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언어의 심리학
―광고의 언어적 주장을 통한 소비자 오도(誤導) 효과에 관해―
우리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많은 광고에 접하며 살고 있다. 광고는 소비자가 가장 쉽게 상품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중요한 정보원의 역할을 하고 있다. 현대 사회는 소비자가 사용해야 하는 상품의 종류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을 뿐 아니라, 한 상품 내에서도 매우 많은 경쟁 상표들이 있어서 소비자가 합리적 선택을 위해 필요로 하는 정보가 과거에 비해 훨씬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광고에 대한 일반적인 평가는 대개 부정적이다. 많은 사람들이 광고의 부정적 측면을 이야기한다. "광고는 짜증난다, 저속하다," "물질 만능주의를 유발한다," "성적 차별주의를 조장한다," "필요 없는 지출을 하게 한다" 등등. 이렇듯 광고는 긍정과 부정의 양면을 모두 가지고 있고, 싫건 좋건 우리의 소비 생활은 어느 정도는 광고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글은 광고의 부정적 측면에 관한 것이다.
광고란 소비자에게 상품 정보를 공정하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중립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다. 광고는 궁극적으로 광고하는 상품을 소비자들이 좋아하도록 해서 사게 하려는 일방적인 목적을 갖는 일종의 설득 커뮤니케이션이다. 즉, 광고는 광고자들이 독점적으로 선별, 가공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일방 커뮤니케이션이라는 특성을 갖고 있다. 또한 광고는 각 상표들 간의 매우 치열한 판매 경쟁 상황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광고자들은 자사의 상표를 경쟁 상표에 비해 더 우수한 것으로 인식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공정하지 않은 방법을 이용할 우려가 크고 이로 인해 소비자가 피해를 입는 경우가 발생한다. 예컨대, 경쟁 상표와 다를 것이 없는 특징을 소비자가 마치 다른 특징을 갖는 것처럼 받아들이도록 암시 혹은 과장해서 오인하도록 하기도 하고 소비자가 그 상품에 관해 합리적인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정보일지라도 자신에게 불리한 것이라면 그 정보를 광고에 담지 않는 등의 방법을 이용하기도 한다. 이렇듯 광고가 거짓 정보나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혹은 필요한 정보를 전달치 않는 경우, 소비자의 심리적 불만족은 물론이고 광고로 인한 경제적 신체적 피해를 입을 우려가 매우 크다.
광고가 소비자에게 주는 피해는 불공정(unfair), 부당, 기만, 허위, 과장 혹은 과대, 오도(誤導) 등 여러 가지 용어로 불리고 있다. 이들 용어들은 학술적으로는 서로 약간씩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으나, 대체로 직접적으로 상품에 관해 사실이 아닌 내용을 담고 있는 경우와 내용 자체만으로는 거짓이 있다고 볼 수 없으나 그로 인해 소비자가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이라고 믿게 함으로써 피해를 주는 경우를 지칭하는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중 심리학자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후자의 경우이다. 어떤 상품에 관한 정보가 객관적으로 사실인가 아닌가는 그 상품에 대한 물리적·화학적 방법에 의해 비교적 쉽게 밝혀 낼 수 있다. 그러나 광고가 담고 있는 정보나 주장 자체는 거짓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생기는 소비자의 피해는 물리 화학적 기술로 밝혀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광고 정보를 처리하는 인간의 심리적 특성을 이해해야만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1. 광고 언어의 특징
광고는 대단히 복잡한 자극들로 이루어져 있다. 인쇄 매체를 이용한 광고에는 보통 '카피'라고 부르는 언어적 요소와 제품에 관한 사진이나 그림, 모델, 상품의 사용 장면 등 다양한 시각적 요소가 들어 있고, 텔레비전 광고는 이 외에도 시엠송이나 효과음 같은 청각적 요소도 담고 있다. 이 중 전통적으로 광고자나 연구자의 관심을 끌었던 자극은 상품에 관한 직·간접적인 언어적인 주장으로서 언어적 요소들이었으며, 본고에서 다루고자 하는 것도 주로 광고의 언어적 주장에 관한 것이다.
광고의 언어적 주장은 단언적 주장(혹은 사실적, 객관적 주장)과 함축적 주장(혹은 평가적, 주관적 주장)으로 구분한다. 단언적 주장이란 그 주장 자체가 명백한 사실 혹은 거짓을 담고 있는 주장을 의미하며, 예를 들면, '홍삼 디에는 홍삼 엑기스가 500㎎ 들어 있다," "91 국제 발명전(독일)에서 금상을 수상한 Dr. Wicom"과 같이 사실 여부를 쉽게 가릴 수 있는 주장이다. 이에 비하면, 함축적 주장은 상표에 관해 지극히 애매하고 주관적인 평가를 담은 주장으로서 그 주장의 사실 여부를 가리기 어렵다. 예를 들어, "참치에는 핵산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hhD-PE랩이라 더욱 안전하다," "이 한 스픈에 영양이 듬뿍(플로리다 그레이프후르트)," " 가볍고 화사한 오리털 이불 까네뜨"와 같은 주관적 주장은 그것이 거짓이라고 말할 증거는 전혀 없는 것이다.
이미 이야기했듯이 대부분의 소비자 상품들은 극심한 경쟁 상황에 놓여 있다. 만일, 소비자가 자사의 상표를 경쟁 상표에 비해 더 나은 점이 있는 것으로 보아주지 않는 한, 그 상표는 생명을 유지할 수가 없다. 이때 광고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자사 상표에 관한 소비자의 인식을 긍정적으로 형성 혹은 변화시킴으로써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이용된다. 최근에는 여러 상품 부류에서 경쟁 상표 간에 질적 차이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비누, 치약, 세제, 음료수, 조미료, 냉동·가공 식품, 일반 의약품과 같은 일반 소비재는 물론이고 가격이 비교적 비싼 텔레비전, 냉장고, 세탁기, 가정용 컴퓨터 등도 실제 품질 면에서 두드러진 차이가 없다. 또한 기만이나 허위·과장 광고에 대한 규제가 심해짐에 따라 광고가 상표 자체의 물리적·기술적 특성의 우세함을 단언적으로 주장하는 경우는 점차 줄어들고 그 대신 사실 여부를 객관적으로 가리기 어려운 함축적 주장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함축적 주장은 제품의 이점(利點)이나 속성에 대한 주관적 판단을 담고 있으며, 주장 자체로는 거짓이라고 볼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대개 그 제품이 가지고 있지 않는 이점이나 속성을 간접적으로 암시함으로써 광고자의 목적을 달성하게 된다. 이렇듯 광고 주장 자체에는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거짓이 없다 하더라도 '그 광고에 노출함으로써 소비자가 광고 상품에 관해 사실이 아닌 어떤 신념(혹은 믿음)을 갖게 되는 광고'를 오도 광고라고 한다.
2. 인간의 정보 처리 특성 -자의적 추론-
광고는 광고 상표에 관한 객관적 내용을 담지 않는 함축적 주장만으로도 소비자를 오도할 수 있다. 또한, 하나하나는 모두 사실인 단언적 주장을 통해서도 소비자를 오도할 수 있는데 이런 효과가 가능한 가장 큰 이유는 인간의 정보 처리 특성 때문이다. 최근 인지 심리학의 연구들은 언어의 이해에는 언어 자극을 맥락과 기존 지식을 통해 해석하는 능동적인 재구성 과정이 포함된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즉 사람은 외부 세계의 언어적 입력 정보를 문자 그대로 저장하거나 인출할 수도 있지만, 대개의 경우는 그 정보를 받아들일 때의 맥락과 기존 지식, 기존의 신념을 토대로 해석, 수정해서 저장하는 추론 과정이 발생하게 된다. 이런 추론 과정은 특히 입력 정보의 의미가 모호하거나 그에 관한 지식이 많을 때 더 잘 발생한다. 이러한 추론에 의한 입력 정보의 의미 변환이란 결국 사람들이 입력 정보를 정확하게 그 정보의 표면적 의미만으로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입력 정보를 능가하는 추론을 토대로 어느 정도는 왜곡된 정보를 기억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렇게 입력 정보를 해석해서 기억을 조직화하는 데 이용하는 기존의 지식 구조 혹은 해석의 준거가 되는 틀을 도식(圖式, schema)이라고 한다. 도식이란 사람, 사건 혹은 개념들에 관해 추상화한 일반적 지식들이 체계적으로 구조를 갖추고 있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식당에서 식사하기'란 사건에 관해 '식당에 들어가 앉기,' '메뉴를 찾고 주문하기,' '돈을 내고 나오기' 등 일련의 행동 순서가 이미 하나의 체계적인 지식으로 구조화돼 있을 때 우리는 이를 '식사 도식'이라고 한다. 이런 도식 때문에 "식당에서 밥 먹고 나왔다."라는 문장을 듣고도 나중에는 "식당에서 밥 먹고 돈 내고 나왔다."라는 문장을 들은 것으로 잘못 회상할 수도 있고, "돈 내고 밥 사 먹었다."는 것을 추론하고 이를 사실이라고 믿을 수도 있다. Brewer(1977)의 실험은 도식에 의한 기억의 구성적 특성을 보여 주는 좋은 예가 된다.
사람들에게 문장 1)을 보여 주고 나서 나중에 그 문장을 회상하도록 하면, 대부분 문장 1)이 아니라 2)를 회상한다. 이 추론은 "동물은 배고프면 먹으려 한다," "고양이는 쥐를 먹이로 한다."는 기존의 지식과 배고픈 야옹이의 행동에 관한 도식을 토대로 "배고픈 야옹이가 쥐를 잡았다. 그리고 먹었다."는 새로운 명제를 구성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 이런 추론은 대개는 옳다. 또한 도식에 의한 정보 처리는 정보가 부족한 경우에도 이를 추론을 통해 보충해서 완전한 내용을 이해할 수 있게 하며 일상적인 행동이나 사건의 계열적 발생 관계를 추리 혹은 추론함으로써 이에 미리 대응하는 것을 가능케 하는 등의 이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추론이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문장 1)은 문장 2)를 매우 강력하게 함축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 즉, 문장 3)이 오히려 사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추론을 통해 구성한 의미는 단순히 자극 자체가 가지고 있는 의미와는 달리 왜곡될 수 있고 그런 이유로 이런 추론을 자의적 추론(혹은 화용론적 추론, pragmatic inference)이라고 한다. 즉, 사람들은 어떤 사실을 직접 단정적으로 주장하지 않고 단순히 이를 암시만 하는 정보에 노출한다 해도, 이런 정보를 도식적으로 처리함으로써 새로운 명제-언제나 옳은 것은 아닌-를 추론해 내고 이를 마치 사실인 것처럼 기억하며, 나중에는 그 명제가 사실은 직접 주장된 것이 아니라 암시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인식할 수 없게 된다. 이런 경향은 광고의 언어적 표현에 의해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Harris(1977)는 20개의 광고 문안을 이용한 연구를 통해 광고의 함축적 주장이 소비자로 하여금 이런 주장에 의한 추론을 단순히 함축된 것이 아니라 사실로 믿게 한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또한 어떤 광고의 함축적인 주장에 노출한 소비자가 이런 자의적 추론을 하게 되면, 소비자는 그 주장이 암시하는 것을 마치 입증된 사실인 것처럼 기억해서 나중에 자신이 어떤 주장을 들었는지 회상하게 하면 광고의 주장을 제대로 회상하기보다는 추론한 내용을 자신이 들었던 것으로 회상하는 경우가 더 많게 된다 (Harris, Dubitsky 와 Thompson, 1986).
자의적 추론 과정은 거의 인간의 의식적 판단과는 관계없이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며 (Gaeth와 Heath, 1987;Harris, Sturm, Klassen과 Bechtold, 1986), 이런 특성으로 인해 광고의 언어적 주장은 언제든지 소비자를 오도할 가능성을 갖게 된다. 광고의 주장이 유발하는 추론이 사실이 아닌 경우 소비자는 그 광고로 인해 실제 그 광고 상품이 가지고 있지 않은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믿게 되거나 질적 수준을 과도하게 높은 것으로 생각하게 됨으로써 피해를 입을 수 있다. 광고가 언어적 주장을 이러한 의도로 이용하는 경우 소비자가 입을 피해는 더 클 것이다.
인간의 정보 처리에 추론 과정이 개입한다는 것은 광고에서 특히 중요하다. 물론, 소비자를 오도하게 만드는 추론은 광고의 언어 자극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사실상 모든 종류의 설득 커뮤니케이션은 오도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연구에 의하면 광고는 다른 방법에 비해 사실이 아닌 추론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Bruno&(1980)는 성인과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광고나 짧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잘못된 추론을 하지 않도록 하는 학습의 효과를 비교한 결과 광고의 경우가 학습 효과가 더 낮은 것을 발견했다. 즉, 광고의 경우 짧은 이야기에 비해 잘못된 추론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 어렵다는 것이다. Preston과 Schabach(1971)는 동일한 정보를 광고 형태나 광고가 아닌 다른 여러 방식의 강의 형태로 제공하고 나서 추론 내용을 비교한 결과, 광고의 경우가 다른 강의 형태에 비해 사실이 아닌 추론을 하는 경향이 더 심함을 보여 주었다. 비슷하게 Harris, Dubitsky, Connizo, Letcher와 Ellerman(1980)은 소비자로 하여금 광고에 의한 추론과 텔레비전 뉴스에 의한 추론의 신뢰성을 평가하게 한 결과 광고에 의한 추론을 더욱 사실인 것으로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확실한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기는 하지만, 이런 결과들은 광고가 다른 종류의 커뮤니케이션에 비해 소비자를 오도할 가능성이 더 높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3. 오도적 추론을 유도하는 기법
광고가 함축적인 언어적 주장과 기타 기법을 통해 소비자로 하여금 광고 상품에 대해 사실이 아닌 추론을 하고 이를 사실인 것으로 믿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이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불완전 비교급(incomplete comparatives): 비교급 형용사를 비교 대상이 없이 이용하는 방법이며, 매우 흔히 이용하는 방법이다.
1)은 실제로 다른 상표 혹은 이전의 상품에 비해 나아졌다는 것을 직접 이야기하진 않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는 그것을 사실이라고 믿을 가능성이 있다. 이 문장은 비교 대상을 구체화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말하자면, 소금보다는 더 제습 효과가 있다는 것에 불과할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2)는 도대체 어떤 기술이기에 앞섰다고 하는지, 어떤 기술보다 더 나은 것인지, 그 결과로 나온 섬유 소재란 무엇인지를 전혀 알려주지 않고 있다. 3)은 다르다는 표현을 쓰면서 무엇과 다르다는 것을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 소비자는 이를 단순히 다른 것이 아니라 "다르니까 다른 상표보다 더 낫다."고 추론할 가능성이 크다.
2) 부정 의문문: 부정 의문문을 이용해서 역설적으로 이를 사실로 추론하게 하는 방법이다. 주장 자체는 주장하는 사람의 주관적 견해임을 밝히고 있지만 그 견해가 가장 옳은 견해임을 암시한다.
위의 예는 모두 소비자로 하여금 그 상표가 그런 속성을 가지고 있고 또 그것이 상표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속성인 것으로 추론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이다.
(3) 둘 이상의 중립적 문장: 매우 흔하게 쓰이는 방법이며, 각각의 문장이 인과적일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 하고 이를 인과 관계로 추론함으로써 가짜 인과 관계를 믿도록 하는 방법이다.
7)은 "염소계 표백제는 옷감이 탈색되고, 옥시크린은 산소계라서 탈색되지 않는다."는 잘못된 추론을 하게 할 수 있고, 8)은 구몬 수학은 기혼 여성 선생님들이 지도해 주며 따라서 학습 효과가 높다는 추론을 하게 할 수 있다. 9)는 불가리아식이 특별히 나은 제조 방법임을 암시하며, 또한 이것을 먹으면 장수한다는 추론을 유발할 수도 있다. 10)은 마일로를 먹는 것과 운동이나 공부를 잘하는 것은 전혀 관계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인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추론하게 할 가능성이 크다.
이와 비슷하게 명령문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예를 들어 "감기 없는 겨울을 지내세요. 겨울에는 XX와 함께."라는 주장은 'XX를 지시대로 복용하면 이번 겨울에는 감기에 안 걸릴 것이다.'라는 추론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XX를 복용하는 것은 이번 겨울에 감기에 걸리는 빈도와는 관계가 없다. 즉, XX는 감기 예방약이 아니다.
한편, 이런 종류의 추론은 소비자가 그 상품에 대해 관심이 더 높거나 광고 주장의 원천(source)에 대한 신뢰도가 높으면 더 많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나는 의사다. 나는 YY치약을 사용한다."는 광고와 "나는 목수다. 나는 YY치약을 사용한다."는 광고의 경우 "의사들은 YY치약을 최고로 친다."는 추론이 발생할 가능성은 "목수들은 YY치약을 최고로 친다."는 추론이 발생할 가능성보다 높다. 따라서 의사로 보이도록 가운을 입은 모델이 YY치약을 사용하는 장면은 언어적 표현이 없이도 이런 오도를 유도할 수 있다. 모델이 약사나 의사로 오인될 가능성이 있는 한 가운을 입는 것을 금지하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이다.
(4) "만일 P이면, Q이다."와 같은 단순한 진술: 조건 추리의 오류를 유발하는 방법이다. 이 진술이 사실이라면, "Q가 아니면 P가 아니다."만 사실이고, "Q이면 P이다."와 "P가 아니면 Q가 아니다."는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엔진이 고장 나면 차는 움직이지 않는다."란 명제가 옳은 것이라면, 이때 "차가 움직이면 엔진이 고장 난 것이 아니다."란 명제도 옳다. 그러나 그 역명제인 "차가 움직이지 않으면, 엔진이 고장 난 것이다."란 명제나 "엔진이 고장난 것이 아니면, 차는 움직인다."는 명제는 거짓일 수도 있다. 엔진 이외의 고장으로도 차는 못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의 명제는 이런 거짓일 수도 있는 역명 제를 강력하게 암시한다.
11)은 이 명제 자체가 옳은 것이 아니며, 설사 그것이 옳다고 해도 화이브미니 애용자는 눈치 빠른 여성 혹은 화이브미니 애용자가 아니라면 눈치 없는 여성이라는 논리적으로 틀린 역명제를 추론케 할 수 있다. 12)와 13)도 마찬가지이다.
(5) 오도적 침묵: 소비자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음으로써 잘못 추론케 하는 방법이다.
14)의 경우는 소비자가 이를 수입품으로 잘못 생각할 가능성이 있으며, 15)는 반대로 소비자가 이를 국산품으로 오인하게 할 수 있다. 비슷한 방법으로 상품의 원산지를 밝히지 않는 경우도 많다.
(6) 암시적 비방: 경쟁 상표나 서비스에 부정적인 측면이 있을 것이라는 점을 암시하는 방법이다.
(7) 조사(調査)나 연구 결과를 이용: 조사나 연구 결과를 부적절하게 보고하거나, 결과의 객관성을 평가할 만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음으로써 귀납 추론의 오류를 유발하는 방법이다. 오도적 침묵으로 볼 수 있는 경우도 많다.
19)는 이 주장은 몇 명의 주부를 대상으로 한 것인지, 조사 방법은 타당한 것인지를 밝히지 않음으로써 조사 결과의 신뢰성과 타당성이 매우 의심스럽다. 또한 두 문장은 서로 인과 관계에 있을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마나술이 변비와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는 인과적 추론을 유발할 수 있다. 20)은 얼마나 많은 수의 나라에서 이용하는지, 21)은 17개 종합 병원이 어떤 병원들인지, 공동 개발이라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수준의 협조인지를 밝히지 않고 있다. 22)도 막연히 수치만 제공하고 있을 뿐이다.
이 외에도 많은 경우 자사의 구모델과 비교한 시험치를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세탁력 55% 향상, 옷감 손상도 40% 개선-(대우 파워 세탁기)," "절전 35%(삼성 에어컨)" 등의 구체적 수치는 대개 자사의 시험치이며, 비교 모델을 명시하고는 있으나 소비자는 그 모델에 대해 거의 알 수가 없다. 공식적인 인정을 받은 중립적인 기관이 시험한 정확한 수치 정보를 제공하려는 노력이 아쉽다. 또한, 전혀 객관성을 인정할 수 있는 증거가 없는 단체로부터 받은 긍정적 평가(포상 등)를 광고에 이용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8) 조사나 부사 등을 이용해서 논리적 오류를 추론케 하는 방법
23)은 '마침내'라는 부사를 이용함으로써 소비자들은 과립 형태의 이유식이 분말식에 비해 대단히 뛰어난 기술이어서 영양적으로 훨씬 우세한 것이라고 오인할 수 있다. 24)도 마찬가지 방식. 25)는 도시에도 있다고 함으로써 도시에서도 감염 매개자인 들쥐가 많은 지역이나 같은 정도의 감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암시한다. 26)은 실제로 아무 슈퍼에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술을 매우 희귀한 것으로 오인하게 할 수 있다.
비슷하게 양다리 걸치는 단어(hedge words)를 이용함으로써 주장의 강도를 약하게 하되 강한 암시를 주는 방법도 있다. 예를 들어 "XX샴푸는 비듬의 발생을 억제할 수도 있습니다."라는 주장은 그것이 사실이 아닐 수 있다는 표면적 구조를 통해 주장의 강도를 낮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사실이라는 강한 함축적 의미를 갖는다.
(9) 과학적 증거를 부분적으로 이용해서 그것 과잉 일반화한 결론을 추론케 함
4. 오도 가능성을 검증하는 방법
이상 살펴본 사례들은 이런 종류의 언어적 주장을 담은 광고들이 소비자를 오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심증만을 제공할 뿐이며, 그것이 정말로 오도 광고인가를 밝히는 것은 다른 문제에 속한다. 이와 관련해서 성영신과 김완석(1988)은 실제 인쇄 광고를 이용해서 현행법상 전혀 잘못이 없는 광고조차도 소비자를 오도할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이 방법은 오도 가능성이 있는 광고(원광고)와 이 가능성을 없앤 광고(수정 광고)를 각각 다른 소비자들에게 노출하고, 광고 상표에 관한 추론 내용을 비교하는 것이다. 만일, 원광고에 노출하는 것이 수정 광고에 노출하는 것에 비해 광고 상표에 관한 거짓 추론을 사실인 것으로 믿는 정도가 더 심하면 원광고는 소비자를 오도하는 것으로 본다.
이를 위해 연구자들은 1986년 10월에서 1987년 6월 사이에 국내의 여성 잡지에 게재한 광고들 중에서 소비자가 그 광고에 노출하는 경우 광고 상표에 관해 사실이 아닌 추론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10종류의 광고를 찾아내어 이를 한 집단의 소비자에게 노출하였다. 또한 이들 오도 가능성이 있는 내용을 수정한 광고를 제작하여 다른 집단의 소비자에게 노출시킨 후, 광고 상표에 관해 사실이 아닌 추론을 두 집단의 소비자들이 얼마나 믿는지를 비교하였다. 그 결과 10개의 광고 중 8개의 광고에서 원광고에 노출한 소비자들이 잘못된 추론을 하는 경향이 나타났으며, 이 중 4개의 광고에서는 원광고에 노출하는 것이 수정 광고에 노출하는 것에 비해 이런 거짓 추론을 사실로 믿는 정도가 유의미하게 큰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것은 오도 효과를 막기 위해 광고의 언어적 주장을 상당히 많이 수정한 광고에서조차 오도 효과가 나타나는 경우였다. 이 광고는 '옥시크린'이라는 표백제 광고였는데 원광고의 주요 카피와 수정 광고의 카피는 다음과 같았다.
연구자들은 원광고의 주장이 "염소계 표백제는 옷감이 탈색되지만 산소계 표백제는 탈색되지 않는다. 옥시크린은 산소계니까 탈색이 되지 않는다."는 거짓 추론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았다.(실제로 산소계 표백제가 전혀 탈색을 안 시키는 것은 아니며, 다만 같은 양일 경우 산소계는 염색계보다 탈색 정도가 덜하다. 따라서 탈색 여부는 염소계냐 산소계냐의 문제가 아니라 표준 사용량을 지키느냐 아니냐의 문제이다. 만일 이런 거짓 추론을 사실이라고 믿는 경우 소비자는 사용량에 별 관심을 안 갖게 되고 그 결과 옷감이 탈색되는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실제 이런 거짓 추론에 대한 신념 정도를 측정한 결과 원광고에 노출한 집단은 상당한 정도로 이를 사실이라고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런 오도 효과를 없애기 위해 두 군데의 카피를 수정하고 표준량을 꼭 지키라는 주의문을 첨가한 수정 광고에 노출한 집단에서도 원광고 노출 집단과 차이가 없을 정도로 오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광고에 의한 오도 효과가 상당히 강력한 것일 수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일 뿐 아니라 이런 오도적 추론과 신념이 언어적 주장 외에도 광고의 다른 요소들에 의해 더 강하게 발생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 광고에는 광고의 상단에 전체의 반 정도를 차지하는 크기로 세 개의 인물 그림을 배치했는데 가운데 인물은 탈색된 옷을 입고 찡그리는 표정을 하고 있는 반면에 양옆의 인물들은 선명한 옷에 웃는 얼굴을 하고 있는 그림이었다. 가운데 인물을 가로질러서 "저런, 염소계 표백제를 사용하셨군요."라는 카피를 배치하였다. 따라서 그림 자극이 언어 자극에 비해 상당히 현출하며 이 그림이 카피와 상호 작용해서 염소계 표백제가 옷감을 탈색시킨다는 추론의 신뢰성을 강력하게 만들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광고에 포함된 언어적 요소 외에 시각적인 요소들도 오도적 추론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시각 자극은 일종의 맥락으로 작용함으로써 언어적 주장의 해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어, 의사 가운을 입은 모델 사진은 약품의 특징에 관한 언어적 주장에 의한 오도적 추론의 가능성을 높여서 약품의 효능을 과신하거나 오용하게 할 수 있다. 최근의 삼성 컴퓨터 광고(92. 4. 7. 동아일보)는「20세기 과학의 천재가 얘기하는 좋은 컴퓨터의 조건- "이제 컴퓨터를 고르실 땐 3가지를 꼭 따져 보세요"」를 헤드라인으로 제시하고, 「20세기 과학의 천재가 컴퓨터를 얘기하기 위해 우리 곁에 왔습니다. -중략- 많고도 많은 컴퓨터 중에 좋은 컴퓨터를 고르는 비결을 그는 3가지로 요약합니다.」하는 문장에 이어, 세 가지 측면에서 삼성 컴퓨터가 우세하다는 매우 주관적인 주장(그 상표에 관한 객관적인 정보는 전혀 없다.)을 보디카피로 제공하고 있다. 이 광고의 경우는 광고의 가운데에 아인슈타인을 닮은(즉 소비자들이 아인슈타인이라고 지각할 가능성이 높은) 그림을 배치하였다. 만일 이 그림이 없다면 소비자들은 이 광고가 말하는 20세기 과학의 천재가 누구인지, 컴퓨터 선택의 비결을 세 가지로 요약해 준다는 '그'가 누구인지를 전혀 추론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이 그림이 아인슈타인으로 지각됨으로서 소비자들은 "아인슈타인은 컴퓨터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한 것이 기술력, 토탈 솔루션, 회사 신뢰도라고 말했다."는 추론을 하게 될 것이다. 이런 추론은 자사 상표의 세 가지 측면에 관한 주장에 대한 신뢰성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이 광고가 소비자로 하여금 "아인슈타인도 삼성 컴퓨터를 가장 좋은 것으로 보았다."는 신념을 갖게 한다면 이는 사실이 아닌 신념을 형성케 한 것이 된다. 실제로 성영신과 김완석(1989)은 세 종류의 인쇄 광고를 이용해서 광고의 언어적 주장의 오도 효과가 그림 요소와 상호 작용함을 보여 준 바 있다.
5. 광고 규제와 소비자 교육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많은 나라들은 광고의 피해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많은 규제 장치를 갖고 있다. 그러나 대체로 그 규제가 과학적인 근거를 갖기보다는 판단자의 주관적 평가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광고 표현 자체가 명백하게 객관적인 거짓을 담고 있어서 이를 기만이나 허위로 판단하는 경우에는 그런 판단의 증거를 비교적 쉽게 확보할 수 있어서 객관적인 판단을 하는 것이 별로 어렵지 않지만, 이 글에서 주로 살펴본 것처럼 그 자체로는 거짓이라고 판단할 수 없는 함축적 표현으로 인한 오도의 경우는 그렇지가 않다. 이런 경우 객관적 증거를 갖지 않고 주관적인 판단에 의해 규제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광고를 제작한 측이 승복하지 않아서 분쟁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고, 피해 가능성을 잘못 판단하는 경우에는 많은 돈을 들여 만든 광고를 사장시키게 되어 광고 제작자 측에 불공정한 경제적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외국에서는 함축적인 표현에 의한 광고를 규제하는 경우에도 객관적인 증거를 이용하는 경향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종류의 규제를 증거를 가지고 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형편이다. 앞에서 예로 든 실험 방법에 의한 오도 여부 판단은 함축적 표현에 의한 광고의 피해 가능성에 대해 객관적인 판단 준거를 제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내용을 소비자를 위한 교육에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1)
교육이나 훈련은 소비자가 광고로 인한 오도적 피해를 받지 않도록 하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이 교육은 광고의 주장 자체와 그 주장이 함축하는 것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을 포함해서 소비자로 하여금 자신들의 정보 처리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여러 종류의 오류를 인식하고 이를 범하지 않도록 훈련하는 것이다. 그래야 광고가 담고 있는 내용을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 훈련의 효과에 관한 여러 연구 결과를 보면, 광고의 명시적 내용과 함의를 구분하는 것에 관한 강의를 들려 준 후, 피교육자들로 하여금 그런 예를 만들거나 찾아보도록 하는 실습, 그리고 실제 광고에 대해 토론을 하도록 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인 것 같다. 소비자 보호의 측면에서 이런 종류의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도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한다.
한편, 오도 효과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여러 종류의 교육이나 훈련의 효과는 대체로 어린이보다는 성인에게 효과적이다 (Bruno, 1980). 어린이들이 어른에 비해 아직 복잡한 논리적 훈련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인지적인 능력이 덜 발달했기 때문에 나타나는 결과이다. 이런 결과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상품 광고의 규제 기준을 어른 대상의 광고에 비해 더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의 실증적 증거가 된다. 또한 어린이들이 광고로 인해 당할지 모르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그들의 소비 행동을 어른들이 충분히 지도하고 감독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시사한다.
광고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도구이다. 다른 대부분의 도구들이 그렇듯이 광고도 쓰임새에 따라 우리에게 유익한 면이 더 많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양면을 가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광고가 소비 생활에 해로울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이를 방지하려 노력함으로써 광고의 순기능을 충분히 누릴 수 있을 것이다.
6. 참고 문헌
성영신·김완석(1988), 인쇄 광고의 오도 효과에 관한 연구, 심리학의 연구 문제3, 111-128.
성영신·김완석(1989), 인쇄 광고의 오도 효과에 관한 연구: 주장의 종류와 그림 정보의 관련성, 한국 심리 학회지: 산업 및 조직 2, 79-100.
Brewer, W.F(1977), Memory for the pragmatic implications in sentences, Memory & Cognition 5, 673-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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