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의 궁금증을 풀어 드립니다
물음 '닫히다'와 '닫치다'가 어떤 때 다르게 쓰이는지 알고 싶습니다.
(송윤선, 서울특별시 성북구 장위동) |
답 두 가지가 다 동사의 기본형 '닫다[閉]'에서 나온 말입니다. '닫히다'는 '닫다'의 피동사로서 '닫아지다'와 대응하는 말입니다. 예를 들면 "바람에 문이 저절로 닫혔다."의 경우가 되겠습니다. '닫치다'는 '닫다'의 강세어이므로, "철수가 방문을 탁 닫쳐 버린다."처럼 쓰입니다. 드러나는 또 하나의 차이점은, 위에서 예를 든 것처럼, 피동사 '닫히다' 앞에는 주격 조사 '이'가 쓰이고, 능동사 곧 타동사 '닫치다'의 문장에는 '을(를)'와 같은 대격 조사가 쓰인 말이 오게 되는 사실입니다.
물음 "놀란 표정을 어서 지우게." 라는 말이 있는데, 이 어법은 틀린 것입니까?
(김태환, 서울특별시 중량구 면목동) |
답 아닙니다. 틀리지 않습니다. '지우다'는 '지다'의 사역형으로, "나타났던 것의 형적을 없어지게 하다."란 뜻에 해당됩니다. 그 용례를 살펴보면, '국어 대사전'(이희승 편, 민중서림, 1982)에 "얼굴의 웃음을 지우다."가 있습니다. '새 우리말 큰 사전'(신기철 신용철 편, 삼성 이데아, 1988)에는 "부드러운 낯빛을 지우다."란 용례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위의 문장은 문법적으로 틀리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지우다'란 동사의 주체는 사람이 아닌 대상물(글씨를 ~, [몸의]때를 ~, 기억을 ~, 고무로 ~)을 사용하고, 사람을 나타내는 명사에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넘어지다'라는 표현은 사용하지만 '사람이 무너지다'라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는 것도 비슷한 예가 될 것입니다.
그런데 사전에 "웃음을 지우다."라는 표현이 등재되어 있는 것은 물리적 작용에 사용하는 동사를 사람에게도 사용하므로 일어나는 언어의 '비유적 현상' 때문입니다. 즉 일상 언어에서 언어의 경제성이 자연스럽게 '비유적 표현'을 요구하게 된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지우다'는 "글씨를 지우다", "흔적을 지우다."와 같은 물리적 작용에도 쓰입니다만 "표정을 지우다."와 같은 표현은 '비유적 표현'입니다.
물음 '쌍둥이, 쌍동이' 가운데 어느 것이 맞습니까?
(조현호, 강원도 강릉시 옥천동) |
답 '쌍둥이'가 맞습니다. 표준어 규정(제8항)은 양성 모음이 음성 모음으로 바뀌어 굳어진 단어는 음성 모음 형태를 표준어로 쓰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둥이'는 어원적으로 '童'에 '-이'가 붙은 '-동이'로 '아이'를 가리키는 말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어원적 형태나 의미가 뚜렷이 인식되지 못하고 '-동이'가 변한 '-둥이'가 하나의 접미사로 굳어져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표준어 규정은 이러한 현실을 존중하여 '-둥이'를 표준어로 삼은 것입니다.
'쌍둥이'는 어원적으로 '雙童'에 접미사 '-이'가 결합되어 이루어진 낱말로 원래는 '쌍동이'였습니다. 그러나 '쌍둥이'로 변하여 굳어진 것입니다. 이와 같은 예로 '귀둥이, 막둥이, 선둥이' 등이 있는데 이들은 각각 '귀동(貴童)이, 막동(童)이, 선동(先童)이'에서 변하여 굳어진 단어들입니다. 이 단어들은 '검둥이, 바람둥이, 흰둥이' 등과 함께 모두 '-둥이'의 형태만 표준어이고 '-동이'의 형태는 표준어가 아닙니다.
주의할 것은 '-둥이'가 붙는 '쌍둥이'는 '쌍동-'이 아닌 '쌍둥-'이 표준어이지만 그 밖에 '-둥이'가 붙지 않는 다른 단어들은 널리 쓰이는 대로 '쌍동-'의 형태가 표준어입니다. 즉, '쌍동밤, 쌍동딸, 쌍동아들' 등이 표준어인 것입니다.
물음 흔히 사람들이 '주책없다'라고도 하고 '주책이다'라고도 하는데, 이렇게 정반대의 두 말이 같은 뜻으로 쓰일 수 있는지요? 또, 어떤 때는 '주착-'이라고도 합니다. 어느 것이 표준어입니까?
(최동령, 서울특별시 서초동) |
답 먼저 '주책'인지 '주착'인지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주책'은 일정하게 자리 잡힌 생각을 뜻하는 말로 '主着'이라는 한자어에서 온 말입니다. 이 '주착'의 모음 발음이 변하여 '주책'으로 굳어진 것입니다. '표준어 규정'(제11항)은 일부 단어에 대하여 모음의 발음 변화를 인정하여, 발음이 바뀌어 굳어진 형태를 표준어로 삼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 규정에 따라 '주착'이 아닌 '주책'이 표준어입니다.
한편, '주책없다'는 "일정한 주견이나 줏대 없이 이랬다저랬다 하여 몹시 실없다."(금성판 국어 대사전)라는 의미를 지닌 표준어입니다. '표준어 규정'(제25항)은 이 '주책없다'만 표준어로 삼고, 적어도 '주책없다'는 뜻으로 '주책이다'를 쓰는 것은 비표준어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이와 동일한 규정(제25항)에 따르는 말로 '안절부절못하다/안절부절하다'가 있는데, 역시 부정사를 뺀 '안절부절하다'는 표준어가 아니며 '안절부절못하다'만 표준어로 삼고 있습니다.
물음 '뱉아'로 적어야 하는지 '뱉어'로 적어야 하는지, 그리고 '얇아'로 적어야 하는지 '얇아'로 적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최재동, 서울특별시 종로구 중학동) |
답 한글 맞춤법 제16항에 '어간의 끝 음절 모음이 'ㅏ, ㅗ'일 때에는 어미를 '-아'로 적고 그 밖의 모음일 때에는 '-어'로 적도록 되어 있으므로, '뱉어'로 적어야 합니다. 흔히 [배: 터]뿐만 아니라 [배: 타]라고 발음되기도 하지만, '뱉다'의 어간 끝 음절 모음이 'ㅏ'나 'ㅗ'가 아니므로 '뱉어'라고 적어야 합니다. '얇아'도 [얄버]처럼 발음되는 경향이 있으나 표준 형태로 인정되지 않으므로 규정에 따라 '얇아'로 적어야 합니다.
물음 '가지 말아라'라고 써야 하는지, 아니면 '가지 마라'고 써야 하는지 알려 주십시오.
(임연숙, 서울특별시 강남구 역삼동) |
답 어간 끝 받침 'ㄹ'은 'ㄷ, ㅈ, 아' 앞에서 줄지 않는 것이 원칙인데, 한글 맞춤법 제18항 붙임에 '마지못하다, 마지않다, (하)다마다, (하)자마자, (하)지 마라, (하)지 마(아)'와 같은 말에서 'ㄹ'이 준 대로 적도록 되어 있습니다.
일상 회화에서 'ㄹ'이 준 형태인 '가지 마라'가 일반적으로 쓰입니다. 그러나 권위를 세워 타이르는 말에서는 '가지 말아라'가 쓰입니다. 그 밖에도 이른바 문어체의 명령이나 간접 인용의 형식에서는 "가지 말라", "읽지 말라고 하였다."와 같이 '말라'가 사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