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사전의 뜻풀이]

국어사전 뜻풀이와 용례

이익환 / 연세 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

0. 머리말
    이 글은 우선 국어사전의 일반적인 목적을 논의한다. 그리고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새로운 국어사전을 편찬하는 데 고려되어야 할 두 가지 문제, 즉 뜻풀이 방법과 용례의 나열 방법을 논의한다. 그리고 뜻풀이와 용례 나열을 바람직하게 하기 위하여 우선 행해야 할 기초 연구의 필요성을 논의하고 그 구체적인 방법을 제안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편찬된 국어사전들은 편찬자들의 끊임없는 노력의 결실로 표제어가 많아져 차츰 방대해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아쉬운 것은 자료의 수집에는 많은 노력을 들인 흔적이 역력하지만 수집된 자료의 정리 과정에서는 이론적 근거가 불분명한 점들이 적지 않다.
    이 글에서는 여러 가지 개선되어야 할 문제들 중에서 표제어의 뜻을 풀이하는 방법과 이 뜻에 적절한 용례를 제시하는 방법을 다른 언어의 사전들을 참고하여 논의하려고 한다. 특히, 뜻풀이의 방법으로 제시하려는 원칙은 간단한데, "표제어보다 쉬운 말로 풀이하며, 순환성을 피한다"는 것이다. 기존의 국어사전들에는 이 간단한 원칙이 어떤 식으로 어겨져 있는지 예를 들어 설명하고, 이 원칙이 지켜져야 할 당위성도 논의하겠다. 그리고 용례의 제시에 있어서는 구체적으로 두 가지 방법을 예시하고 이 두 가지 방법의 장단점을 논의하겠다. 이 점은 특히 몇 가지 표제어를 예로 들어 설명하겠다.

1. 사전의 할 일
    소박한 관점에서 볼 때 사전은 일반적으로 두 가지 중요한 기능을 갖는다.
    첫째로 사전은 그 언어를 의사소통의 도구로 습득하려는 사람이 공부하는 데 끊임없는 교사 기능을 하여 교육적 견지에서 중요한 일을 한다. 둘째로 사전은 그 언어를 연구하는 사람에게 참고 자료를 제공하여 주는 학문적 보고 기능도 해야 한다. 이 글에서는 첫 번째 일을 교육적 기능이라 하고, 두 번째 하는 일을 학문적 기능이라 칭하겠다. 물론 이 두 가지 기능 중 어느 편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느냐에 따라서 사전의 규모나 모형이 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바람직한 포괄적 사전이라면 이 두 가지 기능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글은 특히 교육적인 기능에 주안점을 두어 뜻풀이와 용례 문제를 다루어 보겠다.

1.1. 교육적 기능
    단일어 사전으로 지금까지 편찬된 국어사전은 1938년에 나온 문세영의 '조선어 사전'를 필두로 하여 1985 년 제6차 수정판을 낸 신기철·신용철의 '새 우리말 큰 사전'에 이르기까지 8~9종을 헤아릴 수 있다(이병근 1986, 남기심 1987). 이중에서는 인명을 포함하여 수록된 어휘가 30만 혹은 40만이 넘는 것으로 되어 있는 사전도 2~3종류에 이른다. 예를 들면, 이숭녕 등 편의 '대국어사전'은 어휘 31만에 인명 3만 이상이 수록되어 있다고 하며, 이희승 편인 '국어 대사전'은 수록된 어휘가 42만이 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남기심(1987)에서 지적되고 있듯이 이러한 우리 국어사전들은 국어의 어문 정리와 통일에 공헌을 해 왔다. 따라서 이러한 사전들은 국어의 규범화에 큰 목적을 두어 왔다. 그리고 여러 국면에서 볼 때 이들은 백과 사전적 성격을 띠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인명, 지명 등을 포함하는 고유 명사가 대단히 많이 수록되어 있는 것은 그 한 예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편찬된 여러 가지 국어사전들은 전적으로 한국어 자체를 위한 순수 언어 사전으로는 자격에 미치지 못하는 면이 많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위에서 말한 교육적 기능이란 특히 한국어를 자국어로 말하지 않는 외국인 중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이 국어사전을 보고, 수록된 어휘에 대한 발음, 통사, 의미 특성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해 준다는 뜻이 다. 이 점에 대하여 여러 가지로 미흡하다는 것은 이미 많이 지적되어 왔다. (남기심 1987, 홍재성 1987).
    첫째로, 영어와 같은 언어와는 달리, 국어는 철자와 실제 발음 사이에 거의 차이가 없기 때문에 발음의 표시는 필요하지 않는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우리말도 발음이 어려운 것은 사전에 표기가 되어 외국인에게 발음에 대한 안내 기능을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다른 언어의 사전에는 대부분 발음이 국제음성부호(IPA)로 표기되어 있어 사전 이용자에게 발음에 대한 안내를 철저히 해 주고 있다. 우리 국어사전은 모음의 장단을 표시하고 있을 뿐으로 외국인이 우리말 발음을 배우거나 확인하기 위해 이용하려는 목적으로는 기존 사전들이 미흡하다. 지금까지 편찬된 국어사전은 한글의 발음을 잘하는 사람들이 이용하기 위한 것들이다.
    그렇다고, 쉬운 발음을 잉여적으로 반복해서 표기하자는 것은 아니며, 우리도 발음하기 까다로운 이중 자음이나 이중 모음 등에 대한 안내가 있어야 되겠다는 말이다. 장·단모음의 차이, 된소리 현상, 규칙적인 변화 등에 대하여는 사전마다 본문 앞 부문에 간략한 안내가 있을 뿐이다. 이는 국어 음운론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이나 이용 가능하다고 본다. 일반적으로 사전을 이용하는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음운 규칙은 익히고 있지 못하다. 국어를 자국어로 말하는 우리도 그러려니와 특히 외국인에게는 이러한 음운 규칙을 알아 그 규칙에 근거하여 각 단어의 발음을 익혀 가도록 기대하기는 어렵다. 다음의 예를 보자.

(1) 철자대로 발음되지 않는 예
가을달→[가을딸], 떡잎→[떡닢], 막내→[망내]. 밭농사→[반농사], 삽날→[삼날], 원래→[월래].
(2) 비슷한 음의 구별
외국/왜국, 개/게, 얘기/예기

위 (1)의 경우는 철자대로 발음되지 않는 예이고, (2)의 예는 자칫 구별이 힘든 것들이다. 외국인이 우리말을 배우게 될 때 우선 한국어의 음운 규칙보다는 사실상 이러한 단어들을 먼저 접하게 된다. 그리고 이들에게 우리말을 가르치는 교사 입장에서도 음운 규칙이라는 국어학적 지식 이전에 이러한 단어들을 정확히 발음하는 것부터 가르쳐야 할 것이다. 이러한 예는 수없이 많다. 그러므로 이러한 발음은 국어사전의 단어마다에 표기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여 국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사람에게는 국어 음운 규칙이 귀납적으로 습득되게 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우선 기존의 국어사전은 교육적 기능이 미흡하다. 위 (2)의 예에 대하여 한 마디 덧붙이겠다. 솔직히 말하여 이 글의 필자도 이 단어들을 정확히 구별하여 발음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어떤 때는 의식적으로 구별을 하여 보려고 해도 동료 언어학자들이 본인의 발음이 정확하지 않다고 지적하여 주곤 한다. 이 글을 읽는 이 중에도 그러한 이가 없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문제는 이러한 경우에 사전에 등재되어 있는 단어를 찾아 정확한 발음이 어떠한 것인지 알아 볼 길이 없다는 것이다. 국어 토박이도 이렇게 될 가능성이 있는데 국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외국인은 어떠하겠는가? 따라서 국어사전은 이러한 교육적 문제를 고려하여서라도 발음에 대한 친절한 안내를 더 구체적으로 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둘째로, 통사·의미와 관련된 정보는 어떠한가? 이 점에 대해서는 다음 절에서 더 자세히 논의하기로 하 고, 여기에서는 문제점이 무엇인지만 간단히 언급하겠다. 일반적으로 표제어의 정의는 순환적 정의가 많으며, 정의되고 있는 표제어보다 더 어려운 말을 쓴 경우가 많이 있다. 그래서 경우에 따라서는 한 단어의 의미를 알기 위하여 연쇄적으로 다른 단어들을 찾아보아야 하는 경우가 있다. 다음은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김 민수·홍웅선 편 '다목적 종합 국어사전'으로부터 인용한 예이다.

(3) 사랑: 정(情).
정(情): 사랑.
(4) 정보(情報): 사정이나 정황에 대한 보고.
사정(事情): 일의 형편.
정황(情況): →정형(情形).
정형(情形)→① 심정이 밖에 드러난 형편./② 어렵고 딱한 형편.

위 (3)의 예는 순환적 정의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정의로는 '사랑'과 '정'의 정확한 의미가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그리고 위 (4)의 예를 보면 '정보'라는 단어를 정의한 것이 더 어려운 듯한 단어가 포함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사정'과 '정황'을 다시 찾아보아야 하는데, 위에 인용한 것을 통해 볼 수 있는 것처럼 '정황'의 경우 다시 '정형'의 의미를 새겨 보아야만 하게 된다. 그러면 '사정'은 '일의 형편', '정황'은 '어렵고 딱한 형편'으로 풀어진다. 이렇게 볼 때 '정보'를 다른 어려운 단어를 동원하지 말고 차라리 다음 (5)처럼 정의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5) 정보(情報): 일의 여러 가지 형편에 대한 보고.

이 정의는 분명히 위 (4)의 정의보다는 더 쉬운 말을 이용한 것이다. 비교를 위하여 영어 사전으로 Longman Dictionary of Contemporary English의 한 예를 보자.

(6) information: knowledge in the form of facts

이 영어 사전에서 볼 수 있는 것은 'information'을 정의하는데 이보다 더 어렵다고 생각되는 단어가 사용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이 사전은 표제어의 의미 정의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천명하고 있다.

(7)"All the definitions and examples in the dictionary are written in a controlled vocabulary of a- pproximately 2,000 words which were selected by a thorough study of a number of frequency and pedagog- ic lists of English, particular reference having been made to A General Service List of English Words (Longman, 1953, reprinted 1977) by Michael West. Furthermore, a rigorous set of principles was establ ished to ensure that only the most "central" meanings of these 2,000 words, and only easily understood derivatives, were used." (Longman Dictionary of Contemporary English, p. ix)

이러한 표제어 정의 방식은 많은 경우 한 단어의 의미를 아는데 다시 다른 단어를 연쇄적으로 찾아야 하는 불편을 덜어 줄 것이다. 여기서 인용한 영어 사전은 이러한 점에서 탁월성을 보이고 있다. 반면에 위에서 인용한 국어사전이나 다른 국어사전에는 뜻풀이에 대한 확실한 준거가 제시되어 있지 않다. 사실상, 우리말에 대한 빈도수를 조사하여 믿을 만한 자료를 내놓은 연구가 아직은 없는 것으로 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정 의 문제에 도움을 줄 만한 기초 연구가 없다는 것이 아쉬운 것이다. 이 점 역시 교육적 차원에서 우리 국어사전이 그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고 생각한다. 이 점은 다음 절에서 더 논의하겠다.
    셋째로, 표제어로 수록된 단어의 용례가 다양하지 못하며, 그 어휘가 어떠한 유형의 문장에 어떻게 쓰일 수 있는지에 대한 통사적 정보가 거의 주어져 있지 않다. 따라서 외국인이 자기가 쓴 국어 문장이 적어도 문법적으로 맞는지를 검토해 볼 만한 정보가 우리 국어사전에서는 얻어지기 어렵다. 예를 들어, 어떤 외국인이 한국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두 개의 문장을 두고 스스로 어느 것이 맞는지 판단할 수 없는 경우라면, 그는 사전의 도움을 청하게 될 것이다.

(8) 영수가 미자에게 책 한 권을 주었다.
(9) *영수가 미자로부터 한 책 권을 주었다.

즉 위 (8)은 국어 문장으로 맞지만, (9)는 비문이라는 것을 국어사전이 지닌 통사 정보를 바탕으로 하여 판별할 수 있어야 한다(홍재성 1987). 여기에서는 적어도 국어 '주다'라는 동사가 갖는 의미 구조(semantic structure: Jackendoff 1990)에 대한 정보가 사전에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주다'라는 동사는 < 가/ 이 에게 을/를 주다>와 같은 격 구조로 구현되는 의미 구조를 갖는다는 정보가 사전에 나타나야 한다. 그리고 '한'이라는 한정어는 명사구 안에서 어떠한 위치에 나타날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도 명시되어야 한다. 이 두 가지 정보를 사전에서 찾아볼 수 있으면, 학습자는 스스로 (9)의 국어 문장은 비문이라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정보는 그에 적절한 구체적인 용례를 보여서 확실히 수록하여 주어야 한다. 이렇게 된 사전이 교육적인 측면에서 충실한 사전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다음 절에서 더 자세히 논의하겠다.

1.2. 학문적 기능
    필자는 사전이 갖는 두 번째 기능을 학문 연구에 기여하는 면이라고 하였다. 이것은 첫 번째 교육적 기능과 별개의 것은 아니며 두 기능상에는 긴밀한 관계가 있다. 특히, 이 글에서는 학문적 기능으로 사전에 수록된 어휘의 역사적인 변천 과정을 들고 싶다. 어휘의 여러 국면 중에서도 특히 어원(語源)과 어휘 의미 변화 과정을 생각할 수 있다.
    이 점이 결국 교육적 기능과 무관한 것은 아니지만, 위에서 논의한 교육적 기능이란 현대 한국어를 배우는 입장에서 본 것이라고 생각하자. 그러면 현대 한국어의 역사적 국면을 논의하는 것은 현대 한국어를 학습하고 그 언어를 더 깊게 연구하려는 데에 자료 기능을 한다는 의미에서, 이 국면을 교육적 기능에서 분리하여 학문적 기능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학문적 기능의 입장에서 볼 때 현재 편찬되어 있는 국어사전들은 가장 방대하다고 하는 것도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어원 면에 있어서는 그 자체에 대한 연구가 빈약한 관계로 국어사전에 언급할 만한 자료가 없는 것이 그 주요 원인이라고 생각된다. 남광우 편의 '古語 辭典'이 있지만, 이것은 고어의 해설에 그치며, 어원적인 관계 정립은 시도되어 있지 않다. 김방한(1983:202)에서 지적되고 있는 것처럼 영어의 경우와는 달리 한국어의 어원을 찾는 데는 대단히 어려운 점이 많다. 그러나 언젠가는 그 어원론이 정립되어야 하고, 어원에 대한 독립된 사전은 물론, 그 자료가 방대한 현대 국어사전에 수록되어야만 한다. 현재의 우리 국어 사전들은 어원 문제에 대하여는 영어 사전에 비할 수 없을 만큼 연구도, 자료도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학문적 기능의 두 번째 사항으로 논의하고 싶은 것은 어휘의 최초 사용 시기를 밝혀내는 일이다. 국어사전에 수록된 표제어는 적어도 그 형태로 언제 최초로 사용되었는지 밝혀내어 사전에 기록하여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가 접할 수 있는 국어사전은 이 점에 관하여는 정보를 제공하여 주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종류의 사전으로는 1884~1928에 걸쳐 편찬된 '옥스포드 영어 사전'(The Oxford English Dictionary)이 가장 탁월한데 단어의 최초 사용 연도를 기록하고 있다. 1983년에 발행된 '웹스터 대학 영어 사전, 9판'(Webster's Ninth New Collegiate Dictionary)도 역시 최초 사용 시기를 수록하고 있다. 이 두 사전이 서로 비교되는 면을 보기 위해서, 우리말과 중국어가 공통으로 갖고 있는 '인삼'에 해당되는 영어 어휘 'ginseng'의 수록 자료를 대조하여 보자.

(10) '옥스포드 영어 사전' (1884~1928, 영국)
Ginseng(ʤiːnseŋ) Forms: (7 genseg, ginsem), 8~9 ginsing, jin(g) sing, (8 gengzeng, ghinschenn),7 -ginseng.[a. Chinese 人蔘 jên shên; the first word means 'man',the second is of obscure meaning; Giles suggests that the compound means 'image of man',and alludes to the forked shape of the root.]
    1. A plant of either of two species of the genus Aralia or Panax, found in Northern China and Nepaul, also in Canada and the eastern United States.
    1691 Ray Creation 1. (1692) 195 The Cotton Tress., the Nisi, or Genseg; the Numerose Balsam, and G- um-trees. 1713 Phil. Trans. ⅩⅩⅤⅢ. 239 The Tartars often bring us the Leaves of Gin-seng instead of Tea. 1765 J. Brown Chr. Jrnl. 155 In Tartary's barren soil, grow the medicinal jingseng and the veget- able lamb. 1812 J. Smyth Pract. of Customs(1821) 94 Ginseng, the dried roots of this plant, as commonly imported, are about the thickness of the little finger. 1836 J.F. Davis Chinese Ⅰ, iv, 131 The wild plant ginseng, long a monopoly of the Emperor in the Manchow country, has been imported in large quantitiesby the American ships to Canton. 1883 Q. Rev. Jan. 176 In the north the famous 'jinseng'(Panax quinquefolium) is found both wild and cultivated.
    2. The root of the plant; a preparation of this used as a medicine.
    1654 tr. Martini's Conq. China 9. The root cal'd Gimsem, so much esteemed amongst the Chineses.177 1 Smollett Humph Cl. 14 June, I took some of the tincture of ginseng. 1788 M.Cutler in Life, etc.(188 8) Ⅰ. 402 Here we met a Packer with ten pack-horses, loaded principally with ginseng in barrels. 1819 Jas. Wilson Dict, Astrol. 268 Three or four cups of Ginseng taken every day, for a week, would soon remove most of her complaints. 1861 C.P. Hodgson Resid. Japan 32 Mushrooms, ginseng, gall-nuts and vermicelli are some of the articles which go to China. 1897 Willis Flower. Pl.Ⅱ. 28 The root of the Aralia Ginseng is the source of the famous Chinese medicine Ginseng.
    3. Attrib. and Comb., as ginseng-digger, -jarm-gatherer, -root, -tree.
    1758 Michmakis & Maricheets, 77, I could never find any ginseng-root. 1791 D'Israeli Cur. Lit.(18 34) Ⅰ. 363 The ginseng tree is noticed for the same appearance. 1888 Times(weekly ed.) 6 Apr. 3/2 Ginseng gatherers who dwell.. in this.. land. 1891 Pall Mall G. 8 Sept. 3/3 A ginseng farm is a peculia r-looking affair. 1894 Westm. Gaz. 21 Nov. 2/1 Amélie Rives is introducing Virginian ginseng-diggers t o politelyscandalised New York society.
(11) '웹스터 대학 영어 사전' (1983, 미국)
gin-seng¹jin-׀saŋı-seŋ,-(,)siŋ\n[Chin(Pek) jen²-shen¹](1654) 1: the root of a ginseng 2 a: a Chinese perennial herb(Panax schinseng of the family Araliaceae, the ginseng family) having 5-foliolate leaves. scarlet berries, and an aromatic root valued locally as a medicine b: any of several plants related to ginseng; esp: a No. American herb (P. quinquefolius)

위의 (10)과 (11)에 인용된 사전에 수록된 것에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첫째로, 'ginseng'이라는 어휘가 영어에 외래어로 받아들여져서 기록에 처음 나타난 것이 1654년임을 알 수 있다. 둘째로, 1654년에는 '옥스포드 영어 사전'이나 '웹스터 사전'이 다 같이 언급하는 것처럼, 'the root of the plant' 혹은 'the root of a ginseng'의 뜻으로 받아들여진 것을 알 수 있다. 셋째로 '옥스포드 영어 사전'에 의하면 인삼나무(plant)를 뜻하는 의미로는 최초 사용 시기가 1691년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넷째로, 'ginseng-root'나 'ginseng-tree'와 같은 복합어의 형태로는 1758년에 쓰이기 시작된 것을 알 수 있다.

종합하여 보면, 'ginseng'이라는 어휘가 영어에 외래어로 차입되어 영어 어휘가 된 1654년에서 복합어 형 태를 새로 이루게 된 1758까지 104년 동안의 이 어휘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게 되어 있다. 이것은 어휘 하 나의 의미 및 그 의미가 확산 변화되는 과정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수록어가 보여 주는 또 다른 국면은 어휘의 어원을 밝히고 있다는 점이다. '옥스포드 영어 사전'의 수록 사항에는, 이 어휘는 중국어에서 온 것이며, 중국어 자체로서의 그 어휘 '人蔘'에 대한 해설도 곁들여져 있다.
    이처럼 '옥스포드 영어 사전'은 표제어 수록의 일반적인 원칙으로, 어원을 밝히고, 최초 사용 시기를 기록하고, 이에 더하여 이 어휘의 그 후 사용된 용례들의 출전까지도 연도별도 정리 수록해 놓고 있다. 이것은 어휘의 의미 변화 과정을 밝히는 일과도 중요한 관련을 갖게 된다. (Lyons 1977, Kempson 1981).
    이러한 면에 있어서 우리 국어사전은 어떠한가? 다음은 이희승 편 '국어 대사전'에 수록된 '인삼'의 예이 다.

(12)이희승 편 '국어 대사전'
인삼¹ 【人蔘】『명』 [식][Panax sching-seng] 오갈피나무과에 속하는 다년초, 높이 60㎝ 내외, 근경(根莖 )은 짧고 마디가 있으며, 하부에 비대한 백색 다육질(多肉質)의 직근(直根)이 있어서 흔히 『人』자 모양임. 줄기는 외줄기로 곧게 서며 줄기 끝에 서너 개의 잎이 윤생(輪生)하며, 다섯 개의 소엽(小葉)으로 된 장상 복 엽(掌狀複葉)을 이룸. 자웅 일가(雌雄一家)인데 4월에 녹백색 오판화 (五辦花)가 산형(繖形) 화서로 정생( 頂生)하며, 과실은 둥글고 적색으로 익으며 두 개의 씨가 있음. 깊은 산의 숲속에 야생(野生)하는데, 강원· 경기·평남·평북·함남 및 중국 동북부에 분포함. 야생종을 『산삼(山蔘)』, 재배종은 『가삼(家蔘)』이라 하는데, 한방(漢方)에서 뿌리를 강장제(强壯劑)의 약재로서 진중(珍重)하며 널리 재배함. 삼아(三椏), 인삼( 人蔘), 지정(地精). 『준』 삼(蔘).

이 예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인삼'이라는 어휘의 어원에 대한 설명이 없고 이 어휘가 대개 어느 시기부터 한국어의 어휘로 되어 쓰이기 시작했는지에 대한 정보도 없다. 이 사전의 앞 해제 (p.10)에는 어원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는데, 괄호 안에 "한자나 로마자를 써서 어원을 밝힌다."고 되어 있지만, 한자가 들어 있다고 해 서 어원이 밝혀졌다고 말할 수 없으며, 라틴어 학명 역이 어원을 대신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경우 외래어일 것이므로 중국에서의 어원이 밝혀져 있어야 할 것이고, 우리의 문헌을 충분히 조사한다면 최초 사용 시기는 밝힐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예를 하나 더 보자. 이상섭(1987)에 인용 논의되고 있는 어휘 '김치'가 영어의 외래어 어휘로 사용된 기록이 나타나는 것은 '옥스포드 영어 사전'과 '웹스터 대학 영어 사전, 9판'이 공히 1898년으로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옥스포드 영어 사전'에는 그 후 쓰이는 용례들이 나타나는 출처를 연대별로 정리 수록하고 있다. 우리 국어사전은 어느 것도 '김치'라는 어휘가 한국어에서 언제부터 쓰이게 되었는가에 대한 정보는 없다. 이것은 폭넓은 조사, 분류 작업이 사전 편찬을 선행하여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지금까지 편찬된 국어사전들은 이러한 부분에서는 공헌을 하고 있지 못하다.
    학문적 기능의 다른 한 가지 국면을 보자.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사전이 보여 줄 수 있는 귀중한 자료 기능 중의 한 가지가 어휘의 의미 변화 과정을 보여 주는 것이다. 다시 '옥스포드 영어 사전'의 예로 'meat'를 보자.

(13) '옥스포드 영어 사전'의 한 예: 'meat'
    Meat(mit), sb. Forms: I mete, mæt(e, mett, 2~8 mete, 3 mæte, 4~5 meite, mett, meyte, 4~6 meat (e, met(te, 4~7 meyt, 5 maite, mate, meett, (pl. meyttes, -is), 5~7 meate, meit, 6 Sc. meitt, 5~ m eat.[OE. mgte. str. masc. ―OFris. met(e, meit, OS. meti masc., mat neut., OHG. mag neut., ON. mat-r masc.(Sw. mat, Da. mad), Goth. mat-st―OTeut. types *mati-s, *mate-, prob. repr. an original neuter *matos-, -is-t―pre-Teut. *mados-, -es-, perh. f. root *mad-, to be fat: see Mast sb. 2 The LG, and Du. met minced meat(whence Du. metworst, G. mettwurst sausage) is prob. unconnected: cf. med. L.matia pl, tripe.]
    1.Food in general: anything used as nourishment for men or animals; usually, solid food, in contra- distinction to drink. Now arch, and dial.
    Green meat: grass or green vegetables used for food or fodder(see Green a. 4). See also Hard meat, Horsetmeat, Whitemeat. Meae of meat, meal's meat: see Meal sb. 2le.
    a 900 tr. Bæda's Hist. v. iv. (Schipper) 568 He eode on his hus & Þær mete[v.r.mæte]ÞyṬede. c 975 Rushw. Gosp. Luke...
    †2. A kind of food, and article of food, a 'dish'. White meat, an article of food made with milk.
    3. The flesh of animals used for food; now chiefly in narrower sense―Butcher's meat, Flesh sb. 4, in contradistinction to fish and poultry.
    Dark meat(U.S.)1 'all the meat of chickens and turkeys except the breast and wings, these being, called light meat' (Webster Suppl. 1880).
    c 1460 Fortescur A52.4 Lim. Non. x.(1885) 132 In Fraunce the people salten but lytill mete, except thair bacon. 1828 Lytton Disortmed Introd. 8 And, harkye, Bedos..if you eat a grain of meat Ⅰ discharge you. A valet,Sir,is an ethereal being, and is only to be nourished upon chicken! 1882 Daily News 16 Sept. 5/4 Wild ass and antelope meat are also brought in for sale. 1883 Moloney Fisheics W.Afr. 56 The cleaning, pickling, and drying process only requires ten days, when the fish, sometimes two or three inches thick in the meat, is ready for export.
    †4. A meal, repast, feast. Sometimes used for the principal meal, dinner. Obs. exc. as in b.
    a 1175 Cott. Hem. 237 Ʒief he frend were me sceolda Ʒief him his morƷe mete that he the bet mihte a bide thane more mete. 1432~50 tr. Higden (Rolls) Ⅱ. 167 Whiche vse mony diversities of meites at a meite. a 1483 Liber Niger in Honsek, Ord.(1790) 32 At the furst or latter mete. 1868 Morris Earthly Pa r., Man boru to be king Argt. 50 And presently, the meat being done, He bade them bring him to his throne.

이 예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우선 첫 부분에 보이고 있는 어원에 대한 정보이다. 이러한 내용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사전은 이 정보를 전해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중요한 사항은 영어 'meat'라는 단어의 의미 변화 과정이다. 1번 항에 표시된 의미 'food in general; anything used as nourishiment for men or animal'은 대강 900년경부터 사용되기 시작하였으며, 4항을 보면, 1175년경에는 'a meal, repast, feast'의 의미로도 쓰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3항에 제시된 것으로 보면 1460년경에 'the flesh of animal used for food'로 사용되기 시작하였는데, 이 항에는 'now chiefly in narrow sense'라고 되어 있다. 즉, 이것은 현대 영어로 넘어오면서 'meat'의 의미가 광의의 의미에서 협의의 의미로 특수화되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많은 역사적 자료를 분석하여 어휘의 의미적 변화과정을 정리하는 작업이 이루어진 후에야 얻어지는 것이며, 어휘의 의미 변화를 연구하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 이러한 자료를 토대로 하여 의미적 장(semantic field: Lyons 1977, 이익환 1985) 이론을 논의하고, 그 장의 변화 과정을 어휘마다 설정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옥스포드 영어 사전'은 어휘의 의미 변화 과정을 연구하는 사람에게 귀중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반면에 우리가 접할 수 있는 국어사전들은 이러한 자료집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다음은 이희승 편의 '국어 대사전'에서 인용한 예이다.

(14) 이희승 편, '국어 대사전'의 한 예 : '인사'
인사²【人事】『명』 ①남에게 공경하는 뜻으로 하는 예의. 예(禮). ②서로 안면(顔面) 없던 사람끼리 성명을 통함. ③사람들 사이에 지켜야 할 예의. 또, 그 일. ¶그건~가 아니다. ④사람이 하는 일. ¶~를 다하고 천 명을 기다린다. ⑤개인의 의식·능력·신분에 관한 일. ¶~불성(不省)/~문제. ―하다 『자』―

이 항목은 '인사'라는 국어 단어가 적어도 ①~⑤에 나열된 다섯 가지 의미를 갖는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그러나 이 의미들 사이의 상관관계에 대하여는 아무런 정보도 주지 않고 있다. 즉, 역사적으로 이들 의미가 어떠한 변화 과정을 거쳤는지에 대한 정보가 없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역사적 연구가 없기 때문에 이 다섯 가지 의미 중 어느 것이 최초로 쓰이기 시작한 의미인지 알 수가 없다. 우리가 접할 수 있는 국어사전이 모두 이러한 약점을 지니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사전이 갖는 일반적인 기능을 두 가지 국면으로 나누어 논의하였다. 그것은 교육적 기능과 학문적 기능이었다. 이제 이중 교육적 기능의 면에서 더 충실한 사전이 되기 위하여 국어사전의 부족한 면을 어떻게 보완하여야 할 것인가에 대하여 논의하였다. 논의될 문제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미 1절에서 제시한 것처럼 특히 표제어의 뜻풀이와 용례의 문제를 검토하여 보겠다.

2. 뜻풀이
    기존 국어사전들이 표제어 뜻풀이와 관련하여 갖고 있는 문제는 다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15) 가. 뜻풀이가 순환적으로 된 것이 많다.
나. 뜻풀이가 표제어보다 어려운 말로 되어 있는 것이 많다.
다. 여러 가지 뜻을 갖는 경우 이들의 배열 순서에 대한 원칙이 결여되어 있다.

2. 1. 순환성의 문제
    이 중 (15. 가-나)의 문제는 이미 많은 연구자들에 의하여 지적되어 왔다(이상복 1987, 이기동 1987). 위 (3)에서 간단한 예를 들어 순환성의 문제점을 지적하였는데, 이러한 예는 얼마든지 들 수 있을 것이다. 다음은 이희승 편, '국어 대사전'에서 인용한 것이다.

(16) 이미³: [부] 다 끝나거나 지난날을 말할 때 '벌써'의 뜻으로 쓰는 말. 기이(旣已), 기위(旣爲).
벌써: ①이미 오래 전에. ②예상보다 빠르게.
기이: 이미.
기위: 벌써. 이미.

위 (16)에 인용한 예에서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볼 수 있다. 표제어 '이미'에 대하여 위에서 지적된 순환적 뜻풀이가 되어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이미'의 뜻풀이로 바람직해 보이는 '벌써'는 그 자체 표제어로 설정된 항목으로 가 보면, 그 뜻풀이에 다시 '이미'라는 단어가 사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뿐 아니라, 표제어 '이미'에 대한 설명에 기이(旣已)와 기위(旣爲)가 등재되어 있는데, 이들이 표제어 '이미'와 어떤 관계인지 불분명하다. 즉, 이들을 '이미'의 뜻풀이로 나열해 놓은 것인지 아니면 동의어로 나열하여 놓은 것인지 알 수 없다. 만일 동의어로 나열한 것이라면, '기이'나 '기위'의 항에 가서도 이들의 뜻을 풀이하고 난 다음에 동의어의 개념으로 '이미'나 '벌써' 등을 나열해야 할 것이다. 어떻든 간에, 표제어 '기이'에 가 보면 뜻이 '이미'라고 풀이되어 있으며, 표제어 '기위'에는 한 술 더 떠서 '벌써, 이미'라고 뜻을 풀이하여 놓고 있다. 이 현상은 위 (15.가)의 일반 원칙을 정면으로 어기고 있는 것으로 문자 그대로 순환적 뜻풀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순환적 뜻풀이는 사전 이용자들에게 표제어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게 해 줄 수 없어 심각한 약점이 될 수밖에 없다. 외국인이 이 사전을 이용한다고 생각하여 보자 '기이'나 '기위'의 의미를 알지 못하면서 '이미'의 의미를 알 수 없을 것이며, 거꾸로 '이미'의 의미를 알지 못하고 '기이'나 '기위'의 의미를 알 수 없을 것이 뻔하다. 순환적 뜻풀이는 이러한 역설을 낳고 만다. 또 '이미'의 뜻풀이에 '벌써'라는 어휘를 쓰고 있는데, 표제어 '벌써'의 정의를 보면 다시 '이미'라는 어휘를 사용하고 있다. 이것 역시 순환적 뜻풀이의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동의어 사전과 같은 느낌마저 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뜻풀이는 국어를 학습하는 외국인에게는 표제어의 뜻을 이해하는 데 거의 도움을 주지 못한다.

2.2. 뜻풀이 어휘의 난해성
    위 '이미'의 뜻풀이와 관련하여 지적되어야 할 점이 한 가지 더 있다. 필자의 직관으로, '이미' 보다는 '기이'나 '기위'가 더 어려운 말로 판단된다. 그렇다면, '이미'의 뜻풀이에 동의어라는 표시 없이 '기이'와 '기위'를 제시하고 있는 것은 표제어 '이미'의 뜻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것은 표제어보다 의미적으로 더 어려운 어휘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위 (15.나)의 일반적 원칙을 위반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점은 한국어를 자국어로 쓰는 토박이에게도 사전 이용상 불편을 줄텐데, 한국어를 외국어로 공부하는 외국인에게는 전혀 교육적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이러한 종류의 표제어로는 위 (5)에서 든 예 '정보' 외에도 많다. 다음 예는 이희승 편, '국어 대사전'에서 인용한 것이다.

(17) 보온: 일정한 온도를 보전함.
보전: 보호하여 안전하게 함.
보호: 보전하여 호위함.
안전: 평안하여 위험이 없음.
호위: 따라다니며 지켜 보호함.

이 예를 보면, '보온'의 뜻을 알려면 '보전'의 뜻을 알아야 하고, 다시 '보전'의 뜻을 알려면, '보호'와 '안전'의 뜻을 알아야 한다. 그런데 문제가 되는 것은 '보호'의 뜻을 알려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보전'의 의미를 알아야 하는 것 이외에 또 '호위'의 뜻을 알아야 한다. 여기에도 순환적 뜻풀이의 역설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보온'의 뜻을 풀이하면서 '보전'이라는 어휘를 쓰고 있는데, 필자의 직관으로는 '보전' 이 '보온'보다 어려운 단어이다. 이것은 위 (15.나)의 일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다.
    이제 이러한 현상의 근본적인 문제를 논의하겠다. 우선 비교를 위해 위 (7)에 인용한 영어 사전의 뜻풀이 원칙을 여기에 반복하고, 이희승 편, '국어 대사전'에서 제시하고 있는 뜻풀이 원칙을 인용하겠다.

(7) "All the diefnitions and examples in the dictionary are written in a controlled vocabulary of approximately 2,000 words which were selected by a thorough study of a number of frequency and pedagogic lists of English, particular reference having been made to A General Service List of English Words(Longman, 1953, reprinted 1977) by Michael West. Furthermore, a rigorous set of principles was established to ensure that only the most "central" meanings of these 2,000 words, and only easily understood derivatives, were used." (Longman Dictionary of Contemporary English, p. ix)

(18) 해석의 방식(이희승 편, '국어 대사전'(P. 11~12)
    1. 어휘의 풀이는 소략(疎略) 추상에 흐르지 않고 정확한 개념을 잡아 쉽고 분명하게 정의를 내렸다.
    2. 어휘의 개념을 더욱 명확하게 하고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하기 위하여 풀이 끝에 동의어(同義語), 용례(用例), 변한말, 준말, 어감의 강약과 대소, 상대어, 참고어 등을 밝혔다.
    3.한 어휘의 뜻이 여럿일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어원에 가까운 것 또는 일반적인 것으로부터 ①②③...의 순서로 벌였다. 또 한 표제 항목을 둘 이상의 품사로 나누어 해설할 때에는 각각 그 품사 표시 앞에 [一][二][三]...의 번호를 붙였다.

위 (7)과 (18)을 비교하여 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영어 사전 편찬자와 국어사전의 편찬자는 뜻을 쉽게 풀이하겠다는 취지가 같다. 하지만, 쉽게 하는 방법에서는 차이를 보인다. 즉 영어 사전 편찬자는 풀이를 쉽게 하는데 그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뜻풀이로 사용하는 어휘의 수를 제한하고, 그 제한의 범위를 믿을 만한 연구 자료에 근거하고 있음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이 점에 있어서 국어사전은 '쉽고 분명하게', '명확하게' 등의 어휘를 쓰고는 있지만 어떠한 방법으로 하여 그렇게 하는 것인지에 대하여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이 막연하다. 그리고 사실상 위에서 이미 지적하였듯이 '쉽게' 풀이했다는 것도 많은 예에서 맞지 않는 주장이다. 위의 (5)에 인용한 '정보'의 뜻풀이나 (17)의 '보은'의 뜻풀이가 '쉽고 분명하게' 풀이되어 있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이는 위에서도 간단히 지적하였지만 국어사전을 편찬하기 위하여 기초 연구라고 할 수 있는 국어 어휘의 사용 빈도수 조사, 국어 어휘의 의미적 상관관계에 대한 체계적 연구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이러한 연구가 이루어진 연후에 사전의 표제어를 쉽게 풀이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기는 것이지, (18)의 인용에서 보는 것과 같이 막연한 생각으로 '쉽고 명료하게'라는 것은 우선 그 쉽고 명료한 개념부터가 확실하지 못하다. 따라서, 교육적 기능 면에서 바람직한 국어사전을 편찬하려면, 적어도 이러한 기초 연구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아쉬운 대로 우선 국어 어휘의 사용 빈도수에 대한 체계적 연구만 이루어진다 하여도 위 (18)에서 보는 막연한 개념의 '쉽고 명료하게'라는 표현은 (7)의 영어 사전에서 보는 것과 같은 확실한 근거에 입각한 표현으로 바꿔 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쉬운 어휘를 사용하여 명료한 뜻풀이를 어떻게 하는지 보기 위하여 두 가지 영어 사전의 예로 'admit'의 뜻풀이를 인용하겠다.

(19) Collins Cobuild English Language Dictionary(1987)
admit/ə³dmːt/, admits, admitting, admitted.
    1. If you admit something, you 1. 1 agree, often reluctantly, that is true. eg I must admit I had m y doubts... It is not, I admit, a good way of selling newspapers... 'I don't know,' he admitted. 1.2 agree or confess that you have done something that you should not have done. eg. The Vice President admitted taking bribes.
    2. If you admit defeat, you accept that you cannot do something which you have started. eg Her imagination failed her: she had to admit defeat.
    3. To admit someone or something to a place means to allow them to enter it. eg The Sovereign has never been admitted to the House of Commons... This ticket admits two... The door was opened, admitting a shaft of daylight.
    4. If someone is admitted to hospital, they are taken there because they are ill and stay there for one or more nights. eg He was admitted to hospital with an ulcerated leg.
    5. If you admit someone to an organization or group, you allow them to join it or become part of it. eg He was admitted to full membership of the academy... Soon afterwards he was admitted to British citizenship.
    6. If a room or building admits a particular number of people, it has room for that number; a formal use. eg The new theatre will admit 400 people.
    7. If an event or situation admits of something, it makes it possible for that thing to happen or be true; a formal use. eg The relevant statute admitted of one interpretation only.
(20) Longman Dictionary of Contemporary English(1978)
ad-mit/ədım׀t/v -tt- 1[Ⅰ(to);T] to state or agree to the truth of(usu. something bad); confes- s: He admitted his guilt/admitted to the murder.[+v-ing]She admitted stealing the bicycle/admitted having stolen the bicycle.[+(that)] She admitted that she had stolen the bicycle./ I must admit, it's more difficult than I thought it would be.[+obj+to-v]A fuel leak is now admitted to have been the cause of the trouble. ―compare deny(1) 2[T(into,(to)] to permit to enter; let in. He was admitted to hospital suffering from burns. 3[Ⅰ+of;T]fml to leave a chance for being possible; allow: The facts admit(of) no other explanation.

위 (19)와 (20)에서 우리는 조정된 어휘를 사용하여 표제어의 뜻을 풀이하는 두 가지 다른 방법을 볼 수 있다. 둘 다 평이한 어휘를 쓰고 있는 것은 공통적이다. (19)의 제1항 풀이와 (20)의 제1항 풀이를 비교하여 보자. 두 경우 다 기본적인 어휘로는 'agree'를 이용하고 있다. 그런데 (19)의 사전은 'admit'라는 표제어가 쓰이는 환경을 경우 경우마다 보여 주고 있는 반면에 (20)의 사전은 문형을 기호화하여 보이고 있고. (19)의 경우 뜻풀이를 겸하여 문형을 보여 주고 있어서 편리한 듯하지만, 사실 곧이어 예문이 인용되고 있으므로 문장 모형을 뜻풀이에 곁들여 보이는 것이 잉여적인 듯하다. 반면에, (20)은 이러한 잉여성을 줄이고 뜻풀이에 곧이어 용례를 보여 문형의 예를 들어 주고 있다. 그리고 축약된 문형은 사전 뒤에 부록으로 보인다. 이것은 필요에 따라 사전 이용자들이 이 도표를 볼 수 있다.
    그러니까 (19)의 경우는 뜻풀이를 통사 정보와 곁들여 동시에 하고 있으며, 이에 더하여 문형은 다시 오른편에 정리하여 놓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정보를 예문으로 보이고 있다. 이러한 면에서 보면, (20)은 사전 이용자에게 친절을 덜 베풀고 있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이용자를 위한 교육적 기능 차원에서는 효과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즉, 이러한 취지로 편찬된 사전은 외국인이 영어 표제어의 뜻을 아는 데 또 다른 어휘의 의미를 찾아보아야 하는 번거로움을 많이 줄이게 할 수 있다. 이것은 표제어의 뜻을 그 표제어보다 사용 빈도가 높고 쉬운 어휘로 풀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국어사전의 편찬은 이러한 점을 많이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2.3. 여러 가지 뜻의 나열 순서
    이제 (15.다)에 지적된 여러 가지 뜻의 나열 순서에 대하여 검토하여 보자. 이것은 하나의 표제어가 다의적(多義的)으로 쓰이는 경우 그 여러 가지 뜻을 어떠한 원칙에 입각하여 항목에 나열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이 문제에 대하여 이희승 편, '국어 대사전'에는 위 (18)에 인용된 대로 (편의상 (18.3)의 번호를 붙여 여기에 반복함.), 다음과 같이 명시되어 있다.

(18.3) 한 어휘의 뜻이 여럿일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어원에 가까운 것 또는 일반적인 것으로부터 ①②③...의 순서로 벌였다.

여기에 언급된 원칙이란 두 가지로 설명될 수 있다. 첫째로, '어원에 가까운 것'이란 주어진 표제어의 역사적 의미 변천상 먼저인 것을 뜻한다. 즉, 역사적으로 오래된 뜻을 먼저 나열한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둘째로, '일반적인 것'이란 주어진 표제어의 특수 의미보다는 보편적인 뜻을 먼저 나열한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러한 여러 뜻의 나열 순서에 대하여 남기심(사적 논의, 1991년 12월)은 '여러 뜻의 통시적인 면과 공시적인 면을 사전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 하는 문제부터 연구하여야 할 것인데, 국어에 대하여는 이 두 가지 면 다 의존할 만한 기초 연구가 전혀 되어 있지 않는 형편'이라고 지적한 적이 있다. 여기서 말하는 기초 연구가 빈약하다는 것은 국어 어휘의 통시적인 면에서 역사적 변천 과정에 대한 연구가 없고, 공시적인 면에서 한 표제어가 갖는 여러 뜻의 사용 빈도를 연구한 자료가 없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희승 편, '국어 대사전'에 명시된 두 가지 원칙도 사실상 이를 뒷받침해 주는 기초 연구 결과가 없어 사상누각인 원칙일 수밖에 없다.
    위 1.2절에서 논의한 것처럼, 국어 어휘의 역사적 근거를 찾아 어원을 밟히는 일은 워낙 방대한 일이며, 어떤 의미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로 간주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시대를 국한시켜 부분적인 연구라도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 점에 대하여, 연세 대학교의 '한국어 사전 편찬실'에서는 우리가 추적 가능한 시기까지만이라도 거슬러 올라가 그때의 의미와 그 후의 의미 변화 과정을 조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 일차적인 작업으로 국어 어휘 용례의 말뭉치를 만들고 있다. 이러한 기초 연구가 완성되고 그 토대 위에 국어사전이 편찬되면 이는 국어 어휘의 역사적 변천 과정을 수록하는 국내 최초의 사전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연세 대학교 사전 편찬실이 내걸고 있는 목적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이익환 1987).
    여러 뜻의 나열과 관련하여 두 번째로 언급된 '일반적인 것'의 문제 역시 표제어의 다양한 뜻으로의 사용 빈도수에 대한 기초 연구가 이루어진 연후에 바람직한 사전의 모형을 갖추게 될 것이다. 남기심(1991)은 불완전 명사 '것'에 대한 여러 가지 뜻을 논의하고 있다. 논의하는 순서를 보면 대체로 일반적인 것부터 시작하여 특수한 뜻의 순서로 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음은 남기심(1991)에서 인용한 예이다.

(21) 사과는 대구에서 나는 것이 제일 좋다.
(22) 철수가 먹은 것은 사과이다.
(23) 해는 동쪽에서 뜨는 것이다.

남기심 (1991)에 따르면, (21)의 '것'은 문장 안의 다른 요소를 가리키는 예이고, (22)의 '것'은 '사과' 또는 '사과'와 '배' 등을 모두 포괄하는 상위 개념의 '것', 예컨대 '과일' 또는 '음식물' 같은 먹을 수 있는 대상을 모두 포괄하는 말을 대신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23)의 '것'은 '해는 동쪽에서 뜨는 물체다.'라는 뜻으로 '것'이 '해'의 분류사 노릇을 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도록 주장한다. 이러한 논의를 사전의 뜻풀이 나열 순서와 직결하여 논의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의 주장은 사전에서도 이러한 순서로 나열되는 것을 바람직하게 생각하고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어떠한 형태의 연구를 하더라도 '것'의 의미적 사용 빈도수를 조사하여 보면 위 (21)-(22)-(23)의 순서로 사용 빈도수가 낮아지는 현상을 보일 것으로 예견된다. 그렇다면, 사용 빈도수가 많은 것부터 먼저 등재하자고 제안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용 빈도수가 많은 것과 소위 말하는 '일반적인 것'과의 일치 여부는 더 검토해 보아야 할 일이다. 어떻든, 의미적으로 볼 때 사용 빈도수가 많은 것이 먼저 얘기되어야 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있는 것 같다.
    '일반적인 뜻' 즉 뜻의 보편성에 대하여 이기동(1987)은 보편적인 뜻을 먼저 제시하고 그 보편적 뜻이 어떻게 응용되는가 하는 것을 사전에 수록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음은 그가 제시하는 뜻풀이 모형이다.
    이러한 모형에 따른다면 '일반적인 풀이'는 상위 언어적 혹은 추상적 풀이가 될 수밖에 없다. 즉, 이 일반적 풀이에 대하여는 용례가 없게 된다. 이 상위 언어적 정의가 아래 구체적 적용에서 구현되는 현상을 보 이게 된다.

(24) 내다 [타] (이기동 1987:107)
일반적 풀이
1.
2.
3.
4.
5.
.
.
.
위의 일반적인 풀이가
구체적으로 적용되는 예

이희승 편,'국어 대사전'이나 남기심(1991)에서 볼 수 있는 '일반적인 뜻'이라는 것은 이기동의 '일반적 풀이'와 개념이 다르다. 이희승 사전이나 남기심의 관점에서는 더욱 일반적인 뜻으로부터 더 특수한 뜻으로 쓰이는 경우를 말한다. 즉, 이 경우에는 일반적인 뜻에 대하여도 구체적인 사용의 예가 있는 것을 의미하지만, 이기동의 경우에는 일반적 풀이란 구체적 용례들을 총괄하는 추상화된 뜻이다. 따라서 이기동(1987)의 취지에 따른다면, 어휘 의미론적 사전이 될 것인데, 이것은 일반적인 어휘 사전의 범주와 조금은 다른 성격의 것이 될 것이다. 물론 이러한 사전이 교육적 기능의 관점에서 볼 때 도움이 안되지는 않겠지만, 다분히 어휘 목록적 사전으로 어휘부(Lexocon)의 성격을 띨 것이다. 따라서 일반적인 국어사전으로는 위 (24)의 모형 그대로는 바람직하지 않지만, 그러한 제시는 일부 받아들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지금까지 다의적인 여러 뜻의 나열 순서에 대하여 검토하여 보았다. 논의된 몇 가지 문제점들과 제안을 토대로, 그리고 위에서 지적한 두 가지 기초 연구가 선행된다는 것을 가정하고, 다음과 같은 일반 원칙을 세워 볼 수 있을 것 같다.

(25) 여러 뜻의 나열 순서에 대한 일반 원칙
가. 사용 빈도수가 많은 (즉, 보편적인) 뜻부터 나열한다.
나. 이 어휘의 최초 사용 연도와 위 (가)항의 뜻이 쓰이기 시작한 연도를 밝힌다.

이러한 원칙에 입각하여 주어진 표제어에 대한 여러 뜻을 나열한다면, 이희승 사전에서 지적되고 있는 일반 원칙 (18.3)을 수용하면서, 더욱 체계적인 원칙이 된다. 즉, 어원 내지는 통시적 정보를 자연스럽게 포함 하고, '일반적인 것'을 먼저 제시한다는 기본 원칙이 그대로 반영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전이 되기 위하여 남은 문제는 위에서 제시한 두 가지 기초 연구가 하루 빨리 이루어져야만 한다는 것이다. 즉, 통시적 의미 변화 과정의 조사와 의미별 사용 빈도수의 조사 연구가 그 두 가지 기초 연구이다. 연세 대학교 '사전 편찬실'은 이러한 기초 연구를 위해 현재 한국어 말뭉치를 대대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지금까지 논의한 학문적 기능과 교육적 기능을 충실히 이행할 수 있는 국어사전의 편찬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생각된다.

3. 용례의 문제
    위 2절에서는 표제어 뜻풀이의 기본 원칙과 여러 뜻의 경우 나열 순서에 대한 일반 원칙을 제시하였다. 그러한 원칙이 지켜지면서 사전이 편찬되기까지는 적어도 두 가지 기초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도 지적하였다. 이제 이러한 기초 연구가 이루어지고 그것을 바탕으로 하여 뜻풀이도 하고 또 여러 뜻의 경우 이론적으로 타당성 있는 순서로 나열되었다고 하자. 다음으로 사전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풀이된 뜻에 적절한 용례를 보이는 일이다.
    사전에 용례를 보이는 일은 적어도 두 가지 점에서 중요성을 지닌다. 첫째로, 표제어가 나타나는 용례는 그 표제어의 풀이된 뜻을 사전 이용자에게 분명히 밝혀 준다. 즉, 풀이된 뜻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환경에서 쓰이고 있는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그리고 둘째로는, 용례는 언어를 학습하는 사람이 문장 구성력을 기르는 데 도움을 준다. 즉, 학습자가 익힌 표제어의 뜻을 근거로 하여 구축될 수 있는 가능한 문장에 대한 안내 역할을 한다. 따라서 용례는 평이하고 표준 문형을 보이는 것이어야 한다. 이 두 가지 모두 사전의 교육적 기능에 필수 불가결한 요인이 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용례는 다음과 같은 일반 원칙에 따라 선정되어야 할 것이다.

(26) 용례 선정의 일반 원칙
가. 한 표제어가 여러 뜻을 갖는 경우에는 각 뜻과 관계되는 적절한 예가 주어져야 한다.
나. 용례는 가능한 한 쉬운 문장으로 된 것이어야 한다. 가능하면, 표제어 이외에는 이용자가 어렵게 생각할 만한 어휘가 들어 있지 않은 문장으로 표준 문형이어야 한다.
다. 용례는 사용된 대강의 시기에 맞는 것이어야 하며, 그 시기와 출처를 밝혀야 한다.

이러한 일반 원칙을 생각하면서, 다음의 예를 보자.

(27) 이숭녕 외 편, '국어 대사전'
보다¹『타』 ①시신경(視神經)의 작용으로 사물의 존재나 형체를 감지(感知)하다.
②어떤 대상의 상태나 내용 등을 알거나 판단하기 위하여 관찰하거나 살피다. ③맡아서 지키거나 미루다. ④어떤 대상이 생김으로 인하여 어떤 결과를 얻게 되거나 관계를 맺기에 이르러 그것을 다스리게 되다. ⑤판단하거나 평가하다. ⑥일정한 목적 아래 만나다. ⑦남의 남자나 남의 여자를 사귀어 비도덕적인 관계를 맺다. ⑧똥, 오줌을 누다. ⑨어떤 물건을 사거나 팔려고 장으로 가다.
(28) 이희승 편, '국어 대사전'
보다『타』 ①사물의 모양을 눈을 통하여 알다. ¶자세히 ~/보고도 못 본 체. ②알려고 두루 살피다. 어느 모로 보아도. ③구경하다. ¶영화를 ~. ④보살 피어 지키다. 집을 ~/애기를 ~. ⑤일을 맡아서 하다. ¶ 사무를 ~. ⑥누려서 가지다. ¶재미 많이 ~. ⑦시험을 치르다.⑧팔거나 사려고 장(場)으로 가다. ¶시장 보러 간다. ⑨값을 부르다. ¶팔려고 하니 반값밖에 안 보더라. ⑩똥·오줌을 누다. ¶뒤를 ~. ⑪몸소 당하다. ¶손해 ~. ⑫참고 기다리다. ¶보자보자 하니까 별꼴 다 보겠다. ⑬좋은 때를 만나다. ¶좋은 세상 보고 살게 될는지. ⑭자손(子孫)을 낳거나 며느리·사위를 얻어 들이다. ¶며느리를 ~. ⑮남의 계집이나 사내를 몰래 사귀다. ¶샛서방을 ~. ⑯음식상을 차리다. ¶빨리 상 보아라. ⑰운수 따위를 점치다. ¶사주~. ⑱어떤 목적 아래 만나다. ¶자네를 보러 가는 길일세/나 좀 봅시다. ⑲어떤 결과에 이르다. ¶끝장을 ~/ 합의를~.
[보고 못 먹는 것은 그림의 떡] 아무 실속이 없다는 말.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 내용이 좋으면 겉모양도 반반하다는 말. [보자보자 하니까 얻어 온 장(醬) 한번 더 뜬다] 과오(過誤)를 범한 사람을 꾸짖지 않고 그 개과(改過)할 때를 기다리는데 도리어 다른 과오를 저질러서 손해를 끼쳐 준다는 말. [보지 못하는 소 멍에가 아홉] 능력 없는 이에게 과중한 책임이 지워졌다는 말. [본 놈이 도둑질한다] 미리 보지 않고서는 도둑질을 못한다는 말.

위의 예는 국어 동사 표제어 '보다'의 사전 수록 사항이다. (27)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숭녕 외 편, '국어 대사전'에는 간단한 뜻만 나열하고 이에 해당되는 용례는 하나도 주어져 있지 않다. 이러한 사전으로는 국어를 학습하는 외국인이 '보다'의 여러 뜻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 뻔한 일이다. 반면에, (28)의 이희승 편, '국어 대사전'에는 풀이된 뜻에 적절한 용례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이 사전은 교육적 기능 면에서 이숭녕 외 편 '국어 대사전'보다 유익하다고 말할 수 있다. 즉, 위(26.가)의 원칙에 입각하여 보면, 이희승 사전은 적어도 그 구색은 맞는 것인데, 이숭녕 사전은 그렇지 못하다. 이희승 사전은 (26.나)의 원칙에 비추어 보아도 비교적 만족스러운 편이다. 단지 (15)와 (17) 항에 쓰인 '샛서방'이나 '사주'는 어려운 뜻의 어휘이므로 설명적 화맥이 첨가되면 좋을 것 같다. 이처럼 이희승 사전은 교육적 기능 면에서 최소한의 필요를 충족시켜 줄 수 있다고 본다.
    한 가지 불분명한 것은 ①②③...의 번호가 통시적으로 어원의 뜻과 가까운 순서인지 아니면 공시적으로 일반성의 순서인지 알 수가 없다. 이것은 위 (26.다)의 일반 원칙이 이 사전에서는 고려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만일 이 원칙이 고려되어 기초 연구가 된 결과를 바탕으로 편찬되었다면 이러한 문제는 해결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원칙에 따라 어휘 자료를 분석하여, 위 (25)의 나열 원칙에 따라 사전 항목을 정리한다면, 이희승 사전에서 지적되는 문제는 해결될 것이다. 이러한 어휘 자료가 잘 정리된 것은 위 (13)에 인용된 '옥스포드 영어 사전'이다. 이 사전에 버금가는 국어사전을 편찬하기 위하여는 기초 연구가 절실히 필요하다.
    다시 반복하건대, 기초 연구란 우선 역사적 자료를 바탕으로 한 국어 말뭉치 구축이고, 이에 근거한 어휘 빈도수 조사이다. 앞으로 국어사전의 편찬은 이러한 조사 연구를 바탕으로 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존의 국어사전 범주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며, 이러한 상황이 반복된다면 사전 편찬에서 두드러진 발전이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지금 우리는 기존의 국어사전만을 바탕으로 하여 이와 유사한 다른 사전을 만들어 내는 것보다 우선 획기적인 기획 아래 기초 조사 연구를 수행하는 일이 급선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4. 요약 및 결론
    이 글은 우선 국어사전의 일반적인 기능을 논의하고, 이러한 기능과 관련하여 새로운 국어사전을 편찬하는 데 고려되어야 할 두 가지 문제, 즉 뜻풀이 방법과 용례의 나열 방법을 논의했다.
    1절에서는 사전이 갖는 일반적인 기능을 교육적 기능과 학문적 기능의 두 가지로 나누어 논의하였다. 그리고 우리가 접할 수 있는 국어사전들이 이러한 기능을 수행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는 것을 구체적인 예를 들어 논의하였다. 이 점은 이러한 기능 면에서 탁월하다고 할 수 있는 영어 사전의 예를 들어 비교 검토하였다. 이러한 것을 특히 표제어의 뜻풀이와 용례의 나열을 중심으로 논의하였다.
    2절에서는 표제어의 뜻풀이에 대해 세 가지 국면에서 검토하였다. 우선 순환적 뜻풀이를 논의하고, 뜻을 풀이하는 데 사용되는 어휘의 난해성 문제를 검토하였으며, 끝으로 표제어가 여러 뜻을 가질 때 그 나열 순서에 대하여 구체적 예를 들어 설명하였다. 그리고 뜻풀이에서 제기되는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른 언어 사전이 그러했던 것처럼 이를 위한 기초 연구가 급선무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3절에서는 표제어의 뜻풀이에 문헌적, 구어적 근거를 보이는 용례 문제를 논의하였다. 용례는 표제어의 뜻을 더 명확하게 해 줄 수 있도록 가능하면 표제어보다 쉬운 어휘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지적하였다. 그리고 용례는 국어를 학습하는 사람에게 국어 문장 구축의 길잡이가 되는 기능을 수행하기 위하여 문형을 보여 주고 표준적이어야 한다는 점도 지적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바람직한 사전의 용례의 선정 역시 기초 조사 연구가 이루어져야만 가능하리라는 것을 지적하였다.
    결론적으로, '옥스포드 영어 사전'이나 '웹스터 영어 사전'과 같이 사전이 교육적 기능과 학문적 기능을 만족스럽게 수행하는 국어사전을 편찬하기 위하여는 우선 기초 자료 조사 연구가 수행되어야 한다고 말할 수 있다. 기초 연구란, 역사적 자료를 모아 국어 말뭉치를 체계적으로 만들고, 이러한 말뭉치를 바탕으로 하여 뜻에 따른 사용 빈도수를 우선 조사 연구한다는 말이다. 이것은 분명히 방대한 작업이다. 이러한 방대한 작업을 점차적으로 하기 위하여 우선 시대적 한계를 설정하고 그때까지만 거슬러 올라가 발견될 수 있는 자료를 모으는 작업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한 작업이 이루어지면, 점차적으로 자료를 보충해 나감으로써 더욱 방대한 국어사전이 편찬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기초 연구를 하지 않으면 국어사전은 아무리 첨단 기기를 동원하여 편찬한다 하여도 기존의 것을 재정리하는 작업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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