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조선어 규범 사전에서의 표제어의 수록 원칙과 표제어의 성격
1. 중국에서의 조선어 사전 편찬
중국에서는 해방 이후 조선어 사전과 관련하여 규범 사전과 참고 사전, 대역사전, 부문별 사전 등 여러 가지 유형의 사전들이 편찬되었는데 주요한 주석 사전 즉 규범 사전과 참고 사전을 보이면 다음과 같다.
연변 언어 연구소(1992), 조선말 사전(제1권), 연변 인민 출판사.
위에서 보다시피 중국에서는 여러 가지 원인으로 하여 오랫동안 자체의 조선어 규범 사전을 편찬하지 못하였다. 그러다가 1980년대부터 자체의 조선어 규범 사전을 편찬하기 시작하였는데 중국에서 펴낸 첫 조선어 규범 사전은 연변 역사 연구소에서 편찬한 단어 2만여 개를 올린 '조선말 소사전'(1980)이다.
그러나 본격적인 크기의 규범 사전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지금 연변 언어 연구소에서 한창 편찬하고 있는 15만여 단어가 올려질 중사전 규모의 '조선말 사전'이다(전 3권인데 제1권은 1992년에 출판되었음.). 이 사전은 과학적인 주석 사전인데 규범적이며 통제적이다.
그러나 중국에서의 조선어 규범 사전 편찬은 규범적이고 통제적이기에 집체적이지 개인인 경우가 없다. 개인 저작은 죄다 '동의어 사전', '반의어 사전', '어원 사전' 등의 참고 사전, '한조 사전', '조한 사전', '일조 사전' 등의 대역사전, '경제 사전', '물리 사전' 등의 부문별 사전과 관련된다. 즉 중국에서의 조선어 규범 사전 편찬은 개인의 작업이나 연구 결과가 아니라 국가 사업의 성격을 띠고 있다.
2. 중국 조선어 규범 사전에서의 표제어의 수록 원칙과 표제어의 성격
사전에 어떤 단어나 언어 단위가 표제어로 선별되는가 하는 것은 그 사전의 성격과 직접 관련된다.
따라서 중국 조선어 규범 사전 편찬에서는 평양 말을 표준어로 삼고 표제어를 수록할 것인가, 아니면 서울말을 표준어로 삼고 표제어를 수록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급선무로 나선다.
조선어 표준어는 장기적인 역사 발전 과정에서 조선 중부 방언을 기초로 하여 형성되었다. 1945년 8·15 광복까지 모든 조선 민족은 조선 중부 방언을 기초로 하여 형성된 조선어 표준어를 써 왔다.
그러나 8·15 광복 후 조선 남북에 부동한 정치·경제·문화의 중심이 생기게 되어 조선어 표준어에서 점차 서로 다른 기준이 생기게 되었다.
조선어 표준어에서 조선 북반부에서는 1966년 이래 1954년 '조선어 신철자법'에서 규정한 "標準語는 朝鮮 人民 사이에 使用되는 共同性이 가장 많은 現代語 가운데서 이를 定한다."(총칙 제4항)는 대신 평양 말을 기준으로 하게 되었고, 한국에서는 '통일안'의 "현재의 중류 사회에서 쓰이는 서울말" 대신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서울말"(표준어 개정안의 총칙)로 바꾸었다.
이리하여 조선 북반부의 국어사전과 한국에서 출간된 사전들을 대비해 보면 특히 수록된 표제어의 성격이 다르다. 문화어 운동이 본격화된 이후(1968년)에 간행된 '조선 문화어 사전'(1973), '현대 조선말 사전'(1982), '조선말 대사전'(1992) 등의 조선 북반부의 국어사전에는 평양 말이 중심이 되며 한자어·외래어도 그 수록이 극소화되어 있으며 새로 표준어로 인상시킨 방언 어휘와 새로 다듬은 말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다.
따라서 중국의 정치·경제·문화의 환경하에 있는 중국 조선어 표준어는 어느 것을 기준으로 할 것인가가 문제로 제기되며, 이에 따라 사전 편찬에서 남북 조선, 중국 등 지구에서 쓰이는 조선어 중 어느 것을 기준으로 하여 표제어를 선별하고 수록할 것인가가 첨예하게 제기된다.
조선어는 중국에 살고 있는 조선족의 공통어일 뿐 아니라 전반 조선 민족의 공통어이다. 그리하여 중국에서의 조선어 어휘 규범화 작업은 중국의 실제를 돌보면서 전반 조선 민족의 의사소통에 지장이 없도록 이미 형성된 기존 표준어를 토대로 하는 방향에로 진행되어야 한다. 따라서 중국 조선어 자체의 표준어를 토대로 하는 방향에로 진행되어야 한다. 따라서 중국 조선어 자체의 표준어를 이루는 기초 방언이란 있을 수 없고 중국 조선어에서는 단독으로 새로운 표준에 기준을 내올 필요가 없다.
오직 중국의 실제에서 불가피하게 생기는 새로운 어휘와 단어 의미를 제외하고는 전체 조선 민족이 다 알 수 있는 방향에서 이미 형성된 기존 표준어를 기초로 하여 어휘 규범화 작업이 진행되어야 하며 사전 편찬도 이 기준에 따라 진행되어야 한다.
지금 중국에서의 조선어 사전 편찬은 기존 표준어를 기초로 하여 진행되고 있는데, 이런 정신은 1978년 12월에 열린 동북3성 조선 어문 사업 제2차 실무 회의에서 채택된 '조선말 명사·술어의 규범화 원칙'과 '조선말 명사·술어 규범화의 구체적 방안' 그리고 '조선말 자연 과학 기술 용어의 규범화 원칙' 등에 체현되어 있다.
중국 조선어 사전은 표제어의 성격에서 한국의 국어사전과 거의 같다고 말할 수 있다. 크게 보아 표제어와 그에 대한 해석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중국 조선어의 실제로 하여 표제어에서 일부 차이점도 보여 주는데 그것은 주요하게 중국 실제에서 불가피하게 생기는 새로운 말, 방언 어휘와 지방 말, 다듬은 말 등에서 표현된다.
중국 조선어 사전 편찬에서는 이런 문제를 처리할 때 남북 조선과 재중(在中) 조선족과의 교류와 이해를 위해서 또 양 지역의 호상 협조를 위해서 어떻게 양 지역의 언어적 이질성을 좁히고 동질성을 살리겠는가 하는 것에 대하여 신중히 고려하고 있다.
1) 중국 조선어에서 생긴 새말
주지하는 바와 같이 중국의 조선족은 이주 역사 100여 년인 천이 민족(遷移 民族)이다.
중국의 조선어에는 해방 이후 중국의 정치·경제·문화 생활의 특성으로 하여 조선 남북에는 없고 중국 조선어에서만 쓰이는 새말이 생겨났다. 연변 어언 연구소에서 편찬하고 있는 '조선말 사전'에는 중국에서 나타난 새말 5천여 개를 표제어로 올리고 있다.
새말의 내원(來源)을 보면 조선어 자체에서 생긴 것도 있고 한어로부터 받아들인 것도 있는데 한어로부터 받아들인 것이 수량 상 절대 대부분을 차지한다. 해방 후 중국 조선어에서 생긴 새말은 주로 과학 기술과 사회 생활 방면의 새 사물을 명명한 것들이다.
한어에서 받아들인 새말에는 습관적으로 써 온 일반 용어, 군대 체제와 군대 직무에 관한 말로서 조선 남북에 있지만 중국 실정에 따라 한어로부터 받아들이는 가운데서 남북 조선과 달리 쓰이는 것도 있게 되었다.
|
|
이와 같이 중국 조선어의 역사적 배경과 현재적 조건이 조선 남북과는 다르고 특수하기에 주로 한어로부터 받는 영향으로 하여 중국 조선어에는 중국에서만 쓰이는 새말이 생겨났다.
중국 조선어 규범 사전에서는 사회적 요구에 따라 이런 새말들을 규범화하여 표제어로 수록함으로써 중국 조선어 규범화에서 적극적 작용을 놀게 된다.
2) 방언 어휘와 지방 말
중국 조선어 규범화 원칙에는 조선어 어휘 체계를 풍부히 할 수 있고 생명력이 있는 방언 어휘와 중국 조선어에서 쓰이는 자생어, 즉 지방 말들은 표준어로 받아들이기로 하였다.
방언 어휘와 지방 말을 표준어로 인상시키는 문제는 조선어의 동결성을 보장하는 것과 관련되므로 매우 신중히 생각해야 할 문제이다.
조선 북반부에서는 방언 어휘 가운데서 좋은 말을 찾아 쓰기 운동을 벌이는 가운데서 함경도, 평안도, 등의 방언 어휘가 현재의 문화어에 수많이 포함되었는데 '조선말 대사전'(1992)에는 근 3천여 개가 올랐다.
중국 조선어에서는 1980년에 출판된 '조선말 소사전'으로부터 적지 않은 기존 방언 어휘들을 사전의 표제어로 수록하였으며, 지금 편찬 중인 '조선말 사전'에서는 '방언 어휘 사정 원칙'에 따라 더욱 폭넓게 방언 어휘와 지방 말을 규범화하여 표제어로 올리고 있다.
남북 조선에서 다 같이 표준어로 인상시킨 방언 어휘는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것은 중국 조선어 규범 사전에서도 그대로 표제어로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언 어휘를 표준어로 인상시킴에 있어서 통일적인 하나의 표준이 조선 남북에 없는 정황하에서 중국에서는 자체의 실정에 따라 부득불 '방언 어휘 사정 원칙'을 자체로 제정하게 되었다. 따라서 중국 조선어와 한국의 표준어 사이에는 방언 어휘로 하여 이질성이 생기게 되었다.
가마치(눌은밥) | 마시지다(부서지다) | 봉창(벌충) | 소래(대야) |
여가리(가장자리) | 아츠럽다(애처롭다) | 인차(곧) | 되우(몹시) |
얼빤하다(어리둥절하다) | 때시직(끼니) | 생뚱같다(뚱딴지같다) | 가대기(쟁기) |
고다(떠들다) | 가죽나무(졸창나무, 떡갈나무) | 장창(늘) |
중국 조선어 규범 사전 편찬에서는 다음과 같은 경우에 방언 어휘와 지방 말을 표준어로 인상시켜 표제어로 수록하고 있다.
(1)표준어에 대응 관계를 가지지 않거나 대상·현상은 있어도 표준어에서 명명하지 않은 방언 어휘와 지방 말
(2)대응되는 표준어 어휘와 미세한 뜻 차이가 있는 방언 어휘와 지방 말
이 부류의 방언 어휘와 지방 말은 표준어 단어와 동의어를 이루면서 뜻에서 미세한 차이를 나타냄으로써 사물 현상의 본질을 뚜렷이 밝혀 준다.
방언 어휘 '가는비'는 '가늘게 내리는 비'라는 뜻에서는 표준어 단어 '가랑비'와 같지만, 그 가늘고 굵은 정도에서 '가는비'는 '가랑비'보다 더 굵다.
방언 어휘 '즘즛하다'는 '잦거나 심하던 것이 한동안 머츰하다'라는 뜻에서 표준어 단어 '뜸하다'와 같지만, 그 정도에서 '좀'이라는 것으로 하여 '뜸하다'와 구별된다.
방언 어휘 '얼죽음'은 '거의 죽게 된 상태'라는 뜻에서 표준어 단어 '반죽음'과 같지만, '인위적인 타격을 받는다'는 점에서 '반죽음'과 구별된다.
(2)에 속하는 방언 어휘와 지방 말로는 이 외에도 '새그럽다/(시큰하다), 중태/(망태), 깡치/(앙금), 건넌집/(건너집), 당그래/(고무래), 둥글소/(수소), 꿍지다/(꾸리다)......' 등을 더 들 수 있다.
(3)대등되는 표준어 단어와 의미 폭에서 차이를 가지는 방언 어휘와 지방 말
표준어 단어와 뜻 폭이 다른 방언 어휘와 지방 말은 표준어 단어 체계가 없는 새로운 뜻을 더 가지거나 덜 가지는 어휘인 만큼 표준어 어휘 구성을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풍부히 해 주며 언어적 표현의 독특한 빛깔을 나타낸다.
표준어 단어와 뜻 폭이 다른 방언 어휘와 지방 말에는 표준어 단어보다 뜻 폭이 큰 것도 있고 좁은 것도 있다.
방언 어휘 '망치'는 표준어 단어 '다듬이방망이'와 함께 '다듬이질할 때 쓰는 방망이'라는 뜻을 가지면서도, '빨래질할 때 쓰는 방망이'도 가리킨다.
방언 어휘 '생둥이'는 표준어 단어 '풋내기'와 함께 '경험이 없거나 어리어 일에 서투른 사람을 홀하게 이르는 말'이란 뜻을 가지면서도, '채 익지 않고 아직 선 것'이란 뜻을 더 갖고 있다.
방언 어휘 '덞다'는 표준어 단어 '더럽다'와 뜻이 통하기에 '옷이 더럽다'를 '옷이 덞다'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더럽다'는 '마음이나 하는 짓이 못되고 너절하다', '사회가 어지럽다', '뜻대로 되지 않아 시시하고 고약하다'라는 뜻을 더 가지고 있다. 따라서 '마음이 더럽다', '더러운 세상', '일이 더럽게 되다'를 '마음이 덞다', '덞은 세상', '일이 덞게 되다'라고 할 수 없다.
방언 어휘 '아구리'는 '어떤 물체나 기구의 속으로 통하는 구멍의 어귀'라는 뜻을 나타내는데, 이에 대응되는 표준어 단어 '아가리'는 이런 뜻 외에 '입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란 뜻을 더 가진다.
이 부류에 속하는 방언 어휘와 지방 말을 더 들면 다음과 같다.
사등이 사등이뼈>등골뼈 | 거층>겉(겉면) |
가녁>가장자리 | 여가리>가장자리(언저리) |
아낙>안(안쪽) | 아부재기>아부성 |
가다리<가랑이 | 미칠하다<미끈하다 |
쪼박<쪼각 | 즘적하다<잠적하다 |
띠개<띠 | 열대<열쇠 |
에미<어미 | 돼지바우<돼지 |
슴슴하다<싱겁다 | 패리다<여위다 |
(4) 대응되는 표준어 단어와 뜻 빛깔이 다른 방언 어휘와 지방 말
표준어 단어와 뜻 빛깔이 다른 방언 어휘와 지방 말은 감정 정서적 빛깔이 다른 것, 기능 문체론적 뜻 빛깔이 다른 것, 강조적 뜻 빛깔이 다른 것 등으로 갈라 볼 수 있다.
쪼꼬맣다/조그마하다 | 덩치/덩지 | 하루나절/한나절 | 가쯘하다/가지런하다 |
씨원하다/시원하다 | 늘쌍/늘 | 둘치다/두르다 |
(5) 표준어 단어와 동의어적 관계를 이루는 방언 어휘나 지방 말 가운데서 표준어 단어보다 더 적극적으로 쓰이는 방언 어휘와 지방 말
표준어에 대응 관계를 가지는 방언 어휘나 지방말은 표준어 어휘 구성에 들어와 표준어 단어와 잠정적으로 동의어적 관계를 이루거나 그것이 더 적극적으로 쓰임으로 하여 표준어 단어가 낡투나 비표준적 말로 될 수 있다.
가리우다/가리다 | 강냉이/옥수수 | 당콩/강남콩 | 돌개바람/회오리바람 |
썩장/담북장 | 뜬소문/헛소문 | 가시물/개시물 | 쟁개비/댕기도요 |
땅호박/앉은호박 | 끼살이/고공살이 | 걸구다/걸우다 | 올리막/오르막 |
왁새/왜가리 | 바늘집/바늘겨레 | 박죽/주걱 | 발방아/디딜방아 |
방아대/방아채 | 병사리/병 | 허재비/허수아비 | 둥주리/둥우리 |
댑싸리/비싸리 | 망돌/매돌 | 여가리/옆 | 구들고래 |
뜨락/뜰 | 가시장/찬장 | 기스락물/낙수물 ...... |
갈비←가리 | 정지←정주 | 직방←직발 |
칼치←갈치 | 거부기←거북 | 널판지←널빤지 |
뾰두라지←뾰루지 | 게사리←거위 | 컬레←켤레 |
서슬←간수 | 능쟁이←명아주 | 구들재←구들미 ...... |
중국 조선어에는 지방 말도 적지 않은데 지금 편찬 중인 '조선말 사전'에는 백여 개가 표준어로 인상되어 표제어로 올랐다.
3) 다듬은 말
조선 북반부에서는 1960년대 후부터 문화어 운동의 일환으로 말다듬기를 추진시켰는데 그 과정에 과거에 한자 어휘, 외래 어휘로 된 공통 어휘였던 것이 고유 어휘 또는 대중화된 한자 어휘로 바뀌는 가운데서 한국의 표준어, 중국의 조선어와 달라진 것이 매우 많다.
조선 북반부 국어 사정 위원회에서는 이미 다듬은 말들을 재검토하여 확정된 용어 2만 6천여 개를 '다듬은 말'이란 책으로 1988년에 출판하였다. '조선말 대사전'(1992)에서는 다듬은 말을 거의 그대로 표제어로 올리었다.
조선 북반부에서 끊임없이 노력을 기울인 말다듬기는 한국에서 한글 학회를 중심으로 꾸준히 전개되어 온 국어 순화 운동과 근본적으로 맥을 같이한다.
중국 조선어 어휘 규범화 작업에서도 어려운 한자어, 외래어는 쉬운 말로 고쳐 쓰는 원칙을 내놓았는데 이것은 말다듬기와 관련된다. 이 작업은 전반 조선어의 동질성과 관련되는 엄숙한 문제이어서 중국 조선어 어휘 규범화 작업과 사전 편찬에서는 신중히 태도를 취하고 있다.
중국 조선어 규범 사전 편찬에서는 '다듬은 말 처리 세칙'에 따라 남북 조선에서 다듬은 말들을 표제어로 수록하고 있다.
남북 조선에서 다 같이 다듬은 말은 중국 조선어에서도 그대로 받아들여 쓰며 사전에도 그대로 올린다.
이 경우 본래말과 다듬은 말을 함께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본래말이 어렵거나 잘 쓰이지 않을 때에는 본래말을 버린다.
(1)본래말과 다듬은 말을 동의어로 처리하여 다 같이 표제어로 올리는 경우
중국 조선어는 조한 두 언어의 빈번한 접촉으로 하여 '어려운 한자어'에 대한 이해가 조선 북반부와 사정이 다를 수 있다. 따라서 중국 조선어 규범 사전에서는 본래말과 다듬은 말을 동의어로 취급하는 경우가 많다.
가축(家畜) = 집짐승 | 거세(去勢) = 불치기 |
경작지(耕作地) = 부침땅 | 괘도(掛圖) = 걸그림 |
내화벽돌(耐火~) = 불벽돌 | 루선(淚腺) = 눈물샘 |
사각주(斜角柱) = 빗각기둥 | 선별(選別) = 골라내기 |
화서(花序) = 꽃차례 | 엽육(葉肉) = 잎살 |
유근(幼根) = 어린뿌리 | 육간장(肉~醬) = 고기간장 |
(2)본래말을 표제어로 올리고 화살표로 다듬은 말로 보내는 경우
이 경우 본래말에는 뜻풀이가 주어지지 않고 화살표로 다듬은 말로 보내 주는데 언어생활에서는 본래말을 버리고 다듬은 말을 써야 한다.
도장(徒長)→헛자라기 | 도장지(徒長枝)→헛가지 | 대사(大砂)→왕모래 |
미강(米糠)→쌀겨 | 빙침(氷枕)→얼음베개 | 석반(夕飯)→저녁밥 |
수지(手指)→손가락 | 신목(薪木)→땔나무 | 저류(저類)→감자류 ...... |
조선 남북에서 서로 다르게 다듬어진 말에 대한 처리는 애로가 적지 않은데 중국 조선어 규범 사전 편찬에서는 다음과 같이 처리하고 있다.
(1)언어생활의 현실적 요구에 맞고 과학성이 있게 잘 다듬어진 말은 적극적으로 표제어로 수록한다.
가모돈(假母豚)→가짜어미돼지 | 건곡(乾谷)→마른골짜기 | 광마(光磨)→윤내기 |
산란지(産卵地)→알쓸이못 | 설해(雪害)→눈피해 | 전분박(澱粉粕)→농마찌끼 ...... |
(2)과학적 개념이 정밀하지 못하거나 조어법과 과학성에 어긋난다고 여겨지는 것은 표제어로 올리지 않거나 고쳐 다듬어 표제어로 수록한다.
휘거 | × 스케트무용 |
어육장(魚肉醬) | × 물고기장 |
입장표(入場票) | × 나들표 |
수하지(垂下枝) | × 늘어진 가지 |
본래말 | 다듬은 말 | 고쳐 다듬은 말 |
다이빙 | 뛰어들기 | 물에 뛰어들기 |
목형(木型) | 나무신골 | 나무골 |
봉고도(棒高跳) | 장대뛰기 | 장대높이뛰기 |
수재(水災) | 큰물피해 | 물피해 |
종모돈(種牡豚) | 종자수퇘지 | 씨수퇘지 |
(3)몇 개의 다듬은 말이 있어 잠시 어느 하나로 고착시키기 어려운 것은 본래말만 표제어로 올린다.
3. 맺는말
중국에서는 1980년대부터 자체의 조선어 규범 사전을 편찬하기 시작하였는데 규범적이고 통제적이며 개인의 작업이나 연구 결과가 아니라 국가 사업의 성격을 띤다.
중국 조선어 규범 사전 편찬에서는 평양 말을 표준어로 삼고 표제어를 수록할 것인가, 아니면 서울말을 표준어로 삼고 표제어를 수록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나선다.
조선어는 전반 조선 민족의 공통어인 만큼 표제어 선정에서는 오직 중국의 실제에 불가피하게 생기는 새말과 새로운 뜻을 제외하고는 전체 조선 민족이 다 알 수 있는 방향에서 이미 형성된 기초 표준어를 기초로 하여 진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중국 조선어의 실제로 하여 표제어에서 한국의 사전과 일부 차이점도 보여 주는데 그것은 주요하게 새말, 방언 어휘와 지방 말, 다듬은 말 등에서 표현된다.
중국 조선어 사전 편찬에서는 이런 문제를 처리할 때 남북 조선과 재중 조선족과의 교류와 이해를 위해서 또 양 지역의 호상 협조를 위해서 어떻게 양 지역의 언어적 이질성을 좁히고 동질성을 살리겠는가 하는 데 대해 신중히 고려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 조선어 사전 편찬에서 표제어를 선정할 때에는 중국에서 만든 '조선말 명사·술어의 규범화 원칙', '조선말 명사·술어 규범화의 구체적 방안', '방언 어휘 사정 원칙', '다듬은 말 처리 원칙'에 따라 진행하고 있다.
특히 방언 어휘와 다듬은 말을 처리할 때 애로가 적지 않다. 따라서 우선 남북 조선에서 이 방면의 통일을 가져오는 것이 시급하다.
4. 참고 문헌
高永根 책임 편집(1990), 북한의 말과 글, 을유 문화사.
김민수(1986), 국어사전: 그 표제어의 선정과 배열 문제, 국어 생활 7.
남기심(1992), 표제어의 풀이와 표제어 설정의 문제, 새국어생활 제2권 제1호.
심희섭(1987), 한자어를 다듬는 문제에 대하여, 조선어 연구 1.
정순기·이기원(1984), 사전 편찬에 대한 고찰, 국어 생활 15.
최윤갑 주필(1992), 중국에서의 조선어의 발전과 연구, 연변대학출판사.
___(1989), 조선말 어휘 규범집(1), 동북 조선 민족 교육 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