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의 궁금증을 풀어 드립니다

 
물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짜장면'이 사전마다 '짜장면, 자장몐, 자장면' 등으로 달리 올라 있습니다. 어느 것이 맞습니까?
(웅진출판사 편집국, 박사례)

음식이 알려지면서 '자장면'이라는 단어도 국어에 차용된 것이므로, 이 단어는 중국어에서 온 단어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중국어에서 국어에 새로운 단어가 차용될 때는 간접 차용이라 하여 한국 한자음으로 읽히면서 차용되는 경우가 있고, 직접 차용이라 하여 중국 한자음으로 읽히면서 차용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국어사전에는 '자장면'이 '酢醬麵'―또는 '炸醬麵'―에서 온 단어로 되어 있으며, 백과사전에는 '짜장면(-醬麵)'과 '차오장몐(炸醬面)'이 각각 올라 있습니다(동아 출판사). '酢,' '炸,' '炒'의 음을 字典에서 찾아보면 각각 '작, 초,' '작,' '초'로 어느 것도 '자'를 音으로 가진 것은 없습니다. 그러므로 중국어에서 직접 차용된 외래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단어는 먼저 '자장'(중국 된장)과 '면'으로 분석됩니다. 외래어와 한자어가 결합되어 새로운 단어로 국어에 정착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자장(짜장)'은 백과사전에만 올라 있지만 국어에서 사용되는 단어이므로 앞으로 국어사전에도 올라야 할 단어라고 생각합니다. '자장'이냐 아니면 '짜장'이냐 하는 문제는 먼저 중국어에서 어떻게 발음되는가를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어에 국어의 '자장'에 해당하는 단어로 '炸醬'이 있습니다. 이 단어의 중국음은 'zhajiang'이므로(中韓 辭典) 현행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표기하면 '자장'이 됩니다. 따라서 이 단어는 '자장면'이라고 표기해야 합니다. 다만 실제 생활에서는 대부분 '짜장면'이라고 말한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외래어 표기법 제5항에 "이미 굳어진 외래어는 관용을 존중하되 그 범위와 용례는 따로 정한다." 라는 규정이 있으므로 관용을 존중할 것인지의 여부는 앞으로 정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물음 ᄒ으로 끝나는 형용사에 '지다'가 붙어 동사가 되는 단어의 표기가 사전마다 다른데 어떻게 표기해야 됩니까?
(웅진 출판사 편집국, 박사례)

'지다'가 형용사 뒤에 붙어 새로운 단어를 만들 때는 '높다―높아지다, 넓다―넓어지다'의 예처럼 보통 어미 '아/어' 뒤에 결합됩니다. 그런데 ᄒ으로 끝나는 어간을 가진 형용사 뒤에 연결될 때는 '까맣다―까매지다'의 경우처럼 불규칙하게 변합니다. 이러한 경우 표기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현재 두 가지 견해가 있습니다. 첫째는 모음조화에 의해 '애/에' 등을 선택하여 표기하여야 한다는 견해입니다. 둘째는 '까맣다' 뒤에 '-아 지다'가 연결된 것이 아니라 '까마하다+아 지다=> 까마해지다=>까매지다'가 된 것이므로 모두 '애' 등을 선택하여 표기하여야 한다는 견해입니다.
    문화부 공고 제36호로 발표된 '표준어 모음'의 '발음' 항에 '말개지다, 멀게지다; 뽀얘지다, 뿌예지다; 파래지다, 퍼레지다'가 있습니다. 모음조화에 따라 선택하여 표기하여야 한다는 견해가 채택된 것입니다. 따라서 모음조화에 따라 달리 표기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맞습니다. 그러나 동일한 생성 방식을 거쳐 만들어진 단어인 '그래, 저래' 등은 모음조화에 따라 적지 않으므로 앞으로 이들 단어의 표기에 대한 규정이 보완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물음 '풋-사과'와 '푿-소'의 경우 다같이 [ㄷ]으로 발음되면서도 받침을 'ㅅ'과 'ㄷ'으로 구분하여 적는 근거는 무엇입니까?
(김지현, 서울특별시 도봉구 번동)

지적하신 단어들의 받침을 'ㅅ'과 'ㄷ'으로 구분해서 적는 근거는 '한글 맞춤법' 제7항과 제29항의 규정입니다. 제7항은 'ㄷ' 소리로 나는 받침 중에서 'ㄷ'으로 적을 근거가 없는 것은 'ㅅ'으로 적는다는 규정인데, 이 규정이 적용되는 단어는 '풋-사과'입니다. 반면에 제29항은 끝소리가 'ㄹ'인 말과 딴 말이 어울릴 적에 'ㄹ' 소리가 'ㄷ' 소리로 나는 것은 'ㄷ'으로 적는다는 규정인데, 이 규정이 적용되는 단어는 '푿-소'입니다.
    '풋-사과'의 '풋-'은 '새로운 것, 덜 익은 것' 등의 뜻을 나타내는 접두사입니다. 이 '풋-'의 어원에 대하여 일부 사전에서는 '푸르다'의 '푸-'에 사이시옷이 결합된 것으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재래종의 사과를 기준으로 할 때, '풋-사과'는 곧 '푸른 사과'를 말하고, 비슷한 유형의 예로 '덧-저고리, 덧-셈'(<더(하-)+ㅅ) 등을 찾을 수 있으므로 이 어원 풀이가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개연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렇게 되면 '풋-'의 받침을 'ㅅ'으로 적어야 할 근거를 찾을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맞춤법 제7항의 적용을 받는 관련 단어로는 이 밖에 '돗자리, 엇셈, 웃어른, 핫옷, 무릇, 사뭇, 얼핏, 자칫하면, 뭇[衆], 옛, 첫, 헛' 등이 있습니다.
    한편, '푿-소'의 경우는 '여름에 생풀만 먹고 사는 소'를 뜻하기 때문에 '푿-'의 어원은 '풀'[草]인 것이 확실합니다. 이 '풀'과 '소'[牛]가 결합하여 'ㄷ' 소리로 발음되는 단어로 굳어지면서 '한글 맞춤법 통일안'(1933) 이래로 'ㄷ'으로 적어 오는 단어입니다. 다만, 이 경우의 받침 'ㄷ'은 역사적으로 'ㄹ'에서 변화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근거는 없다는 점도 알아야 하겠습니다. 15세기 국어의 표기법에 따르면, '픐쇼' 즉, '플+ㅅ+쇼'와 같은 구조에서 'ㅅ' 앞에서 'ㄹ'이 탈락한 결과로 '픗쇼'로 표기되었을 단어이기 때문에 엄격한 의미에서는 '풋소'로 적어야 옳을 것이나, '통일안' 제정시 이러한 경우 그 받침을 'ㄷ'으로 적는 것으로 결정한 점을 중시하여 현행 맞춤법에서도 'ㄷ'으로 적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유형에 속하는 단어로는 '반짇고리, 사흗날, 삼짇날, 섣달, 숟가락, 이튿날, 잗주름' 등이 있습니다.

물음 현재 시판되고 있는 여러 담배의 포장지에 "흡연은 폐암 등을 일으킬 수 있으며 특히 임산부와 청소년의 건강에 해롭습니다."라는 경고문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문제는 '등(等)'자입니다. '등'은 여러 가지를 말할 때 즉 무엇무엇 두 가지 이상일 때 그 뒷부분에 쓰이는 글자입니다. '폐암' 한 가지 병명만 지적하였을 때는 '등'자가 필요치 않습니다. 반드시 '등'자를 써야 할 이유라도 있다면 '폐암'다음에 '후두암' 같은 말이 있어야 '등'을 쓸 수 있다고 봅니다.
(申鍾喆, 강원도 강릉시 노암동)

경고문 중 '흡연은 폐암 등을 일으킬 수 있으며'에서 '폐암 등'이라는 말을 전혀 쓸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학생 4명(박영환, 양병호, 우진섭, 이은배)이 상을 탔을 때 "이은배 외 3명이 상을 다."고 할 수도 있지만, "이은배 등 4명이 상을 탔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또 우리 국어사전에 '오등(吾等), 차등(此等)'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따라서 '폐암 등'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나, 하나의 말만 앞에 있을 때 '등'의 사용이 그렇게 자연스러운 것은 아닙니다. 즉 '등(等)'의 용법은 둘 이상 나열한 다음에 오는 것이 일반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하나의 말만 있을 때라도 그다지 무리 없이 쓰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음의 예문을 봅시다.

(1) 가. 그 화재로 당구장 등이 피해를 입었다.
나. ?? 지진으로 건물 등이 무너졌다.
(2) 가. 전염병으로 돼지 등이 폐사하였다.
나. ?? 교통사고로 사람 등이 다쳤다.
(3) 가. 문구점에서 연필 등을 샀다.
나. ?? 요즘 차(車) 등이 품질이 좋아졌다.

위의 예문 중 (1), (2), (3)의 '가'에서는 '등'의 쓰임새가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반면, (1), (2), (3)의 '나'에서는 '등'의 쓰임이 그리 자연스럽다고 보기 어려울 것입니다.(물론 여기에는 개인적인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위의 예문들은 다음과 같이 풀어 쓸 수 있습니다.

(1') 가. 그 화재로 당구장 등(세탁소, 사진관, 미술 학원, 이발관......)이 피해를 입었다.
나. ?지진으로 건물 등이 무너졌다.
(2') 가. 전염병으로 돼지 등(닭, 오리, 토끼......)이 폐사하였다.
나. ?교통사고로 사람 등이 다쳤다.
(3') 가. 문구점에서 연필 등(공책, 책받침, 크레파스......)을 샀다.
나. ?요즘 차(車) 등의 품질이 좋아졌다.

위의 예문을 보면, (1'), (2'), (3')의 '가'는 '등'에 해당되는 다른 말들을 연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1'), (2'), (3')의 '나'는 '등'에 해당되는 말들이 무엇인지 쉽게 떠오르지 않습니다. 여기에서 양쪽을 비교해 볼 때 각 예의 '가'에 쓰인 '등'의 앞의 말은 그들 각 예의 '나'에 쓰인 말에 비하여 다른 대상과 쉽게 무리 지을 수 있다는 특징을 갖습니다. 즉 (1')의 '당구장'은 상용(商用) 건물로서 '세탁소, 사진관, 미술 학원, 이발관......'과, (2')의 '돼지'는 가축으로서 '닭, 오리, 토끼'......'와, (3')의 '연필'은 학용품으로서 '공책, 책받침, 크레파스......'와 각각 무리 지을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등'은 둘 이상의 말을 나열한 다음에 오는 것이 일반적이라 할 수 있으나, 하나의 말 뒤라도 그것이 일정한 성격을 가지고 다른 대상과 함께 무리 지어 있는 사물이어서 다른 대상을 쉽게 연상할 수 있는 경우라면 '등'이 자연스럽게 쓰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담배를 피움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것이 '암'이 아닌 다른 질병도 있을 경우라면 '폐암 등'이라는 말을 쓰는 것은 그렇게 자연스러운 것은 아니므로 '폐암을 비롯한 여러 가지 병을 일으킬 수 있으며'가 더욱 자연스러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