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한국어의 발음]

자음의 발음

송철의/단국대학교 교수·국어국문학과

1.서론

  이 글은 ‘한국어의 발음’이라는 특집의 일부로서 국어 자음의 발음을 논의하려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여기서 ‘국어’라 함은 원칙적으로는 국어의 제 방언을 포괄하는 총체적인 개념으로서의 한국어를 지칭하는 것이어야 하겠으나, 본 특집의 성격이 표준어를 염두에 두고 계획된 것으로 여겨지므로 논의의 대상은 대체로 표준어에 국한시키기로 한다. 따라서 이 글에서 ‘국어’라고 지칭되는 것은 ‘표준어 규정’에서 규정하고 있는 ‘표준어’를 가리키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이다. 다만 필요한 경우에는 방언이 대한 언급도 굳이 피하지는 않을 것인데, 모음의 경우와는 달리 자음의 경우에는 방언에 따른 차이가 그리 심하지 않기 때문에 방언에 대하여 언급해야 할 경우가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이다.
  잘 알려져 있는 바와 같이 문교부는 1988년 1월 19일 새로 수정된 ‘한글 맞춤법’과 새로 제정된 ‘표준어 규정’을 공표하였다. 그중 ‘표준어 규정’에는 ‘표준어 사정 원칙’과 ‘표준어 발음법’이 포함되어 있다. 표준어 정했으면 그것의 표준 발음(혹은 표준 발음법)에 대해서도 규정을 정해 주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예컨대 ‘밟다’를 [발따]로 발음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밥따]로 발음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이 두 가지 발음 중 어느 것을 표준으로 할 것인가를 정해 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 ‘표준 발음법’에는 바로 이러한 표준 발음에 관한 규정들이 들어 있다. 그러나 국어의 각 자음에 대한 음가와 정확한 발음법에 대한 규정은 들어 있지 않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앞부분에서 국어의 각 자음에 대한 음가와 발음법을 기술하고 뒷부분에서는 ‘표준 발음법’에서 언급하고 있는 표준어의 자음과 관련된 발음 규정들을 논의하고자 한다.


2. 자음의 음가와 발음 방법

  각 언어에서 사용되는 자음의 수와 종류는 각기 다른데, ‘표준 발음법’ 제2장 제2항에서 국어의 자음은 다음의 19개라고 하였다.

(1) ㄱ ㄲ ㄴ ㄷ ㄸ ㄹ ㅁ ㅂ ㅃ ㅅ ㅆ ㅇ ㅈ ㅉ ㅊ ㅋ ㅌ ㅍ ㅎ
  위에 열거된 자음 중 ‘ㄲ, ㄸ, ㅃ, ㅆ, ㅉ’은 흔히 된소리라고 불리는 것인데 문자상으로는 두 개의 문자로 표기되지만 음가상으로는 하나의 자음이라는 것을 강조해 둘 필요가 있다.
  한편, (1)에 열거된 자음들의 음가를 효과적으로 설명하기 위해서는 이들을 몇 가지 부류로 나누어 볼 필요가 있다. 표준 발음법 제2장 제2항의 해설에서는 다음과 같이 분류하였다.
(2)     입술소리  혀끝소리  구개음  연구개음  목청소리 
   예사소리  ㅂ  ㄷ, ㅅ  ㅈ  ㄱ  ㅎ 
   거센소리  ㅍ  ㅌ  ㅊ  ㅋ     
   된소리  ㅃ  ㄸ, ㅆ  ㅉ  ㄲ     
   비음  ㅁ  ㄴ      ㅇ     
   유음      ㄹ            
  위의 자음 분류는 전통적인 분류 방법에다 현대 음성학적 분류 방법을 적절히 가미한 것인데, 자음들의 음가나 발음 방법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분류 방법이 좀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
(3)     입술소리  혀끝소리  구개음  연구개음  목청소리 
   파열음  ㅂ  ㄷ  ㅈ  ㄱ  ㅎ 
       ㅍ  ㅌ      ㅋ     
       ㄲ  ㄸ      ㄲ     
   마찰음      ㅅ          ㅎ 
           ㅆ            
   파찰음          ㅈ        
               ㅊ        
               ㅉ        
   비음  ㅁ  ㄴ      ㅇ    
   유음      ㄹ            
  이 글에서는 (3)의 분류에 따라 자음의 음가와 발음을 기술하되 (2)의 분류도 참고하기로 한다.


    2.1 파열음

  파열음은 허파에서 흘러나오던 공기를 발음 기관의 어떤 부위에서 완전히 막았다가 일시에 터뜨리면서 내는 소리이다. (3)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입술소리 ‘ㅂ ㅍ ㅃ’, 혀끝소리 ‘ㄷㅌㄸ’, 연구개음 ‘ㄱ ㅋ ㄲ’이 이에 해당되는 자음들이다. 이들 중 ‘ㅂ, ㄷ, ㄱ’을 ‘예사소리’(평음), ‘ㅍ, ㅌ, ㅋ’을 ‘거센소리’(격음), ‘ㅃ, ㄸ, ㄲ’을 ‘된소리’(경음)라 한다.
  예사소리 ‘ㅂ’은 두 입술을 닫았다가 터뜨리면서 내는 소리이기 때문에 입술소리(양순음)라 한다. 음성 기호로는 [p]로 표기하는데, 목청 떨림(성대 진동)을 수반하지 않으므로 무성음이다. 그런데 이 ‘ㅂ’이 유성음 사이에서 실현될 때는 목청 떨림을 수반하는 유성음 [b]로 발음된다. 그러니까 ‘바지’에서의 ‘ㅂ’은 [p]로 발음되지만 ‘아버지’에서의 ‘ㅂ’은 [b]로 발음되는 것이다. 그러나 국어의 일반 화자들은 ‘바지’에서의 ‘ㅂ’과 ‘아버지’에서의 ‘ㅂ’이 서로 다르게 발음된다는 사실을 잘 인식하지 못한다. [p]와 [b]의 차이가 국어에서는 뜻을 구별하는 데 아무런 기능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체로 일반인들은 뜻을 구별하는 데 별다른 기능을 하지 못하는 음성적 차이는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한편, 이 ‘ㅂ’이 어말이나 자음 앞에서 실현될 때는 두 입술이 닫히기만 하고 터지지는 않으면서 발음된다. ‘입’에서의 ‘ㅂ’이 그런 예이다. 이와 같이 터지지 않고 발음되는 파열음을 내파음(혹은 불파음)이라 한다. 음성 기호로는 [p ̚ ]로 적는다. 그 밖에 ‘갈비’에서의 ‘ㅂ’ 은 두 입술이 살짝 닿았다가 떨어지면서 발음되는데 이 소리는 파열음이 아니라 마찰음에 가깝기 때문에 [β]로 적고 유성 양순 마찰음이라 한다. 결국 국어의 ‘ㅂ’ 은 나타나는 위치에 따라 [p], [b], [p ̚ ], [β]로 발음된다고 할 수 있겠다. 이들 음성들을 ‘ㅂ’ 의 ‘이음 (異音)’ 혹은 ‘변이음 (變異音)’이라고 한다.
  ‘ㄷ’은 혀끝이 윗잇몸 (혹은 치경)에 닿았다 떨어지면서 나는 소리이다. 전통적으로 이 자음을 ‘설음’ 혹은 ‘혀끝소리’라 불러 왔는데, 음성학적으로는 ‘치경음’이라고 부른다.1) 발음 기호로는 [t]로 적는다. 목청 떨림을 수반하지 않으므로 역시 무성음이다. 그러나 이 ‘ㄷ’도 유성음 사이에 놓이게 되면 유성음 [d]로 발음된다. 따라서 ‘달’에서의 ‘ㄷ’의 음가는 [t]이고, ‘바다’에서의 ‘ㄷ’의 음가는 [d]인 것이다. ‘ㄷ’이 어말이나 자음 앞에서 실현될 때는 ‘ㅂ’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내파음으로 발음되며 그 음가는 [t ̚ ]이다. 국어의 ‘ㄷ’은 [t], [d], [t ̚ ]의 세 이음을 갖는 셈이다.
  ‘ㄱ’은 뒤혓바닥 (혓뿌리)이 여린입천장에 가 닿아서 공기의 흐름이 막혔다가 그것이 터지면서 나는 소리로서 [k]로 표기된다. 이 ‘ㄱ’도 유성음 사이에서는 유성음 [g]로 발음되며, 어말이나 자음 앞에서는 내파음 [k ̚ ]로 발음된다. ‘ㄱ’은 [k], [g], [k ̚ ]의세 이음을 갖는 셈이다.
  거센소리 ‘ㅍ, ㅌ, ㅋ’은 예사소리 ‘ㅂ, ㄷ, ㄱ’에 비해서 터짐이 격렬한 듯한 인상을 준다. 이들을 거센소리, 즉 격음이라 명명한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거센소리를 발음할 때에는 터짐 뒤에 ‘ㅎ’ 소리가 이어 나는 듯한 인상을 주는데, 이러한 특성을 유기성(有氣性, aspiration)이라 한다. ‘파’를 발음해 보면 그 끝 부분이 ‘하’와 유사한 것을 관찰할 수 있다. 국어에서 예사소리와 ‘ㅎ’이 결합되면 거센소리가 되는 현상이 있는데 (각하 → [가카], 놓고 →[노코]), 이러한 현상을 통해서도 거센소리의 특성을 파악해 볼 수 있다. 이들 거센소리는 유성음 사이에서도 유성음화하지 않는다. 예사소리와 다른 또 하나의 차이점이다.
  ‘ㅍ’의 음가는 [pʰ ]이다. 유기성을 갖는 양순 파열음인 것이다. 그런데 유기성은 터지는 과정이 있을 때에만 드러나기 때문에 터지는 과정이 생략되면 유기성이 드러나지 않는다. 그리하여 ‘ㅍ’이 어말이나 자음 앞에 올 때에는 ‘ㅂ’과 발음상으로 구별되지 않는다. 이런 위치에서는 ‘ㅍ’이 터지지 않는 소리, 즉 내파음으로 발음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덥다 (曙)’와 ‘덮다 (覆)’가 표기법상으로는 구별되지만 발음상으로는 구별되지 않는데 (음장의 차이는 제외하고), 이는 이들에서의 ‘ㅂ’과 ‘ㅍ’이 모두 내파음 [p ̚ ]로 발음되기 때문인 것이다. 결국 ‘ㅍ’은 어말이나 자음 앞에서는 [p ̚ ]로 발음되고 그 밖의 위치에서는 [pʰ ]로 발음된다고 할 수 있겠다.
  ‘ㅌ’의 음가는 [t ʰ]이다. 유기성을 갖는 치경 파열음인 것이다. ‘ㅌ’도 역시 어말이나 자음 앞에서는 내파음 [t ̚ ]로 발음된다.
  ‘ㅋ’의 음가는 [kʰ]이다. 유기성을 갖는 연구개 파열음인 것이다. ‘ㅋ’도 역시 어말이나 자음 앞에서는 내파음 [k ̚ ]로 발음된다.
  그런데 이들 거센소리가 모음 사이에서 발음될 때는 다음과 같은 현상이 있음을 참고로 알아둘 필요가 있다. 즉, ‘아프다, 바탕, 시키다’의 경우, 이들의 표준 발음은 [아프다], [바탕], [시키다]이지만 실제로는 이들이 [압프다], [받탕], [식키다]와 같이 발음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거센소리가 있는 음절의 앞 음절을 강조해서 발음할 때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물론 이와 같은 현상은 거센소리의 경우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고 된소리의 경우에도 나타나는데 (아끼다 → [아끼다]~[악끼다], 기쁘다 → [기쁘다]~[깁쁘다]), 이는 거센소리와 된소리가 예사소리에 비해서 폐쇄 지속 시간이 길기 때문인 것으로 여겨진다(김주필 1990). 피상적인 관찰에 의해서는 예사소리를 발음할 때와 거센소리나 된소리를 발음할 때 폐쇄 지속 시간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기 어렵지만, 정밀한 음향 기기에 의한 실험 결과 보고에 따르면 예사소리를 발음할 때에 비해서 거센소리나 된소리를 발음할 때 폐쇄 지속 시간이 월등히 긴 것으로 나타난다.
  된소리 ‘ㅃ, ㄸ, ㄲ’은 해당 발음기관과 후두의 근육을 긴장시켜서 발음하는 자음들이다. 그리하여 예사소리가 연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면 이 된소리들은 딱딱하고 빡빡한 느낌을 준다. ‘된소리’니 ‘경음’ (硬音)이니 하는 명칭들은 바로 이러한 인상적 특성을 반영한 것이다. 이 된소리들은 무성음이고 유기성을 전혀 갖지 않는 무기음이다. 이 된소리들도 거센소리와 마찬가지로 유성음 사이에 놓이더라도 유성음화하는 일이 없다.
  ‘ㅃ’의 음가는 [p  ̓]이고 후두와 입술의 근육을 긴장시켜서 내는 소리이다. 유성음 사이에서도 그 음가가 그대로 유지된다. ‘ㅃ’이 어말이나 자음 앞에 놓이게 된다면 이것도 역시 내파음 [p ̚ ]로 발음될 것이지만 국어에서 ‘ㅃ’이 받침으로 쓰이는 경우는 없기 때문에 이것이 내파음 [p ̚ ]로 실현되는 경우는 없다.
  ‘ㄸ’의 음가는 [t  ̓]이고 후두와 혀끝의 근육을 긴장시켜서 내는 소리이다. 이것도 받침으로 쓰이는 경우가 없어서 내파음 [t ̚ ]로 실현되는 일은 없다.
  ‘ㄲ’의 음가는 [k  ̓]이고 후두와 뒤 혓바닥(혀뿌리)을 긴장시켜서 내는 소리이다. 유성음 사이에서도 유성음화하는 일은 없으나 어말이나 자음 앞에 올 때에는 내파음 [k ̚ ]로 발음된다. 예컨대 ‘예컨대 ‘밖[pak ̚]’, ‘엮다[jək ̚t ̓a]’에서의 ‘ㄲ’이 바로 그런 예이다.


    2.2 마찰음

  마찰음은 구강의 어느 지점을 아주 좁혀서 마치 창틈으로 공기가 지날 때처럼 공기를 마찰시켜서 내는 소리이다. 국어의 마찰음에는 ‘ㅅ, ㅆ, ㅎ’이 있다.
  ‘ㅅ’은 혀끝을 치경 (혹은 윗잇몸)에 가까이 접근시키고 공기를 밀어내면서 내는 소리로서 그 음가는 [s]이다. 음성학적으로는 치경 마찰음이라고 부른다. 무성 무기음이다. 국어의 마찰음 ‘ㅅ’은 다른 예사소리들 (ㄱ, ㄷ, ㅂ, ㅈ)과는 달리 유성음 사이에서도 유성음화하지 않는다는 특성을 갖는다. ‘ㅅ’이 [i]나 [j] 앞에 오게 되면 구개음에 가깝게 발음되는데, 이때의 음가는 [∫]이다. 치경음인 [s]가 구개 위치에서 발음되는 [i]나 [j]의 영향을 받아 구개음으로 발음되는 것이다. 따라서 ‘오셔서’의 앞쪽 ‘ㅅ’은 [∫]로 발음되고 뒤쪽 ‘ㅅ’은 [s]로 발음된다.
  ‘ㅆ’은 ‘ㅅ’의 된소리이다. 음가는 [s  ̓]이다. 이 ‘ㅆ’도 [i]나 [j] 앞에 오게 되면 구개음 [ ʃ  ̓]로 발음된다.
  이 치경 마찰음 계열에는 거센소리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거센소리가 폐쇄 과정과 파열 과정을 전제로 해서만 가능한 소리이기 때문인 듯하다. 마찰음은 폐쇄 과정이나 파열 과정을 갖지 않는 소리이다.
  한편, 국어의 마찰음들은 어말이나 자음 앞에서는 발음되지 못한다는 특성을 갖는다. 그리하여 이런 위치에서는 동일한 조음 위치에서 발음되는 내파음 [t ̚ ]로 발음된다. ‘옷’에서의 ‘ㅅ’이나 ‘있고’에서의 ‘ㅆ’이 모두 내파음 [t ̚ ]로 발음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목청소리 ‘ㅎ’은 후음 혹은 성문음이라고도 하는데, 일반적으로 성문의 두 성대 사이가 약간 벌려지면서 만들어지는 성문 마찰음이라고 알려져 있다. 음가는 [h]이다. ‘하다’에서의 ‘ㅎ’의 음가가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ㅎ’은 [h] 이외에 몇 개의 이음을 더 갖는다. ‘힘’에서의 ‘ㅎ’의 음가는 [ ç]이고(독일어 ‘ich’에서의 ‘ch’의 발음과 유사하다), ‘흙’에서의 ‘ㅎ’의 음가는 [x]이다(독일어 ‘Buch’에서의 ‘ch’의 발음과 유사하다). 그 밖에 ‘ㅎ’이 유성음 사이에 놓이면 유성음 [ɦ]로 발음되는 경우도 있다고 하나 이 소리는 일반인들로서는 인식하기 어려운 것이 아닌가 한다. 실제의 구어에서 ‘놓으니, 놓아’는 [노으니], [노아]로 발음되며 [노아]는 다시 한 음절로 축약되어 [놔:]로 발음되기도 한다. 여기서 두 음절이 한 음절로의 축약은 ‘ㅎ’의 탈락이 이루어진 후에만 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국어의 ‘ㅎ’은 유성음 사이에서 탈락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한편, 국어의 ‘ㅎ’은 음절 말음으로는 실현되지 못한다는 특성을 갖는데 이에 대해서는 뒤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하겠다.


    2.3 파찰음

  파찰음은 공기의 흐름을 완전히 막았다가, 터뜨릴 때에는 파열음처럼 일시에 터뜨리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터뜨려서 마찰을 일으키도록 하여 내는 소리이다. 따라서 파찰음은 파열음의 특성과 마찰음의 특성을 반반씩 가지고 있는 자음이라 할 수 있다. 파찰음이라는 명칭은 이 소리의 이러한 특성을 반영한 것이다. 파찰음에는 경구개 위치에서 발음되는 경구개 파찰음과 치경 위치에서 발음되는 치경 파찰음이 있다. 경구개 파찰음은 [ ʧ ]로 표기되며 치경 파찰음은 [ts]로 표기된다. 경구개 파찰음을 흔히는 그냥 구개음이라 부른다. 그리하여 ‘ㄷ → ㅈ(해돋이 → [해도지])’와 같은 현상을 경구개음화라 부르지 않고 그냥 구개음화라 부르는 것이다.
  국어의 ‘ㅈ’은 [ʧ]로 발음되는 경구개 파찰음이다. 혓바닥을 경구개 위치에 갖다 붙여서 공기의 흐름을 완전히 막았다가 서서히 열어 주면서 내는 소리이다.2) ‘ㅈ’이 유성음 사이에 놓이면 유성음 [ʤ ]로 발음되며 어말이나 자음 앞에 놓이게 되면 내파음 [t ̚ ]로 발음된다(젖 → [젇]). ‘ㅅ’과 마찬가지로 ‘ㅈ’도 어말이나 자음 앞에서는 제 음가대로 발음되지 못한다.
  ‘ㅉ’은 ‘ㅈ’의 된소리로서 그 음가는 [ʧ  ̓ ]이며 ‘ㅊ’은 ‘ㅈ’의 거센소리로서 그 음가는 [ʧ ʰ]이다. ‘ㅊ’도 어말이나 자음 앞에서는 내파음 [ʧ ̚ ]로 발음된다. ‘ㅉ’은 받침으로 쓰이는 경우가 없어서 내파음으로 발음되는 경우가 없다.


    2.4 비음

  우리가 발음을 할 때 공기가 흘러나오는 통로는 두 개가 있다. 하나는 입 쪽의 통로이고 다른 하나는 코 쪽의 통로이다. 전자를 구강(口腔)이라 하고 후자를 비강(鼻腔)이라 한다. 앞에서 기술한 자음들은 모두 비강 통로가 닫힌 상태에서 발음되는 자음들이었다. 그에 비해 비음들은 비강 통로가 열려 있는 상태에서 발음되는 자음들이다. 말하자면 비음은 비강으로도 공기가 흘러나오면서 발음되는 자음인 것이다. 구강에서의 발음 방법은 파열음과 동일하다. 그리고 비음은 모두 목청 떨림을 수반하는 유성음이다.
  국어의 비음에는 ‘ㅁ, ㄴ, ㅇ’이 있다. ‘ㅁ’은 ‘ㅂ’과 같은 위치에서 발음되는 양순 비음이고, ‘ㄴ’은 ‘ㄷ’과 같은 위치에서 발음되는 치경 비음이며, ‘ㅇ’은 ‘ㄱ’과 같은 위치에서 발음되는 연구개 비음이다. 이들의 음가는 각각 [m], [n], [ŋ ]이다. 이들 비음들은 앞서 기술한 바 있는 파열음, 마찰음, 파찰음들과는 달리 대체로 어떤 위치에서나 동일한 음가로 발음된다. 파열음 ‘ㅂ’이 그 놓이는 위치에 따라 [p], [b], [p ̚ ]로 발음되는 것과는 다르다. 다만 ‘ㄴ’의 경우, ‘i’나 ‘j’ 앞에 놓이게 되면 치경 비음 [n]으로 발음되는 것이 아니라 경구개비음 [ɲ]으로 발음된다. 이는 치경음 [n]이 경구개 위치에서 발음되는 [i]나 [j]의 영향을 받아 경구개 쪽으로 이끌려서 발음되기 때문이다. 치경음 ‘ㄷ’ [t]가 [i]나 [j] 앞에서 경구개음 ‘ㅈ’[ʧ] 발음되는 것과 동궤의 현상이다. ‘나’와 ‘냐’를 발음하면서 자세히 관찰해 보면, ‘나’를 발음할 때는 혀끝이 치경에 가 닿지만 ‘냐’를 발음할 때는 혓바닥이 입천장 (경구개)에 가 닿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밖에 [ŋ]은 어두음이나 음절 두음으로 나타나는 일이 없다는 특성을 갖는다. 따라서 [ŋ]은 나타날 수 있는 환경이 극히 제약되는 자음이라고 할 수 있다.


    2.5 유음

  유음은 자음 중 공기의 흐름이 가장 적게 장애를 받으면서 발음되는 자음이다. 즉, 공기가 물 흐르듯이 잘 흘러 나가면서 발음되는 자음인 것이다. 유음(流音)이라는 명칭은 바로 이러한 특성을 반영한 것이다. 유음에는 우선 대표적인 것으로 [l]과 [r]이 있다. [l]은 혀끝을 치경(윗잇몸)에 갖다 대어 중앙 통로는 막고 혀의 양 옆으로 공기를 내보내면서 내는 소리이다. 그리하여 이를 설측음이라 부른다. [r]은 공기가 중앙 통로로 흘러나오면서 발음되는 소리인데, 여기에는 다시 혀끝이 치경에 한 번만 살짝 닿았다 떨어지면서 발음되는 설타음과 그러한 동작이 반복적으로 계속되어 마치 혀끝이 바르르 떠는 것같이 되면서 발음되는 전동음이 있다. 이 중 설타음은 [ɾ]로 표기한다.
  국어의 유음에는 ‘ㄹ’이 있다. 그런데 이 ‘ㄹ’도 항상 동일한 음가로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우선 ‘달, 불고’등에서의 ‘ㄹ’은 설측음 [l]로 발음된다. 어말이나 자음 앞에 오는 ‘ㄹ’은 모두 이 소리로 발음된다. 그러나 ‘흐르다’에서의 ‘ㄹ’은 ‘달’에서의 ‘ㄹ’과는 다르게 발음된다. 이 경우의 ‘ㄹ’은 혀끝이 치경에 닿아 있는 채로 발음되는 것이 아니라 한 번 닿았다 떨어지면서 발음된다. 이때의 ‘ㄹ’을 흔히 [r]로 적기도 하는데 정확히는 [ɾ]이다. 전동음이 아니라 설타음이기 때문이다. 이들 [l]과 [ɾ]는 치경에서 발음된다. 한편, ‘ㄹ’이 [i]나 [j] 앞에 올 때에는 앞서의 ‘ㄴ’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i]나 [j]의 발음 위치에 이끌려서 구개음으로 발음된다. 발음 기호로는 [ʎ ]로 적는다. ‘흘러’와 ‘흘려’의 발음을 자세히 관찰해 보면 이들에서의 ‘ㄹㄹ’의 발음 위치가 약간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흘러’에서의 ‘ㄹㄹ’은 치경 위치에서 발음되는 [ll]이고 ‘흘려’에서의 ‘ㄹㄹ’은 경구개 위치에서 발음되는 [ʎʎ ]이다.
  이 ‘ㄹ’도 ‘ㅇ’[ŋ]만큼은 아니지만 분포의 제약을 받는다. 즉, 국어에서 ‘ㄹ’은 원칙적으로 어두위치에 나타날 수 없다는 제약을 받는 것이다. 한자어에서 ‘오락(娛樂)’의 ‘樂’이 ‘樂園 (낙원)’에서는 ‘락’으로 발음되지 않고 ‘낙’으로 발음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제약 때문이다. 따라서 국어의 화자들은 어두 위치의 ‘ㄹ’을 잘 발음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고유어 중에서 어두에 ‘ㄹ’을 갖는 단어는 없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柳’씨를 ‘류’로 표기한다거나 북한에서처럼 ‘勞動’을 ‘로동’으로 표기하는 것은 결코 타당한 처사라고 할 수 없다. 국어의 특성을 무시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 밖에 ‘ㄹ’은 ‘ㄹ’ 이외의 다른 자음 뒤에서는 제 음가대로 발음될 수 없다는 제약도 갖는다. 즉, ‘ㄹ +ㄹ’과 같은 자음의 연결은 가능하지만 (달리다) ‘ㄱ +ㄹ’이나 ‘ㄴ +ㄹ’, ‘ㅇ +ㄹ' 등과 같은 자음의 연결은 허용되지 않는 것이다. 그리하여 ‘ㄹ’ 앞에 ‘ㄴ’이 오게 되면 그 ‘ㄴ’을 ‘ㄹ’로 동화시키며, ‘ㄴ’ 이외의 자음이 오게 되면 ‘ㄹ’ 자신이 ‘ㄴ’으로 바뀐다. ‘전라도’가 [절라도]로 발음되는 것이 전자에 해당되는 예이고, ‘종로’가 [종노]로 발음되는 것이 후자에 해당되는 예이다. ‘십리’가 [심니]로 발음되는 것은 ‘ㅂ’ 뒤에서 ‘ㄹ’이 ‘ㄴ’으로 바뀐 다음 (십리 → 십니), 그 ‘ㄴ’ 앞에서 ‘ㅂ’이 ‘ㅁ’으로 동화를 입은 것이다(입는 → [임는] 참고).


3. 자음의 표준 발음법

  앞 장에서는 국어에서 사용되는 낱낱의 자음들에 대하여 그 음가와 발음 방법을 설명하였다. 그런데 이들 자음들은 실제의 언어 실현에 있어서는 독자적으로 쓰이질 못하고 반드시 다른 음들과 결합하여야만 쓰일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음들과 결합되는 과정에서 선행하는 음이나 후행하는 음의 영향을 받아 변화를 입게 되는 경우가 있게 된다. 본 장에서는 바로 이러한 문제들과 관련된 자음의 발음을 간략히 다루어 보고자 한다.


    3.1 받침의 발음

  국어에서 받침 (음절 말음)으로 실현될 수 있는 자음은 ‘ㄱ, ㄴ, ㄷ, ㄹ, ㅁ,ㅂ, ㅇ’의 7개뿐이다(표준 발음법 제8항). 따라서 이 7개 이외의 자음이 받침으로 쓰이게 되면 그것들은 이 7개 자음 중의 하나로 변화되어 발음된다. 그 내용을 간략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4) ㄲ ㅋ   →  ㄱ                   
   ㅅ ㅆ ㅈ ㅊ ㅌ  →  ㄷ                   
   ㅍ  →                   
   닦다  →  [닥따]   부엌  [부억]  [옫]
   있다  →  [읻따]  젖다  [젇따]  [꼳]
   맡다   →  [맏따]  덮다  [덥따]          
  
  자음이 받침으로 실현되는 경우란 결국 어말이나 자음 앞에 나타나게 된 경우를 말하는데, 이런 경우에 이들이 이와 같이 발음되는 현상에 대해서는 앞 장에서 각 자음의 음가를 설명하면서 언급한 바 있으므로 여기서는 별도의 설명을 덧붙이지 않는다. 자음 중 ‘ㄸ, ㅃ, ㅉ’은 받침으로 쓰이는 경우가 없기 때문에 여기에서는 논의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19개의 자음 중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ㅎ’이 있는데, ‘ㅎ’ 의 경우에는 양상이 좀 복잡하다. 우선 받침 ‘ㅎ’ 이 ‘ㄱ, ㄷ, ㅈ’과 만나게 되면 이들과 결합하여 거센소리 ‘ㅋ, ㅌ, ㅊ’ 으로 발음된다.
(5) 놓고 → [노코] 놓다 → [노타] 놓지 → [노치]
  물론 받침 ‘ㄱ, ㄷ, ㅂ, ㅈ’이 ‘ㅎ’과 만나는 경우에도 동일한 현상이 나타난다. 즉, 선행하는 ‘ㄱ, ㄷ, ㅂ, ㅈ’ 과 후행하는 ‘ㅎ’ 이 결합되어 거센소리 ‘ㅋ, ㅌ, ㅍ, ㅊ’ 으로 발음되는 것이다.
(6) 각하 → [가카] 맏형 → [마텽] 좁히다 [조피다] 앉히다 → [안치다]
  그러나 ‘ㅎ’ 받침 뒤에 ‘ㅅ’ 이 오면 그 ‘ㅅ’ 과 결합하여 된소리 [ㅆ]으로 발음된다(좋소 → [조쏘], 싫소 → [실쏘]). 이 경우에 거센소리가 되지 않고 된소리가 되는 것은 ‘ㅅ’ 계열의 마찰음에는 거센소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 밖에 ‘ㅎ’ 받침 뒤에 ‘ㄴ’으로 시작되는 어미가 오면 그 ‘ㄴ’에 동화되어 ‘ㄴ’으로 발음되며3) 모음으로 시작되는 어미나 접미사가 오면 ‘ㅎ’ 은 발음되지 않는다.
(7) 놓는 → [논는]                      낳느냐 → [난느냐]
     놓으니 → [노으니]                낳아 → [나아]                   쌓이다 → [싸이다]
  이상은 홑받침과 관련된 자음의 표준 발음법에 대한 설명이었다. 다음에는 겹받침을 갖는 경우의 표준 발음법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하겠다.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는 먼저 국어에는 다음과 같은 발음상의 제약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 둘 필요가 있다. 즉, 어두나 어말에서는 하나의 자음만이 발음될 수 있으며, 두 모음 사이에서는 두 개까지의 자음만이 발음될 수 있다는 제약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제약이 있기 때문에 겹받침을 갖는 어간이 단독으로 쓰이거나 자음으로 시작되는 조사나 어미와 결합하게 되면 겹받침 중의 하나는 반드시 탈락하고 하나의 자음만 발음된다. ‘흙 [흑]’에서 ‘ㄹ’ 은 탈락하고 ‘ㄱ’ 만 발음되는 것이나, ‘없고 [업꼬]’ 에서 ‘ㅅ’ 은 탈락하고 ‘ㅂ’ 만 발음되는 것은 모두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겹받침 중 어떤 것이 탈락하고 어떤 것이 남느냐 하는 것은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어떤 경우에는 첫 번째 받침이 탈락하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두 번째 받침이 탈락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현대 국어에서 쓰이는 겹받침에는 ‘ㄳ, ㄵ, ㄶ, ㄺ, ㄻ, ㄼ, ㄽ, ㄾ, ㄿ, ㅀ, ㅄ’ 의 11가지가 있다. 이 중 별 문제가 없는 것부터 설명해 보기로 하자. 우선 어말 또는 자음으로 시작되는 조사나 어미 앞에서 일정하게 첫 번째 받침이 발음되고 두 번째 받침이 탈락되는 겹받침으로는 ‘ㄳ, ㄵ, ㄽ, ㄾ, ㅄ’ 이 있다. 이들은 위와 같은 환경에서 각각 ‘ㄳ’ 은 [ㄱ]으로, ‘ㄵ’은 [ㄴ]으로, ‘ㄽ’ [ㄹ]로, ‘ㅄ’은 [ㅂ]으로 발음된다. 체언의 경우나 용언의 경우나 차이가 없다.
(8) 넋 → [넉]   넋도 → [넉또]  앉다 → [안따] 
   앉고 → [안꼬]  외곬 → [외골]  훑다 → [훌따] 
   훑고 → [훌꼬]  값 → [갑]   값과 → [갑꽈] 
   없다 → [없따]  없지 → [업찌]    
  위의 경우와는 달리 어말 또는 자음으로 시작되는 조사나 어미 앞에서 일정하게 첫 번째 받침이 탈락하고 두 번째 받침이 발음되는 것으로는 ‘ㄻ, ㄿ’이 있다. 이들은 위와 같은 환경에서 각각 [ㅁ], [ㅂ]으로 발음된다. ‘ㄿ’의 ‘ㅍ’ 이 위와 같은 환경에서는 [ㅍ]으로 발음되지 않고 [ㅂ]으로 발음되는 이유는 앞의 2.1에서 설명한 바 있다. 이 경우에도 체언과 용언이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9) 삶다 →  [삼따]  삶고  →  [삼꼬]  옮다  →  [옴따] 
   옮지 →  [옴찌]   읊다  [읍따]  읊지  →  [읍찌] 
   →  [삼]  삶도  →  [삼도]   앎  →  [암] 
  ‘ㄶ, ㅀ’의 경우도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ㄴ’과 ‘ㄹ’은 언제나 제 음가대로 발음되며, ‘ㅎ’은 뒤에 자음 ‘ㄱ, ㄷ, ㅈ’이 올 때는 그들과 결합하여 [ㅋ, ㅌ, ㅊ]으로 발음되고 ‘ㅅ’이 올 때는 그것과 결합하여 [ㅆ]으로 발음되며 ‘ㄴ’이 올 때는 탈락한다.
(10) 끊다  [끈타]  끊고  [끈코]  앓지 [알치] 
   끊소  [끈쏘]  앓소  [알쏘]  끊는 [끈는]
  이제 남은 것은 ‘ㄺ’과 ‘ㄼ’인데, 이들은 사정이 조금 복잡하다. 위의 예들처럼 일률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먼저 ‘ㄺ’ 의 경우에는 이것이 체언 어간 말에 쓰일 때와 용언 어간 말에 쓰일 때 양상이 다르게 나타난다. 체언 어간 말에 쓰일 때는 어말 또는 자음으로 시작되는 조사 앞에서 일률적으로 첫 번째 받침 ‘ㄹ’이 탈락되고 두 번째 받침 ‘ㄱ’이 발음되는데,
(11) 흙  [흑]   흙도  [흑또]    흙과  [흑꽈] 
   닭  [닥]   닭도  [닥또]   닭과  [닥꽈] 
  용언 어간말에 쓰일 때는 뒤에 오는 자음에 따라 탈락되는 받침이 달라진다. 즉, 뒤에 ‘ㄷ, ㅅ, ㅈ’으로 시작되는 어미가 오면 ‘ㄹ’ 이 탈락하고 ‘ㄱ’ 으로 시작되는 어미가 오면 ‘ㄱ’ 이 탈락하는 것이다.
(12) 맑다 [막따]  맑소  [막쏘]  맑지  [막찌] 
   맑고 [말꼬]  맑게  [말께]             
  ‘’의 경우에는 어말이나 자음 앞에서 ‘ㅂ’이 탈락하고 ‘ㄹ’이 발음되는 것이 원칙인데,
(13) 여덟 →  [여덜]  여덟도 [여덜또]             
   넓다 →  [널따] 넓고  →  [널꼬]  넓지 [널찌] 
  다만 ‘밟다’에서의 ‘ㄼ’만은 ‘ㄹ’이 탈락하고 ‘ㅂ’이 발음된다. 예외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14) 밟다 → [밥따]      밟고 → [밥꼬]      밟지 → [밥찌]
  물론 방언에 따라 [발따, 발꼬, 발찌]로 발음하는 경우도 있기는 하나, 표준 발음으로는 인정되지 않는다. 그 밖에 ‘넓다’ 의 경우에도 약간의 예외가 있다. 즉, ‘넓죽하다, 넓적다리, 넓둥글다’ 등에서의 ‘넓’은 (13)에서처럼 [널]로 발음되는 것이 아니라 [넙]으로 발음된다. [넙쭈카다], [넙쩍따리], [넙뚱글다]4)
  이상에서는 받침이 어말이나 자음 (자음으로 시작되는 조사나 어미 혹은 접미사) 앞에 오는 경우의, 자음의 표준 발음에 대한 논의였다. 대체로 받침들이 제 음가대로 발음되지 않는 경우들에 대한 논의였던 셈이다. 받침이(홑받침이든지 겹받침이든지) 모음으로 시작되는 조사나 어미 혹은 접미사와 결합할 때는 제 음가대로 발음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받침 위치에서 발음되는 것은 아니고 뒤 음절에 연음되어 뒤 음절의 초성으로 발음된다.
(15) 닦아 [다까] 부엌에 [부어케] 맡아 [마타] 
   옷이 [오시] 꽃을 [꼬츨]  덮이다 [더피다]
   닭을 [달글] 밟아 [발바] 넓이 [널비] 
   값이 [갑씨]  없어 [업써] 읊어 [을퍼] 
  그러나 여기에도 물론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니다. 받침 ‘ㅎ’의 경우에는 뒤에 모음이 오면 제 음가대로 발음되지 못하고 탈락하며, 받침 ‘ㄷ’ 이나 ‘ㅌ’ 이 모음 ‘이’ 나 반모음 ‘ㅣ’ 와 만나면 구개음화를 일으켜 ‘ㅈ’ 이나 ‘ㅊ’ 으로 발음된다. 이들은 받침 뒤에 모음이 오더라도 받침이 제 음가대로 발음되지 않는 경우들이다. 구개음화에 대해서는 다음 절에서 논의하게 될 것이다.
  그 밖에 받침의 발음과 관련하여 참고로 한 가지 덧붙여 둘 것이 있다. 예컨대 ‘부엌, 무릎, 꽃, 넋, 흙, 값’ 등의 경우, 이들이 모음으로 시작되는 조사와 결합할 때 다음과 같이 발음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는데,
(16) 부엌: [부어기] [부어글] [부그로]
       무릎: [무르비] [무르블] [무르브로]
       꽃: [꼬시] [꼬슬] [꼬스로]
       흙: [흐기] [흐글] [흐그로]
       값: [가비] [가블] [가브로]
  이러한 발음들은 표준 발음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덧붙여 두고자 한다. 이들의 경우 받침을 모두 제 음가대로 발음하는 것이 표준 발음인 것이다.

    3.2 소리의 동화

  소리와 소리가 연결되는 과정에서 어떤 음은 다른 음의 영향을 받아 그 음과 똑같은 음이 되거나 비슷한 음이 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을 소리(음)의 동화라 하는데, 어떤 음이 동화를 입게 되면 자연히 제 음가대로 발음되지 못하는 결과가 온다. 본 절에서는 소리의 동화와 관련된 자음의 발음에 대해서 논의해 보고자 한다.
  소리의 동화에 의해서 자음이 제 음가대로 발음되지 못하는 첫 번째 예로서는 받침 ‘ㄷ, ㅌ’이 조사나 접미사의 모음 ‘ㅣ’와 결합할 때 [ㅈ, ㅊ]으로 바뀌어 발음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을 구개음화라 부른다. 이 구개음화는 모음에 의해서 자음이 동화를 입는 경우에 해당한다.

(17) 밭이 [바치] 끝이 [끄치]  맏이 [마지]
   해돋이 [해도지]  같이 [가치] 굳이 [구지]
               그 밖에 ‘ㄷ’받침을 갖는 어간에 접미사 ‘히’가 결합될 때도 ‘ㄷ’과 ‘ㅎ’이 결합되어 ‘ㅌ’ 이 된 다음 다시 ‘ㅊ’으로 구개음화되어 발음된다.
(18) 굳히다 →  [구치다]  닫히다 [다치다] 묻히다 →  [무치다]
  자음에 의해서 자음이 동화를 입는 현상을 자음 동화 (혹은 자음 접변)라 하는데, 자음 동화에는 비음화와 유음화가 있다. 비음화는 비음이 아닌 ‘ㄱ, ㄷ, ㅂ’ 등이 비음 ‘ㄴ, ㅁ’앞에서 각각 비음 [ㅇ, ㄴ, ㅁ]으로 발음되는 현상을 말한다. 몇 예를 보이면 다음과 같다.
(19) 먹는 →  [멍는] 믿는 →  [민는]  잡는 →  [잠는]
   국물  →  [궁물]  국만  →  [궁만]  밥만  →  [밤만]
              
  이런 현상은 비음 앞에서만 일어나고 비음 뒤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하여 ‘산도’가 [산노]로 발음된다든가, ‘감부터’ 가 [감무터]로 발음되는 일은 없는 것이다.
  한편, 받침 ‘ㄲ, ㅋ, ㄳ, ㄺ’, ‘ㅅ, ㅆ, ㅈ, ㅊ, ㅌ, ㅎ’, ‘ㅍ, ㄼ, ㄿ, ㅄ’이 ‘ㄴ, ㅁ’앞에 오게 되면 각각 ‘ㄱ’, ‘ㄷ’, ‘ㅂ’ 으로 된 다음 (이에 대해서는 3.1 참조), (19)에서 보인 것과 동일한 동화를 입어 ‘ㅇ’, ‘ㄴ’, ‘ㅁ’ 으로 발음된다.
(20) 꺾는 →   꺽는  →  [껑는]    부엌만  →  부억만  →  [부엉만] 
   몫만 →  목만   →  [몽만]     읽는  →  익는  →   [잉는] 
   옷만 →  옫만  →  [온만]    있는  →  읻는  →  [인는] 
   밭만 →  받만  →  [반만]    놓는  →  녿는  →  [논는] 
   읊는 →  읍는  →  [음는]     없는  →  업는  →   [엄는] 
  유음화는 비음 ‘ㄴ’이 유음 ‘ㄹ’에 동화되어 ‘ㄹ’로 발음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 유음화는 두 가지 경우로 나누어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하나는 한자어나 합성어에서의 유음화이고 다른 하나는 용언 어간이 ‘ㄴ’ 으로 시작되는 어미와 만날 때의 유음화이다. 먼저 한자어나 합성어에서의 유음화를 보기로 하자.
(21) 신라  [실라]  난로 →   [날로]  천리  →  [철리] 
    말년  [말련]  불능 →  [불릉]   찰나   →   [찰라] 
    칼날  [칼랄]   술내기 →   [술래기]  줄넘기  →  [줄럼기] 
  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한자어의 경우에는 ‘ㄹ’ 앞에서나 뒤에서나 ‘ㄴ’ 이 [ㄹ]로 발음된다. 그러나 합성어의 경우에는 ‘ㄹ’로 시작되는 단어가 없어서 ‘ㄹ’ 앞에서 ‘ㄴ’ 이 [ㄹ]로 발음되는 예는 찾아 볼 수 없고 ‘ㄹ’ 다음에서 ‘ㄴ’ 이 [ㄹ]로 발음되는 경우만 찾아 볼 수 있다.
  용언 어간과 어미가 결합할 때는 다음과 같은 경우에만 유음화가 일어나서 ‘ㄴ’이 [ㄹ]로 발음된다.
(22) 앓는 →  [알른] 

     끓네

→  [끌레] 

핥는 

→  [할른] 
    훑네 [훌레]                        
cf. 울다(泣): 울-  +  -는 →  [우는]             
  불다(吹): 불- + -느냐 [부느냐]             
  위의 예들을 통해서 용언 어간과 어미가 결합할 때에는, ‘ㄹ’계 겹받침 ‘ㄾ, ㅀ’ 과 ‘ㄴ’이 만날 때에만 유음화가 일어나고, ‘ㄹ’ 홑받침과 ‘ㄴ’이 만날 때에는 ‘ㄹ’ 이 오히려 탈락해 버려서 유음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꾸어 말하자면 용언 어간과 어미가 결합할 때에는 ‘ㄹ’ 다음에 다른 자음이 하나 더 있고 그 뒤에 ‘ㄴ’ 이 올 때에만 유음화가 일어나고 ‘ㄹ’ 과 ‘ㄴ’ 이 직접 만날 때에는 유음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음화에서는 이러한 사실을 잘 유념해 두어야 할 것이다.
  이상에서 설명한 자음 동화 이외에 ‘감기’가 [강기]로 발음된다든가, ‘밥그릇’이 [박끄륻]으로 발음되는(‘ㅁ’이 ‘ㄱ’ 앞에서 [ㅇ]으로 발음된다든가, ‘ㅂ’ 이 ‘ㄱ’ 앞에서 [ㄱ]으로 발음되는) 자음 동화가 있는데, 이들은 표준 발음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앞에서 다룬 비음화나 유음화는 필수적인 현상인데 비해서 이들은 수의적인 현상인데, 이와 같은 수의적인 자음 동화는 표준 발음으로 인정되지 않는 것이다. 여기서 필수적이라는 것은 반드시 그렇게 발음되어야 하는 것을 의미하고, 수의적이라는 것은 그렇게 발음될 수도 있고 그렇게 발음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을 의미한다.

    3.3 된소리되기

  앞의 3.1과 3.2에서 논의한 것들은 대체로 받침으로 쓰인 자음들이 뒤에 오는 음에 영향을 받아 다른 음으로 발음되는 경우들이었다. 이에 비해 여기서 논의하게 될 된소리되기는 받침의 영향으로 뒤에 오는 자음이 다른 소리로, 즉 뒤에 오는 예사소리가 된소리로 발음되는 경우이다.
  3.1에서 받침으로 발음될 수 있는 자음은 ‘ㄱ, ㄴ, ㄷ, ㄹ, ㅁ, ㅂ, ㅇ’의 7개라고 하였는데, 된소리되기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이들을 세 부류로 나누어 볼 필요가 있다. 즉, 파열음 ‘ㄱ, ㄷ, ㅂ’, 비음 ‘ㄴ,ㅁ, ㅇ’, 유음 ‘ㄹ’ 로 나누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우선 파열음 ‘ㄱ, ㄷ, ㅂ’이 받침으로 쓰이면 (자음 앞에 놓이게 되면) 터지지 않는 소리, 즉 내파음으로 발음되는데, 내파음 ‘ㄱ, ㄷ, ㅂ’ 뒤에 오는 예사소리들(ㄱ, ㄷ, ㅂ, ㅅ, ㅈ)은 단어 내부에서건 곡용 및 활용에서건 예외 없이 된소리로 발음된다.

(23) 책상 [책쌍] 죽(粥)도 [죽또] 먹다 [먹따]
    믿고 [믿꼬]  믿소 [믿쏘] 속부터 [속뿌터]
    잡자 [잡짜] 접다 [접따] 잡지 [잡찌]
  물론 자음 앞에서 [ㄱ]으로 발음되는 ‘ㄲ, ㅋ, ㄳ, ㄺ’, [ㄷ]으로 발음되는 ‘ㅅ, ㅆ, ㅈ, ㅊ, ㅌ’, [ㅂ]으로 발음되는 ‘ㅍ, ㄼ, ㄿ, ㅄ’ 등의 받침 뒤에서도 된소리화가 일어난다. 그러나 이들 받침들이 직접 뒤에 오는 예사소리를 된소리화시키는 것은 아니고, 이들이 먼저 자음 앞에서 각각 [ㄱ], [ㄷ], [ㅂ]으로 바뀐 다음, 그 바뀐 [ㄱ], [ㄷ], [ㅂ]에 의해 된소리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 경우도 결국은 'ㄱ, ㄷ, ㅂ'뒤에서 된소리화가 일어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겠다. 몇 개의 예만 보이면 다음과 같다.
(24) 깎다  →  깍다  →   [깍따]    삯돈  →  삭돈  →  [삭똔] 
    웃고 →  욷고  →  [욷꼬]     꽃과  →  꼳과  →   [꼳꽈] 
    있지 →  읻지  →  [읻찌]    읊다  →  읍다  →  [읍따] 
  비음 ‘ㄴ, ㅁ, (ㅇ)’이 받침으로 쓰이면 용언의 활용상에서만 된소리화가 일어나고 다른 데에서는 된소리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25)  안다(抱)  →   [안따]   안고  →  [안꼬]  안지  →  [안찌] 
    감다  →  [감따]   감고  →  [감꼬]   감지  →  [감찌] 

cf. 

산도  →   [산도]  산과  →  [산과]  강(江)도  →  [강도] 
  위에서 볼 수 있듯이 비음 다음에서의 된소리화는 용언의 활용상에서만 나타나고 체언의 곡용상에서는 나타나지 않는다. 이는 ‘ㄱ, ㄷ, ㅂ’등 파열음 (내파음) 뒤에서의 된소리화와는 양상이 다른 것이다. 활용상에서라 하더라도 받침 ‘ㄴ, ㅁ’이 어간 말음이 아닌 경우에는 된소리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간다 → [간다], 먹는다 → [멍는다]’ 에서 된소리화가 일어나지 않는 것은 이들에서의 받침 ‘ㄴ’ 은 어간말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동 · 피동의 접미사 ‘기’ 도 된소리화하지 않는다 (안기다 → [안기다], 감기다 → [감기다]).
  유음 ‘ㄹ’ 다음에서는 원칙적으로 된소리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26)  울고  →  [울고]  울다  →  [울다]  울지  →  [울지] 
    달과  →  [달과]   달도  →  [달도]  달부터  →  [달부터] 
  위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용언의 활용에서건 체언의 곡용에서건 'ㄹ'뒤에서는 된소리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ㄹ’ 다음에서도 된소리화가 일어나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있다. ‘갈 사람 → [갈싸람], 먹을 것 → [머글껃] ’ 에서의 된소리화가 그런 것이다. 이들은 관형사형 어미 ‘(으)ㄹ’ 다음에서 된소리화가 일어난 것인데, 표면적으로 보면 ‘ㄹ’ 에 의한 된소리화라고 생각될 수 있다. 그러나 관형사형 어미 ‘ㄹ’ 은 단순한 ‘ㄹ’ 이 아니다. 표면적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 후두 폐쇄음 ‘ʔ’을 뒤에 가지고 있는 것이다. 즉, 관형사형 어미 ‘ㄹ’ 은 단순한 ‘ l ’ 이 아니라 ‘ l ʔ’ 인 것이다. 이것을 15세기 표기법에서는 ‘ㄹᅙ’ 과 같이 표기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오늘날은 이 문자(ᅙ)가 사용되지 않기 때문에 ‘ʔ’을 표기상으로 나타낼 방법이 없다. 이 ‘ʔ’이 뒤에 오는 예사소리와 결합하면 된소리가 된다. 따라서 (미래)관형사형 어미 뒤에서 된소리화가 일어나는 것은 ‘ㄹ’ [l]에 의한 것이 아니라 표면적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ʔ’ 에 의한 것이다. ‘ㄹ’ 자체는 뒤에 오는 자음을 된소리화시키지 못한다.
  ‘ㄹ’ 이 그 자체로서는 된소리화시킬 능력을 갖지 못한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넓고 → [널꼬], 훑다 → [훌따], 떫지 → [떨찌]’에서의 된소리화도 ‘ㄹ’ 에 의한 것은 아님을 알 수 있겠다. 이들에서의 된소리화는 겹받침 ‘ㄼ, ㄾ’ 의 ‘ㅂ, ㅌ’ 에 그 동기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겹받침 ‘ㄼ, ㄾ’의 ‘ㅂ, ㅌ’은 자음으로 시작되는 어미 앞에서 탈락하게 되는데, 그냥 탈락하는 것이 아니라 후행하는 자음을 된소리화시키고서 탈락하는 셈이다.
  그 밖에 사잇소리와 관련된 된소리화의 문제와 한자어에서의 된소리화 문제가 있으나 그 양상이 매우 복잡하여 여기서 간단히 다룰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논의하지 않는다.

4. 결론

  ‘한글 맞춤법’이, 우리가 글을 쓸 때, 표준어를 어떻게 표기할 것인가를 규정한 것이라면, ‘표준 발음법’ 은, 우리가 말을 할 때, 표준어를 어떻게 발음할 것인가를 규정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글을 쓸 때 맞춤법이 틀리는 것에 대해서는 부끄럽게 생각하면서도, 말을 할 때 표준 발음을 정확히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별로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학교 교육에 있어서도 맞춤법 교육은 비교적 철저히 시키면서 표준 발음에 대한 교육은 소홀히 해 온 감이 없지 않다. 그리하여 ‘꽃이, 꽃을’ 을 ‘꼿이, 꼿을’ 로 표기하면 당장 그것이 잘못된 표기임을 지적해 주고 ‘꽃이, 꽃을’ 로 표기하도록 지도해 주면서도 이것을 [꼬치, 꼬츨]로 발음하지 않고 [꼬시, 꼬슬]로 발음하는 것에 대해서는 굳이 그것이 잘못된 발음임을 지적하거나 [꼬치, 꼬츨]로 발음하도록 지도하는 일이 거의 없었던 것이다.
  우리가 글을 쓸 때 맞춤법을 정확히 지켜서 표기해야 하는 것이라면 말을 할 때에도 표준 발음법을 정확히 지켜서 발음하도록 노력해야만 할 것이다. 표준어를 정확히 발음하기 위해서는 국어의 각 모음이나 자음들의 정확한 음가와 발음 방법을 알아 둘 필요가 있으며, 음과 음이 결합하는 과정에서는 어떤 변화들이 있고, 그런 경우에는 또 어떻게 발음하는지를 알아 둘 필요가 있다. 그리하여 이 글에서는 이러한 사정을 염두에 두고서 국어(표준어)의 자음의 발음에 대하여 논의하였는데, 전반부에서는 각 자음의 음가와 발음방법을, 후반부에서는 주로 자음과 자음이 결합되는 과정에서의 표준 발음법을 논의하였다. 그러나 지면이 한정되어 있고, 또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한 글이기 때문에 세부적인 문제는 다루지 못했으며, 다룬 문제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설명을 베풀지는 못하였다. 독자들의 양해를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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