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산책]

訛語에 대하여

陳泰夏 / 明知 大學校 國語 國文學科 敎授

국어학에서 '訛語(言)'라는 용어가 흔히 쓰이고 있으면서도 정확한 개념이 정립되지 않은 채, 혼란된 상태로 사용되고 있다.
    우선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와어(訛語): 사투리. 와언(訛言): ① 잘못 전파된 말. 거짓 떠도는 말. 와설(訛說). ② 사투리."(이희승 편: 국어 대사전), "와어(訛語):사투리, 와언(訛言): ① 잘못 전해진 말. 와설(訛說) ② 사투리."(금성 출판사: 국어 대사전) 등으로 풀이되어 있어서, 또한 '사투리'를 찾아보니, "한 나라의 말, 또는 한 계통의 말이 그 쓰이는 지역이나 계층에 따라서 소리··어법 등이 표준말과는 다른 말. 方言, 土語, 土話, 土音↔표준말."(이희승 편: 국어 대사전) "어느 한 지방에서만 쓰이는 표준말이 아닌 말. 土語. 土音. 土話. 訛語. 訛言."(금성 출판사: 국어 대사전) 등으로 설명되어 있다.
    辭典上의 해석으로 보면, '訛語'는 곧 '사투리'이고, '사투리'는 곧 표준말의 대립적 위치에 있는 비표준어이고, 方言· 土語· 土音· 土話 등과 같은 뜻의 말이다. 다시 말해서 <訛語=사투리=方言>의 결론을 내려 놓았으니, 우리나라 國語辭典의 풀이가 얼마나 不誠實하고 不正確하며, 약 半世紀 동안 거의 발전 없는 편찬이 지속되고 있는지 이로써 全豹 一斑을 엿볼 수 있다.
    金敏洙 교수는 '訛語'에 대하여 '新國語學'에서 "非標準語인 訛語와 方言 및 古語 등을 포괄한 國語는 광의의 개념이다.(p.3)......광의의 方言은 普通語에 대한 特殊語이며, 共通語에 대한 周邊語이며, 標準語에 대한 非標準語나 訛語 혹은 사투리라고 할 수 있다. 이 상대적인 개념은 廣義 方言의 성격을 말하고 있는데, 특히 非標準語와 訛語는 개념의 차이가 있다. 즉 非標準語는 단지 標準語가 아니라는 뜻이나, 訛語나 사투리라고 하는 것은 標準語에 대하여 그 發音, 意味, 文法이 그르다는 뜻이다.(p.198)......시골말은 서울 대 시골의 뜻이 있으므로 서울말을 제외한 地方語를 가리킨다. 또한, 사투리나 訛語는 地域性이 없어서 같은 뜻이 아니다. 言語는 한 地域 社會를 단위로 등질적이며, 다른 地域 社會의 言語와 다소간 차이가 있다. 이처럼, 지역적으로 각각 다른 言語 전반을 가리켜 地域 方言이라고 하고, 흔히 줄여 方言이라고 한다.(p.201)"고 소상히 설명하였다.
    金敏洙 교수는 국어사전의 <訛語=사투리=方言>과는 달리 訛語·方言·사투리를 별개의 용어로 보았다. 그러나 위의 인용문을 자세히 따져 보면, 非標準語와 訛語의 관계를 동일 범주의 관계로도 보고, 동시에 별개의 대립적인 관계로도 설명하여 놓았기 때문에 역시 명확한 분별을 이해하기 어렵다.
    漢字語의 '方言'에 대하여 우리 고유어로서의 '사투리'는 동일 개념으로 보아야 하겠으나, '訛語'는 그 개념 자체가 '僞言'을 뜻하는 말이기 때문에, '訛語'를 方言이나 사투리와 동일 개념으로 간주하는 것은 큰 잘못이다. 또한 '訛語'를 非標準語로 보는 것도 잘못이다.
    '訛語'의 발생을 그 연원으로 거슬러 살펴볼 때, 대개는 傳承時에 부정확한 지식이나 類推 作用에 의하여 誤傳된 어휘가 시간적으로 오랫동안 언중들에게 통용됨으로써 시정할 수 없도록 굳어져서 이미 標準語化되어 국어사전에 엄연히 標準語로 올려 있는 어휘를 이른바 '訛語'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訛語'에 대해서 전문적으로 연구를 하지 않은 일반 언중들로서는 그 '訛語'의 본말을 알기 어려우며, 또한 '訛語'의 본래 정확한 말을 찾아서 사용해도 일반 언중들은 알아들을 수 없기 때문에 연구자의 업적을 통해서 본래의 정확한 말을 색출해 냈다고 하여도 그 시정이 불가능한 것이 '訛語' 사용의 부득한 까닭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한국어 어휘 내에 다른 어느 나라 말보다도 '訛語'가 많은 이유를 고찰하여 보면 다음과 같다.
    이른 시기부터 漢字語를 수용하는 과정에 있어서 (1) 字形의 類推 現象에서 발생된 것, (2) 字音의 부정확에서 발생된 것. (3) 字義의 무분별에서 발생된 것 등이 대부분이고, (4) 이 밖에도 文字를 모르는 무식층에게 漢文 成語나 고사가 口口 傳承되면서 誤傅된 것도 적지 않다.
    이러한 현상은 근래 外來語를 수용하는 과정에서도 적지 않게 일어나고 있다.
    訛語의 실례를 들면 다음과 같다.

(1) 時間의 단위로서 예를 들면, '30分 10초'라고 할 때, '秒'를 '초'라고 표준어로서 발음하고 있지만, '秒'의 올바른 발음은 '초'가 아니라, '묘'이다. '秒'의 反切音은 '亡沼切'로서 東國正韻에도 ''音으로 표기되어 있는데, '초'로써 표준음이 된 것은 '抄(초)'자와의 類推 現象에서 빚어진 訛語라고 생각된다.
(2) 놋그릇을 '유기(鍮器)'로 발음하는 것을 표준말로 정하고 있으나, '鍮'자의 발음은 '유'가 아니라, '투'이다. '兪'자의 音이 '유'임으로 類推 現象을 일으켜 '유기'로써 訛語가 된 것을 알 수 있다.
(3) 국어사전에 '콜레라'를 漢字語로 '호열자(虎列刺)'라고 써서 표준어로 삼고 있다. 이 말은 본래 英語의 'cholera'를 中國에서 현재는 '虎列拉'이라고 쓰고 있으나, 그 전에는 '虎列刺'이라고 표기하였다. 이것을 우리나라 漢字音으로 읽으면, '호열납,' '호열랄'로 발음되지만, 中國音으로 읽으면, 둘 다 '후리에라'로서 'cholera'의 近似音으로서 假借法 표기를 한 것이다. 이 말이 우리나라에 유입되면서 '剌(랄)'자의 획을 잘못 알고 '刺(자)'자로 적은 데서 '虎列剌(호열랄)'이 '虎列刺(호열자)'로 되어 訛語가 표준말로 굳어지게 되었다.
    부언하면 이런 訛語는 지난번 표준어 규정을 개정할 때에 '호열자'는 비표준어로 버리고, '콜레라'로써 표준말을 삼았으면, 무식으로 인한 訛語가 하나라도 정리될 수 있었을 것이다.
(4) 모란꽃의 유래는 三國遺事에 新羅 善德女王 때 唐太宗이 보내온 것으로 기록되어 있으니, 그 명칭도 中國에서 전래되었음을 알 수 있다.
    中國에서는 고래로 '牧丹'이라 쓰지 않고, '牡丹'으로만 쓰면서 현재는 '무단'이라 발음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牧丹'이라고 쓰면서 그 발음은 자음과는 달리 '모란'으로 표준을 삼고 있다. '丹'이 '란'으로 발음된 것은 '契丹(글단)'을 '거란'으로 읽는 예와 통하지만, '牧(목)'을 '모'로 읽는 것은 분명히 틀린 것이다.
    '牡丹'이 '牧丹'으로 誤記된 것을 문헌상으로 찾아보면, 三國遺事에 "唐太宗送畵牧丹, 三色紅紫白, 以其實三升, 王見畵花曰, 此花定無香, 仍命種於庭, 待其開落果, 如其言."과 같이 '牧丹'으로 誤記된 데서부터 연유되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誤記된 '牧丹'의 字音대로 '목단'이란 말도 '모란'의 동일어로 국어사전에 실려 있으나 訛語임에는 틀림없다.
    부언하면 中國 延邊에 거주하는 동포들이 松花江의 지류인 '牧丹江'의 이름까지도 '牧丹江(목단강)'이라고 일컫고 있는 것을 보면, 일찍부터 우리 동포들이 만주 땅에 살면서 명명한 이름임을 알 수 있다.
(5) '단풍(丹楓)'에 대하여 국어사전의 풀이를 보면, "① 단풍나무의 준말. ②기후의 변화로 식물의 잎이 적색· 황색· 갈색으로 변하는 현상, 또는 그 잎."(금성 출판사)이라고 되어 있으나, '楓'은 위의 풀이와는 달리 원래는 나무의 명칭일 따름이다.
    訓民正音 用字例에서 訓蒙字會에 이르기까지 '楓'의 우리 고유어는 '싣' 곧 '싣나무'로 되어 있다. '싣나무'의 잎이 가을에는 붉게 변하기 때문에 '丹楓'이라고 일컬을 뿐이다.
    이처럼 특정한 나무의 명칭임을 모르고, 국어사전에 잘못 풀이하여 놓은 까닭에 심지어 '감나무 단풍,' '옻나무 단풍'이라고까지 말하게 되었다.
    더욱 문제는 '싣나무'가 '신나무'로 발음되는 것은 '싣는'이 '신는'으로 발음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다만 子音 接變 현상에 불과한 것인데, 국어사전에 '신나무'로 바꾸어 놓은 것은 큰 잘못이다.
(6) '서방(書房)'에 대한 국어사전의 풀이를 보면, "① 남편을 낮추어 이르는 말. ② 관직이 없는 사람을 부를 때, 성 밑에 붙이는 말. ③ 성에 붙여, 사위나 妹弟·아래 同婿 등의 호칭 또는 지칭으로 쓰이는 말."(금성 출판사)로 되어 있으나, 옛날에는 '書房'이 아니라, '西方'으로 썼던 것인데, 뒤에 誤記된 것이다.
    洪起文의 朝鮮 文化 叢話에서는 "俗謂婿爲西房, 盖在西房也, 有一宰相多婿, 新婚入西房, 一日宰相自公還家, 日已昏黑, 不辨人面, 舊婿庭謁, 丈翁曰汝是西房, 舊婿應聲曰我是斜廊, 俗戱舊婿曰斜廊." (太平閑話滑稽傳)을 인용하여 "옛날에는 新婚의 夫婦를 반드시 西房에 居處케 했든 것이요, 또 그러니까 갓 장가들고 난 사위를 一般으로 西房이라고 불렀든 모양이다. 그 서방이란 말이 이리 번지고 저리 번지어 오늘날 와서는 남편이라는 意味로도 쓰이고 旣婚者의 表示로도 쓰이어 그 根本 出處와는 距離가 멀어도졌거니와 그 根本 出處를 이루는 習慣이 그 後 고만 없어져서 西房이란 원글자까지 잊어버리게 된 것이다."라고 고증하였다.
    현대 국어사전에는 오히려 '西房'은 수록되어 있지 않고, '書房'만이 수록되어 있음은 곧 訛語가 본말을 내쫓고 표준말이 되었음을 알 수 있다.
(7) '주리'에 대한 국어사전의 풀이는 "죄인의 두 다리를 한데 묶고 다리 사이에 두 개의 주릿대를 끼워 비트는 형벌."(금성 출판사)로 되어 있으며, 원말은 '周牢' 곧 '주뢰'라고 표시하였다.

洪起文의 朝鮮 文化 叢話에서는 東平尉公私聞見錄의 "肅宗己未有鞠治逆獄匿名書人, 而不服, 時宰 欲加以周紐之刑, 以期得情, 李判書元楨曰治獄自有祖宗舊例, 而韓明澮創設烙刑, 至今流毒, 今何可又創 新法乎."를 인용하여 "오늘날 주리란 말이 周紐의 訛音임도 알 수 있거니와, 옛사람들은 심지어 罪人을 問招하는 데 있어서도, 얼마나 前例의 有無를 重要視하였든지 推測할 수가 없지 않다."고 하였다.
    이로써 보면 '주리'의 원말은 '周牢'가 아니라, '周紐'임을 알 수 있고, '주리'는 곧 '周紐(주뉴)'의 訛語임도 알 수 있다.

(8) 국어사전에는 분명히 '괴발개발'은 "글씨를 되는 대로 함부로 갈겨 써 놓은 모양."의 말이라 되어 있고, '쇠발개발'은 "아주 더러운 발을 비유로 일컫는 말."이라고 되어 있으나, 요즘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이들이 글씨를 함부로 쓴 것을 보면, '개발쇠발' 써 놓았다고 표현하지, '괴발개발' 써 놓았다고 올바로 말하는 것을 거의 들을 수 없다. 심지어 '괴발'이 '고양이 발'이라는 뜻조차도 모르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아직은 '개발쇠발'이 국어사전에 실려 있지 않은 채 널리 통용되고 있으니, 訛語化 과정에 있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9) 속담에 "업은 아이 삼 년 찾는다."는 말이 있다. 이와 비슷한 속담으로 "업은 아이 삼간(三間) 찾는 다."도 있고, "업은 아이 삼린(三鄰) 찾는다."도 있고, 업은 "아이 삼 이웃 찾는다."의 말도 있다.
    이러한 訛語들은 東言解의 "負兒三面覓(昧於在背, 察止當前)"을 참고할 때, "업은 아이 삼면(三面) 찾는 다."가 口口 傳承되면서 訛傳되었음을 알 수 있다.
(10) '내 일 바빠 한데 방아'같은 俗談도 東言解에 "五事急, 露舂檮(自外之克, 非人地也)," 耳談續纂에 "緣我事急, 野碓先蹋(言 彼妨我路, 不得不助彼功, 而開其路)" 등과 같이 誤釋하고 있으나, 三國遺事의 "俚言己事之忙, 大家之舂促, 盖出乎此."로 볼 때, '내 일 바빠 한댁 방아'의 訛傳임을 알 수 있다. 이 欲談의 본래 유래는 新羅 때 郁面이라는 계집종이 주인을 따라 절에 가면, 염불을 너무 열심히 하므로 주인이 미워하여, 방아 찧는 일을 맡겼으나, 절에 염불하러 가기 위하여 더욱 열심히 방아를 찧었다는 이야기에서 나온 것이다.
(11) 예로부터 가뭄이 심하면 다리 밑에서 祈雨祭를 지내는 풍습이 전래되고 있다. 이 기우제에는 祭官인 官員이 '蜥蜴蜥蜴, 興雲造雨' (석척석척 곧 도마뱀이여, 도마뱀이여, 구름을 일으켜 비를 만드소서.)라는 祝文을 읽었다.

그러나 양반의 체통으로 다리 아래를 들어가기 싫어서 하인에게 시켜서 祭를 지내게 되었다. 글을 모르는 하인들이 들은 풍월로 祭文을 중얼거리다 보니, 언제부터인지 그만 祈雨祭의 祭文이 '철썩철썩 흐물흐물'로 訛傳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이처럼 漢文 해독의 무식으로 인하여 시골 사람들 사이에 통용되는 訛語의 예는 적지 않다. '人生七十古來稀'라는 말을 "인생 칠십에 골이 힝하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忠淸道 사람들이 쓰는 말에 "속으로 육지배판을 하면 무얼 해유."라는 말이 있는데, '육지배판'의 뜻은 아마도 '육조배포(六曹排布)'의 訛語일 것이다.
    심지어 姓氏 중에도 訛姓이 있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 姓氏 중에 '斤' 氏가 있는데 '片' 氏를 戶籍 書記의 무식으로 誤記하여 근래 새로 생긴 姓이라는 것이다. 최근 필자가 직접 들은 이야기인데, 한 택시 운전사의 姓이 '進' 氏로 되어 있어, 譜學에 박식한 교수로서도 알 수 없어서 물어보았더니, 孤兒로 자라나는 과정에서 역시 호적 서기의 무식으로 誤記되었다는 것이다. 운전사의 말로는 全國에 '進' 氏가 얼마나 있는지 컴퓨터로 조사한 결과 全國에 다만 3명이 있어서 알고 보니, 자신과 두 아들이었다는 것이다. 진 씨에 陳··晋의 3姓이 있으니, 이 가운데 어느 한 姓의 訛姓일 것이다. 우리나라 姓氏 중에 새로 造字한 '鴌(궉)' 씨가 있으나, 위에 든 '斤' 씨나 '進' 씨처럼 訛姓이라고는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