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사전의 뜻풀이]

국어사전의 뜻풀이와 유의어

金光海 / 江陵 大學校 국어국문학과 교수

1. 머리에
    완벽한 사전의 편찬이라는 문제를 앞에 놓고 '의미상으로 비슷한 단어들의 무리' 즉 '類意語群'을 중심으로 검토하는 문제가 이제야 제기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매우 새삼스러운 일이다. 왜냐하면 하나의 사전이 그래도 철저하게 편찬되었다는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유의어군을 중심으로 한 검토 작업이야말로 사전이 거쳐야 하는 필수적이면서도 당연한 일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당연한 일이 그간의 사전 편찬 작업에서 그리 중요하게 취급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그간에 나온 사전들을 잘 검토하여 보면 쉽게 알 수 있는 일일뿐만 아니라, 이 방면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들로부터 일찍이 여러 차례 지적이 있어 왔던 일이다.
    우리가 좋은 사전을 편찬하기 위하여 類意語群을 검토해야만 하는 이유는 적어도 다음과 같은 세 가지이다.
    첫째, 유의어군에 대한 검토는 사전 전체의 체계성을 확보해 주기 때문이다. 유의어군을 검토함으로써 비슷한 뜻으로 사용되는 단어들의 뜻풀이에 있어서 동일한 사전 내에서 상호 모순되거나 산만하지 않도록 記述될 수 있도록 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유의어들을 함께 놓고 검토하여 보지 않을 경우 도저히 발견하기 어려운 뜻풀이상의 비체계성이 유의어들을 모아 놓고 보면 당장 한눈에 드러나는 것은 물론,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서도 가르쳐 주는 바가 많다. 이 글에서는 앞으로 이에 관한 구체적인 예로서 우리나라 사전에 등재되어 있는 몇 개의 類意語群과 그 뜻풀이가 얼마나 체계 없이 되어 있는가 하는 흥미 있는 양상을 살펴봄으로써 이 문제에 관한 접근을 시도하여 보겠다.
    둘째, 유의어군에 대한 검토는 또한 각 단어의 뜻풀이에 정확성을 확보해 주기 때문이다. 유의어군을 집단적으로 검토함으로써 각 類意語群의 원소를 이루는 단어들, 즉 비슷비슷하기는 하지만 분명히 미세한 의미 차이를 보이고 있는 그 단어들의 定義 및 意味 記述의 문제, 즉 뜻풀이에 관련된 문제들이 더 연구되어야만 하겠다는 인식이 제고될 수 있으며, 그렇다면 이 같은 정확성의 확보를 위하여 사전 편찬자나 의미 연구자들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되겠는가 하는 점에 대해서 상당한 방향을 제시받을 수 있다는 것이 그것이다.
    셋째, 유의어군에 대한 검토는 사전의 실용성을 제고시켜 주기 때문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특수 사전인 '유의어 사전'에 기대하는 기능이기는 하지만, 정규 사전도 이러한 기능을 어느 정도는 담당하여야 한다고 볼 적에, 어느 기본적인 등재 항목에다가 비슷한 단어들을 충분히 수록하여 유의어들을 유기적으로 연결시켜 독자들이 원하는 단어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해 주는 기능, 즉 의미를 중심으로 하는 사전의 索引 기능을 담당하도록 하여 줌으로써 사전의 실용성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사전 뜻풀이의 체계성, 정확성, 그리고 사전의 실용성을 위하여 유의어를 적절히 사용하는 일이 이처럼 현실적인 필요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의 사전들을 보면 그간 유의어들을 한데 모아 놓고 살펴본 경험이 없었던 관계로 어쩔 수 없이 산만함과 비체계성이 드러나고 있다. 이러한 산만함은 유의어군이라는 특별한 어휘 집단을 전제로 하여 어휘군을 수집한 뒤 그 유기적 연관 관계에 따른 단어별 의미 특성과 정의들을 특별히 비교하여 보지 않으면 눈에 잘 띄지가 않는 것인데, 이 같은 산만함과 비체계성은 바로 이제까지의 우리나라 사전의 뜻풀이 부분이 안고 있는 중요한 문제점으로 지적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나라 사전에 수록되어 있는 단어들, 특히 일군의 유의어를 이루는 단어들의 각 등재 항목의 뜻풀이가 얼마나 산만하고 비체계적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한번 살펴보기로 하자.

2. 사전 뜻풀이의 검토
    1. 체계성이 부족한 예
    유의어군에 대한 검토가 없으면 사전의 뜻풀이는 그야말로 불가피하게 체계성을 상실하게 된다. 우리의 국어사전에 실려 있는 그러한 예는 부지기수이지만, '비슷하다'의 유의어군과 '가끔, 이따금'의 유의어군을 그 뜻풀이와 함께 살펴보면서 그 비체계적 양상이 과연 얼마나 심한지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하자.

예 1: '비슷하다'의 유의어
    그러면 먼저 '비슷하다'라는 단어와 유사한 의미를 가지는 단어들의 무리를 김광해(1987)에서 찾아서 각 단어들의 뜻풀이를 이희승(1982)을 이용하여 확인하여 본다면 다음 (1)과 같다.

(1) 비슷하다: 거의 같다
고만고만하다: 서로 비슷비슷하다.
그만그만하다: 더 크거나 작지도 않고 더 많거나 적지도 않고 그저 어슷비슷하다. >고만고만하다.
근사(近似)하다: 1. 거의 같다. 비슷하다.
매고르다: 1. 모두 비슷하다. 2. 모두 가지런하다.
방불(彷佛)하다: 1. 그럴 듯하게 비슷하다. 근사하다.
백중(伯仲)하다: 서로 어금지금하여 맞서다.
비방(比倣)하다: 견주어 보아 비슷하다.
비스름하다: 좀 비슷한 듯하다.
비슷비슷하다: 여럿이 모두 비슷하다.
상사(相似)하다: 서로 모양이 비슷하다.
어금버금하다: →어금지금하다.
어금지금하다: 서로 비슷하고 대소장단의 차가 적다.
어반하다: →어상반(於相半)하다.
어상반(於相半)하다: 서로 비슷하다.
어상하다: →어상반(於相半)하다.
엇비슷하다: 1. 어지간하게 거의 같다. 2. 약간 비슷하다.
완연(宛然)하다: 2. 모양이 서로 비슷하다.
유사(類似)하다: 서로 비슷하다.
의희(依稀)하다: 1. 방불(彷佛)하다.
저만하다: 1. 크기와 정도가 같거나 거의 비슷하다.
흡사(恰似)하다: '거의 같음, 그럴 듯하게 비슷함'의 뜻.

위의 자료가 의미하는 것은 우선 현재 우리나라의 국어사전에 수록되어 있는 단어들 가운데에서 '비슷하다'와 비슷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단어들은 '비슷하다'를 포함하여 최소한 23개 정도나 된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그런데 이 정도나 많은 수에 달하는 '비슷하다'의 유의어들의 뜻풀이를 유심히 살펴볼 때 얻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사실은 각각 단어의 의미와 관련하여 얻을 수 있는 정보가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백중하다, 의희하다'의 두 개를 제외하고 나머지 단어들은 전부가 그 뜻풀이를 '비슷하다'에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사전의 뜻풀이가 이러한 수준에 머물러 있는 한, 사용자들은 그 사전을 아무리 열심히 이리저리 뒤지고 찾아보았자 각각의 단어들의 쓰임과 의미 차이를 알아내는 일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게 되어 있다. 이를 부연한다면, 사용자들이 (1)과 같은 정도의 뜻풀이를 가지고 알아낼 수 있는 정보라고 한다면 이 23개의 단어들이 각각 미세한 의미 차이를 지니는 類意語들임에도 불구하고 고작해야 이들 모두가 동일한 의미를 가진 同意語들인가 보다 하는 정도일 것이다. 사전을 아무리 찾아보았자 모두가 '비슷하다'라는 단어에 의지하여 뜻풀이를 하는 정도로 그치고 있으니 사용자 나름대로 그런 결론을 내린다고 하더라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얼핏 보기에 별다른 이상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사전의 뜻풀이가 이처럼 유의어들을 모아 놓고 살펴보면 매우 무질서하게 되어 있다는 사실이 (1)의 예들을 통하여 드러났다. 따라서 우리는 이러한 검토 작업이 사전 뜻풀이의 체계성 확보를 위하여 필수적인 준비 작업의 한 과정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예 2: '가끔, 이따금'의 유의어
    현용 국어사전의 뜻풀이가 얼마나 비체계적인가, 나아가서는 무질서의 극치를 이루고 있는가 하는 점을 한번 더 확인해 보기 위하여 '가끔, 이따금'의 유의어군을 살펴보기로 하자.

(2) 가끔: 1. 동안이 조금씩 뜨게. 이따금. 어쩌다가. 2. 횟수(回數)를 거듭하는 모양. 종종.
가다가: 어떤 일을 계속하는 동안에 간혹. 이따금. 어쩌다.
간간이: 1. 드문드문. 이따금.
간혹(間或): 이따금. 간간이. 어쩌다가. 혹시.
누도(屢度): 여러 번. 누차.
누시(累時): 자주. 여러 번. 여러 차례. 누차(累次).
누차(屢次): 1 여러 차례. 여러 번. 누도(屢度). 누회(屢回). 2. 가끔. 때때로.
누회(屢回): 여러 번. 여러 차례. 누차(屢次).
다문다문: 1. 시간적으로 잦지 아니하게. 이따금.
더러: 2. 이따금.
드문드문: 1. 시간적으로 잦지 아니하게. 이따금.
때때로: 가끔. 시시(時時)로. 이따금.
때로: 경우에 따라서.
빈번(頻繁)히: 도수(度數)가 잦아 복잡하게.
빈빈(頻頻)히: 잇따라 자주.
삭삭(數數): 자주자주
수시(隨時):때때로. 때를 따라.
시시(時時)로: 때때로.
왕왕(往往): 이따금. 때때로.
이따금: 조금씩 있다가. 얼마씩의 동안을 띄어서. 가끔. 가다가. 때때로 왕왕(往往). 드문드문.
자주: 짧은 동안에 여러 번. 같은 일을 연달아 잦게.
종종: 가끔
참참(站站)이: 이따금.
혹간(或間): 간혹(間或)

사실은 불필요하고 따라서 무의미한 일이지만, 위 (2)에 열거된 단어들의 정의항에 나타난 정보들을 가지 고 단어들 간의 연결 관계를 하나씩하나씩 확인하여 보기 바란다. 그 결과 우리가 알 수 있는 사실은, 결국 적어도 20개를 상회하는 '가끔, 이따금' 관련 유의어들이 아무런 준비 과정도 없이 즉흥적으로 뜻풀이가 행해 졌으며 그것을 사전의 내용으로 삼아 또한 별다른 의식이 없이 그냥 가나다순에 의해 나열되었을 뿐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이 사전의 사용자들은 사전에 풀이되어 있는 단어들을 좇아서 사전의 이 구석 저 구석을 일일이 찾아다녀 본다 하더라도, 이 단어들 가운데 다소 빈도가 낮은 단어들인 '다문다문, 빈빈히, 삭삭, 참참이' 등의 의미가 다른 단어들과 어떻게 다른지를 알아낼 수 있는 정보가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빈도가 높아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다른 단어들, 가령 '가끔, 이따금, 종종, 자주, 왕왕' 등과 같은 쉬운 단어들이라 할지라도 그들이 의미상으로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 알 수 있는 길이 전혀 제시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사전의 산만함도 결국 유의어군을 중심으로 의미가 비슷한 여러 단어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고 검토하여 봄으로써 드러나게 되었다. 이렇게 나타난 결과를 가지고 다시 역으로 말할 수 있는 사실은 유의어군을 중심으로 한 준비 작업이 사전에 이루어져야만 뜻풀이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진 사전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2. 정확성이 부적한 예
    유의어군의 검토가 사전 뜻풀이의 정확성을 위하여서도 커다란 기여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하여 이번에는 '여자, 여성', '모자라다', '무리', '소나기' 등의 유의어군들을 가지고 살펴보기로 하자.

    예 3: '여자, 여성'의 유의어
    이번에는 다시 '여자, 여성'의 유의어들을 김광해(1987)에서 찾아 그 가운데 아주 편벽한 단어들은 제외하고 나머지 10개의 단어들을 골라 그 뜻풀이를 이희승(1982)을 이용하여 확인하여 보기로 하자.

(3) 부녀(婦女)⇒부녀자(婦女子)
부녀자(婦女子): 1. 부인(婦人). 2. 부인과 여자. 3.부녀(婦女).
부인(婦人): 선비의 아내. 전하여, 기혼 여자. 부녀(婦女). 부녀자(婦女子)
숙녀(淑女): 1. 교양과 예의와 품격을 갖춘 여자. 2. 상류 사회의 여자. 3. 여자의 경칭.
아낙: 2. 아낙네.
아낙네: 남의 집의 부녀의 통칭. 내인(內人).
여류(女流): 어떤 전문 방면에 능숙한 여성을 가리키는 말. 또, 여자의 동류(同流).
여성(女性): 1. 여자(女子).
여인(女人): 여성인 사람.
여자(女子): 여성인 사람. 여성.

사전에 나타나 있는 위와 같은 뜻풀이를 보면서 우리는 의아한 점이 많다. '부인'과 '부녀, 부녀자'가 과연 어떻게 다른 말인가. '여성', '여인', '여자'라는 단어들은 각각 어떻게 다른 말인가 하는 점이다. 위의 사전만 본다면 이러한 의문은 하나도 제대로 풀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위의 사전을 가지고 '여성(女性)'을 찾으면 '여자(女子)'를 찾아가 보아야 하는데, '여자'를 찾아가 보면, 내가 지금 뜻을 알고 싶어하는 단어인 '여성' 바로 그것을 사용하여 '여성인 사람'이라고 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여성'을 찾아보면 '여자'로 가 보라고 되어 있고. 그야말로 동어 반복에 의한 순환 정의라는 것의 典型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혹시 하고 '여인'을 찾아보면 '여성인 사람'이라고 뜻풀이가 되어 있는데 이는 '여자'의 정의와 같은 것이다. 그러나 한국어를 웬만큼 구사하는 사람이라면 '여인'과 '여자'를 同意로 인식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예 4: '무리'의 유의어
    이번에는 우리의 사전에 등재되어 있는 '무리'와 관련되는 유의어들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하자. '무리'라는 뜻을 가지면서 이 말과 직접, 간접으로 연결될 수 있는 유의어군은 대개 다음 (4)와 같은 정도이다.

(4) 무리: 어떤 관계로 여럿이 모여서 한 동아리를 이룬 사람들. 또, 짐승의 떼.
군(群): 어떤 명사 아래 붙이어 그 무리 또는 같은 떼를 나타내는 말.
군집(群集): 1. 많은 사람 등이 한곳에 떼 지어 모임. 2. 떼를 지어 모여든 많은 사람들. 특히 사회학, 심리학 등에서 다수의 사람들이 일정한 공간에서 물리적 접촉을 가지면서, 일시적, 비조직적으로 모여 있는 상태를 이름.
단체(團體): 1. 공동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의식적으로 결합한 두 사람 이상의 집단. 법인, 정당 같은 것. 2. 집단(集團).
도당(徒黨): 떼를 지은 무리. 도속(徒屬).
도배(徒輩): 함께 어울려 같은 짓을 하는 패 또는 무리.
도속(徒屬): 도당(徒黨).
동아리 2: 목적이 같은 사람이 한패를 이룬 모양.
떼: 목적과 행동을 같이하는 무리.
모임: 여러 사람이 어떤 목적을 위하여 한곳에 모이는 일. 회(會).
일당(一黨): 1 행동, 목적을 같이하는 무리.
일대(一隊): 한떼.
집단(集團): 1. 모임. 떼. 단체.
패(牌): 2. 동아리나 무리.
패거리: 그 패에 속하는 동아리 전체.
회(會): 단체적인 공동 목적을 위하여 여러 사람이 모이는 일. 또 그 모임.

우리가 이들을 정확성이 결여된 예로 들고자 하는 이유는 주로 다음과 같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우리가 어떤 유의어군에 속하는 단어들에 대하여 기본적으로는 그들 상호 간의 유의성을 인정하면서도 완전한 동의성은 인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 용법과 감정적 가치(emotive value) 때문인 것이다. 예컨대, 위에 제시된 단어들의 감정 가치를 조사해 본다면,
    '무리, 군, 군집, 단체, 떼, 집단' 등의 단어는 그 집단이 목적으로 하는 바의 정당성이나 부당성을 떠나서 가치 중립적으로 사용하는 말인가 하면, '동아리, 모임, 회' 등은 '좋은 목적으로 모인 집단'이라는 뜻이 전제가 되어 있으며, '도당, 도배, 일당, 패, 패거리' 등의 단어는 실질적으로 '나쁜 목적으로 모인 집단'을 일컫는 경우에만 사용되는 말로서 그 집단이 행하는 일들이 주로 불법적, 비합법적이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정당성을 가지지 못하는 부정적인 집단이라는 전제가 내포되어 있으며, 나아가서는 그러한 집단을 매도하는 경우에 사용되는 단어들이다.
    (4)에 제시된 단어들이 각각 고유어인 '무리'와 一對多對應을 이루는 단어들이면서도 기본적인 감정 가치가 달라서 그 의미 차이가 쉽게 드러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사전만을 본다면 이러한 용법상의 제약이나 감정 가치에 관한 정보는 하나도 얻을 수 없는 상태로 되어 있는 것이 현재 우리나라 사전 뜻풀이의 실정인 것이다. 이러한 부실함도 결국은 비슷비슷한 의미의 단어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을 경우 잠깐만 살펴보아도 금세 드러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사전에 있어서 뜻풀이의 부정확성은 대체로 두 가지 관점에서 지적하여 볼 수 있다. 그 하나는 앞 (3)의 '여인, 여자, 여성'의 뜻풀이에서 보았듯이 동어 반복에 의한 순환 정의를 일삼으로써 나타나는 부정확성으로서, 이는 결국 사전 편찬자의 무성의와 무신경 때문이라는 소리를 들을 만한 것이다. 이와 반면에 이와는 다소 구별되는 부정확성이 눈에 띄는데, 가령 의미가 거의 비슷한 단어들에 대하여 상이한 뜻풀이를 함으로써 온갖 성의와 정성을 다 기울인 것 같은데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역설적으로 사전의 부정확성에 기여하는 경우이다.
    이 역시 국어의 어휘부에 등재되어 있는 단어들이 실제로 유의성을 중심으로 하여 공통의 무리를 이루면서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에 대한 그간의 무관심을 웅변으로 말해 주는 것으로서, 사전 편찬이라는 작업을 앞두고 유의어군에 의한 확인 작업을 전제로 하였다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예컨대, 이희승(1982)에 나타나는 '우박'과 그것의 고유어인 '누리'의 뜻풀이를 살펴보자. 우리는 거기에서 다음과 같은 모습의 뜻풀이들을 본다.

예 5: '우박'의 유의어

(5) 누리: 공중에서 큰 빗방울이 갑자기 찬 기운을 만나 얼어서 떨어지는 덩어리. 우박(雨雹).
우박(雨雹): 봄이나 여름에 기상의 급변으로 오는 싸라기 눈보다 크고 딴딴한 덩어리 눈. 누리.
백우(白雨): 1. 소나기. 2. 누리, 우박.

자, 사전에 기록된 위 내용들을 잘 살펴본다면 여기에 등장하는 두 개의 단어, '우박'과 '누리'는 거의 동의어임에 틀림이 없는데, 그러면 이 두 단어는 같은 뜻의 단어라는 말인가 아니라는 말인가. 지시된 내용만을 본다면 같은 뜻의 말인데, 각각의 뜻풀이를 본다면 마치 서로 다른 뜻의 말인 것처럼 느껴지게 되어 있다. 이 사전의 사용자들은 과연 이 '우박'과 '누리'를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 것인가? '누리'와 '우박'은 다른 단어라는 말인가 아니면 같은 뜻의 단어라는 말인가? 다르다면 어떻게 다르고 같다면 어떻게 같은 것인가? 세상에 완전한 동의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던데 이 두 낱말의 관계는 어떠한 관계라는 말인가?
    이러한 경우는 꽤 흔하게 나타나는데, 우리는 이러한 경우에 각각의 의미상의 구별을 위하여 쓸데없는 정력을 낭비하기보다는 차라리 더 보편적인 단어인 '우박'을 중심으로 정확한 뜻풀이에 힘을 쓴 뒤 그것에 해당하는 고유어가 존재한다는 사실 정도를 알려 주는 기능을 하는 것으로 족하지 않겠는가 생각한다.
    예컨대 '우박'에 관계되는 일련의 이 항목들은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이다.

(6) 누리: 우박(雨雹)의 고유어, 옛말로서 현재는 잘 쓰이지 않음. ⇒우박.
우박(雨雹): 봄이나 여름에 기상의 급변으로 말미암아 공중에서 큰 빗방울이 갑자기 찬 기운을 만나 얼어서 떨어지는 덩어리. 대개 싸라기 눈보다 크고 딴딴한 덩어리임. 누리. 백우(白雨).
백우(白雨): 1. 소나기. 2. 누리, 우박(雨雹). ⇒우박(雨雹).

여기서도 우리는 정확한 사전의 편찬을 위해서라면 의미가 거의 비슷한 단어들의 무리, 즉 유의어군의 존재에 대한 인식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가 있다. 요컨대, 이처럼 유의 관계를 고려할 때에 비로소 (6)에 시범적으로 보인 바와 같이 사전의 전체적인 조건이 치밀한 모습을 갖출 수 있게끔 된다는 것이다.

3. 실용성이 부족한 예
    다음에는 유의어군을 잘 검토 활용함으로써 우리의 국어사전의 실용성을 좀 더 제고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하자.
    우리나라의 사전이 외국의 사전에 비하여 빈약하니 어쩌니 하는 말을 많이 하지만, 사전 자체의 체계와 뜻풀이 부분이 그렇다면 모르겠으되 우리말 자체의 어휘는 절대로 빈약하지가 않다. 오히려 우리말의 어휘부(lexicon)는 고유어, 한자어, 외래어의 삼중 체계로 이루어져 있어서 대단히 풍부하다. 이 풍부한 어휘들은 이미 그간의 사전 편찬자들의 노력에 의하여 40만 단어를 상회하는 수효에 이를 정도로 충분히 수집되어 있기도 하다. 따라서 우리 사전에는 여러 항목의 유의어군들로 묶어 다른 하나의 특수 사전을 편찬할 수가 있을 정도로 풍부한 유의어들이 등재되어 있는 것이다. 이들을 가지고 비슷한 의미를 가진 단어들을 한곳에 묶어 나가는 특별한 작업을 해 본다면, 울만(1962:149)이 지적한 이른바 '견인의 중심'(1)에 해당하는 항목들이 수없이 지적될 수 있을 정도로 상당한 유어의들의 무리가 실제로 발견된다. 이런 식으로 이루어진 특수 사전이 拙著(1987) '類意語·反意語 辭典'이다. 이 사전은 정규 사전과는 달리 정규 사전의 색인 구실을 하자는 지극히 실용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지금 논의 대상으로 삼는 정규 사전과 나란히 비교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우리는 이러한 실용적인 목적이 정규 사전에서도 어느 정도 감안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음에 우선 간단한 예로서 '소나기'의 유의어를 가지고 살펴본 뒤 다소 복잡한 예로서 '바보'의 유의어들을 살펴봄으로써, 이러한 작업이 사전의 실용성을 위하여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로 하자.

예 6: '소나기'의 유의어
    우리의 국어사전에는 '소나기'에 해당하는 어려운 말들이 적어도 네 개는 더 있다. '급우(急雨), 백우(白雨), 취우(驟雨), 쾌우(快雨)'같은 말들이 그것이다.(2) '소나기'에 연관되는 단어들이 역시 이희승(1982) 국어대사전에 실려 있는 모습을 보도록 하자.

(7) 소나기: 갑자기 세차게 쏟아지다가 곧 그치는 비. 여름에 특히 많은데, 흔히 번개, 천둥, 강풍 등이 따름.
급우(急雨): 급작스럽게 쏟아지는 비.
백우(白雨): 1. 소나기. 2. 누리, 우박.
취우(驟雨): 소나기.
쾌우(快雨): 소나기같이 시원스럽게 내리는 비.

대부분의 사람들은 '취우(驟雨)' 정도나 들어 보았을까 나머지들은 처음 보는 말이며, 그런 말들이 있었는지조차 몰랐었다 말할 것이다. 그 까닭은 우리나라의 사전이 단어들 간의 유기적인 연관을 고려에 넣지 않고 편찬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전이 이렇게 되어 있으므로 '급우(急雨), 백우(白雨), 취우(驟雨), 쾌우(快雨)'라는 말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사람은 어떻게 할 방도가 없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태만을 가지고는 사전 편찬자들은 사전 편찬에 있어서 그것이 실질적 문장 생활에 활용될 수 있도록 최소한로도의 성의를 기울였다는 아무런 주장도 할 수가 없다. 가령, 한국어를 처음으로 배우는 초심자 외국인이 아니라면 웬만큼 우리말을 구사하는 사람들이 무엇하러 다 아는 말인 '소나기'라는 항목을 찾아보겠는가? 한편 '급우(急雨), 백우(白雨), 취우(驟雨), 쾌우(快雨)' 같은 어려운 말들은 어디서 우연히 부딪히기 전에는 그런 말들이 있는지 없는지조차도 모르는 말인데 도대체 어떻게 그 말들을 찾아볼 수 있다는 말인가? 이야기가 이와 같이 되어 (7)과 같이 되어 있는 사전은 적어도 국민학교 이상을 나온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필요가 없다는 역설이 성립하고 말아 버리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의 사전들의 뜻풀이에 추가적으로 제공되어 있는 정보는 없으며 그 대부분이 그냥 (7)과 같이 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사전에 등재되어 있는 단어들의 대부분은 이 같은 어려운 단어들이 차지하고 있는데, 따라서 최소한 가장 중심이 되는 단어 '소나기'라는 항목에 다음 (8)과 같은 기록을 해 주는 기본적인 친절만 베풀었더라도 이 단어들은 적절히 활용될 수 있는 길을 얻었을 것이며, 만약 활용되지 않는 경우라 하더라도 그것은 단어들 자체의 문제로서 이 단어들을 이미 고루해진 단어라 보는 사전의 사용자들의 판단에 달린 문제이지, 사전 편찬자들의 무성의 때문은 아니라는 주장을 얼마든지 펼칠 수 있을 것이다.

(8) 소나기: 갑자기 세차게 쏟아지다가 곧 그치는 비. 여름에 특히 많은데, 흔히 번개, 천둥, 강풍 등이 따름. 급우(急雨), 백우(白雨), 취우(驟雨), 쾌우(快雨).

예 7: '바보'의 유의어
    이어서 다소 흥미 있는 예로서 우리말에 존재하는 '바보'의 유의어들을 살펴보기로 하자. 이상스럽게도 우리말에는 '바보'라는 단어와 비슷한 의미를 지닌다고 판단되는 단어들이 상당히 많은데, 적어도 다음 (9)에서 보듯이 50개를 상회한다. 특히 앞 예 (6)에서 보기로 든 어려운 단어들이 전부 한자어로 되어 있었던 것에 비하여, 이번의 경우에는 빈도와 관계없이 절반 정도는 고유어로 되어 있다. 이 중에는 우리가 잘 사용하는 단어도 있고, 매우 빈도가 낮거나 사어(死語)에 가까운 단어도 있지만 발견된 것들을 다소 장황한 느낌은 들더라도 일단 모두 열거하여 보겠다.

(9) 바보: 못나고 어리석은 사람. 멍청이. 치인(癡人). 주우(朱愚).
돈견(豚犬): 2.미련하고 못난 사람의 비유. 돈어(豚魚).
돈어(豚魚): 2.미련하고 못난 사람의 비유. 돈견(豚犬).
둔패기: ⇒아둔패기.
등상(等像): 등신(等神)
등신(等神):[쇠,돌,풀,나무,흙 같은 것으로 만든 사람의 형상(形像)의 뜻으로]어리석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 어림없는 사람. 등상(等像)
만황씨(萬黃氏): <속>못나고 어리석은 사람
맹꽁이: 2.<속>고집을 부리거나 맹추 같은 사람 또는 키가 작고 배가 부른 사람을 농으로 이르는 말.
맹추: 무엇이든지 곧잘 잊어 버리는 흐리멍덩한 사람을 욕으로 하는 말. <멍추.
머저리: 어리보기. 바보.
먹통2: <속> 1.멍청이, 바보.
멀건이: 정신이 흐리멍덩한 사람.
멍청이: 어리석고 정신이 흐릿한 사람, 멍텅구리. 바보.
멍추: 기억력이 부족하고 흐리멍덩한 사람. >맹추.
멍텅구리: 3.멍청이.
목우인(木偶人): 2.재주와 능력이 없고 어리석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
못난이: 못나고 어리석은 사람.
무녀리: 2.<속>언행이 좀 모자라서 못난 사람의 비유.
바사기: 사물에 이해력이 부족하고 인격을 갖추지 못한 사람. 곧, 덜된 사람의 별명.
반병신: 2.반편이.
반편: 2.⇒반편이.
반편이: 지능이 보통 사람보다 아주 낮은 사람. 덜된 사람. 반병신. (준)반편.
밥통: 3.밥만 먹고 밥값도 못하는 어리석은 사람을 놀리는 말. 죽반승(粥飯僧).
방퉁이: <비>바보.
병신(病身): 4. 지력이나 재능이 보통 사람보다 낮은 사람. 5. 남을 얕잡아 일컫는 말.
부기1: 세상일에 어둡고 사랑의 마음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어리석은 사람. 북숭이.
북숭이: 1. 부기.
상우(上愚): 엄청난 숙맥. 심한 바보.
숙맥(菽麥): 2.⇒숙맥불변.
숙맥불변(菽麥不辨): 콩인지 보리인지를 분별하지 못하다는 뜻으로, 사물을 잘 분별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사람을 비유하는 말. (준)숙맥.
쑥: [←숙맥]너무 순하기만 하여, 우습고 어리석은 사람을 비유하여 일컫는 말.
아둔패기: <속>아둔한 사람. (준)둔패기.
어리배기: <방>어리보기.
어리보기: 얼뜬 사람. 둔한 사람.
얼간: 3.⇒얼간이.
얼간이: 됨됨이가 똑똑하지 못하고 모자라는 사람의 별명. (준)얼간.
얼뜨기: 얼뜬 사람. cf. 얼뜨다:다부지지 못하고 겁이 많아 얼빠진 데가 있다.
우물(愚物): 아주 어리석은 사람. 우부(愚夫). 우인(愚人). 우자(愚者).
우부(愚夫): 어리석은 남자. 우물(愚物). 우인(愚人). 우자(愚者).
우인(愚人): 어리석은 사람. 우물(愚物). 우부(愚夫).
우자(愚者): 어리석은 사람. 우물(愚物). 우부(愚夫).우인(愚人).
인숭무레기: 어리석어 사리를 분간할 줄 모르는 사람.
주우(朱愚): 치매(癡呆). 바보.
죽반승(粥飯僧): [죽과 밥만 많이 먹는 중이라는 뜻]무능한 사람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 밥통.
치매(癡呆): 1. 언어 동작이 느리고 정신 작용이 완전하지 못함. 어리석음. 또는 그러한 사람.
치인(癡人): 어리석고 못난 사람. 치자(癡者). 치한(癡漢).
치자(癡者): 치인(癡人).
치한(癡漢): 1. 치인(癡人).
칠뜨기: <속>칠삭동이.
칠삭둥이(七朔-): 2. 어리석어 바보 같은 사람을 조롱하여 일컫는 말. *칠뜨기.
팔불용(八不用): 몹시 어리석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 팔불출(八不出). 팔불취(八不取).
팔불출(八不出): 팔불용(八不用).
팔불취(八不取): 팔불용(八不用).
팔삭동이(八朔-): 2. 똑똑하지 못한 사람을 조롱하여 일컫는 말.
('-동이'는 '-둥이'가 표준어입니다만 인용이기에 그대로 둡니다. -편집자.)

우리는 이 54개에 달하는 '바보'의 유의어들 가운데 과연 몇 개 정도가 우리의 문장 생활에서 재활용될 수 있는 것일지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최소한도 그러한 단어가 현재 우리나라의 국어사전 어딘가에 수록되어 있다는 정보는 사전에서 얻을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이 역시 (9)에 제시된 모습만을 가지고는 사전의 능동적 활용을 위하여 최선을 다했다는 소리를 듣기가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최소한 이들 단어들 각각에 대해서는 더 정확한 뜻풀이 작업이 다시 이루어져야 할 것임은 두말할 것도 없거니와, 앞의 (8)'소나기'에서와 같이 대표 항목인 '바보' 항목으로 가 보라는 표시가 기본적으로 필요할 것이다. 그리하여 다시 '바보' 항목에 가 보면 적어도 이 항목에만은 다음 (10)과 같은 형식으로서 비슷한 뜻으로 활용될 수 있는 단어들의 전체 목록이 제시되어 있어서 그중의 어떤 것이든 그것을 하나라도 필요로 하는 사람을 위해 기여하겠다는 자세가 있어야 친절하면서 활용성이 높은 사전이라 일컬을 만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필요성을 위해서라면 새로운 정규 국어사전을 편찬하는 경우 애초부터 편집 방침 속에다 이러한 목표를 염두에 두고 작업을 진행한다면, 특히 컴퓨터를 활용하는 경우 그 작업이 거의 완벽하면서도 비교적 간단해질 수가 있을 것이므로 특별히 힘든 추가적 노력이 없이도 사전의 실용성 확보를 위한 최소한도의 의무를 이행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것이다.

(10) 바보: 못나고 어리석은 사람, 또는 그러한 사람을 농으로 일컫는 말. 돈견(豚犬), 돈어(豚魚), 둔패기, 등상(等像), 등신(等神), 만황씨(萬黃氏), 맹꽁이, 맹추, 머저리, 먹통, 멀건이, 멍청이, 멍추, 멍텅구리, 목우인(木偶人), 못난이, 무녀리, 바사기, 반병신, 반편, 반편이, 밥통, 방퉁이, 병신(病身), 부기, 북숭이, 상우(上愚), 숙맥(菽麥), 숙맥불변(菽麥不辨), 쑥, 아둔패기, 어리배기, 어리보기, 얼간, 얼간이, 얼뜨기, 우물(愚物), 우부(愚夫), 우인(愚人), 우자(愚者), 인숭무레기, 주우(朱愚), 죽반승(粥飯僧), 치매(癡呆), 치인(癡人), 치자(癡者), 치한(癡漢), 칠뜨기, 칠삭둥이(七朔童-), 팔불용(八不用), 팔불출(八不出), 팔불취(八不取), 팔삭둥이(八朔童-).

3. 글을 맺으며
    우리는 이 글을 통하여 類意語群을 적절히 활용하는 일이 좋은 사전의 편찬을 위하여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자 하였다. 요컨대, 類意語群을 중심으로 한 검토 작업은 체계적이고, 정확하며, 실용적인 모습을 갖춘 사전의 편찬을 위하여 필수적인 작업이 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사실을 확인하기 위하여 실제로 몇 가지 항목을 가지고 조사하여 보니 불행하게도 현재 우리나라의 사전들이 보여 주고 있는 모습은 사전으로서의 완벽성, 철저성을 결여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으며, 결국 그 원인은 종래의 사전 편찬자들이 類意語群을 중심으로 한 단어들의 뜻풀이를 비교 검토하는 작업의 중요성을 알지 못하였었거나 그에 대하여 관심이 없었던 데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러한 검토를 통하여 우리가 강조하고자 하는 사항은 대개 다음과 같다.
    정규적 사전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은 최소한도의 실용성을 확보하여야 하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첫째, 빈도가 낮아서 능동적 활용이 어려운 단어들을 대표 항목 쪽으로 몰아주는 기능이 필요하다. '비슷하다, 바보' 등에 관계되는 유의어들과 그 정의항의 정보들을 보면 그러한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이와 관계하여 연결된 그 대표 항목에서는 기타 어려운 단어들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기능으로서 유의어의 나열이 필요하다. 지금으로서는 유의어가 표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숨어 있는 낱말을 살려 쓰는 일은 불가능하다. 그 말이 어디 있는지조차 모르기 때문이다. 이것은 본질적으로 유의어 사전 편찬의 목적에 해당하는 것이지만 실제로 그러한 정도의 기능은 정규 사전에서 어느 정도 담당해 주어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없지만 진짜 유의어 사전의 본령은 비슷비슷한 단어들의 의미를 명확하고 깔끔하게 변별해 내고 차이를 기술하는 일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데 있는 것이다.
    사전의 뜻풀이와 관련해서는 가장 본질적이며 이론적인 문제를 지적해 두지 않을 수가 없다. 그것은 단어의 의미라는 것이 과연 무엇이냐 하는 문제에 관련되는 것인데, 이 문제를 놓고 소위 '기본 의미설'과 '용법설'이 대립하면서 마치 그 둘 가운데 하나는 그른 것이라는 식의 논쟁이 있어 왔음은 우리가 잘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어떤 개별 단어의 의미는 이 두 가지 요소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라, 실제적인 작업, 특히 사전 편찬과 같은 실무적인 문제를 목전에 놓고 있는 상태에서는 단어의 의미라는 것이 이 두 가지 요소 모두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전제로 삼아 두는 일이 대단히 유용한 것임을 강조하고자 한다. 이는 마치 그간 물리학에서 빛이 입자냐 파장이냐 하는 문제를 놓고 계속되어 온 논쟁이 최근 들어 결국 빛이라는 것은 이 두 가지의 성질을 모두 가지고 있는 것으로서 어느 때에는 입자와 같은 형태를, 또 어느 때에는 파장과 같은 형태를 보이는 존재라고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것과 꼭 같은 경우라고 말할 수 있다.
    즉, 어떤 단어의 의미를 결정하는 하나는 단어 자체의 의미 속성, 즉 '기본 의미'이며, 다른 하나는 단어가 나타날 수 있는 환경, 즉 '용법'인데 이를 바꿔 말하면 연어상의 제약(3)이 될 것인데, 이 두 가지는 사전의 뜻풀이에 함께 반영되어야 할 중요한 정보들이라는 점이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의 사전이 그동안 크게 무관심하였던 것은 바로 '연어 현상'(collocation)에 관한 것이었다. 즉, 사전은 한 단어의 정확한 의미 기술을 위하여 정의에 의지할 것만 아니라 그 단어의 용법, 즉 그 단어가 앞뒤에서 어떤 단어들과 연결될 수 있는지, 또 어떤 단어들과는 연결될 수 없는지 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일이 중요한 것이라는 점을 가볍게 생각하여 오고 있었던 것이다. 앞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서 확인하였듯이 얼핏 보기에는 비슷비슷한 의미를 가지고 있어서 잘 구별되지 않는다고 생각되던 단어들이 조금만 더 가만히 살펴보면 어떤 차이가 있음을 알아낼 수 있는 까닭의 대부분은 그 단어의 연어상의 제약, 즉 용법상의 제약에 관계되는 것이었다. 이러한 유의 관계에 있는 단어들의 의미를 정확히 변별하여 기술하는 문제는 대표적이고 적절한 용례를 광범위하게 제공함으로써만 해결될 수 있는 일이거니와, 이는 곧 완벽한 정규 사전을 편찬해내기 위해서 우리나라에서 앞으로의 사전 편찬 실무자들이 정복하지 않으면 안 되는 가장 어려운 봉우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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