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의 궁금증을 풀어 드립니다
물음 '아지랑이-아지랭이','섯쟁이-섯장이' 등과 관련하여 'ㅣ'역행 동화의 인정 여부가 많은 혼란을 가져오고 있습니다. 확실히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박영숙, 서울특별시 강남구 포이동) |
답 '표준어 규정' 제9항은 "'ㅣ'역행 동화 현상에 의한 발음은 원칙적으로 표준 발음으로 인정하지 아니하되, 다만 다음 단어들은 그러한 동화가 적용된 형태를 표준어로 삼는다." 하여 '풋내기','냄비, '동댕이치다' 등을 예로 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붙임1'에서 'ㅣ'역행 동화가 일어나지 않은 형태를 표준어로 삼은 예로 '아지랑이'를 들고 있고, '붙임2'에서는 "기술자에게는 '-장이', 그 외에는 '-쟁이'가 붙는 형태를 표준어로 한다." 하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미장이','유기장이','멋쟁이','소금쟁이'가 되는 것입니다. 또 갓을 만드는 것을 업으로 하는 사람은 '갓장이', 갓을 멋들어지게 쓰는 사람은 '갓쟁이'가 되는 것입니다.
물음 '上'의 개념으로 쓰이는 '웃','위','윗'의 쓰임이 너무 어렵습니다. 쉽게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입니까?
(김정옥, 전북 전주시 덕진동) |
답 '표준어 규정' 제12항은 "'웃-' 및 '윗-'은 명사 '위'에 맞추어 '윗-'으로 통일한다." 하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윗-넓이','윗-눈썹','윗-니','윗-몸'이 표준어입니다. 그러나 '다만1'에서 "된소리나 거센소리 앞에서는 '위-'로 한다." 하였으므로 '위-짝','위-쪽','위-채','위-층'이 표준어가 됩니다. 또 '다만2'에서는 "'아래, 위'의 대립이 없는 단어는 '웃-'으로 발음되는 형태를 표준어로 삼는다." 하고 규정하고 있어서 '웃-국','웃-기','웃-돈','웃-어른' 등이 바른 말이 되는 것입니다.
물음 "변덕이 죽 끓듯 하다."에서 '듯 하다'를 붙여 써야 합니까? 띄어 써야 합니까?
(이호중,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창천동) |
답 우선 '듯'과 '하다'가 이어져 나타나는 구성이 국어에 두 가지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겠습니다. 하나는 보조 용언으로 처리되는 것으로 "우리들은 좋은 일이 있을 듯하다,""오늘은 조용한 듯하다."에서와 같이 관형형 어미 '-ㄴ, -ㄹ'의 뒤에 오면서 추측의 의미를 가지는 것이 있습니다. 이럴 때 '듯하다'는 하나의 보조 용언이므로 붙여 써야 합니다. 다른 하나는 동사의 어간 다음에 어미로 쓰여 비유의 의미를 나타내는 것입니다. 이럴 때의 '듯하다'에서 '듯'은 분명히 어미이므로 '끓-' 뒤에 붙여 써야 합니다. 그 뒤에 오는 '하다'는 어미 뒤에 오는 요소가 아니므로 붙여 쓸 이유가 없습니다. 따라서 이때의 '듯하다'는 띄어 써야 합니다. "변덕이 죽 끓듯 하다."에서의 '듯 하다'가 이에 해당합니다.
물음 '만들다'를 명사형으로 만들 때 '만듦'으로 써야 하는지 '만듬'으로 써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정승호, 서울특별시 구로구 개봉동) |
답 '만드니, 만든, 만듭니다.'라고 쓰는 것을 보면 '만듬'으로 쓰는 것이 옳아 보입니다. 그러나 '만드니, 만든, 만듭니다.'와 '만듦'은 성격이 다릅니다. '만드니, 만든, 만듭니다.'는 항상 'ㄹ'이 탈락된 대로 적어 아무런 문제가 없고 따라서 한글 맞춤법에서 그렇게 적도록 규정해 놓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만듦'은 단독으로 발음하거나 뒤에 자음으로 시작되는 조사가 오면 'ㄹ'이 탈락되지만 뒤에 모음으로 시작되는 조사, 즉 '이','으로써' 등이 오면 'ㄹ'이 제대로 발음됩니다. 따라서 '만듦'으로 적는 것이 어법에 맞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음 '않다'와 '안' 용법과 표기에 대해 정확히 알고 싶습니다.
(권영태, 경상북도 청송군 현서면 두현동) |
답 '않다'는 동사나 형용사 아래에 붙어 부정의 뜻을 더하는 보조 용언 '아니하다'의 준말이고, '안'은 용언 위에 붙어 부정 또는 반대의 뜻을 나타내는 부사 '아니'의 준말입니다. 따라서 "철수가 먹지 않았다, 영희는 예쁘지 않다."와 같이 동사나 형용사에 덧붙여 함께 서술어 구성할 때에는 '않다'를 쓰고, "안 먹는 다, 안 어울린다"에서와 같이 서술어를 꾸미는 역할을 할 때에는 '안'을 써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어간의 끝 음절 '하'의 'ㅏ'가 줄고 'ㅎ'이 다음 음절의 거센소리가 될 적에는 거센소리로 적습니다(한글 맞춤법 제40항)"만, '하다'가 붙은 다른 용언들, 가령 '간편하다'와 같으면 '간편하니'만 가능하고 '*간펺으니'와 같은 형태가 불가능한데 비해 '아니하다'는 '아니하니','않으니' 모두가 가능한 것으로 보아 '않다'는 하나의 별개 단어로 굳어진 것이라 판단됩니다. 따라서 한글 맞춤법 제40항[붙임1]('ㅎ'이 어간의 끝소리로 굳어진 것은 받침으로 적는다.)에 따라 받침으로 적게 됩니다. '아니'를 '안'으로 적는 것은 한글 맞춤법 제32항 "단어의 끝 모음이 줄어지고 자음만 남은 것은 그 앞의 음절에 받침으로 적는다"는 규정에 따라 '안'으로 표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니하다'는 부사 '아니'와 용언 '하다'가 결합된 것이므로 '아니'를 그 준말 '안'으로 대치하는 것이 가능할 듯싶지만 보조 용언으로 쓰이는 '아니하다'는 하나의 단어로 굳어진 것이기 때문에 '안하다'의 형태로 쓰이지 못합니다. 반드시 '않다'나 '아니하다' 꼴로 사용하여야만 합니다.
흔히 '않다'와 혼동되어 쓰이 것으로 '아니다'가 있습니다. '아니다'는 서술격 조사 '이다'에 대응하는 부정 표현으로 '이다'가 쓰인 문장을 부정할 때 사용되는 형용사로 보조 용언이 아닌 본용언입니다. 따라서 '본동사+지'구성에 연결되는 보조 용언으로 '아니다'를 써서는 안됩니다. '아니다'는 "A가 B가 아니다."와 같은 구성에서 사용될 수 있습니다.
물음 '이렇다'와 '이러다'의 차이에 대해서 알고 싶습니다.
(최규원, 강원도 원주시 일산동) |
답 두 단어가 모두 맞는 표기입니다. 다만 '이렇다'는 '이러하다'의 준말로 "이와 비슷하다, 이런 모양으로 되어 있다."의 뜻이며, '이러다'는 "이렇게 하다."나 "이리 하다."의 뜻을 가진 말로 의미나 문법적인 기능이 '이렇다'와는 다릅니다. '이렇다'는 형용사인 데 비해 '이러다'는 전체가 동사처럼 기능합니다.
그런데 '이렇다'는 ㅎ불규칙으로 용언으로 그 활용이 매우 특이합니다. 국어에서는 자음으로 끝나는 어간에 ㄴ, ㅁ으로 시작하는 어미가 뒤따를 때 대부분 '으'가 개입되는데 반해 '이렇다'는 '으'가 개입하지 않고 오히려 'ㅎ'이 탈락하여 '이러니, 이럴, 이러면, 이럽니다.(이렇습니다.)'와 같이 활용합니다. '이러다'는 규칙 활용을 하여 '이러니, 이럴, 이러면, 이럽니다.'로 쓰입니다. 결국 '이렇다'와 '이러다'는 기본형은 다르나 활용할 때의 형태가 동일합니다. 이런 이유로 문장 안에 위의 형태가 나왔을 때는 그 의미를 면밀히 살펴보아야만 합니다.
국어에서 'ㅎ'으로 끝나는 용언 중 '이렇다'와 같이 ㅎ불규칙 활용을 하는 것으로는 '노랗다, 파랗다, 동그랗다' 등과 같이 'ㅎ'으로 끝나는 형용사들이 있습니다. 'ㅎ'으로 끝나더라도 '낳다'와 같은 동사나 형용사 '좋다' 등은 ㅎ불규칙 활용을 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들은 어간과 어미의 원형을 유지하여 '낳으니, 낳을, 낳으면, 낳습니다.'처럼 써야 합니다. 다만 동사 '놓다'는 일반적으로 규칙 활용을 보이지만 어미 '-아'나 선어말 어미 '-았'과 결합할 때는 '놔', '놔라','놨다'로 줄어들 수 있습니다. ㅎ불규칙 용언들은 어미 '-아/어'나 '-았/었-'이 결합할 경우 활용 양상이 특이합니다. '이렇다'의 경우 '이렇다'에 '-아/어', '-았/었-'이 결합한 '*이러어, 이러었다'의 꼴로 쓰지 않고 '이러하다'에 '-아/-어, -았/었-'이 결합한 '이러해, 이러했다'가 줄어든 '이래, 이랬다'로 써야 합니다.
물음 '되라'와 '돼라' 중 어느 것이 올바른 표기이며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김경영, 경상북도 영양군 석보면 답곡리) |
답 국어에서 'ㅔ'와 'ㅐ'와 같이 발음상 구분이 되지 않거나 어려운 단어를 표기하는 데에 많은 혼란을 일으킵니다. 위의 질문도 이런 유형의 하나입니다. '되다'에 명령형 종결 어미가 붙을 경우에는 '돼라'로 쓰는 것이 맞습니다. 국어의 명령형 어미는 '-어라'가 일반적이고 '어'가 동사에 따라 변이하여 '(가)거라'나 '(오)너라'가 쓰이기도 합니다. 일상적인 구어에서는 '-라'가 직접 결합한 형태이므로 잘못입니다. '되-'에 '-어라'를 결합시켜 '되어라'라고 하는 것이 옳습니다. '돼라'는 한글 맞춤법 제35항(붙임2) "'ㅚ' 뒤에 '-어, -었-'이 어울려 'ㅙ',''으로 될 적에는 준 대로 적는다."는 규정에 따라 '되어라'가 줄어진 대로 쓴 것입니다. 부사형 어미 '-어'나 '어'가 선행하는 '-어서, -어야' 같은 연결 어미 혹은 과거 표시의 선어말 어미 '었-'이 결합한 '되어, 되어서, 되어야, 되었다'도 '돼, 돼서, 돼야, 됐다'와 같이 적는 것도 모두 이 규정에 근거한 것입니다.
'보이다', '쏘이다'의 준말 '뵈다'와 '쐬다' 역시 '되다'와 같은 활용을 보여 각기 '봬, 뵀다','쐐, 쐤다'와 같이 쓸 수 있습니다. 다만 '뵈다','쐬다'의 경우 '보여, 보였다','쏘여, 쏘였다'로도 쓰는 데 이들은 '보이다','쏘이다'에 '-어, -었-'이 결합한 원말의 활용형으로 한글 맞춤법 제38항 "ㅏ, ㅓ, ㅗ, ㅜ 뒤에 '-이어'가 어울려 줄어질 적에는 준 대로 적는다."는 규정에 따라 표기한 것입니다. '되다'는 자체가 원말이지 '*도이다'라는 원말이 있지 않으므로 '되여'라는 활용형을 갖지 못하기 때문에 '되여, 되였다'라고 쓸 수 없습니다.
그런데 "할머니께서는 장차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말씀하셨다."에서와 같이 명령의 의미를 가지는 '-(으)라'가 어간에 직접 결합하는 일이 있기도 합니다. 이 '-(으)라'는 구어에서 청자를 앞에 두고 말할 때는 쓰지 못하고, 문어체나 간접 인용문(남의 말을 간접적으로 인용하는 문장으로 인용했음을 나타내는 어미 '-고'와 인용 동사 '하다','말하다' 등을 가지고 있다.)에서만 사용되는 것입니다. 이때 '되라'는 '되어라'로 대치될 수 없으므로 오히려 '돼라'라고 쓸 수 없습니다. 따라서 '되라'인지 '돼라'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때에는 그 말을 '되어라'로 대치할 수 있는가 살펴보면 됩니다. 만약 '되어라'로 대치될 수 있으면 '돼라'로 써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