경음에서 가장 활용하며 개방 전에 특히 성대 근육이 커진다. 따라서 폐쇄시 성대의 내부 긴장이 높아지고 성문이 더 수축된다. 소위 ‘후두음화, 성문음화’라고 하는, 발화 시 후두의 느낌과 관련이 있다.
후두의 내전 근육들 간에는 기능의 분화가 있는 듯하여, 성문 파열음 발음 시 성대 근육과 외측 륜상 피열근은 뚜렷히 활동하나 피열 연골간 근육은 그렇지 않다(Hirose and Gay 1972). 입술은 둘러싼 구륜근(口輪筋 orbicularis oris)의 활동은 어두와 어중에서 다른데, 어중 연음일 때 이완성(laxness)을 띠고 그 활동이 적어진다. 국어 파열음에 있어 후두의 조음적 조정은 단순히 성대의 내전 · 외전 차원에 국한되지 않고 성대 근육의 활동 등도 고려해야 한다.
3. 여론(餘論)
이상 13편의 실험 음성학적 논문들을 살펴봄으로써 예정된 지면을 다 소모하였다. ‘쉽게 쓴 국어 음성학’이란 제목에 걸맞은 내용이 꼭 되었다고 볼 수는 없지만, 현대 국어 실험 음성학의 일 단면을 해설하듯 소개했다고 하면 알맞을 것이다. 사실 예정했던 논문이 여러 편 더 있으나 순전히 분량상의 이유로 여기에 더 포함시키지 못하였다. 그 논문들의 제목이라도 적어 놓음으로 더 공부하려는 독자들의 편의를 도모하여 보고자 한다. 여기서는 역시 분량상 외국에서 발표되었던 논문들만 연대순으로 열거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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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meda, H.and D.-J. Kim(1970), Some experiments on Korean vowel sounds, using an acoustic model of vocal tract, Journal of Asian and African Studies 3.
- Kagaya, Ryohei(1971), Laryngeal gestures in Korean stop consonants, Annual Bulletin, Research Institute of Logopedics and Phoniatrics, Univ. of Tokyo, Faculty of Medicine 5.15-24.
- Abbertin,Evelyn(1972), Some laryngographic data for Korean, Journal of the International Phonetic Association 2-2.
- Kim, Kong-On(1974),Temporal Structure of Spoken Korean: An acoustic phonetic study Ph.D.dissertation,Univ.of Southern California.
- Kagaya, R.(1974), A fiberscopic and acoustic study of the Korean stops, affricates and fricatives, Journal of Phonetics 2, 161-180.
- Kim, Kong-On(1975), The nature of temporal relationshop between adjacent segments in spoken Korean, Phonetica 31, 259-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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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irose, H.(1981) An electromyographic study of laryngeal adjustments for the Korean stops, Annual Bulletin, Research Institute of Logopedics and Phoniatrics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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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oo, Hee-San(1986), An Experimental Acoustic Study of the Phonetics of Intonation in Standard Korean, Ph.D.dissertation, Univ.of Texas at Austin.
- Kim,Dae-Won(1987),Some Phonetic Aspects of Intervocalic Oral Stop Consonants in British English and Korean,Ph.D.dissertation, Univ.of Rea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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